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10-04 17:37:01
[BIFF 데일리] 광장에서, 골목에서, 만남에서
영화 <여기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 리뷰
DIRECTOR. 모흐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
CAST. 알리 자데(Ali JADDEH), 벤자민 프라이든버그(Benjamin FREIDENBERG), 아디 니센바움(Adi NISSENBAUM) 등
PROGRAM NOTE.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최신작이다. 감독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악화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유대교, 이슬람, 기독교의 성지이자, 긴장과 증오가 일상화된 예루살렘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유대인과 무슬림들은 한 건물에 살면서도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서로를 공격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무슬림과 유대인 사이의 공존과 평화의 해법을 고민한다. 영화는 현재의 암울한 도시 분위기와 양쪽 주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내는 한편, 이 도시의 미래가 지금은 함께 놀지 못하는 밝은 표정의 아이들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과 역할을 확인시켜 주는 수작이다. (조지훈)

이 영화는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수미상관을 이루며 시작하고 끝난다. 감독이 과연 이 갈등의 해결책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조사차 예루살렘을 찾았다는 말. 시작할 때와 마칠 때, 같은 문장에서 서로 다른 감정이 피어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를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을 담고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60여 분 동안 나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를 떠올렸다. 능소화가 군데군데 박힌 초록빛 배경에 한예리 배우가 서 있는, 그 싱그러운 포스터. 북촌 일대 서울 골목골목의 이야기가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그 영화를.
감독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좁다란 골목을 카메라로 부지런히 담고, 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 평소 우리에게는 늘 가장 우렁우렁 외친 소리들, 뉴스 너머로 전달될 만큼 커다랗고 거친 극단의 목소리만이 들리기에, 보통 사람들의 무난한 생각들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는 걸 생각하면, 더없이 귀한 인터뷰다.
메카에 순례를 왔던 선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아프리카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련 현대사와 촘촘하게 맞물려 온 자기 인생을 풀어놓는다. 선조부터 대대로 예루살렘에 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서로 다른 관계를 맺어 왔다는, 그래서 세대의 차이를 피부로 느껴온 유대인 벤자민 또한 골목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단절되고 분리된 사람들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연결하는 공간으로 자기 집을 가꾸어 가는 유대인 여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골목에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도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하루>가 북촌 골목골목을 비추며 더없이 서울다운 풍경을 담았듯, 늘 국제면 기사에서 보게 되는 과격하고 뒤틀린 모습이 아니라 이 영화 속 사람들이 그리는 모습이 실제 예루살렘의 모습일 것이다. 언제나 그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일들은 골목에서 일어난다. 통곡의 벽이나 대형 모스크 같은 유적지가 아니라.
이들은 변해가는 예루살렘의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도시 한가운데서 총성과 폭격음이 울리고, 무장한 군대뿐 아니라 어느 날부터 정착해서 살기 시작한 이스라엘 사람들도 마치 자경단 느낌으로 무기를 두르고 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시장은 일시적으로 폐쇄되고, 그럴 때마다 일시적으로 모두가 길을 잃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어떤 말들이 무너진다. 평화, 공존, 그런 단어들이 무너진 자리를 더듬거린다.

영화의 제목은 <이곳의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이고, 제목답게 ‘같이 노는’ 아이들은 나오지 않는다. 철저한 분리. 위협을 느꼈다고 또 무장하고, 피를 흘렸다고 또 피가 흐르게 함으로써 이 도시를 메운 위험의 총량은 계속 늘어나, 불안한 수위를 한참 넘어서 위태롭게 찰랑거리고 있다.
철저한 분리 안에서, 사람들은 같은 골목을 걷지 않게 된다. 나란히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일도 없고,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대화할 일도 없다. 미지의 적에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류를 구매하겠다고 긴 줄을 선다. 인터뷰를 하는 인물들은 이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하면서도, 밝은 미래의 회복을 꿈꾸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차분한 인터뷰가 다수를 이루는 영화임에도, 예루살렘이 죽어가고 있다고 절절하게 외치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도시의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건 이런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존재일 것이다. 마을 안에서, 골목에서, 작은 각자의 집에서, 조금씩 각자의 주변을 바꾸어 가는 사람들. 그 도시에 대한 진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예루살렘 거리는 돌로 되어 있지만 우리 심장은 그렇지 않다”. 영화에 나온 노랫말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이내 돌처럼 굳어져야 한다. 혐오는 길러지는 것이기에. 영화 속에서 연결을 희망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듯, 대화를 나눠보면 다 그냥 사람이다. 역사적 사실도, 경전 속의 문장들도, 구태여 갈등을 만들고 상대를 비방하고 살해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여기 아이들은 같이 놀지 않는다>지만, 영화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폭력의 행위를 흉내 내며 노는 아이들도 있고, (토실토실해서 너무 귀여운) 고양이를 끌어안고 노는 아이들도 있고, 무엇보다 종교나 민족과 상관없이 섞여 함께 가는 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입대를 꺼려 한다고 한다. 희망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같이 노는 것만으로 해결될 만큼 간단한 자리에.

10월 7일의 하마스 공습을 기점으로 이제 눈치조차 보지 않는, 이 영화 속 표현을 빌자면 점점 파시즘에 가까워 가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바라본다. 또한 그 폭력이 전염되고 있는 일대 국가들을 바라본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공세를 펼치고 이란은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이란 핵시설 공격만 슬쩍 반대했다. 이란에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 밝혔다. 10월 3일 기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보도들이다.
불안하고 산란한 마음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광장과 골목이,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신을 추앙하든, 어떤 가치를 숭배하든,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든, 우리는 만나서 뒤엉켜야 한다. 애정도 갈등도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만남이 단절된 애정은 헛되고, 미지의 상대에 대한 적의는 미친 듯이 부풀어올라 불필요한 갈등으로 꼬이니까.
해답은 언제나 믿기지 않을 만큼 간단하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광장, 골목, 우리가 만날 곳을 회복하는 것뿐이다. 오늘 우리가 만날 곳은 어디일까. 어쩌면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이는 영화제 또한 그런 만남의 광장이 아닐까 생각하며, 영화의 전당 앞을 걷는다. 더 많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들려오기를.
10/03 14:0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상영코드 065)
10/05 20:00 CGV센텀시티 2관 (상영코드 175)
10/09 13:30 영화의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434)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프레스로 참석 후 작성한 기사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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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맛을 그대로 재배치
* <비공식작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비공식작전 (2023)
감독: 김성훈
출연: 하정우, 주지훈
장르: 드라마, 액션, 스릴러
상영시간: 132분
개봉일: 2023.08.02
납치된 한국인, 잔혹한 내전에 휩싸인 중동 국가의 배경, 그리고 열악한 상황 속 인질을 구출하고 협상을 성사시켜야 하는 주인공. 여기까지만 들어도 줄거리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소재도, 플롯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근 2년 동안만 하더라도 우린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소말리아 내전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 아프간 피랍 사건을 다룬 <교섭>을 보아 왔다. 내용상으로 두 작품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비공식작전>에 관객들의 흥미가 쉽게 닿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이유는 <끝가지 간다>, <터널>을 통해 뻔한 소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 그리고 나왔다 하면 기본 이상은 해내는 하정우 주지훈 주연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코미디와 서스펜스의 능숙한 호흡으로 아직까지도 감독의 대표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끝까지 간다>가 있기에 분명 <비공식작전>도 익숙한 시놉시스를 매력적으로 탈바꿈해 놓았을 것이라는 낙관 어린 시선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비공식작전>은 '김성훈 감독'의 장기가 두드러진 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실화에서 착안한 소재에 각색의 요소를 많이 더해 경직된 전개를 탈피하려고 한 시도가 엿보이나 그럼에도 이야기는 예상 가능한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총탄이 날아오는 격전지에서 벌이는 택시 추격극에서 긴장감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다음 신에서 벌어질 장면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쯤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는 정부 윗선, 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3의 인물,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주인공이 영웅 심리에 불타게 되는 변화까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의 연속된 흐름을 굳이 또 한 번 보여준다.
애국심으로 포장한 작위적인 메시지, 불필요한 캐릭터, 감성에 호소하는 신파적 스토리 같은 곁가지를 모두 쳐내고 '오락 액션' 하나에 집중한 건 호평할 만하다. 레바논(실제 촬영지는 모로코이지만)을 배경으로 한 영상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택시 한 대로 상대하는 무장 테러리스트 집단을 상대하는 추격전은 나름대로 관객들이 즐길 만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갖췄다. 이미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주지훈'과 '하정우'의 조화는 신선함 대신 능숙함을 택하며 한 편의 콩트 못지 않은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특히 '주지훈'은 본인의 장기인 능글 맞고 뻔뻔한 캐릭터로 완벽히 분해 아는 맛도 분명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른 작품들과 연기 면에서 큰 차별화를 느끼지 못했던 '하정우'보다 작품에 유쾌한 바람을 불어넣어준 '주지훈'의 힘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단순히 오락을 추구한 작품으로서는 비록 뻔한 내용일 지라도 큰 흠결은 없다. 다만 후반부에 이를수록 본분을 잊기 시작하며 힘겹게 끌어온 극의 동력마저 상실한다. 시각적 재미와 서스펜스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비공식작전>은 한 가정의 파괴, 그리고 인간에게 가해진 비인륜적 행태를 이야기의 모태로 삼고 있다. 결국 작품의 핵심이 오락성일지라도 가볍게 다뤄서만은 안 되는 소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극은 끝으로 향할수록 어설프게나마 주제의식을 전하려 한다. 목숨을 걸 정도로 강한 동포애를 보여준 '이민준(하정우)'과 언젠가부터 그를 착실하게 따르는 '김판수(주지훈)', 그리고 외무부 직원들을 통해 돌아본 국가와 공직자들 간의 신뢰 관계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를 얻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한 일종의 수단 정도로만 느껴졌다. 빈 껍데기 같은 메시지는 오히려 이야기와 어우러지지 못한 채 겉돌 뿐이다.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다. 이국적인 배경과 화려한 액션신에서 나오는 시각적 재미, 그리고 적당한 서스펜스가 존재하지만 <비공식작전>만의 특색을 꼽으라 하면 딱히 떠오를 만한 게 없다. 세련미는 없더라도 연출가로서의 특징이 확실했던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 것은 분명하다. 오락과 대중성이 가장 중요한 여름 텐트폴 영화이지만, 흥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줄 힘이 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비공식작전>은 아는 맛을 그대로 가져와 재배치하기만 했을 뿐 아이디어는 안일했고, 고민은 부족했으며 디테일은 외면 당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l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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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Close, 2023>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인 <클로즈>를 시사회로 먼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루카스 돈트의 전작인 <걸>도 인상적으로 봤는데, <클로즈>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전작인 <걸>에서도 느껴졌지만, 루카스 돈트는 주인공의 심리와 감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렇게 섬세한 터치는 극의 상황에 쉽게 몰입하고 주인공의 감정에 강력하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듭니다. <클로즈>에서도 마찬가지로 끈끈했던 우정 사이에 생긴 거대한 벽을 마주한 주인공 레오의 감정선을 찬찬히 짚어내는데 성공하면서 상실의 고통을 딛고 한층 성장하는 성장 영화로서의 면모도 훌륭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저지른 잘못을 자신이 스스로 고백하는 장면에 도달하는 순간, 착실히 쌓아 올린 감정이 마음을 흔듭니다.
촬영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시골이 굉장히 유려하면서도 아련하고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어떠한 사랑이나 우정이 타인에 의해 정의되지 않은 세계를 담아내는 것 같은데, 그 세계에 타인의 시선이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잘 그려냅니다. 그리고 클로즈업을 굉장히 영리하게 사용하는데, 감정의 변화를 잘 담아내는 카메라가 인상적입니다.
두 소년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가 실로 대단합니다.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드 와엘이 보여주는 연기의 합이 단단합니다. <로제타>의 에밀리 드켄도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는데, 좋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레오 홀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많은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흥미로워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달까요. 그리고 담백한 연출이 인상적이긴 하나 이야기 자체가 독특하지 않고 다소 예상이 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인만큼 좋은 영화고, 전작인 <걸>만큼 주인공의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린 날의 상실과 성장을 꼿꼿하게 응시해 내는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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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새로운 감정들이 전주에 등장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개봉을 기념하여 픽사 in 전주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디즈니,픽사의 다양한 작품과 곧 개봉 예정인 <인사이드 아웃 2>의 풋티지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특별행사를 전주시에서 진행함으로써 전주를 찾은 방문객들과 시민들에게 관광거점도시 전주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행사는 영화제 기간 중에서도 5월 2일(목) 부터 10일(금)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더불어, 지난 5월 2일(목)에는 국내 최초로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34분 가량의 <인사이드 아웃 2> 풋티지 상영회가 진행되었는데요. 풋티지 상영 이후 화상 기자회견을 통하여 <인사이드 아웃 2>의 연출을 맡은 켈시 만 감독과 마크 닐슨 프로듀서가 참여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짜는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는데요. 영화제에 참석한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전주 주민들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참석하였습니다. 시네필들을 사로잡은 이벤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 이벤트도 진행되었는데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OST 오케스트라 공연, 버블 벌룬쇼, 컬러링, 틀린 그림 찾기, 미로, 타투 스티커, 페이스페인팅 체험, <인사이드 아웃 2> 액티비티 북 제공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감정)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인사이드 아웃 2>의 새로운 캐릭터를 먼저 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5월 1일(수) ~ 5월 1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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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여성 영화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
에디터가 차기작 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여성 영화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들을 소개합니다!
10대의 성장통을 다룬 <보희와 녹양>, <비밀의 언덕>부터 덕후였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다큐멘터리 <성덕>, 모녀 관계를 다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딸에 대하여> 등 각기 다른 장르와 소재를 다룬 데뷔 영화들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특히 곧 개봉을 앞둔 <모래바람>은 박재민 감독이 씨름에 빠져 다큐멘터리까지 찍게 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져오는데요.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가 탄생한 이후 5명의 여자 씨름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고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최초의 여자 씨름 영화!
<모래바람>은 11월 27일 극장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보희와 녹양
A Boy and Sungreen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성덕
Fanatic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지옥만세
Hail to Hell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모래바람
Sand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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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정말 사랑한 게 맞을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김광석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나의 어렸을 적 음악 취향은 김광석에 일부 있었다. 그것도 <사랑했지만>을 좋아했다. 왜 좋아했니?라고 물으면 팍 터지는 하이라이트 후렴부가 좋아서!라고 답할 것이다. 10대 때 '난 김광석이 좋아요'라고 말하곤 했었던 과거의 나. 이 말을 들은 많은 어른들은 '네가 김광석에 대해 뭘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면 김광석은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게 많은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슨 어린 친구가 나에게 '김광석이 좋아요'라고 했을 때 '네가 뭘 아느냐'식의 꼰대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물론 안 그래야겠지. 16살 중학생이 나보다 더 철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는 말은 부정하기 힘들다. 사람이 나이를 들면서 성장이라고 하는 게 있으니 생각이 달라지는 건 뭐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우리의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말처럼 새로운 것은 사람의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게 참 멋져 보인다는 건 잘 알면서도 끊기가 어려운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책과 영화를 보는 이유도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이것에 점점 질려오지만 이걸 채우려고 난 참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이 영화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난 언제쯤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고 있던 즈음에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나타났다. <우리도 사랑일까>다.
운명 같은 사랑이긴 한데
마고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고의 눈에 어떤 남자가 눈에 띈다. 이름은 다니엘. 이 남자 어디에서 몇 번 본 것 같다. 어디에서 봤지? 여행을 하다 마주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거기서 봤었지. 간통죄를 처벌하는 상황극에서 봤었다. 비행기에서 처음 대화를 하는 두 사람. 비행기도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 시답지 않은 헛소리만 늘어놓는데 유머감각이 있어서 웃기긴 하다. 금세 친구라도 된 듯 대화를 하는 두 사람. 마고는 공항이 두렵다고 말하며 '중간에 붕 떠있는 게 두렵다'라고 말한다. 장면이 전환되고 두 사람은 비행기에서 하차한다. 엥.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사는 곳도 비슷하다. 집이 같은 방향이니 만큼 같은 택시를 타고 온 두 사람. 마고는 남자에게 '나 결혼했어요'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유부녀라는 이유로, 잠깐 여행하다 만났다는 이유로 거리를 둘 수 있어 다행이다. 당연히 남편이 있으면 애인이 없어야 정상이잖아? 그런데, 이 막연한 바람은 의미가 없어졌다. 다니엘과 마고의 거주지가 단지 같은 방향이라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바로 옆 집에서 산다.
사실 살짝 비튼 각도에서 보면 운명적인 사랑이 맞다. 대화도 잘 통하고. 사는 곳도 비슷하고. 여행지에서 만날 정도로 취향도 비슷한 셈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다. 그냥 뭔가 다르다. 늘 같은 일상을 살던 마고에게 재미있는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재미가 있고 나발이고 간에 마고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선 안 된다. 나를 사랑하는 남편도 있고, 처가 식구들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없다. 이런데도 마고는 새로운 무언가와 지금 갖고 있는 현재의 것들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새롭게 찾은 마고의 운명적인 사랑을 소재로 삼으며 '새로운 것과 예전 것의 차이점'에 대해 조명한다.
많은 경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들
사랑의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닌가 싶다. 틀린 선택지를 한 번쯤 골라봐야 '어떤 것이 최선이었는가'를 답할 수 있으니까. 또 열렬하게 사랑해본 기억이 사람을 성장시켜 준 다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는 마음의 구멍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 구멍 채우려고 바쁘게들 산다. 친구라는 이름도, 연인이라는 것도 그의 비슷한 맥락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신선한 재미를 안기게 해 준다. 가끔 우리는 이런 것들 덕에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천만에. 어림없다. 새로운 건 늘 나이 들기 마련이다. 잠깐 느낀 신선함이야 말로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든다.
영화는 이 절묘한 틈을 파고든다. 새로운 것과 갖고 있는 것의 차이를 미묘하게 보여준다. 마고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유심하게 보시라. 또, 다니엘의 취미에 집중하시라. 이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는 무언가를 아내에게 계속 시도하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마고의 처지와 대비된다. 철저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극초 반부부터 제시하는 다니엘의 성격 특성을 집중해보자. 마고가 다니엘을 만나면 어떤 행동을 자주 하는지를 조명하면, 그와 현 남편 루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단순하게 '새로운 것을 만나 그녀는 어떻게 변하는가'만 생각해봐도 영화의 깊이가 옅지 않다. 당연하지. 그게 소재인 영화인데. 그런데 그 새로운 것을 대면하며 반응하는 인물의 선택지가 '누구를 나쁜 인간으로 만드는가'를 잘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탁월했다고 본다.
꼼꼼한 연출
영화를 보면 잊히지 않는 장면이 몇 개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극초 반부에 마고가 요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냥 요리하는 장면 아닌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왜 나에게 임팩트가 있었는지는 끝까지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또 'video kill the radio star'라는 노래 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음악의 활용도 탁월했다. 그리고 중반부에 조명을 왔다 갔다 하는 신이 있다. 이 장면은 두 번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색감을 활용한 방식이나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연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장면이 있다. 하이라이트 신이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이 정도로?'싶었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엔딩이었다는 것에는 여지가 없다. 영화를 보며 관객이 느꼈을 감정을 그 찰나에 모두 압축시킨 훌륭한 장면이었다. 아. 이들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색감이 잘 빠진 편이라 보기 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랑 잘하는 데에 나이가 어디 있겠냐만은
뭐 나이 먹었다고 해서 똥차 만나지 말라는 법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말 인격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구린 사람 만나서 연애할 수도 있다. 그게 뭐 비단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명제들을 분명히 잘 알고 있지만 이 영화는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살다 보면 '이래야 하지 않았나'하는 미련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질 걸. 그 사람 잡았어야 했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아쉬움이 사람의 마음에 깊게 남아있다. 영화는 이 아쉬움을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한 큰 한방을 준비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왈츠 속에 산다 하더라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지금 내가 서 있기 위해 어떤 것이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다. 우리는 이 덕에 행복한데 이것을 잊고 살다 간 인생이 파는 같은 함정 속에서 놀아나는 꼴이 아닐까 싶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러려니 잊어버린다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의 루틴 속에 미친놈마냥 나이 들다 가는 거겠지.
사랑일까? 묻지 마라. 삶은 그게 '사랑이 맞다'라고 진작에 답을 내렸다. 그리고 다 알고 한거잖아? 뭔가 새로울거라 생각해서.
#왓챠영화추천 #넷플릭스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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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종 / ร่างทรง, 2021
'곡성은 코미디'라는 말은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감독 본인에게서 나온 말입니다.
이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영화 <랑종>은 <블랙 위도우>를 개봉일부터 누르며, 현재 관객수 253,396명(07.15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나홍진"감독이 본인의 영화를 어떻게 소개해왔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장편 데뷔작 <추격자>를 "밸런타인데이에 맞는 데이트 무비"라고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황해>는 "크리스마스"였으니, "코미디 영화"로 소개한 <곡성>의 소개말은 양반으로 보일 겁니다.그렇다면, "나홍진"감독은 왜, <곡성>을 콕 집어냈을까요?
그 이유에는 이번 <랑종>은 당초 <곡성>의 "일광(황정민 분)"의 프리퀄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산되자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이 해당 각본을 각색하고, 직접 감독하여 만든게 이번 <랑종>이 되었는데요.
결과물이 당초 기획과 다르게 되었지만, 결국 영화 <랑종>은 <곡성>과의 유사성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어떤 영화이었는지?' - <랑종>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영화는 태국의 "이산"지역으로 "랑종", 즉 "무당"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제작진들의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이곳에 있는 무당 "님"을 만나 촬영을 하던 중, 언니 "노이"의 남편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것도 잠시, 조카 "밍"의 모습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님"은 "밍"의 방에서 수상쩍은 것을 발견하는데...진짜로 무서울까?
1. 우리의 이야기
영화 <랑종>의 관람을 시작하기 전부터 영화가 말하는 "애니미즘 - 토테미즘 - 샤머니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 절과 같은 종교들도 있지만 토속 신앙까지 합쳐본다면 '신'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이집트의 경우. 고양이나 쇠똥구리의 형상을 지닌 신도 존재하니 마치, 국내 포털에서 '무엇으로 만든 김치'처럼 얼마나 있을지는 자국민들도 모를 겁니다.
그만큼 익숙할 수가 없는 소재를 그것도 낯선 국가를 배경으로 관객들을 이해하게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 <랑종>은 그렇게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무엇을 해야만 하는 거죠?
앞서 말했듯이 자국민들에게도 어려운 소재를 타국을 배경 삼아 만든다는 건 배로 어려운 일이지만, 유사한 부분도 존재합니다.
'환웅 설화'를 예시로 든다면, 환웅이 하늘에서 같이 내려온 3명의 신하 '풍백 - 운사 - 우사'는 "자연"을 뜻하는 "애니미즘"을, '단군왕검'이 태어난 과정에서의 '곰 - 호랑이'와 같은 '동물'은 "토테미즘"으로 의미합니다.
여기에 "환웅"은 자연스럽게 "무당"을 뜻하는 "샤머니즘"으로 볼 수 있으니 나라는 달라도 전달되는 의미는 똑같아 어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꼭 <곡성>과의 유사성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죠.2. 트렌드 호러담(談)
그렇다면, 영화 <랑종>의 공포는 어땠을까요?
보통 공포 영화에서의 러닝 타임은 "점프 스케어"로 일컫는 깜짝 놀래는 방법과 찝찝함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구분됩니다.
그런 점에서 131분의 <랑종>은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운 영화로 '어떤 공포를 선호하는가?'에 따라서 관객들이 느끼는 만족도 역시, 크게 다를 겁니다.
무엇보다 영화 <랑종>은 동양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보여주는 장르는 최근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오컬트"와 일맥상통하게 느껴집니다.동양에서 서양을 느끼다?
굳이, <곡성>을 언급하지 않아도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제8일의 밤>만을 보더라도 국내에서 '오컬트'는 더 이상 낯선 장르는 아닙니다.
이로 인해, 국내 관객들에게 공포 영화에서의 귀신은 더 이상 "한(恨)"을 품어 해소시켜야 하는 딱한 존재가 아니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 <랑종>에서 보여주는 귀신은 성불할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아닌 퇴치를 해야 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이런 익숙함 때문에 <랑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굳이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까지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꺼내든 "파운드 푸티지"는 이를 납득하게 만듭니다.3. 어떻게 쓰느냐에 다르게 느껴진다.
1999년에 나온 <블레어 윗치>를 시작으로 2009년 <파라노말 액티비티>로 유명한 "파운드 푸티지"는 "진짜인가?"를 의심케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핸드헬드"라는 촬영 방법은 일부러 화면을 흔들어 비전문인이 촬영하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어 현실성을 부여하는데요.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방법인데, 이런 우려와 다르게 <랑종>은 이를 살벌하게 보여줍니다.
극 중 "CCTV"로 "밍"이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본다든지, 적외선 시점으로 보는 장면은 공포 게임 <아웃 라스트>가 연상되는 등 앞에서 쓰지 않았던 "점프 스케어"를 폭발시켜 관객들의 어깨들을 들썩거리게 만듭니다.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에는...
이렇게 만든 영화 <랑종>의 이야기는 역시, <곡성>과 유사함이 지적되나 면밀히 살펴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두 영화, 운명을 받아들어야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내용으로 <곡성>의 경우. '왜 하필이면 자네 딸이냐고? 그 어린 것이 뭔 죄가 있다고~?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뭐가 걸릴 건지 알고 미끼를 던지는가? 그놈은 미끼를 던진 것이여, 자네 딸은 그 미끼를 확 물어본 것이고.'으로 무작위적인 선택을 신의 운명으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랑종>은 받아들여야 하는 신의 운명에 있어 이들이 저지른 죄악들에 그 원인이 있음을 말합니다.4. 돌림판과는 다른 족쇄들
영화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님"은 신내림을 거부한 언니 "노이"를 대신해 무당을 하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노이"가 신내림을 거부해 신의 분노를 샀다는 점도 있지만, 극 중 "개고기"에 대한 언급도 있습니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개는 인간으로의 환생 직전의 마지막 단계로 보아 이를 먹지 않는데, "노이"를 이를 판매하고 있으니 신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는 것이죠.죄를 저질렀으니 갚아야지!
여기에 그의 오빠 "마닛"은 가정이 있음에도 외도를 즐기고, 죽은 "밍"의 오빠 "맥"은 "천주교"에서 가장 큰 죄악 "자살"을 저질렀고 동생 "밍"과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시사했으며 "밍"은 이모 "님"을 비롯한 "무당"을 조롱하는 등 저지른 죄들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중에는 "밍"의 아버지 "아싼티야"의 조상이 예전에 공장에 불을 저질렀던 과거까지 피해 갈 수 없음을 예고합니다.
이런 점에서 "님"은 이 중에서 가장 무결한 인물입니다.
결국, 무당의 운명을 받아들었고, 결혼과 자식을 두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도운 인물이니 이 캐릭터의 존재는 앞선 캐릭터들에게는 유일한 가능성으로도 해석됩니다.5. 마동석씨, 여기 좀 와봐유!
이렇게 본다면, 영화 <랑종>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영화이겠지만 중간마다 아쉬운 구석들이 많습니다.
공포 영화에서는 "왜 그렇게 하는 거야?"로 관객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이를 흔히, "발암"으로 총칭해서 말하는데 극 중 "신내림을 못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일을 크게 만드는 등 가슴이 답답한 전개들이 많은데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력의 배치에 형평성을 의심케하는 전개에도 답답함을 느끼니 아쉬운 개연성을 보여줍니다.깨물지 말고 말을 해!
이런 이야기의 아쉬움이 영화 내내 있었음에도 초반에는 언급되지 않는 이유에는 분위기와 사운드로 찝찝함으로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거든요.
하지만 후반부에 이런 문제가 드러나는 이유에는 <곡성>에서도 나온 "좀비(?)"의 등장입니다.
극 중 혼을 언급하는데, 동물들도 있어 그런 모습들에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이를 1인칭으로 보여주는 모습의 연출이 <랑종>의 폼을 급격하게 떨어트립니다.
특히, 카메라를 땅바닥에 내려두고 피만 보여주거나 소리만 나오는 "파운드 푸티지"의 클리셰가 유치하게 보이는데요.
분명히, 나쁘게 본 영화는 아니지만 자극적인 소재에 비해서 그렇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처음에 언급 드린 '곡성은 코미디'에는 아무래도, 영화가 보여주는 수위로 보입니다. 세상에 <곡성>이 '15세 이용가'인걸 5년 만에 알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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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감상평 - 팝콘무비로써는 합격이지만, 어딘가 헐거운 l 아주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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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업무비의 특성상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빌런, 혹은 적대자일 것,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능력들을 최소 한 번이상 임팩트있게 연출할 것.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될 것. 그밖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이 세가지만 갖춰져도 분명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일정 부분 긍정하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어땠을까요? 오늘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전체적인 감상평으로 이뤄져있으나, 리뷰의 특성상 캐릭터, 혹은 개연성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작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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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모리타니안”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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