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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규2024-06-24 23:56:47

[인사이드 아웃2] 감정도 처음이다

불안함 덕분에 나만의 기쁨을 알았다


[인사이드 아웃2]

 

 

이야기에 앞서

금일 검색 기준국내 관객 수 352만 명을 동원했다아무래도 500만 명을 동원한 전작을 넘어서는 후속작이 탄생할 것 같다인사이드 아웃흥행은 비견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마블 영화는 물론이고위시까지 흥행 실패를 겪은 디즈니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내년 봄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서 라일리의 꿈을 만드는 드림 프로덕션에 대한 스핀 오프도 나온다고 한다한편으로는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흥행은 곧 감정에 대한 공감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우리는 라일리가 겪는 작은 행동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함께 자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특히 이번 속편에서 억눌린 감정들과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나만의 비밀은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달라는 욕망을 해소한다영화관에 두 번 방문했는데처음과 두번째 모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이 든 어르신까지 자리하고 계셨다전 세대와 인종을 신경 쓰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는 언제나 경이롭다메소포타미아 문명 시절부터 이미 인간의 감정은 중요한 소재였다여전히 우리는 감정을 알아가는 중이다.

 

상상력

불안은 막연한 상상에서 시작한다극 중 라일리가 고등학교 하키 캠프에 방문해 자신의 우상 같은 선배를 만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불안이가 다른 감정들에게 인사를 건넨다사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정신력이다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천천히 발생하거나 길러진다우리는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서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수기를 작성한다상상력의 놀라운 점은 정말 터무니없는 내용이라도 가능하다는 점이다문자 그대로내 마음대로 만들어도 괜찮다그러나 상상력은 이따금 우리를 너무나 불행하게 만든다영화에서도 잠깐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되는 말이 있다불안이가 다른 다섯 감정을 억압하려고 보내는 순간, ‘졸업하고아니면 평생나도 모르겠어그럼 안녕!’이라고 말한다정작 불안조차도 얼마나 자신이 오랜 시간 불안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이윽고 상상력을 통해 주인공 라일리가 실패하거나 다치거나 절망하는 장면을 만든다상상력 덕분에 우리는 위험이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아이러니하지만 상상력 때문에 우리는 일어나지 않은 위험이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멈출 수 없는 불안함은 이윽고 감정의 폭풍으로 자라난다.

 

 

따분당황 그리고 분노

영화를 보며 재밌던 부분이 참 많았다. ‘라일리’ 스스로 당황스럽거나 부끄러운 상황으로 몰리면 따분이가 등장해 자학개그를 하며 상황을 타개한다문제는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대화는 내면의 상처(계곡)를 만든다는 점이다다시 처음부터 상황을 짚고 넘어가자면, ‘따분이가 라일리의 감정을 대변하는 장면 대부분이 라일리’ 스스로 진실한 감정이나 솔직한 이야기를 기피하는 순간이다나에게 솔직하지 않은 행동은 곧 상대에게 거짓을 고하는 것이고그것이 얼마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재치 있고 유쾌하던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영어 표현으로 장난치는 단순한 해석을 떠나서 따분함과 자신을 속이는 건 다르니까 말이다.

 

팟캐스트에서도 언급했만재미를 떠나서 나에게 감동을 선사한 장면도 존재한다. ‘슬픔이가 본부로 몰래 잠입했으나 당황이가 그것을 발견하고 갈등 끝에 오히려 슬픔이를 도와주는 장면이다어딘지 모르게 내 마음속 당황이가 이 장면에서 울컥하고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꼈다아이들 영화니까 당황이라고 표현하지영어를 해석하면 부끄러움이라고 읽을 수 있다사람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비로소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따지면 얼굴 빨개지고말도 못 하고어딘가로 숨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생기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개인적으로 나는 언행 자체가 실수도 잦고특정한 순간에 눈치도 없는 사람이다그렇다 보니 스스로가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경우가 많다그러나 수치심을 겪었기에 다음 행동을 조심했고다른 사람의 감정을 생각할 수 있었다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보다 당황해서 진땀 흘리고 동공이 흔들릴 줄 아는 바보이고 싶기도 하다.

 

사춘기를 맞이한 라일리를 영화 전체가 비유해서 그런지 모르지만이번 작품에서 분노버럭이가 눈에 보이는 장면이 많았다작은 생각이나 적은 외부의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내는 사춘기를 표현했다 생각한다모험을 떠나는 중에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짜증을 부리는 모습은 어딘가 귀여웠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분노는 억압된 감정 일행이 거대한 장벽에 막히거나 문제를 맞닥뜨릴 때 진가를 발휘한다먼저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 기쁨이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기쁨이의 억압을 터트려주는 결정타를 날린다다음으로 본부로 복귀할 수 없는희망이 없어진 상황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존재도 분노였다영화는 분노가 누군가를 해할 때 생성하는 감정이 아니라 일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라고 설명한다우리는 잘못된 일을 맞이할 때스트레스를 받고 곧 짜증이 몰아친다곧 문제가 해결하면 짜증은 사라지고 맑은 경쾌함을 느낀다해결의 열쇠는 언제나 올바른 분노에서 나왔다.

 

 

전부 다 라일리

영화를 관람한 모두가 잊던 사실이 존재한다이미 많은 분이 눈치채신 사실이기도 하다영화에 등장한 당황분노불안기쁨까칠함부럽슬픔따분함두려움’ 아홉 가지 감정은 모두 라일리’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제각각이 라일리의 기쁨이자 라일리의 슬픔이다아홉 명의 라일리가 서로 대화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겠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감정이 없어져도 라일리’ 본체는 존재한다는 점이다이것은 무서운 사실이다전쟁터에서 자란 아이는 기쁨 대신 불안과 슬픔을 먼저 만났을 것이다사람과 상호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에게 당황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을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당신은 인류가 느껴온 감정을 모두 경험하고 살고 있는가만약, ‘라일리가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면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영화는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을 억압한다고 설명한다본편과 반대로 불안이나 부러움을 억압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결국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둔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아쳐 자아에 영향을 준 것 같이억압한 불안은 곧 다시 거대한 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나아가 흥미로운 점은 각 감정 모두 라일리이기에 서로 닮은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캐릭터를 구성하는 색을 서로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증거다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이 존재하듯기쁨이의 머리는 슬픔이의 색깔이다까칠함 속에는 외부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져 있음을 색감으로 알 수 있다감정들이 서로 의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라일리’ 스스로 고민하며 미래를 나아가는 것과 동일하다는 의미다.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다

영화 연출적으로 감탄한 순간은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장면이다불안함에 친구들을 멀리하고부러움에 눈이 멀어 뛰어난 선수로 보이기 위해 발악하던 라일리가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까지 무너진 이후다그동안 억압했던 감정들이 다시 본부로 복귀하며 불안하기에 만들어버린 또 다른 자아가 무너진 순간이다그것은 어린아이가 소녀로 자라는 굉장한 인생의 시점이다살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던 자아가 어쩌면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의심을 했고불안함에 밤새 잠을 못 자는 경험을 한다영화는 라일리가 고안한 자학적인 요소를 이렇게 해결한다친구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이 장면에서 영화는 라일리의 감정이 아니라 라일리’ 그 자체를 화면에 담는다그 어떤 감정이 라일리를 조종하거나 대변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우리는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며 여러 감정을 목격한다우리는 일련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상황에 따라 어떤 감정을 선택할지 결정한다그러나 매번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격정적인 황소는 아니다. ‘라일리가 스스로 차에서 내리기까지 슬픔을 참았던 것처럼우리도 감정을 절제하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라일리가 감정에서 울어 나오는 못난 고백이 아닌마음 속 깊숙이 감춰둔 진심을 드리우는 장면인 것이다놀랍게도 이 장면 이후라일리는 스스로 기쁨이를 부른다내가 좋아하는 것내가 지금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감정에게 돌봄 받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감정을 제안하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픽사는 매번 잊고 지내던 삶의 진실을 우화로 아름답고 유쾌하고 풀어간다우리가 어른으로 자라나며 쉽게 잃어버린 장난감과 상상 속 친구를 기억나게 만든다실화가 아님이 분명하지만어느새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캐릭터를 창조해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이윽고 충분히 서사가 쌓이면 경이로운 장면으로 캐릭터에게 안녕을 고하며 이것이 삶이다그럼에도 나아가라.’는 한겨울의 난로 같은 조언을 남긴다설령 소중한 이를 잃거나 놓쳐버린 괴로움에 갇혀 버린다고 하더라도희망은 늘 존재하며 세 잎 클로버가 늘 곁에 머문다고 말한다이번 인사이드 아웃2를 관람하며 처음에는 상영관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조용해지는 것을 목격했다어딘가 쓸쓸함이 묻어 있는 어른들도 남몰래 훌쩍이는 것을 들었다동화를 어설프게 각색하며 공감을 바라는 것보다모두가 알고 있으나 잊어버린 동심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다시금 느꼈다우리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우리 안에 감정은 무수히 많은 폭풍과 변화 그리고 억압을 당하며 살고 있다이 영화를 관람하며 조용히 내 안의 감정에게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누구나 언제고 나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아직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은 본 작품을 관람하고 영향을 받을 것이다우리가 그래왔듯 말이다.

 


작성자 . 양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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