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4-11-21 14:37:20
강동원 씨, 껍데기가 참 무겁죠?
넷플릭스 [전, 란]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작품 [전, 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작품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넷플릭스가 버릇 나빠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 시작했다. K콘텐츠로 쏠쏠하게 재미를 본 것은 인정하지만. 그 뒤로 넷플릭스를 뒷배 삼아 제작된 한국 작품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도, 그렇다고 참신하지도 않았기 때문.
게다가 최근 작품들에서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배우가 주연진에 들어차고 있다면, 배우의 이름값으로 인해 반가우면서도 작품 자체에 대한 우려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OTT시청자들에게야 작품 하나는 그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작품이 별로라면 손쉽게 종료 버튼 한 번으로 물려버릴 수도. 좋았다 하더라도 또 다른 좋은 것들에 파묻히기 좋을 작품들 중 하나로 남아 버릴 테니.
그러나 넷플릭스에게도. 그리고 출연진들에게도. 작품 [전, 란]은 매우 상징적인 작품이 될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떠도는 소문(?)에 대한 억울함도. 그동안의 치욕도. 함께 벗어던질 수 있을 만큼의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는 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청자의 입장인 내게는 몇몇 출연자들에게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게 느껴졌다. 배우 차승원의 경우 선조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수라간에서 더 많이 마주칠 것만 같았고. 천하의 연진이도 입 닫게 만든 말솜씨의 나이스한 강아지 이미지를 과연 정성일 배우가 벗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사실 가장 큰 궁금증이자 의문은 배우 강동원에게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에게는 배우로서의 꽤 많은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매번 배어 나오는 사투리.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얕은 호흡과 그로 인해 더 처참한 대사 전달력. 그리고 자신을 이 자리까지 올려준데 절대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공을 세웠겠지만 그와 동시에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 벚꽃을 뿌려준 것만 같은 그놈의 용안(?)까지.
그 후광효과를 깨고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무던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특히 최근 작품들에서는, 아쉽다기보다 절망에 가까웠다. 그에게 단단히 결속되어 벗겨지지 않는 이 껍데기를 과연. 이번에야말로 주연 배우의 위치에서 벗어던질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였다.

그러나 작품 바깥에서의 상황은 작품 속 인물들이 맞이한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신의 것이 아닌 영광을 가진 종려(박정민;AKA 짜증계의 신예)와 거적때기에 불과하지만 청의검신으로 불리게 해 준 옷과 검을 걸친 천영(강동원)의 모습이 그러하다. 만인지상이라는 왕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지만. 붉은 옷과 그 한 글자를 제외하면 그저 생떼 쓰는 수염 난 늙은 아이에 불과한 선조(차승원)까지도.
등장인물들은 껍데기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거나,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기도 한다. 좋든 싫든 영화 속 인물들은 상황에 맞게 자신이 지녀야 하는 그 껍데기를 꾸깃꾸깃 눌러쓰고 삶을 연장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배역과 배우로서의 껍데기를 가장 먼저 벗어던진 사람은 놀랍게도 정성일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장면이 켜켜이 쌓인 껍데기 논란(?)에 가장 맞닿은 통쾌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청의검신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겐신은 자신의 신분을 은닉하기 위해 꾹꾹 눌러썼던 갓을 홱 내팽개치고 말에 박차를 가한다. 앙다문 입 사이로 그의 숙적을 향한 결의가 비치는 순간은 짧았지만. 하도영의 남은 그림자를 완벽히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정성일 배우는 자신의 숙적과의 결투를 고대한 장수인 겐신 그 자체였다.
겐신으로 재탄생한 정성일 배우와 가장 많은 대립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천영이다. 그리고 다행히 배우 강동원은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약점을 이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했다. 이 정도면 "스울 사람"이라고 봐도 될 법한 수준의 언어 구사. 염소 같은 목소리의 소리침이 아닌. 그래도 제법 포효의 느낌이 나는 호통과 절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게 스턴트 장면을 해낸다는 장점까지 십분 살려,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은 꽤 긴장감 넘치는 "대등한"승부를 보여준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작품 전체로 보았을 때는 연기자들의 호연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롯이 이야기의 흐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개연성도 마음에 날아와 박히지 않고. 종려와 천영사이의 오해가 빚어내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꽤 많은 장면들이 그저 다음 장면을 위한 흐름에 쓰일 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 쉽지 않다. 그로 인해 극 중 존재하는 모든 갈등이 깊어지기보다 퍼지기만 해서 극의 후반부에 도착해도 시원함이 느껴지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는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너무 극대화되어.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 어느 작품에나 악역이나 천덕꾸러기가 있기 마련이지만. 애초에 "그럴 인간"으로 보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 분명 장면들은 아름다운데. 그 안에서 뛰어노는 인물들에서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극 중 거의 모든 배우들의 선입견을 날려버릴 만큼 애쓴 영화임에는 확실한 이 작품은. 볼만한 장면들이 분명 많음에도 불구하고 봐줄 만한 작품이 되지는 못했다.
[이 글의 TMI]
1. 어제 상체 PT 받고 버스 손잡이도 못 잡는 휴먼이 됨.
2. 아보카도랑 눈치싸움 드럽게 힘드네.
3. 2025년 다이어리 구매 완료
4. 왜 아직 월급날 아니지?
#리뷰 #영화리뷰 #munalogi #넷플릭스 #전란 #박정민 #강동원 #정성일 #진선규 #김신록 #리뷰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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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의 밤> - ‘공허함을 털어내는 낙원의 밤’
낙원의 밤 (Night in Paradise)
감독 : 박훈정
출연 :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공허함을 털어내는 낙원의 밤’
<신세계>, <마녀>, <브이아이피>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과 거친 연기와 다르게 의외의 수줍음을 뽐내며 인기를 얻은 엄태구 배우, <로맨스가 체질>, <빈센조>를 통해 떠오르고 있는 오묘한 분위기를 지닌 전여빈 배우, 그리고 예능과 영화를 넘나들며 끝이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차승원 배우까지.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이들의 조합과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통해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낸 작품 <낙원의 밤>.
<낙원의 밤>은 박훈정 감독의 감성으로 짜낸 약간의 낭만이 가미된 누아르물이다. 누아르라는 장르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있다 보니 개인적으론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신세계>에 비하면 나름 견딜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누아르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혈이 낭자한 화면을 보는 것을 기피하는 편이었고, 보고 난 후 특유의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큰 화제를 부른 작품 또는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이 올라간 작품이 아니면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 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장르인데.. <낙원의 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이런 취향이 아니구나., ‘별로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짜여진 이야기의 틀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바람에 멋있으려다가 뻔해진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아쉬운 부분들을 커버해내는데 성공한 영화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신세계>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것이고, 후루룩 볼만한 새로운 한국형 누아르 영화를 찾는다면 괜찮을지도..
조직 간의 세력 싸움, 믿음과 배신, 믿었던 이의 배신으로 인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게 된 남자, 그리고 정말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 배신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남자,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하나뿐인 피붙이를 잃은 여자. <낙원의 밤>의 주인공인 태구와 재연에게 남은 건 ‘나’ 하나뿐이다. 나만 남아버린 삶. 두 사람은 낙원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제주도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한다. 얼른 사라져버렸으면 싶은, 절대 얽히기 싫은 사람이 어느새 유일한 친구가 되고, 나의 안부를 물어봐 주는 마지막 사람이 된다.
완벽한 낙원에서 보내는 밤이라기보단 낙원이었던 곳에서의 밤, 그리고 진짜 낙원으로 떠나기 위한 밤. 그러한 의미를 지닌듯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질러댄 악이 가득했던 낙원의 그날 밤을 들여다본다.
낙원의 밤 시놉시스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영화 속에 낙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조폭 세계에 몸담고 있는 주인공 태구, 총기 거래를 하는 삼촌 쿠토와 함께 살고 있는 재연. 그리고 비열한 양 사장과 사람 사이에 앙금을 두고 보지 못하는 마 이사. 서로에게 살벌한 눈빛을 뿜어대고 있는 이들이 만났는데, 이들 사이에 낙원이라는 환상적인 장소가 존재할 리가 없다.
태구와 재연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제주도에서 만나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태구는 양 사장의 계략으로 인해 마지막 남은 피붙이인 이복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재연의 부모님은 삼촌 쿠토와 연루되어 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쿠토 또한 배신으로 목숨을 잃는다. 재연은 쿠토가 차라리 죽었다면, 없어졌다면, 부모님과 엮이지 않았다면 하고 원망하기도 했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던 피붙이인 그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태구와 재연은 피를 나누거나 함께 자란 사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사람의 외로움. 모든 걸 잃은 사람의 분노, 복수심.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삶에 대한 허망함. 이러한 감정들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감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감정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마치 재연이 태구에게 도움을 청하던 것처럼, 재연이 쓰러지며 자동차의 클랙슨이 세차게 울리던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아무리 높아도 20%인 생존율,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생. 양 사장의 배신으로 눈앞에 성큼 다가온 죽음. 삶의 끝에 서 있던 두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지붕 아래서 함께 잠이 든다. 누나와 함께 먹고 싶었던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물회, 죽어서도 생각날 것 같은 물회. 위험을 직감했지만 잠시나마 포근한 침대에서 눈을 붙일 수 있었던 펜션. 온갖 걱정과 슬픔을 말아 함께 피던 담배. 두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어떤 내일을 꿈꿨을까? 아니, 어떤 죽음을 생각했을까.
배신, 승리, 패배 뒤에는 복수가 따라붙는다. 당했으니 그만큼 갚아줘야 한다. 계산은 확실해야 하니까. 재연은 자신의 삼촌이 했던 것처럼 소중한 사람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 재연의 부모님이 살해당한 후, 쿠토는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 꽤 많은 수의 러시아 조폭들을 한 번에 처리했다는 쿠토의 이야기는 조폭 세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왔다고 한다. 삼촌을 통해 배운 것인지, 정확한 사격실력을 뽐내던 재연은 자신의 머리 가까이 대고 있던 총구를 돌려 마 이사와 그의 부하들에게 겨눈다. 그리고 삼촌이 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릴 완벽한 복수에 성공한다.
나의 상태를 걱정해 주던 사람, 빈말일지 몰라도 “괜찮냐”라고 물어주던 사람,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나처럼 홀로 남겨진 사람. 관자놀이 옆에 위치한 총을 치워준 사람. 그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느꼈지만 어느 순간 지독하게 엮여버린 마음. 그리고 그것을 끊어낸 배신과 죽음. 재연과 태구는 견디기 힘든 현실을 뒤로하고 새로운 낙원으로 향한다.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 20%의 수술 성공 확률을 보장받는 미국이 아닌, 수평선 너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이승이 아닌 그곳으로 말이다. 연이어 지옥 같은 현실을 떠난 태구와 재연은 함께 먹었던 물회 맛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완벽하게 냉혈 하다기보단, 조금은 인간적이었기에 더욱 찝찝한 마음이 남는다. 누아르물 특유의 하드함과 마음껏 비난하고 싶었던 배신과 잔혹함, 그리고 기대엔 조금 미치지 못했던 이야기가 내 마음을 들쑤셔놓은 영화였다. 아쉬움으로 끌어내릴 정도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신세계>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정도. 딱 그 정도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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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웨일(2022)> 리뷰
※ 스포일러 주의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을 무척이나 따르는 8살 딸을 버리고 집을 떠난다. 그가 매정한 선택을 한 이유는 바로 단 하나, 연인이다. 자신이 가르쳤던 독실한 남학생. 그리고 시간이 흘러 8살 소녀는 장래 문제가 코앞에 닥친 청년이 되었고, 연인을 잃은 남자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자신을 돌보지 않음으로써 느리게 자살을 시도해 온 남자는 자문한다. 내가 이 삶에서 잘한 것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영화 <더 웨일(2022)>은 <블랙 스완(2010)>, <재키(2016)> 등으로 이름을 알린 대런 애로노프스키 신작이다. 감독은 찰리(브렌든 프레이저)의 마지막 일주일을 조망하며 한 인간의 지극히 다면적인 면모를 스크린에 담아내며, 주인공이 역시나 입체적인 주변 인물과 맞물리고 부딪히는 장면을 통해, 끝끝내 구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약 120분에 걸쳐 풀어낸다.
연극을 원작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카메라는 주인공 찰리의 집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간이 갑갑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은 배경이 찰리의 상황과 너무나도 잘 맞물렸기 때문일 것이다. 찰리는 멈춰있는 사람이다. 연인이 죽은 이후로 그의 시공간과 감정, 기억은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아니,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찰리는 감히 죽은 연인 앨런 그랜트의 방을 정리하지 못하고 보존하며, 온라인 강사로 근무하고 배달음식을 시키면서까지 집을 떠나지 못하고, 폭식을 통해 스스로를 학대한다. 심지어 딸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이 아님에도 그가 기억하는 딸 엘리(세이디 싱크)의 집은 이미 몇 년 전에 이사를 간 과거의 장소이다. 게다가 그는 울혈성심부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초고도비만환자로 설정되어, 혼자서 이동하는 것조차 어렵고, 큰 웃음을 내는 것조차 힘들어 능동적인 변화를 자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하니 그는 늘 실내에 머문다.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다. 가장 내밀한 심장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삶이 면면히 이어져 오던 어느 월요일 찰리는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킨스)를 만난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우연히 밖에서 찾아온 손님은 그의 기억을 들쑤시고, 고통을 나눈 친구이자 전담 간호사이기도 한 리즈(홍 차우)는 찰리에게 허락된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그는 고통스럽다. 낙담에 빠져 긴긴 세월을 보낸 탓에 그의 시야는 오로지 절망만 포착할 줄 안다. 찰리는 이혼 후 받아들였던 접근 금지 제약을 어기고 엘리에게 연락한다. 언뜻 보면 마지막 순간을 앞둔 아버지의 부성애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사실은 아니다. 그는 세계로부터 확인받고 싶었다. 자신이 이번 생에서 잘한 것이 단 하나라도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엘리를 만났을 때 찰리가 하는 이야기는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잘못된 선택을 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딸의 근황조차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찰리는 엘리가 세계를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만난 이후에 간신히 알게 되는데, 그럼에도 아버지는 상호 관계의 회복을 추구하고자 자신을 먼저 내려놓는 시도를 하기보단 거래를 선택한다. 찰리는 이렇게 제안한다.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고, 그렇게 하면 돈을 주거나, 과제를 대신해주겠다고. 전 부인이었던 메리(서맨사 모턴)가 찰리의 장점 중 하나가 낙관주의였다고 말한 것처럼 어쩌면 찰리가 지나치게 큰 희망을 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딸 엘리가, 어릴 적 쓴 모비딕 독후감에서 보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을 거라고. 그리고 자신은 어쩌면 딸아이에게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야속하지 않던가. 찰리가 8여 년 간 변했듯, 엘리 역시 변했다.
물론 찰리의 시간을 아는 관객에겐 그의 선택이 어색하게 보이진 않는다. 찰리는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기엔 시간이 없다. 얼어붙은 현재를 사는 자에겐 과거로 귀환하는 것도, 미래로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죽음을 앞두어 평소보다 거동이 어려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딸 엘리는 그러한 속사정을 모른다. 예전엔 아버지를 따랐던 딸은 이미 크게 상처 입었다. 오랜 기간 연락 한 번 없던 아비의 요청은 뻔뻔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엘리는 찰리의 요청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 엘리가 최초에 내밀었던 패는 과제물이 아니었다. 찰리가 옛 추억에 젖어 당장의 거래를 요구했다면, 엘리는 찰리에게 외부 세계로의 물리적 확장을 요구한다. 자신의 두 발로 세계를 버텨낼 것을, 그리하여 끝내 자신에게 걸어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뿐이다.
엘리는 찰리에게 분노하면서도 거듭 아버지의 집에 온다. 그를 잠재우고 집의 구석구석을 탐독하며 멈춰있는 찰리의 시간을 본다. 그의 세계에 토마스를 끌어들이기도 하며,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찰리와 토마스를 폭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엘리는 차츰 알아간다. 누군가는 사랑으로 절망에 빠질 수 있음을, 끊어진 애정은 인간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음을, 그저 단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해답이 아닐 수 있음을. 이 모든 과정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상당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엘리는 결국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애정 모두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일조했음을 배운다. 언젠가, 세상을 미워하기보단 모비딕의 인물을 향해 연민을 품었던 소녀가 되돌아온다.
엘리의 변화에 찰리는 화답한다. 그는 두 발로 세상에 선다. 모비딕 에세이를 읽는 딸의 목소리를 듣는다. 변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찰리는 딸에게서 가능성을 보았고, 자신의 삶이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에 확신을 얻으며 스스로를 긍정했다. 원망이나 절망의 시간은 끔찍했더라도 결국은 오늘의 삶, 찬란한 마지막을 위한 삶의 여정 중 일부였다. 그것이 과정의 처절함을 모두 중화시켜주진 않겠으나 영화 말미 쏟아지는 빛처럼 작게나마 위로가 되는 듯하다.
<더 웨일>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너무도 쉽고 편리하게 타인에 대해 말을 늘어놓지만, 실은 타인을 그리 쉽게 헤아린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삶은 너무도 복잡다단하며 그 삶이 촘촘히 쌓이고 연결되어 만들어진 사회는 더더욱 복잡하고 다양하여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세계를 그 누가 감히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영화의 짧은 몇 장면이 더없이 빛난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의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차마 모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앨런을 도운 메리나,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탕아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데에 성공한 엘리에게서. 영화 속에서 실현되는 찰나의 완전함은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일궈낸 기적적인 한 순간이었다.
찰리는 살아있으라는 생명의 본원적 명령을 거부하고, 삶이라는 운명을 수행하지 않는다. 악명 높은 미국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저축조차 딸을 위한 것이었다며 사용하지 않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딸 앞에서 죽는다. 이것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가를 떠올리다 보면 찰리의 선택은 낭만적 비극의 전형임과 동시에 너무도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소망의 실현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허나 영화는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지속적인 낙담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한 인간이 삶의 의지를 잃은 모습부터 최후의 구원까지 훌륭하게 연기한 연기자 브렌든 프레이저에게 박수를.
★★★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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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6월 셋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요즘 많은 기대작들이 개봉을 하면서 영화관이 활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또한,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될 것 같은데요.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마녀 ( Part2. The Othe r One> (NEW)▶ 개봉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한 <마녀 Part2>.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마녀>의 후속작인만큼 많은 관람객이 찾은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00만 9,28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45만 8,09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줄거리
자윤’이 사라진 뒤, 정체불명의 집단의 무차별 습격으로 마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아크’가 초토화된다.
그곳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녀’는 생애 처음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고 우연히 만난 ‘경희’의 도움으로 농장에서 지내며 따뜻한 일상에 적응해간다.
한편, ‘소녀’가 망실되자 행방을 쫓는 책임자 ‘장’과 마녀 프로젝트의 창시자 ‘백총괄’의 지령을 받고 제거에 나선 본사 요원 ‘조현’,‘경희’의 농장 소유권을 노리는 조직의 보스 ‘용두’와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소녀’ 안에 숨겨진 본성이 깨어나는데…
2. <범죄도시2> (▼1)▶ <마녀 2>가 개봉하면서 한 단계 떨어진 <범죄도시2>. 다만, 주말 관객 수는 6월 둘째 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9일 기준, <범죄도시2>의 예매율이 10.8%로 3위를 차지하면서, 6월 넷째 주도 <범죄도시2>가 여전히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55만 97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46만 30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버즈 라이트이어> (NEW)▶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 오프 작품이자, 크리스 에반스가 보이스로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은 <버즈 라이트이어>.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가 주인공인만큼 많은 관객이 관람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5만 8,73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5,75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탈출 시키기 위한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의 운명을 건 미션 수행을 그린 작품
▶ 씨네픽의 이번 주 105회 예측 이벤트는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67%의 사람이 <마녀 Part 2>의 1위를 예측 성공하였는데요. 2위와 3위의 경우 조금은 헷갈리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0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브로커> (▼2)▶ <브로커>의 경우 화려한 라인업과 거장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것에 비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 조금은 다른 결의 영화를 보여줘, 기존 감독의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아쉬운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15만 8,42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10만 7,46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 기대작들의 개봉으로 두 단계 떨어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이번 주에 <탑건: 매버릭>이 개봉하기에 6월 넷째 주에는 TOP 5 안에 진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말 동안 (6월 17일~6월 19일) 관객 수 8만 1,07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76만 7,62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6월 둘째 주와 동일하게 <Jurassic World Dominion>이 차지했습니다.
6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역시 지난 번 박스오피스 TOP 5 순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Lightyear>가 개봉하면서 <Jurassic World Dominion>를 제외한 모든 영화의 순위가 한 단계씩 하락했습니다.
주말 동안(6월 17일~6월 19일) <Jurassic World Dominion>의 매출액은 58,660,000 (한화 약 759억)의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249,796,690 (한화 약 3,234억)입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6월 17일 ~ 2022년 6월 19일)1.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5,866만 달러 (누적 2억 4,979만 달러)2. <버즈 라이트이어> 5,100만 달러 (누적 5,100만 달러)3. <탑건: 매버릭> 4,400만 달러 (누적 4억 6,616만 달러)4.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420만 달러 (누적 4억 508만 달러)5. <밥스버거: 더 무비> 110만 달러 (누적 2,976만 달러)...씨네픽의 6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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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The Witch : Part2. The Other One, 2021)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개봉일 : 2022.06.15.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37분
감독 : 박훈정
출연 :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크레딧 후)
Part.1 개봉 이후 꼭 4년 만에 마녀 Part.2가 개봉했다. 영화 <마녀>의 세계관엔 여러 실험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초능력 인간들이 존재하고, 1편의 주인공 '구자윤’은 폐기 명령이 내려진 2세대 실험체였다 . 이 초능력 인간들을 어디에 쓰려고 개발했는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 뒤 사정을 생각하면 대략 이들을 하나의 전쟁 무기로 쓰려고 실험을 시작한 게 아닐까 추측된다.
인간을 개조하는 실험은 당연하게도 상당히 비인간적으로 진행되었고, 자윤은 살생, 폭력을 교육받으며 강력한 마녀로 자란다. 실험체들이 너무 강력해지자 통제의 위기감을 느낀 실험자들은 실험체들을 모두 폐기하려 하고, 그들 중 가장 힘이 강했던 자윤은 연구소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자윤 앞에 연구소 사람들이 나타나며 <마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봉 당시, <마녀>은 새로운 액션 스타일과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시선을 끌었고, 많은 관객들이 '박훈정 감독의 마녀 유니버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2019년 차기작으로 <낙원의 밤>을 공개하였고, 마녀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 세계관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존버는 승리한다고, 4년 만에 드디어 차기작이 나왔다.
넓어진 마녀의 무대
<마녀 2>는 김다미 배우의 뒤를 이을 새로운 마녀, 신시아 배우의 등장과 함께 확장된 세계관과 더욱 발전된 액션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고, 이 예고는 60% 정도 맞았다. 자윤이 사라진 뒤 그가 습격했다는 상해 랩에서 빠져나온 토우들과 여전히 실험이 진행되고 있던 '아크’에서 살아남은 소녀, 그리고 강력한 2세대 실험체들을 폐기하기 위해 동원된 1세대 실험체들과 백총괄의 건너편에 서있는 책임자 장, 소녀를 구해준 경희와 그를 노리는 조직 보스까지. <마녀 2>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며 마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밝혀지고, 현재 그들이 가진 여러 목적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어낸다.
근데 이 넓어진 세계관은 장점으로도, 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수가 많은 만큼 집중도는 조금 떨어진다. <마녀 1>에서 자윤이 연구소를 탈출하고, 자라고, 다시 정체성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던 것에 비해 <마녀 2>의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는 딱히 와닿는 구석이 없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시간의 길이가 짧기도 했고, 여러 인물들을 조명하다 보니 소녀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 가벼운 분위기의 장면들이 많이 삽입됐는데 그 장면들이 귀엽긴 했으나 이야기의 흐름을 흐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발전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가 크게 흥미롭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액션신을 제외하면 재미를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마녀 2>는 마치 <마녀 3>를 위한 하나의 다리, 다음 시리즈의 재미를 위해 여러 요소를 추가하는 확장의 단계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차후 시리즈에서 빛난다면 <마 녀2>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고, 만일 3편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면… <마녀 2>는 그저 마녀 유니버스에 있어 얄팍하고 부실한 하나의 조각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마녀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이 3부작이 용두사미가 아닌 마지막까지 멋진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
<마녀>은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를 주연으로 세웠다. 김다미 배우는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신인답지 않은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스타가 되었고, <마녀>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마녀 2> 또한 신인인 신시아 배우를 주연으로 선택했는데, 김다미 배우의 첫 등장이 워낙 강력해서인지, 전편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김다미 배우와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표정과 외모, 다른 배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귀여운 모습까지… 나는 오늘부터 이 배우를 열심히 팔로우하기로 다짐했다.
호불호가 나뉠 액션들
위에서도 언급했듯, <마녀 2>의 이야기는 넓어졌을 뿐, 깊이는 눈에 띄게 얕아졌다. 하지만 액션은 강해졌다. '초능력자’라는 주인공에 걸맞게 시원하고 빠르게 쳐내려 가는 액션과 염력을 이용한 액션, 그리고 위압감을 주는 비주얼과 음악의 조합이 좋았다. 히어로 영화가 아닌 장르에서 이런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너무 애니메이션 같아 오글거린다는 불호 평도 꽤 있는듯하다. 사실 나는 <낙원의 밤>에서 조금 실망을 하는 바람에… <마녀 2>가 좀 괜찮아 보였다.
이번 영화의 액션신들은 다른 의미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15세 관람가치고는 잔인한 장면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흰 눈과 서슬 퍼런 화면에 검붉은 피가 낭자하는 장면은 인상적임과 동시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절이 꺾이거나 날카로운 물체가 신체를 관통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니 평범한 15세 관람가 정도의 잔인함을 생각하고 간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비위가 상한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말이다.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마녀 2>는 전편에 비해 훨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는 크게 4개의 팀으로 나뉜다. 아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백총괄, 망실된 실험체를 폐기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조현과 톰, 상해 랩에서 풀려난 토우 무리와 이들에게 붙은 조직 폭력배 용두, 소녀를 도와준 경희 남매.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소녀를 쫓아 제주도에 도착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양한 목적과 모습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건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본사 요원인 조현과 톰 콤비뿐이었는데, 이 또한 아마 캐릭터 자체보다는 서은수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과 조현과 톰 캐릭터의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걱정 이상으로 잘 해낸 배우가 있기도 하고, 캐릭터의 특성 때문인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도 있는데, 이 아쉬움은 혼자만 간직하기로…
계속되어야 하는 마녀 유니버스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새로운 유전자 변형 생물은 격리하라" 영화에 나오는 이 문구처럼 나는 "마녀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세계관을 답습하는 것만 경계한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과 독보적인 캐릭터성, 세계관이 가진 무게감을 처음처럼 쭉 이어간다면 마녀 유니버스는 앞으로도 오래 화자 될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녀 2>가 이들의 한계가 아닌 잠깐의 헛디딤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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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이중성을 궤뚫어보다, 은비적각락 (隐秘的角落, 2020)
국내에서는 ‘나쁜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원제인 ‘은비적각락’은 은밀한 구석이라는 의미로, 극 중 인물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면모들을 하나둘씩 펼쳐내며 전개에 속도가 붙는 방식으로 전체를 이끌어간다. 많이 봐왔던 추리 범죄물과는 달리, 시청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방식이 아닌 1화에서부터 전체에 화두가 되는 사건을 보여주고, 범인 또한 드러낸다. 하지만 메인 사건을 기점으로 또 다른 사건들이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년궁의 여름방학 동안 많은 일이 휘몰아친다. 가장 메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인 소년궁에서 발생한 추락사건, 뒤이어 몇 건의 살인사건까지. 재밌는 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모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관계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실마리를 다 풀어보면 그들은 평행선에 놓여있다.
이 드라마의 핵심 도구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은 완전히 좋은 사람이거나, 또 완전히 나쁜 사람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극의 특성상 선과 악이 뚜렷이 존재해왔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은비적각락>은 그 경계를 굉장히 모호하게 풀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정적이고 아이들을 좋아하며 가르침에 열의가 있는 소년궁의 수학 선생님 장둥셩과 다소 소극적이지만 항상 시험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인 주차오양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둘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선한 사람일 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은 등장인물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측할 수 없게 해 긴장감과 왠지 모를 불안감을 선사한다. 특히 장둥셩이 살인을 한 중요한 단서가 주차오양과 친구들에게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잦은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험 요소가 된다.
본래에는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의도였다 한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나쁜 행동들이었다는 것 또한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이다. 주차오양과 그의 친구인 옌량과 웨푸가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둥셩에게 증거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것과 아내를 사랑해서였지만 거듭된 살인을 저지른 장둥셩처럼 말이다. 후반부에 장둥셩은 주차오양을 자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의도하지만, 아이는 다행히도 선의 영역에 좀 더 머무른다.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장둥셩은 불행한 마지막을 맞게 되고, 주차오양은 자신의 선에서 다시 회복 가능한 방법을 나름대로 찾는다.
한여름 밤의 악몽 같은 나날들이 지나고, 소년궁의 새로운 학기가 다시 시작된다.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또 새로운 나날들이 그들을 맞이한다. <은비적각락>을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생각은 아이들이 과연 ‘나쁜 아이들’로 정의될 수 있는가이다. 아이들의 의도는 너무도 순수하고 지극히 이타적이며, 그래서인지 12화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장둥셩과 같은 어른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중엔 자신의 이득이나 미래를 위해 엇나가고 만다. 결국, 세상은 아이들의 사려 깊은 마음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렇게 <은비적각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선과 악의 본질을 섬세하게 궤뚫어본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잔잔한 템포를 유지하지만, 사건에 점점 다가갈수록 속도감을 낸다. 특히 아이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매 화의 엔딩은 드라마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이런 촘촘한 서사와 연출이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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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신작
넷플릭스 2022년 4월신작
야차
비밀공작팀과 팀의 악명 높은 리더를 감찰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도시로 날아간 검사
정직하게 살아온 그가 스파이들 사이의 치명적인 전쟁속으로 뛰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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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사랑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고,
인생은 좋을 때도 슬플 때도 있는 법
바쁘게 돌아가는 섬 제주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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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박지환, 최영준, 배현성, 노윤서, 기소유 등
장르: 드라마
공개: 4월9일 새로운 애피소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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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일
사고로 반은 인간, 반은 영혼이 된 남자
저승사자가 운영하는 지하세계 회사에 채용되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러 나서는데...
크리에이터: 김태윤, 성치욱, 박란, 박자경, 김유진
출연: 김희선, 로운, 이수혁, 김해숙, 윤지온 등
장르: 웹툰 원작, 판타지, 드라마
공개: 4월2일 새로운 애피소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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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마더스 클럽
초등학생 학부모 커뮤니티의 다섯 엄마들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 질투심과 비밀들이 얽히고 설키는데
때로는 적을 가까이하기도, 서로 더 가까워지기도 하며
각자의 삶을 헤쳐 나가는데...
크리에이터: 라하나, 신이원
출연: 이요원, 추자현, 김규리, 장혜진, 주민경, 최덕문, 윤경호, 최재림, 임수형, 최광록 등
장르: 드라마
공개: 4월 7일 새로운 에피소드 공개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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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어른이 된 후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세 남매
한없이 평범한 삶 속에서 특별한 성취와 자유를 찾아 나서는데...
크리에이터: 김석윤, 박해영
출연: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천호진, 이기우, 박수영, 정수영, 전해잔, 이경성, 김로사 등
장르: 드라마
공개: 4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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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렙은 회의중
개그우먼으로 구성된 걸그룹 셀럽파이브가
코미디 스페셜 회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개그와 콩트가 난무하는 무대 밖 모큐멘터리가 시작되는데...
감독: 김주형, 고민석
출연: 김신영,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장르: 코미디, 예능
공개: 4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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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시트럭 후기 / “제이슨 스타뎀” 2년만에 컴백 / 아들을 잃은 마피아 아버지의 복수 / 믿고 보는 “가이 리치” 감독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캐시트럭”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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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미 오브 데드」리뷰ㅣ진지하게 '반도'가 더 나을 수도...??(*스포없음)ㅣ아미오브데드 리뷰ㅣ아미 오브 데드 영화리뷰
?"아미오브데드" 리뷰(*스포없음) - 예고편만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네요
-영화 정보
장르: 액션, 공포, 범죄
감독: 잭 스나이더
각본: 잭 스나이더, 조비 해롤드, 셰이 해튼
제작: 웨슬리 콜러, 데보라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엘라 퍼넬 외
촬영: 잭 스나이더
음악: 정키 XL
촬영 기간: 2019년 7월 15일 ~ 2019년 10월 20일
제작사: 미국 국기 스톤 쿼리
배급사: 넷플릭스
공개일: 넷플릭스 2021년 5월 21일
화면비: 1.85:1
상영 시간: 2시간 11분
제작비: 9,000만 달러
독점 스트리밍: 넷플릭스 N아이콘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의 첫 장편 영화 촬영 감독 데뷔작
#아미오브데드리뷰 #아미오브데드 #아미오브데드_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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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특송> 15초 예고편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