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9-07 21:11:54
달라지는 관점 덕에 즐거운, <굿모닝 에브리원>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다.
* 본 리뷰는 영화의 반전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2010
미국 | 코미디 외 | 2011.03.17 개봉 | 15세이상관람가 | 107분
감독: 로저 미첼
달라지는 관점 덕에 즐거운, <굿모닝 에브리원>

<굿모닝 에브리원>는 '사악', '어둠'과 같은 부정적인 언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든 볼 수 있고, 영화 끝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품이 들지 않는 마법 같은 영화랄까. 말 그대로 참 보기 쉽다. 특히 정신적, 감성적으로 목화솜의 촉감처럼, 안정감과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수다쟁이 베키 풀러(레이첼 맥아담스)의 쉼 없는 말과 행동에 잠깐 집중력과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그들만의 세상'이란 관점을 관객에게 심어 그들에게서 완전히 도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맹점이 너무 드러나있는 점이 살짝 아쉬움을 남기지만, 무료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 싫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봐도 좋을 영화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조화로워 메인 주인공 베키의 변화하는 감정선이 잘 보인다. 스토리의 모든 요소에 깃든 유머가 꽤 매력적이고, 아침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충분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채운다. 마이크(해리슨 포드)의 무표정과 한쪽 눈썹을 씰룩거리는 불만 가득한 표정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또 사실상 베키의 수다가 아니었다면, <굿모닝 에브리원>은 시작하자마자 풀썩 주저앉았을 것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이 흥미로운 점은 관객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것을 초점으로 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형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표면적 측면일 뿐이다. 베키의 바쁜 삶을 시작으로 그녀가 악명 높은 방송국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동시에 사랑을 어떻게 쟁취하고 지켜가는지는 앤드리아(앤 해서웨이)와 똑같다. 하지만 <굿모닝 에브리원>가 온전히 베키만을 내세우고 있는가? 그녀는 앤드리아와 달리 홀로 해낼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주인공이다. 방송 PD란 직업은 본래 다른 이들과의 협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시청률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사라질 위기에 놓은 아침방송 프로그램 '데이 브레이크'를 되살린 건 베키 혼자가 아니다.
따라서 <굿모닝 에브리원>이 내세운 첫 번째 관점은 '나'가 아닌 '우리'다.
베키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열정을 다 쏟으며, 자신의 존재가치와 위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한다. 고집불통인 마이크까지 변화시키는 사건은 베키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서사적 장치였기에 실패는 더더욱 예견되지 않았다. 망해가는 '데이 브레이크'를 살린 건 포기하지 않는 베키의 열의와 그녀의 역량을 진작에 알아차린 마이크와 그녀의 진심을 깨달은 데이 브레이크의 소속 스텝들의 합심이었다.

그녀가 일 중독자가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꿈을 가진 건 좋아.
여덟 살 때는 귀여웠지.
열여덟 때는 당차 보였어.
스물여덟 먹고도 그 모양이니 창피해 죽겠다.
상처 받기 전에 현실에 눈뜨란 말이야.
베키의 엄마는 베키가 지방방송 PD에서 해고당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딸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과 욕심을 자식이 대신 성취해야만 하는, 그런 전형적인 부모의 입장으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일을 꿈꿨던 소녀가 꿈을 이룬 후, 더 이상 꿈이 주는 희열감과 행복감에서 빠져 살 수 없었던 건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거란 얘기다. 따라서 베키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 아닌 일자리임을 엄마의 현실에서 또다시 깨닫게 된다.
다 좋다. 바쁘게 사는 것도, 쉼 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사는 것도 전부다. 하지만 베키는 점점 지쳐갔다.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는 프로그램 폐지를 하겠다고 통보까지 하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 그리고 때마침, 마이크가 등장한다. 그는 베키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말라 조언한다. 일에 미쳐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이 지금 얼마나 외로움과 사투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또한 평생 가장 명예로운 자리에 앉아 뉴스를 진행하며, 영향력 있는 앵커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될 거라 믿었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단편적인 인간이었는지를 털어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 중 세 번째란 타이틀을 가진 것도 올라가는 것만 인생의 값진 보물이라 생각한 마이크 본인 탓임을 시인한 것이다.
이후, 베키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고민이다. 베키는 그를 보며 자신의 삶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을 해야만 한다. 그게 보통 이야기들의 흐름이니까. 가령, '정말 나에게 일이 전부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일에 미쳐있는 걸까?'란 생각에 묻혀, 일과 개인생활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매번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기 검열' 말이다.
여기서 <굿모닝 에브리원>의 또 다른 관점이 등장한다.

사랑스러운 베키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개인적 시선은 그저 시선으로만 기능했다는 점.
희한하게도 베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직접 행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마이크의 조언과 애인의 배려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게 아니라 '조정'한다. 균형을 찾는 것은 베키 개인의 몫이니까. 그녀가 일에 더 미친다고 해서 베키의 삶이 불행할 거란 예측은 아주 불필요한 선입견이란 얘기다. 일과 사랑을 모두 충분히 만족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확인시킬 이유가 베키에겐 전혀 없다. 베키는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도, 매번 사랑에 조급해하는 마음도 그녀의 삶을 유지하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이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베키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상적인 삶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정하면서 완벽한 '나'로 변화한다.
베키 스스로는 변화했다고 느끼지만, 타인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키포인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볼 때, 카메라 앞에서 앞치마를 결코 두르지 않겠다는 고집쟁이 마이크를 카메라 앞에 세운 장본인은 '마이크나 애인에게 영향을 받아 180도로 바뀐 베키'가 아니라 '처음부터 한결같았던 베키'인 셈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다. 베키의 진면목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면서, 결정적인 순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친절하게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보이지 않던 계획이 본 작품의 힘이란 자신감까지 덧붙인다.
마냥 재미있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분명 당신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메시지가 있다. 끝내 '데이 브레이크'를 떠나지 않는 의리의 베키가 <굿모닝 에브리원>의 뻔한 결말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 영화를 본 이들은 알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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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아이가 마주한 이 사회의 파열음
두 아이가 마주한 이 사회의 파열음
영화 <수연의 선율> 리뷰감독] 최종룡
출연] 김보민, 최이랑, 김현정, 진대연
시놉시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열세 살 ‘수연’은 보육 시설을 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보호자를 찾아 나선다. 우연히 한 부부의 유튜브에서 ‘선율’이라는 일곱 살 아이를 입양해 행복하게 생활하는 완벽한 가족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추가 입양 계획을 알게 된 ‘수연’은 이들의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 ‘선율’에게 일부러 접근한다. 그런데 ‘선율’의 행동이 어딘지 좀 이상하다.
#스포일러 주의#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영화 수연의 선율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법적인 이유로 쉼터에 갈 것인지 보호자를 찾아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것인지 그 사이에서 생존전략을짜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선택도 수연이의 안전이나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의 아이의 선택지는 구조적으로 왜곡되어 있고, 실제로는 선택이 아닌 회피에 가까운 반응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당연히 보호 받아야할 존재라고 여기는 어린이는 현실 속에서 너무나도 쉽게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린다. 수연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선택 불가능한 상황 속에 놓여져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리고 수연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는 정말 아이들을 지켜줄 준비가 되었는가?를 돌아보게 해준다.
아이들을 위한 제도의 주어가 아이들일까?수연의 선율은 영화 속 2명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매년 뉴스와 거리에서 이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법과 제도는 여전히 느슨하다. 쉼터와 보호소는 부족하고, 보호체계는 파편화되어 있다. 특히 보호자의 부재나 학대로부터 벗어난 아이들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할 아동 보호망은 현실에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다. 영화가 끝난 뒤 남는 먹먹함은 수연과 선율의 서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놓인 상황을 현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연의 선율은 우리에게 묻는다. 보호 체계는 누구를 위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법과 제도는 있지만, 그 안에 정말 '아이'가 있는가?
가족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서 수연은 선율이라는 존재와 조우한다. 하지만 그 만남은 위로와 연대의 선율이라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파열음처럼 삐걱거리는 관계의 긴장을 담고 있다. 이 두 인물의 선율은 조화롭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 불협화음을 통해 이 영화는 현실의 어두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쓸쓸하고 먹먹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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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마음과 파도의 울림, 인 디 아일
운디네와 트랜짓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프란츠 로고스키의 필모 중 인 디 아일을 보게 되었는데요.
과거와 현재 그 사이의 외로운 마음과 잔잔한 파도의 울림을 잘 표현한 인 디 아일 이라는 영화를 소개할게요.
자본주의에 허덕이는 지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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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그의 현재를 덮쳐와 갱생하려는 현재를 막아서 과거에 묶인 크리스티안.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자리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나쁜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행운을 맞이합니다.
주변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등장한 그의 과거는 약간 아쉽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현재를 완전히 덮치지 않아 그의 현재와 주변이 더 잘보였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쓰레기통에 얼굴을 박고 폐기물을 먹어치우는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네요.
과거에 묶인 것은 크리스티안 뿐만이 아니였죠.
트럭에서 지게차로 옮겨가야만 했던 브루노, 여러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해 그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복되고 잔잔한 일상에 밀려오는 파도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긴 시간을 달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살기위해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팔릴때까지 헤엄치는 물고기와 다를바 없는 우리가 참 서글퍼졌습니다.
브루노의 빈자리는 언제든지 채워지고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이 말이죠.
약간의 커피와 파도소리가 전체를 비춰주는 조명처럼 느껴졌던 영화 인디아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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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가장 정의로운 선택일 마지막 선택, 심판(Aus dem Nichts, 2017)
우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맞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때 때론 법보다는 자신의 선택이 더욱 타당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는데, 법이 내린 결정이 부당하다면, 내가 직접 심판을 내리는 것은 어떨까?
갑작스러운 상황을 나타내는 독일어 원제(Aus dem Nichts)와 같이, 영화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을 구사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카디아는 네오나치의 공격으로 한순간에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다. 폭발 사고로 남편과 아들이 곁에서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 오프닝 신에서 이 모든 일이 발생하는데, 폭발음이 들린다던가 배경 음악이 깔리는 등의 장치적 요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중, 예고 없이 시작되는 비극을 제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이를 데리러 다시 찾아온 건물은 무너져 있고, 앞에는 경찰차와 구급차가 즐비하게 늘어나 있다. 뒤이어 이어지는 절규를 시작으로 모든일이 벌어진다.
전체적인 화법은 사건 자체보다는 그 일을 기점으로 변화하는 증인이자 또 다른 직접적인 피해자인 카티아의 시선으로 올곧게 직진한다. 제일 소름이 돋았던 점은 남편이 일하는 건물 앞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 여성이 용의자라는 사실. 여성이 건물 앞에 세운 자전거 안의 폭탄으로 가족은 처참하게 희생된 것이다. 수사 초반 남편은 마약 밀매를 했다는 오명을 받고 희망을 잃어버렸던 카티아는 좋지 않은 선택을 시도하지만, 어느덧 사건에 윤곽이 잡히며 다시 의지를 일으켜 본다. 이상적으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에 해결되는 모습들보다는 실제 상황에 기반하여 끝없는 법정 공방을 보여준다. 관객에 입장에 서 있는 우리는 최대한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옥죄어 가는 변호사의 변론에 안도하면서도, 작은 꼬투리를 잡고 공격적으로 늘어지는 검사의 반론에 함께 분노하게 된다. 판이 점차 카티아의 승소로 기울어져 보이지만,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재판들은 지침과 새로운 불안감을 조성한다.
이렇게 생생한 현장감과 더불어 색다른 카메라 워킹은 영화의 또 다른 감각을 불어넣는다. 그동안 봐왔던 재판 현장을 다루는 영화들은 주로 발언이나 표정들을 강조하기 위해 인물들의 얼굴을 위주로 클로즈업하는데, 카티아가 증인석에서 발언석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부감 샷(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샷)으로 잡는다. 상황을 생각지 못한 시점으로 내려다보면서 엄숙한 법정의 분위기에 더 집중하고, 압도당하게 된다. 또한 분명 유리하게 작용하던 재판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했을 경우를 잘 보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떠올리게 하는 카메라 기법(카메라를 뒤로 빼면서 렌즈를 줌인)을 사용한다. 이런 섬세한 연출들을 통해 인물의 복잡하고 절망적인 심리를 강조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더욱 피부로 와닿게 표현한다.
무엇보다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불도저같이 끝을 보는 카티아의 태도이다. 특히 가족을 다루는 경우에 종종 등장하는 신파 장면 없이,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 법정과는 또 별개로 그는 자신만의 심판을 준비한다. 아마 이 장면이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영화는 파격적인 엔딩을 맞이한다. 법이 정당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을 때 진정한 정의구현의 방식을 카티아 스스로 만들어감으로써 딜레마를 깨버리고,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해결 방식을 해낸다.
<심판>은 지금까지 봐왔던 법정 공방을 다루는 영화 중에서도 진솔함이 잘 묻어나고 피해자 위주의 입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윤리와 정의를 구현하려는 진중한 시도가 돋보인다. 게다가 독기 어린 시선을 끝까지 지켜내는 다니앤 크루거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복수만큼 용서를 재촉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카티아는 자신을 파멸로 이끌면서까지도 결국엔 법 앞에 승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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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th BIFF 데일리] 어떤 종결 그리고 시작
DIRECTOR. 타마라 스테파냔(Tamara Stepanyan)
CAST. 까미유 코탱(Camille Cotin), 자르 아미르(Zar Amir), 샨트 호바니샨(Shant Hovhannisyan), 호브나탄 아베키디안(Hovnatan Avedikian), 알렉산데르 하차트리안(Alexander Khachatryan), 바브켄 초바니안(Babken Chobanyan), 하스믹 수부리안(Hasmik Suvuryan), 흐라치 모브시샨(Hrach Movsisyan), 드니 라방(Denis Lavant)
PROGRAM NOTE.
프랑스 여인 셀린은 파리에서 아르메니아인 아르토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두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육 개월 전 남편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녀가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셀린은 아이들의 국적 선택에 필요한 남편의 출생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힘들게 아르메니아에 도착하지만, 그의 존재를 증명해 줄 서류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 남편은 이름과 직업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진실을 숨긴 채, 오랜 세월을 셀린과 함께했다. 미궁에 빠진 셀린은 이제부터 남편이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 이유를 추적하기 위해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다. 그녀는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서 신기루가 돼버린 남편의 정체를 온전히 대면할 수 있을까? (김채희)
<아르토의 땅에서>는 남편 아르토를 잃은 셀린이, 남편 살아 생전에 알지 못했던 남편 '아르토의 땅'을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로드무비다. 이런 경우 흔히 그렇듯이, 주인공은 짧고 가벼운 일정을 생각하며 시작하지만 여정은 깊어지고 길어진다. 마치 내가 오래 전 별 생각 없이 기사로 접했던 영화 <사라진 공화국>을 결국 보게 되고, 아르차흐 공화국에 대해 알게 되고, 아르메니아계 프랑스인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고른 것처럼.
셀린이 아르토의 출생 증명서를 원했던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이 아버지의 나라에 대해서도 알고 본인들이 원한다면 이중국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셀린은 아르토의 땅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파리에서 살아 온 여자에게 남편의 국적이란, 아이들이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상징 같은 것, 실질적인 필요보다는 패션 아이템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아르토의 땅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아르토의 땅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각각 음울한 기운을 풍긴다. 채 거두지도 못한 죽음을 일상 공간에 그대로 두고 살아야 하는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부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땅이다. 폐허가 된 곳들을 둘러보면서, 여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마침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아르시네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가속도가 붙고, 돌아설 수 없는 여정이 된다.
사랑했던 사람의 몰랐던 시간을 알게 된다는 건 비극인가 아닌가. 그 대답은 아마도 사랑했던 사람이 어떤 시간을 거쳐왔느냐에 따라, 또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셀린은 그 길을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씩씩하게 걷지만,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길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전히 그 전쟁에서 회복된 이는 없다고 하는 길을.
현 시대에 전쟁은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잔혹해졌다. 호외로 신문을 돌리는 대신 무수한 분쟁 소식에 묻어버리고, 총기 대신 드론을 쓴다. 더 짙어진 그림자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리없이 싸우고 죽고 아파한다. 희생을 각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승리할 수 없는 전쟁, 싸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죽음으로 찾아오는 전쟁이 숱하다.
셀린은 그 감각을 익히고 만다. 아버지를 상징적으로 기억하라고 주려던 국적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이 목격한 나라에서 국적은 곧 국방의 의무로 이어진다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렇게 출생 증명서를 찾으려던 여정은 곧 애도의 여정이 된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여정인 것도 같지만.
죽어버린 것들을 다 구할 수는 없다. 죽은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내면은 부분적으로 전쟁에서 죽었고, 나머지 부분에서 두려움을 완전히 긁어낼 수도 없다. 아르토의 죽음은 파리에서 아이들을 낳고 잘 살다가 어느 순간 찾아왔지만, 그의 일부는 아르토의 땅에서 이미 죽었을 것이다. 이런 죽음은 뒤늦게 발견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떤 종결은 필요하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더욱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사랑한 이들이 죽은 자리, 그들이 남긴 흔적과 그들의 비밀... 그것들을 장례처럼 품는 영화다. 어떤 형태로든 종결이 있어야만 또 시작할 수 있다. 아르토는 두려움 없는 세상으로 갔길 바라고, 셀린은 이 여정의 전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또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가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영화들로 모르는 땅의 아픔을 품어 버린 이상, 우리의 걸음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8-26) 상영시간표]
2025.09.18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상영코드 056)
2025.09.19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상영코드 124)
2025.09.20 12: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상영코드 224)
2025.09.22 09: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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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가 된 여전사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 골든 글로브 2회 수상에 빛나는 헐리웃 대표 배우 '시고니 위버'가 새로운 영화와 함께 극장을 찾아주었다고 하는데요! <에이리언> 시리즈를 통해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린 시고니 위버는 이후 정반대의 스타일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워킹 걸>을 통해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해낸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세계 흥행작 <아바타>에서 그레이스 박사 역을 맡은 그녀는 시대가 지나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전 세계를 사로잡기도 했는데요!
아카데미 3회 노미네이트를 비롯하여, 골든 글로브2 회 수상 및 5회 노미네이트,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빛나는 '시고니 위버'를 올 12월 <마이 뉴욕 다이어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1995년 뉴욕 최고의 작가 에이전시의 CEO로,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지만 아랫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캐릭터라고 하는데요. 헐리웃 라이징 스타 '마가렛 퀄리'와 함께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보일 대배우 '시고니 위버'를 만들어준 작품들을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
<에이리언>(Alien), 1979
공포, SF | 미국 | 117분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톰 스커릿, 시고니 위버, 베로니카 캣라이트
⭐️ 9.50 (네이버 관람객)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호. 외계에서 귀중한 광물과 자원을 나르는 이 거대한 우주선에는 승무원 7명과 광석 2000만톤의 화물을 싣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인공 동면을 취하고 있던 대원들은 서서히 프로그램된 컴퓨터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는데 이들 중엔 2등 항해사인 엘렌 리플리도 있다.
혹성 LA-426 옆을 지날 때, 지적 생명체의 것으로 보이는 발신파를 포착한다. 이에 그녀는 승무원을 깨우고 혹성 탐사를 위해 3명의 승무원을 급파한다. 이 이상한 발신원은 거대하고 정체 불명의 우주선이었으나 우주선은 이미 오래전에 파괴되어 썩고 있었으며 탑승 승무원들은 모두 미이라로 변해 있었다. 사고 원인을 찾기위해 좀 더 안으로 들어간 조사반은 여기저기에서 계란 모양의 물체이 있는 산란실을 발견하고 궁금증을 갖는다. 그 중 캐인이 공격을 받고 실신한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실험을 하던 케인은 물체에 충격을 가하고 그 순간 물체로부터 작은 생물이 튀어나와 마스크를 녹이고 케인의 얼굴에 철썩 달라 붙는다. 이들은 이 외계생물이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고 기생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는데...
씨네 pick :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여전사 캐릭터 <에이리언> 시리즈의 ‘엘렌 리플리’는 전사는 “남성들만 하는 역할”이라는 편견을 깨고,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형성해내며 당대 그리고 후대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고니 위버’가 없는 <에이리언>은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엘렌 리플리’ 캐릭터는 이미 역할을 다 했다며 <에이리언> 시리즈에는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요. 시리즈물임에도 1~4편 모두 감독이 달라 주제 의식이나 분위기가 매편마다 달라지는 영화 '에이리언'은 아직까지도 시고니 위버를 대표하는 명작입니다.
<고스트 버스터즈>(Ghostbusters), 1984
SF,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07분
감독 : 이반 라이트만 | 출연 :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시고니 위버
⭐️ 8.31 (네이버 네티즌)
뉴욕에서 괴짜 교수로 유명한 피터 밴크맨, 레이몬드 스탠드, 에곤 스펜글러, 루이스 등 4인조는 뉴욕에 출몰하는 유령들을 잡기위해 '귀신잡는 대행회사'를 설립, 가지각색의 귀신을 잡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뉴욕의 다나의 집에 출현해, 거대한 빌딩 옥상에 버티고 있는 유령들의 총두목격인 '카쟈'에게는 아무래도 역부족인듯.
씨네 pick : <에이리언>을 통해 당대 최고 주가를 달리던 '시고니 위버'에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캐스팅 제의를 건넨 <고스트 버스터즈> 제작진! 그리고 이를 흔쾌히 승낙한 시고니 위버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고스트 버스터즈>는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대표 호러 코미디 시리즈의 시작을 열었는데요. 시고니 위버는 본 시리즈의 리부트인 <고스트 버스터즈>(2016)에도 우정출연 하며 의리를 보였습니다.
<워킹 걸>(Working Girl), 1988
코미디, 멜로/로맨스 | 미국 | 110분
감독 : 마이크 니콜스 | 출연 : 해리슨 포드, 시고니 위버, 멜라니 그리피스
⭐️ 8.21 (네이버 네티즌)
증권 회사 여비서로 일하고 있는 테스 맥길은 성실하고 똑독하지만 학벌이 야간 대학 겨우 나온 것이 전부여서 이제 나이가 30에 접어들었지만 원하는 증권 중개인은 못되고 늘 비서로 머무는 자신이 안타깝다. 또 그녀는 자신의 그런 성공이 뒷바쳐 줄 성격도 냉정하지 못하고 너무 순하고, 직장 위치를 여러 차례 바꾸어도 여자인 탓에 남자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당한다. 그러나 언제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는 마침내 새로 부임 온 같은 나이의 상사 캐더리의 비서일을 얻게 되면서 그녀에게서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냉철한 마음 자세 등 많은 자극을 받는다. 특히 테스는 그나마 자신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주저없이 알려달라는 캐더린이 무척 맘에 든다. 하지만 생각은 잠시뿐, 그녀 역시 상관이라는 직위로 테스를 하인 다루듯 부려먹는 권위주의로 가득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의 명령에 순종하며 열심히 일하던 테스는 어느날 캐더린에게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라디오 방송 회사 인수 계약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를 캐더린에게 내놓는데 그녀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얼마 후, 캐더린이 스키 사고로 입원하자 전화를 통해 자신의 사소한 일까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모두 테스에게 부려먹는다. 캐더린 심부름을 하던 테스는 그녀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을 알고 자기 것인양 속여 잭 트레이너에게 협조 요청을 한 것을 알고는 말과 행동이 틀린 그녀의 이중적인 성격에 분괴한다. 또한 동거 생활 중인 남자 친구 마이크가 집에 다른 여자를 불러들여 놀아나는 것을 목격하고는 집을 나와 슬픔에 휩싸이는데.
씨네 pick : <에이리언>과 <고스트 버스터즈>를 통해 SF 영화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시고니 위버가 이미지 변신을 꾀한 작품입니다. 높은 흥행 성적과 연기력에도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그녀는, 본 작품을 통해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그녀의 연기는 모든 장르에 통한다는 것을 입증해내기도 했는데요. 해리슨 포드, 알렉 볼드윈에 멜라니 그리피스까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하였다니 금상첨화죠?
<아바타>(Avatar), 2009
SF, 모험, 액션, 전쟁 | 미국 | 162분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 9.07 (네이버 네티즌)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는 원주민 ‘나비족’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가
‘아바타’ 프로그램을 통해 ‘나비족’의 중심부에 투입되는데…
피할 수 없는 전쟁!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역대급 세계가 열린다!
씨네 pick : 전 세계 흥행 1위의 대작,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미 <에이리언 2>를 통해 시고니 위버와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는데요. 세계적인 거장 감독과 전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액션 여전사 시고니 위버는 <에이리언 2> 이후에도 꾸준히 인연을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대본을 전달했고, 시고니 위버 역시 그녀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는데요. 이 둘의 조합을 <아바타 2>에서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다양한 영화를 통해 그녀만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대배우 '시고니 위버'가 pick한 다음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개봉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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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애가 가득한 영화 <레슬리에게>
*스포일러 유의
아내와 함께 용산 CGV에서 영화 <레슬리에게>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마이클 모리스 감독의 영화 <레슬리에게>는 인간 생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을 롤러코스트의 드라마틱한 움직임처럼 보여준다. 로또 당첨으로 세상을 모두 가진듯한 희열, 알코올 중독으로 파멸을 겪은 아픔과 후회, 버린 어린 아들이 성장하여 엄마를 멀리하는 현실에 대한 고통,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자책.....
돈벼락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한 레슬리.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아들 제임스와 함께 나와 마음껏 기쁨을 표현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기타도 사주고, 식당도 차리고....”
6년 후, 술에 빠져 수억의 복권 당첨금을 몽땅 탕진한 레슬리. 올데 갈 데가 없어 장성한 아들 집을 찾는다. 하지만 알코올중독을 뿌리칠 수 없어 술을 멀리하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아들 제임스(오웬 티그역)는 룸메이트의 돈을 훔쳐 술을 마셨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엄마를 멀리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하고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영화는 자신의 그릇된 행동으로 나락에 떨어진 사람이 변화하여 일어서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고 있다. 주인공 레슬리의 알코올 중독과 함께 모텔의 젊은 주인 로열도 마약중독자이다. 중독은 삶을 파괴하고 관계를 무너뜨린다. 중독은 또한 의존을 불러온다. 알코올에 중독이 되면 알코올 의존을 벗어나기 힘들고, 마약에 중독되면 마약에 손을 떼기 어렵다.
의지를 가지고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엄청난 고통의 금단현상이 따라온다. 로열이 마약이 생각나면 밤중에 괴성을 지르고 밖으로 뛰어나가 옷을 벗고 춤을 추며 마약에 대한 생각을 돌리려고 몸부림치는 이유다. 레슬리는 오로지 아들에게 괜찮은 엄마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고통스러운 술의 유혹을 뿌리친다.
나락에 떨어진 인생에도 눈을 들어 보면 분명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들의 존재와 호의가 망한 인생에 온기를 돌게하고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호텔 관리인 스위니(마크 마론역)의 관심과 사랑은 중독된 두 사람을 치유하고 중독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구원자가 된다. 잘못된 과거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사는 영혼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이 영화는 비평가협회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촬영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촬영감독 라킨 세이플이 맡아 영화를 더욱 빛냈다. 레슬리의 역을 맡은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는 빛났다. 영화의 깊이를 더한 그녀의 연기는 아카데미에서도 인정하여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렸다.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인간사의 어두운 내용들이 펼쳐져,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 2시간 러닝타임이 3시간 정도로 느껴졌다. 다행히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 카타르시스가 되었다. 옆에 앉은 여성관객도 억눌린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서인지 참지 못하고 소리 내며 훌쩍이며 엔딩에 감동했다. 2시간 내내 인간사에 등장하는 모든 감정이 파도치는 보기드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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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은 몇배는 더 잔인하다! 반전 또 반전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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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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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버드 박스 : 바르셀로나> 공식 티저 예고편
2018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흥행 영화 《버드 박스》의 프로듀서들이 그 세계관을 더욱 확장한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를 선보인다. 미스터리한 힘으로 전 세계의 인구가 급감한 후, 세바스티안은 바르셀로나의 황량한 거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이어간다. 다른 생존자들과 불안정한 연합을 맺고 도시에서 탈출하려고 시도하는 세바스티안. 하지만 예상치 못한 더욱 사악한 위협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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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허슬> 공식 예고편
운이 다한 농구 스카우터(애덤 샌들러).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선수를 외국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결국 그는 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천재 선수를 미국에 무작정 데려가는데. 두 사람은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NBA의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