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11 15:01:25
소방관 | 폐허 위에 클리셰로 쌓은 애환과 사명
<소방관>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재 현장, 교통사고, 자살 소동 등 끊이지 않는 사건 현장에서 하나의 생명도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119 구조대 반장 '정진섭'(곽도원)과 그의 팀원들. 여느 때와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그들 앞에 신입 소방관 '최철웅'(주원)이 등장하고,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구조 대원에게 답답함과 애정이 반씩 담긴 질타를 날리며 다시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섭과 철웅, 그리고 그의 팀에 돌연 위기가 닥친다. 한 화재 현장에서 철웅의 실수로 인해 선배 '안효종'(오대환)이 등 전체에 화상을 입은 것. 여기에 더해 진섭의 절친한 후배이자 철웅의 가장 친한 동네 형인 '신용태'(김민재)도 무리해서 어린아이를 구하려다가 현장에서 사망한다. 이에 진섭과 철웅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그들 간의 갈등의 불씨도 커지기 시작한다.
뻔한데, 다르다
실화를 다루는 작품은 언제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린다. 영화적 재미 대신 실화의 힘을 선택하기 쉽다. 영화화해도 되겠다고 판단되는 실화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기 때문. 이처럼 쉬운 길을 걷는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누가 죽고 살 지 뻔한 클리셰의 향연. 운과 우연에 의존한 전개. 대부분의 캐릭터가 기억나지 않는 평면적인 묘사. 사건의 사회적 함의보다는 일차원적인 감정 분출에 집중한 각색까지.
곽택 감독의 신작인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소방관>은 홍제동 방화 사건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가 사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재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쉬운 길을 선택했다. 클리셰로 가득하다. 누가 사망할지, 각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누가 방화범이고 피해자인지 등을 영화 시작 10분 안에 전부 알 수 있다. 각 소방관의 개인사, 가족사를 부각하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신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소방관>은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마냥 뻔하지는 않다. 신파는 많지만, 일반적인 한국 영화의 신파와는 결이 다르다. 모든 캐릭터가 스트레오 타입이지만, 최소한의 생동감은 있다. 이유가 있다. 주인공이 아닌 구조대원 전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골고루 돌리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이다. 그 결과 <소방관>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고, 마냥 실화에만 의존한 신파극이라는 오명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클리셰 범벅
겉보기에 <소방관>은 특별할 게 없다. 한국 영화 특유의 클리셰로 가득하다. 주인공 최철웅의 서사만 보더라도 예측가능한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는 군대를 전역한 후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방관이 되기 전부터 어머니와도 알고 지낼 정도로 각별한 형 신용태의 권유로. 하지만 함께 출동한 화재 현장에서 용태가 사망하고, 철웅은 PTSD에 시달리며 방황한다. 재난 영화 등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상이다.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사실상의 주인공인 정진섭은 하필이면 소방관 근무 마지막 날에 홍제동 화재를 진압하다가 건물에 깔려 사망한다. 아빠를 기다리는 초등학생 아들, 은퇴한 남편과 함께 운영할 치킨집을 막 오픈한 아내를 남겨둔 채로. 철웅의 선배 구조대원인 안효종도 마찬가지다. 그는 곧 매제가 될 후배 '송기철'(이준혁)과 그의 아이를 임신한 여동생을 남겨둔 채로 사망한다. 가족관계가 나오자마자 예측가능한 결말이다.
주인공 따로, 중심인물 따로
그러나 <소방관>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과 중심인물이 다르다는 것.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최철웅이다. 카메라는 그의 시점에서 소방관의 일상을 비춘다. 그런데 정작 그는 러닝 타임 내내 주인공다운, 영웅적인 활약을 거의 못한다. 사고 치고, 덤벙대고, 혼자 괴로워하고, 막말하기 바쁘다. PTSD를 떨치지 못해 구조 대원 복귀도 망설인다. 거칠게 말해서 이보다 찌질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관객들은 소방관들의 내면을 깊이 살펴볼 수 있다. 관객에게 신입 구조 대원인 최철웅은 소방관의 세계를 들여다 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돕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첫 등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이등병처럼 곧장 사고 현장에 투입되어서 실수를 남발하고, 선배들에게 온갖 꾸지람을 들으면서 소방관들의 일상과 업무에 녹아든다. 이때 관객은 최철웅의 눈을 통해 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처럼 주인공의 눈을 통해 다른 대원들을 살피면서 관객들은 그들이 소방관으로서 지닌 고민과 책임감에 서서히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정진섭은 그중에서도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명감 하나만으로 무장한 채 불길 속에 뛰어드는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요구조자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아끼는 동료도, 자기 목숨마저도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진섭의 주변을 보면 소방관이 견뎌야 하는 딜레마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그의 아내는 생명보험에도 가입 못하는 그를 걱정하면서도 원망하고, 아들도 아버지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같이 시간을 못 보내서 미워한다. 그는 가족을 이해하면서도 쉽사리 일을 포기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이는 진섭이 철웅을 미워하는 듯 챙기는 이유다. 그가 보기에 철웅은 이 딜레마를 버텨낼 준비가 안 된 햇병아리이니까.
과한데, 억지스럽지 않은
진섭 외의 다른 소방관들도 비슷하다. 곧 가족이 될 효종과 기철이 서로 구조대원을 그만두고 행정직에 지원하라고 떠미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한 집에 구조대원이 둘이나 있으면 다른 가족들이 편히 잘 수 없다는 공감대가 무겁지 않게 새어 나온다. 이처럼 자칫 철웅에게만 쏠릴 법한 분량을 적절히 조정한 덕분에 각 캐릭터에게는 예상보다 더 많은 분량이 분배되고, 그들의 삶과 고뇌는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
긴장감 가득한 화재 진압 장면은 진정성을 더해준다. 극 중 화재 시퀀스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초반부와 후반부에 하나씩 있을 뿐이다. 그러나 두 시퀀스만으로도 소방관이 감내해야 할 위험은 명확히 전달된다. 소방관의 시점에서 화재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는 드문 경험을 세밀히 묘사한 덕분이다. 갑자기 무너지는 계단과 벽, 폭발하는 가스통, 급격히 줄어드는 산소량 등은 관객들의 두려움을 극대화하기 충분하다.
그 덕분에 <소방관>의 신파는 과할지언정, 억지스럽지 않다. 눈물은 흘려도, 눈물을 짜내는 장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일상 속 소방관의 사명감과 그들의 애환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담담한 연출 덕분에 <소방관>의 신파는 더 인상적이다. 소방관이 사망하는 순간을 슬로 모션을 길게 끄는 식의 연출은 없다. 그저 필요한 장면만 담백하게 전달한다. 자연히 결말을 장식하는 철웅의 오열도 작위적이지 않다.
더 나아가 엔딩 크레디트도 전형적이라는 인상이 옅다. <소방관>은 여러 실화 기반 작품처럼 실제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막으로 부연 설명을 말미에 덧붙인다. 사실 이러한 마무리는 사건 자체를 조명하는 효과와는 별개로 영화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를 감추려는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노력과 사투를 깊이 있게 묘사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본말이 전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부족한 디테일과 불운
다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우선 홍제동 화재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 이후를 다루면 어땠을까 싶다. <소방관>은 결국 소방관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익 메시지에 힘을 주는 영화다.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렵거나, 사비로 보호 장비 등을 갖추는 묘사가 반복되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사건 이후 소방관 처우 개선 과정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게 소방관의 헌신과 희생을 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자막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화재 상황을 묘사할 때는 필연적으로 주변 환경의 소음이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 또 소방관들도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기 때문에 대사가 전달되는데 한계가 명확한다. 따라서 전투 시퀀스에만 자막을 삽입한 <한산: 용의 출현>이나 <노량: 죽음의 바다>처럼 화재 진압 장면만이라도 자막을 통해 대사를 보여주는 게 관객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지 않았을까 싶은 측면이 있다.
이에 더해 영화 개봉도 밀리게 한 주연 배우 이슈도 안타깝다. 상술했듯이 곽도원이 연기한 정진섭은 주원이 연기한 최철웅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다. 소방관들이 어떤 생각으로 자기 직업을 대하는지가 주로 곽도원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 그의 목소리로 되새겨지는 소방관의 기도가 대표적이다. 또 주인공이라기에는 매력이 부족한 철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도 정진섭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해당 배우가 물의를 빚다 보니 영화의 메시지나 연출 의도가 어쩔 수 없이 곡해되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고, 자연히 완성도를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뻔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의외의 울림과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방관>은 분명 불운한 작품이다.
Acceptable 무난함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다큐멘터리처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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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잡초처럼 뻗어나간 뿌리들
영화제에서는 미개봉할 것 같은 영화, 혹은 찾아보기 어려울 영화를 골라 보는 재미가 전부라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 봐야지'하고 끝없이 미루기만 했던 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음을 <미나리>를 통해 알았다. 주목받는 인물들 속 가려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미나리
Minari
SYNOPSIS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에게 뭔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도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함께 살기로 하고, 순자는 가방 가득 고춧가루, 한약, 미나리씨를 담아 찾아온다. 앤과 데이빗은 여느 '그랜마' 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다.
감독
Lee Isaac CHUNG (정이삭)
출연
한예리, 스티븐 연,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영화는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한국인과 동양계 미국인이 나와서, 혹은 한국어가 대사 대부분을 차지해서 등의 이유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구조가 느껴졌다. 아빠 제이콥은 '가장'으로서의 자신의 명분과 위세를 분명히 하고자 사업을 벌였다. 캘리포니아에서의 삶을 모두 청산하고 시골 한구석에 들어와 한국 채소를 가꾸는 농장을 만들겠노라고.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는 집에서 한 사람이 일에만 집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으니. 식사는, 땀에 절은 옷가지들은, 누가 처리해준단 말인가. 결국 이 모든 것을 받칠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역할을 도맡은 건 엄마 모니카.
모니카는 남편의 꿈이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아들 데이빗은 심장이 좋지 않아 병원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는 커녕 아이들과 어울릴 다른 아이들도 거의 보이질 않고, 자신 또한 컨테이너의 네모난 공간 외엔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 든다. 실은 그보다 더 작은지도 모르겠다. 병아리의 성별을 구분하여 살릴 것과 폐기할 것을 가르는, 그 작고 조악한 바구니가 하루의 전부인 것 같으니.
모니카와 제이콥은 자꾸 다툼만 늘어간다. 언성을 높이고, 아이들은 방에 들어가 둘의 싸움을 중재할 방법을 고안하고. 싸우지 말라는 바람은 종이비행기를 타고 날아갔지만 엄마 아빠 둘 중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셈이다.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싸움이 눈앞에서 들리는데 어떤 발언권도 없이 그저 관망하거나 외면하는 수밖에는.
불안정한 균열의 틈 사이로 또 다른 엄마, 그러니까 모니카의 엄마인 순자가 들어선다. 이토록 밝은 얼굴의 모니카는 관객에게도 가족에게도 낯설기만 하다. 독특한 유머감각을 지닌 순자는 데이빗의 눈에도, 앤의 눈에도 이상했다. 할머니인데 할머니 같지 않은 어떤 노인. 데이빗은 경계하는 마음으로 모니카의 뒤에 숨기만 한다.
데이빗의 반응이 어떻든 모니카와 순자는 서로를 살뜰히 살핀다. 순자는 매콤한 고춧가루처럼 모니카에게 위로가 될 식재료, 그리고 약간 묵직한 돈 봉투를 내밀어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만한 손길까지 내민다. 맞벌이하는 두 사람이 집을 비울 때 아이들과 함께해 줄 어른이 있다는 것 또한 모니카에겐 큰 힘이 된다. 완전히 농장 일에 빠진 제이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전보다는 모니카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모니카는 순자가 데이빗을 위해 가져온 약재를 함께 달이고, 끼니를 챙기고, 집을 나설 때마다 걱정 담긴 인사를 건넨다. 순자 또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오래 해왔을 터. 자신이 아닌 남을 챙기고, 받치고, 때로는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일상이 익숙하다. 미나리는 모니카, 제이콥, 앤과 데이빗 네 가족이 힘겹게, 그러나 강인하게 뿌리내린 모습을 상징한다. 모니카와 순자처럼 가정의 기반이 된, 지난 세기의 모든 '어머니'들이 어디에서나 쑥쑥 뻗어나가는 확장성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들의 모성애를, 지고지순함을, 희생을 숭고하게 여기는 마음보다는 그들의 고생스러움이 피어낸 푸릇푸릇하고 질긴 줄기를 기억하고 싶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8/25(THU) ~ 9/1(THU)
2022-08-26 | 13:30 - 15:26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2022-08-29 | 13:00 - 14:56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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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인터뷰] 프로덕션 대표 / 영화, 그리고 나
저는 지금 인천에서 영상 프로덕션 풀림 필름을 운영하고 있는 안소회라고 합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A. 저는 영화과를 졸업을 했고 연출을 전공을 했습니다. 연출을 전공을 하고 나서 졸업하자마자 했었던 거는 사실은 좀 강사 일을 좀 했었어요. 이제 입시학원에서 영화 제작반 같은 아이들과 같이 뭔가 호흡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수업을 좀 했었고, 그다음에 예전에 아시던 감독님이 장편영화 독립 장편 영화 조 감독을 좀 부탁을 하셨어서 조 감독을 하고 그다음에 또 이제 계속 우연의 반복인데 사실은 그게 또 우연히 알게 된 제작사 대표님이 한번 이거 각색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 해서 각색을 또 하다가 군 문제를 해결을 해야 되는 상황이냐 이것들을 좀 불안정하지만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냐 나는 갈래길에서 군대를 선택을 했었고 그 시기와 비슷하게 프로덕션을 창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영화라는 직업 혹은 영화라는 일을 한다는 것이 사실은 상당히 좀 불안정한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좀 내가 마음 놓고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단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생각의 끝에 도달한 결론이 이제 프로덕션 창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감독님의 작품 소개 해주세요.
A. 사실 화려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뭐 열심히 했던 작품들이 운 좋게 성과가 좋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작품에 썼던 것들은 사실 이렇게 밖에 잘 내놓지는 않는데 개인적으로 되게 애증의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야쿠르트 형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대중들한테 선보였던 작품은 무단조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학교도 영화를 전공을 했다 보니까 단편 작업들을 꾸준히 해왔었는데 일단 크게 기억에 남는 작품 세 가지가 <무단조퇴>랑 <코리아타운>이라는 단편 영화랑 ,<이종>이라는 단편 영화 이렇게 세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Q.영화 <이종>을 찍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항상 GV 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똑같은 대답들이 있는데 촬영 감독이랑 같이 이제 학교 앞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진짜 졸업 작품으로는 좀 재밌는 걸 해보고 싶다. 흔히 말하는 단편 영화 독립영화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좀 재미없다 너무 지루하다 너무 심오하다 그런 것들이 아니라 진짜 재미있는 것들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때 그 맥줏집에서 tv에 UFC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그래서 이종 격투기의 영화를 찍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그리고 또 촬영 감독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런 격투기를 되게 좋아해서 이런 것들을 한번 여기에 이제 서사를 담아보자라고 좀 시작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 <이종> 속 이정현 배우 섭외 비하인드?
A. 센 이미지를 원했었고 저는 몸을 쓸 줄 아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하면서 찾아보던 중에 그때 또 당시에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되게 이미지가 강하게 나오셨었고 저 배우랑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PD님 한테 저 배우랑 나는 하고 싶다 해야겠다 그랬더니 뭐 알겠다 하고 하시더니 캐스팅을 해오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작업을 했었죠.Q. 영화 <이종>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아무래도 <이종>이라는 영화가 되게 몸을 쓰는 영화고 실제로 액션 합이 되게 중요했던 영화였다 보니까 배우들이 되게 고생을 많이 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제 이정현 배우죠. 극 중에 겸수 역을 맡은 이정현 배우가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딱 쓰러지는데 팔이 빠졌었나 발목이 돌아갔었나 그래서 되게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래가지고 잠깐 촬영을 멈췄던 기억도 있고 그런데 결국은 다시 또 반대쪽으로 돌려서 촬영을 하더라고요. 한 번은 연습을 하다가 이제 막 액션 합을 맞추다가 갈비뼈가 아프다. 그래서 제가 그때 막 녹용을 보내주기도 하고 그랬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Q. 연출을 전공한 계기는?
A. 막연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꿈꿨었던 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었고 그렇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뭐 다양한 파트가 있잖아요. 촬영도 있고 제작자도 있고 미술 음향 다양하게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이미지로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했을 때에는 연출이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입시반 강사시절 이야기해주세요!
A. 제가 가장 많이 맡았었던 바는 이제 입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고2 기초반이라고 하는 반이랑 아이들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영화 제작반을 가장 많이 맡아서 했었는데요. 입시반에서 가르치는 것들 어떻게 보면 영화과 입시에 필요한 정형화된 것들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냥 영화를 가지고 아이들이랑 좀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들이 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좀 더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랑 이제 같이 시나리오 아이템 기획 개발부터 콘티를 짜는 것들, 편집을 하는 것들 이런 것들을 좀 많이 했었고, 어쨌든 제가 배웠던 곳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건 되게 남들은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고, 과거의 나일 수도 있고 이들이 보는 게 그 학생들이 보는 게 미래 그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할 때보다는 조금 더 유의미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Q. 영화과 선택하게 된 계기는?
A.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큰 이유는 없었고요. 뭔가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던 있었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 고민들을 한참 했을 때가 있었고요. 그러면서 제가 이제 진로를 고민할 때 초등학교 때부터 생활기록부에 직업을 어떤 걸 써놨을까 하고 쭉 봤더니 뭐 개그맨도 있었고 방송 작가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쭉 뭔가 그쪽이랑 연관된 직업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영화과라는 학교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저기에 들어가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되게 많은 사람들한테 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영화과를 자연스럽게 가게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안소회님의 인터뷰 영상은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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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이겨내는 우주적 다정함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은 우리를 다른 인생으로 이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술 고수, 영화배우, 맹인 가수, 요리사 등등이 될 수 있고 심지어 돌이 되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에 건너와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양자경)의 삶이 있다. 수북이 쌓인 영수증 더미에 깔리기 직전의 그는 쇠약해진 아버지(제임스 홍)를 돌봐야 하고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쿠안)와는 이혼하기 직전이다. 세무당국의 세무조사와 남편의 이혼 요구 그리고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여자친구 문제가 에블린에게 한꺼번에 덮쳐온다. 이런 에블린에게 모든 우주를 구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모든 우주를 혼돈에 빠뜨리려 하는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단다.
에블린은 여러 우주 중 하나에서 각 우주의 기술과 기억,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버스 점프’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물이다. 알고리즘을 개발한 우주의 에블린은 능력이 출중했던 한 아이의 버스 점프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아이는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무한한 다중우주를 혼돈에 빠뜨린 빌런 ‘조부 투파키’가 탄생한다. 이 조부 투파키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우주의 딸 조이다. 에블린은 다중우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된 그는 엄청난 지식과 힘을 얻었다. 무료하던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베이글 위에 올려버렸다. 가운데가 뻥 뚫린 검은 베이글 위에 온 세상을 올리자 그는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은 ‘무’이며, 부질없다는 진실을.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이 부질없는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진정한 죽음이다. 검은 베이글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부 투파키의 블랙홀이다. 또 한 가지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에블린이 자신과 같은 것을 보는 것이다.
조부 투파키 혹은 조이는 끝없는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힘과 지식을 얻었을지 모르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며 혼란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는 것이다. 조이 역시 이 윤회와도 같은 끝없는 굴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원>)의 플롯을 간단하게 보자면, 모녀간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단 한 사람의 이해와 공감이면 딸이 가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바로 엄마다.
우주의 진짜 적은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다. <에에원> 속 베이글은 이 세상의 허무를 상징한다. 새하얀 공간에 둥실 떠있는 까맣고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 말이다. 에블린이 싸워야 하는 것은 조부 투파키나 딸 조이가 아니라 세상의 폭력과 허무함 그리고 염세주의다. 이에 맞서는 단서는 남편 웨이먼드가 준다. 평소 웨이먼드가 세탁소 곳곳에 붙여놓은 하얀 바탕에 가운데가 까만 장난감 눈알은 베이글에 대항하는 다정함의 상징이다. 폭력과 고통 앞에서 자비와 연민을 가지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에블린은 미간 근처 이마에 장난감 눈알을 붙이고 다정함의 방식으로 싸운다. 다른 우주의 어떤 누구라도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 손가락이 핫도그가 되어버린 우주일지라도.
멀티버스다운 영화적 스펙터클을 경험한 끝에 도달하게 된 곳은 다정함이다. ‘우리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쩌면 이처럼 거창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현재의 삶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세탁하고 세금 내는 일이 지긋지긋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우주의 또 다른 나, 멋진 삶을 사는 나를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여기의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 모든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코인세탁소에서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이 삶을 사랑할 수도 있다. 에블린은 모든 우주의 자신을 보고 왔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조이와 여기 있는 삶을 선택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평범하게 여겨지는 현재, 여기의 사랑을 멀티버스의 차원에서 설명해냈다. 무한한 다중우주를 거쳐 온 우리의 지금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현재 여기에서 서로 다정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기적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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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2024년 최대 기대작이었던 <조커: 폴리 아 되>의 부진으로 또 다른 대형 영화인 <베놈: 라스트 댄스>의 성적은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북미 개봉 첫 주에 7천만 달러의 수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작인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9천만 달러와 시리즈의 첫 영화인 <베놈>의 8,020만 달러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기대 이하였던 <조커: 폴리 아 되>의 성적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7천만 달러의 개봉 성적이 유지된다면, <베놈: 라스트 댄스>는 2024년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 코믹북 영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들의 각본을 쓴 켈리 마르셀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아 감독을 맡은 <베놈: 라스트 댄스>는 오는 10월 23일 국내 개봉 예정입니다.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개요: 액션 | 미국 | 109분
감독: 켈리 마르셀
주연: 톰 하디,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리스 이판
개봉: 2024.10.23.
배급: 소니 픽쳐스
줄거리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환상의 케미스트리의 에디 브록(톰 하디)과 그의 심비오트 베놈은 그들을 노리는 정체불명 존재의 추격을 피해 같이 도망을 다니게 된다. 한편 베놈의 창조자 ‘널’은 고향 행성에서부터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지구를 침략하고 에디와 베놈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마지막 운명을 건 대서사의 클라이맥스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
마이펫의 컴백홈 어드벤처
Gracie and Pedro: Pets to the Rescue
개요: 애니메이션 | 캐나다 | 87분
감독: 케빈 도노반, 고트프리드 루트
주연: 빌 나이, 수잔 서랜든, 브룩 쉴즈, 알리시아 실버스톤
개봉: 2024.10.23.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품격 있는 강아지 ‘그레이시’와 장난기 많은 스트릿 출신 고양이 ‘페드로’가 공항 수화물 사고로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 상상 이상의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 와일드한 바깥세상에 던져진 그레이시와 페드로, 과연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못 말리는 사고뭉치 콤비,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우리가 뭉쳐야만 한다! 멍X냥 크로스!
룸 넥스트 도어
The Room Next Door
개요: 드라마 | 미국 | 107분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연: 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
개봉: 2024.10.23.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유명 작가인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는 오래전 잡지사에서 함께 일했던 절친한 친구 ‘마사’(틸다 스윈튼)가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시간 동안의 안부를 묻고 서로가 처한 현재의 문제에 대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중요한 순간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하는데…
어프렌티스
The Apprentice
개요: 드라마 | 캐나다 | 122분
감독: 알리 아바시
주연: 세바스찬 스탠, 제레미 스트롱, 마리아 바카로바
개봉: 2024.10.23.
배급: ㈜누리픽쳐스
줄거리
세입자들에게 밀린 집세를 받으러 다니는 뉴욕 부동산 업자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는 어느 날 정·재계 고위 인사들을 변호하며 정치 브로커로 활동하는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게 된다. 성공을 향한 강한 야망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는 불법 수사와 협박, 사기, 선동으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고 불리는 ‘로이 콘’을 스승으로 삼고 더욱 악랄한 괴물로 거듭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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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나고 정말이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각종 활동을 해보기 위해 몇 장의 자기소개서, 몇 차례의 면접 등을 준비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객관성. 사실을 전달하고, 팩트를 체킹하는 일에는 물론이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작성하는 일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장착해 주관성이 만들어낸 억측의 구렁텅이에 빠져선 안 된다. 이런 객관성과 주관성을 이야기할 때에 꼭 빠지지 않는 소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을 순전히 객관성의 영역으로 치부하기엔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창의력과 독창성의 의미가 퇴색된다. 또 예술을 오로지 주관성의 영역이라 하기엔 예술을 창작자들을 비롯한 전체 예술 비평가들의 존재가 무안해지며, 그들의 평가 또한 예술의 한 분야로 평가되는 요즘, 예술의 객관성을 빼놓고 예술을 거론하기엔 무리이다. 이렇듯 예술을 주관성과 객관성의 이분법적 논리로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영화 <위플래쉬> 내의 대사에도 이런 관점이 등장해 더욱 재밌었다. 영화 속 "앤드류"가 한 말, 예술과 음악엔 객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고, 주관성을 가진 무언가에 내 식대로 생각하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위플래쉬>를 전부 관람한 후 필자의 머릿속엔 단 한가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 객관성을 잃었다.' 영화 <위플래쉬>를 분석하고, 나만의 평을 내려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사실은 필자의 뼈 아픈 실수이지만 또 그런 실수를 유도하게끔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뜻으로도 생각된다.
영화 <위플래쉬>는 끌어들임과 매혹 그리고 빨아들임을 영상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심지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영화예술의 미학적 진수를 담아내 모든 이들의 객관성을 무너뜨리는 굉장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굉장히 무난한 하얀색의 폰트로 작성된 타이틀이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보여지고 뒤에선 본인이 음악 영화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드럼 영화임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스네어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모두 거치고, 어두운 복도 끝엔 빛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좁은 방 안에서 연주하는 한 남자, 주인공 "앤드류"가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달리 인과 줌 인을 통해 카메라는 그에게 다가갔고, 이후 숏에서 그 시점은 카메라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 "플래처"의 시점임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위플래쉬>는 시점과 구도의 미학을 완벽히 이해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프레임 속 황금 비율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프레임의 대각선이 모이는 중앙점과 그 위 쯤일 것이다. 영화는 그 점보다 더 놓은 지점에 인물을 어두운 복도와 외로운 불빛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에 배치하여 의도적으로 인물을 작아보이게 하고 연약한 존재로 비춰지게끔 연출했다. 이후 등장한 "플래처"의 시점을 통해 보이는 당황한 "앤드류"의 당황한 눈빛과 불안정한 몸짓, 아직 부족해보이는 연주 실력은 그를 더욱 작게 만들었고, 관객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각 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고, 무슨 입장에 처해있는지 별다른 대사 없이도 눈치챌 수 있다.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모든 배경과 사건의 조짐을 시작과 동시에 암시한다.
어떠한 부분을 연습해야하는지 어느정도 알려준 "플래처" 교수의 힌트에 따라 "앤드류"는 더블 타임 스윙을 연습한다. 결국 그는 찾아온 기회에 가뿐히 스카웃되어 "플래처" 교수의 '스튜디오 밴드'로 입성하게 된다. 영화 속엔 재즈 밴드라 일컬을 수 있는 밴드가 총 4개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두 밴드가 바로 "앤드류"의 첫 밴드인 '나소 밴드'와 '스튜디오 밴드'이다. 물론 두 밴드 사이엔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존재하지만, 실력 차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밴드 구성의 의미이다. 두 밴드 모두 젊은 20대 청년들이 모여 이뤄진 밴드이기에 교수가 자리에 없을 때나 학교에 도착해 본인 연주를 준비할 때면 공간은 떠드는 소리에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채워진다. 하지만 교수가 들어왔음에도 전혀 그 태도가 변치 않고 유지되며 문제있는 실력에 따끔히 지적하지 않는 교수로 구성된 나소 밴드와 달리 지정된 시각이 되자 문이 부숴져라 세게 열면서 들어오는 "플래처" 교수와 만반의 준비를 끝맺히고 교수의 콜싸인에만 집중한 학생들로 구성된 스튜디오 밴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한다. 문제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 "플래처" 교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욕설과 분위기로 학생을 압도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앤드류"의 시선을 따라가고, 전지적인 시점에서 카메라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앤드류"의 관점과 입장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카메라의 움직임과 구도는 스튜디오 밴드의 공포서린 분위기를 "앤드류"의 관점에서 담아내 그가 느낄 두려움과 불안함을 관객이 피부에 와닿게끔 유도한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물 구도는 바로 상하 관계이다. 영화 <기생충>이 보이는 선이나 보이진 않지만 유추할 수 있는 무언의 선으로 인물 간의 구도를 설정하고, 그 구도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출했다면 영화 <위플래쉬>는 두 인물이 잡힌 투 샷 속 각 인물의 고개와 몸이 쏠린 정도 등의 움직임과 서 있는 인물과 앉아있는 인물의 수직적 위치를 통해 상하 관계를 구사하여 인물 간 주종관계를 설정한다.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위치와 발성으로 묵직하게 누르는 "플래처" 교수의 공포스러운 교수법은 영화 <위플래쉬>가 당시 교육계에서 화제의 영화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플래처"라는 인물을 그저 악마의 인간화로만 비춰지게 방치하지 않았다. "앤드류"가 첫 합주를 앞두고 복도에서 대기를 할 때 찾아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묻고,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생애 그리고 그 생애 중 가장 인상깊은 사건인 '심벌 던지기'를 말하는 씬을 볼 때면그는 굉장히 좋은 사람, 친절한 교수처럼 보여진다. 물론 이에 대해 양의 탈을 쓴 늑대, 착한 척하는 괴물이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후 경연장에서 동료 지휘가의 딸을 만나 친절히 대화하고,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에 아이와 약속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좋은 사람이다. 영화는 공간을 기준으로 "플래처"를 구분한다. 자신의 밴드원들이 존재하는 공간, 음악이 존재하는 공간에선 그 누구보다 치밀하고, 날카로우며, 프로 의식이 투철한 인물이지만, 이후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제자의 죽음, 제3의 공간에선 굉장히 따뜻하고, 온화한 인물이다.
"플래처"라는 인물이 그저 화가 많고, 다혈질적이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영화는 답한다. 물론 이를 표출하고 행하는 방법은 충분히 잘못되었지만 영화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재즈와 음악에 진심인 면을 강조했고, 이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씬의 존재적 의미를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보조 자리에서 메인 자리로, 갖은 고생과 수 많은 일들이 지나고 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 드럼을 꿰찰 수 있었다. 이 점에도 의심쩍은 부분은 있다. 이후 장면에서 언급되듯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에 입성할 수 있었던 데엔 "플래처" 교수의 힌트가 있어서였고, 메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도 타인의 귀책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런 고생 끝에 차지한 메인 자리도 새로운 곡, 새로운 드러머의 합류로 위태로워지기 시작하고, 본인이 자리를 꿰차게 되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던 난항들이 겹쳐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자 "앤드류"는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 경연장에서 "플래처"를 덮쳤고, 결국 퇴학당한다.
"앤드류"는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 중 하나이다. 영화의 초반부 혼자 연습실에 남아 외로이 연습하는 씬에서도, 연습을 마치고 향한 자취방에 가는 길, 파티 중인 옆 방을 뒤로한 채 쓸슬히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그의 등에서도 그리고 어느 밴드에 가서도 인정받지 못해 그저 불안한 눈동자만 돌리는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위플래쉬> 내엔 보통의 타 영화들처럼 대화가 영화의 전반적인 씬을 지배하거나 서사를 담당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씬, 음악만이 존재하는 씬, 연주하는 씬들이 그 역할을 대체한다. 하지만 그 몇 안되는 대화씬, 세기 좋은 수량의 소통 장면이 영화 전체에 주는 영향력은 수와 반비례한다. 작품 속 대화 씬을 모두 종합해 보면 뮤지션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분투하는 "앤드류"의 노력들을 어쩌면 부정하거나 거부하거나 그 노력들과는 반대되는 이들과 나눈 대화들이 전부다. 여자친구 "니키"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아버지를 만나 영화를 관람하고, 아버지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식사하는 그 모든 씬들엔 "앤드류"가 걷고 있는 길들을 무시하려는 눈빛 내지는 음악으로서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권유하고자 하는 시선만이 존재한다. 또한 대비되는 점은 음악이 존해하고, "앤드류"가 드러머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항상 침묵, 압박, 공포만이 존재하지만 인간 "앤드류"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위로, 환영, 평안의 말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앤드류"가 가고자 하는 길엔 대화보단 행동, 위로보단 압박, 평안보다 음악이 더욱 중요해보이고, 이는 영화의 구조 전체를 구성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영화의 종반부 "앤드류"가 내린 선택으로 귀결된다.
영화 <위플래쉬>엔 음악 영화답게 음악이 끊이지 않고,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을 담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들의 퍼포먼스 또한 빈번히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영화 <위플래쉬>는 음악을 뮤지컬 영화 속 음악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앤드류"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인물로 보이고, 다른 이들과도 막역한 사이로 못 지내는 성격인지라 주인공 치고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관객은 그의 심정, 배경, 분위기 등을 행동과 눈빛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데, 이에 도움을 주려 영화는 인물의 심정이 중요히 드러나야 하는 씬에서 재즈 음악을 들려주어 음악의 분위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앤드류"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들 뿐만 아니라 "앤드류"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들 또한 관객에게 소리와 함께 보여주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하는 연주법은 영화의 종반부에 나올 연주의 복선이기도 하다. 영화 <위플래쉬>는 이렇듯 음악 하나, 영상 하나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할 모든 씬, 모든 장면들을 위해 초반부부터 빌드업을 이런 방식으로 쌓아가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내에서도 이 지점들을 통해 설명하게 된다.
더블 타임 스윙. 파라디들. 300 비트.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가 이런 음악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잘 설명하는 건 아니었을까. 마치 메디컬 장르 영화나 드라마의 좌우측 하단엔 의학 전문 용어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영화 <위플래쉬>는 행동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대답을 이었다. 영화는 그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전 철저한 빌드업을 통해 등장을 대비했고, 등장을 더욱 화려하게 하면서 관객을 설득시켰다. 심지어 영화는 연주를 하는 인물이나 연주를 하고 있지 않는 보통의 인물이나 가리지 않고 그들의 손과 귀 그리고 입에 집중하게끔 유도했다. 손의 방향,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귀 장식과 귀의 모양 등 신체를 지속적으로 비추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훈련시켰고, 이후 등장하는 연주씬에서 그 모든 요소들을 풀어내 긴장감과 흥미진진함 모두를 겸비한 장면으로 만들어내었다. 연주곡으로 선정한 곡들 또한 예사롭지 아니하며, 굉장히 인상적이다. 재즈에도 종류가 굉장히 많고, 각 종류별 구사할 수 있는 음악적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그 많은 선택지 중 드럼, 일렉 기타, 스케일 별 트럼펫 등의 관악기로 구성된 빅 밴드 음악, 그 중에서도 드럼 연주가 귀에 꽂히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각 악기별 독특한 등장 타이밍과 솔로로 만들어진 악기 라이벌링까지 겸비된 음악. 이 모든 재즈의 매력적인 점들을 모인 곡이 바로 영화 <위플래쉬>의 대표곡인 'Whiplash'와 'Caravan'이다. 영화는 이 악기 라이벌링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각 파트별 솔로를 담당하는 악기를 클로즈업하여 비추고, 솔로가 타 악기로 변경하게 되는 때가 오면 샷을 끊지 않고 스위시 팬을 통해 촬영하였으며, 각 악기별 연주자들의 손, 관악기의 경우 입을 익스트림 클로즈업해 황홀한 연주의 황홀한 연출을 구사했다. 모든 솔로가 모두 마쳐져 다시 모든 악기가 하나가 되는 때면 팬을 통해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마침내 멈춘 카메라는 드럼에 포커스를 맞춰 연주자의 고된 표정, 현란한 손놀림과 발놀림 그리고 앞에서 압박을 주고 있는 지휘자 "플래처" 간의 알 수 없는 신경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일련의 사고가 있고 난 후 모든 드러머로서의 삶을 접고 평범한 한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다 우연히 한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플래처"를 만난다. 그는 "앤드류"의 증언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그의 폭력적인 교수법이 고발되어 교수직에서 쫓겨나 모 프로 밴드에서 지휘를 맡는다고 한다. 그는 "앤드류"를 만나 그 교수법에 대해 스스로가 내린 결론을 이야기한다. 그 때 등장한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 "세상에서 제일 나쁜 두 마디가 있다. 그정도면 됐어."
"앤드류"의 아빠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아들 "앤드류"에게 음악이 아닌 평범한 삶도 생각해볼 것을 은연 중 틈틈히 주입시켰다. "앤드류"의 여자친구인 "니키"도 평범히 대학교를 다니지만 아직 본인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영화 <위플래쉬> 속 오직 "앤드류"만이 최고가 되기 위해, 위대해지기 위해 아둥바둥, 손이 찢어지는 것도 참아가며 연습했다. 그의 이러한 성격이 과연 "플래처"를 만나 생긴 것일까? 그의 욕망, 링컨 센터에서 연주를 하겠다는 의지, 침대마저 연습실로 옮기고 만나는 여자친구마저 연습에 매진하기 위해 헤어지자 했던 일련의 행동들은 "플래처"를 만나 더욱 강화되었다면 몰라도 그의 집착은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 대답한다. 어쩌면 "플래처"와 "앤드류"는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최고가 되기 위해 집착하려는 남자와 최고를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남자가 만났고, 알 수 없는 신경전과 밀당이 오고 갔기에 모종의 동질감이 생기지 않았을까?'그정도면 됐어'의 보통 수준이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한 두 남자의 끝이 다가온다.
"플래처"의 권유로 치웠던 드럼을 다시 꺼내어 그의 공연을 도우러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잘만 하면 이전의 모든 사건, 사고들을 묻을 수 있을 만큼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플래처"는 "앤드류"에게 다가갔고, 모든 일들의 원흉은 "앤드류"라 지목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사실 그 공연엔 "앤드류"가 연습하지 않은 곡들이 선정되어있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곡들에 "앤드류"는 함정에 빠져 결국 공연장에서 이탈하고야 만다. 공연을 보러와 준 아버지에게 안긴 "앤드류". 포옹도 잠시 결의에 찬 눈빛을 한 그는 앉음과 동시에 신 들린 연주를 펼친다.
영화의 종반부, 영화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자 러닝타임 내내 공들여 쌓아올린 바벨탑을 화룡점정할 시간이다. 영화 <위플래쉬>는 가장 중요한 그 순간, 대사를 모두 삭제하고 오로지 음악 그리고 "앤드류", "플래처"만 남겨둔다. 초중반부부터 복선으로 이어졌던 버디 리치의 연주와 결을 같이하는 드럼의 현란한 솔로가 이어진다. 그동안 연습해왔던 더블 타임 스윙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소리를 구사한다. 영화는 초중반부에 <Whiplash>와 <Caravan>을 조금씩 들려주기만 할뿐 전체를 들려주거나 연주 전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곡 전체가 궁금했던 찰나 영화는 그 답답함에 시원한 사이다라도 되어주듯 현란하게 칼춤을 춘다. 이미 곡이 끝났어야 할 타임인데도 "앤드류"는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플래처"도 그에게 와 협박을 하고, 방해를 하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연주가 지속되자 "앤드류"에게 다가간 "플래처". 영화는 "플래처"의 눈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그의 눈엔 어느새 최고의 뮤지션을 찾았다는 기쁨과 제자의 몰입된 그 순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진정한 광기어린 자가 풍기는 아우라에 눌린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마구잡이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앤드류"의 연주는 "플래처"의 지휘로 데크레센도 형태를 취하다 "플래처"의 지휘로 다시 크레센도되어 완벽한 드럼 솔로로 변주한다.
해당 씬엔 특별한 대사나 감정을 유발하는 특별한 연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앤드류"의 연주다. 슬로우 모션, 손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트래킹 샷, 계속해서 튀겨지는 피와 땀만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영화 <위플래쉬>의 종반부가 훌륭한 이유는 말로써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서 그간의 설움, 과정, 노력, 애환, 고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내었기 때문이다. "앤드류"와 "플래처", 곡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로 콜싸인을 맞추려 눈을 마주한다. 상하관계, 주종관계처럼 수직 위치로 배치되었던 눈은 동등한 수평선의 위치에 놓여진다. 비록 눈에 익스트림 클로즈업되었지만 우린 "플래처"가 "앤드류"에게 어떠한 말을 전한 걸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앤드류"는 "니코"를 만난 씬을 제외하고 거의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엔딩을 화려히 장식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100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어떨 때엔 더 도움이 되고,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영화는 더 하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가 아마도 영화의 진수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 <위플래쉬>는 그 진수의 향연이지 않았을까? 본 작품에 대한 평가 내지는 한줄평을 보면 "플래처"의 악랄한 교수법을 비판하고 이를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로 생각해 평가한 평들이 많다. 물론 그 지점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필자의 생각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에 그 요소를 결코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만 작품을 관람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재즈와 드럼, 밴드가 운용되고 연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감독이 만들어낸 너무도 아름답고도 체계적인 연출 그리고 이를 더욱 빛내는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매력적인 영화음악이 존재하는 영화가 <위플래쉬>이다. 그 어떤 요소로도 본 작품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도, 윤리가 무엇인지도, 내 귀에 들리는게 무엇인지도 잊고 그저 즐기게, 미치게 한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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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은 옥수수 같아
2X9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
https://youtu.be/QmAWZMIRYEo?si=agfrUTK9C47TSwg1
내 사랑은 옥수수 같아. 만일 연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흔히 남들이 말하는 거창한 사랑 같지는 않을 것이다. 완벽해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어떤 남자의 사랑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다소 특이하고, 틈이 있는 옥수수 같은 사랑을.
유튜브에서 〈대리운전 브이로그〉를 마주한다면, 정말 대리운전기사의 24시간을 담은 브이로그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혹은 썸네일의 이미지도. 브이로그가 아니라 단편영화에 가까운 〈대리운전 브이로그〉는 그래서 여느 2X9 연출작들처럼 특별하다. 옥수수 농장을 하시는 아버지, 춤을 추고 나머지 시간은 대리 운전 아르바이트로 보내는 아들. 그런 아들 ‘구교환’(구교환)에게는 자신의 춤을 좋아하는 연인 ‘소정’이 있다.
어김없이 콜을 받고 주차장에 도착한 교환을 맞이하는 건 파란 오픈카와 두 여자다. 코앞에서 나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범상치 않다. 드넓은 주차장과 비좁은 차 내부의 간극이 긴장감을 조성하며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두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린 교환은 당황하지 않는다. 소정의 두 언니 앞에서 되레 당당하다. 연인과 절대 헤어질 수 없다는 교환의 의지와 함께 심판이 시작된다. 마지막 91번째의 총성이 울릴 때, 2022년판 ‘백 투 더 퓨처’는 막을 내린다. 이별을 선언하지 않으면 총알을 맞이하게 되는 굴레 속에서, 교환은 가져온 옥수수 하나를 다 먹으면 소정과 헤어지겠다고 약속한다.
교환에게 사랑은 옥수수다. 내용물을 흘리지 않으며 원형을 보존할 수 있고, 비워진 정도를 개수로 단박에 알아차릴 수도 있으며, 모든 게 끝나도 단단한 심이 되어 남는 건 분명 사랑이다. 어떻게 보면 완벽한 구황작물이란 뜻이다. 아버지의 업을 이어받고 싶진 않지만 대리운전을 나갈 때면 킥보드에 달고 다니는 옥수수도, 자동차 보닛 위에 마지막 의지를 남기고 온 옥수수 한 알도. 전부 교환의 사랑이다. 오늘도 교환은 옥수수와 사랑으로 점철된 꿈에서 소정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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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영화 후기 / 명불허전의 액션 블록버스터 / 한(성강)이 살아 돌아왔다!! / 이제는 우주로 나아갈 때?!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캐스팅 소개 후에 제대로 있습니다.
블록버스터답게 엔드크레딧이 제법 긴데, 엔드크레딧 후에는 쿠키가 없으니 편하게 나오셔도 될 듯합니다.#분노의질주, #빈디젤, #성강, #샤를리즈테론,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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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메인 예고편
기다림은 끝났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단 하나의 액션블록버스터!도미닉(빈 디젤)은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형제 제이콥(존 시나)이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연합해
전 세계를 위기로 빠트릴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패밀리들을 소환한다.
가장 가까운 자가 한순간, 가장 위험한 적이 된 상황
도미닉과 패밀리들은 이에 반격할 놀라운 컴백과 작전을 세우고
지상도, 상공도, 국경도 경계가 없는 불가능한 대결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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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피노키오> 메인 예고편
또 한 번 시대를 넘어 전 세대를 사로잡을 명작의 탄생?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나는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디즈니+데이에 이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피노키오] 9월 8일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