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4-12-26 13:49:10
밀정에게 뺏겨버린 암살의 무게
영화 [하얼빈] 리뷰
이 글은 영화 [하얼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려웠을 것이다.
항일투사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거의 제일 잘 알려져 있다고 해도 무방할 안중근이라 해도. 그에 대해 말하기 위해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을 할애한다는 것은.
액션이나 긴박감을 보여주기엔 그의 행위는 짧고 간결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미 [봉오동 전투]와 [암살]에서 더 많은 장면들을 보았다. 시대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려니 그는 애초부터 심성이 곧은 전형적 인물이었기에 [밀정]에서의 송강호 같은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나 고통을 보여주기엔 그가 선사한 역사 속의 클라이맥스는 너무도 강렬했고, [동주]나 [항거]를 통해 무채색으로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러니 남은 것은 항일 투사로서 반드시 느꼈을 인간적인 고뇌와 거사를 앞둔 사람이 맞이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동지들을 실시간으로 잃는 와중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불안함. 그런 일에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 놓아야 하는 비장함까지.
영화는 시종일관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장대한 스케일의 자연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위약한 존재로 보여준다. 그는 불안하게 얼어있는 강 위를 지나고 메마른 사막을 말 한 마리에 의존해 건너며 그 안에서 겨우 숨이 붙은 채 목표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목숨을 태워나간다.
문제는 이런 초반부가 마치 영화 [이터널스]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에서 통했던 방식이자 자기가 잘하는 것인 풍경 속에 위치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히어로 영화인 이터널스에서도 같은 테크닉을 썼다는 것에 있다. 말 그대로 필요하지도. 그렇다고 어울리지도 않았던 쓸데없이 아름다운 장면들만 늘어놓아 특정 장르가 가져야 하는 미덕은 줄어든 셈이다.
[서울의 봄] 제작진과 [남산의 부장들]의 감독이라는 이름값에서 기대하는 것들 중 하나가 웅장함, 혹은 비장함이었을 테지만. 초반부가 보여주는 영상은 그저 때깔 좋은 여행기 정도로만 보일 뿐. 안중근 개인으로서의 고뇌를 드러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그가 한 인간으로서 느꼈을 유약함이나 외로움은 압도적인 광경에 짓눌려 희미해져 버린다.
게다가 후반부의 포커스마저도 밀정인 상현(조우진)과, 덕순(박정민)에게 양보한다. 반전이라 생각하고 심어놓았을 트릭은 너무도 뻔해, 플래시백으로 표현한 장면들에서 그 어떤 타격감도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영화 초반 묘사에서 안중근에 비해 조금은 비중이 떨어져 있는 두 인물들이 영화의 마지막으로 다가갈수록 힘겹게 존재감을 차지한 안중근의 엉덩이를 슬금슬금 자리에서 밀어낸다.
나 역시도 영화를 통틀어 가장 상징적인 장면을 말하라 한다면, 안타깝게도 안중근이 꼬레아 우라를 외치는 장면이 아닌, 상현과 다쓰오(박훈)의 식사(?) 장면을 꼽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쓰오는 상현을 밀정으로 삼기 위해 처음에는 그에게 스테이크의 한 조각을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준다. 아직까지는 사람으로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현이 체면(포크와 나이프)을 버리고 손으로 고깃 조각을 먹은 뒤에, 다쓰오는 손을 이용해 상현에게 나머지 고깃덩어리를 던져준다. 사람의 위치에서 자신의 심복(개)으로 신분(?)이 격하되었음을 단 몇 초 사이에 보여주기에 충분했으며, 동시에 상현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리는 동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울부짖으며 고깃 조각을 씹어 삼키는 상현의 모습은 그저 사람을 끝까지 믿어보자는 안중근의 설득 보다도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물렸음을 확신하는 표정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다쓰오의 모습도. 분명 사막 탐험대(?)에서 맨 마지막에 말을 몰았던 상현이 다쓰오의 암살 뒤에 가장 먼저 앞장서 말을 모는 모습에서도.
안타깝지만 영화는 밀정에게 암살의 무게감조차 뺏긴 채 쓸쓸히 뒷모습을 보이며 막을 내린다.
[이 글의 TMI]
1. 두 번 다시 크리스마스에 영화관에 가지 않겠다. 사람에 깔려 시골쥐 죽을 뻔.
2. 내 사과 빨리 배송 와라.ㅠㅠ집에 사과 없다ㅠㅠ
3. 업무폰 배터리 충전 안 해놔서 졸지에 전화 안 받는 싸갈스 바갈스 됨.
#munalogi #최신영화 #영화리뷰 #하얼빈 #영화리뷰어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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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작업
부모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작업
*개봉 전에 배급사 알토미디어㈜ 측에서 제공한 스크리너로 관람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는 컬러와 흑백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릴리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현재는 컬러로, 그녀의 기억과 편지를 통해 영화 속에서 재현된 과거는 흑백으로 표현된다. 이 영화의 흑백 씬들을 보다 보면 그것이 극 연출인지 실제 역사 기록물인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당시 스웨덴 수용소에 있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아카이브 영상으로, 감독이 의도적으로 영화 곳곳에 삽입한 것들이다. 역사적 사실의 기록물과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씬들, 그 근원이 되는 릴리의 기억과 편지의 내용들이 영화 안에서 섞인다.
영화 말미에 가서 이 영화를 부모에게 바친다는 문구를 보면서도 충분히 추측 가능하지만 영화의 감독 피테르 가르도스는 미클로시와 릴리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의 아들이다. 이 영화는 감독 부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감독은 영화화 이전에도 이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 <새벽의 열기>를 집필했었는데 이 소설 또한 영화의 원작 격이라 볼 수 있다. 영화의 처음 부분에서 릴리에게 편지를 건네받는 남자는 감독 자신이며 감독은 자신이 자신 부모가 서로에게 보내던 편지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느낀 모든 것을 관객에게 최대한 온전히 전달하려 노력했다.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 서사 사이사이의 부족한 공백에는 편지 내용과 어머니의 기억을 바탕으로 감독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여느 영화 속 인물들은 실의에 빠지거나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의 미클로시는 그런 전형적 성격의 인물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자마자 남은 삶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이라 믿고 행동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게 요양원에 있는 117명의 여자에게 117통의 편지를 보내 무턱대고 자신과 사랑하고 결혼할 사람을 찾는 그의 행동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끝내 성사되고, 그는 릴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워 가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직접 요양원으로 찾아간다. 주치의는 그의 건강상태를 걱정하며 그를 만류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2,500km의 먼 여정을 떠난다. 오직 릴리를 만나기 위해서. 그러나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두 사람의 아픈 신장과 폐뿐만이 아니다. 릴리의 친구 유디트는 릴리에게 집착하며 릴리가 모르게 미클로시가 보낸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가 선물한 겨울 외투 옷감을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등의 행동을 한다. 릴리는 확증을 찾지는 못하지만 심증만 갖고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감독의 상상력은 여기에 가미되기도 했다. 유디트에 대한 묘사는 감독 어머니의 당시 친구 유디트가 그 행동을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반 의심 반 확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그것에 살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 사랑에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의 종교였다. 두 사람은 유대교인이지만, 릴리는 유대교가 아닌 개신교 신자로 거짓 등록된 상태였고, 이 점은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는다.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미클로시는 결국 그녀를 따라 개신교도로 개종해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종교보다도 사랑을 택한 것이다. 이들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이들 소식이 스웨덴 랍비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랍비는 은밀하게 두 사람을 설득해 유대교식 결혼을 치르도록 돕는다. 많은 난관이 닥쳤으나 어떤 것도 궁극적으로 이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고, 두 사람은 무사히 결혼식을 치를 수 있게 된다.
무모해 보였던 미클로시의 선택이 점점 맞아 들어가며 그가 자신의 연인 릴리를 찾아 사랑을 하고 결국 결혼까지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그 가슴 뜨거운 순수한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듯하다. 병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고, 수용소와 요양원에 갇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임에도 두 사람은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만을 바라보며 그 난관들을 헤쳐나간다. 영화는 두 사람의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영화로써 재현해내며 그들의 발자취를 차례로 되짚어본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며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은 지금 시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 테다. 어쩌면 그 시대의 사랑이자 낭만이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동시에 이 영화의 말도 안 되는 모든 것들이 감독 부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은 다시금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에서 편지라는 두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는 얼마 전 개봉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 레터>와 마찬가지로 아날로그의 물성(物性)과 감성(感性)을 가득 담아 내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그려낸다.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의 편지를, 부모의 기억을 감독이 필자가 되어 관객에게 긴 편지 한 통에 써 내려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내용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되짚어보고 기억하려는 태도와 함께. 이런 관점에서 이 영화를 다시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러브레터를 담아낸 영화이면서 또한 자식인 감독이 자기 부모에게 보내는 열렬한 러브레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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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머리카락에 녹아 있는 기억
SYNOPSIS.
애착 인형 이름은 제프 브리지스, 애정하는 밴드는 플리트우드 맥. 감수성 넘치는 베니와 똘똘한 사촌 돈의 특별한 우정
PROGRAM NOTE.
때는 1990년, 록밴드와 인형을 사랑하는 원주민 혈통 소년 베니는 어느 여름날 부모님에 의해 난생 처음 도시를 떠나 애리조나 원주민 보호구역 내 양떼 목장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자애로운 외할머니, 빵떡 소녀라는 별명의 사촌 돈과 자유로운 영혼 루시 이모, 마초맨 삼촌 마빈을 만나게 되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성인이 된 베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도시 소년 베니의 시선 아래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삶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조조래빗>을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이 영화는 이제껏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원주민들이 중심이 된 가족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묘사한다. 록밴드와 TV의 시대였던 90년 미국의 멜랑콜리한 활기, 촌철살인의 유머가 넘치는 미국 인디펜던트 영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최은영)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적이 있다. 머리카락에는 우리의 흔적이 남는다고. 프로그램에서는 국과수에서 머리카락을 분석하는 실험을 해 보였는데, 오랫동안 종사한 직업은 물론 최근 바다를 다녀왔다는 사실까지 맞출 수 있었다. 어딘가 오래 묻혀 있다 ‘미라’ 상태로 나온, 한때 살아있던 사람의 몸에서도 머리카락은 비교적 오래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몸이 발견될 때마다 뉴스 기사들은 하나 같이 “상태 양호”하다고 했다. 이런 머리카락을 통해 DNA를 분석하면 또 그 몸이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가 주렁주렁 올라올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파편적으로나마 알게 된 이후로, 가끔 머리카락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머리카락 하나는 평소라면 그냥 방바닥에서 증식을 하는지 의심될 만큼 치워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어떤 현장에서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 마찬가지로 내가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감고 말리고 빗고 넘기는 머리카락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히 여길 무엇일 것이다.
<빵떡 소녀와 나>를 보고서는, 그게 그토록 애틋하고 찡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은 순전히 제목 때문에 고른 영화였다. Frybread를 빵떡이라고 번역할 귀여운 생각은 누가 했을까. 유난히 잘 붓곤 하는 얼굴을 스스로 빵떡이라고 종종 말하긴 해도 그게 표준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어엿하게 영화 제목으로 들어가 있는 걸 보니 기특하기까지(?) 했다. 기특한 우리 탄수화물과 탄수화물의 조합 같으니.
귀여운 제목에 귀여운 스틸컷을 보고 골랐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옥수수죽처럼 슴슴하고 든든한, 어쩐지 따스하고 구수한 내음이 나는 영화였다.
1990년 미국. 키치하게 반짝거리는 도시 한 가운데서 베니가 열중하는 것은 헤드셋으로 쏟아지는 밴드 음악과 손에 쥐어지는 크기의 인형 (본인 주장에 따르면 '액션 피규어') 두 개다. 인형 두 개로 베니가 나누는 대화는 대부분 긴장 일촉즉발의 갈등 상황이다. 외부로 표현되지 않는 소리들이 베니 안에서 왕왕 울릴 때, 부모님 손에 의해 여름방학 동안 할머니댁 행이 갑작스럽게 결정된다. 베니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이럴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심각한 표정의 부모님의 긴장과 갈등이 이미 베니의 손 끝 인형에까지 묻어나고 있으니까.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려 도달한 할머니 댁은 황량하기 그지없는 초원 한 가운데 있다. 지금은 다 집을 떠난 이모 삼촌들의 어린 시절 사진이 여전히 벽에 붙어 있는 곳.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할머니와 나바호족 말을 할 줄 모르는 베니, 그리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삼촌. 그 사이로 빵떡이가 등장한다. 모두가 빵떡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름은 '새벽Dawn'인 소녀가.
영화는 실제로 방학 동안 할머니댁에 맡겨진 아이들의 일상처럼, 슴슴한 모험의 맛으로 가득 차 있다. 분명 애들한테 물어보면 "심심해 죽겠어!"라고 대답하겠지만, 먼 훗날 돌아보면 가장 소중한 추억이 거기 다 고여 있는 것처럼 느껴질 그런 날들. 아이들에게 호의적이고 다정한 태도를 보이며 아이들 마음을 풀어주는 이모가 있는가 하면, 있는 상처 없는 상처 박박 긁어 결국 갈등을 표면화하고 마는 삼촌도 있다. 그들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점점 쓸쓸해지는 풍경이, 그곳을 지키는 마지막 사람들 같은 스산한 기분이, 함께 올라온다.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동네의 마지막 젊은이 같은 기분이 든달까. 내가 한국인이라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지, 저들에게는 잃어가는 원주민 문화의 흔적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그리고 영어 배우기를 거부한, 나바호족 문화를 꼿꼿하게 지키는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는 양탄자를 만들어서 기념품 가게에 팔지만, 양탄자에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만은 할머니 곁에 모조리 남아있을 것만 같다. 양탄자 무늬의 의미와 거기 담긴 상징들, 나바호족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상징들을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이유식처럼 떠 먹인다. 할머니의 자장 안에서 나바호족의 문화는 보드랍고 편안하게 풀어진다. 비록 어른이 되면서 (영화에서는 서술되지 않는) 여러 원주민으로서의 어려움 속에서 제각각의 길을 가는 이모삼촌 삶의 궤적은 쓸쓸한 감정을 불러오지만, 아기의 '첫 웃음'을 축하하며 첫 웃음 잔치를 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때로는 쓸쓸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이 영화 속 가족은 아주 애틋하거나 아주 냉담하지 않은, 그래서 나와 매우 다른 사람들임에도 어쩐지 더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볼 때쯤이면 할머니 댁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이 영화에서 가족들은 많은 순간 서로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손주들의 머리를 정성껏 감겨 주고, 머리를 묶어 주고, 어루만져 주는 할머니의 사랑. 머리카락은 기억이라는 말은 DNA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만이 아니라, 나바호족의 상징에서도 진실이다. 가끔은 사실보다 상징이 더 진실을 닮아 있는 세상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혜가 고요히 빛난다.
사실은 서로 다 알고 있던, 녹록지 않은 가족사를 이고 '빵떡 소녀와 나'는 앞으로도 성장해 갈 것이다. 아이라 해서 모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기억을 간직하듯, 가족 안에서 켜켜이 쌓이고 흐른 일들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러나 할머니가 떠먹여준, 고요하게 빛나는 지혜와 상징이 촛불처럼 아이들의 삶을 밝혀주지 않을까. 나도 촛불 하나를 들고 영화관 밖으로 나서는 듯한 마음이다. 어쩐지 창포 향이 날 것 같은 기분.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이야기가 이렇게 우리네 이야기 같아도 되나? 아마 그게 영화의 힘이겠지. 이 기억 또한 내 머리카락에 남을 것을 안다.
9월 17일 20:00-21:29 롯데시네마 은평 7관
9월 18일 19:30-20:59 롯데시네마 은평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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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역사적 미스터리에 대한 <올빼미>의 개봉부터
<겨울왕국> <엔칸토> 제작진의 신작 <스트레인지 월드>의 개봉까지!
그럼 11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올빼미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18분
감독: 안태진
출연: 류준열, 유해진 등
개봉: 2022.11.23
배급: (주)NEW줄거리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관전 포인트
역사적 소재를 현대적인 스릴러로 녹여냈으며,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주맹증이라는 소재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기생충>, <독전>, <관상> 등의 작품에서 미술감독을 맡은
이하준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미술을 맡아 디테일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스트레인지 월드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02분
감독: 돈 홀, 퀴 응우옌
출연: 제이크 질렌할, 루시 리우, 데니스 퀘이드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줄거리
전설적인 탐험가 패밀리 ‘클레이드’가의 서로 다른 3대 가족들이 위험에 빠진 아발로니아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의
판타스틱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겨울왕국>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제작진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빅 히어로>를 연출한 돈 홀 감독이 연출을 맡아 새로운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유포자들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1분
감독: 홍석구배우: 박성훈, 김소은, 송진우 등
개봉: 2022.11.23
배급: 와이드 릴리즈(주)줄거리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대사회, 사람들이 무심코 촬영한 영상들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그린 범죄 추적 스릴러.
관전 포인트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들여다보며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서스펜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50분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배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등
개봉: 2022.11.23
배급: 워터홀컴퍼니(주)줄거리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 분)’이 어느 날 자신이 멀티버스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관전 포인트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30만 관객을 돌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메이킹
10분이 추가된 특별판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세이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2분
감독: 박강배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등
개봉: 2022.11.24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줄거리
태어난 지 21일이 채 되지 않은 아기의 아빠 우진(서현우)이 외부의 출입을 막고 부정한 것을
조심해야하는 세이레의 금기를 깨고, 과거의 연인 세영(류아벨)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부터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관전 포인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으로 뛰어난 작품성과 진취적인 예술적 재능을
선보인 작품에 수여하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창밖은 겨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4분
감독: 이상진
배우: 곽민규, 한선화 등
개봉: 2022.11.24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가 된 '석우'와 유실물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가 만나 서로의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아주는 로맨틱 무비.
관전 포인트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를 차지한 <창밖은 겨울>은 아주 보통의 청춘들의 일상을 섬세한
연출로 포착해 아늑하고 평온한 매력으로 관객을 모을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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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쥬라기 세계관의 마침표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모든 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생태계에서 인간은 소중한 존재였고 무조건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다른 생물들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서로 싸우고 죽이는 과정에서도 주변을 보호하면서 결국 그 수를 늘려갔다. 인간은 자신의 수를 늘려가면서 수많은 동식물을 대량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약을 만들었고 편리함을 위해 수많은 플라스틱과 여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주변의 자연환경을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심지어 동물들을 잡아서 동물원 같은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어떤 생물이든 자신의 생존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생존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좀 더 재미있는 걸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동식물을 모아놓고 구경하는 시설일 것이다. 특히 동물원에는 수십 가지의 동물들이 갇혀서 인간의 구경거리가 된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은 재미를 느끼지만 정작 동물들은 본인들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동물들에게도 자유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 여러 의견이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간 중심의 생태계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미치는 여러 악영향은 결국 인간이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공룡이라는 생명체의 신비로움과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는 공룡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이 잘 담겨있다. 이미 멸종한 생명체를 재탄생시켜 현실화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로 악당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통제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한 공룡들의 탈출과 반란이 이 시리즈 전체에 반복해서 담긴다. 2015년부터 이어져온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이런 패턴을 똑같이 반복한다.
특히나 전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공룡이라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 안에서는 공룡이지만 살짝 생각을 바꾸면 이 관점은 다른 지구의 생명체 문제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인물이었지만 그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그것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말미에 갇혀있던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공룡을 강제로 죽여서 사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도 있다. 바로 이안 말콤 박사(제프 골드블럼)다. 그는 공룡과 인류가 공존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다시 멸망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공룡들의 구역을 정해놓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하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 내내 이 두 주장은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자연스럽게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고 그들이 적응해가던 소멸해가던 그것을 자연스럽게 놔둬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긴다. 그것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쪽의 멸망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영화가 결론을 짓고 있지는 않다. 대신에 영화는 다른 대립 축을 추가로 제시한다. 영화에는 악당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주인공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악덕 유전 공학자와 악덕 기업이 공룡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고 그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인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 그리고 오리지널 멤버인 그랜트 박사(샘 닐), 엘리 박사(로라 던), 이안 박사가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한다. 공룡을 이용하는 쪽과 공룡을 놔둬야 한다는 쪽의 대결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통합하여 결론을 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들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멤버들과 함께 등장해 시리즈의 대단원을 책임진다. 이들은 영화의 처음부터 등장해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룡과 다시 조우한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멤버들의 모습을 굉장히 반갑게 지켜볼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건 바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 주변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에 인간들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자생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완성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명확해진 메시지
공룡을 처음 등장시킨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경이로움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그 강도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는 점점 많은 수의 공룡을 등장시켜 그것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이번 마지막 영화에서 그런 경이로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는 티라노를 비롯한 육식 공룡들이 대결을 벌이고 익룡이나 랩터 같은 다양한 공룡이 등장하지만 모두 그저 액션을 위한 등장으로 짧게 소비되어버리고 만다. 사실상 공룡의 추격이나 싸움에 인간이 개입할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계속 지속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더 커졌다.
영화 전체에 관통하는 메시지는 꽤 명확해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쉬운 점이 많다. 액션의 강도가 높아졌지만 이미 과거 시리즈에서 봤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또한 오리지널 멤버들의 등장을 위해 영화 초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들의 서사를 보여주게 되는데,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악덕 기업의 사장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바보 같이 묘사되어 있고 아무 대책이나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여 허무하게 활용되고 퇴장해 영화적 긴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90년대부터 사랑받았던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또 닫는다. 이제는 여려 영상기술의 발달로 공룡을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그래픽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공룡을 화면에서 보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경험이 아니게 된 것이다. 공룡이 나오는 쥬라기 시리즈는 더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이 시리즈가 줄곧 주장해왔던, 인위적인 인간의 개입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아주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도 그 메시지는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결국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자 했던 그 결말, 바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끝맺음하기 위한 결말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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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대신 잔잔한 여운을 가져다줄 영화들 사람냄새 진득히 나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저는 힘들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찾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들이 지쳤을때 보는 영화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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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 한편,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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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쳐 로저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가고, 아타오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게되고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그 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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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부인, 그리고 홀어머니의 딸로서 바쁘지만 행복한 날들을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갑작스러운 고백과 함께 그녀의 평화롭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원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꿈을 잊지 못해 날마다 더블린 번화가에서 거리의 악사를 자처하는 남자는 자신을 버리고 런던으로 떠나간 옛 여자를 잊지 못한다. 체코에서 온 소녀는 늘 해사한 얼굴로 행인들에게 꽃이며 잡지를 권하지만, 어린 딸과 어머니를 부양하는 그녀에게도 아픔은 있다.
고향에서는 피아니스트였지만 현재는 맘좋은 피아노숍 주인의 허락으로 하루에 한 시간씩 연주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소녀는 자학과 자조를 모른다. 무기력한 일상을 떨치지 못하던 남자는 소녀와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으며 데모 음반을 녹음하기에 이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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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빛으로 일렁거리는 호러의 역사를 읽다
14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감 좋은 형사 리(마이카 먼로)다. 30년간 풀지 못했던 미제사건이 있다. 희생자들은 모두 가족이었다. 수사를 해도 오리무중에 빠지는 연쇄 살인사건. FBI는 능력 있는 형사 리를 파견했다. 사건에 대해 듣는 리. 사건 파일들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 내가 연관될 리는 없다. 상사 카터(블레어 언더우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범인의 정체를 추리하는 리. 적지 않은 단서. 일가족이 살해됐다는 점과 살해 현장에 ‘롱 레그스’라는 편지가 있었다는 점 말고는 힌트 얻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실체에 다가가는 리. 리는 잔혹한 심연 속으로 또각또각 걸어 나간다.
놀라운 집중력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촬영이다. 이 영화에서 피사체를 촬영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프레임 안 대상을 한가운데에 넣고 가로가 넓은 비율로 찍는다. 혹은 대상을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마치 누가 지켜보는 것처럼 촬영하는데, 찍고자 하는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치 대상을 옆에서 본 것처럼 오른쪽/왼쪽으로 살짝 틀어진 얼굴을 보여준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영화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특별하다. 가령 과거 회상 장면에서 주인공 어머니가 특정 행동을 할 때 장면을 보면 고의적으로 화면의 대부분을 안 보이게 처리했다. 행위가 일어나는 부분은 멀리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특정 장면에서는 시점 쇼트(인물의 시선을 보여주는 방식)를 써도 큰 문제가 없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구도가 나온다. 전적으로 영화가 ‘누군가가 지켜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이다. 이렇게 인공적으로라도 강조한 구도 때문에 이 영화가 가진 이상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이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면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모든 프레임이 악몽이다’라는 특징이 이렇게 구현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의 법칙을 카메라 구도로 구현한 영화는 예외를 둠으로서 그것을 강조한다. 여기서 영화의 카메라가 타인의 존재를 전제로 깔고 정면으로 인물을 보여주는 샷이 등장하기는 한다. 언제?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 처음으로 등장할 때다. 이 물건이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떤 존재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 누구와 눈 마주치지 않지만 영화 화자와 동격으로 놓이는 존재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영화가 촬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전체와 나머지라는 연출은 영화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모티브다. 중반부 이후부터 등장하는 특정 캐릭터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에서 도드라지는 비주얼을 가진 인물이다. 주인공의 설정에서도 이 ‘전체와 나머지’라는 테마를 읽을 수 있다. 사건의 힌트가 되는 짧은 머리의 캐릭터도 영화가 이야기의 구도를 짠 방식을 읽을 수 있는 연출이다.
느릿느릿한 서스펜스
영화 롱 레그스는 시각적인 연출 못지않게 템포와 리듬의 중요성이 돋보인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세상 느릿느릿한 템포로 진행되는데, 이는 멀리서 관조하는 인물의 시선을 구현함으로써 영화의 주제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관객에게 사건을 서서히 보여주는 연출 방식 덕분에 빌런의 악행이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것을 피한다.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다루겠다는 감독의 주제의식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이런 자극적인 모습과 의도적으로 거리 두는 연출이 어느 시점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변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영화의 주제와 인물의 내면을 심도 있게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느린 템포에는 단점도 따른다. 특히 영화에서 사운드를 통한 연출이 때로는 다소 무리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기이한 이미지로 긴장감을 형성하던 영화가 갑작스러운 큰 소리로 관객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점은 영화의 깊이가 옅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이 영화가 잘 짜인 이야기 같으면서도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리니 관람을 그렇게 친절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닌 듯하다. 또한, 초중반부의 느릿한 전개로 인해 이야기에 몰입하기 어려운 관객들도 많을 수 있으며 지루하다고 느낄 여지도 충분하다.
장르의 역사를 그대로
<롱 레그스>는 호러 장르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는 아리 애스터의 <유전>이었다. 특히 특히 1부와 2부의 연출 방식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부분이 그렇다. 이 미세한 변화는 영화 안에 있는 어떤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했는데, 이야기의 구성은 다르게 가져가되 본질적인 건 비슷하게 전개해 감독의 창의성이 돋보였다. 또한, 최근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괴한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롱 레그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여러 작품의 흔적을 담아내어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이 <롱 레그스>가 단순히 과거의 이미지들만 차용하지 않는다. 어떤 장면에서는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정말 서슬 퍼런 장면을 보여준다. 글쓴이는 후반부의 모든 장면이 굉장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레퍼런스를 과하게 담으려 한 탓인지, 후반부에 영화의 톤과 어긋나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 대사는 꼭 필요했던 것 같다. ‘혹시?’싶은 의구심이 드는 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지나치게 길고 본래 흐름과도 어울리지 않아, ‘이 대사가 없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가 주는 불안함과 긴장감의 리듬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장황해지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이었다.
압도적인 니콜라스 케이지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총평은 ‘좋은 영화지만 지루하다고 느낄 여지가 다분하다’라는 점이다. 모든 장면을 인위적으로 비틀어 기이한 플롯을 만들었지만 이 이유로 템포가 느려 지루하다고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관객들 입장에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해도 글쓴이가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요소가 있다.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다. 케이지는 장르적인 연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캐릭터의 비주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이 연기 하나만으로도 관객에게 압박감을 선사할 영화가 <롱 레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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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영화리뷰] "어퓨굿맨"(A Few Good Men, 1992)
"살아있을 때 봐야하는 영화들" : 명품영화 고품격 영화리뷰 시리즈각본: 아론 소킨
감독: 롭 라이너
출연: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케빈 베이컨#결말포함 #영화리뷰 #결말포함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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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4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4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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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로스트 인 스페이스> 공식 예고편
《로스트 인 스페이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즌의 공식 티저 예고편. 모든 에피소드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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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비하인드 더 트리> 메인 예고편
절대로 뒤돌아 보지 말것!
커플인 에이미와 제이는 북인도로 함께 여행을 떠나 즐거운 휴가를 보낸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 제이는 아름다운 숲속 깊은 곳에서 에이미에게 프러포즈를 하지만 거절당한다. 그 후 리조트로 돌아가던 두 사람은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을 헤매다가 현지 주민들이 아이를 상대로 구마 의식을 행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두 사람은 좁은 곳에 갇혀 있는 아이를 꺼내 몰래 리조트로 데려오지만 아이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