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18 00:59:38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드랭블루아
- 같은 선에 서있는 앙토니와 아신. 같은 계층인 두 사람
- 앙토니의 짝눈, 외모 변화가 가지는 의미
- 아빠의 바이크, 자켓의 의미. 엔딩 해석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And Their Children After Them, 2024)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페달을 밟던 여름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성장, 로맨스
러닝타임 : 145분
감독 : 뤼도릭 부케르마, 조란 부케르마
출연 : 폴 키르셰, 앙젤리나 워레스, 질 를르슈, 사이드 엘 알라미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1992년 여름 동부 프랑스. 기어가는 벌레, 날아가는 파리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고요한 숲속 호수. 그 근처를 맴돌고 있던 15세 소년 앙토니는 지루함을 느낀다. “심심해 죽겠어.” 앙토니의 말 한마디가 정적을 깬다. 앙토니와 사촌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보트를 훔쳐 강너머 누드비치로 향한다. 앙토니는 그곳에서 부유한 집안의 딸 스테파니를 만나 사랑을 느끼고 그의 세상에 편입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 수상 소식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영화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다양한 계층 갈등과 소년의 사랑, 성장을 담고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한 이야기다.
한여름에 만난 첫사랑과 설렘, 일탈과 만취의 짜릿함, 무모한 걸 알면서도 내뻗어보는 주먹, 바이크를 타고 시원하게 내달려보는 숲길, 그 아래 흐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록 음악. 이 영화엔 청춘의 치기와 여름의 낭만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것을 모두 전복시키는 무거운 현실의 불편함도 함께 담겨있다.
앙토니는 특별할 것 없는, 사실 평범하다기엔 조금 모자란 집안에서 자란 소년이다. 제철 공장에서 일했던 아빠는 술독에 빠져 폭력성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고 집안 경제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엄마는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힘이 없는 두 부모는 바이크와 여행이라는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한껏 휘둘리고 있다.
아직 어린 앙토니는 이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고향을 떠나 텍사스로 가고 싶고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부촌인 드랭블루아에 사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하지만 앙토니는 몇 번의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된다.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계층으로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테파니는 앙토니와 사촌을 드랭블루아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한다. 그런데 앙토니의 집에서 드랭블루아까지 가려면 꼭 바이크가 필요하다. 앙토니는 파티를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아빠 몰래 바이크를 훔쳐 타고 파티에 가기로 결심한다. 바이크를 끌고 나오는 앙토니를 발견한 엄마는 앙토니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기곰, 인생이 언제나 재밌는 건 아냐.”
앙토니는 엄마가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엄마를 뒤로하고 사촌과 함께 바이크를 타고 파티로 향한다. 모르는 얼굴들 사이를 헤매던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구들 앞에서 보란 듯 약을 한번 들이켜고는 아주 조금 그들의 세상에 녹아든다.
앙토니는 스테파니와 친해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앙토니는 파티에서 스테파니 무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약을 먹고 스테파니를 따라 수영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스테파니 무리가 무시하는 유색인종 아신에게 발을 걸기까지 하며 그들과 친해지려 한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앙토니가 붙여준 담배를 물고는 금방 파티 주최자 시몽과 함께 사라지고 앙토니가 한 발자국 다가가 키스를 시도하자 그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린다. 앙토니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파티가 끝난 후 남은 건 도난당한 바이크의 빈자리뿐이다.
앙토니는 소외된 집안의 아들, 스테파니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다. 두 사람 사이엔 가난한 집안과 잘 사는 집안이라는 계층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어린 앙토니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테파니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앙토니와 스테파니가 들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두 사람은 앙토니가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와 스테파니가 살고 있는 부유한 동네를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 앙토니는 가난한 동네엔 나체족 집시들이 캠핑카에 모여 살고 있다고 운을 뗀다. 이때 스테파니는 자신도 어릴 때 할머니와 잠시 그 동네에 살았는데, 그때 스테파니의 아빠가 담장을 쳐서 들판에 있는 나체족을 안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스테파니와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음을, 그 동네에 사는 앙토니와 스테파니 또한 가까워질 수 없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앙토니와 아신은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앙토니는 부잣집 백인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는 아신에게 발을 걸며 자신은 그와 다른 계층의 사람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앙토니에겐 슬픈 일이지만 사실 앙토니와 아신은 ‘소외된 사람’이라는 같은 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계층은 두 사람의 아빠 세대부터 이어진다. 앙토니와 아신의 아빠는 제철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였고 노동자와 이민자로 상위층보단 하위층에 속한 삶을 살아왔다. 아빠들과 다른 시대를 살아온 앙토니와 아신은 이런 접점이 없어 일찍 친구가 되지 못하고 서로를 오해했을 뿐이지, 결국 두 사람의 삶은 비슷한 길로 흘러간다.
바이크 사건 이후 앙토니와 아신은 오해를 쌓아간다. 앙토니에게 앙심을 품은 아신은 바이크를 불태워 돌려주고 화난 아빠에게서 도망친 앙토니는 다른 바이크를 타고 그를 찾아가 총을 겨눈다. 겁먹은 아신은 오줌을 지리고 앙토니를 반드시 죽일 거라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있는 바닥을 보면 중앙에 그어진 선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두 사람을 충돌시키거나 그들의 다름을 표현하는 경우엔 선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팽팽한 대립이 일어나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앙토니와 아신을 같은 선 위에 나란히 세워놓는다. 앙토니와 아신이 같은 선 위에서, 같은 계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연출은 이후 96년에 앙토니의 아빠 파트리크가 호수로 들어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실감한 파트리크는 삶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호수로 걸어들어간다. 이때 위에 있는 달빛이 물에 반사되어 마치 파트리크가 그 달빛 위를 걸어가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아신은 그걸 지켜보다가 파트리크가 사라지자 그가 걸었던 달빛 방향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그를 구하려 한다. 물이 깊어지자 뒤돌아 빠져나오긴 했지만 아신 또한 파트리크와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다.
앙토니는 짝눈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92년, 사촌은 “네 짝눈 때문에 여자들이 도망친다”라고 앙토니에게 장난 어린 디스를 한다. 앙토니는 그에 딱히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헛소리 말라는 듯 받아칠 뿐이다. 이때 앙토니는 앞머리를 길게 길러 자신의 짝눈을 반쯤 덮어두고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앙토니에겐 외적인 변화가 생긴다. 사춘기를 상징하는 여드름의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머리는 점점 짧아진다. 그러면서 앙토니는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된다. 그는 마지막 여름이었던 의가사 제대 직후 스테파니에게 차였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짝눈을 제대로 의식하고 만져본다. 정말 짝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앙토니의 짝눈은 그의 외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가난, 그의 계층을 상징하기도 한다. 짝눈을 머리카락으로 덮고 있던 92년의 앙토니는 자신의 가난과 집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테파니에게 끝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도전하고, 아신과 같은 낮은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94년 여름. 16세의 앙토니는 머리를 조금 짧게 자른다. 앙토니는 여전히 스테파니에게 구애를 하긴 하지만 스테파니가 받아주지 않자 이전에 자전거 앞을 막아세웠던 바네사를 찾아가 관계를 가진다. (바네사는 이웃사촌으로 앙토니와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때의 앙토니는 자신을 쫓아오는 무언가에서 도망치거나 사랑하는 것을 쫓는 모습을 보여준다.
96년 여름. 18세가 된 앙토니는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는다. 재회한 앙토니와 스테파니는 육체적 관계를 나누지만 구경꾼들에 의해 중단된다. 스테파니는 바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앙토니는 헤드라이트를 따라 멀어지는 스테파니를 지켜보고만 있다.
98년 여름. 앙토니는 오랜만에 사회로 나와 사촌과 그의 아내, 아신, 스테파니를 만난다. 사촌은 부유한 뒤립씨 딸 클레망스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아신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있었다. 두 친구를 만난 후 앙토니는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드랭블루아에 가던 날처럼 아신의 바이크를 훔쳐타고 스테파니를 찾아간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우리의 사랑은 네 상상일 뿐이라며 단호하게 희망의 불을 꺼버린다. 계층을 넘기 위한 앙토니의 마지막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앙토니는 짝눈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계층, 현실을 확실히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껏 애써 품어온 희망을 포기하겠다는 듯이 훔친 아신의 바이크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남긴다.
아빠의 바이크, 자켓이 의미하는 것
앙토니는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낀다. 시원한 바람과 그 뒤를 따라오는 새로운 삶을 향한 설렘. 그는 바이크를 타고 스테파니를 향해,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앙토니의 아빠도 언젠간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바이크를 타고 자유로움과 희망을 느끼던 삶.
하지만 아빠는 자신의 계층을 바꾸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아들은 아빠의 자켓을 입고 언젠가 아빠가 달렸을 그 숲길을 달린다. 그들(어른들)뒤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세상이 변해 누드 비치는 누드 비치가 아니게 되었고 도시를 이끌었던 제철공장은 문을 닫는 변화가 생겼지만 사람들 간의 계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앙토니가 아빠의 바이크를 훔쳐 파티에 가던 날처럼 계층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면 좋을 텐데, 엄마의 말처럼 인생이란 언제까지나 즐거울 수 없는 것인가 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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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영국에서 날아온 귀여운 곰돌이 패딩턴이 돌아왔습니다. 페루로 떠난 패딩턴의 여정을 극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포레스트 검프> 이후, 다시 뭉친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신작 <히어>와대만 청춘 멜로영화를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개봉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퇴마록>도 놓치지 마세요!패딩턴: 페루에 가다!
Paddington in Peru개요: 코미디 | 프랑스 | 106분
감독: 두갈 윌슨
주연: 휴 보네빌, 에밀리 모티머, 벤 위쇼, 올리비아 콜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개봉: 2025.02.19.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줄거리
영국 국민으로 거듭난 ‘패딩턴’에게 어느 날 고향인 페루에서 날아온 의문의 편지 한 통.
“루시 숙모님이 사라졌어요!” 지도 한 장만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루시’ 숙모를 찾아 떠난‘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은 페루의 정글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모험천만 아마존 정글에 뛰어든 도시곰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 올 겨울방학 반드시 가족도 찾고,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초대형 컴백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더 귀엽곰! 웃기곰! 재밌곰! 패딩턴 머스트 컴백곰!
히어
Here개요: 드라마 | 미국 | 104분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폴 베타니, 캘리 라일리
개봉: 2025.02.19.
배급: 메가박스중앙㈜, (주)이놀미디어줄거리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삶의 대서사시 삶이 남긴 흔적과 아름다움.
“우린 바로 여기(HERE) 있었어.”
‘리처드’(톰 행크스)와 ‘마가렛’(로빈 라이트)의 가족을 중심으로 같은 공간에서 다른 순간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바로 ‘여기’에서 시간을 초월해 겹쳐진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 Are the Apple of My Eye개요: 멜로/로맨스 | 대한민국 | 102분
감독: 조영명
주연: 진영, 다현
개봉: 2025.02.21.
배급: 주식회사 위지윅 스튜디오, CJ CGV줄거리
선아(다현)’에게 고백하기까지 수많은 날을 보낸 철없었던 ‘진우(진영)’의 열여덟 첫사랑 스토리퇴마록
Exorcism Chronicles: The Beginning개요: 애니메이션 | 대한민국 | 85분
감독: 김동철
주연: 최한, 남도형, 정유정, 김연우
개봉: 2025.02.21.
배급: ㈜쇼박스줄거리
"삼백이 반으로 나뉘고, 다섯이 모자랄 때 불씨가 하늘을 모두 태우리라"
수백 년간 은거하던 해동밀교의 145대 교주가 생명을 제물로 바쳐 절대 악(惡)의 힘을 얻기 위한 의식을 시작한다.해동밀교의 다섯 호법들은 그를 막기 위해 힘을 보태줄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서고, 파문 당한 신부 박윤규, 무공을 위해 밀교를 찾은 현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예언의 아이 준후가 합세해 거대한 악에 맞서는데...
하늘이 불타던 날, 새로운 전설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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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한 에이미의 자아발견, 영화 <나를 찾아줘>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Gone Girl>이라는 원제보다 <나를 찾아줘>라는 한글판 제목이 마음에 드는 영화. 소녀는 사라진 게 아니라 숨바꼭질을 한 것뿐이다. 그녀와의 숨바꼭질은 뒷통수를 후려 맞는 얼얼하고 살벌한 게임이다. 우아하고 아름답고 닮고 싶은 에이미. 뽀로로가 아이들의 대통령이라면 에이미는 아이들의 여왕이다. 그녀를 롤모델로 한 동화 속 캐릭터 ‘에이미’는 흠 잡을 것 없이 완벽하다. 실제 에이미는 실수도 하고 불행할 때도 있지만 동화 속 에이미는 늘 행복하고 당당하다. 에이미는 자기 자신과 늘 비교당하고 싸워야 하는 기구한 숙명의 소유자다.
그러던 그녀가 만난 남편 닉. 처음에는 우린 다를 거라는 환상을 안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5년 만에 파국이다. 그녀는 그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동네로 이사와 혼자 내동댕이쳐졌다. 남편은 자신을 유혹하던 똑같은 방법으로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고 백수가 되었다. 거짓말쟁이. 게으른 욕망덩어리. 그녀는 실망스러운 남편을 보고 결심한다. 자신을 이렇게 불행하게 만든 남편에게 복수하겠다고. 그냥 이혼에 합의하는 건 시시하다. 에이미는 숨어버린다. 닉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계획을 움켜쥐고서.
통쾌한 복수냐 묻는다면 물론이다. 지나치게 통쾌해서 말을 잃을 수도. 그녀는 타고난 연기자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진정한 에이미만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알고 상대에 맞춰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닉에겐 우아하고 쿨한 여자로, 옆집 사람에겐 외롭고 불쌍한 여자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제자와 한눈을 판 남편이 한심해 그녀에게 연민이 생겼던 건 쓸데없는 사족같이 느껴진다. 그마저도 그녀의 계획인 것 같아서 혼란스럽고 심리적 거리가 멀어진다.
실종부터 귀환까지 치밀하다. 대충 지운 핏자국. 뭔가 어설픈 사건현장과 진실과 허구가 고루 섞인 일기장. 내용은 볼 수 있게 미디엄 레어로 태운다. 임신한 것으로 속이고 심지어 자신이 자살함하는 엔딩까지. 남편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사형시키려는 담대한 계획이었다. 모든 것이 그녀의 남편을 폭력적이며 부도덕한 살인자라고 믿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유연하게 계획은 바뀐다. 예상외로 들고 온 돈을 잃게 되자 자신을 믿고 있는 남자와 만난다. 놀랍게도 그 남자를 납치·강간범으로 보이게 만들고 죽인다. 아마도 닉 대신 그와 함께 하는 걸 생각해보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그가 좋아하는 건 '그의 에이미'이다. 날씬하고 탄탄한 몸에 예의와 격식을 차리며 지루한 이야기를 교양있게 이야기하는 살아있는 환상. 은근히 그녀를 구속하고 집착하는 골치아픈 사람. 그녀를 구해준 대가는 그녀의 몸과 마음을 모두 얻는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는 그녀의 남자보다는 긴 실종을 합리화할 범인 역으로 더 적합하다. 수정된 계획대로 그녀는 피해자로 성공적으로 귀환하고 수많은 환호를 받는다.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된 소수의 사람들은 입도 뻥끗할 수가 없다. 남편은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하고 형사는 맹점을 지적하려고 하지만 쉽게 제지당한다. 그녀는 자신을 버리는 이들을 나락으로 끌고 내려갈 패 정도는 준비하고 있다.
영화 제목은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라진 건 소녀가 아니라 소녀가 필요한 타인의 관심. 찾아달라고 한 건 그녀의 몸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그녀의 모습이다. 아, 이제야 그녀가 보인다. 그녀는 늘 사람에 목마른 순수하고 전략적인 존재다. 타인이 있어야 그녀가 빛나 보인다. 실제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믿는 것이 곧 그녀가 살아있는 세상이다. 사실은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맞춰 주는게 질렸을지도 모른다. 쿨한 아내, 착하고 예쁜 딸 같은 역할도 하루 이틀이다. 왜 아무도 자신이 남들에게 해주는 것을 자신을 위해 해주지 않는가? 의뭉스러운 불만이 터져버린 것이다. 이제는 자신에게 맞춰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래서 남편에게 돌아왔다. 자신이 모자란 것을 반성하고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되겠다’는 그의 거짓말 한 마디에.
행복해 보인다. 실종된 줄 알았던 에이미는 그녀를 기다리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왔다. 감동스럽다. 이런 드라마같은 일이! 그러나 서로 다 아는 아는 마당에 피차 거짓말은 하지 말자. 현실은 불행한 쇼윈도 부부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째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아졌다. 에이미는 생기가 넘치는 ‘어메이징 에이미’로 재도약했다. 닉은 백수를 벗어나 돈방석에 올랐다. 진실은 상관없이 그를 잘근잘근 씹고 뭉크러뜨린 언론을 보고 자신도 몰랐던 연기력과 재기를 발견했으며, 적자에 고전하던 그의 바(어린 내연녀도 드나들던 문제의 술집)는 체인점까지 냈다.
얼른 꿀떨어지는 표정 좀 지어봐
돌아가는 걸 보니 세상 참 재밌다. 에이미가 왜 이러는지도 이해가 갈 정도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쪽은 손해 보는 게 없다. 사람들은 늘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자신들은 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 현실 속의 환상. 그녀에겐 오랜만의 실력발휘. 예전엔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매장시키고 이번엔 어쩌다보니 죽이긴 했지만 뭐 어떤가? 그녀도 처음부터 죽이려던 건 아니었고 이야기를 아귀가 맞게 만들다 보니 이게 최선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개연성과 설득력, 작품성을 놓치지 않는 스토리텔러이자 배우, 감독, 연출가니까. 어쨌든 그녀는 돌아왔고 그는 반성했다. 재밌었잖나. 에이미는 자유로워 보인다. 혼자선 우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판을 흔들고 뒤집어도 재미가 없다.
비포 앤 애프터
그러나 그건 헛웃음을 지으며 하는 해석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세 장면이 도통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 닉 위에 누운 채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에이미. 마지막에 똑같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에이미. 그녀가 피해자로 무사히 돌아오기 위해 다른 남자의 몸에 올라타 피칠갑을 한 모습. 정당방위라 하기엔 너무나 철두철미하게 급소를 그은 커터칼과 처음부터 와인색인 것마냥 피로 깊게 젖어 달라붙은 흰 슬립.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남자에겐 황홀함과 함께 찾아오는 숨 막히는 충격적인 순간. 에이미가 두 번 닉을 살인자로 만들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이제 신뢰는 0인 셈인데, 이쯤되면 역시 묻고 싶어진다. 흔하지 않은 부부 사이의 질문. 에이미, 무슨 생각해?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됐지? 우문이다. 에이미는 이제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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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둘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해리 포터> 드라마화 논의 중
ⓒ 네이버 영화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해리 포터>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드라마는 동명 원작 소설 시리즈와 동일하게 총 7시즌으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과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고하며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작가 조앤 롤링은 이에 대해 "해리 포터는 영국의 재산이고, 그 뿌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디즈니 <모아나> 실사화로 제작
ⓒ 네이버 영화디즈니에서 영상을 통해 2016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모아나> 실사 영화 제작 확정 소식을 알렸습니다. 영상 속에는 애니메이션 <모아나> 속 '마우이' 역을 맡았던 드웨인 존슨이 등장하였고, "자신의 문화와 민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디즈니와 파트너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제작진과 출연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잭 블랙, <스쿨 오브 락> 리유니언 예고
ⓒ 네이버 영화배우 잭 블랙은 인터뷰에서 <스쿨 오브 락> 20주년을 기념하여 리유니언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잭 블랙은 "내가 <스쿨 오브 락>을 촬영했을 당시 아이들은 10대였고, 지금은 모두 30대가 되었다. <스쿨 오브 락>의 모든 멤버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며 만남에 대한 기대를 보였습니다. 또한, 잭 블랙은 이번 만남에서는 SNS를 100% 활용하여 사진과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리끌레르 영화제, 배우 특별전 라인업
ⓒ 샘컴퍼니, 매니지먼트mmm, 씨제스 스튜디오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는 배우 배두나, 박정민, 전여빈, 유태오가 직접 선택한 작품을 상영하고, GV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배우 배두나는 <고양이를 부탁해> <공기인형> <코리아>를 상영하고, 그중 <공기인형>으로 GV를 진행합니다. 배우 박정민은 <반장선거> <앰부배깅> <세상의 끝> <유령(신촌좀비만화)>를 모아 단편전을 열 예정입니다. 배우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를 상영 후 GV에 참석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며, 배우 유태오는 감독 데뷔작인 <로그 인 벨지움>를 상영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리를 가질 예정입니다.
배우 특별전 외에도 다양한 GV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상영 일정과 G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화제 소식은 마리끌레르 웹사이트와 SNS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7월 26일 개봉
ⓒ 네이버 영화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가 7월 26일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 범죄 활극입니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베테랑> <베를린> <모가디슈>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다큐 <풀카운트>, 4월 26일 공개
ⓒ 디즈니+
<풀카운트>는 대한민국 최초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참여하여 치열한 승부의 세계와 시즌 비하인드를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최초로 프로야구 전체 구단이 참여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풀카운트>는 단순히 경기 현장 기록이 아닌, 치열한 시즌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구단 선수와 감독뿐만 아니라 구단주, 전략분석관, 응원단장, 열혈 팬 등 다양한 시선과 라커룸, 더그아웃 등 경기장 밖의 이야기는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카운트>는 4월 26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CGV, 워너브러더스 100주년 기념 특별전 개최
ⓒ 네이버 영화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4월에 창립해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CGV에서는 워너브러더스 100주년을 기념해 SF 영화 4편을 선정해 재상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선정된 4편의 영화는 바로 <레디 플레이어 원>, <인셉션>,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입니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 더 파이널 컷>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추구했던 의도를 담은 최종 편집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일주일에 반절이 지나갔네요. 곧 주말이 다가오니 조금만 더 힘내서 시간을 보내봅시다!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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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이번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웡카>입니다. <웡카>는 개봉일이 지난달 31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밈ㄴ더그히>는 설연휴를 노리고 나온 신작 영화들을 제치고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2위를 기록,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가일>이 개봉 첫 주에 이어 둘째 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오프닝 성적이 3,7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최종 박스오피스 성적이ㅣ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여 흥행 실패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위는 호러 코미디 <리사 프랑켄슈타인>이 3위는 제이스 스타뎀 주연의 <더 비키퍼>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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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7월 1주 개봉영화!
토르: 러브앤썬더 Thor: Love and Thunder , 2022
토르! 네 번째 솔로 무비!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천둥의 신 '토르'가 '킹 발키리', '코르그', 그리고 '마이티 토르'로 거듭난
전 여자친구 '제인'과 팀을 이뤄, 신 도살자 '고르'의 우주적 위협에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함께 우주로 떠나며 그 이후 행보에 궁금증을 자아냈던
토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이야기가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드디어 공개됩니다.
천둥의 신 '토르'를 비롯해 강력한 NEW 히어로 '마이티 토르', 뉴 아스가르드의 왕 '킹 발키리', 우정과 의리의 검투사 '코르그',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이 총출동하죠
마블 역사상 최고의 빌런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 도살자 '고르'의 등장에 맞서
'팀 토르'로 뭉친 MCU 대표 히어로들의 역대급 액션 스펙터클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강력한 NEW 히어로 '마이티 토르'에 나탈리 포트만,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높이는 크리스찬 베일은 신 도살자 '고르' 역,
러셀 크로우가 올림푸스의 왕 제우스 역으로 활약하고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처음 등장해 유쾌한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코르그' 역의 타이카 와이티티가
'연극 배우 로키' 역으로 깜짝 등장해 놀라움을 선사했던 맷 데이먼까지 출연해
다채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스크린을 풍성하게 채울 예정입니다.
전 우주를 누비는 역대급 스케일 속에서 짜릿한 액션은 물론 다채로운 세계관까지 담아낸
"토르: 러브앤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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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클로즈> 줄거리
살갑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까지도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세상에 서로밖에 없는 듯 서로를 가장 위하고 형제같이 서로에게 의지한다. 이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관계를 단정 지으려 했다면 앞으로 나올 이야기들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관계에도 딱 맞춰진 틀은 없다.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사랑과 우정 사이에 딱 자른 선이 존재할 수 있겠나.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중학교에 들어서며 그들의 관계는 변화를 맞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다르듯 모든 관계와 감정의 형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레미와 레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누가 뭐래도 가장 친한 친구이고 가장 가까운 형제이다. 그렇지만 사회는 규정된 틀을 만들어 놓고 있었고, 중학교에 가면서 사회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 이들에게 그 틀은 그들이 틀렸다며 멋대로 그들의 관계를 규정했고 이로 인해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어진다.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성장기라고 한다. 이 성장기는 사람이라면 다 거치고 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통과 과정이다. 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레오와 레미 역시 이 성장기에 들어섰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그들의 모양은 모두 다르기 마련인데, 그들의 눈앞에 들이닥친 사회는 정해놓은 틀에 그들을 찍어 누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영영 멀어지게 된다.
이들의 성장기는 혹독하다. 타인에 의해 둘의 정체성은 멋대로 재단되고 사회는 이것을 억지로 받아들이려는 자는 포용하고 저항하는 자는 떨어뜨리고 만다. 그렇게 다른 선택을 한 둘의 성장기는 이렇게 끝이 나는 듯하지만 레미의 또 다른 선택으로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전에는 성장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이후에는 누군가의 상실로 인한 상처와 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성장을 보여준다.
내가 생각한 레미의 선택에 레오가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레오는 그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해소하지 못한 감정만을 계속 쌓아간다. 마침내 자신의 팔이 다치고 직접적인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야 그는 감정을 쏟아낸다. 그리고 레미의 엄마, 소피에게 자신의 죄책감을 털어놓는 걸로 그 죄책감이란 감정 속에 숨어있던 또 하나의 감정이 튀어나온다. 바로 두려움이다. 덜덜 떠는 손으로 나무를 굳게 잡고 있는 레오의 모습은 누가 봐도 겁에 질린 아이의 것이다. 자신을 향한 미움을 받을 자신이 없는 아이는 다시 숨으려 하지만 소피는,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른은 결국 그를 안아준다. 그렇게 자신을 향한 처음이나 다름없는 가시를 뚫고 나간 레오는 성장한다.
사회의 정해진 틀은 누가 만든 걸까. 그들의 성장기는 왜 이렇게 그들에게 모질었어야 했나. 상처를 입고 이를 치료해 나가고 종국엔 성장한 레오의 모습은 어딘가 애달팠다. 그렇게 생각했다. 혹독한 현실에 꺾일 것 같음에도 레오가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주변에 있던 어른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그리고 결국 그를 안아줄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영화는 그들의 성장기를 섬세하게 다룬다. 이 성장기가 단순히 우리 모두가 겪어가는 과정이기 때문만이 아닌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 연기와 연출 덕분에 더 마음에 남았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클로즈>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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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토피아]닉 그자체 정재헌 성우님의 이야기!!닉과 주디는 사랑일까?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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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꿀보이스 정재헌 성우님과 함께하는 주토피아 리뷰 첫번째 시간!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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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메인 예고편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올겨울 가장 큰 울림을 선사할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12월 11일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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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리키시> 공식 예고편
빚, 폭력, 가정 파탄... 벼랑 끝에 몰린 반항아 오제 키요시(이치노세 와타루 분). '엔오'라는 이름의 리키시(스모 선수)가 되어 스모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그의 모습을 대담하고 강렬하게 그린 휴먼 드라마. 1500여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일본 전통문화이자 종교의식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스모. 하지만 프로 스포츠로서의 스모계는 여전히 베일 뒤에 감추어져 있다. 그리고 스모 시합이 벌어지는 무대 '도효'는 이 평범하지 않은 세계 위에 구축된, 그야말로 '성역'이다. 연습할 의욕도 없고, 훈련은 자꾸 빼먹고, 툭하면 선배들에게 대들며 구제 불능이란 소리를 듣던 오제. 하지만 그런 오제가 스모의 세계에 점점 빠져든다. 오제를 시작으로, 스모를 사랑하지만 체격이란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시미즈(소메타니 쇼타 분), 스모 담당으로 좌천된 신문기자 쿠니시마(쿠츠나 시오리 분) 등, 스모계를 둘러싸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분투하는 젊은이들의 휴먼드라마가 펼쳐진다. '성역'이라 불리는 세계에 휘둘리지만, 그 밑바닥부터 기어오르는 청년들의 뜨거운 '한판 뒤집기'가 지금 시작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리키시》,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