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1-05 23:46:42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리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꽃다발의 의미
-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 이어폰과 함께 듣는 음악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We Made a Flower Bouquet, 2021)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개봉일 : 2021.07.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도이 노부히로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호소다 카나타, 오다기리 죠, 토다 케이코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각자 다른 꽃을 꺾어 이리저리 배치하고 꾸미면 예쁜 꽃다발이 하나 완성된다. 색, 질감, 가지의 길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다발 안 꽃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것들이 원래부터 하나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런 꽃다발처럼 보이는 사랑을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가 임박한 지하철역 앞에서 처음 만난다. 서로 부딪히며 삐끗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막차를 놓치고, 어쩌다 보니 개찰구 앞에 있던 직장인 두 남녀와 함께 바에서 첫차를 기다리게 된다. 무기는 딱히 공감할 수 없는 직장인 남녀의 대화를 불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키누는 무기의 말과 표정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각자의 길로 찢어지려던 찰나. 공통점 하나로 말문을 트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임을 직감한다.
무기와 키누가 생각하기에 둘은 서로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다. 처음 만난 날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뮤지션을 좋아했으며 같은 날의 공연 표를 사놓고 가지 못한 것까지 똑같았다. 두 사람은 첫차가 올 때까지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다음을 약속한다. 그리고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 설렘과 특별함을 느끼며 연인이 되고 나의 일부를 꺾어내 ‘똑닮은 우리’라는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어간다.
무기와 키누는 이 꽃다발이 조화롭고 완벽하다고, 이대로 평생 가슴에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는 화분 속 꽃과는 다르게 흙도 뿌리도 없는 꽃다발 속에 자리 잡은 꽃들은 각자의 속도로 시들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시들어가는 우리를 느끼며 이별을 생각한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다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말을 이렇게 오목조목 곱상하게 펼쳐내는 영화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누군가의 이상행동, 문제를 만드는 제3자,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잉 감정 등 호불호 포인트가 될만한 것들을 싹 배제한 채 최대한 담백하게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그린다.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연인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아르바이트와 학교 성적 유지 정도의 비교적 무겁지 않은 책임만 주어지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라는 불안정한 흐름에 함께 올라탄다. 이들은 키누가 학교를 졸업할 때쯤, 부모님의 압박과 취업 문제, 작은 경제적인 문제를 맞이하지만 그것 또한 나름의 로맨스로 승화한다.
취업을 못해 집안에서 눈엣가시가 된다면 집을 나와 함께 살면 되고, 집이 역에서 멀면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행복한 데이트 코스로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점점 깊어지고 무기와 키누는 연인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시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몰두하게 된다.
취업만 성공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더 멀리 벌어진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장면들이 점점 줄어들고 키누는 거실 창문 너머에, 무기는 방 창문 너머에 담기는 장면들이 많아진다. 말하지 않아도 늘 함께 신었던 흰색 스니커즈는 문 안을 바라보다 문 바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끝내 사라져버린다. 흰색 스니커즈가 있었던 자리엔 다른 모양새의 구두 두 켤레가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다.
무기는 ‘돈이 없으면 키누에게 밤일을 시켜보라’는 선배의 말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나선 키누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다. 키누에게 상처를 줬던 딱딱한 면접관을 욕하던 그는 어느덧 그 면접관처럼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키누에게 상처를 준다. 일에 휩쓸리던 무기는 학생 때처럼 영화, 책, 게임을 사랑하는 키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몇 번의 갈등이 생긴다. 이때 각자의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엔 한때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했던 거대한 책장이 버티고 있다.
키누는 새로 나온 만화책이나 함께 보기로 했던 연극 등 예전에 무기가 좋아했던 것들을 주제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노력하지만 무기는 키누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키누는 이런 무기 앞에 앉아 빨래를 개고 옷장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빨래와 함께 섭섭한 마음도 함께 접어 넣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
하나의 이어폰을 나눠 쓰던 두 사람
오프닝신에 나온 무기와 키누는 “이어폰 하나를 나눠 끼고 듣는 건 둘이 다른 음악을 듣는 일”이라며 분개한다. 음악은 최소 스테레오 채널(2채널)로 구성되어 있는 콘텐츠라 왼쪽, 오른쪽에서 나오는 각자 다른 소리를 같이 들을 때만 그 음악을 제대로 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모노 채널이 아니다. 연인이라 하여 사랑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할 순 없다. 다른 채널에 있는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노력한 것만 이야기한다면 그 사랑은 온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 고백하던 날,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을 끼고 레스토랑 점원 포린의 음악을 듣는다. 어렸던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으로 같은 음악을 듣고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똑같은 꿈을 꾸며 노력한다.
무기는 키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회사에 취업한다. 키누도 무기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하고 무기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취미 생활을 공유하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 그가 이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진 헤아리지 못한다.
무기와 키누는 첫 만남부터 수많은 공통점을 공유했기에 자연히 연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보단 무기는 키누가, 키누는 무기가 취업, 지인의 죽음, 시간이라는 변화 앞에서 자신과 같은 태도를 취하길, 같은 결말을 바라길 기대한다.
하지만 무기와 키누는 많은 부분이 닮은 타인일 뿐,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무기는 키누가 열광했던 미라전을 무서워했다. 미라전을 보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눌 때, 키누는 전시회 도록을 펼치며 흥분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무기는 애매한 표정으로 키누의 말을 듣다가 점원이 오자마자 재빠르게 미라로 가득한 도록을 덮어버린다. 키누는 무기의 가스탱크 영상을 보다가 깜빡 잠들어버린다. 무기는 키누가 가장 재밌는 장면에서 1시간 동안 잠들었다며 아쉬워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사소한 다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와 다른 연인에 오래도록 실망하고 슬퍼한다.
무기와 키누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이별을 결정한다. 그리고 ‘똑닮은 우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라전과 가스탱크에 느꼈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지금껏 듣지 못했던 다른 채널에 담긴 소리를 들으며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꿈의 마지막 소절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나며 무기와 키누의 꽃다발은 싱그러움을 잃어갔지만 그 과정은 전혀 추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르고 시들어갔다기보단 완성되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두 사람은 아름답게 말라붙은 우리라는 꽃다발과 함께 펼쳤던 베란다 커튼을 뜯어 정리하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이별 후 두 사람은 각자의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다른 이와 각자의 연애를 이어간다. 현재의 연인은 음악을 듣는 방법부터 나와는 다른, 옛 연인처럼 나와 똑 닮았다고 말할 순 없는 사람이지만 무기와 키누는 그들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찾는다.
사랑한다고 꼭 하나의 이어폰을 갈라 같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연인과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목표점을 가진 사랑을 하더라도 나의 것을 그에게 들려주고 그의 것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 그것 또한 사랑임을. 무기와 키노는 어린 사랑의 끝에서 그것을 깨닫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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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땅처럼 죄의식마저 갈라져버린 황폐한 마을
2017년 골드 오스트레일리아 도서상, 올해의 ABIA 문학상, 올해의 인디북 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고 뒤늦게 발간된 영국에서도 ‘이 책이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는 찬사와 함께 워터 스톤스와 선데이 타임스에서 이달의 스릴러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장르문학의 최대 권위 CWA 골드 대거 상에도 노미네이트된 호주 작가 제인 하퍼의 월드 와이드 베스트셀러이자, 장편 데뷔작을 원작으로 제작된 호주 영화 드라이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나를 찾아줘’와 매력적이게 보았던 HBO 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등을 성공으로 이끈 유명 제작자 브루나 파판드레아가 참여했고 ‘트로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배우 에릭 바나가 주연을 맡아 호주 개봉 당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및 자국 영화 중 5번째로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고 하니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더불어 ‘인비저블 맨’의 촬영 감독 스테판 두시오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2021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AACTA)에서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에 대한 기대를 하며 감상하였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드라이 정보, 줄거리
정말 루크가 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계속된 가뭄으로 갈라지고 메마른 호주의 키와라 마을의 외딴 농장, 한 집안에서 갓난아기를 제외하고 일가족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호주 연방 경찰 에런에게 연락 한 통이 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친구였던 루크 가족의 죽음으로 20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와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 강물이 흐르고 수풀이 우거졌던 마을은 바싹 말라버렸고 과거 엘리의 사건 이후 떠났던 그를 사람들은 반기지 않습니다. 뉴스에서는 루크를 아내 캐런과 어린 아들 빌리를 죽이고 자살한 존속 살인으로 보도 중이고 사람들 대부분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루크 아버지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 그에게 부탁합니다.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던 그는 거절하지만, 과거 사건의 진실을 언급하며 협박 섞인 어투로 회유하고, 결국 에런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The Dry│감독 : 로버트 코놀리│각본 : 해리 크립스, 로버트 코놀리│원작 : │출연진 : 에릭 바나, 제네비에브 오렐리, 키어 오도넬, 존 폴슨 외 多│장르 :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상영 시간 : 117분│개봉일 : 2022년 3월 30일│국가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영국│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90% 팝콘 89%, IMDB 6.9, 메타 스코어 69점│시청 가능 서비스 : 3월 30일 개봉 예정
# 영화 드라이 평점
너무 오랫동안 거짓말을 하다 보면 그냥 그게 몸에 배죠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관람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르적으로 전개 속도나 BGM도, 스토리도 심장을 쫄깃하게 옥죄어 오는 연출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일가족 존속살인으로 처리된 사건에 남은 몇 안 되는 단서와 실마리, 인터뷰 등을 통해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과 주인공의 과거 시간이 플래시백 형태로 비치며 현재와의 연결점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결말에 이르러 두 가지 사건 모두가 해결은 되지만, 특별한 개연성보다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주인공의 심적 갈등과 죄책감을 해소하는 정도에서 일단락되다 보니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조작한 서류가 화를 자초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진실을 아는 직원과 일가족을 살인해버린 사람, 그리고 과거 자신이 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며 살아오다 정말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믿어버리는 거짓말 같은 상황들을 그립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처럼 작은 마을 안에서 모든 이들이 각자의 거짓말로 인해 갈라져 있던 것이죠. 그것은 과거 에런 자신이 남기고 간 죄책감에 대한 혼란을 일으켜 현재의 사건에 머물게 하는 단초가 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변화하는 그의 심리를 따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잔잔한 흐름과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그렸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장르적으로 명확한 한계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보이는 황망한 사막과도 같은 마을 배경은 진실을 쫓는 그의 건조한 시선을 계속해서 유지시키고 반복되는 플래시백을 통해 과연 현재와 과거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끔 만듭니다. 표면적으로 자신의 죄의식이 쉽사리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뚜렷해 보여 애초에 과거 엘리를 죽인 진범을 알고 있었기에 미련이 더 남은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게 하죠.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은 그저 하나의 수단일 뿐, 최악의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강바닥처럼 변해버린 마을과 그 안에서 야기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 반성이나 속죄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보단 의문스러운 엔딩을 그려내고 있어 굉장히 모호한 시선을 그대로 유지한 채 끝을 맺습니다. 에릭 바나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깊고 어두운 눈매가 러닝 타임 내내 분명 빛을 발하지만, 글쎄요, 빈 공간을 채우기에는 혼자 너무 버거운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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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 현실 속 총 천연색 꿈
이 글은 영화 [더 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샤흐리야르 왕의 마음이 이랬으리라.
불륜을 저지르는 왕비의 모습을 지켜만 보았을 왕의 마음이 로이(리 페이스)는 어쩐지 이해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지금 자신의 꼬라지를 본다면, 오히려 왕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찰 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가련한 환자는 사랑에 배신당한 것도 모자라, 커리어 까지도 자신의 척추처럼 박살 나게 생길 위기였으니까. 이 기구한 운명을 꼼짝없이 견뎌야만 하는 답답함을 알아주는 누군가라도 등장해 주면 좋으련만. 지금 로이의 옆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리 봐도 아직 숫자를 3까지 밖에 모르는 것만 같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의 존재가 전부였다.
그러나 오히려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 앞니 빠진 암살자(?)를 내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자신이 결국 그렇게 넘고 싶어 하는 요단강(?)도, 쉽게 건널 방법이 생길 것만 같았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운명까지 내걸어 볼 심산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망치러 온 이 구원자의 손길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로이는 입을 열었다. 이 얕고 가는 자신의 목숨줄을 좌지우지하게 될지도 모르는 꼬마 샤흐리야르 왕 앞에서. 로이는 기꺼이 세헤라자데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 암살자의 스턴트는 실로 대단했다.
로이가 수행할 수 없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스턴트 역할을 거리낌 없이 수행했다. 물론 이 초보 복면에게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3이 넘어가는 숫자에 기겁을 하기도 하고(!) 공범인 주제에 도덕적 잣대가 너무 높아 대역을 하지 않겠다며 생떼를 부리기도 했지만. 세헤라자데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황홀경에 빠져 망설임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미션 수행의 시간이나 방법도 치밀해져 갔다.
하지만 마지막 미션의 벽은 이 하룻강아지 대역에게는 여전히 조금은 높았다. 닿을 듯 닿지 않아 힘껏 까치발을 해야 할 것임을. 로이는 알 수 있었다. 로이는 반드시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 싶었고. 그러려면 알렉산드리아에게 연료를 계속 불어넣어 까치발의 끝에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 간신히, 하지만 반드시 쥐어져야만 했다.
그는 환상의 이야기 속에서라도 스턴트를 이어가야만 했다. 오디어스를 찾아가는 여정은 더 험하고 어려워져 갔고. 그의 애달픈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마스크 밴디트는 충실하게 로이의 대역을 해냈다. 알렉산드리아의 눈이 여전히 처음처럼 빛나는 것을 보면서. 로이는 현실의 자신도. 자신의 대역인 밴디트로서도. 조금은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도, 삶도 조금씩 간절해지는 세헤라자데는 자꾸만 자신의 왕이자 대역인 알렉산드리아 앞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로이는 다리에서 떨어지던 순간을 떠올렸다. 모두가 실패했다며 손가락질을 하던 그 순간을. 단 한 번의 낙하로 인해. 자신이 알던 사람들의 등 외에는 이제 기억할 수 있는 모습은 없을 것만 같았다. 로이는 고개를 들었다. 원래 서 있던 곳이 참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로이를 대신해 그 높은 곳에 안간힘을 써서 올라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낙하해 버린. 이 꼬마 스턴트역을 보며. 로이는 이제 정말 모든 것이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로이의 작은 왕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라고 명령했지만. 세헤라자데는 이제 이 허무맹랑한 모험의 끝이 자신의 손으로 이뤄져야 함을 알고 있었다. 로이는 환상 속 모든 인물들을 추락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이 실패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죽음으로 가는 길이며 인물들의 마지막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추락은 마치 영화 [인셉션]의 킥(kick)과도 같아서. 두 세계에 모두 존재하는 사람들을 그저 한 세계에서 추방할 뿐. 그 어떤 의미의 실패도, 죽음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한 번의 추락으로 인해 겁에 질린 로이는 그 사실조차 쳐다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전해주기 위해. 겁쟁이인 자신을 대신해 기꺼이 추락을 감행했고. 결국 그를 죽음이라는 망상에서 구해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는, 결국 세속적 욕심이 3까지 밖에 없는 무자비한 왕(?)에게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추락이자 실패라 여겼던 작품을 이 꼬마 대역에게 보여주겠다는 결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심의 끝에. 두 운명 공동체(?)는 겨우 웃어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쫓은 뒤 덩그러니 둘 만 남아버린 환상의 세계는 이제 끝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몇 번이고 재생될 것만 같은 유일하고도 독특한 이야기가 되어. 두 벤디트의 뱃속에서 영원히 날갯짓을 할 것이다. 더 이상의 추락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힘차게 날아오르면서.
마치면서
정제 탄 수.. 단순당 최고!!
그들의 인생은 서로를 만나기 전 까지는 흑백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로를 만나는 순간부터 꾸게 된 모든 꿈들은 총천연색이었다. 차갑고 메말랐던 일상이 이렇게 질감과 색감으로 넘쳐나는 것으로 변화할 때까지의 지분은 거의 모두 알렉산드리아에게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영화를 보며 그저 잿빛에 지나지 않았던 회사원의 하루를 예쁘게 물들여 준. 같이 영화를 봐준 친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만두 또 먹으러 가쟈!!!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추락, 스턴트, 그리고 세헤라자데의 모티브를 가지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이 글의 TMI]
1. 정말 물리적으로 시간이가 없다. 돌아버림
2. 환상 속 5인조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후레쉬맨 같아서 빵 터짐
3. 이런 뽀송한 질감의 영화 너무 좋다
[다음 리뷰 예고]
미키 17!!
원작이랑 얼마나 다를지(?) 기대된다. 근데 봉감독님 나빠.. 애를 원작보다 열 번이나 더 죽였어ㅠㅠ
#더폴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munal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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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제주에서 볼 수 있다고?
제18회 제주국제영화제가 8월 27일부터 9월 24일까지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열린다.
권범 제주영화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코비드-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났지만 세상은 아직도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며 영화제를 전회차보다 일찍 앞당긴 이유를 전했다. 올해 개막작은 지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콤 베리어드 감독의 <말 없는 소녀>다. 권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친척집살이’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인간사회의 진정한 연대의 의미를 응원하기 위해 개막작에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세계 섬 영화의 고유성과 독창성에 주목하는 섹션 ‘아일랜드 시네마’에서는 얼마 전 배우와 감독이 내한일정을 소화해 호평을 받았던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홍상수 감독의 <물안에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 <칠중주 : 홍콩 이야기>를 상영한다.
매 해 제작되는 한국 영화 중 주목할만한 작품을 초청하는 ‘한국영화 초이스’ 섹션에서는 작년 개봉작으로 이미 명작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황윤 감독의 <수라>, 권철 감독의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상영한다.
영화 상영 전 스크린 이미지.
올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통해 굳건한 인기를 과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필모그래피 <날씨의 아이> <초속 5센티미터> <너의 이름은.>,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 자크 타티를 기리는 ‘자크 타티 특별전’도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의 진행 하에 열린다.
제주의 고유성과 독창성에 주목한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섹션 ‘제주트멍경쟁’에서는 김경만 감독의 <돌들이 말할 때까지>, 이상목 감독의 <우도 해녀의 노래>, 우광훈 감독의 <인어춘몽>, <제주 떡 우주를 빚다>가 9일 관객을 만난다.
<물안에서> 상영 전 모습.
나의 pick
홍상수, <물안에서>
미야케 쇼,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보통 홍상수의 영화들이 제주에서 상영되는 법이 거의 없다. 메가박스가 제주에서 철수한 이후로 홍상수의 ㅎ자도 볼 수 없는 게 제주 영화관의 현실이다. 이런저런 현상을 이유로 제주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점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제주영화제가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다양한 영화들을 초청한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
이 영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 갔을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듯하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자면 이 작품은 걸작보다 괴작에 가깝다고 본다. 익히 알려진 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거의 모든 러닝타임은 포커싱이 나가있어 정말 '물 안에서' 영화를 보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 실험이 무의미하진 않다. 홍상수는 <극장전>부터 시작해 영화의 안과 밖을 해체시키는 실험을 해왔다. 바로 전작인 <소설가의 영화>에선 구조를 해체시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집중했고, <탑>에서는 '알고 있다'라는 인식론에 대해 논한다. 이 <물안에서> 역시 영화와 삶의 구분선에 포커싱을 흐려 무엇이 진짜인지 묻는다. 이런 실험은 전 세계에서 홍상수만 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시도가 기존의 필모그래피에서 추구하는 바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 실험이 과연 신선한가?' 혹은 '이 실험을 통해 얻은 것이 가치가 있던 것이었나?' 질문하게 만든다. 하지만 홍상수가 젊은 세대를 관찰하며 세상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이해한다면 거장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가지가 돋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복서 케이코가 주인공인 영화다. 쉬고 싶은 케이코. 하지만 마음대로 모진 말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세상이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복싱장이 문을 닫는다는 말을 들은 케이코. 케이코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영화가 보편성을 얻는 과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 인물의 가장 개인적인 행동이 우리 상황에 대입된다. 그 상황을 이해한 관객들은 '그래. 나도 그렇게 해 봐야겠어'라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무너져가는 현실에 스스로 올곧게 바로 선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스파이의 아내>의 구로사와 기요시,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문법에서 벗어나 감독 자신이 갖고 있던 올곧은 영화언어가 돋보인다. 제주에 상영관이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작품인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9월 16일 저녁 7시 30분 롯데시네마 제주 연동점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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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의 우월함은 사회 속 열등함 속에서도 빛난다
이 영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황인종도 나름 인종차별을 당해서 억울하다고들 하지만 흑인종만큼 억울한 인종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 팔려가고, 하대받던 것이 당연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은 그렇게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이기 때문이다. 한창 우주 산업에 박차를 가하던 그 때, 우리는 그 시절을 고대도 아니고, 중세도 아니고, 현대에 가까운 과거로 보고 있지 않나. 흑인들을 향한 차별은 아직도 완벽히 근절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멀지 않은 과거에는 그 차별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서 엘리트 집단은 또 얼마나 폐쇄적인 집단인가. 태생적으로 흑인들에게 부여된 폐쇄성을 딛고, 사회적으로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집단에 들어가 살아남으려는 세 여자,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1. 흑인은 백인보다 모든 면에서 열등할 것이라는 오만
능력을 인종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잣대인지 지금은 모두가 그 사실을 알지만 과거를 사시던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들은 아직도 그 잣대가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를 본 적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도 아직 백인에 대한 우호가 있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오만이 되어버린 인종차별은 이 영화 전체를 좌우하는 키워드다. 백인들은 관리자이고, 흑인들은 백인들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라는 설정 부터가 보는 내내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세 여자들은 모두 자기 힘으로 극복해낸다. 개인적으로 많이 알려진 명장면이지만 캐서린이 백인들과는 다른 화장실을 써야해서 건물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그 모습을 한탄하며 화내는 장면이 정말 명장면이다. 그렇게 서럽게 말하는 캐서린을 보며 안타까워하다가 그 말을 듣고, 당장 백인과 유색인종 화장실의 경계를 없애버린 상사도 참 예민하긴 해도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예민함은 직업적인 데서 오는 모습이겠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렇게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그 사소해 보이는 화장실 문제 하나 이해를 못 하다니 싶다가도,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공감도 지능'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유색인종을 이해하는 공감적 지능이 양성된 적이 없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내 안의 세계를 뚫고 나온 경험이 많을수록 증폭되는데, NASA의 엘리트들은 공부머리들은 좋은데, NASA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공부만 하다보니, 그런 공감적 능력까지 키울 여력은 없었던 거겠지. 그리고 또, 시대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유색인종이 받는 차별을 자신이 겪을 일이 없었을 테니, 화장실 하나 가는 것 조차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살면서 불편함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많이 남아서, 소위 쿨하지 못한 심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편함을 느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불편함을 느끼겠구나 싶어서 조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불편한 경험은 누군가의 삶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기도 하는데, 백인들의 삶에서 불편함이래봐야 얄팍했을 테니, 흑인들이 느꼈을 깊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불편함에 대한 호소가 대단히 신선하지만 또한 낯설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특권이었을 것이기에.
2. 그들이 필요했던 것은 자리이자 누군가의 인정
결론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글렌 파월이 연기한 조종사 역할을 참 인상깊게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흑인이고 뭐고 그런 편견이 없어보이는 인물로 나온다. 그저 멋있는 군인 역할이었다. 캐서린에게 보이는 친절함과 그녀를 향한 굳은 믿음이 참 내가 받는 친절도 아니면서 괜히 고마웠다. 마치 그 시절 백인들도 다 그랬던 건 아니었겠구나 싶어서 괜히 안심되고 그랬다. 다행히 세 여자들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 성공했지만 이 세상에 성공까지는 하지 못하고 도전까지만 해본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해 본다면, 그들은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조종사처럼 그저 편견없이 바라봐주는 친절함 만이라도 있었다면 더 대우받는 흑인들이 더 많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캐서린의 상사도 참 좋은 사람이었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흑인이라 탐탁지 않아 했어도 능력을 입증하니 신봉하는 모습에서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능력차별 주의자 겠거니 싶었다.
이들은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영화화까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 속에 그들처럼 성공까지는 못했지만 도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한 사람, 아예 도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인종차별에 의한 소수자들은 많았을 것이다. 이 세 여자들을 보면서 인종차별을 타파한 사이다 3인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 말고도 조명받지 못한 소수 인종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며 괜히 센치해졌다. 하지만 빛이 어둠을 밝히듯, 빛나는 보석은 어디에 둬도 튀는 것처럼 그들의 재능과 패기는 그 답답한 NASA의 엘리트 집단의 콧대를 지그시 눌러버릴 만큼 강력했던 것 같다. 흑인들이 보여준 재능과 패기는 백인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흑인들의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우월함이었을 것이다. 그 우월함을 무기로 우월한 정신으로 무장한 백인들을 무찔렀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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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스튜디오 버전 이상형 월드컵
여러분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보았습니다.
많고 많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남자 주인공 중,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사실 에디터는 캘시퍼를 좋아했답니다… )
이 외에 다른 버전으로도 보고 싶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줄거리
수백년전 야마토 조정과의 싸움에서 패한 후 북쪽 변방에 숨어서 생활하고 있는 에미시 일족. 평화로운 마을 부근의 숲에 어느날 갑자기 타타리가미(재앙신)가 나타난다. 인간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가득찬 타타리가미는 마을로 돌진하고, 에미시의 차기 족장(族長) 아시타카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재앙신에게 활을 날린다. 결국 재앙신을 쓰러뜨린 아시타카는 그 대가로 오른팔에 죽음의 각인이 새겨지고 죽음의 저주를 받게 된다. 아시타카는 마을의 무녀 히이사마로부터 서쪽에서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죽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는 서쪽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줄거리
10cm 소녀 아리에티,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들다!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세계의 철칙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집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 14살이 된 10cm 소녀 아리에티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든다.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묶으면 작업 준비 완료! 작업 첫 날, 인간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키다! 첫 작업 목표는 각설탕. 생쥐와 바퀴벌레의 방해 공작에도 무사히 주방에서 각설탕을 손에 넣은 아리에티는 두 번째 목표인 티슈를 얻으러 간 방에서 저택에 요양을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게 된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아리에티. 마루 밑 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쇼우에게 다가가던 어느 날, 아리에티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위험이 찾아온다.
줄거리
중학교 3학년 시즈쿠는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소녀이다. 여름방학, 매번 도서카드에서 먼저 책을 빌려간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해주러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 혼자 탄 고양이를 보게 된다. 신기하게 여긴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가다 골동품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게 된다. 그 손자는 다름 아닌 아마사와 세이지, 사춘기의 두 사람은 점차 서로의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시즈쿠는 바이올린 장인을 자신의 장래로 확실히 정한 세이지를 보면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후 이탈리아 연수를 간 세이지가 돌아 올 때까지 작가가 되고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소설을 쓰게 된다.
줄거리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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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세계의 문이 열렸다!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자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오게 된 치히로..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버린다. “걱정마, 내가 꼭 구해줄게…” 겁에 질린 치히로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 그의 따뜻한 말에 힘을 얻은 치히로는 인간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상 초유의 미션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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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의 문을 통과하는데…!
줄거리
사랑스러운 초보마녀 ‘키키’는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마녀 수련을 떠난다. 항구 마을에 불시착한 키키는 첫날부터 우여곡절을 겪지만, ‘배달’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본격적인 마법 수련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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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희, 침투의 미학
영화사가 시작되고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무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기술적 한계로 지구란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는 VFX의 발달로 무한한 상상력과 함께 우주로 향해갔다. 기술적으로 우주에 대한 표현은 정교해졌지만 크리스토퍼 놀란급의 과학적 열정 없이는 소소한 오류들이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설명이 충분하다면 개의치 않고 영화를 즐겁게 관람한다. 사실 현실에 가까운 우주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 것이다. 우리는 실제에 기반한 다큐보단 누군가에 의해 재창조된 우주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인간에게 적절한 방향성을 지닌 영화의 파급력은 빅뱅급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폭발적인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고 우리는 그곳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조성희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세계관이란 어떤 것일까?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일반적이진 않을지라도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는 이들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삶에 더 이질적인 존재들의 간섭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꼬여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사건건 발생하는 침투를 관대하게 용인하는 것이 조성희 감독이 추구하는 궁극의 미학이며, 이는 작품 속에서 훌륭하게 작동한다.
당연하게도 외부로부터의 침투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누구에게나 불편한 상황이지만 조성희 감독은 특유의 접근법을 통해 부드럽지만 폭력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 제스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노자의 가르침을 배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도는 없지만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부드러움이란 천진난만한 아이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남매의 집>을 시작으로 그가 연출한 모든 작품 속에 아이들이 나오는다는 것은 가족을 강조하는 감독의 고집과 등장만으로 마음의 무장이 해제되는 마법 같은 힘 때문일지도 모른다(<잠복근무>에선 범인을 검거하는 살 얼음 판 위에서 철부지 아이 같은 친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아이들은 일반적인 것과 결이 다른 인물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리고 대게 그들의 천진함이 수많은 사건들을 야기하는 방아쇠가 되며, 이는 자칫 관객에게조차 불편한 존재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조성희 감독은 아이들을 고집한다. 아이들의 천진함을 무기로 그의 세계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의 세계에 끊임없이 침투를 강행한다. 대게 침투를 받는 이들은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조성희 감독은 아이들을 통해 경각심 가득한 메시지를 보낸다.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에겐 미래란 없다. 단지 과거에 갇혀 스스로 정한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아등바등거릴 뿐이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뽑으려는 시도조차 불사한다. 쉴 틈 없이 살아가던 이들에게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침투를 통해 미래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자신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아이들은 순식간에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그 순간부터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귀찮아 대답조차 않던 이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곱씹기 시작하면서 인물들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태호는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수양딸 순이의 죽음이 부족한 돈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태호의 집착은 결국 돈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지만 세상을 이루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꽃님이를 잃고 만다. 드디어 순이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태호는 죽은 딸의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몰랐던 페이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행복이란 돈이 아닌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과거에 갇혀있던 태호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꽃님이란 미래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의 변화는 아이들이란 미래를 지키는 것을 통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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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탈 컴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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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색자> 티저 예고편
어두운 밤 총성이 울린 후 파견 나온 교육장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같은 시각 출입통제구역 DMZ로 탈영병이 도주하는 일이 발생하고 3소대는 DMZ 수색 작전에 긴급 투입된다.
그곳에서 대원들은 탈영병도, 수색 대원도 아닌 정체불명의 병사를 목격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죽음의 릴레이가 시작되는데..
모든 건 바로 그날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