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06-30 23:43:23
패션이라는 노동의 세계
디올 앤 아이

#디올 #오트쿠튀르 #라프시몬스
먼저 자기반성? 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패션에 관심이 있었지만 패션에 탐닉할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이란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은 가져야 하지만 그 정도가 명품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었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사람을 천박한 허영심의 노예로 바라보게 된다고 믿어왔다. 결국 나는 명품 브랜드라는 존재에 대해서 하나쯤은 갖고 싶지만 사람의 허영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으로 폄하하면서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디올 앤 아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명품 브랜드에 관한 상반된 감정 중에서 전자, 브랜드에 대한 동경 때문에 내면 속 허영심을 자극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낯선 인물이 등장한다. 라프 시몬스. 패알못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들어 라프 시몬스를 검색한다. 오호, 질 샌더 디자이너였군. 그럼 질 샌더는 무슨 브랜드이지? 패션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모른다는 사실을 통감한 채 검색을 포기하고, 영화를 계속 본다. 보다보니 이 영화, 잘 골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오트쿠튀르의 정신
Ready to wear, 남자 기성복만을 만들어온 라프 시몬스에게 디올 오뜨꾸뛰르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Haute Couture, 고급 맞춤복을 만드는 컬렉션을 기성복을 만드는 과정과 결코 같을 수가 없다. 귀족, 부르주아 상류층을 위해 존재해왔던 오뜨꾸뛰르가 산업 혁명을 거쳐 일반인들을 위한 패션, 즉, 대량생산이 가능한 패션인 기성복 라인과는 옷을 만드는 목적과 방식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라프 시몬스의 작업 방식은 영화 초반까지도 "For only one"을 위한 의상이 아니라 "For every people"이었기 때문에 수석 디자이너가 고객 때문에 파리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상황을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개인에게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오뜨꾸뛰르의 정신은 돈을 많이 써주는 고객에게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예술성을 추구하지만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아이러니를 포함하고 있다. 한 고객이 쓰는 어마어마한 돈에는 오뜨꾸뛰르가 제공하는 익스클루시브, 특별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한 대우 속에는 '당신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오뜨꾸뛰르의 예술성을 누리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일반인들을 왕따시키는 개념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인식 속에서 라프 시몬스가 해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2. 오뜨꾸뛰르의 원동력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직원들은 진정 예술가로 인정받을 만하다. 모든 컬렉션을 총괄하고, 구상하는 역할은 라프 시몬스가 담당했지만 라프 시몬스가 구상한 옷을 물리적으로 표현해주는 사람들은 디올 하우스의 수많은 재봉사들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이 2D의 그림을 3D의 현실로 구사해내는 과정을 보면, 신의 손은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컬렉션이 끝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디자이너에게 쏠리게 되지만 실제적인 노고는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의문점이 들었던 것이, 그들은 자신만의 디자인을 표현해내고 싶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디올의 오뜨꾸뛰르 작품들은 라프 시몬스만의 디자인이 아니라 디올 하우스의 모든 직원들이 감성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알게 된 이후부터는 그 궁금증이 사라지게 된다. 작업 과정 중에서 개개인의 감각이 녹아있는 옷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디올 하우스가 유지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디올 하우스의 직원들이 디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할 만하다.
3.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이 영화 속에서 나레이션으로 크리스찬 디올의 자서전의 대목들은 라프 시몬스의 상황과 묘하게 일치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총괄자로서 직원들을 채찍질해야 하는 라프 시몬스의 상황이 아주 오래전 크리스찬 디올이 느꼈던 감정과 일치하곤 한다. 이런 감정은 이 둘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모든 창작자들의 감정과도 동일시될 것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의 "샴 쌍둥이"라고 표현한 내면적 자아와 사회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아로 자신의 자아를 분리시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영화 속 라프 시몬스의 언론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내면적인 자아와 디올이라는 브랜드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교계 인사로 남아야만 하는 상황을 대비시키다 보면 이 상황은 결국 예술가들이 맞이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이런 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얼핏 보면 크리스찬 디올과 라프 시몬스 둘 만이 비슷한 고뇌를 공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내 진짜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좀 더 특별한 직업을 가진 것일 뿐.
하지만 비싼 가방을 드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듯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용한 마케팅의 노예가 되는 것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명품 브랜드는 비싸다는 이유로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나 비싸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사람들 모두 하나의 옷을 만드는 데에 드는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느껴보라고 권유하는 의미에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명품에는 사실 크게 관심없고, 저렴하고, 알뜰한 쇼핑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사실 이 영화 안 봐도 될 것 같다. 눈 호강하겠다는 의미로 본다면 또 모르겠는데, 눈 호강은 사실 막판 10분 정도가 전부라서 크게 재밌는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이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은 마케팅을 탓해야지 디자이너를 비롯한 아뜰리에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예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컬렉션 작품을 볼 때,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보듯 해석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듣는 예술, 보는 예술, 먹는 예술을 넘어 입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입는다는 생각을 하면,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 드는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오뜨 꾸뛰르 아뜰리에에서 요구하는 비싼 가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저는 늘 생각해요. 디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들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아뜰리에라고. 디올 하우스의 모든 보배가 모든 소중한 뿌리가 아뜰리에에 남아있죠. 40년 또는 44년 동안 여기서 일하신 재봉사들도 계십니다. 함께 어울리고 서로 소통하고 그렇게 풍요로워지는 거죠."
디올 앤 아이 중에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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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두 남자의 인생 오디세이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트립 투 그리스>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같이 코로나19가 극성인 시대에는 여행을 떠나기도 좀처럼 쉽지 않다. 국내 여행은 어찌 어찌 간다손 치더라도, 해외 여행은 웬만해서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세계 여행을 하지 못하던 그 옛날 쇄국의 시대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방랑에 대한 욕망이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방랑욕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두 중년 코미디 배우의 여행을 다룬 이 영화, <트립 투 그리스>는 그에 대한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몇 가지 관람 포인트를 짚어볼까 한다.
1. 논픽션 같은 픽션
소위 영국 영화판 "알쓸신잡"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유쾌함과 재치, 그리고 드라마까지 모두 잡았다. 실제 배우의 이름과 성향을 따와 캐릭터를 만든 만큼 픽션과 논픽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이 점이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두 인물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거나 피서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 요리사들이 요리하거나 직원이 서빙하는 모습 등을 다큐멘터리의 방식으로 포착해낸다. 그래서 더욱 실감난다.
2. 영국판 알쓸신잡
주인공인 스티브와 롭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여정, 오디세이에 따라 그리스 곳곳을 누빈다. '트로이'에서부터 '이타카'까지! 그들은 각각의 명승지를 들러 훌륭한 요리를 먹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때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의 깊이가 남다르다. 그저 헛소리라고만 치부하기엔 그 내용이 훌륭하다는 소리다. 두 배우는 오디세이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성경, 그리고 20세기~21세기 유럽과 헐리우드 영화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소개하거나 패러디하며 각 여행지에서 해 보면 좋을 법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그들의 유머는 때로는 시니컬하고, 때로는 심오하다. 다분히 영국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영국식 유머를 꽤나 좋아한다!
3.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
잘난척쟁이인 스티브와 까불거리는 롭은 매사에 툭탁거리지만, 그들은 썩 어울리는 콤비다. 그러지 않고서야 4번에 걸친 여행길에 나설 리가 있겠는가? (그리스로의 이번 여행은 4번째 여행이라고 한다. 다른 시리즈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과시적이고 알은 체 하길 좋아하는 스티브는 좋은 설명가가 되고, 롭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그러한 역사에 대한 재치있는 반박을 제시한다. 관객은 그를 통해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철학, 개념에 대한 관념을 더 풍부하게 키울 수 있다. 만약 두 사람이 단순히 서로 가르치기를 좋아하기만 하거나, 혹은 그 누구도 남에게 자기가 아는 것을 떠벌리길 좋아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이 영화는 성립되지 못했을 거니와, 설령 성립되었다하더라도 관객들의 재미는 반감되었으리라.
4. 희비가 엇갈리는 두 남자의 오디세이
이 영화가 탁월한 점은 단순히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식으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일정한 서사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헐리우드 영화처럼 스펙터클하지는 않다. 그들의 서사는 여행의 뒤편에 가려져 언뜻 보기에는 대단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여행의 과정을 트로이 전쟁 이후 방랑의 운명을 맞이 해야 했던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아스의 여정과 비교하면 두 사람의 서사는 좀 더 선명해진다.
영화 내내 스티브는 자신의 친구인 롭을 시종 깔본다. '너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OO상을 7번이나 받았고...'라며 과시하는 그의 모습은 유치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대단했으므로, 옵저버 매거진의 화보 촬영에서 각각 희극과 비극을 상징하는 가면을 나눠 쓸 때조차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너는 코미디로 유명세를 얻었으니 희극 가면이나 써. 나는 정극 배우로 유명하니 이것(비극:찡그린 가면)을 쓰는 것이 좋겠어."(기억나는대로 썼다. 양해해달라!)라고.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각각의 결말도 그대로 났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분명 함께 여행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이기를 갈망하던 스티브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이타카에 다다르지 못했고, 그러지 않았던 롭은 이타카에서 아내와 재회한다.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말이다.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권선징악적인 이야기 구조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두 사람은 각각 얄미운 점도 있고, 재치있고 근사한 점도 있다. 그러니까, 악역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우리는 오히려 두 사람에게서 우리의 인생 그 자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역설의 연속이다. 그것은 이리저리 뒤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희극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되기도 한다. 상을 당한 후 이혼한 아내와 떨떠름하게 재회한 스티브의 결말은 과연 비극적이기만 한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극중 그의 운명이 '고향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 트로이의 장수 아이네아스의 그것과 닮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오히려 그의 인생이 '아이네아스'의 이야기처럼 언젠가 다시 희극적인 지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 아이네아스는 훗날 이탈리아 남부에 정착해 로마의 선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름다운 그리스의 마을들과 해안 풍경은 더할 나위 없는 볼 거리이다.
무더운 여름, 집안에만 있지 말고 극장에 나아가 이 여행기를 한번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두 중년 영국 남자의 재치있는 수다를 듣다보면 어느새 당신의 영혼은 훌쩍 오디세우스의 배에 승선해 있을지도 모른다.
+) 이 영화를 단순히 유쾌한 미식 오디세이...라고 생각하고 관람한다면 실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는 것 많은 아저씨들의 수다쇼를 보고 온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서사보다는 전체적인 구조에 주목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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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절망 속 이야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더 웨일>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힘든 삶의 단편을 비추는 영화
영화 <더 웨일>은 소수의 등장인물과 주인공인 찰리의 집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찰리의 마지막 일주일을 하루씩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은 그만큼 주인공의 삶에 깊이 들어가도록 만든다.
주인공 찰리는 9년 전 결혼한 아내와 8살 딸을 둔 채로 동성 애인과 사랑에 빠져서 가족을 떠난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점에 동성 애인은 세상을 떠났고 찰리는 그 충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 웨일>은 최근 연인을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서 초고도비만에 다다른 찰리의 삶을 보여준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 역시 모두 찰리와 다른 방식으로 힘들게 이어지고 있는 삶들이다.
고혈압으로 목숨이 위태롭던 순간 우연히 찰리의 집에 방문한 토마스는 종말론을 주장하는 이단 교회의 선교사이다. 그리고 찰리가 9년만에 다시 연락한 찰리의 딸 엘리는 학교에서 낙제점을 받기 직전이며 삐뚤어진 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초고도비만의 동성애자, 눈치없는 종말론자, 반항적인 SNS 중독의 비행청소년.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인물들을 가장 평범한 사람들로 등장시킨다. 사별한 주인공, 선한 마음으로 도우려는 이웃, 아빠와 갈등을 겪고 있는 딸. 이들의 삶은 다른 이유로 힘들고 영화는 힘든 삶을 살아내면서 서로 얽혀있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더 웨일> 스틸 컷(찰리, 토마스, 엘리) [출처: 씨네랩 제공]
가장 좋은 해결책 솔직함
영화에서 주인공 찰리는 대학에서 에세이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원격으로 강의를 하는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카메라가 고장난 척 검은 화면으로 이야기한다.
이후 찰리는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딸에게 연락해서 자신이 모아둔 재산을 모두 줄테니 한번씩 들러서 에세이 쓰는 법을 배우라고 말하는데, 반항적인 딸에게 그가 제시하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솔직한 생각을 적을 것.
앞서 이야기 했던 인물들인 찰리, 토마스, 엘리는 모두 솔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찰리는 살이쪄서 거대해진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고, 토마스는 사실 교회에서 활동비를 훔쳐서 가출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엘리는 찰리에 대한 그리웠던 마음을 숨기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숨기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그들을 솔직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그들이 스스로 위안을 얻으며 스스로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가 현실적인 부분은 이들이 솔직함을 드러내는 계기가 자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찰리는 가르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 피자를 배달해주는 배달부에게도 절대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배달부는 단골 손님인 찰리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하거나 걱정을 하는 등 꽤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다 어느날 평소처럼 우편함 안에 있는 돈으로 계산을 하고 배달부가 돌아갔을 거라 생각해 밖으로 나온 찰리는 아직 계단에서 기다리던 배달부를 마주한다.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들만큼 거대한 몸집으로 피자들 들고 들어가는 찰리를 본 배달부의 표정은 마치 괴물을 본 것만 같다. 이전까지 호의적이던 배달부의 태도는 찰리의 겉모습을 보는 순간 혐오로 가득하다.
솔직하게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불러온 결과를 본 찰리는 분노에 차서 집안에 있는 음식을 마구잡이로 입에 우겨넣고 급격한 폭식에 토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 분노는 스스로 드러낸 솔직함이 아닌 발가 벗겨진 것에 대한 공포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고 그 분노는 홧김에 대학 학생들에게 같잖은 에세이는 때려 치우고 솔직하게 쓰라는 욕설 섞인 충고를 단체 메시지로 보내는 데에 이른다.
다음날 찰리의 솔직한 욕설 메시지에 정말 솔직한 답장을 보낸 몇몇 학생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찰리는 감춰왔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후련하게 에세이 강사를 그만두게 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해당 장면 이후에는 찰리가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장면은 더 이상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토마스의 경우도 완전한 타의에 의해서 가장 숨기고 싶던 것이 밝혀지고 의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정직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는 혐오스런 인물들을 통해서 사실 이들 역시 이렇게 된 힘든 과정이 있었고 이들이 자의든 타의든 솔직한 자신을 드러냈을 때 우리가 희망과 사랑으로 받아준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인물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더 웨일> 스틸 컷 [출처: 씨네랩 제공]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절망 속 이야기
영화에서 찰리는 엘리에게 사랑을 전하려 한다. 찰리가 떠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한 가지는 딸 엘리에게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다.
찰리는 이전에도 종교가 삶의 전부였던 애인 앨런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을 때 아낌없는 사랑으로 그 삶을 이어가도록 만들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떠나면서 챙겨주지 못했던 딸 엘리에게 남아있는 긍정과 사랑을 전하는 것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영화 속에서 가장 절망적이여야 하는 인물이 건네는 사랑을 우리는 영화 내내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는 조금 걸어다는 것 조차도 보조기구가 있어야 하지만 빠짐없이 창문 밖에 지나가는 새를 위해 과일을 놓아두는 사람이고, 자신의 애인을 파멸로 이끌었던 종교에서 선교사가 찾아와도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이다.
스스로의 병원비를 아껴서 딸에게 미래에 바로 설 수 있는 희망을 건네고, 자신을 욕하는 딸의 SNS 문장에서 촌철살인의 글쓰기 실력을 칭찬한다. 이것이 삶을 놓은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인 것일까?
찰리의 고단했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끝이 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조금 아쉬운 지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선택 역시도 큰 슬픔이 그를 덮친 것일 뿐 오로지 그의 탓이라 하기는 힘들다.
찰리는 이런 결정을 유일하게 도와주는 인물이 있는데, 하지만 이를 아는 보호자이자 전담 간호사이며 떠난 애인의 동생이던 리즈이다.
리즈는 다른 인물들과 좀 다른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떠나간 찰리의 애인이 리즈의 오빠이고 찰리와 함게 고통을 겪은 인물이다. 그 때문인지 리즈는 찰리를 가족처럼 돌봐주면서도 그가 폭식을 일삼는 것을 말리지 못한다. 아마 찰리가 긍정적임에도 삶을 떠나기로 한 것처럼 리즈 역시 살아가는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찰리의 죽음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떠오른 인물은 리즈였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찰리가 영화 내내 잠겨있던 절망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절망을 겪은 리즈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찰리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서 이후 그녀의 삶은 알 수 없지만 내심 그녀가 잘 견뎌주길 바라게 되는 결말이었다.
<더 웨일> 스틸 컷(리즈) [출처: 씨네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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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 말고 젊은남자 '이정재'
<오징어 게임> 성기훈의 <젊은 남자>시절?
📺 오겜3 보기 전에,에디터가 고른 “청춘 이정재” 대표작 5편
담아두고 같이 정주행해요 📂
에디터 픽🎯
<젊은 남자>, <태양은 없다>, <시월애>, <하녀>,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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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판빙빙×이주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조합!
녹야/Green Night
Hong Kong, China/2023/92min
한슈아이 감독/'갈라 프레젠테이션' 세션
5일 오후 2시, 부산 KNN타워 KNN시네마에서 〈녹야〉 기자회견이 열렸다. 〈녹야〉는 한슈아이 감독이 연출하고 판빙빙, 이주영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녹야〉는 여성 로드무비다. 인천항 여객터미널 검색대에서 일하는 진샤(판빙빙). 그녀는 어딘가 지쳐 보이는 얼굴이다. 진샤의 얼굴에는 짜증과 권태를 넘어선 체념의 표정이 깃들어 있다. 그런 그녀 앞에 초록머리(이주영)가 나타난다. 평범한 옷차림이지만 그를 뚫고 나오는 에너지를 가진 초록머리는 표정과 행동(그리고 이를 비추는 카메라 워크)에서부터 자신이 진샤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임을 암시한다.
진샤는 영주권 취득 문제로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고, 초록머리 역시 마약을 유통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몰래 이를 운반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즉 그녀들은 모두 남자에게 구속당하는 동시에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여자의 만남은 어떠한 변화를 촉발해낸다. 그리고 새로이 시작된 변화에서 두 사람은 남자를 매개하지 않은, 즉 위태롭지만 매혹적인 날 것의 자유를 마주한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조용한 성격의 진샤와 모든 일에 즉흥적이고 본능대로 행동하는 초록머리. 영화는 가난과 폭력 속에서 살아온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로드무비의 질감을 과감하고 풍성하게 담아낸다. 지금껏 대체로 화려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온 판빙빙이 수수한(혹은 초췌한) 맨얼굴로 선보이는 감정 연기와 진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주영의 새로운 매력이 잘 어우러지는 영화다. 〈녹야〉는 퀴어 캐릭터의 재현, 과도한 상징과 암시, 여성 로드무비 클리셰의 반복 등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녹야〉의 과한 선명성은 〈델마와 루이스〉 이후 수없이 변주되어온 여성 로드무비를 아껴온 장르 팬들에게는 장르의 문법과 상징을 극대화하여 최대치로 맛보게 해주는 영화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배우와 감독은 한목소리로 조심스럽고 얌전한, 마음에 숨긴 게 많은 여성 진샤와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초록머리가 서로에게 끌리며 겪는 변화를 이 영화의 매력 요소로 꼽았다. 이 모든 걸 설득해내는 것은 두 배우의 연기다. 판빙빙은 〈녹야〉가 “여성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영화”라며, “여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이를 직면하고 해결하며 다른 여성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녹야〉를 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는 그녀는 영화가 서로 다른 두 여성의 관계를 다룸으로써 사랑을 한층 더 다원적으로 발전시켜 표현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했다.
기존과는 다른,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때로는 동물적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초록머리를 연기한 이주영은 〈녹야〉 출연 제안을 수락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 여자가 고난을 헤치고, 달려 나가는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를 보고 싶고,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녹야〉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출연 여부를 고민하던 중 판빙빙의 진심을 담은 손 편지 덕에 〈녹야〉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열정을 전달받아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던 시기에 촬영했기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녹야〉는 스토리와 메시지뿐 아니라 제작 과정 역시 하나의 도전이었다. 판빙빙은 이 어려움을 이겨낸 현장 스태프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점을 들어 〈녹야〉를 완성해낸 힘도 여성의 역량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샤와 초록머리가 마주한 체계적이고, 구조적이며, 만연한 (남성) 폭력 앞에서 둘은 종종 무너지고 때로는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둘 만의(여성들만의) 경험과 감정에 기반해 전에 없던 초록빛 밤을 만들어냈다. 여성 로드무비의 2023년판 버전이자 판빙빙, 이주영 두 배우의 변신과 케미가 빛나는 〈녹야〉, 2023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이 화제작을 부산에서 즐겨보길 권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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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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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손석구·김동휘, <댓글부대> 주연 확정
ⓒ 네이버 영화
배우 손석구와 김동휘가 장강명 작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댓글부대>에 출연을 확정
했다고 한다. <댓글부대>는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모티브로 다뤘다. 영화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대외비>, 3월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이 선보이는 열연과 예측할 틈 없는 리드미컬한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을 영화 <대외비>가 3월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정이>,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
ⓒ 네이버 영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 공개 3일 만에 1,9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스페인,
대만, 싱가포르 등 총 80개 국가/지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해외
<아바타2>, 글로벌 수익 20억 달러 돌파
ⓒ 네이버 영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글로벌 흥행 수익 20달러를 돌파하며 국내
개봉 외화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하였다. 또한, <아바타: 물의 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개봉한 영화 중 최초로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작품이기도 하다.
실사 '오징어게임', 촬영 중 3명 부상
ⓒ IMDB
'오징어 게임'을 기반으로 한 실사 리얼리티 쇼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를 촬영하던 중 참가자
3명이 부상 당해 치료를 받았다고 BBC에서 전했다. 넷플릭스 측은 출연지과 제작진의 안전에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마돈나 전기 영화, 제작 취소
ⓒ 네이버 영화
지난 2020년, 유니버셜 픽쳐스는 마돈나의 전기 영화 제작을 발표하였고, 마돈나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마돈나의 새로운 월드 투어로 인해
일정상의 문제가 생기며 마돈나의 전기 영화 제작이 취소되었다고 보도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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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 오징어 게임
이 글은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김창옥 강사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었다. 억만금을 줘도 하기 싫은 강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중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라고. 그 어떤 말을 해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는 것은 기본, 그 나이 또래가 가진 "가오" 때문에 안 들어도 될 말들을 듣는 것이 참 괴로웠다고 한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전문가마저도 그렇게 느낄 텐데, 한낱 회사원에 불과한 내가 영화관에 갔는데 옆자리에 깨발랄한 중학생 두 명이 덜컥 앉는 행운(?)을 맞이했을 때의 심정을 20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내 우려를 관심법으로 들여다보기라도 하듯이, 두 중딩은 누가 봐도 이 한여름에 뛰어 왔다는 티를 땀냄새로 팍팍 내고 있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관람하게 될 영화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서 한없이 가볍고 빠르게 시끄러움을 사방팔방 흩날리고 있었다. 심지어 영화가 시작함을 알리는 소등 이벤트 이후에도.
그리고 영화에 감사해야 했다. 이 우주버전 오징어 게임(?) 덕에 내 옆의 두 생명체는 입을 다물었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명히 재미는 있다. 그러나 뭔가 쏙 빠졌다는 느낌은 영화 [월드 워 Z]를 볼 때와 비슷하다. 월드 워 Z는 정말 기가 막히다는 말 이외에는 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그것도 해외 방방곡곡 촬영. 브레드 피트 원톱. 15세 이상 등급의 좀비 영화라는 세 악조건 속에서. (참고 1)
아마 이 작품도 그런 허점 아닌 허점을 노렸을 것이다. 설명해야 할 것들은 모조리 생략하되, 그 점을 메우기 위해 스케일을 키웠다. 물론 이는 오락영화, 특히 여름이라는 성수기를 틈타 개봉하는 작품에겐 매우 큰 장점이다. 게임이 현실에서 재연되었다는 콘셉트 덕분에 어이없을 정도로 장대한 CG를 감상할 수도 있고. 그리고 나의 타자 속도를 지배하는 마감 시간처럼(지금) 쫓아오는 괴물들 덕에 지루할 틈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퀘스트를 깨는데 필요한 족보(?)를 갖고 있는 독자(안효섭)의 활약이 재미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원작을 안 본 나의 눈에도 생략했음이 짐작 가는 부분들이 매우 많이 보인다는 점. 그리고 그 많은 웹툰 속의 말풍선들을 독자 혼자만의 설명이나 생각 만으로 처리하는 점은 보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가기 벅찰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뭐랄까. 뛰어넘은 부분에 대한 의문점들이 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나의 발목을 덥석 그러잡는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런 목 안의 생선 가시 같은 불편함은 후반부에 가서 좀 더 커진다. 배후성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벌어지는 레벨업(?)이라던가. 시공간을 초월하다 못해 그냥 시공간이 박살 난 것 같이 보이는 충무로역 패싸움(?) 장면이 그러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장점으로 작용했던 속도감이 소통의 부재로 몰락하는 순간에, 영화에 인질로 잡혀있던 내 모든 정신이 풀려나기 시작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찰나의 순간에 느끼는 괴리감은 꽤 커서 열심히 게임 속의 말이 되어 뛰고 있는 독자의 모습이 낯설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또한 시리즈가 될 것이 당연한 이 작품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아직 속편이 나오지 않았으니 정확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보여준 것을 토대로 상상했을 때. 분명 이 게임 자체를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점. 그 퀘스트를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오징어게임과 많이 닮아 있기에. 그 큰 틀 안에서의 독자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예상이 가면서도, 메시지의 전달과 지금의 이 템포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하지만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살아남은 바람에 앞으로도 나올 것만 같은 그녀의 존재다.
CG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공평하게 어색한 가운데서도 지수의 연기는 탁월할 정도다. 정말 짧은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옆자리에서 꺼졌다고 생각한 스피커 두 개가 다시 부산스럽게 커졌으니까.
분명 후속 편이 기대되는 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아닌 인물에 대한 불만이 생기게 된 상태라면. 본격적인 스페이스 오징어 게임이 될 다음 편에선 반드시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참고 1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서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영화관으로 불러야 함. 그러니 19세보다는 15세 관람가가 훨씬 나음. 그러면 좀비영화인데도 너무 징그러운 장면을 넣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음. 가장 혀를 내두르게 했던 점은 펩시 콜라 PPL. 정말 필요한 순간에 너무 잘 넣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브레드 피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온 영화이지만, 좀비 없는 좀비 영화라는 오명도 함께 가져가는 포지션에 있음.
[이 글의 TMI]
1. 옆자리 중딩들아..다시는 만나지 말자.
2. 팥빙수 먹고 싶다.
3. 너무 더워서 밤에도 에어컨 켜고 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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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브스턴스> 메인 예고편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 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는데... 단 한 가지 규칙,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킬 것. 각각 7일간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무엇이 잘못되겠는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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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키드> 예고편
장르: 뮤지컬 영화 출연: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미셸 여, 제프 골드브럼,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마리사 보데가, 보웬 양, 브론윈 제임스, 케알라 세틀 감독: 존 추 각본: 윈니 홀즈만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소설 원작, 작곡 작사 스티븐 슈워르츠, 윈니 홀즈만이 각본을 맡은 뮤지컬 위키드를 원작으로 한다. 제작: 데이비드 닉세이, 스티븐 슈워르츠, 자레드 르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