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17 14:31:09
가을 제철 시詩시詩한 영화 8선
여러분 마음 속에 안착할 영화 속 '시詩'는?

가을만큼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요?
제철을 맞아 시詩시詩한 영화 8선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는 시인 윤동주와 친우 송몽규의 이야기를 담은 <동주>
-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전기 영화 <네루다>
-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사랑을 다룬 <브라이트 스타>
- 첫 시집을 준비하는 시인 진아의 이야기 <한강에게>
- 생전 단 7편의 시를 출간했지만, 사후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에밀리 디킨슨의 전기 영화 <조용한 열정>
- 재능 없는 마흔 살의 시인,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 파도처럼 휘청이는 소년 세 사람을 다룬 <시인의 사랑>
- 故 윤정희 배우의 유작이자 난생처음 시를 쓰게 된 ‘미자’의 이야기 <시>
- 버스를 운전하며 틈틈이 시를 쓰는 패터슨의 이야기 <패터슨>
영화 속 ‘시’가 여러분의 마음에 안착하기를 바래봅니다.
혹, 여러분만이 간직하고 싶은 시가 있다면 댓글로 나누어주세요 !

줄거리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어둠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줄거리
권력에 저항한 정치인이자 민중을 대변하는 칠레의 전설적인 시인 ‘네루다’.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그를 잡아오라는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비밀경찰 ‘오스카’는 도피를 위해 아내 ‘델리아’와 함께 은둔생활을 하는 ‘네루다’의 흔적을 밤낮 없이 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은둔생활이 길어질수록 ‘네루다’는 세계적 영웅이 되어가고, 그를 잡아야만 하는 ‘오스카’조차 그가 남긴 책 속 문장들에 매료되고 마는데…

줄거리
1818년 영국 런던, 23살의 시인 존과 패션을 공부하고 있는 옆집 소녀 페니의 비밀스러운 사랑이 싹튼다. 처음에 존은 페니를 철부지 말괄량이로만 여겼고 페니도 시를 비롯한 문학은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인연은 우연히 존의 동생으로 인해 시작된다.

줄거리
첫 시집을 준비하는 시인 ‘진아’. 오랜 연인 ‘길우’의 뜻밖의 사고 후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학교에서 시 수업을 하고, 친구를 만나며 괜찮은 것 같지만 추억과 일상을 헤매며 써지지 않는 시를 붙잡고 있다.
“괜찮냐고 묻지 말아 줘…”
“자꾸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말 해야되잖아”

줄거리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모든 것이 선택이 아닌 결정되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의무이던 시대. 독립적이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에밀리는 획일적인 교육과 억압이 만연한 기숙학교를 나와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유일한 삶의 행복이자 위로가 되는 시(詩)를 쓰면서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이별을 경험하며 혼자만의 고독에 깊이 빠지게 되는데…

줄거리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그리고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진짜 시를 쓰는 일이 뭘까 매일 고민하는 시인, 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앞에 어느 날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사람 생각이 자꾸만 나서요.

줄거리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레 인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줄거리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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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주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2]
이번 크리스마스 집콕하며 지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접니다.
크리스마스에 홈프로텍터로 지낼 동지들을 위해 틀어두기만 해도 재미있는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이불에서 영화 보며 끝내주게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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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함과 고루함 사이
<아쿠아맨>은 다 쓰러져가는 DCU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컨저링시리즈의 제임스완 감독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액션 쾌활극은 아쿠아맨이 처음 등장한 <저스티스 리그>에서 그의 활약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게다가 극 중 메라역의 엠마 허드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기 전이었던지라 <아쿠아맨>은 잘 만든 한 편의 오락영화로서 기능을 충실히 다하였다. 이런 괜찮은 작품을 전작으로 두고 있으니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아쿠아맨과 라스트 킹덤>의 줄거리는 기타 여느 버드무비와 큰 차이점 없이 평이하게 흘러간다. 전 편에서 감옥에 수감됨 이부동생 '움'과 함께 빌런인 '블랙 만타'를 소탕하고자 하는 내용이 기승전개로 매끄럽게 전개된다. 가족애라는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이부동생과 티키타카하며 적을 소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익숙하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번 영화 역시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에는 한 끝차이로 고루함이 따라온다. 이미 이러한 히어로, 버드무비를 많이 봐온 관객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스토리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본다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아쿠아맨의 색다른 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들 또는 팬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흡사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양분화된 관객의 반응을 보는 듯하다. 물론 무조건 모든 영화가 새로울 필요도 없거니와, 재밌게 잘 만들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히어로영화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MCU의 전성기 때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버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실제로 주인공은 두 명이므로 시선이 두 캐릭터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엠마 허드의 논란과 DCU의 상황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위험한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한 제임스 완 감독에 결정도 이해되는 바이다.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오락영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다하였기에, 향후 시리즈를 내다보고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어쩌면 모험을 넘어 도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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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베 얀손>, 인생 구석구석을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기억하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토베 얀손>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영화 <토베 얀손>은 무민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귀엽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 '무민'은 잘 알지만, 정작 무민을 만든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크게 토베의 예술가(돈을 벌기 위한 예술가와 진정으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야기, 가부장적인 시대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의 갈등 이야기, 아토스와 비비카와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토베의 일과 사랑에 주목한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녀의 화려한 업적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에너지, 고뇌, 갈등 등의 '내면'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은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구석구석 탐험해야죠.
극중에서 토베가 직접 꺼내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토베의 삶을, 그리고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토베는 살아가면서 단순히 무민 만화를 그리며 돈을 버는 예술가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
끊임없이 모험하고 탐험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이자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에 영화를 보며 '부럽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생은 하나의 모험이다.
그리고 그 모험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은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나도 토베처럼 구석구석 탐험해나갈 것이다.
- 독창성은 제 특기예요.
토베는 자신의 독창성을 살려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무민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연재했고, 직접 쓴 무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독창성은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특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특기를 살려 무언가를 해낸다는 점에서 토베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자동적으로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던 장면이 있다.
바로 신문에 주기적으로 무민 만화를 연재하면서 많은 인기와 큰 성공을 얻은 토베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설렘가득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독창성과 순수함이 깃든 토베의 마음이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시리 마음 한 켠이 몽글몽글해지는 장면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토베는 아토스와 비비카를 사랑했다.
토베가 제일 사랑했던 사람은 비비카였다.
서로를 못 만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토베는 여전히 비비카를 사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를 전부 다 하고 싶다는 토베의 말에 비비카는 다 하라는 말을 건넨다.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고뇌하던 토베는 비비카의 '다 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가슴 속 어딘가에 응어리 져 있던 것들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있을 때 주변의 누군가가 선뜻 다 하라는 말을 건네준다면 참 큰 힘이 될 것 같다.
토베는 비비카를 제일 사랑했다.
비비카는 도시 파리를 정말 사랑했다.
이 사실을 온전히 깨달은 토베는 자신의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빌려 비비카에게 '너를 야생으로 놓아주겠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내겐 이제 그만 우리 둘을 서로의 추억 속에 묻어두자, 라는 말로 들렸다.
다소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토베는 아버지의 앨범 하나를 건네받는다.
바로 토베가 신문에서 연재하던 무민 만화를 모두 오려서 모으고 있었던 아버지의 앨범이었다.
앨범이 펼쳐지고, 정성스럽게 스크랩된 무민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이 장면 속의 토베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는 어찌 됐든 토베의 작품을, 토베의 예술을 사랑하고 응원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자던 토베의 집안에 강한 바람이 들어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커튼이 강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며 토베는 무언가를 깨달은듯한, 하지만 조금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토베가 미완성 그림인 <시작하는 사람>을 그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시작하는 사람'.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일을 모두 할,
인생의 구석구석을 탐험할 '토베 얀손'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참 멋있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한 예술가의 삶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볼 때는 항상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다.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이다.
아마도 삶을 마감하기까지 끊임없이 했던 그들의 고뇌와 시행착오, 내면에 응어리 져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기 때문에 드는 생각 같다.
<토베 얀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스터, 영화의 오프닝, 영화의 중반부, 영화가 끝나고 난 후의 엔딩크레딧에 토베 얀손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해소하듯이 열심히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 춤추는 장면을 통해 그녀의 심정이 얼마나 복잡한 상태일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토베가 춤추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분출하고 싶다는 그녀의 감정이 스크린 바깥의 나에게까지 잘 전달되어 괜히 나까지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인생을 어느 하나에 규정짓지 않고
구석구석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이 영화를 통해 접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민'과 그녀를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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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에 대한 철학과 제약회사의 음모는 어울리지 않아, 영화 <올드>
해골과 사람의 다리가 반반으로 처리된 이 기이한 포스터를 보고 검색 한 번을 안해봤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리고 해변에서 순식간에 나이가 들어버린다는 설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기대감을 가지고 본 영화 <올드>. 하지만 기대에 무색하게 안타까움이 짙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올드> 시놉시스평범한 가족여행이 시작된다. 아내는 약국에서 경품에 당첨돼서 리조트 숙박권을 얻게 된다. 가족들은 리조트 측의 배려로 다른 팀과 함께 리조트에서 벗어난 외딴 곳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휴양을 떠난다. 하지만 그 해변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해변을 나가려고 시도를 할 때마다 정신을 잃고 다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기절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6살, 11살이던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아이를 갖고, 출산을 경험하기에 이른다. 아름답지만 이상한 해변에서의 시간 30분이 원래 세계의 1년과 같다는 것을 주인공들은 뒤늦게 깨닫고 이 곳을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 이후로는 영화 <올드>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잘 표현하다
영화를 다 보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은 카메라 무빙이 굉장히 좋았다는 점이다. 친구와 함께 이 영화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며 산책을 하면서도 둘다 동의를 했던 부분이 카메라 구도를 정말 잘 잡았다는 것이었다. 등장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잘 느껴지도록, 급박하고 위급한 상황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흔들리는 컷들을 배치하단던지 수평이 맞지 않는 구도를 취한다던지 시각적으로 불편하게끔 만들어서 등장인물의 혼란스러움과 암담함을 굉장히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매번 쓰이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순간이 그들의 감정에 확 몰입할 수 있도록 밀당을 잘해서 더더욱 그 혼란스러움을 배가 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에 대한 철학을 스릴러로 풀어낸 것인줄 알았지
제목이 올드(old)였기에 늙어감에 대해,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감독의 철학적인 시각을 다룬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M. 나이트 샤말란의 특징답게 이러한 교훈을 스릴러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서 굉장히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감정은 이것이 스릴러가 맞던가..? 그냥 ‘30분이 1년이다’라는 설정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가 스릴러이지..? 당황스러웠다.
전작 23아이덴티티에서 학대에 대한 아픔을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서 그 연결고리가 굉자이 이질적이면서도 설명이 가능했기에, 그리고 스릴러의 요소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쫄깃한 맛도 있었다. 하지만 올드는 아니었다. 스릴러의 요소가 부각이 되지도, 그렇다고 시간이 빨리간다는 새로운 소재도, 이를 통해 풀어내고자 했던 시간에 대한 철학도 제대로 풀어내질 못했다. 다 하다가 만 느낌이었다. 그저 그래서 영화의 주제에 대한 큰 울림을 받지는 못했다.
이렇게 급발진 하기 있기?
영화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후반부에 너무나도 다이나믹하게 급발진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가족들은 왜 아름답지만 무서운 저 해변으로 끌려갔으며 호텔 지배인은 왜 그들을 보내고 감시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그저 신약 개발을 위한 제약회사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사회 경제적 음모로 퉁쳐버린다. 그래서 서로 다른 주제의 영화를 갑자기 합쳐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 중후반까지 열심히 끌고가던 시간에 대한 탐색적인 자세가 갑자기 제약회사의 음모로 치환이 돼서 굉장히 시시한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주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심에 대해 집중하고 그 변화에 초첨을 맞춰나갔더라면 이렇게까지 큰 실망을 안겨주진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올드>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내재된 작품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어찌보면 포장을 참 잘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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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토록 뚝심 있고 암울하며 끈적한 조폭 영화라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김창훈 KIM Chang-hoon
출연] Xa-bin HONG 홍사빈 Joong-ki SONG 송중기 Hyoung-seo KIM 김형서
KOREA|2023|124 min|DCP|Color|Special Premiere
시놉시스
명완시에 나고 자란 18세 고등학생 '연규'(홍사빈). 중국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의 꿈은 엄마 '모경'(박보경) 함께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는 것.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다. 새아빠 '정덕'(유성주)의 딸 '하얀'(김형서)을 도와주려다 일진과의 싸움에 휘말리고, 졸지에 합의금 300만 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명완시를 떠나 본 적 없는 '치건(송중기)'이 선뜻 300만 원을 준 것. 이를 계기로 연규는 치건처럼 명완시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치건이 중간 보스인 조폭 조직에 합류해 이것저것 일을 배우는 연규. 그러나 연규가 치건에게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치건이 연규를 신뢰하면 신뢰할수록 그들에게는 점점 더 위험한 일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갱스터 영화의 사회적 맥락
갱스터 영화는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영화다. 지나치게 남성적, 마초적이라고 비판받고, 높은 수위 때문에 불쾌하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폭력성은 갱스터 영화에 남성 판타지 이상의 사회적 의의가 깃드는 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갱스터 영화의 전성기가 두 차례 있었다. 금주법이 시행된 대공황 시기,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사회가 혼란했던 70년대다. 갱스터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당대의 사회 구조적 불안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비정상적인 시스템 하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몸짓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그 폭력성과 선정성을 스크린 안으로 제한하면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기제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제76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된 <화란>은 장르의 본분을 충실히 해낸 수작이다. 신인 감독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마지막까지 톤을 유지하는 뚝심, 달라붙은 껌처럼 찐득한 장르적 쾌락이 돋보인다. 조폭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한국 조폭 영화의 익숙한 틀을 깨부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부인 오프닝
사실 <화란>은 오프닝이 전부인 영화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남학생 일진 무리. 연규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무리 중 한 명을 붙잡더니 돌덩이로 머리를 내리친다. 그러고는 돌덩이를 내려놓는다. 이때 운동장에 고여 있던 물덩이에 피 묻은 돌이 떨어지고,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는 사이 흙탕물이 된 물덩이 표면에 제목 <화란>이 나타난다.
아무 맥락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한 오프닝은 충격적이다. 예상치 못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 물론 영화는 그 직후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규연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매 하얀을 돕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 그녀가 학교 내 일진이 여자 속옷을 거래하는 일에 휘말려서 협박당하고 있었기 때문.
대신 충격만큼 <화란>의 주제는 간명히 드러난다. 고요한 물덩이가 피로 물들고 파동 치기 시작한 이상, 흙탕물을 되돌릴 수 없다고. 즉, 폭력의 굴레에 발을 내딛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고. 실제로 영화는 현실 속 온갖 폭력으로 가득하다. 연규네 가족은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불법 사채업자 치건은 오토바이 절도 사업을 병행하고, 정치인 뒤를 봐주는 조폭이다. 심지어 사회적 혐오와 책임회피 같은 이슈도 끼어들어 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이들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일절 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를 감싸 안으려고 하지 않는다. 연규도, 치건도, 하얀도, 새아빠도 모두 폭력이 잘못된 것인 줄 안다. 심지어 부패 정치인 '정의석'(서동갑)도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는 더 냉혹하다.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이 빈말로 느껴지는 암울한 사회상과 폭력의 굴레를 고발하겠다는 의지도 강렬하다.
갱스터인 척하는 멜로드라마
악의 굴레를 멜로드라마로 바꿔서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 두 남자의 브로맨스 덕분에 폭력의 의미와 역할이 더 잘 전해진다. 연규는 아버지가 없다. 친아빠는 어릴 적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는 새아빠와 결혼했다. 하지만 새아빠는 술만 마시면 연규와 엄마를 두들겨 팬다. 하얀이 말려야 간신히 말을 들을 정도다.
자연히 연규에게는 머리를 다친 일진에게 줄 합의금 300만 원을 마련할 재주가 없다.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로는 택도 없다. 그런 그에게 치건이 나타난다. 연규에게 홀연히 300만 원을 선물하더니 결코 자기를 찾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던 연규는 끝내 치건을 찾아간다. 어떤 힘이든 있어야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런 그를 보면서 치건은 망설이다 못해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하나 둘 알려준다. 그 역시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가정폭력 피해자였으므로.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 더 나아가 손가락 하나, 손톱 한쪽으로 책임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렇게 처한 상황도 성격도 다르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두 사람은 형과 동생, 가족이 된다. 이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멜로 같다.
연규와 치건의 관계는 뻔해 보이기도 한다.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의지할 대상이 홀연히 나타난다. 주인공은 그를 닮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길을 걷는다. 여느 갱스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관계다. <신세계> 속 이자성과 정청,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속 재호와 현수 관계를 자연히 떠올릴 순간도 스쳐 지나간다.
'화란' 속에 '화란'이 있는가
하지만 연규와 치건 사이에는 낚시찌에 걸린 물고기 마냥 애매한 대목이 있다. 그들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다. 서로에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 치건은 연규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아픔을 알아본다. 그래서 그가 자기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그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다.
연규도 치건의 삶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물론 폭력의 달콤함에 잠시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큰 형님 '중범'(김종수)의 살인 지시에 불복할 만큼의 사리 분별은 한다. 이처럼 원치 않지만 자기 모습을 발견한 형과 잘못을 알지만 형이 되고 싶은 동생. 영화는 쌍방이 빚어내는 애매한 긴장감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터뜨린다. <화란>의 멜로가 다른 갱스터 영화 속 브로맨스와 차별화되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제목이 있다. '화란'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재앙과 난리를 뜻하는 말이자 네덜란드의 한자어다. 이때 전자는 현실의 유의어다. 연규와 치건이 사는 세상은 그 자체로 지옥이니까. 후자는 희망의 유의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를 데리고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는 게 연규의 꿈이니까.
두 형제 사이의 긴장감은 두 번째 화란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연규에게 화란은 두 가지 의미이지만, 치건에게 화란의 의미는 하나뿐이다. 연규의 금속 보관함이 비상금과 네덜란드 여행 가이드북으로 꽉 차 있는 반면, 치건의 나무 보관함은 끝내 비어있듯이. 이 차이가 둘의 말로를 갈라놓는다. 동생은 화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울 의지가 있지만, 형에게는 그럴 화란이 없기 때문. 이는 영어 제목이 <Hopeless(희망이 없는)>인 이유다.
한국 영화의 클리셰를 거부하다
이러한 멜로드라마는 <화란>이 한국 조폭 영화의 틀을 탈피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배경은 유사하다. 한국 조폭 영화는 주로 재개발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심지어 1달 전쯤 개봉한 <보호자>까지도. 조폭은 철거민을 밀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뤄낸 한국 사회의 집단적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조폭 영화 속 신축 부동산은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려는 평범한 서민의 욕망을 보여준다. 이는 장르는 달라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궤를 같이 하는 지점이다. 조폭 또한 부동산 재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조직 내외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조폭 영화는 정치인, 기업인, 조폭의 삼각관계를 주로 반복한다. 조폭인지 정치인인지 분간하는 게 의미 없는 <아수라> 속 박성배 시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삼각관계에는 올드하다는 이미지와 클리세 범벅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 감독은 과감한 시도를 한다. 정치인, 기업인, 조폭이 아닌 조폭의 말단, 막내에게 집중한다. 치건의 큰 형님은 재개발 사업 이권을 두고 국회의원 선거를 주무르려 한다. 그러나 연규에게 이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윗사람이 어떤 이익을 두고 싸우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조폭 영화에 담긴 새 세대의 현실
대신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고민에 집중한다. 치건은 연규에게 묻는다. "언제 여기 왔어?" 연규가 답한다. "태어날 때부터요." 이는 단순히 명완시에 언제 왔는지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언제부터 폭력의 굴레에 빠졌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린 연규 입장에서는 답이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이 문답의 연장선상에서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년을 앞둔 고등학생이 이미 존재한 카르텔, 폭력의 굴레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책임 지고 빠져나갈 방법은 있는지. 이미 자리 잡힌 사회 구조, 상승할 희망조차 찾기 힘든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는 <화란>의 분위기가 여느 영화보다도 암울하고 처절한 이유다.
그렇다고 <화란>은 그저 냉혹한 현실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한 가닥 응원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치건과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온 연규는 새아빠에게 맞아 죽은 엄마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새아빠에게 복수하는 대신 하얀과 함께 집을 나온다. 다른 도시로 떠난다. 자기 손으로 폭력을 거부하고, 굴레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화란>은 고여 버린 장르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다.
물론 마지막 장면이 마냥 희망적이지는 않다. 과연 연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완전히 떠날 수 있을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주인공의 표정도 홀가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들이 새 출발을 알린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화란>은 회의감을 떨치지는 못해도, 이제 막 성년이 될 두 주인공에게 마지막 응원은 보내려고 노력한다.
좋고 싫은 이유가 같다
분명히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15세 관람가치고 잔인한 장면이 꽤 많다. 완성도 문제도 있다. 여기저기 생략된 지점이 많다 보니 뒤로 갈수록 영화가 버거워한다. 특히 조직 상부에서의 의사결정과 음모, 하부 조직원과의 감정선과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하얀처럼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캐릭터도 생긴다. 정교한 스토리텔링 대신 배우들의 연기력과 분위기에 기대기 때문. 서사의 빈 공간을 유추해야 하는 불친절한 작품인 셈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좋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인 영화이기도 하다. 반지하방의 습기처럼 답답하고, 운동화에 달라붙은 껌처럼 찐득한 분위기는 근래 한국 영화에서 맛보기 어려운 개성이다. 도를 넘는 듯한 잔혹함은 그 분위기와 현실을 강조한다. 그 덕분에 송중기의 새로운 모습, 홍사빈과 김형서라는 신인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나아가 웃음을 단 한순간도 허용하지 않는 뚝심까지 고려하면 <화란>은 근래 한국 영화 중, 특히 갱스터(조폭) 영화 중 보기 드문 수작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들짐승처럼 맹목적이고 폭력적이며 진득한 갱스터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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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2009년에 만들어진 대만영화 <청설>은 파란 이미지가 돋보이는 영화다. 파란 수영장의 물, 파란 여름 하늘, 그리고 두 주인공의 맑은 마음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이 영화는 진정으로 상대를 생각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서로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따뜻함을 전한다. 말이 아닌 수화로 표현된 사랑의 모습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조용한 사랑 이야기로 다가온다.
<청설>은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단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를 위해 기울이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이 영화는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맑은 느낌의 원작을 다시 한국 상황에 맞게 리메이크한 영화 <청설>도 원작의 맑음을 무척 잘 담았다.
[첫 번째 감정] 용준의 배려
용준(홍경)은 어느 날 음식 배달 중 수영장에서 여름(노윤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과 동생 가을(김민주)이 말을 하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예전에 배웠던 수화를 떠올려 친해지려 노력한다. 서툴게 시작했지만, 여름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수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용준은 점차 여름과 가까워진다. 두 사람이 수화로 대화할 때마다, 그들의 손짓과 배려 가득한 순간들이 조용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용준은 여름과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그녀의 세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그는 여름과 가을을 클럽에 데려가 음악을 독특한 방식으로 느끼게 하는데, 그가 보여주는 배려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그가 여름과 가을을 위해 마련한 이 특별한 경험은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이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섬세한 접근 방식이다. 아마도 리메이크된 이번 영화에서 용준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용준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상대방과 같이 즐기고 대화한다.
영화 내내 용준은 여름을 위해 수화를 하며 자신의 말을 전하고, 여름의 말을 듣는다. 그는 수화할 때 한 번도 입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 오직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집중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용준의 모습은 단순한 사랑의 표현을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을 보여준다. 그 배려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진정한 소통의 방식이다.
[두 번째 감정] 여름의 희생
여름은 수영선수인 동생 가을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수영 연습과 대회 준비에 헌신한다. 자신의 인생보다 동생의 목표가 우선인 여름은 알바를 하며 수영비와 강습비를 벌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 용준이 여름에게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는 동생의 목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의 삶은 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었다. 그 속에 자신의 미래는 없었다.
여름의 이러한 모습은 순수하지만 동시에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억제하고, 한계를 두며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고, 자신을 위한 삶을 꿈꿔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용준을 만나면서 여름은 조금씩 자기 자신을 위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용준과의 관계를 통해 여름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비로소 자기 자신을 위해 살 용기를 얻게 된다.
여름의 변화는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그녀는 더 이상 가족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변화는 용준과의 사랑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며, 여름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세 번째 감정] 용준과 여름의 사랑
용준과 여름이 서로 마주 보며 웃을 때, 두 사람의 사랑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특히 수화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의 손짓,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두 사람이 거리를 함께 걷고 서로의 미소를 주고받는 순간들은 말없이도 진심이 오가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들의 사랑은 조용하지만 그 어떤 사랑보다 강렬하다. 그들은 서로에게 맞춰가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세상에 들어가려 노력한다. 용준과 여름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랑이란 단순히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중반부에 희생이 사랑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랑은 그 희생까지도 나누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만들며, 희생조차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비록 이들의 사랑이 약간의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맑고 투명한 사랑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맑은 여운을 남긴다.
맑고 투명한 느낌의 리메이크
영화 <청설>은 그야말로 맑고 투명한 영화다. 원작에 비해 채도가 줄어든 파란색이 하늘색에 가까워지며 맑은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현재 한국의 여름 이미지를 아름답게 담아낸 리메이크작은 특히 두 주인공, 홍경과 노윤서의 캐스팅이 눈부시다. 두 사람은 각자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 영화에는 청각장애인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다른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훈련하고, 사랑하고, 수다를 떠는 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그들을 얼마나 평범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 태도는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과 소통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가,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용준과 여름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 이상의 깊이를 가지며, 그들이 서로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맑고 투명한 관계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 로맨스 영화로서, 원작의 맑고 투명한 특성을 그대로 살려내며 두 배우의 사랑스러운 케미를 빛내고 있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따뜻한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여름날의 로맨스를 꼭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GhUIExGY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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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8] 살인자와 몸이 바뀌었다구? 내 몸으로 살인을 하고 있어!
해피데스데이 1편과 2편의 감독이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프리키 데스데이라는 영화로 지난 영화들과 비슷하게 코믹호러에 드라마적인 요소도 가미가 되어 있는 영화에요. 전작들과 코드가 맞았던 분들은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잔인하고, 적당히 웃겨서 너무 타협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들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정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어요.
여주인공 릴리 역을 맡은 캐서린 뉴튼이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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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최신 개봉영화(귀문, 레미니 센스, 마더스 인스팅트, 여름날 우리, 캐논볼)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귀문 #레미니센스 #마더스인스팅트 #여름날우리 #캐논볼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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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메인 예고편
PM 5:24 | 연애 거리두기 38일째, 소니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PM 6:56 | 소니아가 문자를 확인했다.
PM 8:07 | 소니아의 답장은 여전히 없는데 눈치 없는 누나와 예비 매형이 내게 결혼식 축사를 부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축사를 망치고 모두의 원망을 듣는 나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 두렵다.
그나저나 소니아는 왜 문자 답장이 없을까?
연애가 복잡한 나! 사람들과 섞이기 어려운 너?
관계가 서툰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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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허슬> 공식 예고편
운이 다한 농구 스카우터(애덤 샌들러).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선수를 외국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결국 그는 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천재 선수를 미국에 무작정 데려가는데. 두 사람은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NBA의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