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4-06-15 20:14:33
인간 엘리자베스를 궁금하게 만들다
영화 <퀸 엘리자베스> 리뷰
인간 엘리자베스를 궁금하게 만들다
영화 <퀸 엘리자베스> 리뷰
감독] 로저 마첼
출연] 엘리자베스
시놉시스] 우리는 여왕을 사랑하며 자랐습니다(비틀즈 폴 매카트니).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머무른 퀸 엘리자베스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다.
#스포일러 유의#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다
영화 퀸 엘리자베스는 총 4개의 큰 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군주의 존귀함, 두번째 군주의 책무, 세번째 군주의 중압감, 네번째 군주의 영욕. 그 안에도 각각 5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엘리자베스가 공주이던 시절부터 군주가 되었을 때의 모습까지 조각조각 그 테마에 맞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초반 에피소드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어쩌면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 그녀를 신성시 만들고 영웅화하는 일종의 미디어적 작업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왜냐면 초반 에피소드는 언제나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주, 군주로서의 모습들이 위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퀸 엘리자베스는 그렇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드레스덴 공습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 당시 영국 왕실에 대한 대대적인 비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감한 소재 역시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조각 뿐만 아니라 치욕스럽고 절망스러운 순간의 조각까지 영화 엘리자베스는 곳곳에 배치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생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였음을 더욱더 잘 드러내고 있었다. 긍정적인 조각, 부정적인 조각, 어쩌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수 있는 여러 조각들이 뭉쳐 하나를 이룬 엘리자베스 여왕을 그리고 있었고,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존재가 아닌 인간이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여왕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 엘리자베스는 어땠을까?
영화 퀸 엘리자베스는 일반적인 인물 다큐멘터리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보통 일대기적인 흐름을 보여주곤 하지만 영화 퀸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시공간을 이동한다. 공주 시절이었던 흑백의 영상이 나왔다가 갑자기 할머니가 된 엘리자베스가 나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젊은 엘리자베스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사실 영국 국민이 아니기에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게 시공간이 튀는 작품을 보다보니 따라가는 데 초반에는 급급했었다. 하지만 길어야 2분 남짓의 조각들이 연이어서 붙여진 영상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인간 엘리자베스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조각 이야기 사이에 보여지지 않은, 군중들에게는 공개될 수 없었던 인간 엘리자베스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녀의 인생을 살아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엄청나게 찾아왔다.
특히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그리는 장면에서는 영화 스펜서가 떠올랐다. 영화 스펜서에서도 어찌보면 강압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왕실 규칙에 갑갑함을 느끼며 왕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다이애나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 퀸 엘리자베스에도 간간히 보이면서 다이애나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되면서도 공주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왕실의 교육을 받긴 했지만 과연 같은 여성으로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 정말 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엄청나게 자극시킨 작품이었다. 특히, 이런 호기심이 강하게 느낀 것은 후반부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되었을 때까지 외국 순방을 나가거나 영국 국민을 마주할 때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설 때 그녀는 언제나 그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내내 보면서 그 웃음 뒤에 가려진 고통이 언뜻언뜻 보이곤 했는데 그럼에도 그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그 왕관의 무게를 너무나도 잘 버텨낸 여성이구나 싶으면서도, 인간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이젠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영화 퀸 엘리자베스는 엘리자베스의 여왕의 일대기를 여러 조각을 통해 보여주면서 조각 사이의 여왕의 인생은 어땠을지 궁금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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