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2024-08-19 21:13:35
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당신께
임선애, <세기말의 사랑>
<헤어질 결심>과 <미쓰 홍당무> 그 사이 어드메를 노니는 영화가 2024년에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재소환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그 전에 그런 혼종적인 게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레 존재할 수 있을까?
포스터만 보고는 노인 성폭행 피해를 다룬 <69세>의 임선애 감독이 묵직하고 깔깔한 전작에 비해 산뜻하고 푸근한 사랑 영화를 만들려던 줄로만 알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당도한 것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밀도 높은 감정의 홍수다. 둘러가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아서 선명도가 아주 높은 서사와 대사들, 박찬욱이나 이경미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스토리텔링, 천재적인 리듬감, 두 눈의 연기만으로 일렁이는 마음들에 함께 올라탈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배우들까지. <세기말의 사랑>은 정말이지 감탄밖에 안 나오는 영화다. 그리고 임선애 감독은 단순 '유망주'로만 불리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아깝다. 연차만 낮을 뿐 (한국에서 여성 감독의 권위가 아직 없다는 것은? '그런' 감독의 '이런' 영화에만 유독 젠체하고 가르치려 드는 이들의 저평가를 몇 년이고 버텨야 한다는 의미) 이미 한국 영화계 거장의 반열에 성큼 올라설 수 있는 포텐셜을 다 갖추었기 때문. 윤가은, 이옥섭, 김초희에 이어 이지은과 임선애를 차세대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믿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정말로 간만에 너무 좋은 사랑 영화였다(지금의 여성 관객에게 국내 제작+로맨스 영화가 좋게 다가오기란 거의 바늘구멍 뚫는 일에 가까운데도). 그리고 이때 사랑은 영미와 도영 사이 이상하고 풋풋한 긴장, 유진과 영미의 아웃사이더 연대를 거쳐와서, 기어이 도영과 유진의 눈물로 완성되는 삼각관계 속 연인 간의 애달픈 감정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유전병 발현으로 목 아래 몸이 모두 굳어 혼자 힘만으론 꼼짝할 수도 없는 조유진에겐 친한 푼수떼기 동생 오준과 가출한 조카 미리와의 투닥대는 사랑이 있다. 못나고 외롭고 놀림받기 일쑤인 데다 튀어나온 앞니를 목도리 사이에 푹 파묻고 다녀 '미쓰 홍당무' 양미숙을 연상시키는 회계과장 '세기말 Miss Apocalypse' 김영미에겐... 원래는 아무도 없었다가, 유진과 오준 그리고 도영이 생긴다. 또 영미의 실패한 (줄 알았던) 사랑은 도영만을 향하지 않으며, 부모 잃은 그애가 평생 돌보았던 큰엄마와 그 큰엄마의 짝사랑이던 사촌오빠가 보답해주지 않은 가족 간의 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사랑이 영화 내내 말 그대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며, 그 사랑들은 자주 내 눈과 뇌가 성급히 직조했던 적당한 상식선의 예상을 배반하기도 한다. 미리의 친아빠와 친엄마가 누구인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툭 던져지던 씬처럼. 유진의 명품 구두가 왜 모두 '짭'이었는지, 누가 유진의 장애 '덕'을 봤는지, '지랄 1급'이라던 유진에게 들러붙어 있었던 처연한 체념의 그림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까지, 역시 예고도 없이 우르르 한 방에 깨닫게 해주던 오준의 미용대회 시퀀스의 폭풍우 같은 흐름처럼.
어쩌면 이런 예측 불가성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 혹은 특정한 '부류'의 돌출성을 불편해하는 이에게 영화의 화려한 곁다리들은 일면 산만하거나 심지어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곁다리' 즉 삼각관계와 무관하면서도 구구절절 늘어지는 각 인물들의 사연은 모두 하나의 다정한 진리로 수렴한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싸움을 치러내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 사랑(들)의 경중을 가리면서 너무 많은 인물의 너무 많은 이야기가 혼란스러우니 어떤 것은 받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복잡한 일이므로. 같은 남자를 사랑한 영미와 유진이 처음엔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도영에게 부인이 있다는 형사의 말에 절망으로 물들던 영미의 표정과, 들들 볶이던 자원봉사자 학생의 “우리 엄마 죽었다 미친년아”에 남몰래 무너지던 유진의 표정을 몇 번이고 돌려보다 보면 그 둘이 얼마나 닮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미리의 이기적인 가출과 카드 도용을 힐난하더니 실은 저도 유진의 장애 등급을 이용해 몰래 차를 샀다던 오준의 욕심과, "지금 누나한텐 나밖에 없으니까" 곁을 지켜야 한다는 오준의 강인한 책임감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처럼. 각자의 바닥은 다 너무 깜깜하고 처량해서 가끔 거기 떨어진 채로 만난 사람에겐 뭐든 다 말하고 날 내맡기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계하되 타인을 밀어내지 않을 수 있고, 이해하되 섣불리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다.
돌봄노동에 최적화된 영미의 성실한 다정과 경청 그리고 손길이 필요했던 거면서 오로지 돈 때문에 같이 있는 거라고 처음부터 스스로를 속이던 유진이의 위악을 나는 알고,
“끝까지 버텨보는 거 나쁘지 않던데요. 그래서 저는 감옥엘 갔지만. 후회는 안 해요.”라며 이상하리만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않는 영미의 달콤한 자포자기도 나는 알지.
그래서 내겐 유진의 영미를 향한 “화상이 맨드라미 닮았네”가 이 시대 최고의 인류애를 함축한 대사 같았다. “그 화상 만져본 적 있어? 내가 한 번 만져봐도 돼?”라는 유진의 묘한 요청. 물렁한 영미의 수락에 유진이 상처를 보듬으며 "생각보다 부드럽네"라고 말하자 영미는 설핏 웃으며 “하여튼 이상해”로 화답한다. 그 욕조 옆에서, 또 미용대회 대기실에서 넘어진 유진의 휠체어 옆에서, 영미는 몸을 낮추어 유진과 시야의 높이를 맞춘다.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여자가 멸시받던 여자를 똑바로 바라볼 때, 그늘진 유진의 앞에 놓인 건 환히 쏟아지는 빛처럼 다가오는 영미의 옅은 눈동자와 상냥한 미소다.
회사 돈을 빼돌리는 남자가 제게 조금 다정했단 이유만으로 지구가 망하기 전날 밤에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게 된 이상하고 대책 없는 외로운 여자. 그런 여자를 두고 맨드라미의 꽃말이 '치정'인 걸 아느냐고 놀려대던 역시 이상하고 화가 많아진 외로운 여자. 소시지 반찬, 모기 물린 자국 위의 십자가, 그게 뭐라고. 그게 다 뭐라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지도 못하는 내가 나인 게 너무 싫었을 여자들이 서로를 죽어라 질투하면서도 그 '구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줄 유일한 상대를 마음 속으론 악착같이 갈구한다.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게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어려운 일인지, 결국 영미의 '저 사람 나 아니면 어떡하나'가 유진의 짐을 덜고 유진은 도영에게 "그 여자 보니까 처음으로 네가 마음 놓이더라"라고 말한다. "저는 아직 유진 씨가 마음 놓이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도영의 말은 온라인 접견 시간 종료로 뚝 끊기고 말지만, 그 이후로 유진은 완전히 퇴장하고 도영과 영미가 꾸준히 재회해 채무 관계를 핑계로 '다시' 친해지는 에필로그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도영과 영미처럼 유진은 잘 살아갈 것이다 꿋꿋하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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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어느덧 3월도 눈 깜짝할 새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는 이번 주에도 계속됩니다!
금주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끝, 새로운 시작>부터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드라마 <언내추럴>, <미우404>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라스트 마일>,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온 <크래쉬: 디렉터스컷>까지!
여전히 다양한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 새로운 시작
The End We Start From
개요: 드라마 | 영국 | 102분
감독: 마할리아 벨로
주연: 조디 코머, 조엘 프라이, 캐서린 워터스턴,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개봉: 2025.03.26.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전례 없는 대홍수로 물에 잠긴 런던. 집을 잃은 여자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들을 데리고 피신한다.
평범한 일상을 잃은 여자는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지칠 대로 지친다.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으려는 순간,
여자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결심한다. 다시 한번 힘내기로, 새로운 시작을 향해 찬찬한 걸음을 같이 내딛기로.
‘세상의 끝에서 만난 너, 새로운 시작을 향한 우리. 함께라서 무너지지 않을 거야’
라스트 마일
Last Mile
개요: 스릴러 | 일본 | 129분
감독: 츠카하라 유코
주연: 미츠시마 히카리, 오카다 마사키,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아야노 고, 호시노 겐
개봉: 2025.03.26.
배급: ㈜플레이그램
줄거리
2.7m/s → 0 70Kg
유통 업계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밤, 글로벌 쇼핑 사이트 ‘Daily Fast’에서
배송된 택배가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 국민을 공포에 빠트리는 연쇄 폭탄 테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센터장으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미츠시마 히카리)는 팀 매니저 나시모토 코우(오카다 마사키)와 함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한편, 현장에 출동한 경시청 제4기동수사대 이부키 아이(아야노 고)와 시마 카즈미(호시노 겐),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한 부자연사 규명
연구소 UDI 라보의 미스미 미코토(이시하라 사토미)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누가, 무엇을 위해 폭탄을 설치했으며, 남은 폭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주어진 시간은 단 4일! 폭탄이 든 12개의 택배의 행방을 찾아야만 한다.
크래쉬: 디렉터스 컷
Crash
개요: 범죄 | 캐나다 | 100분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주연: 제임스 스페이더, 홀리 헌터, 엘리어스 코티스
개봉: 2025.03.26.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자동차 사고는 생산적인 거야. 성 에너지의 해방이야!” 자동차 사고 이후 ‘제임스’는 같은 사고에서 살아난 ‘헬렌’과 재회한다.
자동차 충돌에서 느껴본 적 없는 성적 자극을 느낀 그는 ‘헬렌’을 통해 같은 쾌락을 느끼는 비밀 집단을 알게 된다.
새롭게 눈 뜬 욕망은 통제 불가능해지고, 점점 격렬해져 결국 죽음의 경계까지 넘나들게 되는데…
파괴를 향한 가속일까? 해방을 향한 질주일까?
승부
The Match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5분
감독: 김형주
주연: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조우진
개봉: 2025.03.26.
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 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그는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이창호를 제자로 맞는다.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제자와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가르친 지 수년. 모두가 스승의 뻔한 승리를 예상했던 첫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세를 탄 제자에게 충격적으로 패한다.
오랜만에 패배를 맛본 조훈현과 이제 승부의 맛을 알게 된 이창호. 조훈현은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올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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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 모든 금쪽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청각교재!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오은영 박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문구는 <인사이드 아웃 2>의 엔딩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제작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같은 이 문구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13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변화와 성장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복잡다단한 감정에 사로잡혀 사는 10대는 물론, 그 시절을 관통했던 것을 잠시 잊고 올바르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아이들의 자아를 만들려는 어른들의 그릇된 마음이 담겨 있다. 중요한 건 애나 어른이나 모두 보듬어 준다는 것. 그래서 눈물이 나고,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사춘기 가족에게 이 영화를 바치고 싶다.
세월은 참 빠르다.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지 못해 힘들었던 라일리가 벌써 13살이 되었으니 말이다. 13이란 숫자는 즉, 사춘기가 왔다는 것!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은 라일리의 소중한 감정과 좋은 기억만 담기 위해 노력하고, 기쁨이는 매일 안 좋은 기억 구슬을 먼 곳을 보내는 일까지 도맡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뜻밖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 그 주인공. 예상했듯 이들은 한 팀이 되지 못하고, 이 중 기쁨이와 불안이는 서로 대립만 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기존 감정들과 새로운 감정들이 대립하다가 정신적으로 위험에 처한 라일리를 구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험을 그린다. 전편의 수장이었던 피트 닥터의 바통을 받은 켈시 만 감독은 전편의 장점을 오롯이 이어받고, 여기에 확장성을 더한다. 극 중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설정과 더불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그 안에서 사회관계망을 넓히는 등 내외적으로 세계관을 넓혔다. 성장의 폭과 감정의 수가 비례한다는 기준 아래,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란 새로운 감정들이 대거 투입되는데 그 중심에는 불안이가 있다.
온전히 나의 감정에 충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사춘기에 접어들면 불안, 자신감 결여, 타인의 시선, 외로움 등 기쁨보다 슬픔의 영역에 가까운 감정들이 마구마구 생겨나기 마련. 전편에서 슬픔의 우울한 기운을 어떻게든 배제하려는 기쁨이처럼, 불안이 또한 그 어둠의 영역이 라일리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자신의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 이에 희생양은 기존 5가지 감정들인 셈.
하지만 전편의 기쁨이가 그렇듯 불안이 또한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전되는 라일리의 모습에 당황한다. 점점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듯, 불안이의 멋들어진(?) 계획은 실행하면 할수록 라일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점점 악화되는 라일리의 모습은 청소년들의 불안장애 과정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안쓰러움까지 전한다.
기쁨이 또한 혼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올바른 자아를 만들기 위해 나쁜 기억을 저 먼 곳으로 날려버린 기쁨이는 이 사태를 겪고, 자기 잘못을 깨닫는다. 하나의 자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꼭 좋은 기억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더불어 한 사람의 자아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내외적으로 기쁨이와 라일리의 성장통을 잘 그린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마음이 뜨끔해진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마크 닐슨은 한 인터뷰에서 “라일리의 감정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10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녹였는데, 특히 기쁨이를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쁨이에게서 육아 예능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에 출연한 부모의 모습이 겹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부모 관객이라면 기쁨이를 보며 자식을 위해서 컨트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행동 자체가 되레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라는 반성 어린 생각을 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 부족한 것을 숨기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는 묵직하게 던진다.
후반부 모든 갈등 요소가 해소되는 장면은 사춘기를 관통하고 있는, 관통했던 모든 이들의 눈물 버튼이 된다. 특히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지난날의 과거,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 노력이 현재진행형인 이들에게 이 작품은 그 자체가 작은 위로를 전한다.
켈시 만 감독은 이 영화에 접근할 때 속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아쉽게도 전편의 아우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전반적인 갈등, 해결 과정이 전편과 비슷하게 흘러가 설정에 따른 신선함과 개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관객의 기억에 침투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 이를 바탕으로 감동을 전하는 픽사의 장점은 이번에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춘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덧붙이는 말: 극 중 라일리도, 까칠이도 마음을 빼앗긴 이가 있었의니 바로 ‘랜스’다. 라일리가 즐겨하는 게임 캐릭터인데, 허당미가 장난 아니다. 필살기 또한 너무 매력적이라고 할까. 전편의 빙봉처럼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진중함과 코믹함이 믹스된 씬스틸러로 제 몫을 한다. 국내 더빙판에서는 이동욱이 이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책임지고 있다. 궁금하면 더빙판으로~~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5 /5.0
한줄평: 이 세상 모든 금쪽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청각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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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 속의 두 남자를 비추는 한국 누아르
계속 반복되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세상에 태어났고, 어쨌든 성장해 나간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린 나이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고, 부모님의 여러 가지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주변의 영향권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더 성장하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다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도 자신의 상황을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주변 상황이 주는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만의 특성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주변의 영향을 깨는 건 힘들었으니까. 현대 사회가 되면서 조금은 그 벽이 얇아졌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의 벽을 깨는 것보다는 그 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다른 도시로 가고, 더 멀리 다른 국가로 가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해 보길 원한다. 여기엔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환상도 있고, 지금 주변에 있는 강력한 벽이 없어질 거라는 희망도 있다. 그렇게 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간다는 꿈은 다시 현재의 삶을 어쨌거나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네덜란드 이민을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
영화 <화란>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화란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로 떠나고 싶은 18살 소년 연규(홍사빈)의 삶을 비춘다. 연규는 재혼가정에서 살고 있다. 엄마와 새아버지 그리고 여동생 하얀(비비)과 함께 살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매일같이 술 마시는 새아버지는 연규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폭력을 일삼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하얀을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를 폭행하기도 한다. 연규는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기만 한다.
연규는 나고 자란 그 동네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우연히 네덜란드 이민에 대한 광고를 보고 나서 돈을 모은 후 엄마와 함께 네덜란드로 이민 가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로는 쉽게 돈을 모으기 어렵고 다른 사고들이 겹치면서 오히려 돈이 모자라게 된다. 아직 18살인 연규에게는 주변 환경 모두가 거대한 벽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그 모든 벽을 넘을 수 없고, 가족들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조직의 부두목 치건(송중기)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당장 연규에게 급한 돈을 갚아주기까지 한다. 결국 연규는 빨리 돈을 모으기 위해 치건의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본격적으로 조직 생활을 시작한다. 치건은 연규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영화 내내 치건은 차가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연규에게만큼은 조금 감싸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옥 속에서 서로를 알아본 치건과 연규
영화의 중심은 연규와 치건이다. 이 둘의 삶 속에 밝은 기운을 찾아보기 어렵다. 치건은 과거에 물에 빠져 죽다 살아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술에 취한 치건의 아빠는 그가 물에 빠진 것조차 알지 못했다. 어쩌면 치건이 물에 빠진 순간부터 그의 삶은 어두운 암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암흑을 연규에게서 본 치건은 아마도 그에게 작은 연민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조직 생활 속에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큰 어둠으로 들어가게 된다.
치건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그냥 해야 되면 하는 거'라는 말이다. 이 말은 그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없고, 그 조직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치건은 이미 자신들에게 삶의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말을 연규에게도 그대로 하지만 치건은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삶은 물에 빠진 순간에 끝났고, 그런 지옥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연규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연규가 그런 지옥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오기 싫었을 것이다.
영화 <화란>은 오랜만에 개봉하는 정통 누아르다. 특히나 어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연규와 치건의 만남과 그들의 관계는 무척 흥미롭다. 영화 초반에 보이는 연규의 삶은 완전한 어둠이고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치건이 등장한 이후, 더 깊은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건에게는 그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전혀 없지만 연규에게는 여동생 하얀이 있다. 연규에게는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빛이 있다는 의미다. 연규와 치건의 관계는 무척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곧 서로 날을 세우는 관계가 된다.
누아르 장르답게 영화는 어둡고, 인물들은 비정해 보인다. 등장인물들의 삶도 큰 어둠 속에 있다. 하지만 각 인물들의 관계에서 작은 빛을 볼 수 있다. 치건이 연규를 만난 이후 그의 태도가 변해가는 과정, 연규가 치건을 만난 이후 여동생 하얀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 과정을 보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인물들이 자신이 찾은 빛은 잘 지켜가는지, 아니면 다시 어둠으로 빠져버리는지가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든다.
오랜만에 등장한 흥미로운 한국 누아르
연규는 네덜란드라는 꿈을 꾼다. 모아둔 돈이 다 쏟아진 걸 보고 그는 절망감을 느낀다. 신인배우인 홍사빈은 연규역을 맡아 주변의 어둠을 무척 잘 표현해 낸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절망감이 그대로 담겼다. 극 중 18살인,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연규는 극 중에서 가장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절망감, 여동생에 대한 연민, 새아버지에 대한 공포심 그리고 치건에 대한 분노 같은 다양한 감정이 홍사빈의 얼굴에 그대로 표현된다.
영화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열연을 보여준다. 치건 역의 송중기를 비롯해, 김종수, 정만식 같은 중견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이번 영화가 첫 데뷔작인 비비는 연규의 여동생 역을 맡아 무척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한 어린아이가 나온다.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그 아이는 아빠의 사채 빛으로 인해 생일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하는 처지다. 그런 아이를 보고 연규는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생일 선물을 선사한다.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연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본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짓고 싶은 미소를 본 것일까. 영화 속 연규의 연민, 치건의 연민이 그들의 삶에 변화를 불어넣어 준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그들만의 화란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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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케이팝시대!
기대 1도 안했다. 제목부터 언밸런스한 이 작품을 보게 된 건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무리 케이팝이 흥하지만 여기에 퇴마라는 소재를 합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게 너무 뻔한 기획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에 도가 튼 넷플릭스가 이 작품을 전 세계에 공개한다고 하니 선입견이 더 들 수밖에. 하지만 오산이었다.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보고 있으면 국뽕이 차오르고, 김밥과 라면이 당기며, 그 즉시 헌트릭스의 팬클럽 회원이 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케이팝 슈퍼스타 아이돌 헌트릭스! 이들은 언제나 바쁘다. 공연은 물론, 악귀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악령들로부터 인간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의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노래하는 이유도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지하 세계에 있는 마귀가 나오지 못하도록 결계인 혼문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던 어느 날, 헌트릭스의 대항마 사자 보이즈가 나타난다. 헌데, 자세히 보니 사자 보이즈가 아니라 저승사자? 마귀? 이 정체를 알게된 헌트릭스는 노래와 인기로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자 보이즈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는다. 한편, 헌트릭스의 리더이자 메보 루미(아덴 조)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로 힘들어하고, 이를 알게 된 사자 보이즈의 리더 진우(안효섭)는 루미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지하에서 이를 지켜보는 저승의 지배자 귀마(이병헌)는 인간세계를 호시탐탐 노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후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31개국 글로벌 영화 부문에서 1위를 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작품이 이 정도로 화제성이 높다는 건 그만큼 작품이 가진 무기가 적중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리얼리티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9년 동안 공을 들였다. 한국 역사는 물론, 무당, 저승사자, 당산나무, 도깨비 등 무속 신앙의 소재들이 극에 등장하면서 걸그룹 멤버들이 퇴마라는 허무맹랑한 설정을 비주얼로 설득시켰다. 여기에 남산타워, 한옥마을, 경복궁 등 한국의 건축물들이 등장하고, 민화 ‘작호도’에서 가져온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하며, 김밥, 냉면, 순대, 라면 등 우리나라 음식이 자주 나오는 등 과거와 현대의 한국을 작품에 잘 녹여냈다. 여기에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소니 제작진이 구현한 한국 스타일의 무기(사인검, 곡도, 신칼)로 퇴마 액션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화려하고 퀄리티 자체가 좋다.
이런 탄탄한 고증을 바탕으로 케이팝 아이돌 산업의 특징도 잘 녹여낸다.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은 가까워질 수 없다는 불문율은 물론, SNS를 통해 아이돌 인기를 가늠하는 모습, 응원봉을 흔들며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아니 케이팝을 사랑하는 해외 팬들이라면 저절로 눈이 가게 된다.
흥미로운 건 세계적인 아이돌 멤버이지만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루미를 통해 사랑받는 아이돌의 모습과 실제 모습의 간극을 성장 서사로 옮긴 부분이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진정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개인이 성장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진정한 음악이 탄생한다는 이야기의 흐름은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가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아는 클리셰 바운더리에 안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특색은 실종됐다. 특히 공통적으로 결핍과 두려움을 가진 루미나 진우의 전사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행하는 동기가 다층적이지 못하기에 캐릭터의 매력이 잘 살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건 음악이다. 감독은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과 협업을 했고 안무는 리정이 참여했다. 여기에 트와이스 나연, 정연, 채영이 참여해 타이틀 곡인 ‘TAKEDOWN’을 불렀다. 또한 트와이스 '스트래티지'를 비롯해 듀스의 '나를 돌아봐', 엑소의 '러브 미 라이트',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등 한국 대중음악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 같은 음악의 힘은 결과적으로 케이팝 음악으로 구성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이 가진 의의 중 하나인 이 가능성은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은 작품을 우리의 문화로 탄생시킬 수 있다는 걸 기대하게 만든다. 역시 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벌써부터 속편 제작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속편이 제작된다면 음악은 또 어떨까? 여러모로 기대된다. 이 기대감을 안고 오늘도 헌트릭스 노래를 play~
덧붙이는 말: 영화는 영어 원어 버전과 한국어 더빙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어 더빙을 추천한다. 그게 뭔가 더 잘 어울린다. 참고로 영어 버전에서는 진우 역에 안효섭, 루미의 스승인 셀린 역에 김윤진, 헌트릭스 매니저 바비 역에 켄 정, 돌팔이 한의사 역에 다니엘 대 킴 등이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초호화 배역진이다. 귀마 역에 이병헌은 두 버전 모두 연기를 펼친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평점: 3.5 / 5.0
관람평: 이게 바로 케이팝 파워! 국뽕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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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도 오빠가 있‘었’다
8★/10★
내게도 ‘오빠’가 있었다. 다섯 명의 멤버 중 네 명이 크고 ‘작은’ 범죄와 구설수에 휘말린 그룹. 팬들이 자조적 유머로 마지막으로 남은 멤버의 활동명 중 일부인 ‘최강’을 ‘최종’으로 바꾸어 부르는 그룹. 수많은 CD와 굿즈를 사고 방 안을 온통 그들 포스터로 도배했던 그룹. 자발적‧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지인들이 인터넷의 조롱 짤을 들이댈 때마다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그룹. 힘든 시기를 보낸 후 다시 웃는 얼굴로 방송하고 호응받는 모습을 보며 내 일처럼 기뻤던 그룹. 그러나 결국 덕질을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게 된 그룹.
영화 〈성덕〉은 성범죄로 수감 중인 가수 정준영을 덕질한 오세연 감독이 자기 경험에 범죄자가 된 연예인을 좋아한 또 다른 팬들의 이야기를 더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사랑, 회한, 분노, 머뭇거림, 죄책감, 아련함 등이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공감하고 또 공감했다. 그것도 정말 격하게!
“잘 가라 나쁜 새끼야”라는 말, 법에서는 ‘무혐의’여도 내게는 유죄라는 말, 울고 웃는 굿즈 장례식, 여전히 남은 미련에 대한 죄책감, 내 과거를 더럽힌 데에 대한 분노, 전자발찌 차고 반바지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일갈, 다 똑같은 놈 같아서 더는 덕질을 못 하겠다는 한탄, ‘그들은 우리를 보며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물음, 그에게 조금이라도 남은 미련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 우려, 영원한 우상은 오점을 남기지 않고 죽은 사람일 뿐이라는 자조 등등. 찬란했던 덕질의 수많은 순간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해석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토록 다정하고 자상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젠틀했던 남자들, 내가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들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충격. 이 충격 앞에서 여러 덕후들은 그들을 아꼈던 자신의 마음과 성숙한 시민 의식을 조율하며 힘겹게 앞으로 나아간다. 결과는 성장이다.
한 팬의 말마따나 아이돌은 이상적 세계의 상징이다. 아이돌은 현실의 온갖 어려움에 의연할 수 있게 해준다. 선생님, 부모님, 친구한테 상처를 받았더라도 ‘나는 너를 응원한다’는 그들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달랜다. 그와의 친밀한 관계를 상상하며 가부장적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친밀성 모델을 학습하고, 이를 또다시 현실에 적용하여 내 옆에 있는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더 능숙하게 친밀성 협상을 해나간다.
요컨대 덕후들의 아이돌 사랑은 일상과 친밀성 영역에서 그들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견인한다. 아이돌과 덕후의 애착 관계는 ‘광적인 감정’의 일방적 표출이 아니다. 덕질을 그저 철부지들의 돈 낭비, 시간 낭비로만 여기는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가 일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관해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성덕〉은 배반당한 열렬한 사랑의 아픔으로 한층 성숙해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더불어 미투, 페미니즘의 대중화 이후 젊은 덕후들이 연예인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덕후, 연예인뿐 아니라 이들의 감정 역학이 궁금한 사람들 모두가 〈성덕〉을 봐야 한다. 덕후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적 갈무리를, 연예인은 자신을 향한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를, 머글은 덕후와 연예인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찐텐을 맛볼 수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 '동방신기' 다섯 멤버들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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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주부의 평범한 '스파이' 되기 프로젝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평범한 주부가 '평범하게 살기'라는 임무를 받아 스파이 활동을 하는
아주 재미난 소재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입니다.
앞선 소개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굉장히 골 때리게 웃긴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우에노 주리 | 스즈메
FILMOGRAPHY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스윙걸즈 (2004)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AWARDS
28회 일본 아카데미상, 2005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2005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 2005
아오이 유우 | 쿠자쿠
FILMOGRAPHY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훌라 걸스 (2006)
스파이의 아내 (2020)
AWARDS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 2007
제 30회 일본 아카데미상, 20007
제 15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2021
어떤 내용인가요?
반려 거북이에게 밥을 주며,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스즈메.
손을 씻고 있는 스즈메는 한 아줌마에 의해 밀쳐지기도 하고,
버스도 스즈메를 그냥 지나치자
스즈메는 자신의 존재감이 점점 옅어져 자신이 사라질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아침에 넘어지면서 발견한 스파이 모집 공고가 떠오르는데...!!
Reviews
"평범함 속 특별함"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평범한 것들,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독특한 소재로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나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 뭐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이 영화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정말 오묘하고 웃기고 신기한 영화입니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유머"
ⓒ 네이버 영화
일본 특유의 감성과 개그 코드가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개그 코드가 얼마나 잘 맞냐에 따라 영화의 평점도 갈릴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딱 5분만 봐도 판단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일단 시청해보는 거 어떨까요?
지금까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일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시는 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고 계시는 분에게 추천 드리고 싶은데요.
영화는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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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 스타일의 액션 /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 / 보고타: 기회의 땅 / 권해효, 이희준의 물오른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보고타: 기회의 땅"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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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우파 이전에 배윤정이 있었다! 댄스 프로그램 비하인드썰 대방출부터 안무가 수입까지 모두 공개 | 씨네마사지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배꼽주의※
원조 스우파 배윤정과 함께 풀어보는
영화+댄스+토크쇼!!!!!! 1석3조!!!!!
"리뷰야 댄스가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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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를 느껴봐 #Feelthebeat #넷플릭스 #영화추천 #씨네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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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승부> 공식 예고편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매 순간 사활을 건 그들의 이야기 3월, 레전드X레전드 조합으로 극장에서 '승부' 본다 [승부] 공식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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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공식 예고편
정신을 뒤흔들 만큼 매혹적인 작품!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주연! 깊이 있는 유머로 당신을 사로잡을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8월 30일 디즈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