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04 11:30:29
1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박스오피스

<베놈: 라스트 댄스>가 개봉 2주 차에도 국내와 북미에서 주말 관객 수 1위를 지켰습니다.
이전 시리즈보다 다소 낮은 오프닝 스코어로 출발해 향후 성적이 주목되었으나,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이 2억 달러(약 4,143억 원)를 돌파하며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130만 명을 돌파하였고, 북미에서는 9,000만 달러의 누적 수익을 거두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는 프랑스에서 650만 달러(약 89억 7,650만 원), 일본에서 380만 달러(약 52억 4,780만 원), 중국과 멕시코에서 각각 7,060만 달러(약 974억 9,860만 원), 1,340만 달러(약 185억 540만 원)의 수익을 거두며 시리즈의 건재함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타 슈퍼히어로 영화들보다 적은 예산인 1억 2,000만 달러 (약 1657억2000만원)로 제작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러한 흥행에도 시리즈 1, 2편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는 <극한직업> 이후, 류승룡, 진선규가 의기투합한 <아마존 활명수>와 <보통의 가족>이 주말 박스오피스 2, 3위를 기록했으나, 각각 누적 관객 수 36만 명, 59만 명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북미에서는 <와일드 로봇>이 다시 2위를 탈환하며 장기 흥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주 2위를 차지했던 <스마일 2>가 3위로 내려왔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아스타모타"
<나이트 레이더스>
- 개봉: 2022.03.03.
-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SF
- 국가: 캐나다, 뉴질랜드
- 러닝타임: 101분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관람 후에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033년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길러질 수 없게 되었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명분은 있었다. 그러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
독재 국가를 피해 10년이나 딸 와시즈를 빼앗기지 않고 키워온 나스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친 와시즈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치료를 위해 결국 아이를 그들에게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다. 그곳은 아이를 로봇과 같이 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와시즈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다. 드라큘라와 늑대인간의 차이점이 궁금하고, 당장 배고프지만 새소리가 더 궁금한 그런 아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이 많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게 만드는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가. 그렇게 주입받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구출되는 것을 우연하게 본 나스카는 그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구원자로 추대받는다. 그냥 예언이 있었고, 북쪽에서 온 이방인이 구원자라는 그런 말에 구원자가 되었다. 구출된 아이들을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 그게 나스카의 역할이라고 했다. 드론들이 사람을 감시하는 그런 시대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그 땅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은 실질적인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실제로 제작자 타이카 와이티티는 마오리족의 혈통을 이어받았기도 했고 토착민의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이 실질적인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느낀 것은 시덥잖은 농담을 하던 아저씨가 악기를 들고 그들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하면서부터였다. 아, 이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싶은 것이로구나. 이것은 그냥 '구원자'가 나타나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로구나 하고 말이다.
부족의 사람들은 함께 아이를 키우고, 노래를 부르고, 밥을 먹는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고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게 해 준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그 말처럼 모두 최선을 다 한다. 전투 등 다른 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행복한 가는 본인 스스로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빼앗겼다는 기분, 와시즈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새를 부르는 소리 "아스타모타"
실제로 있는 토착민의 언어인지 궁금하긴 했다. 알아낼 길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구원자는 와시즈였다. 거대한 모기소리는 드론의 소리였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은 뻔한 서사여서 "와!"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어쨌든 기계도 자연 만물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디스토피아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편이다. 이렇게 가까운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는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특히 기계와 관련된 것은 '로봇'에 국한되었었는데 드론을 가져온 것 또한 신선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영화에게 드론이 대규모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스파이더맨:파프롬홈> 정도이지 않았나 싶으면서 '아 와시즈 한 명 있었으면 미스테리오 따위'라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엇 딴 길로 빠졌다...
밤의 습격자는 전쟁을 일삼는 그들이었는지, 그들이 공식적으로 소유하게 된 아이들을 되찾아간 토착민들이었는지, 토착민들의 얼마 남지 않은 숲마저 빼앗으려던 또 그들이었는지 알 길은 없다. 어쩌면 드론을 싸그리 제 편으로 만들어버린 와시즈가 구원자가 아닌 습격자였을지도 모른다.
알게 뭐람.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당분간 숲은 파괴되지 않을 수 있고, 의외로 샤머니즘은 먹히고 토착민들의 음악은 매우 좋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니 자리를 더 떠날 수 없었다. 마음까지 울리는 소리였다. 땅을 빼앗기고, 나무와 동물을 빼앗기고, 사람마저 빼앗겼던 그 사람들의 마음이 한 껏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주인공다운 목소리였다.
진짜 전쟁이 일어난 이 시점. 이런 영화들은 '그냥 영화'로 보기 어렵다. 우리는 겪었고,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토착민들의 목소리를 과거부터 있어왔고 이어지고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사실 "아스타모타"는 "알이즈웰"과 같은 말은 아닐까?
-
- 최후의 돈키호테, 귀도
이 글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긴 한데 워낙 유명한 영화가 재개봉한 거니까 스포일러라고 하지 맙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귀도(로베르토 베니니)를 향한 나의 감정은, 영화를 볼 때마다 변해간다. 사실은 '변해간다.'라는 말보다는 더해진다.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그의 인생은 남루하다거나 볼품없다는 말 외에는 수식할 말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달걀 몇 알 만으로도 적을 만들기 딱 쉬운 성향을 가졌기에 오늘만 살겠구나라는 한심함도 그 위에 한 겹. 그걸 돈과 시간을 들여 지켜만 봐야 하는 내가 느끼는 아슬아슬한 위기감도 한 겹. 항상 실없고, 때로는 사기꾼처럼 보였으며 임기응변이라 부르기엔 하찮아 보이는 잔기술에서 오는 어이없음도 한 꼬집.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쌓아 올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를 향한 내 마음은 항상 연민과 쓰라림, 안타까움을 합친 그 무언가로 가득 차서 한동안 영화관 의자에 깊게 파묻힌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압도되곤 한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분명 아들인 조슈에(조르지오 칸타리니)에게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풍자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아비인 자신은 겪어 나가야만 한다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늘 나를 울린다. 이 거대한 연극이 사실은 아들만을 위한 것임이 아닌, 자신 또한 인생을 살면서 겪어와야 했지만 외면할 수 없어 다른 것으로 치환해야만 버틸 수 있을 만큼 절실했을 삶을 향한 그의 태도에 언제나 난 패배한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속속들이 다 보여주지 않는, 그가 겪고 있는 아픔들을 보는 나의 마음마저도 핏기를 잃는다. 목숨의 연명이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처절함을 한낱 수수께끼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무심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단 한마디의 불평도, 불만도 소리 내지 않는 의연함에 어쩐 일인지 힘이 빠진다.
분명 귀도라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돌을 던졌을 때 마치 오백 마리 쯤의 개구리가 튀어 다니는 것 마냥 파닥파닥 거리는 자잘하고 얕은 파문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거늘. 어쩐 일인지 내가 던진 돌은 한참이나 군소리 없이 떨어진 후에야 툭. 하고 이미 누군가 너무도 많이 던져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자리 잡은 다른 수많은 돌들 사이에 파묻혀 버린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그제야. 아니 또 한 번 귀도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작품의 제목부터 그의 인생에 이르기까지 거짓말로 점철된 채 변명만 하는 삶이 아닌. 인생의 무게에서 도망치느라 수세에 몰린 궁지속의 삶을 사는 것 마저도 아닌. 겁도 없이 탱크에게 몇 번이고 달려들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돈키호테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또 눈물짓고 반성하며 그에게 용서를 빈다.
그는 또 언제든 내게 다가와서,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눈 한번 질끈 감고 맞서봐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마치 최후의 돈키호테인 마냥 돌진할 것이다. 알고 보니 진실과 진심으로 가득 찬 그의 인생이 실제로도 아름다웠음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서.
[이 글의 TMI]
1. 이젠 귀도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서 배가 고플 지경이었음.
2. 상 받을 때 모습 마저도 귀도 그 자체였던 감독님.ㅠㅠ
3. 델리만쥬 들고 영화관 오지 말랬지!! 하나 주던가!!
#인생은아름다워 #로베르토베니니 #니콜레타브라스키 #조르지오칸타리니 #귀스티노두라노 #이탈리아영화 #코미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
- 쓰리 몽키스
쓰리 몽키스
'윈터 슬립'을 보고 이 감독이 누구인지,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지 찾아보았다. 누리 빌제 세일란. 터키 영화감독이다. '윈터 슬립'은 따로 리뷰를 쓰기도 했지만, 마치 영화로 보는 또스또예프스키라고 할 정도로,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음에도 긴장감이 대단했던 영화다. 그것은 오로지 대화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철학적이면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공방이었는데, 이 영화 '쓰리 몽키스'에서도 감독의 철학적 고뇌를 읽을 수 있다.
부유한 기업가이자 정치가를 꿈꾸는 세르빗은 어느 날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죽인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세르빗은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되므로, 자신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이윱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안는 대신, 감옥에서 나오면 한몫을 주겠다고 회유한다. 가난한 이윱은 아내와 아들을 위해 세르빗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대신 감옥에 간다.
이윱의 아들 이스마일은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어한다. 차를 사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엄마 하레스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세르빗이 아버지에게 줄 돈을 미리 받을 수 없느냐고 묻는다. 하레스는 세르빗을 찾아가고 그와 불륜을 맺는다.
감옥에서 나온 이윱은 약속대로 세르빗에게 큰 돈을 받는다. 세르빗은 지방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개의치 않는다. 이윱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사이, 세르빗이 살해당하고, 아내 하레스와 세르빗이 간통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챈다.
하레스는 왜 세르빗을 일부러 찾아갔을까. 전화로만 요구하고 아들 이스마일이 돈을 받아와도 충분한 일이었고, 이슬람 사회에서 - 비교적 자유로운 터키라 해도 - 여성이 일부러 찾아가 만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닌 다음에는 얼굴을 맞대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아는데, 하레스는 세르빗을 만나고, 쉽게 육체관계를 맺는다. 이건 하레스가 의도하지 않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뒤로도 세르빗이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않고 단절하자고 했을 때, 하레스는 세르빗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하레스는 지금의 삶 - 이윱과 아들 이스마일과의 삶 - 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는 지금의 궁핍하고 답답한 삶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있다. 그것을 드러낼 수 없는 사회적 억압을 느끼고 있으며, 이슬람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삶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그런 구조적 억압 아래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하지만, 그와 함께 개인이 갖는 순수한 욕망 또한 언급해야 한다.
어느 사회나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갖고 자신이 놓여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태도이기도 한데, 문제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욕망의 크기만 큰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의 역겨움이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 고고한 지식인 흉내를 낸다던가,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사치를 흉내 내는 것은 스스로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짓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하레스도 그런 도착적 욕망의 하수구에 빠진 여성으로 보인다. 하레스가 단순히 '육체적 욕망'만을 충족하기 위해 세르빗을 유혹했다고 보진 않는다. 세르빗은 성공한 사업가이고, 정치가이며 하레스가 보기에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성이다. 반면 이윱은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남편이다.
반면, 하레스는 비록 가난한 남편과 살지만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다. 젊었을 때부터 미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하레스는 그러나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자기처럼 미인이라면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하레스를 괴롭게 하는 원인이다.
아내 하레스가 자기를 감옥에 가라고 한 세르빗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윱은 내색하지 않는다. 아니, 갈등한다.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세르빗이 살해당한다. 누가 세르빗을 죽였을까. 세르빗의 차를 운전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으면서, 이윱은 경찰이 알려준 강력한 단서를 듣게 된다.
집안은 무겁게 가라앉은 침묵이 흐르고, 이스마일은 자기가 세르빗을 살해했다고 엄마 하레스에게 고백한다. 한밤중, 잠에서 깬 이윱은 옥상에서 아내가 자살하려는 모습을 보지만 그것을 숨어서 지켜보기만 한다. 아니, 그것은 이윱의 환상이거나 상상이다. 하레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것이다. 아니, 이윱은 그런 자기의 바람을 아내 하레스에게 직접 말한다. '가서 잠이나 자, 아니면 뛰어내리던지.' 이렇게 말하지만, 그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다. '바보처럼 굴지 마, 거기서 내려 와.' 이윱은 하레스를 용서한다.
이윱도 아들이 세르빗을 살해했다는 말을 듣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깊은 밤, 인적이 끊긴 골목, 밝은 전등 아래 홀로 서성이는 이윱의 그림자가 짙다. 그는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하고, 오래 망설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청년 바이람을 찾아간다. 찻집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있는 바이람은 돈을 벌어 찻집을 열고 싶어한다. 이윱은 감옥에 갔다오면 한몫 챙겨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윱은 옥상에 올라 먹구름 사이로 치는 번개와 천둥소리를 들으며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굳은 결심을 할 때 이슬람 사원을 찾는다. 이스마일이 세르빗을 살해하기 전, 이슬람 사원을 찾아 깊이 생각하고, 이윱이 바이람을 찾아가기 전, 역시 사원에 들러 오래 생각한다. 두 사람은 모두 알라신의 뜻을 알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가 그들 자신의 의지로 결행되는 사건이다.
사건의 흐름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여지지만, 이 가족에게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 존재가 있다. 고통스러워 하는 이윱의 등 뒤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어린 아이. 불과 서너 살에 세상을 뜬 이스마일의 형이자 장남이다. 이름도 나오지 않는 그 어린아이의 존재는 이 세 명의 식구를 붙들고 있는 강력한 원심력이기도 하다.
세 명 가운데 적어도 이윱은 어릴 때 죽은 아이를 내내 마음에 묻고 살아왔던 것을 알 수 있다. 그것 자체가 이미 커다란 비극이지만, 이윱은 어디에서 비극이 시작되었는지 어렴풋하게 느낀다. 아내 하레스의 불륜도, 아들 이스마일의 범죄도 모두 자기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의 앞날이 저 마르마라해, 에게해에 드리운 먹구름과 천둥, 번개처럼 무겁고 두려운 것이라는 걸 이윱은 잘 알지만, 그 앞에서 오로지 침묵하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견뎌내는 것임을, 오로지 침묵으로.
-
- [SWIFF 데일리] 깨어있든지, 다음이 되든지
데카메론(Decameron, 2021)
감독 : 쉬야수
상영시간 : 108분
시놉시스 : "역사는 단지 날짜의 문제가 아니다." 1997년 영국이 홍콩 행정부를 중국에 반환하기 직전, 크리스 패튼은 홍콩의 영국 총독으로서 마지막 연설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크리스 패튼의 연설을 포함한 역사적 자료들을 픽션과 결합한다.(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나는 한 번도 홍콩에 가본 적 없지만 홍콩을 좋아한다. 홍콩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제니쿠키와 몇 편의 홍콩영화만을 좋아할 뿐이다. 어릴 때 엄마가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되는 <홍콩 아가씨>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다. 내가 좋아했던 홍콩은 예술가들에 의해 잘 만져진 홍콩이고, 나는 홍콩을 모른다.
홍콩은 1841년 아편전쟁을 겪고, 1842년 난징조약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다. 근현대사에서 뭔가 구린내가 난다 싶으면 영국이 끼어 있다. 아무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도 영국은 홍콩을 계속 식민지로 둔다. 중국 본토에는 사회주의 체제인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졌지만 홍콩만큼은 세계사의 흐름대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취한다. 그리고 중국의 부호들과 돈 좀 벌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홍콩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첨밀밀>의 이요와 소군처럼.
왕가위 감독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그가 사랑하는 홍콩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1997년,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편입되었다. 덩샤오핑은 일국양제로 홍콩의 민주자본주의를 50년간 유지하기로 했으나,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보고 들은 바와 같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우산을 들고 최루탄에 맞섰다. '우산혁명'이라 불리는 2014년 홍콩 민주화운동이다. 5년 뒤인 2019년에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맞서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우산혁명 당시에는 평화적 시위를 이어나갔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평화시위는 힘이 없었다. 1996년생인 조슈아 웡은 대한민국에도 홍콩과 뜻을 같이할 것을 호소했다.
영화는 영국령 홍콩의 마지막 총리 크리스 패튼이 연설하는 장면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교차편집하여 보여준다. 총리는 말한다. "역사는 단지 날짜의 문제가 아니"라고. 대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데카메론>은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쓴 소설의 제목이다. 흑사병이 돌고있는 도시를 떠나 교외의 별장에 머무는 귀족들이 떠드는 이야기.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굳이 '데카메론'이라는 제목을 차용했다. 21세기의 흑사병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겠다.
영화에는 홍콩 역사의 이모저모가 담겨있다. 100년 전인 1922년 홍콩 선원 파업 사건과 코로나 이후 홍콩 예술인들의 노조 설립을 병치하고, 1966년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유일한 운송수단이었던 스타페리호의 가격인상이 도화선이 되어 발생했던 1967년 폭동과 2019년 혁명,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광복홍콩 시대혁명'까지 영화는 홍콩의 큼직큼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훑어간다.
그 가운데, 코로나로 봉쇄된 도시에서 주부들이 화상회의로 만난다. 주부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로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자 엄마들이 난감해졌다. 거시적으로도 난리가 났지만 미시적으로도 케파가 딸리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밖에서는 검은 옷만 입어도 전경에게 취조를 받아야 하고, 안에서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가족을 돌보거나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들 때문에 조마조마해야 하는 삶.
아무튼 <데카메론>은 홍콩의 과거와 현재다. 홍콩영화 특유의 찬란한 네온사인도, 화려한 액션도 없는, 홍콩 그 자체다.
'홍콩을 정말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제작했다는 엔딩 크레딧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공권력에 의해 살해되거나 실종된 수많은 홍콩사람들을 기억하는 일, 억울한 죽음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이는 일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마음 그 자체다.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기록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에서 교차편집하여 보여주었듯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홍콩 시위대가 남긴 "깨어있든지, 다음이 되든지(Be aware, or Be next)"라는 문구를 목격한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에도 민주화운동이 있었고, 기록하는 사람들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곧 행안부 소속 경찰국이 신설될 예정이다. 어쩌면 다음은 우리일지도 모르겠다.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 스케줄
2022년 8월 27일 17:30~19:18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2022년 8월 31일 16:00~17:48 /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
- 무간도 / 無間道
무간도 / 無間道
/ 스포주의 /
.
.
/ 줄거리 /
경찰이지만 삼합회에 언더커버로 들어가 있는 진영인(양조위).
그리고 삼합회지만 경찰에 들어가 있는 유건명(유덕화).
마약을 밀거래 하는 삼합회를 잡기위해 진영인과 국장은 몰래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진영인이 정보를 알려줄때마다
삼합회가 알고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는 것을 보고
국장은 경찰내부에 첩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일한 이유로 삼합회 내에 첩자가 있음을 알게되는 삼합회 보스.
이 일을 계기로 경찰과 삼합회 모두 내부 첩자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를 미행한다.
.
.
.
/ 감상 /
난 원래 느와르영화 별로 안좋아했는데..
내가 안좋아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제대로 된 느와르를 보지 않았기 때문..
이 영화는 찐이다.
신세계, 디파티드 등 많은 영화들이 무간도에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지만
이만큼의 느낌을 따라오지 못했다.
우리는 흔히 느와르 영화라고 하면 잔인하고 어둡고 욕하고 공격적인 영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걸수도..)
진짜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가 엄청 어둡지도 않고, 욕도 많이 안하고, 잔인하지도 않은데
엄청 긴장된다.
진짜 포스터에 적힌대로 가장 완벽한 느와르영화다.
.
.
.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씬
1. 봉투에 적힌 '표'자를 알아본 진영인
2. 마지막 엘레베이터 씬
내가 여태껏 가장 최고라고 생각했던 엘레베이터 죽음씬은
올드보이의 유지태 엘레베이터 씬인데,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가장 인상깊은 엘레베이터 죽음씬은 무간도의 마지막씬이다.
.
.
.
아쉬운점
이런 명작에 내가 뭐라고 아쉬운점이네 아니네 라고 하기 좀 뭐하지만..
보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1. 갑자기 '읭?' 스러운 감동의 물결, 로맨스 연출..
아니 갑자기 이렇게 추억을 회상하고 갑자기 이런 노래가 나온다고??
갑자기 로맨스를 한다고?? 갑자기??
-> 근데 이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매력일수도.. 그리고 뭐 엄청 방해스러운 연출도 아님. 개연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좀 읭 스럽긴 했다.
2. 기승전결이 뭔가 기 승 전... 결!!!!!!! 이런 느낌.
'기'부분은 아주 후다닥 지나가서 전혀 지루하지 않음.
'승'부분도 나름 쫄깃함
근데 '전'부분이 약간 힘이 빠진다.. 뭔가 맥아리가 없어진다..
(이 부분에서 '읭?'스러운 부분들이 등장하기 때문일수도..)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결' 부분으로 치닫더니 끝부분에서 소름이 돋는다.
.
.
.
인상깊은 부분
일단 양조위, 유덕화 모두 연기를 개잘한다. 진짜.
특히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유덕화의 매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유건명 캐릭터가 정말 소름돋는 캐릭터인것 같다.
진짜 독한인간이다.
그리고,,, 진영인은 그냥 너무 불쌍했다..
.
.
" 자신이 만든 무간도에 갇혀버린 유건명"
YELM
* 본 콘텐츠는 블로거 YELM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꽃다발같은사랑을했다_리뷰
스다마사키가 나오는 로맨스물이라고 해서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리뷰 작성함~~평범한 대학생 키누와 무기는 각자의 일상을 보내던 중 막차시간을 놓치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만나게 됨. 둘은 어느 식당에 들어가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한 취향에 놀라게되고 점점 썸을 타기 시작함. 영화에서는 이 썸 단계가 진짜 설레게 그려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대사가 있음. 키누가 무기집에 처음 갔다가 집에 와서 "아무 말도 하지 마, 내 감정을 덮지 마 아직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야"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사실 누구나 한번쯤 왠지 썸탈 것만 같은, 뭔가가 시작될 것만 같은 그런 설렘이 있잖아, 그 설렘을 영화에서 그 과정을 잘 보여줬는데 이런 대사까지 딱 쳐주니 뭔가 나까지 그 여운에 남은 느낌이라 좋아하는 대사임. 여튼 그렇게 몇번의 만남을 계속 가지다가 결국 사귀게 됨. 그렇게 어느 커플들과 다를 것 없이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감. 하지만 둘이 취업을 하게되면서 관계가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서로의 가치관 차이가 들어남. 꿈을 좇는 키누와 반대로 현실을 좇는 무기... 이런 다름이 나중에는 잦은 다툼으로 이어지고, 더이상의 얘기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고 결국 5년간의 연애를 끝으로 헤어지게 됨.
나의 평 :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함. 그렇다보니 내가 다 연애하고 내가 다 헤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영화임. 키누와 무기의 사랑과 영화의 따뜻한 색감이 더해져 더 설렜고 만남과 헤어짐까지의 과정을 영화에서 잘 표현해내서 마음고생을 좀 함. 그리고 영화를 다 본 뒤, 저런 이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너무 잘 맞았기에 서로 더는 바랄 것도 더 부족한 것도 없으니 저런 이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음. 다만 아쉬웠던게 있다면 주인공 두명의 취향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음. 오랜만에 괜찮은 일본 영화 발견한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음. 리뷰 끝.
에디터 - 고삼조
에디터:고삼_조
-
- 노바디 리뷰 - 영화 노바디의 4가지 감상 포인트
-
00:00 시작에 앞서...
01:21 1. 액션
03:10 2. 사운드 트랙
04:48 3. B급 유머코드
06:03 4. 떡밥 회수
.
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다. 참으려고 했다.
이제 나 건드리면 X된다!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한 가정의 가장 ‘허치’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고,
결국 그동안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
- 영화 속 좀비와 #살아있다 가 의미하는 것
영화 살아있다가 개봉했습니다.
저는 시사회를 통해 그럭저럭 봤던지라,
개봉 이후 관람객 평이 생각보다도 더 좋지 않아 조금 놀랐는데요.
이 콘텐츠는 영화 살아있다를 '이렇게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만들게 됐습니다.
오늘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살아있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살아있다 #유아인 #박신혜
-
-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2> 티저 예고편
2024년 서울, 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 9월 27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30초 예고편
1995년 작가를 꿈꾸는 조안나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 에이전시에
CEO 마가렛의 조수로 입사한다.
출근 첫날,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 샐린저의
팬레터에 기계적으로 응대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조안나는 그들에게 진심 어린 답장을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