믿음이2024-05-22 14:59:50
의성 마늘 홍보영화인가? 로맨스 영화인가?
영화 감동주의보
이 달달한 유치함에 웃었네요.
곱씹어 볼수록 꼬집을 것들이 난무한 영화였지만, 왜인지 그리웠던 무해한 영화가 제 마음을 녹였나 봅니다.
감동을 받으면 안 되는 희귀한 병에 걸린 여자와 중요한 순간마다 다른 일이 생겨 매번 쓴 고배를 마셔야 했던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홍수아 배우가 희귀한 감동 병을 앓는 전보영을, 오래전 박카스 CF 훈남이자 드라마에서만 얼굴을 보인 최웅 배우가 참 운이 없는, 최철기 역을 맡았습니다. 어리지도 않고 적당히 무르익은 86년생 두 동갑내기 배우는 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네요.
영화는 이미 알려준 그들의 약점으로 행복함을 방해하더군요.
사랑의 힘으로 다시 꿈을 찾아 컬링을 하는 보영이는 감동을 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적당한 불편함과 위기를 심어주었죠.. 철기는 겪어왔던 여러 불운한 일들로 인해 그간 벌이도 시원치 않은 데다, 결혼해 살아야 할 집 한 채는 남의 이야기만 같습니다.
오래전 로맨스/멜로 영화의 단골 소재인 희귀병과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이 커플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가 하나의 재미가 되어야겠죠. 그러나, 김우석 감독은 매우 단조롭고 쉬운 방법을 선택했네요. 운으로 해결지어진 그들의 문제 때문에 재미도, 캐릭터의 매력도 반감이 되었답니다.
관심을 모았던 희귀병에 대한 응급 처치는 의성 마늘로 해결을 했고. 집 문제 역시 이 지역 이웃의 좋은 인심으로 임시처방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의성군 홍보 영화였네요.
영화가 제작될 때. 의성군은 ‘팀 킴’을 앞세운 컬링과 마늘 홍보에 주력했는데요. 촬영 장소도 90% 이상이 의성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의성군의 <감동주의보> 사랑이 남달랐던 만큼, 영화도 의성군에게 가뜩이나 충분했던 마늘 사랑으로 화답하고요.
사실, 영화로만 보면 흠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뻔한 이야기에 익숙한 감동이기도 하고요. 유치했지만, 저는 이런 순수한 두 청춘의 모습이 아름다웠답니다. 커플의 (마늘) 사랑보다도,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밝게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그들의 환한 모습에 마음이 참 따뜻했네요.
이미지 출처 : NAVER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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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사 이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 삶에 유통기한이 뚜렷이 새겨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두려움과 절망, 그럼에도 남겨질 이들을 떠올리며 점차 무력해지는 몸뚱이를 끝끝내 움직여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비참함과 서글픔.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드는 숭고함 따위를 어찌 감히 일반화할 수 있겠나.
우베르토 파졸리니의 <노웨이 스페셜>은 죽음을 목전에 앞둔 서른네 살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튼)과 그의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의 일상을 그렸다. 언뜻 보면 의젓한 네 살 아들과 자상한 아버지의 단란한 나날 같지만, 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 부자父子의 삶을 자꾸만 촉박하게 만든다. 특히 창문을 닦는 일조차 점차 버거워지는 존은 아들 마이클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나날에서 얼룩을 지우는 막중한 일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는 영국의 입양법에 기반한 공공기관을 통해 적당하고 새로운 가정을 소개해주려 애쓰지만 그 일은 존의 예상보다도 힘들기만 하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배경이 북아일랜드이며 위에서 말했듯 아버지 존의 직업이 창문 청소부라는 점에서 <노웨어 스페셜>은 소외된 자들을 조명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존이 공공기관을 통해 입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은 갈등들을 겪는 장면이 함께 있어서, 나는 영화를 감상하던 도중 켄 로치를 몇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베르토 파졸리니의 영화는 켄 로치의 것보다는 죽음을 앞둔 젊은 아버지의 심리라는 사적인 영역에 보다 집중한다.
입양 희망자에 대한 면담, 적절성 평가, 사무적인 태도 등이 비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존에겐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쇼나(에일린 오히긴스)가 있다. 마이클을 입양하고자 하는 이들은 여럿이며 나름대로 (자신들이 믿는)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 정부가 개입해 입양 희망자들을 분류하는 것이 아주 그른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일부 들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존이 마이클의 예비 가족을 만날 때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존의 내면 변화이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입양이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대답을 해줘야만 하는 아버지의 표정을 담는다. 또한 존은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아들의 가족을 대신 선택해 줄 만큼, 마이클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존의 모습은 그가 진실로 마이클을 사랑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그는 끔찍하리만큼 진실된 사랑을 한 이에게만 허락되는, 가슴 아픈 성취를 획득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존은 자신에게 닥친 허무를 수용한다. 아이에게 자신을 그저 창문닦이로 소개하면 그만이라고 말하거나, 굳이 뿌리를 알려야 하느냐고 손사래를 쳤던 영화 초반과 달리 존은 미래의 마이클이 열어볼 수 있도록 기억 상자를 마련한다. <노웨어 스페셜>은 전반적으로 톤이 일정하며, 등장인물들이 과할 정도로 오열하는 장면은 없다. 손때가 묻은 물건을 넣고, 우연히 찾은 생모의 사진을 넣는 장면조차 더욱 드라마틱하게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별달리 극적인 효과가 개입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듯하다. 그저 애달픔만으로 속이 이렇게까지 상할 수 있구나, 싶은 느낌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영화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신문 기사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한다. 존의 직업이 창작에 기반한 것이라면, 나는 영화 제작진이 굉장히 영리했다고 말하고 싶다. 창문을 닦는 행위를 통해 존은 한 걸음 밖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게 될 뿐만 아니라 유리는 그가 보지 못한 세상의 이면을 비춰줌으로써 , 존이 처한 상황과 자연스러운 접점을 형성한다. 또한 아버지 존의 이름은 너무도 평범한 것으로, 그의 슬픔이 사실 원치 않는 상황에 급작스럽게 떠나게 되는 모든 이들의 상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가 세상에 남기는 아들 마이클은 미카엘 천사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떠나는 이들에게 당신이 세상에 남기는 희망은 곧 빛이 되지 않겠냐며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작중 네 살 마이클의 캐릭터다. 특별히 조숙하다는 설정을 넣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보다 많은 것을 알며 종종 어른보다 현명한 태도를 보인다. 표현은 미숙할지 몰라도 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마냥 어리게 볼 수밖에 없고, 걱정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를 지금보다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지.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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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은 돌아와도 우리의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 ! "Carpe diem"
얼마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재개봉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현재를 마음껏 즐기라는 용기를 주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나기 전, 처음 이 영화를 만나 가슴 설레던 순간을 돌이켜보며 리뷰를 적으리라 마음먹었다.
지하철에서 인상 깊은 한 광고를 보았다. ‘많은 전자기기와 책을 보는 탓에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이 근시안이다.’라며 안경 교정을 추천하는 광고였다. 시력이 약하여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보아도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일컫는 근시. 나는 이 광고를 보고 근시안은 단지 시력을 말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 교육 체제 아래 우리 사회 청소년들은 당장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에 급급해 스스로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볼 시간도,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잃어버린 시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으나 점차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토드 앤더슨’,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늘 순종해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꿈을 찾아가려는 ‘닐 페리’,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 빠져 사랑을 배우는 ‘녹스 오버스트리트’, 당차고 과감히 도전을 즐기는 ‘찰리 달튼’, 모범생이지만 현실적이고 기회주의적 면모를 가진 ‘리처드 카메론’까지 다양한 성향을 지닌 학생들이 등장한다. 뚜렷한 개성과 성향을 지닌 서로 다른 다섯 소년은 키팅 선생을 만나면서 내적 성장과 변화를 겪는다. 소년들이 다니는 웰튼 아카데미는 ‘헬(Hell)튼 아카데미’ 라고 불릴 정도로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은 물론,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내세우며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하며, 앞서 소개한 다섯 소년 역시 의사, 법조인 등 부모님들이 원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입학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웰튼 아카데미의 우수 졸업생이었던 키팅은 웰튼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교육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것을 권유한다. 그는 시라는 문학을 통해 학생들 내면에 잠재 되어있는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형식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모한다. 키팅 선생의 남다른 교육 방식은 영화의 초반부터 드러나는데, 첫 수업 시간, 키팅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에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고 평가할 수 있겠냐며 책의 서문 찢게 한다. 엄격한 교육과 교과서적인 틀 안에서 자라온 학생들은 책을 찢으라는 선생의 말에 당황하고 주저하며 쉽게 책에 손을 대지 못하지만, 이내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책을 찢어나가기 시작한다. 주저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직접 손으로 책을 찢어가는 해당 장면은 키팅 선생으로 인해 학생들이 점차 변화해 나갈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을 의미하는 듯 하고,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을 골라야 한다면, 두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첫 번째는 키팅 선생이 수업 시간에 시 발표를 주저하는 토드를 이끌고 앞으로 나가 내면에 있는 생각들을 자유로이 뱉을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다. 어느 날 숙제로 해온 시를 발표해오라는 말에 숙제를 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써온 시를 감추려하는 토드의 모습을 본 키팅은 토드를 교탁 앞으로 데리고 나가 칠판 위에 걸린 사진을 보고 연상 되는 것들, 그냥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주저 없이 말하게 하는데, 쉬이 시도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토드는 이내 키팅 선생의 적극적인 유도를 따라 떠오르는 생각들을 과감히 내뱉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소설『데미안』의 한 구절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매사 소극적이고 주저하던 토드가 처음으로 스스로 한정 지었던 틀을 깨고 나와 더 큰 세상을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우물쭈물 조금씩 말을 내뱉다 키팅 선생의 열정적인 지도로 점차 과감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토드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하는 한편, 과거 인물과 같은 이유로무언가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아쉬운 기회들을 후회하게 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난 이렇게 행동할 수 없다'는 평소 토드의 이성적 자아와 그보다 더 깊은 내면에 묻어두었던 자유로운 상상들이 충돌해 소용돌이처럼 밖으로 뒤섞여 나오는 것이다. 이 장면을 담은 카메라의 앵글 또한 인상적인데, 빙글빙글 돌며 빠른 속도로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은 당황스러운 상황 속 자신조차도 처음 접하는 낯선 모습에 혼란스럽기도, 벅차기도 한 토드의 마음을 더욱 드러내는 듯 하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장면은 닐 페리의 죽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린 연극이지만 그 무대조차도, 자신의 진심조차도 아버지에게 철저히 무시 당하자 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그의 죽음은 내면이 엿보이는 차분하고도 온화한 표정과 함께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묘사된다. 공연 전날 밤, 아버지의 말에 더 반박하지 않고 닐은 그저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버지를 향한 미움이나 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닌 차분하고 온화한 말투와 순종적인 미소에서는 자신의 환경 내에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 닐의 좌절과 체념,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와 상실이 느껴진다. 가족 모두가 잠든 사이 그는 아버지의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권총으로 서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이러한 그의 죽음은 마치 안톤 체홉<갈매기>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연극 <갈매기>에서 권총으로 목숨을 끊는 것을 택한 뜨레쁠레프는 그의 사망 장소가 서재였다는 점, 그 죽음이 자살이었던 점, 권총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닐의 죽음과 유사한 면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였을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러한 닐의 죽음은 비록 현실에서는 아버지로 인해 연극이라는 소중한 꿈에 다가가지 못했어도,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이라도 연극을 하고 싶었던 간절한 꿈을 이룬 것으로 보이며 그의 꿈을 향한 열망과, 꺾여진 희망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는 키팅을 바라보며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라가 그들만의 존경과 지지를 표한다.
아이들이 책상 위로 올라갈 때까지 로우 앵글(Low-angle)로 아이들의 하반신과 그 사이로 보이는 놀란 교장의 당혹한 표정을 담고 있던 카메라는 아이들이 모두 올라선 후 하이 앵글(High-angle angle)로 전환되어 책상 위에 올라선 소년들이 바라보는 키팅 선생의 모습을 비춘다. 이러한 구도는 소년들을 거대한 인물처럼 보이게 하며, 그들이 기존과는 다른 위치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카메라는 다시 로우-앵글로 돌아와 키팅 선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소년들의 모습을 담는데, 이것은 변화한 소년들과 그러한 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키팅의 마음 또한 함께 깊이 느낄 수 있게 하며 그들의 관계성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관계성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교실에 있던 학생들 중 일부만이 토드의 행동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극 중 키팅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상에 올라가지 않은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묵묵히 교과서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 점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상이 유입되었을 때, 새로운 사상에 찬성하고 따르는 쪽이 있다면 그에 반대하는 쪽 역시 존재함을, 새로운 사상에 동의하지만 행여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두려워 동조하지 못하는 다수 또한 있음을 생각하게 만들며 우리 사회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와 학교,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이 서명하도록 강요하는 교장, 가부장적인 가정과 사회적 격차 등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우리의 양심에 손을 얹어보게 하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교사와 학교,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정말 누려야 하는 건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왜 사는가?’.
그리고 외친다.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걱정하는 대신 용감하게 하고 싶은 꿈들을 펼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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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happy new year! 12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입니다!
앞으로도 씨네픽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2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습니다. 개봉 후 343만 명이 관객 수를 돌파했고 전체 예매율 역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어 2024년 새해에도 파죽지세의 흥행 기세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서울의 봄>이 <노량: 죽음의 바다> 주말 관객 수 3만 명 차이로 73만 명을 기록하면서 2위, 애니메이션 예매율, 외화영화 1위를 기록한 <짱구 극장판>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웡카>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제치면서 다시 1위로 올라섰습니다. 많은 논란고 소문 속에서 개봉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아쉬운 평가가 이어지며넛 2위에 올라섰고, <미니언즈>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제작진의오리 가족의 모험을 그린 <인 투 더 월드>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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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책이라는 꿈을 꾸었던 사람들의 도시
좋은 책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만들어낸다. 누군가의 내면을, 집단적 정체성을, 한 사회의 구조를 송두리째 흔들어 새롭게 갱신시키는 수단으로 책이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군사독재 시절이 특히 그랬다. 책은 비판적 사유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무언가를 제공해주었다. 이른바 ‘금서禁書’로 불리던 책이 존재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출판인들은 힘겹게, 그러나 굳건하게 군사독재 시절을 거쳤다. 그리고 엄혹한 시절이 일단락되자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책에 담긴 꿈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파주 출판단지는 그 결과물이다. 출판인들은 자신의 꿈을 도시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고 끝내 “위대한 계약”이라는 제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집단적으로 터를 잡고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이 놀라운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출판인들의 꿈이 지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다룬다. 출판단지 조성은 처음부터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군부대와 인접해 고도 제한이 있어 행정기관뿐 아니라 군을 상대로도 협상을 벌여야 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파주 출판단지가 고군분투 끝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되어 괜스레 짠하기도 했고, 출판인들이 군대와도 협상했다는 점에서는 그 당시 출판사의 위상이 대단하긴 했구나 싶어 생경하기도 했다.
영화는 출판인들의 인터뷰가 죽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출판인 외에 인터뷰이로 가장 많이 참여한 사람들은 건축가다. 건축가들은 출판인들의 꿈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이를 현실화했다. 갈대숲과 습지를 그대로 둔 채 설계된 출판단지의 전경 하나하나에는 건축가들의 세심한 고민이 담겨 있다. 출판인들의 꿈에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더하고자 했다는 한 건축가의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파주 출판단지는 출판인과 건축가 모두에게 ‘역사적 소명과 시대 의식을 담은’, 꿈을 현실로 만든 공간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출판단지를 낭만적으로만 그려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파주 출판단지는 아름다운 이상에 기초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당연히 흠도 있다. 영화에는 불편한 교통·도심과의 거리로 인한 직원 출퇴근 문제, 주차·주거 공간의 부족, 회사 규모가 수시로 달라지는 출판사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간 탄력성 등의 아쉬운 점이 차례로 언급된다. 이는 출판단지를 처음 조성할 때의 ‘낙관주의’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즉, 낭만적 이상과 간단치만은 않은 현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파주 출판단지의 현재를 담담히 그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낙담하지 않고 ‘위대한 계약’이 꾸었던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말한다. 영화 중후반은 출판단지에 입주한 영화사, 예술가에 할애된다. 출판단지가 품은 남북 문화 교류의 가능성과 생태적 가치 등도 의미 있게 조명된다. 난관에 부딪힌 출판인들의 꿈이 실패하지 않고 끊임없이 갱신되어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한 출판사 대표의 말마따나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는 출판인의 사명을 오늘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다. 출판단지가 처음 시작될 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단적인 게 출판인의 인구 구성이다. 영화에 나오는 출판인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남성, 즉 책으로 사회운동을 하던 시절의 출판사 설립자들이다(출연자 중 여성 출판사 대표는 사계절 출판사의 강맑실 대표가 유일하다). 그들은 책으로 어두운 시대를 밝게 비추고자 했고 어느 정도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 그러나 지금은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책을 만드는 사람 중 여성이 훨씬 많다. 그리고 이들은 군사독재 시절처럼 비장한 사명을 갖고 책을 만들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만들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만한 사명 같은 건 없다는 소리다.
이와 같은 출판계의 변화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에 대한 아쉬움으로도 이어진다. 영화가 책, 영화, 예술로 이어지는 파주 출판단지의 외연 확장이 아닌 출판계 내부의 변화와 그로 인한 역동성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다소 심심하게 출판단지의 변천을 조명하기보다, 파주로 응집된 책이라는 꿈이 여러 변화 속에서 어떻게 비판적·발전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질문했을 때, ‘위대한 계약’의 현재적 의의가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출판사가 파주를 떠나고 있다. 영화가 조금은 더 용기를 내어 이런 상황을 조명하고, 젊은 출판인의 사명은 무엇인지를 질문해줬다면 더 좋았을 또 다른 이유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내게, 파주는 그저 이직하게 되면 멀리 출근해야만 하는 지역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즉, 내게 파주는 ‘위대하지’ 않다. 파주가 문화예술 도시로서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충분히 유익하겠지만, ‘책의 사명’과 파주를 연계지어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여러 아쉬움을 남긴다. 선배 출판인들의 멋진 무용담만으로는 파주를 향한 후배 출판인들의 애정을 부풀리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하여 다시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왜 책을 만드는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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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4월 3주 개봉영화!
앵커 2022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동시에!
영화 "앵커"는 성공한 여성의 이면을 그려보고 싶다는 정지연 감독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요
티끌 한 점 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가기까지 겪었을 경쟁과 불안 등 화려한 이면에 대한 궁금증은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은 메인 뉴스 앵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입니다.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등 한 스크린으로 처음 만나는 명배우들의 연기로 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생방송 5분 전, 자신의 죽음을 보도해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오고 제보자인 ‘미소’ 모녀의 시신을 발견한 그날 이후,
‘세라’에게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기존에 보았던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궤도로 진입하게 됩니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스릴러의 서스펜스와 미스터리의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관람 경험하게 될것입니다.
불안, 집착, 강박 그리고 공포까지! 사건 뒤 숨겨진 충격적 진실과 비밀!
첫번째 추천영화 "앵커"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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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시티 The Lost City , 2022
압도적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영화 "로스트 시티"는 전설의 트레저에 관한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가
위험천만한 섬으로 납치당하면서 그녀를 구하기 위한 이들의 예측불허 탈출작전을 그린 버라이어티 어드벤처입니다.
세상에 없던 버라이어티 어드벤처를 선보이며 폭발적인 호평에 힘입어 "로스트 시티"는 북미 개봉 직후
히어로 무비 '더 배트맨'을 제치고 압도적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까지 극강의 케미로 관객들을 즐겁게 할 것입니다.
"로스트 시티"는 버라이어티 어드벤처로 전설의 트레저를 찾으면서 동시에 위험천만한 섬에서 탈출 해야하는 전개를 보여주는데요
큰 스케일로 현실을 탈출해 유쾌함을 즐길수 있을것입니다.
일촉즉발 위기의 화산섬이 극장 대형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두번째 추천영화 "로스트 시티"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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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너의 거짓말 四月は君の嘘 , Your Lie in April , 2016
4월의 감성을 올릴 로맨스
모노톤의 세상을 살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코세이’와 세상을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카오리’의 벚꽃 로맨스
"4월은 너의 거짓말"이 개봉을 합니다.
2013년 코단샤 만화상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원작 만화를 비롯한 동명의 애니메이션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이를 실사화한 영화로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배우 히로세 스즈의 밝은 에너지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벚꽃을 배경으로 관객들의 감성지수를 충전 시켜줄!
세번째 추천영화 "4월은 너의 거짓말"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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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살인 2022
대한민국을 숨 막히게 한 살균제 대참사 재난 실화
영화 ‘공기살인’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와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리는데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폐질환 피해자 백만여 명이 속출한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입니다.
영화 ‘공기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던 의문의 죽음들이 왜 일어났는지
그 실체를 따라가면서 17년 만에 마침내 밝혀진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책임지지 않는 기업들과
사회에서 외면 받았던, 여전히 계속되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세상에 알립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충격적일 실화를 다루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공기살인"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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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 SEVENTEEN POWER OF LOVE : THE MOVIE , 2022
2021년 열린 온라인 콘서트 ‘POWER OF LOVE’의 감동
그룹 세븐틴(SEVENTEEN)의 첫 번째 영화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가 20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는 매 앨범마다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대체 불가 K팝 리더 세븐틴의 콘서트 실황 무대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13인 멤버들의 속마음 인터뷰,
다채로운 비하인드 등이 담긴 무비 러브레터. 15일 보이스 러브레터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일반 2D 상영관을 비롯해 ScreenX, 4DX, 4DX Screen관까지 특별관에서 역시 만날 수 있으며
그 밖에도 공식 응원봉인 캐럿봉과 함께하는 '캐럿봉 상영회', 세븐틴과 캐럿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짜에 상영 시간을 맞춘
'기념일 상영회', 관람객을 위해 준비한 특전 증정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볼수 없었던 세븐틴 무비!
다섯번째 추천영화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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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스포가 있습니다.
*
청소년기는 불안하다. '나'밖에 없던 세상에 갑자기 '세계'가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나와 세계의 간극을 인지하는 동시에 타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때 우리는 무언가가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거나, 친구와 나를 일치시키기도 한다.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가장 강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어떤 감성을 가진 어른이 될지를 좌우한다.
학교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데,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자아가 형성되는 이 시기에 한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렸고, 그것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력 뒤에는 트라우마가 남는다.
노래며 영화며 유행처럼 제목이 길다.
직관적이어서 한번에 이해할 수 있긴 하나 이제 사람들이 은유를 이해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편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는 직관적인 듯 보이지만 제목만으로 내용을 유추하기는 어려웠다.
원제인 <All the Bright Places>를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로 번역한 건 <보니 앤 클라이드>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번역한 것과 비슷하겠다.
전형적인 하이틴 영화는 아니다.
하이틴 영화라 하면 축제 같은 데서 우연히 만난 청소년들이ㅡ이때 여학생이 모범생이고 남자에게 관심이 없거나, 남학생이 찐따 캐릭터로 무리에서 서열이 낮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ㅡ 어쩌다 보니 사랑에 빠지고, 어쩌다 보니 주변에서 모함하고, 어쩌다 보니 극복하지만, 대입이 그들을 가로막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난관을 다 극복한 후 해피엔딩.
매일 조깅을 하는 시어도어 핀치는 같은 학교 학생인 바이올렛 마키를 만난다.
바이올렛은 다리 난간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다.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기세다.
시어도어는 바이올렛을 잘 구슬려 다리에서 내려오게 한다.
바이올렛이 궁금해진 시어도어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친해질 구상을 한다.
하이틴 영화의 상큼하고 기분좋은 부분들이다. 어른들에게서 보이는 질퍽한 욕망 같은 게 보이지 않으니까.
시어도어는 바이올렛의 상처를 본다. 교통사고로 언니를 잃고, 생존자에게서 보이는 죄책감 같은 것들.
시어도어는 마이애미의 아름다운 곳을 소개하는 숙제를 빌미로 바이올렛과 함께 한다.
각종 어려움에 봉착하나, 시어도어는 끈질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어도어는 굉장히 밝고 에너제틱한 친구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시어도어의 방에는 온갖 문구로 채워진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학교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로 상담을 받고 있지만 불성실하며, 학교에서는 '괴물'이라 불린다.
가끔 사라졌다 나타나는데, 시어도어의 친구들은 '원래 그렇다. 곧 돌아온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바이올렛도 시어도어의 어두운 면들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그는 별일 아니라고 할 뿐이다.
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의 영상미에 빠지게 된다.
처음으로 갔던 '마이애미에서 가장 높은 곳'. 해발 300미터가 조금 넘는 언덕과 낡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모습, 꽃과 호수, 낡은 오두막.
내가 선생이라면 그런 곳을 찾으라고 숙제를 내어주었을 것 같다.
아주 가까워진 두 사람. 하지만 학교에서 시어도어 핀치는 여전히 괴물이다.
바이올렛에게 핀치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남자애를 핀치가 패버리고, 또 숨어들어간다.
바이올렛은 핀치를 찾아 그의 집에 갔다가, 벽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을 본다.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버린 핀치.
바이올렛은 핀치로부터 위로를 받고 상처를 조금씩 치유했던 것처럼 그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보려고 한다.
하지만 핀치는 집안 살림을 다 부술 듯이 던지고는 집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또 사라진다.
그가 발견된 곳은 둘이 함께 뛰어들었던 호수.
지구 반대편으로 이어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그 호수에서 시어도어의 운동화와 옷이 발견된다.
말할 수 있는 상처들은 이미 어느 정도 극복한 상처일 것이다.
너무 아픈 것들은 차마 꺼내어 볼 수도 없어서 마음 속 어딘가에 숨겨두고 꽁꽁 얼려버린다. 다시는 꺼낼 수도 없게.
그래서 별 거 아닌 걸로 치부하기도 쉽다.
때로는 상처 많은 사람들이 더 밝아 보인다. 그들은 스스로의 상처를 돌보는 것이 두려워 남의 상처들을 대신 어루만진다.
그리고 우연히 타인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였을 때 전속력으로 도주한다.
시어도어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므로 영화에서도 시어도어의 서사가 부족하다.
그의 우울과 불안과 폭력성을 대변해 줄 이야기가 없다.
시어도어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이제 나도 준비되었으니,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하기를 기다렸다.
10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내내 위태하고 불안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폭력적이다.
이런 이유로 우울하고, 혹은 이런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서사가 없을 때, 사회는 우울증 환자를 비난한다.
의지가 부족하다, 남들도 다 그만큼 힘들다, 너만 유난이다, 예민하다.
"깨어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시어도어는 깨어 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깨어 있는 게 대수냐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저 깨어 있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진 힘을 다 쓰기도 한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 하면, 친구의 자살 후 남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자살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빠지지 않고, 바이올렛은 시어도어와 함께 했던 여행을 발표하며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그와 함께한 여행의 궤적을 다시 한 번, 그것도 스스로 운전하여 따라간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내야 한다. 눈부신 세상 끝까지, 너와 내가 함께 가면 좋겠다.
*
정말 좋았지만 너무 아파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들이 있다.
아마 나는 다시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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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x나로 미국이 건설했지만 딱하나 놓친 한 가지 [영화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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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마 데려와!" 성공한 인간들은 모두 긴장하는 게 좋을 겁니다! 삼깨비가 성공한 인간을 잡아와 지혜를 빼앗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 왓챠 오리지널 예능 지혜 강탈 토크쇼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5월 3일(화) 왓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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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vs 스파이더맨?! ? 세상 모든 스파이더맨이 모였다! 초대형 멀티버스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인터내셔널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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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웨이 스페셜(2020)> 리뷰
인간은 유사 이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 삶에 유통기한이 뚜렷이 새겨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두려움과 절망, 그럼에도 남겨질 이들을 떠올리며 점차 무력해지는 몸뚱이를 끝끝내 움직여야만 하는 운명에 대한 비참함과 서글픔.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드는 숭고함 따위를 어찌 감히 일반화할 수 있겠나.
우베르토 파졸리니의 <노웨이 스페셜>은 죽음을 목전에 앞둔 서른네 살 창문 청소부 존(제임스 노튼)과 그의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의 일상을 그렸다. 언뜻 보면 의젓한 네 살 아들과 자상한 아버지의 단란한 나날 같지만, 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 부자父子의 삶을 자꾸만 촉박하게 만든다. 특히 창문을 닦는 일조차 점차 버거워지는 존은 아들 마이클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나날에서 얼룩을 지우는 막중한 일을 진행해야만 한다. 그는 영국의 입양법에 기반한 공공기관을 통해 적당하고 새로운 가정을 소개해주려 애쓰지만 그 일은 존의 예상보다도 힘들기만 하다.
※ 이하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배경이 북아일랜드이며 위에서 말했듯 아버지 존의 직업이 창문 청소부라는 점에서 <노웨어 스페셜>은 소외된 자들을 조명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존이 공공기관을 통해 입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은 갈등들을 겪는 장면이 함께 있어서, 나는 영화를 감상하던 도중 켄 로치를 몇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베르토 파졸리니의 영화는 켄 로치의 것보다는 죽음을 앞둔 젊은 아버지의 심리라는 사적인 영역에 보다 집중한다.
입양 희망자에 대한 면담, 적절성 평가, 사무적인 태도 등이 비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존에겐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쇼나(에일린 오히긴스)가 있다. 마이클을 입양하고자 하는 이들은 여럿이며 나름대로 (자신들이 믿는)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니, 정부가 개입해 입양 희망자들을 분류하는 것이 아주 그른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일부 들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존이 마이클의 예비 가족을 만날 때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존의 내면 변화이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입양이 무엇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대답을 해줘야만 하는 아버지의 표정을 담는다. 또한 존은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아들의 가족을 대신 선택해 줄 만큼, 마이클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존의 모습은 그가 진실로 마이클을 사랑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그는 끔찍하리만큼 진실된 사랑을 한 이에게만 허락되는, 가슴 아픈 성취를 획득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존은 자신에게 닥친 허무를 수용한다. 아이에게 자신을 그저 창문닦이로 소개하면 그만이라고 말하거나, 굳이 뿌리를 알려야 하느냐고 손사래를 쳤던 영화 초반과 달리 존은 미래의 마이클이 열어볼 수 있도록 기억 상자를 마련한다. <노웨어 스페셜>은 전반적으로 톤이 일정하며, 등장인물들이 과할 정도로 오열하는 장면은 없다. 손때가 묻은 물건을 넣고, 우연히 찾은 생모의 사진을 넣는 장면조차 더욱 드라마틱하게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별달리 극적인 효과가 개입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감정을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듯하다. 그저 애달픔만으로 속이 이렇게까지 상할 수 있구나, 싶은 느낌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영화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신문 기사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한다. 존의 직업이 창작에 기반한 것이라면, 나는 영화 제작진이 굉장히 영리했다고 말하고 싶다. 창문을 닦는 행위를 통해 존은 한 걸음 밖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게 될 뿐만 아니라 유리는 그가 보지 못한 세상의 이면을 비춰줌으로써 , 존이 처한 상황과 자연스러운 접점을 형성한다. 또한 아버지 존의 이름은 너무도 평범한 것으로, 그의 슬픔이 사실 원치 않는 상황에 급작스럽게 떠나게 되는 모든 이들의 상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가 세상에 남기는 아들 마이클은 미카엘 천사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떠나는 이들에게 당신이 세상에 남기는 희망은 곧 빛이 되지 않겠냐며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작중 네 살 마이클의 캐릭터다. 특별히 조숙하다는 설정을 넣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보다 많은 것을 알며 종종 어른보다 현명한 태도를 보인다. 표현은 미숙할지 몰라도 말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마냥 어리게 볼 수밖에 없고, 걱정스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를 지금보다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지.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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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은 돌아와도 우리의 순간은 돌아오지 않아 ! "Carpe diem"
얼마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재개봉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현재를 마음껏 즐기라는 용기를 주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나기 전, 처음 이 영화를 만나 가슴 설레던 순간을 돌이켜보며 리뷰를 적으리라 마음먹었다.
지하철에서 인상 깊은 한 광고를 보았다. ‘많은 전자기기와 책을 보는 탓에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이 근시안이다.’라며 안경 교정을 추천하는 광고였다. 시력이 약하여 가까이 있는 것은 잘 보아도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일컫는 근시. 나는 이 광고를 보고 근시안은 단지 시력을 말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 교육 체제 아래 우리 사회 청소년들은 당장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에 급급해 스스로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볼 시간도,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잃어버린 시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으나 점차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토드 앤더슨’,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늘 순종해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꿈을 찾아가려는 ‘닐 페리’, 우연히 만난 소녀에게 빠져 사랑을 배우는 ‘녹스 오버스트리트’, 당차고 과감히 도전을 즐기는 ‘찰리 달튼’, 모범생이지만 현실적이고 기회주의적 면모를 가진 ‘리처드 카메론’까지 다양한 성향을 지닌 학생들이 등장한다. 뚜렷한 개성과 성향을 지닌 서로 다른 다섯 소년은 키팅 선생을 만나면서 내적 성장과 변화를 겪는다. 소년들이 다니는 웰튼 아카데미는 ‘헬(Hell)튼 아카데미’ 라고 불릴 정도로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은 물론,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내세우며 학생들의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하며, 앞서 소개한 다섯 소년 역시 의사, 법조인 등 부모님들이 원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입학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웰튼 아카데미의 우수 졸업생이었던 키팅은 웰튼 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교육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것을 권유한다. 그는 시라는 문학을 통해 학생들 내면에 잠재 되어있는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형식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모한다. 키팅 선생의 남다른 교육 방식은 영화의 초반부터 드러나는데, 첫 수업 시간, 키팅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시에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고 평가할 수 있겠냐며 책의 서문 찢게 한다. 엄격한 교육과 교과서적인 틀 안에서 자라온 학생들은 책을 찢으라는 선생의 말에 당황하고 주저하며 쉽게 책에 손을 대지 못하지만, 이내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책을 찢어나가기 시작한다. 주저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직접 손으로 책을 찢어가는 해당 장면은 키팅 선생으로 인해 학생들이 점차 변화해 나갈 것을 암시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을 의미하는 듯 하고,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을 골라야 한다면, 두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첫 번째는 키팅 선생이 수업 시간에 시 발표를 주저하는 토드를 이끌고 앞으로 나가 내면에 있는 생각들을 자유로이 뱉을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다. 어느 날 숙제로 해온 시를 발표해오라는 말에 숙제를 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써온 시를 감추려하는 토드의 모습을 본 키팅은 토드를 교탁 앞으로 데리고 나가 칠판 위에 걸린 사진을 보고 연상 되는 것들, 그냥 지금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주저 없이 말하게 하는데, 쉬이 시도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토드는 이내 키팅 선생의 적극적인 유도를 따라 떠오르는 생각들을 과감히 내뱉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소설『데미안』의 한 구절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매사 소극적이고 주저하던 토드가 처음으로 스스로 한정 지었던 틀을 깨고 나와 더 큰 세상을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우물쭈물 조금씩 말을 내뱉다 키팅 선생의 열정적인 지도로 점차 과감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토드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도 하는 한편, 과거 인물과 같은 이유로무언가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아쉬운 기회들을 후회하게 한다. '이러면 안 된다'는, '난 이렇게 행동할 수 없다'는 평소 토드의 이성적 자아와 그보다 더 깊은 내면에 묻어두었던 자유로운 상상들이 충돌해 소용돌이처럼 밖으로 뒤섞여 나오는 것이다. 이 장면을 담은 카메라의 앵글 또한 인상적인데, 빙글빙글 돌며 빠른 속도로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은 당황스러운 상황 속 자신조차도 처음 접하는 낯선 모습에 혼란스럽기도, 벅차기도 한 토드의 마음을 더욱 드러내는 듯 하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장면은 닐 페리의 죽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린 연극이지만 그 무대조차도, 자신의 진심조차도 아버지에게 철저히 무시 당하자 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그의 죽음은 내면이 엿보이는 차분하고도 온화한 표정과 함께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묘사된다. 공연 전날 밤, 아버지의 말에 더 반박하지 않고 닐은 그저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버지를 향한 미움이나 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닌 차분하고 온화한 말투와 순종적인 미소에서는 자신의 환경 내에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낀 닐의 좌절과 체념,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와 상실이 느껴진다. 가족 모두가 잠든 사이 그는 아버지의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권총으로 서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이러한 그의 죽음은 마치 안톤 체홉<갈매기>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연극 <갈매기>에서 권총으로 목숨을 끊는 것을 택한 뜨레쁠레프는 그의 사망 장소가 서재였다는 점, 그 죽음이 자살이었던 점, 권총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닐의 죽음과 유사한 면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였을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러한 닐의 죽음은 비록 현실에서는 아버지로 인해 연극이라는 소중한 꿈에 다가가지 못했어도,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이라도 연극을 하고 싶었던 간절한 꿈을 이룬 것으로 보이며 그의 꿈을 향한 열망과, 꺾여진 희망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는 키팅을 바라보며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라가 그들만의 존경과 지지를 표한다.
아이들이 책상 위로 올라갈 때까지 로우 앵글(Low-angle)로 아이들의 하반신과 그 사이로 보이는 놀란 교장의 당혹한 표정을 담고 있던 카메라는 아이들이 모두 올라선 후 하이 앵글(High-angle angle)로 전환되어 책상 위에 올라선 소년들이 바라보는 키팅 선생의 모습을 비춘다. 이러한 구도는 소년들을 거대한 인물처럼 보이게 하며, 그들이 기존과는 다른 위치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카메라는 다시 로우-앵글로 돌아와 키팅 선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소년들의 모습을 담는데, 이것은 변화한 소년들과 그러한 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키팅의 마음 또한 함께 깊이 느낄 수 있게 하며 그들의 관계성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관계성이 돋보인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교실에 있던 학생들 중 일부만이 토드의 행동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극 중 키팅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책상에 올라가지 않은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묵묵히 교과서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 점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상이 유입되었을 때, 새로운 사상에 찬성하고 따르는 쪽이 있다면 그에 반대하는 쪽 역시 존재함을, 새로운 사상에 동의하지만 행여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두려워 동조하지 못하는 다수 또한 있음을 생각하게 만들며 우리 사회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와 학교,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이 서명하도록 강요하는 교장, 가부장적인 가정과 사회적 격차 등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우리의 양심에 손을 얹어보게 하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교사와 학교,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정말 누려야 하는 건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왜 사는가?’.
그리고 외친다.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걱정하는 대신 용감하게 하고 싶은 꿈들을 펼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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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happy new year! 12월 마지막주 박스오피스 입니다!
앞으로도 씨네픽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2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습니다. 개봉 후 343만 명이 관객 수를 돌파했고 전체 예매율 역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어 2024년 새해에도 파죽지세의 흥행 기세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서울의 봄>이 <노량: 죽음의 바다> 주말 관객 수 3만 명 차이로 73만 명을 기록하면서 2위, 애니메이션 예매율, 외화영화 1위를 기록한 <짱구 극장판>이 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웡카>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제치면서 다시 1위로 올라섰습니다. 많은 논란고 소문 속에서 개봉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의 아쉬운 평가가 이어지며넛 2위에 올라섰고, <미니언즈>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제작진의오리 가족의 모험을 그린 <인 투 더 월드>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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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책이라는 꿈을 꾸었던 사람들의 도시
좋은 책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만들어낸다. 누군가의 내면을, 집단적 정체성을, 한 사회의 구조를 송두리째 흔들어 새롭게 갱신시키는 수단으로 책이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군사독재 시절이 특히 그랬다. 책은 비판적 사유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무언가를 제공해주었다. 이른바 ‘금서禁書’로 불리던 책이 존재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출판인들은 힘겹게, 그러나 굳건하게 군사독재 시절을 거쳤다. 그리고 엄혹한 시절이 일단락되자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책에 담긴 꿈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파주 출판단지는 그 결과물이다. 출판인들은 자신의 꿈을 도시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했고 끝내 “위대한 계약”이라는 제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집단적으로 터를 잡고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이 놀라운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출판인들의 꿈이 지금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다룬다. 출판단지 조성은 처음부터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군부대와 인접해 고도 제한이 있어 행정기관뿐 아니라 군을 상대로도 협상을 벌여야 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파주 출판단지가 고군분투 끝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되어 괜스레 짠하기도 했고, 출판인들이 군대와도 협상했다는 점에서는 그 당시 출판사의 위상이 대단하긴 했구나 싶어 생경하기도 했다.
영화는 출판인들의 인터뷰가 죽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출판인 외에 인터뷰이로 가장 많이 참여한 사람들은 건축가다. 건축가들은 출판인들의 꿈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이를 현실화했다. 갈대숲과 습지를 그대로 둔 채 설계된 출판단지의 전경 하나하나에는 건축가들의 세심한 고민이 담겨 있다. 출판인들의 꿈에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더하고자 했다는 한 건축가의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파주 출판단지는 출판인과 건축가 모두에게 ‘역사적 소명과 시대 의식을 담은’, 꿈을 현실로 만든 공간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출판단지를 낭만적으로만 그려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파주 출판단지는 아름다운 이상에 기초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당연히 흠도 있다. 영화에는 불편한 교통·도심과의 거리로 인한 직원 출퇴근 문제, 주차·주거 공간의 부족, 회사 규모가 수시로 달라지는 출판사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간 탄력성 등의 아쉬운 점이 차례로 언급된다. 이는 출판단지를 처음 조성할 때의 ‘낙관주의’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즉, 낭만적 이상과 간단치만은 않은 현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파주 출판단지의 현재를 담담히 그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낙담하지 않고 ‘위대한 계약’이 꾸었던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 말한다. 영화 중후반은 출판단지에 입주한 영화사, 예술가에 할애된다. 출판단지가 품은 남북 문화 교류의 가능성과 생태적 가치 등도 의미 있게 조명된다. 난관에 부딪힌 출판인들의 꿈이 실패하지 않고 끊임없이 갱신되어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한 출판사 대표의 말마따나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동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는 출판인의 사명을 오늘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다. 출판단지가 처음 시작될 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단적인 게 출판인의 인구 구성이다. 영화에 나오는 출판인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남성, 즉 책으로 사회운동을 하던 시절의 출판사 설립자들이다(출연자 중 여성 출판사 대표는 사계절 출판사의 강맑실 대표가 유일하다). 그들은 책으로 어두운 시대를 밝게 비추고자 했고 어느 정도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 그러나 지금은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책을 만드는 사람 중 여성이 훨씬 많다. 그리고 이들은 군사독재 시절처럼 비장한 사명을 갖고 책을 만들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만들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만한 사명 같은 건 없다는 소리다.
이와 같은 출판계의 변화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에 대한 아쉬움으로도 이어진다. 영화가 책, 영화, 예술로 이어지는 파주 출판단지의 외연 확장이 아닌 출판계 내부의 변화와 그로 인한 역동성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다소 심심하게 출판단지의 변천을 조명하기보다, 파주로 응집된 책이라는 꿈이 여러 변화 속에서 어떻게 비판적·발전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질문했을 때, ‘위대한 계약’의 현재적 의의가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출판사가 파주를 떠나고 있다. 영화가 조금은 더 용기를 내어 이런 상황을 조명하고, 젊은 출판인의 사명은 무엇인지를 질문해줬다면 더 좋았을 또 다른 이유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내게, 파주는 그저 이직하게 되면 멀리 출근해야만 하는 지역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즉, 내게 파주는 ‘위대하지’ 않다. 파주가 문화예술 도시로서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충분히 유익하겠지만, ‘책의 사명’과 파주를 연계지어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여러 아쉬움을 남긴다. 선배 출판인들의 멋진 무용담만으로는 파주를 향한 후배 출판인들의 애정을 부풀리긴 어려워 보인다. 그리하여 다시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왜 책을 만드는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