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1-14 19:01:13
넷플릭스 2022년 1월 신작!
넷플릭스 1월 신작
넷플릭스 2022년 1월! 신작 추천5편
지금 우리 학교는
1월 28일 공개
장르: 스릴러, 좀비
크리에이터: 이재규, 천성일, 김남수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김병철, 이규형 등
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시발점이 된 고등학교
이곳에 갇힌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아야만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염되여 좀비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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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즌
1월 27일 공개
장르: SF, 스릴러
크리에이터: 야니크 타이 모스홀트, 크리스티안 포탈리보
출연: 말라이카 베렌트 모센다네, 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베르 등
덴마크의 조용한 마을에 도사리고 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17살 소녀와 친구들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면서 소녀의 세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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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1월 13일 시즌1 공개
장르: 스릴러, 드라마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쓰치무라 가호, 오노 카린, 하시모토 준, 덴덴, 유스케 산타마리아, 사노 시로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 스캔들을 파헤치는 한 신문기자
그녀가 집요하게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 팬을 꺾으려는 세력의 힘은
더욱 거세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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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안드로이드
1월 7일
장르: SF스릴러
감독: 맷슨 톰린
출연: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알지 스미스, 라울 카스티요 등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켜 모든 것을 장악해버린 세상
출산을 앞둔 젊은 커플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약 없는 여정을 이어간다
어떻게든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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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트리트먼트
1월 20일
장르: 로맨틱, 코미디
감독: 릭 제이콥슨
출연: 로라 마라노, 메나 마수드 등
매력적인 왕자의 결혼식에서 일할 기회를 잡은 뉴욕의 미용사,
하지만 둘 사이에 핑크빛 기운이 감도는데
사랑이 먼저일까? 왕족의 의무가 먼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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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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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서브스턴스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포는 엘리자베스가 데이트를 앞두고 계속 거울 앞으로 되돌아가는 장면이다. 외출 준비를 마쳤을 때는 꽤나 만족스러웠지만, 전광판 속 젊고 아름다운 수를 보자마자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결점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다시 립스틱을 바르고, 목주름을 감추고, 화장을 덧칠하지만 수정할 부분은 끝도 없이 보인다. 엘리자베스는 결국 거울이라는 자기혐오의 늪에서 얼굴을 뭉개버린다. 여성의 외모와 나이로 가치를 부여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도, 결코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없다. 엘리자베스가 스스로를 파괴하면서까지 서브스턴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They are going to love you.’, 즉 사랑받을 것이라는 환상 때문이었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몸과 외모에 가치를 부여해 사랑을 주고,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길들인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현실의 강화된 버전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특히나 엘리자베스가 진행하는 피트니스 쇼는 ‘자기 관리’라는 미명 하에 여성들이 더욱더 스스로에게 가혹해질 것을 요구한다. 이 쇼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제작자를 비롯해 모든 결정권자들은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운동복을 입은 출연자들은 남성들의 눈요깃거리가 되는 동시에 여성들에게 자신을 아껴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완벽한 몸‘이라는 환상을 판매하는데, 이때 여성들이 자신을 아껴주는 방법은 몸을 옥죄는 운동복을 입고 신체 부위를 성애화하는 모습으로 구현된다. 이 환상의 대리인은 쇼의 출연자들이며, 환상의 판매자는 여성의 몸과 외모에 가치를 부여하는 남성적 시선이다.
완벽한 외모와 몸을 자원으로 사랑받아 온 엘리자베스는 오랫동안 시스템의 보상에 길들여져 왔다. 아름다워질수록 자신을 향한 환호는 커졌을 것이다. “여자는 50 넘으면 끝”이라고 말하며 더 젊고 아름다운 인물을 찾는 제작자에 의해 엘리자베스는 가치가 떨어진 상품으로 전락한다. 더 젊고, 더 나은 자신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무자비한 욕망의 근원은 가부장제의 보상체계 안에서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는 어떻게 되는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은 마녀로, 패배자로 그려져 왔다. 아름다운 수에게 자기 자리를 뺏긴 후 엘리자베스는 코트로 몸을 감싸고 도망치듯 거리를 걷고, 젊은 남성에게 수모를 당하고, 혼자 있을 때조차도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 피폐해진 엘리자베스가 잠깐 생기를 찾을 때는 동창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승인해 줄 때뿐이다. 반면 사랑받는 여성은 권력을 얻는다. 그러나 이 권력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누가 승인하는 것인지를 영화는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에서 이 세계를 공고히 유지시키는 것은 제작자 하비와 남성 권력자들이며, 아름다움의 탄생에 찬사를 보내고 동조하는 언론과 대중의 시선 또한 공범으로 지목된다. 시스템 안에서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한 엘리자베스와 수는 계속해서 탄생하며, 엘리자베스와 수로부터 변형되고 분절된 버전인 괴물, 즉 ‘몬스트로 엘리자수’ 또한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던 보부아르의 말을 생각한다. 몬스트로 엘리자수는 자신이 원해서 태어났나요? ‘더 젊고, 더 나은 나’에 대한 환상은 여성에게 유독하다. 마지막에 그 유독성 가득한 피를 무대에 난사할 때 해방감 섞인 쾌감을 느꼈던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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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9월 1주 개봉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Confidential Assignment2: International , 2021
공조 이즈 백
남북 최초의 비공식 공조 수사라는 신선한 설정과 현빈, 유해진의 유쾌한 케미로
강력한 입소문을 불러일으키며781만 관객을 동원, 2017년 설 연휴 극장가를 강타했던 '공조'가
확장된 재미와 스케일 그리고 한층 짜릿한 액션으로 새롭게 돌아옵니다.
"공조2: 인터내셔날"은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과 남한 형사 '강진태',
여기에 뉴페이스 해외파 FBI '잭'까지,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입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히말라야' 등 웃음과 재미, 감동과 스케일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전 세대를 사로잡아 온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세대를 초월하는 웃음과 공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현빈 X 유해진 X 임윤아의 뜨거운 재회 그리고 다니엘 헤니 X 진선규의 신선한 에너지까지!
올 추석, 풍성한 케미로 웃음을 선사할 추천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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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폰 The Black Phone , 2021
전 세계에서 먼저 터진 2022년 최고의 호러 영화
영화 "블랙폰"은 기괴한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된 소년이
죽은 친구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서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호러영화입니다.
지난 6월, 북미 개봉 단 3일 만에 제작비를 뛰어넘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해왔는데요
'겟 아웃', '인비저블맨' 등을 선보인 대표적인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과
마블 블록버스터 '닥터 스트레인지'로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스콧 데릭슨 감독이 손을 잡았습니다.
또한 할리우드 대표 배우 에단 호크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숨막히는 공포를 선사할 예정 입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올해 개봉한 호러 영화 중 팝콘지수 1위!
폭발적 관객 호평 쏟아지며 뜨거운 입소문! 추천영화 "블랙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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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된 거야 Tout s'est bien passe , EVERYTHING WENT FINE , 2021
삶과 죽음에 관한 새로운 마스터피스
영화 "다 잘된 거야"는 갑자기 쓰러진 아빠 '앙드레'로부터 자신의 죽음을 도와 달라고 부탁받은 딸 '엠마뉘엘',
끝을 선택하고 시작된 조금 다른 작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전세계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거장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21번째 작품입니다.
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아빠의 안락사 선택 이후, 매 순간이 작별인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찬반 논쟁과 논란의 대상인 품위 있게 죽을 권리 '안락사'를 소재로 합니다.
영원한 하이틴 스타 소피 마르소와 전설적인 배우 앙드레 뒤솔리에부터 샬롯 램플링까지
연기 마스터들의 완벽한 연기로 영화의 의미를 담아냈습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 최고작, 삶과 죽음에 관한 새로운 마스터피스!
추천영화 "다 잘된 거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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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깔나는 배우들의 깔끔한 타임루프, 팜 스프링스
팜 스프링스
감독 맥스 바바코우
출연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개봉 전 시사회로 본 작품이기 때문에 개인 평점만 기록했습니다.
※시사회는 영화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네이버 평점 : 개봉 전
왓챠 평점 : 개봉 전
개인 평점 : ★★★☆ (3.5 / 5)
>> 미국식 코미디를 즐긴다면 의외로 5점도 가능...!
팜 스프링스 리뷰 3줄 요약
1. 메인 장르는 코미디도 로맨스도 아닌 타임루프물
2. 미국식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다. (미국 시트콤과 결이 비슷하다 생각)
3. 엔딩 크레딧 나오기 전 약간의 뒷이야기가 나온다. 그것 외에 쿠키 영상은 없다.
<팜 스프링스>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 코미디만 만들어온 신인 감독의 나름 성공적인 첫 장편 데뷔작
<팜 스프링스>의 감독 맥스 바바코우는 지금까지 1편의 다큐멘터리, 2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모두 장르에 코미디가 들어갔다.
한마디로 요즘 찾아보기 힘든 코미디에 진심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팜 스프링스>는 그런 그의 첫 장편 코미디이면서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상까지 수상한 나름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면 살짝 뻔할 수도 있는 클리셰적인 유머 코드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배우들이 잘 살린 것도 있지만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배치하여 억지로 웃기려 든다는 위화감은 들지 않는다.
이것만 하더라도 가벼운 영화지만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감독의 유머 코드는 영화의 전반적인 재미 수준을 꾸준히 끌고 가서 영화를 보면서 텐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줘서 좋았다.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브루클린 나인 나인> 포스터 [출처: FOX 공식 홈페이지]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메레디스 하그너 [출처: 다음 영화]
- 약간은 낯선 주연 배우들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앤디 샘버그는 미드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지만 영화에 자주 나오는 배우는 아니다. 최신 필모를 보면 대부분 애니메이션 주연 목소리 역을 맡고 있으니 어찌보면 목소리는 익숙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앤디 샘버그가 국내에서 알려진 건 넷플릭스 유명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 나인에서 주연 제이크 페랄타 역을 맡으면서다. 시즌 1부터 골든 글로브에서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현재 시즌 8까지 나온 인기 시트콤이다.
SNL 크루로 데뷔해서 콩트를 쓰고 직접 연기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시트콤에서 인기를 얻었으니 코미디 쪽으로는 누구보다 전문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나이가 43살인데 생각보다 동안인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 상대역인 크리스틴 밀리오티와는 무려 13살이나 차이가 난다!
심지어 극 초반 커플로 나오는 메레디스 하그너와는 15살 차이… 영화 볼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놀랐다.
영화를 보면 감독의 유머 코드 인지 앤디 샘버그의 평소 개그 스타일을 살린 건지 병맛 코드의 개그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 외에도 19세 관람가 수준까진 아니지만 어른용 유머도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가족끼리 보는 건 추천하지는 않는다.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앤디 샘버그와 함께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밀리오티 역시 시트콤으로 이름을 알린 이력이 있다. 국내에는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유명 시트콤이다. 이 외에도 그녀는 뛰어난 노래 실력의 소유자로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였고 뮤지컬 원스로 그래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주연배우들이 탄탄한 이력과 다양한 무대 경험이 있어서인지 주연배우 간의 티키타카가 매우 자연스럽다.
특히 조연으로 출연한 J.K. 시몬스는 그 특유의 광기를 보여주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뽐낸다.
- 깔끔한 타임 루프 활용 (a.k.a. 치트키)
앞서 소개했듯이 <팜 스프링스>는 타임 루프에 꽤나 중점을 둔 로코 영화이다.
주인공 나일스는 기억이 까마득할 만큼 타임루프에서 살아온 인물이며 이미 그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여기서 나일스가 타임 루프에 걸리게 된 사연이나, 타임 루프가 생긴 원인 등은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도 하고 딱히 설명 없이도 영화 흐름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 속 톡톡 튀는 매력을 풍기는 장면들은 모두 타임 루프라는 설정과 함께하는 장면들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감독과 작가가 영화의 설정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생각보다 일찍부터 기획되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처음 영화를 기획할 당시에는 직접적으로 비교될만한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뿐이었지만 나일스 역으로 앤디 샘버그를 캐스팅하고 각본을 수정하는 사이 많은 타임 루프 영화가 개봉했다. <해피데스데이 시리즈>라던가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안 인형처럼>등으로 실제로 이러한 것을 보면서 그들 역시 꽤 당황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모두 대본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팜 스프링스>가 개봉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극 중 사라 역을 맡은 크리스틴 밀리오티는 장르가 타임 루프인 만큼 양자 물리학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이를 설명하는 장면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편집되었다고....
밀리오티에겐 안타까웠을 일이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물리학적인 상황보다 극 중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연출하는데 집중하면서 오히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출처: 다음 영화]
※아래 내용부터는 본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 방지용 춤추는 나일스 짤 / 눈빛 교환 중인 로이 역의 J.K. 시몬스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붉은 여왕의 법칙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 붉은 여왕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법칙으로 붉은 여왕이 사는 세상에서 등장한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가만히 있기 위해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며,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법칙이다.
흔히 진화론과 관련되어 사용되긴 하지만 이 법칙을 처음 들었던 건 창업 교앙이었기 때문에 기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현상 유지가 되는 순간 경쟁 업체는 모두 발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도태된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이 법칙을 이야기한 이유는 <팜 스프링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극 중 주인공인 나일스는 타임루프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무한하게 반복되는 삶을 받아들인 인물이다.
하지만 새롭게 루프에 들어온 사라는 끊임없이 행동하는 인물이다.
사라가 탈출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은 나일스가 대부분 해보았거나 너무 터무니없어서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방법들이었다. 사라 역시 무수히 실패했고 반복되는 삶에서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정적으로 그녀는 루프를 꼭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깨닫게 되는 장면을 계기로 그녀는 루프에 대해 한 단계 더 깊이 고민했고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탈출 방법을 찾아낸다.
나일스가 도태되어 버린 이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죽어라 뛰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루프에 갇혔었다.
루프 탈출을 앞두고 갈리는 둘의 입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이 갇혀있는 세상은 어찌 보면 움직이지 않는 세계이다.
따라서 붉은 여왕의 세계처럼 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무리가 없다.
루프 밖의 세상은 치열하게 일을 하고 삶을 보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계이다.
여기서 나일스는 발전이 없을지라도 루프 안에 남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라는 실수를 바로잡고 더 나은 삶의 모습을 만들고자 주저없이 나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달려야만 하는 붉은 여왕의 세계와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과연 나라면? 루프에 갇혔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탈출할 수 있는 루프라면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영원한 방학이 있으면 스스로 개학식을 열 수 있는 의지가 나에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 보면 금세 일주일이고 일 년이고 지나가는 게 아닐까?
아마 세상은 흘러가지 않더라고 즐길 거리가 많을 것이고 너무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오히려 루프 밖을 견뎌낼 체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고 나오면 루프를 나와서도 힘들어질 때마다 루프 속을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나도 어쩌면 나일스처럼 그렇게 안빈낙도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성격상 멈춰있는 상태를 견디지 못할 것이고 후회는 금방 까먹을 테니 잠깐의 여행처럼 갔다가 올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잡담이 길었지만 영화 자체는 나름의 메시지도 분명했고 피식피식 웃기는 장면도 많았고 특히 소위 골 때리는 장면이 많아서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마침 네이버 영화에 특별 예고편으로 올라와 있어서 첨부했다.
두 캐릭터의 매력이 잘 나타난 favorite 장면 <팜 스프링스> 특별 예고편 [출처: 네이버 영화]
네이버에는 다이나믹 듀오 장면으로 올라와 있던데 다이나믹한 듀오의 장면이라 그렇게 이름 붙인 건지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손가락이 검열당하긴 했지만 모두가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듯 펍 안의 사람들이 나왔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한 번씩은 개그 요소로 쓰이니 그런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개그 소재로 안 쓰인 등장인물이 없다.... (새삼 놀라는 중)
다시 한번 정말 코미디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보면 개인 평점을 4점으로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강력한 개봉 기대작들이 모두 지나가고 (마블이라던가... 디즈니라던가... 거기가 거기지만...)
타임 루프를 메인으로 약간의 코미디만 가미된 깔끔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영화 <팜 스프링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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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 이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는<파묘> .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한국 오컬트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이도현과 김고은의 파격 변신으로 벌써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묘>!
이번주 개봉예정작 함께해보아요.
파묘
Exhuma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한국 | 134분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개봉: 2024.02.22.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CINE PICK!
베를린 영화제 공개 이후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파묘>. 이도현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 최민식이 출연하는 첫 오컬트 영화로 예고편 공개 직후부터 각 배우들의 파격 변신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사전 예매가 벌써 11만 명을 넘어서며 설날의 침체된 한국 영화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33분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바닉 세사
개봉: 2024.02.2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함께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혼자였다 1970년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텅빈 학교에는 세 사람이 남게 된다.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폴’, 문제아 ‘털리’ 그리고 주방장 ‘메리’ 이들은 원치 않았던 동고동락을 시작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CINE PICK!
할리우드의 명품 조연 ‘폴 지아마티’가 <바튼 아카데미>의 주연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작품으로 외로움과 대한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윌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Wallace & Gromit The Classic Collect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영국 | 89분
감독: 닉 파크
출연: -
개봉: 2024.02.21.
배급: 주식회사 에이컴즈, CGV ICECON
시놉시스
천재 발명가라기엔 2% 부족한 주인 월레스 그의 동반자 천재 반려견 그로밋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수상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치즈를 구하러 달나라로 ‘화려한 외출’을 떠난 어느 하루와 비밀을 숨긴 하숙생과 펼치는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으로 인한 그로밋의 수난시대까지!
CINE PICK!
영국의 단편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윌레스와 그로밋>은 영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인데요. 영화는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등의 단편들과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에피소드까지 포함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
Sound of Freedom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31분
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출연: 제임스 카비젤
개봉: 2024.02.21.
배급: (주)NEW
시놉시스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정부 요원 ‘팀 밸러드’.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에이스 요원이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한 흥행작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 구출작전을 펼친다는 미국 비영리단체의 인물 중 하나인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제작비의 10배나 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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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봤던 아들과 동거를 시작했다.
- 줄거리
효진은 친구인 미란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효진은 2년 전에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효진의 남편은 결혼을 해서 종욱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종욱은 친엄마가 죽고 나서 아빠의 애인과 함께 지내다가 할머니 손에 자라게 된다.
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종욱이 오갈 데가 없어지고 효진은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받게 된다.
효진은 고민을 하다 피도 안 섞인 죽은 남편의 아들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종욱의 친구로 등장하는 주미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지 못한 임신을 하게 된다.
주미는 아이를 없애는 선택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게 된다.
때마침 엄마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서영이라는 사람의 집에 머물며 주미는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청소년이 임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아이를 낳는 것, 근데 그 아이를 낳기만 한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임신을 하게 되고, 이를 당연하게 책임지는 부분에 대해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듯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지만 키우지는 않고 아이를 낳자마자 보지 않고 아이를 필요로 하는 집에 보내는 것이 놀라웠다.
나는 이러한 방법도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아쉽다고 느꼈던 점은 종욱이 서영의 통화 내용을 듣고, 주미의 아이를 서영에게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을 알게 된 종욱은 주미와 다투게 된다.
나는 후에 주미가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좋은 가정을 선물해 주는 것이라는 대사를 하고 나서야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그 장면을 보고 바로 이해가 되었다면 영화를 보는 입장으로서 어리둥절하지 않았을듯해서 전화 내용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나타났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느꼈다.
마지막 부분에 효진이 장을 본 후에 짐을 들고 가는 것을 본 종욱이 효진에게 짐을 달라고 한다.
영화 내내 종욱은 효진을 그쪽, 아줌마 등의 호칭으로 불렀었는데, 짐을 들어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 호칭 없이 짐을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나는 여태 서로가 불편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 점차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소중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엄마라고 부르거나 하는 것보다는 아무런 호칭도 없지만 효진의 짐을 들어준다는 부분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던 짐들을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 명대사
"누가 걔를 키워야 되냐고 물으면 그게 네가 될 수도 있어
근데 걔를 키우지 말아야 될 사람을 꼽자면 그것도 너야"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물으면 너희가 맞을 수도 있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키우지 말아야 할 사람이 누군가 따져보면
그거 역시 너희들이야"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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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이캔스피크>
* 이 영화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간단한 감상을 원하시는 분은 처음 두 단락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후에 다시 보러 와주시기 바랍니다.
간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아주 잘 차린 가정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너무 맵거나 짜지도 않고, 적당히 감칠맛이 도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맛있고 자꾸만 생각나는. 그리고 건강하고 배부른 한 끼 식사.
성급한 일반화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영화를 보고나서 이토록 개운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서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한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그것을 자극적이지도, 신파적이지도 않게 완급을 잘 조절했다. 사건의 진행은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고, 인물들 간의 관계도 촘촘한 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숨어 있는 위트들은 어떤 사람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래서 편하다.
아래에서는 영화 전반에 관한 간단한(혹은 두서없는) 감상을 다룰 것이다.
1. 인간적인 원칙주의자들의 만남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철저한 원칙주의자의 양 끝단에 서 있다. 나옥분(나문희 분)은 도깨비 할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구청 직원들과 시장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는 극성스러운 민원인이며, 유민재(이제훈 분)는 그런 옥분을 상대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류부터 제출하시라'는 말을 하거나,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상대에게 당당하게 그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원칙주의적인 직원이다.
이런 원칙주의자들은 사실 적이 많다. 사람들은 원칙에 벗어나길 좋아하니까. 옥분에게는 시장과 구청 사람들이 그렇고, 민재에게는 그의 하나 뿐인 동생이 그렇다. 그들이 겪는 갈등은 원칙을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피해 가려는 자의 대립에서 피어나게 된다. 카메라는 그들의 이런 모습을 먼저 조명한다.
언뜻 보기에 옥분과 민재, 이 두 사람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도 보인다. 옥분은 할 일 없어 허구한 날 구청을 찾아와 민원이나 넣는 극성스러운 할매고, 민재는 토익 950점에, 업무처리까지 탁월해 구청장에게까지 인정받는 능력있는 인재다. 그런 민재는 정도도 모르고 구청 직원들을 성가시게 하는 옥분이 못마땅하다. 더군다나 뜬금없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억척스럽게 달라 붙으니 그녀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나 사실 이런 원칙주의자들은 오히려 합이 잘 맞기 마련이다. 사실 상 두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칙주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옥분의 원칙주의는 그녀의 인간에 대한 애정과, 불의에 대한 저항감에 기인한다. 무척 깐깐하고 무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설령 그것이 오지랖이고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그녀는 그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불의와 불합리함들이 사람을 어떻게 다치게 하는지를 그녀는 이미 겪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억척스러움이, 마냥 밉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그녀의 사정에 있다. 그녀의 결핍, 그러니까 가정의 부재와 아픈 과거로 인한 상처는 도리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다.
민재의 원칙주의는 다소 엘리트주의적으로 보인다. 옥분이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할 때 일부러 어려운 단어들을 숙제로 내주고 외워오라고 하거나, 건물 재건축(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과 관련된 일로 구청장에게 편법을 제안하는 것은 얄밉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모습은, 타고난 본성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동생을 홀로 부양해야 하는 그의 사정과도 크게 떨어져 있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부모님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는 좀 더 단단해지고, 좀 더 능청스럽게 그의 삶을 살아나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옥분의 등장은 그를 난감하게 한다.
결국 두 사람의 원칙주의는 그 성질이 다소 달라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두 사람은 인간적이다. 이러한 원칙주의와 인간미는 두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게 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서 닮은 점을 찾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는 관객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두 주인공들의 만남을 애정 어린 눈으로 감상할 수 있게 돕는다.
2. 나는 말하고 싶다!
민재와 옥분의 기나긴 실랑이는 민재가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끝이 난다. 민재는 온갖 재치있는 교수법을 동원해 그녀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열정적인 학생인 옥분은 그를 통해 아주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훌륭한 한 사람의 영어 화자로 거듭난다.
이러한 모습은 언뜻 많은 영화에서 그려온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재능은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못한 제자가 좋은 스승을 만나서 그의 꿈을 이룬다는 플롯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말하자면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한 것은, 단순히 영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이 옥분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영어는 말하자면 수단이다. 그녀에게는 많은 동기가 있다. 영어를 할 수 있어야 먼 타지에서 떨어져 사는 그녀의 남동생과 소통할 수 있고, 세계에 그녀와 그녀의 벗들이 겪었던 억울한 사연을 알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 절실했고, 더 열정적이다. 민재가 한 일은, 그런 그녀를 살짝 보조(Nudge)해준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재는 아주 좋은 교사다. 그는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파악해 가르쳐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노래를 통해 가사를 외우는 것은 꽤 구시대적인 교수학습법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효과적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옥분이 먼저 찾았던 학원 강사의 모습과 대비된다. 그러나 강사의 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반에는 너무 많은 학생이 있었고, 따라서 학생 개인에게 관심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바람직한 방법은 학원에서 그녀를 위한 특별반을 마련해주는 것일 텐데, 학원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므로 그다지 끌리는 조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영어 과외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사실 전문 과외 선생도 아닌 민재를 영어 과외 선생으로 들인다는 것 자체가 좀 넌센스이기는 하지만 영화적인 장치로 이해해 보자.
사족 같이 덧붙이자면, 사실 그녀는 이미 상당한 영어 실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영어학원에서 민재와 원어민 화자가 대화하는 것을 얼추 이해할만큼 능력이 좋다. 영어를 차치하더라도, 그녀는 각종 민원을 꼼꼼하게 지적해 제출할 정도로 법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이다. 그녀는 단순히 노력만 열심히 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아주 영민하고 또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녀의 잘못을 잘 시인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안다. 이는 좋은 학습자의 자세이며, 그녀가 끊임 없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임을 시사해준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녀가 만약 그녀의 아픈 과거가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그러나 현실의 그녀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충분히 멋있기 때문에, 너무 아파하지만은 않을 수 있었다.
3. 사건이 아닌, 인간 나옥분
이 영화에서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녀를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건'의 대상이 아닌, 그러한 아픈 과거를 지닌 한 사람의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녀는 누군가의 어머니도, 아내도 아니다.
물론 이는 그녀의 아픈 관거에 기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점은 오히려 그녀를 누군가의 보조자가 아닌, 그녀의 삶의 당당한 주체로서 바라보게끔 한다. 그녀는 매일 같이 구청을 찾아 또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한 사람의 영웅이자, 정심과 진주댁에게는 소중한 벗이, 그리고 민재와 그의 동생에게는 의지를 하면서도 또 의지가 되는 사랑스러운 이웃이자, 새로운 가족이 되어 준다. 비록 그녀는 일제에 의해 그녀의 삶의 일부를 강제로 빼앗긴 적이 있었지만, 그래서 남들은 다하는 시집도 가지 못하고 속을 앓으며, 죄인처럼 스스로를 숨기면서 살아가야 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의 의지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해 나가며 살아간다.
영화의 카메라는 그녀의 이러한 모습을 조심스럽게 쫒아간다. 관객은 우선 한 사람의 인간인 나옥분을 조명하고, 그녀의 삶을 하나씩 나열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강압적이지 않게, 개연성있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픔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그러한 아픔을 무대의 전면으로 내보내면서 소위 '위안 부 피해자'의 문제가 단순히 우리와 동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가장 내밀한 이웃에게 벌어지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 겪는 아픔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3. 우리에게는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웃들이 있다.
옥분이 스스로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신문을 통해 알렸을 때,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녀를 쉬쉬하고 그녀의 아픈 과거를 덮으려고만 했던 그녀의 어머니와 그 시대의 옛날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좀 뻣뻣하고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애정어린 방식으로 그녀의 아픔에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그녀를 돕고자 애쓴다. 그녀를 끌어 안는 진주댁과 민재의 모습, 그리고 몰래 문틈에 돈봉투와 편지를 끼워 넣고선 먼 발치에서 허리 굽혀 이사하는 족발집 처녀, 그리고 증언을 위해 미국으로 가는 그녀에게 이것저것 많은 선물을 챙겨주는 다른 시장 주민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이웃들의 모습은 그녀가 위안부 증언대에 서지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금 나타난다. 민재를 중심으로 하여 구청 직원들과 주민들로부터 시작된 탄원서는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 그녀가 그녀의 말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이러한 전개는 영화 '마션'에서 보았던 것과 또 조금 다른, 한국적인 인간미가 우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쾌감을 안겨준다.
인생은 때론 고달프고, 때론 원망스러울 정도로 야박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 안에는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를 돕고자 하는 인간애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것을 조명한다. 다소 식상한 전개임에도 이것이 싫지 않은 이유다.
4. 사이다 썰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피엔딩
결국 옥분은 친구인 정심의 소원을 위해, 그리고 그녀가 그녀 자신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미국으로 가 위안부 피해자 사건이 실존함을 세계에 알린다. 그녀의 증언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다. 그녀는 일본군에게 무조건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조목조목, 그녀의 억울함을 논리적으로 토로한다. 그녀가 한 사람의 증언자로 나섬으로써, 그녀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원칙주의적 면모의 사연을 이해하게 되고, 그녀는 그녀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으로서 거듭난다. 그리고 그녀의 아픔으로만 남았던 사건은 세상에 공식적인 범죄로서 공표된다.
건물 상가를 철거하려던 건물주와 시장 주민들(사실 주민'들'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나서서 해결하고자 했던 인물은 여태 옥분 하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만이 유일한 민원인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 표면상에 나타난 것은 그렇다.)의 갈등은 민재의 중재를 통해 잠정적으로 중단된 것처럼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시원스러운 '사이다 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아직까지도 그들의 선조들이 벌인 만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의 것으로 머문다. 또, 건물 철거 건도 사실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영화는 건물주가 그의 고집을 철회하겠다 하는 장면 같은 것은 집어 넣지 않았다. 다만 유예될 뿐이다.
이렇듯 영화를 이끌어 가던 두 가지 큰 사건은 사실 상 명확하게 끝맺음 지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화장실을 갔다가 볼 일을 시원스레 마무리하지 못한 듯한 찝찝함은 남아 있지 않다. 왜일까? 그것은 옥분과 민재라는 인물이 이러한 사건들을 언젠가는, 조금씩, 설령 그것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그러한 불의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사실, 이 두 가지 큰 사건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의 자잘한 사건들은 꽤 순조롭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옥분과 구청 직원들, 시장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민재와 민재 동생의 갈등은 사그러들었고, 옥분은 또 다른 증언을 준비하고 있으며, 민재는 준비 중이던 7급 공무원이 된다. 희망적이다.
5. 좋은 배우들, 좋은 연출. 삼시 세끼 먹어도 좋은 영화이제훈과 나문희의 조합, 정말 좋다. 나문희는 우리네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고, 이제훈은 그런 그녀의 훌륭한 보조자이자, 그 개인의 이야기에서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그리고 개선해나갈 줄 아는 입체적인 인물로 잘 소화해냈다.
연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언급했으므로 더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눈물짓게 되는 장면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는 불쾌하지 않다.(불쾌한 신파의 한 예로, '7번방의 선물'은 너무나 고통스럽게 관객의 눈물을 쥐어 짠다.) 억울해서 마지못해 짜내는 종류의 눈물이 아니다. 그것은 순수하게 그녀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 그리고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이다. 좋은 눈물이다. 필자는 영화관에서 우는 것을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영화라면, 충분히 울 가치가 있다.
이 영화는 여러 사건을 차근차근 놓아서 하나의 큰 사건으로 끌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은 지루하지 않다. 뒷 이야기가 자꾸만 궁금해진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다. 물론 옥분과 민재의 만남을 위한 장치들(가령 민재의 동생과 영어 학원에서의 만남)나, 옥분을 둘러싼 사건들이 희망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이 정도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줄만 하다. 중간 중간에 담긴 위트는 재치있다. 재미있는 영화가 되기 위해서 차별과 혐오를 담아야 한다는 것은 괴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몸소 증명해준다. 그것이 없어도 충분히 영화는 재미있을 수 있다. 만약 건강한 영화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면, 나는 자신 있게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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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혀지는 라이온 킹의 대서사 / 무파사: 라이온 킹 / 라이온 킹의 프리퀄 / 형제에서 적으로 / 감춰진 스카의 이야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무파사: 라이온 킹"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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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전설이 된 영웅들의 시작!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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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웬디> 메인 예고편
‘피터팬’ 탄생 110주년 기념,
새로운 주인공, 새로운 시각의 All New ‘피터팬’!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