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07-31 21:50:37
음악을 통해 전하는 감동 메시지
영화 <디베르티멘토> 리뷰
씨네렙에서 영화 <디베르티멘토> 시사회에 초대를 했다. 음악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음악이 잘 짜인 스토리와 결합하면 영화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하며, 보는 내내 행복감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열일곱 살 쌍둥이 자매 자히아와 페투마에게 음악은 엄마아빠의 사랑과 함께 삶의 전부다. 두 자매는 알제리 이민자 가정출신으로 겪는 차별과 장벽에 종종 노출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첼리스트라는 꿈을 향한 열정과 엄마아빠의 격려로 도전하고 극복해 나간다.
영화 제목인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는 18세기 중엽에 나타난 격식을 벗어나 자유스러운 형식으로 만든 기악 모음곡으로 마음 편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칭한다. 이른바 ‘멋대로의 음악’으로 희유곡(嬉遊曲)으로 불리기도 한다.
두 자매가 직접 결성하고 이름 지은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는 파리의 전문음악학교 학생과 파리 교외의 음악도, 프로 연주자, 선생님, 다운 증후군의 소녀까지 단원으로 함께한다. 그들은 모두 함께 각자의 소리들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며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클래식 음악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세 가지 춤곡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라벨의 ‘볼레로’, 프로코피예프의 ‘기사의 춤’, 생상스의 ‘바카날'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스토리와 연계하여 보는 사람에게 깊은 몰입을 하게 한다.
그 외에 베토벤 교향곡 7번, 슈베르트 교향곡 5번,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등 다양한 클래식 명곡들이 나온다. 이 들을 웅장한 사운드로 들을 수 있어 새삼 극장에서 보아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영화를 보고 영혼이 정화된 느낌으로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물었다
“영화 어땠어요?”
아내가 엄지척을 하며 '강추!'라고 답했다.
나의 생각도 아내와 같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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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의 만남
3분 추천
스포일러가 싫은 사람이라면 전작을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사벨 펄먼 배우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역시 연기력으로 압살해버린다.
전작에 대한 연결성이 짙어서 전작을 본 사람에게는 기대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후기길게 말할 필요 없는 확실한 스릴러 영화. 이미 반전 요소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알 만큼 유명한 영화라서 프리퀄로 어떻게 재미를 줄까, 보기 전부터 기대가 앞섰다. '대체 저 아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뭘까'를 궁금해했던 게 전작이라면, 이번 [오펀 : 천사의 탄생]에서는 '대체 저 비밀을 어떻게 숨길까'가 관건이었다.가족을 속이고 장악해가는 에스더를 기대했는데, 예상외의 반전이 등장하며 순식간에 영화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반전이 설득력 있지는 않지만, 빠른 전개 덕분인지 중후반 흡입도가 확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사벨 펄먼의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영화 초반에는 얼굴이 너무 변해서 어색하긴 하지만, 집중하다 보니 눈에 익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용이 내용인 만큼 오히려 광기에 젖은 성인의 모습이 좀 돋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일러 있음*
딸이 죽었음에도 아들을 싸고도는 엄마를 보니 이전에도 딸이 행복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트리샤에게는 자식보다는 안정된 가족이 더 중요했던 것이겠지. 그보다 더 앞선 것은 남편에 대한 애정이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딸을 데리고 온 그 속셈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진짜 딸이라면 가출했을지도.
흥미로웠던 건, 에스더의 특이한 그림 기법이 앨런에게서 배운 것이라는 점이다. [오펀 : 천사의 비밀] 편에서 에스더의 숨은 비밀을 드러내고 충격을 주었던 요소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 말고도 에스더의 러시아 억양이나, 정신병원에서 받은 성경 책이나, 옷 입는 취향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전작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녀가 어떻게 정신병원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이보다 더 앞선 이야기를 찍는 건 이제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찍어줬으면 좋겠다. 오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포영화이기도 해서. 이번 편은 평이 극명하게 갈리고 별로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꽤나 재밌게 봤다.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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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마약 혐의' 이선균 배우 숨진 채 발견.. 향년 48세
<노량> 개봉 6일 만에 누적관객수 200만 돌파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6일만에 누적 관객수 2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올해 부진한 한국 영화의 흐름을 <서울의 봄>과 <노량: 죽음의 바다>가 바꾸며 연말에 극장가를 달구고 있습니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렸습니다.
god, 25주년 기념 첫 공연실황 영화 개봉
에이전시 아이오케이컴퍼니에 따르면, <지오디의 마스터 피스 더 무비>가 내년 1울 중 전국 CGV 50개관에 걸린다고 합니다. 전날 CGV 공식 SNS에 공연 실황 일부와 멤버들의 코멘터리가 담긴 스폿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지오디 멤버들은 “인생의 반 이상을 지오디로 살아오면서 이 다섯 명은 죽을 때까지 안
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섯 명이 함께 있을 때 제일 든든하다”고 밝혔습니다.
조니 뎁, 영화 출연료로 8400억 수입
배우 조니 뎁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영화 출연료로 6억 5,000만 달러를 벌어 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엡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최고 흥행배우 반열에 올랐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7,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단일 영화로는 최고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케빈 가족, 미국 상위 1% 부자
미국의 온라인 주택정보회사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영화에 나오는 집의 은색 외관은 미국에서 집값이 비싼
지역 중 하나인 시카고 북부 일리노이주 위네카의 링컨 애비뉴 671번지에 있는 실제 집과 똑같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 집을 1990년 기준 소득이 3억9천만원 이상이어야 해당 집에서 살 수 있었을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의 봄>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수 천만명을 넘기면서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전날 올해 첫 1000만 영화인 <범죄도시>가 1068만 명, <서울의 봄>이 1073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국영화로는 22번째 천만영화를 기록하며 한동안 누적관객 기록 경신을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배우 이선균 성북구 공원에서 숨진채 사망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배우 이선균 씨가 27일 성북구 공원 안 노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주차된 차량 안 운전석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혼자 발견됐는데, 앞서 경찰은 당일 오전 10시 12분쯤
매니저로부터 이선균씨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속사측은 고인의 장례에 대해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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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평론가 만점 영화 리스트
입추가 지나자, 마법같이 선선해진 요즘. 밤 산책을 다니기 좋은 날씨죠.
여러분, 이동진 영화 평론가를 아시나요?
영화가 개봉하면 모두가 주목하는 이동진 평론가가 만점을 준 영화들만 모아왔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되신다면
씨네랩이 추천하는 영화 리스트를 참고하시길 바라면서 이동진 평론가 만점 영화 리스트, 함께보시죠!
1.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 사라 폴리
Synopsis : 결혼 5년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순도 100%의 사랑 영화, 마음의 기척을 응시하다.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2.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 봉준호
Synopsis : 1986년 경기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일대는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살해하거나 결박할 때도 모두 피해자가 착용했거나 사용하는 물품을 이용한다. 심지어 강간사 일 경우, 대부분 피살자의 몸에 떨어져 있기 마련인 범인의 음모 조차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후임으로 신동철 반장(송재호 분)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박두만은 현장에 털 한 오라기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근처의 절과 목욕탕을 뒤지며 무모증인 사람을 찾아 나서고, 사건 파일을 검토하던 서태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범행대상이라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선제공격에 나선 형사들은 비오는 밤,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함정 수사를 벌인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돌아오는 것은 또다른 여인의 끔찍한 사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감추고 냄비처럼 들끊는 언론은 일선 형사들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형사들을 더욱 강박증에 몰아넣는데...
한국영화계가 2003년을 자꾸 되돌아보는 가장 큰 이유.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3. 옥희의 영화 Oki's Movie (2010) - 홍상수
Synopsis : 영화과 학생 옥희는 자신이 사귀었던 한 젊은 남자와 한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아차산이란 곳에 만 일 년을 사이에 두고 각 남자와 한 번씩 찾아왔던 경험을 영화적으로 구성해본 것이다: 그 산에서 각기 다른 두 남자와의 경험을 공간별로 짝을 지어놓고 보여준다. 주차장, 산 입구, 정자 앞, 화장실, 목조 다리 앞, 산 중턱 등의 공간에서 각자 다른 행동과 대화들, 그들과의 모습이 짝지어 보여지면서 우린 두 경험 사이의 차이와 비슷함을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린 옥희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총체적 그림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구조와 공간 대신 정서와 시간을 바라보는 홍상수의 새 경지.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4.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 기예르모 델 토로
Synopsis :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숲으로 숨은 시민군은 파시스트 정권에 계속해서 저항했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이 곳곳에 배치된다. ‘오필리아’는 만삭의 엄마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숲속 기지로 거처를 옮긴다. 정부군 소속으로 냉정하고 무서운 비달 대위를 비롯해 모든 것이 낯설어 두려움을 느끼던 오필리아는 어느 날 숲속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산이고 숲이자 땅”이라 소개하는 기괴한 모습의 요정 ‘판’과 만난다. 오필리아를 반갑게 맞이한 판은, 그녀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이며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임무를 끝내면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넨다. 오필리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현실 속에서 인간 세계를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이보다 깊고 슬픈 동화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다.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5.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 허진호
Synopsis :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어느 겨울 그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를 만난다.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허진호와 이영애와 유지태, 그들 각자의 최고작.
by.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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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러, 오컬트, 미스터리로 포장한 부부싸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첫 딸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연극계에서 매체로 넘어가 스트레스를 받는 남편과 워킹맘 임산부 아내는 서로를 끔찍이 챙기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밤, 잠자던 현수가 벌떡 일어나 앉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수진은 남편이 연기 스트레스 때문에 대본을 외우는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에 든다. 그러나 그날 이후 현수는 이상해진다. 그는 잠만 들면 다른 사람이 되어 온갖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고, 수진은 매일밤 잠드는 순간마다 공포에 시달린다.
치료를 받아도 차도가 없고 현수의 몽유병은 나날이 심해지자,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빠진다. 이에 수진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현수를 치료하기로 결심한다. 귀신에 기대서라도.
잠, 죽음, 그리고 밤
타나토스(Thanatos). 그리스 신화 속 죽음의 신이다. 그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 히프노스(Hypnos). 잠의 신이다. 밤의 여신 닉스(nyx)가 형제의 어머니다. 이 가족 관계를 보면 고대 그리스인이 잠과 죽음을 유사한 개념으로 여겼다고 짐작할 수 있다. 잠이 많아질수록 영원한 잠,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 잠에 든 순간만큼은 죽은 상태나 다르지 않다는 것. 또 밤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시간이라는 것.
이 오래된 관념은 유재선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잠>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간결한 제목만큼 강렬한 이 작품은 잠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간을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문법으로 묘사한다. 정신은 자고 있지만 몸은 깨어 있는 몽유병 환자의 사연을 삶과 죽음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초대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누구나 하루에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잠이라는 일상의 시간을 비틀어 버린 까닭이다. 스크린 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나'나 '내 가족'은 다를 거라고 안심할 수도 없는 섬뜩함으로 가득하다. 이는 장르적 관습을 자유롭게 활용한 스토리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르를 한 데 묶어 결말의 맛을 더 풍부하고 깊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잠>은 근래 한국 상업 영화 중 가장 눈 여겨볼 만하다.
일상과 오컬트의 만남
어느 날 밤, 현수가 자다 말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그다음 날에는 자다 말고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곧장 냉장고로 향하더니 생고기와 날생선을 마구 먹는다. 그러더니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한다. 심지어는 애완견을 죽여서 냉동고에 넣어 버린다. 이 모든 광경을 수진은 바로 옆에서 목격한다. 매일 밤마다 자기와 태아를 죽일지도 모르는 남편과 한 침대를 공유한다.
맞다. <잠>에서 무서운 건 귀신도, 혼령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다. 자연히 <잠>은 일반적인 오컬트, 정통 호러와는 다른 공포를 자아낸다. 1인칭의 공포다. 일상의 공간인 집과 침실은 공포의 공간으로 돌변한다. 밤이 되면 수면 클리닉 치료법을 함께 따르는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증세가 나아지지 않는 남편과 지쳐 가는 아내 사이에서 피어나는 애증이 자리를 대신한다.
1차원적이지 않아서 더 괴기스럽다. 현수는 몽유병에 걸린 스스로가 무섭다. 딸과 아내를 죽일까 봐 차에서 잠을 자고, 침실 문에 자물쇠를 건다. 편집증에 물드는 아내도 두렵다. 수진은 이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현수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무당과 부적에 의지한다. 냄비로 남편 머리를 내려치고, 칼로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두 인물의 시점에 따라 공포의 주체와 객체가 뒤바뀐다. 그 결과 일상의 공포는 배로 커진다.
오컬트 문법에 충실한 아내
두 배로 커진 공포와 서스펜스. <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 배로 커진 미스터리를 함께 안겨준다. 현수의 몽유병, 수진의 광기에 대해 말끔히 설명하지 않는다. 어떻게 받아들여도 말이 되는 두 가지 답을 함께 보여주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관객을 혼란에 빠트린다.
수진 시점에서 보면 귀신이 현수에게 빙의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우선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을 빚은 아랫집 할아버지가 죽은 시점과 현수의 몽유병이 시작된 시점이 일치한다. 현수의 몽유병이 멈춘 시기와 침대 아래에 부적을 붙인 시기도 동일하다. 현수를 처음 본 무당의 말 역시 그의 행적과 맞아떨어진다. 남편 몰래 무당을 찾아가 아랫집 할아버지 49재를 드리는 동안 현수는 수면 장애를 겪지 않는다.
따라서 <잠>의 결말은 명백하다. 아랫집 할아버지는 생전 갈등 때문에 죽어서 현수 몸에 들어왔다. 할아버지가 복수를 하기 위해 현수를 이용해서 현수-수진 부부네 일상을 파괴했다. 이를 간파한 수진의 노력 덕분에 현수 몸에서 할아버지의 혼이 떠났고, 부부는 일상과 평화를 되찾는다. 오컬트 영화의 정석과도 같다.
오컬트 영화를 부정하는 남편
그와 동시에 또 하나의 완벽한 답이 함께 제시된다. <잠>은 현수 입장에서 오컬트적 요소를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한다다. 장르적 관습에 충실했던 이야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핵심은 3막 구조의 완결성과 배우라는 현수의 직업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1막에서 3막까지의 내용은 몽유병 정신질환 치료기일 따름이다.
1막을 보자. 현수의 몽유병 때문에 수진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아랫집도 층간소음 때문에 괴롭다. 수진이 냉동고에서 반려견을 발견한 순간 현수는 명백한 악이고, 수진은 선이다. 하지만 2막과 3막을 거치면서 현수는 선의 편으로 되돌아온다. 현수가 약을 바꿔서 치료받았다는 점은 2막과 3막에 걸쳐서 거듭 강조된다. 그 결과 현수의 수면 장애는 3막에서 완전히 해결된다.
따라서 현수에게 <잠>은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심리 스릴러다. 수진이 선에서 악으로 변질되는 모습은 과도한 불안감과 편집증이 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2막에서 수진은 남편이 침대 밑에 있는 부적을 떼어내자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는 수진은 현수를 테이프로 묶고, 칼로 그를 위협하기까지 한다. 3막에서는 귀신적인 요소에 집착한 나머지 남편 모르게 굿을 벌이고 온 집안을 부적으로 뒤덮는다.
3막 구조 속 부부의 변화를 고려하면 엔딩에서 현수가 연기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자기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수진에게 무엇을 하면 되냐고 묻는다. 그러고 할아버지의 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부여주며 수진이 원하는 배역을 훌륭히 소화한다. 그 모습을 본 뒤에야 수진의 광기는 사라진다. 남편의 몽유병도, 아내의 정신병도 말끔히 치료된다.
오컬트 탈을 쓴 부부싸움
누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일련의 사건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구성. 이 때문에 <잠>은 더 특별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의 외피 안에 숨은 로맨스와 멜로라는 속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미 뛰어나지만, 결말에 이르러 더 풍부한 함의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수진과 현수의 집에는 현판이 하나 걸려 있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부부는 이 문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1막에서 수진은 꼭 그래야 되나 싶을 정도로 현수의 몽유병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면에 3막에서는 현수가 이 문구를 이행한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주면서 부부의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부부는 서로의 방식과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 다 여전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잠을 매개로 삶과 죽음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는 만나듯이, 부부의 상이한 세계도 잠을 매개로 충돌한다. 또 잠깐의 죽음을 맛보고 다시 삶을 이어가듯이, 부부의 세계는 결국 하나로 지속된다.
즉, 잠이라는 일상 속 소재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듯이 <잠>은 평범한 결혼 생활의 극단을 보여준다. 수진과 현수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왔다. 무당을 모시는 장모. 무당에게 설득되는 수진. 끝까지 설득되지 않는 현수. 이들만 보더라도 두 세계의 차이는 극명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문제 해결도 온전히 둘의 몫이다. 결혼 생활은 원래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니까. 때로는 현수가 클리닉에 가고, 수진은 무당을 믿듯이 다른 힘에 기대고 싶더라도. 결국 <잠>은 괴기한 탈을 쓴 부부싸움인 셈이다.
이는 <잠>이 여운을 남기지 않고 칼같이 끝나는 이유일 것이다. 현수가 몽유병을 치료했고 수진이 광기에서 빠져나온 순간, 극장에는 곧바로 불이 들어온다. 어느 한쪽에 명백한 답을 주지도 않고, 누가 더 옳다고 고민할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종료된다. 이러한 결말은 다음같이 말하는 듯 보인다. 어느 쪽에 동의하든 다 맞는 해석이다.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맞춰가면 될 뿐이다. 다른 사람과 산다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괴기한 세계를 거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마무리까지. <잠>의 참신함과 과감함은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더욱 빛난다. 이선균의 존재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정유미의 연기력이 특히 반짝인다. 과거 정유미에 대해 카메라의 초점에서 벗어나는 배우라는 평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 <잠> 속 수진의 모습이 딱 그렇다.
<잠>은 개봉 이후 1주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누적 관객 수도 60만 명을 넘겼다. 여름휴가철과 추석 사이 비수기에 개봉한 선택이 적중한 듯 보인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전체 관객 수가 더 많은 여름, 독특한 한국 공포 영화로 포지셔닝했다면 어땠을까. 입소문 덕분에 1위는 못해도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근래 한국 영화 중 유달리 추천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작품이기에 남는 아쉬움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다음 출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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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멀티버스가 열려야 하는 이유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은 마블이 만들어 갈 새로운 신화의 서막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작품이었다.
'멀티버스'라는 전제 하에, 예전 소니에서 탄생한 두 명의 다른 스파이더맨들까지 총출동하여, 스파이더맨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종합 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되었다.
한 공간에 모이게 된 세 명의 스파이더맨
엄청난 감동을 안겨준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이번 작품 속 주인공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은 '역대급 민폐 캐릭터'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저 놈만 아녔어도.... 이 대환장파티가 안 열렸을 텐데.."라는 이야기가 많이 쏟아져 나온다.
스파이더맨의 민폐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를 멀티버스 전쟁으로 이어진다.(<닥터 스트레인지> 2로 연결될 멀티버스 전쟁...)
멀티버스 전쟁의 새로운 시작을 열게 되는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
얼굴이 알려진 스파이더맨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피터(톰 홀랜드)는 자기 때문에 친구들이 피해를 입자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마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자기 입맛대로 몇몇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고 싶던 피터의 욕심 때문에 마법이 흔들리고,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멀티버스가 열린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인물, 바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 아이언맨
스스로 자기 가면을 벗어버리고, 당당히 세계 앞에 "내가 아이언맨이다"라고 말한 유일한 히어로.
스파이더맨과 DC의 배트맨, 모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자기 가면을 철저히 지키고자 한 히어로들이다.
반면, 토니 스타크는 스스로 가면을 벗어버리고 만천하에 선포한다. "내가 바로 아이언맨이다!"
토니 스타크는 토니 스타크의 삶과 아이언맨의 삶을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은 늘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결국 그는 사랑하는 가정도 지키고, 인류도 지켜냈다!)
피터 파커는 피터 파커의 삶과 스파이더맨의 삶을 분리하고자 하였다.
두 개의 다른 삶을 동시에 가지고자 했던 그 분열된 마음이, 멀티버스를 열게 만든 핵심 요인이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그 점을 꼬집는다. 피터가 두 개의 다른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그렇다면 길은 두 가지이다.
두 개의 삶 중 하나는 철저히 포기하거나, 두 개의 삶을 통합시키거나!
이번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하나의 삶은 철저히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3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더 나온다고 하니, 그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스파이더맨을 역대급 민폐 캐릭터처럼 보이게 만든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
왜 스파이더맨이 그렇게 행동해야만 했는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동이었는지, 그래서 뭘 얻었는지,
멀티버스는 왜 열려야 했는지......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고 싶었다.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 작품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드라마 <로키>와 연결되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멀티버스'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드라마 <로키>
드라마 <로키>에 의하면, '1차 멀티버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남아 있는 자'에 의해 전쟁이 종식되었으며, '신성한 시간선'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간의 어벤저스 시리즈는 이 '신성한 시간선'이 유지되는 가운데 진행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신성한 시간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종들, 변이들, 차원과 차원을 넘나드는 모든 행위들은 제거되어야 한다.
바로 TVA라는 조직에 의해.
<로키>의 결말 부분에서는 이 '신성한 시간선'이 노출되면서 모든 차원이 다시 뒤섞이는, 2차 멀티버스 전쟁의 서막이 열린다.
'신성한 시간선'이 노출되는 그 순간, '남아 있는 자'는 뭔가 바깥세상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감지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 <로키>의 '남아 있는 자'
"우린 방금 문지방(threshold)을 넘었어!"
<로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남아 있는 자'가 감지한 '바깥세상의 심상치 않은 변화'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일 가능성이 높다.(이 부분이 <닥터 스트레인지 2>와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파이더맨의 부탁으로 시작한 마법은 어렵사리 유지되어 오던 '신성한 시간선'을 노출시킨다.
<로키>와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 (+<닥터 스트레인지 2>) 이후, 이제 '신성한 시간선'은 사라진다.
신성한 시간선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멀티버스가 열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신성한 시간선은 무엇을 상징했나.
<로키>의 '남아 있는 자'는 자신을 죽이러 온 두 로키의 변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억압하는 질서(신성한 시간선을 지키는 일)냐, 격변하는 혼돈(멀티버스)이냐!
너희는 독재자(신성한 시간선)가 싫겠지만 그를 없애면 훨씬 더 나쁜 게 그 빈자리를 채울 거다....
'신성한 시간선'은 이를테면 다른 시간선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켜져 왔다.
다른 시간선에서 끼어 들어오지도 못하고, 다른 시간선으로 잠깐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철저히 방어하고 억제하고 감시하며 지켜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다.
(신성한 시간선을 위협하는, 조금의 변이도 인정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억압과 감시!)
그러나 '남아 있는 자'는 그 희생은 실리를 따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 '억압하는 질서(자유의지억압)'vs.'격변하는 혼돈(자유의지사수)'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에서, 피터는 진작에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넘어온 빌런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메이 숙모의 가르침과 타고난 피터의 성품 등이 결합하면서, 피터는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빌런들을 원래 우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새로운 우주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다른 우주에서 넘어온 빌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라고 가르친 메이 숙모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그 빌런, 그린 고블린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피터는 그린 고블린을 마침내 마주하고, 직접 죽이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1기 스파이더맨(토비)의 방해(?)로 피터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뭔 일? 1기 스파이더맨도 그린 고블린에게 당한다.(죽지 않을 정도로.) 그린 고블린은 자신을 살려준 인물들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죽이고 찌른다. 그런데도...
스파이더맨은 다른 시간선에서 넘어온 나쁜 놈들에게 왜 계속 기회를 주는가. 나쁜 놈들을 살려주어서 정작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피해를 입는데, 그런데도 이 스파이더맨들은 이 악당들을 계속 살려주고, 기회를 주려고 한다. 자기들이 자꾸 당해도...
이것이 설령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핵심 정체성이라 할지라도, "스파이더맨들은 왜 저래"라는 답답함이 생긴다. 진작에 다른 시간선으로 되돌려 보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왜 그들을 제거하지 않았나...
왜 그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였나....
굳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스파이더맨은 '신성한 시간선'을 지키지 않았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신성한 시간선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러한 스파이더맨의 선택은 그의 '민폐력'을 증가시키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드라마 <로키>의 한 장면을 같이 살펴볼 만하다.
'신성한 시간선'을 관리하는 TVA의 두 관료, '재판장'과 '모비우스'의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재판장'과 '모비우스'
재판장 : (신성한 시간선에서 벗어난) 시간선 제거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모비우스 : 어떤데요?
재판장 : 혼동, 죽음...
모비우스 : 자유의지는요?
재판장 : 그건 한 사람에게만 있어요. 책임자에게만.
다른 차원으로 넘어오거나 넘어가는 인물들을 가차 없이 제거하는 TVA의 재판장.
그녀는 자신들이 그렇게 '잘못된' 시간선을 제거했기에, 혼동과 죽음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모비우스가 되묻는다. 제거된 사람들의 자유의지는?
이 자유의지의 문제는 다시 '남아 있는 자'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설령 개인의 '자유의지'를 억압하게 되더라도, 질서 정연한 '신성한 시간선'을 지키느냐, 아니면, 격변하고 혼돈하는 세상이 되더라도 '자유의지를 지키는 길'을 선택하느냐.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의 스파이더맨은 결과적으로 '억압된 질서'를 통해 '신성한 시간선'을 지키기보다는, '격변하는 혼돈'이 찾아오더라도 '자유의지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실리에는 어긋난다 하더라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개개인의 자유의지 수호'에 대한 의지가 멀티버스를 열고야 만다.
예견된 혼동이며, 죽음이고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의지'를 지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혼동과 고통 끝에 어떤 결말이 따르게 될지...
# 사라진 '신성한 시간선', 여정을 통해 바뀌지 않으면 끝까지 못 간다.
이제 '신성한 시간선'은 사라졌다.
본격적인 멀티버스 전쟁은 시작된다.
멀티버스 전쟁의 종식을 위한 스파이더맨만의 역할이 분명 있겠지!
드라마 <로키>에서 '남아 있는 자'가 로키에게 날린 대사가 인상 깊다.
"여정을 통해 바뀌지 않으면 끝까지 못 간다."
(you know you can't get to the end until you've been changed by the journey)
비단 로키에게만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진정한 성장도, 다시 시작될 세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지!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의 영원한 스승 '아이언맨'처럼,
스파이더맨 또한 두 개의 삶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다.
가면을 벗어던져도 여전히 그 가면의 무게를 견디고 감당할 수 있는 그런 히어로로 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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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타란티노 입문기
이은경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스... 할리우드>)는 나를 쿠엔틴 타란티노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게 해준 작품이다. 작년 어느 날, 동아리 단체 톡방에서 한 회원이 이 영화를 추천해주기 전까지는 감독과 그의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름 유명한 영화들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내가 <원스... 할리우드>를 보게된 결정적인 요인은 주연 배우들이다.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조합은 안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중년이 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무척 궁금했다. 나에게 디카프리오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멈춰있었고 그가 30세의 나이에 찍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연기였다. 어쩌면 일부러 안 찾아봤을 수 있다.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그의 유년시절을 나는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원스... 할리우드>는 넷플릭스에 이미 공개되어 있었던 덕분에 쾌적한 환경(좋은 화질과 좋은 자막)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었다.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으로 꽤 길었고 후반 전까지 전개가 빠르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된다. 감독의 몇몇 팬들의 리뷰를 보면 타란티노답지 않게 지루하다라는 말이 나왔으나 나는 감독이 연출한 60년대 미국 할리우드 모습을 마치 전시회 온듯 감상하다보니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믿고 보는 두 주연배우의 농익은 연기력은 역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었다. 작품 속 릭 달튼(디카프리오)과 클리프(브래드 피트)의 케미도 의외로 굉장히 좋았다. 둘이 같이 있는 장면보다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더 비중있게 나오기는 하지만 둘이서 연기할 때나 혼자 연기할 때나 영화를 이끄는 힘이 똑같이 강하게 느껴졌다. 대배우들의 롱런은 다 이유가 있는듯 싶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9년의 할리우드다.
영화 극초반부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언급되면서 벌어질 사건을 암시해준다. 그 사건의 모티브는 할리우드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맨슨 패밀리의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을 바탕으로 둔 대신 실제와 허구를 적절하게 섞어서 역으로 살인범에 복수하는 통쾌한 이야기로 변신했다. 일종의 '대체역사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사건을 예로 들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로 만들되, 피해자 옆집의 두 남자가 범인을 잡아 죽이는 이야기로 각색한 셈이다.
극과는 달리 샤론 테이트가 살해당한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현실감없는 끔찍한 사건이었기에 이것이 실화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사건이 정리된 매정한 현실에 그저 슬퍼할 따름이었고 50년 늦게나마 마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영화 속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항상 행복하게 그려졌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할리우드의 풍경은 평화롭다. 그녀가 거리를 거니는 아름다운 모습과, 극장에서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며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의 모습 등, 당시를 살아보지않은 사람이라도 향수가 생기는 듯한 장면들이었다. 자신의 출연 장면을 보고 웃는 관객들을 보며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처럼 타란티노는 그녀를 그저 억울한 희생자가 아닌 재능과 열정을 갖춘 '배우'로 보여주길 원했다고 한다. 그가 영화인을 얼마나 진중한 자세로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맨슨 패밀리라는 범죄집단은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로 구성되어있다. 맨슨에게 살인 명령을 받은 추종자들은 ‘히피’들이다.
1960년대의 미국 히피 운동은 가존 사회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며, 물질 문명을 부정하고 자연을 중시하는 운동이다.
온갖 좋은 이야기들은 다 포함되어있지만 막상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반항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영화 속 히피도 문란하고 퇴폐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우리나라에서의 반항과 미국에서의 반항은 그 레벨이 달라보인다.
정신나가보이는 찰스 맨슨의 모습도 잠깐 나오지만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살인자에게 분량을 내주지 않은 것은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맨슨 패밀리가 릭 달튼의 집을 습격하는 장면부터 사건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극 중 맨슨 패밀리의 표적은 폴란스키의 집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끌고 온 자동차 소음에 짜증이 난 릭이 이들에게 고함을 지르자 릭의 집으로 타깃을 변경한다. 여기서 영화 <이웃사람>에서 주차 문제로 마동석과 살인자인 이웃이 대면하는 장면이 떠올라서 섬뜩함을 한번 느꼈다.
결국 맨슨 패밀리 일당은 타깃을 잘못 골라서 클리프와 그의 개, 릭의 화염방사기로 죽임을 당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더니만 영화 전반에 억제돼있던 피칠갑의 본능이 후반에 몰아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액션이라기보다 그냥 내키는대로 패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온갖 비명과 피범벅과 무언가 뜯기고 찔리는 소리가 난무한 장면은 보는 나까지도 고통스러웠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맨슨 패밀리가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당해야 할 명분이 없어보여 과격하게 느껴지겠지만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맨슨 패거리가 저지른 범행은 그보다 더 극악무도했기에 이제보니 감독이 오히려 화를 많이 참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폭력 장면을 만들내는 것이 바로 타란티노 감독의 특기다. 그러나 그의 폭력 장면은 눈에 보이는 잔혹함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 맥락을 이해했다면 그의 영화를 단순히 폭력적이라고 비난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릭과 클리프를 동원한 복수전을 다 치룬 후 영화는 완전히 무사한 폴란스키 가의 샤론 테이트 부부와 릭 달튼의 만남으로 막을 내린다. 타란티노는 할리우드를 훼손한 그 날 밤을 지우고, 대신에 릭이 샤론을 만나 꼭 안아주는 전개를 이어갔다. 릭과 스피커로 대화하는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부터 다시 할리우드에 평화가 찾아왔다. 폭풍같던 복수전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샤론을 재등장시켜서 그녀와 그녀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위로를 담아냈다.
비록 영화는 감독이 지어낸 판타지 세계였지만 영화를 보는 3시간 동안 만큼은 아름답지도, 재밌지도 않은 현실에 벗어나 이상적인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물론 실제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말이다.
비록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봐서 더 재밌게 못 본게 아쉽지만 꼭 아는 지식이 없더라도 명배우들의 연기와 연출과 재밌는 대사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통쾌하고 유쾌하지만 워낙 잔인해서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다행히 극호였고 넷플릭스와 왓차를 병행해가면서 시중에 올라온 감독의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봤다. 그래서 비위가 좋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타란티노의 모든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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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리뷰 - 베놈2의 단점을 답습하다 (스포일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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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합니다]
1. 베놈, 모비우스는 마블의 작품이지만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독자적인 소니 스파이더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01:25 ~ 01:27 01:53 ~ 02:02
2. 제가 러프하게 마블의 작품이라고 한 부분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을 말씀드리며 다음번엔 조금더 검토를 하고 영상 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상 시청에 불편함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분명 영화 모비어스에도 장점은 있었습니다. 정말 박쥐처럼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적인 효과도 인상적이었고, 액션씬 중간중간에 나오는 슬로 모션도 기억에 꽤나 남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흔히 말하는 겉멋 가득한 무의미한 연출들은 아쉬웠고, 샹치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갑작스러운 에너지파 결말은 실소를 머금게 만들었습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던 블랙위도우, 베놈 2, 샹치, 이터널스로 인해 식어가던 마블에 대한 애정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다시금 살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모비우스가 그 불씨를 다시 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쉬움 가득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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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공식작전> 2차 예고편
"나 이거 잘 하면, 뉴욕 보내줘요." 비공식작전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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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문> 티저 예고편
1990년 집단 살인사건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라진다!1990년, 귀사리의 한 수련원에서 건물 관리인이 투숙객들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매년 자살 및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수련원은 문을 닫은 채 수년간 방치되고, 들어간 사람은 있으나 나온 사람이 없다는 ‘귀문’에 대한 괴담이 돌기 시작한다.
한편 수련원에서 한풀이 굿을 시도하다 죽음에 이른 어머니의 비밀을 파헤치려 그곳을 찾은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과 공모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수련원에 들어간 대학생 ‘혜영’, ‘태훈’, ‘원재’는 소름끼치는 기괴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감당할 수 있다면 ‘귀문’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