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6:19:36
우리는 사랑받았기 때문에 사랑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아내(루니 마라)와 별거 중이다.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Al
영화는 '인공지능'의 소재를 가지고 줄거리가 이어가지는 로맨스 영화다. 보통 '인공지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차가움', '냉정함'이 있다면 이 영화는 이러한 선입견을 무시하는 의외로 따뜻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또 직접적인 로봇의 등장도 아니고 음성으로 등장하는 Al이므로 시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아닌 청각적인 부분에서 흥미를 돋는다.
색깔
주인공인 테오드로는 소화하기 힘든 밝은 계열의 의상을 입는다. 아마 화려한 외면과는 다른 우울한 내면을 비교하고자 표현한 거 같지만, 점차 사만다를 만나며 그 밝은 계열의 색상처럼 로맨스가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나 주인공의 모습들이 환해진다. 왠지 모를 행복감이 든다.
주제
'사랑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등의 기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주제를 담았다. 복잡미묘하면서도 다시 보면 간단명료한 주제인 '사랑'을 정말 잘 표현한 영화이지 않나 싶다. 게다가 인공지능을 넣다보니 그 주제가 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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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주술회전 [呪術廻戦] [일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 일본 애니 / 만화 / 판타지 / 몰입도 높음 / 왓챠 애니 / 성장물 / 다크판타지 / 판타지 / 주술사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왓챠를 결제한 가장 큰 이유는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왓챠에서 보는 작품은 주로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많다. 보통 짧은 줄거리와 아이콘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주술회전의 아이콘이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애니메이션을 보니 작품의 색감이나 그림체가 가슴 설렐 정도로 좋았다.(당연히 스토리도 훌륭) 애니 애호가들 사이에 그림체가 들쭉날쭉하다는 평이 있는데, 만화책으로 안 보고 애니로 봐서인지 그런 부분은 모르겠고, 개인적으론 그림보다는 스토리나 작품 캐릭터의 완성도를 보는 편이라 그런 평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다.
작품의 짧은 줄거리
주술회전은 일반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신체능력을 타고난 소년 이타도리 유지가 주술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판타지 애니이자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당연히 주인공이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친구를 사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지루할 틈 없이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이진 않게)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 있는 캐릭터는?
주술회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론 밝고 맑고 탄력성 강한 주인공 이타도리 유지를 좋아한다.
연기자 중 가장 좋았던 배우는?
유튜브로 대신함.
출처[멋진기영TV]_https://www.youtube.com/watch?v=BBBGqQdoo20&t=193s
총정리 한 줄
오프닝과 엔딩의 색감이 계속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 이런 작품 때문에 왓챠 구독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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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둘째 주 씨네랩 홈시네마 추천작 3편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2022년 2월 둘째 주 씨네랩이 추천하는 홈 시네마 추천작 3편을 소개드리겠습니다. :)
이번 주는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영화 <틱,틱...붐!>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다수의 수상을 한 작품이죠! 공승연 배우 주연의 <혼자 사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2022년 오스카 시상식의 감독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까지..
씨네랩이 각 작품을 선정 및 추천하는 이유와
간단한 작품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씨네랩이 추천하는 홈시네마작을 시청하면서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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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틱,틱...붐!>
영화 - 뮤지컬/드라마ㅣ120분
- 콘텐츠 소개 : 1990년 뉴욕,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존(앤드루 가필드)은 뮤지컬의 전설로 남을 작품을 쓰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작곡에 매진한다. 그런데 인생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공연을 며칠 앞두고 많은 일들이 갑작스레 몰려온다. 뉴욕이 아닌 곳에서 아티스트의 삶을 꿈꾸는 여자 친구 수전(알렉산드라 십), 꿈을 접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선택한 친구 마이클(로빈 데 헤수스), 예술계를 뒤흔든 사회적 이슈 등이 그를 전방위로 압박한다. 서른 살 생일은 다가오고, 존은 예술가로서의 삶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 뮤지컬 코미디 부문 수상작.
먼저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시는분들께 추천드리는 작품입니다. 조너선 라슨의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요. 배우이기도 한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연기력이 절정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앤드류 가필드'의 열연은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극의 대사 대부분을 노래를 하면서 이끌어가야하는만큼 부담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어색함없이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감동을 받을 정도로 놀라운 노래 실력과 연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극에 출연하는 다양한 개성들의 출연진들의 앙상블과 감동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여러분께 홈시네마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
2. 왓챠 <피아노>
영화 - 드라마 ㅣ121분
- 콘텐츠 소개 : 19세기 말. 20대의 미혼모 ‘에이다’는 아홉 살 난 사생아 딸 ‘플로라’를 데리고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낯선 땅 뉴질랜드에 도착한다. 여섯 살 때부터 말하기를 그만두고 침묵을 선택한 ‘에이다’를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는 피아노와 딸 ‘플로라’ 뿐이다. 모녀를 데려가기 위해 해변가에 온 남편 ‘스튜어트’는 ‘에이다’에게 생명만큼이나 소중한 피아노를 해변가에 버려두고 집으로 향한다. 피아노를 두고 갈 수 없었던 ‘에이다’는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이 모습에 반한 ‘베인스’는 그녀와 비밀스럽고도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데….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6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수상작
제43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제19회 LA비평가 협회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수상작
제46회 미국 작가 조합상, 각본상 수상작 등
정말 개봉 당시 비평가들의 놀라운 찬사와 수상을 한 작품입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신작인 <파워 오브 도그>는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있고, 비평가들의 극찬을 물론 2022년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다 후보작이 되었습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전작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영화를 추천드릴만한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요.
<피아노>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불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기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테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크고작게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게 되고, 영화의 해석이 무궁무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추천드립니다.
3. 넷플릭스 <혼자 사는 사람들>
영화 - 드라마 ㅣ 90분
- 콘텐츠 소개 :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
- 선정 및 추천 이유 :
제42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수상작
제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수상작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 CGV아트하우스 - 배급지원상 수상작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받고 인정을 받은 작품입니다. 상업영화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독립/인디 영화라서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하고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먼저, 독립(인디)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다라는 편견을 배제하고 영화를 보신다면 충분히 재밌는 영화,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혼자 사는 시대, 혼자가 익숙한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은 물론 그 안에서 관계를 어떻게 맺고 살아가는지. 또한 외로움과 소통을 신선하고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무엇보다 배우 공승연의 발견!이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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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함을 가진 루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짭벤져스
삶에는 우울한 순간들이 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그런 우울한 순간들을 만난다면, 삶의 방향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그저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 속에 답답함과 슬픔이 공존하게 된다. 그런 우울한 순간들이 쌓이면 마음의 응어리가 커지고, 그건 감정의 공허함으로 표출된다. 자신이 하던 일에 몰입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게 다 무슨 소용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영화 <썬더볼츠*>는 마블 영화의 분위기와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중심인물은 1대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스칼렛 요한슨)의 동생인 옐레나(플로렌스 퓨)다. 옐레나는 나타샤의 죽음 이후 암살자 일을 계속하며, 누군가를 살상하거나 다치게 하는 임무를 반복한다. 그 상황에서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자신을 죽이려는 또 다른 암살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옐레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만큼 그의 심리상태가 중심에 놓여 있으며, 특히 이번 영화의 빌런인 센트리/밥(루이스 풀먼)과의 연결을 통해 그 감정은 더 깊어진다.
[첫번째 감정] 옐레나의 공허함
옐레나는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언니를 잃었다. 타노스의 블립으로 몇 년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그는, 블립 기간 중 나타샤가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존재와 이별할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상실한 것이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밝았던 부분이 언니와의 관계였을지 모른다. 그 외에는 옐레나에겐 밝음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린 시절, 같이 훈련받던 동료를 밖으로 유인해 죽게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그는 철저히 암살자로 교육받아 성인이 되었고, 그저 어둠 속에 숨어 살인을 수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정부는 옐레나를 언제나 암살자로만 대했고, 정의로운 일을 하는 히어로들과의 거리는 멀었다. 그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전문가였지만, 그 가치는 세상에 드러날 수 없었다. 그 반복되는 인정받지 못함과 무력감이 결국 옐레나의 공허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아빠인 알렉세이(데이비드 하버)는 늘 엉뚱한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고, 나타샤의 죽음 이후엔 옐레나를 피하기까지 했다. 그는 의지할 가족조차 없었다.
그런 옐레나가 이번 영화에서 만난 건, 자신처럼 무너져본 사람들이었다.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 에이바(해나 존 케이먼), 버키(세바스찬 스탠), 그리고 밥은 모두 과거 루저였거나 현재 세상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다. 옐레나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공허함을 공유하고, 공감받는 경험을 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어둠을 직시하고, 비로소 그 안에서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는다. 어둠 속에 내리던 그림자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감정] 밥의 공허함
밥은 영화 초반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아무도 그에 대해 아는 이 없이 등장한다. 사실 그는 과거 마약 중독자였고, 실험 지원자로 정부의 비밀 초능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오랜 잠에 빠졌던 인물이다.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퓌스)가 주도한 그 실험은 어벤져스의 부재를 메우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인간을 고려하지 않은 잔혹한 실험이었고, 결국 센트리라는 위험한 존재를 만들어냈다.
밥이 센트리로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그가 가진 어둠이 드러난다. 그는 본래 순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물이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된 공허함은 엄청난 초능력과 맞닿으면서 파괴적인 성향으로 변질된다. 센트리는 그 자체로 치명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을 어둠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만든다. 결국 센트리는 밥이 만든 또 하나의 자아이자, 과거의 상처가 만든 괴물이다.
그 괴물과 싸우기 위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건, 자신도 어둠을 품고 있는 옐레나와 썬더볼츠 멤버들이다. 그들은 누구도 완전한 영웅이 아니지만, 밥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그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과거가 어땠든,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 안의 어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은 그렇게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세 번째 감정] 루저들의 따뜻함
썬더볼츠의 멤버들은 사회로부터 버려진 존재들이다. 옐레나는 암살자였고, 존 워커는 캡틴 아메리카였지만 민간인을 살해해 사회에서 퇴출되었다. 알렉셰이는 레드 가디언으로 과거 러시아에서 슈퍼솔저로 활약했다. 과거 에이바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고스트 슈트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지키는 과정에서 빌런이 되었다. 버키는 오랜 세월 세뇌된 암살자 윈터솔저로 살았고, 자신의 의지로는 끊어낼 수 없는 과거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했고, 세상 역시 그렇게 규정했다.
그들이 진짜 변하는 건, 부속품으로 쓰이던 자신들을 벗어나 서로의 공허함을 드러낸 순간부터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썬더볼츠는 단순한 팀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가 된다. 영화에서 옐레나는 그 중심에 선다. 혼자 어둠을 통과했던 사람이, 다른 이의 어둠을 외면하지 않는 존재로 성장한다. 그 변화가 영화의 감정을 이끈다.
무엇보다 <썬더볼츠*>가 특별한 건, 그 따뜻함이 조롱조차 품어 안는 데 있다. 영화는 스스로를 ‘짭벤져스’라고 비웃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둠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며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 그것이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성난 사람들’ 감독이 만들어낸 새로운 분위기의 마블 영화
<썬더볼츠*>는 마블의 기존 세계관 안에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보다는 심리적 서사에 집중한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어두움, 외면당한 트라우마, 그럼에도 서로를 위로하려는 따뜻함이 중심이다. 어찌 보면 히어로물보다는 심리치료 영화에 가깝다.
타노스 이후, 계속 힘을 잃어가던 마블의 흐름을 바꿔주는 영화로 볼 수도 있다. 플로렌스 퓨는 블랙 위도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감정 연기의 폭이 넓고, 이 역할을 아주 설득력 있게 완성해냈다. 플로렌스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스턴트도 직접 해냈고, 그의 얼굴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심리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세바스찬 스탠, 와이어트 러셀, 해나 존 케이먼, 루이스 풀먼도 자기 캐릭터의 무게를 단단히 지킨다.
이번 영화의 연출은 <성난 사람들>로 국내 팬들에게 인상 깊은 인장을 남겼던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이 맡았다. 과감하게 분위기를 달리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캐릭터의 내면과 심리를 차분하게 끌어올리며 이전 마블 영화들과는 다른 무드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블랙 위도우>와 <팔콘과 윈터 솔져>, <호크아이> 시리즈 등에서 활약한 에릭 피어슨이 각본을, <더 배트맨>, <듄>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준 마이클 지아치노가 음악을 맡아 마블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도 감정에 집중한 새로운 결을 만들어낸다. 흔한 히어로 액션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인물들이 다시 살아가려는 이야기로 무게중심을 옮긴 선택이 반갑다.
이 영화는 2개의 쿠키 영상으로 마무리되며, 이후 등장할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암시한다. 뉴 어벤저스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이 팀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고 진짜 같은 영웅들이 아닐까. 공허함과 상실, 어둠과 따뜻함. 이 감정들을 이토록 정밀하게 풀어낸 히어로 영화는 많지 않다. 공허한 마음에 묘한 울림을 남기고 싶다면, 이 ‘짭벤져스’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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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담은 한 노인의 기억과 회한
개봉 전 시사회에서 먼저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아주 어린 시절에 가족과의 관계를 시작해 여러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가며 다양한 소통을 이어나간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인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원래의 가족에서 독립하지만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태어난 아이들을 키워나가기 위해 일을 하거나 집안 일을 돌본다. 그렇게 자신의 가족과의 관계에 얽메어 보내는 시간은 많지만 그 시간은 덧없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가족에 신경쓰다 문득 돌아보면 어느 덧 나이가 들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자식들은 독립하여 나가고, 남은 배우자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배우자 마저 세상을 등지게 되면, 결국 혼자가 된다. 그렇게 남겨지는 건 나이든 모습이 되어버린 자신 뿐이다. 우리 주변에도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노년층이 많다. 그들은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산책을 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간다. 어쩌면 노인이 된다는 것은 외로움의 무게를 좀 더 잘 참아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강하게 자신을 옭아매었던 가족들에게 해방되는 자유를 누림과 동시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 매일매일 찾아오는 하루의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다.
75세 노인 모모코의 이야기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이제 75세가 된 모모코(다나카 유코)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다. 현재의 모모코와 과거 젊은 시절의 모모코(아오이 유우)가 교차로 보여지며 그가 살아왔던 과거의 이야기와 함께 현재 노인이 된 모모코의 모습이 펼쳐진다. 영화는 아주 담담하고 때론 유머러스하게 모모코의 생활을 보여주는데, 사실 상 영화의 대부분은 모모코가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해먹고, TV를 보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 같은 사소한 일상들을 보여주면서 그가 떠올리는 기억들이 이어진다.
모모코의 남편(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몇 년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들과 딸은 모두 독립했다. 그나마 아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교류가 없다. 그래서 영화 초반 모모코의 모습은 왠지 외로워 보이고 어딘가 아파 보인다. 영화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모모코의 또다른 자아 혹은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모코가 과거를 떠올릴 때나 혼잣말을 할 때 어김없이 그들이 등장하여 모모코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나온다. 아마도 모든 사람이 그런 것 처럼 혼자 있을 때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머리 속으로 자신만의 대화를 하는 것을 화면으로 옮긴 것 같다. 조금은 정신 없지만 꽤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모모코가 병원에서 어떤 그림을 봤을 때 혹은 어떤 특정 장소나 상황을 경험할 때, 과거의 일들이 플래쉬 백으로 이어진다. 가끔은 영화 속 현재 시점에 모모코의 과거 모습이 그대로 등장하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과거나 과거의 모습은 아마도 그가 가지고 있는 과거에 대한 회한일 것이다. 무수한 과거의 추억과 기억들은 차례차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적으로 떠올랐다 지나가곤 한다. 그것처럼 모모코도 아주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남편과 만났던 시간 그리고 어떤 때는 아이들과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영화는 결국 나이 듦에 대한 영화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웬디>도 나이 듦에 대한 영화였는데, <웬디>는 나이 듦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였다. 반면,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나이가 든 노인의 일상과 마음을 담는데 보다 집중한다. 혼자가 되었다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여러가지 연극적 장치들로 표현되고 있고 노인이 되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먹는 모습 등을 통해 그들이 겪는 일상이 보여진다. 모모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찾아서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등 남편과 사별한 이후 혼자된 일상에서 작은 자유를 누린다. 그것이 남편이 자신을 남겨둔 이유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영화 속 모모코는 그렇게 나이 듦과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모모코가 가진 기억과 회한을 아름답게 담다
영화에서 가장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은 모모코가 혼자 등산을 가는 장면일 것이다. 조용히 도시락을 싸서 물통을 들고 산으로 향한 그는 산에 올라가는 곳곳에서 과거의 흔적을 만난다. 꼬마의 모습을 한 모모코를 만나 대화를 하기도 하고, 20대의 모습을 한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여전히 젊은 모습을 한 남편을 만나 손을 잡고 걸으며 대화하기도 한다. 그것들은 모두 등산을 하며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것일텐데 그 모습이 꽤 감동적이다. 마치 나 자신의 추억과 대화하는 것처럼 과거와 만나는 모모코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모든 추억과 기억들을 만나 하나씩 둘러본다.
그는 시골에서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도망쳐 도시로 왔기 때문에 부모와의 추억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결혼 후 50년 넘게 같이 생활한 남편과 가족에 대한 기억들은 마음 구석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다. 비록 지금 독립하고 관계가 소원해진 아들과 딸 이지만 그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아들과 딸을 보는 젊은 모모코는 늘 웃는 모습이다. 남편을 보는 모모코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웃는 모습이다. 그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행복했지만 너무 가족만 보다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처음 도시로 와서 원했던 자유로운 신여성이 되지는 못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에게 작은 자유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여러가지 작은 것들을 하려고 하는 모모코의 모습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영화의 맨 처음 장면은 우주가 만들어지고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여 진화하는 순간들이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진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그가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보며 공부하고 메모하는 내용들이다. 어쩌면 치매예방을 위해 해나간다고도 볼 수 있는 그 내용들은 이미 모모코의 머리 속에 자리하여 그의 기억이 되었다. 영화는 모모코가 치매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모모코가 큰 문제없이 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려준다. 영화의 말미 모모코와 손녀의 대화에 보여지는 모모코의 얼굴은 그가 살고 있는 그 삶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 아카타케 치사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아주 정적인 영화다. 등장인물이 거의 없고, 특별히 어떤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스토리 전개라고 할만한 것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모모코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을 담을 뿐이다. 한 노인의 정신과 마음을 온전히 담은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서 과거와 만나고 추억을 회한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모모코의 모습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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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모든 세계를 넘어, 이 세계의 너에게로
최근 넷플릭스에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올라왔다. 이제 OTT를 통해서도 해당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만큼, 오늘의 영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다시금 꺼내들고 싶다. OTT 속, 해당 영화의 재생을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현실 세계를 넘어, 또 하나의 '에에올'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자, 이제 벌써 '에에올'의 우주는 시작되었다.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리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콴 주연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총 3부로 나뉘어 영화를 전개해 나간다. 긴 제목을 해체해 1부 ‘Everything', 2부 ’Everywhere', 마지막으로 3부 ‘All at once’로 부를 나눴다. 영화의 전개 안에서 ‘에블린’의 우주를 분리했듯 영화를 감싸고 있는 부도 세 개로 쪼개진다. 그로써 우리는 한 단어, 하나의 부 안에서 수많은 우주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등장하는 에블린은 ‘이 세계’의 에블린이다. 여기서 에블린은 동성 애인을 사귀는 딸의 엄마이자, 남편과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여자이며, 오늘 해야 할 신년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일이 많아 남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여유도 없다. 남편이 이혼 신청서를 가져와 대화할 시간이 있는지를 묻지만, 신청서의 내용을 확인할 시간도 없이 시간은 바쁘게 흘러간다.
그러나 이후 에블린은 '이 세계'가 아닌 수많은 다른 우주로 이동하고, 또 다른 세계들을 경험한다. 이 수많은 우주는 관객인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심지어 주인공인 에블린의 의지와도 무관하게 펼쳐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에블린만큼이나 '혼란'을 경험한다. 이 세계는 어디길래 남편이 동료가 되어 있는지, 또 이 세계는 어떤 곳이길래 갑자기 세무조사 직원이 에블린을 죽이려 드는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이전에, 이 영화의 최종 빌런, 다시 말해 주인공인 에블린이 무찔러야 할 악인이 등장한다. 세무조사 직원도, 남편도 아닌, '이 세계'에서의 딸, 조이다.
혼란에 빠진 에블린에게 남편의 얼굴을 한 ‘다른 세계의 웨이먼드’는 ‘에블린의 멀티 유니버스’에 대해 말해준다. 여러 우주에 수많은 네가 있고, 어떤 방식을 통해 다른 세계의 에블린과 연결될 수 있다고. 그리고 네가 이 모든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부는 신년 파티가 열리는 ‘이 세계’를 비롯해 ‘모든 곳’을 넘나드는 에블린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에게 에브리씽 베이글은 ‘모든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함께 손을 잡고 블랙홀에 들어가 줄 ‘에블린’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에블린을 죽이고 다녔다는 것이다. 에블린은 이 말에 설득되고, 조부가 그랬듯 우주를 넘나들며 다른 인물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너구리를 모자에 숨겨놓고 요리하던 요리사의 너구리를 손님들에게 들키게 만들고, 액션 배우인 에블린으로 빙의해서는 그곳의 웨이먼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세계’로 돌아와서는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에블린을 찾아온 직원 디어드리에게 난동을 부린다. ‘다른 세계’의 에블린이 ‘다른 세계’의 조이를 파괴했다면, ‘이 세계’의 에블린은 조이와 함께 블랙홀로 들어가는 결말을 향해가며 ‘모든 세계’를 파괴한다. 에블린은 모든 우주에 ‘버스 점프’를 하다 쓰러지고, 고요한 ‘돌’의 세계에서 ‘돌’이 된 조부 투파키를 마주한다. 어떤 음향도, 소리도 없지만, 관객은 돌이 된 둘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혼란과 혼돈 속에서 고요함은 커다란 힘을 가진다. 고요하고 적막한 그 세계에서, 둘은 같은 ‘돌’이 되어 대화한다.
자연스레 우리는 ‘조부 투파키’, 즉 다중우주의 조이를 따라 에블린이 블랙홀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조이가 에블린의 딸인 것처럼, 이혼 신청서를 건넬 정도로 에블린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던 웨이먼드 또한 에블린의 남편이자 가족이다. 여기서 이 둘을 막아서는 건 웨이먼드다. 그는 디어드리를 설득하고, 에블린을 죽이려 하는 다른 인물들을 막아서고, 블랙홀로 들어가기 직전의 에블린을 막아선다. 조부 투파키가 잡지 않은 맞은편 손을 잡고, 웨이먼드는 에블린을 설득한다. 웨이먼드는 에블린을 공격하지도, 상처를 주고 끌고 오지도 않았지만, 에블린은 자신을 위한 웨이먼드의 설득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돌아온 에블린을 두고 조부 투파키는 홀로 블랙홀로 걸어 들어간다. 그를 막기 위해 여러 엑스트라들을 공격하는 에블린에게, 웨이먼드는 ‘친절함’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1부와 2부의 초반부에서 에블린이 다른 사람들을 물리치는 방법으로 ‘무술’이나 ‘공격’을 선택했다면, 여기서 에블린은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완성’하거나 함께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공격력을 약화시킨다. 조이를 공격하라고 말하고 에블린과 싸우려 들던 ‘다른 차원의 아버지’가 에블린을 공격하려 들자, 에블린은 자신은 아버지처럼 자식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계’로 돌아온다. 에블린은 1부에서 그랬듯 조이의 동성 애인인 베키의 손을 잡지만, 이제 에블린에게 베키는 ‘숨겨야 할’ 사람이 아니다. 에블린은 아버지에게 당당히 베키를 ‘딸의 애인’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이 세계’의 조이는 여전히 차를 타고 떠나려고 한다. 에블린은 차에 타려는 조이를 붙잡고 말한다. ‘난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어디든 갈 수 있는데도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 ‘상식이 통하는 건 한 줌의 시간’뿐인 이곳에 머무르기로 선택한 이유. 여기서는 ‘우리’가 가족으로써 온전한 ‘우리’일 수 있고, 어떤 모습이든 조이가 ‘딸’이기 때문이다. 조이와 에블린은 서로를 끌어안고, 영화는 3부로 나아간다.
1부의 제목은 'Everything', 2부의 제목은 'Everywhere'. 이에 따라 관객인 우리는 그 모든 세계의 '모든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곳'을 넘나들며 세계를 파괴해 나가는 에블린을 지켜봐왔다. 이 모든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까. 이 세계에서 엄마와 딸이었던 에블린과 조이는 대적하게 될까. 그런 날카로운 질문들을 마음속에 품어두고 영화를 지켜봤던 것이 무색하게, 2부 끝에서 에블린은 조이를 붙잡고, 우리가 여전히 우리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끝에 이어지는 3부, 'All at once'는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커다란 메시지를 담고 등장한다.
‘그 모든 삶을, 그 모든 세계를 버리고도 너와 함께’를 전달하기 위해. 이 세계에서만 ‘우리’일 수 있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영화는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이들의 세계를 보여줘왔다.
수많은 세계를 지나 ‘우리’에게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그 긴 여정의 종착점, 우리의 차원을 위해 그렇게 서사를 쌓아왔다. 우리는 이 우주의 등장인물로써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누군가는 현재에 만족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곳의 ‘나’를 버거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딘가의 ‘나’는 이곳의 ‘나’를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삶이 실패한 삶인지, 여기가 어떤 세계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그리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며 모두를 가족으로써 끌어안았던 에블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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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행위를 통해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클럽 제로'
새로운 선생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스 노백(미아 바시코브스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미스 오백. 엘리트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전달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다방면으로 채운 수많은 수업 도구들. 이 미스 노백의 풍부한 준비성은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노백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 수업을 듣는 이유는 각기 다양했다. 누구는 장학금을 받고 싶었고, 어떤 아이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에서 학생들이 청강하게 된 시작한 이 수업은 점점 더 광기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아연실색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하지만 이 광기에 브레이크는 없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씨네랩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은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인에게 서려있는 집에 대한 강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면서 집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이 서로 겹쳐 보인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클럽 제로>는 먹는다라는 소재와 ‘그 어떤 영화’로서의 맥락을 겹치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 미스 노백이 아이들에게 갖는 이미지가 그런데, 인물들이 갖고 있는 결함을 노백이 채우는 듯한 묘사가 이 맥락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한층 강화시킨다.
이런 비유가 그냥 단지 있어 보이려고 넣은 건 아니다. 물론 엄태화, 제시카 하우스너 감독님에게 진짜 ‘그냥 넣으셨나요’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글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적하는 것이 집이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필수적이라는 비유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클럽 제로> 역시 마찬가지다. 먹는다는 행위를 인간의 어떤 모습과 대비하고 싶었는지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유는 인류의 필수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현대인들에게 '먹는 것'에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맹신과 불신을 다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설정이 되는 것이다.
이 다른 텍스트(맥락)를 가져온 감독의 의도는 시각적인 측면과도 이어진다. 이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잘 짜인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다. 웨스 앤더슨이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근거에 미장센을 두는 것이다. 이 이유는 웨스 앤더슨이 관점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도 중요한 연출 방식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가 1대1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장센이 이야기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를 우화같이 연출해야 이 맥락과 닿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맥락으로 읽는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책 몇 권이 떠오른다.
사운드의 힘
이 영화에서 강박적인 미장센도 인상 깊지만 그거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운드다. 이 영화는 시/청각적으로 관객을 압박한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 경우가 되는 것이다. 특히 '험~'하는 소리는 여러 관객에게 인상 깊을 것이다. 왜 이 장면들이 기괴할까? 이는 감독이 영화의 소리들을 전부 장악했고, 그 나름대로 통제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청각적인 측면에서는 감독이 섬세한 분인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소리를 넣어야 관객이 기괴하게 느끼고 영화의 생동감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한 섬세한 연출력 덕분이기도 하다.
또 위에서 쓴 바와 같이 청각적인 것만큼이나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하기도 했다. 이는 웨스 앤더슨 같은 강박적인 미장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먹는 행위를 어떻게 묘사했는지도 주의 깊게 볼 만하다. 이 역시 영화의 모든 언어를 통제한 감독의 연출력이 강점이 되는 부분이다. 반대 측면에서 약간 역겹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더 웨일>을 생각하면 쉽게 머릿속에 이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서늘한 질문
이 영화에서 약간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아-무 의심 없이 미스 노백에게 현혹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야 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적었듯 하나의 우화처럼 연출했다. 우화처럼 연출했다는 점은 이야기에서 우리 인류의 모습을 일반화하겠다는 의미다(<별주부전>에서 게으른 인간상에 대해 이야기했던 바와 유사하게). 아이들이 가진 각기 다른 결핍과 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시면서 '이건 핍진성/개연성의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것보다 '감독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걸 추천한다.
문과생에게 미적분 같은 느낌
이렇게 <클럽 제로>는 우화 같은 이야기로 라이프스타일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예술영화가 우리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진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 분명 쉽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나 <보 이즈 어프레이드>처럼 고난도의 예술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두 영화만큼이나 굉장히 심오하고 난해하게 느낄 부분도 몇 있다. 이 장면에서 그냥 일반적인 예술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는 영화를 좀 보는 사람에게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예술영화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예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난해할 수 있어도 꼭 보면 좋을 영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힘에 강세를 뒀기 때문에 뭔가 다른 구멍도 느껴진다. 이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이, 특히 촬영과 관련된 부분이 깔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먹는 행위와 우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은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런데 촬영에서 시각적으로 보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기괴한 시청각적인 요소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굳이 이 부분에서까지 이런 표현법이 들어갔어야 했는가? 는 의문점이다. 영화에서 날것의 흔적이 난다는 것이, 미장센의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았다는 관점에서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다. 감독님에게 '의도가 있었나요'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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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 리메이크 / 로코의 정석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진영 다현 / 대만 원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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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몸값> 메인 예고편
왓챠 익스클루시브 〈몸값〉 예고편 공개! "제가 XX가 아니라서 그런 거예요?" 10분의 흥정, 4분의 충격! 〈몸값〉은 3월 30일(수) 17시, 왓챠에서 독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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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미래일기 시즌 2> 공식 예고편
20년 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전설적인 연애 리얼리티 쇼를 넷플릭스가 리부트한 작품, 《미래일기》가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미래일기》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적혀 있는 신비한 사랑의 일기장'. 서로를 전혀 모르는 출연진에게 일기장이 전해지고, 거기에는 그들이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는 예언이 적혀 있는데. 깜짝 놀랄 만남과 감동적인 사랑 고백, 특별하고 극적인 이벤트를 경험한 출연자들은 과연 사랑에 빠지게 될까? 시즌 2에서는 일기장이 요구하는 험난한 시험에 든 출연자들의 삼각관계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싱글 남녀들은 사랑과 우정 중 어느 쪽을 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