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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6-07 16:21:25

<소울메이트>는 왜 소설이 아닌 그림을 선택했을까?

<소울메이트> 리뷰

반가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소울메이트>가 원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어떤 부분을 이어받았고, 어떤 부분을 달리 가져갔을까? 그 답을 찾듯 민용근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다미, 전소니가 출연한 <소울메이트>를 확인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풋풋하고 싱그러운 그 시절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리고 원작에는 없는 사진 같은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다. 감독은 왜 그림을 선택했을까? 

 

 

 

 

1988년생 두 소녀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곁에 없으면 안 될 둘도 없는 친구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영원이란 건 없나 보다. 하은이에게 첫사랑 진우(변우석)가 생기면서 이들은 서서히 다른 길을 간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미소는 제주도를 떠나 도시로 나가 살고, 차분한 성격의 하은은 고향에 남아 안정된 삶을 꾸린다.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함께 여행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너무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태생적으로 <소울메이트>는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민용근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첫 포문을 여는데, 바로 그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사실주의 초상화다. 원작은 출판사 직원이 칠월(마사순)이 쓴 인터넷 소설 판권을 구매하기 안생(주동우)을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울메이트> 또한 인터넷 소설이 아닌 초상화로 변경해 같은 맥락으로 진행한다. 두 영화 모두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각각 안생과 미소를 만나지만 당사자를 모른다는 답변만 오간다.

 

소설과 그림 모두 이들의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원작은 소설처럼 우리가 몰랐던 칠월과 안생의 지난한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고, <소울메이트>는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마주하되, 그림처럼 찬란하고 순수했던 이들의 순간과 감정을 전한다. 감독은 이젠 사라진 과거의 모습과 이미지를 복원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이들의 청춘을 되살아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초반, 미소와 하은의 빛나는 10대 시절은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미로 가득하다. 청춘을 상징하는 여름이란 계절, 푸른 바다, 돌담길, 숲길 등 제주도를 배경으로 청량미 가득한 영상들이 수를 놓는다.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펌프, 캔모아 카페, MP3, 디카 등등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도 등장하며 감성을 톡 건드린다. 

 

후반부로 넘어가며 내용상 밀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이를 상쇄시키는 건 그림이다. 친구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열등감이나 질투, 원망 등의 감정을 텍스트가 아닌 그림으로 표현한다. 스케치북, 캔버스뿐만 아니라 벽지에도 그림을 그리며 각 상황에 처한 감정을 전하는데, 이는 원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라 새롭게 다가온다. 

 

 

 

 

감독이 그린 스케치에 각기 다른 색을 덧칠하며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건 역시나 김다미와 전소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청춘영화답게 그 시절 아름다운 10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미묘하고 위태로운 감정선을 눈빛과 표정으로 잘 보여준다. 동굴에 다녀온 후, 미묘한 감정의 기류가 느껴지는 장면, 부산 여행 저녁 식사 장면, 후반부 욕실 장면 등은 두 배우의 시너지가 빛을 발한다. 특히 너무나 가까워서 너무 잘 아는 친구일수록 상대방을 무너지게 하는 비밀을 알고 있는데, 부산 여행 식사 장면에서 그 부분을 건드리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 그리고 호텔 엘리베이터를 문을 사이에 두고 헤어지는 모습 등은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애증의 관계를 감정적으로 잘 전달한다. 

 

 

 

시작을 그림으로 했듯이 영화의 마지막 또한 딸과 함께 자신이 그려진 초상화를 미소의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미소는 이 초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거 “똑같이 그리다 보면 마음이 보여”라는 말을 곱씹으며 사진처럼 그림을 그리는 하은이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아니면 삶에서 가장 빛났던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미소는 제주도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는 하은이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관객 또한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보며 과거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까?

 

사진 제공: NEW

 

평점: 3.0 /5.0

한줄평: 너와 나의 찬란했던 순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돌아보다!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log.naver.com/anqlepdl/22304695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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