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5-17 14:06:57
이 배우가 그 배우였다고? [우디 해럴슨] 편
<슬픔의 삼각형> <헝거게임><베놈2><혹성탈출3><지랄발광 17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많은 영화 작품 중 다양한 도전, 다채로운 연기력으로 보는 이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긴 배우들이 참 많죠.
영화를 볼 때마다 '이 배우 어디에 나왔었지?' 회상하며 배우의 필모를 살펴본 경험이 참 많은데요.
이번 콘텐츠 큐레이션 주제는 바로 오늘, 5월 17일 '슬픔의 삼각형' 개봉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면모와 연기력을 보유한 '이 배우가 그 배우였다고? [우디 해럴슨] 편' 큐레이션 입니다.
<헝거 게임> 시리즈 헤이미치 역
ⓒ 네이버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주인공 캣니스를 멘토로서 지지하는 '헤이미치' 역을 맡은 우디 해럴슨.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2012)부터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12구역 최초의 우승자이자 캣니스(제니퍼 로렌스)의 멘토 헤이미치 역을 맡아
<헝거게임 : 더 파이널>(2015)까지 활약하며 극 내 빼놓을 수 없는 명품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영화 <베놈 2> 카니지 역
ⓒ 네이버 영화
영화 <베놈 2>는 미워할 수 없는 빌런 히어로 '베놈'앞에 사상 최악의 빌런 '카니지'가 나타나
대혼돈의 시대를 예고하면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입니다.
우디 해럴슨은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에서 빌런 '카니지'역을 맡아 대중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 시킨 바 있죠.
<혹성탈출3> 대령 역
ⓒ 네이버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 3부작인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의 대립, 그리고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 속 우디 해럴슨은 '시저'와 대립하는 인간군의 대령 역을 맡아 선악을 넘나드는 악명 높은 캐릭터로 분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지랄발광 17세> 브루너 선생님 역
ⓒ 네이버 영화
영화 '지랄발광 17세'는 가족도 친구도 학교도 연애도 뭐 하나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아
우울한 17세 소녀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이 인생 최대 위기를 겪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극 중 우디 해럴슨은 브루너 선생님 역을 맡아 주인공 헤일리 스테인펠드와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죠.
<슬픔의 삼각형> 선장 역
ⓒ 네이버 영화
우디 해럴슨의 신작, 바로 오늘 개봉한 영화 <슬픔의 삼각형>.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개봉전 부터 기대를 한가득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우디 해럴슨은 크루즈에 탑승한 부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선장 토마스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 <지랄 발광 17세>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번 우디 해럴슨이 맡은 '선장' 역 또한 유머러스하고 노골적인 코미디 면모가 부각돼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다고? [우디 해럴슨] 편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추후 더욱 유익하고 재미난 영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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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첫 뮤지컬 영화 도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돌아왔다.
그의 첫 뮤지컬 영화로 큰 화제를 모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미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이 원작이다.
미국의 유명한 지휘자이자 연주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컴퍼니> <스위니 토드> 등을 작사한 스티븐 손드하임,
그리고 저명한 안무가 제롬 로빈스가 힘을 합쳐 만든 뮤지컬이다.
이후 1961년, 원작자 제롬 로빈스는 직접 메가폰까지 잡아 로버트 와이즈와 함께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다.
어릴 적 이 영화를 보고 크게 매혹된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랫동안 리메이크의 꿈을 키우다 이제서야 개봉을 맞게 된 것이다.
헐리우드의 장인인 그가 만든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역시나 현란한 볼거리가 가득한 영화다.
때는 1940년대. 뉴욕의 할렘가 변두리 마을을 주름잡는 ‘제트파’는 백인 남성 젊은이 무리다.
이들은 푸에르토 리코 남성 젊은이들 무리인 ‘샤크파’와 매일같이 반목하는 앙숙 관계다.
이미 온 마을 사람들과 경찰들까지도 이들의 대립을 잘 알고 있는 상황. 제트파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샤크파를 공격하며 서로 싸움을 벌인다.
제트파의 리더 리프(마이클 파이스트)와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는 경찰 슈랭크(코리 스톨)의 제재에 가까스로 꼬리를 내린다.
조만간 체육관에서 열릴 무도회를 앞두고, 리프는 얼마 전 교도소에 복역했다 돌아온 친구 토니(안셀 엘고트)에게 함께 춤을 추러 오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가석방 기간 중인 토니는 괜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사양한다. 그는 얌전히 발렌티나(리타 모레노) 할머니의 상점에서 일손을 거두며 철 없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청년이다.
한편, 베르나르도의 여자친구 아니타(아리아나 데보스)와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는 무도회에 가기 전 들떠 있다.
베르나르도는 자신의 믿음직스러운 회계사 친구 치노를 마리아의 무도회 파트너로 소개해준다. 무도회장에서 제트파와 샤크파는 역시나 서로를 견제하며 춤을 즐긴다.
어설픈 치노와 어떻게 춤을 춰야 할지 망설이는 마리아, 그리고 리프의 부탁에 무도회에 잠깐 들른 토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눈이 마주치며 서로에게 반한다.
함께 춤을 추려 하지만 베르나르도에 의해 저지당한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셈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야기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익숙한 러브 스토리이다.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남녀, 하지만 그 사랑을 가로막는 압력. 그래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두 주인공이 마리아의 창밖 철제계단에서 조심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가장 유명한 장면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분위기를 풍긴다.
무엇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들로 인해 뮤지컬 영화로서 매우 만족스럽다.
실제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기용한 덕에 절도 넘치면서도 유연한 군무가 매우 인상적이며,
특히 유명한 넘버 ‘투나잇(Tonight)’에서 인물들이 각자 서로 다른 욕망을 품은 모습들이 교차로 편집된 몽타주는 영화의 화려한 분위기를 한층 고양시킨다.
또한 원작과 조금씩 다른 위치나 상황에 배정된 넘버들도 있어, 서로 비교하면서 더 즐거운 감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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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영화 랭킹 Star Wars Film Ranked
조지 루카스가 구상한 [스타워즈 9부작] 혹은 [스카이워커 사가]은 한마디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라는 거대한 서사시다. 그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측은지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마블과 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이 [스타워즈] 역시 개연성을 지닌 영화는 아니다. 지난 42년간 [스타워즈]는 MCU처럼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무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전에 팬들에 의해 대중문화 최초로 ‘확장세계관(EU)’를 정립했다. 그런데 [시퀄 3부작]은 [스타워즈] 특유의 ‘설정 놀음’을 간과했다. 특히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그랬다.
◆평가 기준
1순위 시리즈로써 의의
2순위 공유 세계관 기여도
3순위 단일 작품으로써 완성도
#11 :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pisode IX: The Rise Of Skywalker, 2019)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종결’을 홍보했지만, 9편의 실제 임무는 ‘브랜드 관리’다. J.J. 에이브람스의 최우선 과제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던져놓은 7편의 떡밥을 회수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라이언 존슨이 8편에서 7편의 떡밥을 싹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팬 서비스’를 핑계 삼아 8편의 아이디어를 깡그리 쓰레기통에 버린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작]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팬들의 반응만 살피며 돌려 막기 하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 세계관, 스토리 전부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캐슬린 케네디가 꺼내 든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 자신이 2014년 4월 25일에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캐슬린 케네디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라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능키)' 되고, 레이는 '메리 수(천하무적)' 화 되어 시리즈 전통을 더더욱 망가뜨린다. 이게 다 라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다 수습하려고 노력하면서, 9편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시퀄 3부작 내내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오마주를 하면서 전통 파괴를 일삼는 모순을 매번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통 [시퀄 3부작]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라 놀며 [시퀄 3부작]의 정체성과 주제를 전부 잃어버렸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한 상상력과 방향성의 부재다. 이것이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를 내세우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을 의존하는 [시퀄 3부작]의 한계다. 고로 창의적인 비전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를 오독하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실로 안타깝다.
#10 :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EPISODE VIII - THE LAST JEDI, 2017)
당연하게도 시리즈물은 단 한 편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라이언 존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해체시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낡은 스타워즈를 새롭게 갈아엎지만, 5편 [제국의 역습]처럼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하는 통에 다 보고 나면 허무하다. 왜 [제국의 역습]을 레퍼런스한 [라스트 제다이]는 감흥이 적을까?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제국의 역습]은 '부살(父殺·Patricide)' 모티브를 차용해 루크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지만, [라스트 제다이]의 성장 자체가 없는 레이에게 어떻게 연민과 공포를 가지겠는가?
라이언 존슨이 전통에만 기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미래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건 좋다. 해체하기에 앞서서 우선 시리즈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과거와는 선을 긋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덧붙여서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를 첫 번째 영화로 내세워 [시퀄 3부작]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되었다면, 훨씬 순조로웠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8편은 J.J. 에이브람스를 포함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40년 동안 쌓아왔던 공유 세계관에 대한 '반달리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존슨은 제다이와 시스로 구분 짓지 말자고 계속 설득하지만, 정작 '저항군 VS 퍼스트 오더' 선악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또, 영화 내내 탈영웅 서사를 부르짖지만, 결국 시련과 고초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완전무결한 레이의 영웅 서사를 보면 자기모순처럼 읽힌다. 거기다 서스펜스에 약한 라이언 존슨의 약점이 겹치면서 저항군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지만,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긴박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그는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다.) 전부 라이언 존슨이 별다른 설득 없이 시리즈의 요소들을 본인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변용한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두, 자크 데리다는 흔히 '선과 악' 같은 이항대립 체계를 종언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가르침대로 라이언 존슨 역시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의 경계, 울타리를 이야기할 뿐 종언을 고하지 않았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을 해체하되 이항대립 그 자체가 종결될 수는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성경을 포함한 서구인의 사고체계 전부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 존슨도 그런 포스트모더니즘의 맹점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에는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 즉시 기록 말살 형에 처해진다. 이제 루카스 필름 내부에서조차 ‘흑역사’로 공인된 셈이다. 그러나 조만간 재평가 받을지도 모른다. 현재 라이언 존슨이 집필하는 구 공화국 시점의 신규 3부작(10,11,12편)이 2022년 12월, 2024년 12월, 2026년 12월 개봉 예정으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케빈 파이기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작품 역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동일한 프로젝트로 예상된다.
#9 :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첨 볼 때는 클래식 느낌이 나서 반가웠다. 다시 보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5]을 리뉴얼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과대평가보다 실제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미 없는 서사가 많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구멍들이 차기작을 위한 떡밥으로 간주하고 넘어갔었는데, 라이언 존슨의 8편 [라스트 제다이]이 떡밥 자체를 무시하고, 세계관 자체를 붕괴시키는 바람에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한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망가진 세계관을 수습하고, 설정 구멍을 막는데 급급하게 되었다.
문득 왜 에이브람스가 ‘떡밥의 제왕’이 되었을까? 가 궁금해진다. ‘쌍제이 특유의 떡밥 투척’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다, 맥거핀(떡밥)을 많이 설정해서 재빨리 흥미를 유발하고, 연속된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돌려 막기일 뿐이다. 7편과 9편에서 쌍제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 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언가 흥미로운 떡밥을 던지긴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진된 게 없다. 게다가 쌍제이가 캐릭터들조차 도구적으로 정보와 아이템을 주는 용도로 쓴다. 아마 데이지 리들리조차도 레이가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3편 내내 자꾸 설정이 바뀌니까 말이다. 핀과 포 다메론도 마찬가지다.
디즈니가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추억 팔이‘에 안주한 결과, 시리즈로의 신규 관객 유입에 실패한다. 진부한 [시퀄 3부작]으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로 받아질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팬 무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시퀄과 프리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가 모아 온 고물을 수거하는 배급소 주인 '운카 풀럿'은 뚱뚱한 구두쇠 정도로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부품가게 주인으로 나오는 '와토'는 어떤가? 이방인 '콰이곤 진'을 경계하지만 장사치답게 흥정을 건다. 자신의 노예인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 재능을 인정해서 포드를 제공해준 적이 있으며, 경주 도박을 하기도 한다. 또, 자바 더 헛을 두려워하고, 세불바가 아나킨에게 해코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루카스는 '단역'이라고 해도 그 전후 배경와 상호작용을 미리 설정해둔다.
그렇기에 루카스의 형편없는 연출력에도 불구에도 [스타워즈]가 확장세계관의 선구자로 매김 할 수 있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조지 루카스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할때 입체적 사고로 그린다.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려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언뜻 별 관계가 없는 대상과 우리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관습이 있지 않은가? 제임스 카메론도 조지 루카스처럼 인류학적·미학적 맥락을 철저히 따진다. 그는 [아바타]를 제작할 때 나비족 언어와 종교, 규범, 문화, 지리까지 미리 설정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6편 [제다이의 귀환]에서 은하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신 은하 공화국이 어떤 과정으로 붕괴되었는지 7편 [깨어난 포스]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즉, 정체불명의 퍼스트 오더가 왜 위협적인지를 관객 입장에서 와닿지 않기에 [시퀄 3부작] 내내 ‘긴장감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부실한 세계관 구현이 2020년 현재 [시퀄 3부작] 관련 작품보다 이전 [프리퀄 3부작] 혹은 [클래식 3부작]에 기반한 미디어 믹스 및 파생상품이 더 많은 이유다.
#8 :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크리스 밀러 & 필 로드의 급작스러운 해고로 말미암아 캐슬린 케네디가 싹 다 갈아엎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간판을 떼고 보면 괜찮은 하이스트 무비다. 다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론 하워드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겨우겨우 수습한 티가 난다. 예를 들면, 항공권이 없는 한은 제국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제국군 입대 담당관은 그에게 성을 붙여준다. 이렇듯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베테랑 론 하워드가 촉박한 제작 기한 내에서 균열을 최소화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은 엘든 이렌리치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고, 까칠한 드로이드 L3-37과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씬 스틸러다. 그럭저럭 즐길만하지만,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어서 그런지 속 시원한 기원담을 들려주지 않는다. 꽁꽁 싸맨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 보니 자꾸만 여타의 SF 영화들이 연상될 뿐 특별한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로 적자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 사단의 원흉인 캐슬린 케네디는 어쩔 수 없이 한 솔로의 속편 계획과 [오비완 케노비], [보바 펫]의 앤솔로지 시리즈를 취소한다.
그러나 [더 만달로리안]에 앞서 시리즈 최초로 '암시장의 밀수와 범죄'를 조명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자바 더 핫이 이끄는 핫 카르텔, 코렐리아 행성에서 제국 전함이 건조되는 장면, 우주 공항의 묘사, 코악시움 광산의 묘사, 츄바카와 우키 종족의 묘사 등 [시퀄 3부작]이 등한시했던 세계관 구현에 노력했다.
#7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프리퀄 3부작]의 밑바탕을 깔기 위한 거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드 레이스 장면과 다스 몰과의 검투신만 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째로 건너뛰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위험]의 세계관 확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살다 살다 [프리퀄 3부작]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무역협상, 분리주의 연합 등 진지한 정치적 담론, 자자 빙크스의 고통스러운 CG 슬랩스틱, 부재한 주인공, 처참한 대사, 느슨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3부작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 로마 공화정이 제국화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결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이 파멸로 치닫는 셰익스피어리언 비극을 시리즈에 훌륭하게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또, [클래식 3부작] 과는 이질적이었던 디자인이 클래식의 변영에 지나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을 선보인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도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미디클로리언을 통해 '기(氣)'에서 착안한 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노예 신분인 아나킨을 '선택받은 자'로서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8편 이전부터 누구나 포스를 가질 수 있다는 '포스 에브리웨어' 설정은 이미 존재했었다.
#6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카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형편없는 연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발성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로맨스 영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00% 디지털 촬영으로 완성된 첫 블록버스터이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다와 두쿠 백작의 라이트세이버 결투, 제다이 기사단와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 간 전투 등으로 액션을 강화했으며, 의회를 장악한 팰버틴 의장이 무역 연합에 대항하고 분리주의자들로부터 은하 공화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비상 권한을 부여받는다거나 보바 펫과 클론 트루퍼를 결부 짓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루카스의 탁월한 기획력에 비해([시스의 복수]을 위해 아껴둔) 드라마의 부재를 막을 캐릭터 묘사에 실패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조지 루카스가 프리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클론 전쟁'의 개전만을 알린다는 점이다. 추후 전쟁의 진행 상황은 [클론 전쟁(2003/2008)]로 대체됐다. 있으나 마나 한 ‘제다이의 결혼 금지 규율’ 따위보다 '클론 전쟁' 자체에 포커스를 뒀다면, [에피소드 1·2]가 이리 허무하게 낭비되지 않았을 터,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2편의 숨은 장점은 비극의 단초인 ‘하마르티아(Hamartia)’를 제공했다는 데에 있다. '하마르티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이지만, 하마르티아는 주인공이 지닌 결함으로, 아나킨은 금혼 계율을 어기고 파드메와 결혼하고, 제다이답지 않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것이 아나킨의 하마르티아다. 그의 판단 실수는 '비극'이라는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킨다.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 자동차의 결함처럼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편의 빌드업이 있었기에 3편에서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처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일은 어렵다. [제다이의 귀환]은 전편 [제국의 역습]이 근사하게 던져놓았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끌어온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이 남아있었다. 그럼 [스타워즈]의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동일하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어떻게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다이의 귀환]라는 제목은 아나킨이 메피스토펠레스(팰 버틴)을 원자로에 던져버리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부자간의 화해가 이뤄진다. 여기서 그리스 비극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이 발견한다. 그리스 비극은 신이 정한 운명론에 의존하지만, 팰버틴에게 끌려다니던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다시금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타락한 영웅이 스스로 선택해서 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포스의 균형'이다.
더욱이 6편은 분명히 4편 [새로운 희망]의 아이디어를 재탕하고,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할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하다.
그것이야말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 [배트맨 비긴즈]을 참고하라는 교훈으로 받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제다이의 귀환]는 클래식 3부작이 남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무용담을 장중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루크와 레아를 중심으로 레전드 확장 세계관(EU)이 진행되고, 팬들로 하여금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에 팬들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진다.
#4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드디어 디즈니 스타워즈가 재탕을 멈추고, [스타워즈]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저항군 특공대들의 희생을 다룬다. 원래 [스타워즈] 자체가 제2차 대전 전쟁 영화들에게서 착안한 작품이었다. 은하제국 군복은 나치 독일과 매우 유사하며, 저항군은 연합 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로그 원]은 한발 더 나아가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특유의 유치한 가족영화의 틀을 버리고, 본래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니고 있던 2차 대전 특공대를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과 연결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가렛 에드워즈의 장단점이 다 발휘됐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구축과 초반부의 산만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스펙터클하게 규모를 살리는 연출이나 사실성을 강조한 서사구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 미드 [만달로디안]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로그 원]과 동일하다. 기존 스타워즈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병행되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3 :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2005)
조지 루카스의 여전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아나킨은 한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이 연달아 닥치며 타락하게 되고, 공화국 역시 멸망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가지게 한다. [프리퀄 3부작]을 통해 ‘제다이 vs 시스’로 세계관이 확장하게 되면서 클래식 3부작의 ‘부자간의 골육상잔'은 수 천 년간 이어진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중 하나로 재정립한다.
시스 로드인 황제가 제다이 기사단의 '선택받은 자'를 회유하며 시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스타워즈 팬들은 아니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창시자가 새롭게 공개한 사실들에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는 물론이고, 요다가 황제 암살에 실패하면서 은거한다거나 오더 66에 의한 제다이 기사단이 몰락하고, C3P3와 R2D2가 기억을 잃는 과정, 오비완이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요다에게 전수해준다거나 파드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들쑥날쑥한 [프리퀄 3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도 [클래식 3부작]에서 빠진 빈틈을 세심하게 메웠다.
또,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만약 ‘현자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만큼 확장 세계관과 캐릭터 정립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2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EPISODE IV - A NEW HOPE, 1977)
대중문화를 영원히 바꾼 영화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정의 내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꿔, 부가상품을 대중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산업 역시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현실의 영역에서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조지 루카스가 어릴 적 즐겨본 코믹스 [플래시 고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의 '기(氣)' 개념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포스 등의 철학적 우화, 전쟁영화, 갱스터, 호러, 뮤지컬, 서부극의 요소를 섞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밝고 경쾌한 어드벤처 SF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복합장르 전략은 이후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타워즈]는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칼로 총알(빔)을 막거나 우주가 배경인데 18세기 라인 배틀을 펼치는 광경이 의아할 것이다. 이는 시대와 문화권에 구애받지 않는 원형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5편부터 '다스 베이더'를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면서 시리즈로써 환골탈태한다. 이때부터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 신화'가 도입된다.
#1 :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루소 형제의 말마따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이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한 용기는 [제국의 역습]에서 배웠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도대체 뭘 본 거지?" 싶었다고 한다. 악에게 패배한 주인공, 어긋난 로맨스, 새드 엔딩은 상업영화의 오래된 금기들이었다.
전편 [새로운 희망]이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반면에 [제국의 역습]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선례로 여전히 남아있다. 스타워즈 9부작의 밑그림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편 팬들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 사이의 설정 구멍을 메우며 [확장 세계관 (EU)]를 만들고 놀았다.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원’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를 신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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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속 명량을 이은 두 번째 작품이며, 작중 시기 상으로 보았을 때는 한산도 대첩 이전부터 당일까지를 그리는 명량의 프리퀄 작품이다. 영화를 직접 보기 전 여러 평가들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공통된 의견은 전작인 명량의 단점을 개선한 영화라는 것이었다. 직접 영화를 보게 된 후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명량이라는 영화의 단점을 고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꽤 존재하는 영화라고 느껴졌다. (이후 스포일러)
영화가 개봉한 지 한 달이 다 된 시점에 관람하게 되었는데,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VOD 포함 4번이나 봤던 시기이다 보니 박해일 배우님을 너무 자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화가 시작된 후 초반부에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캐스팅이 대단하다!'였다. 우선 실제 역사 속에서도 조선 수군의 암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원균 역을 손현주 배우님이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고, 향도 역으로 나오는 안성기 배우님이 등장하셨을 때도 놀랐다. 이외에도 왜군 역으로 등장하는 변요한 배우님, 김성균 배우님 등등 반갑게? 느껴지는 배우님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연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작중 등장하는 왜군들의 일본어는 거의 '한본어'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배우님이 휘하 장수 이름을 부를 때는 한국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일본인이 아니다 보니 그런 부분이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카리스마 있는 표정 연기나 몸을 쓰는 방식 등은 자연스럽고 멋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박해일 배우님의 연기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공존하고 있다. 사실 헤어질 결심 속 연기에 너무 압도되어 많은 기대를 한 것도 있지만,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 한산 속 박해일 배우님의 연기는 이순신 장군을 많은 고뇌를 가진 인물로 묘사하지만 고뇌의 내용에 대해 관객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우선 이순신 장군님 본인께서 과묵한 인물이었던 것에 대한 고증이 있을 것이고 다음으로 그의 침착하고 치밀한 지략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영화를 후반까지 보게 되면 부관들의 실수나 재촉에도 불구하고 99%가 아닌 100% 확률의 승리를 위해 인내하고 인내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적을 끌어내리는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뇌와 고통을 겪어야 했을 텐데, 문제는 이 영화 속에서 관객이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박해일 배우의 표정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 시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 어차피 아니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영화적인 재해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부관들의 질문이나 요청 중 50%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 장군의 모습을 보면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따라서 감정을 절제하는 장군으로서의 면모는 탁월하게 묘사되었으나 영화 속 주인공으로만 생각하고 연기를 보았을 때는 아쉽지 않았나 싶다.
다음으로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초반부 1시간가량의 전개가 지루하다고 느껴졌고 각 장면 속 사건들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주변인들과 대화를 해 봐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정말 나의 주관적인 감상인 것 같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조선군과 왜군 두 진영에서 의견 차이나 새로운 작전 등이 계속 벌어지지만 모든 이야기가 유려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몰입 없이 전반부를 지루하게 감상했다. 또한 전작인 명량보다는 훨씬 덜할지 몰라도, 여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차가운 사극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대용이 거북선의 개량 버전을 만들어 이순신 장군을 울며 설득하는 장면이나 의병장 황박이 준사에게 하는 대사 등은 '냉철한 지략가인 이순신 장군'이라는 영화의 중심축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작중 이순신 장군의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정말 울림이 있는 대사와 이어지는 장면이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때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박해일 배우님이 인조로 출연한 '남한산성'같은 영화가 더 재밌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들만 너무 길게 쓴 것 같긴 한데,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역시 확실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작인 명량에서 개선되었다고 느낀 점은 악역(?)인 와키자카에 대한 묘사이다. 전작의 왜군 장수에 비해 훨씬 지력과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그려졌으며, 이는 결말을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영화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역사 속 와키자카의 모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거북선에 대해 파악하는 것, 해상에서 매복하여 작전을 펼치는 것, 조선 수군에게 절대 먼저 접근하지 않으려 하는 점 등은 '한산도 대첩'이라는 영화의 배경을 뻔하지 않고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영화의 제일 훌륭한 점은 역시 해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육지전을 묘사한 국내 영화 중에 '고지전'이라는 훌륭한 영화가 있다면, 해전에 있어서는 명량과 한산이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안갯속에서 적은 수의 배로 상대를 유인하는 조선 수군의 모습, 우리의 바다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사실에 기반해 적군을 농락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학익진으로 바다 위의 성을 만들어 적을 궤멸시키는 모습은 지루했던 전반부를 잊게 만들 정도로 큰 쾌감을 선사했다. 거북선에 대한 압도적인 묘사도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중 왜군은 거북선을 보고 '복카이센'이라는 표현을 쓰며 두려워하는데, 영화 속 거북선의 모습을 보니 정말 그 시절에 해전 중 저런 적선을 맞닥뜨리게 될 경우 누구나 다리가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적들 속에 홀로 들어가 무쌍을 찍는 개량된 거북선의 성능을 보고 있자니 앞서 언급했던 나대용의 눈물까지 설명되는 듯한....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후반부를 위해 기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반부의 해전만으로도 티켓 값은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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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마 다음 생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다들 연애들 많이 하고 산다. 시샘 반 부러움 반의 목소리 톤으로 혼잣말을 한다. 누구는 결혼을 해 애까지 낳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것 같기도 하다. 몇몇은 나이 차이가 꽤나 나는데도 연애를 한다. 나는 컴활 어려워서 졸업이 빡센데도 어느새 다른 사람들은 제2,3막의 삶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냥 나 할 일 하는 것도 바빴는데 다들 연애는 언제 했대? 인스타그램 속 피드 안을 들여다보면 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웃픈 거리감이 든다.
근데 사실 이것도 내가 야기한 것이라 할 말이 없긴 하다. 나의 인간관계는 거의 위기탈출 넘버원과도 비슷하다. '결별 플래그'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아무튼 이런저런 사람과 다방면으로 틀어져봤기 때문에 요즘도 이불을 발로 뻥뻥 걷어차곤 한다. 허튼 마음을 품지 않았는데도 상대방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만한 행동을 해서 언팔로우당한 적도 있고. 내가 가진 마음이 돌이켜보면 짝사랑이었던 적도 있었으며 그 사람도 나를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있기도 했다. 뭐 그거 아니어도 은근히 폐쇄적인 나라 친구도 새로 사귈 기회가 없는 건 맞지만 거의 대부분의 나는 '와 나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싶기도 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누구와 새로운 인연을 싹 튀워서 행복하게 사는 청사진을 그리기엔 난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아이.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앞자리는 솔로인데 옆자리는 커플이다. 저 혼자서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펀치 트렁크 러브>처럼 사랑의 힘을 받고 성장하는 미래가 머릿속에 있을까? 여자 없이 잘 살고 있는 나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삶에서 그런 요소들이 있으면 더 풍요롭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대리만족이 영화인 거지 뭐. 알고 보면 사랑 영화 잘 만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이런 솔로들을 위한 신작을 갖고 온 듯하다. 정식 개봉일은 2월 16일인데 나는 개봉날 전에 미리 볼 수 있었다. 1970년대, 10대와 20대 청춘들이 돌고 돌아 마주한 사랑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도록 하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15살 남자 주인공 개리. 아마 한국 나이로 치면 중학교 2학년쯤 됐을 것이다. 학교 졸업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잘 나와야 한다. 그렇게 사진사가 학교에 왔고 그 조수인 여직원도 촬영장에 도착했다. 개리는 그 사진사의 조수 여직원을 보고 반하게 된다. 그 조수의 이름은 알리나다. 알리나는 25살이라고 한다. 15살 개리는 무작정 알리나에게 대시하기 시작한다. 저랑 데이트 어때요?부터 시작해 얘가 대체 무얼 알고 하는 말일까? 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무려 10살이나 어린 남자에게 받는 관심에 '너 데이트할 돈은 있니?'라고 응수하는 알리나. 그렇게 개리를 애 취급하는 알리나지만 왜인지 데이트 신청은 받아들였다. 한 식당에서의 대화에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 개리는 지금 아역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집안도 잘 산다고 한다. 그뿐인가? 자기 이름으로 된 사업체도 있는 CEO다. 심지어 배우 일이 자기 천직이라고까지 말한다. 보기 드물게 자기 확신과 자존감이 높은 10대인 셈이다. 다음 알리나는 그 반대다. 25살이 됐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고 꿈도 없다. 집안이 잘 사는 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집에서 나고 자란 알리나다. 둘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계급차에 알리나는 '나는 몇 년이 지나도 애들 사진이나 찍어주고 있겠지'라며 자조한다. 첫 만남은 나이 차이라는 격차 때문에 애 취급을 했던 알리나지만 정작 데이트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해보니 입장이 역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엇갈린 처지 때문에 개리는 알리나를 직원으로 고용하게 된다. 영화는 이 둘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언제는 물 침대를 팔고, 또 언제는 핀볼 사업장도 하며 어떤 정치인의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자기의 마음을 알기도 하고, 질투가 느껴지게끔 다른 애인이 생기기도 하며 싸우고 화해하는 일이 반복된다. 영화는 이 것을 소재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코미디와 달달함(?)이 일품이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 잘 만드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한 땀 한 땀 장인정신 플롯 구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떤 식의 장인정신이냐면. 영화 안에서 '오인'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냥 철없고 발랑 까진 15살 소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금수저였고. 나랑 맞는 줄 알았던 남자가 알고 보니 큰 결함이 있었고.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정의하지 못해 방황하고. 이렇게 오인하고 오해하며 두 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하는 과정 속에 놓인다. 근데 이게 사랑의 속성과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나는 극본이 이 영화의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속성이라. 한 200개쯤 되겠지만 그중에서 몇 개만 뽑아보자면 역시 짝사랑이 대표적일 것이다. 짝사랑이라고 하면 한 사람이 누군가를 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뜻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랑은 이것이 선행되어야 이뤄진다. 이 짝사랑이 극에서도 나타난다. 남자 주인공 개리가 알리나를 짝사랑하기 시작하고 나서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다닌다. 자기 동생한테도 말하고 다니는 둥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남자다. 그런데 이후로 바로 개리가 어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갈 뻔한 장면이 나온다. 사랑에 빠지고 난 다음, 오인으로 인해 감옥에 가는 것이다. 중간에 물침대라는 키워드가 숨어있긴 하지만 이 둘의 논리관계만 봐도 어느 정도는 사랑에 대한 키워드로도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짝사랑은 감옥에 빠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못 나와 사람을 영원히 가둬놓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유는 개리가 혐의가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난 다음 알리나에게 가는 것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인식해서 용의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됨 - 바로 또 다른 감옥/사랑인 알리나에게로 향함'이라는 것은 왠지 감독 PTA가 두 사건을 동일시해서 배치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전적으로 나의 해석에 달려있긴 하지만, 영화는 이런 식으로 사랑에 대한 은유를 다양한 장면과 장소에 배치해놨다. 그 메타포는 결국 마지막 엔딩신에서의 알리나의 선택이 어떤 것을 근거하고 있는지와도 이어진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사랑의 속성을 비즈니스와 대인관계에서 탐구한 영화.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감독의 전작 <팬텀 스레드>는 조용한데 강했다. 마지막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압박하는 듯한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마스터>의 경우에서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만 극에 나온다. 와킨 피닉스와 필세호의 퍼포먼스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둘은 뭔가 극이 무겁다. 그런데, 이 세 작품을 연출한 사람이 같은 감독이라고 하는 점은 놀랍다. 이 영화는 앞 두 작품과는 다른 통통 튀는 소소한 유머와 달달한 로맨스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장점은 2에서 언급한 사랑에 대한 은유다. 이게 쉽게 생각하면 '과연 사랑이 어떤 것일까' 결론 내리는 게 어렵지 않다. 근데 극을 두 번 세 번 생각하다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은 것이다. 세번째 장점은 색감이다. 내가 예전 영화를 자주 보던건 아니라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색감이 70년대 영화를 본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코디의 느낌과 뒤 세트장의 조화도 좋았다. 또 빨강-초록이라는 색을 통해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은유한 듯 한데, 이런 연출도 효과적이었다. 네 번째 장점은 5에서도 언급할 것 같으니 5번으로 넘어간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크게 어렵지는 않을 듯. 아. 난 영화 보다가 살짝 딴생각을 해서 잠깐 끊어진 부분이 있었다. 극에서 한국의 산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여러분은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난 왜 갑자기 저게 튀어나오지? 싶었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완전 초짜 배우들이다. 여자 주인공 알리나 하임은 그냥 본업이 가수다. 당연히 노래와 연기는 다른 분야다. 그런데 왠지 배리 키오건을 연상케 하는 '얼굴이 시네마'를 잘 구현해냈다. 그렇게 예쁜 편도 아니고. 성격이 엄청나게 착한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평범한 20대 중반 청춘의 사랑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게 결론 낸다는 것은 배우의 본인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다른 주인공 개리 역을 맡은 쿠퍼 호프만 역시 이 작품이 데뷔작이다. 동글동글한 비주얼로 무작정 들이대지만 자존감은 높은 10대 청소년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앞에서 쓴 바와 같이 전적으로 평범한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다. 근데 이 둘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이 호연도 이유가 되겠지만 감독 PTA의 디렉팅도 탁월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외에도 브래들리 쿠퍼의 코미디 연기는 반짝반짝 빛났으며 숀 펜의 액션 연기도 훌륭했다. 베니 샤프디와 마야 루돌프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물 같은 느낌이 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무조건 알아야 하는 것들은 아니다. 사실 모른다고 해서 크게 이해에 무리가 있지는 않다. 첫 번째는 주인공 개리 역의 쿠퍼 호프만이 PTA의 페르소나 필립 셰어 모어 호프만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또 제목 <리코리쉬 피자>의 의미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던 작품에서 나왔던 가게 이름이라는 점이나 인물들이 죄다 실존인물이었다는 것도 알고 가면 좋긴 할 듯. 근데 뭐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꼭 무조건 알아야 이해가 쉬운 것은 아니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이게 상영관이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킹메이커>를 보고 <나이트메어 엘리>를 대기하고 있으며 <더 배트맨>을 기대하기 이전에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깔끔하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다. 킬링타임 용으로도 제격이라는 뜻이다. 또 나와 같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연애세포가 깡그리 죽은 사람들은 이것이라도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 이거라도 보면서 분발해야 한다;; 아무튼 관객 분들은 어디에도 없는 사랑이야기에 흐뭇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분들도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우리 근데 언제 연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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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마시는 사람
나는 상실감이 드는 기분을 무척 싫어한다. 잃어버렸다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부채의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망증으로 여럿 물건을 잃어버려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어떻게 잃어버리든 나의 잘못으로 느껴지는 상황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이건 내가 갖가지 사물들에 지나치게 애정을 많이 기울이는 탓일 수도 있다. 비누에 대고 혼잣말을 늘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 있어야 했는지는 기억하면서 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실감이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의 동요에 휘둘리지 않는 일이 극복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다스리면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유독 나한테만 벌어지는 일 같다고 느껴지는 사고를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겠다고 믿었다.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으로 얻어지는 감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으니까.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으로 얻어지는 감상을 생각해볼 것. 연출자인 가후쿠가 배우들에게 주문했던 일이기도 하다. 감정으로 유발되는 행동을 억제하고 텍스트 자체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행동에 옮긴다. 그의 태도는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을 음미하려는 미식가의 행동 양식으로 보였다. 일에 있어서도 그랬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 유들유들하고 적당하게 말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았다. 그는 일정한 온도로 말을 받고 말을 했다. 정온과 정속으로 행동했다. 가후쿠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일을 수행했다. 운전하는 차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건조하게 대사를 읊으며 연습했다. 어찌나 끊임없이 감정을 내몰았는지 나는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대신 말한다. 미사키에게 상실감에 대한 일종의 죄의식과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당신의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말하겠다고 본인의 생각을 전달한다. 간접적인 의사표현은 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리에서 한번 걸러진 감정은 문자 그대로의 주장이다. 구태여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해왔던 건 연출자로서 가지고 있던 철학에 기반한 행동이었다. 가후쿠는 마음을 아끼지만 영화는 그의 심정을 다양한 환경으로 묘사한다. 길고 긴 터널을 나오면 비가 내리고 있고, 비 오는 마음을 넘어서면 꽁꽁 언 하얀 눈발이 나린다. 내내 드러내지 않고 앓다가 끝에 가서 떨구는 눈물 한 방울의 무게는 가늠할 수가 없다. 공들여 수기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같았다. 필름에 행간이 느껴진다. 그러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무언가를 나누려는 마음보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자연스러운 걸 보면 상실감은 본능에 새겨진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본능적이고, 넓은 공통분모를 가진 이야기라 고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나와야 할 타이밍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이 세계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되었지'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감정을 다룬다. 현대적인 이야기들이 감성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고전적인 이야기들은 감각을 털어내는 과정이 비교적 길다. 충격이 다가오는 상황을 끊질기게 설명한다. 가후쿠는 묻어두었던 아픔과 대면하고, 슬픔을 느껴 눈물을 흘려보낸다. 더이상 삼키지 않기로 한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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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나는 누가 책임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최우식 주연 영화 거인입니다.
너무 좋은 영화라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usic
Levity – Johny Grimes#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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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최선의 삶> 메인 예고편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드라마
최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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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프레지던트> 메인 예고편
술과 여자, 제멋대로 방탕한 삶을 살던 부시.
대통령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출마한 주지사 선거에 덜컥 당선된다.
내친김에 나선 대통령 선거. 맙소사! 눈 떠보니 이제 미 대통령이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단단히 기분 잡쳐 ‘악의 축’ 전쟁을 선포하고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와 대규모 반전 시위로 발칵 뒤집히는데…
투표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유쾌한 고발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