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6-30 23:43:23
패션이라는 노동의 세계
디올 앤 아이

#디올 #오트쿠튀르 #라프시몬스
먼저 자기반성? 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패션에 관심이 있었지만 패션에 탐닉할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란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은 가져야 하지만 그 정도가 명품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사람을 천박한 허영심의 노예로 바라보게 된다고 믿어왔다. 결국 나는 명품 브랜드라는 존재에 대해서 하나쯤은 갖고 싶지만 사람의 허영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으로 폄하하면서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디올 앤 아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명품 브랜드에 관한 상반된 감정 중에서 전자, 브랜드에 대한 동경 때문에 내면 속 허영심을 자극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낯선 인물이 등장한다. 라프 시몬스. 패알못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들어 라프 시몬스를 검색한다. 오호, 질 샌더 디자이너였군. 그럼 질 샌더는 무슨 브랜드이지? 패션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모른다는 사실을 통감한 채 검색을 포기하고, 영화를 계속 본다. 보다보니 이 영화, 잘 골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오트쿠튀르의 정신
Ready to wear, 남자 기성복만을 만들어온 라프 시몬스에게 디올 오뜨꾸뛰르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Haute Couture, 고급 맞춤복을 만드는 컬렉션을 기성복을 만드는 과정과 결코 같을 수가 없다. 귀족, 부르주아 상류층을 위해 존재해왔던 오뜨꾸뛰르가 산업 혁명을 거쳐 일반인들을 위한 패션, 즉, 대량생산이 가능한 패션인 기성복 라인과는 옷을 만드는 목적과 방식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라프 시몬스의 작업 방식은 영화 초반까지도 "For only one"을 위한 의상이 아니라 "For every people"이었기 때문에 수석 디자이너가 고객 때문에 파리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상황을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개인에게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오뜨꾸뛰르의 정신은 돈을 많이 써주는 고객에게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한 고객이 쓰는 어마어마한 돈에는 오뜨꾸뛰르가 제공하는 익스클루시브, 특별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대우 속에는 '당신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오뜨꾸뛰르의 예술성을 누리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일반인들을 왕따시키는 개념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인식 속에서 라프 시몬스가 해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오뜨꾸뛰르의 원동력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직원들은 진정 예술가로 인정받을 만하다. 모든 컬렉션을 총괄하고, 구상하는 역할은 라프 시몬스가 담당했지만 라프 시몬스가 구상한 옷을 물리적으로 표현해주는 사람들은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재봉사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이 2D의 그림을 3D의 현실로 구사해내는 과정을 보면, 신의 손은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컬렉션이 끝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디자이너에게 쏠리게 되지만 실제적인 노고는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의문점이 들었던 것이, 그들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표현해내고 싶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디올의 오뜨꾸뛰르 작품들은 라프 시몬스만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올 하우스의 모든 직원들이 감성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알게 된 이후부터는 그 궁금증이 사라지게 된다. 작업 과정 중에서 개개인의 감각이 녹아있는 옷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디올 하우스가 유지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디올 하우스의 직원들이 디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3.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이 영화 속에서 나레이션으로 크리스찬 디올의 자서전의 대목들은 라프 시몬스의 상황과 묘하게 일치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총괄자로서 직원들을 채찍질해야 하는 라프 시몬스의 상황이 아주 오래전 크리스찬 디올이 느꼈던 감정과 일치하곤 한다. 이런 감정은 이 둘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모든 창작자들의 감정과도 동일시될 것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의 "샴 쌍둥이"라고 표현한 내면적 자아와 사회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아로 자신의 자아를 분리시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영화 속 라프 시몬스의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내면적인 자아와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교계 인사로 남아야만 하는 상황을 대비시키다 보면 이 상황은 결국 예술가들이 맞이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이런 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얼핏 보면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둘 만이 비슷한 고뇌를 공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내 진짜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좀 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일 뿐.
하지만 비싼 가방을 드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듯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마케팅의 노예가 되는 것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명품 브랜드는 비싸다는 이유로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나 비싸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사람들 모두 하나의 옷을 만드는 데에 드는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느껴보라고 권유하는 의미에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명품에는 사실 크게 관심없고, 저렴하고, 알뜰한 쇼핑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사실 이 영화 안 봐도 될 것 같다. 눈 호강하겠다는 의미로 본다면 또 모르겠는데, 눈 호강은 사실 막판 10분 정도가 전부라서 크게 재밌는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이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은 마케팅을 탓해야지 디자이너를 비롯한 아뜰리에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컬렉션 작품을 볼 때,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보듯 해석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듣는 예술, 보는 예술, 먹는 예술을 넘어 입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입는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드는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오뜨 꾸뛰르 아뜰리에에서 요구하는 비싼 가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는 늘 생각해요. 디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들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아뜰리에라고. 디올 하우스의 모든 보배가 모든 소중한 뿌리가 아뜰리에에 남아있죠. 40년 또는 44년 동안 여기서 일하신 재봉사들도 계십니다. 함께 어울리고 서로 소통하고 그렇게 풍요로워지는 거죠."
디올 앤 아이 중에서
Relative contents
-
- <인어공주>,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 촬영 예정
-
알앤비 가수 할리 베일리가 ‘에리얼’ 역으로 출연하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촬영이 수정처럼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롭 마샬 감독을 포함한 <인어공주>의 제작진들이 몇 주 안에 사르데냐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촬영은 런던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사르데냐 섬의 북쪽 해안에 있는 산타 테레사 디 갈루라의 작은 해변 마을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은 매우 깨끗하고, 바위로 가득한 해안가뿐만 아니라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유명한 곳이라고 알렸다.
사르데냐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어공주>의 촬영은 올해 초여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또한, <인어공주> 촬영을 위해 300여 명의 제작진이 총 3개월 동안 이 섬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전했다.깨끗한 자연과 ‘누라게’라고 불리우는 신비한 고대 돌탑이 어우러진 이 섬의 꿈같은 풍경을 지닌 사르데냐 섬은 이미 고전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와 조지 클루니 감독의 TV 시리즈 <캐치-22>(2019)의 촬영이 이루어진 곳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는 2020년 멜로 영화 <가질 수 없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갤 가돗, 드웨인 존슨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의 <레드 노티스>에도 나오는, 세계적인 작품들의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로케이션인 셈이다. 자연 친화적인 정신에 따라, 사르데냐 섬에서 촬영된 작품들은 소위 ‘그린 세트 프로토콜(Green Set protocols)’을 존중하도록 만들어진다고 한다.
<인어공주>는 2020년 제작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촬영지 지연되었다. 인간을 꿈꾸는 인어공주 ‘에리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를 제외하고, 멜리사 매카시가 ‘우르슬라’ 역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트리톤 왕’ 역으로, 조나 하우어-킹이 ‘에릭 왕자’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영화에는 아카데미 4회 수상에 빛나는 작곡가 앨런맨킨과 <해밀턴>으로 유명한 린-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Moon
-
- 장점을 잃어버린 리부트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음모를 접한다. 초현실적인 공포스러운 존재부터 시작해서 정부나 기업이 어떤 음모로 세상에 나쁜 짓을 한다는 식의 여러 가지 떠도는 이야기들을 접한다. 그런 이야기는 일단 흥미롭고 재미있다. 우리는 어떤 일 이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한 증거나 자료가 있지 않으면 그 이야기의 빈 곳을 채워 넣으려 노력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음모다. 작은 추정으로 시작한 그 이야기는 조금씩 세밀해지면서 음모론으로 점점 발전한다. 사람들은 이런 음모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좋아한다. 무서운 공포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꿰뚫어 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요소가 된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라쿤시티>는 좀비물과 음모론을 뒤섞어 만든 액션 스릴러다. 주인공 클레어(카야 스코델라리오)와 크리스(로비 아멜) 자매는 부모를 사고로 잃은 후 라쿤 시티의 고아원에 맡겨진다. 제약 회사인 엄브렐라가 깊이 개입하여 관리되는 라쿤 시티에서 자란 자매는 함께 지내다가 클레어가 그곳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어 따로 생활한다. 영화는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클레어가 다시 라쿤 시티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포 액션 게임을 다시 리부트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라쿤시티>
클레어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졌던 인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의심이 많은 인물이고, 진실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오빠인 크리스조차 클레어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가장 소외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다시 어린 시절 아픔이 있는 도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고아원에서 경험했던 미스터리를 확인하러 가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오빠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도 있다. 그저 외면하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엄브렐라라는 거대한 제약 회사가 운영했던 라쿤 시티의 음모는 그를 더욱더 빠르게 그곳으로 끌어들인다.
영화에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한다. 경찰서 신입인 레온(애번 조지아)과 베테랑 형사 질 발렌타인(해나 존 케이먼), 웨스커(톰 호퍼) 등이 크리스와 함께 경찰 팀으로 등장한다. 사실 이 인물들은 모두 1996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게임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게임 [레지던트 이블]은 공포물과 음모론으로 이야기 뼈대를 만들고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을 결합시켜 만들어진 인기 시리즈다. 당연히 각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레온, 질, 크리스, 클레어는 꽤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이고 이번 영화에서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준다.
캡콤에서 제작된 이 게임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각종 게임기의 콘텐츠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좀비물이 좀 더 대중화된 인기를 끌면서 액션과 미스터리를 함께 즐기려는 게이머들은 계속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2002년에 개봉했던 <레지던트 이블> 은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적절히 살리고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라는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였다. 게임 원작의 첫 번째 영화였던 1편은 게임의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게임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편의 성공으로 시리즈는 6편까지 이어졌고 앨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 시리즈인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이 2017년에 개봉한 이후, 여전히 게임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게임 시리즈의 영화화가 계속되는 것은 이 시리즈를 영화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영화화가 게임 속 주인공들을 주변 인물화 시켰다면 이번 리부트 작품은 게임의 주인공들을 실제 영화의 주인공으로 택했다. 또한 영상의 분위기와 음악을 게임과 거의 비슷하게 넣어 좀 더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원작 게임을 잘 살렸지만, 기존 영화 시리즈에 비해 아쉬운 완성도
음모의 단서를 찾아가는 클레어를 중심으로 각기 흩어져 있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주면서 이들이 결국 한 곳에 모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이전 영화 시리즈에 비해 액션의 양을 대폭 줄이고, 미스터리와 공포 효과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 이 부분도 사실은 좀 더 원작 게임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과장된 액션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액션 장면들이 화면에 그려진다.
이렇게 원작 게임의 분위기에 거의 맞추려는 노력은 이 영화 시리즈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없애버렸다. 화려한 볼거리인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사라졌고, 한꺼번에 모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서사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알기도 전에 죽음을 맞거나 제대로 묘사되지 못한다. 또한 영화가 숨기고 있는 엄브렐라의 미스터리도 이미 모든 관객들이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기 때문에 음모론으로는 영화적 긴장감을 지속시키기는 어렵다. 게임에 등장하는 좀비 괴물이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괴생명체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보스의 모습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들과 벌이는 대결이나 액션 장면은 너무 밋밋하고 단순해서 무척 대단한 외모를 그저 보여주기용으로만 소비하고 만다.
영화에서 클레어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이전 시리즈인 밀라 요보비치에 이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을 맡았다. 그는 직전 작품인 <크롤>에서 악어와 대결을 벌리고,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도 좋은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레지던트 이블:라쿤 시티>에서 그는 액션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그렇다고 엄브렐라의 음모를 완벽하게 파헤치지도 못한다. 그만큼 그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장면도 전혀 없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인물이 없다.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은 기존 모습과 다소 달라졌다. 어눌하게나마 언어를 구사하고,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만약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과거 영화 시리즈처럼 액션이 보강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만약 다음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모든 인물을 중심에 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들에 집중하여 서사를 풀어간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리뷰>
-
- 넷플릭스 영화 음양사: 청아집 / 중국영화
우리나라의 <승리호>와 같은 날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중국영화 <음양사: 청아집>을 봤다.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음양사>는 일본의 유명한 소설이자 만화인데,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은 조금 흥미롭다.
(물론 일본에서도 이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중국 배우는 잘 모르는데, 주연을 맡은 인물들은 중국에서 인기 높은 스타들이라고 한다.
CG로 만들어진 특수효과는 <승리호>에 비교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승리호>가 흥행면에서 완승한 것으로 보인다.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지만, <음양사>의 팬들을 제외하고는 <승리호>가 더 인기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Positive.
1. 유명한 <음양사>가 원작이다.
음양사의 팬이라면 각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에 즐거울 것이다.
2. 세트와 의상은 화려하고 멋지다.
의상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CG와는 달리 훌륭하다.
3. 범인을 추리하는 듯한 구성을 가볍게 표현하고 있어서 잔재미를 준다.
추리하는 과정이 나오는 단계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다.
4. 청명과 박아 사이의 브로맨스가 재미를 준다.
능글맞은 청명과 고지식한 박아 사이의 옥신각신이 영화 내내 잔재미를 준다.
청명이 시종일관 박아를 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둘의 호흡이 괜찮다.
청명보다는 박아가 훨씬 매력적이다.
5. 법사들이 서로를 상대방을 염탐하는 장면은 가볍고 유머가 있어 좋았다.
| Negative.
1. 이야기가 중간중간 늘어지고 불필요한 장면이 많이 보인다.
느슨한 진행은 지루함을 준다.
2. 재앙의 뱀과의 대결 장면은 하이라이트임에도 너무 유치하다.
긴장감도 없고 새로움도 없고,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도 없다.
3. 등장인물들의 능력이 너무 약하다.
수호신이라고 나오지만 사실상 청명의 부하들인 식신들이 멋진 등장에 비해 너무 약하다.
재앙의 뱀과 대결하기에는 음양사인 청명이 너무 약하다.
나중에 청명의 식신이 되는 박아 모습의 주작도 주작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약하다.
4. 2020년 영화라고 하기에는 CG가 많이 유치해 보인다.
5. 중국 버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름도 중국식으로 나와서 원작 팬들에게는 어색할 것 같다.
| 총평
유치한 특수효과, 지루한 전개,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장면들이 재밌는 요소를 모두 먹어버렸다.
다만, 음양사 팬이라면 청명과 박아 캐릭터를 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음양사: 청아집 평점 5.5 (작품 6, 재미 5)
 ̄
음양사: 청아집 예고편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네레이드 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JEONJU IFF 데일리] 차가운 겨울의 끝자락에서 미약한 희망의 빛줄기를 붙잡다.
영화 <겨울의 빛>은 조현서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위 작품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섹션에서 상영된다. 인생의 고난을 표류하는 청춘이 어떤 빛을 찾아서 나아가는지를 그리는 영화이다. 성유빈 배우의 열연으로 그 묵직하고도 뭉클한 울림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건네주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 정보
조현서
CHO Hyun-suh
Korea
2024
89min
DCP
Color
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평범한 고교생활을 꿈꾸는 다빈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동생 은서의 등하교를 돕는다. 은서를 위해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빈은 해외 교류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해 여자친구와의 마지막 여행을 꿈꾼다. 고액의 참가비를 벌기 위해 모텔 청소를 시작하지만 상황은 점점 여행에서 멀어진다.
영화리뷰
다빈은 오늘도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동생 은서의 등하교를 돕는다. 자신을 비롯한 가족의 삶이 동생 은서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 삶이 갑갑하기만 하다. 마음을 둘 곳도, 의지할 곳도 없었던 다빈에게 여자친구는 유일한 휴식처이다. 여자친구와의 여행을 꼭 떠나고 싶었던 다빈은 참가비를 벌기 위해 모텔 청소를 시작한다. 해외 교류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왠지 몰게 상황이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과연 다빈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그 누구의 삶도 완전하다고도, 괜찮다고 말할 수 없었다. 가정폭력, 집착 및 학대, 방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불행을 껴안으며 삶을 견뎌내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펼쳐지는 절망 속에서도 빛을 발견해야만 한다는 그 메시지가 너무 무거웠다. 나 자신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상황 속에서 누구의 탓이라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소년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현재가 버거웠던 소년은 친구의 절망을 돌아보지 못했고, 엄마가 두려웠던 소녀는 소년을 외면했으며, 철저하게 외면당한 친구는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을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러한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다빈에게는 삶의 짐이 너무나도 막중하다. 청각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돌보는 것은 항상 다빈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사기로 인해 목숨을 끊었고, 형은 탈출했으며 엄마는 지나치게 목사에게 의존하며 약한 모습을 보인다.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고, 될 수도 없는 이 상황 속에서 다빈의 유일한 탈출구는 여자친구 재은뿐이다. 모두가 중요하다는 고3 시기에 엄마는 은서가 다닐 농학교가 있는 충주로 이사 갈 것이라 통보했고, 유학을 계획했던 거창한 꿈은 멀게만 느껴졌다. 누군가를 돌보는데 큰 힘을 쏟아야 했던 다빈에게 ‘꿈‘이란 사치와도 같았다. 하지만 점차 작은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희망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절망적인 삶이 반복되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지나간다. 언젠가 다가올 ‘겨울의 빛’을 통해 미약하지만 따스한 희망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상영 스케줄
2025.05.02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13:30
2025.05.05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21:00
2025.05.07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4:00
-
- 파묘 | 민족정기를 바로잡는 야심 찬 살풀이 한 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액의 의뢰를 받아 미국 LA로 향한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 기이한 병을 앓는 갓난아이를 만나고, 아버지 '박지용'(김재철)과 대화를 나눈 후 화림은 지용의 조부가 묻힌 묫자리가 화근임을 눈치챈다. 이에 화림은 지용에게 이장을 권유하고, 자기가 아는 최고의 풍수사이자 지관인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묘지를 살핀 상덕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 절대 사람이 묻혀서는 안 될 악지에 묘가 자리 잡았기 때문. 결국 본래 계획과는 달리 상덕과 화림은 파묘와 굿을 동시에 진행하기 시작하고, 모든 의식을 무사히 끝낸다. 그러나 하늘에서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자 화림은 그제야 깨닫는다. 파내서는 안 될 것까지 같이 파내고 말았다는 사실을.
<파묘>, 장재현표 오컬트가 업데이트되다
한국 영화에서 오컬트 장르는 비주류다. 귀신이나 유령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는 적지 않지만, 오컬트의 정의에 입각한 작품을 찾으려면 어려움이 크다. 사전에 따르면 오컬트는 '주술이나 유령 등 설화·문헌으로 전승되는 영적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에 원리나 규칙이 있다고 여기며 이를 이용하는 신념'이다.
핵심은 원리와 규칙이다. 오컬트 작품이 간혹 간과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단순히 유령이 등장한다고 다 오컬트는 아니다. 그들의 동기, 주술이나 의식의 목적을 유려하게 설명해야 한다. 설령 모호하고 헷갈리더라도 일관된 해석은 최소한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장재현 감독은 매번 주목받는다. 그의 작품은 오컬트라는 하위 장르 특유의 재미를 언제나 놓치지 않으니까. 거기에 더해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추는 법도 알고 있다. 한국적 풍경에 가톨릭 엑소시즘을 더한 <검은 사제들>, 불교와 기독교 세계관을 토속 신앙에 버무린 <사바하> 모두 마찬가지다.
신작 <파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할아버지 묘를 파헤치는 한 가족의 이야기에는 '파묘'라는 소재에 기대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오컬트 장르의 묘미를 집약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반부터는 한 층 담대한 야심을 꺼내놓는다. 전작에서 풍경에 머무른 한국적 배경이 전면에 등장한다. <파묘>가 역사적, 민족적, 민속적, 종교학적 맥락을 한 데 어우르는 세련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가족사를 묻으려는 파묘
<파묘>의 초반부는 올곧다. LA에 거주하는 부유한 한인 가족의 고민을 보여주며 군더더기 없이 곧장 파묘라는 의식에 집중한다. 지용은 상덕과 화림에게 파묘를 요청한다. 할아버지의 묫자리를 잘못 잡은 나머지 집안의 장손들이 현대 의학으로도 해결 못하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 영화는 지관인 상덕과 무당인 화림의 입을 빌려 땅의 의미와 음양오행에 대한 간략히 설명한 후, 곧장 파묘 의식을 보여준다.
이때 두 지점이 눈길을 끈다. 우선 <파묘>는 클리셰를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 파묘 의식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로 전개된다. 무사히 끝난 듯 보이는 순간, 누군가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한다. 관에서 빠져나온 혼령이 복수를 시작하면서 학살극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클리셰는 반쯤 유지되고, 반쯤 파괴된다. 그 덕분에 영화의 흡입력과 서스펜스는 극대화된다. 상덕이 위험에 빠진 박지용을 급히 만나러 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앞선 시퀀스에 등장한 순서를 살짝 비틀며 문을 절대로 열면 안 된다는 규칙을 역이용해 강렬한 긴장감과 서프라이즈를 선사한다.
비극의 시작점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지용은 상덕에게 관례를 깨는 부탁을 한다. 할아버지의 관을 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염조차 하지 않고 관 채로 태워달라고 요청한다. 미국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그는 후작 작위를 받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던 친일파 할아버지의 정체를 숨기려 한다. 이처럼 <파묘>의 장르적 쾌감은 한국인의 흥미를 돋우는 서사 덕분에 더 강해진다.
민족정기를 깨우는 파묘
재현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박지용 조부의 파묘 의식을 쌉쌀하게 매듭 지은 후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면서 더 큰 야심을 드러낸다. 파묘 의식이 끝났는 데도 풀리지 않은 의문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본 귀족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 왜 여우가 들끓는 기운 안 좋은 산에 묻혀야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을 본격적으로 찾는다.
그래서 영화는 또 다른 소재를 들고 나온다. 바로 '일제의 쇠말뚝'이다.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일제가 곳곳에 설치했다는 쇠말뚝. 그 순간 파묘의 의미는 개인의 범주를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파묘는 한 개인, 넓게는 가족의 정기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쇠말뚝'의 존재 덕분에 파묘는 이제 민족 전체의 정기를 바로 잡는 행위로 뒤바뀐다.
그 덕분에 <파묘>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퍽 다른 맛이다. <검은 사제들> 후반부와 비슷하지만, 더 비장하다. 민족의 한을 풀어내야만 비로소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 때문. 물론 혹자는 이를 두고 반일 감정을 조장할 뿐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소재를 역이용하는 영리함
하지만 온당치 않다. <파묘>는 일본 정령 및 무속인과의 대립 관계를 부각하며 메시지를 철저히 오컬트적 세계관 내에서만 다루기 때문.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장르적으로 세련된 반일 영화라는 칭찬이 더 적절한 이유다. 특히 소재의 한계를 오컬트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쇠말뚝이라는 소재는 자칫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쇠말뚝을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사용했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이야기는 반일 감정과 풍수지리가 뒤섞인 결과물에 가깝다. 그런데 <파묘>는 비약일 수 있는 소재를 역이용해 세계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일례로 영화는 초반부에 뿌려 놓은 몇몇 복선을 일부러 회수하지 않다가 뒤늦게 환기시킨다. 과학적인 현실(양) 뒤에 숨은 또 다른 현실(음)이 존재한다는 화림의 내레이션이 대표적이다. 항공사에서 일하는 딸 이야기를 하며 천문학과 풍수지리가 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상덕의 대사도 마찬가지다. 합리적,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부정된 가설이 그 너머의 세계에서는 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계속해서 암시한다.
그 덕분에 일제의 쇠말뚝은 현실에서는 부정된 가설이지만, 오컬트 세계에서는 생명력을 되찾을 수 있다. 영화적 상상력을 강조하며 역사 문제를 피하고,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면서 영화에 직관적으로 빠져들게 만든 셈이다. 더 나아가 한국 오컬트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원혼뿐만 아니라, 일본의 도깨비불 같은 또 다른 초자연적 존재를 등장시킬 계기도 마련하면서 세계관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끝내 못 넘은 한계
다만 <파묘>는 장르 영화의 근본적인 한계까지 뛰어넘지는 못했다. 특히 후반부는 다소 불친절하다. 세계관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사건을 빠르게 전개하며 필요한 설정만 암시하기 때문. 특히 오행, 혼령과 정령의 차이 등을 설명하는 대목이 짧은 플래시백 혹은 대사로 언급되다 보니 흐름을 따라가기 벅찰 여지가 있다.
이에 더해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가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이 남는다. 1부에서 기승전결이 깔끔하게 끝났는데 2부에서 다시 기승전결이 펼쳐지다 보니 피로가 누적된다. 특히 복수에 방점이 찍힌 전자가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야기인 반면, 일본 정령이 등장하는 후자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커서 단점이 두드러진다.
그나마 탁월한 완급조절 덕분에 단점이 상쇄되기는 한다. 김고은의 마스크를 강조하는 굿 장면, 이와 대비되는 몇몇 유머가 섞이면서 134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데 성공한다.
사실 공개 전만 해도 <파묘>의 개봉일은 다소 의아했다. 아무리 <검은 사제들>, <사바하>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굳이 <듄: 파트 2>와 오컬트 영화를 붙일 필요는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결과물을 본 후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르 본연의 한계만 보다 너그럽게 용인할 수 있다면, 무엇을 기대하든 그 기대를 충족해 줄 한국형 오컬트의 정수가 등장했으므로.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개인과 민족의 아픔을 아우르는 한국형 오컬트의 정수
-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 7관왕 석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고, 더 나은 현재를 그릴 수 있었는데 늘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종종 이렇게 되뇌던 날들이 있었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늘 같은 결정을 내리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이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자책하고. 지금은, 아무렴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화 에에올이 말해준 것처럼,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다른 세계에서는 이뤘을 것이고, 그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곳에서는 이뤘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조이의 베이글(좌)과 에블린(우)
허무주의에 빠진 조이가 보여준, 흰 구멍이 뚫린 검정 베이글. 그 베이글의 안팎을 바꾸면 검정 구멍이 뚫린 흰 베이글이 된다. 양자경(에블린 역)이 이마에 붙인 그 눈알처럼. 이렇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한다면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최악 속에서 최선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조이, 에블린, 웨이먼드
정신없이 지나가는 영화 전반부에서, 영화 속 에블린이 되어 다중우주를 경험했다. 무엇이든 되고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돌고 돌아 결국 도착한 이곳이, 마주한 세계가, 내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한 모든 선택들이 소중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다정하자고, 조금 더 사랑하자고 말하고 싶다.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다중 우주에서, 그 우주에 속한 하나의 세계에서, 맺어진 ‘너’와 ‘나’니까.
ha ha ha
Ha Ha Ha
-
-
-
-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메인 예고편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 분노 폭발? 메인 예고편 大공개!
-
- 영화 <더 문> 티저 예고편
지구와의 거리 38.4만 km 우주 대원이 달에 홀로 고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