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2021-04-29 13:49:06
영화 <마크맨>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精)
최고의 사격수로 미국에서 3번째로 높은 ‘은성훈장(Silver Star)’을 받은 예비역 군인 ‘짐(리암 니슨)’은 애리조나 국경지역을 지키며 조용히 말년을 보낸다.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90일 안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목장은 압류될 위기에 처한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지만, 조직원의 총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제이콥 페레즈)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이 길을 나서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일흔을 코앞에 둔 리암 니슨과 소년이 유사 할아버지와 손자관계를 맺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대목에서 아마 비슷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어니스트 씨프>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낸 홀애비로 나오며, 전직 군인출신이며, 액션보다 드라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리암 니슨의 고령의 연세를 고려해서 액션은 '저격 장면' 위주로 짜여져 있다. 잔잔하지만, 소년과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법 볼만하다. 투덜대며 소년을 챙겨주는 할아버지와 가족은 잃은 소년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드라마에 가깝다.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사람 냄새가 풀풀 나서 좋았다. 다만, 긴박감 넘치는 추격 장면이나 인상 깊은 액션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 (2.7/5.0)
Good : 무난한 로드무비
Caution : 심심한 내용!
●북미에서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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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한 예술가의 답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를 만나기 전까지 이 예술가에 대해 전혀 몰랐다. 첫 사진집 ‘성적 의존의 발라드’는 물론, ‘아트 리뷰 파워 100’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예술가들의 예술가라는 사실, 더 나아가 사진으로 억만장자 일가에 맞선 P.A.I.N.(처방 중독 즉각 개입) 활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일 등 낸 골딘은 알면 알수록, 파면 팔수록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든 장본인이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그녀가 이룬 결과물에만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 여느 예술가의 삶이 그렇듯 멋진 결과물 속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녀만의 투쟁 역사가 담겨 있다.
사진작가이자 사회 운동가인 낸 골딘. 그녀는 2017년부터 시위 단체 P.A.I.N.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무분별하게 판매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 제약 회사 퍼듀 파마, 이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과 그들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해온 전 세계 대형 미술관을 향해 시위를 벌인다. 2017년 말, 오피오이드 중독에 빠졌다가 벗어난 낸 골딘은 자신과 동일한 위기에 처했던 이들과 안타깝게도 운명을 달리한 이들의 가족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다큐는 그녀가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아니 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한 과거로의 여정을 소개한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은 낸 골딘 개인의 투쟁 역사는 물론, 가족 및 사회 시스템에 억눌린 개인의 투쟁 역사로 말할 수 있다. 이는 다큐의 구성 측면에서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총 7개의 챕터로 나눠 낸 골딘의 과거사와 현재 시위 활동을 병치한다.
<시티즌 포>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은 먼저 챕터별로 그의 언니 바버라 홀러 골딘의 죽음, 위태로웠던 그녀의 유년시절, 1970년대 초 예술가 친구들과 이룬 공동체 삶, 언더그라운드 문화, 첫 번째 사진집인 ‘성적 의존의 발라드’ 이야기, 이후 성공과 나락에 빠진 삶의 굴곡 등을 다룬다. 그녀가 갖고 있거나 직접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 쇼 형식으로 구성, 어느 덧 노년의 시기에 접어든 낸 골딘의 내레이션으로 각 사진에 담긴 이야기와 그 안에 숨겨진 개인사를 소개한다.
‘꼬꼬무’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그녀의 처절하고도 투쟁적인 개인사는 그 자체로 흡입력이 대단하다. 불안한 가정 환경, 여성으로서, 여성 사진 작가로서, 그리고 성적 소수자로서 겪는 사회적 편견은 그녀를 매번 시험에 들게 하는데, 오히려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서도 작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진 작가로서 가감 없이 성적소수자 공동체, 에로티시즘, 에이즈, 약물 중독 등 그 누구도 담지 않은 당시 사회의 민낯을 찍은 작품은 기록물로서 예술로서 그 가치를 입증한다.
이처럼 각 챕터별 소개되는 그녀의 개인사는 현 시점에서 벌이는 그녀의 저항 운동에 당위성을 제공한다. 처방을 받았을 뿐인데, 약물에 중독된 낸 골딘은 또 한 번 개인으로서 사회적 불합리함에 희생양이 된 것. 자신이 처한 삶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으며 투쟁을 벌인 그녀에게 이 사건은 개인으로서 예술가로서 또 한 번 저항 운동의 중심에 서게 한다. 그리고 가열차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퍼듀 파마와 새클러 가문에 반기를 들고 투쟁을 이어가는 그녀는 대형 미술관들의 새클러 가문 기부금 거부 선언을 이끌고, 새클러 가문이 피해자들을 향해 진정한 용서를 하게 만든다.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삶의 기억을 견디는 것은 어렵다. 이야기와 달리 삶의 경험은 악취가 있고 추잡하며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시작을 알리는 낸 골딘의 이 말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나 다름없다. 이 작품이 극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기억을 담기 위해 노력한 이유는 바로 이 말을 온전히 실천하고 싶은 그의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생에서 용감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낸과 같은 사람은 결코 만난 적이 없다”는 로라 포이트라스 감독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새클러 가문을 향한 시위 운동에서 그리고 이 모든 걸 담은 다큐를 통해 실행으로 옮겼다. 마치 이야기를 직조하는 게 아닌 있는 시궁창 같은 삶이라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은 것처럼 그녀는 용기있게 피하지 않고, 또 한 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제79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이 영화가 지닌 의미는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끼’ 또는 ‘한 개인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한 예술가의 진솔한 답을 담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뒷걸음치지 않고, 세상이 보낸 수많은 공격을 온 몸을 다 받아내면서 끝내 자신만의 셔터를 누르는 그녀의 강단과 집념. 거대한 사회 시스템 앞에 개인의 힘이 무력화되는 현 시점에서 예술가가 지녀야 하는 마음과 용기, 그리고 가야 하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영화가 가진 의미는 더 크게 다가온다. 노년의 예술가이자 운동가인 큰 누님의 가르침을 받아 저마다 개개인의 투쟁을 시작해보자. 그것도 아름답게!
사진제공: 찬란 제공
평점: 4.0 /5.0
한줄평: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한 예술가의 답변
*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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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리언 질주하는 속도로 휘몰아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2142년에 살고 있는 20대 여자 레인 캐러딘(케일리 스페니)다. 어수선한 세상이다. 아니 더러운 세상이다. 웨이랜드 유타니라는 기업이 식민지로 삼은 지역에서 태어난 레인. 모든 사람에겐 강제노역이 주어졌다. 본인에게 할당된 강제노역의 시간을 가까스로 마무리 지은 레인. 다른 구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주하기 위해 행정업무를 보던 도중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린다. 기업이 강제노역 시간을 2배(12000시간에서 24000시간)로 늘렸다는 말이었다. 좌절하는 레인. 좌절하던 도중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타일러에게 연락을 받는다. 타일러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어떤 정거장에 잠입해 장비를 훔쳐 '이바가'라는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 타일러의 계획이었다. 여기서 죽던지 아니면 정거장에서 죽는 것이다.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한 레인. 정거장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정거장에는 비밀이 있었다. 에이리언들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고개를 드는 크리쳐들. 과연 레인과 친구들은 위협을 이겨내 이바가로 갈 수 있을까?
클래식의 향기 그대로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를 보고 느꼈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장르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우선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서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강화시킨다. 이 영화는 공간을 우주로 제한하며 인물들의 동선을 제한한다. 몸에서 피부를 녹이는 산성 액체를 분비하는 크리쳐가 있는데 밖으로 나가면 우주 한가운데다. 이 크리쳐랑 우주선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고 끝내는 게 영화가 되면 그건 에이리언 시리즈가 아니다. 둘 중 하나가 녹다운이 될 때까지 추격전을 벌인다. 이 추격전에 윤활유가 되는 장치 두 개. 신체훼손이다. 에이리언이라는 외계인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존재다. 이 알 수 없는 존재가 신체훼손으로 사람에게 겁을 주면 무서움의 넓이를 쉽게 예상하지 못한다. 또 갇혀 있는 공간이라 ‘쟤한테 걸리면 정말 끔찍하겠어’라며 이야기의 처절함을 만드는데 최적화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나 <쏘우> 1편을 생각해 보면 이 서스펜스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가 장르의 관습을 잘 적용한 것이다.
두 번째 서스펜스 요소. 벽과 물이다. 끔찍하게 생긴 크리쳐가 우주선을 쿵쿵거리고 돌아다닌다. 또 게같은 크리쳐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인간들을 위협한다. 그럼 공간과 공간사이에서 도망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이 추격극이라는 관점에서도 벽이 중요하다. 벽과 관련한 상황이 만들어지며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영화 안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벽의 성격. 기본적으로 어떤 존재의 이동을 제약한다. 크리쳐는 일반적인 사고방식 외의 것이 틈입한 존재다. 상상의 벽을 넘어 만들어진 존재가 괴물이다. 글쓴이는 이 크리쳐라는 것의 기본적인 속성과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등치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 중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크리쳐들의 행보가 있다. 이 크리쳐가 어느 순간에 튀어나와서 캐릭터들의 얼굴을 덮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서스펜스가 영화를 이끈다. 크리쳐의 모티브를 영화 안에 그대로 투영시킨 것이다. 이 문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영화는 물의 이미지도 차용한다. 원래 이런 영화(들)에서 물을 다룬다고 하면 생명의 탄생을 다룬다. 이 모티브를 영화가 이상하게 뒤틀어서 기이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런 부분이 영화가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부분이다.
또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것. 에이리언의 생김새다. <더 씽>이라는 영화가 있다. 1982년 영화다. <에이리언> 1편과 함께 크리쳐물의 교과서로 불리는 작품이다. 이 글을 쓰다 글쓴이는 느닷없이 ‘the thing(1982) creature’라고 구글에 검색한다.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 등장한다. 이 비주얼은 지금 봐도 끔찍한데 1980년대 초라는 시대상을 고려해 보면 혁명적이었다. 글쓴이는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 후반부에 등장하는 크리쳐가 <더 씽>에서 따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리쳐물을 왜 보러 갈까? 그거야 끔찍한 크리쳐가 만드는 서스펜스를 체감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는 그 기획의도를 충실하게 이행한 셈이다. 물론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의 크리쳐들과 겹쳐지는 장면도 일부 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은 시리즈의 시그니처라고 봐도 무방하면서 전작들 중 하나가 생각난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크리쳐들을 끔찍하게 묘사하는데, 그냥 단순히 예전 것만 쓱 가져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장면을 어떻게 또 무슨 맥락으로 보여줬는지가 중요할 텐데, 이 영화가 어느 정도는 철학적/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와의 관계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선택과 집중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장르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만든 각본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를 해치우는 영화다. 그럼 당연히 추격극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령 <탈주> 같은 영화들을 생각해 본다. <탈주>의 추격극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이유. 추격하는 과정은 단순한데 그 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그 둘은 사실 큰 관련이 없다. 자유의지를 두고 싸우는 인물의 모습과 추격극이 크게 관련이 없으니 총알 안 맞는 인물의 모습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는 레인의 동선과 한 캐릭터의 활용으로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출이 정말 중요했다. 영화가 크리쳐를 피하던지 / 죽이던지 둘 중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교통정리를 잘한 셈이다. 후반 하이라이트 장면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데, 그전에 불필요한 것들을 말끔하게 정리했으니 하고 싶은 것에 큰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또 이 영화가 장르적인 특성을 잘 살렸다는 점은 인물 수에서 온다. 인물 수가 적은 것은 영화가 영리하게 플롯을 끌고 가기 위해 고른 선택처럼 보인다. 이 영화가 다루고 문제들에 비해 인물은 6명밖에 안 나온다. 막 세계의 누가 어떻게 되고 우주의 운명이 갈리고 이랬다면 영화가 정말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캐릭터 간의 관계를 통해 후술 할 윤리적인 문제를 조명한다. 또, 적은 인원과 넓은 공간이라는 인원/공간 설정을 통해 인간에 의한 변수를 차단한다. 감독의 전작 <맨 인 더 다크>에서 소수정예로 나와 강력한 서스펜스를 보여줬던 것을 이 영화에서 그대로 승계했는데 자기가 잘하는 걸 선택하고 집중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사운드를 활용한 방식도 탁월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 최고의 강점이다. 크리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찌지직하며 몸을 움직이는 듯한 소리, 공간적 배경이 우주인 탓에 일어나는 진공, 앤디의 목소리 톤을 활용한 연출까지 영화가 사운드를 통해 잡을 수 있는 장르적인 장점은 싹싹 긁어모았다. 글쓴이는 앤디가 "Run!"이라고 말하는 장면과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의 사운드 연출에서 보여주는 밀도에서 놀라웠다. 서울권의 관객들은 돌비관에서 봐도 충분할 듯하다.
트롤리 딜레마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이 두 문제를 한 방에 축약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앤디다. 앤디가 내포한 첫 번째 딜레마. 앤디를 우리와 비슷한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부분이다. 앤디는 합성인간이다. 합성인간이라 함은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합성인간은 인간과 인간사이에서 유대감을 이룬다. 동시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에 개입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두 설정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개입할 수 있으면서 사람과 유대감을 쌓는 존재는 세상에 인간 말고 존재하기가 어렵다. 반려동물들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 영화와 유사한 사건을 그대로 겪는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 설정을 영화가 처절하게 활용하는데, 이런 앤디가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장르적인 재미도 챙기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윤리적인 고민을 수반시킨다. 과연 우리는 이런 존재를 인간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이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하더라도 존중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지 않을까? 이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앞에 두고 질주하는 영화이니 만큼 윤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
두 번째 문제는 공리주의다. 제레미 벤담을 위시로 한 공리주의를 다룬 철학자들은 많았으니 이미 많은 관객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룬 특별한 조건이 있다. 이 공리주의에 대한 부분이 앤디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서술했듯 앤디는 인간이 아니다. 앤디 같은 합성인간이야 어디 가서 구매해도 대체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주인공 레인은 이것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동생 같은 앤디를 지키기 위해 인물이 어떤 행동을 고수한다. 이 레인의 행동은 레인 외의 인물들과 전적으로 대치되며, 특히 어떤 캐릭터의 히스토리와 대비되며 ‘과연 객체를 무시하고 다수의 이익부터 따지는 것이 옳은가?’를 질문한다. 호러영화에서 이런 식의 딜레마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각본이 영리해서 캐릭터의 특성을 중심으로 잘 구현했다. 글쓴이는 앤디가 프로그래밍된 존재라는 점이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인 수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쓱 지나가는 설정이지만 감정이입의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복제인간 유형
이 영화의 단점으로 뽑을 수 있는 건 캐릭터 설정이다. 글쓴이는 크게 두 인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일단 비요른이다. 비요른은 위에서도 적은 영화가 다룬 윤리적인 문제에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이게 공포영화의 1차원적인 클리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인물이 아예 더 막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인물이 겪은 트라우마에 비해 세상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이 적당히 찌질하다. 이 사람은 이렇게 1차원적인 캐릭터로 남지 않아도 됐다. 더 강력한 찌질함으로 무장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캐릭터였어도 이야기에 큰 무리가 없는데 이 위험도에 비해 인물이 납작하니 이야기의 굴곡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예 더 찌질했으면 이야기의 마무리가 더 강렬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레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레인이 갖고 있는 성격 특성이 있다. 승무원 구성원들을 아낀다는 점과 앤디에 대한 애정 두 가지다. 후자는 잘 알겠다. 초반에 등장하는 레인의 설정 때문에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자는 영화가 굉장히 편의적으로 다룬다. 감정적인 몰입도를 영화가 성실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다. 레인을 지지하지만 옅게 지지하는 캐릭터 케이가 그렇다. 이 케이와 레인은 극 중에서 친하다는 느낌이 없는데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방식은 상호 간에 깊어 보인다. 영화 보기의 관습에 힘입어 ‘아 얘들 친하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냥 납득하고 넘어갈 수는 있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없어 인장이 옅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장르영화로서 훌륭해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를 총평하는 ‘재미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누가 글쓴이에게 ‘야 지금 걸려있는 것 중에 뭐가 제일 재밌어?’라고 묻는다면 ‘이거!’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했던 <빅토리> 감정적인 중심만 중요한 <행복의 나라> 평범한 게 장점이자 단점인 <트위스터스>에 비해 장르로서 / 감독 개인으로서의 향이 강한 영화가 이 작품이다. 대신 영화 안의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8월 14일 개봉작 빅 4에 비해서도 몰개성한 느낌이 있고, 잔인한 수위라는 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이런 장르물에 목말라 시원한 사이다 한 방을 기다려온 관객들 아닌가? 굶주린 관객들에게 시원한 마실거리가 될 <에이리언 : 로물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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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의 초상화 밖으로 뛰쳐나간 여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코르사주>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이름을 날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비키 크립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인 '프란츠 요제프(플로리안 테히트마이스터)' 황제는 인형과도 같은 황후의 역할만을 요구한다. 이에 엘리자베트는 답답한 코르사주(코르셋)를 조인 채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며 그저 우아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흔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그녀는 아들인 '루돌프(아론 프리즈)' 황태자의 경고도 무시한 채 여행, 불륜, 마약에 손을 대며 한 명의 여성이자 개인의 삶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고,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오스트리아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된 영화 <코르사주>. <코르사주>는 흔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마지막 황후이자 ‘시씨’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실 엘리자베트 황후의 이야기는 뮤지컬 '엘리자베트(엘리자벳)'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자유분방한 소녀였지만 황후가 되었고, 전통과 관습이 지배하는 궁정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아름다운 미모로 전 유럽 사람의 찬사를 자아냈지만, 미모를 관리하던 중 거식증에 걸리는 등 온갖 고초를 거쳐야 했다. 그러면서도 궁전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한 비운의 황후였다. 마치 다이애나 스펜서의 선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르사주> 속 엘리자베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영화는 그녀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대신 '마흔이 된 황후 엘리자베트’의 변화에 주목한다. 특히 그녀가 어느 시점부터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왜 그러한 선택을 내렸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렇게 영화는 황후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한 인간 엘리자베트의 얼굴을 세상에 내보인다.
영화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숨을 참는 엘리자베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목욕을 마친 그녀는 코르사주로 허리를 동여맨다. 준비를 끝내고 황제와 함께 미술관 개장 행사에 참여한 그녀는 코르사주를 지나치게 세게 묶은 나머지 돌연 정신을 잃고 기절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그녀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아름다운 인형으로 남아야 한다. 일례로 그녀의 식단은 만찬과 연회 중에도 철저한 관리 대상이다. 그녀는 남들이 먹는 화려한 음식들에 손조차 댈 수 없다. 황후에게는 황제 옆에 서서 인형처럼 웃는 것 외에 다른 일이 없으므로, 조금이라도 인형의 외관에서 벗어나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하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황실 소속 화가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자 주치의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마흔이니 더 각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오프닝은 엘리자베트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을 빌려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지를 명확히 암시한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아름다움'이라는 미적 기준이 개개인을 억압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며, 수동적인 존재로 격하한다고 비판한다. 이전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권리가 보장되었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움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엘리자베트를 구속한 악습이 오늘날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탈코르셋’(탈코) 운동처럼도 보인다. 사회구조적 외모 강박 혹은 여성성 강요에 저항하려는 목적으로 화장이나 긴 머리, 여성적 옷차림 등 ‘사회적 여성성’을 부정하는 시도가 엘리자베트의 삶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는 한 개인으로서 엘리자베트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선택과 황후로서 엘리자베트가 자신을 옥죄는 규범을 어기며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같이 위치시킨다. 그녀는 코르사주를 벗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단발로 잘라버린다. 동시에 황제의 부인이라는 지위를 거부한다. 황제에게 정부를 소개하고, 영국인 승마 선수 조지 베이나 사촌 루트비히 2세와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관계를 유지한다. 한편으로는 황후로서 참석해야 할 공무를 외면한 채 자유를 즐긴다. 또 고정된 이미지로 남아야 하는 초상화 작업은 거부하지만 자유롭게 들판을 거니는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동영상 촬영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황후의 삶을 포기하고 여성으로서의 자유를 추구하는 엘리자베트의 노력은 그녀가 갖고 있던 또 다른 가능성 때문에 더 인상적이다.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린 자기 경험을 투사하며 정신병 치료와 정신병원 시설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적인 면모도 지녔고,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발칸반도 진출과 관련해 전황을 판단할 줄 아는 식견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만약 그녀가 미모를 가꾸는 데 열중해야 했던 시간과 노력을 다른 데에 투자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의 지향점을 생각하면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황실의 모습을 비추면서도 화려한 궁전 내부를 기대보다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각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칙칙하고 어두운 통로들을 더 자주 비춘다. 마치 겉보기에는 화려하나 실제로는 생기가 없는 엘리자베트의 외관과 내면을 한 공간에 담기라도 한 듯이. 또 그렇기에 <코르사주>가 완성한 황후 엘리자베트의 새로운 초상도 인상적이다. 황후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바닷속에 몸을 던져 자유를 얻는, 비극적이면서도 엄청난 해방감을 선사하는 결말의 순간에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숨 쉬고 있는 엘리자베트를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인과 황후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엘리자베트의 변화를 <코르사주>가 과연 적절히 전달하는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엘리자베트라는 실존 인물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만 부각해 원하는 인물상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마리 크로이쳐 감독은 "영화적 내러티브로 전환하면서 내용과 형식적으로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면서 "이야기하거나 묘사하는 것에 있어 모든 역사적 ‘실수’는 모두 예술적 결정이었다. 나는 멋지고 깔끔한 전기 영화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코르사주>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 또한 조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선택은 그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황후라는 지위가 얼마나 부담되고 무거운 자리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엘리자베트의 고난과 시련이 구체적으로 와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쇠락기에 접어든 제국이었다.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제국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헝가리의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여 1867년에 오스트리아 황제가 곧 헝가리의 군주를 겸임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군주제 체제를 구축했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나름 동등한 위치로 제국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제와 황실의 존재는 붕괴 위기에 빠진 제국을 지탱할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마치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왕실이 영국이라는 국가와 영연방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유지한 것과 유사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즉, 당시 황제와 황후, 그리고 황실은 서로 다른 민족과 국가를 하나로 묶는 상징이자 실질적 제도로서 기능해야 했다. 실제로 엘리자베트의 막내딸 발레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제국의 통합을 상징하는 공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황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미모를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나 맥락을 알 수 있는 장치는 많지 않다. 특히 오스트리아 관객이 아니기에 더욱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엘리자베트가 겪은 여러 어려움은 그저 막연하다. 짐작하고 동조할 뿐, 설득될 수가 없다. 황후로서 역할이 얼마나 막중했는지, 그녀의 역경이 얼마나 큰지, 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강한지 명확히 드러날수록 해방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큰 쾌감이 느껴질 것이고, 그녀에게 자유가 의미하는 바가 더 절실히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왜 승마를 그토록 사랑했는지, 왜 그토록 손쉽게 마약에 빠져들 수박에 없었는지 그 동기와 계기도 더 잘 설명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다음처럼 이해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엘리자베트가 황후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자를 누릴 뿐, 후자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배경이 어떻든 간에 작중 엘리자베트가 결국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약한 막내딸을 굳이 새벽에 외출시켜서 감기에 걸리게 하는 것, 그토록 엄중한 상황에서 자신의 스케줄을 마음대로 거부하는 것, 평생 여행을 다니며 황후의 역할을 회피하는 것도 마냥 동정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제목인 코르셋(코르사주)이라는 상징에 담긴 <코르사주>의 메시지는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그 메시지를 현현한 엘리자베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부적절한 것도 사실이며, 그 결과 과연 이 영화가 원하는 대로 수용되거나 해석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코르사주>는 황후와 여성 사이에서 길 잃은 엘리자베트만큼이나 모호한 인상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만다.
A(Acceptable, 무난함)
평범한 여성이 되고 싶었던 황후. 실존적 불안과 치기 어린 불평 사이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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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최고의 영화 TOP10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로, 지난 2020년 1월 봉준호 감독이 커버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은 잡지인데요. 1995년 이후,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인 애니 리버비츠 작가가 찍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커버로 쓰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잡지입니다.
베니티 페어에선 매년 말,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을 발표해왔는데요. 해외 유력 매체인 만큼, 이 리스트는 오스카 시상과 비슷한 결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2020년도 리스트에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며, 국내에는 언제 소개될 수 있을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10. <베르히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멜로/로맨스 |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독일 | 105분
감독 : 미아 한센-러브 | 출연 : 비키 크립스, 미아 와시코브스카, 팀 로스
? IMDb 6.7/10 ? Tomatometer 86%
? 제74회 칸 영화제(2021)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
개봉 : 2022.01 예정
어떤 여름. 전설적인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거주하면서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던 스웨덴의 작은 섬 파뢰에 한 미국인 커플이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감독인 크리스와 토니는 여름휴가 동안 이 평화로운 섬에서 각자 새 시나리오를 집필할 계획이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팬들에 따르면 <결혼의 풍경>(1973)의 영향으로 실제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촬영지인 파뢰섬에서 부부가 함게 창작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야생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크리스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고, 현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9.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모험, 드라마, 판타지 |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 130분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 IMDb 6.6/10 ? Tomatometer 89%
? 2021년 한국 평론가 투표 1위
개봉 : 2021.08.05 (한국)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8. <매스> (Mass)
드라마 | 미국| 111분
감독 : 프란 크랜즈 | 출연 :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리드 버니
? IMDb 8/10 ? Tomatometer 95%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2021) 플래시 포워드상 수상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화해까지, 그들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의 데뷔작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충격적인 주제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을 연기한 네 배우 모두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 할 정도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든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올해의 화제작.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7. <더 휴먼스> (The Humans)
드라마 | 미국| 108분
감독 : 스티븐 카람 | 출연 : 스티븐 연, 비니 펠드스타인, 에이미 슈머
? IMDb 6.2/10 ? Tomatometer 92%
? 토니상 4관왕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 A24 신작
전쟁 전, 맨하탄 시내의 복층 주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영화는 블레이크 가족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저녁의 과정을 따라간다. 무너진 건물 바깥에 어둠이 내리자, 밤새 신비로운 것들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가족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6. <수베니어 파트 II> The Souvenir Part II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107분
감독 : 조안나 호그 | 출연 : 오너 바이언, 로버트 패틴슨, 찰리 히턴, 틸다 스윈튼
? IMDb 7.8/10 ? Tomatometer 94%
? 영국 독립영화상 3관왕 수상,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불투명하기만 했던 앤소니와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한 줄리는 그를 잊기 위해 다시 학교 프로젝트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앤소니와의 과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 둘의 범상치 않았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과 배우들 때문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이 앤소니와 줄리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속작인 <수베니어: 파트 II>에선 줄리의 험난한 제작과정에 비중을 둔다.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젊은 여성의 삶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았다. 줄리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의 환상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5.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가족 |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 90분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 IMDb 8.2/10 ? Tomatometer 98%
?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
감독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은 10대 중반 아프간 난민 출신의 아민을 처음 만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친구의 탈출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그가 고향을 떠나 덴마크에 홀로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과 가족을 부인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그린다. 특히 아민이 처음으로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커밍 홈' 장면이 될 것이다.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가 지닌 힐링의 힘을 믿고 싶다면, 혹은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4. <컴온 컴온> (C'mon C'mon)
드라마 | 미국 | 108분
감독 : 마이크 밀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가비 호프먼, 우디 노만
? IMDb 8.1/10 ? Tomatometer 96%
? 2021년 에너가카메리마쥬 시상식 2관왕. A24 신작
개봉 : 2022년 봄 예정
주인공의 여동생이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고 하자, 라디오 기자인 그는 그의 활기찬 조카에게 로스앤젤레스와는 다른 삶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대륙횡단 여행에 나선다.
3.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 126분
감독 : 제인 캠피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 IMDb 7/10 ? Tomatometer 96%
? 아카데미 수상 제인 캠피언 신작, 넷플릭스 작품
개봉 : 2021.11.17 (한국)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가 로즈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2.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드라마 | 일본 | 179분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박유림
? IMDb 7.9/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개봉 : 2021.12.23 (한국)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는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1.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멜로/로맨스 |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 128분
감독 : 요아킴 트리에 | 출연 : 르나트 라인제브,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 IMDb 8.1/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의학을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몸보다는 마음을 치료하고 싶어'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공부보다는 예술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사진 찍기를 시작하고,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이제는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중반 즈음, 세상이 멈춘 가운데 줄리 혼자서 오슬로의 길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진 그녀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어른아이,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세상의 모든 줄리들을 위한 영화는 신예 레나테 라인스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더러 보이네요.부디, 2022년엔 위 작품들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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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 노출 뒤 드러난 세 남녀의 숨겨진 욕망
밀실을 소재로 얽히고설킨 세 남녀의 치정극.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히든 페이스>는 에로틱 스릴러로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원작만 봐도 수위 높은 노출과 파격적 설정이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는 리메이크 버전의 기대 요소 중 하나. 에로틱 장인인 김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인지 극장에서 마주한 영화는 그 기대감을 충족할 만하다. 아름답고도 수위 높은 베드신의 완성도 뿐만은 아니다. 그 장면에 숨겨진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뜨거움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이 좀 일찍 찾아오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이자 약혼녀인 수연(조여정)의 영상 편지를 확인한다. 결혼 스트레스 때문에 해외로 떠난다는 내용을 본 그는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그녀의 부재를 대신해 첼리스트 미주(박지현)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들어온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상류층의 삶에 염증을 느낀 그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흙수저라는 공통점을 가진 미주에게 매력을 느끼고, 술을 건하게 마신 비 오는 밤, 자기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낸다. 중요한 건 이 모습을 수연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 집 안에 있었던 밀실 공간에 갇힌 그녀는 이후 성진과 미주의 불륜을 마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작품을 제안받고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볼 때와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와 DNA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발현되지 못한 욕망의 뿌리들이 저 먼 아래에서 서로 연결돼 있는 듯한 지점에 가장 이끌렸다.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우 감독은 <히든 페이스> 리메이크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기존 원작은 개연성과 디테일보다는 밀실 콘셉트를 밀어붙이며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에 집중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주인공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의도가 결여되어 위험한 사랑의 테스트로만 비쳤던 게 사실이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의 단점을 메우고 자신만의 결로 다잡기 위해 계급 갈등을 집어넣는다. 성진은 개천에서 용 난 흙수저 케이스다. 그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건 단장인 엄마의 소중한 딸 수연의 힘이 크다. 자기 손을 일궈낸 결과물이 아닌 수연의 힘으로 엉겁결에 상류층이 된 그는 내색하지 않지만 수연의 꼭두각시처럼 생활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하소연할 때 없는 성진에게 슈베르트를 좋아하고 소주를 즐겨 마시는 흙수저 미주는 공감 대상이 되고, 서로 통한 마음을 바탕으로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욕정으로 분출된 것.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성진과 미주, 그리고 이를 밀실에서 본 수연의 관계는 더 복잡미묘하게 엮인다.
“인간은 포장이야” 오케스트라 단장이자 수연의 엄마 혜연(박지영)이 내뱉은 이 말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흙수저든 금수저든, 실력이 있든 없든 간에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기 마련. 알맹이가 어떻든 남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 말을 역행하듯 감독은 성진과 미주의 베드신을 그저 아름답게만, 그리고 단순히 그들만의 복잡미묘한 사랑으로 그리지 않는다. 스포일러라서 밝힐 수 없지만 이 관계는 어떤 의도를 담고 시작된 위험한 불장난이다. 마치 <인간중독>의 진평(송승헌)과 가흔(임지연)과는 다른 결의 주인공들과 이야기로서 발전한다는 걸 내비치는 듯 말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밀실에 갇힌 건 수연이 자초한 일. 그 안에서 이들의 불륜을 목격하고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 설정 또한 주인공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밀실에 갇히게 된 원작과 달리 수연이 스스로 들어가 갇히게 된 이유를 집어넣는다. 수연과 미주가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새로운 설정을 가미한 영화는 더 나아가 호의를 무기 삼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수연의 전사를 보여주며, 밀실에 갇힌 것 자체가 과거의 죗값을 치르는 것처럼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계급 갈등이란 무거운 주제 의식을 삽입, 밀실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한 에로틱 스릴러라는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 등 감독은 꾸준히 계급 갈등을 소재로 포장지에 감싸진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려왔다. 이런 점에서 <히든 페이스>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작에서 느껴진 애틋한 사랑과 연민은 이번엔 없다. 대신 정해진 계급 사회 안에서의 차가운 욕망을 발현하고 그에 따른 비틀어진 행복에 취하는 인물들과 결말을 보여준다.
<히든 페이스>는 김대우 감독의 진일보한 연출력을 보여준 건 맡지만,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설득하기에는 힘이 달린다. 계급 갈등을 조장하는 부유층의 이미지는 피상적일뿐더러, 후반부 반전에 따른 관계 역전이 파격적인 놀라움을 주지만, 이를 도달까지의 속도감이 더디다. 결말에 따른 공허함도 크다. 이는 호불호가 갈릴 이유로 보인다. <주홍글씨> <상류사회> 등 소재와 이야기 흐름이 비슷한 영화의 기시감도 걸림돌이다.
이런 단점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송승헌은 꼭두각시로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갈등을, 조여정은 겉으로는 호의를 내비치지만, 그 자체를 족쇄로 삼아 사람들을 부리는 상류층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김대우 감독과 첫 협업인 박지현은 두 인물의 관계를 전복시키며, 반전을 꾀하는 모습을 잘 그린다. 특히 과감한 노출 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한다.
영화 제목처럼 세 인물은 숨겨진 자신들의 얼굴을 내보이고, 각자가 누릴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취한다. 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본연의 얼굴로 살아갈 수 없는 이 잔혹한 사회에서 그나마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더 가져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게 공허함 뿐일지라도.덧붙이는 말: 극 중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4개의 즉흥곡 D.899 중 제3번, 그리고 교향곡 8번 ‘미완성’이 삽입되었는데, 각 곡마다 성진의 마음과 각 장면의 의미를 더 아로새긴다. 특히 초반 성진의 마음을 빼앗는 미주의 첼로 연주곡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후반부 이 영화엔 얄팍한 서정성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역설적으로 내보이는 듯한 교향곡 8번 ‘미완성’은 주의 깊게 들어보길 바란다.
평점: 3.0 / 5.0
한줄평: 원작보다 높은 수위, 원작보다 좋은 짜임새, 원작보다 아쉬운 속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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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0월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조커: 폴리 아 되>가 차지했지만,
개봉 수익은 4,000만 달러에 그치며 1억 9천만 달러의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사용자 평점 37%, 평론가 평점 33%를 받았고,
IMDb에서도 5.4/10의 점수를 기록하는 등 관객과 평론가 모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향후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어느새 7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 2>가 10월에도 1위를 지키며
여전한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위인 <조커: 폴리 아 되>는 누적 관객 수 약 45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묘> 김고은, <파친코> 노상현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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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꿈꾸는 고양이> 메인 예고편
우리는 개발로 인해 유용한 삶을 누리게 되겠지만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건 잘 알지 못한다.
건물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길 위 고양이들의 삶.
우린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켜줄 수 있을까?
무너지는 그곳에서 만난 아이에게 꿈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존하는 삶을 꿈꾸는 여정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