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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4-09-17 01:04:19

기-승-전까지 전력질주, 결에서는 경보 '베테랑 2'

<베테랑 2> 스포일러 없는 리뷰

 

 

선하게 생긴 막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다. 말 그대로 베테랑인 서도철. 오늘도 범죄자들 잡기에 여념이 없다. 팀은 그대로다. 상관은 오재평(오달수). 동료는 봉윤주(장윤주), 왕동현(오대환), 윤시영(김시후)다. 네 명의 팀원끼리 주부 도박단을 해치운 서도철의 팀. 어느 날 대학 교수가 살해됐다는 뉴스를 본다. 앵커는 살해당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사람은 과거에 제자를 성폭행한 전력이 있지만 의심만 남겨둔 채 무혐의로 풀려났다. 제자는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분을 샀던 교수. 하지만 교수는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적절한 처벌을 받지 못한 범죄자가 살해당한 것이다. 연쇄살인이라는 직감이 문득 드는 서도철. 이미 과거에 처벌을 적게 받은 범죄자들이 연이어 살해당한 바 있기 때문에 연쇄살인마일 거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았다. 이 연쇄살인마 '해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고 했던 어느 날. 경찰 내부에서 전석우(정만식)가 출소할 거라는 말이 들린다. 전석우는 과거에 어떤 여성을 밀쳐 죽게 한 혐의가 있었다. 혐의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감옥에 있지 않았던 전석우. 한국사회가 들끓는다. 1편에도 나왔던 박승환/정의부장(신승환)이라는 유튜버는 온 사회에 미움을 뿌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화가 난 여론에 불을 붙이는 소셜 미디어와 유튜버들. 온 세상이 범죄자들에게 응당한 처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어수선한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한다. 과연 서도철과 동료들은 '해치'를 잡을 수 있을까?

 

 

 

<괴물>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봉준호의 <괴물>이다. 그 이유는 <괴물>이 한강 대로변에 튀어나온 괴물만을 보여주려 했던 건 아니듯 <베테랑 2>도 서도철이 범죄자들을 잡는 것만이 핵심인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두 영화는 '어떻게'의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위에서 쓴 바와 같이 글쓴이는 <괴물>처럼 <베테랑 2>가 세계의 구성요소를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바로 빌런 '해치'의 캐릭터 세팅과 미디어를 활용한 방식 때문이다.

 

 

 

이 영화의 메인빌런은 '해치'라는 연쇄살인마다. 해치는 쉽게 말해 자경단이다. 자경단의 뜻은 간단하다. 경찰이 아닌데도 타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 내지는 치안유지를 위해 시민들이 결성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해치는 이 단어의 정의에 따라 움직인다. 한국사회에서 악하지만 올바른 처벌을 받지 않았던 사람만 골라 살해하는 것이다. 이 자경단 연쇄살인마와 베테랑 형사 서도철의 대립이면 사실 '범죄도시'랑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해치를 둘러싼 환경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환경이 이 영화가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 그 자체다. 이 영화를 이끄는 질문 두 가지는 '해치가 과연 누구일까?'와 '해치가 언제 잡힐까?'라는 서스펜스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영화가 메인빌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어렵지 않아 이해하기 쉬운데 전자를 놓치면 이 영화의 미덕을 잃기 쉽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가 해치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써 본다. 이 영화는 사실 거대한 속임수를 통해 해치를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모티브 중 하나는 자경단이 가진 딜레마인 판단이다. 판단이라는 게 뭘까? 어떤 인간이 타인 간의 사건에 대해 이거다!라고 의견을 내는 일이다. 우리 직업이 대법원장이 아닌 한 이건 실수하기 쉽다. '네가 뭔데 남을 판단해?'라는 말에는 '나 혹은 너의 판단이 매번 올바르지 않다'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깔고 간다. 이 영화는 그 불확실성을 동력 삼아 질주한다. 어떤 인간이 나와서 누구를 판단한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른 사건이 영화의 플롯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깔린 감정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본 작은 묘사 한다. 이렇게 <베테랑 2>가 영화 안에 빼곡한 정확한/부정확한 판단으로 구성된 것은 <괴물>이 당시 한국사회라는 괴물을 묘사한 것과 유사하다. 단순히 영화가 서도철의 추격극만 담은 것이 아니라 시대상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해치는 한 명이 아니다. 여러분도 눈 크게 뜨고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미디어를 표현한 방식도 흥미롭다. 정의부장이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정의부장이 이 영화에서 구사하고 있는 논리가 영화의 통일성을 살리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중략한다). 이것에 연장선상에서 영화 안의 정보가 어떤 도구로 통제되고 있는지가 흥미로웠다. 이게 1차원적으로 무작정 나쁘다는 식의 묘사가 있었다면 영화가 가진 깊이를 더 얕게 만드는 수가 됐을 텐데 이걸 경제적으로 활용한 덕에 논리적인 접근법에는 여지가 없다. 이 영화가 구사하는 게임 중 하나는 '이게 정의라고 생각해?'다. 이 말은 곧 '저거도 정의고 이거도 정의 같은데?'라는 양자택일의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을 미디어를 통해 잘 살렸다. 영화가 기본적인 설계에 있어 성실했다는 의미다.

 

 

 

 

 

이질감이 크다고 생각할 것 같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캐릭터는 바로 주인공의 아들서우진(변홍준)이다. 해치의 자경단 활동을 막는 게 영화의 핵심인데, 아들 서우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인물 역시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타인이 타인에 대해 쉽게 가하는 폭력이고, 이것이 온라인상에서 쉽게 유통된다는 것이 그렇다. 영화는 이 쉽게 유통되는 폭력을 우진이가 겪게 만든다. 사실 아버지 서도철은 이 문제를 근작에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사 서도철은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에 취해서 이 문제를 깊게 이해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이야기의 해결과정에 있어 꼭 필요하니까. 이게 단지 부자간의 관계만 1차원적으로 보이면 흔히 말하듯 '기능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적어도 류승완 감독이 진단한 한국사회의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들여다볼까? 아예 아버지 서도철의 입에서 나오는 몇 대사와 아들 서우진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그 근원이 설정되어 있다. 이 부분은 영화가 시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면 이게 원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내면의 무언가를 이 영화에서 분명하게 강조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무리라는 측면에서도 아들 서우진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영화가 뭘까? 이 한국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는 수많은 분노에 대해 해부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진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분노를 내면에 갖고 있다. 이 인물을 둘러싼 두 가치가 충돌한다. 사회가 미디어를 통해 만든 분노 vs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는 것의 충돌이다. 영화가 전자를 지배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후자가 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물론 후술 하겠지만 영화가 실제로도 후반부를 갑자기 마무리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에 대해, 그러니까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분노에 대해 대비되는 가치로 서우진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갖 오판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우리에게도 남아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충무로 액션 키드?

 

 

 

보통 류승완 감독하면 관객들이 바라는 건 액션 연출일 것이다. 우선 좋았던 것부터. 이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박선우의 액션은 내내 호쾌했다. 이 인물은 이야기 전개상 액션이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액션 장르(?)상 몸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면 유치해지기 쉽다. 정해인 배우는 합을 맞추기 이전에 동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고 구사한다. 장면을 짧게 잘라서 빠른 템포로 이어 붙인 연출이 아니라 그 장면을 찍기 위해서 여기선 이렇게 움직이고 어떤 인물은 저 방향으로 빠지는 식의 동선을 잘 정립한 티가 났다. 대표적으로 박선우와 서우진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몇 있는데 이 시퀀스는 인물의 카리스마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어떤 액션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여러분이 이 <베테랑 2>의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 눈에 띄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서도철과 박선우가 빗속에 있는 장면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생각나 류승완이라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생각해 보면 잘 어울리는 장면인 듯하다. 물론 이 장면은 실제로 영화 안에서 처절하게 잘 구현됐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장면 역시 이 영화가 핵심으로 다루고 있는 딜레마를 정통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은 영화가 통일성이 있다는 점에서 나름 류승완 감독이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심지어 비가 누구한텐 안 내리고 또 특정인에겐 내리고 하는 게 아니잖아?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점에서 빗속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당위성도 가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 글쓴이는 액션의 핵심 중 하나가 전달력이라 생각한다. 누가 어떻게 뭘 때리고 받고 해야 액션의 박진감이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 영화에서 정해인, 황정민 두 배우가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온갖 고생 다 했다는 점에서 대단했지만 장르적인 특성을 잘 살린 선택이었는지는 미지수다. 화려해서 전달력이 좋은 것과 너절해서 복잡해 보이는 것이 한 영화에 다 들어가 있다.

 

 

 

경향성을 띈다고 봐도

 

 

 

언제부턴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이 올드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 <베테랑 2>는 류승완의 올드화(?)가 두드러지는 영화였다. 아마 많은 분들이 지적할 것 같은 오프닝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모르겠다. 이 영화는 엄연히 전작이 있는 시리즈물이다. '조태오'라는 단어가 영화 전면에 등장하고, '내가 죄짓고 살지 말랬지?'라는 말이 본작에도 등장한다. 그래서 오프닝이 시리즈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한 것 같다. 선의로 해석하면 이렇고 사실 영화를 보고 느낀 그대로 써보자면 이게 아니어도 시리즈의 연결성은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또, 액션 장면이 들어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게다가 장면이 영화 후반부까지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오프닝이 자경단 부추기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단 조금도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봉윤주(장윤주)가 이상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어느새부턴가 류승완의 영화들이 후반부가 엉성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정말 중요하다.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어떻게 악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 집중한 연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상업영화다. '베테랑'이라는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다. 그렇다면 마무리에 있어 더 숙고했어야 했다. 사이다를 고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더 정의의 의미에 탐구하고 싶었던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영화가 내적 논리를 지키기 위해 둔 선택이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부의 전개가 허점이 크다는 걸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 단점을 가리지 못했다는 게 패착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판단이 느껴지기는 하나, 영화가 '이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데에는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군함도>에서 억지로 감정적인 울림을 유발했던 점이나 <밀수>에서 VFX가 엉성했던 것이 연상된다. 이 단점은 치명적이라 영화 전체적인 완성도에 태클이 들어올 수준이다. 영화가 내내 윤리 게임을 벌이다가 갑자기 대충 수습한 다음 '이거 보고 싶었지'하고 끝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 영화가 류승완 감독의 야심을 오롯이 담았다는 데에는 여지가 없다.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가 공권력의 그림자를 다루듯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감없이 표현한 영화이기도 하고, <짝패>에서 다룬 처절한 액션을 구현한 영화이기도 하다. 또 황정민이라는 베테랑의 역량이 발휘된 영화이자 정해인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류승완이라는 예술가가 이젠 그의 거대한 천재성을 혼자서만 발휘하기는 어렵지 않나라는 우려가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문제만 해결하면 장땡이라는 것, 그러니까 자경단의 속성으로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겠다는 야심은 눈에 들어오나, 그걸 잘 마무리했나?라는 관점에선 아니오라는 답이 딸려오는 영화가 <베테랑 2>였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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