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2024-09-06 10:26:54
따뜻한 우정과 성장 이야기, 영화 <라스는 웃음폭탄>
영화 <라스는 웃음버튼>
영화 <라스는 웃음폭탄: Lars is LOL>은 제12회 서울국제 어린이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노르웨이 작품으로 유럽 어린이 영화연합에서 대상을 수상한 만큼 그 작품성이 뛰어납니다.
영화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라스가 아만다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아만다와 짝이 된 라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친구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우정과 갈등을 다루며, 학내 괴롭힘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영화는 우정과 배신, 분노와 용서, 갈등과 포용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이 영화는 특별한 드라마틱 요소 없이도 감동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아만다의 내적 성장과 라스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씨네랩의 영화 크리에이터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아 좋은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라스는 웃음폭탄>은 따뜻한 감동과 유머가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진정한 우정과 성장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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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감독: 김철민 | 출연: 강종헌, 김창오, 박금숙, 서원수, 부만수, 이동석, 이철 외 | 제작: ㈜엠앤씨에프, 다큐창작소, ㈜영화사 진 | 배급: ㈜인디스토리, ㈜엠앤씨에프 | 러닝타임: 94분 |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 극장개봉: 2021년 12월 9일]
재일조선인은 그간 <우리학교>(2007) 등 조선학교를 중심으로 영화 속에서 종종 다뤄졌다. 하지만 재일조선인은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는 한국사람, 한국 사회에서는 일본사람으로 여겨지며 차별과 편견의 대상에 머무르고 있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김철민 감독이 18년간의 취재로 시대가 외면하고 이념이 가두었지만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온 사람들, 재일조선인 76 년의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재일조선인은 일본 식민 지배의 결과로 일본에 거주하게 된 조선인과 그 후손들을 일컫는 말이다. 해방 후 여러 사정 때문에 일본에 남게 된 그들은 ‘조선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재일조선인 1 세대는 무엇보다 후손들의 민족성 고양을 가장 중시했다. 우리 말과 역사,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가장 먼저 학교를 세웠고, 조선학교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식민 지배 35 년간의 뼈아픈 역사를 지나자마자, 그들이 맞닥뜨린 비극은 남과 북의 분단과 이념 대립의 냉혹한 시간이었다.
재일조선인 사회는 대한민국(남한)을 지지하는 재일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지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로 크게 양분되었다. 이승만 정권을 지나 박정희, 전두환 정권까지 ‘냉전’의 격화로 자본주의, 사회주의 진영간 신경전이 극렬했기에 남한은 ‘민단’만을 동포로 여겼고, 북과 교류하는 ‘총련’계는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철저히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독재정권은 국내에 유학 온 민단의 청년들을 체제 강화의 희생양으로 삼았다. 재일조선인 유학생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암약해 온 ‘유학생 간첩단’으로 조작한 1975 년의 간첩조작사건이 바로 그것. 이들 130 여 명의 희생자 중 재일조선인 2 세인 강종헌, 이동석, 이철 등이 영화에 등장해 당시를 증언한다.
재일조선인 3 세 박정임과 박금숙 씨는 아이들을 조선학교에 보낸 학부모로 수년간 감당해야했던 트라우마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다.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를 위시한 습격 데모 단체들이 조선학교를 수시로 찾아와 벌이는 헤이트 스피치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의 강도임을 느낄 수 있다. 재특회는 2007 년 혐한과 극우의 정서를 등에 업고 발족한 시민단체로 욱일승천기를 들고 폭력적인 언행을 동반한 재일조선인 특권 반대 가두 시위를 주로 벌였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듯 조선학교를 찾아가 폭언과 협박, 기물파손을 일삼는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들의 만행은 일본 사회 내에서도 사회 문제로 인식되어 2016 년, 일본 거주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는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 시행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에서 재일조선인들이 마주하는 차별과 혐오는 사실 그들만의 일상도 아니고 일본 사회만의 이슈도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15 년째 국회에서 표류중인 ‘차별금지법’의 사례를 보더라도 작금의 우리나라에 전하는 메시지도 남다르다. 우리 사회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백래시와 혐오 정서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날로 거세지고 있어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인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유린되고 있다. 이들에게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그 모든 혐오와 차별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재일조선인들의 눈부시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힘찬 연대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의 말과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자립적으로 조선학교를 세웠던 선대 재일조선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끔 평화적으로, 하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은 민족성을 보장받기 위한 목소리를 이어간다. 이렇듯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미움만이면 증오심만이면 원동력은 되지만 쭉 싸우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삶’을 사는 재일조선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희망이 된다.
재일조선인은 한반도의 밖에서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고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단초를 제공한다. 영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속 재일조선인들이 한국의 관객들을 만나는 것처럼 이들이 한반도를 자유롭게 오가고 즐겁게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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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위대한 작가 이전에 어머니가 되어가는 한 여성의 성장기
20세기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10대 시절 성장기를 그리면서 집필한 작품의 기반이 된 모습을 비추는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보단 일부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한 여성이 어머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 아마 이런 부분은 연출을 맡은 여성 감독 크리스텐센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완벽한 내면 연기는 그 섬세함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제 막 연기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안할 정도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잘 이끌어줍니다. 그럼, 본격적인 영화의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10대 소녀의 세상 살아가기
1920년대 초, 스웨덴 시골 마을에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애정 어린 대가족의 구성원인 16살 아스트리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지역에서 꽤 알려지게 되고 아버지의 소개로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하며 기자로서의 역량을 꽃피우려던 때,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신문사의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버그와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덴마크로 건너가 아이를 낳은 후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감독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각본 : 킴 풉즈 아케손,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출연진 : 알바 어거스트, 마리아 보네비, 트린 디어홈 외 다수
장르 : 드라마, 전기
상영 시간 : 123분
개봉일 : 국내 2021년 5월 12일
국가 : 스웨덴
등급 : 15세 관람가
평점 : 관람객 6.0, 네티즌 8.67, 기자ㆍ평론가 6.0, 로톤 토마토 프레시 96% 팝콘 80%, IMDB 7.1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녀의 삶
영화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고 가는 아스트리드 역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인물의 전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10대부터 20대까지의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그녀가 쓴 삐삐 롱스타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짐작이 갈 만큼 주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가부장적 당시 시대상을 탈피하며, 사랑에 대한 솔직함, 아들에 대한 사랑, 블롬버그와 가족과의 갈등까지 그녀가 헤쳐나가는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을 멋지게 표현해 줍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에 치우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기보다 소녀가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블롬버그도 있었고, 묵묵히 바라봐 준 아버지 사무엘, 어머니 한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인연이 될 스투레도 있지만, 이야기는 아들 라세와 아스트리드의 관계, 모성애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해가는 그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맡아준 마리가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현대 여성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수많은 구독자가 이어진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는 그녀가 힘들었던 청년기를 보고 있습니다. 시작점에 아이들이 보내준 생일 편지와 엽서를 보며 그 안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보여주는 데, 아마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이 영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밑바탕 되어 쓰였다고 말입니다.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위대한 작가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지금 같은 시기에도 잘 어울린다 생각 듭니다. 제가 너무 감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서 보이는 깊은 모성애와 더불어 한 여성의 성장, 그 캐릭터의 눈빛, 미소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 줍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과거의 여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보이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입되게끔 만들어져 충분히 만족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불필요해 보이는 노출이나 따뜻함을 강조하며 늘어지는 전개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보여줘야 할 한 인물의 일부분은 착실히 전달되었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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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선율 속 폭력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줄거리
제프 해리스는 우연히 한 앨범에 실린 테노리우 주니오르(Francisco Tenório Júnior)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귀를 사로잡는 음악에 연주자를 살펴보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그는 점차 음악인들의 기억 속에 한 조각씩 존재하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삶으로 빠져든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여느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 잊혀지다 명대로 죽은 걸까? 영화는 1960년대 보사노바를 이끌었던 음악인들 취재에서 점점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에 대한 조사로 태를 바꾼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 역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속 제프 해리스처럼 우연히 듣게 된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연주를 듣게 되고 그에 홀려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적을 조사하게 된다. 그는 150명가량을 인터뷰하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삶과 실종 이후의 행적을 낱낱이 밝혀낸다.
'보사노바(bossa nova)',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이 단어는 1960년대 브라질에서 탄생한 음악의 한 형식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이 작곡하고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is)가 작사한 카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Chega de Saudade'를 최초의 보사노바 노래라 일컫는다. 보사노바는 미국 내에서도 열풍이었는데, 1960년대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주앙 지우베르투가 스탄 게츠와 함께 제작한 보사노바 앨범 [Getz/Gilberto]가 미국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미국 곳곳에서 보사노바 음악이 울려 퍼졌었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음악인들을 인터뷰하고 애니메이션은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향수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우리를 보사노바 황금기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인다. 보사노바를 영화관으로 데려온 이 영화는 재즈를 사랑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잘 모르던 사람들까지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보사노바를 음미하게 만든다.
제프 해리스는 보사노바 황금기에 함께 존재했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도 조사하는데,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실종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영화는 미스터리로 장르가 바뀐다. 제프 해리스는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실종된 그날에 대해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담은 재즈 영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이때부터 자신이 생각했던 장르와는 달라 당황할 수 있으나 영화는 그 황금기를 살아온 하지만 곧 사라진 테노리우 주니오르 개인의 이야기로 집중된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니시우스와의 공연 후 사라진다. 그의 친구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찾지만 현재까지도 그는 발견되지 못한 채 영영 실종 상태로 남고 만다. 그런데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1987년, 그의 행적이 아르헨티나 병장 클라우디오 바예호스의 증언에서 발견된다. 그는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그날 그 밤에 군 순찰대에게 체포를 당했고 고문을 당하다 그로부터 9일 뒤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그저 피아노 연주를 하러 온, 브라질 사람인 그가 어째서 아르헨티나에서 살해당한 것일까.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실종된 1976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는 군사정권의 독재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최소 9천 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 남아메리카 전역이 군사독재로 뒤덮였고,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협동하여 위험분자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민간인들을 탄압한다. 아르헨티나 병장의 인터뷰, 그리고 비니시우스를 비롯한 많은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지인들이 행방을 찾다 발견한 정황증거들이 테노리우 주니오르 역시 이 독재정권의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제 군사정권 시절을 조명하며 그 시기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비춘다.
보사노바에 큰 획을 그었을지도 모르는 이 피아노 연주자의 삶은 재즈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이제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다. 이는 독재정권이 관련 없는 민간인에게까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영화는 군사독재에 대해 상세히 다루며 주변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했고 군사독재가 지난 후에도 가해사실을 어떠한 방식으로 숨겨왔는지 등에 대해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으로 상세하게 보여준다. 보사노바 황금기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 한 개인의 삶은 결국 거대한 독재정권의 희생양으로 끝이 난다.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강렬한 색채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화려했던 보사노바 황금기와 폭력이 난무했던 군사독재 시절을 담아냈다. 동시에 이젠 지인들의 말과 사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테노리우 주니오르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살려내며 그의 음악을 귀만으로 듣는 것이 아닌 연주하는 모습과 함께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 테노리우 주니오르라는 개인의 삶으로 재즈,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른 이 영화는 결국 한 인간이 국가에 의해 어떻게 희생당했고 이 실종으로 남은 희생이 남은 이들에게도 그리고 보사노바 음악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전한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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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온탑>,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개인적으로 이옥섭&구교환(2X9) 감독님의 작품 중에서 특히 더 좋아하는 영화이다.
짧지만 정말 많은 위로가 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 영화이다.
주인공 '우희'는 좁은 6평의 집에서 자꾸 자라나는 선인장을 놓아주려고 한다.
더 넓은 곳에서 자라라고.
선인장의 가시 때문에 잔뜩 상처가 난 손도 신경쓰여서 선인장을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안 키우려고 한다.
외발자전거를 열심히 연습하던 친구 '주영'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니까 선인장이 포옹해달라고 했냐면서, 그냥 선인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끝으로, 둘은 함께 외발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집에서 너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나는 선인장을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혹은 열렬히 응원하는 무언가'라고 해석하였다.
이 무언가는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혹은 특정 행위일 수도 있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감정적으로 힘들든,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힘들든, 주변에서 날카로운 말을 해서 힘들든.
"이제는 외발자전거의 시대야."
내 친구는 이제 외발자전거의 시대가 왔다며, 자꾸 넘어져도 계속 도전한다.
계속 외발자전거를 연습한다.
자꾸 실패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계속 좇는 사람이다.
"눕힐 수도 없고, 천장을 뚫을 수도 없고."
속이 타들어가는 내 마음도 모르는지, 선인장은 자꾸만 커져간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자꾸만 커져간다.
아직 현실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상은 자꾸만 커져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너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집에 너 혼자 있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밖에서 마음 불편한지 알아?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가시 땜에 내가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선인장을 버리기로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기로 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어떤 것을 위해.
이상과 현실은 다름을 깨달았다.
선인장을 버리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눈물만 나고, 여전히 손이 쓰리다.
선인장을 만지며 얻은 상처가 아직 아프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며 감수했던 상처들이 눈에 자꾸 걸린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찾아오자!
야, 선인장이 뭐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대?
걔가 너한테 그랬어?
아니, 선인장은 맨날 태양이랑 포옹하는데 네 포옹이 무슨 소용있어.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야, 타!"
이 때 자꾸 넘어지면서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계속 시도하는 친구가 내게 말한다.
선인장이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더냐고.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맞다. 실은 간단한 사실이었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만큼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굳이 앞으로의 현실이 두려워 미리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이 어떤 것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내가 계속 속상할 거니까.
계속 선인장이 아른아른거릴테니까.
그게 더 괴로울 것이다.
계속 좋아하면 된다.
계속 좋아하고, 사랑을 주고, 응원하고.
내가 상처를 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영화의 색감, 분위기, 배경음악,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토닥토닥-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참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이다.
선인장이 연인, 사랑, 꿈, 반려동물, 식물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 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생각의 길을 마련해준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공통적으로 전하고 싶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선인장'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섣불리 결정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선인장'은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도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좋아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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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져선 안될 원칙!
2018년 공개된 <어느 가족>은 '칸영화제'의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고, 이내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에 가장 강력한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해당 부문의 수상은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가져갔다)
이번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의 수상으로 전 국민이 기쁨을 나눴던 것처럼 일본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일본에 그런 가족은 없다!", 노부부의 죽음을 자녀들이 신고하지 않고서 연금을 받아 생활한 뉴스로 제작된 <어느 가족>이 받아든 일본 자국의 반응이다.이번 <브로커>가 건드는 "베이비 박스", '아이를 살리는 상자'로 좋게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1958년을 시작으로 지난 2015년까지 국내에서 국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약 17만명으로 특히, 2020년 "한국"은 "콜롬비아 - 우크라이나"에 이은 3위에 해당된다.
2004년 국회 보건복지위 고경화 의원에 따르면, '국내 입양은 219만 8천원 - 해외 입양은 961만 6천원'으로 입양기관이 입양 희망 부모로부터 요구하는 알선료의 차이는 5배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해외 입양으로 아이를 받는다면, 아이를 낳은 친모의 권리를 무시할 수 있다.1. 선의의 이중성
이야기가 시작되는 "상현"과 "동수", 그리고 "소영"의 3자 대면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극 중.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기 "우성"을 다른 이에게 파려는 "상현"과 "동수"는 자신들을 "사랑의 큐피드"로, 이를 경찰에 신고하는 생모 "소영"은 "브로커"로 바라본다.
신화에서 황금화살(사랑)과 납화살(거부)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끊어주는 "큐피드"와 사람들 간의 계약을 정리하는 "브로커"는 뭐가 다를까? - 이처럼 아이들을 파려는 매매범(상현- 동수)과 생모(소영)의 조합은 나를 비롯해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나?혈연이 아닌 서로의 필요에 따라서, 가족을 구성했던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처럼 영화 <브로커>는 그 궤를 따라간다.
극 중. "소영"이 "우성"을 버려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에피소드도 있겠지만, "비"를 시작해 "세차장"까지 "물"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장면들에 비결이 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내리는 비는 아이를 버리는 엄마의 눈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세차장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도록 만든다.2. 그 마음, 알겠으나...
이런 이유에는 살인 현장에 있는 와인잔과 창문 바깥에 있는 바다로 판단할 수 있다.
분명히, 끔찍한 현장이지만 각자 담긴 것에 따라 마실 수 있고 볼 수 있듯이 "액체"란 담긴 용기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승합차에서 탄 "상현"과 "동수", 그리고 "소영"은 가족의 모양을 갖춘다면, 이들을 뒤쫓는 경찰들이 탄 검은색 승용차는 이들의 어두운 이면(본성)을 말해 불안감을 키운다.영화 <라라랜드>에서 어두운 장면들이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면,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등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내 밝아지면, 잡았던 손들은 부끄럽다고 떨어지고 만다.
그런 점에서 <브로커> 역시, 어두운 화면에서 "우성"에 대한 생각과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소영"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브로커>가 실망스러웠다.3. 금기를 깨버린 breaker
상담을 하면서, 지켜야 하는 것은 절대로 개입해선 안 되는 것이다.
법의 소관에 따라서, 사기죄로 처분을 받을 수도 있기에 환자 본인이 치료 방법을 선택하게 우리는 그 방법을 소개하고 안내해야 한다.
극 중. "소영"이 "엄마 혼자서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라며 "동수"와 갈등을 빚고서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내비쳐 관객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며, "동수"의 용서를 받아낸다.
그런 점에서 <브로커>가 관객들에게 말하고 보여주는 "사정"은 위험하다.그렇다면, 이와 비슷하다던 <어느 가족>은 어땠을까?
친모에게 돌아온 "유리"는 아파트 복도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있어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오빠 "쇼타"를 비롯해 그날 자신을 구해준 이들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였지만, 감독은 이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첫 장면에선 난간에 매달려있지 않았다면, 마지막 장면에선 자신이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이다. - 참고로, 상담이 잘될 수 있는 원동력에는 환자 본인이 개선하려는 의지가 확고해야만 한다.· tmi. 1 -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에겐 짝수 징크스가 존재한다. (짝수번째 영화는 어김없이 좋다! - 2번째 <원더풀 라이프1999>, 4번째 <아무도 모른다2004>, 6번째 <걸어도 걸어도2008>, 8번째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10번째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이 있다)
· tmi. 1.1 -다만, 9번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를 시작으로 11번째 <태풍이 지나가고2016>, 13번째 <어느 가족2018>으로 이를 해결한 것으로 보였는데... (참고로, 이번 <브로커>는 15번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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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북미에서도 저예산으로 흥행을 터트린 <프레디의피자가게>가 한국에서도 1위에 올라서며 흥행저력을
입증했습니다. <더 마블스>는 누적관객수 10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주말관객수 또한 9만명에
그쳤는데요.
또 지난 1일에 개봉한 한국영화 <소년들>은 총 관객수 50만명을 넘기지 못하며 한국 영화와
극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이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요?
[국내 박스오피스]
호러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34만명을 기록하면서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더 마블스>는 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위를 했고 박서준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적은 분량으로 실망한 관객들과, 마블이 예전같지 않은 영화들을 선보이며 좀처럼 기운을
못내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북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17~19일 4400만 달러를 벌어들여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이전 시리즈들은
총수익 3조를 넘긴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전 세계 13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한 <트롤: 밴드
투게더>가 2위에 올랐고 국내엔 레드벨벳 웬디, 라이즈 은석이 캐스팅되어 12월 20일 극장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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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메탈 로드> 공식 예고편
전교에 메탈 좋아하는 학생이 두 명뿐인 학교에서 메탈 밴드를 만들겠다는 두 고등학생. 베이시스트를 수소문해 보지만, 역시나 실패다. 대신 첼로를 연주하는 여자애를 찾긴 했는데. 과연 한 팀으로 거듭나 밴드 경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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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체이탈자> 티저 예고편
"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한 남자. ;강이안'
"이제 알게 됐어. 내가 뭘 해야 되는지"
모두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한 남자,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본능적 액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