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9-07 21:11:54
달라지는 관점 덕에 즐거운, <굿모닝 에브리원>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다.
* 본 리뷰는 영화의 반전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2010
미국 | 코미디 외 | 2011.03.17 개봉 | 15세이상관람가 | 107분
감독: 로저 미첼
달라지는 관점 덕에 즐거운, <굿모닝 에브리원>

<굿모닝 에브리원>는 '사악', '어둠'과 같은 부정적인 언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든 볼 수 있고, 영화 끝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품이 들지 않는 마법 같은 영화랄까. 말 그대로 참 보기 쉽다. 특히 정신적, 감성적으로 목화솜의 촉감처럼, 안정감과 기분 좋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수다쟁이 베키 풀러(레이첼 맥아담스)의 쉼 없는 말과 행동에 잠깐 집중력과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그들만의 세상'이란 관점을 관객에게 심어 그들에게서 완전히 도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맹점이 너무 드러나있는 점이 살짝 아쉬움을 남기지만, 무료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 싫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봐도 좋을 영화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조화로워 메인 주인공 베키의 변화하는 감정선이 잘 보인다. 스토리의 모든 요소에 깃든 유머가 꽤 매력적이고, 아침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충분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채운다. 마이크(해리슨 포드)의 무표정과 한쪽 눈썹을 씰룩거리는 불만 가득한 표정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또 사실상 베키의 수다가 아니었다면, <굿모닝 에브리원>은 시작하자마자 풀썩 주저앉았을 것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이 흥미로운 점은 관객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것을 초점으로 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형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표면적 측면일 뿐이다. 베키의 바쁜 삶을 시작으로 그녀가 악명 높은 방송국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동시에 사랑을 어떻게 쟁취하고 지켜가는지는 앤드리아(앤 해서웨이)와 똑같다. 하지만 <굿모닝 에브리원>가 온전히 베키만을 내세우고 있는가? 그녀는 앤드리아와 달리 홀로 해낼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주인공이다. 방송 PD란 직업은 본래 다른 이들과의 협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시청률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사라질 위기에 놓은 아침방송 프로그램 '데이 브레이크'를 되살린 건 베키 혼자가 아니다.
따라서 <굿모닝 에브리원>이 내세운 첫 번째 관점은 '나'가 아닌 '우리'다.
베키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열정을 다 쏟으며, 자신의 존재가치와 위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한다. 고집불통인 마이크까지 변화시키는 사건은 베키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서사적 장치였기에 실패는 더더욱 예견되지 않았다. 망해가는 '데이 브레이크'를 살린 건 포기하지 않는 베키의 열의와 그녀의 역량을 진작에 알아차린 마이크와 그녀의 진심을 깨달은 데이 브레이크의 소속 스텝들의 합심이었다.

그녀가 일 중독자가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꿈을 가진 건 좋아.
여덟 살 때는 귀여웠지.
열여덟 때는 당차 보였어.
스물여덟 먹고도 그 모양이니 창피해 죽겠다.
상처 받기 전에 현실에 눈뜨란 말이야.
베키의 엄마는 베키가 지방방송 PD에서 해고당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딸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과 욕심을 자식이 대신 성취해야만 하는, 그런 전형적인 부모의 입장으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일을 꿈꿨던 소녀가 꿈을 이룬 후, 더 이상 꿈이 주는 희열감과 행복감에서 빠져 살 수 없었던 건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거란 얘기다. 따라서 베키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 아닌 일자리임을 엄마의 현실에서 또다시 깨닫게 된다.
다 좋다. 바쁘게 사는 것도, 쉼 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사는 것도 전부다. 하지만 베키는 점점 지쳐갔다.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어렵게 들어온 회사에서는 프로그램 폐지를 하겠다고 통보까지 하니 말이다. 결정적으로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 그리고 때마침, 마이크가 등장한다. 그는 베키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말라 조언한다. 일에 미쳐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이 지금 얼마나 외로움과 사투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또한 평생 가장 명예로운 자리에 앉아 뉴스를 진행하며, 영향력 있는 앵커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될 거라 믿었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단편적인 인간이었는지를 털어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 중 세 번째란 타이틀을 가진 것도 올라가는 것만 인생의 값진 보물이라 생각한 마이크 본인 탓임을 시인한 것이다.
이후, 베키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고민이다. 베키는 그를 보며 자신의 삶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을 해야만 한다. 그게 보통 이야기들의 흐름이니까. 가령, '정말 나에게 일이 전부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일에 미쳐있는 걸까?'란 생각에 묻혀, 일과 개인생활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매번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기 검열' 말이다.
여기서 <굿모닝 에브리원>의 또 다른 관점이 등장한다.

사랑스러운 베키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개인적 시선은 그저 시선으로만 기능했다는 점.
희한하게도 베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직접 행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마이크의 조언과 애인의 배려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는 게 아니라 '조정'한다. 균형을 찾는 것은 베키 개인의 몫이니까. 그녀가 일에 더 미친다고 해서 베키의 삶이 불행할 거란 예측은 아주 불필요한 선입견이란 얘기다. 일과 사랑을 모두 충분히 만족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확인시킬 이유가 베키에겐 전혀 없다. 베키는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도, 매번 사랑에 조급해하는 마음도 그녀의 삶을 유지하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이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베키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상적인 삶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정하면서 완벽한 '나'로 변화한다.
베키 스스로는 변화했다고 느끼지만, 타인은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키포인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볼 때, 카메라 앞에서 앞치마를 결코 두르지 않겠다는 고집쟁이 마이크를 카메라 앞에 세운 장본인은 '마이크나 애인에게 영향을 받아 180도로 바뀐 베키'가 아니라 '처음부터 한결같았던 베키'인 셈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성장담을 그린 것이 아니다. 베키의 진면목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면서, 결정적인 순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친절하게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보이지 않던 계획이 본 작품의 힘이란 자신감까지 덧붙인다.
마냥 재미있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분명 당신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메시지가 있다. 끝내 '데이 브레이크'를 떠나지 않는 의리의 베키가 <굿모닝 에브리원>의 뻔한 결말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 영화를 본 이들은 알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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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2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4월 2주 개봉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 2022
덤블도어의 충격적 비밀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는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 군대의 대결 속 가장 거대하고 위험한, 세상을 구할 마법 전쟁을 그리는데요
‘신비한 동물사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이어 J.K. 롤링이 각본을 썼습니다.
중국, 영국, 뉴욕, 독일, 오스트리아 알프스, 부탄 등을 배경으로 그린델왈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덤블도어 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본격적인 그린델왈드와의 대결을 마법들과 함께 펼쳐집니다.
또한 호그와트 마법학교, 호그스미스 마을이나 마법 주문 등 ‘해리포터’ 시리즈 팬들이라면 반가울 장면이 곳곳에 등장해 재미를 더 해줄것입니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과거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이 마침내 밝혀지는
첫번째 추천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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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임씨를 부탁해 Take Care of My Mom , 2021
한국영화 실력파들이 함께한 휴먼 가족 드라마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효자 코스프레하는 아들과 가족 코스프레하는 요양보호사 사이에 낀 85세 정말임 여사의 선택을 그린 휴먼 가족 드라마입니다.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여성 배우 김영옥의 65년 연기 인생 첫 주연작으로 영화에서 정말임 역을 맡아
연기 내공으로 현실 속에 엄마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의 전통적인 부모자식 관계에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사실적인 정서를 전하는데요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며 다소 어긋나버리고 마는 아들,
그리고 그런 아들을 감싸는 어머니의 모습은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실 K-엄마를 비롯해 K-아들, K-모자, K-가족에 이르기까지 공감 100%의 캐릭터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두번째 추천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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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식당 Awoke , 2021
사회곳곳 제도의 모순 덩어리를 파헤친다
영화 "복지식당"은 사회곳곳 제도의 모순으로 생(生)의 사(死)각지대에 놓여 인권과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장애인 감독의 자기체험과 비장애인 감독의 객관적 시선이 어우러져 빚어낸 진정성과 꾸밈없이 현실을 반영해 만들어낸 리얼리티 휴먼 드라마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의 진짜 삶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해 문제적 질문을 던지는데요
몸의 장애가 삶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후천적 장애인 ‘재기’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제도의 실태와 현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장애인 그리고 비장애인 감독의 공동연출이 빚은 투박한 진심의 하모니!
세번째 추천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입니다.예고편 보기
클릭------------------------------------------------------------------------------------------------------------------------------------------------
태어날길 잘했어 The Slug , 2020
최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는 최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때문에 외로움과 부끄러움이 전부가 되어버린 ‘춘희’가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랑스러운 성장담을 그린 영화입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을 시작으로,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전북여성인권영화제, 서울구로국제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판타지아영화제 초청 및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서는 재능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강에게' 강진아부터 '지슬' 홍상표, '족구왕' 황미영까지!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 총출동해 기대를 더 하고 있습니다.
전주 출신 감독이자, 전주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최진영 감독의 첫 장편!
네번째 추천영화 "태어날길 잘했어" 입니다.예고편 보기
클릭------------------------------------------------------------------------------------------------------------------------------------------------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 The Pilot. A Battle for Survival , 2021
제2차 세계대전의 현장을 리얼하게
영화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외딴 숲에 불시착하며 생존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시작한 파일럿 니콜라이의 생존기를 그립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를 상대로 펼쳐진 전투의 현장을 리얼하게 재현하며
파일럿의 실화 바탕 생존 사투극을 그려냈는데요
적진을 뚫고 전쟁터로 향하는 파일럿인 주인공의 모습은 강인한 면모와 리더십이 느껴지는 한편,
매서운 추위와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내 실제 치열한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할 것입니다.
세계대전 당시 리얼한 현장을 담아낸
다섯번째 추천영화 "파이럿: 배틀 포 서바이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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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4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 안녕하세요.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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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관 1분기 관객·매출, 지난해 52% 증가
ⓒIMDB
19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1분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월 매출액은
1천 135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약 52% 늘었다. 올해 개봉한 <해적: 도깨비깃발> <킹 메이카> <경관의 피> 등이
1분기 매출액과 관객 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주인간 한국 영화, 1천원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침체된 영화관과 한국 영화를 살리기 위해
한국 영화 특별 기획전을 1천원에 관람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특별 기획전에는 <박열> <정직한 후보> <극한 직업>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덕>, 제24회 우디네극동영화제 공식 초청
ⓒ 네이버 영화
영화 <성덕>이 제24회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우디네극동영화제는 대중적이고 작품성을 인정 받은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로,
이전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 < 독전> <남산의 부장들> 등이 초청된 적이 있다.
마블, 이태원에서 팝업 전시 시작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완다비전> <문나이트>의
예술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문화공간 '마블: 더 리플렉션' 팝업 전시는
현재 현대카드 바이닐 앤플라스틱에서 체험할 수 있다.
장현성·유인나,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선정
ⓒ YG엔터테인먼트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식 사회자로 배우 장현성과 유인나를 선정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개막식이 3년 만에 전주돔에서 열리기 때문에 사회자 선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훌륭한 연기력은 물론, 유려한 말솜씨를 갖고 있으면서 친근한 이미지인 장현성, 유인나 배우가 개막식 진행을 맡게 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와의 좋은 인연이 시작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해외
<마인크래프트> 제이슨 모모아 캐스팅
ⓒIMDB
18일, 미국 연예 매체에서 워너 브라더스가 제이슨 모모아를 <마인크래프트 더 무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최종 단계에 이른 것으로 확인 됐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마인크래프트 더 무비>는 2019년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 19로 제작이 연기 됐고, 감독 또한 여러 차례 교체되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 2023년으로 개봉 연기
ⓒ IMDB
소니픽쳐스가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의 개봉을 2023년 6월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본 영화의 두 번째 파트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 파트 2>의
개봉도 2024년 3월로 연기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동성애 캐릭터로 사우디 개봉 금지
ⓒ 네이버 영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동성애 캐릭터의 등장한다는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봉이 금지됐다고 보도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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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드라마 | 미국 | 111분 | 2018
감독 션 베이커
최근 <아노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올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감독 션 베이커. 아노라 이전, 그의 대표작이라고 불렸던 영화는 바로 2018년 연출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본 후 션 베이커 연출작은 믿고 찾아 보게 되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당시 간만에 인상적인 영화를 봤다고 느꼈다. 배우들도 연출도 신선했으며 특유의 시각적 구성도 인상 깊었다.
내가 션 베이커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서 영화적인 연출 감각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적 특징을 꼽는다면 사회 계층 문제를 자주 다룬다는 것, 아름다운 색감을 쓴다는 것, 그리고 실험적인 화면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황망한 이야기로 이토록 아름답게 스크린을 채울 수 있을까? 그 역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면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를 경탄하게 된다.
- 커다란 대형마트와 그 앞을 지나가는 무니, 젠시, 스쿠티.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건 위 장면처럼 뒤 배경과 아이들의 대비를 사용한 샷이 많았다는 것이다. 고정된 카메라에 광각렌즈를 사용한 넓은 화각으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게 연출했다. 커다란 배경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들은 소리치고 움직이니, 대비가 극명하다. 그들이 소리를 질러도 딱히 세상은 반응하지 않는다.
참 재밌는 영화다. 극의 초반에는 다큐멘터리 같은 호흡을 보인다. 샷의 길이도 길고, 넓다. 어떤 인물을 강조하기보다는 장소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담는다. 연출은 굉장히 담담하고 연기는 극히 사실적이지만 사건과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고,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감독은 그 자극적인 인물과 사건이 지극히 현실적인 일임을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영화니까라고 생각하지? 근데 이거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니들이 모르는 세상엔 저런 일상이 있어."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다큐멘터리처럼 서서히 하나씩 정보를 준다. 처음엔 장소, 그리고 그를 지키는 관리인 보비, 각각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헤일리와 무니의 삶에 몰입해있다.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나다가도 그들이 겪을 일들이 괴롭다. 나는 보비와 눈을 같이하는 기분이었다.
- 무니의 시선에 맞춰 쪼그려 앉은 보비. 그리고 무니에 맞춰진 카메라 앵글
보비는 가장 큰 맥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고 본다. 사건에 중심에 있진 않지만 항상 그곳에 있고 관찰자로서 관객과 함께 한다. 중반부까지는 보비에 입장에 가장 몰입해 있다가 바로 뷔페 장면. 무니의 클로즈업과 연달아 나오는 헤일리의 클로즈업에 나는 헤일리와 무니의 마음 사이 어디쯤으로 몰입이 바뀌었다.
- 사랑스러운 무니의 정면 클로즈업
이 장면이 내가 느낀 영화의 첫 번째 정면 클로즈업이었다. 뒤 포커스를 날려서 촬영한 걸 보니 의도된 것 같다. 이때 관객은 처음으로 무니와 헤일리에게 눈을 마주치게 된다. 위태롭지만 사랑스러운 모녀를 보며 그들을 위한 삶은 대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몰입하고 싶지 않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이 장면 뒤부터 급격히 감정이입이 되었고, 무니가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무니를 바라보는 보비와 무너지는 헤일리, 도망치는 무니. 감정들이 소용 쳤다.
- 비슷한 사이즈이지만 전혀 다른 표정의 무니.
자신의 가족인 엄마와, 매직 캐슬을 잃게 된 무니는 진짜 아이가 되어버린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른들의 사정을 읽는다. 극 초반 자신은 어른들이 울 것 같을 때를 안다는 무니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감당하기 벅찬 일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아이처럼 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포스터나 예고편과는 다르게 굉장히 담담하지만 슬픈 영화이다. 관객을 울리려고 끼워 맞춰 만든 신파극들과 비교되었다. 제작진이 울면서 만든 영화 같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헤일리가 훔친 입장권을 팔아 돈을 벌고 무니와 함께 장을 보고 카트를 가지고 차들 사이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었다. 사진을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아서 카트 사진으로 대체. 수많은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가운데 헬리가 밀어주는 카트에 탄 무니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무니는 가장 초라한 네바퀴 속에서 가장 행복해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헤일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악의 보호자이다. 온갖 나쁜 짓은 다하고 무니랑 같이 물건을 팔기도 한다. 극 초반 자기는 그딴 짓은 절대 안 한다며 아무도 날 일하게 해주지 않는다던 헤일리는 누구를 위해 그런 일을 했을까. 집도, 직업도 없는 그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안에서는 선과 악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션 베이커 영화를 보면 늘 그러하다. 이 영화를 통해 상을 받은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의 수상소감처럼 저건 현실이고 세상엔 수많은 헬리와 무니가 있다. 그들이 행복하기 위해 혹은 저런 일들이 사라지기 위해서 정부나 사회가 말하는 것이 정말 최선인지, 그게 아니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다. 첫 연기였다던 배우들과 그들을 완벽히 디렉팅 한 션 베이커에게 박수를 보낸다. 좋은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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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 관한 단상들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 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는 몇 가지 분기점들이 있다. 그 분기점들을 기준으로 영화는 시퀀스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인다. 이 분기점들과 영화에서 돋보인 몇 가지 이미지들을 중심으로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어 보았다.
총
이 영화의 가장 명백한 분기점은 이만의 총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이다. 이 사건 이전까지 영화는 정적인 편집과 촬영, 실내 조명에 의존한 채 단조로운 공간에서 진행되는 단순한 사회 고발 드라마에 가깝다. 의아스러울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이미지로 가득하던 이 영화는 총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만이 집안을 뒤지는 장면을 현란한 롱테이크로 찍었고, 이 이후 무시무시한 장르영화로 급격하게 바뀐다.
테헤란
이 영화의 또다른 커다란 분기점은 이만 가족이 테헤란을 떠나는 순간이다. 가족이 테헤란에서 이만의 고향으로 잠시 떠나는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의 장르는 심리 스릴러에서 물리적 스릴러로, 영화의 관심사는 최소한으로 남아있던 리얼리즘에서 완전히 장르주의로 바뀐다. 가족 내의 대립 구도가 ‘보수적 부모 대 개방적 자녀’에서 ‘가부장적 아버지 대 여성들’로 변모하는 지점도 이 장면부터다.
카메라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찍고 싶어 했던 것과 찍을 수 없던 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레즈반과 사나가 SNS를 통해 접하는 숏폼 푸티지 영상들이다. TV 뉴스를 위한 거짓된 카메라나 이만의 취조를 위한 폭력의 카메라에 저항하는 것으로써 이 영화가 믿는 유일한 카메라는 바로 그 거리의 카메라, 민중의 카메라뿐이다. 이란의 현실들 있는 그대로 담아낸 이 진실의 이미지들은 이 영화가 열렬히 갈망하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는 이미지들이기도 하다. 이 이미지들 자체가 영화가 될 수 없을 때, 혹은 영화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담아낼 수 없을 때 그 진실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서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서로 다른 두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현실적 드라마를 찍음으로서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가 실내 위주의 폐쇄적인 이미지로 가득찼던 것은 주인공들이 거리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실내에 있을 때에도 창밖을 내다볼 수 없거나 혹은 내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레즈반과 사나는 혹시 모를 신변의 위협을 우려한 나즈메에 의해 집 안에서조차 커튼을 다고 생활해야 한다. 또 이만은 주로 법원 안에서 생활하는 인물로 창밖을 바라볼 필요가 없거나 바라보는 것을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영화의 전반부는 진실의 이미지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물들, 곧 그 인물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카메라의 한계를 담아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장르의 언어를 빌리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에서 제시되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 일화, 후반으로 갈수록 광기에 휩싸이는 이만의 모습, 리얼리즘적 실내 공간에서 장르주의적 사막 공간으로 바뀌는 영화의 무대, 그리고 현실적 개연성이 적용되지 않고 점점 폭주하는 서사와 같은 이 영화의 장르적 요소는 가족 간의 불신과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이란 사회의 폭력성과 불안정함을 환기한다.
얼굴
이 영화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이미지는 바로 얼굴이다. 이 영화가 극영화로서의 한계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접근하기를 시도한 한 장면은 파편이 박힌 사다프의 얼굴을 찍은 장면이다. 이 시퀀스의 시작은 나즈메와 사나가 굳게 닫혀있던 방안의 커튼을 처음으로 완전히 열어젖히는 행동이고, 이후 발생할 대립구도의 변화를 환기하는 듯 줄곧 자녀들과 사다프, 시위대에 적대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나즈메가 처음으로 감정적 동요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 장면이기도 하다. 사다프의 이 리얼리즘의 얼굴과 직후 장면에서 등장하는 흐르는 물줄기 아래 면도하는 이만의 드라마의 얼굴, 안대 쓴 레즈반과 사나의 숨막히는 장르주의의 얼굴까지 고발 드라마와 장르주의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진실을 모색하려는 영화의 시도는 얼굴이라는 이미지로 귀결된다.
진실을 찍기 위해서 영화는 어떤 방법을 취하는가?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그 플롯 자체가 이 질문에 대한 탐색의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종종 느슨하고 엉성해지거나 투박해지기도 한다. 또 얼굴이라는 나름 슬기로운 모티프를 발견하여 활용하기도 하지만 영화를 얼굴로 끝내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마지막 이미지는 얼굴이 아니라 손이며, 일종의 반칙과도 같은 SNS 푸티지 영상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사실 이 영상들로 영화를 끝내는 것은 영화가 2시간 47분 동안 해왔던 시도들을 무력화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다소 허무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술로프가 이러한 선택을 감행한 것은, 어쩌면 그에게 있어 현실이 영화보다 우선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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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세계의 아이러니, 아득한 풍경, 생존이라는 사치
※영화 〈정말 먼 곳〉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우(강길우)는 강원도 화천에서 홀로 딸 설(김시하)이를 키우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그를 돕는 목장 주인 중만(기주봉) 역시 딸 문경(기도영)과 어머니 명순(최금순)을 모시고 살아간다. 인적 드문 산골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서울에서 연인 현민(홍경)과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진우 앞에 나타나고, 평화롭던 일상에는 균열이 생긴다. 현민은 진우를 따라 화천으로 내려와 성당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친다. 진우의 쌍둥이 동생 은영은 자신의 딸을 맡긴 지 오 년 만에 소식도 없이 설을 데리고 가 평범하게 키우겠다고 말한다. 모두 버리고 찾아온 정말 먼 곳에는 불안한 관계가 뒤얽히고, 비밀을 감춘 이들 앞에 시련은 연이어 찾아온다.
역설과 짐작의 자리를 비워놓은 시 詩
고착된 언어로 규정된 정상성을 의도적으로 비트는 영화는 전작 〈한강에게〉처럼 서사가 시로, 시가 이미지로 전이하는 흐름을 택했다. 특히 호칭으로 고착화하는 인물의 역할 관계를 변주하는 방법으로 경계 밖 소수자의 삶과 인물의 관계성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집 나간 며느리가 아닌 집 나간 서방이 돌아온다는 표현으로 남편 없이 홀로 가족을 부양했던 명순의 전사를 짐작할 수 있고, 은영의 아이를 자식처럼 키워온 진우가 아빠가 아닌 엄마인 이유는 성별 이분법적 관계를 답습하는 사고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현실과 관련 있다. 설이는 사실상 엄마의 위치를 담당했던 문경을 언니로 부르지만 정작 친모인 은영의 호칭을 따로 부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진우와 특별한 관계로 연결될 수 없는 문경의 상황과 더불어 은영과 설이의 해소되지 않는 심리적 거리를 묘사한다. 이 가운데 영화는 아버지라는 단어만 남긴 채 의도적으로 전통적인 부성의 존재를 제거한다. 극 중 유일한 ‘아버지’인 중만은 조용히 영화의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일종의 관조자이자 삶을 먼저 겪은 세대로서 몇 안 되는 대사에 켜켜이 덮인 세월의 깨달음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정상 가족의 해체와 성적 지향과 대척점에 선 가부장의 위계가 사라진 가족은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존재를 그저 받아들이는 이상적 형태를 띤다.
영화는 각자의 사정으로 얽힌 인물들이 하나의 유사 가족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명시적 표현으로 드러내기보다 관객이 개개인의 삶을 짐작하게끔 여백을 만들어 두었다. 여러 대사 없이도 상황과 이미지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압축된 언어로 감정을 담아내는 시와 같다. 명순의 죽음을 가족들이 처음 알게 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차 안의 현민을 두고 멀리서 보이는 창문 밖의 모습으로 다른 가족의 반응을 지켜보기만 한다. 카메라와 인물, 그리고 인물과 인물은 서로를 그저 짐작하며 개입하지 않는다. 〈정말 먼 곳〉의 미덕은 언어가 주는 정신적 폭력에 사려 깊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를 향하는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들의 대사는 들리지 않게 웅얼거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진우와 현민 역시 말없이 노려볼 따름이다. 자칫 또 다른 고통으로 느낄 영화적 재현을 지양하는 태도는 영화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매체에서 침묵이 주는 안도감은 이미 일상이 되어 지친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건넨다. 각자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때 때로는 침묵과 직시가 답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되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촉구한다.
언어보다 행위로 짐작해야 하는 영화에서는 배우의 작은 몸짓에도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정말 먼 곳〉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섬세함이 인상적인 영화다. 특히 이상희 배우와 기도영 배우는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을 흡입력 있게 묘사한다. 앞서 언급한 문경과 은영의 태도와 설이와의 관계성을 영화는 손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필사적으로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문경은 마치 자신의 노동을 바쳐 원래의 궤도로 돌려놓으려는 듯 영화 내내 쉴 새 없이 손을 놀린다. 이에 반해 은영은 어디서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직접적인 상황에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진우와의 대화든, 양에게 먹이를 주는 동안이든 마찬가지다. 그의 수동적인 태도는 서울로 설을 데려가고자 마음먹었지만, 미처 친밀함을 쌓지도 못했던 지난 삶의 준비되지 않은 머뭇거림이다. 설을 연기한 김시하 배우가 주는 울림도 상당하다. 영화 후반 은영의 고백에 애써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는 듯 담담히 책을 읽어가는 설이의 목소리는 늘 천진난만했던 모습 한편에 못내 감추던 상처가 드러나 버린 가슴 아린 장면이다. 영화는 진우와 현민의 이야기를 중심 서사로 놓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을 수 있는 도경과 은영의 서사를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은 배우에 있다. 장례식장에서 아웃팅을 하는 은영의 모습이 자칫 극적인 장치를 위한 작위적 흐름이 될 수 있었으나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적절히 쌓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영화는 감정적인 호소나 극적인 장면 없이도 느리지만 긴장감 있는 서사를 관객에게 스민다.
현민이 영화 중반 낭송하는 시는 박은지 시인의 동명의 등단작을 인용했다. 둘의 관계가 모두에게 알려진 다음 이어지는 현민의 장면은 허탈함과 분노,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가슴에 차곡히 억누르다 결국 짧은 시 한 편으로 겨우 내뱉을 수밖에 없던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잔잔한 바다를 뒤흔드는 큰 파동을 맞고 숨 고르기를 하는 듯 울리는 현민의 내레이션은 앞으로의 상황을 상상할수록 막막하고 공허하다. 영화의 주제를 요약해 놓은 시는 제목의 물리적 공간감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의 무력한 내면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말한다. 진우는 자신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먼 곳이라고 생각했던 공간마저 일상의 혐오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생각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이상 ‘정말 먼 곳’에 왔다는 인식은 상상에 불과하며, 실은 아직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현실의 외로움과 무력감은 불안한 시어로 표현된다. 규정된 언어를 깨뜨리려는 현민의 수업에서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정작 현민의 언어는 그들에게 끝내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무너지는 발밑을 바라보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가깝고도 먼 풍경의 위력
언어를 양보한 자리에 채워진 풍경은 그 공백조차 느낄 수 없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말 먼 곳〉의 배경이 된 화천의 자연은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복잡한 고민마저 작아지게 만든다. 과묵한 등장인물들만큼이나 담담한 풍광은 가족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더한다. 설이와 양들이 함께 거닐던 초원이나 진우와 현민의 사랑을 품어주는 새벽녘의 섬은 행복의 순간을 찬란하게 밝혀준다. 지형지물을 활용한 절묘한 인물 간의 구도는 여러 컷 분할 없이도 충분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가파른 절벽에 있는 목장의 들쑥날쑥한 들판은 인물의 시선과 관계를 설명한다. 롱테이크 장면에 고정된 배경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인물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시선을 따라간다. 저 멀리 느리게 흘러가는 장면 하나하나는 유달리 소중하다. 별다른 기교나 편집 없이도 와이드 스크린의 저 끝에서 반대편 사이를 무대 삼아 펼쳐지는 서사는 제한된 공간성으로 인물의 동선과 반응을 집중시킨다. 화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최소화한 카메라 움직임은 익숙지 않아 오히려 초현실적인 감상을 자아낸다. 죽었던 명순이 설과 만나는 장면이나 동트기 전 숲에서 사라졌던 설이를 데려오는 장면은 이질적인 풍경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또한 무질서한 자연이 프레임 안에서 재배열되는 기적적인 장면들은 실제 감독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믿기 힘든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한다. 디렉션이 불가능한 양들의 움직임을 멀리서 담은 장면들은 인물의 연기와 신기하게도 어우러진다.
의도하지 않은 경이로움은 영화 마지막 눈보라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출산을 앞둔 양을 보러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점차 거세지는 눈바람은 마지막 순간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삶이란 대개 눈보라에 가까웠다. 각자의 생활환경과 가치관, 여러 사정이 얽힌 이들에게 행복했던 일상은 잠시일 뿐 수없이 좌절하고 고통받는다. 위기는 때를 가리지 않으며 영화가 끝난다고 한들 여전히 남은 숙제는 산더미다. 진우는 사라진 현민을 찾아야 하고 은영은 설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팔을 걷어 붙어야 한다. 목장에 남은 중만과 문경은 명순의 죽음 이후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끝에 죽음이 있듯 소멸의 자리에는 또 다른 생명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 가장 오래된 양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설은 영화의 마지막 이름처럼(雪) 눈을 이끌고 가장 어린 생명을 바라본다. 가족의 막내 설과 가장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눴던 이는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명순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설이의 눈을 보며 희망을 발견한다. 편견과 혐오의 사회에서 설은 꿋꿋이 성장할 것이고, 어떻게든 절망을 딛고 살아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와 함께.
이기적인 인간, 죽음으로 이어지는 삶의 기대
〈정말 먼 곳〉은 할미 양의 죽음에서 시작해 새끼 양의 탄생으로 끝난다. 인간사에 오랫동안 함께 했던 양을 향해 선조들은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고, 그들은 신의 말씀으로 인간을 대신해 생을 다했다. 풍요와 희생의 의미를 모두 지닌 양은 인간과 닮아있다. 중만의 말처럼 양은 인간만큼이나 이기적이다. 다 함께 무리 지어 살아가지만 솔직한 눈빛 안에는 서늘한 진실이 숨겨있기도 한다. 영화의 마을 사람들은 진우에게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했지만 다름을 내보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등을 돌리는 냉혹한 이면을 지녔다. 또한 독립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자식을 품에 두고 놓지 못하는 어미 양처럼 중만과 진우는 각자의 반경에 문경과 설이를 둔 채 떠나보내지 못한다. 중만은 문경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라고, 진우는 차별이 일상인 사회에서 상처를 주기 싫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은 바깥세상에서 받은 공포를 나눠 짊어지고 싶은 이기적인 감정에 의해 거짓 이유를 대고,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기기만의 공간에 자신을 가두었다. 마치 자유롭게 뛰노는 것처럼 보이는 양들에게 둘린 울타리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내몰린 사람들의 방어기제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소위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받았을 고통을 짐작한다면, 고향을 떠나 홀로 자식을 키워야 했던 중만과 명순, 그리고 배우자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진우에게 연고도 없는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중만의 혼잣말은 어미 양의 투명한 눈빛에 비친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다. 현민의 입으로 들은 진실과 설이의 실종을 겪으며 진우는 외면했던 자신의 진심과 대면한다. 설이를 위한다고 여겼던 도피가 어쩌면 자신의 불안이며, 진우의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말이다. 목장을 떠나기 전날 밤 진우는 중만에게 불안 섞인 물음을 던진다. 이 세상의 끝으로 생각했던 이곳마저 벗어나야 한다는 복잡한 마음을 중만에게 털어놓지만, 사실 진우는 중만보다 먼저 답을 찾아낸 셈이다. 두 사람을 품어줄 ‘정말 먼 곳’은 이 세상에 없다. 더는 나아갈 수 없어 그렇게 믿기로 한 중만과 허상의 공간임을 깨달은 진우가 있을 뿐이다. 중만의 여정을 책임졌던 동력은 소진되었고 남은 선택지라고는 지금의 삶에 순응하며 존재하지 않는 곳을 그리워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진우는 나아가야만 한다. 그는 있지도 않은 곳을 찾기보다 남아있는 실체에 집중하기로 한다. 현민을 찾고, 설이를 돌보고, 세상 앞에 다시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그는 숨겨진 자연을 떠나 칠흑 같은 어둠으로 향한다. 그렇게 영화 속 모두는 한 칸씩 성장하고 있다.
오 년 전 진우가 정말 먼 곳을 찾을 수밖에 없던 그 심정을 떠올려본다. 폭력과 차별에 지치고 사람이 싫어 도망치듯 떠났던 참담함을 생각한다. 익숙함의 관성에 밀려난 평범한 인간의 일상에 대해 생각한다. 존재를 인정하지 못해 끝없이 밀어냈던 결과는 막다른 벼랑 앞이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그곳에서 떨어지고 만 사람들이 이번 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의 곁을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정치인은 원하는 사람들끼리 특화된 공간을 만들어 거기서 즐겨 보라고 말했다. 절망을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세상에 없는 정말 먼 곳을 만들어 쫓아보낸다.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일상이 '욕심이며 사치'인 사회에 견디지 못해 사라진다. 시 구절을 잠시 빌리자면 “정말 먼 곳을 상상하는 사이 정말 가까운 곳은/ 매일 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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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무지가 부른 비극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케이틀린 디버 Kaitlyn Dever
우리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범죄피해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해석은 잘못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범죄해석의 지식이 없는 이들의 단호한 판단이 얼마나 사람을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특히 경찰이 무지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줄거리
한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피해자로 대우받던 그녀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고, 가까운 지인은 물론 경찰까지 소녀가 거짓말로 관심을 얻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결국 소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하고 만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소녀가 살던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불법 침입 강간 사건이 일어나고, 한 집요한 형사가 수사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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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런 좀비 영화는 없었다!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일본 저예산 좀비 영화 / 충격적인 반전과 재미 / 배꼽 빠짐 주의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후기입니다.
어찌보면 쿠키영상이 전부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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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리뷰 - 누군가의 혁신이 불법으로 되버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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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이후 6개월 간의 악전고투 이야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 모든 팀원들은 함께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로 자축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들은 이 최악의 위기를 뚫고 타다를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이야기로 세상에 공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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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폴레옹> 티저 예고편
거대한 소용돌이의 시작? 압도적 전율 #티저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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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컨트랙터> 티저 예고편
국가를 위해 극비 작전에 뛰어든 남자 특수부대 중사 출신 ‘제임스 하퍼’는 전역을 명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조직에 합류한다.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미션은,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충격과 위기를 겪게 되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모든 것을 건, 새로운 미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