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6-30 23:43:23
패션이라는 노동의 세계
디올 앤 아이

#디올 #오트쿠튀르 #라프시몬스
먼저 자기반성? 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패션에 관심이 있었지만 패션에 탐닉할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란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은 가져야 하지만 그 정도가 명품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사람을 천박한 허영심의 노예로 바라보게 된다고 믿어왔다. 결국 나는 명품 브랜드라는 존재에 대해서 하나쯤은 갖고 싶지만 사람의 허영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으로 폄하하면서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디올 앤 아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명품 브랜드에 관한 상반된 감정 중에서 전자, 브랜드에 대한 동경 때문에 내면 속 허영심을 자극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낯선 인물이 등장한다. 라프 시몬스. 패알못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들어 라프 시몬스를 검색한다. 오호, 질 샌더 디자이너였군. 그럼 질 샌더는 무슨 브랜드이지? 패션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모른다는 사실을 통감한 채 검색을 포기하고, 영화를 계속 본다. 보다보니 이 영화, 잘 골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오트쿠튀르의 정신
Ready to wear, 남자 기성복만을 만들어온 라프 시몬스에게 디올 오뜨꾸뛰르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Haute Couture, 고급 맞춤복을 만드는 컬렉션을 기성복을 만드는 과정과 결코 같을 수가 없다. 귀족, 부르주아 상류층을 위해 존재해왔던 오뜨꾸뛰르가 산업 혁명을 거쳐 일반인들을 위한 패션, 즉, 대량생산이 가능한 패션인 기성복 라인과는 옷을 만드는 목적과 방식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라프 시몬스의 작업 방식은 영화 초반까지도 "For only one"을 위한 의상이 아니라 "For every people"이었기 때문에 수석 디자이너가 고객 때문에 파리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상황을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개인에게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오뜨꾸뛰르의 정신은 돈을 많이 써주는 고객에게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한 고객이 쓰는 어마어마한 돈에는 오뜨꾸뛰르가 제공하는 익스클루시브, 특별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대우 속에는 '당신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오뜨꾸뛰르의 예술성을 누리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일반인들을 왕따시키는 개념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인식 속에서 라프 시몬스가 해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오뜨꾸뛰르의 원동력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직원들은 진정 예술가로 인정받을 만하다. 모든 컬렉션을 총괄하고, 구상하는 역할은 라프 시몬스가 담당했지만 라프 시몬스가 구상한 옷을 물리적으로 표현해주는 사람들은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재봉사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이 2D의 그림을 3D의 현실로 구사해내는 과정을 보면, 신의 손은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컬렉션이 끝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디자이너에게 쏠리게 되지만 실제적인 노고는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의문점이 들었던 것이, 그들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표현해내고 싶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디올의 오뜨꾸뛰르 작품들은 라프 시몬스만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올 하우스의 모든 직원들이 감성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알게 된 이후부터는 그 궁금증이 사라지게 된다. 작업 과정 중에서 개개인의 감각이 녹아있는 옷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디올 하우스가 유지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디올 하우스의 직원들이 디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3.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이 영화 속에서 나레이션으로 크리스찬 디올의 자서전의 대목들은 라프 시몬스의 상황과 묘하게 일치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총괄자로서 직원들을 채찍질해야 하는 라프 시몬스의 상황이 아주 오래전 크리스찬 디올이 느꼈던 감정과 일치하곤 한다. 이런 감정은 이 둘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모든 창작자들의 감정과도 동일시될 것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의 "샴 쌍둥이"라고 표현한 내면적 자아와 사회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아로 자신의 자아를 분리시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영화 속 라프 시몬스의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내면적인 자아와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교계 인사로 남아야만 하는 상황을 대비시키다 보면 이 상황은 결국 예술가들이 맞이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이런 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얼핏 보면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둘 만이 비슷한 고뇌를 공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내 진짜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좀 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일 뿐.
하지만 비싼 가방을 드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듯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마케팅의 노예가 되는 것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명품 브랜드는 비싸다는 이유로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나 비싸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사람들 모두 하나의 옷을 만드는 데에 드는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느껴보라고 권유하는 의미에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명품에는 사실 크게 관심없고, 저렴하고, 알뜰한 쇼핑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사실 이 영화 안 봐도 될 것 같다. 눈 호강하겠다는 의미로 본다면 또 모르겠는데, 눈 호강은 사실 막판 10분 정도가 전부라서 크게 재밌는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이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은 마케팅을 탓해야지 디자이너를 비롯한 아뜰리에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컬렉션 작품을 볼 때,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보듯 해석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듣는 예술, 보는 예술, 먹는 예술을 넘어 입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입는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드는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오뜨 꾸뛰르 아뜰리에에서 요구하는 비싼 가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는 늘 생각해요. 디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들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아뜰리에라고. 디올 하우스의 모든 보배가 모든 소중한 뿌리가 아뜰리에에 남아있죠. 40년 또는 44년 동안 여기서 일하신 재봉사들도 계십니다. 함께 어울리고 서로 소통하고 그렇게 풍요로워지는 거죠."
디올 앤 아이 중에서
Relative contents
-
- 넷플릭스 2022년 1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1월! 신작 추천5편
지금 우리 학교는
1월 28일 공개
장르: 스릴러, 좀비
크리에이터: 이재규, 천성일, 김남수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김병철, 이규형 등
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시발점이 된 고등학교
이곳에 갇힌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아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염되여 좀비가 되고 만다...
예고편 보러가기▼
초즌
1월 27일 공개
장르: SF, 스릴러
크리에이터: 야니크 타이 모스홀트, 크리스티안 포탈리보
출연: 말라이카 베렌트 모센다네, 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베르 등
덴마크의 조용한 마을에 도사리고 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17살 소녀와 친구들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면서 소녀의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신문기자
1월 13일 시즌1 공개
장르: 스릴러, 드라마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쓰치무라 가호, 오노 카린, 하시모토 준, 덴덴, 유스케 산타마리아, 사노 시로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 스캔들을 파헤치는 한 신문기자
그녀가 집요하게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 팬을 꺾으려는 세력의 힘은
더욱 거세지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마더 안드로이드
1월 7일
장르: SF스릴러
감독: 맷슨 톰린
출연: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알지 스미스, 라울 카스티요 등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켜 모든 것을 장악해버린 세상
출산을 앞둔 젊은 커플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약 없는 여정을 이어간다
어떻게든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기에...
예고편 보러가기▼
로얄 트리트먼트
1월 20일
장르: 로맨틱, 코미디
감독: 릭 제이콥슨
출연: 로라 마라노, 메나 마수드 등
매력적인 왕자의 결혼식에서 일할 기회를 잡은 뉴욕의 미용사,
하지만 둘 사이에 핑크빛 기운이 감도는데
사랑이 먼저일까? 왕족의 의무가 먼저일까?
예고편 보러가기▼
-
- 시대정신의 유효함을 되묻는 팽팽한 범죄극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들을 부양해야 했던 '강인구(하정우)'. 그는 막무가내로 '혜진(추자현)'과 결혼한 후 여러 사업을 벌여 가정을 지탱하지만 이내 한계에 봉착한다. 그런 인구에게 학교 동창 '응수(현봉식)'는 한 가지 사업 아이디어를 준다. 수리남에서 버려지는 홍어를 국내로 공급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 이에 곧장 수리남으로 넘어간 인구는 나름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간다. 어느 날, '첸진(장첸)'이 이끄는 중국 삼합회와 갈등을 빚게 된 그는 한인 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안도할 틈도 없이 인구는 그의 홍어에 코카인을 숨겼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로부터 전요환이 그의 사업을 마약 거래에 이용했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에 국정원의 전요환 체포 작전에 협력하기로 한 인구는 다시금 수리남으로 향한다.
사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언제나 거대한 적을 마주하고 있다. 이야기의 끝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끝을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를 두고 등장인물과 관객들이 눈치 싸움을 벌이는 그런 긴장감은 효과가 크지 않다. 오로지 결말이 이르는 과정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에 팔 한쪽을 쓸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항상 단점이지는 않다. <덩케르크>에서 영국군이 민간인의 도움을 받아 퇴각한다는 것,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일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결말을 안다고 해서 이 작품들이 흥미가 없다는 평을 듣지는 않는다. 핵심은 그 과정을 어떻게 그려내어 모두가 아는 결말에 '어떤 감정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실화를 각본을 바꾸는 재주다. 드라마는 수리남에서 마약 사업을 펼치던 조봉행 검거 작전과 작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민간인 K 씨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문자 그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좋다. "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대목을 길게 늘어놓다가도 한 순간에 감정을 집약시켜 분출시키는 솜씨는 (그 자체로도 극적이지만)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1화를 보자. 1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홍어다. 홍어에는 인구 아버지의 부성애가 담겨 있고, 그 가족애를 물려받은 인구 역시 홍어를 즐겨 먹는다. 더 나아가 홍어는 인구 부자가 공유하는 삶의 의지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아내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홍어회를 먹듯이, 가족과 함께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겠다며 인구는 홍어를 잡으러 수리남으로 떠난다. 그래서 1화는 예상과 달리 전반적으로 꽤나 밝다. 전요환 목사의 등장이 거슬리기는 하나 인구의 꿈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업이 더 커지고 한 층 더 잘 살 수 있게 되려는 찰나에 홍어는 절망의 원천이 된다. 홍어에서 마약이 검출되자 밑바닥에 시작해 빛을 보는 듯했던 인구의 삶은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마치 순간적인 킬패스로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다소 길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찰나에 1화의 결말은 곧장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게 만든다.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연출적 특징은 다른 대목에서도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작중 전요환이 체포될 것이라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힘을 준다. '변기태(조우진)'을 비롯한 전요환의 측근들 중에 누가 국정원의 언더커버일지 시청자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인다. '데이빗(유연석)'이 화장실에서 들어오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장면 등은 짧은 힌트가 진짜 힌트일지 아닐지를 고민하게 만들면서 자연히 반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수리남>의 화법은 그 내용 덕분에 더 인상적이다. 특히 캐릭터들의 믿음을 다루는 대목이 흥미롭다. 인구는 노력하고 열심히 산다면 더 좋은 미래가 올 거라는 희망만을 붙잡은 채 지구 반대편 수리남으로 향했다. 이 믿음은 인구만의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 참전 용사인 인구 아버지를 지탱했던 힘이었고, 국정원 요원으로 임무에 충실하면 세상을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창호의 신념이었다. 심지어 전요환도 비틀린 방식으로나마 같은 희망을 공유한다. 그간 축적한 자본을 고스란히 재투자해 마약의 생산, 제조, 유통을 단번에 처리할 낙원은 그 믿음의 현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낙관으로 가득한 믿음의 알맹이는 다르다. 특히 믿음을 실천에 옮길 수단이 분기점이다. 믿음을 현실로 불러올 때 그 수단이 될 사람들에 대한 태도가 일견 동일해 보이는 희망을 두 부류로 나누어 대비시킨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구의 믿음은 창호의 신념, 요환의 희망과는 결이 다르다. 국정원과 전요환은 기본적으로 인구를 수단적으로 이용한다. 작전을 위해 인구의 사업을 파괴하고 그의 목숨이나 처지에도 부주의했던 국정원이나 첸진과 그를 저울 위에 놓고 무게를 재던 전요환의 모습은 목적 만을 우선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아무리 돈을 최우선으로 좇는다 하더라도 죽은 친구의 가족과 기일을 먼저 챙기는 인구와의 결정적 차이다. 더 나아가 세 인물 간의 관계 변화를 설명하는 기제이다. 인구와 국정원이 결국 다시 협력하게 된 계기는 창호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인구를 한낱 장기판의 말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하기로 합의한 이후부터다. 반면에 전요환은 설령 인구를 마약 사업의 파트너로 삼겠다던 말이 진심이었다 하더라도 인구에게 그가 체스판 위의 졸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 마약으로 통제되고 있는 신도들의 모습, 그리고 어린아이까지 붙잡아 두는 잔악함 때문에 인구는 끝내 설득되지 않는다. 이처럼 드라마는 믿음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인구와 요환의 대립뿐만 아니라 인구와 창호의 갈등도 부각해 자칫 평면적일 뻔했던 이야기의 흐름에 변주를 주는 데 성공한다.
이에 더해 서로 다른 믿음 간의 충돌이 그저 개인의 욕심과 열망의 충돌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정신에 대한 메타포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례로 전요환은 자신의 교회, 자신의 종교가 마약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작중 수리남으로 향한 한국인들은 요환이나 인구처럼 본국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기어코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이들에게 요환의 존재는 한국에서의 실패로 믿음이 약해진 세계에 침투하는 새로운 형태의 희망이다. 사업 초기에 인구가 요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의심스러운 일이 생기면 곧장 그에게 도움을 청했듯이. 달리 말해 요환은 목표 지상주의라는 종교의 화신인 셈이며, 또 시대정신의 무용함을 맛보고도 이를 왜곡된 방식으로 반복하는 실패의 굴레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는 실제 사이비 종교의 작동 메커니즘과도 유사하다. 그래서 요환은 종교가 마약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인구와 요환의 갈등, 창호의 변화와 요환의 파멸은 그저 두 개인의 갈등 이상으로 읽힌다.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고, 동행과 상생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향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일 대 일 승부로 끝이 나는 본작의 결말은 기대만큼 쾌감이 강렬하지는 않으나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비인간적으로 통제당하는 여성과 아이들에게서 가족을 겹쳐 보며 내 몸처럼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인구에게 목사를 사칭하는 전요환이 직접 붙잡히는 이미지가 필요한 이유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수리남>의 마지막 디테일 때문에 새로운 시대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메시지가 부정당하는 듯한 인상이 남는 것이다. 요환이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고, 인구는 동두천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끝은 핵심 삼인방, 인구, 요환, 창호의 이야기를 완결하는 데에 열중한다. 정작 그 결말을 가능케 한 결정적 계기인 요환 휘하 교회 신도,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행방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이 구출이 되었는지 아니면 수리남에서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예전 아버지들의 모습을 빼닮은 인구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는 목적을 위해 여성과 아이가 아이러니하게도 그저 수단으로 소비되어 버린다. 영화의 장르나 실화적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여성 캐릭터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보다는 그들을 활용하는 태도가 일관성 있던 메시지의 설득력을 마지막 순간에 떨어뜨리며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렇게 윤종빈 감독과 넷플릭스의 첫 만남도 숱한 짤과 밈을 남기는 임팩트와는 별개로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재미와 서스펜스, 메시지까지도 전부 잡았다. 그저 블론세이브가 찝찝할 뿐.
-
- 누구나 불완전한 몸, <우리 둘 사이에>
어떤 투렛 증후군을 가진 이들은 특정 단어나 욕설을 반복적으로 내뱉음으로써 긴장을 완화한다고 한다.
나는 '엄마'를 외친다.
엄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항상 힘껏 반응해주니까, 소리를 질러도 "왜 그래?" 항상 부드럽게 물어주니까,
수치스러운 일이 떠올라 나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을 때, 엄마를 부르면 뭉개뭉개 피어오르던 나쁜 감정들이 조금씩 사라진다.하지만 요즘에는 엄마 앞에서 외치는 것을 조심하고 있는데, 한 번 습관처럼 계속 불렀다가 걱정하는 눈짓을 받은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상상 속에서 그리는 엄마, 즉 무엇이든 이해해주는 사람의 모습은 변하지 않으니까
안 좋은 일이 떠오를 때면, 굴하지 않고 '엄마'를 외친다.영화 <우리 둘 사이에>를 오랜 시간 곱씹으며 생각했다.
‘지후’는, 나의 상상 속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지후는 은진과 같은 산부인과 병실을 쓰게 된 인연으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인물이다.
은진은 어릴 적 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다. 다정한 남편 호선과의 사이에서 아이(쪼꼬)를 갖게 되며 출산을 결심하지만, 임신으로 인한 변화는 휠체어 생활에 익숙한 은진에게 몹시 버겁다.점차 배가 불러오며 방광이 자극되지만, 하반신 마비로 인해 화장실에 가야 할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다.
결국 실수를 저지르고, 그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순간, 더 깊은 수치심이 몰려온다.
게다가 아기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는, 그 원인이 자신의 장애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자책한다.그럴 때마다 등장해 은진을 위로하는 인물이 바로 지후다.
산책을 시켜주고, 출산 가방을 싸라고 조언해주며, 기분 전환도 시켜준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온 것도 지후였다.그러나 영화 후반, 은진이 병실에서 연락처만 주고받았을 뿐 이후 실제로 지후를 다시 만난 적 없다는 것이 밝혀지며,
그토록 다정하고 헌신적이었던 지후는 결국 은진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음이 드러난다.
헛것을 보게 되었음을 깨달은 은진은, 뱃속의 아기에게 자신이 '아프다'며 엄마가 견뎌보겠다고 말한다.하지만 나는 헛것을 보는 은진이 아픈 게 아니라, 삶을 견뎌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성지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몸을 가진 모든 이들은 크고 작은 ‘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이 알아주지 못하는, 말로 해도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그런 감정들이 우리 안에 있다고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무언가를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이 말을 들으며 나 역시 생각했다.
헛것을 보지 않는 나도, 힘들 때면 내가 바라는 모습의 상상 속 ‘엄마’를 찾는다.
은진은 헛것을 보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지만, 인물의 한 단면만 확장해 받아들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성 감독의 말처럼, 통제되지 않는 우리의 몸과 마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종종 ‘장애’로 인식되며,
그로 인해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분노, 자기 혐오, 후회와 같은 부정적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감정은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기에,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신적 지주를 만들어 의지하며 살아간다.그런 의미에서, 은진이 떠올리는 '지후'는 단지 허구의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은진이 자신의 아픔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삶의 버팀목이며,
또한 우리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상상 속 존재들과 다르지 않다.결국 우리는 모두,
몸이든 마음이든 불편한 부분 하나쯤을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같고,
그 불편함을 껴안고 삶을 계속해간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은진에게 상상 속 지후가 힘이 되어준다면,
내가 그랬듯이 항상 상상과 현실의 인물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굴하지 않고 위로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둘 사이에>는 처음엔 그 주제가 온전히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은진이 마지막 장면에서 마주치는 휠체어를 탄 산모는 그녀가 원래부터 장애인이었는지, 아니면 임신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휠체어를 타게 되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감독의 의도를 모른다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는 메시지가 흐릿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장애와 비장애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늘어나는 영화다.장애와 비장애, 육체와 정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사유하는 영화를 찾는다면 이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함께 곁들여 읽으면 좋을 작품으로는, 장애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 <헌치백>을 추천하며 글을 맺는다.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작성했습니다.
-
- 뚝심과 확신이 부족했던 항일운동의 재해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활동 중이던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 그는 새롭게 부임하는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총독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까지 성공한다. 이에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는 조선총독부 내에 숨어든 유령을 잡기 위한 덫을 놓는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요시나가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경호(서현우)', 통신과 직원 '이백호(김동희)'는 유령으로 의심고 벼랑 끝 호텔에 갇힌 채 추궁당하기 시작한다. 하루 안에 유령을 찾으려는 다카하라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유령은 호텔에서 탈출해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삼는 한국 영화가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어필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반일 정서를 겨냥해 관객들의 감정선을 공략하기 쉽다. 장르적으로도 운신의 폭이 넓다. 독립군을 다룬다면 블록버스터 영화를, 의열단이나 한인 애국단 같은 항일 운동에 초점을 맞추면 첩보 스릴러나 누아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봉오동 전투>가 전자라면, <암살>이나 <밀정>은 후자다.
특히 이야기의 기본적인 얼개와 제시되어 있어서 재해석이 용이하다. 역사적 사실을 도구 삼아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을 수월하게 조직하고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대개 특정 사건을 스크린에 옮기거나, 역사적 인물을 각색하는 팩션(faction) 영화다. 예를 들어 <밀정>의 모티브는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이다. <암살>은 실제 인물인 김원봉과 염동진을, <영웅>은 안중근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이는 단점도 명확하다. 사건이나 인물의 재해석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전달의 수단으로 변질되면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진다. 언제나 고증과 역사 왜곡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중국의 소설가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유령>에는 다른 작품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작중 익숙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흑색단이라는 이름의 항일 조직은 물론 신임 총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이 허구다. 흑색단의 첩자로 의심받는 주인공도 가상의 인물이다. 즉, <유령>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처럼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빌려 허구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데 주력한다. 이 발상은 꽤 흥미롭다. 스크린 위에 인상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마지막까지 부각할 뚝심은 부족해 보인다. 그 결과 <유령>은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유령>은 역사를 재현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진 실제 인물을 기록하거나 잊혀 가는 사건을 상기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시대를 재현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의 삶을 스크린에 띄운다. 재력가 딸이지만 조선총독부에서 암호문 기록 담당으로 일하는 박차경과 조선인인데도 정무총감의 직속 비서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유리코. 암호문 해독에 재능을 지녔지만. 결벽증을 지닌 채 소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천은호. 조선인 어머니를 둔 것을 부끄러워하며 유령을 잡아 공을 세우려는 데 혈안이 된 무라야마. 조선인 피가 섞인 학교 선배를 무시하는 다카하라까지. 영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제각기 남다른 사정을 품고 있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적잖은 분량을 할애한다.
중요한 건 영화가 오프닝부터 누가 유령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이미 유령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 사이에서 누가 정체를 숨기고 있는지는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피아 게임 같은 추리극이나 심리극을 예상케 만드는 포스터나 홍보 문구만 믿었다가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각 인물의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서스펜스는 매력적이지 않다. 또 다른 유령이 등장하는 반전도 효과적이지 않다. 총독부의 암호문이 흑색단의 극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이미 또 하나의 유령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인물 간의 관계는 눈길을 끈다. 유령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다카하라에게 결백을 주장해야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기에 그들 간의 차이점은 자연히 두드러진다. 이 관계는 결국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수단이 된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인물은 누구보다도 '내선일체'라는 일제의 프로파간다에 충실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그를 배척하기도, 포용하기도 한다. 조선인 중에는 온몸과 마음을 던져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시민적으로 항일과 친일을 모두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중간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은 소극적으로 일제에 저항하기도, 순응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 덕분에 허구의 세계를 항해하는 <유령>은 현실에 닻을 내릴 수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보면 살아있는 캐릭터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유령은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클라이맥스는 극장에서 펼쳐지고, 영화관으로 되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끝난다. 영화관은 허구의 공간이다. 스크린 위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온갖 사건이 벌어지지만, 스크린 속 주체와 사건은 물리적으로 실체가 없다. 반면에 극장은 실체가 있는 공간이다. 실제 인물인 배우가 무대 위에서 움직일 때 이야기는 진행된다.
공간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관에서 유령과 흑색단은 지령을 전달하고 비밀을 공유한다. 그들의 신념은 아직 그들의 가슴속에만 존재할 뿐, 총독 암살과 같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반면에 유령은 극장에서 직접 움직인다. 무대와 커튼 뒤에서 혈투를 펼친 끝에 자신의 희생과 피해가 헛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 덕분에 더 강한 의지로 영화관에서 지령을 내리며 총독 암살을 시도할 수 있다. 신념과 이념에만 갇혀 있지 않고 행동을 통해 시대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유령>의 각오와 궤를 같이하는 듯 느껴진다. 기록과 영상으로 남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대신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을 앞세워 완전히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항일 투쟁을 다루는 영화인데도 담배를 매개로 연결된 두 여성의 처연한 사랑과 유령 간의 애절한 동지애가 유독 인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령>은 장르가 급변하는 순간부터 매력이 급감한다. <유령>은 감독의 전작인 <경성학교>처럼 중반부부터 장르를 전환한다. 추리극은 또 한 명의 유령이 정체를 드러내자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그 이후로 영화는 철저히 액션의 쾌감에 집중한다. 두 유령이 힘을 합쳐 호텔에서 탈출하는 과정은 온갖 폭발음과 불길로 가득하다. 다카하라가 흑색단을 잡기 위해 함정을 펼쳐둔 극장에서는 치열한 총격과 저돌적인 맨몸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기관총을 든 박차경이 연인이었던 '난영(이솜)'의 못다 이룬 총독 암살을 대신하는 장면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난장판 마무리도 스쳐 보인다.
문제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낭비되는 캐릭터가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유령>만의 특색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가장 보편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 천은호 계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유령을 찾아내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모든 상황을 외면하며 피하려 한다. 그러나 두 유령의 활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는 '평범한 시민 1'이 되어 바로 이야기에서 삭제되어 버린다. 무라야마의 후배 경관 역시 그 시대를 보여주는 독특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무라야먀의 어머니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이내 무라야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혈통과 관계없이 그를 좋은 선배이자 좋은 사람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도 결국에는 유령과 흑색단을 잡겠다는 무라야마의 욕망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허구의 시공간 안에서 캐릭터의 관계를 통해 역동적인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는 꺾이고, 현란하고 단순한 쾌락이 그 자리를 대신해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힘을 잔뜩 준 액션 연출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다. 일례로 작중 일본군은 놀라울 정도로 무능하다. 그들은 박차경과 유리코의 액션을 빛내주기 위한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 유령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거나 위기에 빠뜨리지 못한다. 붙잡은 포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탈출하는 걸 구경한다. 마치 <스타워즈> 속 제다이와 스톰트루퍼의 추격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들이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다만 <스타워즈>에서는 '포스가 함께 한다'는 핑계라도 있다면, <유령>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두 여성의 액션은 그 자체로 통쾌하거나 박력 있을지 몰라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은 뽐내지 못한다.
필요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생략하기도 한다. 멋진 액션 시퀀스는 많은데, 그 사이가 비어 있어서 의문점을 남긴다. 후반부 극장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분명 관객의 이목을 끌만하다. 무라야마가 흑색단 총책과 연락책을 체포하여 남은 인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대목,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루어진 유령들의 역습, 무대 뒤 커튼 사이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는 설명이 없다. 무라야마가 어떻게 흑색단 일부를 체포했는지, 유령들은 어떻게 그 타이밍에 발맞춰서 경성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는지 등 액션이 등장하기 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처럼 의문이 뒤따르다 보니 액션에 푹 빠져 즐기기도 어렵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쾌감만큼이나 극적 순간을 조성하려는 무리수가 커 보이는 이유다.
그 결과 <유령>의 도전은 끝내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장르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거부한 도전과 의도를 밀고 나갈 줄 아는 뚝심은 비록 산만하기는 해도 생동감 넘치는 영화의 전반부를 만들어냈다. 반면에 더욱 드라마틱한 몇몇 순간을 꾸며내기 위한 변화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매력까지 까먹어 버렸다. 영화 중반부 이후 액션영화로의 전환이라는 변화구를 던지는 대신 캐릭터 간의 심리극이라는 직구를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P(Poor, 형편없음)
변화구 대신 직구였다면 달랐을까
-
- 원작보다 발전하지 못한 리메이크
영화 <모탈컴뱃>은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꽤 폭력적인 격투 게임이었던 모탈컴뱃은 게임 캐릭터의 여러 동작들을 실제로 촬영하여 게임 속으로 넣어 구현했다. 때리고 피가 튀는 모습을 꽤 잔인하게 묘사했던 게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플레이했던 게임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것보다는 좀 덜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마니아층이 만들어져 게임을 즐기고 나온 영화도 즐겼다.
과거에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본 적이 있다. 좀 괴상해 보이는 CG가 이질감이 들어 조금 해보고는 이내 그만둬 버렸지만 그 당시 개봉했던 영화를 본 기억은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신기하게 느껴졌던 여러 CG들과 효과들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얼굴과 함께 기억된다. 온갖 폼을 잡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들었다. 1편 이후 기대감에 2편을 보고 나서 더욱 떨어져 버린 완성도에 실망했던 기억까지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은 ‘신기했지만 실망스러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세력이 지구의 운명을 두고 싸운다는, 그것도 토너먼트를 해 우승자가 나온 세력이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설정이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는 그걸 그냥 그 내용대로 받아들이고 영화를 봤다. 이번에 리메이크된 <모탈컴뱃>은 과거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서 구사한다. 게임 영상 연출에 재능이 있는 신인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출연하는 배우도 모두 신인급으로 뽑아 배역을 맡긴다. 시나리오나 이야기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CG와 액션으로 나머지를 채운다.
사실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보여줄 건 다 보여준다. 화려한 특수효과와 액션은 영화 내내 이어져 볼거리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 자체가 90년대에 머물러있는 것처럼 올드하게 느껴진다. 영상이 잘 구현되어서 게임의 실사화가 잘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세력 간의 싸움과 캐릭터들이 각성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나는 과거의 영화가 가졌던 한계를 조금은 극복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길 기대했기 때문에 더욱 실망감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OTT 플랫폼 등에서 공개가 되었는데 꽤 반응이 괜찮은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숫자가 꽤 되는 것으로 봐서 추후 후속 편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완성도라면 굳이 더 챙겨봐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과거 격투 게임을 여러 번 영화화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것들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관객들의 반응도 안 좋았다. 아무래도 격투 게임을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모탈컴뱃 리뷰>
-
-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추석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야 알찬 추석을 보낸 느낌인데요.
거기에 넷플릭스 가족 영화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기분 좋은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씨네랩이 추천하는 가족 영화와 함께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
1. 원더 - 스티븐 크보스키
드라마 ㅣ113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가진 어기. 헬멧 속에 숨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그런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팠던 부모님은 어기를 학교에 보내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도리어 상처가 되는데.
이 작은 소년의 위대한 한 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 관람 point
영화 <원더>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선정된 <아름다운 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의 작가가 안면기형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설로 썼기에,
가슴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영화로, 가족들과 함께 본다면 그 감동이 두 배가 될 거라고 보장합니다!
2. 아이 - 김현탁
드라마 ㅣ11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맡긴 싱글맘. 그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버는 학생.
상처뿐인 세상에서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가 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 안정에 금이 가기 전까지는.
★ 관람 point
영화 <아이>는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싱글맘
그리고 사회,가족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색감도 따뜻하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3. 마틸다 - 대니 드비토
코미디,가족,판타지 ㅣ9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심한 부모와 사악한 교장에 시달리던 어린 소녀가
새롭게 발견한 능력을 활용하여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시작한다.
★ 관람 point
앞에 두 영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소개해드렸다면,
영화 <마틸다>는 좀 더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정말 이런 캐스팅을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틸다'역의 마라 윌슨은 찰떡 연기를 선보여주었습니다.
4. 펭귄 블룸 - 글렌딘 어빈
드라마 ㅣ 95분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다시는 걸을 수 없다. 가족도 힘이 되지 못한다. 사고로 장애가 생긴 여자.
그 삶에 상처 입은 까치 한 마리가 찾아든다.
작은 날개에 희망을 싣고. 실화에 기반한 영화.
★ 관람 point
제목이 펭귄 블룸이었기에, 저 역시 펭귄이 나오는 영화인줄 알았지만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 <펭귄 블룸>은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로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
5. 닥터 두리틀 - 스티븐 개건
코미디,가족,판타지 ㅣ101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상과 단절된 채 동물들과 지내던 닥터 두리틀.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건 자신뿐.
아직 세상에 나가긴 무섭지만, 바다 건너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든든한 동물 조수들과 함께.
★ 관람 point
디즈니가 제작에 참여하였고, 주인공이 우리의 영원한 아이언맨! 로다주이기에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가는데요.
로다주와 마이클 쉰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가족들과 가볍게 웃으며 볼 영화를 고르신다면 <닥터 두리틀> 추천드립니다.
6. 블라인드 사이드 - 존 리 행콕
드라마 ㅣ 128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부유한 가정에서 살게 된 집 없는 흑인 소년이
보살핌을 받게 되면서 훌륭한 풋볼선수로 거듭난다.
★ 관람 point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 선수인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는데요.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언차티드」 플스 게임이 제작비 1,500억의 넷플릭스 영화로?? | 언차티드 예고편 게임 비교 영상 | 언차티드 영화 게임 | Uncharted |
? 언차티드(Uncharted) 영화 예고편 분석 영상(*스포없음)
- 소니 픽처스와 넷플릭스의 계약으로 극장개봉 후, 넷플릭스에서 독점 스트리밍 예정
-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의 첫 번째 실사영화
-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 언차티드 비교
- 플스 게임 언차티드 플레이 영상 비교
- 게임 제작사 너티 독의 게임 언차티드 시리즈의 게임 원작 실사영화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언차티드 시놉시스
'네이선(톰 홀랜드)'과 '설리(마크 윌버그)'가 함께 트레저헌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나서는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
언차티드 영화 정보
감독: 루벤 플레셔
제작: 아비 아라드, 찰스 로븐, 알렉스 가트너
각본: 아트 마컴, 맷 할로웨이
출연: 톰 홀랜드, 마크 월버그, 안토니오 반데라스
장르: 액션
제작사: 컬럼비아 픽처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너티 독, 아라드 프로덕션,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소니 픽처스 릴리징, 소니 픽처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20년 3월 16일 ~ 2020년 10월 29일
촬영 감독: 정정훈
개봉일: 미국 2022년 2월 18일
원작: 너티독의 언차티드 시리즈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
-
-
- 넷플릭스 <Tekken: Bloodline> 공식 티저 예고편
"힘이야말로 전부다."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가문의 호신술인 '카자마류 고무술'을 배운 카자마 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공할 악이 갑자기 나타나자 무력했다. 그 결과, 소중한 모든 것이 파괴당해 삶이 영원히 바뀐 진. 아무것도 막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난 진은 복수를 다짐하고, 이를 위한 절대적인 힘을 추구한다. 그 여정은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는 궁극의 배틀인 킹 오브 아이언 피스트 토너먼트로 이어진다.
-
-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4> 2부 예고편
희망이 있을까. 이번엔 정말 어려울지도 모른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의 피날레, 2부. 7월 1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