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04 11:30:29
1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박스오피스
<베놈: 라스트 댄스>가 개봉 2주 차에도 국내와 북미에서 주말 관객 수 1위를 지켰습니다.
이전 시리즈보다 다소 낮은 오프닝 스코어로 출발해 향후 성적이 주목되었으나,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이 2억 달러(약 4,143억 원)를 돌파하며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하였고, 북미에서는 9,000만 달러의 누적 수익을 거두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프랑스에서 650만 달러(약 89억 7,650만 원), 일본에서 380만 달러(약 52억 4,780만 원), 중국과 멕시코에서 각각 7,060만 달러(약 974억 9,860만 원), 1,340만 달러(약 185억 540만 원)의 수익을 거두며 시리즈의 건재함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타 슈퍼히어로 영화들보다 적은 예산인 1억 2,000만 달러 (약 1657억2000만원)로 제작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러한 흥행에도 시리즈 1, 2편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극한직업> 이후, 류승룡, 진선규가 의기투합한 <아마존 활명수>와 <보통의 가족>이 주말 박스오피스 2, 3위를 기록했으나, 각각 누적 관객 수 36만 명, 59만 명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북미에서는 <와일드 로봇>이 다시 2위를 탈환하며 장기 흥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주 2위를 차지했던 <스마일 2>가 3위로 내려왔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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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치는 영화 8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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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외로움, 아픔들이 담겨있는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라라랜드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배우 지망생 ‘미아’, 서로 사랑하며 각자의 꿈에 다가서기 위해 수많은좌절을 견뎌내야만 한다.
CINEPICK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주제가상, 음악상 6개부문 수상한 작품으로 이외에도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한 작품입니다.
음악과 현대적인 감각의 영상을 통해 19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고전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8마일
생산직 노동자 B. 래빗'은 공장에서 번 푼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고, 래퍼가 되는 꿈을 꾸지만, 연습할 시간도 녹음할 기회도 나지 않는다. 돈과 꿈을 얻기위해 랩배틀에 참가해야만 하는데..
CINEPICK
에미넴의 실제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모티브로 해 만든 것으로 2003년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수상작입니다. 에미넴은 당시 흑인들이 주를 이루던 힙합씬에서 당당히 올라와 미국을 대표하는 래퍼로 자리 잡았으며 기존 머니스웩을 외치는 래퍼와 달리 사회비판과 디스, 재치있는 라이밍 위주의 랩을 뱉는 전설적인 래퍼로 힙합 역사상 12주 연속 빌보드 1위를 한 명실상부 에미넴의 최고 히트곡 lose yourself가 이 영화의 ost로 최초 공개 되었습니다.
디태치먼트
새로운 학교에 배치된 기간제 교사 헨리. 문제아들만 모여있는 학교는 교사도 학생도 서로를 포기한 암담한 상황. 그러나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헨리의 모습에 학생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게된다.
CINEPICK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디태치먼트>는 미국사회의 학교를 현실적으로 스크린에 담아내며 제목처럼 교사와 학생 사이의 벽, 소통의 부재, 마음의 거리를 과장하지도 미화시키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레이디 버드
자유로운 영혼 레이디버드, 그녀는 집 근처 대학교대신 “문화가 있는”동부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이로인해 엄마와 대립하게 되고 몰래 원하는 대학교에 지원서를 넣게된다
빌리엘리어트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 빌리는 우연히 발레를 접하게 되고 아빠 몰래발레를 하던중 선생님께 로얄발레학교 오디션을 권유받는다.빌리는 자신이 원하는 꿈에 다가설 수 있을까?
CINEPICK
영국 영화계에서 엄청난 대박을 친 영화로 대처리즘과 시대의 변화로 인한 영국 북부 탄관총의 몰락의 플롯을 가지고 가고있습니다.
틱, 틱... 붐!
식당 웨이터로 일하는 존은 뮤지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작곡에 매진한다. 하지만 중요한 공연을 며칠 앞두고 일들이 겹쳐 삶은 위태로워지고 존의 30살 생일은 다가고 있다
프란시스 하
27살 뉴요커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 뿐이다. 직업도, 사랑도, 우정도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그녀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족구왕
대학교 복학생 만섭이는 공부와 취업대신 캠퍼스 퀸 ‘안나’와 ‘족구’에 빠져있다. 급기야 총장에게 족구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만섭이로 인해 대학교내 족구열풍이 불자 ‘캠퍼스 족구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우리에겐 젊은이들을 이끌어줄 책임이 있어요 그들이 무너져 내리지 않고 낙오하지 않고 하찮은 인생이 되지 않도록 말이에요"
-디태치먼트-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족구왕-
혹시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어떨 땐 직접적인 위로의 말보다 같은 상황이 놓여진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죠. 꿈이 아니더라도 일 때문에 힘들거나 지쳐있는 상황이라면 위의 8편 영화들을 추천 드립니다. 해답이 되진 못하더라도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큐레이션 마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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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유아인만 문제였을까
배우 유아인의 마약류 투약 혐의 건으로 인해 그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비상에 걸렸다. 특히 촬영 완료하고 공개를 앞둔 작품들은 이도저도 못하는 매우 난감한 상황인데,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가 그중 하나다. 한동안 공개 보류했으나 고심 끝에 지난 26일에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종말의 바보'에게서 '유아인 리스크' 여파가 느껴지긴 한다.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를 걷어낼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걷어냈지만, 유아인이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하윤상 역을 맡았기에 흐름이 툭툭 끊기는 부분도 확실히 있었다.
그러나 유아인 탓만 하기엔 '종말의 바보'의 전반적인 퀄리티에 물음표가 붙는다.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200일을 앞둔 한반도라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되, 긴박한 상황 전개보단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감정호소하는 듯한 휴머니즘으로 풀어내려고 한 것이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1, 2회에서 '종말의 바보'는 임팩트를 심어주기는커녕 다소 산만하고 루즈하게 풀어냈다. 시작부터 대한민국의 소행성 충돌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소식과 함께 곧장 시위 및 폭동으로 연결해 개연성이 부족했다. 이런 점 때문에 초반을 넘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는 반응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오류를 많이 범했다. 예를 들면, 데이터센터 폭파 이후 통신 장애와 동영상 송출 등이 막혀있다는 설정인데 해적 라디오를 통해 동영상을 송출하거나 실시간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은 모순이다. 이를 포함해 허술한 설정들이 다수 존재하기에 디테일함에 민감한 시청자들에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엔 충분하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대부분이 바싹 건조하리만큼 무겁고 진지하다. 분위기 전환용으로 시도한 지점도 있긴 하나, 오히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에 불필요하고 이질감이 느껴진다. 소주연(서예화)의 닭 키우기 에피소드만 하더라도 안 하느니만 못한 유머가 되어버렸지 않은가.
결국 '종말의 바보'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만 아깝다. 진세경 역을 맡은 안은진은 '연인'을 기점으로 확실히 중심축을 잡아주는 주연배우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스토리라인의 또 다른 중심인 전성우(우성재 역), 김윤혜(강인아 역)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여기에 김영옥, 김여진, 박혁권, 신은정, 차화연, 백지원, 박호산 등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의 시너지도 꽤나 좋은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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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행성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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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 (Elysium, 2013)
개봉일 : 2013.08.29 (한국 기준)
감독 : 닐 블롬캠프
출연 :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샬토 코플리, 앨리스 브라가
닿을 수 없는 두 개의 행성을 구하라
손꼽히는 SF 명작 <디스트릭트9>의 ‘닐 블롬캠프’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엘리시움>. 많은 관객들은 디스트릭트9의 결말을 보고 속편을 기대했으나 닐 블롬캠프 감독은 속편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 <엘리시움>을 발표했다. 속편을 기대했던 혹자들은 <엘리시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디스트릭트9과 다른 느낌이라 실망했다.’보다는 ‘디스트릭트9과는 다른 맛을 봤다’고 표현하고 싶다. <엘리시움>은 지구에 머물던 스케일을 우주를 향해 더 확장했고, 액션 또한 시원하고 대범해졌다. <디스트릭트9>에 비하면 감정을 건드는 힘은 조금 약해졌지만 액션 영화로서의 새로운 힘이 더해졌다.
어릴 땐 'SF‘를 그저 상상 속 이야기를 풀어낸 화려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기보단 시각적 즐거움을 중시했고, 속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SF 영화를 즐겨 본 편은 아니었기에 이 영화를 처음 만났던 날은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누군가의 공상이 새로운 무게로 다가왔고, 그만큼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엘리시움>을 보며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영화 <승리호>가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황폐화된 지구와 약자들을 남기고 매정하게 지구를 떠나버린 재력가들. 대부분의 것들이 망가진 지구와 항상 푸르른 인공 행성. 뿌리는 같지만 너무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승리호>는 인물들의 다른 삶 속에서 충돌하는 상류층의 욕망과 주인공들의 흔들리지 않는 인간다움에 집중했고, <엘리시움>은 의료기술의 양극화와 우정, 인류애에 집중한다.
부잣집 도련님이어도 가기 힘든 ’엘리시움‘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맥스와 프레이는 시설에서 함께 자란 오래된 친구다. 프레이는 엘리시움을 보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못 가는 곳‘이라 칭하고 맥스는 프레이를 꼭 엘리시움에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한다.
똑같이 지구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지만, 사회엔 엄연한 계급이 존재한다. 현 사회에서도 계급을 무시할 수 없지만, <엘리시움>에선 그 계급의 차이가 황폐화된 땅과 푸릇푸릇한 우주 행성의 거리만큼 더욱 크게 멀어져있다.
프레이가 말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부자가 아닌, 특별한 집안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황무지에서 후퇴한 의료 기술로 겨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평생을 목숨 걸고 일해도 엘리시움 티켓 한 장을 살 수 없는 사람들. 맥스와 프레이는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언젠간 엘리시움에 가겠다.‘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맥스는 마음을 다잡고 취직한 공장에서 무리한 작업 지시로 인해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마지막 희망인 엘리시움으로 가기 위해 위험한 일을 시작한다. 맥스는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엘리시움으로 갈 마음을 먹지만 차후엔 뿌리인 지구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갈등한다.
지구와 엘리시움의 거리는 걸어서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과 엘리시움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그만큼 멀다. 아래에 있는 지구에서 위를 봐도 아름답고 위에서 아래를 봐도 아름답지만 각 행성의 현실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못하다.
엘리시움 시놉시스
하나의 인류, 두 개의 세상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 세상 '엘리시움'
최후의 시간 5일.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렸다!
인류의미래가 걸린 최후의 생존 전쟁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지구와 엘리시움으로 나눠진 각자 다른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2154년의 로스앤젤레스. 지구엔 여전히 사람들이 남아있지만 지구는 예전처럼 아름답지 않다. 대부분의 일은 로봇들이 맡고 있고,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로봇들이 맡지 않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서 병에 걸려 죽느니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아보겠다며 엘리시움으로 향하지만 엘리시움의 장관은 민간인들이 탄 우주선을 미사일로 격추하며 불법 이민자를 잡아들여 처리하라고 명한다. 장관은 ’불법 이민자를 지구로 추방하라‘고 하는데,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지구란 자신들이 자고 나란 행성이 아닌 뒤떨어진, ’추방당하는 장소‘밖에 되지 않는듯하다.
장관이 ’불법 이민자‘라고 칭하는 지구 사람들은 딸의 부러진 팔을 고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엘리시움에 접근하고, 엘리시움 사람들은 집마다 있는 의료기기를 통해 매일 간편하게 치료를 받는다. 엘리시움의 기술은 맥스의 방사능 피폭도, 폭탄으로 날아가버린 얼굴도 재생시킬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경관 로봇들에게 맞아 팔이 부러진 맥스가 병원에 갔을 때, 지구의 병원은 엘리시움과 다르게 열악한 상황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프레이는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입원을 연장하려고 하나 동료 의사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한다. “여긴 엘리시움이 아니야.”라는 의사의 한마디에서 깊은 체념이 배어 나온다. 병에 걸리면 치료와 완치를 바라는 게 아닌 그저 죽는 날만 기다려야 하는 곳. 그게 바로 <엘리시움>속 지구다.
맥스와 스파이더는 맥스의 머리에 엘리시움의 프로토콜을 복사해 ’왕국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다. 장관의 쿠데타 욕망을 위해 생성된 프로토콜은 맥스의 희생을 비료 삼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열쇠가 된다. 엘리시움의 정권을 뒤엎을 예정이었던 코드는 한 사람에 의해 단단한 계급 사회의 벽을 부수는 바윗돌이 된다. 큰 힘을 가졌을 땐 그것을 선하게 사용해야 하거늘, 끝없이 욕심을 부리던 장관은 크루거의 칼에 찔려 사망하고, 스스로 엘리시움의 벽을 무너트릴 열쇠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맥스는 작은 동물 미어캣처럼 연약한 지구 사람들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프레이의 딸 마틸다가 맥스에게 해줬던 작은 동물 미어캣과 하마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생체 신호가 감지됐음에도 바로 꺼지지 않던 기계와 아무런 감정 없이 약을 토해내던 로봇이 이제는 모두를 ’엘리시움의 주인‘이라고 칭하며 그들을 지킨다. 지구와 엘리시움의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멀지만, 이제 두 행성 간 삶의 간극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엘리시움의 장관처럼 이기심과 욕망으로 가득 차있을지도 모르는 일부 엘리시움의 시민들이 지구의 시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긴 하겠지만, 이왕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상해 보고 싶다. 지구에서 엘리시움을 봐도, 엘리시움에서 지구를 봐도 아름다운 풍경만 보이는 시대가 오기를, 현 사회도 차가운 차별 대신 서로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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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야 할 건 mp3가 아니라 자기연민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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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겨울이다. 늘 그렇듯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다. 그 여름밤이 차라리 뜨거웠더라면 구릿빛으로 탄 피부와 사진 몇 장 정도라도 남겠으나, 여름밤 최선을 다해 놀지 않은 이들에게 겨울은 허무와 함께 찾아온다. 내가 올여름에 뭐 했더라.
그렇다. 올여름엔 코로나에 걸렸다. 너도나도 다 걸릴 그때 코로나로 격리하고 나니 처서였다. 여름이 끝났다는 신호. 여름에 실컷 놀지 못해서 이렇게 덥썩 찾아온 겨울이 꼭 날강도 같다.
지금은 2022년이다. 창밖에는 겨울이 오고 있다. 며칠간 이상하리만큼 더웠는데, 소설(小雪)에 접어든 오늘은 어쩐지 쌀쌀하다. 저녁에는 비가 온다고 했다.
<창밖은 겨울>이 상영되는 동안 지금이 2022년인지 2002년인가 싶었다.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지독히도 옛날의 문법인 것이다. <무진기행>에서부터 홍상수로 이어지는 늙은 소년의 성장담. 찌질한 남자의 자기연민.
한때는 영화감독을 꿈꾸었으나 고향 진해로 내려가 버스기사로 일하는 공석우. 버스 운전하고, 동료들과 점심 먹고, 탁구치는 거 구경하고, 퇴근하는 성실하고 밋밋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터미널에서 낡은 mp3 하나를 줍는다. 유실물 보관소 담당 직원 영애는 유실물에 큰 관심이 없다. 잃어버린 첫날에 찾아가지 않으면 결코 주인이 나타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우는 mp3 주인이 찾아왔는지 연신 유실물 보관소를, 영애가 일하는 매표소를 들락거린다. 잡담도 없고 사담도 없이, 오직 '주인이 나타났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영애는 그런 석우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마침 유실물 보관소를 직원 휴게소로 전용하느라 유실물들을 비워야 하는 상황. 석우는 mp3를 고치려고 진해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영애는 그런 석우를 따라다닌다.
석우의 주장은 mp3가 잃어버린 물건이므로 주인이 곧 찾으러 올 것, 영애의 주장은 버린 것이니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식처럼 mp3와 전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상기된다. 아침 7시 라디오를 듣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로 헤어짐을 고한 전 여자친구.
예술하는 사람 중 일부의 바이오리듬은 직장인들과 완전히 다르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엉금엉금 작업하다 밤을 꼴딱 새우고, 또 오후쯤이나 일어나 엉금엉금...의 반복. 아침형 인간이 무조건 훌륭할 수 없고, 올빼미형 인간이 게으르다 말할 수 없다. 다만 성향 차이일 뿐이다.
석우의 전 여자친구는 그렇게 떠났다. 그리고 석우도 영화를 그만둔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전 여자친구는 여전히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영애가 한때는 탁구선수였다는 것. 이러한 사실들은 너무도 가치 없게 지나가버린다.
영애는 발군의 탁구 실력을 보여준다. 석우를 따라다니다 별안간 대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석우도 별안간 복식조로 대회에 나가자고 한다. 영애가 대회에 나가기로 한 건, 중학생 때 아버지를 피해 그만둬버린 탁구에 미련이 남아있는지, 후회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중요한 탁구대회를 석우는 전 여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때문에 망쳐버린다. 물러터진 인간이여.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따위의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영화감독을 그만둘 때도 석우는 그러했으리라 짐작된다. 전 여자친구의 이별선언에 그렇게 중요했던 꿈을 망쳐버렸을지도. 전 여자친구의 말처럼 아침 7시 라디오를 듣는 직업을 선택하고, 전 여자친구가 잃어버린 듯한(원래는 자기 것이었던) mp3를 주워다 동분서주하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눈앞의 탁구대회였는데 말이다.
잃어버린 mp3가 표상하는 석우의 꿈(과 영애의 탁구 살짝), 버린 것이라는 영애의 태도와 잃어버린 것이라는 석우의 태도에서 꿈과 과거에 대한 미련 따위는 가볍게 은유된다.
영화에서 석우는 영화감독 되기에 실패하고 낙향한, 그러나 버스기사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누군가 잃어버려서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mp3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남자다.
전여자친구는 무엇인가. 석우를 자극하는 존재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아를 흔들고 버스기사로 안정적인 삶을 일구는 석우를 흔들어놓고 사라지는 존재. 갑자기 나타난 mp3 같은.
영애는 무엇인가. 갑자기 석우에게 관심을 가지는 자다. 별 맥락도 없이 석우를 졸졸 따라다니고, 같이 탁구를 치자고 하고, 귤을 나눠 먹고, 영애 본인에게 너무나 중요했던 탁구대회를 완전히 조져놓은 석우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는 사람.
마지막으로 어머니까지. 석우를 기다려주는 홈 스위트 홈이자 영화와 관련된 짐을 정리할 때 마지막까지 석우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자.
모든 여자는 석우를 위해 존재한다. 석우를 좌절시키고, 석우를 위로하고, 석우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력자다. 전 여자친구의 사정, 영애의 사정, 석우 부모의 사정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하물며 아버지와의 졸혼을 선언한 어머니마저도 졸혼선언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석우의 잃어버린 사랑과 잃어버린 꿈, 그럼에도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석우를 응원해야 하는 104분이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선택해야만 했던 우리네 남성들의 회한.
버려야 할 건 잃어버린 mp3가 아니라 예술하는 이의 자기연민이다. 영화를 소개하는 "아주 보통의 청춘들의 자화상"이라든가, "다 괜찮아!" 등의 문구와 자기연민을 어떻게 떼어놓을 수 있을까. 물론 긍정은 좋고 청춘도 너무 좋은 말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좋았던 점이라면 각종 매체에서 극화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정말 본토발음으로 구사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나고자란 지역의 말이 매체의 필터를 투과하지 않고 나오는 모습, 꾸며지지 않은 사투리 그 자체를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충 동향인 분들이 영화를 보며 제법 즐거워하시리라 기대된다.
결말은 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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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겨울(When Winter Comes)
감독 : 이상진
출연: 곽민규, 한선화
상영시간: 104분
*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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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 윈도우
시크릿 윈도우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만 50편이 넘는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공포, 호러에 바탕을 둔 장르소설로 분류하지만, 환타지, SF, 추리, 심리, 액션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기 때문에,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를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리타헤이우드와 쇼생크 탈출'처럼, 소설보다 영화가 더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 가운데 성공한 작품을 보면 '캐리', '미저리', '쇼생크 탈출'처럼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 번역 출판산 스티븐 킹의 소설을 거의 다 읽은 독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샤이닝'이고, '샤이닝'과 같은 계열의 심리 스릴러 작품들이 다른 작품들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시크릿 윈도우'도 '샤이닝', '미저리'와 같은 심리 스릴러에 속하며, 주인공의 정신 분열을 영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물론, 중반 이후에는 관객이 이야기의 전개를 눈치 챌 수 있어 드라마틱한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은 '소설을 훔친 남자 Secret Window, Secret Garden'로 중편 소설이며, 소설가 '모튼'을 찾아오는 남자 '슈터'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영화보다는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 크다. 스티븐 킹의 최대 장기인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에 거의 동질화할 정도로 깊게 이입하며, 주인공이 왜 이상하게 변해가는지, 서서히 광기를 띄며 미치광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공감하게 된다.
모튼은 뉴욕주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살고 있다. 그의 집을 청소하고, 식사까지 챙겨주는 마음 좋은 아주머니 - 당연히 임금을 준다 - 가 있고, 그는 노트북 컴퓨터에 워드를 띄워 놓고 소설을 쓰려 하지만, 소설은 쉽게 써지지 않는다. 하루 하루를 빈둥거리며 낮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모튼.
어느 날, 누군가 찾아온다.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키가 크며, 조금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불쑥 원고 다발을 내밀며, 내 소설을 표절한 파렴치한 놈이라고 모튼을 향해 소리지른다. 모튼은 황당하고 불안하다. 자신은 결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한 적이 없다고 맹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남자는 표절한 작품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라고 협박한다.
'슈터' 역을 하는 배우는 '존 터투로'로, 코엔 형제의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오, 형제여, 어디로 가는가'에서도 조지 클루니와 함께 중요한 역을 맡은 '피트'가 존 터투로인데, 코미디 영화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돋보이지만, 이 영화처럼 심리 스릴러 영화에서는 진지하고 무서운 연기를 보여주는 뛰어난 배우다.
주인공 '모튼'을 연기하는 조니 뎁은 '팀 버튼'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고,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에도 나온다. '가위손'으로 이름을 크게 알린 이후, 헐리우드 최고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그가 진지하면서도 분열적 인물을 연기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샤이닝'에서는 잭 토렌스가 '오버룩 호텔'에서 관리인으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극심한 고립감, 호텔에 존재하는 거대한 악령의 영향,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 소설을 쓰지 못하는 초조함 등이 뒤섞이면서 미치광이로 변해가는 과정을 눈부시게 썼다면, 이 작품에서는 외부의 악령이나 미지의 힘에 의한 영향 없이,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아의 분열만으로 변해가는 개인의 정신과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튼이 여름 별장에서 지내는 건, 아내와의 이혼 수속 때문에 별거 중이라 그렇다. 그는 뉴욕에 있는 집을 나와 이곳 여름 별장에서 혼자 지낸다. 아내 에이미는 새로 만난 남자 테드와 살고 있으며, 이혼 수속은 모튼이 도장만 찍으면 끝나는 상황인데, 모튼은 선뜻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튼은 아내의 불륜 현장을 급습해 에이미와 테드가 모텔에서 벌거벗고 있는 장면을 봤다. 에이미는 엄연히 모튼과 결혼한 상태로, 모르는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모튼은 심한 배신감과 분노로 피가 끓었지만,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슈터'라는 남자가 찾아와 자기 소설을 표절했다는 말을 하니, 모튼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슈터'가 타고 온 자동차 번호를 보니 '미시시피주'였다. 남쪽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면 돈이나 뜯어낼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양아치는 아닌 듯 하고, 무엇보다 '슈터'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모튼에게 유리했다. 모튼이 '시크릿 윈도우'를 발표한 시기는 1992년이었고, 슈터가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고 밝힌 창작 연도는 1994년이었으므로, 오히려 슈터가 모튼의 작품을 표절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슈터는 모튼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증거를 가져오라고 다그친다. 그러면서 모튼이 키우던 개를 죽이고, 모튼과 슈터가 대화를 나눌 때 차를 타고 지나가던 마을 주민도 죽였으며, 모튼의 변호사도 살해한다. 그 모든 것이 모튼이 증거를 내놓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심지어 모튼의 아내 에이미까지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면서 에이미가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질러 집이 모두 타버리고, 에이미는 애인 테드와 함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다.
이 와중에 에이미와 테드는 이혼 협상을 위해 변호사와 대동해 모튼을 만나지만, 모튼은 이혼서류에 싸인을 해주지 않고 버틴다. 에이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모튼의 여름 별장으로 달려가 이혼 서류에 싸인하라고 말하는데, 이때 모튼은 사라지고, '슈터'가 나타난다. 모튼의 모습으로.
모튼은 아내의 불륜으로 증오가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소설가였으나 그가 소설을 쓰느라 보내는 시간 동안 아내 에이미는 마치 버림받은 사람처럼 소외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에이미가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된 것도 오로지 에이미의 탓만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모튼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다시 잘 나가는 소설가가 되려고 새로운 작품을 쓰려 하지만, 소설은 마음대로 써지는 것이 아니어서 몹시 초조하고 답답한 심정이다. 여기에 아내의 불륜이 준 충격으로 그의 내면은 이미 분열되고 있었고, 미움, 증오, 초조, 우울한 감정이 뒤엉켜 증폭하면서 그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든다. 그가 바로 '슈터'다.
실제로 '다중인격'과 관련한 사례는 많은데, '싸이빌'에서는 주인공이 열여덟 명의 인격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다중인격자의 특성은 주로 어렸을 때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자아로는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고통을 상쇄하고,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전혀 다른 인격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모튼의 경우, 다중인격으로 보기 어렵다. 그가 만든 '슈터'라는 인물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더러운 일을 맡아서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것이 내면의 분열을 통해 새로운 인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매우 영리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마치 자신이 아닌, 정신분열 상태에서 다른 존재가 나타나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즉, 모튼은 매우 뛰어난 싸이코패스이거나 머리 좋은 살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받으며, 용의자로 분류되지만 '슈터'가 저지른 여러 건의 살인은 결정적으로 증거가 없다.
슈터를 보지 못했다는 이웃 주민과 변호사는 차와 함께 강물에 가라앉았고, 아내 에이미는 집 뒤뜰에 묻혔다. 에이미의 실종은 테드의 증언으로 모튼의 여름 별장으로 갔다는 것이 확실해졌지만,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모튼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체포, 기소를 할 수 없는 것이 경찰의 딜레마인 것이다.
모튼은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광기를 분명 느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는 걸 알았고, 에이미의 배신으로 더욱 확실해졌다. 소설은 써지지 않고, 작가의 명성은 사라졌으며, 미래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변호사는 시간당 2백 달러를 주어야 하고, 이혼하면서 재산도 거의 다 사라졌다. 모튼에게 남은 것은 고통과 증오, 분노 뿐이고, 스스로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극단적으로 행동하는데, 그는 또한 냉정한 계산으로 일종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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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소설 <피터 팬>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 팬은 탄생 1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풋사과 같은 동심의 표상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 그곳을 인도하는 악동 피터 팬의 이미지는 다양하게 각색되고 변주되어 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뮤지컬, 온갖 노래 가사에까지 녹아들었음은 물론이고, 기존의 해석을 뒤집는 시도도 이어졌다. 피터 팬의 대칭적 인물인 후크 선장을 통해 피터 팬을 이해해 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6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웬디>는 웬디의 입장에서 네버랜드와 피터 팬의 세계를 펼쳐낸다.
이야기의 중심에 웬디를 두는 순간 우리는 피터 팬과 네버랜드의 매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사실들을 마주하게 된다. 110년의 세월 동안 인류가 이뤄온 진보의 시선까지 감안하면, 피터 팬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재구성하는 것이 과연 매력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진다. 그래서인지 벤 제틀린 감독은 이야기의 뼈대만 남겨놓고 완전히 해체해,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가장 태고적인 그림들로 피터 팬의 세계를 재조립했다.
*시사회에 참석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내 개봉일은 6월 30일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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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피터 팬>을 읽다 보면 어쩐지 도망치고 싶어 진다. 정확히는 웬디에게 피터 팬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진다. 피터 팬은 웬디를 엄마 역할로 데려왔고, 웬디는 엄마라는 단어와 거의 동의어처럼 묶인다. 그러나 동시에 피터 팬과 웬디 사이에는 서로를 독점하고 싶어 하는 애정도 엿보인다. 그래서 <피터 팬>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측면이 엿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웬디뿐 아니라 팅커 벨, 타이거 릴리까지, 피터 팬을 사랑하고 서로를 질투하며 맴도는 위치에만 놓여 있다. 상대가 원하는 마음을 주는 단계로는 나아가지 않고, 유아처럼 그저 애정을 배부르게 받아먹고만 싶어 한다.
네버랜드에서는 누구도 자라지 않는다는 말만큼은 명확히 지켜지고 있어서, 후크 선장조차도 어린아이 같다. '엄마'가 있는 소년들을 부러워하고, 가장 암울한 순간에 스스로를 3인칭으로 칭하는 것 또한 피터 팬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악행을 행하는 방식은 기묘하게 모범생 아이 같은데, 사립학교 시절 배운 올바른 품행을 기준 삼아 그 역방향으로 달려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망하는 순간까지 피터 팬의 품행을 지켜보고 있는 후크는 대칭을 이루는 또 하나의 피터 팬이자, 피터 팬에게 집착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다.
다시 말해 모든 캐릭터가 피터 팬만을 맹목적으로 향하고 있다. 물론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사가 굴러가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피터 팬>에서는 유독 모든 인물들이 피터 팬의 부수적인 존재로만 기능하는 느낌이다. 특히 웬디는 받아주고 챙겨주며 양육하는 모성의 이미지만을 끊임없이 요구받는다. 피터 팬과 소년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후크 선장과 해적 일당조차 피터 팬 무리를 무찌르고 웬디를 데려와 엄마로 삼고 싶어 한다.
영화 <웬디>는 웬디라는 캐릭터에서 우선 엄마의 이미지를 걷어내어, 웬디가 제 발로 설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이야기는 웬디가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시작한다.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의 품에 안겨 달걀도 같이 깨고 손님맞이도 하면서 자라는 아주 작은 아이. 디즈니 삽화에서 보던, 허리 선을 강조한 드레스나 머리 리본 같은 건 없다. 이 영화 속 웬디는 맑은 색 귀걸이 정도를 제외하면 장식이라곤 하나 걸치지 않은, 잠옷에 가까운 티셔츠 차림이다. 원작에서보다 훨씬 공상적이고, 자기 세상이 뚜렷한 아이가 되어 있다.
웬디에게서 끊어진 단어, 피터 팬과 소년들이 집착하던 ‘엄마’, ‘모성’은 이제 대자연으로 갈음된다. 대자연도 한없이 부드럽고 품어 주기만 하는 공간으로만 묘사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화산을 터뜨리고 물에 뛰어들며 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도 하지만, 화산 폭발이나 거친 파도를 피해 뛰기도 한다. 게다가 네버랜드의 대자연에도 쓰레기는 쌓여 있다.
팅커 벨과 타이거 릴리는 아예 극에서 사라졌다. 피터 팬을 사랑하고 허영심을 부리면서 웬디를 질투해 이야기에 곤경을 더하곤 했던 팅커 벨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메리칸 원주민 전사 캐릭터인 타이거 릴리는 훌륭한 전사라고 묘사되면서도 부여된 역할은 고작 피터 팬 손에 목숨을 구하는 것, 그 후로 피터 팬의 대사 속에서 ‘엄마가 아닌, 의미 있는 누군가’가 되고 싶어 한다고 언급되어 팅커 벨과 웬디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것이 전부였다. 피터 팬을 돋보이기 위한 장식적인 기능만 수행하던 캐릭터들은 과감히 잘라냈다.
뿐만 아니라 네버랜드 한켠에 사는 아메리칸 원주민과 인어들 모두 사라졌다. 후크 선장과 해적들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원작 소설에서는 110년 전이라는 시대의 한계 때문에 원주민과 해적을 설명할 때나 소년들이 영국 이야기를 할 때 기묘하게 제국주의적 냄새가 풍기는데, 이를 걷어낸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피터 팬을 비롯한 몇몇 소년들을 유색인종 캐릭터로 만들었다.
다 뜯어진 신발에 낡은 재킷을 걸친 채로 기차 위에 앉아, 어둠 속에서 눈을 희번덕거리며 웃는 피터 팬의 존재는 단연 새롭다. 풀잎 같은 초록색 옷을 입고 소꿉놀이 같은 생활을 하던 피터 팬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이다. 공통점을 찾자면 진주 같은 젖니가 빛나고 있다는 정도.
이렇게 걷어낼 것을 모두 걷어내고 완전히 새롭게 지어 올린 <웬디> 속 네버랜드와 웬디, 피터 팬은 원작에 비해 다소 야생적인 색깔을 띤다. 네버랜드뿐만이 아니다. 켄싱턴 공원과 반듯하게 정리된 침실 대신 지나가는 기차에 덜컹거릴 만큼 위험해 보이는 웬디의 집, 빛나는 요정 가루 대신 금방이라도 쇳내가 날 것 같은 화물 열차와 바닥에 구멍이 난 조각배로 이동하는 피터 팬은 분명 우리가 알던 피터 팬의 세계에 비해 거칠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성장이라는 주제만 놓고 본다면 원작보다 조준점이 명확하다.
* * *
모든 성장은 반드시 상실을 동반한다. 어린 날 공상으로 지어 올린 세계가 처참히 부서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때론 그조차 잊어가면서 아이는 어른이 된다. <피터 팬> 원작은 이를 격렬히 거부한다. 사실 성장을 거부한다기보다 책임과 의무를 거절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가깝다. 소년들이 웬디의 집에 하나씩 안착해 학교에 다니고, 나는 법을 잊고, 직업을 갖는 동안 피터는 줄곧 아이로 남아 있다. 그리고 웬디의 딸을, 또 그 딸을, 계속해서 네버랜드로 데려간다.
원작의 웬디는 가볍게 날아가는 딸과 피터 팬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나이 들었다는 당연한 사실에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 팅커 벨이 죽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해 웬디를 경악하게 했던 피터 팬은, 결국 아무 감정에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엄마’를 이용한다. 봄맞이 대청소 때마다 웬디가 네버랜드를 방문하겠다는 약속은, 그렇게 무책임하게 승계된다. 결말까지 철저하게 피터 팬만을 위한 방향성이다.
원작과 달리 영화 <웬디>는 성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영화 속 웬디는 피터 팬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의 성장을 주도해 낸다. 대자연 ‘엄마’의 힘을 이끌어 내고, 추억을 뒤져 기쁨을 끄집어내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성장이라는 모험을 긍정하면서. 웬디와 피터 팬은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말을 맞는다.
영화 <웬디> 속 피터 팬과 네버랜드는 안전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지만, 기묘한 위계가 역할을 부여하는 원작과 다르다. 모험으로 가득 차 있을지언정 끝내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안정감이 있던 디즈니 버전과도 다르다. 불안정하지만 변화에 열려 있고, 그래서 현실적이고 현대적이다.
이러한 세계에서라면 우리는 영화 속 웬디와 아이들처럼 자기 세계를 공고히 하고, 그 위에 찾아오는 도전을 받아들이며,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을 성장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한때 아이였던 우리도 여전히 한 뼘씩 마음의 키를 키우며 이 세상을 건너고 있다. 영화는 그런 우리를 직면하고 긍정한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단 한 아이도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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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켓이 가지고 있던 '한(恨)'이 표출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Rabbitgumi 입니다!
오랜만에 리뷰를 업로드 합니다.
지난 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어와 관객들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죠.
다양한 관점의 리뷰도 이미 보셨을 거에요.
저는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로켓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 그가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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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아이, 오후에는 어른, 저녁에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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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을 때까지> 메인 예고편
호화스러운 별장, 다이아몬드 목걸이, 아름다운 장미…
완벽한 결혼기념일을 보낸 엠마와 남편.
다음 날, 사랑하는 남편이 엠마의 눈 앞에서 죽어버린다.
죽은 남편과 단 둘이 별장에 고립된 엠마.
곧이어 정체 모를 괴한까지 들이닥치고
미쳐버릴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 연속 되는데…
미칠 틈도 혼란스러울 틈도 없다!
지금 당장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