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5 15:39:06
[BIFF 데일리]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Korea/2023/109min
*시놉시스
두 쌍의 부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성공지상주의자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주의자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다.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까지 네 사람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보통의 가족〉은 어쩌면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것’을 포착했다고 할 수 있을 영화다. 두 엘리트 가족이 있다. 형 재완은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고, 동생 재규는 대형 병원 의사다. 재완의 두 번째 아내 지수는 재완의 사무실에 떡 배달을 갔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 ‘젊고 예쁜’ 여성이고, 국제 봉사 NGO에서 일한 재규의 아내 연경은 올바름과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재규에게 어울리는 짝으로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묘하게 뒤틀려 있다. 재완은 동생 재규가 원리원칙주의자처럼 보여 답답할 때가 있고, 재규 역시 종종 형 재완이 돈만 아는 속물이라 생각한다. 지수는 상류층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콤플렉스를 가졌고, 치매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연경은 어쭙잖게 형님 행세를 하려 드는 지수가 같잖기만 하다.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뒤틀린 관계 역학을 지닌 이 엘리트 가족에게 사건이 생긴다. 고등학생인 재완의 딸과 재규의 아들이 술을 마신 후 노숙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제 두 가족은 시험대에 든다. 법의 허점을 악용해 승승장구하던 변호사 재완은 과연 딸이 연루된 살인사건까지 무마하려 시도할까? 형 부부를 비웃으며 ‘선하게’ 살고자하는 재규와 연경은 과연 자기 자식 일에서도 지금껏 견지해온 삶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새엄마’라는 지위에 늘 불안을 느끼던 지수는 오히려 이번에는 그 거리감에 안도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살인을 저지른 아이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할까? 그리고 그들은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을 어떤 방식으로 계승하려 하는가?
〈보통의 가족〉은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이 인상적인 영화다. ‘멜로 장인’, ‘멜로 거장’이라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재능, 즉 관계성을 탁월하게 감각하고 드러내는 재능이 가족이라는 뒤틀린 이익 공동체에 적용되자 또 다른 빛을 발한다. 허진호 감독이 새로이 천착한 가족 관계는 동시대 한국에 관한 여러 물음을 파생한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엘리트는 ‘신분’이 되었다. 상류층과 하층민의 목숨 값은 다르다.
-가족이라면 다른 가족의 ‘허물’을 덮어줘야 한다.
-각자도생의 원칙이 가족 내부에까지 침투했다. 즉 자기 이익에 반하면 자식까지 버린다.
-뼛속까지 신자유주의의 능력주의, 경쟁주의를 학습한 청소년들에게는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없다. 이들에게는 자기 생존만이 윤리이자 도덕이다.
-‘선함’은 본질적으로 위선과 허영이다.
〈보통의 가족〉을 보고 우리가 논쟁할 수 있는 명제들의 대략적인 목록이다. 결이 비슷한 것들도 있지만 상호 모순적인 것들도 있다. 관객의 관점과 문제의식에 따라 이는 얼마든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도발적인 물음들은 문제를 빙글빙글 돌리지 않고 직선적으로 나아간다. 관객은 매 순간 ‘나라면?’이라고 질문해봄으로써 멜로 장인이 선보이는 ‘기괴한 가족 멜로’의 현장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와 메시지가 마찬가지로 설경구 배우가 출연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를 연싱시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완성도와 몰입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함께 보며 논쟁할 만한 시의성과 오락성을 고루 갖춘 영화다.
*영화 상영시간
10-03/16: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04/09:00/CGV센텀시티 6관
10-07/09:00/CGV센텀시티 3관
Relative contents
-
- ‘뻔한 영화’는 ‘나쁜 영화’인가?
-
5★/10★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 〈분노의 추격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뻔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별거와 이혼 위기를 겪는 부부가 아내의 고향집으로 향하던 중 아내가 사라졌다. 어떻게든 아내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은 남편은 다급한 마음에 경찰에 연락하지만 베테랑 수사관은 남편을 첫 번째 용의선상에 올린다. 아내에게도, 남편에게도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듯 보이고 범죄 조직이 개입한 듯한 정황도 나온다. 남편과 경찰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진실을 좇고, 꽁꽁 감춰진 거대한 비밀은 영화가 끝날 때쯤 빗장 풀린 듯 쏟아져 모든 갈등을 해소한다.
사실 이런 유의 영화는 적당한 재미와 긴장을 선사하지만 전혀 새롭지는 않다. 〈300〉, 〈런던 해즈 폴른〉 〈지오스톰〉, 〈앤젤 해즈 폴른〉 등 극장에서든 영화 채널에서든 제라드 버틀러가 출연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새로움, 전위성 등 예술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을 때, 이 영화는 분명 낙제점이다.
그러나 새로움과 전위성만이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익숙한 쾌락’이 더 끌릴 때가 있는 법이다. 만약 내가 이 영화를 돈을 내고 극장에서 봤다면 솔직히 짜증이 났을 것이다. TV와 OTT에서 얼마든지 대체재를 찾을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금요일 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맥주 한 잔 마시며 TV나 OTT에서 이 영화를 봤다면 꽤 만족했을 것이다. 새로움, 전위성을 가진 영화는 영화의 메시지와 기법을 직접 느끼고 소화하는 데 정신적‧신체적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익숙한 쾌감’을 제공하는 영화는 아무리 지친 상태라도 편안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평론가들이 이런 유의 영화에 박한 것도, 관객들이 평론가들을 욕하며 영화와 자신의 감상 경험을 옹호하는 불만에도 모두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이들은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다. 영화를 보는 단 하나의 기준 따위는 없다.
〈분노의 추격자〉는 모든 장면이 익숙하다. 하지만 이 말은 〈분노의 추격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능숙히 활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듦새도 매끄럽다. 즉 ‘익숙하고 편안한 쾌감’을 원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제라드 버틀러의 필모그래피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대체로 액션이나 스펙터클에 치중한 그의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적인 요소가 제법 강하다(그렇다고 액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아끼는 관객이라면 〈분노의 추격자〉 역시 충분히 ‘새로울’ 것이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한 발 떨어지니 더 격렬히 끓어오른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592년 4월, 왜군은 단 15일 만에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점령하며 파죽지세로 북진한다. 그러나 '이순신(박해일)'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거북선을 앞세워 남해안을 장악하자 이내 왜군은 보급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용인 전투에서 10만 명의 조선군을 격퇴한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는 해전을 통해 이순신을 꺾고 보급품을 전달함과 동시에 명나라로 진격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부산포에 수군을 집결시키고, '나대용(박지환)'이 설계한 거북선의 도면을 훔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반면에 '이순신(박해일)'은 '원균(손현주)'의 방해에 맞서가면서 선조가 의주로 파천하는 등 수세에 몰린 조선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작전을 고민하며 한산도로 출전한다.
전쟁 이론을 다룬 유명한 경구들을 이야기할 때 프로이센의 군인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속 다음 말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의 연장(延長)"이라며 전쟁이 대립하는 의지들의 충돌이라고 보았다. 모든 전쟁은 본질적으로 다른 국가에 자기 의지를 강요하려 하는 한 국가가 많은 수단 중 선택한 한 가지 옵션에 불과하다. 즉, 전쟁의 명분과 목적, 승패의 기준점은 그 전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전쟁 영화들도 단지 전쟁과 전투의 양상을 그려내는 것만큼이나 그 전쟁의 명분과 정치적 의미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일례로 <300> 시리즈는 (비록 역사 왜곡 논란이 있지만) 러닝타임 동안 자유 대 압제라는 이데올로기적 대결에서 전자가 승리하는 쾌감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준 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도 비록 패배한 전투이지만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분기점이 되었던 덩케르크 퇴각의 의미를 스크린 위에 온전히 재현해냈다. <고지전>은 아예 전쟁을 통해 전쟁의 무의미함과 아이러니함을 꼬집은 바 있다.
17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의 반열에 오른 <명량>의 후속작이자 프리퀄로, <최종병기 활>과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한산: 용의 출현>도 다르지 않다. 1592년 음력 7월 8일에 펼쳐진 한산도 대첩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한산>은 전쟁의 두 주체, 조선과 일본의 의지를 각각 의(義)와 불의(不義)로 설명한다. 이는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과도 정합한다. 일본군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길을 빌려달라는 이유로 아무런 명분 없이 조선을 침략했기에, 조선과 일본은 순도 100%의 가해자와 피해자다. 그러니 임진왜란이 의와 불의가 싸우는 전쟁인 것은 명확하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의와 불의의 전쟁을 풀어내는 드라마적 측면이다. 특히 <명량>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은 <한산>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명량>은 전쟁을 왕과 종묘사직이 아닌 백성을 위한 싸움이라 규정하며,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실제로 왕에게 버림받았다가 다시금 전쟁에 나설 것을 명 받은 백전노장은 국가와 군주를 위한 충성심에 앞서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울돌목으로 향했고, 역으로 백성의 도움을 받아 기적처럼 승리한다. 이러한 정치적 함의는 2014년 개봉 당시 <명량>이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부분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다만 이 민심의 중요성을 전하는 방식이 다소 올드하고 일차원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말을 할 수 없어 치마를 흔들며 위기를 알리는 '정 씨(이정현)'의 모습이나 백성의 희생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던 '임준영(진구)'처럼 부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극의 흐름을 툭툭 끊었다. 이 고생을 몰라주면 후손들이 전부 후레자식이라던 대사 역시 영화를 평면적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산>은 다르다. 오히려 형보다 더 낫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일본군의 시점을 강조하며 이순신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 영화는 가장 먼저 부산의 일본군 진영을 비춘다. 또 일본군이 이순신과 거북선에 대비하는 모습을 착실하게 그려낸다. 걸핏하면 조선인들을 죽이는 평면적인 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빈자리는 두려움이 곧 전염병이라면서 아군의 패잔병을 죽여 혹시 모를 불씨를 제거하는 주도면밀함, 간첩의 침투와 그로 인한 정보의 유출을 경계하는 치열한 첩보전, 군사적 약점을 지우기 위해 전력을 증강하고 작전을 가다듬는 철저함이 대신한다.
반면에 스크린 속 조선군은 취약하다. 거북선을 잃고, 거북선의 설계도를 탈취당하며, 학익진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 즉, 영화는 의롭지 못하다는 단편적인 인상 대신 신중하고 영리하며 강대한 불의 앞에 흔들리는 의로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순신의 학익진은,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거북선의 등장은 역으로 더 큰 감동을 준다. 철저하고 신중했던 불의가 의로움으로 쌓은 바다의 성 앞에서 필연적으로 궤멸되는 모습은 이른바 품격 있는 '국뽕'으로 이어진다. 한산 바다에 수군 군영을 구축하며 단단한 방패를 만드는 모습으로 영화가 결말을 맺는 이유이자, 작중 최고의 씬스틸러인 거북선이라는 소재가 단지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거북선을 장님 배라는 의미의 '메구라부네'라고 줄곧 부르던 왜군 장수들은 거북선을 마주친 순간 영화 초반 패잔병들이 그러했듯이 해저 괴물이라는 의미의 '복카이센'이라고 말한다. 이는 일본군의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곧 의로움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칫 억지스럽거나 정서적으로 과장될 수 있었던 항왜 '준사'의 서사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산도 대첩과 맞물린다. 아군을 보호하지 않는 왜군의 악의를 경험한 왜장 준사는 이순신을 만나 마음을 고쳐 먹고 의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의병과 함께 전투에 임한다. 이 모습의 함의는 굳이 과장된 감정선이나 대사를 통하지 않아도 국가와 백성을 보호하는 강력한 성인 학익진과 자연히 오버랩된다. 그렇기에 전쟁과 전투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한산>의 방식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진다. '정보름(김향기)'와 '안준영(옥택연)' 캐릭터의 분량이 전편에 비해 적어서 인위적이고 신파적인 연출이 줄어든 것도 영화의 담백함에 기여한다.
또 영화가 이순신의 활을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칼을 대조해 의로움의 필연적 승리와 그 쾌감을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다. 와키자카의 칼은 명나라로 진격하려는 야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두려움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패잔병을 죽이는 그의 칼은 왜군끼리도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분열의 칼이며, 명나라까지 향하는 지도가 그려진 황금 부채로 변하기도 한다. 반면에 이순신은 죽을 위기에 처한 부하 나대용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활을 쏴 나대용을 보호하고, 약점이 드러난 거북선을 구해낸다. 그리고 나대용과 거북선은 찰나의 순간 이순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으로 보답한다. 그래서 와키자카의 칼도 조총도 이순신을 위협할 수는 없다. 의로움이 담긴 이순신의 활 앞에서 악의로 가득한 그의 무기는 무용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한산 대첩에서 갑옷에 화살에 맞았다는 역사적 기록을 영리하게 활용한 드라마의 힘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장수가 자신의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비되는 점도 드라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칼을 뽑는 와키자카와 달리, 작중 이순신이 활을 쏘는 장면은 딱 세 번 등장한다. 이는 신중함을 기하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경험을 답습하는 와키자카와 달리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신중한 이순신의 차이를 드러낸다. 와키자카는 한산도 바다가 용인 전투와 같은 지형이라는 이유로, 또 이순신의 학익진이 과거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드러난 학익진의 약점을 공유할 것이라고 판단해 과거의 전술을 반복한다. 반면에 꿈속에서 녹둔도에서의 전투를 다시 한번 마주한 이순신은 와키자카의 선택을 예측한 후 마지막까지 확실한 한 수를 기다리다 왜군의 공격을 되받아 역공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두 배우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기가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본래 신중하고 치밀하지만 전투에 돌입하면서 야망에 부풀었다가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와키자카의 입체적인 변화를 잘 짚어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대사와 비중에도 불구하고 박해일의 절제된 표정 연기가 지장(智將)으로서의 이순신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이유다.
물론 모든 드라마적 측면은 결국 전투와 전쟁의 양상을 알기 쉽게, 또 박진감 있게 펼쳐 보인 연출과 구성 덕분에 빛난다. 우선 당포에서 견내량과 한산으로 이어지는 전투의 흐름 속에서 매 순간 변화하는 조선 수군의 학익진과 일본 수군의 어린진이라는 진형을 넓고 수직적인 구도로 잡아내 그 형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밑바닥이 둥근 일본군 함선과 밑바닥이 평평한 판옥선의 차이점을 활용해 전투의 변수를 만들기도 하며, 거북선들의 충파로 인한 박진감이나 전방위 포격으로 적을 섬멸하는 모습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또 전반적인 임진왜란의 흐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영리함이 돋보인다. 지형적으로 유사한 용인 전투의 전황을 상세히 설명해 한산도 대첩의 전술적 가치까지도 부각하는가 하면, 선조의 몽진을 강조하며 한산도 대첩이 지니는 전략적 측면에서의 의의도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한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지점도 눈에 띈다. 일례로 영화는 역사 속 이치 전투와 웅치 전투의 특징을 합쳐 가상의 전투를 만들어 낸다. 본래 전주성이었던 일본군의 목적지를 전라좌수영으로 변경해 한산도 대첩 전후의 위기감을 더 고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사적 서술을 충실히 따르며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원균의 활용법이 대표적이다. 다른 미디어들과는 달리 무능하고 비겁한 원균의 캐릭터성을 온전히 묘사하면서 일본군과의 전투라는 외적 위기는 물론 진이 뚫릴 수 있다는 식으로 조선군 내부의 위기도 조성한다. 그 결과 거북선의 기습과 돌격 , 학익진의 위력, 평소와 달리 화약을 잔뜩 준비한 이순신의 지략 등의 임팩트는 모두 극대화된다.
특히 이는 영화를 제작할 때 한산도 대첩이 명량 해전에 비해 여러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명량 해전은 이순신 개인에게도, 조선 수군의 입장에서도 절대적인 어려움이 있는 전투였다. 총지휘관은 억울하게 파직당하고 어머니를 잃은 상태였고, 조선 수군도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후 12척의 판옥선만 남아 있었다. 그 와중에 130여 척이나 되는 일본군을 패퇴시켰으니 명량 해전은 별다른 각색 없이도 충분히 드라마틱하다. 반면에 한산도 대첩 당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연전연승 중이었고, 전력도 온전했다. 이순신 개인 입장에서도 사천 해전에서 총탄을 맞아 부상당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일신상에 크게 특이한 부분이 없다. 즉, 한산 대첩은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중대한 승전이지만 오히려 처절함과 승리의 쾌감이 덜 직관적인 전투다. 이러한 핸디캡을 강렬한 스펙터클이 돋보이는 긴 분량의 해전 씬과 영리한 각색을 통해 극복했기에 <한산>의 임팩트는 결코 <명량>에 뒤처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리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안준영과 정보름 캐릭터는 왜군과의 첩보전을 담당하면서 이번에도 일정 부분의 분량과 비중을 분배받는다. 그런데 그들은 전반적으로 담백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신파의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각한다고 보기에는 역할이 작다. 그러다 보니 찰나의 순간 삽입된 그들의 마지막 장면까지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영화의 최대 장점인 영리한 각색과 전투씬도 단점이 없지는 않다. 영화는 한산도 대첩 이후 조선 수군이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부산까지 진격하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그런데 정작 부산진 전투가 한산도 대첩이 포함된 3차 출정이 아닌 이순신의 4차 출정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굳이 한 데 합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편 거북선이 나타나는 전투씬은 배와 배가 충돌하며 원초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데, 다만 거북선에 사용된 CG의 수준이 부자연스러운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인 작전 도중 암초 바다를 해쳐 나오는 조선군과 그대로 좌초되는 일본군을 묘사할 때처럼 순간순간의 장면에서도 부자연스러운 그래픽이 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이 와키자카 야스하루에 비해 적게 등장하고, 인간적인 고민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물론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명량 해전에서는 용장(勇將)을, 한산해전에서는 지장(智將)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기는 하다. <명량>이 영웅 이면의 고뇌에 주목했다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젊은 장군이자 리더인 이순신의 자질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량: 죽음의 바다>가 인간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한층 원숙해진 현장(賢將) 이순신을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면, 이 단점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한산: 용의 출현>은 전편의 단점은 수정하고, 객관적인 접근법을 통해 같은 주인공의 또 다른 면모를 부각하면서, 품격 있는 사극이자 영웅전, 그리고 전쟁 영화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해낸다.
A(Acceptable, 무난함)
온 국민이 아는 해전에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데 성공한 의와 불의의 전쟁
-
- 스타워즈 영화 랭킹 Star Wars Film Ranked
조지 루카스가 구상한 [스타워즈 9부작] 혹은 [스카이워커 사가]은 한마디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라는 거대한 서사시다. 그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측은지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마블과 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이 [스타워즈] 역시 개연성을 지닌 영화는 아니다. 지난 42년간 [스타워즈]는 MCU처럼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무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전에 팬들에 의해 대중문화 최초로 ‘확장세계관(EU)’를 정립했다. 그런데 [시퀄 3부작]은 [스타워즈] 특유의 ‘설정 놀음’을 간과했다. 특히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그랬다.
◆평가 기준
1순위 시리즈로써 의의
2순위 공유 세계관 기여도
3순위 단일 작품으로써 완성도
#11 :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pisode IX: The Rise Of Skywalker, 2019)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종결’을 홍보했지만, 9편의 실제 임무는 ‘브랜드 관리’다. J.J. 에이브람스의 최우선 과제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던져놓은 7편의 떡밥을 회수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라이언 존슨이 8편에서 7편의 떡밥을 싹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팬 서비스’를 핑계 삼아 8편의 아이디어를 깡그리 쓰레기통에 버린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작]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팬들의 반응만 살피며 돌려 막기 하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 세계관, 스토리 전부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캐슬린 케네디가 꺼내 든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 자신이 2014년 4월 25일에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캐슬린 케네디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라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능키)' 되고, 레이는 '메리 수(천하무적)' 화 되어 시리즈 전통을 더더욱 망가뜨린다. 이게 다 라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다 수습하려고 노력하면서, 9편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시퀄 3부작 내내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오마주를 하면서 전통 파괴를 일삼는 모순을 매번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통 [시퀄 3부작]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라 놀며 [시퀄 3부작]의 정체성과 주제를 전부 잃어버렸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한 상상력과 방향성의 부재다. 이것이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를 내세우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을 의존하는 [시퀄 3부작]의 한계다. 고로 창의적인 비전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를 오독하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실로 안타깝다.
#10 :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EPISODE VIII - THE LAST JEDI, 2017)
당연하게도 시리즈물은 단 한 편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라이언 존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해체시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낡은 스타워즈를 새롭게 갈아엎지만, 5편 [제국의 역습]처럼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하는 통에 다 보고 나면 허무하다. 왜 [제국의 역습]을 레퍼런스한 [라스트 제다이]는 감흥이 적을까?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제국의 역습]은 '부살(父殺·Patricide)' 모티브를 차용해 루크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지만, [라스트 제다이]의 성장 자체가 없는 레이에게 어떻게 연민과 공포를 가지겠는가?
라이언 존슨이 전통에만 기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미래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건 좋다. 해체하기에 앞서서 우선 시리즈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과거와는 선을 긋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덧붙여서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를 첫 번째 영화로 내세워 [시퀄 3부작]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되었다면, 훨씬 순조로웠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8편은 J.J. 에이브람스를 포함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40년 동안 쌓아왔던 공유 세계관에 대한 '반달리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존슨은 제다이와 시스로 구분 짓지 말자고 계속 설득하지만, 정작 '저항군 VS 퍼스트 오더' 선악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또, 영화 내내 탈영웅 서사를 부르짖지만, 결국 시련과 고초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완전무결한 레이의 영웅 서사를 보면 자기모순처럼 읽힌다. 거기다 서스펜스에 약한 라이언 존슨의 약점이 겹치면서 저항군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지만,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긴박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그는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다.) 전부 라이언 존슨이 별다른 설득 없이 시리즈의 요소들을 본인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변용한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두, 자크 데리다는 흔히 '선과 악' 같은 이항대립 체계를 종언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가르침대로 라이언 존슨 역시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의 경계, 울타리를 이야기할 뿐 종언을 고하지 않았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을 해체하되 이항대립 그 자체가 종결될 수는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성경을 포함한 서구인의 사고체계 전부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 존슨도 그런 포스트모더니즘의 맹점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에는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 즉시 기록 말살 형에 처해진다. 이제 루카스 필름 내부에서조차 ‘흑역사’로 공인된 셈이다. 그러나 조만간 재평가 받을지도 모른다. 현재 라이언 존슨이 집필하는 구 공화국 시점의 신규 3부작(10,11,12편)이 2022년 12월, 2024년 12월, 2026년 12월 개봉 예정으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케빈 파이기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작품 역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동일한 프로젝트로 예상된다.
#9 :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첨 볼 때는 클래식 느낌이 나서 반가웠다. 다시 보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5]을 리뉴얼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과대평가보다 실제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미 없는 서사가 많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구멍들이 차기작을 위한 떡밥으로 간주하고 넘어갔었는데, 라이언 존슨의 8편 [라스트 제다이]이 떡밥 자체를 무시하고, 세계관 자체를 붕괴시키는 바람에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한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망가진 세계관을 수습하고, 설정 구멍을 막는데 급급하게 되었다.
문득 왜 에이브람스가 ‘떡밥의 제왕’이 되었을까? 가 궁금해진다. ‘쌍제이 특유의 떡밥 투척’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다, 맥거핀(떡밥)을 많이 설정해서 재빨리 흥미를 유발하고, 연속된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돌려 막기일 뿐이다. 7편과 9편에서 쌍제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 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언가 흥미로운 떡밥을 던지긴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진된 게 없다. 게다가 쌍제이가 캐릭터들조차 도구적으로 정보와 아이템을 주는 용도로 쓴다. 아마 데이지 리들리조차도 레이가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3편 내내 자꾸 설정이 바뀌니까 말이다. 핀과 포 다메론도 마찬가지다.
디즈니가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추억 팔이‘에 안주한 결과, 시리즈로의 신규 관객 유입에 실패한다. 진부한 [시퀄 3부작]으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로 받아질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팬 무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시퀄과 프리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가 모아 온 고물을 수거하는 배급소 주인 '운카 풀럿'은 뚱뚱한 구두쇠 정도로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부품가게 주인으로 나오는 '와토'는 어떤가? 이방인 '콰이곤 진'을 경계하지만 장사치답게 흥정을 건다. 자신의 노예인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 재능을 인정해서 포드를 제공해준 적이 있으며, 경주 도박을 하기도 한다. 또, 자바 더 헛을 두려워하고, 세불바가 아나킨에게 해코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루카스는 '단역'이라고 해도 그 전후 배경와 상호작용을 미리 설정해둔다.
그렇기에 루카스의 형편없는 연출력에도 불구에도 [스타워즈]가 확장세계관의 선구자로 매김 할 수 있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조지 루카스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할때 입체적 사고로 그린다.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려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언뜻 별 관계가 없는 대상과 우리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관습이 있지 않은가? 제임스 카메론도 조지 루카스처럼 인류학적·미학적 맥락을 철저히 따진다. 그는 [아바타]를 제작할 때 나비족 언어와 종교, 규범, 문화, 지리까지 미리 설정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6편 [제다이의 귀환]에서 은하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신 은하 공화국이 어떤 과정으로 붕괴되었는지 7편 [깨어난 포스]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즉, 정체불명의 퍼스트 오더가 왜 위협적인지를 관객 입장에서 와닿지 않기에 [시퀄 3부작] 내내 ‘긴장감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부실한 세계관 구현이 2020년 현재 [시퀄 3부작] 관련 작품보다 이전 [프리퀄 3부작] 혹은 [클래식 3부작]에 기반한 미디어 믹스 및 파생상품이 더 많은 이유다.
#8 :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크리스 밀러 & 필 로드의 급작스러운 해고로 말미암아 캐슬린 케네디가 싹 다 갈아엎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간판을 떼고 보면 괜찮은 하이스트 무비다. 다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론 하워드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겨우겨우 수습한 티가 난다. 예를 들면, 항공권이 없는 한은 제국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제국군 입대 담당관은 그에게 성을 붙여준다. 이렇듯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베테랑 론 하워드가 촉박한 제작 기한 내에서 균열을 최소화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은 엘든 이렌리치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고, 까칠한 드로이드 L3-37과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씬 스틸러다. 그럭저럭 즐길만하지만,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어서 그런지 속 시원한 기원담을 들려주지 않는다. 꽁꽁 싸맨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 보니 자꾸만 여타의 SF 영화들이 연상될 뿐 특별한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로 적자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 사단의 원흉인 캐슬린 케네디는 어쩔 수 없이 한 솔로의 속편 계획과 [오비완 케노비], [보바 펫]의 앤솔로지 시리즈를 취소한다.
그러나 [더 만달로리안]에 앞서 시리즈 최초로 '암시장의 밀수와 범죄'를 조명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자바 더 핫이 이끄는 핫 카르텔, 코렐리아 행성에서 제국 전함이 건조되는 장면, 우주 공항의 묘사, 코악시움 광산의 묘사, 츄바카와 우키 종족의 묘사 등 [시퀄 3부작]이 등한시했던 세계관 구현에 노력했다.
#7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프리퀄 3부작]의 밑바탕을 깔기 위한 거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드 레이스 장면과 다스 몰과의 검투신만 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째로 건너뛰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위험]의 세계관 확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살다 살다 [프리퀄 3부작]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무역협상, 분리주의 연합 등 진지한 정치적 담론, 자자 빙크스의 고통스러운 CG 슬랩스틱, 부재한 주인공, 처참한 대사, 느슨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3부작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 로마 공화정이 제국화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결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이 파멸로 치닫는 셰익스피어리언 비극을 시리즈에 훌륭하게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또, [클래식 3부작] 과는 이질적이었던 디자인이 클래식의 변영에 지나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을 선보인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도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미디클로리언을 통해 '기(氣)'에서 착안한 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노예 신분인 아나킨을 '선택받은 자'로서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8편 이전부터 누구나 포스를 가질 수 있다는 '포스 에브리웨어' 설정은 이미 존재했었다.
#6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카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형편없는 연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발성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로맨스 영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00% 디지털 촬영으로 완성된 첫 블록버스터이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다와 두쿠 백작의 라이트세이버 결투, 제다이 기사단와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 간 전투 등으로 액션을 강화했으며, 의회를 장악한 팰버틴 의장이 무역 연합에 대항하고 분리주의자들로부터 은하 공화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비상 권한을 부여받는다거나 보바 펫과 클론 트루퍼를 결부 짓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루카스의 탁월한 기획력에 비해([시스의 복수]을 위해 아껴둔) 드라마의 부재를 막을 캐릭터 묘사에 실패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조지 루카스가 프리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클론 전쟁'의 개전만을 알린다는 점이다. 추후 전쟁의 진행 상황은 [클론 전쟁(2003/2008)]로 대체됐다. 있으나 마나 한 ‘제다이의 결혼 금지 규율’ 따위보다 '클론 전쟁' 자체에 포커스를 뒀다면, [에피소드 1·2]가 이리 허무하게 낭비되지 않았을 터,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2편의 숨은 장점은 비극의 단초인 ‘하마르티아(Hamartia)’를 제공했다는 데에 있다. '하마르티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이지만, 하마르티아는 주인공이 지닌 결함으로, 아나킨은 금혼 계율을 어기고 파드메와 결혼하고, 제다이답지 않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것이 아나킨의 하마르티아다. 그의 판단 실수는 '비극'이라는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킨다.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 자동차의 결함처럼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편의 빌드업이 있었기에 3편에서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처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일은 어렵다. [제다이의 귀환]은 전편 [제국의 역습]이 근사하게 던져놓았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끌어온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이 남아있었다. 그럼 [스타워즈]의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동일하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어떻게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다이의 귀환]라는 제목은 아나킨이 메피스토펠레스(팰 버틴)을 원자로에 던져버리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부자간의 화해가 이뤄진다. 여기서 그리스 비극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이 발견한다. 그리스 비극은 신이 정한 운명론에 의존하지만, 팰버틴에게 끌려다니던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다시금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타락한 영웅이 스스로 선택해서 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포스의 균형'이다.
더욱이 6편은 분명히 4편 [새로운 희망]의 아이디어를 재탕하고,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할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하다.
그것이야말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 [배트맨 비긴즈]을 참고하라는 교훈으로 받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제다이의 귀환]는 클래식 3부작이 남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무용담을 장중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루크와 레아를 중심으로 레전드 확장 세계관(EU)이 진행되고, 팬들로 하여금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에 팬들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진다.
#4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드디어 디즈니 스타워즈가 재탕을 멈추고, [스타워즈]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저항군 특공대들의 희생을 다룬다. 원래 [스타워즈] 자체가 제2차 대전 전쟁 영화들에게서 착안한 작품이었다. 은하제국 군복은 나치 독일과 매우 유사하며, 저항군은 연합 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로그 원]은 한발 더 나아가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특유의 유치한 가족영화의 틀을 버리고, 본래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니고 있던 2차 대전 특공대를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과 연결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가렛 에드워즈의 장단점이 다 발휘됐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구축과 초반부의 산만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스펙터클하게 규모를 살리는 연출이나 사실성을 강조한 서사구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 미드 [만달로디안]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로그 원]과 동일하다. 기존 스타워즈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병행되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3 :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2005)
조지 루카스의 여전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아나킨은 한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이 연달아 닥치며 타락하게 되고, 공화국 역시 멸망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가지게 한다. [프리퀄 3부작]을 통해 ‘제다이 vs 시스’로 세계관이 확장하게 되면서 클래식 3부작의 ‘부자간의 골육상잔'은 수 천 년간 이어진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중 하나로 재정립한다.
시스 로드인 황제가 제다이 기사단의 '선택받은 자'를 회유하며 시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스타워즈 팬들은 아니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창시자가 새롭게 공개한 사실들에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는 물론이고, 요다가 황제 암살에 실패하면서 은거한다거나 오더 66에 의한 제다이 기사단이 몰락하고, C3P3와 R2D2가 기억을 잃는 과정, 오비완이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요다에게 전수해준다거나 파드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들쑥날쑥한 [프리퀄 3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도 [클래식 3부작]에서 빠진 빈틈을 세심하게 메웠다.
또,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만약 ‘현자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만큼 확장 세계관과 캐릭터 정립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2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EPISODE IV - A NEW HOPE, 1977)
대중문화를 영원히 바꾼 영화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정의 내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꿔, 부가상품을 대중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산업 역시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현실의 영역에서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조지 루카스가 어릴 적 즐겨본 코믹스 [플래시 고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의 '기(氣)' 개념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포스 등의 철학적 우화, 전쟁영화, 갱스터, 호러, 뮤지컬, 서부극의 요소를 섞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밝고 경쾌한 어드벤처 SF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복합장르 전략은 이후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타워즈]는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칼로 총알(빔)을 막거나 우주가 배경인데 18세기 라인 배틀을 펼치는 광경이 의아할 것이다. 이는 시대와 문화권에 구애받지 않는 원형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5편부터 '다스 베이더'를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면서 시리즈로써 환골탈태한다. 이때부터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 신화'가 도입된다.
#1 :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루소 형제의 말마따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이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한 용기는 [제국의 역습]에서 배웠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도대체 뭘 본 거지?" 싶었다고 한다. 악에게 패배한 주인공, 어긋난 로맨스, 새드 엔딩은 상업영화의 오래된 금기들이었다.
전편 [새로운 희망]이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반면에 [제국의 역습]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선례로 여전히 남아있다. 스타워즈 9부작의 밑그림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편 팬들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 사이의 설정 구멍을 메우며 [확장 세계관 (EU)]를 만들고 놀았다.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원’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를 신화로 만들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혼아이 TER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1월 셋째 주 OTT신작 추천작 <프렌치 디스패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좋좋소 시즌4>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1월 셋째 주의 관심 가질만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프렌치 디스패치, 디즈니 플러스 +
코미디 | 미국 | 107분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등
개봉일 : 2021년 11월 18일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19일 (수요일)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오래된 가상의 도시 블라제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
어느 날,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죽음으로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신을 매료시킬 마지막 기사가 지금 공개된다!"
*관전 포인트* :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선정작 초청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 초청과 국내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된 작품.
이 영화를 추천하는데 그리 긴 수식어나 설명이 필요할까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과 <문라이트 킹덤> 등 독보적인 미쟝센과 예술적인 영화적 색감,그리고 위트 넘치는 유머와 관객들로 하여금 기억에 남고 여운을 가질 수 있는 대사로 항상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입니다.
더불어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는 할리우드 슈퍼스타, 대배우들의 향연이었습니다.할리우드의 내노라하는 캐스팅 라인업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챕터별로 나눠진 영화에서 배우들의 독특한 케미를 선보이는 다채로운 매력의 영화입니다.
만약 극장에서 놓치셨다면, 이번 디즈니플러스에서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2.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디즈니 플러스 +
액션 | 미국, 영국 | 152분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등
개봉일 : 2021년 10월 20일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1년 1월 19일 (수요일)
"부조리한 권력과 야만의 시대, 14세기 프랑스. 유서 깊은 ‘카루주’ 가의 부인 ‘마르그리트’는 남편 ‘장’이 집을 비운 사이,
불시에 들이닥친 ‘장’의 친구 ‘자크’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크’는 ‘마르그리트’에게 침묵을 강요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감내해야 할 불명예를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크’의 죄를 고발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자크’는 강력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장’은 승리하는 사람이
곧 정의로 판정 받게 되는 결투 재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장’이 결투에서 패할 경우, ‘마르그리트’는 즉시 사형에 처해지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데…
단 한번의 결투가 세 사람의 운명을 가른다!"
*관전 포인트* : 할리우드에서 <글래디에이터>, <에일리언>, 최근의 <하우스 오브 구찌>등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거장 중의 거장감독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입니다.
오스카, 에미상,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이력이 있는 대배우들인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벤 애플렉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특이한 점은 제70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굿 윌 헌팅> 의 각본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24년만에 다시 만나 공동으로 각본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는데요!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배우들, 그리고 최고의 배우 2명이 각본으로 참여한 작품을 디즈니플러스에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3. 좋좋소 시즌4, 왓챠
웹드라마 | 한국
감독 : 서주완 | 출연 : 남현우, 강성훈, 김태영, 김경민, 장명운 등
왓챠 공개일 : 2022년 1월 18일 독점 공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던 충범에게 걸려온 지금 와줄 수 있냐는 의문의 전화.
그 날 이후 충범은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의 일원이 됐다. 극강의 리얼리즘으로 돌아온 좋좋소 시즌4,
정승네트워크와 백인터내셔널의 처절하고도 치졸한 생존 전쟁이 펼쳐진다. "
*관전 포인트* : 중소기업 직원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지난 해 1월 시즌1을 시작으로 시즌 3까지 많은 사랑들의 사랑을 받은 시리즈입니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의 직원들을 통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좋좋소> 시리즈는 유튜브 누적 조회 수 5300만 뷰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며, 유튜브상에서 먼저 화제가 된 작품을 드라마화 작품입니다.
1월 18일 왓챠에서 독점 공개하는만큼 <좋좋소>시리즈를 그동안 시청하고 좋아해주신 많은 시청자들은 왓챠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JIMFF 데일리] 젊은 음악가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에는 정답 없는 일들이 많다. 영화와 음악도 그렇다. 일반적인 규칙이나 경향성의 갈래는 있지만, 단일한 규칙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취향의 영역도 존재하니까. 이런 길을 가는 건 어렵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며 가야 하는 길일 것이다.
영화 <당신의 모든 것> 주인공 서준(강찬희 분)은 아직 그 길의 초입에 서 있는 존재다. 명확하고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 은정(김규리 분)이 가르치는 내용은 그에게 잘 흡수되지 않고, 클래식을 듣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하고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클래식에 짓눌려있는 동시에 클래식이 자신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해 매달리고 있다. 재즈를 기계적으로 거부하지만 우연히 하게 된 친구들과의 합주는 처음부터 자기 옷처럼 들어맞는다.
이런 구도에서는 어느 한쪽을 정답처럼 바라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쉽게 올라온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재즈의 매력을 내세우고, 은정의 꼿꼿한 태도를 마치 클래식만 고수하는 콧대 높은 사람의 재수 없는 편견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몰아가는 낡은 해법이 아닌, 자기 길을 찾아가는 젊은이의 미욱하고 서툰 여정으로 풀어냈다.
한 음만 쳐도 곧바로 “다시.”라는 말로 서준의 연주를 잘라내며, 은정이 서준에게 가르치고자 한 것은 명료하고 정확한 형식미 쪽이다. 웅얼거리지 말고 손가락에 바늘을 세운 듯 날카롭게 치라는 말은 마치 서준의 인생에 대해 던지는 일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정의 이런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은정은 콩쿠르 무대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확실히 알고 있고, 서준의 장점과 단점도 명확히 알고 있다. 다만 서준이 스스로 생각하여 찾아내기를 요구하는 은정의 방식은 서준이 흡수하기엔 너무 다른 종류일 뿐.
은정이 몇 번이고 요구한 대로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준은 계속해서 도구를 활용한다. 메트로놈은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도구라지만, 그 밖에도 끈으로 눈을 감아 가리거나 얼음 주머니를 손에 갖다 대고, 소주를 입에 털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번번이 실패한다. 은정의 가르침을 내치지도 못하지만 수용하지도 못한 채, 정리되지 못한 감정이 이따금 과격하게 분출되어 상황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모든 젊은 이들은 성장해 간다. 서준의 성장 과정에는 ‘악보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라’며 악보보다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친구와, 그 과정을 함께하며 서준 안의 음악을 끌어내고 서준에게 믿음을 이야기하는 든든한 연인이 있고, 분명한 기준을 갖고 꼿꼿한 등을 보이는 선생님이 있다. 아직은 피해의식 없이 라이벌을 바라보기도 어려워하고 자기 감정조차 주체하지 못할 만큼 서툰 모습이지만, 음악과 관계 안에서 그는 차차 자라갈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젊은 날의 미숙함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원석처럼 투박하게 빛나는 서준의 시간을 주변 사람들의 면면이 다정하게 다듬는데, 이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훌륭하게 구현된다. 무대 위 아이돌의 모습부터 어두운 시절을 거친 캐릭터 연기까지, 그간 청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해온 배우 강찬희의 시간이 이 영화에서도 미숙한 청춘의 기쁨과 슬픔을 올올이 빛나게 한다. 은정을 맡은 배우 김규리가 진중한 발성과 단단한 눈빛으로 메트로놈처럼 딱딱 영화의 박자를 휘잡고, 지수 역할 배우 한성민 또한 서준보다 한 걸음 성숙하고 든든한 조력자로서 무게를 더한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클래식과 재즈 음악 또한 마치 각각의 등장인물처럼 서준의 성장을 자극하며, 관객의 귀도 즐겁게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후배 시인에게 쓴 편지 모음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렸다. 길을 찾아가는 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 영화가 그 책과 닮은 마음을 품고 있다고 느껴졌기에. 오늘도 영화와 음악처럼 정답 없는 세계를 유영하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주목하고 있을 젊은 이들에게,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 영화와 함께 전하고 싶다.
“당신은 젊고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있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인내로 대하십시오. 그 문제들 자체를 폐쇄된 방이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당신이 얻지 못한 답을 찾아내려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당신은 아직 그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모든 것은 경험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살아보십시오.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새 해답 안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낼 것입니다.” (45p,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9월 7일 토요일 16:00 세명대 태양아트홀
9월 9일 월요일 10:00 세명대 태양아트홀
-
- [JIFF 데일리] 세상의 모든 스텔라를 응원해
제목 ㅣ 사랑에 빠진 스텔라 Stella in Love
감독 ㅣ 실비 베레드
출연 ㅣ 플라비 들랑글, 마리나 포이스, 벤자민 비올레이
시놉시스
스텔라는 올해 마지막 학년이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스텔라는 유명한 80년대 파리지앵 클럽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열광적인 밤을 알게 된다. 스텔라의 친구들은 공부를 하고 있고, 스텔라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빠져 있다. 이번 해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스텔라의 인생 전체가 결정될 것이다. 스텔라는 생각하지 않는 척 한다.
프로그램 노트
2008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스텔라>의 속편 격인 작품으로, <스텔라>가 초등학교의 마지막 해 이야기를 다룬 데 비해 6년 후인 고등학교 마지막 해의 이야기를 그렸다. 진로를 고민해야할 고등학교 졸업반인 스텔라지만, 그녀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척 외면한다. 친구들은 공부만 하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함께 떠나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스텔라는 1980년대 파리의 전설적인 클럽인 레 뱅 두슈에서 춤꾼 앙드레의 현란한 춤을 목격하고 광란의 밤을 경험한다.
대학에서 무용을 공부하겠다는 꿈도 가져보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히는 스텔라. 과연 성인이 된 스텔라는 어떤 모습일까? <스텔라>에서 나타났던 가족 안에서의 외로움과 사회적으로 소외되어가는 문제들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스텔라를 괴롭히며, 그녀의 성장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1980년대 초반 클럽의 모습과 헤어스타일, 의상 등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는 실비 베르에이드 감독의 연출도 볼거리이다.
세상의 모든 스텔라를 응원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고민, 내가 과연 뭘 잘하는지에 대한 의문, 어딘가 완벽하지만은 않은 가정사, 친구들과의 갈등, 영화 <사랑에 빠진 스텔라>는 국적과 문화도, 시대도 다르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은 소재다. 나도 아마 스텔라처럼 영화롭게는 아니지만 이 고등학생 때 분명 이 고민을 하고 갈등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스텔라를 조금씩 응원하고 있었다. 그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가 인상깊었다. 스텔라는 여러 갈등을 해소아닌 해소 한 뒤 "미래 걱정은 나중에" 라고 하고 영화는 끝난다. 그래, 미래 걱정은 나중에!
1980년대 초반 클럽 '레 벵 두슈' 간접 체험
스텔라가 스트레스를 풀러 가는 곳이자, [(앙드레와)사랑에 빠진 스텔라]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장소는 '클럽'이다. 사실 클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2023년의 클럽 분위기도 모르지만, 영화는 1980년대 초반 클럽의 모습을 꽤나 자주, 많이, 오래 보여주어서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스텔라는 학생이지만 짙은 화장을 하고 입장을 하고 그 곳에서 '앙드레'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앙드레'는 춤과 노래, 음악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고 스텔라는 아마 그런 모습에서 앙드레에게 매력을 느낀 듯 싶다. 앙드레에게 사랑을 빠졌다는걸 보여주자마자 스텔라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안돼! 누가봐도 나쁜 남자의 정석이잖아?"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스텔라는 앙드레를 만났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름 마냥 나쁜남자도 아닌 것 같고.
여러모로 다양한 연출
영화는 다양한 연출을 보여준다. 사실 제목은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아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다. 영화에서는 '가사가 있는' 음악을 많이 들려준다. 그리고 <스타 이즈 본> 과같은 음악 영화에서 보여줄 법한 연출을 보여준다. 바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멜로 가득찬 눈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클럽에서 춤출때는 약간의 슬로우로도 보여주며 사랑에 빠진 스텔라의 마음을 연출을 통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약 두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인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는 <스텔라>의 속편이라고하는데, <사랑에 빠진 스텔라>를 보고 나니 스텔라가 어렸을 적 모습을 담았다는 <스텔라>도 궁금해졌다. 성장 영화 그리고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 <사랑에 빠진 스텔라> 상영 시간표
씨네랩 에디터 ria
-
- 브아걸 제아가 리뷰하는 영화 싱 스트리트 & Lost Stars 기타 라이브??이거 안 보면 유죄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레전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브아걸의 리더 제아를 만나고 왔습니다!
레전드 보컬 제아와 함께 파헤쳐 본 영화 싱 스트리트!
제아가 라이브로 부르는 Lost Stars까지!
------------------------------------------------------------------------------------------------------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
- 영화 <피노키오>
140년 간 전세계 사람들을 꿈꾸게 만들었던 명작
동화 ‘피노키오’가 되살아난다!
-
- 영화 <블러드 앤 머니> 예고편
설원 속에 고립된 거액의 돈 가방,
그의 방아쇠에 거액의 운명이 달려있다!전직 해병이자 베테랑 사냥꾼 짐(톰 베린저)은 사람조차 뜸한 설산에서 야생 사슴을 사냥하며 홀로 지낸다.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짐은 낯선 여자를 사슴으로 오인하여 쏘게 되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죽어가는 여자를 놔둔 채 황급히 도망친다.
술집에서 카지노 무장강도단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죽인 여자가 120만 달러를 가지고 달아났던 용의자 중 한 명이란 걸 알게 되고,
죄책감과 괴로움에 빠져 잠들기 전 당시 상황을 떠올리다 사고현장에 담배꽁초를 떨어뜨린 걸 알고 더욱 혼란스런 상황으로 빠져든다.
다음날 사건 현장으로 돌아온 짐은 담배꽁초를 회수하고, 시체 옆에 놓인 돈가방까지 챙겨 나오지만 자신들이 훔친 거액을 찾기 위해 숲을 수색하던 강도단들과 마주치면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무장강도단의 추격을 피하면서 총상과 추위에 생사를 넘나들지만 녹슬지 않은 사격실력과 기지를 발휘해 원샷원킬로 강도단을 한 명씩 처리하고, 돈을 갖고 탈출할 수 있는 차량까지 확보하는 짐.
그러나 그는 아픈 딸의 치료비로 고생하는 웨이트리스 데비(크리스트 헤이거)를 떠올리며 돈의 위치가 그려진 편지를 그녀 앞으로 남기고, 부상당한 몸으로 마지막 남은 강도단 두목을 처단하기 위해 나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