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01 18:15:28
노동자에서 영웅으로
-<트랜스포머 ONE>(2024)
<트랜스포머> 영화 시리즈의 첫 편이 나온 지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이야기의 초점은 흐려지고, 오로지 파괴적인 액션 장면들이 나열되는 느낌을 준다. 초기의 신선했던 감동은 점차 사라지고,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시리즈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의 세계관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 그들의 고향인 사이버트론이라는 행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애니메이션 영화 <트랜스포머 원>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사이버트론의 기원을 다루며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단순히 로봇 전투 액션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들의 정치적 성장과 계급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사이버트론의 노동자 계급을 전면에 내세우며, 각 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감정을 통해 관객에게 정치적 함의를 전달하는 방식이 무척 흥미롭다. 이제, 이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주요 캐릭터들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첫 번째 감정] 오라이온 팩스(옵티머스 프라임)의 자유
영화 <트랜스포머 원>에서 오라이온 팩스는 사이버트론 행성에서 평범한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광부로 등장한다. 그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깊었으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질서가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사이버트론의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오라이온 팩스에게 큰 충격을 주며, 그는 시스템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진실을 알게된 그 순간은 그의 내면에서 자유를 향한 열망이 싹트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오라이온 팩스는 시스템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폭력적이지 않다. 그는 자유를 위해 싸우되, 과격한 방법 대신 온건한 접근을 택한다. 그의 목표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부패한 체계를 개선하고 바로잡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적으로 비둘기파에 가까운 온건한 이상주의자적 태도이며, 사이버트론에서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영웅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오라이온 팩스가 선택하는 길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타협과 대화를 중시하는 방식이다. 그는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이는 그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단순한 전투영웅을 넘어선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이후 옵티머스 프라임으로 거듭나며 사이버트론의 지도자로 인정받게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두 번째 감정] D-16(메가트론)의 분노
오라이온 팩스와 대조적으로 D-16, 즉 메가트론은 같은 노동자 계층에 속해 있지만, 그가 택한 길은 완전히 다르다. 메가트론은 처음에는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오라이온 팩스와 함께 노동자로 살아가면서도, 메가트론은 체제의 틀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내면에서는 억눌렸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메가트론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체제를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욕망으로 변모한다. 그는 현재의 사회가 부패하고 타락했기 때문에, 이 세상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고 믿는다. 메가트론의 이 파괴적인 성향은 그를 강경한 매파로 만든다. 그는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오직 새롭게 탄생할 세계를 꿈꾸며 폭력적인 혁명을 추진한다. 이는 그가 오라이온 팩스와 갈등하게 되는 핵심 원인이 된다.
하지만 메가트론의 분노는 단순한 파괴적 욕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그가 오라이온 팩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며, 이 영화는 메가트론이 가진 복잡한 감정을 더 깊이 파고들며 그의 폭력적 성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메가트론은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자기 방식대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로서 그의 캐릭터가 확립된다.
[세 번째 감정] 사이버트론 고대 조상들의 믿음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사이버트론의 노동자 계급에서 시작한 두 인물이 결국 각기 다른 정치적 길을 걷게 된다는 점이다. 사이버트론의 고대 조상들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들은 각 영웅들에게 지혜와 힘을 부여하며, 그들의 성장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흥미롭게도, 고대 조상들은 자유와 정의를 상징하는 오라이온 팩스, 즉 비둘기파의 손을 들어준다. 그들은 사회를 파괴하기보다는 개선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개혁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러한 조상들의 믿음은 오라이온 팩스와 메가트론이 상징하는 두 가지 정치적 이념, 즉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을 더욱 부각시킨다. 영화는 결국 이 두 인물의 갈등을 통해 자유와 분노, 개혁과 혁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들은 사이버트론의 미래를 두고 서로 대립하며, 그 과정에서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라는 두 영웅의 정치적 성장과 충돌을 보여준다.
조상들의 역할은 단순히 전설 속의 존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혜가 현대의 갈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이 남긴 유산은 두 인물의 행동에 방향성을 제시하며, 영화 속에서 사회적 진화와 혁신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제공한다. 사이버트론의 고대 조상들은 이 갈등의 심오한 철학적 배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는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깊이
<트랜스포머 원>은 단순한 액션 애니메이션 이상의 깊이를 가진 작품이다. 영화는 사이버트론의 계급 갈등과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성장 과정을 그리며, 자유와 정의, 분노와 혁명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주제를 다룬다. 오라이온 팩스와 메가트론의 대립은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정치적 이념이 충돌하는 과정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 영화는 특히 사이버트론이라는 세계의 기원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을 세밀하게 다룬 점에서 주목받는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단순히 로봇들의 전투 장면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인물들의 정치적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논쟁이 되는 정치적 주제들을 트랜스포머 세계를 통해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영화의 감독은 애니메이션계에서 유명한 조시 쿨리다. 그는 <토이 스토리 4>를 통해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은 감독으로, <트랜스포머 원>을 통해 트랜스포머 세계관의 깊이를 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클 베이가 이끌었던 실사판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달리, 조시 쿨리는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서사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특히 캐릭터들의 내면을 탐구하며 그들의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옵티머스 프라임, 즉 오라이온 팩스의 목소리를 맡은 크리스 햄스워스는 특유의 남성적이고 강렬한 목소리로 프라임의 리더십과 결단력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메가트론의 목소리를 맡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그의 분노와 카리스마를 잘 전달하며 메가트론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두 배우의 목소리 연기는 영화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트랜스포머 원>은 트랜스포머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서사적으로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단순한 로봇 전투를 넘어, 정치적 성장을 그린 이 영화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기원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트랜스포머 팬뿐만 아니라, 정치적 서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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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진짜로 봐야 할 건...
돈 룩 업
줄거리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와 그의 담당 교수 랜들.
이들은 여느 때처럼 관측을 하다가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 지구로 날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고에 보고를 거쳐 소식은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지만, 대통령은 별것 아니라는 듯 그들을 집무실에서 내보낸다.
결국 이 급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토크쇼까지 나가게 되지만,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인기 스타의 스캔들뿐.
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을까?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로 봐야 할 건...
숨은 의미 찾기
“미안한데 모든 대화를 재치있고 매력적이고 호감 있게 할 순 없는 거예요.
어떨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해요.”
거대한 혜성이 충돌한다는데도, 토크쇼는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는 mc들에게 민디는 소리친다.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려던 시도는 처참히 실패해버린다. 민디는 공포에 절은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며 디비아스키가 울면서 했던 말을 반복한다. 지구가 파괴된다는 소식은 재밌으면 안 된다고, 무섭고 불편해야 한다고.
영화에 등장한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들에 대한 풍자는 차치하고,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대중들이다. 지구 멸망에 대한 이슈를 누군가는 선동하고, 누군가는 이용하고, 누군가는 조종하고 있다. 이 영화를 넷플릭스로 시청했을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따르는 해석보다는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이들에 대한 해석이 훨씬 중요하고 긴박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쿨’한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덕후’라고 부르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오글거린다’는 단어로 일축한다. 쿨하지 못하고 지질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길게 늘여 쓴 글씨들과 렌즈를 밀착해서 찍어낸 사진들은 우스운 취급을 받는다. 그런 것들은 너무 뜨겁거나 본격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보다는 훨씬 더 짤막한 글과 멀리서 찍은 몇 장의 사진들을 선호한다. 이른바 ‘세 줄 요약’이 되어 있지 않으면 쳐다도 보지 않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왜? 그런 것은 ‘쿨하지 않’으니까.
이른바 ‘쿨’해지기 위해선 주변을 면밀히 살피지 않아야 하고, 상대에 크게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 한 마디로 세상에 무심하면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쿨해서 냉방병에 걸릴 지경이다.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모두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탓에 날아오는 혜성을 눈치채지 못한다. 아니,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다. 정작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자 있을 때면 속으로 안절부절하면서도 거울 속 진실을 바라보기는 두려워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가?
디비아스키와 민디의 말마따나 모든 것이 ‘쿨’해서는 안 된다. 때론 오글거릴지라도 뜨거워야 하며 구질구질하더라도 물고 늘어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를 진실에 접근하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포스터의 문구는 유머 넘치게도 영화가 실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걸 마냥 우습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속한 세상에 열심히 관심을 가지려고만 한다면, 영화가 실화가 될 거란 우려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속에서 우리의 시야를 가리려고 하는 모든 인물들을 걷어내고 본질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영화가 실화가 될까 걱정스러운 이유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심에 있다.
“우린 그 혜성이 주는 일자리에 찬성이야.”
거대 기업 ‘배시’의 창립자인 ‘피터 이셔웰’의 말 한마디에 혜성의 궤도를 돌리려던 계획은 전면 무산된다. 그 대신 엄청난 양의 광물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이 혜성의 가치를 다시금 판단하게 되고, 인류는 이 혜성을 지구에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몇몇 사람들은 그 혜성이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라 우려하지만, 대부분은 배시와 정부에서 하는 광고를 보고 마음을 돌린다. 혜성에서 얻은 광물들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지구를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그 광고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에베레스트 산만한 크기의 혜성이 시시각각 지구로 다가오고 있다. 그 정도 크기면 인류가 이루었던 모든 업적들은 산산조각 날 것이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질 것이다. 그런 순간조차 혜성을 돈으로 환산해 소유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은 인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늘 자연을 인간의 것으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파괴하고 부수어서 인간에게 유리한 모습으로 꾸며오지 않았던가. 자연을 마음대로 다루고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과거가 만들어놓은 현재를 보라.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남극은 녹아내리고, 섬이 잠기고 있다. 혜성이 지구에 닿는 순간 미래는 없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끝없는 욕심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아니, 누군가가 속길 바라며 만든 환상 속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이쯤에서 제목을 살펴보자. 대체 왜 ‘돈 룩 업(Don’t loook up)’일까? 영화 내용에 따르면 제목은 ‘저스트 룩 업(Just look up)’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길을 보세요. 그리고 한 발을 내디디세요.
한 발 또 한 발, 하루 또 하루.”
대통령인 '올리언'은 연설한다. 아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늘에 다가오는 진실을 올려다보지 않는 대신, 텔레비전을 들여다 보라는 소리니까. 조금 재치 있게 보자면, 올리언이 외쳤던 구호를 굳이 제목으로 쓴 이유는 비꼬기 위해서다. ‘그래, 그냥 그렇게 평생 진실을 외면하면서 핸드폰이나 들여다보고 사세요.’ 하고 말이다. 올려다보지 말라는 말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올려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제목이다. 실제로 제목이 ‘저스트 룩 업’ 이었다면 너무 단순해서 재미가 없었을 것 같은데, 감독의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하지만 제목에서의 ‘돈 룩 업’은 조금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몇몇 나라에서 혜성 궤도를 바꾸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결국 배시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라야 하는 때가 오고야 만다. 배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당일, 디비아스키와 민디는 뉴스도, 하늘도 바라보지 않은 채 집으로 향한다. 내내 하늘을 바라보라고 외쳤던 그들이지만, 그날만큼은 하늘 위의 혜성이 아닌 둘러앉은 가족들을 바라본다. 그저 소중한 사람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소소한 우스갯소리를 하며 대화를 나눌 뿐이다.
“아무 일 없는 듯 굴어도 되지만 이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일.
축하하든 울든 기도하든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어떻게든 바로잡아.
내일은 오지 않을지 모르니까.”
‘돈 룩 업’이라는 제목은 올리언의 연설과 같이 미래를 보고 전진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현재를 살아가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 중 라일리 비너의 노래 가사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민디가 홀로 외롭게 죽을 것이라는 피터의 예측과 다른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쳐다보며 발만 동동 구를 바에야,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조금이라도 더 눈을 맞추는 것은 어떨까.
그 눈빛과 마음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가슴에 담는 것이, 어쩌면 지구 멸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닐까.
이것은 우주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감상평
‘우주’라는 주제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열심히 수업 궤도를 따라가려 애썼지만 결국 어느 한순간에 놓쳐버렸고,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이름이나 숫자와 싸우고 있을 때 나는 그냥 무심히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다. 특별히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 거라면 ‘수금지화목토천해’만 외워도 그만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블 망원경이니 뭐니 하는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우주를 관측할 만한 호기심이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주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은 가끔 챙겨 본다. 실제 우주를 내다 보기엔 어렵고 광활한 것들도 작품 안에서는 축약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주 속에 있는 사람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주야장천 쏟아내기만 했다면 딱히 즐거운 시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이야기가 아닌,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이야기였다. 한 발 더 들어가서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신경을 자극했고, 덕분에 제법 즐겁게 영화를 시청했다.
영화는 결국 ‘케빈 인 더 우즈’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한다. 보통의 영화와 달리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며 끝난다. 이런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현실적이라서보다는, 겸허히 사랑하는 이들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 후회하고 되돌리려는 쓸모없는 노력을 하기보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맞으니까.
덧붙여서, 마지막 쿠키 영상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올리언의 아들인 제이슨이 홀로 폐허가 된 지구에서 핸드폰을 바라보며 ‘구독과 좋아요’를 외치는 모습 말이다. 어쩌면 진짜로 최후의 인류는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오싹함과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구나 하는 깨달음. 어쩌면 본편을 축약한 쿠키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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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지지대가 되어 주는 친구
- 절친한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족보다 친구가 건강과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힘이 되는 친구가 있다면 즐겁게 장수할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기쁜 순간을 공유하고, 가족에게도 보여 주기 어려운 속내를 터놓을 수 있고,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친구가 있다면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조금은 더 가벼울 것이다.영화 <아워 프렌드>는 제목처럼 소중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유명 잡지 '에스콰이어'에 실려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랑스러운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다코타 존슨)과 맷(케이시 애플렉) 부부. 어느 날, 니콜이 말기암 선고를 받고 난 후 니콜과 맷의 심신은 점점 붕괴된다. 니콜과 맷의 오랜 친구인 데인(제이슨 세걸)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 두 사람을 돕는다. 데인은 아예 니콜과 맷의 집 안에 있는 구석진 작은 방에서 장기간 기거하면서 니콜, 맷, 두 딸을 살뜰히 챙긴다. 그러다 보니 데인의 여자친구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데인을 떠난다.데인은 왜 이렇게 자신의 삶을 저버리면서까지 친구의 삶을 위해 희생할까? 폭풍이 몰아치는 벼랑 끝에 서서 삶을 포기해야겠다고 데인이 생각했던 순간에 니콜과 맷이 데인의 손을 꼭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데인은 자신을 구렁텅이에서 꺼내 준 니콜과 맷이 힘겨울 때 곁을 지켜줌으로써 진정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었을 것이다. 동시에 스스로 삶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새길 수 있었을 것이다. 휘청일지라도 쓰러지지는 않도록 서로 삶의 지지대가 되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은 서서히 보는 이의 마음을 데운다.세 주연 배우들은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케이시 애플렉과 제이슨 세걸은 실화의 실제 인물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생기 넘치는 뮤지컬 배우였다가 건강이 악화되어 마음까지 위태로워지는 말기암 환자의 내면과 외면을 생생하게 표현한 다코타 존슨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끝)* 11월 16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아워 프렌드> 시사회에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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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남 (2022)
* <수리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수리남 (2022)
연출: 윤종빈
출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장르: 범죄, 액션, 느와르
공개 회차: 6부작
공개일: 2022.09.09
속여야만 살 수 있는 목숨 건 게임
자신의 부모처럼 아이에게 가난을 되물림해 주고 싶지 않았던 '강인구(하정우)'는 친구 '응수(현봉식)'과 함께 큰 돈을 벌어보고자 수리남으로 향한다. 하지만 홍어 사업을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절친을 잃는다. 꼼짝없이 누명을 쓰고 범죄자가 되려던 찰나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박해수)'가 면회를 찾아오고, 수리남에서 자신을 도와주려 했던 목사 '전요환(황정민)'의 정체가 마약왕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강인구'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장본인이자 사업 실패, 친구의 죽음까지 불러온 '전요환'에게 큰 앙심을 품는다. 그는 마약왕을 잡기 위한 국정원의 작전에 합류하기로 결정하고, 목숨을 건 연기를 시작한다.
2022 한국 넷플릭스의 한 줄기 빛
<수리남>은 실제로 해당 국가에서 마약 조직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고 마약왕으로 군림했던 마약사범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장르 특성상 넷플릭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르코스> 시리즈를 연상시키며 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해 온 '윤종빈' 감독의 색깔이 뚜렷하다. 본래 영화로 제작되려 했으나 6부작 시리즈로 완성된 <수리남>은 실화에 기반한 사건들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아낌 없이 총탄을 날리는 큰 규모의 액션, 해외 로케이션이 이뤄낸 이국적이고 개성적인 미술 연출, 탄탄한 각본을 토대로 결말까지 흡입력을 놓치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이후 올해 많은 한국 넷플릭스 작품들이 공개되었지만, 대부분 허우대만 그럴 듯 했을 뿐 혹평이 자자했다. 해외에서의 성공은 커녕 국내 시청자들마저 등을 돌렸으나 <수리남>만큼은 흥행과 비평의 연속된 실패 속에서 건진 준수한 완성도의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탄탄한 개연성과 캐릭터의 충분한 빌드업
<수리남>의 가장 큰 장점은 개연성이다. 주연 캐릭터들은 모두 목적과 가치관이 뚜렷하고, 감독은 이에 대한 서사를 1화부터 충분히 쌓으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우선 폼 나게 살아보기 위해 수리남으로 향한 '인구'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돈'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이는 민간인에 불과했던 '인구'가 국정원도 마다하는 위험한 작전에 계속 뛰어들고, 돌발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같은 가치를 신봉하는 '요환'과 같은 편인 것처럼 구는데 요긴한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요환'은 수리남에서 코카인 거래를 독점하고 큰 돈을 손에 쥐기 위해 종교를 악용하는 인물이다. 왜 하필 종교일까. 이는 '요환'의 과거 서사 장면들을 통해 충분히 설명된다. 그가 왜 50만 인구의 수리남으로 향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수십 명의 신도들을 마약 사업에 이용하게 된 것인지 서사에 필요한 내용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충분한 설명을 통해 친절한 전개를 펼친다는 것이 마냥 장점으로만 볼 수 있는 속성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러한 범죄 액션 스릴러물에서는 안정적인 전개 방식이 작품에 중요한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수리남> 역시 두 주인공의 과거사를 중심으로 설명이 다소 과할 정도로 많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작품의 흥미까지 저하시킬 정도는 아니다. 두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빌드업은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며 극중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여러 인물들의 양면적 속성이 부각되기 때문에 서스펜스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특히 누가 누구의 편인지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스토리로 몰입을 끌어올리며 마치 '마피아게임'을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치기까지 한다. 아마 영화로 제작되었더라면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캐릭터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6부작 시리즈물로 기획됨으로써 자연스레 인물들의 서사에 살을 붙이고, 대사를 통해 풀어도 될 장면들을 좀 더 흥미롭게 생생한 연출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독사 같은 조우진, 아쉬운 유연석
실화 바탕의 각본은 개연성과 함께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결말까지 흐트러짐이 없다. 다만, 배우들이 치는 대사나 캐릭터 표현은 어딘가 모르게 전형적이다. '구상만'으로 위장해 '김프로 어떻게 식사는 잡쉈나?'를 외치는 '최창호(박해수)'의 대사들은 캐릭터의 대담한 성격과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 어울리지 않게 촌스러우며 주인공 '강인구'를 연기한 '하정우'는 딱 예상 가능했던 연기를 보여준다. '하정우'의 복귀작이라고 홍보가 되기에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연기로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주연 캐릭터들 중 유일하게 순둥이를 자처한 '유연석'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혼자만 연기가 붕 떠 있다. 배역 특성상 영어를 많이 섞어 쓰고 능글거리는 성격이지만 극중 보여진 장면들은 하나같이 부담스럽고 어색했다.
작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는 조선족 '변기태'로 분한 '조우진'이다. 작중 가장 큰 반전을 선보인 캐릭터기도 한데, 독사 같은 날카로운 모습과 현실에 찌든 인간적인 모습을 넘나드는 1인 2역 같은 연기를 소름돋을 정도로 잘해낸다. 특히 목숨을 걸고 수십 명의 중국인 갱과 혈투를 벌이는 장면에서의 잔혹한 카리스마는 아주 강렬했다. 식상한 얼굴이라고만 생각했던 '황정민'도 위선과 광기가 공존하는 빌런으로서의 위압감이 상당했으며 극악무도한 갱스터로 등장한 '장첸'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재미만큼은 확실한 '수리남' 월드
아는 맛이다. 하지만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윤종빈' 감독은 본인이 특화된 장르로 돌아왔고, 배우들은 제몫을 해낸다. 장르를 '수리남'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옮겼을 뿐 소재나 줄거리는 비슷한 류의 다른 한국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새롭지는 않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결말 역시 처음부터 쉽게 예상이 가능하고, 감독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범죄 액션물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재미'라는 본질적 요소에 집중하며 신파적인 이야기나 인물들의 불필요한 감정선을 첨가하지 않고, 결말까지 흡입력 있는 전개로 깔끔한 마무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내용 측면에서의 긴장감은 부족할지라도, 인물들 간의 교묘한 심리전으로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낸다. 정해진 결말을 두고 쉼없이 달리는 속력과 서로를 난타하는 인물들의 피 튀기는 혈전, 샛길로 빠지지 않게 탄탄한 설정을 갖춘 캐릭터성을 토대로 속이지 않으면 죽게 되는 밀림과도 같은 '수리남'의 세계관을 완성시켰다.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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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평생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사실 완전히 똑같은 취향을 만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슷한 사람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의 전제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아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비슷한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과 빨리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취향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만나려 노력한다. 가지고 있는 취향이 보편적이지 않고 특별한 경우라면 더욱 그런 사람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끔찍한 습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 메런의 이야기
영화 <본즈 앤 올>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이 가진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메런(테일러 러셀)은 아빠와 살고 있지만 특이한 습성이 있다. 그는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아기 때는 베이비 시터를 물어뜯은 적이 있고, 청소년기에도 친구의 손가락을 깨물어 먹은 적이 있다. 영화에 메런만 등장할 때는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가진 습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메건은 그 습성 때문에 시종일관 혼란스럽고 괴로움을 느낀다. 메건이 완전히 혼자가 된 이후, 영화는 일명 ‘이터’라고 불리는 메런과 비슷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메런이 처음 만나는 설리(마크 라이런스)는 메런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이터다. 자신과 똑같이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실제로 인육을 먹는다. 그리고 설리의 초대를 받은 메런은 본능에 이끌려 같이 인육을 먹게 된다. 그 첫 경험은 메런에게 자신과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일이고 자신에게만 있는 욕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든다. 사실 화면에 등장하는 설리는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가진 인물이다. 메런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부터 한참을 멀리서 그를 쳐다보고 미행하면서 일부러 접근했다. 그가 쓰는 말투와 행동은 정신이상자나 스토커 같이 보이기도 한다.
설리라는 인물 때문에 메런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 그 공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메런 자신도 그런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의심은 그를 더욱 심리적인 절벽으로 떨어뜨린다. 그때 만나는 것이 바로 리(티모시 샬라메)다. 리는 메런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고 메런이 마트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공격받을 상황이 되자 그 상황을 모면하게 도와준다. 그리오 무엇보다 메런과 똑같이 인육을 먹어야 하는 습성이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같이 인육을 나눠먹는다.
인육 먹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의 로드무비
영화 <본즈 앤 올>은 전반적으로는 메런이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메런은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리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의지할 존재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 중 리는 자신이 왜 인육을 먹는 존재가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반면 메건은 엄마를 찾아가서 자신이 이터가 된 이유에 대해 답을 얻으려고 한다. 갓난아기 시절에 그를 버리고 간 엄마의 존재가 자신이 왜 그런 취향을 가졌고 어떤 식으로 살아가면 될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메건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이터라는 존재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메건과 리도 그들의 여정 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를 만나지만 그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답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다.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졌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 그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이 영화의 설정은 이상하고 끔찍해 보인다.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이 자칫 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쉽다. 하지만 인육이라는 설정을 떼어놓고 본다면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이고, 자신과 같은 취향이나 습성을 가진 존재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온전히 자신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실제로 이들은 서로에게 첫사랑과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습성 때문에 어린 시절 겪었던 불편함과 슬픔, 당황스러움 그리고 공포를 같이 내뱉으며 공유한다. 그들이 가는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터로서의 자신들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안착하게 된 건, 사랑과 좀 더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영화 인물들의 궁극적인 목적
조금은 끔찍한 습성이나 취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이터가 등장하듯,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조금씩 이해의 범위는 다르다. 삶은 나라는 존재가 왜 생겨났고, 어떤 존재인가라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결국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을 만나면서 현재의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자신들의 취향과 습성을 가진 상대를 만났고 적당히 그것을 조정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이루어냈다. 이 영화의 설정이 끔찍할지언정,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영화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과거에 <버거 스플래쉬>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서스페리아>를 연출한 감독이다. 훌륭한 미장센과 설정으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 전달했던 그는 이번 <본즈 앤 올>에서도 독특한 설정 속의 인물들의 내면을 아름답게 전달한다.
메건 역을 맡은 배우 테일러 러셀은 <이스케이프 룸>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이터라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에서도 이터로서의 고통을 공감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리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은 꽤 큰 걸림돌이다. 영화가 인육을 먹는 장면을 공포영화처럼 끔찍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그 장벽을 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을 떼어놓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무척 아름답고 슬프다. 평생 자신의 취향과 습성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이 영화에 숨어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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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와 돌아온 씨네픽입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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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023년 들어 최장의 기록인데요, 누적 관객수 290만 관객을 돌파하고 300만을 앞두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적인 흥행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주는 마블 신작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주말 개봉을 앞두고 있어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인데요, 현재 예매율 1위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3배 앞선 수치를 기록 중입니다. 이로써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를 할 것이 확실시 된 상황이지만, 첫 주말을 기점으로 실관람객의 평에 따라 앞으로의 순위 여부가 정해질 전망입니다.
2. <타이타닉: 25주년> (NEW)
개봉 25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타이타닉>은 지난 주말 15만명이 넘은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자리했습니다. 이는 역대 국내에서 재개봉된 외화 가운데 역대 최고 기록인데요, 대한민국에서의 기록이 해외 개봉 국가 중 흥행 성적 중 1위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타이타닉: 25주년>을 팬들이 찾는 이유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바타: 물의 길>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감독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3. <아바타: 물의 길> (▼1)
<아바타: 물의 길>은 재개봉한 <타이타닉>에 밀려 주말 박스오피스 3위로 내려갔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누적 관객을 1067만명까지 끌어모으며 매출액은 역대 2위인 1361억 5565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357억 7483만원을 기록했던 한국 영화 <명량>을 제친 기록으로, 현재 1위를 지키고 있는 <극한직업>의 매출액과 약 30억원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1위에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마찬가지로 개봉을 앞둔 마블의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관람객 평가에 따라 앞으로의 지표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39회 예측 이벤트는 2월 2주차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한 주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실제 1위를 차지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1위를 예측한 유저는 63%로 높은 확률을 기록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정답을 맞히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타닉: 25주년>이 예상 밖으로 매우 좋은 성적을 내 2위, 3위의 정답 비율은 19%, 11%에 머무른 것으로 추측됩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4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4. <교섭> (▼1)
<교섭>은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5위 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타이타닉: 25주년>, <아바타: 물의 길>이 압도적으로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 영화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이번 주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개봉을 앞두고 있어 <교섭> 역시 지난 주보다 낮은 관객 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5. <바빌론> (▼1)
데이미언 셔젤의 <바빌론> 역시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입니다. 3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과 대중을 사로잡기에는 조금 마이너틱한 소재로 인해 개봉 전에도 우려의 대상이었는데요, 주말 관객 수는 34,069명으로 누적 관객 수 역시 161,622명에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애호가들의 평은 좋은 편이니, <바빌론>을 위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얼마 간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실제 스트리퍼였던 배우 채닝 테이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매직 마이크>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 <매직 마이크스 라스트 댄스>가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하며 막을 올렸습니다. <매직 마이크스 라스트 댄스>는 미국 최고의 남성 스트리퍼 '마이크'(채닝 테이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1편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2위는 <아바타: 물의 길>이, 3위는 <타이타닉: 25주년>이 각각 차지해 제임스 카메론의 두 작품이 나란히 북미 박스오피스 2위, 3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난 주 2위를 달성했던 <80 포 브래디>가 4위를 기록하였으며, 1위를 달성했던 <똑똑똑>은 개봉 2주차 6위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5위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했던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이 차지하여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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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더 다양한 컨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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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신을 찾아가는 주인공 모음 _망원동 팝업 공지
[클로저 팝업 공지] @closer_kr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오늘, 20일(금)부터 ~22일(일)까지 망원동에서 영화 팝업을 진행하는데요. <나를 찾아가는 시간> 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모습을 진정으로
찾아가는 영화 주인공들의 모습들이 담긴 명대사, 굿즈, 각종 이벤트까지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셔서 가을, 겨울 향취 듬뿍 담긴 영화 같이 느껴보아요자세한 일정은 맨 끝장을 참고해 주세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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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잘만든 수작인데 빛을 보지못한 숨겨진 비운의 명작
안녕하세요 빛을보지못한 숨겨진 명작을 찾아서....첫번째 2007년작 영화:스카우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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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더 라운드 스포일러 없는 리뷰 - 권태로운 삶에 위스키 한 잔을 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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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같은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인기 없던 수업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생긴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것!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 최적의 직업적, 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되는데… 과연 술은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 도전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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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본> 예고편
한물간 여배우 리나 오닐은 곧 개봉할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영화에서 배역을 따내 재기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는 16년 전 출산 도중 사망한 딸을 향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연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한편, 사산되었다가 전기충격으로 되살아난 소녀가 한 영안실 직원에게 납치된다.
감금된 채 성장한 소녀는 16살 생일에 탈출해 친엄마를 찾아 나선다.
소녀는 친엄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을 발휘하여 방해되는 사람들을 하나둘 처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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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리뷰 예고편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오래된 가상의 도시 블라제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
어느 날,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죽음으로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신을 매료시킬
마지막 기사가 지금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