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1 16:56:53
비로소 만나게 될 수많은 '이균'
디아스포라 영화 7선

최근 방영된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에 출연한 '에드워드 리' 셰프가 화제였죠.
"나에게는 한국 이름도 있어요.
우리 부모가 지어준 이름, 나의 한국 이름은 '균'입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 균이 만들었어요"
에드워드 리 그리고 이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미쳐 몰랐던 수많은 '이 균'을 이제는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디아스포라'는 특정 민족이나 문화적 집단이 원래의 고향을 떠나 흩어져 사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 전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켜온 유대인의 삶을 지칭하였으나,
현재는 다양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집단을 지칭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한 디아스포라 영화로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있습니다.
그럼 또 다른 '이 균'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Relative contents
-
-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언어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언어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감독] 바딤 피얼먼
출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라르스 아이딩어, 레오니 베네쉬
시놉시스]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단어를 만든다. 깊어져가는 의심 속 페르시아어 수업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
시사회에 초청을 받았을 때 전쟁이야기기도 하고 시간이 나지 않아서 보지 말까? 했었으나 그래도 회사랑 가까우니 보러가자는 마음에서 별 기대 없이 찾아갔던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하지만 마지막에 몰려오는 감동과 안타까움이 강하게 들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어던 작품이었다.
당시 처참했던 유대인의 상황을 보여주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다큐같다는 점이다. 당시 유대인을 비롯해 수용소로 끌려가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이들을 이송하면서 입맛에 따라 죽이고 살리는 군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죽인 뒤 처리하지 않는 시체와 벌거벗겨진 시체들을 한 곳에 모아 이동시킨 후 태우는 장면까지 영화의 내용 상 이러한 부분들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만행되었던 나치의 모습을 영화 속에 군데군데 녹여내고 있어서 정말 참혹했던 시대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신들의 과오를 들키지 않기 위해 수용했던 유대인들을 몰살하거나 다른 수용소로 옮기고, 그들의 기록들을 모두 불태우는 등 그들의 기록마저 다 지워버렸던 과거 나치의 모습들을 보면서 남겨진 기록의 중요성과 이 기록이 사라짐으로써 피해자와 이 유가족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용소에 끌려온 이들로 언어를 만들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한 남성이 철길을 따라 걸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bgm 처럼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용소에서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나요?" 그 이후 시점은 철길을 걷던 남성이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으로 이동한다.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왜 이 장면을 가장 첫 장면을 선택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 질문은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주인공 질은 프랑스인이지만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죽임을 당할 위기에서 페르시아인이라고 군인들을 속여 간신히 살아남는다. 장교에게 페르시아어 수업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살아난 그는 알고 있는 페르시아어가 하나도 없지만 당장 다음날부터 페르시아어 수업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업무였던 수용소에 끌려온 이들의 신상을 적는 업무에서 이름을 변형해 페르시아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수용소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아침 배식을 하며 물어보고 이를 기억해두었다가 하나씩 변형해서 자신만의 페르시아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질은 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장교에게 2400여개가 넘는 단어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말은 최소 한 수용소에서 2,400명이 넘는 유대인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끌려왔다는 말이 된다. 장교는 독일이 패전을 앞두자 자신을 가르쳤던 질을 빼내주며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본인은 페르시아로 떠난다. 그렇게 풀려난 질은 UN군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2,400여개의 페르시아어를 기록하며 다 태워져버린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낸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동료들의 이름을 활용해 페르시아어를 만든 질. 그 이름 덕분에 질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동료들의 죽음 위에 혼자 살아남은 질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죄책감이 복합적으로 들지 않았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질은 죽어간 동료들의 이름 덕분에 살 수 있었고, 수용소에서 스러진 이들은 질을 통해 다시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너무나도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감동적이었던 작품이었다.
-
-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말없이 걱정과 위로를 전하는 심장소리
4년만의 단편 신작으로 찾아온 이창동 감독. 그의 작품을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티켓팅 시간을 놓쳐 대차게 예매를 실패하고 안타까워하며 어쩔 수 없이 전주돔에서 하는 심장소리 + 박하사탕 릴레이 상영을 예매했다. 그래도 운이 좋게 무대인사를 통해 이창동 감독을 만나볼 수 있어서 나름 위안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영화 <심장소리>는 여덟 살 철이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왠지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선생님께 화장실에 간다고 말한 뒤 곧장 집으로 달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이 이후로는 영화 <심장소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어린 아이의 슬픔
영화 <심장소리>는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부당해고를 당한 뒤 크레인에서 홀로 농성을 하는 아빠 사이의 초등학생 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이 아들 ‘철이’가 뛰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초반에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뛰는 장면만 보다보니 도대체 저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 것일까?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담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보면 아이의 기행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말미에 엄마의 불안한 심리와 아빠의 경제적 위기라는 환경을 제시하면서 그 의문점을 풀어준다. 단편임에도 짜임새 있는 구조와 관객들의 몰입감을 불어넣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의 엄마가 잘못됐을까봐 걱정하는 한 아이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이 돼서 더욱 먹먹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농성으로 인해 떨어져 있고, 현재 자신에게 가장 가깝고도 의지하는 사람이 엄마이기에 엄마마저 잘못된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어린아이가 얼마나 다급하고, 엄마를 걱정하는지 그 모습을 달리기를 통해, 그리고 무모하게도 베란다로 집을 들어가는 행동을 통해 어린아이가 하나에 집중하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는 그 모습을 잘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심장소리로 전하는 위로의 말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 <심장소리>에 대한 정보를 거의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스터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심장소리라는 영화 제목을 통해 주인공이 아픈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심장이 아파서 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지나,,,? 혼자 이상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심장소리>는 아이가 아픈 것이 아니라 되려 엄마가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설정이었다. 그런 엄마를 둔 아들 철이가 아침에 본 메모가 유서라고 착각을 하고 학교에서도 불안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철이는 교실을 박차고 나와 엄마가 있는 집으로 달려가지만 집 문은 굳게 잠겨있고, 갖은 노력 끝에 집에 들어오지만 엄마는 집에 없고, 옥상에 엄마가 있다는 소식을 듣자 불안한 마음에 다시 달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엄마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달래는 중이었고, 철이는 그런 엄마를 안아주며 위로를 전한다.
“철아, 왜 이렇게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 “엄마도 심장이 뛰어요”라는 말을 통해 서로가 살아있음에, 그리고 함께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에 위로를 전하고, 위안을 받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 헤매며 뛰어왔을 아들에게서 느껴지는 가쁜 숨소리와 큰 심장소리를 통해서, 하지만 그 걱정에 대한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꼭 안아주는 아들을 통해서 엄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큰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감히 유추해본다.
영화 <심장소리>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위안에 대해 너무나도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절로 박수가 나왔던 작품이었다.
-
- 살아 숨 쉬는 과거를 딛고 새 미래를 꿈꾸는 <스펜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스펜서>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여느 때처럼 별장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복싱데이까지 삼일 간의 연휴를 보내기로 한 영국 왕실. '다이애나 왕세자비(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왕실의 일원으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길을 잃고 헤매는 그녀의 크리스마스는 시작부터 편안하지 않다. 새롭게 별장을 담당하게 된 지배인 '그레고리 소령(티모시 스폴)'의 눈을 빌린 시어머니와 남편의 집요한 감시 속에서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의 환영을 볼 정도로 강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다이애나. 그녀는 유일한 말벗인 의상 담당자 '매기(샐리 호킨스)'와 두 아들에게 의지하며 간신히 예정된 행사들을 버텨내지만, 과거 어린 시절의 자유로운 기억은 그녀의 답답한 현재와 상충하며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힌다.
다이애나 스펜서. 20세기의 신데렐라로서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되었고, 대인지뢰 제거 운동과 같은 수많은 선행으로도 기억되었던 그녀. 동시에 그녀는 보수적이고 비밀스러운 영국 왕실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로서 수많은 가십을 만들어 냈기에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재현되고 있기도 하다. 당장 최근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의 네 번째 시즌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사실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소재로 한 작품은 신선함을 담보할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이에 파블로 라라인 감독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만난 <스펜서>는 역사가 되어버린 그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다양한 상징을 토대로 15년에 걸친 왕실 속 그녀의 삶을 단 삼일 내에 농축적으로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특히 영화는 작중 다이애나의 대사처럼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서로 다른 타임라인을 스크린에서 교차시키며 그녀의 삶을 요약한다. 이를 토대로 <스펜서>는 새로운 미래를 그려내기 위해 살아 숨 쉬는 과거에 맞서 싸우는 현재를 살았던 한 개인의 고통을 생생히 전달한다.
<스펜서> 속 다이애나는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묵과하고 오히려 인내하지 못하는 자신을 압박하는 영국 왕실과 맞서 싸운다. 중요한 것은 이 싸움을 개인과 과거라는 시간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영국 왕실이 본질적으로 살아있는 과거이자 숨 쉬고 움직이는 의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에밀 뒤르켐에 따르면 의례는 종교의 내용에 깊은 의미와 활력을 주며, 종교가 목적하는 바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행위다. 의례는 믿음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신앙을 창조하고, 또 주기적으로 재창조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례는 역사적으로 권위가 인정된 행동 양식을 반복하며 종교의 의미와 상징성을 표현하고 강화한다.
영국 왕실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군주제는 과거 영국의 영화를 기억하게 해주는 상징이자 영국인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가능한 과거의 관습을 유지하며 자신의 상징성을 유지하려 하고, 일원들 개개인의 개성과 삶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처럼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현존하는 과거인 영국 왕실의 본질을 왕실의 일원들을 통해 영리하게 포착한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엘리자베스 2세가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이 단적인 예시다. 카메라 앞에 모인 가족 중에 다이애나와 그녀가 두 아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표정의 변화조차 전혀 없이 마치 인형처럼 보인다. 대화 중에 다이애나를 이해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나 예법에 따라 불편하고 복잡한 식사 시간에 다이애나가 강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것 역시 존재 자체가 의례인 영국 왕실을 잘 보여준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스펜서>가 영국 왕실이라는 액션보다는 그에 대한 다이애나의 리액션에 주목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보다 희망찬 미래를 위해 사투를 펼치는 그녀의 고통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왕세자와 같은 중요한 인물들이 초반부에 등장하지 않는다. 또 설령 등장하더라도 영화는 그들을 상당히 원거리에서, 뒷모습 위주로 비춘다. 이야기의 전개나 다이애나의 감정선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순간을 빼면 왕실 관련 인물은 의도적으로 배제된다. 식사 시간이 되었거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족들이 다 같이 열어보는 시간이 되었을 때, 행사의 순간은 건너뛰고 곧장 다이애나의 반응을 보여주는 식이다. 대신 영화는 오히려 의상 담당자나 셰프처럼 그 외의 인물들과 그녀 사이의 대화에 집중한다.
굳이 왕실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그려내지 않고 그녀의 리액션만을 보여줌으로써 <스펜서>는 절제된 방식으로 그녀의 아픔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영화는 고통스럽다. 영화 포스터처럼 드레스를 입은 채 구토하는 언밸런스한 그녀의 모습만 보더라도 느껴진다. 찰스가 다이애나에게 선물한 진주 목걸이에는 이 모든 고통이 함축되어 있다. 다이애나는 그 목걸이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오래전 헨리 8세에게 버림받은 천일의 여인인 앤 불린에게서도 본다. 즉, 이 목걸이에는 과거를 갱신하기 위해 정해진 역할에만 충실할 수 없는 이들이 퇴출되어 오는 역사가 담겨 있다. 앤 불린만 하더라도 왕실에 걸맞은 왕비로서의 자질이 부족해 사형에까지 처해졌으며, 이는 영화에서 앤 불린의 유령이 시간을 넘나들어 나타나며 다이애나를 만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스펜서>는 생명력을 잃고 의례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을 격렬히 거부하는 과정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화는 다양한 연출과 상징을 통해 과거에 억눌리는 삶이 얼마나 처절한지를 알려준다. 왕실 별장으로 가던 중 어릴 적 자신이 자란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길을 잃어버린 다이애나. 아무도 그녀를 돕지 못하는 가운데, 그녀에게는 과거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허수아비와 들판만이 위안이 된다. 어린 시절의 다이애나는 발레리나를 꿈꾸던 자유로운 존재였지만 지금은 왕실이란 공간에 묶인 채 그 압박을 견뎌야 한다. 그렇기에 허수아비에게 다가가 옛날에 입혀줬던 옷을 벗기는 그녀를 지켜보다 보면 허수아비는 다이애나의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한편 영화는 왕실의 강한 법도로 인해 다이애나가 느꼈던 압박감을 관객들이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군인과 요리사들의 모습이 그 중심에 있다. 언제나 왕실과 함께 움직이는 그들은 강한 규율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도입부에서 이들이 교차로 주방을 향하는 모습은 살아있는 과거이자 의례를 눈앞에 만날 수 있는 순간이고, 항상 숨 막힌 채로 지내는 다이애나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이는 저택에 들어간 다이애나가 몸무게를 재는 장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재미로 시작된 왕실의 규칙이라는 몸무게 재기에 다이애나는 강한 반감을 표한다. 그러다 보니 찰스와 엘리자베스 2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스펜서>는 단지 다이애나의 아픔과 고통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희망을 노래하며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현존하는 과거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과거다. 저택을 벗어나 들판으로 나가고자 하는 다이애나의 투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펜서 가문의 옛 집과 앤 불린을 통해 완성된다. 폐가가 된 옛 집에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환영을 본다.
그 순간 영화는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현재의 다이애나가 번갈아 등장하며 들판을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나간 과거를 통해 현재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새로운 미래를 암시한다. 앤 불린의 불린 가문과 혈연적으로 이어진 '스펜서' 가문의 과거,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되기 전에 한 개인으로 살 수 있었던 '스펜서'의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다이애나가 구원받을 것이라는 암시를 보여준다.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스펜서를 비춘다. 그래서 자신처럼 왕실 안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구하는, 억지로 꿩 사냥에 나선 아이들을 구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강렬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희망찬 후반부는 영화의 첫 장면과 대비를 이루며 영화의 균형을 잡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당장 첫 장면에서 영화는 서로 다른 시간대를 교차시키면서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삶을 강조한다. 영국 왕실의 별장으로 향하는 차들이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데, 그 차들이 지나갈 때 도로에 떨어져 죽어 있는 한 꿩의 높이에서 차들을 포착한다. 이 장면에서 현재는 차들이 지나가는 순간이지만, 간신히 차들에게 치이지 않는 꿩의 모습은 영국 왕실 내에서 고통받던 다이애나의 과거를 보여주는 듯하기도 하다. 동시에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을 알고 있다면 도로에 누워 있는 꿩 한 마리는 마치 미래의 다이애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스펜서>의 후반부는 과거를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다이애나를 비춘다. 이러한 대비는 수미상관의 구조 안에서 극적인 안정감을 추구하고, 동시에 그녀의 삶으로부터 비극과 희망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즉, <스펜서>는 희망을 노래하며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성의 삶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비극을 영화적으로 기억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살아있는 죽음, 현존하는 과거에서 피어나는 다이애나 스펜서
-
- 제주 사람들은 삼시 세 끼도 귤로 때운다고 하지 왜
분노 조절 못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노조절장애 경찰 조수광(곽시양)이다. 소리를 지르며 범죄자에게 다가가는 수광. 갈고닦은 무술 실력으로 범죄자들을 때려눕힌다. 그리고 들어가는 레슬링 기술. 암바를 걸었다. 다리가 부서진 용의자. 범죄자들을 잡는 열정이야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다리를 부러트리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제주로 좌천되는 조수광. 어디 수학여행 때나 갈법한 제주에 유배된다는 건 조수광에게 낯선 일들 투성이었다. 애 먼 곳에 혼자 사려니까 웬만한 인맥 없이는 방 구하기도 힘들다. 투덜대는 조수광. 하지만 이런 조수광에게도 구원자가 있었다. 후배 경찰 이수진(정유진)에게 도움을 받아 유 회장(예수정)의 집에 셋방살이를 시작한 조수광. 무탈히 경찰 생활만 잘하면 될 것 같았는데 조수광의 레이더에 새로운 범죄자가 등장한다. 그건 바로 전설적인 사기꾼 김인해(박성웅)와 흑사회의 일원 주린팡(윤경호)다. 죽기 직전까지 쫓는 수광의 추격이 시작된다.
의외로 놀란 것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예상외로 좋았던 건 액션이다. 첫 번째로 이 장면이 좋았던 이유. 나름 액션영화로서의 당위성을 나름대로 챙겼기 때문이다. 전반부까지 사건만 나열하던 이야기 전개가 중반부에 변곡점을 찍으며 정돈된다. 목적이 불분명하던 영화에 추진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영화의 전반부를 (선해하자면) 조수광의 일상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특정 목표를 바탕으로 인물들이 대립한다. 단순히 액션을 눈요깃거리로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인물이 빠져나가야 하거나 / 이걸 빼앗아야 하거나 /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보여주기 위해 꼭 들어가야 했던 것이다. 이 외의 나머지가 겉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그게 중요해? 뭐가 됐건 장르를 고른 이유는 충실히 구현했으니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액션의 내실도 잘 챙긴 편이다. 어설프게 합을 맞춰서 때리는 척 티가 난다던가 하지 않다. 나름의 생동감을 살리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이 영화가 고른 것은 테이크 길이를 늘리는 것이다. 사실 이런 연출에 있어 오마주를 따온 작품이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영향을 받은 듯한 촬영 구도가 있다. 구도가 비슷해서 ‘아이 이거 따라 하겠네’ 싶었지만 살짝 다르다. 기본적인 틀은 비슷한 것 같아 보이지만 액션에 사용되는 무술이나 캐릭터의 개성도 잘 살린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인물들이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기획됐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왠지 모르게 MCU 히어로 중 하나가 생각나기도 하고 어디서 본 이미지를 차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인 중년 관객들이라면 이런 걸 다 알리가 없으니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하다.
보여줄 것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웃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웃기지 않을까'에 천착해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가 아무렇게나 대충 움직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에겐 고유한 행동 패턴이라는 게 있다. MBTI로 치면 P쯤 되는 인간들도 가지고 있는 습관이란 게 있고 자주 가는 곳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행동 양태를 띄지 않는다. 풀어써보자면 어떤 걸 보여주려고 했는지가 장면마다 종잡을 수 없다. 시퀀스들이 대부분 길다. 그 시퀀스에서 플롯을 위해 보여줘야 할 정보가 있다. 그 정보는 시퀀스의 길이에 비해 대게 짧다. 그 나머지는 안 웃긴 개그다. 그래서 초반부를 넘어 초중반부 이후 플롯부터 이야기가 늘어진다. 이야기가 늘어지니까 이 영화에서 그 어떤 드립을 치고 슬랩스틱을 해도 몰입이 안 된다. 이 무질서한 리듬이 초반부터 시작되는데, 그래서 초반부 한 1시간을 봐도 남는 것이 ‘조수광이 제주살이에 있어 애를 먹는다’ 말곤 없다. 안 그래도 안 웃긴 개그감각이 더 지루하게 느껴지고,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트린다.
대표적으로 만복(손종학)이 이끄는 이야기는 줄거리가 루즈해지는 주요 원인이다. 이 인물은 유 회장 옆에서 얼쩡거리는 인물이다. 이 얼쩡거리는 일이 일단 웃기지 않아서 영화에 거슬리는 건 둘째 문제다. 이 인물을 잘 생각해 보면 단지 그 캐릭터의 욕망만 돋보일 뿐 영화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 이 사람이 큰 갈래가 되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아니다. 단지 플롯을 한 번 뒤엎기 위해 존재할 뿐.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이 인물을 설명해 주지만 이 장면이 연출을 통해 쾌감이 느껴지는 형태가 아니다. 다른 영화면 길게 설명했을 부분을 단적인 장면으로만 보여주니 맥이 빠지고 이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중에 어디서 본 것들
이 영화가 그나마의 독창성도 챙기지 못한 이유. 기존의 특정 한국영화 시리즈를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예고만 봐도 우리가 20년 전즈음에 봤던 코미디/스릴러물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그 내실을 열어보면 또 다르다. 분노조절장애 형사라는 캐릭터 설정만 읽고 유추하기는 어렵다. 사연 있는 주인공들이야 이 지구상에 널렸다. 하지만 이 인물은 영화 팬이라면 잘 알고 있는 특정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했다. 단순히 오마주일 수도 있다. 가령 귤 작업하고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몸싸움 장면을 보면 그렇다. 이 오마주가 이 장면 하나에만 사용됐으면 납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답습은 후반부에 다시 반복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면 이야기의 끝마무리를 낸다는 쪽에 있어 조악하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 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강력한 근거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다. 뭐 분노조절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그 병에 직업적으로 장애물이 생길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건 경찰 내부에서나 조수광 본인이나 분노조절장애에 대해 별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뭐가 문제냐. 분노조절장애라는 성격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이 생길 당위성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이 캐릭터를 조악하게 만드는 점이다. 이 장면에 있어 고유의 개성이 넘치지 않는다. 이렇다면 영화가 무기를 가졌다고 봐도 무방한데, 어떤 영화를 답습했으니 얕은 깊이가 영화를 겉돈다.
<게이샤의 추억>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오리엔탈리즘'이었다. 이 용어는 서구권 사람들이 동양을 경외심과 공포,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이 동양을 묘사하려 할 때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오리엔탈리즘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게이샤의 추억>이다. 이 <게이샤의 추억>이란 영화는 게이샤라는 직업과 일본 사회를 왜곡하며 동양 문화를 오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이 <게이샤의 추억>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국적은 중화권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배우들이 일본어로 대화하지 않고 영어로 대화한다. 이 설정 자체가 근본이 없는데, 더 중요한 건 영화 플롯에 있다. 게이샤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연출, 기모노와 쪼리, 게이샤라는 직업적 특성을 저속하게 이해했다는 점까지 영화는 남자가 주체가 되어 여성을 억압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패착을 저질렀다. 이 당시 이런 폭력적인 시각 때문에 <게이샤의 추억>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이 영화 <필사의 추적>이 제주라는 지역을 보여주는 방식은 <게이샤의 향기>과 유사했다. 일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그러니까 타문화에 대한 낮은 이해가 기반이 됐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게이샤의 추억>을 비판하면서 쓴 첫 번째 근거. 언어다. 제주는 사투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특이하다. 역설적이게도 특이한 만큼 덜 알려졌다. 왜? 다른 지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투리의 두 특성이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정체성이 된 건 맞다. 글쓴이가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제주라는 지역이 닫혀있는 지역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거기에 언어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거랑은 별개로 일상적으로 대화할 땐 표준어 쓰고 다 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경찰이 조직 내부에서 사건 브리핑할 때 제주 사투리 안 쓴다(그 경찰 조직 구성원들이 다 제주도민인 게 말이 되냐는 건 둘째 치기로 한다). 제주가 그렇게 도시화가 덜 된 지역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택시 운전사가 승객 태울 때 '혼저옵서예'라고 안 하고 바가지도 안 씌운다. 아니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아서 '이 사람은 육지에서 온 사람'이라고 정확히 맞춘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 영화는 한 번에 그걸 맞춰버린다. 단지 공항에서 사람이 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택시 안의 장면을 보여준다. 누구는 이런 장면들이 별 것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글쓴이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왜? 영화 전반부에 중국 자본이 제주에 침투했다는 상황과 마약 유행이라는 사회적인 맥락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 두 맥락이 영화 안에 들어간 이상, 육지 사는 사람들이 이 대사가 가진 허점을 체감할 수 있을까? 셋 다(마약/중국 자본의 침투 / 외지인들 향한 텃세) 우리 근처에 있는 맥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또 이 영화에서 마약만큼 중요한 소재인 집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이지 못한 전개다. 일단 이주민이 집을 쉽게 못 구한다는 설정 자체도 무리수다. 그러나 그 이면에 '외지인이라서 쉽지 않다'라는 전제조건도 이상하게 들린다. 글쓴이가 지금 당장 '제주시 평대(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 중 몇은 구좌읍 평대리였다)리 월세'라고 치면 결과물이 나온다. 요즘은 이렇게 온라인상으로 전, 월세 구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2020년대를 사는 우리는 이 현상에 올라타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굳이 오프라인에서 도움을 받아 '선주민들은 외지인이라면 공인중개사 일도 제대로 안 한다'란 장면을 보여준다. 이 설정이 특정 캐릭터를 위해 들어갔다는 걸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글쓴이는 이것이 '굳이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취지를 떠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보기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불필요한 것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중후반부 반동인물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혼자만 괸당을 빗겨나가는 것처럼 행동해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차라리 괸당문화를 묘사할 거라면 영화 덕지덕지 붙여놓을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장면에만 등장하는 방식으로 연출했을 것 같다). 이런 연출이 왜 일어났을까. 글쓴이는 낮은 이해에 온다고 봤다. 한 지역의 병폐가 24시간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된다는 게 말이 되나? 더 깊게 이해했다면 단 한 장면으로도 많은 걸 보여주지 않았을까? <존 오브 인터레스트>처럼? 글쓴이의 이런 지적이 의미 없지 않다는 걸 보여주듯 '감귤'이라는 소재도 영화 안에서 맥없이 소비된다. 제주는 귤만 팔아서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곳인가? 일반적으로 직장 다니는 직장인은 없나? 이런 허점들이 영화가 자신이 없으니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제주에 며칠 살고 주위 사람들에게 몇 마디만 들었다고 해서 제주 그 자체를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단지 그대로 따랐다.
드 팔마가 정색해
전체적인 총평. 낡았다. 제주에 사는 글쓴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왔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그럴 것이 없다. 기껏해야 윤경호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 정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나머지 배우들이 그렇게 속 시원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 전체적인 연기를 보면 좋았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깔깔깔 웃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최근 제주에 있었던 '비계 오겹살 논란'을 언급할 수 있다. 제주에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영화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가 있고 이해해야 할 리듬이란 것이 있다. 이 영화는 두 가지 다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영화에서 사건만 짠하고 보여준다고 해서 충격적이지 않다. 또 빌런이 사회통념상 악랄한 짓을 한다고 해서 나쁜 놈이 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장르를 얕게 이해하듯 제주라는 지역도 조금만 안 티가 난다. 낮은 이해도가 어떤 허점을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예시가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제주에 사는 팬으로서 이야기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제주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
- 10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다소 한산했던 극장가가 한국 영화들로 풍성하게 채워질 예정입니다.
독특한 제목만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부터 설경구, 김희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로 화제를 모은 <보통의 가족>, 202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까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수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잠자리 구하기>, <페이퍼맨> 등 다양한 한국 독립영화도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1편 개봉 당시, 국내에서도 약 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독특한 소재의 공포 영화 <스마일>도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편과 동일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10월 셋째 주 개봉 PICK!
시작합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DIRTY MONEY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100분
감독: 김민수
주연: 정우, 김대명, 박병은, 조현철
개봉: 2024.10.17.
배급: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줄거리
수사도, 뒷돈 챙기는 부업도 늘 함께 하는 생계형 형사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 우연히 범죄 조직의 검은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두 사람은 인생 역전을 위해 신고도, 추적도 불가한 돈을 훔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던 현장에서 잠입 수사 중이던 형사의 죽음으로 사건은 꼬여만 간다.
“어차피 우리가 저지른 일, 수사하는 것도 우리야”
살인으로 번져버린 사건을 ‘명득’과 ‘동혁’이 직접 수사하게 되고 ‘명득’과 악연으로 얽힌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이 수사 책임자로 파견된다. 그리고, 은폐하려 했던 현장 증거까지 두 사람을 점점 압박해 오는데… 목숨 걸 자신 없다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보통의 가족
A Normal Family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허진호
주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개봉: 2024.10.16.
배급: ㈜하이브미디어코프, ㈜마인드마크
줄거리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리고 매사 완벽해 보였던 이들은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데…
신념을 지킬 것인가 본능을 따를 것인가 그날 이후, 인생의 모든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마일 2
SMILE 2
개요: 공포 | 미국 | 127분
감독: 파커 핀
주연: 나오미 스콧, 루카스 게이지, 카일 갈너, 로즈마리 드윗
개봉: 2024.10.1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넌 죽음을 목격했어. 그게 이제 너를 따라다니는 거야”
월드투어를 앞두고 자신의 눈 앞에서 기괴한 미소와 함께 끔찍한 죽음을 맞은 친구를 목격한 팝스타 ‘스카이’. 그 날 이후 공연 리허설과 팬 미팅 행사 등 그녀의 삶 곳곳에서 끔찍한 일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뒤덮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스카이’는 자신이 죽어야만 전염처럼 번지는 저주가 끝난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이번엔 너도 같이 웃게 될 거야”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You Will Die In 6 Hours
개요: 스릴러 | 대한민국 | 91분
감독: 이윤석
주연: 재현, 박주현, 곽시양
개봉: 2024.10.16.
배급: (주)트리플픽쳐스
줄거리
“지금부터 6시간 후, 당신 죽어”
서른 살 생일을 하루 앞둔 ‘정윤’은 길에서 만난 낯선 남자 ‘준우’에게 죽음 예고를 듣는다. 믿을 수 없는 예언이 거짓말처럼 현실이 되어가면서 ‘정윤’은 자신을 죽이려는 범인을 찾기 위해 ‘준우’와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예고된 죽음 정해진 미래와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
- 한국 재난 영화 추천 '콘크리트 유토피아' 잔인한가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23.08.09 개봉
드라마, 15세 관람가
한국, 130분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올 여름 최고 기대작 '콘크리트 유토피아'!
실제로 롯데 배급이라 그런가 홍보도 젤 많이 하더라구요
저는 재난 영화를 좋아해서 <더 문>과 함께
가장 기대하는 작품 TOP 2 였어요 ㅎㅎ
사실 '세상이 멸망하고 아파트 한 채만 남았다'는 소재를 빼면
줄거리 자체는 흔하디 흔한 재난 영화이긴 합니다
싱크홀처럼 특출나게 웃긴 것도 아니고
엑시트처럼 재난 상황에 대비할 교훈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이제는 재난 영화에도 새로운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재난 영화가 가져갈 수 있는
대표적인 클리셰들을 빼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중에는 팀원의 배신, 성별/나이/임무로 갈라치기,
서사 있는 캐릭터의 잔인한 죽음 등이 있을 텐데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것들을 죄다 뺐어요...
나름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시청자가 기대하는 거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달까요?
트는 주민의 것"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 그리고 폐허가 된 서울.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오직 황궁아파트만은 그대로다.
소믄을 들은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들자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생존을 위해 주민 대표 '영탁'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덕분에 더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유토피아 황궁아파트.
하지만 끝이 없는 생존의 위기 속
그들 사이에서도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는데...!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에 따르거나 떠나거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
기대했던 바와 실망했던 바를 함께 나열해 보겠습니다
#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 규칙에 따르거나 떠나거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 캐릭터들은
정말 황궁아파트 주민이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퍼 줍니다
외부인을 숨겨 주다 걸렸어도
200번 죄송합니다!! 만 외치면 다시 주민이 될 수 있게 해 줘요
저는 인간의 잔혹함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 주려고
내쫓는다거나, 죽인다거나, 심지어 먹는 걸 상상했거든요
혹은 노예로 부려먹을 수도 있었겠죠?
황궁아파트는 정말 유토피아가 맞아요
주민 입증만 할 수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받아줄걸요
친구랑 얘기하다가 나온 건데
월세, 전세로 아파트에 들어온 주민이 있고
그 집의 집주인이 나타나서 빚는 갈등도 재미있었을 거 같아요
# 영탁(세범)을 향한 비난
영탁이 영탁이 아니라는(?) 건 영화 초반부터 많이 보여 줬죠
누가 봐도 황궁아파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잖아요
영탁의 신분을 밝히는 게 영화의 절정일 거라 기대했는데
갑자기 외부인들이 처들어오면서
영탁의 신분에 대한 건 갑자기 상관이 없어지게 돼요
모두가 영탁을 쫓아내려고 해서
아파트 vs 영탁 이런 구도로 가는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 민성-명화 관계성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딱히 빌런이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말하자면 명화가 빌런입니다 ㅋㅋ
남편은 목숨 걸고 바깥 세상 나가서 시체 뒤지는데
외부인 숨겨 주는 집안에 음식 퍼다 주질 않나
일 그만하고 그냥 살자며 징징대질 않나...
물론 도덕성, 인간성을 보자면 최고겠죠
하지만 영화 내에서 고구마 백 개 먹은 캐릭터 ㅠㅠ
암튼 캐릭터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민성-명화 부부 관계성보다는
각자의 캐릭터에 치우친 줄거리 위주로 전개해서,
그러다 마지막에만 슬프게 죽어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사실 슬픈 감정을 느끼기엔
다정한 부부로 보이게 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 혜원의 역할
박지후 배우님이 항상 같이 무대인사를 도시기에
영화 내에서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하겠거니 했어요
영탁의 신분을 밝혀 주는 증인인 역할... 밖엔 없었죠
그마저도 너무 허무하게 죽어 버렸고요
그 정도 역할은 명화가 충분히 해낼 수 있었지 않나요?
# 부녀회장의 역할
부녀회장은 리더십 있고 전면에 나서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 부녀회장은 영화 내용상...
리더십 있는 척지만 내로남불에 이기적인 인물이었어야 합니다
16세부터 60세 남성은 방범대로
외부에 나가서 식량을 구해 오는 역할을 하는데요
부녀회장의 미성년자 아들도 방범대 역할을 해야 해요
이때 부녀회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아들을 빼내고, 우리집만 좋은 거 먹고 이러는 게...
그 갈등이 점점 커져 절정에 이르렀을 때 팡하고 터졌을 것 같아요
그러다 아들이 죽게 되었을 때도
부녀회장과 방범대간의 갈등이 눈에 보였을 거 같고요
문제점을 짚어 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보입니다
캐릭터가 많은 데 비해 제역할을 다하는 인물이 없다는 거죠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 외에도
황궁아파트에 몰래 숨어든 엄마와 아들
외부인을 숨겨 줘야만 했던 혼자 사는 남자
황궁아파트에 가장 오래 산 노부부
외부인과 싸우다가 배에 칼을 맞은 남자
등 클리셰로 이어가다 눈물샘 폭발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정말정말정말 많이 나왔거든요
툭하면 우는 저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유일하게 울었던 부분은
노부부가 외부인 숨겨 주다 걸려서 사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겨우 20초 남짓한 씬이었고요,,
감독님이 클리셰를 따라가기 정말 싫으셨던 게 아니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캐릭터를 하나도 못 살린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죠
예고편만 봤을 때는
황궁아파트 주민 vs 외부인 으로 세력이 나눠지는 줄 알았어요
'황궁아파트에 숨어든 외부인'이라는 캐릭터는 신선했지만
그 스릴 있고도 어려운 구도를
매력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게 아쉬운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줄거리가 아닌 영상미를 따져 보고
영화관에 가서 볼지 말지 정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영화값이 15,000원이나 하기 때문에 ㅠㅠ
그렇게 보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15,000원까진 아니고... 10,000원 정도면 보기 좋습니다
저는 무서운 걸 정말정말 못 보는 사람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너무 무서웠어요
칼에 찔리고 바둑판으로 사람 죽이는 장면도 무섭지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 주는 장면이 많거든요
시각적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영화였던 거 같습니다
*스토리: 2/5점
*연출: 3/5점
*영상미: 4/5점
*연기: 5/5점
*OST: 1/5점
-
- 행복의 속도 후기/일본의 오제 국립공원/봇카의 일상/ 개입하지 않아서 더 진솔한 영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행복의 속도"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
-
- 영화 <시카다 3301> 1차 예고편
의문의 웹 조직에게 지능 테스트 메시지를 받은 천재 해커 ‘코너’가 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복잡한 퍼즐을 푸는 과정을 담은 코드브레이킹 스릴러
-
- 영화 <리얼 페인> 메인 예고편
두 사촌의 울고 웃는 폴란드 여행🧳 키에란 컬킨의 연기력과 제시 아이젠버그의 각본이 만나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들었다🌟 [리얼 페인] 메인 예고편 공개💫 2025년 1월 극장 대개봉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