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6-12 12:46:57
최후의 돈키호테, 귀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리뷰
이 글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긴 한데 워낙 유명한 영화가 재개봉한 거니까 스포일러라고 하지 맙시다(?).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를 향한 나의 감정은, 영화를 볼 때마다 변해간다. 사실은 '변해간다.'라는 말보다는 더해진다.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그의 인생은 남루하다거나 볼품없다는 말 외에는 수식할 말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달걀 몇 알 만으로도 적을 만들기 딱 쉬운 성향을 가졌기에 오늘만 살겠구나라는 한심함도 그 위에 한 겹. 그걸 돈과 시간을 들여 지켜만 봐야 하는 내가 느끼는 아슬아슬한 위기감도 한 겹. 항상 실없고, 때로는 사기꾼처럼 보였으며 임기응변이라 부르기엔 하찮아 보이는 잔기술에서 오는 어이없음도 한 꼬집.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쌓아 올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를 향한 내 마음은 항상 연민과 쓰라림, 안타까움을 합친 그 무언가로 가득 차서 한동안 영화관 의자에 깊게 파묻힌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압도되곤 한다.
분명 아들인 조슈에(조르지오 칸타리니)에게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풍자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아비인 자신은 겪어 나가야만 한다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늘 나를 울린다. 이 거대한 연극이 사실은 아들만을 위한 것임이 아닌, 자신 또한 인생을 살면서 겪어와야 했지만 외면할 수 없어 다른 것으로 치환해야만 버틸 수 있을 만큼 절실했을 삶을 향한 그의 태도에 언제나 난 패배한다.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속속들이 다 보여주지 않는, 그가 겪고 있는 아픔들을 보는 나의 마음마저도 핏기를 잃는다. 목숨의 연명이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처절함을 한낱 수수께끼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무심함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단 한마디의 불평도, 불만도 소리 내지 않는 의연함에 어쩐 일인지 힘이 빠진다.
분명 귀도라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돌을 던졌을 때 마치 오백 마리 쯤의 개구리가 튀어 다니는 것 마냥 파닥파닥 거리는 자잘하고 얕은 파문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거늘. 어쩐 일인지 내가 던진 돌은 한참이나 군소리 없이 떨어진 후에야 툭. 하고 이미 누군가 너무도 많이 던져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자리 잡은 다른 수많은 돌들 사이에 파묻혀 버린다.
그제야. 아니 또 한 번 귀도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작품의 제목부터 그의 인생에 이르기까지 거짓말로 점철된 채 변명만 하는 삶이 아닌. 인생의 무게에서 도망치느라 수세에 몰린 궁지속의 삶을 사는 것 마저도 아닌. 겁도 없이 탱크에게 몇 번이고 달려들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 돈키호테의 삶을 바라보며 나는 또 눈물짓고 반성하며 그에게 용서를 빈다.
그는 또 언제든 내게 다가와서,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눈 한번 질끈 감고 맞서봐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마치 최후의 돈키호테인 마냥 돌진할 것이다. 알고 보니 진실과 진심으로 가득 찬 그의 인생이 실제로도 아름다웠음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 능글맞은 얼굴을 하고서.
[이 글의 TMI]
1. 이젠 귀도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서 배가 고플 지경이었음.
2. 상 받을 때 모습 마저도 귀도 그 자체였던 감독님.ㅠㅠ
3. 델리만쥬 들고 영화관 오지 말랬지!! 하나 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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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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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믹의 지름길> (2010)
왜 제목이 '믹의 지름길'인가 하면 우리가 여태껏 믹의 지름길을 따라왔는데 과연 그것이 맞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려고 한 것 같다. 믹은 비호감이지만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랬던 사람이 결말 즈음에는 에밀리 부부에게 결정권을 돌린다. 역사는 이래 왔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에게 턴이 주어진다.
러닝타임이 1시간 44분인 영화인데, 오,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황야에서 세 마차가 걷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을 수 없어지는 것은 마차 바퀴의 끼익 끼익 하는 소리다. 처음에는 말들의 신음 소리인 줄 알았다. 물과 식량이 바닥나고 사람들은 황무지에서 말을 아낀다. 그저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 시간들 속에서 세 그룹은 동물들의 부담을 줄이려 자신들은 옆에서 걷는다. 믹은 시종일관 자기 말 한 필 위에 앉아서 이동한다. 그 모습이 얄밉다. 믹 외의 남자들은 동물들을 끌고, 여자들은 몇 걸음 떨어져서 걷는 형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걷는 여자들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여자들이 불만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도 생각했다. 젊은 부부 중 아내인 밀리는 히스테리를 터트린다. 여기서 히스테리란 가부장에게 자기 존재를 의지하고 맡긴 채 자신은 사태에 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겨 혼란스러움이 폭발하는 것이다. 믹은 여자들과 대화할 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여자들은 카오스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파괴로부터 왔죠.'
영화 속 여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식구가 정착할 만한 '기회의 땅'을 찾는 것이다. 식수를 찾고, 금을 찾고,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야만적인 인디언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엔 그런 남자를 믿는다. 에밀리는 남편에게 자기가 믿는 것은 당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만히 걷는 와중에 생포된 인디언이 눈에 들어온다. 에밀리는 인디언에게 저녁식사를 나눠준다. 그에게 식수를 준다. 이 두 단계에서 두 사람의 소통은 분명히 발전한다. 처음에는 거칠고 퉁명스러워 보이게 접시를 내려놓았던 인디언이 두 번째에서는 부드럽게 그릇을 내려놓는 것이다. 에밀리는 돌에 벽화를 그리는 그의 신발을 바느질로 고쳐준다. 그녀는 그렇게 하면서 믹의 비아냥과 밀리의 우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에밀리는 '빚지기 싫다'고 말했지만 정말 인디언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그런 의도 때문이었을까? 에밀리는 같은 인간에게 마땅히 해야 하는 인륜, 천륜적인 마음을 자신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익숙한 자본주의의 틀 대로 자기 마음을 읽어낸 결과가 '빚지기 싫다'이다. 그녀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해석할 언어 틀이 부족했던 것이다.
<믹의 지름길>에서는 <퍼스트 카우>가 선명하게 보인다. (북미 개봉 순서대로 하면 반대겠다) 땅과 바다에 주인이 없고, 자기가 자기 살 길을 모색해야 했던 19세기 서부개척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공유한다. 나는 그 시대를 여태껏 봐 왔던 서부극의 신나고 열정적인 황야의 모험으로 상상했었다. 하지만 라이카트는 말이 없고 막막한 끊임없는 걷기로 개척 시대를 나타낸다. 두 영화는 모두 우정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질서가 없고 삶과 죽음이 손바닥 뒤집듯 되는 시대에서 서로를 믿고 피어나는 그런 우정 말이다. (에밀리의 라탄 바구니를 들고, 그 안의 돋보기를 유심하게 보는 인디언)
세 마차 중 한 그룹은 특히 독실하여, 쉬는 시간에 그들은 성경을 읽고 찬송을 왼다. 어린 지미가 있고 글로리는 임신한 상태다. 물을 거부하던 남편 윌리엄은 걷다가 쓰러진다. 이 상황에서 인디언은 윌리엄의 주변에 모래를 뿌린 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세 구의 마차를 옮길 때 가만히 지켜만 보던 상황과 완전히 대조된다. 윌리엄이 쓰러졌을 때 인디언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그의 노래는 영화 속 인물들과 영화 밖 관객들 모두에게 커다란 파문을 몰고 온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생이란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느낌을 가져오는 것이다. 힘들게 전진하다 누군가 쓰러지면 그와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느낌 말이다.
믹이 인디언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 그 총구가 화면을 향하므로 관객은 마치 우리에게 총이 겨누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믹에게 에밀리가 총을 겨누어 만들어지는 삼각 구도를 보며 왠지 눈물이 났다.
라이카트는 섬세하게도 처음에는 인디언을 밧줄로 감아 줄에 매인 채로 이동하게 하지만, 하룻밤이 지나고 나서는 그를 줄에서 풀어낸다. 그를 묶어봤자... 물을 발견하기가 더욱 늦어질 뿐이다. 우리는 결국 같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다. 끊나지 않을 것 같은 황야라는 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 물을 찾아내야 하는 운명공동체다.
미래를 아는 관객은 우리 주인공들이 물이 있는 지역, 혹은 인디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인디언 마을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과거의 폭력은 행해졌다. 황야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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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 The Suicide Squad, 2021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실패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의 평가에 대한 것이고, 상업적으로는 이상하게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영화가 거둬들인 총 수익 $746,846,894는 "DCEU"로는 4번째로 가는 수익이며, 특히 연말 할로윈은 모두 "할리 퀸"으로 가득 채우게 만들었죠. (여기에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하며 "슈퍼히어로"장르로는 '첫 아카데미 수상'도 챙겼습니다)
곧바로 속편을 만드는 것이 맞지만, 해당 영화의 각본 작업이 6주만에 끝냈을 만큼 "워너의 개입"에 이미지가 개판이라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게 되었습니다.갑작스러운 "제임스 건"의 선임에 많은 팬들은 놀랬습니다.
그가 경쟁사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인물이자 차후 "조스 웨던"을 이어받아 <어벤져스 3·4편>의 감독으로 거론될 만큼 능력은 크게 인정받았지만, 이런 그는 "디즈니"로부터 막 해고를 당했거든요.
그 이유에는 과거 그가 불미스러운 트윗(아동 관련) 때문이기에 "워너"의 선택은 마치, "독이 든 성배"로 보였거든요. (이후 "디즈니"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감독으로 재선임했지만...)
그렇기에 많은 팬들은 욕을 하면서도, 그가 맡을 "DCEU"의 영화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리고 선택받은 영화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앞에서 언급한 영화들이 "협업 무비"인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인데요.
'과연, 기대에 충족시켰는지?' -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영화는 알다시피, 악당들만 재소 되어있는 감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곳의 국장 "아만다 윌러"는 수감자 가운데 "로버트 뒤보아", 일명 "블러드 스포트"를 필두로 또 다른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조직합니다.
그렇게, 이들은 자신의 형량을 거래하고 임무를 받게 되지만 적들의 거센 반항에 하나둘씩 쓰러지는데...기대만큼 보여줄까?
1. 딱하지만 어떡하겠니...
먼저,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관객들에게 책정한 132분의 분량은 아무리 보아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개, 영화들이 120분 만에 '기승전결'을 완성시키는 것을 생각하면 힘을 빼고 본다는 건 사실 마음에도 없는 소리이죠.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 많은 분량은 마음 한 편으로 안정감을 주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영화의 제목 "스쿼드(squad)"가 "팀"이라는 의미로 통하니 이에 소속된 개인들의 소개만으로도 꽉 찰 테니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영화에서는 "정리"를 잘해야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습니다.말도 못 하게 보내주마!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표방한 영화이니 "정리"와 같은 통제는 어불성설로 받아들여지겠지만, 그의 전작 <가디언즈 오브 갤력시>시리즈도 이런 과정으로 아직도 기억되는 협업 영화인만큼 이는 이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게도 필요한데요.
이에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단어에 걸맞은 화끈한 처리 방식을 보여줍니다.
바로, 죽이는 것이죠. - 새로운 캐릭터들의 퇴장은 분량으로 그렇다 쳐도 "할리"를 포함해 "캡틴 부메랑"과 "릭 플래그"와 같이 전작에서 이어진 캐릭터들은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이런 편리함을 생각하면, 살려서 이번 이야기에 쓰면 되겠지만 영화는 "전관예우"는 모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에게도 공평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더군요.2. 시리즈가 아님라고 부정하지만...
이에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할리 퀸"이 잘 나간다고 해서 분량을 더 주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등하게 배분해 각자의 매력을 이끌어내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선택만 된다면 관객들에게 이름을 남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선택된 캐릭터들로 보여주는 이야기는 자신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오브"를 두고서 서로의 동상이몽을 보여주다가 "동료"를 넘어서 "가족"이 되어갔던 것처럼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형량 감소'의 차이만을 보여줄 뿐 신나는 사운드트랙까지 모든 것이 똑같아 이를 지우기는 어렵습니다.똑같이만 만들었어도 좋았을지도?
그렇다면,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관객들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기성품의 맛을 기대해봐도 좋겠지만 이는 또 완벽하게 빗나갑니다.
이런 이유에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부족한 설명으로 쌓아올린 반전의 불균형으로 보입니다.
전작과 차이를 두려 하지만, 결국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16년에 나왔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이야기를 연결시킵니다.
극 중 "할리"와 "캡틴 부메랑", 그리고 "릭 플래그"가 서로를 알듯이 전작을 애써 부정하지는 않습니다.3. 이 익숙한 내음은?
결국, "시리즈"라는 말은 해당 작품을 보는데 이전 작품들을 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기는 것인데요.
이런 점에서 극 중 "릭 플래그"가 추후 "피스메이커"와의 대립에서 '비밀을 숨기느냐에 공개하느냐?'의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기서 "플래그"의 대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이젠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전작에서 "플래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인챈트리스)때문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들어갔던 일이 오늘날의 대사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것이죠.결국, 그 영화를 보고 오라는 거군요...
그렇게, "플래그"는 전작으로 설명을 미뤘다고 해도 "피스메이커"는 이번 영화에서 딱히 설명이 없습니다.
분명히 선택되었다고 한들 그의 신념은 설명한 적이 없으니 "반전"은 도리어, 독으로 적용돼 후반부 전개를 무너진듯한 인상을 부여합니다.
이외에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똑같으려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빠져서는 안되는데요.
본 영화는 "블러드 스포트"와 "랫캐처2"를 이에 내세우나 이들을 서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로 바라보기에 부족했고, 무엇보다 이들이 마지막에 "스타로"와의 대결에 있어 동기도 존재하지 않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겁니다.4. 자극적인 맛에 취했던 영화와 관객들...
이런 이유에는 얇디얇은 캐릭터의 두께도 있겠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쓰여있는 해당 영화의 관람등급으로 보입니다.
극 중 "스타로"의 기생이라든지 "킹샤크"의 액션을 비롯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액션은 피가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화끈하게 보입니다.
근데, 화끈하게 보이던 영화의 초반부 액션이 후반부로 갈수록 무덤덤해져 자극이 덜하는 것도 문제이나 정작 이는 "액션"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면...
분명히, 132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부족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의 소개만으로 부족하다고는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리"를 잘해야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이어서 말을 했죠.
그런 점에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빼먹은 건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실망스럽게 받아들인 건 당초 기대치가 높은 것도 있겠지만 "수위의 완급조절"입니다.
초반부터 화끈하게 몰아붙이는 액션은 이야기보다 부각되니 관객들에게 이는 전혀 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지 못한 이야기를 후반부에 풀어야 하는데, 이에 아는 바도 없고 액션의 자극도 덜하니 당연히 주목을 이끌지 못한 건 당연하겠죠.※ 이렇게, 말했지만 이번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전작보다는 확실히 낫습니다.
※ 쿠키 영상은 영화가 끝나고 바로 나타나는 것과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서 나오는 것으로 총 2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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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 흔들리지 않는 건
콩나물국 있으니까 챙겨 먹어라.
가끔 부모의 마음이란 과연 어떤 걸까,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나랑 같이 사는데도 매일같이 오후 2시쯤이면 집에 있는 반찬들의 목록을 나에게 카톡으로 보내곤 한다. 나는 주로 집에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챙겨 먹는 편이라 냉장고 어느 칸에 고기가 있는지 훤히 아는데도.
오후 2시에 집에 있는 반찬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액션 코미디 SF 장르라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영화다. 한참 입소문을 타고 끝물즈음에야 겨우 시간을 내어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어떠한 평도 후기도 보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사실 이 영화를 스포하기가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 진행이 빠르고, 화면 전환이 체감상 초 단위로 이루어지며, 내용의 전개와 장르도 5분마다 바뀌기 때문에 관객은 저들의 우주를 넘나드는 모험을 그냥 눈으로만 잘 좇아가면 된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멀티버스
이 영화에서 멀티버스의 개념은 선택과 결정의 결과에 따른 평행 우주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때마다 우주는 갈라지고, 다른 결정을 한 나는 각자의 우주에서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작게는 점심 메뉴부터 크게는 진로나 연인까지. 우주 어딘가에 다른 선택을 한 내가 그 결과 나름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우리 모두가 술자리에서, 혹은 자기 전에 항상 하는 생각 아닐까.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 주식을 팔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른 평행우주의 에블린의 삶을 잠깐 훔쳐보며 나는 잠깐이나마 대리 경험을 한 것만 같았다. 다른 우주의 내가 잠깐 궁금했다.
#2. 버스 점프
영화는 한 단계 상상을 더 해, 멀티버스 간의 점핑까지 가능토록 한다. 다른 평행우주의 내가 가진 능력을 '버스 점프'를 통해 이 우주로 빌려오는 것이다. 버스점핑을 하는 방법이 기가 막힌데, 밑도 끝도 없이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립글로스 씹어 먹기, 열 손가락 사이를 종이로 모두 베는 것 등이다. 진지하게 풀었다면 자칫 우스워졌을 수 있는 소재였는데, 대놓고 우습게 만들어서 B급 코믹 감성을 더하니 나무랄 데 없었다.
이유 없는 이상한 행동에 이유를 붙인 것이 마음에 든다. 가끔 나는 이유 없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얼굴 근육을 당겨 본다거나, 혀를 찬다거나, 엉덩이를 흔든다거나 그런 행동들. 이 영화는 이런 행동까지 우주의 일부분으로 끌어안는다.
#3. 에브리씽 베이글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 나는 베이글과 사랑에 빠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베이글 가게로 달려가서 이것저것 잔뜩 넣은 베이글과 커피를 주문하고, 만든 지 하루 지나서 10개를 1달러에 파는 베이글을 잔뜩 사 와서는 집에서 또 야무지게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곤 했다. 그 당시 나를 좋아하던 대학 선배는 나에게 잘 보이겠답시고 아침마다 베이글을 사다 줄 정도였으니까. 사실 선물로는 베이글보다 반짝이는 게 더 좋지 않나 싶지만.
아무튼, 갈릭 베이글과 어니언 베이글을 가장 좋아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에브리씽 베이글이었다. 깨가 잔뜩 올라가 한 입 베어 물기만 해도 우수수 쏟아질 것만 같은 비주얼에 도대체 뭐가 들었을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이름까지.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베이글이라니, 공포 그 자체가 아닌가.
이 영화의 빌런인 조부 투바키(스테파니 수)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블랙홀로 에브리씽 베이글을 만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정말이지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 없었다. 투바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게 아닐까. 모든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역설적인 공포. 역시나, 먹을만한게 아니었어.
#5. We are all small and stupid.
이 대사의 정확한 번역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작고 어리석어.
저 눈알 달린 돌멩이는 저 말을 위로라고 하는 걸까 싶었다. 극단적인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딸 돌멩이에게 고작 하는 말이 저것이라니. 그런데 갑자기 마음 속 한 곳이 팍 하고 터져버린다. 아직도 이유를 짚으라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엔딩까지 쉬지 않고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놀랍고도 다행인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극장 곳곳에서 다들 뭐가 그리 서럽고 힘들었는지 울고 있었다는 후기다. 덕분에 나도 맘껏 울었다.
대충 80년에서 100년 사이를 산다고 치면, 우리 모두 어느 한순간에는 조부 투바키였던 것이 아닐까. 이토록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돌멩이의 별 것 아닌 한마디가 위로로 콕 박힌다. 뭘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답을 제시하는 대신, 그냥 나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을 안아버린다. 그래, 모두 뭐 다 그런 거지?
#6.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여기서 전개는 한 번 더 몰아치는데, 갑자기 여태껏 무능해 보였던 남편 웨이먼드(조너선 케 콴)의 활약이 나오기 때문이다. 웨이먼드는 처음부터 에블린을 귀찮게만 했다. 지금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겼는데, 이혼 타령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웨이먼드는 차갑고 원칙주의자인 국세청 직원한테까지 이혼 위기를 털어놓는 솔직하고, 온정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웨이먼드의 사정을 들은 국세청 직원은 그를 이해하고 심지어 시간을 더 주기까지 한다. 결국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든 건 웨이먼드의 진심이었다.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는 데만 몰두하던 에블린은 끝에 몰려서야 웨이먼드의 말을 제대로 듣기 시작한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귀찮게만 여겼던, 그의 진심.
그리고 그녀는 적들을 물리치기 위한 무기로 다정함을 선택한다. 포용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안아준다. 그녀가 투바키를 포함한 적들을 모두 다 무찔렀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이유 없이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은 얼마나 단단하고 강하길래 이 험난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저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만, 먹고 사느라 바빠서 또 내일이면 잊게 된다. 우리는 작고 어리석음을, 그리고 다정함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강한 무기라는 것을.
이 영화처럼 이상한 방법으로라도, 가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후 2시에 집에 있는 반찬을 알려주는 다정함을, 바쁘다는 핑계로 카톡을 읽지 않는 나의 나약함을, 그리고 읽지 않은 카톡창에 또다시 밥을 잘 챙겨 먹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엄마의 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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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할 만한 남성 돌봄자의 탄생
6★/10★
어느 평범한 출근길이었다. 집에서 나온 기영은 바람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평상 위에서 난로를 켠 채 잠든 청소년 길호를 본다. 기영은 우악스럽게, 그러나 왜인지 위협적이지는 않은 태도로 여기서 자지 말라고,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날 밤, 길호가 또다시 같은 곳에 있다. 기영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길호에게 짜증이 나지만, 그에게 다른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에 묘한 연민을 느껴 길호를 집으로 들인다. 밥을 먹이고 하룻밤을 재운다. 길호가 묻는다. “아저씨 저 불쌍하죠?” 기영이 답한다. “뭐가 불쌍한데? 내가 XX 더 불쌍하지.”
길호는 ‘가출팸’ 소속이다. 그러나 빈집 털이 등을 일삼는 친구들에게 거리감을 느껴 그들을 떠나 배회하다 기영의 집까지 왔다. 지금은 착실하게 공장에 다니며 생활하지만, 과거 ‘양아치 짓’을 했던 기영은 길호에 대한 동질감으로 그를 집으로 들인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정도의 호의만 제공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길호는 돌아갈 집이 없다. 길호는 못 이기는 척 길호가 집에 머무는 걸 허용한다.
이제부터 서로를 돌보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영은 길호의 먹을 것을 신경 쓰고, 그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체로 꼰대 취급받기 십상인 말들이지만 길호는 그런 말이 싫지만은 않다. 기영의 투박한 말 이면의 무언가에서 그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반항스럽고 퉁명스러운 길호의 말 역시, 우악스럽지만 위협적이진 않은 기영의 말처럼 그리 밉게만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로를 돌보기 시작한 두 남자의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남성들이 곧잘 돌봄의 일방적 수혜자이거나 이미 존재하던 돌봄 관계를 파괴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영과 길호가 특별한 사람이어서는 아니다. 기영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가 나면 거친 욕을 내뱉는 ‘남성적인’ 인물이다. 길호 역시 가출팸 생활을 하며 ‘비행’을 하는 데 익숙하다. 이렇듯 거친 남성성을 체현한 두 사람이라도 서로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만으로 돌보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빅슬립〉의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며 설득력이 있다.
돌봄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사람의 일상에도 이미 돌봄이 깃들어 있는지 모른다. 기영은 어머니가 ‘유산’이라고 남겨준 화분이 황당하지만, 그럼에도 정성들여 이들을 가꾼다. 식물이 죽지 않게 돌보는 법을 길호에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두 남자가 베란다에 쭈그리고 앉아 식물을 잘 돌보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은 기이하고 따뜻하다. 물론 그런 둘에게도 위기는 온다. 둘은 처음부터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기에 사소한 오해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영과 길호는 이 과정을 겪어내며 우연적 돌봄 관계에 단단한 토대를 마련한다.
영화가 이들의 관계를 ‘대안 가족’의 형태로 묶어낸다는 점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영과 길호는 나들이에서 서로를 ‘결혼 못 한/결혼 못 할’ 남자로 부르며 웃는다. 이성애규범적인 생애 서사에서 ‘탈각’된 남성들의 연대를 남성적 울분과 소수자를 향한 분노로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패’한 자들의 장난스러운 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자연스레 ‘부자 관계’를 연상시킨다는 점과 더불어, 기영이 공장의 여성 동료와 차근히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은 두 남자가 형성한 관계를 기존의 가족 형태 내부에 재배치하려는 시도로도 읽히기도 한다. 이랑서 배우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기영의 여성 동료 캐릭터를 걷어내고 〈빅슬립〉을 감상해도 영화 얼개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그렇다. 여기에 내내 길호를 다른 가출팸 친구들과 구분해 재현한다는 점, 즉 가출팸을 탈출하려는 길호의 의지와 그를 ‘구원’해주려는 기영의 마음이 더해지면 ‘정상가족’의 형태로 두 남자가 구축한 돌봄의 관계를 포괄하려 든다는 의구심이 더 강해진다. 물론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이들이 돌봄과 유대로 빚어낸 가족은 ‘정상가족’의 의미와 경계를 비판적으로 질문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영화가 캐릭터와 플롯을 갈무리하는 방식에 대한 해석은 갈릴 수 있을 테지만, 어쨌든 두 남성이 구축한 돌봄 관계는 분명 인상적이다. 〈빅슬립〉은 기억할 만한 남성 돌봄자의 얼굴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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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역대 수상작 & 화제작 모아보기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는 매년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로 최초의 국제영화제인데요. 영화제 상징물인 ‘사자’ 형상이 들어간 ‘황금사자상’이 최고권위상으로,
한국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수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오늘은 역대 황금사자상 리스트와 2023년도의 화제작들을 정리해 보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작품이황금사자상을 수상할 것같나요?
‘황금사자상’이란?
3대 국제 영화제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 상으로, 영화제에 출품된 최우수 작품에 수여된다.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베를린 영화제의 황금곰상에 해당한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제 79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사진 작가 낸 고린의 커리어와 제약회사 창립가 새클러가의 몰락을 다룬 작품
<레벤느망>
제 78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노매드랜드>
제 77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경제적 붕괴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후 남겨진 ‘펀’.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작은 밴과 함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 위의 세상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게 되는데
<조커>
제 76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 하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맨 정신으로는 그가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짜 ‘조커’를 만나라!
<로마>
제 75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인 클레오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흘러간다. 감독 자신을 키워낸 여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이 작품은 197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 격랑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가정을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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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등을 밀며 성장하는 우리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홋카이도를 누비는 빨간 차. 그 안은 어쩐지 수상한 한 남자와 젊은 남녀의 조합으로 심상치 않은 여정임을 예고한다. 낯선 이의 차에 올라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야말로 과거의 소재이기에 낭만이 확보된다. 어쩐지 어색함 만이 감돌 것 같은 이 조합은 예상외로 시끌벅적하고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여정으로 향한다. 고전 로드 무비의 정석과도 형태를 보여주며 영화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홋카이도 길 위를 누비는 빨간 차 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사실 빨간 차가 나오는 일본 영화는 그닥 낯설지 않다. 여러 화제를 모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작품에서 역시 차는 중요한 소재다. 내가 오롯이 소유하는 재산이자 동시에 날 어디론가 이끌어 줄 수 있는 이동 수단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목적지는 내가 정해야 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는 것은 차이나 결국 조종간은 내가 잡고 있기에 차에 탄 나는 매 순간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자유도 여정도 영화는 이야기한다. 4월 2일자로 개봉을 앞둔 <행복의 노란 손수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껄렁대는 청년 긴야가 모든 것을 털어 산 이 빨간 차는 뜻밖의 사람들을 태우고 홋카이도를 누비며 갖가지 사건들을 겪게된다. 그 무엇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젊은이의 차답게 목적지도 없이 그저 기분에 따라, 도로를 따라 달릴 뿐이다. 하지만 그런 차엔 갖가지 이야기를 담은 세 사람이 타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하나 씩 잃은 상태로 이 차에 오르게 됐다. 그렇기에 당장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과연 나는 하룻밤 상대만을 원하나? 그저 기분전환 만을 원하나? 일자리만을 원하나? 이 빨간 차도 그 답을 알려주진 못한다. 다만 장시간 달려야 하는 좁은 평수의 차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점점 차가 밟는 도로의 색이 짙어질 뿐이다. 영화는 그렇게 다양한 구도로 인물과 차, 도로를 번갈아 조명하며 한치 앞도 모르겠는 여정에 메세지를 뚜렷이 한다.
물론 과거의 작품임을 감안해야 하는 장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면 긴야와 아케미가 각각 어떤 성장을 겪게 되는지 이미 성장을 마친 어른인 유사쿠가 무엇을 되찾는지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첫 등장부터 실연의 아픔을 겪은 긴야는 그야말로 날라리, 양아치란 말이 어울리는 청년이다. 모든 것을 털어 '마쓰다 파밀리아'를 살 때마저 문에 걸려 넘어지는 젊은 긴야는 매 순간 가볍게 몸을 던지며 넘어지기 일쑤다. 이러한 긴야의 모습은 영화 러닝 타임 동안 확실히 관람객의 웃음을 책임지지만 어쩐지 덜 자란 아이처럼 그 무엇에도 조심성 있게 해내지 못하는 모습으로도 역시 그려진다. 이런 미성숙의 모습은 아케미를 대할 때도 드러난다. 아케미와의 만남이 우연이었던 것처럼 그는 중반부까지도 아케미를 그저 하룻밤 잠자리 상대로 생각한다. 그녀가 보이는 거부 표시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며 그저 관계에 있어 우격다짐으로 나올 뿐이다. 두 번째 숙소에 들어갈 때 역시 유사쿠의 훈계를 어리둥절하게 이해했던 그는 자꾸만 여정에 유사쿠를 끼워넣으려는 아케미의 행동에 삐치기도 한다. 하지만 유사쿠의 이야기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유사쿠의 여정을 응원하고 그의 선택에 눈물 흘린다. 아케미가 재차 유사쿠와 여정을 이어나가자는 긴야의 선택에 정말이냐 되묻는 대사가 있는 만큼 영화도 역시 그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려 한다. 영화가 후반부로 나아갈 수록, 긴야가 사람이 되어갈수록 더 이상 넘어지지 않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더 이상 넘어지지 않게 된 청년의 의미를 그 차에 오른 관객 역시 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케미에게 역시 나타난다.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도쿄에서 실연을 겪은 아케미는 숫기 많은 청년으로 자신에게 돌진하는 긴야에 부담스러움을 표하지만 그와 내내 여정을 함께 할 정도로 호감이 있음을 보인다. 긴야의 성장 포인트가 미성숙함에 있다면 아케미의 경우 자신감이 없다는 것에 있다. 다른 여자를 찾아보라는 대사나 기껏 용기를 내 차를 몰았을 때도 긴야의 마쓰다를 건초더미에 처박아 혼나는 등 성장에 기회에 있어 여러 차례 좌절의 순간이 찾아오나 그는 어쩌면 유사쿠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집으로 돌아가보자 외치는 인물로써 성장한다. 러닝타임 중 유사쿠가 물리친 깡패에 행태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것 역시 아케미이다. 숫기가 없어서 긴야의 질문에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던 아케미는 그렇게 점점 밝은 목소리를 되찾아가고, 긴야가 눈물 흘리는 순간에 기꺼이 달래주는 인물이 되어간다. 이렇게 두 젊은이는 자신조차 몰랐던 스스로를 발견하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유사쿠의 어쩌면 가장 익숙하고도 뻔한 이별의 이야기이다. 이제 막 출소 한 낯선 아저씨와의 여정 그리고 순탄치 않은 홋카이도 길은 그들에게 확실한 시간을 제공해 준 셈이다.
유사쿠와 아케미 일행은 분명하게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로 나뉜다. 서서히 밝혀지는 유사쿠의 과거는 일본의 종전 시절과도 맞닿아있으나 아케미 일행의 삶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의 삶을 보다 멋대로 결정할 수 있으나 무엇에 가로 막힌 젊은 세대들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그런 유사쿠의 등을 젊음의 패기로 힘껏 밀어주는 연대의 모습으로 나타낸다. 그야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 이라는 개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마침 홋카이도로 모이게 된 두 젊은 남녀는 도쿄에서 각각 실연을 겪고 떠나온 여행이라는 것에서 타인의 사랑을 위한 여정에 기꺼이 참여하며 자신들에게 결여되어있던 부분들을 성장시키고 끝내 사랑이라는 것을 찾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유사쿠의 재회를 보기도 전에 출발하는 차는 완전한 재회를 위해 빠져주는 것일 수 있으나 그 나름대로의 결말을 지어냈다는 점에 있어서는 유사쿠의 사랑을 보고 성장한 두 젊은이가 나름대로의 사랑을 또 해나간다고 역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차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 어쩌면 홋카이도를 누비던 빨간 차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영화와 관람객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전히 유바리 어느 집에는 노란 손수건이 펄럭인다. 바람 따라 누군가의 목적지임을 보여주는 이 손수건은 한 연인에게는 이정표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집이 되어주기도 한다. 타인의 이야기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관객의 차례이다. 우린 어떤 손수건을 매달 것이며 어떤 이정표를 지나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을 것인가. 은은하게 번지는 주인공들의 웃음 위로 나 역시 웃음 지으며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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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 순정, 메이드 인 이태리, 엔칸토 마법의 세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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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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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30초 예고편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스즈'는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더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된다.
평범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우연히 가상세계 U에 접속하게 된 '스즈'
그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 순식간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런데 '벨'의 대규모 콘서트가 열리는 어느 날, '용'이라 불리는 의문의 존재가 나타난다.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용'에게 신경쓰이는 '벨' 그리고 현실의 '스즈'
과연 '스즈'의 목소리는 그에게 까지 닿을 수 있을까?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질 때, 기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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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령> 1차 예고편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에게 고함, 2023년 1월 18일 개봉 확정! 작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