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9-07 21:11:54
달라지는 관점 덕에 즐거운, <굿모닝 에브리원>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다.
* 본 리뷰는 영화의 반전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2010
미국 | 코미디 외 | 2011.03.17 개봉 | 15세이상관람가 | 107분
감독: 로저 미첼
달라지는 관점 덕에 즐거운, <굿모닝 에브리원>

<굿모닝 에브리원>는 '사악', '어둠'과 같은 부정적인 언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든 볼 수 있고, 영화 끝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품이 들지 않는 마법 같은 영화랄까. 말 그대로 참 보기 쉽다. 특히 정신적, 감성적으로 목화솜의 촉감처럼, 안정감과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수다쟁이 베키 풀러(레이첼 맥아담스)의 쉼 없는 말과 행동에 잠깐 집중력과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그들만의 세상'이란 관점을 관객에게 심어 그들에게서 완전히 도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맹점이 너무 드러나있는 점이 살짝 아쉬움을 남기지만, 무료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 싫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봐도 좋을 영화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조화로워 메인 주인공 베키의 변화하는 감정선이 잘 보인다. 스토리의 모든 요소에 깃든 유머가 꽤 매력적이고, 아침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충분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채운다. 마이크(해리슨 포드)의 무표정과 한쪽 눈썹을 씰룩거리는 불만 가득한 표정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또 사실상 베키의 수다가 아니었다면, <굿모닝 에브리원>은 시작하자마자 풀썩 주저앉았을 것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이 흥미로운 점은 관객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것을 초점으로 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형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표면적 측면일 뿐이다. 베키의 바쁜 삶을 시작으로 그녀가 악명 높은 방송국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동시에 사랑을 어떻게 쟁취하고 지켜가는지는 앤드리아(앤 해서웨이)와 똑같다. 하지만 <굿모닝 에브리원>가 온전히 베키만을 내세우고 있는가? 그녀는 앤드리아와 달리 홀로 해낼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주인공이다. 방송 PD란 직업은 본래 다른 이들과의 협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시청률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사라질 위기에 놓은 아침방송 프로그램 '데이 브레이크'를 되살린 건 베키 혼자가 아니다.
따라서 <굿모닝 에브리원>이 내세운 첫 번째 관점은 '나'가 아닌 '우리'다.
베키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열정을 다 쏟으며, 자신의 존재가치와 위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한다. 고집불통인 마이크까지 변화시키는 사건은 베키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서사적 장치였기에 실패는 더더욱 예견되지 않았다. 망해가는 '데이 브레이크'를 살린 건 포기하지 않는 베키의 열의와 그녀의 역량을 진작에 알아차린 마이크와 그녀의 진심을 깨달은 데이 브레이크의 소속 스텝들의 합심이었다.

그녀가 일 중독자가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꿈을 가진 건 좋아.
여덟 살 때는 귀여웠지.
열여덟 때는 당차 보였어.
스물여덟 먹고도 그 모양이니 창피해 죽겠다.
상처 받기 전에 현실에 눈뜨란 말이야.
베키의 엄마는 베키가 지방방송 PD에서 해고당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딸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과 욕심을 자식이 대신 성취해야만 하는, 그런 전형적인 부모의 입장으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일을 꿈꿨던 소녀가 꿈을 이룬 후, 더 이상 꿈이 주는 희열감과 행복감에서 빠져 살 수 없었던 건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거란 얘기다. 따라서 베키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 아닌 일자리임을 엄마의 현실에서 또다시 깨닫게 된다.
다 좋다. 바쁘게 사는 것도, 쉼 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사는 것도 전부다. 하지만 베키는 점점 지쳐갔다.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는 프로그램 폐지를 하겠다고 통보까지 하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 그리고 때마침, 마이크가 등장한다. 그는 베키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말라 조언한다. 일에 미쳐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이 지금 얼마나 외로움과 사투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또한 평생 가장 명예로운 자리에 앉아 뉴스를 진행하며, 영향력 있는 앵커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될 거라 믿었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단편적인 인간이었는지를 털어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 중 세 번째란 타이틀을 가진 것도 올라가는 것만 인생의 값진 보물이라 생각한 마이크 본인 탓임을 시인한 것이다.
이후, 베키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고민이다. 베키는 그를 보며 자신의 삶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을 해야만 한다. 그게 보통 이야기들의 흐름이니까. 가령, '정말 나에게 일이 전부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일에 미쳐있는 걸까?'란 생각에 묻혀, 일과 개인생활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매번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기 검열' 말이다.
여기서 <굿모닝 에브리원>의 또 다른 관점이 등장한다.

사랑스러운 베키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개인적 시선은 그저 시선으로만 기능했다는 점.
희한하게도 베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직접 행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마이크의 조언과 애인의 배려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게 아니라 '조정'한다. 균형을 찾는 것은 베키 개인의 몫이니까. 그녀가 일에 더 미친다고 해서 베키의 삶이 불행할 거란 예측은 아주 불필요한 선입견이란 얘기다. 일과 사랑을 모두 충분히 만족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확인시킬 이유가 베키에겐 전혀 없다. 베키는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도, 매번 사랑에 조급해하는 마음도 그녀의 삶을 유지하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이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베키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상적인 삶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정하면서 완벽한 '나'로 변화한다.
베키 스스로는 변화했다고 느끼지만, 타인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키포인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볼 때, 카메라 앞에서 앞치마를 결코 두르지 않겠다는 고집쟁이 마이크를 카메라 앞에 세운 장본인은 '마이크나 애인에게 영향을 받아 180도로 바뀐 베키'가 아니라 '처음부터 한결같았던 베키'인 셈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다. 베키의 진면목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면서, 결정적인 순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친절하게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보이지 않던 계획이 본 작품의 힘이란 자신감까지 덧붙인다.
마냥 재미있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분명 당신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메시지가 있다. 끝내 '데이 브레이크'를 떠나지 않는 의리의 베키가 <굿모닝 에브리원>의 뻔한 결말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 영화를 본 이들은 알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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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감독: 조선호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유난스러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길목. 영화 <청설>이 여름, 가을 자매. 용준과 함께 부산을 찾아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누가 봐도 여름에 딱 맞는 영화인데 왜 이 애매한 시기(정식 개봉은 11월)에 관객들을 찾아온 걸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여름과 배우들의 말간 얼굴은 이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걸로도 모자라 사뭇 차가워진 공기에 풋풋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든 청춘 배우들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데뷔 초 또는 20대에 꼭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찍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보기 부끄러울 만큼 오글거리는 청춘물도 좋고 올타임 레전드로 남을 로맨스를 찍어준다면 더 좋다.
올해 나이 29세로 (촬영 당시엔 28세)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홍경 배우는 <청설>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20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며 이 영화를 내보이게 된 게 굉장히 긴장되고 설렌다고 언급했다.
<청설>속 용준은 그의 긴장과 설렘을 그대로 안고 부드럽고 예쁘게 피어난다. 그리고 앞서 <20세기 소녀>로 부산을 찾았던 노윤서 배우와 첫 청춘 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민주 배우는 여름, 가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해사한 웃음을 흩뿌리며 앞으로 두 배우가 보여줄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떠오르는 젊은 배우들의 여름 청춘 로맨스라. 누구나 좋아할만 하지만 자칫하면 무색무취의 영화가 될 위험이 있는 소재를 선택한 이 영화의 차별점은 사랑을 뻔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의 주인공인 여름, 가을, 용준이 서로 수어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말과 감정은 목소리가 아닌 손과 표정을 통해 표현되는데, 배우들의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 담백하고 진실하며 또 새롭다.
일렁일렁 찾아온 사랑
용준과 여름, 가을의 이야기는 텅 빈 자기소개서와 일렁이는 수영장 물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대학을 졸업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자기소개서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용준, 물속에 있는 동생 가을만을 생각하다가 물 밖에 있는 자신을 잊어버린 여름. 두 사람은 가을이 희망차게 물길을 가르고 있는 수영장에서 처음 만난다.
용준은 수영장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 반대편에 서있는 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일렁이는 수영장 물처럼 용준의 마음에도 일렁일렁 사랑이 찾아온다. 수영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용준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듯한 설렘을 느끼며 열심히 여름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가 담고 있는 관계, 소통에 대한 메시지 또한 중요하지만 가볍게 훑어만 보더라도 일단 <청설>은 정말 예쁘고 풋풋한 작품이다. 따사로운 여름 햇볕과 초록 잎에 둘러싸인 용준과 여름의 모습, 그들의 반짝이는 눈만 바라보더라도 ‘아, 청춘이다’ 싶은 감탄과 만족감이 자연히 차오른다.
사랑,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
용준은 외동아들, 여름은 떨어져사는 부모님을 대신해 수영 선수가 꿈인 동생 가을을 보살피는 언니다. 용준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여름은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소통한다.
용준은 이 환경과 소통 방법의 차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조금 다르면 어떤가. 똑같은 방법을 이용하면서도 소통이 안돼 싸우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용준은 중요한 건 진심이고 자신이 조금 더 배려하고 조심하면 이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준, 여름. 그리고 가을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진 고운 배려심은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낳기도 한다. 수어를 사용할 줄 아는 용준은 다른 이들보다 여름, 가을 자매를 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용준과 여름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여름, 가을 자매 역시 서로를 위해 노력하지만 털어놓지 못할 부채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 진심과 온전한 이해라는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용준, 여름, 가을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의 세상으로 뛰어든다.
홍경 배우는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은 후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 서로의 세상을 단단하게 구분 짓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와 아픔이 넘치는 이 시대에 <청설> 같은 영화는 꼭 필요하다.
풋풋한 온기를 담은 영화 <청설>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11월 6일 극장을 통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상영 시간]
10월 4일(금)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월 9일(수) 17: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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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1시간을 가득 채운 배우의 힘
Information
1. 빨래 Laundry
Korea | 2020 | 27min | G
Director
김혜진 Kim Hea-Jin
Cast
문승아
Synopsis
가족사진을 찍는 날, 옷을 한 번에 넣고 돌리는 가족들의 습관 때문에 혜수의 와이셔츠만 줄어들게 된다. 무심한 가족들에게 혜수는 작은 복수를 결심한다.
2. 새벽 바다 노을 The Golden Hour
Korea | 2021 | 23min | G
Director
김영 Kim Young
Cast
문승아 유가은 김지환 최자인 최묘견 오윤수
Synopsis
노을은 엄마 그리고 할머니를 따라 사촌 언니 새벽의 집에 놀러 가지만 어른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새벽의 팔찌에만 관심을 보이던 노을은 어른들 탓에 새벽이 상처받고 있음을 깨닫는다.
Review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는 어린이 배우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영화를 많이 선보인다. 그중 한 배우를 선정해 특별전을 기획했는데 그것이 바로 ‘어린이 배우 특별전: 문승아’이다. 그녀의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2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으로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는데 방문했던 9월 15일에는 단편인 빨래’와 ‘새벽 바다 노을’이 1시간 동안 연달아 상영되었다.
그녀가 바랐던 가족사진이란_영화 ‘빨래’
가족이 세탁소를 하는 혜수는 학교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오라는 가정통신문을 가지고 온다. 세탁소에 붙어있는 가족사진은 그녀가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 오빠가 찍은 사진뿐 사진관에서 제대로 찍은 사진은 없다. 가족사진을 찍어야 하는 숙제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가족 모두가 흰 셔츠를 입고 화목하게 찍는 사진을 누구보다 기대한 그녀는 사진을 찍는 날만 기다린다. 가족사진을 찍는 날, 옷 구분 없이 세탁기에 한꺼번에 옷을 넣고 돌리는 가족의 무심함으로 그녀의 와이셔츠는 줄어들고 만다. 엄마와 아빠에게 물었지만, 세탁소 일로 바쁜 그들은 답변을 그르치기 바빴고 PC방에 있는 그녀의 오빠 또한 오히려 화를 내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들의 와이셔츠를 자신과 같이 줄여버리기로 귀여운 복수를 실행한다.
<빨래>는 27분의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는 혜수의 시선을 따라간다.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설렘, 작아진 와이셔츠로 인한 속상함, 그녀가 줄인 와이셔츠를 입고 불편해하는 가족의 모습에 대한 통쾌함 등 혜수가 느꼈을 감정들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영화는 담아낸다. 결국 가족들은 작아진 와이셔츠를 견디지 못하고 사진관에 마련된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에 혜수는 사진관을 뛰쳐나간다. 방황하던 그녀는 와이셔츠가 아닌 다른 옷을 가지고 사진관으로 가지만 이미 사진관은 문이 닫혀있었고 결국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그녀는 작아진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고 돌아가는 세탁기를 바라보며 끝이 난다.
가족 모두가 와이셔츠를 입는 그런 단순함으로 인해 그녀가 그런 복수를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 같은 옷을 입고 웃는 모습으로 한 장의 추억을 남기는 것이 그녀가 바란 모두였을 텐데. 왜 그들은 그녀의 작은 마음을 몰라줬던 것일까? 이런 혜수의 속상함, 허탈함 등이 문수아 배우의 연기력으로 여실히 느껴져 더욱더 영화 속에 빠져들었다. 사진관에 마련된 가족사진을 보면 모두가 흰 셔츠를 입고 서로를 마주 보거나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는다. 흰 셔츠가 주는 통합은 단순히 사진의 깔끔함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모두가 같은 색깔을 입음으로써 ‘가족’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한다. 혜수의 엄마가, 아빠가, 그리고 오빠가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알았다면 이날이 혜수에게 평생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웃기에도 바쁜 그들을 울 게 만드는 것은_영화 ‘새벽 바다 노을’
사촌의 집으로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가는 노을은 그저 사촌 언니인 ‘새벽’에게 자신이 만든 팔찌를 줄 생각엔 마냥 기쁘다. 새벽을 만나 기쁜 노을이지만 새벽은 어딘가 불편한 내색을 보인다. 새벽과 집에서 놀고 싶었지만, 밖으로 나가서 놀자고 하는 그녀로 인해 새벽, 바다, 노을은 놀이터에서 함께 놀게 된다. 계속 밖에서 놀자는 새벽, 알고 보니 새벽의 새엄마와 할머니, 노을의 엄마가 싸우는 걸 지켜보는 것이, 그들의 고함을 듣는 것이 힘들었기에 그녀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새벽은 노을에게 노을이 갖고 싶어 했던 비즈 팔찌를 이용해 어른들의 싸움을 멈추고자 제안하고 노을은 고민 끝에 계획을 실행한다. 집으로 돌아와 싸우는 연극을 하는 새벽과 노을. 하지만 어른들의 언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노을은 결국 서럽게 울며 그녀의 엄마와 할머니는 새벽과 바다의 집을 나오게 된다.
새벽, 바다, 노을.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을 표현하기에 순수하게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비즈 팔찌를 만들고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한 장면들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이름이었다.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과 다르게 어른들을 서로를 비난하고 그들의 싸움으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 한 체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눈다. 새벽과 노을은 서로를 너무 좋아하고 함께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지만, 어른들의 논리 아래서 함께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되고 만다.
정말 놀랐던 점은 문승아 배우의 연기력이다. 어린 배우이지만 다작과 주인공을 여러번 했기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아무리 중견배우여도 1시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자기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작품을 촬영한다면 어색함이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녀는 당당했다. 날것의 느낌을 주며 작품 속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을 받았다. 빨래와 새벽 바다 노을은 다른 장르이며 그녀가 맡은 캐릭터 또한 매우 다르다. 연달아 작품이 상영됐기에 어떤 식으로 보일지 매우 궁금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졌으며 섬세하지만 강렬하고 거침없지만 당당한 그녀의 표현력에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자기 연기력에 자신감을 갖고 연기하는 배우만큼 훌륭한 배우는 없다고 본다.
SICFF
WE KID, 우리는 모두 어린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건 바로 ‘어린이’가 아닐까요?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기 때문이죠.”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SICFF)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SICFF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를 바랍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소개 일부 발췌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23년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롯데시네마 은평, 은평문화예술회관, 은평한옥마을 등에서 진행됩니다.
*본 포스팅은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의 프레스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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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점을 뒤집는 천재감독의 명대사
천재? 괴짜? <이터널 선샤인> <무드 인디고> 등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씨네필들을 사로잡은 미셸공드리 감독.
공드리 감독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주얼, 음악과 영상의 조화, 섬세하고 깊이 있는 대사들로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데요.
미셸 공드리의 영화 제작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공드리의 솔루션북>이 8월 14일 개봉합니다.
<이터널 선샤인> 2005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 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무드 인디고> 2014
VIVID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를 발명해 부자가 된 콜랭과 당대 최고의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에게 빠진 그의 절친 시크. 두 사람은 우연히 클로에와 알리즈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PASTEL 서툴지만 진실된 고백으로 클로에와 결혼에 성공한 콜랭. 반면 시크는 알리즈와 함께 파르트르의 강연에 다니고, 그의 물건을 수집하는 등 값비싼 열정을 이어간다.
MONO 그러던 어느 날, 콜랭은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고, 치료를 위해 전재산을 바치기에 이른다. 한편, 시크는 콜랭이 결혼자금으로 건넨 돈마저 파르트르 물건 수집에 모두 써버리고, 이런 그에게 알리즈는 점점 지쳐간다.
COLORLESS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난생 처음 험난한 노동을 시작한 콜랭과 우상에 미쳐 사랑을 등진 시크. 마침내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색을 점점 잃어가는데…
<수면의 과학> 2006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 꿈 속에서 살고픈 드리밍 보이 ‘스테판’. 짝사랑하는 옆집 그녀 ‘스테파니’가 영혼의 짝이라 확신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기란 꿈처럼 쉽지가 않은데… 꿈꾸는 모두를 위한 ‘스테판’의 Sweet Dream!
<마이크롭 앤 가솔린> 2016
작고 소극적이지만 섬세한 예술가, 마이크롭 ‘다니엘’.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가솔린 냄새 풀풀 풍기는 괴짜 모험가, ‘테오’. 첫만남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 본 소년들은 영혼의 단짝이 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가던 중, 길고 긴 여름방학을 맞아 다니엘과 테오는 프랑스 전국을 누비는 로드 트립을 계획한다. 가진 건 고철상에서 주운 잔디깎이 모터와 널빤지뿐. 우여곡절 끝에 제법 그럴싸하게 완성된 시크릿 드림카! 낭만 없이 볼 수 없는 미운 열여섯의 깜찍발칙한 반항이 시작된다.
<공드리의 솔루션북> 2014
영화감독 마크는 자신의 새로운 걸작이 제작자들 때문에 망할 위기에 처하자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숙모가 있는 마을로 탈출한다. 머릿속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하는 마크.
세계가 인정한 천재 감독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감독을 동시에 해내는 그는 영화의 완성이 늦어지자,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솔루션북’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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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과 리액션, <스파이의 아내>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몇 가지 물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물음은 여러 요인들 중에서도 우선 헐거운 인과성, 그러니까 구멍이 숭숭 뚫린 서사의 맥락에 기인한다. 왜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마음을 바꿔 남편을 돕는가, 영화를 보는 사토코의 얼굴 표정의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토코의 밀항을 진정 남편이 밀고한 것인가,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어떤 목적으로 몰래 필름을 바꿨는가와 같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영화의 서사 구조는 평이하다 못해 의도적으로 헐겁게 구축된 느낌도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매혹적인 이유는 그러한 허점을 보완하는 독특한 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감히 넘겨짚건대 영화의 동력원은 첫째로 종종 클로즈업되는 인물의 얼굴이고, 둘째로는 목도한 현상에 대해 인물이 드러내는 리액션에 있다.
섬세한 불안이 겹겹이 쌓인 모호한 인상의 영화라서, 특정 지점이 마음에 든다기보단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떤 인상이었는지 기술하는 편이 더 손쉬운 접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총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베일을 걷어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사토코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두 개의 쇼트를 고를 수밖에 없다. 먼저 사토코는 유사쿠가 숨겨 놓은 필름의 내용을 확인한다. 이때 관객에게는 영사되는 필름의 내용물 대신 사토코의 클로즈업된 얼굴, 미묘하게 놀라는 듯한 표정만이 포착되다가 다음 쇼트로 커트된다. 사토코의 오묘한 표정을 통해 관객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구멍난 서사를 헤쳐나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먼저 대다수 관객은 당장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생겨난다. 그 필름에는 실험 노트처럼 비윤리적인 끔찍한 만행들이 기록되어 있을까, 설마 필름에 자신이 기대했던 내용이 없었나, 사토코가 남편에게 이 영상을 본 뒤 어떤 말을 건넬까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관객이 서사의 구멍에 대처할 수 있는 더욱 직관적인 사토코의 표정은 밀항에 실패해 체포된 뒤 압수당한 필름을 영사하는 순간에 드러난다. 유사쿠가 바꿔치기한 걸로 추정되는 필름에는 사토코 본인이 무도회에서 쓸 법한 가면을 쓰고 연기했던 영화가 담겨 있었다. 이 영화가 끝난 뒤 카메라에 담긴 사토코의 표정은 분명한 정보를 제시한다. 혼란과 당황함 이후에 뒤따라오는 배신감과 의아함 등으로 뒤섞인 불투명한 감정의 총체가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플롯을 연결하고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방식은 종종 인물의 표정만으로 향후 이어질 서사의 조각을 관객이 스스로 가늠하게 하는 쪽에 가깝다. 더욱 흥미로운 건 클로즈업되는 사토코의 표정은 영화를 볼 때 말고도 폐허를 목도하는 장면에서도 포착되는데, 세 쇼트는 모두 조명이 극도로 제한된 채 제시된다. 너무 어두워서 표정이 부분적으로만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관객은 그녀의 표정을 끈질기게 탐구해야만 한다.
한편 사토코는 자신이 목도한 바꿔치기된 필름의 내용을 보고 나서 스크린으로 돌진한 뒤 실성한 듯 웃음을 '흐느낀다'(어쩐지 웃음을 터뜨린다기보다는 흐느끼는 쪽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 쇼트 이후 바로 이어지는 쇼트에선 유사쿠가 배를 타고 유유히 떠나는 모습이 제시된다. 유사쿠는 실제인지 허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쇼트 속에서 배를 타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실 이 쇼트에 담긴 유사쿠의 모습이 진정 어떤 유사쿠인지 관객은 파악할 수 없다. 유사쿠가 정말 아내를 미끼로 자신만 유유히 미국으로 빠져나갔을까? 만약 유사쿠의 소행이라면 그 행동은 아내를 위험에서 지키려는 의도가 우선이었을까? 혹시 사토코가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어딘가 모르게 석연찮아 하던 가정부 코마코의 소행은 아닐까?(다소 억지스러운 추측이긴 하지만) 혹은 어쩌면 그 장면은 사토코가 배신감과 분노 등이 뒤섞인 채로 마주한 환상의 이미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략 짐작은 가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관객은 그저 사토코의 표정과 리액션에 의지해서 극을 따라가야 한다. 이 영화가 더욱 독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헐거운 서사의 동력원으로 보일 법한 얼굴 표정과 상황에 대처하는 각종 리액션들이 상황을 간명하게 엮어내기보다는 오히려 의뭉스러운 인상만을 증폭시키는 데 있다.
다소 느슨하지만 최소한으로 기능하는 서스펜스, 미장센에 묻어 있는 1940년대 일본의 정서, 소재에 관한 역사 성찰적 접근, 첩보나 멜로 등이 배합된 장르적인 질감 등이 영화를 향한 감상 포인트를 다채롭게 가공하고 있지만 정작 이 영화 자체는 앞서 말한 특징적인 몇몇 표지로부터만 동력을 얻는 듯 보인다. 그 동력원을 통해서 가닿는 곳에는 무엇이 있는가. 쉽게 단언할 수 없다. 마냥 몇 가지 키워드로만 집약하고 싶지 않다. 이런 모호한 영화들의 특징이라면 품고 있는 다채로운 기운을 음미하는 과정에서 문득 다른 사유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성찰적인 뉘앙스를 풍겼던 이 영화에선 어쩐지 끝내 유사쿠가 망명하여 자국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이야기, 대의를 위해 국가를 저버린 양심적인 개인들의 서사는 결국 소멸되고야 만다. 대신 영화가 끝을 내는 방식은 사토코의 울음소리와 함께 삽입되는 몇 가지의 문장들이다. '1945년 8월 종전'이라는 정보는 과연 합당한가? 천황의 항복 선언을 떠올린다면 종전보다는 패전이 맞는 표현이 아닌가. 이어서 다음 해에 유사쿠는 죽었지만 위조된 죽음일 수도 있다는 정보가 뒤따른다. 사토코가 몇 년 뒤에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는 문장으로 영화는 끝난다. 어쩐지 불필요해 보이는 결말부의 문장들이 과연 불투명한 매혹성을 강화하는지 석연찮은 의구심을 키우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아직까지는 이 모호한 인상을 뿜어내는 영화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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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를 따라 움직이는 갑을관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일상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리(조 크래신스키)'의 희생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마커스(노아 주프)', '리건(밀리센트 시몬스)'. 갓 태어난 막내까지 소리 낼 수 없는 사투를 이어가던 네 가족은 집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고요함만이 무겁게 깔린 가운데 그들은 자신만의 은신처에 숨어 지내던 과거 이웃 '에밋(킬리언 머피)'을 만나지만,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도와달라는 이들의 요청을 거절한다. 이에 리건은 자신이 파악한 힌트를 조합해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고, 더 큰 위험을 마주한다.
2018년에 개봉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힘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규칙 덕분에 이전까지의 공포영화와는 차별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능했고, 그 안에서 가족애로 무장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명료한 생존기는 모두를 몰입시킬 수 있었다.
3년 만에 돌아온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조금 다르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여전하다. 단, 그 규칙이 활용되는 방식이 달라졌다. 전편에서 주인공들을 옭아매고, 그들을 위기로 밀어 넣었던 그 규칙은 이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보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위계를 세우는 강력한 힘이자 도구로 작동한다. 구체적으로는 영화 안에서나 현실에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갑과 을의 관계를 전복시킨다.
우선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리건과 다른 이들, 리건과 사회와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괴생명체가 등장한 세상에서 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리건은 큰 핸디캡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본인이 소리를 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괴생명체의 습격으로부터 가장 취약하다. 당장 그녀의 시점인 장면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먹먹함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괴생명체가 등장하기 전부터 등장인물들 중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다. 사회언어학자 데이비드 모랜드(David Morand)는 권력과 언어 예절에 관한 연구에서 언어적 행동에 따라 권력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화에 참여할 때 평등하거나 불분명한 권력관계에 놓인 상황이라면 언어적으로 더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말을 걸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리건은 거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명백한 약자다. 야구 경기를 구경하는 오프닝 장면에서 리건과 에밋의 대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또한 그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약자다.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정보를 수용하고, 가공하여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생성하는 프로세스가 타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는 역사적으로 글자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약자였고, 인쇄술의 발달로 교육기회가 늘자 문맹이 줄면서 시민혁명이 촉발되었던 이유다. 최근에 백신 접종 예약 시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중년층이 고생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귀를 통해 듣는 것은 그 어떤 수단보다도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정보 수용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히나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귀는 존재 자체로 소통 과정을 방해하는 잡읍(noise)인 것이다. 이는 괴생명체가 막 지구를 습격한 오프닝 장면에서 리건이 항상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서 지시를 받아야만 움직이는 이유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바로 이러한 리건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키며 그녀를 약자에서 강자로 바꾸고,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올려놓는다. 우선 공간적 배경이 집과 그 근방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확장된 결과, 말을 해서도 소리를 내서도 안 되는 규칙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고 그녀의 발언권은 오히려 강화된다. 리건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환경이 비로소 동등해진 것이기에, 그녀는 누구보다도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나간다. 그녀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마커스가 듣던 라디오 음악이 피난처를 암시하는 힌트라는 사실을 추론해낸 뒤 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은신처를 떠나 피난처를 찾으러 나서고, 다시 은신처로 데려가려는 에밋에게도 끝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다.
이 관계의 역전은 리건의 보청 장치 노이즈가 활용되는 방식에도 멋지게 반영되어 있다. 사실 전편에서도 보청 장치의 잡음은 괴생명체들에게 약점으로 작용했고, 리건의 가족은 이를 무기로 활용했다. 다만 이 시점까지 노이즈는 괴생명체로부터 벗어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수동적으로 활용되는 도구였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선 리건은 이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녀는 라디오를 통해 그 잡음을 가능한 한 멀리 퍼뜨리면서 이를 괴생명체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다르게 활용하고,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는다. 듣지 못하고 말 못 하는 이가 세상에 처음으로 먼저 외치는 소리에 지구를 구할 가장 강력한 힘이 주어지는 것이다. 특히 보청 장치의 노이즈가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켰던 귀를 상징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이러한 전개는 인상적이다.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강점으로 치환하는 아이디어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등장인물의 구성을 들여다봐도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흥미롭다. 전편과 달리 괴생명체를 주도적으로 물리치는 이들은 모두 청소년, 학생이고 그들에게 보호받는 이들이 성인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나 학생은 아직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흔하다. 꼭 십 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리가 1편에서 아버지 리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이번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리건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구른 이유이기도 하다. 에블린이 두 아들들이 안전한 지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 유사 부녀관계를 이루는 에밋이 리건의 목숨을 수차례 구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서 리건과 마커스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리건은 본인이 음악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라디오 음악이 피난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추론해낼 수 있었고, 그 추론을 뚝심 있게 실행으로 옮긴다. 이처럼 소통의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는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에밋이 세상을 향해 다시 문을 열도록 마음을 고쳐 먹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끝내 리건은 에밋을 괴생명체로부터 구해내고, 마커스도 남은 가족을 보호해낸다. 괴생명체로부터 지구를 되찾을 가능성과 그 세상을 채워나갈 미래도 지켜낸다. 그 결과 가족애와 기성세대의 희생을 통한 구원으로 끝맺은 전편과 달리 신세대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결말은 명백한 대조를 이루며 강렬히 뇌리에 남는다. 많은 속편들이 전편과의 차별점을 두려는 시도를 하곤 하는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기능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그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낸 셈이다.
이처럼 장애인과 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약자에게 놓인 두 개의 갑을관계를 뒤집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전편에 비해 전통적 호러 영화보다는 호러 영화의 요소가 삽입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로 느껴지는 이유다. 단지 집과 그 주변만을 오가던 동선이 더 넓어지고 주인공 가족 외에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가 아니다. 기존의 질서와 체계가 사라진 공허한 세계(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와 체계로 채우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제시한 덕분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새로운 등장인물 중 에밋을 제외하면 생산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없다. 부둣가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기도 전에 휘발적인 위기를 만든 후 바로 퇴장해버린다. 괴생명체가 없는 섬사람들의 행적도 세계관과 따로 노는 듯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안일해 보이는 측면이 있어서 몰입을 저해한다. 장르 영화의 관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편에서 괴생명체의 약점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난 나머지 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는 점도 만족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을뿐더러, 호러 영화를 표방하는 작품치고 그렇게까지 강렬한 스릴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메시지와 주제의식 외에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 대목들이 즐비하기에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매우 잘 만들어진 후속 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괴물들의 괴력을 묘사하며 어떻게 전 지구가 그토록 빨리 초토화되었는지, 전편이 남긴 의문을 해소하는 오프닝 시퀀스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그중 <칠드런 오브 맨>을 떠올리게 하는,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자동차 장면은 압권이다. 서로 다른 공간으로 주인공들이 흩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겪는 공통된 장면을 이리저리 이어 붙이면서 극의 간장감을 유지하는 편집도 눈을 사로잡는다. 결말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자칫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에 끈끈한 통일감과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A(Acceptable, 무난함)
폐허 속에서 역전된 권력관계가 선사하는 묘미와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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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크릿가든'엔 어른보다 용감한 아이들이 있다
풀 한 포기의 질긴 생명력에 위로 받는 날이 있다. 말 못 하는 동물의 온기가 백 마디 말보다 나은 날이 있다. 때때로 자연은 인간을 치유한다. 그 힘에 이끌려 아름다운 정원을 묘사한 영화 ‘시크릿 가든’을 선택했다.
<영화 ‘시크릿가든’>
‘시크릿가든(2020)’은 미국의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1911)’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잃은 소녀 ‘메리(딕시 에저릭스)’가 이모부 ‘아치볼드(콜린 퍼스)’의 대저택에 오게 되고,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찾으면서 생기는 일을 다룬다. 그리고 ‘아치볼드’의 아들이자 ‘메리’의 사촌 ‘콜린(이단 헤이허스트)’과 또 다른 친구 ‘디콘(아미르 윌슨)’와 우정을 쌓아가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는 ‘해리포터’의 시각 효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점과 ‘킹스맨’으로 유명한 ‘콜린 퍼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다.
<소설 '비밀의 화원'과 영화'시크릿 가든'>
잘 알려진 소설을 영화로 제작할 경우, 탄탄한 줄거리와 유명세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위험부담도 따른다. 소설을 아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영화와 비교하면서 보게 된다. 글로 읽을 때 상상력으로 채웠던 부분이 화면과 다르게 구현될 경우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작자는 등장인물과 배경 정도 유지한 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원작을 그대로 화면 구현할지 결정해야 한다.
‘시크릿가든’의 선택은 전자에 가깝다. 소설의 4번째 리메이크 영화라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판타지 장르를 강조했고 굵직한 설정부터 세부사항까지 수정했다. 예를 들어 소설 원작에서 핵심이 되는 동물이 울새였다면, 영화에서는 주인 잃은 강아지가 등장한다. 아이들이 만나는 순서가 조금씩 다르다거나, 저택에서 일하며 ‘메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샤(아이시스 데이비스)’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비밀의 화원의 모습이다. 소설에서 비밀의 화원은 현재는 황폐하지만,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상처 받은 아이들이 메마른 정원에 씨앗을 심고 새싹을 가꾸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이들은 정원의 변화에 맞춰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바뀐다. 반대로 영화는 ‘메리’가 저택에 숨겨진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고 아이들이 모르고 있던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세 아이를 연결하는 부분도 정원이라는 공간보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나 보낸 아픔이다.
제가 직접 그린 인물관계도 입니다
이런 설정은 영화의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들은 정원을 활용해서 화려한 영상미를 표현할 수 있었다. 푸르른 숲과 다채로운 색감의 꽃은 눈을 즐겁게 한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식물이 피고 지는 모습만 봐도 이 영화가 얼마나 화면에 공들였는지 알 수 있다. 정원뿐만 아니라 물, 빛, 불이라는 요소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서 이야기에 영향을 주도록 활용했다.
정원이 색을 입자 아이들은 색을 잃었다. 특히 ‘마샤’의 동생 ‘디컨’은 영화에서 굳이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원래 소설에서 ‘디컨’은 마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만큼 넓은 마음을 가진 인물이자 자연에 능숙해서 정원 관리를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이다. 초반에 ‘마샤’의 이야기로만 드러나며 ‘메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마샤’의 비중이 줄어들고 완벽한 정원이 생기면서 그의 가장 큰 매력을 잃었다.
‘메리’는 어른의 아픔을 이해하는 성숙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정원 관리가 빠진 영화 줄거리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연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메리’는 전쟁으로 부모님을 따라 인도로 갔으며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성장했다. 전쟁이 마무리되고 전염병이 퍼져서 부모님을 모두 잃는다. 그리고 영국의 대저택에서 아빠의 과거 대사를 회상하거나 우연히 발견한 편지로 인해 엄마가 무관심한 이유를 깨닫는다. 엄마의 부족한 행동을 자매(메리의 이모)를 잃은 아픔으로 정당화하고 아직 어린아이가 엄마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어른의 관점에서 쓴 아이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당신은 용기내고 있나요?>
소설과 영화가 다르지 않은 부분은 아이들의 용기이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대담하게 비밀의 화원에 들어간다. 울새의 도움으로 열쇠를 찾는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메리’가 비밀의 화원으로 가기 위해 담장을 넘으며 훨씬 적극적으로 표현된다. 신비롭고 웅장한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색감의 정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저절로 벅찬 감정이 든다. 아이들은 흙 속에서 구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뛴다. 친구들과 다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한다. 다시 말해서 상처 받아도 다시 도전하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용기가 있다.
소설부터 이어진 아이들의 용기는 저택의 주인 ‘아치볼드’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동안 문을 닫고 숨겼던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아치볼드’는 이렇게 말한다.
“어른이 아이들한테 배움을 얻게 되다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우리에겐 마음껏 뛰어 놀 정원은 없지만, 영화를 보고 마음속 비밀의 정원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당신에게 그곳에 들어갈 용기가 충분히 있으리라 믿는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adeinx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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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웅 주연 필사의 추격 / 코믹 액션 / 범죄 수사극 / 아쉬움이 남는 후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필사의 추격"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엔드크레딧 나오면서 나옵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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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썸머 필름을 타고 -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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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엔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쓸게”
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영화도, 꿈도, 사랑도 Ready Action!
올 여름 최고의 청춘+로맨스x시대극÷SF 걸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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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달링> 메인 예고편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아름다운 커플 로빈과 다이애나.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로빈의 전신이 마비되면서 두 사람의 빛나는 순간은 끝나는 듯 보인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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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티저 예고편
2025년 첫 마블 영화✨ 2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캡틴 아메리카가 온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티저 예고편 최초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