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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9-28 23:18:00

실화를 통한 멋진 이륙, 밋밋한 착륙! 

<하이재킹> 리뷰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점차 새로운 이야기가 고갈되고 있는 영화계에서 실화만큼 든든한 지원군은 없다. 관객에게 어필하기 딱 좋은 마케팅 요소로도 적합하다. 문제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각색하고 풀어내느냐가 관건. <하이재킹>은 실화의 힘으로 멋진 이륙을 해내지만, 결국 밋밋하게 착륙하고야 만다. 

 

 

 

 


때는 1971년 겨울, 속초공항에서 김포행 비행기 한 대가 이륙한다. 이날 여객기 조종은 태인(하정우)와 규식(성동일)이 맡는다. 사고 없이 이륙한 비행기는 곧 아수라장이 된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의 사제 폭탄 때문. 폭발로 인해 베테랑 기장인 규식은 눈을 다치고, 부기장인 태인이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순식간에 하이재킹에 성공한 용대는 북으로 향하라고 소리친다.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한 용대의 협박에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태인은 일단 비행기를 북으로 돌린다. 그 사이 기내에 있는 승무원 옥순(채수빈)과의 공조를 통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실화를 기조로 각색을 더 해 재탄생한 영화가 가장 먼저 비추는 건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태인의 눈을 통해 본 납북 민항기다. 휴전선을 넘기 전 민항기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긴 태인은 사람들은 살렸지만(물론, 납북된 사람들이 모두 송환되지 못했다.), 군복은 벗어야 했다. 그만큼 영화는 당시 한국전쟁 이후 서로 다른 이념이 첨예한 대립을 하던 시대적 상황을 먼저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 대립이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감독은 태인에게 60명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또 한 번 휴머니즘을 발휘할 것인가를 되묻는다. 

 


어쩌면 영화는 그 물음에 답하는 것처럼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지고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벌이는 조종사와 승무원, 그리고 승객들의 공조는 각색을 감안해도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끔 한다. 좀 더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다수의 재난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 인간들의 모습과 이야기, 그리고 자치 신파로 빠질 수 있는 드라마 요소를 애써 가져가려 하지 않으려는 영화적 성격이 한몫한다. 물론, 승객들의 이야기가 아예 다뤄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극 중 태인과 용대의 대립을 견고하게 해주는 요소로만 작용한다. 신파를 걷어내고 담백하게 사건을 재조명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여기에 비친다. 

 

 

 

 


또 하나의 영화가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용대라는 인물이다. 허구로 만들어진 그는 단순히 북으로 가기 위해 하이재킹을 시도한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형이 북으로 넘어간 이후 ‘빨갱이’라 낙인찍힌 그는 시대의 희생양으로 묘사된다. 갖은 수모에 따른 분노와 더불어 북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 일을 선택한 용대의 절절한 전사는 관객에게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항공기 납치 영화로서의 재미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이재킹>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난다. 바로 실화가 가진 무게감과 이념 대립의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장르적 재미는 반감된다는 것. 항공기 납치 사건이 벌어지지만 좁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루다 보니 서스펜스 전달의 한계는 노출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에서는 폭발, 외부에서는 국군 전투기의 고공 장면이 진행되지만, 일회성으로 그쳐 연쇄적 감흥은 떨어진다. 더불어 빌런의 능력치가 기존 장르 영화에 비해 떨어져, 시간이 갈수록 태인과의 대결 구도에서 빗어지는 긴장감은 하강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중심 고도를 잡고 밋밋하지만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어떻게든 살고자 했던 실존 인물들의 모습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하정우, 성동일, 채수빈 등 승객을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연기는 당시 실존 인물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 그럼에도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이전 작품들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고 할 수 없지만,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듯 실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당시 영웅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상의 인물이며 빌런으로 나오는 여진구의 연기도 한몫한다. 

 


<하이재킹>을 보고 실화에 더 관심이 생긴다면 지난 2022년 9월에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46회 '필사의 51분, 1971 공중지옥' 편을 추천한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하이재킹>이 못다 한 멋진 착륙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제공: (주)키다리스튜디오

 

 

 

평점: 3.0 / 5.0
한줄평: 실화를 통한 멋진 이륙, 밋밋한 착륙!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log.naver.com/anqlepdl/223599955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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