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5 15:39:06
[BIFF 데일리]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가족 이야기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Korea/2023/109min
*시놉시스
두 쌍의 부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성공지상주의자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주의자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는 형제다. 재완의 아내 지수(수현)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까지 네 사람은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며 고민에 빠진다.

〈보통의 가족〉은 어쩌면 가장 씁쓸한 방식으로 ‘한국적인 것’을 포착했다고 할 수 있을 영화다. 두 엘리트 가족이 있다. 형 재완은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고, 동생 재규는 대형 병원 의사다. 재완의 두 번째 아내 지수는 재완의 사무실에 떡 배달을 갔다가 결혼까지 하게 된 ‘젊고 예쁜’ 여성이고, 국제 봉사 NGO에서 일한 재규의 아내 연경은 올바름과 정정당당을 강조하는 재규에게 어울리는 짝으로 보인다.
이들의 관계는 묘하게 뒤틀려 있다. 재완은 동생 재규가 원리원칙주의자처럼 보여 답답할 때가 있고, 재규 역시 종종 형 재완이 돈만 아는 속물이라 생각한다. 지수는 상류층에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콤플렉스를 가졌고, 치매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연경은 어쭙잖게 형님 행세를 하려 드는 지수가 같잖기만 하다.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뒤틀린 관계 역학을 지닌 이 엘리트 가족에게 사건이 생긴다. 고등학생인 재완의 딸과 재규의 아들이 술을 마신 후 노숙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제 두 가족은 시험대에 든다. 법의 허점을 악용해 승승장구하던 변호사 재완은 과연 딸이 연루된 살인사건까지 무마하려 시도할까? 형 부부를 비웃으며 ‘선하게’ 살고자하는 재규와 연경은 과연 자기 자식 일에서도 지금껏 견지해온 삶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새엄마’라는 지위에 늘 불안을 느끼던 지수는 오히려 이번에는 그 거리감에 안도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살인을 저지른 아이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인지할까? 그리고 그들은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을 어떤 방식으로 계승하려 하는가?

〈보통의 가족〉은 설득력 있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이 인상적인 영화다. ‘멜로 장인’, ‘멜로 거장’이라 불리는 허진호 감독의 재능, 즉 관계성을 탁월하게 감각하고 드러내는 재능이 가족이라는 뒤틀린 이익 공동체에 적용되자 또 다른 빛을 발한다. 허진호 감독이 새로이 천착한 가족 관계는 동시대 한국에 관한 여러 물음을 파생한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엘리트는 ‘신분’이 되었다. 상류층과 하층민의 목숨 값은 다르다.
-가족이라면 다른 가족의 ‘허물’을 덮어줘야 한다.
-각자도생의 원칙이 가족 내부에까지 침투했다. 즉 자기 이익에 반하면 자식까지 버린다.
-뼛속까지 신자유주의의 능력주의, 경쟁주의를 학습한 청소년들에게는 보편적 윤리와 도덕이 없다. 이들에게는 자기 생존만이 윤리이자 도덕이다.
-‘선함’은 본질적으로 위선과 허영이다.
〈보통의 가족〉을 보고 우리가 논쟁할 수 있는 명제들의 대략적인 목록이다. 결이 비슷한 것들도 있지만 상호 모순적인 것들도 있다. 관객의 관점과 문제의식에 따라 이는 얼마든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도발적인 물음들은 문제를 빙글빙글 돌리지 않고 직선적으로 나아간다. 관객은 매 순간 ‘나라면?’이라고 질문해봄으로써 멜로 장인이 선보이는 ‘기괴한 가족 멜로’의 현장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와 메시지가 마찬가지로 설경구 배우가 출연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를 연싱시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완성도와 몰입도가 더 높게 느껴졌다. 함께 보며 논쟁할 만한 시의성과 오락성을 고루 갖춘 영화다.
*영화 상영시간
10-03/16: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04/09:00/CGV센텀시티 6관
10-07/09:00/CGV센텀시티 3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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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브투헤븐 #넷플릭스드라마 #무브투헤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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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니슨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ㄴ 리암 형 본업 컴백 완😎 돌아온 킬러,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원맨]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레전드 액션, 지금 바로 확인✔ 9월 4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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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메리칸 트레이터> 메인 예고편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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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밀드레드 길라스 a.k.a '액세스 샐리'.
밀드레드는 독일 나치 선전부 장관 '괴벨스'(토마스 크레취만)의 지휘 아래,
미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선전 방송을 진행해 미국 국민들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다.
그녀의 반역죄 유무를 결정하는 재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고,
유명 변호사인 '제임스 라플린'(알 파치노)이 밀드레드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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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 다가온 위험을 경고하다.
보이스 (On the Line, 2021)
개봉일 : 2021.09.15
감독 : 김선, 김곡
출연 :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조재윤, 이규성
일상에 다가온 위험을 경고하다.
보이스피싱.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낚아 올리는, 목소리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사기 행각. 내가 어릴 땐 어색한 한국말 또는 낯선 사투리. 누가 봐도 수상한 번호로 택배 박스를 뒤져 찾아낸 우리 집 강아지 이름 같은 것을 이야기하며 납치범 행세를 하는 것. 어르신들이 주로 당하는 것. 같은 게 보이스피싱이었고 실제로 그때 받았던 피싱 전화들은 대부분이 어색하고 우스운 수준이었다. 한때는 이 어설픈 사기 행각을 소재로 삼은 개그 프로를 보며 함께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는데, 요즘은 보이스피싱도 무서울 만큼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피해 금액도 눈덩이 커지듯 불어나고, 피싱 조직의 몸집은 제어할 수없이 커져가고 있으며 그 수법 또한 교묘하고 그럴싸하다고 한다. <보이스>는 간절하게 취업을 바란 면접자들, 가족을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 등.. 선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와 생명 같은 돈을 털어내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 그들의 악랄함과 광기를 선명하게 잡아낸다.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 같은 건 범죄자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얼마의 돈을 입금 받고, 오늘 수익 전광판에 얼마의 금액이 찍히는지. 내가 벌어갈 돈은 얼마인지. 이들 눈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숫자만 보일뿐. 사람이 돈 앞에서 얼마나 악랄하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아주 잘 봤다.
<씨네 21 1323호>에서 김성훈 기자님이 이들의 모습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월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표현한 글을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표현을 바로 이해됐다. 월가에 비해 주변이 더 지저분하고 수시로 불법적 돈 세탁을 해댄다는 것만 다를 뿐. 돈 앞에서 뿜어내는 광기와 짐승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 정말 닮았다. 특히 어쨌든 약육강식의 세계고 어차피 누군가의 피를 빤다면 즐겁게 빨아야 한다고 외치는 피싱 조직의 간부 곽프로를 보며 “미친놈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김무열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영화를 보기 전, 건설 현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단체 커다란 보이스피싱 사건이 일어났다는 시놉시스를 읽었을 땐 “어떻게 건설 현장에서 단체 사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지?”궁금했다. 보이스피싱을 겪어본 적도, 주변에서 당했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어 보이스피싱의 세계가 이렇게 커다랗고 조직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마치 개미굴처럼 깊고 은밀한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아직 실감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세밀하게 팀을 나눠 운영한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언제 어디서 걸려도 금방 꼬리를 잘라낼 수 있도록 말이다. 콜센터, 대본, 돈세탁 담당, 입금과 동시에 여러 갈래로 쪼개져 돈을 쓸어 담는 조직원들. 착착 맞아떨어져가는 이들의 빌어먹을 호흡에 피해자들의 피 같은 돈은 손쓸 틈 없이 빠져나간다.
주인공 서준의 아내 미연도 맥없이 이들의 수법에 당하고 마는데, 그는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과 지저분한 범죄자들의 욕망 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들과 아내를 위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심부에 잠입한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커다란 악과 이기심을 마주하게 된다. 무기도, 지원해 줄 인원도 없이 홀로 조직의 본거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서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초능력이나 화려한 무기가 없을 뿐이지 이야말로 진정한 히어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초반부에 휘몰아친 사건들로 높아진 긴장감이 한두 번쯤 느슨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과 약간은 애매하게 느껴졌던 액션신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꽤 괜찮았다. 망설임 없이 터트리고 뛰어드는 서준의 행동과 숨김없이 욕망을 드러내는 악역 곽프로.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범죄 조직의 리얼리티. 그리고 시원하게 뻗어있는 결말로 향하는 길까지. 이번 연휴, 큰 고민 걱정 없이 범죄, 액션 장르의 통쾌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보이스>를 추천한다.
보이스 시놉시스
부산 건설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 작업 반장인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 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누군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범죄 ‘보이스피싱’. 미연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 서준이 행여나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휩쓸려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몰아치는 범죄자들의 연락과 그럴싸하게 연출되는 상황에 피해자들은 의심 없이 돈을 입금한다.
“선배님 가족이 당해도 가만히 있을 겁니까?”
길거리에 흘려진 셀 수 없이 많은 개인 정보를 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들.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경찰들은 중심부를 잡아야 한다며 언제 올지 모르는 시기를 노리고만 있다. 피해자이자 이 사건을 해결하는 히로인인 서준은 진행되지 않는 수사에 지쳐 직접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서준은 아수라장이 된 박실장의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USB를 챙겨 나오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해 슬쩍 전화선을 뽑는다. 그는 누구보다 정의심이 뛰어난 인물이다. 나와 내 아내의 복수를 넘어 불특정 다수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이 히어로가 따로 없다.
서준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전, 커다란 마약 범죄 조직들을 소탕한 이력이 있는 팀의 에이스였다. 그는 마약 국내 유통책을 잡으려다 금뱃지 아들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형사직을 박탈당한다. 아마 영화에서 보여준 서준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서준은 유통책이 명망 있는 집안의 아들임을 알고도 잡지 않았을까 싶다. 서준은 옷을 뺏긴 이유마저 넘치게 정의롭다.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란 말이야.”
콜센터에 잠입하는데 성공한 서준은 드디어 김현수 변호사라며 아내를 속였던 곽프로를 만나게 된다. 3층 기획실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그는 절망에 빠진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눈물을 보며 웃는다.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에 당했음을 알고 주저앉아 우는 모습과 곽프로가 웃고 있는 모습이 함께 재생되는 장면을 보며 마치 내가, 내 가족이 당하기라도 한 듯 울화통이 치밀었다.
곽프로는 서준에겐 복수를 꿈꾸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상관들의 뒤통수를 치려 준비하고 있는 가장 교활한 인물이다. 곽프로는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색이라 여겨지는 흰색의 옷을 위아래로 갖춰 입는다. 순수한 색의 옷과 그 위에 튄 핏자국이 더럽고 악랄한 인물의 본체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만든다.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콜센터 안은 마치 악마들이 모여있는 지옥 같다. 곽프로는 돈 없이 살아갈 바깥세상은 지옥, 헬 조선이라 말하지만 그보다 더 지독한 지옥이 바로 이곳에 있다. 돈 앞에서 이성을 잃고 날뛰는 사람들, 양심과 인류애 따위는 저 멀리로 던져버린 채 욕망으로 번뜩이는 그들의 눈빛, 그리고 같은 피해자임에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71번 여깄다!”고 소리치던 46번의 모습. 특히 46번의 이 모습은 46번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서준의 눈빛이 우스워질 만큼 비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새로운 콜센터 직원들이 오면 가장 먼저 각자가 갖고 있던 물건과 이름을 빼앗고 새로운 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힌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걸려있던 인생과 양심 같은 것을 모두 내려놓고 죄책감 없이 사기행각을 벌인다. 이들은 나에겐 돈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방패 삼아 피해자들의 생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콜센터가 발각되고 조직원들이 검거된 상황에서 46번은 끝까지 콜센터에 남은 정보들을 끌어모아 새로운 한 판을 제안한다. 여전히 보이스피싱 조직의 꼬리 자르기만 반복하고 뿌리뽑지못 하고 있는 현 상황이 훅 와닿는 결말이었다.
사실 <보이스>는 크게 기대하고 있던 작품은 아니었다. 동시에 개봉하는 <기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고, 최초의 보이스피싱 영화라는 신선한 소재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개봉 전 공개된 평점이 예상외로 낮아서 기대감을 낮추고 관람했다. 기대감이 낮아서 그랬는진 몰라도 결로적으론 꽤 괜찮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을 제외하면 캐릭터 자체가 크게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점과 후반부의 다소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느낌의 격투신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일상에 드리워진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보이스피싱 백신 영화’라는 말이 정말 찰떡처럼 어울리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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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10월 16일로 개봉일 변경
허진호 감독 연출 영화 <보통의 가족>이 10월 9일에서 6일로 개봉일을 변경했습니다.
10월 첫째 주에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 <조커:폴리 아
되>의 경쟁을 피해 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영화는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이외에도 해외 유수 영화제에 19회 초청되며 하반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예매율 1위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기 개봉한 작품 중 한국 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를 두는 흥수가 함께 생활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첫날 ‘오류’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 예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일부 예매가 취소되는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영화제 측은 “결제 시스템의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예매에 실패한 경우에도 결제가 진행됐다”라고 오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영화제는 “오류 발생 건은 환급 조치하고, 서버 증설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룡영화상 사회자 한지민, 이제훈 발탁
30년간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아 오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물러난 김혜수의 후임 사회자로 배우 한지민과 이제훈이 발탁됐습니다.
한지민은 "청룡영화상을 대표한 김혜수의 존재를 느꼈고, 다시 한번 김혜수 선배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라며, "그가 만들어온 전통과 품격을 이어받아 부족하지 않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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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The Anchor, 2022
1. 어디, 안 힘든 사람이 있겠다만...
영화의 주인공 "세라"는 9시 뉴스를 진행하고, 방송국의 간판 앵커로 표면적으로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의 표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들이 득세하는 회의장'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참여한 모습은 "유리천장"을 뚫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내 "세라"의 입에선 자신의 자리에 치고 올라오는 후배 "승아"를 깎아내리는 말이 나온다.대개, 이런 영화들이 빠지는 "자가당착"에는 "남성"은 나쁘고, "여성"은 바르게 묘사하는 것인데, <앵커>는 이에 빠지진 않는다.
"조직의 구조"로 들어가면서, '갑과 을'이 아닌 '을과 을'이 대립하는 구도를 그려낸다.
그도 그럴 것이 끝을 제외하고는 극에서 "세라"와 "승아"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감정을 건드린 건 "앵커"의 자리를 결정짓는 방송국들의 수뇌부들이니까...2. 너만 아니었다면?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오로라 공주, 2013>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상투적인 기분을 떠나 1. 숙주와 함께 하며, 2. 숙주의 생명을 다하면 같이 죽으며, 3. 무한히 성장한다.는 점에서 '태아와 암세포'는 꽤 많은 것들이 닮았다.
그런 점에서 극 중. "임신"으로 남편과의 불화를 겪는 "세라"와 "미혼모"의 이야기는 "경력단절 여성(a.k.a. 경단녀)"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며 '과연, 여성의 "모성"은 임신과 함께 필연적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건넨다.강아지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들의 종류는 날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치타"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는데 주된 이유로는 번식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 말고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들의 서식지부터 드넓은 초원지대라서 천적들로부터 숨을 곳도 없다.
"대학생였지만, 딸의 출생으로 대학을 자퇴했고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의 정체는 몰라 가족들은 전화를 피했다"라며 딸과 함께 생을 달리한 "미혼모"와 함께 '임신'을 포기한 "세라"에게 "임신"은 축복보단 두려움, 생존이었을거다.3. 고통의 정도에 비례하는 재미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사이코 스릴러"로 접목한 <앵커>의 모습은 재밌다.
이런 이유에는 '이야기의 개연성'과 '배우의 연기력'에 있을 텐데, 필자는 '배우의 연기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
<써니, 2011>의 "본드녀", <한공주, 2014>의 "피해자"까지 맡은 작품 내에서 "천우희"분이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재밌다고 느끼는 1인이다. (물론, <멜로가 체질, 2019>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 2021>을 보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봐야겠지만...)
그런 점에서 <앵커>는 "천우희"분의 징크스가 그대로 이어진 작품이고, 그녀의 엄마로 등장하는 "이혜영"분도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준다.다만, '이야기의 개연성'에는 아쉬움이 생긴다.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미혼모"의 이야기는 극 중. "세라"의 "트리거(trigger)"로 운용하는 제법 범위가 넓다.
하지만, 후반부로 진행할수록 "세라"와 그녀의 엄마 "소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저 멀리 치워버린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잠시 까먹을 수 있겠지만, 부피가 커진 보릿자루에도 눈길이 자꾸만 가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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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변화하는 고전의 목록이 던지는 질문
잔느 딜망/Jeanne Dielman, 23 quai du Commerce, 1080 Bruxelles
샹탈 아커만/벨기에, 프랑스/1975/202min/'25주년 특별전 RE:Discover' 세션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주의 영화의 역작. 잔느는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집에서 성매매를 한다. 평범한 일상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잔느는 한 손님의 방문을 계기로 폭발한다. 가정을 성적인 억압과 경제적인 착취로 은폐하는 공간으로 폭로하는 동시에 주부의 시간성을 말 그대로 경험하게끔 하는 도발적인 영화. 왕립벨기에필름아카이브 시네마테크와 샹탈아커만재단에서 복원했다.(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2년, 전 세계 씨네필이 들썩였다.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의 역대 최고 영화 순위 1위에 〈잔느 딜망〉이 오른 것이다. 1952년부터 10년마다 전 세계 영화 전문가의 추천으로 역대 최고의 영화를 선정해온 이 잡지에서 2002년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건 〈시민 케인〉(1941)이었다. 2012년, 이 자리를 히치콕의 〈현기증〉(1958)이 대체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22년, 여성 감독 샹탈 아커만이 연출한 여성 영화 〈잔느 딜망〉(1975)이 이 자리를 다시금 대체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꼽은 영화 순위를 그 자체로 존중할 이유는 없다. 이 순위만으로 영화의 권위와 영향력을 확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우습다. 하지만 〈잔느 딜망〉이 역대 최고의 영화로 꼽힌 데서 우리는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다. 동시대 영화계의 거대한 변화와 거기에 투영된 욕망의 지형 말이다.
고전의 목록이 늘 남성 감독의 작품으로만 채워지고, 이렇게 확립된 고전이 다시금 남성 작가/남성 서사의 권위를 재확증해온 영화(그리고 예술)의 역사는 유구하다. 〈잔느 딜망〉은 바로 여기에 주목할 만한 균열을 낸다. 고전의 목록은 시대마다 다시 작성되어야 하고, 새로 작성된 고전의 목록은 변화한 시대의 가치관을 담지해야 한다. 우리는 〈잔느 딜망〉이 〈시민 케인〉과 〈히치콕〉을 뒤로 하고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로 꼽힌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무엇이 50여 년 전 영화를 우리 시대로 소환했는지를 살펴보자.
잔느에게는 정해진 일상의 규칙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비누로 손을 씻는다. 청소년 아들의 구두를 닦고 그의 아침 식사를 챙긴다. 설거지를 마친 후 아들의 침구를 정리하고, 오후에 올 성매매 남성 손님을 받기 위해 자신의 침구 역시 정돈한다. 오전 일과를 마무리하면 외출해서 장을 보고 은행, 옷 수선 등의 볼일을 본다. 카페에 가면 늘 마시던 커피가 나오지만 입을 데지 않고 금세 나온다. 집에 도착해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성매매 남성을 맞는다. 손님이 나가면 씻은 후, 아들에게 그 흔적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욕실도 깔끔하게 정리한다. 곧 아들이 집에 돌아온다. 아들과 저녁을 먹은 후에는 뜨개질, 편지쓰기 등의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세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영화는 잔느의 3일을 천천히 좇는다. 3일 내내 잔느는 위의 루틴을 따라 움직인다. 잔느의 일상을 담는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은 그녀 일상의 패턴과 리듬을 관객에게 새긴다. 그녀의 행동에는 군더더기와 낭비가 없다. 우리는 잔느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 수 있고, 잔느가 그 일을 하며 짓는 표정을 보며 그녀의 감정과 기분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어쩌면, 함께 느낄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첫째 날에는 모든 게 완벽했고, 둘째 날에는 살짝 헝클어지며, 셋째 날에는 어제보다 조금 더 어그러졌다. 그래서 셋째 날은, 잔느가 침대 위에 누운 성매매 남성을 찔러 죽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엇이 그토록 짜임새 있게 구성된 그녀의 일상을 흐트러뜨리고 끝내 그녀를 일상의 완전한 파괴로 내몰았을까? 몇몇 단서를 따라가 보자. 첫째 날, 아들이 잠들기 전 잔느에게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다. 잔느의 남편은 2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 해방군 신분으로 잔느를 만났다. 잔느는 그를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선택했다. 아들은 아빠가 죽은 지 한참 됐는데 재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다시 묻는다. 잔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다시 누군가에게 적응하며 살기는 싫다는 게 이유다. 아들이 학교 친구의 뻗치는 성적 욕망을 언급하며, 그는 자신이 여자라면 사랑 없이 섹스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을 잇는다. 이번에는 잔느가 네가 여자가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다.
아들은 잔느의 성노동/성매매에 기생한다. 하지만 자기 존재를 가능케 하는 돌봄의 물질적 기반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악의 없이 엄마를 모욕한다. 성매매/성노동은 잔느에게 자립의 토대다. 이 덕에 재혼할 남편에게 자신을 맞출 필요 없이 일상을 조직할 수 있고 자신과 아들의 삶을 꾸릴 있다. 그러나 아들은 이 모든 것에 무지하다. 심지어 아들이 아직 아버지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중인 데도 그렇다. 아들은 남성 성기가 칼, 불과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엄마와 섹스한(즉, 엄마를 ‘칼로 찌른’) 아빠를 미워하고 악몽을 꾼 적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여자는 사랑 없이 섹스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세계를 배반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는 남자와의 섹스가 여자에게는 근본적으로 폭력이라는 아들의 말, 즉 자기 삶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 조건을 부정하는 아들의 말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근본적인 폭력 상태에 머무름으로써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간파가 역설적으로 잔느의 현실을 비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아이를 원해 결혼하고,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매매/성노동하는 잔느의 노동/행위는 그 근본적인 대상인 아들로부터 배반당한다.
잔느를 살인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동기는 성매매 남성들이다. 잔느가 자립의 근거로 삼은 성매매/성노동은 그녀가 직접 선택한 일이지만 그녀의 통제하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성매매 남성이 잔느의 예상보다 집에 오래 머물 경우, 혹은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려 할 경우 잔느가 구축한 일상의 리듬과 패턴은 깨진다. 잔느는 성매매/성노동하는 동안 주방에서 감자를 삶는다. 그런데 남자가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면 감자는 타 버린다(즉 일상이 어그러진다). 또한 성매매/성노동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구매자 남성의 욕망에 가중치를 두기에 잔느의 욕구와 일상은 줄곧 뒷전으로 밀린다. 즉 성매매/성노동의 구조는 잔느의 자립을 제한적으로 조건 짓는다. 때문에 잔느가 가위를 성매매 남성의 목에 찌르는 행위, 즉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의 방향을 뒤바꿔 살인하는 행위는 자립하여 돌봄을 수행하고자 하는 여성의 의지가 불가능해진 데 대한 그녀의 자각이 발현된 사건이다.
잔느의 살인은 버거운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남성 폭력의 중단)의 표현인 동시에 자립의 목적인 일상을 깨버린 남성에 대한 분노 표현이기도 하다. 여성이 자신이 꾸려나가는 일상에 품는 양가적 욕망의 발현으로써 그녀의 살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살인 후 불이 꺼진 거실에서 가만히 앉은 잔느의 표정은 편안하다. 혹은 해탈한 듯하다. 여성의 자립과 일상의 자립 대한 모순적 감각이 이 영화를 5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우리 앞에 소환했다. 동시대 고전의 목록은 동시대인의 삶 감각을 담지한다. 또 다른 고전의 목록이 확립될 때까지, 〈잔느 딜망〉의 의미는 계속해서 탐구되어야만 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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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친절로 난해한 <서스페리아>
무용단에서 벌어지는 일이 궁금
맨 처음에 나온 패트리샤 (클로이 모레츠) 관련 내용은 이해하기가 어려워 먼 내용임이라는 생각이 시작부터 나왔다.그러고 수지 역을 맡은 다코타 존슨이 등장하여 무용단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는데 블랑 (틸다 스윈튼)과 수지가 어떠한 연결고리가 될지 점차 궁금해졌다. 그리고 무용단에 있었던 패트리샤에 관한 내용 또한 이어졌으나 중간에 나온 정치적? 내용이 사실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수지에 대한 내용이 꿈과 중간 어머니에 관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녀의 탄생 비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꿈을 통해 한 장면만 똭똭 팩트로 보여주어서 자세히 나오지 않아 그녀와 어머니가 어떠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이 무용단과 패트리샤의 노트를 통해 그녀들이 마녀라는 것을 알게 되어 수지도 같은 동급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에 보여준 급 각성?은 생각지도 못했고 곰곰이 생각하면 그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 부분은 통쾌감이 있어 좋았는데 그 뒤로 보여준 닥터 할아버지 이야기는 별로였다.
틸다 스윈튼이 1인 3역
생각해보니 틸다 스윈튼이 다 역했다고 하던데 그 다 역이 누구였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못 찾았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좀 특이했다고만 생각했지 틸다 스윈튼이라고 생각도 못 했고,3번째 인물은 후반에 나오는데 아마도 다들 못 찾지 않을까 싶다.
틸다 스윈튼은 1인 3역으로 전혀 다르게 나왔고 난 블랑 역이 독특했었고 그 중심으로 보여주었기에 제일 기억에 남은 것 같았다.
틸다 스윈튼에 이어 기억난 배우가 있었는데 수지 역을 맡은 다코타 존슨이었다.
꿈을 통해 보여준 그녀의 어머니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지만 무용 장면과 숨소리가 뭐랄까 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묘하게 야한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후반에 나온 공연 장면에서 숨소리와 시각적이 묘하게 다가왔다.깜툭튀 같은 공포가 아니라 묘하고 기괴하며 고어 같은 느낌인 영화였다.
그 속에서 보여준 상징, 은유가 있어 딱 보는 순간 해석이 어렵지만 내용 또한 불친절하기에 난해하여 호불호가 크다.
개인적으로 몰입해서 볼 수 있었지만 <마더>처럼 불쾌하지는 않았고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주면서 닥터 할아버지 이야기 보다 수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넣었더라면 이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은데,<서스페리아> 보면서 아무래도 난해한 느낌은 들 수밖에 없었고 그 통쾌한 장면 이후에 보여준 내용은 길게 느껴지면서 지쳐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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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강제당하는 노인들
노인이 주인공인 두 영화가 같은 날(2월 7일) 개봉했다. 한국 영화 〈소풍〉과 일본 영화 〈플랜 75〉. 플롯, 캐릭터, 감성, 질감 등 많은 것이 다른 영화지만 두 영화에는 공통점도 있다.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기표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노인은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두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이 소거된 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는 자괴감만 남은 현실. 이것이 과연 노인에 대한 온당한 대우일까? 두 영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따라가보자.
먼저 〈소풍〉이다. 여성 노인 은심의 집에 갑자기 아들네 가족이 들이닥친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아들은 은심의 보험이나 집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파킨슨병이 시작되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이때다 싶어 요양원 이야기부터 꺼낼까 봐 이를 전하지 않은 은심은 때마침 찾아온 고향 친구 금순을 따라 6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는 금순과 우정을 더 단단히 다지고, 고향을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마주하며,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와 재회해 지금껏 누리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행복 속으로 불쑥불쑥 끼어드는 노환과 질병은 이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은심과 금순은 얼마 남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그 일을 매듭 지은 후 소풍을 떠난다.
그들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다. 영화는 계속 부모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자식들을 부정적으로 재현한다. 노인들이 기댈 데 없이 홀로 건강을 돌봐야만 하는 현실의 문제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두 노인은 결국에는 자식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넘겨준다. 사업이 망해 고꾸라지는 아들(은심), 평생 한 번이라도 가족과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장애인 아들(금순)은 두 노인이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넘기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간 소풍의 장소. 바다 옆,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깎인 절벽에서 은심과 금순은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자식에 대한 ‘책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하기 위함인지,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친구와 함께 세상을 등지겠다는 뜻인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으니 노환과 질병이라는 자기 문제에서는 자식에게도, 국가에서도 받아낼 것이 없다는 듯 홀가분한 얼굴이다. 그러나 노인이 가족과 사회 모두에게 ‘부담’이기만 한 사회에서 이들의 삶이 ‘소풍’일 수 있을까? 노인에게 행복한 삶이 가능함을, 그들의 고난이 사적인 영역에 방치되었음을 보여준 영화는 두 노인의 강요된 퇴장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자신이 제기한 비판적 함의를 재빠르게 회수한다. 모든 걸 퍼주고도 ‘부담’이 되길 거부하는 노인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함으로써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더한 〈플랜 75〉에서도 노인이 사회의 ‘부담’인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울분에 찬 청년이 노인을 살해하는 범죄 현장과 범인이 자살하며 스스로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노인 돌봄에 필요한 ‘비용’에 청년 세대가 극단적 반감을 가지는 것은 미래의 일도, 일본만의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섬뜩한 오프닝이다. 사회 갈등이 증폭되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정책 이름은 ‘플랜 75’. 75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에 한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다. 기묘한 정책이다. 정책은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플랜 75는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사적으로 책임지라는 일에 공적 권력을 동원한다.
78살의 미치는 고민이 깊다. 혼자 사는 그는 호텔에서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최근 고령의 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일이 재발할까 두려운 호텔에 의해 해고당한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치의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정부는 플랜 75가 큰 정책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데 고무되어 신청자 연령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결국 미치는 플랜 75를 신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풍〉과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자식에게 모든 걸 넘겨주고 아무런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는 삶을 ‘소풍’으로 포장하는 일은 자발적인가? 플랜 75, 즉 죽음을 선택하는 미치의 결정은 자발적인가?
두 영화에서 세 노인이 내린 선택은 강제된 자율이다. ‘노인을 부양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노인’으로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려면 내려야만 하는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왜 국가가 노인을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자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않는 ‘이기적’ 노인이 되도록 이미 담론 지형이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는 마무리는 강제된 역할 기대 혹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소풍〉과는 달리 〈플랜 75〉에서는 미치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철회하고 삶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의 배경을 은은하게 빛나는 햇빛으로 하여 노인을 ‘비용’, ‘부담’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는 두 영화는 노인이 ‘비용’이자 ‘부담’인 시대의 분위기를 공통적으로 포착해낸다. 〈플랜 75〉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제로 도래하기 전에 〈소풍〉이 그려내는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풀어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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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솔직리뷰(*스포없음)ㅣ무브투헤븐
? "무브 투 헤븐"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영상(*스포없음)
- 솔직한 한줄평: 스위트홈보다 낫다야, 진작에 좀 이렇게 만들지- "무브투헤븐" 정보
장르: 드라마
공개일: 2021년 5월 14일
러닝 타임: 시즌 1 (총 10화, 505분)
제작: 넘버쓰리픽쳐스, 페이지원필름
채널: 넷플릭스
제작: 김미나, 정재연
연출: 김성호
극본: 윤지련
원작: 김새별, 전애원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출연: 이제훈, 탕준상, 홍승희 외
시청 등급: 영등위 18세이상 청소년 관람불가- 시놉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김새별, 전애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원작으로 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상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조카
그루의 후견인이 되고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브투헤븐 #넷플릭스드라마 #무브투헤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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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맨> 메인 예고편
#리암니슨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ㄴ 리암 형 본업 컴백 완😎 돌아온 킬러,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원맨]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레전드 액션, 지금 바로 확인✔ 9월 4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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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메리칸 트레이터> 메인 예고편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 정부는 평범한 여성을 반역죄 혐의 8건으로 긴급 체포한다.
그녀의 이름은 밀드레드 길라스 a.k.a '액세스 샐리'.
밀드레드는 독일 나치 선전부 장관 '괴벨스'(토마스 크레취만)의 지휘 아래,
미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선전 방송을 진행해 미국 국민들의 증오를 한 몸에 받는다.
그녀의 반역죄 유무를 결정하는 재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고,
유명 변호사인 '제임스 라플린'(알 파치노)이 밀드레드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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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 다가온 위험을 경고하다.
보이스 (On the Line, 2021)
개봉일 : 2021.09.15
감독 : 김선, 김곡
출연 :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조재윤, 이규성
일상에 다가온 위험을 경고하다.
보이스피싱.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낚아 올리는, 목소리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사기 행각. 내가 어릴 땐 어색한 한국말 또는 낯선 사투리. 누가 봐도 수상한 번호로 택배 박스를 뒤져 찾아낸 우리 집 강아지 이름 같은 것을 이야기하며 납치범 행세를 하는 것. 어르신들이 주로 당하는 것. 같은 게 보이스피싱이었고 실제로 그때 받았던 피싱 전화들은 대부분이 어색하고 우스운 수준이었다. 한때는 이 어설픈 사기 행각을 소재로 삼은 개그 프로를 보며 함께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는데, 요즘은 보이스피싱도 무서울 만큼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피해 금액도 눈덩이 커지듯 불어나고, 피싱 조직의 몸집은 제어할 수없이 커져가고 있으며 그 수법 또한 교묘하고 그럴싸하다고 한다. <보이스>는 간절하게 취업을 바란 면접자들, 가족을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 등.. 선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피와 생명 같은 돈을 털어내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 그들의 악랄함과 광기를 선명하게 잡아낸다.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 같은 건 범죄자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얼마의 돈을 입금 받고, 오늘 수익 전광판에 얼마의 금액이 찍히는지. 내가 벌어갈 돈은 얼마인지. 이들 눈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숫자만 보일뿐. 사람이 돈 앞에서 얼마나 악랄하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아주 잘 봤다.
<씨네 21 1323호>에서 김성훈 기자님이 이들의 모습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월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표현한 글을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표현을 바로 이해됐다. 월가에 비해 주변이 더 지저분하고 수시로 불법적 돈 세탁을 해댄다는 것만 다를 뿐. 돈 앞에서 뿜어내는 광기와 짐승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 정말 닮았다. 특히 어쨌든 약육강식의 세계고 어차피 누군가의 피를 빤다면 즐겁게 빨아야 한다고 외치는 피싱 조직의 간부 곽프로를 보며 “미친놈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김무열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영화를 보기 전, 건설 현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단체 커다란 보이스피싱 사건이 일어났다는 시놉시스를 읽었을 땐 “어떻게 건설 현장에서 단체 사기 사건이 일어날 수 있지?”궁금했다. 보이스피싱을 겪어본 적도, 주변에서 당했다는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어 보이스피싱의 세계가 이렇게 커다랗고 조직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마치 개미굴처럼 깊고 은밀한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아직 실감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세밀하게 팀을 나눠 운영한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언제 어디서 걸려도 금방 꼬리를 잘라낼 수 있도록 말이다. 콜센터, 대본, 돈세탁 담당, 입금과 동시에 여러 갈래로 쪼개져 돈을 쓸어 담는 조직원들. 착착 맞아떨어져가는 이들의 빌어먹을 호흡에 피해자들의 피 같은 돈은 손쓸 틈 없이 빠져나간다.
주인공 서준의 아내 미연도 맥없이 이들의 수법에 당하고 마는데, 그는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과 지저분한 범죄자들의 욕망 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들과 아내를 위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심부에 잠입한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커다란 악과 이기심을 마주하게 된다. 무기도, 지원해 줄 인원도 없이 홀로 조직의 본거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서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초능력이나 화려한 무기가 없을 뿐이지 이야말로 진정한 히어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초반부에 휘몰아친 사건들로 높아진 긴장감이 한두 번쯤 느슨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과 약간은 애매하게 느껴졌던 액션신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꽤 괜찮았다. 망설임 없이 터트리고 뛰어드는 서준의 행동과 숨김없이 욕망을 드러내는 악역 곽프로. 체계적으로 쌓아올린 범죄 조직의 리얼리티. 그리고 시원하게 뻗어있는 결말로 향하는 길까지. 이번 연휴, 큰 고민 걱정 없이 범죄, 액션 장르의 통쾌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보이스>를 추천한다.
보이스 시놉시스
부산 건설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 전화로 인해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당일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 작업 반장인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에 위치한 본거지 콜센터 잠입에 성공한 서준,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 입고, 인출책 섭외, 환전소 작업, 대규모 콜센터까지!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스케일에 놀라고,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상상이상으로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의 실체! 끝까지 쫓아 반드시 되찾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누군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돈과 희망을 빼앗아가는 범죄 ‘보이스피싱’. 미연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 서준이 행여나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휩쓸려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몰아치는 범죄자들의 연락과 그럴싸하게 연출되는 상황에 피해자들은 의심 없이 돈을 입금한다.
“선배님 가족이 당해도 가만히 있을 겁니까?”
길거리에 흘려진 셀 수 없이 많은 개인 정보를 노리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들.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경찰들은 중심부를 잡아야 한다며 언제 올지 모르는 시기를 노리고만 있다. 피해자이자 이 사건을 해결하는 히로인인 서준은 진행되지 않는 수사에 지쳐 직접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서준은 아수라장이 된 박실장의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USB를 챙겨 나오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해 슬쩍 전화선을 뽑는다. 그는 누구보다 정의심이 뛰어난 인물이다. 나와 내 아내의 복수를 넘어 불특정 다수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이 히어로가 따로 없다.
서준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전, 커다란 마약 범죄 조직들을 소탕한 이력이 있는 팀의 에이스였다. 그는 마약 국내 유통책을 잡으려다 금뱃지 아들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형사직을 박탈당한다. 아마 영화에서 보여준 서준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서준은 유통책이 명망 있는 집안의 아들임을 알고도 잡지 않았을까 싶다. 서준은 옷을 뺏긴 이유마저 넘치게 정의롭다.
“보이스피싱은 공감이란 말이야.”
콜센터에 잠입하는데 성공한 서준은 드디어 김현수 변호사라며 아내를 속였던 곽프로를 만나게 된다. 3층 기획실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그는 절망에 빠진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그들의 눈물을 보며 웃는다.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에 당했음을 알고 주저앉아 우는 모습과 곽프로가 웃고 있는 모습이 함께 재생되는 장면을 보며 마치 내가, 내 가족이 당하기라도 한 듯 울화통이 치밀었다.
곽프로는 서준에겐 복수를 꿈꾸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상관들의 뒤통수를 치려 준비하고 있는 가장 교활한 인물이다. 곽프로는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색이라 여겨지는 흰색의 옷을 위아래로 갖춰 입는다. 순수한 색의 옷과 그 위에 튄 핏자국이 더럽고 악랄한 인물의 본체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만든다.
보이스피싱을 벌이는 콜센터 안은 마치 악마들이 모여있는 지옥 같다. 곽프로는 돈 없이 살아갈 바깥세상은 지옥, 헬 조선이라 말하지만 그보다 더 지독한 지옥이 바로 이곳에 있다. 돈 앞에서 이성을 잃고 날뛰는 사람들, 양심과 인류애 따위는 저 멀리로 던져버린 채 욕망으로 번뜩이는 그들의 눈빛, 그리고 같은 피해자임에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71번 여깄다!”고 소리치던 46번의 모습. 특히 46번의 이 모습은 46번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서준의 눈빛이 우스워질 만큼 비열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새로운 콜센터 직원들이 오면 가장 먼저 각자가 갖고 있던 물건과 이름을 빼앗고 새로운 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힌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걸려있던 인생과 양심 같은 것을 모두 내려놓고 죄책감 없이 사기행각을 벌인다. 이들은 나에겐 돈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방패 삼아 피해자들의 생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콜센터가 발각되고 조직원들이 검거된 상황에서 46번은 끝까지 콜센터에 남은 정보들을 끌어모아 새로운 한 판을 제안한다. 여전히 보이스피싱 조직의 꼬리 자르기만 반복하고 뿌리뽑지못 하고 있는 현 상황이 훅 와닿는 결말이었다.
사실 <보이스>는 크게 기대하고 있던 작품은 아니었다. 동시에 개봉하는 <기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도 했고, 최초의 보이스피싱 영화라는 신선한 소재에 눈길이 가긴 했지만 개봉 전 공개된 평점이 예상외로 낮아서 기대감을 낮추고 관람했다. 기대감이 낮아서 그랬는진 몰라도 결로적으론 꽤 괜찮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을 제외하면 캐릭터 자체가 크게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점과 후반부의 다소 긴장감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느낌의 격투신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일상에 드리워진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보이스피싱 백신 영화’라는 말이 정말 찰떡처럼 어울리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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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10월 16일로 개봉일 변경
허진호 감독 연출 영화 <보통의 가족>이 10월 9일에서 6일로 개봉일을 변경했습니다.
10월 첫째 주에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 <조커:폴리 아
되>의 경쟁을 피해 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영화는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이외에도 해외 유수 영화제에 19회 초청되며 하반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예매율 1위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기 개봉한 작품 중 한국 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를 두는 흥수가 함께 생활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첫날 ‘오류’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 예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일부 예매가 취소되는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영화제 측은 “결제 시스템의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예매에 실패한 경우에도 결제가 진행됐다”라고 오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영화제는 “오류 발생 건은 환급 조치하고, 서버 증설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룡영화상 사회자 한지민, 이제훈 발탁
30년간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아 오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물러난 김혜수의 후임 사회자로 배우 한지민과 이제훈이 발탁됐습니다.
한지민은 "청룡영화상을 대표한 김혜수의 존재를 느꼈고, 다시 한번 김혜수 선배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라며, "그가 만들어온 전통과 품격을 이어받아 부족하지 않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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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The Anchor, 2022
1. 어디, 안 힘든 사람이 있겠다만...
영화의 주인공 "세라"는 9시 뉴스를 진행하고, 방송국의 간판 앵커로 표면적으로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의 표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들이 득세하는 회의장'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참여한 모습은 "유리천장"을 뚫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내 "세라"의 입에선 자신의 자리에 치고 올라오는 후배 "승아"를 깎아내리는 말이 나온다.대개, 이런 영화들이 빠지는 "자가당착"에는 "남성"은 나쁘고, "여성"은 바르게 묘사하는 것인데, <앵커>는 이에 빠지진 않는다.
"조직의 구조"로 들어가면서, '갑과 을'이 아닌 '을과 을'이 대립하는 구도를 그려낸다.
그도 그럴 것이 끝을 제외하고는 극에서 "세라"와 "승아"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감정을 건드린 건 "앵커"의 자리를 결정짓는 방송국들의 수뇌부들이니까...2. 너만 아니었다면?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오로라 공주, 2013>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상투적인 기분을 떠나 1. 숙주와 함께 하며, 2. 숙주의 생명을 다하면 같이 죽으며, 3. 무한히 성장한다.는 점에서 '태아와 암세포'는 꽤 많은 것들이 닮았다.
그런 점에서 극 중. "임신"으로 남편과의 불화를 겪는 "세라"와 "미혼모"의 이야기는 "경력단절 여성(a.k.a. 경단녀)"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며 '과연, 여성의 "모성"은 임신과 함께 필연적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건넨다.강아지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들의 종류는 날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치타"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는데 주된 이유로는 번식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 말고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들의 서식지부터 드넓은 초원지대라서 천적들로부터 숨을 곳도 없다.
"대학생였지만, 딸의 출생으로 대학을 자퇴했고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의 정체는 몰라 가족들은 전화를 피했다"라며 딸과 함께 생을 달리한 "미혼모"와 함께 '임신'을 포기한 "세라"에게 "임신"은 축복보단 두려움, 생존이었을거다.3. 고통의 정도에 비례하는 재미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사이코 스릴러"로 접목한 <앵커>의 모습은 재밌다.
이런 이유에는 '이야기의 개연성'과 '배우의 연기력'에 있을 텐데, 필자는 '배우의 연기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
<써니, 2011>의 "본드녀", <한공주, 2014>의 "피해자"까지 맡은 작품 내에서 "천우희"분이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재밌다고 느끼는 1인이다. (물론, <멜로가 체질, 2019>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 2021>을 보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봐야겠지만...)
그런 점에서 <앵커>는 "천우희"분의 징크스가 그대로 이어진 작품이고, 그녀의 엄마로 등장하는 "이혜영"분도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준다.다만, '이야기의 개연성'에는 아쉬움이 생긴다.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미혼모"의 이야기는 극 중. "세라"의 "트리거(trigger)"로 운용하는 제법 범위가 넓다.
하지만, 후반부로 진행할수록 "세라"와 그녀의 엄마 "소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저 멀리 치워버린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잠시 까먹을 수 있겠지만, 부피가 커진 보릿자루에도 눈길이 자꾸만 가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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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변화하는 고전의 목록이 던지는 질문
잔느 딜망/Jeanne Dielman, 23 quai du Commerce, 1080 Bruxelles
샹탈 아커만/벨기에, 프랑스/1975/202min/'25주년 특별전 RE:Discover' 세션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주의 영화의 역작. 잔느는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며 집에서 성매매를 한다. 평범한 일상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잔느는 한 손님의 방문을 계기로 폭발한다. 가정을 성적인 억압과 경제적인 착취로 은폐하는 공간으로 폭로하는 동시에 주부의 시간성을 말 그대로 경험하게끔 하는 도발적인 영화. 왕립벨기에필름아카이브 시네마테크와 샹탈아커만재단에서 복원했다.(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2년, 전 세계 씨네필이 들썩였다.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의 역대 최고 영화 순위 1위에 〈잔느 딜망〉이 오른 것이다. 1952년부터 10년마다 전 세계 영화 전문가의 추천으로 역대 최고의 영화를 선정해온 이 잡지에서 2002년까지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건 〈시민 케인〉(1941)이었다. 2012년, 이 자리를 히치콕의 〈현기증〉(1958)이 대체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22년, 여성 감독 샹탈 아커만이 연출한 여성 영화 〈잔느 딜망〉(1975)이 이 자리를 다시금 대체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꼽은 영화 순위를 그 자체로 존중할 이유는 없다. 이 순위만으로 영화의 권위와 영향력을 확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우습다. 하지만 〈잔느 딜망〉이 역대 최고의 영화로 꼽힌 데서 우리는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다. 동시대 영화계의 거대한 변화와 거기에 투영된 욕망의 지형 말이다.
고전의 목록이 늘 남성 감독의 작품으로만 채워지고, 이렇게 확립된 고전이 다시금 남성 작가/남성 서사의 권위를 재확증해온 영화(그리고 예술)의 역사는 유구하다. 〈잔느 딜망〉은 바로 여기에 주목할 만한 균열을 낸다. 고전의 목록은 시대마다 다시 작성되어야 하고, 새로 작성된 고전의 목록은 변화한 시대의 가치관을 담지해야 한다. 우리는 〈잔느 딜망〉이 〈시민 케인〉과 〈히치콕〉을 뒤로 하고 《사이트 앤 사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로 꼽힌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무엇이 50여 년 전 영화를 우리 시대로 소환했는지를 살펴보자.
잔느에게는 정해진 일상의 규칙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비누로 손을 씻는다. 청소년 아들의 구두를 닦고 그의 아침 식사를 챙긴다. 설거지를 마친 후 아들의 침구를 정리하고, 오후에 올 성매매 남성 손님을 받기 위해 자신의 침구 역시 정돈한다. 오전 일과를 마무리하면 외출해서 장을 보고 은행, 옷 수선 등의 볼일을 본다. 카페에 가면 늘 마시던 커피가 나오지만 입을 데지 않고 금세 나온다. 집에 도착해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성매매 남성을 맞는다. 손님이 나가면 씻은 후, 아들에게 그 흔적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욕실도 깔끔하게 정리한다. 곧 아들이 집에 돌아온다. 아들과 저녁을 먹은 후에는 뜨개질, 편지쓰기 등의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세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영화는 잔느의 3일을 천천히 좇는다. 3일 내내 잔느는 위의 루틴을 따라 움직인다. 잔느의 일상을 담는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은 그녀 일상의 패턴과 리듬을 관객에게 새긴다. 그녀의 행동에는 군더더기와 낭비가 없다. 우리는 잔느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 수 있고, 잔느가 그 일을 하며 짓는 표정을 보며 그녀의 감정과 기분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어쩌면, 함께 느낄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첫째 날에는 모든 게 완벽했고, 둘째 날에는 살짝 헝클어지며, 셋째 날에는 어제보다 조금 더 어그러졌다. 그래서 셋째 날은, 잔느가 침대 위에 누운 성매매 남성을 찔러 죽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엇이 그토록 짜임새 있게 구성된 그녀의 일상을 흐트러뜨리고 끝내 그녀를 일상의 완전한 파괴로 내몰았을까? 몇몇 단서를 따라가 보자. 첫째 날, 아들이 잠들기 전 잔느에게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느냐고 묻는다. 잔느의 남편은 2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 해방군 신분으로 잔느를 만났다. 잔느는 그를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선택했다. 아들은 아빠가 죽은 지 한참 됐는데 재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다시 묻는다. 잔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다시 누군가에게 적응하며 살기는 싫다는 게 이유다. 아들이 학교 친구의 뻗치는 성적 욕망을 언급하며, 그는 자신이 여자라면 사랑 없이 섹스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을 잇는다. 이번에는 잔느가 네가 여자가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한다.
아들은 잔느의 성노동/성매매에 기생한다. 하지만 자기 존재를 가능케 하는 돌봄의 물질적 기반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악의 없이 엄마를 모욕한다. 성매매/성노동은 잔느에게 자립의 토대다. 이 덕에 재혼할 남편에게 자신을 맞출 필요 없이 일상을 조직할 수 있고 자신과 아들의 삶을 꾸릴 있다. 그러나 아들은 이 모든 것에 무지하다. 심지어 아들이 아직 아버지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중인 데도 그렇다. 아들은 남성 성기가 칼, 불과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엄마와 섹스한(즉, 엄마를 ‘칼로 찌른’) 아빠를 미워하고 악몽을 꾼 적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여자는 사랑 없이 섹스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세계를 배반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는 남자와의 섹스가 여자에게는 근본적으로 폭력이라는 아들의 말, 즉 자기 삶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 조건을 부정하는 아들의 말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근본적인 폭력 상태에 머무름으로써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간파가 역설적으로 잔느의 현실을 비가시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아이를 원해 결혼하고, 아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성매매/성노동하는 잔느의 노동/행위는 그 근본적인 대상인 아들로부터 배반당한다.
잔느를 살인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동기는 성매매 남성들이다. 잔느가 자립의 근거로 삼은 성매매/성노동은 그녀가 직접 선택한 일이지만 그녀의 통제하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성매매 남성이 잔느의 예상보다 집에 오래 머물 경우, 혹은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려 할 경우 잔느가 구축한 일상의 리듬과 패턴은 깨진다. 잔느는 성매매/성노동하는 동안 주방에서 감자를 삶는다. 그런데 남자가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면 감자는 타 버린다(즉 일상이 어그러진다). 또한 성매매/성노동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구매자 남성의 욕망에 가중치를 두기에 잔느의 욕구와 일상은 줄곧 뒷전으로 밀린다. 즉 성매매/성노동의 구조는 잔느의 자립을 제한적으로 조건 짓는다. 때문에 잔느가 가위를 성매매 남성의 목에 찌르는 행위, 즉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의 방향을 뒤바꿔 살인하는 행위는 자립하여 돌봄을 수행하고자 하는 여성의 의지가 불가능해진 데 대한 그녀의 자각이 발현된 사건이다.
잔느의 살인은 버거운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남성 폭력의 중단)의 표현인 동시에 자립의 목적인 일상을 깨버린 남성에 대한 분노 표현이기도 하다. 여성이 자신이 꾸려나가는 일상에 품는 양가적 욕망의 발현으로써 그녀의 살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살인 후 불이 꺼진 거실에서 가만히 앉은 잔느의 표정은 편안하다. 혹은 해탈한 듯하다. 여성의 자립과 일상의 자립 대한 모순적 감각이 이 영화를 5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우리 앞에 소환했다. 동시대 고전의 목록은 동시대인의 삶 감각을 담지한다. 또 다른 고전의 목록이 확립될 때까지, 〈잔느 딜망〉의 의미는 계속해서 탐구되어야만 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