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06-07 16:21:25
<소울메이트>는 왜 소설이 아닌 그림을 선택했을까?
<소울메이트> 리뷰
반가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소울메이트>가 원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어떤 부분을 이어받았고, 어떤 부분을 달리 가져갔을까? 그 답을 찾듯 민용근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다미, 전소니가 출연한 <소울메이트>를 확인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풋풋하고 싱그러운 그 시절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원작에는 없는 사진 같은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감독은 왜 그림을 선택했을까?
1988년생 두 소녀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곁에 없으면 안 될 둘도 없는 친구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영원이란 건 없나 보다. 하은이에게 첫사랑 진우(변우석)가 생기면서 이들은 서서히 다른 길을 간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미소는 제주도를 떠나 도시로 나가 살고, 차분한 성격의 하은은 고향에 남아 안정된 삶을 꾸린다.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너무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태생적으로 <소울메이트>는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민용근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첫 포문을 여는데, 바로 그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사실주의 초상화다. 원작은 출판사 직원이 칠월(마사순)이 쓴 인터넷 소설 판권을 구매하기 안생(주동우)을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울메이트> 또한 인터넷 소설이 아닌 초상화로 변경해 같은 맥락으로 진행한다. 두 영화 모두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각각 안생과 미소를 만나지만 당사자를 모른다는 답변만 오간다.
소설과 그림 모두 이들의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원작은 소설처럼 우리가 몰랐던 칠월과 안생의 지난한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고, <소울메이트>는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마주하되, 그림처럼 찬란하고 순수했던 이들의 순간과 감정을 전한다. 감독은 이젠 사라진 과거의 모습과 이미지를 복원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이들의 청춘을 되살아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초반, 미소와 하은의 빛나는 10대 시절은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미로 가득하다. 청춘을 상징하는 여름이란 계절, 푸른 바다, 돌담길, 숲길 등 제주도를 배경으로 청량미 가득한 영상들이 수를 놓는다.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펌프, 캔모아 카페, MP3, 디카 등등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도 등장하며 감성을 톡 건드린다.
후반부로 넘어가며 내용상 밀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상쇄시키는 건 그림이다. 친구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열등감이나 질투, 원망 등의 감정을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한다. 스케치북, 캔버스뿐만 아니라 벽지에도 그림을 그리며 각 상황에 처한 감정을 전하는데, 이는 원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라 새롭게 다가온다.
감독이 그린 스케치에 각기 다른 색을 덧칠하며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건 역시나 김다미와 전소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청춘영화답게 그 시절 아름다운 10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미묘하고 위태로운 감정선을 눈빛과 표정으로 잘 보여준다. 동굴에 다녀온 후, 미묘한 감정의 기류가 느껴지는 장면, 부산 여행 저녁 식사 장면, 후반부 욕실 장면 등은 두 배우의 시너지가 빛을 발한다. 특히 너무나 가까워서 너무 잘 아는 친구일수록 상대방을 무너지게 하는 비밀을 알고 있는데, 부산 여행 식사 장면에서 그 부분을 건드리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 그리고 호텔 엘리베이터를 문을 사이에 두고 헤어지는 모습 등은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애증의 관계를 감정적으로 잘 전달한다.
시작을 그림으로 했듯이 영화의 마지막 또한 딸과 함께 자신이 그려진 초상화를 미소의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미소는 이 초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거 “똑같이 그리다 보면 마음이 보여”라는 말을 곱씹으며 사진처럼 그림을 그리는 하은이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아니면 삶에서 가장 빛났던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미소는 제주도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는 하은이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관객 또한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보며 과거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까?
사진 제공: NEW
평점: 3.0 /5.0
한줄평: 너와 나의 찬란했던 순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돌아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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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년생 마라맛 베로니카
이 글은 영화 [안테벨룸], 도서 [82년생 김지영]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크게 두 종류의 면역체계를 가진다.
하나는 선천적, 다른 하나는 이미 백신으로 몇 년간 단련된 우리가 익히 알만한 후천적 면역체계가 그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섬세하게 말하는 학자들의 경우는 피부 역시도 면역체계에 포함하기도 한다. 피부가 벗겨진 우리를 상상해 본다면. 이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오묘한 물리적 장벽이 없음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제로 물리적인 장벽의 역할 외에도 피부에는 많은 면역 체계가 포진되어 있으며. 우리가 문신을 했을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지는 이유도 피부 안에 있는 면역세포 중 한 종류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 1)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이 피부를 한낱 멜라닌의 분포 차이로 차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시절은 겨우 몇백 년 전에 존재했으며 지금도 그 잔재들이 남아 차별로 인한 큰 사건 사고들을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작 [겟 아웃]과 [어스]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차별에 대한 생각은 영화 [안테벨룸]에서도 이어진다. 제작진의 특기가 십분 발휘된 기발한 트릭 아래에서 그들이 고수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얼마나 더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 본다.
119도 구해낼 수 없는 차별 속의 사람들.;모든 것을 압축한 장면이 아닐까 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영화는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인종차별이 예나 지금이나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0년 전 노예들은 직접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폭언을 하고. 허락하기 전까지는 말도 할 수 없었으며, 자신의 이름조차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었다. 자유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쥐고 흔드는 백인들을 흘겨보는 것조차도 할 수 없는 삶이었다.그러나 이런 차별은 현재로 무대를 옮기면서 아주 교묘하고 간접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눈빛과 대화 속의 단어로. 그리고 이 "상태"가 결국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한 태도로.
그것이 어떤 형태의 차별이든. 베로니카(자넬 모네)는 피할 수 없었고 이 차별의 폭격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 죽음이 약속된 탈출을 감행한다. 들켰다가는 목숨을 기꺼이 지불해야만 하는 이 절체 절명의 순간에 베로니카가 911에 연락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수단인 911조차. 베로니카가 처한 이 "차별"이라는 상황에서는 그녀를 구해줄 수가 없다는 것.영화에서 차별은 그런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어디에 연락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지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개인을 죽을 만큼 힘들게 하고 있는 그 상태. 그렇기에 베로니카의 살려달라는 외침이. 안절부절을 넘어 위태롭기까지 한 그녀의 몸짓들이 더욱 마음 아프고 처절하게 다가온다.
말 위에서 울부짖으며 탈출하는 베로니카의 모습을 소 닭 보듯 쳐다보는 백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로 베로니카를 쫓으며 사진기를 척 들이미는 그 모습을 보자. 문득 책 [82년생 김지영]의 결말이 겹쳤다. 백인들의 오만방자한 그 태도처럼.
이 "상태"는 형태만 바꿔 존재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문제없을까.;문제밖에 없어 보이는데.
사진 출처:다음 영화사람들은 타인을 비난할 때 항상 자신에게 없는 "흠"을 좋은 변명으로 사용한다. 어떤 사람과 다투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늘 뒤돌아서면 상대방을 향해 저러니까 이혼했지.라고 말해버리는 것처럼. 이런 열등감(혹은 자괴감)은 스스로가 기꺼이 떠안을 때도 있다. 어떤 사람과 다투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늘 뒤돌아서면 스스로를 향해 쟤는 내가 이혼해서 무시하는 건가.라고 말해버리는 것처럼. 분명 영화 속에서 차별을 받는 존재들을 향한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차별이 있었던 것이 변하지 않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 차별을 다루는 영화 후반부의 태도에 있다.
호텔 직원이 식당 예약을 하려 했을 때 협조적이지 않았던 것은 전화를 먼저 받아야 한다는 매뉴얼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백인인 친구의 방만 치워져 있는 것은 그것이 반드시 백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물론 베로니카의 방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관객들은 미리 알고 있긴 했지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대한 뉘앙스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불행의 원인들을 모두 자신이 "흑인이기"때문에 그렇다.로 비약하는 모습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로 인해 영화는 훌륭했던 전반부의 묘사를 조금씩 말아먹는다. 더 이상 갉아먹을 것이 없어진 영화는 결국 후반부마저 말끔히 먹어치운다.
[안테벨룸]에서는 전작에서 느꼈던 세련됨이나 우아함을 느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제작진이 선택한 방법은 열등감 쪽이었고. 영화 내내 내가 흑인이니까 그러는 거지?라고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통에 없던 선입견도 생길 지경이다. 스스로가 흑인의 반대는 백인이고, 나는 그것에 열등감을 갖고 있다고 선을 그어버린 셈이다.
분노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그 어떤 것도.
사진 출처:다음 영화우리는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음을 알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그를 찾아볼 수 없다. 영화가 감독 개인을 노출시켰을 때는 이득을 보는 부분이 있거나, 혹은 분위기 환기가 필요할 때다. 마치 류승완 감독이나 장진 감독이 그러듯이.
그게 아니라면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런처럼 존재해야 한다. 그래 이 영화가 바로 이 감독의 영화구나.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감탄으로 입이 쩍 벌어질 때마다 감독들의 필모가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가서 내가 이 감독의 영화에 쏟은 노력이 아깝지 않음을 스스로가 확인할 수 있도록.
그러나 [안테벨룸]에서는 감독의 입김이 느껴진다. 그것도 노골적이고 강렬하다는 느낌조차 벗어나 사적(Private)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뿜어지는 더운 공기를 담았다.
감독은 현실 세계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을 자신의 개인적인 복수를. 마치 베로니카라는 인물을 통해 마음껏 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말미에 베로니카가 번쩍 든 횃불을 타오르게 한 것은. 뿌리 깊은 차별과 자신이 그토록 벗어나기 힘든 운명의 굴레라고 하기 보다. 감독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순수한 분노 덩어리라고 보는 것이 더 알맞을 듯하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타오르다 못해 마구잡이로 백인을 죽여대는 것으로 분풀이를 해댄다.
그녀가 횃불을 든 모습도. 장엄한 척하며 그곳을 벗어나는 장면도. 전혀 멋있다거나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는다. 죽어 마땅한 백인들이 죽었는데도 전혀 시원하다거나 통쾌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응원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감독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취해 만든 장면처럼 보인다. 문제는 관객도 함께 취할 수 없다는 점에 있겠지.
마치면서;너네 좀 그래.
사진 출처: 이데일리/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타이라 뱅크스는 자신의 토크쇼에 출연한 한국계 모델에게 백인처럼 보이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것을 인정하라며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자신은 백인처럼 보이기 위해 갈색 머리로 염색한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과연 그녀가 말하는 차별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인종 차별은 200년 전이건 지금이건 여전히 심각한 문제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감독이 취한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인종 차별에 대한 문제를 마치 커피숍 알바를 3년쯤 한 뒤 인간이라는 종자 자체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영화를 가져와 우리 앞에 툭 던졌다.
덕분에(?) 영화는 매우 직관적이며 두 번 세 번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화면에서 감독의 분노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기만 하면 된다. 코코 샤넬이 말했다지.
항상 마지막에 걸친 액세서리를 덜어내야 완벽한 옷차림에 가깝다고.
영화를 관통하는 이 알 수 없는 증오나 분노는 마치 감독이 마지막에 추가한 요소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과해졌고. 훌륭했던 몇몇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가려버렸다.
카카오뷰도 있어요!!+_+
참고 1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몸에 있는 Physical barrier들이 immune system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임. 문신을 했을 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옅어지는 이유는 진피로 투입된 잉크를 대식세포(Macrophage)가 이 침입자들을 냅다 물어가기 때문임.
[이 글의 TMI]
1. 안경 새로 맞췄는데 진작 맞출 걸 그랬다.
2. 딸기 끝물일 때 딸기 청 만들어야지.
3. 좋은 영화 많이 개봉해서 너무 좋다ㅠ
4. 요가 덕에 드디어 붓기가 쭉쭉 없어지는 중.
#안테벨룸 #반전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제라드부시 #크리스토퍼렌즈 #자넬모네 #지나말론 #잭휴스턴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네이버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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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폐한 인간의 엇갈리는 역사, 닮고도 다른 찬란한 외면
※영화 〈피닉스〉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45년 베를린, 칠흑 같은 밤 검문소를 지나는 차의 조수석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넬리가 앉아있다. 군인들은 레네의 만류에도 끝까지 붕대에 감춰진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한다. 회유와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붕대 속 넬리의 얼굴을 본 군인은 사색이 되어 그제야 빗장을 열고 두 사람을 보내준다. 넬리를 포함한 그의 모든 가족이 죽은 줄만 알았던 레네는 재산을 대신 관리하던 중 생존한 넬리를 데려와 돌본다. 소식을 알 수 없는 남편 조니를 찾아 도시를 헤매던 중 클럽 ‘피닉스’에서 잡일을 하는 그를 발견한다. 하지만 전쟁이 아니었다면 살아있었을 다른 사람의 얼굴을 가진 넬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조니, 혹은 요하네스는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넬리에게 아내인 척 연기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넬리는 이를 수용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궤적에는 익숙한 몇 개의 발자국이 반복된다. 간절한 사랑은 누군가의 정처 없는 방황을 이끌고, 오인과 엇갈림, 배회의 이미지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포하면서도 과거와 현재, 인간과 시간에 관한 우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정중동의 서사가 진행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가는 영화의 생명력은 독일 영화의 부흥기를 이끄는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매김했다. 기꺼이 자신을 던져버릴 듯 간절한 사랑의 감정과 알아보지 못하는 상대방 사이의 불협은 과거의 표면에서 배회하는 인간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공간에 들여놓으며 경계를 흐리게 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역사의 고통을 돌아보지 못하고 과거의 인간으로 남은 군인들은 현존의 외형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영화에서 넬리가 처음 마주하는 이들이 과거의 흔적인 전쟁을 암시하는 군인인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넬리는 다르다. 영화 속 가장 연약한 존재에서 빛을 따라가 모든 경계와 고민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 그는 외면 外面을 외면한 채 과거의 역사와 사랑, 억압을 모두 껴안은 채 당당히 해방의 길로 나서는 가장 강한 인간이 되어 세상을 박차고 나간다.
공포와 불신의 혼돈을 파고드는 악의 정체
인류를 혼돈에 빠뜨린 구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법정에 선 아이히만을 바라본 한나 아렌트는 희생자를 향한 증오와 분노가 집단 학살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악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고, 단지 수직적인 명령에 불복종했을 때의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한 일이므로 ‘잘못’이 아니다.
자신에게는 누군가를 죽일 배짱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끔찍한 일을 막을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공무를 수행하는 하급 관료의 평범한 책임의식으로부터 끔찍한 살인이 벌어질 수 있다는 모순을 아렌트는 ‘생각 없음’으로 초래한 ‘악의 평범성’이라고 명명했다. 근대적 이성의 준칙으로 완성된 정언명령은 그 본래 목적과는 달리 인간이 만든 ‘보편적 입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히틀러는 주어진 절차에 따라 집권당 총수가 되고, 헌법을 고쳤고, 법질서를 준수하며 20세기 가장 잔혹한 독재자가 되었다. 그리고 무해한 사람들은 기계적 순응과 제한된 선택지로 합리적인 악의 탄생을 함께 만들고 손뼉 쳤다. 관료주의의 폐해는 여기에 있다. 시민들은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감정적 인식도, 이성의 비판도 없이 주어진 절차에 맞으면서도 가장 바람직한 변수의 배열을 찾아내는 데 급급하다. 영화 속 넬리는 왜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을까. 남편 조니가 그의 재산을 획득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죽은 줄만 알았던 넬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한 순위와 절차와 재산상 이득을 모두 취하기 위해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아이러니는 최고 수준이라고 여겨졌던 근대 관료제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만드는 공백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진리로 믿었던 우리의 근대적 이성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히틀러가 아우슈비츠를 만들 때도 그랬다. 타인의 적당한 고통과 불편으로 다수가 행복하다면 그 희생은 별 저항 없이 용인되었다. 그렇게 인간이 만든 악은 같은 인간을 향해 극악한 범죄와 살인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폭격을 맞은 베를린의 거리는 어느 하나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광기의 나치즘에 휘말려 피해자와 가해자, 동조자와 방관자로 구분되었다. 유대인을 비롯한 소수자의 박해와 인종주의적 차별은 시민들이 오늘의 생존을 위해 어제의 이웃을 신고하고, 이분법적 논리에 사로잡혀 비인간적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도록 만들었다. 영화는 전쟁 이후 독일 사회의 인간 단면을 멜로드라마의 형식에 녹여낸다. 〈피닉스〉의 의도적인 기억의 공백은 방관자와 공모자가 가해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상처받은 신뢰로 터져 나온 공포를 극복하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른다.
전쟁이 끝나자 독일의 시민들은 모든 걸 잊은 것처럼 행동한다. 얼굴을 되찾은 넬리를 마주 선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관, 침묵, 동조를 해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얼버무리며 그를 위로하고, 자신도 피해받았음을 성토하고, 더는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자리를 피한다. 그들은 나치의 통치에 얽힌 시대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이다. 잡혀가는 유대인을 묵인하며 신고하는 대신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했던 끔찍한 시절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는 베를린의 전 시민에게 씌워진 비극이다. 적어도 공포를 당당히 대면하지 못하는 영화 속 사람들은 지배구조의 억압에 동참하는 행위자들이라는 과거로부터 능동적인 자기 형성을 이루지 못한다. 조니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를 잊고 과거의 영광에 남겨진 나치의 부역자와 피해자의 현현처럼 보이는 조니와 넬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허물고 더 깊은 이해의 단계로 넘어선다.
영화에서 전쟁의 피해와 고통을 이야기하는 주체는 넬리와 레네 뿐이다. 하지만 같은 유대인으로 둘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넬리는 끔찍한 수용소의 삶에서 겨우 벗어난 생존자다. 조니가 일반화된 대상으로서의 피해자성을 주장할 때 넬리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달하며 과거의 기억을 딛고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아간다. 하지만 레네는 박해를 피해 베를린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살아남았다. 인간의 처참한 기억을 간직한 넬리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았던 레네의 선택은 기억의 공백에 스미는 새로운 악의 탄생을 예고한다. 1945년 그는 유대인이라는 피해자 정체성을 늘 강조하면서도 넬리와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한 유대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을 세웠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민족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성경의 가르침을 빌미로 팔레스타인을 침공한다. 학살과 억압을 되돌리는 미래의 결론은 위치만 바뀐 전쟁범죄의 반복이다. 전쟁이 초래한 불신의 벽에서 좌절하는 레네는 목표를 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외출할 때마다 핸드백 안에 늘 권총을 지니던 레네는 평범한 악의 공포를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자주와 민족주의로 승화한다. 나치 정권과 그 부역자를 향한 강한 저항과 분노에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던 레네는 타인과 자신마저 신뢰하지 못했다. 누구든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이렇게 또다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다.
삶을 향해 걸어가는 찬란한 외면의 커튼콜
조니가 법의 허점을 악용해 과거의 배우자를 가장한 연극을 꾸미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아이히만은 자신의 평안과 태만, 일상적 행위의 반복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전자와 달리 후자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렌트가 간과한 본질이 빠져있다. 그는 아이히만의 범죄사실을 사유 능력의 상실이라는 책임의 부재에도 반인륜적 범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죄를 주장했지만. 실제로 아이히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평범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관료로 자신을 변호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그는 유대인 학살에 능동적인 임무를 수행했고, 반유대주의 신념을 철저히 지켰던 인물이었다. 최소한 아렌트가 보았던 법정 연극은 그를 속이기에 충분했다. 인간이 만든 악이라는 불가항력은 들키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자신의 행동을 숨길 수 있다.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언제든 악은 모습을 감추고 서서히 몸집을 불릴 것이다. 넬리는 조니와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며 거짓으로 조니가 원하는 넬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걸음걸이와 필체를 연습하고,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들며, 기차에 내리고 지인들을 만나는 장면을 만들고자 그 전날 다른 지역에서 하룻밤을 묵는 정성까지 들인다. 누군가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진실이 가려지고 거짓은 커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서만 유효하다. 영화는 외면의 교체와 상실을 경험한 주인공을 내세워 역설적으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크리스티안 페촐트가 보여주는 오인의 테마는 이름이나 얼굴과 같은 외적 표상을 부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자기인식의 도달을 유도한다. 넬리는 집도의에게 자신의 원래 얼굴로 복원해 주기를 요청했지만, 의사는 아무리 똑같이 얼굴을 고치려고 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거절한다. 이미 영화는 덧씌워진 얼굴에 남겨진 시간을 망각하려는 어떤 시도도 무의미하다는 예고된 결말을 암시한다. 어떤 얼굴이든 그것이 시간의 궤도 안에 들어선 인간의 것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기억에 머무를 수 없다. 조니는 과거의 기억 속 넬리의 대상화된 이미지를 제시하여 이를 이용해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가고자 한다. 겉치레의 변화만으로 타인과 제도를 속일 수는 있더라도 인간의 기억과 내면, 그 안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다. 틀어지는 계획을 인정하지 못하는 조니는 점차 과거의 넬리와 겹쳐 보이고 마는, 살아있는 넬리를 의식하면서도 외면한다.
아이히만의 가짜 연극의 피해자가 된 아렌트처럼, 넬리 역시 조니가 제작하는 연극의 공동주연이 되어 그의 배역이 진정한 자신의 얼굴이라고 착각한다. 재산을 차지하려는 목적하에 그들은 연극의 배우이자 관객이 된다. 브레히트는 서사적 연극론에서 관객이 연극을 이해하는 세 단계의 과정을 제시한다. 처음은 연극과 배우를 가장 가깝게 동일시하고, 다음은 관객과 배역을 냉정한 자세로 소외시키며, 마지막으로는 둘 사이의 통합적 인식의 발현으로 연극의 사회적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다. 〈피닉스〉는 연극의 변증법적 작품해석론을 달성한 넬리와, 그렇지 못한 조니를 나란히 세운 뒤 과연 인간은 역사를 딛고 넘어설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그 안에 작지만 강력한 희망을 숨겨놓는다. 계획의 주 무대인 조니의 방은 한정된 공간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등장인물 간의 합으로 연극적 상황을 연출한다. 넬리 본인을 연기해야 하는 넬리는 조니의 상상 속 자신의 이미지를 연기하며 조니의 상상 속 대상에 깊이 이입한다. 넬리의 인식이 바뀌는 순간은 남편이 자신을 고발하고 대신 풀려난 것이라는 의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배역과 끊임없는 소외를 통해 대상과 조니, 그리고 자신에게까지 거리를 둔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 상호 간의 관계와 그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직시하고 억압받는 자신을 발견한 넬리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시퀀스에서 스스로 무대와 관객을 만들어 ‘세 번째 연극’을 거행한다.
조니의 패착은 첫 단계를 의도적으로 건너뛰어 버렸다는 점에 있다. 그는 처음부터 넬리의 재산을 갖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어차피 이만 달러 정도 주고 떠나보낼 생각이었을, 죽은 넬리를 연기하는 이 여자와 깊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배우의 첫 번째 조건인 몰입을 애초에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관객에게는 저 여자는 넬리처럼 보여야 한다. 넬리는 대상화된 본인을 연기하면서도 끊임없이 조니에게 자신이 그의 진짜 넬리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조니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넬리의 존재를 의심하고 인지하면서도 그가 넬리가 아님을 애써 상기해야 하는 이상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하여 이 몰입 없는 연극의 거리 두기를 계속한다면, 세상은 절대 조니의 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마지막 순간, 이 연극에서 넬리는 처음으로 제작자의 자리에 선다. 조니의 극본대로 만들어진 자신의 삶을 자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벗어나, 조니가 지휘하던 연극의 지휘봉을 빼앗아 자신이 깨달은 바를 게스투스적으로 표현한다. 영화 속 연극은 낯선 나와의 대면으로 역사를 직시하게 만든다. 넬리가 전하는 마지막 노래 ‘Speak Low’는 너무 빠른 순간을 한탄하다 어느 순간 너무 늦어버린 시간을 이야기한다. 넬리와 조니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멀어지는 모든 순간을 받아들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이를 성실히 이겨냈고, 다른 한 사람은 피하기만 급급했다. 그리고 커튼콜의 시간은 그렇게 그들에게 다가왔다. 넬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발견하며 조니를 떠난다. 두렵고 낯선 나와의 대면은 지배적 담론에 고착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장면인 마지막 시퀀스는 배우로 하여금 무대 위의 말과 몸짓으로 스스로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자기 반영적 메타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성경 속 욥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에 이유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신은 명확한 근거 대신 믿음이라는 무기로 모든 상황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바꾸는 결정은 너무 신속하고, 예측할 수 없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악은 그렇게 인간의 삶을 어떤 의도도 없이 바꾼다. 욥은 끊임없이 내 삶의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에 관해 질문한다. 하지만 완벽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우연이라는 악이 존재한다. 전쟁 역시 그중 하나다. 인간이 증오와 분노로 같은 인간을 살해하는 끔찍한 행위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주어지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게 마치 자연재해와도 같이 아픔을 남긴다. 한 사람의 얼굴을 바꾸는 선택 또한 레네의 단순한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진다. 피아노를 치던 조니가 마침내 넬리를 알아보는 순간은 그의 노랫소리와 팔뚝의 일련번호, 겉으로 드러난 옷가지나 얼굴이 아닌 감춰져 있던 것들이었다. 자신과 타인, 그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역사를 아우른 후에야 비로소 인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 예를 들자면 상대를 외면할 수 있는 넬리의 용기 같은 것들이 삶에 다가온다. 과거에 매여 현실을 외면한 채 주어진 삶을 바꿔보려 했던 조니에게는 절대 찾아올 수 없는 순간을, 넬리는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며 당당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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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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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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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 보고 싶은 특별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 TOP4!
호기심을 시작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인 영화들이 있습니다. 특히 무한한 상상력으로 기상천외한 공간에 초대해 주는 애니메이션은 독보적인 스토리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마음에 즐거움과 따뜻함을 심어줍니다.
특별한 상상력을 담아 지금껏 본 적 없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의 풍성한 이야기들! 코로나로 지쳐있는 분들을 위해 무의식의 세계부터 꿈속 세계까지 작품마다 고유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 4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 드림팀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모험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1. 무의식의 세계 <인사이드 아웃>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다섯 가지 감정(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감정의 신호를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내지만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고 '라일리' 마음속에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되자 '라일리'의 예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머릿속 본부로 돌아가는 모험을 담아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피트 닥터 감독은 당시 11살이었던 딸의 머릿속과 변화하는 감정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라는 독창적 세계관을 탄생시켰습니다.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하는 신선한 발상은 물론 잊혀진 기억들이 버려지는 ‘기억 쓰레기장’ 등 기상천외한 무의식의 세계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한번 쯤 상상은 해봤지만 눈으로 본 적 없는 세상 이야기를 통해 우리 내면의 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단순한 즐거움뿐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존재 이유에 대한 이해를 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2. 사후세계 <코코>
출처: 네이버 영화
멕시코 전통 명절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코코>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하는 모험을 담았습니다.
사후세계라는 흥미로운 배경에 화려한 색감과 감성적 음악 등 먼저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황홀한 여정으로 어린이층 관객은 물론이고 성인층 관객들에게도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내고 여기에 흥겨운 음악들과 가족애, 꿈을 향한 열정까지 섞이기 어려워 보이는 재료들을 완벽하게 조합해 최고의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3. 태어나기 전 세상 <소울>
출처: 네이버 영화
딸에 대한 관심으로 제작했던 피트 닥터 감독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이번엔 아들 성격의 호기심을 시작으로 탄생된 영화 <소울>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 영화입니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태어나게 된다는 픽사의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누구도 본 적 없고, 상상한 적 없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세계에 저마다 개성 넘치는 영혼 캐릭터들이 등장해 흥미로운 이야기와 볼거리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의 피트 닥터 감독과 함께 캠프 파워스가 공동 연출을 맡았고 <인사이드 아웃>과 <코코> 제작진을 필두로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인크레더블 2>, <토이스토리4> 등 주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높은 완성도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영화 <소울>은 12월 25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현재 코로나 여파로 내년 1월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4. 미지의 꿈속 세계 <드림빌더>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드림빌더>는 자상한 아빠와 귀여운 햄스터 '비고'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소녀 '미나'가 일상의 변화로 '비고'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우연히 발견한 꿈속 세상에서 꿈을 만드는 드림빌더를 만나 '비고'와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동안 본 적 없는 ‘미지의 꿈속 세계’를 담은 영화 <드림빌더>는 세상의 모든 꿈을 만드는 존재들의 비밀스러운 활약을 예고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토이 스토리 2>, <니모를 찾아서> 등 세계 최정상 애니메이션 제작진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모은 이번 작품은 모두가 잠든 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꿈의 세계를 발견한 소녀 '미나'와 드림빌더의 판타지 드림 어드벤처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꿈의 공간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눈길을 끕니다. 독특한 소재와 예측 불가한 전개 속 개성 가득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재미를 예고한 영화 <드림빌더>는 내년 2월 개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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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 시네마틱 뮤지컬
마블 영화는 IMAX로 봐야 영화를 100% 즐길 수 있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혹시 IMAX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Dolby Cinema관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
출처 : 메가박스
단지, 보고, 듣는 영화에 만족할 수 없는 당신을 위해! 드라마틱한 이미지, 입체적인 사운드, 몰입에 최적화 된 공간까지!최상의 영화를 경험하는 단 하나의 시네마!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Dolby Cinema관은 국내에 단, 4곳밖에 없는 사운드 특화관인데요. 스피커 위치 및 개수만 충족하면 비교적 라이센스를 쉽게 받을 수 있었던 여타 Dolby 상영관하고 달리 Dolby사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지켜야만 Dolby Cinema 이름을 걸고 상영관을 운영할 수 있는 특별관입니다. 특히, 각각의 사운드를 객체화 하여 개별적으로 위치시키고 이동시킬 수 있는 사운드 시스템 Dolby Atmos를 통해, 모든 장면을 생동감 넘치게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비롯하여 7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래비티> 역시 최근 Dolby Cinema에서 재개봉하여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죠.
그리고, 10월! 칸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화제작이 Dolby Atmos 기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짜릿한 경험을 선사해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영화일지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10월 27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아네트>는 올해 제74회 칸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화제작입니다. 그 영광의 주인공인 '레오 까락스' 감독은 클래식 영화를 소환해 재해석함과 동시에 영화의 새로운 잠재력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거장인데요. 첫 장편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가 칸영화제에 소개되면서 평단의 극찬 속에 주목받는 감독이 된 후, 두 번째 장편 <나쁜 피>(1986)로 입지를 확고히 한 그는, <퐁네프의 연인들>(1991)과 <폴라 X>(1999), 그리고 201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홀리 모터스>를 통해 관객들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네트>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10월 개최되는 2021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아 내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올해 칸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영화 <아네트>는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가 사랑에 빠지면서 무대 그 자체가 된 그들의 삶을 노래한 시네마틱 뮤지컬 작품으로, 감독만큼 유명한 주연 배우들이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주연과 제작을 동시에 맡은 '아담 드라이버'는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 스타로, 마틴 스콜세지, 코엔 형제, 짐 자무쉬, 노아 바움백, 스티븐 소더버그 등 수많은 거장 감독들의 선택을 받은, 지금 가장 주목받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여러 거장 감독들에 이어 프랑스 천재 감독 레오 까락스의 선택을 받은 아담 드라이버는 시네마틱 뮤지컬 <아네트>를 통해 LA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 역을 맡았는데요. 아담 드라이버는 영화 속 모든 노래를 직접 소화하며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연기를 펼쳐 “최고조에 달한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The Ringer)라는 해외 언론의 평가를 받아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담 드라이버와 연기합을 맞출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역시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 여배우' 인데요.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 영화 <라 비 앙 로즈>를 통해, 아카데미 상은 물론, 영국 아카데미상과, 프랑스 세자르상까지 휩쓴 그녀는,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 등 할리우드와 프랑스를 오가며,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이미 한 차례 노래 실력을 보여준 배우이기에, 이번 영화 역시 매우 기대되는데요.
더불어, 비틀스가 인정한 미국 밴드 스팍스(SPARKS)의 마엘 형제가 영화의 원안과 음악을 맡아 더욱 완성도를 높인 시네마틱 뮤지컬 <아네트>는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회 매진을 기록한 영화 <아네트>는 '사운드'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시사회 역시 Dolby Cinema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줄 영화 <아네트>의 개봉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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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The Band's Visit/2007/이스라엘, 프랑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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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낯 선 하룻밤>
이스라엘 공항에 내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경찰관현악단"은 그들을 목적지로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 버스가 보이지 않자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다.
밴드의 권위적인 리더 투픽은 악단원 중 가장 젊은 할레드에게 버스표를 사오라고 지시하지만 영어가 서툰 할레드는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머뭇거린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엄격한 경찰 분위기를 풍기는 투픽은 한번 내뱉은 말을 거둬들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할레드에게 '경찰을 그만두고 싶냐'며 윽박지른다.
버스표를 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할레드가 영어로 지명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악단은 그만 엉뚱한 마을에 이르고 만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인적 드문 시골 중의 시골.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황량한 들판 뿐이었다.
마을 풍경과 꽤나 잘 어울리는 낡은 자동차를 요란하게 몰며 지나가던 청년들은 악단의 제복을 보고 '장군'이라고 부르며 놀리고 칠 벗겨진 간판의 초라한 가게 겸 식당에 앉은 주민 세 명은 외계인 보듯 이들을 빤히 쳐다보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아침부터 먹은 것이 없어 배가 고팠던 단원들은 무엇이라도 먹어야하지 않겠느냐고 푸념한다. 투픽은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을 죽이고 식당의 여주인 디나에게 이스라엘 화폐를 가진 것이 없다며 먹을 것을 좀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한다. 디나의 친절 덕분에 일행은 다행히 시장기를 면한다. 악단이 내일 공연할 장소는 '파타 티크바'라는 곳의 '아랍문화센터'였는데 그들이 내리고 떠나보낸 버스는 막차였다.
악단의 딱한 사정이 마음에 걸린 디나는 그녀의 집과 동네 청년 두 명의 집에 단원들을 분산시켜 하룻밤 머물게 해준다. 그렇게 이집트인들과 이 동네의 이스라엘인들은 낯 선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가간의 관계가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세 가정으로 흩어진 두 나라의 사람들은 서툰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밤을 보낸다.
디나는 투픽과 할레드를 집으로 데려가 어떻게든 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변변한 것 없이 쇠퇴한 마을에서 그녀는 지루하고 외로운 날들을 견디고 있었던 것. 그녀는 투픽에게 마을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한껏 차려입고 나서고 할레드는 이웃 청년 파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블데이트에 끼어든다. 시몬 등 다른 단원들은 아브럼의 식탁에서 서먹서먹한 교제를 나눈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숙맥 파피의 데이트를 돕는 할레드, 썰렁한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공원의 모습을 상상하며 투픽과 이야기를 나누는 디나, 자신이 작곡한 짧은 미완성 곡을 연주하는 시몬과 큰 기대를 품고 귀를 기울이는 아브럼 가족의 표정 등은 예기치 못했던 두 나라 사람들의 난처한 상황을 지우고 이제 막 사귀기를 시작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다음날 아침, 이집트대사관에서 보낸 버스를 타고 이들은 여행이 예정되로 진행되었더라면 결코 들리지 않았을 작은 마을을 떠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여 관객들 앞에서 아름다운 공연을 펼친다.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은 타국에서 실수로 난처한 경험을 하게 된 이집트 경찰악단의 어색한 하룻밤을 그려낸 로드무비라고 하겠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어지게 마련. 그러나 '낯설다'는 말은 어쩌면 '특별하다'고 바꾸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열 명 남짓한 이스라엘 어느 작은 마을의 주민들과 그 비슷한 수의 이집트 경찰관현악단이 경험한 특별한 하룻밤을 통해 영화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누구든 실수를 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엉뚱하고 낯선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좌절하거나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러지 않았다. 디나와 그녀의 이웃들은 어려움을 당한 이방인들에게 형편이 허락하는대로 친절을 베풀었고 이방인들은 감사함으로 그들의 친절을 받았으며 스쳐가는 만남에 진심을 담았다.
하룻밤의 만남 가운데 드러나는 미숙한 청년기의 묘사가 웃음을 짓게 하고 서툰 영어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는 부부의 갈등, 못다 이룬 꿈을 향한 성실한 노력, 옳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자책 등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고민을 지니며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인생을 한여름 무더위에 비유한다면 한줄기 바람처럼 은근한 위로를 선사하는 영화이다.(©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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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오브데드" 리뷰(*스포없음) - 예고편만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네요
-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아미오브데드리뷰 #아미오브데드 #아미오브데드_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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