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8 00:59:38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같은 계층인 두 사람
- 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
- 아빠의 바이크, 자켓의 의미. 엔딩 해석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202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성장, 로맨스
러닝타임 : 145분
감독 : 뤼도릭 부케르마, 조란 부케르마
출연 : 폴 키르셰, 앙젤리나 워레스, 질 를르슈, 사이드 엘 알라미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1992년 여름 동부 프랑스. 기어가는 벌레, 날아가는 파리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숲속 호수.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15세 소년 앙토니는 지루함을 느낀다. “심심해 죽겠어.” 앙토니의 말 한마디가 정적을 깬다. 앙토니와 사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보트를 훔쳐 강너머 누드비치로 향한다. 앙토니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스테파니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그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 소식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다양한 계층 갈등과 소년의 사랑, 성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한 이야기다.
한여름에 만난 첫사랑과 설렘, 일탈과 만취의 짜릿함, 무모한 걸 알면서도 내뻗어보는 주먹, 바이크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려보는 숲길, 그 아래 흐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록 음악. 이 영화엔 청춘의 치기와 여름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것을 모두 전복시키는 무거운 현실의 불편함도 함께 담겨있다.
앙토니는 특별할 것 없는, 사실 평범하다기엔 조금 모자란 집안에서 자란 소년이다. 제철 공장에서 일했던 아빠는 술독에 빠져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고 집안 경제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엄마는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힘이 없는 두 부모는 바이크와 여행이라는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한껏 휘둘리고 있다.
아직 어린 앙토니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고향을 떠나 텍사스로 가고 싶고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부촌인 드랭블루아에 사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하지만 앙토니는 몇 번의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된다.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계층으로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앙토니와 사촌을 드랭블루아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한다. 그런데 앙토니의 집에서 드랭블루아까지 가려면 꼭 바이크가 필요하다. 앙토니는 파티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아빠 몰래 바이크를 훔쳐 타고 파티에 가기로 결심한다. 바이크를 끌고 나오는 앙토니를 발견한 엄마는 앙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기곰, 인생이 언제나 재밌는 건 아냐.”
앙토니는 엄마가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엄마를 뒤로하고 사촌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파티로 향한다. 모르는 얼굴들 사이를 헤매던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구들 앞에서 보란 듯 약을 한번 들이켜고는 아주 조금 그들의 세상에 녹아든다.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앙토니는 파티에서 스테파니 무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약을 먹고 스테파니를 따라 수영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스테파니 무리가 무시하는 유색인종 아신에게 발을 걸기까지 하며 그들과 친해지려 한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앙토니가 붙여준 담배를 물고는 금방 파티 주최자 시몽과 함께 사라지고 앙토니가 한 발자국 다가가 키스를 시도하자 그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린다. 앙토니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파티가 끝난 후 남은 건 도난당한 바이크의 빈자리뿐이다.
앙토니는 소외된 집안의 아들, 스테파니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두 사람 사이엔 가난한 집안과 잘 사는 집안이라는 계층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린 앙토니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앙토니와 스테파니가 들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은 앙토니가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와 스테파니가 살고 있는 부유한 동네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앙토니는 가난한 동네엔 나체족 집시들이 캠핑카에 모여 살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때 스테파니는 자신도 어릴 때 할머니와 잠시 그 동네에 살았는데, 그때 스테파니의 아빠가 담장을 쳐서 들판에 있는 나체족을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스테파니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음을, 그 동네에 사는 앙토니와 스테파니 또한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앙토니와 아신은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앙토니는 부잣집 백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아신에게 발을 걸며 자신은 그와 다른 계층의 사람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앙토니에겐 슬픈 일이지만 사실 앙토니와 아신은 ‘소외된 사람’이라는 같은 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계층은 두 사람의 아빠 세대부터 이어진다. 앙토니와 아신의 아빠는 제철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고 노동자와 이민자로 상위층보단 하위층에 속한 삶을 살아왔다. 아빠들과 다른 시대를 살아온 앙토니와 아신은 이런 접점이 없어 일찍 친구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오해했을 뿐이지, 결국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길로 흘러간다.
바이크 사건 이후 앙토니와 아신은 오해를 쌓아간다. 앙토니에게 앙심을 품은 아신은 바이크를 불태워 돌려주고 화난 아빠에게서 도망친 앙토니는 다른 바이크를 타고 그를 찾아가 총을 겨눈다. 겁먹은 아신은 오줌을 지리고 앙토니를 반드시 죽일 거라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있는 바닥을 보면 중앙에 그어진 선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두 사람을 충돌시키거나 그들의 다름을 표현하는 경우엔 선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팽팽한 대립이 일어나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앙토니와 아신을 같은 선 위에 나란히 세워놓는다. 앙토니와 아신이 같은 선 위에서, 같은 계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연출은 이후 96년에 앙토니의 아빠 파트리크가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 파트리크는 삶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이때 위에 있는 달빛이 물에 반사되어 마치 파트리크가 그 달빛 위를 걸어가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아신은 그걸 지켜보다가 파트리크가 사라지자 그가 걸었던 달빛 방향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그를 구하려 한다. 물이 깊어지자 뒤돌아 빠져나오긴 했지만 아신 또한 파트리크와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다.
앙토니는 짝눈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92년, 사촌은 “네 짝눈 때문에 여자들이 도망친다”라고 앙토니에게 장난 어린 디스를 한다. 앙토니는 그에 딱히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헛소리 말라는 듯 받아칠 뿐이다. 이때 앙토니는 앞머리를 길게 길러 자신의 짝눈을 반쯤 덮어두고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앙토니에겐 외적인 변화가 생긴다. 사춘기를 상징하는 여드름의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머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러면서 앙토니는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다. 그는 마지막 여름이었던 의가사 제대 직후 스테파니에게 차였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짝눈을 제대로 의식하고 만져본다. 정말 짝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앙토니의 짝눈은 그의 외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가난, 그의 계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짝눈을 머리카락으로 덮고 있던 92년의 앙토니는 자신의 가난과 집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테파니에게 끝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도전하고, 아신과 같은 낮은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94년 여름. 16세의 앙토니는 머리를 조금 짧게 자른다. 앙토니는 여전히 스테파니에게 구애를 하긴 하지만 스테파니가 받아주지 않자 이전에 자전거 앞을 막아세웠던 바네사를 찾아가 관계를 가진다. (바네사는 이웃사촌으로 앙토니와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때의 앙토니는 자신을 쫓아오는 무언가에서 도망치거나 사랑하는 것을 쫓는 모습을 보여준다.
96년 여름. 18세가 된 앙토니는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는다. 재회한 앙토니와 스테파니는 육체적 관계를 나누지만 구경꾼들에 의해 중단된다. 스테파니는 바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앙토니는 헤드라이트를 따라 멀어지는 스테파니를 지켜보고만 있다.
98년 여름. 앙토니는 오랜만에 사회로 나와 사촌과 그의 아내, 아신, 스테파니를 만난다. 사촌은 부유한 뒤립씨 딸 클레망스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아신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있었다. 두 친구를 만난 후 앙토니는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드랭블루아에 가던 날처럼 아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스테파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우리의 사랑은 네 상상일 뿐이라며 단호하게 희망의 불을 꺼버린다. 계층을 넘기 위한 앙토니의 마지막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앙토니는 짝눈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계층, 현실을 확실히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껏 애써 품어온 희망을 포기하겠다는 듯이 훔친 아신의 바이크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남긴다.
아빠의 바이크, 자켓이 의미하는 것
앙토니는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낀다. 시원한 바람과 그 뒤를 따라오는 새로운 삶을 향한 설렘. 그는 바이크를 타고 스테파니를 향해,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앙토니의 아빠도 언젠간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이크를 타고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끼던 삶.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계층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아들은 아빠의 자켓을 입고 언젠가 아빠가 달렸을 그 숲길을 달린다. 그들(어른들)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세상이 변해 누드 비치는 누드 비치가 아니게 되었고 도시를 이끌었던 제철공장은 문을 닫는 변화가 생겼지만 사람들 간의 계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앙토니가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 파티에 가던 날처럼 계층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면 좋을 텐데, 엄마의 말처럼 인생이란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인가 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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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후보>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찍기까지
어제는 4월 1일! 만우절이었죠.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장난'으로 많은 이슈가 생기는 이날에도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요! 평소에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일까요? 순식간에 '진실의 주둥이'가 되어버린 3선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정직한 후보>는 선거를 앞둔 지금 보기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말은 진실보다는 거짓이라는 말이 있죠. 이 명언을 철저히 지켜오던 '주상숙' 후보는 한순간에 지나치게 정직한 입을 갖게 되었는데요. 영화 <정직한 후보>는 리얼 가득한 대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실제 국회의원들을 인터뷰하고, 찐 '선거 캠프'를 만들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부터 정치계 전문가들에게까지 끊임없이 자문을 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들여 탄생시킨 캐릭터를 뒷받침하기 위해 로케이션 또한 현실과 최대한 맞닿아있을 수 있게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경기콘텐츠진흥원,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 각 도시들이 지역 사회 홍보와 '콘텐츠 산업'의 부흥을 위해 콘텐츠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고, 2019년에 개봉한 <정직한 후보> 역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제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기호 1번 주상숙 후보는 과연 어떤 장소들에서 어떤 선거 유세를 펼쳤는지 선거 유세 차량을 '씨네리포트'가 추적해보았습니다!
TJB 대전방송
선거 전 언제나 그렇듯 TV 토론이 열리고, 후보들은 주상숙 의원의 '자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합니다. '옥희재단'에 의문을 품고 있는 건 후보들뿐만이 아닙니다. 토론이 열리는 방송국엔 주 후보를 끝~까지 쫓아 비리를 파헤칠 기자님도 존재하죠. 토론부터 주 후보가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촬영된 이곳은 바로 TJB 대전방송으로, 대전의 지원 사업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배재대학교
"어려운 사람을 살피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씀을 남긴 '김옥희' 여사께서 설립한 옥희과학대학으로 변신한 이곳은 대전에 위치한 '배재대학교' 입니다. '옥희재단'은 주상숙 의원 비리의 핵심이었던 만큼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곳인데요. 늘 그렇듯 훈훈한 결말을 위해, 비리 가득했던 이곳도 결국 '정직하게 운영'되는 곳으로 끝맺음 짓게 됩니다.
국립경찰병원
말이 맘처럼 안 나온다니 굉장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직'한 후보여서는 안 되는 상숙은 궁여지책으로 병원으로 향하지만, 병원에서 진실의 주둥이는 더욱 활기를 찾습니다. 양방으로 안 된다면 한방으로 가야죠! 문젯거리인 주둥이에 침까지 맞아보지만 소용없습니다. 이렇게나 정직하신 후보님께서 방문하신 병원은 바로 국립경찰병원인데요. 치안이 훌륭한 곳이라고 하니, 아주 잘 다녀오신 것 같습니다.
서울책보고
지나치게 '정직'하게 된 후보님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곳은 바로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책보고'입니다. 다가오는 유권자를 보고 식겁하기도 하고, 사인을 요청하는 시민에겐 얼떨결에 '대필' 사실을 밝혀버리기도 하는데요. 서울시가 헌책방들을 모아 오래된 책의 가치를 담아 새로 만든 헌책방인 이곳 뒤편에서 후보님께서는 보좌관에게 '중고차'를 사주겠다고 고백하기도 하죠. 특색 있는 구조로 큰 인기를 끌었던 문화공간으로 문화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국회도서관
선거 10일 전, 과거의 킹메이커를 고문으로 부르자는 '보좌관'의 말을 믿고, 그를 모시러 갑니다. 온갖 정책과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일까요? 그분은 다름 아닌 "국회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전두지휘하며 주 후보 '왕'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순식간에 '갓상숙'이 된 주 후보!는 국회에 입성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우절'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 '진실의 주둥이 사단'이 돌아온다고 하는데요! 후속작 <정직한 후보2>는 장유정 감독과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배우가 다시 만난 작품으로, 진실의 주둥이 '주상숙'이 정계 복귀를 꿈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합니다.
진실의 주둥이를 기다리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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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각과 확신, 그 사이에서 <퍼스널 쇼퍼>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2016
프랑스 / 미스터리 외 / 105분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착각과 확신, 그 사이에서 <퍼스널 쇼퍼>
주인공 모린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저마다 뽐내기 좋은 취향과 유일무이한 개성조차 없는 인간이란 얘기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녀에겐 '단단하고 확실한 나만의 가치관'이 없다.
모린은 이란성쌍둥이 형제, 루이스와 같은 영매지만 오빠와 정반대의 삶을 선택했다. 루이스는 자신이 영매란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이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바보 같은 행위라 여기지 않았다. 내세가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죽은 자들의 메시지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인생관은 모린보다 뚜렷했으며 무엇보다 미래를 꿈꿀 줄 알았다. 그는 내일을 생각하며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남들처럼', 또 '보통으로서의 개인'처럼.
내가 개인이고, 네가 개인이며, 동시에 우리까지도 '개인'이 될 수 있는.
그리하여 익숙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남들. '사람들이 다 똑같지 뭐' 할 때의 그 사람들 같은.
루이스는 영매(남들과는 다른 인식을 가진 개체)였으나,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단지 사는 방식과 추구하는 사고가 바로 옆에 사는 이웃과 구분됐을 뿐이다. 누구든 그런 것처럼.
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반면, 모린에게 영매는 삶에 혼란과 혼동만 불러올 뿐 특별한 힘이 아니었으며, 중요한 가치는 더더욱 아니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평범한 인간, 루이스가 파리에서 심장마비로 죽기 전까지 모린은 갖고 있던 이력(영매)을 내세우긴커녕 보통 사람인척 살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일상을 보냈지만, 그녀는 사실 홀로 다른 가면을 쓴 '진짜 타자'였다. 어렵지 않게 무리에 소속되고, 일하다가도, 혼자가 될 때면 홀린 듯 스스로를 타자화했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배 한 척처럼, 숨 막히는 공허와 고독의 파도에 삶을 맡겼다. 그리곤 당연하게 삶에 관한 질문들을 모른 척 흘러 보냈다. 모린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어떻게 되는 내버려 둔 것이다. 루이스는 그런 모린의 실체를 사람들에게서 숨겨주고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린 채로, 배에 구멍이 난 채로 그녀가 침몰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은 루이스 덕이었다.
루이스가 모린을 보호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린이 루이스의 존재를 자신의 편의대로 '등대'로 정했다는 뜻이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굳이 만들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모린의 등대엔 불빛이 없었다. 암흑 속에서 꼭 죽은 것처럼 빛 없이 선 등대만 있었을 뿐이다. 현실에서 그 등대의 가치가 곤두박질칠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안정'이라 여겼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란 근본적인 물음보다 이미 벌어진 사태를 관망하는 걸 택했다. 그게 더 편했기 때문이다. 모린은 자신을 아는 일을 묻어두는 것으로 삶의 고통을 피해 가려했다. 그리고 그건 루이스가 정말 죽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나'를 아는 것만큼 괴롭고 힘든 일이 또 있을까. 그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과거를 어떻게 기록하고, 내일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고려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골치 아픈 일은 뒤로 미뤄두는 일, 모린은 가장 중요한 나를 확립하는 일을 딱 그 정도로 여겼다.
영매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부터 그녀에겐 어려운 문제였다. 모린은 루이스와 달랐으니까.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루이스'는 그의 의사와 별개로 모린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문젠 '모린의 루이스'가 의사의 언어 그대로 '예외적인 사례'(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이다.
예외적인 사례란 말은 모린의 일상을 마구잡이로 흔들어놓는다.
잔잔했던 수면 위로 떨어지는 돌 하나. '예외'적인 '사례'.
마치 신이 이미 결정한 일에 딴지를 걸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되면, 다음은 쉽다.
예외에 희망을 붙이는 거다. 이 작업이 편해질수록 마음의 안정은 빨리 찾아오게 되어있다.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의 순간에서 벗어나 '예외를 획득한 생'은 '사'를 피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린 이 착각을 불안해하면서도 굳게 믿음으로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그게 보통 사람들이 가진 불안과 안정의 저울이니까.
물론 이미 깊은 자기 비관에 빠져있던 모린에겐 통하지 않는다. 희망을 품겠다는 선택지조차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심장기형'은 의사가 말한 '예외'에 꼭 맞는 결괏값이다. 루이스의 죽음이 예외적인 사례가 된 순간, 모린의 삶 역시 예외적인 죽음이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6개월 후에 보자는 의사의 말에 자조적인 눈빛으로 "글쎄요, 가능할지 모르겠어요"라 대답한다. 내일 죽을 확률이 이미 나왔는데 어떻게 죽지 않을 희망을, 아니 아직은 죽지 않을 희망을 어떻게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쉽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도, 모린의 희망은 찬란한 빛이 제거된 흑백이었다. 모린은 자기 자신조차 설명할 수 없는 어른인 동시에 루이스의 죽음으로 분열되어버린 또 다른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분열된 자아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스스로를 거부하는 일이었다.
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먼저 죽은 사람이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했어요."
죽은 오빠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파리에서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 일하는 모린. 하루에 몇 번이고 기차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키라의 취향에 꼭 맞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를 구한다. 일이지만, 틈만 나면 반납해야 할 옷을 갖겠다 통보하고, 유명 연예인답게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통제하려는 키라 때문에 모린은 견딜 수 없는 피곤과 빠져나올 수 없는 억압에 허덕인다. 그나마 그녀를 숨 쉬게 하는 건 루이스의 집에서 오빠의 신호를 기다리는 일이다.
모린은 오빠의 영혼을 느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직접 영혼의 신호를 포착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루이스에게 더 확실한, 더 강력한 신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유령에게 자신을 어필하란 기이하고도 이상한 모린의 요구. 그녀에게 오빠와의 약속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같은 영매로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오빠가 정말 옳았다는 걸 증명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모린의 진심이 결정적으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가 침묵하는 영혼에 소리를 지르는 그때, 루이스의 집엔 불안해진 자신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모린, 자신의 울부짖음만 울려 퍼진다.
모린의 거짓말엔 이유가 있다. 그녀가 (분명 원하지 않았지만) 그제야 자신의 눈앞에 있던 검은 장막을 걷어냈기 때문이다. 눈을 뜬 순간 모린은 자신이 봐왔던 등대가 빛을 내뿜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내 세계에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진실을 확인한 모린은 자신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그녀는 누구인가?
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모린이 불안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욕망을 해방하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그녀는 키라가 입을 옷을 자신이 먼저 입으며 금기를 깨트린다. 고용주의 옷을 입으면서 자신의 직업적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모린. 묘한 쾌락과 심리적 떨림을 느낀 그녀는 점점 더 과감해진다.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올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키라의 옷과 신발을 탐한다. 익명이 보낸 문자가 모린의 고삐를 푼 결정적 계기로 이용된다. 마침내 그녀는 키라의 집에 들어가 키라의 옷을 입고, 키라의 사적인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그러나 모린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루이스의 신호를 부족하게 여기는 것처럼, 키라가 누리는 모든 것을 누려도 모린은 불안해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별 짓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안정감 때문이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루이스와의 이상적인 이별을 원한다. 그러나 모린에겐 오로지 아무것도 드러낼 수 없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모린만 존재한다. 모린은 스스로를 '모린'이라 말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였다.
그런 와중에 삶의 목적이 확고했던 루이스와 같은 결말을 맞아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억울함이 아니었다.
모린은 언제든 예외적인 사례로 치부될 수 있는 현실에서 차라리 내가 아닌 '완벽한 타자'가 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키라의 퍼스널 쇼퍼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그녀는 매번 실패한다.
하지만 모린은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고된 일상에도 틈틈이 심령 주의와 영매에 관한 정보를 찾고 습득한다. 자신이 영매이면서, 영매를 공부하는 아이러니라니.. 이는 모린이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믿고 써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역시 루이스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어떻게든 "끝을 보고 싶다"는 말과 다르게 모린은 루이스의 집에서 오빠가 아닌 다른 영혼을 마주하자 도주한다. 공포에 휩싸인 채 자신이 영매란 사실에 섬뜩함을 느끼며 도망친다. 루이스의 신호를 정말 받고 싶으면서도, 그 메시지가 정말 루이스의 것이라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같다.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뭐 하나 확실한 믿음을 가져본 적 없는 모린에게 충분한 만족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결국 모린은 영매의 입으로 사후세계를 의심하며 금기를 또다시 어긴다. 나아가 누군지도 모르는 익명의 문자에 더욱 주도권을 뺏긴 채 질질 끌려다닌다.(그러나 모린은 그것을 위험하다 인식하지 않는다. 그것 역시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녀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으나, 매번 흑백 프레임에 들어가 죽음과 죽은 자가 보내는 신호에 몰두한다.
"금기 없이는 욕망도 없지."
그녀는 사실 첫 번째 금기를 깨기 전까지 무엇이 금기이고 욕망인지 소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키라의 옷을 입고 키라의 침대에서 누운 순간, 그녀는 달라졌다. 그러나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자신을 휘감고 있는 불안한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위한다. 모린에게 자위는 원초적인 욕망을 채우는데 제일 효과적인 도구로서, 허덕이는 정신을 대신하는 신체의 유일한 방식이었고,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타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애도만 하는 거 싫어. 충분히 고통스러웠고 이젠 내 삶을 찾고 싶어."
루이스의 연인이었던 라라는 새로 생긴 남자 친구의 존재를 모린에게 밝히며 다시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모린의 남자 친구 역시 전과 다른 태도를 취한다. 루이스의 신호를 기다리는 모린을 응원하고 위로했던 그는 단호하게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 그들은 모린을 현실로 데려올, 루이스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 삶을 찾고 싶다는 라라의 고백에 모린은 묘한 낯섦과 해결되지 못한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이를 비난하자 않는다. 라라의 걱정과 달리 모린에게 중요한 건 루이스의 죽음이 아니었으니까.
모린은 애도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게 목표였다. 루이스가 평안을 찾길 바란다는 그녀의 속삭임은 자신을 위한 반복된 주문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게 라라의 남자 친구에게 죄책감을 갖지 말라 당부한다. 라라의 남자 친구는 모린이 자신과 같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일 뿐이다. 정작 모린은 루이스에게 느꼈던 역량의 차이를 고백하며 자신이 부단히 오빠를 따라가려 노력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끝내 오빠와 같은 속도로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었던 결말까지.
모린은 자신이 벅찰 정도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시간을 넘어 죽음에 돌진해버린, 나와 같은 심장기형을 갖고 있던 존재로 루이스를 기억한다. 따라서 "이제 그만 벗어나야죠." 란 말속에, '벗어나야 하는 것'은 루이스를 향한 감정들이 아니라 모린, 자신이 망가트린 마음인 셈이다.
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끝없던 모린의 고뇌와 방황은 키라의 죽음으로 멈춘다. 자신을 흔들어놓던 익명의 존재가 키라를 죽인 내연남이었다는 사실에 모린은 곧장 남자 친구가 있는 오만으로 떠난다. 지금까지 자신이 원했던 욕망을 채우는 행위는 이제 더는 어떠한 효과도 얻을 수 없었으며, 사실적으로 그 효력 또한 모린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지 못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내가 아닌 존재였고, 확신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건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죽은 키라의 시신과 키라를 죽인 내연남의 도주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명백한 사실로 무장한 진짜였다.
오만에 도착한 모린. 현실로 복귀한 그녀에게도 드디어 자신만의 공간이 생기는 걸까?
타인이 되고 싶은 욕망은 사라졌을까? 이젠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전부 확신할 수 없다.
모린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말하고 있었고, <퍼스널 쇼퍼>는 그녀의 언어를 분석해 진위를 가리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마지막 남은 질문의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정말 루이스는 모린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루이스 너야?"
마침내 오만의 한 고택에서 루이스로 추정되는 영혼과 모린은 교감한다. 그녀는 루이스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과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영혼에게 계속해서 질문한다. 긍정을 의미하는 "쿵!" 소리에 힘입어 영혼의 주인이 루이스라고 확신하는 모린. 그러나 그녀는 또다시 질문하는 실수를 범한다. 같은 질문을 또 하고 또 하면서 스스로에게 의심을 주입하는 걸 멈추지 못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버린 자동차처럼 그녀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듯 군다. 결국 영혼은 대답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침묵.
무엇을 믿고 어떤 것을 믿지 말아야 할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른 모린은 결국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아니면 그저 내 상상인 건가?"
"쿵!"출처: 영화 <퍼스널 쇼퍼> 스틸컷 (다음)
모린의 인생은 온통 흑백이며, 그 안엔 대답 대신 물음이 가득하다.
우린 대답을 찾는 걸 더 선호한다. 대답을 갈구하는 일은 질문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린 의문과 의문이 만든 모호함과 괴이함으로 삶을 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질문에 정답을 찾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영화는 루이스의 죽음으로 시작된 모린의 물음표가 꼿꼿하게 세워질 기미가 보이면, 재빨리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아무도 모르게 방향을 뒤집는다. 모린이 틈만 나면 찾아봤던 심령 주의 다큐나, 영매 작가의 전시회, 빅토르 위고의 작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손수 조각난 이야기를 삽입해 관객이 착각과 확신 사이에서 길을 잃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우린 루이스가 모린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는지, 정말 모린의 신호에 응답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나아가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부 모린의 착각일 수도 있다. 모린의 뒤로 둥둥 떠다니던 유리컵을 든 영혼이 루이스가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확신할 수 없기에 확신할 수 있는다는 것이다. 답을 요구하지 않고, 먼저 질문하는 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안전한 수단이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이다.
<퍼스널 쇼퍼>가 모린을 나무라지도 답답해하지도 않는 건, 물음을 가진 것 역시 그녀이고, 의심을 멈추지 못하는 것 역시 그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품은 물음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 방식이 또 물음표로 이어지더라도 그것은 '생'의 문제이기에 '사'가 관여할 수 없다.
<퍼스널 쇼퍼>는 믿음을 신뢰하지 않는다. 하여 모린의 마지막 질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난 그게 불편했으나 고마웠다.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영화는 질문하는 것이다"라고.
질문하는 것. 그의 말이 맞다. 영화는 끝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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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 -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 (Wendy, 2020)
개봉일 : 2021.06.30 (한국 기준)
감독 : 벤 제틀린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수아 막, 게이지 나퀸, 개빈 나퀸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는 피터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피터팬이 아닌 웬디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네버랜드 모험기를 담은 영화다. 등장인물들과 아이들의 세상 네버랜드라는 공간,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라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원작 동화, 2003년작 영화 <피터팬>과 <웬디>는 닮은 점보다 서로 다른 점이 더 많다. 재해석한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원작 그대로의 분위기나 동심과 환상의 나라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환상적인 모험을 바라는 소녀 웬디와 오빠 더글라스, 제임스. 그리고 해적이 될 거라며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순수한 소년들은 깊은 밤, 유령 기차에 올라탄다. 작은 식당 안에서만 지내던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에게 기차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아이들은 피터팬과 함께 세상의 끝에 위치한 네버랜드에 도착하는데, 여기까진 정말 환상적이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저 깊은 곳에 눌러뒀던 동심이 기차 기적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근데, <웬디>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험은 예상외로 현실적이고 험난하다. 이전에 봤던 <피터팬>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다녀도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네버랜드가 어째 환상의 나라라기보다는 길들지 않은 정글처럼 느껴졌고 소년들은 어딘가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피터팬은 그런 아이들을 네버랜드로 이끄는데.. 이 모험이 환상적이고 특별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웬디의 엄마처럼 로데오 타기에 대한 꿈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모든걸 걸게 되는, 결국은 꿈을 잃는다는 의미인 걸까. 유난히 작은 그림자를 가진 소년 피터팬과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의 또 다른 모험이 담긴 이 영화가 반갑고도 아쉽게 느껴진다.
웬디 시놉시스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대걸레와 빗자루 따윈 들지 않겠어!
기찻길 옆, 작은 식당에서 엄마를 도우며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와 천방지축 쌍둥이 오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깊은 밤, 소문으로만 듣던 유령 기차를 만나게 된다. 창문을 가득 비추는 붉은빛과 알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에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기차를 따라잡는다. 유령 기차 위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누워있다.
눈에 빛을 품은 아이들은 그곳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세상의 끝, 네버랜드로 떠난다. 네버랜드엔 피터팬과 그를 따르는 몇 아이들, 그리고 실종된 친구 토마스가 있었다. 작은 식당 속 세상에 만족하지 않고 해적이 되어 세상을 누비겠다던 꼬마는 웬디보다 먼저 기차에 올라타 네버랜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네버랜드는 어른들의 마을과 아이들의 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원작에서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섬으로 표현되는데 <웬디>의 네버랜드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화산과 거친 정글을 품고 있다. 사실 환상의 섬이라기보단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절대 늙지 말자’고 다짐하며 밤낮없이 아이다운 놀이와 장난을 반복한다.
아이들은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밤은 어떤 자리에 누워 몸을 보호해야 할지.. 어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고민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는다. 네버랜드에서는 고민과 슬픔의 감정을 갖는 순간 빠르게 늙어버리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를 직면했을 때 머뭇거리거나 다시 생각하는 건 금지된다. 아이는 고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인 걸까.
네버랜드의 대장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다. 그는 나이 드는 것을 안 좋은 것이라고, 어른들은 가까이해선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피터팬은 웬디가 오기 전,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버조를 어른들의 마을로 내쫓고, 더글라스를 잃고 변해버린 제임스의 손을 가차 없이 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 밑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를 어머니라 믿으며 오랜 시간 네버랜드를 지켜온 <웬디>속 피터팬의 모습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 같다기보단 다가온 위험과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고집쟁이의 모습과 가깝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가 생각했던 ‘피터팬’의 이미지가 깨져버리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원작과 이전에 나왔던 영화들에서 비친 피터팬은 순수하며, 거칠고 공격적이기보단 어린 고집이 있는 소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웬디>에서 만난 피터팬은 다소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피터팬의 생각을 바꿔주는 사람은 바로 웬디다. 원작에서의 웬디는 피터팬에게 의지하고, 후크에게 잡혀가 피터팬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인물이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피터팬은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고 어른들을 피하기만 하지만 웬디는 제임스를 구하기 위해 어른들의 마을로 향하고 숨겨진 상상력을 발휘하라며 어른들의 손을 이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먼지 쌓인 바에서 어른들에게 상상 속 술을 내놓고, 춤을 추는 웬디의 모습은 어른이 된 후, 오래 묵혀두었던 상상력을 가볍게 자극한다.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그리고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보단 옆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환상이 아닌 현실로 스며들며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게 된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건 상상력을 잃는 것이며 해적이 아닌 식당 주인이 되는 것이며 즐거움을 잃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웬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웬디는 늙어가는 건 잘못이 아니며 나이와 상관없이 상상력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늙어가는 건 꿈과 상상력을 잃는 게 아닌 어릴 적 꿈과 상상력을 품고, 가끔은 아픈 감정도 함께 느끼며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피터팬과 아이들, 그리고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다 함께 기찻길 옆 식당에서 들었던 엄마의 자장가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고 모든 동심과 상상력을 잃는 것이 아님을, 늙어가는 것 또한 위대한 모험임을 알게 된다. 원작에서는 요정을 믿는 것으로, <웬디>에서는 잊지 않은 자장가를 통해 어른들의 사라지지 않은 동심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어른이 되고, 빠른 시일 내에 오겠다고 했던 피터는 시간이 지나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인물’로 변한다.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에 남았고, 웬디의 딸을 네버랜드로 데려간다. 네버랜드에서 몇 아이들과 피터팬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울 때, 피터팬의 그림자는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되는 장면이 있다. 실제 덩치는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피터팬의 그림자가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된 건 피터가 가진 ‘늙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강력하며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싶다.
아픔과 상실의 슬픔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유지하고 영원히 맑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슬픔과 눈물, 망설임을 알게 되고 어른이 된다 해도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피터팬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꿈처럼 피터팬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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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 그리고 씁쓸함
경고: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낯선 세계와 그 속의 자신감으로 비롯된 즐거움
분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영화가 포르노 세계에 투신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남자를 다루고 있단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은 왜 굳이 이 영화를 봐야 하나 생각이 들 것이다. 물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부기 나이트>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한 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매력은 영화 속 배우들의 육체적 매력이 아니라 디스코 음악과 네온사인으로 치장된 1970년대 ~ 1980년대 미국의 분위기, 그리고 그에 편승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모인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이자 성공한 포르노 배우였던 더크 디글러(마크 월버그)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남자다. 그는 평범한 소년 '에디'로서 어떤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을 때에도 길다란 물건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람이었다. 마침 식당에 있었던 잭 호너(버트 레이놀즈)는 에디의 소문을 듣고 포르노 배우로 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다. 마침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에디는 그 제안을 수락하고 '더크 디글러'라고 하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는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에디, 아니 더크에게는 새로운 삶과 잭을 포함한 스태프, 포르노 배우로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가 찾아온다.
더크의 기대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 공동체는 더크에게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 공동체의 리더 역할도 겸임했던 감독 잭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포르노도 예술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말에 감화된 배우들은 더크처럼 열정을 다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잭뿐만 아니라 잭의 파트너였던 엠마(줄리안 무어)는 더크를 친아들처럼 대한다. 그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더크는 다양한 상을 휩쓰는 대스타로 거듭난다. 비록 그 속에서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의식을 잃어버린 미성년자 여배우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 공동체 속의 밝은 분위기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기 나이트>는 낯선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복고적이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과 네온사인도 그렇지만, <부기 나이트>는 주인공 더크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포르노 세계 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에 부응하듯 더크 역할을 맡았던 마크 월버그는 말 그대로 더크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안에서 마음껏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까 이야기했던 포르노 감독 잭, 프로 포르노 배우 엠마,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롤러걸(헤더 그레이엄) 등 포르노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잭의 매력에 기대지 않고 영화 속에서 각자만의 매력을 뽐낸다.
그곳도 현실과 별반 다른 게 없다는 씁쓸함
그런데 이 즐거움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화려한 분위기 속에 숨은 어둠을 끄집어내면서 씁쓸한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 잭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던 리틀빌이라는 스태프가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 뒤, 그 어둠은 마침내 더크를 포함한 '가족'들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잭은 비디오의 대량 생산 시대가 찾아옴에 따라 점차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성인 영화를 제작하는 게 손해가 되는 상황에 직면했고, 더크는 조니라는 젊은 배우의 합류로 인해 자신이 퇴물이 되어서 포르노 세계에서 버려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성공을 자신감 넘치게 부르짖었던 사람들은 이 시류에 어떻게든 적응하려는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끝내 잭의 곁을 떠나게 된 더크는 음반을 내려고 하는 등 성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간다. 더크가 떠난 뒤 잭은 종종 외로움에 빠진다. 사실 남겨둔 가족이 있었던 엠마는 가족들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만 포르노 배우라는 직업적인 한계에 부딪쳐 끝내 가족과 같이 살지 못하게 된다. 롤러걸은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었던 남자를 만나자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져서 홧김에 폭력을 행사한다.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들이 다시 공동체를 이루는 것밖에는 없었다. 이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잭을 머리로 하는 가족의 회복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훗날 결말에서 개구리비가 내리는 이적을 통해 묘한 뜨거움을 자아내게 했던 <매그놀리아>와는 달리, 이 재결합은 불완전해 보인다. 가족 내부의 문제가 계속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촬영 준비를 마친 더크가 거울을 보고 되뇌이는 마지막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 거울은 더크의 얼굴 대신 그의 물건만 비칠 뿐이다.
더크의 재빠른 부침은 어마어마한 육체적 능력만 있으면 큰 성공을 거두는 포르노 세계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만큼 화려하지만 세대 교체도 빠르고, 시대에 밀려 버려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이 사람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몰락하는 모습, 그것 때문에 피해자든 가해자든 끝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는 비극이 비단 포르노 세계와 1970년대 ~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리라. 결국 <부기 나이트>를 통해 느꼈던 씁쓸함은 즐거움마저도 덮어버리지 못한 익숙한 비극성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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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방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해외여행 뽐뿌 자극하는 영화 추천
내 방에서 떠나는 세계여행;
해외여행 뽐뿌 자극하는 영화 추천
1. 미드나잇 인 파리 (2011)
[배경 - 프랑스 파리]현재와 과거의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약혼녀와 파리에서 여행을 하던 도중
우연한 기회로 밤마다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주인공 ‘길’과
당시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영화는 뛰어난 영상미와 아름다운 색감의 영화로 유명한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황홀한 파리의 풍경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끔 만든다.
‘파리 헌정 영화’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파리의 예술, 낭만, 그리고 사랑을모두 엿볼 수 있는 최적의 영화이며 이로 인해 ‘미드나잇 인 파리’ 촬영지 투어가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파리 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해 준다.
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010)
[배경 -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삶에 회의감을 느낀
주인공 ‘리즈’가 무장적 떠나게 된 여행기를
그려낸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주인공이 여행을 하는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가 모두
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다.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해외여행 욕구를 자극시키는
영화로는 제격인데, 특히나 먹방 장면이 많이 나와 해외여행 시 ‘음식’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이다.
또한 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지였던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의 경우,
밀림 속 편안한 휴양지의 모습을 어필하여 발리 여행을 하고 싶게끔 유도할 것이다.
3. 우리 사랑하는 동안 (2012)
[배경 - 이탈리아]남편과의 이탈리아 여행 중 갑작스레 찾아온 운명적인 만남에
위험한 사랑을 펼치는 로맨스 영화, ‘우리 사랑하는 동안’.
잔잔하고 감성적인 영화인만큼 주인공의 섬세한 표정과 연기는 물론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배경과 영상미, 음악까지 모든 부분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어
1시간 반 동안 진짜 이탈리아를 여행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영화의 주 촬영지가 된 곳은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이스키아 섬’이라는 곳인데
유럽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4. 다즐링 주식회사 (2007)
[배경 - 인도]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 3형제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린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대표적인 연출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으로,
인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색감과 영상미, 그리고 독특한 미장센을 담아낸 영화이다.주인공 세 명이 펼치는 기차여행을 통해 인도의 곳곳을 보여주며,
인도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생활 방식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인도 여행을 체험해본 듯한 느낌을 준다.
갑갑한 일상에 치이고 있을 때, 쳇바퀴 같은 생활에 권태를 느낄 때충동적으로 어딘가 떠나고 싶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역할을
바로 이 영화가 해줄 것이다.
5. 러브레터 (1995)
[배경 - 일본 홋카이도, 나가노]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명대사 “오겡끼데스까~”만큼은 다들 알고 있는
일본의 로맨스 명작 “러브레터”는 일본의 ‘홋카이도’와 ‘나가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재 추운 겨울인 만큼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이 영화를 조심스레 권해본다.
‘홋카이도’의 ‘오타루’를 중심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일본 겨울의 모습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아내고 있으며 어렵지 않게 관객들을
영화 속 배경으로 깊숙이 끌어들일 것이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겔겔겔스타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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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최악은 나의 최선일 수 있다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읽으실 때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삶에는 단계가 있다. 가령 내 삶의 단계를 거칠게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막연하게 자라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나는 뭐든지 될 거 같았다.
대학 새내기: 수능을 망친 이후 흑화했다. 나는 여전히 오만했고, 내가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았다.
대학 헌내기: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가 많이 생겼다. 인맥도 넓어졌고, 나는 사람들 사이에 좀 별나지만 똑똑한 애 정도로 인식되었다. 내가 부족하단 건 알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대학원: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상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나 많고, 나는 너무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 나는 꽤 오랫동안 절망했다.
사회인(현재): 그렇게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취업을 했고, 그렇게 어수룩했는데 어떻게든 적응했다. 나는 지금 내 일이 좋고, 내 삶에 만족한다. 또 어떤 불행과 우울이 나를 지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특히 10대와 20대 시절에 더욱 그랬다. 학업, 진로, 연애, 교우 관계 등 모든 것이 내게는 해결해야만 하는 거대한 과업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그것에 힘겨워했다. 돌이켜 보면 사실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그때는 그 모든 일이 처음이고 익숙하지 않아서 두렵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이건 말하자면 칠흑 같은 어둠 너머로 발을 내딛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어둠에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길찾기는 한결 쉬워진다. 나는 삶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율리에 역시 이러한 지독한 방황기를 겪는다. 그는 성적에 맞춰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가, 나중에는 심리학자가 되고자 했고, 그리고 또 얼마쯤 지나서는 사진 작가를 꿈꾸는 서점 직원이 되었다. 그러나 율리에는 그 숱한 번복과 탐색의 과정에서 무엇 하나 뾰족하게 되고 싶은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40대의 만화 작가인 악셀이다. 그녀의 거의 곱절을 살아온 그는 '능숙하다'. 그러면서도 20대의, 아직 무엇 하나 이루어내지 못한 율리에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 말하자면, 악셀은 그녀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되고 싶은 것이 된 사람'으로서의 롤모델이자, 그토록 '완성된' 사람이면서도 미숙한 자신을 포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연인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살았다. 소울메이트를 찾았다는 일종의 환상에 휩싸인 채.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더 정확히는 외면한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인생의 단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악셀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고, 율리에는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악셀과 그의 친구들의 삶은 율리에의 삶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악셀은 때때로 일에 매몰되어 율리에를 바라보지 않고, 율리에는 그것이 야속하다. 환상의 베일이 걷힌 어느 시점부터, 율리에는 두 사람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율리에가 에이빈드를 만난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에이빈드는 율리에와 닮았다. 율리에가 악셀의 부속처럼 살아갔듯이, 에이빈드 역시 연상의 여인과 함께 살면서 그녀의 삶의 한 부분으로써 살아갔다. 그리고 둘 모두, 무엇도 명확하지 않은 어느 삶의 단계에 서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리라. 서로를 잊지 못한다는 것은 꽤나 강렬한 사건이지만, 이는 그와 동시에, 비이성적인 충동의 결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연인과 헤어져 서로의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순간의 열정은 금세 사라지고, 두 사람은 다시금, 환상 너머의 상대를 발견한다.
그러나 으레 그러하듯,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율리에는 우연한 기회에 텔레비전 쇼에서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비판 받는 악셀을 보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악셀의 암소식을 듣고서 그를 만나러 갔다. 그 텔레비전 너머에서, 그리고 그 병동에서, 율리에는 언제나 어른처럼 느껴졌던 악셀의 민낯을 바로 본다. 20대의 율리에와 30대의 율리에가 보는 악셀은 서로 다른 존재인 것만 같다. 그것은 그녀 또한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즈음 율리에는 에이빈드와의 사이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악셀은 '당신이 좋은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율리에가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는 사회가 규정한 삶의 흐름을 거부하고 자아를 찾기 위해 끝없이 방황하던 사람이 아닌가?
율리에는 악셀이 임종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면서, 그를 모델 삼아 사진을 찍는다. 병들어서 마르고 창백한 전 남자친구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 그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악셀은 결국 유명을 달리했고, 율리에는 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샤워를 한다.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너무 슬퍼서일까? 그녀의 다리 사이로는 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율리에는 그로 말미암아 자신이 유산했음을 깨닫는다. 그녀에게 그것은 비극임과 동시에, 또다른 의미에서의 해방이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서 율리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사진 작가가 되어 숱한 사람들을 피사체 삼아 플래시를 터트린다.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언뜻 보기에, 율리에의 삶 전반은 제대로 된 것 하나 없는 인생처럼 보인다. 서른이 되도록 진로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남자와의 연애도 언제나 실패로 끝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멍청한 짓을 한다. 설령 우리가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때로는, 다른 누군가의 최악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무력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끝내 율리에가 제가 '되고자 한 것이 된 사람'이 된 것처럼,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자아를 찾아나갈 것이다. 삶의 단계를 넘어서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으레 그러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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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7시간 시리즈 20분 요약 + 7분 설명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고질라 대 콩ㅣ고질라 킹콩ㅣ고질라 대 킹콩ㅣ몬스터버스ㅣ건데ㅣ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2021)' 고질라 대 콩 예고편 분석
그리고 몬스터버스(몬스터 유니버스, Monsterverse) 시리즈 요약 정리
1. "고질라"(2014)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장르: 모험, 액션, SF
감독: 가렛 에드워즈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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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러드 레드 스카이> 티저 예고편
[2021년 7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과 대서양을 가르는 비행기에 오른다.
목적지까지 반쯤 왔을까.
비행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하고,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어렵사리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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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파워 오브 도그> 공식 예고편
아카데미® 수상 감독 제인 캠피온이 각본 및 연출을 맡은 《파워 오브 도그》. '매혹적이다', '경이롭다',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대작.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얼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맥피 출연. 일부 극장에서 11월, 넷플릭스에서 12월 1일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