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3:38:11
삶에 어퍼컷을 날리다
<파이트 클럽> ⭐⭐⭐⭐
제목과 브래드 피트만으로 영화를 접근했던 나에게 약간의 칭찬을 주고 싶다. 1999년 당시 젊은 브래드 피트의 연기 모습과 삶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원초적이고 자칫 무식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배경 속 반전 결말과 함께 철학적이고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 더러 있는 영화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이트 클럽> 네이버 스틸컷
파이트(Fight)
제목 그대로 <파이트 클럽>은 싸움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다. 스트레스와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원초적인 수단으로 등장하는 파이트 클럽은 마치 우리가 UFC 경기를 보는 것처럼 폭력에 환호성 하고 희열을 느낀다. 사회에 반항하는 듯한 작은 규모의 파이트 클럽이 점차 미국 전역으로 성장 및 확대해가는 흐름을 볼 때 얼마나 반사회적인 감정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는지,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이 쌓여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조금은 씁쓸한 영화 흐름이다. 파이트(Fight)라는 의미가 영화에서 단순히 사람과 사람 간의 주먹다짐만이 아닌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삶을 파이트(Fight)한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들이 이용하는 파이트 클럽은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새로운 힐링 모임이자 위로의 공간이 된다.
이후 영화는 파이트(Fight)의 영역을 키워나간다. 작은 주먹다짐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던 모임에서 전국적으로 활성화된 테러 조직으로 변질되어 사회에 저항한다. 인간이 가진 내재된 사회적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 마치 테일러 더든이 <다크 나이트> 조커가 생각나게 한다. 이런 영화 흐름은 결말에도 영향을 끼친다. 테일러 더든이 신용 회사들의 폭파를 막기 위해 헐레벌떡 근처 빌딩으로 달려왔지만, 이후 폭파는 막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런 반사회적 요소가 들어간 영화에 어울리는 결말일 수도 있고, 테일러 더든(브래드 피트)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영화 흐름과도 잘 맞는 결말 같다.
연출
<파이트 클럽>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테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에게 영화 촬영과 편집을 맡아준 거 같은 깨알 재미를 보여준다. 테일러 더든을 설명하는 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내레이션 장면부터 중간중간 테일러 더든이 영화 릴을 교체한 것처럼 등장하는 빠른 포르노 사진의 등장은 영화가 그 자체가 테일러 더든을 위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폭력 요소가 많은 영화라서 전체적인 톤이 어두워 보이는 촬영은 <파이트 클럽>과 어울리는 미장센을 뽐낸다. 그러나 암울한 색감이 드는 배경과 달리 빨강 가죽재킷이나 화려한 색상의 셔츠를 즐겨 입는 테일러 더든을 보면 그가 상상 속 인물이었다는 반전 결말에 납득이 가는 의상들이다. 이러한 연출을 볼 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엄청난 센스가 보이는 연출이다.
인생
당신에게 양자택일이 주어졌다. 안정적인 삶과 도전적인 삶.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파이트 클럽> 속 테일러 더든(브래드 피트)는 굉장히 도전적이고 과감하다. 삶의 감사함을 얻기 위해선 죽음의 문턱 혹은 눈 앞에 다가온 위기를 지나야지 비로소 진정한 삶의 희망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것이 좋은 인생이고 올바른 인생이라는 답은 없다. "자기 계발은 자위행위일 뿐이야"라는 테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의 말도 이해가 간다. 한번뿐인 인생을 자기 계발로만 연연하기에는 허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 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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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을 굉장히 잘 타는 캐릭터, 라푼젤
라푼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 작품은 제대로 봐본적이 없었다. 영화 <라푼젤>은 머리가 긴 공주라는 소재만 알고 있었을 뿐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도 몰라서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궁금했던 만큼 새로웠고 즐거웠던 영화였다.
영화 <라푼젤> 시놉시스누구도 상상못한 위대한 가출(?)이 시작된다.
올드보이도 못 견뎠을 장장18년을 탑 안에서만 지낸 끈기만점의 소녀 라푼젤. 어느 날 자신의 탑에 침입한 왕국 최고의 대도를 한방에 때려잡는다. 그리고 그를 협박해 꿈에도 그리던 집밖으로의 모험을 단행한다. 과잉보호 모친의 영향으로 세상을 험난한 곳으로만 상상하던 라푼젤. 그런 그녀 앞에 군기 빡 쎈 왕실 경비마 맥시머스의 추격, 라이더에게 복수의 칼날을 가는 스태빙턴 형제의 위협, 라푼젤의 가짜 엄마 고델의 무서운 음모 등이 얽히고 설켜 점점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물정 깜깜한 우리의 라푼젤은 자신 앞에 펼쳐진 스릴 넘치는 세상을 맘껏 즐긴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라푼젤>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세상에 라푼젤이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존재였다니
나는 몰랐다. 라푼젤이 마법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니!!! 마법의 꽃을 먹고 가까스로 태어난 라푼젤이 그 꽃의 영향을 받아서 젊음을 유지하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마법을 지녔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항상 궁금했었다. 왜 머리를 자르지 않을까? 그냥 탑에서 왕자님 기다리느라 그런건가..?하는 아둔한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마법의 머리카락이어서 그걸 자르면 마법의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계속 길렀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토록 천진난만한 공주를 만들다니
아름다운 공주는 멋있는 왕자님과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디즈니 신화다. 라푼젤을 보는 내내 굉장히 디즈니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이 들었다. 현대에 들어 여성인권이라는 시류를 반영해서 조금씩 디즈니가 자신들의 신화와 문법을 깨고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푼젤은 그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다분히 가부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 것은 아니어서 굉장히 놀랐고, 그래서 디즈니와 어울리지 않느나든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이리저리 쏘다니는 라푼젤과 그리고 라푼젤과 결혼을 하는 이는 왕자님이 아닌 대도이자 고아 출신인 필린/유진이고, 위기에 처한 필린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쓸 줄 아는 약간 여장부같은 스타일의 캐릭터여서 당시 디즈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선을 참 잘타는 라푼젤
라푼젤이라는 캐릭터가 디즈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정 이후에 든 생각은 '선을 참 잘 탄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선은 주체와 대상이라는 그 사이의 선이다. 페미니즘이 크게 대두되지 않은 당시에도 라푼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필린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그를 구출한다. 이 때 라푼젤은 자신의 능력을 천방지축의 소녀스러움으로 잘 포장을 해서 내가 나의 능력으로 너를 구하고야 말 것이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능력을 발휘해서 필린을 구하는 상황으로 구현이 된다.
그리고 힘든 상황이 찾아올 때면 보호본능을 일으키며 꼭 지켜줘야 할 것 같지만 또 스스로 일어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장면들이 계속되면서 라푼젤이 주체인 듯 하면서도 대상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사이에서 선을 굉장히 잘 타서 어느 누가 봐도 크게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캐릭터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전략이 라푼젤 영화의 성공에 기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른이 돼서 본 영화 <라푼젤>은 꽤나 새롭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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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출신 영화인'이 변명이 되지 않을 때
복수는 못 참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알아주는 건달 경철(오대환)이다. 쫓기는 경철.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향한 곳은 교회다. 몸을 숨기는 경철. 인성(김정태)의 급습에 죽을 위기에 처할 뻔했다. 와신상담이 따로 없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경철. 하지만 경철이가 몸을 숨긴 곳은 교회다. 교회라고 함은 그 교회에 방문하는 신도가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 꽂힌 신도들. 신도들은 손님 경철이 메시아라고 추앙한다. 이 따뜻한 분위기는 무엇? 하지만 경철에겐 상처와 분노가 남았다. 복수는 못 참는다. 칼을 가는 경철. 목표는 인성이다.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태용(이용규)이다. 대머리인 용규. 심지어 험상궂게 생겼다. 누가 봐도 조폭인 태용. 태용 역시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다. 절로 숨은 태용. 대머리니까 아주 적절한 곳에 몸을 숨긴 셈이다. 무소유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이 평화로운 곳에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복수는 못 참는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태용. 경철과 함께 인성을 공격하는 목표를 세운다.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은 도필(지승현)이다. 도필은 경찰이다. 하지만 좀 특별하다. 왜? 도필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신에 빙의하는 병이 생겼다. 혼자 있을 때만 이런 일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일할 때도 빙의를 겪으니 죽을 맛이다. 하지만 일상의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역시 복수는 못 참는다. 인성을 잡아넣고 싶은 도필. 과연 경철, 용규, 도필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흥미롭기는 했었어
우선 결론부터. 신선하기만 했다는 게 총평이다. 왜 신선했을까? 이 영화의 기본적인 틀은 들어본 적 없던 것 같다. 혹자는 ‘조폭 코미디 한 번도 안 봤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글쓴이는 힘주어 ‘종교와 복수’라는 아이러니를 어디서 봤냐고 역설하고 싶다. 목사, 스님, 박수무당이 각자 종교인으로서의 숙제를 나름대로 이행하면서 사적 복수를 추구한다? 세 종교인이라고 서로 싸울 것 같은데 그것도 심지어 경찰과 조폭, 건달이? 이거 신선하지 않아? 차라리 ‘박목스’면 사람 이름 같고 좋을 걸 ‘목스박’이래서 느껴지는 C급 영화적인 기운도 신박한 아이디어 아래에선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
이 외에 영화의 다른 장점을 찾자면 다들 ‘열일’을 했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도필 역의 지승현 배우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서 가진 모든 역량을 보여준다. 1인 다역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지승현 배우의 열연은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오대환 배우도 이 영화에서 좋았다. 오대환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은 지승현 배우와는 다르다. 캐릭터가 가진 카리스마를 좁고 날카롭게 깎아야 영화의 무기가 된다. 이 캐릭터를 설정하는 이상한 요소가 많음에도 경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유가 이 배우의 역량에 있는 것이다. 감독의 역할에 있어서도 고훈 감독은 이 영화의 기획의도에 맞는 재기 발랄한 연출을 몇 번 보여준다. 이 영화는 고의적으로 품격 있는 누아르이자 복수극을 거부하는 듯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서 이 의도를 읽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무언가 깨지는 장면이 좀 진부하긴 해도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연출이었다.
내내 고루해
하지만 이 영화는 내내 고루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첫 번째. 이 영화의 주인공 세 명의 분량에 대한 부분이다. 경철/도필이 아닌 다른 주인공 태용은 이 이야기에서 코미디를 담당하는 핵심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어떤 코미디? 태용 옆에서 스님 동료로 설정되어 있는 ‘환장스님’이라는 인물과의 캐미다. 이 캐미가 영화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상 감정선이 급작스러워 ‘왜 저래’ 싶기도 하고, 두 배우가 과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장애물이 된 것이다. 또 어느 부분에서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끌고 갈 생각이 없나?라는 느낌마저 든다. 구체적으로 주인공 3인방이 각자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성장영화로서의 테마와 환장스님과의 노닥거림이 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후반부에서 이 환장스님이 등장하는 근거를 찾을 수는 있다. 근데 그 후반부를 뒷받침하려면 전반부에서도 역시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선 그렇지 못했다. 다른 주인공 도필은 지승현 배우의 열연만 두드러질 뿐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 있어 구멍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 인물이 직업인으로서 찾아올만한 위기가 몇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라이터’에 관한 장면이나 중반부 찍고 경철에게 하는 대사가 이 도필이라는 캐릭터의 약점을 집약한 듯하다. 또 이 인물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미친개’라는 별명이다. 이 ‘미친개’라는 수식어구는 굉장히 자주 들린다. 작년 <소년들>에서 설경구 배우가 맡은 역할도 ‘미친개’였고, 1998년 <여고괴담>에서 빌런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의 별명도 ‘미친개’였다. 이 ‘미친개’는 본작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올드한 영화의 톤을 집약하는 낡은 설정이었다. 또 이 영화의 핵심 세팅인 박수무당으로서의 역할과 능력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둔 선택지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필이 상황에 대한 인지를 더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 코미디를 위해 인위적으로 짠 설정들이 영화의 맛을 떨어트리는 듯 했다.
그리고 글쓴이에게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김정태 배우가 맡은 역할이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단점과 이어져있다. 영화가 이야기의 흐름이나 연출의 흠으로, 기술의 힘으로 젊은 톤을 유지하지 않는다. 단지 그런 척을 한다. 무슨 말이냐. 이 인성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의도가 지나치게 투명하다는 점에서 이 <목스박>이 ‘젊은 층도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표방한 흔적이 너무 대놓고 드러난다고 쓰고 싶다. 이를 어디서 읽을 수 있느냐. 인물의 행보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 인물이 가진 욕망은 간단하다.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뭘 할까. 인스타그램을 공부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려서 좋아요 수가 올라가고. 인맥을 넓혀서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들이 인성의 목표다. 하지만 인성이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당연하다. 힙한 사람이 이미 아니니까 힙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 억지로 힙해지려고 들지 않는 게 중요하겠지? 이 새삼스런 발견을 영화는 처음부터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인성을 ‘공감성 수치’의 한가운데로 내몬다. 가령 영화 중후반부에 인스타 팔로워에 관한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인물이 이렇게 행동할 필요도 없고 이에 대한 부분을 자막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인물의 악함이나 행보가 이 ‘젊어지려 하는 것’과 그렇게 잘 맞아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둘 다 따로 논다. 이말은 곧 '인성이의 셀럽 도전기'가 영화에서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스박>이 인물의 성격을 기능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까지 보다 보면 이 인물이 굳이 이렇게까지 분량이 많았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 조직원 중에 여성 캐릭터가 있는 것 자체는 좋았다. 이거 하나만 유일하게 뻔하지도, 작위적이지도 않았다.
억지로 젊은 척
주인공이 아닌 조연들에게도 올드한 필치가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다. 영화 도중에 게임이라는 소재가 나온다. 당연히 뭐든 과하면 안 좋다. 특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게임 중독자 묘사에겐 더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게임이라는 소재는 왠지 어떤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만들었는지 알 것 같다. 바로 게임 중독자는 누군가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전제다. 이 캐릭터가 자기 입으로 "나는 방구석에서 게임만 합니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낸다. 그럼 이 인물이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구원이 필요한 것인가, 인생을 막 살아서 구원이 필요한 것인가? 영화는 그 부분을 전자로 선택해 인물들의 성장요소로 활용한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굉장히 올드하게 느껴지는 접근방법이다. 무언가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문제라면 현세대의 덕후들 전부가 잘못됐다는 의미인가? 차라리 이 인물이 이 영화에서 타인에게 가하는 무례함은 치유가 무조건 필요하다. 이것에 대해 경철이 예절을 주입시키는 방식이었다면 납득이 갈 것이다. 또 이 캐릭터가 불법도박을 하는 인물이었다면 구원이 필요한 인물이 맞다. 방구석에서 시간만 잡히고 돈만 뺏기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은인이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 중 깜짝 카메오가 있다. 이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대세다. 특히 여자 배우 인기 정말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굳이 나올 필요가 없었다. 왜? 이 부분은 두 사람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에 근거한다. 이 둘을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이 전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 배우가 <30일> 같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이 무색하게 이 배우는 어디선가 본 이상한 제스처를 취하고, 남자 배우는 사실 그 장면이 영화에 아예 없었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뭐 이런 빈약한 인물서사가 여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태용의 사찰 소속 주지스님, 경철의 조직, 경찰이라는 공권력, 장갑을 이용한 장면, 경철과 갈등을 겪는 인물까지 이 영화는 ‘스타일리시함’을 추구하다 실패한 결과물이 이야기를 이끈다. 아직도 기억난다. 경철이 건달 출신 목사라는 디테일을 강조하기 위해 징 박힌 가죽장갑을 낀다? 솔직히 이런 목사님이 세상에 존재하나? 몸을 숨겨 복수극을 이행한다는 설정과 잘 맞는 연출이라고 볼 수 있나?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음새가 꼼꼼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의 음향 믹싱 상태와 후시녹음의 싱크로율은 더 꼼꼼하게 검수할 필요가 있었다. 이 두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후반부의 전개를 살리기 위함이다. 생동감이 넘쳐야 인물의 동선에 설득력이 생기고 하이라이트에 감동이 전해지는 것이다. 특히 도필의 액션은 반 박자 느린 ‘퍽’ 소리에 김이 샌다. ‘액션이 들어가면 관객들이 좋아하겠지?’를 생각하고 쓴 각본이라는 게 너무 잘 느껴 저서 이 구멍은 더 아쉽다. 이는 영화의 편집에서도 느껴지는 단점인데 이물감이 느껴지는 플롯을 영화 스스로 만드는 느낌까지 들었다. 경철이 목사로서 목회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은 그냥 해결책만 딱 보여줘도 이야기의 흐름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목스박>은 그 과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보여주지 못하고 널뛰기한다. 그냥 해결책만 딱 보여줘도 그 전의 과정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응원하지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는 영화 불모지다. 영화를 폭넓게 볼 수 있는 환경은 고사하고 공부할만한 판이 깔려있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고훈 감독은 제주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 2018년에 무려 칸 영화제에도 초청받은 바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글쓴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제주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라고 하면 어설픈 사투리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빈약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결과까지 냈기 때문에 고훈 감독의 영화가 궁금했다. 이 <목스박>은 이 불모지에 자란 한 줄기 꽃 같은 존재다. 충분히 제주에서도 상업영화로 데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측면에서 글쓴이는 이 고훈 감독님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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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시선과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 "캐롤"
날 부정하며 산다면 무슨 엄마 자격이 있겠어?
캐롤의 말 중에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그 누구도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자기도 모르게 우연한 어떤 계기로 점차 스며들 듯이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되죠.
자신도 모르게 말입니다.
그 대상은 한정되어 있지 않고 무한히 열려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간의 사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남자와 남자 간의 사랑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여자와 여자 간의 사랑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람의 마음과 눈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그 순간만큼은 이게 진정 나의 모습인가 할 정도로 나조차도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저절로 눈길이 가면서 쫓느라 바쁘고,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랑'의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캐롤'입니다.
때로는 사랑이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다가도, 또 때로는 그런 자신을 부정하기도 하며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영화 '캐롤'은 사랑은 시선과 마음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통해서 그 메시지를 더욱 강렬히 전달해주죠.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이자 매력은 바로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는 여러분도 등장인물의 시선에 집중하며 같이 따라가면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 '캐롤'은 여자와 여자 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애절하고 강한 인상을 안겨 주는 영화입니다.
그럼 어떤 영화인지 간단히 살펴볼까요?
첫 번째 사진의 갈색머리 여성의 이름은 '테레즈'이고, 두 번째 사진의 금발머리 여성의 이름은 '캐롤'입니다.
영화는 테레즈의 지인인 '잭'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시작됩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음식과 바가 어우러진 어느 장소였습니다.
그는 우연히 테레즈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죠.
테레즈와 캐롤은 멀리서 봤을 때 평범하디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잭이 인사를 걸어오는 바람에 캐롤은 어쩐지 미련이 가득한 얼굴로 황급히 떠나게 됩니다.
잭을 따라 차를 타고 가게 된 테레즈 역시 얼굴에는 미련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창밖에 비춰지는 캐롤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테레즈의 시선이 캐롤에게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이 장면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입니다.
테레즈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이었고, 캐롤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딸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온 손님이었습니다.
테레즈는 우연히 캐롤을 본 순간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빠져들어 넋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테레즈의 시선이 캐롤에게 집중되어 있죠.
이 이후부터 테레즈는 알게 모르게 캐롤을 신경쓰게 되는데요.
캐롤이 두고 간 장갑을 캐롤에게 전달해준다든지, 캐롤이 산 기차 장남감 세트가 잘 도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재차 확인하는 등 은근히 캐롤을 생각하게 됩니다.
캐롤 또한 테레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점심 약속을 잡게 되죠.
점심시간에 만나게 된 둘은 서로에 대해 차차 알아가며 또 다른 약속을 잡게 됩니다.
21일 일요일 오후 2시, 캐롤은 테레즈로부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게 되죠.
이렇게 테레즈와 캐롤은 이를 계기로 만남을 가지게 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나게 됩니다.
테레즈와 캐롤에게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개인 사정이 숨겨져 있었는데요.
캐롤은 위협과 혐박을 가하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혼 소송 준비중이었습니다.
테레즈 또한 잘 챙겨주는 남자친구가 있긴 했으나,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테레즈는 사진을 좋아하긴 했으나 사람을 제외한 사진만 찍었죠. 사람을 찍는 건 사생활을 침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진에 있어서도 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캐롤은 테레즈에게 같이 떠나줄 수 있겠냐며 제안하는데요.
Would you?
영화 속에서 캐롤이 테레즈에게 이렇게 두 번 질문합니다. 캐롤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서 강렬한 문장 중 하나이지 않나 싶습니다.
여행 중에 이 둘은 점차 자신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테레즈는 사람 사진을 찍지 않다가 캐롤을 계기로 사람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테레즈가 찍은 캐롤의 사진이랍니다.
여행이 깊어져가면 갈수록 테레즈와 캐롤의 관계도 점점 깊어져만 가는데요.
테레즈는 캐롤과의 여행을 통해 남자친구에게는 줄 수 없었던 확신을 캐롤에게는 확신할 수 있게 되면서 줄곧 자신을 의심해왔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캐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캐롤 역시 테레즈와 같이 지내게 되면서 테레즈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게 됩니다.
첫 만남부터 이 둘은 강한 이끌림으로 인해 서로에게 확신했을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캐롤에게는 4살이 된 어린 딸이 있습니다.
이혼 소송 중에 자신이 동성인 테레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양육권을 가져올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캐롤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캐롤에게는 딸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존재이기에, 캐롤은 테레즈로부터 어쩔 수 없이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테레즈도 나의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면서요.
마음은 테레즈에게 가 있지만, 상황이 그녀를 이렇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헤어져 있는 사이, 테레즈는 '뉴욕타임스'라는 직장을 얻게 됩니다.
캐롤은 우연히 차 안에서 길을 걷고 있는 테레즈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캐롤의 시선은 한동안 테레즈에게로 가 있었고, 테레즈의 움직임을 따라 눈을 떼지 못하는 캐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되게 마음이 찡했는데요.
앞선 영화의 첫 부분에서 테레즈가 차 안에서 캐롤을 따라 시선을 쫓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이번에는 테레즈가 아닌, 캐롤이 테레즈를 따라 시선을 쫓는 장면이 나타나니 잠시 뭉클했답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요?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걸까요?
서로를 향한 이끌림은 어느 방해물이 있어도 막아낼 수 없나 봅니다.
캐롤은 테레즈에게 이별을 고한 것을 계속해서 후회하기 시작했고, 뒤늦게서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테레즈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전에 캐롤은 양육권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하죠.
캐롤은 남편을 만나 힘겹게 울음을 삼키고 딸 양육권을 포기합니다.
대신 자주 만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요.
그러면서 캐롤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날 부정하며 산다면 무슨 엄마 자격이 있겠어?
캐롤은 테레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아주 확실히 깨닫게 되었고, 이렇듯 나에게 솔직해져야 딸에게도 부끄럼 없이 살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날 부정하며 사는 건 딸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주지 못할 거라는 것이겠죠.
저는 이 대사가 순간 저의 마음을 훅 덮쳐 왔달까요?
영화 캐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였어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아를 되찾은 느낌이라서요.
그리고 장면은 다시 처음 장면으로 되돌아옵니다.
이렇게 끝까지 보니 처음 봤던 장면하고 이해 정도가 달라져 느낌이 이상하고 새롭더라고요..
'아, 이게 이런 장면이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달까요.
테레즈는 캐롤을 향한 약간의 원망이 있었던 것인지 약간의 냉정함이 보였고,
캐롤은 테레즈를 다시 잡고자 하는 절실함이 돋보였습니다.
아까 위에서 혹시 캐롤이 테레즈에게 한 말, 기억나시나요?
Would you?
캐롤은 또 한번 테레즈에게 제안합니다.
넓은 집에서 같이 살면 좋겠다고.
하지만 캐롤은 안 되겠다며 거절합니다.
그럼에도 캐롤은 자신이 오크룸에서 9시에 사람들을 만난다며 저녁을 먹을 예정이니 혹시 마음 바뀌면 이곳으로 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테레즈가 말이 없는 사이 처음에 등장했던 '잭'이 테레즈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이렇게 알고 보니까 잭.. 너무 눈치 없는 거 아니니..?
이 타이밍에 나타나는 거, 너무했다는 생각 저만 한 것일까요? ㅎㅎ
처음에는 놓쳤던 테레즈와 캐롤의 감정과 표정이 이제서야 자세하고 섬세하게 보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캐롤은 테레즈를 아쉽게 뒤로 한 채 떠납니다.
테레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테레즈는 잭을 따라 파티를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잠시, 테레즈의 마음 또한 알게 모르게 캐롤에게 향해 있기에 결국에는 그 파티에서 빠져나와 캐롤이 알려준 장소로 급히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테레즈는 캐롤을 발견했고, 캐롤 또한 테레즈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 둘이 서로의 시선을 마주한 채 영화는 끝이 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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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이란 통제할 수 없는 무언의 힘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마치 보이지는 않지만 캐롤과 테레즈 사이에는 끊어져야 끊어질 수 없는 실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죠.
자신들이 아무리 부정해도 숨길 수 없는 게 시선이라는 사실도요.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어 시선에 따른 인물의 감정을 세세하게 나타내어 줍니다.
이 부분에 얼마나 신경을 써 가며 만들었을까 영화 관계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기도 했죠.
그만큼 인물의 감정선이 돋보였던 영화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여성과 여성 간의 사랑도 이렇게 애절하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편견을 한 차례 깨 주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관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에 맞는 영화라서 그런지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따뜻한 연말이 되어줄 것 같네요!
이상 영화 '캐롤'의 관람 후기였습니다.
가장 눈여겨 봤던 점!
테레즈와 캐롤 간의 시선.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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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 포스터 (사진출처 : JTBC)
너를 닮은 사람 (2021)
편성 : JTBC, 16화 완결 │ 장르 : 한국, 드라마·멜로
연출 임현욱 │ 극본 : 유보라 │ 출연 : 고현정(희주), 신현빈(해원), 김재영(우재) 외
등급 : 19세 이상 관람가 │ 원작소설 : 정소현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매혹적이고 특별한 무드의 드라마
길고 풍성한 머리에 창백한 화장의 고현정 배우를 보고 처음 이 드라마의 특별한 무드를 느꼈다. 왜 창백한 것일까. 울적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의 색감은 또 뭐지. 마찬가지로 울적한 음악까지 맞물리면서 나는 깊게 드라마에 빨려들었다. 음울하고 슬픈데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분위기였다.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이다.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드라마의 원작은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의 수상 작가인 ‘정소현’의 첫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이다. 8가지 이야기를 다룬 소설집에서 한 편의 짤막한 단편소설이었던 이 이야기는, 드라마 작가 ‘유보라’에 의해 각색되어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유보라 또한 이 소설에서 어떤 치명적인 흡입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녀는 “소설이 끝나고도 계속 곱씹게 되는 강력한 서사의 힘을, 나는 보았다”라고 말한다. 궁금했던 나는 드라마에 이어 원작 소설까지 섭렵했다. 두 이야기를 모두 읽어본 결과, 소설과 드라마는 어느 하나가 덜하고 못하고 없이 공통의 무서운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건, 짧은 소설에 비해 드라마는 16화라는 긴 호흡이었으나, 원작의 그 음울하고도 파괴적인 분위기를 손색없이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어느 날, 과거가 나를 찾아왔다
주인공 ‘희주(고현정 분)’는 재력이 든든한 남편을 만나 물질적 안정 속에 살아가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유년시절 몹시도 가난했기 때문에 인과적으로 물질적 안정을 추구했던 것 같다. 좋은 집, 화가라는 멋진 직업,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남편, 바르고 예쁜 두 아이들. 그녀의 인생은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해원(신현빈 분)’이 희주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녀는 희주의 오래전 기억 속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다. 한때 희주는 그녀에게 그림을 배웠고, 자신과 달리 가난함에도 위축되지 않고 밝고 씩씩했던 그녀를 몹시도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해원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희주가 사 준 10년도 더 된 낡은 코트를 떨쳐 입고 ‘과거에 붙들린 망령’처럼 서있는 그 장면은, 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해원이 희주를 망치러 왔다는 걸.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내 이야기의 시작은 역시 너다
희주는 해원에게 죄를 지었다. 해원에게 전부였던 그녀의 연인 ‘우재(김재영 분)’와 과거 밀회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주에겐 지나가는 사랑이었다. 불안정하고 동화 같은 사랑보단 물질과 풍요가 중요했던 희주는 결국 우재를 떠났고, 두고두고 그 일을 후회했다. 해원만 몰라준다면 영원히 묻고 싶은 과거의 일이었다. 그러나 희주에게 스치는 바람에 불과했던 그 일이 해원의 인생을 뒤흔들었고, 건강하게 빛나던 해원은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 희주를 겁박한다. 나도 망했으니 너도 망해보라고. <너를 닮은 사람>의 긴장감은 바로 그 두 여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비밀스러운 과거에 포진되어 있다.
클라인, 그건 분명 너였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과 다시 인연이 닿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먼지 쌓인 박제 같은 외양 때문이었는지 불쾌하고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원작소설 <너를 닮은 사람> 中<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정소현의 중반부, 유보라의 중후반부
소설과 드라마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저 과거에 머물렀던 우재가 드라마에서는 현재의 희주 앞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거기서부터 드라마는 소설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중후반부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숨 막히고 아름다웠다. 희주의 안정을 위협하는 해원과 우재, 과거에 붙들린 두 망령들로부터 벗어나려는 희주. 그러나 여전히 과거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까지. 그 모든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폭죽처럼 터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걸 보고있자면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너와 달리 그는 모든 것이 지나쳤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했고, 지나치게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모순적인 감정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아름다웠다. …
그는 너 몰래 찾아와 내가 보고 싶었다고 하며 나를 그리곤 했다.
원작소설 <너를 닮은 사람> 中<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나는 당신을 경멸합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해원보다는 희주에 가깝다. 친구랑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과거에 붙들려 현재의 나를 돌보지 않는 일은 너무 미련한 것이라고.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남자에게 집착하고, 과거에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느라 현재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희주의 잘못이 가벼웠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빛을 잃고 낭떠러지로 돌진하는 해원의 모습이 안타깝고 불행해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불행을 인지하지 못한 채 긴 세월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며 살아온 희주 또한 안타깝고 불행해 보인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동시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파괴했던 게 아닐지.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과거의 것들과 결별할수록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드라마의 후반부, 희주는 점점 옥죄어오는 과거의 위협이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던 자신의 욕망, 한 사람에겐 전부였던 사랑을 가볍게 탐한 죄, 그 모든 것들의 무게가 희주의 가족을 망치려 할 때 희주는 결심한다. 그 과거를 끌어안고 자신이 사라져야겠다고. 그러나 왜인지, 자신의 뜻대로 희주가 파멸하자 해원은 행복해하는 대신 울음을 터뜨린다. 모든 게 끝나고서야 해원은 깨달은 걸까. 비이성적인 앙갚음이 결코 자신을 구원할 수 없었다는 걸.
철드는 건 나쁘거나 대단한 게 아니에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를 온전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원작소설 <너를 닮은 사람> 中<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모든 욕망을 내려놓은 자에게 들리는 종소리
푸른 파다, 푸른 초원과 함께 절경을 이루는 아일랜드의 모허(Moher) 절벽. 희주와 우재가 서로의 가족과 연인을 속인 채 밀회를 나눴던 그곳에서, 우재는 이런 말을 했었다. “수도원에 있던 한 은종이 호수에 빠졌는데, 맑은 영혼한테는 그 종소리가 들린대” 희주는 자신이 욕망으로 가득한 존재라는 걸 알았기에 그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결국 죽게 된 우재의 시신을 유기할 때까지도 당연히.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우재를 없애고 현실로 돌아가고자 했던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가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적했을 때. 희주의 귓가에 별안간 희미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물질, 탐욕, 이기심을 모두 내려놓은 그 끝에였다. 그 장면은 너무도 인상 깊은 장면이자, 소설에는 없지만 소설의 메시지를 가장 명확하게 짚은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희주가 결국 그 종소리를 듣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것이 구원이라면 말이다.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선악을 모두 품은, 인간이라는 존재
<너를 닮은 사람>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나뉘어있지 않다. 희주와 해원과 우재 모두가 서로에게 죄를 짓고 죄를 당하며 얼기설기 얽혀있을 뿐이다. 내 안에도 해원과 우재와 희주가 있다. 시기와 질투, 물질과 안정에 대한 욕망, 잘못된 징벌의 심리까지도. 모두 서늘하게 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그 선과 악에 대해, 그것이 끊임없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에 대해,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써낸 정소현 작가와 유보라 작가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정말이지 열렬히 바라게 됐다. 파멸과 자멸의 끝에, 희주와 해원 그리고 우재가 자신들을 옥죄던 그 무엇들로부터 해방되었기를.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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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마시는 사람
나는 상실감이 드는 기분을 무척 싫어한다. 잃어버렸다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부채의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망증으로 여럿 물건을 잃어버려 보고 나면 알게 된다. 어떻게 잃어버리든 나의 잘못으로 느껴지는 상황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이건 내가 갖가지 사물들에 지나치게 애정을 많이 기울이는 탓일 수도 있다. 비누에 대고 혼잣말을 늘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 있어야 했는지는 기억하면서 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실감이 느껴질 때면 그 감정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의 동요에 휘둘리지 않는 일이 극복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다스리면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유독 나한테만 벌어지는 일 같다고 느껴지는 사고를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겠다고 믿었다.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으로 얻어지는 감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으니까.
감정을 배제하는 연습으로 얻어지는 감상을 생각해볼 것. 연출자인 가후쿠가 배우들에게 주문했던 일이기도 하다. 감정으로 유발되는 행동을 억제하고 텍스트 자체에서 느껴지는 감상을 행동에 옮긴다. 그의 태도는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을 음미하려는 미식가의 행동 양식으로 보였다. 일에 있어서도 그랬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 유들유들하고 적당하게 말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았다. 그는 일정한 온도로 말을 받고 말을 했다. 정온과 정속으로 행동했다. 가후쿠는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일을 수행했다. 운전하는 차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건조하게 대사를 읊으며 연습했다. 어찌나 끊임없이 감정을 내몰았는지 나는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대신 말한다. 미사키에게 상실감에 대한 일종의 죄의식과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당신의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말하겠다고 본인의 생각을 전달한다. 간접적인 의사표현은 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가후쿠와 오토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리에서 한번 걸러진 감정은 문자 그대로의 주장이다. 구태여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해왔던 건 연출자로서 가지고 있던 철학에 기반한 행동이었다. 가후쿠는 마음을 아끼지만 영화는 그의 심정을 다양한 환경으로 묘사한다. 길고 긴 터널을 나오면 비가 내리고 있고, 비 오는 마음을 넘어서면 꽁꽁 언 하얀 눈발이 나린다. 내내 드러내지 않고 앓다가 끝에 가서 떨구는 눈물 한 방울의 무게는 가늠할 수가 없다. 공들여 수기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같았다. 필름에 행간이 느껴진다. 그러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무언가를 나누려는 마음보다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자연스러운 걸 보면 상실감은 본능에 새겨진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본능적이고, 넓은 공통분모를 가진 이야기라 고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세상에 나와야 할 타이밍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이 세계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되었지'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감정을 다룬다. 현대적인 이야기들이 감성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고전적인 이야기들은 감각을 털어내는 과정이 비교적 길다. 충격이 다가오는 상황을 끊질기게 설명한다. 가후쿠는 묻어두었던 아픔과 대면하고, 슬픔을 느껴 눈물을 흘려보낸다. 더이상 삼키지 않기로 한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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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 크루즈 / Jungle Cruise, 2021
만약 "제이슨 스타뎀"이 로맨틱 코미디에 나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가끔씩 떠오른다.
물론,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15년에 개봉한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에서 그도 충분히 웃긴다는 것을 입증했으니 충분히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호스텔>시리즈로 유명한 "일라이 로스"의 최근작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는 "잭 블랙"과 "케이트 윈슬렛"의 가족 영화인 것으로 보아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정글 크루즈>는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보다 이를 연출한 감독 "자움 콜렛 세라"에 좀 더 눈이 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팬들에게는 <오펀: 천사의 비밀>, 그리고 "리암 니슨"과는 <언노운 - 논스톱 - 런 올 나이트 - 더 커뮤터>까지 그가 커리어로는 처음으로 "가족 영화", 그것도 "디즈니"에서 찍게 되었으니까요.
'과연, 이 영화도 앞에서 설명한 영화들처럼 만족감을 주었을지?' - <정글 크루즈>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고대의 전설, "생명의 나무"를 향해 학자 "릴리"와 남동생 "맥그리거"는 그 길로 아마존을 향합니다.
그곳에서 "프랭크"를 만나면서, 여정을 함께 하는 것으로 마음을 모았으나 게획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나 봅니다.
이들 말고도, 누군가 "생명의 나무"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고 이에 잠들었던 고대의 저주까지 깨어나는데..."할리우드"는 다 능력자들인가 봐
1. 어디서 타본 크루즈란 말이지.
영화 <정글 크루즈>는 앞서 말했듯이 파격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저와 같은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정글 크루즈>는 이를 제외하면, 어디서 봄직한 영화들의 장면들이 겹치는 등 새로움이라고는 볼 수도 없고요.
그럼에도, <정글 크루즈>에게 눈이 떼어지지 않는 건 말했던 "아는 맛"인데 이도 저와 같은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배가 됩니다.이거 어디서, 봤는데 말이지...
영화 <정글 크루즈>의 캐릭터 구성을 보면, "브렌든 프레이저"주연의 <미이라>시리즈가 생각나는 건 저만은 아닐 겁니다.
거친 남자 주인공에 비해 어딘가 덜렁거리는 여자 주인공의 케미가 "러브라인"으로 맺는 결과가 뻔하다고 해도 이게 아니라면 만족하지 않을 거잖아요.
여기에 어딘가 모자란 조연 캐릭터까지 영화 <정글 크루즈>의 캐릭터는 유독, <미이라>를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들 텐데, '혹시, "이모텝"도 그대로인가요?'라고 말이죠.2.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모텝"을 가르쳐줄 때가 되었지.
우리가 알고 있는 <미이라>가 1999년과 2001년에 개봉했으니 어림잡아 필자의 나이가 7살이 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를 즐겁게 말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영화를 보았을 때는 무서웠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 왜냐하면, 그땐 <미이라>가 너무 무서웠거든요.
극 중 살을 파먹는 '쇠똥구리'와 사람을 미라로 만드는 악당의 모습은 자꾸만 생각나게 하니 재밌어도 당분간은 시름시름 고통 속에서 앓았어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영화 <정글 크루즈>도 어린 날의 저처럼 많은 아이들이 '이 영화를 봐야 할지, 말지?"의 딜레마를 일으킬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원래, 감독님의 특기가 스릴러?
앞에서 언급한 감독 "자움 콜렛 세라"의 대표작이 <오펀: 천사의 비밀>처럼 스릴러"에 쏠려있지만 데뷔작이 <하우스 오브 왁스>였던 것을 생각하면, 관객들을 놀래는 데에는 이만한 전문가도 없습니다.
영화 <정글 크루즈>의 "아기레"가 바로, 차세대 "이모텝"으로 등장하는데요.
먼저, 보여주는 비주얼에는 성인 관객들도 깜짝 놀랄 만큼 뱀들이 피부밑으로 들썩들썩 거리니 어린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는 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모텝"과 비교하여 쌓이는 스토리는 부실해 큰 인상으로 남겨지지 않으나 비주얼만큼은 압도하고도 남습니다.3. 잊고 있던 성룡식 액션
<미이라>를 언급했기에 이런 "어드벤처"장르에서 빠져서는 안 될 볼거리, 즉 "액션"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겠죠.
근데, 이것도 "자움 콜렛 세라"의 주특기 가운데 하나라는 걸 알고 있나요?
스릴러에서는 <오펀: 천사의 비밀>이 있듯이 액션에서는 그의 오래된 파트너 "리암 니슨"과는 함께 <언노운 - 논스톱 - 런 올 나이트 - 더 커뮤터>까지 해왔으니 가장 편안한 작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영화 <정글 크루즈>가 보여주는 전체적인 액션은 "성룡"과 "오웬 윌슨"이 나왔던 <상하이 눈 - 나이츠>시리즈가 떠올랐습니다.이런 액션을 2021년에 다시 볼 줄이야!
지금이야 그 이미지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성룡"의 액션은 저 같은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만큼 재밌었습니다.
<상하이 눈 - 나이츠>시리즈처럼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것을 제외하면, 여타 그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액션이지만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요?
최근까지 액션을 연출해온 "자움 콜렛 세라"도 알겠지만, 공간을 작게 가져옴으로 카메라는 더 현란하게 움직여 등장인물들의 동작들을 힘 있게 보여주는 게 요즘 액션이라면, 이번 <정글 크루즈>는 큰 화면에 큰 동작들로 빠른 반응과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여기에 각종 사물들을 이용하는 모습은 상황을 길게 이어나감으로 해당 캐릭터들의 감정까지 보여주니 요즘 관객들에게는 신선함을 저 같은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합니다.4. 모두를 챙길 수는 없잖아?
이렇게 본다면, <정글 크루즈>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오락 영화이나 앞에서도 말한 액션도 어디까지나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요소입니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차세대 "이모텝"으로 평가하기에는 "아기레"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확보된 "분량"의 차이가 큽니다.
먼저, <미이라>의 "이모텝"은 정확하게 누구인지 몰라도 자신의 무서움을 보여줄 이야기를 쌓아나감으로 관객들에게 무서움으로 자리를 잡아나갔죠.
그에 비해 <정글 크루즈>는 "아기레" 이전의 동일 포지션의 "요아힘"이 있어 힘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요아힘"의 후반전이 허무하게 날아간 것을 생각하면, "아기레"의 플래시백은 그저 명분을 만들어줄 장면은 아니었는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네요.
무려, 127분이라는 러닝 타임에도 <정글 크루즈>의 문제가 설명 부족이라니 얼마나 더 필요했단 걸까요?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암!
이렇게, 악당들의 아쉬운 설명에도 영화 <정글 크루즈>가 챙겨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여성"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영화 <정글 크루즈>의 시간적 배경은 1916년으로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일어나던 시기이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릴리"를 보는 시선입니다.
극 중 "여성학자"의 조롱이나 "여성이 바지를 입는다?"라는 대사들로 그 시대의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대충이나마 감을 잡게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에 보이는 기존 남성 학자들의 분노와 여성 청중들의 박수갈채는 21세기에 만들어진 영화임을 인지하게 만듭니다.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정글 크루즈>는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극장용 여름 영화를 일깨워준다는 것에 다들 만족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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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로마 전투부대 제9군단을 전멸시키고 남은 병사를 끝까지 추적하는 야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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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웨이 후기 / 라트비아 감독의 1인제작 애니메이션 / 뛰어난 영상미 / 잔잔하고 평화로운 애니 / 소년의 성장영화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어웨이"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엔드크레딧도 1인 제작이라 그런지 엄청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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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팜 스프링스> 30초 예고편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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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데드 보이 탐정단> 공식 예고편
데드 보이 탐정단을 소개한다. 절친이자 귀신인 에드윈과 찰스는 인간 세계 최고의 탐정이다. 사악한 마녀, 지옥, 죽음의 신 데스로부터 탈출하는 등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는 두 사람. 영매 크리스털과 그녀의 친구 니코의 도움을 받아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장 미스터리한 초자연적 사건들을 해결한다. 《데드 보이 탐정단》의 원작은 닐 게이먼의 인기 코믹 시리즈로,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의 샌드맨 세계관을 새롭게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