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2024-08-19 21:13:35
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당신께
임선애, <세기말의 사랑>
<헤어질 결심>과 <미쓰 홍당무> 그 사이 어드메를 노니는 영화가 2024년에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재소환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그 전에 그런 혼종적인 게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레 존재할 수 있을까?
포스터만 보고는 노인 성폭행 피해를 다룬 <69세>의 임선애 감독이 묵직하고 깔깔한 전작에 비해 산뜻하고 푸근한 사랑 영화를 만들려던 줄로만 알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당도한 것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밀도 높은 감정의 홍수다. 둘러가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아서 선명도가 아주 높은 서사와 대사들, 박찬욱이나 이경미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스토리텔링, 천재적인 리듬감, 두 눈의 연기만으로 일렁이는 마음들에 함께 올라탈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배우들까지. <세기말의 사랑>은 정말이지 감탄밖에 안 나오는 영화다. 그리고 임선애 감독은 단순 '유망주'로만 불리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아깝다. 연차만 낮을 뿐 (한국에서 여성 감독의 권위가 아직 없다는 것은? '그런' 감독의 '이런' 영화에만 유독 젠체하고 가르치려 드는 이들의 저평가를 몇 년이고 버텨야 한다는 의미) 이미 한국 영화계 거장의 반열에 성큼 올라설 수 있는 포텐셜을 다 갖추었기 때문. 윤가은, 이옥섭, 김초희에 이어 이지은과 임선애를 차세대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믿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정말로 간만에 너무 좋은 사랑 영화였다(지금의 여성 관객에게 국내 제작+로맨스 영화가 좋게 다가오기란 거의 바늘구멍 뚫는 일에 가까운데도). 그리고 이때 사랑은 영미와 도영 사이 이상하고 풋풋한 긴장, 유진과 영미의 아웃사이더 연대를 거쳐와서, 기어이 도영과 유진의 눈물로 완성되는 삼각관계 속 연인 간의 애달픈 감정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유전병 발현으로 목 아래 몸이 모두 굳어 혼자 힘만으론 꼼짝할 수도 없는 조유진에겐 친한 푼수떼기 동생 오준과 가출한 조카 미리와의 투닥대는 사랑이 있다. 못나고 외롭고 놀림받기 일쑤인 데다 튀어나온 앞니를 목도리 사이에 푹 파묻고 다녀 '미쓰 홍당무' 양미숙을 연상시키는 회계과장 '세기말 Miss Apocalypse' 김영미에겐... 원래는 아무도 없었다가, 유진과 오준 그리고 도영이 생긴다. 또 영미의 실패한 (줄 알았던) 사랑은 도영만을 향하지 않으며, 부모 잃은 그애가 평생 돌보았던 큰엄마와 그 큰엄마의 짝사랑이던 사촌오빠가 보답해주지 않은 가족 간의 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사랑이 영화 내내 말 그대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며, 그 사랑들은 자주 내 눈과 뇌가 성급히 직조했던 적당한 상식선의 예상을 배반하기도 한다. 미리의 친아빠와 친엄마가 누구인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툭 던져지던 씬처럼. 유진의 명품 구두가 왜 모두 '짭'이었는지, 누가 유진의 장애 '덕'을 봤는지, '지랄 1급'이라던 유진에게 들러붙어 있었던 처연한 체념의 그림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까지, 역시 예고도 없이 우르르 한 방에 깨닫게 해주던 오준의 미용대회 시퀀스의 폭풍우 같은 흐름처럼.
어쩌면 이런 예측 불가성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 혹은 특정한 '부류'의 돌출성을 불편해하는 이에게 영화의 화려한 곁다리들은 일면 산만하거나 심지어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곁다리' 즉 삼각관계와 무관하면서도 구구절절 늘어지는 각 인물들의 사연은 모두 하나의 다정한 진리로 수렴한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싸움을 치러내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 사랑(들)의 경중을 가리면서 너무 많은 인물의 너무 많은 이야기가 혼란스러우니 어떤 것은 받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복잡한 일이므로. 같은 남자를 사랑한 영미와 유진이 처음엔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도영에게 부인이 있다는 형사의 말에 절망으로 물들던 영미의 표정과, 들들 볶이던 자원봉사자 학생의 “우리 엄마 죽었다 미친년아”에 남몰래 무너지던 유진의 표정을 몇 번이고 돌려보다 보면 그 둘이 얼마나 닮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미리의 이기적인 가출과 카드 도용을 힐난하더니 실은 저도 유진의 장애 등급을 이용해 몰래 차를 샀다던 오준의 욕심과, "지금 누나한텐 나밖에 없으니까" 곁을 지켜야 한다는 오준의 강인한 책임감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처럼. 각자의 바닥은 다 너무 깜깜하고 처량해서 가끔 거기 떨어진 채로 만난 사람에겐 뭐든 다 말하고 날 내맡기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계하되 타인을 밀어내지 않을 수 있고, 이해하되 섣불리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다.
돌봄노동에 최적화된 영미의 성실한 다정과 경청 그리고 손길이 필요했던 거면서 오로지 돈 때문에 같이 있는 거라고 처음부터 스스로를 속이던 유진이의 위악을 나는 알고,
“끝까지 버텨보는 거 나쁘지 않던데요. 그래서 저는 감옥엘 갔지만. 후회는 안 해요.”라며 이상하리만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않는 영미의 달콤한 자포자기도 나는 알지.
그래서 내겐 유진의 영미를 향한 “화상이 맨드라미 닮았네”가 이 시대 최고의 인류애를 함축한 대사 같았다. “그 화상 만져본 적 있어? 내가 한 번 만져봐도 돼?”라는 유진의 묘한 요청. 물렁한 영미의 수락에 유진이 상처를 보듬으며 "생각보다 부드럽네"라고 말하자 영미는 설핏 웃으며 “하여튼 이상해”로 화답한다. 그 욕조 옆에서, 또 미용대회 대기실에서 넘어진 유진의 휠체어 옆에서, 영미는 몸을 낮추어 유진과 시야의 높이를 맞춘다.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여자가 멸시받던 여자를 똑바로 바라볼 때, 그늘진 유진의 앞에 놓인 건 환히 쏟아지는 빛처럼 다가오는 영미의 옅은 눈동자와 상냥한 미소다.
회사 돈을 빼돌리는 남자가 제게 조금 다정했단 이유만으로 지구가 망하기 전날 밤에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게 된 이상하고 대책 없는 외로운 여자. 그런 여자를 두고 맨드라미의 꽃말이 '치정'인 걸 아느냐고 놀려대던 역시 이상하고 화가 많아진 외로운 여자. 소시지 반찬, 모기 물린 자국 위의 십자가, 그게 뭐라고. 그게 다 뭐라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지도 못하는 내가 나인 게 너무 싫었을 여자들이 서로를 죽어라 질투하면서도 그 '구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줄 유일한 상대를 마음 속으론 악착같이 갈구한다.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게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어려운 일인지, 결국 영미의 '저 사람 나 아니면 어떡하나'가 유진의 짐을 덜고 유진은 도영에게 "그 여자 보니까 처음으로 네가 마음 놓이더라"라고 말한다. "저는 아직 유진 씨가 마음 놓이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도영의 말은 온라인 접견 시간 종료로 뚝 끊기고 말지만, 그 이후로 유진은 완전히 퇴장하고 도영과 영미가 꾸준히 재회해 채무 관계를 핑계로 '다시' 친해지는 에필로그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도영과 영미처럼 유진은 잘 살아갈 것이다 꿋꿋하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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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결점투성이 팝스타의 고백록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룹 '아이브' 소속 장원영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원영적 사고', 즉 "럭키비키(LuckyVicky)"를 우리 삶의 신조로 삼고 산다고 해도 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은 분명히 생길 것이다. 유명한 노래 <가시나무>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타인과의 관계만큼 어려운 것이 나 자신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재산과 행복은 어느 정도 비례하다가 어떤 임계점을 지나면 재산이 아무리 증가해도 행복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명성과 행복의 함수도 비슷하지 않을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베러맨(Better Man)>은 역대 최고의 팝스타 중 한 명인 가수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다. 영화는 화려한 무대를 뛰노는 그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가 불행했던 순간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1974년에 태어나 50대 초반의 청년(?)이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영화를 직접 제작했다는 것이 좀 의아하기도 하다. 보통 작고했거나 인생의 말년에 이른 인물이어서 일생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가 가능한 사람이 전기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아직 살 날이 구만리(?)인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 영화 <베러맨>은 생뚱맞은 만큼 흥미롭기도 하다. 모션 캡처로 연기한 인물 위에 침팬지 CG를 덧입히고 로비 윌리엄스 본인이 직접 목소리 연기를 했다. 실존 인물의 외모, 말투, 행동거지, 습벽 등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하는 주연 배우를 앞세우는 기존 전기 영화의 관습을 과감히 탈피했다. 로비 윌리엄스가 영화 속에서 침팬지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영화의 제목이 'Better Man'이라는 사실은 로비 윌리엄스가 가지고 있는 극도의 자기혐오와 경도의 자기 긍정을 잘 보여준다. 태어나 지금까지 결점투성이 침팬지처럼 살아왔지만 매일 조금씩 진화하여 더 나은 사람(Better Man)으로 거듭나는 중이라고 로비 윌리엄스는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연출을 맡았던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작품답게 로비 윌리엄스의 명곡과 유려하고 역동적인 춤이 어우러지는 명장면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영화 포스터에 "<보헤미안 랩소디>와 <위대한 쇼맨>의 만남"이라는 홍보 문구가 있지만 영화 <베러맨>이 주인공을 묘사하는 방식은 <보헤미안 랩소디>와 꽤 다르다. <베러맨>은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훨씬 더 깊게 주인공의 내면을 파고든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절정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과 유사한 장면일 것으로 기대되는 12만 5천 명이 운집한 넵워스 공연 실황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은 이 영화의 목표가 아니다. 넵워스 공연이 로비 윌리엄스가 마음의 평화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틀스 이후로 영국에서 '오아시스'와 함께 가장 성공한 보이 그룹이었던 '테이크 댓'에서 탈퇴한 후 로비 윌리엄스를 솔로 가수로 우뚝 서게 한 것은 자신의 마음속 고통을 진솔하게 담아낸 노래였다. 역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성공적이다.
(끝)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베러맨>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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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1월 2주차의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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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1월 14일~16일) 관객 수 17만 192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689만 7608명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무색하게도 연일 흥행 독주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하우스 오브 구찌> 등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의 대작들이 개봉하고,
그리고 한국영화 기대작인 <특송>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관객 수를 동원하고 있는데요.
이 기세로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이번 주 안에 돌파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2위. <특송>(▲5)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지난 1월 12일 개봉한 <특송>입니다.
주말동안 (14일~16일) 주말 관객 수 16만 0147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23만 3432명입니다.
개봉 후 5일간 <특송>은 쟁쟁한 경쟁작들 속에서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실관람객들의 평점은 CGV골든에그 지수 93%를 기록하며 흥행열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특송>은 박소담 배우의 원톱 주연작으로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입니다.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짜릿한 카체이싱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으로
극장에서 꼭 봐야할 극장 필람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위. <씽2게더>(-)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유니버설 픽쳐스의 <씽2게더>입니다.
같은 기간(14~16일)동안 주말 관객 수 13만 4346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49만 9047명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인 <씽2게더>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3주 차에도 굳건히 CGV 골든에그지수 98%를 기록하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작품 및 신작들 대비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오히려 박스오피스 1위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나 2위인 <특송>보다도
좌석 판매율은 16.4%로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난히 이번 주 누적 관객 수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3회 예측 이벤트는 1월 2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먼저 1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4%, 여성 36%로 남성 관객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5%, 다음으로는 30대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83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3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의 대부분은
박스오피스 1위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예측하셨고, 박스오피스 2위 -<특송>, 3위 - <씽2게더>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이 순위는 실제 박스오피스 순위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3회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의 참가자 중 35%의 참가자분들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박스오피스 1위,
27%가 <특송>의 박스오피스 2위를 예측, 3위도 마찬가지로 32%의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씽2게더>의 박스오피스 3위를 예측했습니다.
또한 제 83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혀 상금을 받아가실 분들은 모두 36명 입니다.
상금을 받아가신 정답자는 전체 참가자 중 10%가 넘는 수치입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많이 참여해주시어, 상금을 많이 받아가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제 83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정답자분들 36분에게는 진심으로 축하인사 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4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경관의 피>(▼2)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주 순위에 비해 2계단 하락한 <경관의 피>입니다.
<경관의 피>는 주말 관객 수 9만 0725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55만 7141명을 기록했습니다.
조진웅, 최우식, 권율등 주요 출연진들이 예능이나 라디오에 출연하여 연일 홍보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흥행실적입니다.
물론 극장가는 계속해서 할리우드의 대작 신작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고 무엇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5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4만 2074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7만 8483명을 기록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생애 최초 뮤지컬 영화로 많은 화제를 받았습니다. 또한 최고의 안무가,
최고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최고의 제작진들이 영화에 참여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게다가 30,000 :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우로 참여한 '레이첼 지글러'의 환상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다소 흥행 성적은 아쉬운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요.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3관왕을 석권한 작품이고, 아직 개봉 1주도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박스오피스 순위가 상승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11년만에 다시 돌아온 <스크림>시리즈의 새 영화 <스크림>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4~16일) 북미기준 $30,600,000 (한화 약 394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이 기록은 역대 프랜차이즈 <스크림> 시리즈 중에서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평단에서는 故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유산을 훌륭하게 계승함과 동시에 신선한 재미와 반전까지 두루 갖춘
양질의 오락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영화로 평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에도 1월 개봉을 확정지은만큼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크림>은 "우즈보로의 첫 번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25년이 지난 뒤, 새로운 살인마가 나타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7> (2022년 1월 14일 ~ 2022년 1월 16일)
1. <스크림> 3060만 달러
2.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80만 달러 (누적 6억 9872만 달러)
3. <씽2게더> 827만 달러 (누적 1억 1935만 달러)
4. <355> 234만 달러 (누적 841만 달러)
5.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231만 달러 (누적 2868만 달러)
6. <벨> 164만 달러
7. <아메리칸 언더독> 160만 달러 (누적 2106만 달러)
이번 주 박스오피스 분석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주에도 더욱 더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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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주차, 최신 씨네뉴스
설 연휴 상업 영화들이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박스오피스에서 의외의 활약을 펼친 <건국전쟁>.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보이고 있는데요.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적 행적 등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설 특수’ 노린 영화들 줄줄이 부진
극장가 대목인 이번 설 연휴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였습니다. 국내 영화 중에선 <시민덕희>를 제외하곤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 <아가일>이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건국전쟁>이 다큐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 와도 흥행 부진, 사라진 ‘내한 특수’
코로나19 이후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작품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내한한 <아가일> 주연 배우들이 레드카펫 행사와 무대인사에 참석해 팬들을 만났지만 상영 7일째인 13일까지 11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습니다.
에리보, 그란데 뮤지컬 영화 <위키드> 11월 개봉
2019년도에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던 <위키드>가 오는 11월에 개봉을 알렸습니다. 뮤지컬 원작 <위키드>는 전세계 6000만 명이 관람한 21세기 브로드웨이 최고 뮤지컬 대작으로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양자경이 만나며 환상적인 세계를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영화 파죽지세 흥행 벌써 43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 역주행 속에 누적관객수 43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쏟아내며 ‘건국전쟁’의 여야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관별 좌석1% 장애인 관람석 시행령 개정 추진
영화관의 전체 좌석 기준이 아닌 상영관별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된다고 합니다. 현재 전체 영화관의 1%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니 장애인 관람석인 휠체어 좌석이 없는 상영관도 많고,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많은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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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성’에 관한 잊히지 않을 인장
두 장면이 있다. 여고생 ‘아사’와 친구 ‘에미리’가 텅 빈 학교 체육관에 둘이서만 있다. 두 사람은 넓은 체육관에서 때로는 가까이 앉아, 때로는 뛰어다니며 대화를 나눈다. 에미리는 아사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점을 알려주려는 참이고, 아사는 그런 에미리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반응과 질문을 던져 종종 민망해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불편한 긴장은 없다. 이 장면의 주요한 정서는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거리감으로 신뢰와 애정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서 나온다. 텅 빈 체육관에서 두 사람을 방해할 요소는 없다. 오롯이 둘만 마주해 말과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완벽한 접속’은 불가능할 테지만 상관없다. 타자를 완벽히 내 것으로 하는 관계는 공감이라기보다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거리는 있지만 결코 멀지는 않고,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의 관계성. 텅 빈 체육관의 두 소녀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애정이 깃든 관계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해준다.
두 번째 장면도 그렇다. 이번에는 아사와 그의 이모 ‘마키오’다. 두 사람은 탁 트인 바닷가의 한적한 계단에 앉아 있다. 이번에도 딱 달라붙어 있는 대신 위아래로 몇 칸의 간격을 둔 상태다. 아사와 에미리가 그러했듯, 두 사람은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일어서서 움직이며 말과 감정을 나눈다. 닫힌 공간인 체육관의 폐쇄성이 커밍아웃하는 에미리에게 안전하다는 감각을 주었다면, 탁 트인 바닷가는 뜻밖에 한 가족이 된 조카와 이모가 앞으로 만들어갈 관계의 양상이 무한히 깊고 푸르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하나가 될 필요 없는, 적당한 거리를 조정해가며 서로의 곁에 있는 관계의 모델이 다시 한번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현된다.
〈위국일기〉는 관계성에 관한 영화다.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는 건 아사와 마키오의 관계다.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아사는 자신의 엄마와 십수 년 전에 절연한 이모 마키오와 한 가족을 이룬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아사를 두고 내뱉는 무심하고 무례한 말에 분노해 홧김에 자신이 아사를 데려가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조율해야 할 것은 무수히 많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 성격은 당연하고 돌봄을 어떻게 주고받을지도 협상해야 한다. 비혼 여성 마키오는 갑자기 생긴 조카를 돌보고 보호하는 일에 동반되는 책임감이 생경하면서도 때로는 부담스럽고, 아사 역시 자기 엄마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그 이유는 절대 말해주지 않는 마키오와의 관계가 쉽지만은 않다.
영화는 두 사람이 차이를 조율하며 일상을 맞추고, 새로운 관계 모델을 학습하며, 죽은 아사의 부모님을 애도하는 과정, 나아가 억압적인 엄마(아사)/언니(마키오)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아사는 결혼하지 않는 여성 어른이 맺는 친구/연애 관계에서도 지금껏 모르고 지낸 관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마키오 역시 아사를 돌보며 기존의 자기 관계망에 더욱 깊이를 더해나간다.
크든 작든 모든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세심히 그려내는 〈위국일기〉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 서로를 북돋는 관계는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존중하며 곁에 머무를 때 나온다고.
공감과 이해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인다는 느낌을 곧잘 받는다. 그러나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축적해온 타자는 결코 누군가가 ‘완벽’하게 포착해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일이 가능하려면 타자는 생동하는 존재이기를 멈춰야 한다. 완벽한 이해는 타자가 주체이기를 멈추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희생해 내놓을 때만 가능하다. 심지어 이마저도 ‘해부학적’ 이해에 그친다. 죽은 동물과 곤충의 박제에서 우리가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듯이 말이다.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장악하듯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으로 은은하게 보듬는 관계의 모델이 필요하다.
〈위국일기〉가 공들여 보여주고자 하는 건 바로 이러한 관계성이다. 극적인 전개나 자극적인 요소로 관심을 끌지는 않지만, 자신뿐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지탱하며 함께 나아가는 건강한 관계의 양상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위국일기〉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관계가 그렇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두 장면은 영화가 그려내는 여러 인상적인 관계를 아름답게 재현하며 잊히지 않을 인장을 남긴다. 체육관과 바닷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미지화된 관계성은 ‘선을 넘는’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은은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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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묻지 않고 앞으로만 쭉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어디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데 듀스의 노래 가사가 튀어나왔다. 음악 좋지. 별안간에 어렸을 때 작게나마 소망했던 것이 생각났다. 갑자기 기타를 잘 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김광석 아저씨 멋있지 않나?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살짝 선망했던 시기가 있다. 아빠가 기타를 칠 줄 알아서 배우고 싶었으나 도레미파솔라시도 치는 것도 어려워서 접었다. 아. 노래 잘하는 것도 멋있다. 사실 이것도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내 말하는 방식이 목에 안 좋은 것 같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안 좋은데 복식호흡을 이해하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과학이론을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인가?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이 질문 '네가 원하는 건 뭔데?'는 나의 삶을 관통하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질문의 답은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 하고 살 것이라는 막연한 바람이다. 그들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원하는 건 그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도전하려니 안될 것 같은 겁이 나기도 한다. 점점 내가 세상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 세계가 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맥도널드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면접에서 컷 당했던 과거의 내가 생각난다. 거기서 잘 됐어야 했나. 괜히 멋진 사람들을 만나 눈이 높아져 애초부터 불가능한 걸 꿈꾸고 있는 걸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맞는데 말이지. 그렇게 미래고 인생이고 다 때려치우고 락밴드처럼 노래 부르는 미래가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 나다. 과연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우리에게 특별히 중요한 건? 뭘 찾고 있는 걸까? 이렇게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에게, 아일랜드의 소년 하나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있다고 한다. 왓챠의 3월 신작을 들여다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아일랜드에 사는 소년 코너는 어느 날 싱 스트리트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갑자기 가계 사정이 어려워져 자기 의사랑은 상관없는 삶을 보내야 하는 코너. 코너에 눈에 보이는 것은 싸움을 일삼는 학생들과 흡연자들이다. 또, 어딘가 좀 불안해 보이는 학교 친구들도 있다. 상큼한 10대 생활은 다 텄다. 근데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교장 벡스터 수사는 이런 개판 5분 전의 상황을 방관하기만 한다. 아니 사실 방관만 하면 다행이다. 코너는 새 학기가 되자마자 싹수없게 생긴 배리에게 '호모답게 춤이나 춰라'라는 협박을 당한다. 이 상황을 겪은 코너. 벡스터 수사에게 잡혀가서 검은 구두 살 돈 없으면 맨발로 다니라고 면박을 듣는다. 자기 생각 외의 상황으로 사면초가가 된 상황.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그렇게 뭐같은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하교하던 도중에 맞은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라피냐를 보게 된다.
영화는 코너와 라피냐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한 하이틴 성장물이다. 코너는 라피냐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이에 밴드를 하고 있다고 뻥을 치게 된다. 잘 나가는 모델이었던 그녀에게 마음을 얻기 위해 신박한 직업을 꺼낸 것이다. 노래의 s도 모르던 코너. 음악을 하던 형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음악은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여자 꼬시려고 밴드를 결성한 소년들의 이야기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모든 사랑의 이야기가 그렇지만 당연히 순탄한 시간만 있지는 않다. 라피냐의 남자 친구에게 벽을 느껴 좌절하기도 하고, 교장 브라운 수사를 위시한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받기도 하며 현실적인 문제로 코너 자체가 속이 쓰리기도 한다. 영화는 음악 영화답게 뮤비도 찍고 공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그중 탁월한 음악과 달달한 로맨스도 보이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뭐, 영화를 정의한다는 발상 자체가 좀 웃긴 거긴 한다. 그런데 나는 (많지 않은) 독자들이랑 영화 가지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이런 문항을 쓰는 것 아닌가. 이 문장을 쓰는 이유는 이 영화야 말로 통통 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려본다면, 음악 영화다. 장르적으로 뻔하다? 뭐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만큼 음악과 영화가 잘 사는 영화는 몇 편 못 봤던 것 같다. 첫 번째. 10대 로맨스 영화의 역할로도 탁월하다. 자아의 성장을 통해 찾았던 사랑과 삽입곡들의 가사 둘이 시너지가 좋아서 관객을 더 쉽게 몰입하게 도와준다. 또 이 영화는 음악이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To find you>이다. 팝송을 잘 안 듣는 나지만 이건 꾸준히 듣는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결국 너 아니면 나 자신을 찾는 일이다. 사랑하기 위해선 나를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공부해야 하지 않나. 이 노래는 우리가 공감할만한 사랑의 속성을 가사로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또 엔딩신에 나오는 가사가 슬펐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글에다 쓸 수는 없겠지만 그 장면이랑도 잘 어울려서 찡했다.
3. 다른 장르물과의 차이점은?
<위플래시>가 생각난다. 똑같이 인성이 더러운 선생들이 나오고, 음악을 좋아하는 10대가 주인공이다. 이 <위플래시>는 장르적으로 스릴러물에 가까운 음악영화다. 주인공들의 미친 광기로 2시간을 채운 영화가 <위플래시>라면 이 영화 <싱 스트리트>는 히피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코너의 초반부 화장기법이나, 검정 코디에 빨간색 기타나 2022년 현재에도 힙하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덧붙혀 주는 인물이 있는데, 주인공 라피냐다. 다양한 화장법이 잘 어울리는 미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른들에게 대드는 영화의 줄거리가 외적인 요소랑도 잘 맞아서 시너지가 좋았다.
또, 이 영화는 대사를 잘 썼다. 사랑이 뭘까. 난 사랑은 '적당히란 없는 것'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적당히란 없다. 미친 듯이 몰입하거나, 될 때까지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해서 세상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아서인지 뭐든 피 토하기 전까지 다 갖다 바치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썼던 이유는, 후반부에 특정한 장면 때문이다. 엄청난 울림이었다. 마치 이 장면을 위해 그동안의 자아 찾기가 이뤄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장면에서 형과 동생의 대화를 통해 꿈을 위해 떠나고자 하는 이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대사를 썼다. 또 이뿐만 아니라 도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가사도 몇 줄 있었다. 사실 우리 인생이 주인공과는 멀리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잘 안다. 이 형제로 사는 모든 이들에게 존 카니가 바치는 따뜻한 메세지만으로도 영화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4.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비교적 신인 배우들을 등판시킨 작품이다. 그런데 연기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코너의 밴드 친구들이 풋풋하고 귀여운 연기를 잘 소화해서 보는 내내 미소 지으며 볼 수 있었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비긴 어게인> <원스> <라라 랜드> 좋았던 사람들은 일단 재생 버튼부터 누르고 봐야 한다. 이 셋과는 다른 작품임과 동시에 '일단 노래가 좋은'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또 요즘 왓챠가 신작을 들이는 게 시원찮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긴 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어서 추천하기가 뭐했는데, 이 작품은 안 본 분들이 있다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또 도입부의 나에게 공감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우리, 잘 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 가지 못하면 절대 못 가니까 이렇게 두려운 것이 많은 것이다. 기회가 왔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자.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다.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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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스 갬빗>에서 제일 좋았던 건,
<퀸스 갬빗>에서 제일 좋았던 건,
체스신동,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
보름 정도에 걸쳐 미국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았다. 너무 재밌어서 쏙쏙 빨려 들어갔던 드라마. 배경은 1960년대고(나는 시대극이 좋다), 소재는 체스이고(생소한 분야를 엿보는 건 더 좋다), 커다란 눈의 여주인공은 너무 매력적이다.
체스가 이렇게나 어렵고 복잡한 게임인 줄은 드라마를 보고 처음 알았다. 모든 공격에 각각의 이름이 붙여져 있고,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 제목도 체스 오프닝 기술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때 사람들이 체스에 그렇게나 열광했는 지도 처음 알았다. 드라마의 배경인 1960년대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체스에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챔피언십도 중계하고, 신문 1면에도 실리고, 챔피언의 우승자는 거의 연예인의 인기더라. (이세돌 같은 느낌일까?)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이 드라마는 주인공 '하먼'이 체스에 소질을 보이면서 결국 체스 최강자가 되는 이야기다. 체스 얘기니만큼, 여러 사람들과 체스경기를 두며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장면들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치만 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했던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양어머니 '엘마'와의 관계다.
하먼은 어릴 때 친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크다가 13살에 엘마에게 입양됐다. 유년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타고난 기질인지, 하먼은 시종일관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으로 나온다. 입양이 되고도 웃는 모습을 여간해선 볼 수 없는 데다, 그런 성격 탓에 사람들과 가까워지지도 못하고 늘 외톨이처럼 지낸다. 그런 하먼을 보듬어준 게 바로 양어머니 엘마였다. 보듬었다고 해서, 하먼을 엄청 옆구리에 끼고 사랑 표현을 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둘은 엄마와 딸의 관계라기 보단 뭔가 친구 같은 관계다. 그런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겉으로 나도는 남편 때문에 외로웠던 양어머니와, 고아로 크면서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딸이, 서로 친구처럼 의지하는 모습. 낯간지럽게 껴안고 뽀뽀하는 장면 하나 없이도, 둘의 관계는 묘하게 뭉클하고 훈훈한 구석이 있었다.
엘마는 딸이 체스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고는 적극 뒷바라지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남편이 떠난 후 수입이 없어서, 딸이 챔피언십에서 따온 상금으로 먹고살려고 그러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먼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났다. 잡지에 나온 딸의 기사를 딸보다 더 자세히 찾아 읽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고, 그녀의 체스 친구들을 알고 싶어 하고, 체스에 대해 모르면서도 딸의 경기를 지켜보려 한다. 그게 애정이 아니면 뭘까.
무뚝뚝함의 극치였던 하먼 역시, 서서히 양어머니에게 의지하게 되고 사랑하는 게 보인다. 나름의 애정표현이랍시고 '툭'하며 양어머니의 손을 잡을 때. 수입이 없던 양어머니가 "나에게 상금 10%씩만 띄어주겠니?"하고 소심하게 묻자 "15%로 해요"하고 말했을 때. 왠지 모를 흐뭇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둘 사이의 애정은, 매번 그 서툰 표현들에서 여지없이 묻어 나왔다. 그 은은히 물드는 관계를 지켜보는 게, 바로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양어머니 엘마는 건강이 나빠 일찍 죽는다. 모나고 차가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하먼을 사랑해주었던 엘마. 그녀의 죽음에도 대성통곡은커녕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냉랭한 하먼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참았던 눈물 한 줄기를 쏟는다. 생전 양어머니가 좋아했던 위스키를 마시면서. 더도 말고 딱 한 줄기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 절제된 모습의 바닥에, 엘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과 연민이 꽉 차 있다는 건, 차고 넘치도록 알 수 있었다는 거.
양어머니 엘마와의 뭉클했던 관계.
드라마는 하먼이 체스 최강자였던 소련선수 '보르고프'를 누르고 우승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난 이 드라마가 결코 체스대회에서 우승하는 여자아이 얘기라고만 느끼지는 않았다. 고아였고 외톨이었던 하먼이, 양어머니를 만나고, 자신을 아껴주는 친구들 베니와 해리, 타운스를 만나면서 마음을 여는 성장드라마로 보였다.
마지막에 그녀는 별로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잘 웃고, 표현도 할 줄 알게 되며, 특유의 무뚝뚝함에서 해제되어 길거리의 노인들과 인사하고 체스도 둔다. 나는 그게 보르고프를 꺾고 우승한 것보다도 더 흐뭇했다. 하먼이 엇나가지 않고 클 수 있었던 자양분은, 체스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이지 않았을까.
체스 최강자 고르고프와의 시합.
여담이지만, 이 드라마가 방영된 후 구글에서는 '체스 두는 법'이 9년 만에 검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음, 난 드라마를 보고 나니 오히려 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싫어지던데. 왠지 내 머리가 얼마나 나쁜지만 드러날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 좋은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로 깊이 간직해야지. 간만에 훌륭한 드라마를 보고 나니 갈비탕 한 그릇을 비운 것 마냥 속이 뜨끈하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우두미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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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빈 교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링이야오'에게 첫눈에 반한 '뤼친양' 그의 순수한 고백에 '링이야오' 역시 호감을 느끼며 두 사람은 사랑을 쌓아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던 10대와 달리 20대에 들어선 두 사람은 점차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가고, 마침내 두 사람이 사랑한 지 10년이 되는 날, '뤼찬양'은 '링이야오'를 위해 운명적인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되는데.. "내 청춘 속 누구보다 빛났던 너, 세상 끝에서 다시 함께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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