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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6-14 13:30:34

이토록 무해하고도 진실된 자작극!

영화 <다우렌의 결혼> 리뷰

‘어떻게 결혼을 가짜로 해?’ 다큐를 완성하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올리는 영화 <다우렌의 결혼>을 보면 이 말이 나올 법하다. 다큐를 찍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간 조연출이 신랑 행세를, 그 마을 처녀가 신부 행세를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거짓 결혼에 하객들은 진심으로 이들의 행복을 축하한다. 중요한 건 카메라에 담긴 모든 이들의 모습이 진짜 행복해 보인다는 점이다. 어쩌면 가짜처럼 느껴지는 건 카자흐스탄의 믿을 수 없는 자연 풍광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이주승)는 비행길에 오른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결혼식을 찍어오면 입봉 기회를 준다는 말에 이 프로젝트를 덥석 문 것. 하지만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함께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그는 첫 시작부터 삐거덕거린다. 현지에서 만든 연출 유라(박루슬란)는 촬영을 하기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찍기로 한 고려인 결혼식은 늦게 도착해 기회를 날려버린다. 연출자도 없고, 제작비도 떨어져 가는데, 제작사는 어떻게든 찍어오려고 말할 뿐. 승주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이들은 유라의 삼촌 게오르기(조하석)가 있는 마을로 향하고, 그곳에서 가짜 결혼식을 준비한다. 

 

 

 

<다우렌의 결혼>은 진짜를 찍고 싶은 한 남자가 가짜 결혼식을 만들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심의 힘을 깨닫는 내용이다. 승주는 찐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하청으로 받은 해외 영상에 가짜 이름을 지어내는 현실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입봉의 꿈을 놓지 않는다. 비루한 현실에 봉착했어도, 심지어 이국땅에서 가짜 결혼식을 만들고 직접 신랑 역을 할 정도로 그에게 꿈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놓친 게 하나 있다. 진심을 담는 방법이다. 극 중 제작사 대표에게 자신이 만들려는 다큐 <갈치의 꿈>을 피칭하는 장면이 나온다. 새끼 갈치가 어른 갈치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담아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에 대표는 생김새가 비슷한 새끼 갈치를 어떻게 알아보고 어른이 될 때까지 담을 거냐고 반문한다. 그만큼 현실화가 어렵다는 말인데, 이는 진짜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전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답을 하는 것처럼 승주는 가짜 결혼식을 촬영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진심을 담는다면 아무리 거짓으로 포장된 자작극이라고 할지라도 보는 이들에게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말 그대로 감독은 승주를 통해 겉이 아닌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가짜 신부 역할을 하는 아디나(아디나 바잔)를 통해 비춘다. 카자흐스탄에서 주목받는 양궁선수였지만, 아픈 엄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사는 그녀는 자신의 꿈처럼 살지 못한다. 어쩌면 아예 마음을 접은 상황. 하지만 가짜 신랑인 승주와 연을 맺으면서 잊고 지냈던 꿈을 되살린다. 지금은 자신이 그리던 삶과 다른 가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간 진짜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가짜 신랑이지만 승주가 지닌 진심이 가닿아 그녀를 변화시킨 것이다. 

 

 

 

그 변화는 아디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너무나 착하고 순박한 마을 사람들은 이 결혼식이 진짜라고 생각하며 승주와 아디나를 축복한다. 그리고 결혼식에 참여해 행복하게 살라는 말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흥겹게 춤을 춘다. 그 순간 이 결혼식은 진짜가 되고, 승주의 진심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진심이 이들을 엮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야기 자체는 허술하다. 다큐를 완성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승주는 매번 난관에 봉착하지만, 고민에 비해 쉽게 해결된다. 승주와 아디나의 감정 교류도 미흡하고, 난데없이 등장하는 멧돼지 사냥 장면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하지만 큰 고민 없이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감사하며, 친한 사람들과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처럼, 관객 또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 분위기에 동화된다. 

 

 

 

 

이주승, 구성환 콤비는 영화의 분위기를 전하는 안내자를 자처하는데, 이주승은 극의 중심을 잘 잡아나가고, 구성환은 마을 사람들처럼 잘 먹고 잘 쉬는 모습만으로 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힐링 되는 카자흐스탄의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의 표정은 이내 마음을 정화시키며, 전통 음식과 결혼 풍습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극 중 승주가 가짜 결혼식을 하기 위해 선택한 카자흐스탄 이름은 다우렌이다. 이 의미는 바로 ‘행복한 시간’. 이토록 무해하고도 진실된 자작극을 따라가다 보면 단어 그대로 행복한 시간을 마주할 것이다. 

 

사진 제공: ㈜트리플픽쳐스

 

평점: 2.5 / 3.0

한줄평: 이토록 무해하고도 진실된 자작극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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