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5:13:29
매혹적인 연대의 꿈틀거림
<아가씨> ⭐⭐⭐⭐⭐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4번째로 다가간 작품이다. 두 작품 역시 굉장히 재밌게 본 영화이고, <아가씨> 역시 기대하며 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아직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앞서 두 작품과 비교를 한다면 <아가씨>가 조금 더 위트 있는 재미를 던진다. 그러나 반대로 퀴어 요소와 귀족 남성의 모순을 꼬집는 주제, 어두운 필름 촬영기법으로 영화를 다 본 후 여운을 남긴다. 달콤한 막대사탕 같은 영화 같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가씨> 스틸컷
제작진
영화는 칭찬할 게 많다. 시나리오도 시나리오 이거니와, 시나리오 배경인 1930년대 일제시대 건축 양식과 실내 장식, 귀족 의상과 장신구 등 미술팀과 의상, 분장팀의 노력과 준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도 뛰어났다. 히데코(김민희)를 씻겨주는 장면에서 숙희(김태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히데코의 모습과 같이 등장인물 시선으로 바라보는 촬영으로 영화를 흥미 있고 몰입도 있게 볼 수 있다. 카메라 렌즈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고풍스럽고 고급진 귀족 느낌을 내며 영화가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편집은 또 어떠한가. 제1부는 숙희의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고, 제2부는 히데코, 제3부에서 이 두 시선이 통일되어 현재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이 둘의 시선을 관객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영화는 몽타주 기법으로 편집한다. 덕분에 우리는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인물 관계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황, 문제점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종합예술의 마술이지 않는가!
비유와 상징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는 대사의 농담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는 상징물들과 비유 표현들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가령, 백작이 히데코를 다 넘어왔다는 신호로 "다 익은 거 같다"라는 대사와 함께 먹은 복숭아의 과즙은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해서 둘의 관계를 붙게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 숙희가 히데코 몰래 방을 뒤지면서 발견한 밧줄은 히데코를 챙겨줬던 죽은 이모를 히데코가 기억하게 하는 기억의 매개체이자 히데코가 이모와 똑같이 자살할 것이라는 앞으로의 예측, 실제로 자살하려고 끈을 묶었지만 숙희가 히데코를 붙잡으며 죽지 말라고 애원하는 장면에서는 숙희와 진실과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연인이 되는 사랑의 매개체로 추측할 수 있다.
모순
<아가씨>는 크고 작은 모순으로 나뉘어 있다. 큰 모순은 당시 귀족 남성 사회의 모순이다. 귀족이라면 귀품 있고 매너와 지성이 풍부한 사람일 거 같지만 그들은 히데코(김민희)가 읽어 주는 야한 소설의 내용을 듣고 흥분하며 야한 소설을 사기 위한 경매장에 들락날락 거리는 불순한 존재들로 나온다. 특히 경매장을 운영하는 코우즈키(조진웅)는 어린 히데코를 협박하고, 추행하여 그녀가 강제로 야한 소설을 낭독하도록 만들게 한다. 그들의 모습들은 그저 발정 난 개처럼 야한 것밖에 모르는 불순한 귀족 남성들이기에 일반적인 귀족에 대한 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작은 모순은 히데코와 숙희의 사랑이다. 히데코 인생을 망치러 온 그녀의 구원자인 숙희는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백작(하정우)과 함께 히데코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워 히데코 하녀로 곁에 있는다. 하지만 점차 히데코와 숙희는 사랑에 빠지고 둘은 백작과 코우즈키를 피하여 사랑의 도피를 한다. 퀴어 요소는 이성애라는 범위에서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건 모순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랑에 빠진 건 죄가 아니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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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다른 발상의 조각들
한국 단편 경쟁 - 한국단편경쟁 6
<COMPUTER>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0분
감독 김은성
출연 김일지, 장지훈 등
줄거리
주연은 일지의 게임 중독 때문에 동거하던 집을 나가 버리게 되고, 다시 여자친구 주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주연 앞에서 컴퓨터 부수는 계획을 세운다.
리뷰
<COMPUTER>는 섭리를 어기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목적론'이다. 목적론이란 사물은 목적에 의해 규정되고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쓰임 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가 그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어안렌즈를 활용하여 장면을 구성해 굉장히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해 냈고, 이러한 연출은 영화 속 뒤틀린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았다. 영화는 목적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며, 주변 사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했으며, 예측 불가한 전개와 긴장감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였다.
<오로라>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31분
감독 박형진
출연 김니나, 김수희 등
줄거리
어머니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다단계 강사를 하는 니나. 일을 그만 두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자신의 집에서 빛나는 오로라를 보게 된다. 다음날 어머니의 병원비를 들고 가는 길에 다단계 물품을 환불해 달라고 하는 남매를 만나게 되는데…
리뷰
<오로라>는 다단계 종사자 니나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 한 명을 나쁘다고 칭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니나는 다단계 일을 하며 많은 아픔을 겪으며, 누군가의 호의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호의를 바라지 않았던 그 순간에 니나는 누군가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끝은 아름답기보다는 현실적인 엔딩이었다.
<sub)구독과 조아영#일상>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19분
감독 김국희
출연 조아영, 김국희 등
줄거리
유튜버가 되어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아영은 오늘도 브이로그를 찍어 본다. 그러나 맘처럼 잘 되진 않는다. 어딘가 찍어 올리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런 아영에게 아영의 삶을 늘 위협했던 존재가 다시 찾아온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삶을 휴대폰 시점샷과 그녀의 브이로그 셀프캠으로 보여 준다.
리뷰
<sub)구독과 조아영#일상>은 브이로그라는 형식으로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촬영 방식을 택하며 흥미를 유발하였다. 우리가 유튜브에서 흔히 많이 본 요소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의 삶 속에 가장 가까이 있는 휴대폰을 통해 아영의 일상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가정 폭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감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갈 곳을 잃었던 뉴스를 보고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지의 행성>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3분
감독 김성민
줄거리
터널 너머 미지의 행성으로, 그는 매일같이 그리운 누군가가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리뷰
영화 <미지의 행성>은 죽음과 이별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인간의 삶을 남다른 발상을 통해 시각화한 작품이다. 공동묘지 속 무덤들이 마치 각각의 사람이 사는 고유의 행성처럼 표현하며, 애도하는 과정을 누군가의 행성에 놀러 가는 환상적인 여정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사람마다 애도하는 과정이 다르지만, 단순한 슬픔으로만 보이지 않길 바란 감독의 생각이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였다. 또한 음악이 더 해져 이러한 의미가 더 잘 다가왔던 것 같다.
<50cm>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3분
감독 김소정
출연 이진하, 신가영 등
줄거리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라톤을 준비하지만, 계속해서 다투게 된다.
리뷰
<50cm>는 화면비를 4:3으로 구성하며 가영과 은정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마라톤에서 가영과 은정은 정해진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가면서 화면비가 16:9로 넓어지는 연출을 하였다. 이 연출을 통해 가영과 은정이 세상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이 아닌 둘만의 길을 갈 때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또한, 이 연출과 더불어 등장했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는 극의 감정을 더욱더 극대화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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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West Side Story, 2021
으레,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이 본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코로나19"로 개봉일을 1년이나 연기했습니다.
먼저 본 사람들의 입에선 "아카데미 수상"을 높게 점할 만큼 평했으니 재수를 택한 게 아쉬웠는데요.
그렇게, 개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번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 -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와 함께 "여우조연상"까지 총 3개의 상을 수상하며 앞으로 다가올 "아카데미"의 전망을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호평과 달리 벌어들인 총 수익은 $88,285,000로 제작비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보통 5대 5로 극장과 분배되는 구조를 생각하면, 최소 2억 달러는 벌어야 영화의 제작비가 충당되거든요.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이고 추운 극장에는 캐럴 대신에 퍼질 노래들을 생각하면 차마 그대로 보낼 수는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한창 개발 중인 "뉴욕"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샤크파(푸에리코토리코 갱단)"과 "제트파(백인 갱단)"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서로의 집단과 관련된 "토니"와 "마리아"는 한눈에 반하는데요.
그리고 이들도 이런 서로의 상황을 알기에 싸움을 말리고자 나서지만, 갈등은 점점 걷잡을 수없이 커지는데...삼천포로 빠지는 건 뭘까?
1. 모든 문제는 복합적이다.
아시다시피,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거며 쥐고 나타난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그에게 여타 감독들에게 느껴본 능수능란한 솜씨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다수의 오락 영화와 드라마들을 연출해온 필모를 보듯이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야기를 읽는데 좋은 작품입니다.
물론, 그의 오리지널 작품이 아니라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나 보여주는 이야기가 놀랍게도 현재와 비슷하거든요.세기의 명작이라는 이유는 있다.
앞에서 말한 "샤크파(푸에르토리코)"와 "제트파(백인)"는 표면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로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단면적으로 쓰지 않고 보다 복잡한 속내를 드러냅니다.
지난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서며 행한 정책을 살펴보면, "반이민 정책"이 있습니다. -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이민자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비자 발급의 제한을 걸었죠.
근데, 재밌는 건 "트럼프" 자신도 이민자의 후손일 만큼 미국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은 국가입니다. (어찌 보면,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 것이죠)
그 시작으로 돌아가면, 엄연히 "콜럼버스"가 "신대륙(아메리카)"을 발견했을 때도 그들은 엄연히 외국인의 위치였으니까요.2. 작금을 관통하는 공감대
그런 점에서 이들을 중재하는 장면은 흥미롭습니다.
경찰들이 "제트파"에게 "너희들이 감옥에 가있는 동안 여기 비싼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고, 너희는 푸에르토리코 경비원들에게 쫓겨나겠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특히, 본 작품에서 "샤크파"는 집과 가족, 그리고 학교까지 다니는 것과 다르게 "제트파"는 직장과 집이 없는데 역사적인 배경에 빗대어 보면, 역전된 이들의 위치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들에게 "연대"라는 메시지를 꺼냅니다.얼른 사과해!
해당 작품에서 "도시 개발"로 인해 모두가 쫓겨나는 상황은 이들을 한데 묶어주는 분위기를 제시합니다.
임대료가 높아져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현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떠오르게 만드는데, 이로써 싸우기보다는 뭉쳐야 함을 저들뿐만 아니라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까지 끌어들이는데요.
영화가 제시한 갈등의 문제 말고도 "젠더 이슈"와 같이 많은 대립들이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원론적이나 가장 확실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3. 느껴보지 못했던 뮤지컬의 전성기가!
이외에도 해당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것을 손꼽자면, "의도적으로 스페인어 자막은 해석하지 않았습니다"라는 텍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번역가의 의도가 아닌 감독 본인의 의도로 '이들의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미번역'은 해당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선 "뮤지컬" 그 자체의 존경을 표하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은 "무성영화"고 "유성영화"의 과도기에 서있는 장르이거든요.모든 뮤지컬에 보내는 찬사 어린 표현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에서 관객들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과장스럽게 느껴질 만큼의 행동과 얼굴 표정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군무와 "클로즈업"과 같은 촬영기법은 관객들이 해당 캐릭터들의 감정들을 읽어야 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유성영화"로 와서 그 역할들이 유치하게 보이게 변했지만 이를 "미번역"함으로 접해본 적 없는 그때 그 시절의 뮤지컬을 경험케 하는데요.
'과연, 이게 처음 뮤지컬을 만든 사람은 맞는 건지?'를 의심할 정도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받는 감동은 끊이지가 않습니다.4. 히트곡이 이렇게나 어렵다!
이렇게, 자막을 읽을 수 없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가야겠죠? - 아니면, '몸으로 말해요'밖에 더 안되니까...
극 중 "샤크파(푸에리코토리코 갱단)"과 "제트파(백인 갱단)"는 자신들의 생존권을 두고서 경쟁하는 조직들인데, 춤으로 이를 보여주니 우습기도 할 겁니다.
근데, "춤"은 인간에게 있어 생존을 이어나가게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역사적으로 "강강술래"는 임진왜란 때의 상대적으로 많았던 일본군을 대항해 보이는 군사보다 많고 크게 보이려 했던 전략이었고, "탱고"와 같은 춤은 "같이 춘 사람과의 사랑에 빠진다"라는 속설처럼 세대 간의 이어짐으로 연결됩니다.이야기가 술술 읽혔다면, 듣는 건 어땠을까?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그만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야기는 앞선 수상을 납득하게 만들고 이후 "아카데미"에서의 활약을 기대케합니다.
하지만, "뮤지컬" 본연의 매력을 뽐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베이비 드라이버>의 "안셀 엘고트"의 비중은 너무나도 적으며 귀에 쏙쏙 박힐 넘버의 부재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앞서 말한 '과연, 이게 처음 뮤지컬을 만든 사람은 맞는 건지?'라는 의심은 여기서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외에도 동물들도 어떤 자세에 따라서 구애와 경계로 감정을 보여주니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보여준 춤이 그토록 격렬했던 건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개봉 연기에는 주연 배우 "안셀 엘고트"의 "미성년자 성폭행"도 있었다.
※ 극 중 "마리아"의 하얀 드레스와 빨간색 허리띠의 옷차림은 "백설공주"를 연상케하는데요. 공교롭게도 그녀의 차기작은 "디즈니"에서 제작되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백설공주"에 캐스팅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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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액션은 어디로 갔는가?
드니 빌뇌브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 느낌을 매우 좋아한다. <컨택트>와 <시카리오> 등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미장센, 대사 없이 많은 설명을 담는 능력, 진중한 메시지 등 헐리우드의 젊은 3대 천재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만든 <듄> 시리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 감독인 한스짐머까지 합류해 기대가 컸고, 많은 유명한 SF에 영향을 준 이야기답게 무게감 있고 멋지게 담아냈다. 그리고 이번 <듄: part2>는 마치 20년 전 유행하던 블록버스터 트릴로지 무비들-<스파이더맨>, <엑스맨>,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의 2편처럼 1편보다 더 광대하고 박진감 있다.
그러나 2편에도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했다. 1편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살라메)의 고난과 역경을 다루었다면, 2편은 그가 안티메시아로써의 도약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가득 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에서는 액션의 서사나 성장이 아주 부족하거나 거의 보이지 않아, 어떤 이들은 지루함을 느낄 정도다. 영화의 완성도가 훌륭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액션 매니아의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워서, <듄: part 2>를 액션 영화의 관점으로 다뤄보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캐릭터성이 사라진 액션
액션 영화에서 무술은 한 인물의 캐릭터성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가문, 민족,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듄: part 2>에서는 게릴라전을 하는 프레멘을 제외하고는 딱히 특징 있는 무술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액션에 캐릭터가 없다.
간단한 예를 들면, 마블의 <어벤저스>는 이런 캐릭터 액션에 상당한 공을 들인 걸로 유명하다.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시대적으로 다른 사람이라 총 파지법이 다르다던지, 토르와 로키 등 아스가르드인들은 쓰는 무술이나 준비자세가 같다던지 하는 식으로. <샹치>와 같은 중국식 무협에서는 캐릭터의 인생철학이 캐릭터가 쓰는 무술에 담겨있고, 싸우고 포용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무술의 합으로 표현했다.
<듄: part 2>에서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며 공포스러운 존재인 황실친위대 사다우카가 황제 옆에서 칼을 들고 있는 모습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마지막 선을 지키던 공작 친위대가 칼을 든 모습은 서양 롱소드 검술로, 둘 구분이 거의 가지 않는다. 가문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도 무술 동작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액션을 잘 짠다는 것은 단순히 합을 잘 짜는 걸 말하지 않는다. 의상, 외모, 대사 등 캐릭터를 대비시키려고 그렇게 노력한 것 치고 액션의 캐릭터성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단 얘기다. 다만, 1편에서 처음 폴이 액션을 배울 때 했던 실수 - 목을 겨누느라 배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을 그대로 이용해서, 그보다 성장한 마무리는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서 무술을 배운 것처럼 단조롭다.
프레멘의 무술은 단도를 주로 사용하고, 몰래 빠르게 움직여 죽이는 암살과 게릴라전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군용 무술보단 잠입암살 무술인 닌자에 더 가깝고, 그 부분은 프레멘의 특징을 잘 살려서 좋다. 그러나 이는 폴이 배운 '펜싱 자세를 기본으로 한 검술'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렇다면 폴이 프레멘에게 인정받기 위해 수행을 할 때 무술을 배우는 장면도 있어야 했다. 물론 1편에서 무술수련을 할 때 이미 다양한 무기들로 수련을 해온 설정이 어렴풋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실제와 자료로 보고 배운 건 다르다. 영화에서는 '사막 걸음'을 프레멘인 챠니가 제대로 된 걸로 다시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액션에서도 필요했다.
그리고 폴이 하는 검술의 펜싱자세는 다른 무술과 달리 주손 주발이 앞으로 나와있는 오소독스 자세다. 그 이유는 긴 칼로 빠르게 찌르고 빠지기 위함인데, 단도를 들고 육탄전을 감안해 싸우는 <듄> 세계의 특성상 잘 맞지 않는다. 자세히 보면 준비 자세만 펜싱 자세고, 싸울 땐 그냥 군용 무술이다. 즉 '귀족'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준비자세만 멋으로 그렇게 했다는 뜻이다.
액션을 죽이는 잘못된 무기들
라반은 채찍을 사용하는데, 이게 그의 캐릭터가 말랑해지는 데 한몫했다. 채찍이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그 큰 덩치에 조그만 채찍을 꺼내드는 모습은 조금 코믹하다. 페이드 로타는 칼을 두 개 든 이도류지만, 액션이 그의 캐릭터성을 나타내기엔 평범했다. 그 이유도 무기 때문이다. 페이드 로타의 검은 앞이 길고 내려앉은, '정글도'로 잘 알려진 마테체의 한 형태다. 정글도는 원래 도끼와 단검의 중간 형태로, 정글에서 생존용으로 쓰는 칼이다. 실제 무기로도 자주 쓰이지만, 날 앞쪽에 무게중심이 있고 손잡이 위에 손을 보호하는 키용이 없어서 가까이에서 찌르기에 적합한 무기가 아니다. 마테체는 오히려 덩굴을 베듯 도끼처럼 내려찍는 무기다. 그런데 페이드 로타의 액션은 일반 백병전 단검술이다. 그러니 동작이 둔해지고,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오히려 예리한 단검술보단 위협적으로 내리찍는 무술을 했다면 더 맞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레멘의 무기, 크리스나이프도 그렇다. 크리스나이프는 샤이 훌루드의 이빨로 만든 단검으로, 날과 손잡이의 두께가 거의 같으며 역시 손을 보호하는 키용이 없다. 키용이 없는 칼은 사실 대부분 찌르는 전투용 칼이 아니다. 그런 칼로 유명한 것은 일본의 시라사야인데, 이건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지팡이로 위장한 칼이며 베는 칼이다.
서양의 칼에서 손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날과 손잡이 사이의 키용
영화 <듄> 시리즈의 크리스나이프
칼과 칼이 맞붙는 싸움에서 키용은 굉장히 중요하다. <듄> 시리즈에서는 칼을 칼로 막고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사실 진검이라면 날끼리 미끄러진 다음 키용끼리 부딪혀, 칼과 키용의 십자 모서리 부분끼리 엇갈려야 힘겨루기가 가능해진다. 즉, 키용이 없는 칼끼리 싸우면 금방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키용이 없는 칼끼리 너무 챙챙 맞부딪힌다. 날끼리 부딪혀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 자체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 액션 연출이지만, 키용까지 없는 칼로 그렇게 싸우는 건 조금 그렇다. 사실 키용은 손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칼을 뺏거나 부러트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검술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장치다. 그런데 폴과 페이드 로타 둘 다 칼에 그게 없으니, 단순하게 찌르거나 휘두르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키용이 없다면 손이 미끄려져 힘을 준 찌르기가 힘들며, 오히려 내 손이 날까지 미끄러져 손이 다치게 된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식칼로 찌르다 엄지손가락이 나간 것을 기억해 보자. 즉 <듄: part 2>의 무기들은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디자인부터 잘못되었다. 단순한 액션 고증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것들이 영화의 액션을 심심하게 만든다. 칼 디자인은 그냥 영화적 장치니까 멋으로 보자고 하기엔, 다른 부분들에서 세계관을 엄청나게 잘 만들었다고 칭송받는 소설이 원작이라 아쉬울 뿐이다.
또한 <듄> 시리즈에서는 핵무기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고대의 엄청난 무기를 발견한 것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그 핵무기의 사용 방법이나 파괴 리액션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폴은 핵무기를 군대 뒤에 산을 폭파하는 데 쓰고, 그 잔해들이 운석처럼 군대를 덮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 핵무기의 가장 큰 위력은 폭발 반경에 1억 도가 넘는 순간온도와 몇천 도가 넘는 '열폭풍'이다. 수십 킬로미터 반경에 달하는 열폭풍으로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녹이고 날려버리는 것이 핵무기인데, <듄: part 2>에서는 그저 조금 센 미사일 수준으로만 보여서 너무 심심했다. 황제까지 죽이면 안 되니까 그랬다고 변명한다면, 황제는 우주선 안에 있으므로 그 정도는 견딜 수 있고 밖에 주둔한 군대를 싹 쓸어버리는 용도로 쓴다고 설정할 수도 있었다. 그게 안된 이유는, 모래벌레가 공격하는 장면이나 백병전 장면을 넣기 위해서로 보인다. 사실 애초에 핵무기를 백병전 전초전 격으로 발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일대가 수십 년 이상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또 샤이 훌루드는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만 화려할 뿐, 구체적으로 적들을 어떻게 섬멸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깔고 뭉개는 건지, 잡아먹는 건지, 차에 치이듯 사람들이 날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매머드가 적들을 상아로 쳐내 날려버리는 모습이나 밟는 모습이 세세하게 나와서 위압감을 줬던 걸 생각하면, <듄: part 2>에서의 샤이 훌루드를 활용한 액션은 많이 아쉽다. 지하에서 나와서 군인들 수십 명을 잡아먹거나 하늘의 비행정을 통째로 삼키는 등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걸 보여줬어야 더 재미있었을 텐데.
대단하지 않은 액션 서사의 포장
사실 이게 <듄: part 2>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폴이나 페이드 로타 둘 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을 했는데도 대단하다고 리액션을 하며 엄청난 음악을 깔아주고 있는 연출이 그것이다. 그것은 조금 과장하면, 동남아의 무술 고수라면서 손도 안 대고 제자들을 쓰러트리는 사기영상처럼 우스워 보이기까지 한다.
앞서 말했듯 <듄: part 2>에서는 프레멘이 되기 위해 폴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 거기에 폴이 프레멘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부분이, 고작 '미끼가 되어 방어막이 풀리는 순간을 노리도록 한 것'이라는 게 많이 의아하다. 그 정도의 전술은 미리 가르치고 시작하던지, 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 아닐까? 배우는 부분이 삭제되었다면, 프레멘이 생각하지 못할 기발한 작전들을 생각하는 것이 더 대단했을 것이다. 혹은 비행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때만 방어막이 풀리는 것을 프레멘들이 모르고 있었던 걸까? 그럼 폴이 직접 포를 쏴서 그 짧은 틈을 맞추는 장면을 보여줬다면 뒤에 프레멘들이 폴을 대단하게 여기고 환호하는 모습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챠니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챠니가 포를 쏴서 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죽었다. 웅장한 화면에 더 엄청난 음악을 깔아버려 뭔가 엄청난 일을 한 것 같았지만, 생각해 보면 별거 없는 걸 포장한 것이다. 비행정의 움직임을 미래를 봐서 예측한 것도 아니고.
거꾸로, 프레멘의 액션도 그렇다. 프레멘은 적들이 사막에서 방어막을 켜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샤이 훌루드가 방어막의 진동 때문에 미쳐 날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막에서 게릴라전을 잘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수도에 들어가면 적들은 방어막을 켜고 있다. 방어막을 켠 상태에서의 검술은 일반 검술과는 달리 몸 근처에서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방어막을 켠 적을 별로 상대해 본 적이 없는 프레멘은 그 검술을 어떻게 익혔을까? 폴이 그걸 가르쳐줬다면 더 폴의 능력을 높게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페이드 로타의 액션 서사도 그렇다. 페이드 로타의 액션은 그의 캐릭터와 위압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다. 등장 전부터 그를 '싸이코닉'하다고 말하거나, 칼을 점검하며 주변 사람들을 찔러 죽여보는 모습 등으로 하코넨 남작이나 라반보다 더 대단할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상은 그가 자기 혀에 칼을 가져다 대려다 피도 안 내고 그냥 옆사람을 찔러보던 장면처럼 맥이 빠졌다. 원작에서 그는,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굉장히 교활한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면모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그럼 그냥 사이코패스 같은 면이라도 부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차라리 비슷한 장면의 비교라면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가 훨씬 교활하고 사이코 같고 두려움의 대상처럼 보인다. <듄> 소설이 훨씬 먼저 나왔으므로 <글래디에이터>가 그것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원작을 살펴보니 페이드 로타의 생일 검투장면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한 교활한 최면 술수를 써놓고 마치 자기가 정당하게 힘으로 이긴 것처럼 포장해서 영웅처럼 그려지는 장면이다. 그리고 폴과 싸우다 그 최면이 자기한테 걸린 거라 착각해서 스스로를 옭아매 죽게 되는 게 원래 내용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영화에선 페이드 로타의 그런 술수나 자업자득의 교훈도 없이 그냥 칼싸움해서 지는 걸로만 보여줘 페이드 로타의 서사가 사라졌다. 그러니 밋밋한 것이다. 서사를 없앴다면 액션에서 캐릭터성을 부여할 수도 있었는데, 페이드 로타는 검술을 잘해서 오만하다는 거 말고 딱히 액션에서 드러난 게 없었다. 만약 페이드 로타가 너무 검술을 잘해서 폴의 검술을 흉내 낸 설정이었다면,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게 연출을 했다.
오히려 액션의 캐릭터 서사에서는 1984년 데이빗 린치의 <듄>이 조금 더 낫다
또한 샤이 훌루드와의 액션 서사도 대단하게만 보이지 실제로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1편에서 프레멘에게 신처럼 여겨지던 샤이 훌루드가 2편에서 교통수단으로 다뤄지는 게 좀 의아했는데, 원작에서도 그런 모양이다. 그 부분 묘사를 보면, 프레멘이 샤이 훌루드를 생각하는 감정이나 느낌은 모아나가 바다에게 갖는 감정과 비슷하다. 인격체 신이라기 보단 만물이 창조된 대자연으로써의 경외감 같은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이 샤이 훌루드를 타는 장면은 사실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폴이 왜 대단한지, 샤이 훌루드와의 교감이나 길들이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서사가 전혀 없다. 이전에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토루크를 길들이는 방식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는데, <듄: part 2>에서 보이는 샤이 훌루드와의 액션 교감 서사보단 낫다.
샤이 훌루드를 타는 것은 갈고리를 걸면 끝나는 것이고, 그 거대한 것을 손으로 버티며 조종하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쳐도 1편에선 분명 공격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는데, 그 정도의 갈고리가 걸쳐졌다고 해서 모래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친절하게 모래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태워주는 것은 왜인가. 또 갈고리를 풀면 바로 튕겨나가 떨어질 텐데 내릴 땐 어떻게 내린단 말인가. 베네 게세리트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보이스'를 쓰는 것이 1편에 나왔었는데, 폴은 '보이스'를 이용해 남다르게 샤이 훌루드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설정이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마치 이 장면은 '폴이 샤이 훌루드를 타게 되어 프레멘에게 인정받았다'라는 한 문장을 대충 영상으로 멋지게 '설명'한 것뿐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특별한 교감이나 길들임 없이 되는대로 타는 설정은 샤이 훌루드의 캐릭터를 빈약하게 만들었다.
빈약한 전술
그리고 영화의 내용상으로 보자면, 황제의 군대를 잡는 마지막 전투는 전쟁액션 개연성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리 멀다고 해도 언덕 뒤에서 크게 연설을 하고 온 군대가 개전 전에 소리를 지르다니, 이건 기습전에서 해선 안될 일이다. 이런 장면은 남부에서 군대가 출발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액션에서 종종 뒤에서 기습하는 적이 소리먼저 지르고 공격하려다 소리 듣고 눈치채고 피하거나 되받아치는 장면을 많이 봤을 것이다. 기습전은 조용해야 한다.
그리고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는 게릴라 전술은, 적들이 가는 길목을 예측하고 함정을 파서 기습할 때 쓴다. 앞에 스파이스 채굴기를 공격하는 건 그게 맞았다. 그러나 적의 진지 앞에서 모래 속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온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부터 거기에 숨어있었던 걸까. 아니면 모래 속을 기어서 거기까지 간 걸까. 그럼 그 뒤에 단체로 백병전을 위해 달려서 뛰어오는 건 왜 그럴까.
폴이 이 전투에서 특별히 한 것은 거대한 모래폭풍 예측이다. 나머지 전술이라는 건 그냥 순서대로 사방에서 쳐들어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전술이랄 게 없었다. 왜 이렇게 황제와 하코넨의 군대가 허무하게 당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폭풍이 먼저 수도를 감싸고, 비행정이 뜨지 못하는 가운데 익숙한 프레멘들만 자유롭게 움직이며 적들을 썰어버렸다면 모르지만 영화에선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프레멘들은 애초에 방어막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냥 레이저 빔으로 쓸어버리면 그만 아닐까? 하코넨한테 고전 무기도 다 허용했던 황제인데. 왜 황제 앞까지 왔는데 사다우카는 칼로 싸우는 걸까. 멋있고 장대한 장면들을 늘어놓기 위해, 개연성을 포기한 듯 보였다.
게다가 하코넨은 프레멘을 상대한 게 처음이 아니다. 지금이 가장 격렬한 저항이라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아라키스 행성을 지배하며 그들을 상대해 왔다. 그런데 프레멘의 저항이 거세진 상황에서 채굴기의 방어인력은 왜 이리도 허술한가? 거꾸로 채굴기를 미끼로 해서 프레멘을 몰살시킬 생각은 왜 못하나? 여기선 프레멘이 폴에 대한 종교적 믿음으로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인다기보다, 그냥 하코넨 쪽이 너무나 바보같이 보인다. 황제 또한 그렇다. 황제는 은하계의 대 가문들을 사다우카의 무력과 자신의 정치력으로 조율하는 세력이다. 물론 그 뒤에 베네 게세리트가 있었다고 해도, 여기서 보여주는 황제의 모습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허약한 모습이다. 만약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원작에 있다!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팬끼리 돌려보는 2차 창작 팬무비에 불과하다. 영화는 영화로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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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지만, 듄의 스토리가 현재 세계정세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아주 궁금해진다. 모티브를 따온 종족과 별개로 내용을 보자면 아트레이데스는 영국(미국) / 하코넨은 나치 / 프레멘은 유태인과 흡사하다. 현재 2편까지의 내용을 보면 영국이 유태인을 나치에게서 구해 유태인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워준 역사와 비교되는데, 그 뒤 이스라엘은 미국을 등에 업고 주변 아랍국가와 팔레스타인과 끝없이 전쟁해 왔다. 이는 3편에 나올 내용, 대가문들과의 전쟁과도 연결된다. 현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난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듄: part 3>가 이것을 어떻게 느끼게 만들까? 미국인과 이스라엘 인들은 그 내용을 자신들의 이야기와 연결시킬 수 있을까?
드니 빌뇌브가 소설 <듄>을 너무나도 멋지게 실사 영화로 만들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고질적인 약점인 빈약한 액션 서사가 더욱 두드러졌다. 게다가 그 빈약함을 영상미와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있는 모양새다. 1편보다 2편이 조금 더 완성도가 높다고 한다면, 3편은 부족함을 더 채워서 나왔으면 좋겠다. 장대한 우주 대 서사시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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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영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갓난아기 시절에는 먹을지 말지, 싫은지 좋은지로 의사를 표현하지만 조금씩 많은 것을 거부하고 결정해나간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에 대한 의견 표시를 부모에게 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결정을 보조해주지만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한다. 특히나 입시 시험은 수많은 문제의 답을 결정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성적에 따라 어떤 대학에 갈지를 결정한다. 수없이 이어지는 시험에는 정답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외의 문제들에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 결정 이후 어떤 결과가 자신에게 주어질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을 하지 않으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데시벨>은 한순간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초반에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해군 잠수함 안을 보여준다. 부함장(김래원)을 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어뢰 공격을 받고 바닷속에 잠기게 되는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시점을 이동해 현재 부함장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부함장은 폭탄 설계자(이종석)의 전화를 받고 설치된 폭탄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된다. 폭탄 설계자는 왜 폭탄을 설치했는지 초반에 설명해주지 않고 첫 번째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두 번째 폭탄, 세 번째 폭탄으로 긴박하게 시선을 돌리려 노력한다.
어떤 결정을 한 이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잠수함 부함장의 이야기
사실 현재 시점의 부함장은 과거 잠수함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잠수함이 가라앉았을 당시 그는 선원들을 최대한 살리려는 결정을 했지만 그 결정은 죽은 선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선원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결정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와 사회는 그를 일부 선원이라도 살린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함장은 트라우마와 함께 죄책감을 같이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폭탄 설계자가 그를 이끄는 곳은 바로 과거 잠수함의 트라우마 속이다.
영화에서 부함장은 시종일관 테러범에게 끌려 다닌다. 도움을 받기 위해 우연히 만난 취재기자(정상훈)와 함께 폭탄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정작 폭탄을 찾고 나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는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사람을 대피시켜도 폭탄을 터뜨린다는 테러범의 말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부함장과 그와 관련된 사람의 트라우마를 영화는 드러내 이용하려 하지만 그것이 왜 폭탄 테러와 연결되어야 하는지 영화는 설명해내지 못한다.
부함장이 가진 트라우마는 사실 테러범인 폭탄 설계자의 정체를 파악하고 만나게 된 순간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속에서 크게 폭발력이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폭탄 설계자가 굳이 소음 폭탄을 이용해야 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과거 전문가가 아니었던 폭탄 설계자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폭탄을 만들어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저 그가 멘사 회원이라는 아주 얕은 이유만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영화에는 부함장의 아내(이상희)가 등장한다. 폭탄 해체반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유일하게 폭탄을 해체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부함장은 그와 어떤 상의도 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취재기자와 뛰어다닐 뿐이다. 또한 영화 속 취재기자도 어설픈 모습만 보여주며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개그를 선보인다. 부함장의 아내와 취재기자 모두 영화 속에 겉돌기만 하고 부속품으로 활용될 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긴박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 빠지는 캐릭터와 이야기
종합해보면 부함장은 폭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 폭탄을 찾아 뛰어다니고, 그의 주변 인물들은 폭탄 해체에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그저 소비되고 만다. 다른 무엇보다 폭탄 설계자가 왜 부함장을 괴롭혀야 하고 테러로 다른 사람들, 특히 부함장의 가족까지 희생시켜야 하는지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무척 공허하게 느껴진다.
영화를 보면서 이미 많은 폭탄 테러 영화, 잠수한 영화 등에서 보아왔던 장면들이 떠올라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영화가 꽤나 낡은 이야기와 액션을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소리를 이용한 폭탄이라는 좋은 아이디어를 사용하고도 전혀 신선함을 느낄 수 없게 구성된 이야기와 캐릭터는 무척 실망스럽다.
결국 이 영화는 부함장의 결정에 의해 발생한 트라우마와 영향을 다루는 이야기다. 영화의 과거 사건인 잠수함에서 살아남은 이가 그 결정을 한 부함장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노력이다. 부함장은 자신의 결정의 죄책감을 마음에 담고 살고 있다. 그리고 그때 살아남은 선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선원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챙긴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정을 반대했던 사람은 그에게 반기를 들고 테러로 공격을 한다. 그 결정이 이 영화의 비극을 낳게 되었지만 부함장은 자신의 힘으로 그 방법이 잘못된 길임을 알려주려 영화 내내 노력한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부함장 역할을 맡은 김래원과 폭탄 설계자 역할을 맡은 이종석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두 인물이 가진 분노와 상실감을 무척 잘 표현하고 있다. 각자가 잘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취재기자 역할을 맡은 정상훈의 연기도 나쁘지 않지만 이 영화의 상황에 맞지 않는 연기톤 때문에 돋보이지 않는다. 영화 <데시벨>은 기발한 폭탄에 대한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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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문턱에서 거짓말로 살아남은 자의 고백
한 유대인 남자가 독일군에게 끌려가 총살되기 전 갑자기 외친다. 자신은 페르시아인이라고. 그는 이전에 샌드위치와 맞바꾼 페르시아어 책으로 페르시아인으로 위장해 살아남는다. 이에 긴가민가하던 독일군은 페르시아인을 찾던 장교에게 그를 소개한다. 그렇게 페르시아어는 아빠밖에 모르는 그는 한순간에 페르시아어 선생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매일 엉터리 페르시아어라도 가르쳐야 하는데....... 과연 그는 이 사실을 들키지 않고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까?
1. 비정한 전쟁 속 피어난 불안한 우정
유대인 질은 독일군 장교 코흐에게 자신을 페르시아인 레자 준이라고 소개하고 매일같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 그에게 가르쳐야 한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단어들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에게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고비를 거쳐 코흐에게서 특혜를 받는다. 다른 이들이 다른 수용소로 가 죽고 있을 때 그는 수용자 명부를 작성하고 페르시아어를 가르치면서 말이다.
그렇게 코흐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코흐는 레자와 우정을 쌓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질은 그저 얼음판 위를 걸었던 것이다. 코흐는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산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없었기에 몰랐겠지만. 빵이라고 가르쳤던 단어를 나무라고 잘못 말했을 때 그의 편애가 폭력으로 변하는 것을 겪어내며 질은 깨닫는다. 코흐의 친절은 언제 어떻게 죽음으로 되돌아올지 모르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어쩔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2. 전쟁 중 우정은 사치스러운 위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특혜는 질에게 독이 되었다. 그의 특혜 때문에 코흐의 독일군 부하들은 그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흐에게 무시당하던 한 군인은 그가 유대인임을 어떻게든 알아내어 분풀이를 하려고 했으며 열등감을 표출했다. 코흐의 편애는 '내가 저 열등한 유대인보다 못할 리 없다' 라는 전쟁 시기 만연했던 인종차별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었다.
코흐는 수용소 내에서 지배 계급이고 질은 피지배 계급임을 감안하면 수용소 내에서 지배자 계급 내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눈치 싸움에 질이 끼어들어버린 셈이다. 코흐의 친절은 질이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피지배 계급인 질에게 그저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 중 꽃피어난 우정이라고 하기엔 질과 코흐의 위치가 너무나 달라 그들에게 동질감을 생길 수 없었다. 질에게 코흐의 친절은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되게 했으며 이 사실이 그가 걷고 있는 얼음장을 더 얇게 할 뿐이었다.
3.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
이 영화는 각 인물의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압도적으로 인상적이다. 전쟁 후 벨기에인으로 위장해 페르시아에 입국하려던 코흐는 공항에서 엉터리 페르시아어를 구사하다 공항에서 잡히고 질은 전쟁 이후 파견된 조사관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수용자들 이천 여 명의 이름을 외운다. 이는 그가 코흐에게 가르쳤던 그 언어가 이들의 이름에서 비롯됐고 이 엉터리 언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뇌에 넣어야 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그가 그들의 이름을 이렇게 외우고 있지 않으면 죽어야 했던 아이러니한 그의 처지를 대변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이들의 이름을 이렇게 외우고 있는 질을 보고 있자면 전쟁 중 유실된 희생자들의 이름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어서, 또 몇 년 간 질이 레자로서 살아온 위태로운 시간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아리고도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총평
이 마지막 장면을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가도 될 정도로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 중 하나였다. 실화 기반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 한 장교의 예기치 못한 친절을 만나 파지배 계급으로서의 복수로 이어지는 서사라니, 영화로 만들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완벽한 서사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두 사람이 엉터리 페르시아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두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유대감 조차 불안함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언제 질의 거짓말이 들킬 지 모르는 일이기에.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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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하고 터져도 깊은 맛이 나는 만둣국처럼!
가족의 해체이자 가족의 탄생이다. <대가족>은 제목 그대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혈연으로 묶인 관계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가족이라는 말이 있듯 양우석 감독이 가져온 이 이야기는 가족 해체 시대에 던지는 그만의 답인 듯하다. 2000년대를 배경을 했듯이 영화 스타일은 올드하고, 이야기는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정겹고 따뜻함이 베어 있다. 물론, 너무 많은 재료를 담아 터져버린 만두처럼 과하거나 수습이 어려운 부분도 더러 보인다.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은 열심히 일한 덕에 돈도 많이 벌고 건물주까지 되었지만, 언제나 근심이 가득하다. 이유는 단 하나. 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문석(이승기)이 출가해 스님이 된 이후, 무옥은 제사 때마다 조상들을 볼 낯짝이 없다. 하지만 세상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날 그에게 문석을 찾는 한 어린 남매가 찾아온다. 문석이 자신의 아빠라 알고 이곳을 찾아온 남매의 이야기에 무옥은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손주가 생겨 뛸 듯이 기뻐한다. 반대로 헐레벌떡 집으로 온 문석은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업보라 말한다.
“가족 화두를 꺼내든 건 지난 세월과 비교했을 때 그때보다 풍족해졌는데 왜 가족 만들기는 더 힘들어졌느냐는 것이었다. 나름 생각한 결과의 답은 ‘욕망’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들 게 된 계기를 말한 양우석 감독의 말처럼, 휴먼 가족 드라마처럼 보이는 <대가족>의 주재료는 바로 가족, 즉 자식으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는 부모 세대의 그릇된 욕망이다. 무옥이 그렇게 대를 잇고 싶어하 는 건 문석의 바람이 아닌 본인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감독은 과거 한국전쟁을 관통하며 타향에서 홀로 살아온 세월, 하루라도 쉬지 않고 일해야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책임감, 부모님은 물론, 여동생, 그리고 조상들을 챙겨야 한다는 K 장남 콤플렉스를 무옥에게 입힌다. 이로 인해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고, 특히 아들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상은 했겠지만 문석이 출가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이런 고지식한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준 손자들이 오면서 점점 변한다.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하자는데로 모든 걸 해주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영락없는 손자 바보처럼 보인다. 마치 스크루지 영감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녀온 후 개과천선한 것처럼, 무옥 또한 그렇게 변한다. 이 과정을 겪은 그는 아들에게 소홀히 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진실한 화해도 이룬다.
문석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의대 재학 시절 불임부부를 위해 타의로 자신의 정자를 기증했다. 500번 넘게 기증한 결과, 생물학적 아버지로 400여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자신을 찾아온 남매와의 일화를 통해 문석은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 것은 물론, 비로소 부모의 입장이 되어본다. 그리고 그 비통한 슬픔과 힘겨운 인생을 살아온 아비를 그때서야 이해한다.
이처럼 <대가족>은 무옥과 문석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합을 보여준다. 비로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각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깨닫게 되는 이 부자의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감독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임 있음에도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재료를 첨가하는 건 가족의 의미다. 무조건 혈연으로 이어져야 가족이라는 건 옛말. 21세기를 알리는 2000년이란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면서 혈연이 아닌 정으로 이뤄진 이들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감독은 무옥을 찾아온 남매, 평만옥에서 무옥을 항상 보살펴주는 방여사(김성령), 그리고 후반부 등장하는 수많은 가족을 통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영화는 전반부에는 코믹한 설정에 따른 무해한 웃음을, 후반부에는 가족의 의미를 곱씹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문제는 다루려는 이야기와 인물들이 너무 많고, 이질적인 것들이 많음에도 이를 한꺼번에 담으려다 넘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흐름이 자주 끊기는 전개 방식과 편집에서 단점이 드러나는데, 이는 마치 좋은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 터진 만두를 연상시킨다. 세 나라의 정상이 한데 모여 각각의 정치적 의견 대립을 그린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던 양우석 감독의 단점이 이번에도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문현답 스타일의 불교적 가르침도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맛을 살린다. 중심에는 김윤석이 있다. 진짜 만둣국집 사장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은 물론, 남매를 본 순간 그동안 고수했던 걸 본인 스스로 무너뜨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전한다. 방여사 역의 김성령 또한 그와 티키타카를 맞추며 코믹함은 물론, 중년의 로맨스도 펼친다. 여기에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며 업보라 말하는 이승기와 극 중 과거 연인 사이였던 강한나, 그리고 두 팔을 다치면서도 이승기를 보좌하는 박수영의 맛깔난 양념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자식에게 부모는 우주이고, 부모에게 자식은 무능한 신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상대를 여기는 시선은 아래가 아닌 위로 향해 있다. 우러러보는 마음, 곁에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고마움. 이 작품이 연말 시즌에 잘 어울리는 건 너무나 흔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함을 알지 못한 의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뻔하고 터져도 깊은 맛이 나는 만둣국과 같은 <대가족>의 온기를 많은 이들과 나눠 보기 바란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3.0 / 5.0
한줄평: 속 터져도 맛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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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오프닝 초반 장면 리뷰
+ 모달 MODAL 101 / 그 외의 상징 해석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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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트레인저> 예고편
낯선 사람을 구하지 마라!
황량한 시골마을,
청각장애 소년 웨슬리는 학교에서 돌아오던 중
총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한다.
그를 집 근처 헛간에 옮긴 후 음식과 약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낯선 남자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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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작은 방안의 소녀> 메인 예고편
친구의 괴롭힘에 못견딘 희주는 자퇴하고 집에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다. 그리고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만난 동하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방법을 배운다. 동하는 펜둘럼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최면을 스스로 걸기를 알려준다. 그리고 채팅으로 만난 자신과 같은 히키코모리들을 격려한다. 1년동안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던 희주는 점점 자신감을 얻으면서 드디어 방을 탈출한다. 그리고 희주모와 화해도 하며 사회로 나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이때 1년전 희주를 괴롭혔던 해영은 그녀의 집주소를 찾아내서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괴롭힘이 시작된다. 희주는 사회에 복귀하려고 하지만 해영이라는 장애물을 만난다. 결국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싫은 희주는 동하에게 배운 펜둘럼을 통한 최면을 해영에게 이용할 결심을 한다. 그리고 해영을 스스로 자살하도록 최면을 걸고 자신은 사회에 온전하게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