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2 16:31:35
1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밀레니엄 맘보> 개봉!

2024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2025년의 첫 시작을 여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금주에는 한국 영화 대작 <보고타: 마지막 땅의 기회>부터 북미 개봉 첫 주만에 6,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수퍼 소닉3>, 4K로 돌아온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불후의 명작 <밀레니엄 맘보>, 믿고 보는 제작사 A24의 대작 <시빌 워: 분열의 시대>까지!
2025년에도 극장에서 만나요!
밀레니엄 맘보
Millennium Mambo

개요: 드라마 | 대만, 프랑스 | 105분
감독: 허우 샤오시엔
주연: 서기, 고첩, 투안 춘하오, 첸 이수안, 타케우치 준
개봉: 2024.12.31.
배급: ㈜에이유앤씨, (주) 하이스트레인저

줄거리
그녀는 하오하오와 헤어졌지만 그는 늘 그녀를 찾아냈다. 주술이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돌아왔고 스스로 다짐했다. "은행에 있는 50만 대만달러를 전부 써 버리면 그를 영영 떠날 거야"
그녀는 클럽에서 잭을 만났다. 잭은 항상 그녀를 데리고 다녔고 그녀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해 줬다.
이 일은 10년 전인 2001년의 일이었다. 세계는 21세기를 맞이했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축하했다.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Bogota: City of the Lost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107분
감독: 김성제
주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
개봉: 2024.12.31.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희망 없는 인생, 기회는 바로 그 곳에 있었다. 1997년 IMF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국희(송중기)와 가족들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다.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인 상인회의 권력을 쥔 박병장(권해효) 밑에서 일을 시작한 국희.
성실함으로 박병장의 눈에 띈 국희는 박병장의 테스트로 의류 밀수 현장에 가담하게 되고, 콜롬비아 세관에게 걸릴 위기 상황 속에서 목숨 걸고 박병장의 물건을 지켜내며 박병장은 물론 통관 브로커 수영(이희준)에게도 강렬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곧 수영이 국희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고, 이를 눈치 챈 박병장 또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국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본인의 선택으로 보고타 한인 사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체감한 국희는 점점 더 큰 성공을 열망하게 되는데…
수퍼 소닉3
Sonic the Hedgehog 3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110분
감독: 제프 파울러
주연: 짐 캐리, 벤 슈와츠, 제임스 마스던, 티카 섬터, 이드리스 엘바, 키아누 리브스
개봉: 2025.01.01.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더 빠르고 더 강해야만 한다!
초특급 히어로 소닉 VS 사상 최강의 라이벌 섀도우의 수퍼 빅 매치!
너클즈, 테일즈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초특급 히어로 소닉. 연구 시설에 50년간 잠들어 있던 사상 최강의 비밀 병기 "섀도우"가 탈주하자, 세계 수호 통합 부대(약칭 세.수.통)에 의해 극비 소집된다.
소중한 것을 잃은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섀도우는 소닉의 초고속 스피드와 너클즈의 최강 펀치를 단숨에 제압해버린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닥터 로보트닉과 그의 할아버지 제럴드 박사는 섀도우의 엄청난 힘 카오스 에너지를 이용해 인류를 정복하려고 하는데…
초특급 히어로 소닉 VS 사상 최강의 라이벌 섀도우!
전 세계를 파괴하려는 섀도우를 막기 위한 파워업 액션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개요: 액션 | 미국 | 109분
감독: 알렉스 가랜드
주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개봉: 2024.12.31.
배급: (주)마인드마크

줄거리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 연방 정부의 무차별 폭격과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페니)’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 이들은 전쟁의 순간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진짜 공포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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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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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류준열·천우희, <머니게임> 크랭크업
ⓒ 롯데컬처웍스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물 <머니게임>이 지난 23일 크랭크업했다. <머니게임>은 네이버 웹툰
원작으로 한 8부작 시리즈로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다.
지일주·박지연 <강남좀비>, 134개국 선판매
ⓒ 네이버 영화
배우 지일주, 박지연 주연의 영화 <강남좀비>가 북미를 비롯해 독일, 태국, 일본, 필리핀 등
총 134개국에 선판매되었다고 밝혔다. <강남좀비>는 이번 달 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간>, 25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영화 <메간>은 오직 ‘케이디’를 위해 프로그래밍 된 AI 로봇 ‘메간’이 ‘케이디’와의 우정을 위해
예측할 수 없는 업그레이드를 계속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새해 첫 호러 영화 <메간>은
이번 달 25일 개봉 예정이다.
<상견니>, 25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과 스토리로 재탄생한 영화가 국내에서
25일 개봉을 확정했다. 원작의 내용에서 출발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될 것을
예고하였다.
해외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3> 불 다루는 나쁜 나비족 그릴 예정
ⓒ 네이버 영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최근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아바타 3>에서는 나비족 중 불의
요소를 가진 '재의 부족'에 대해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타 3>는 현재 2024년 12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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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집필까지 5% 덜 쓴 것 같은 추리소설 하나
습격당한 기억
"도와주세요!" 문 밖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뭐지? 문 밖에서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 때마침 문 밖에는 경찰들이 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사람들. 경찰은 방 안에 있던 남자를 체포했다. 죄목은 살인. 남자가 있던 방에는 여자 한 명이 사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객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완벽한 밀실이었던 범행 장소 514호. 밖에서도, 안에서도 문을 열 수 없다. 경찰로 연행되는 남자. 남자의 이름은 유민호였다. 잘 나가는 IT기업의 CEO였던 유민호. 그의 사회적 성공에 필요한 준비물은 여러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허울뿐인 결혼생활이었다. 피살당한 여자 김세희는 유민호의 불륜녀였던 것. 유민호가 유력한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그의 불륜사실까지 세상에 드러났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유민호는 변호사를 선임하려 했다. 원래 회사에 법률 자문 담당 변호사가 있지만 무슨 사정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 턴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카페에서 문서를 다듬고 있는 중년의 여성은 양신애다. 양신애 변호사는 카페 안에서 유민호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린 그 살인사건의 문서를 보고 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는 양신애. 양신애는 전화통화를 마치고 차를 타고 어느 외진 곳에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 인사를 나누는 양신애와 유민호. 양신애 변호사는 유민호와 대화를 나눈다. 사건의 진상을 천천히 되짚어 보는 둘. 둘은 그렇게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다.
이런 장르 좋아해요
후더닛 무비라고 했던가. 범인이 누군지 찾는 영화는 나의 취향 저격이다. 어렸을 때 집 어딘가에 꽂아놓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기억한다. 2편에서 셜록이 죽었다가 어느 편에서 다시 살아나고. 그 살아나는 배경에는 팬들의 원성이 있었고.. <셜록 홈스>가 나올 때나 지금 21세기나 어쨌든 사람 사는 것은 별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부터 시작해 미드 <셜록>까지 재탕에 삼탕까지 나왔던 드라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바스커빌 가의 개>다. 이상한 동물이 기어 다니는 한 가문의 정원. 마치 해치를 연상케 하는 동물이 뛰어다녀 사람을 죽이고 다녔지만 의외로 흑막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이 <바스커빌 가의 개>는 인간이 아닌 초자연적인 상황처럼 보이는 현상이 돌고 돌아 결국 사람의 행동으로 결론이 나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 <자백> 역시 '어떻게 가능할까?'의 기원을 좇는 후더닛 무비다. '후더닛 '이라는 단어는 'Who done it?'이란 말의 줄임말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며 추론하는 재미가 이 장르의 특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상응하게 영화의 끝을 따라가다 보면 반전이 있다. 이 반전이 들어가는 쾌감은 영화를 보는데 아주 큰 재미가 된다. 몇 년 전에 개봉했던 <나이브스 아웃>이 불현듯 생각난다. 누가 범인인지를 찾다가 결국 누가 진범인지 알려주는 영화. 영화는 섹시하게 딱딱 달라붙으며 마지막 엔딩을 위한 카타르시스를 준비한다. 이 <자백>도 이 후더닛 무비의 장르 특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 유민호가 밀실에 갇혀어서 인간이 했을 거라고는 쉽게 믿을 수 없고. 겉으로 보이는 사건 이면에 무언가가 있고. 영화 이야기를 전복시키는 반전이 있고. 내 기억이 맞다면 최근에 이런 종류의 한국영화로 <헤어질 결심>이 있었다. 그런데 후더닛 향 첨가일 뿐이지 이 <헤어질 결심>의 메인 장르는 로맨스물이다. 한국에 이런 영화가 생소했던 만큼 이런 장르적인 시도는 분명히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이 스릴러물의 긴장감과 반전 쾌감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강점을 갖는 영화다. 이 덕에 극장에서 무난하게 보기는 안성맞춤이다.
든든하다 든든해
이에 힘입어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우선 주인공 소지섭, 나나 두 배우의 좋은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김세희 역을 맡은 나나 배우가 반짝반짝 빛났다. 나와 같은 20대 중반의 관객들이라면 이 배우를 '오렌지캬라멜'로 기억하고 있을 텐데, 그 가수 활동의 희미해질 때쯤 배우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내 김세희는 안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내면을 묘사한다. 이 '인물 안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는 극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초중반부까지 극이 유지하고 있는 긴장감이 있다. 이 긴장감 중 하나에 이 김세희라는 사람이 가진 비밀이 들어가 있다. 이야기가 적절한 편집과 시, 청각적인 연출로 관객의 몰입도를 유지시킨다. 이에 몰입하다 보면 이야기 전개가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이를 김세희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비밀과 겹치게 연출하며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쾌감이 느껴진다. 이를 위해 약간 불안해 보이는 눈빛을 갖고 있지만 이면에는 냉정한 사람의 성격을 잘 소화한다. 또 이 인물의 헤어스타일을 통해 입장 처지가 대비되는 느낌이 있다. 이 나나 배우는 어떤 헤어스타일도 잘 소화할 만큼 엄청난 미인이라 감독의 연출 의도도 어렵지 않게 내비치는데 도움을 준다. 소지섭 배우는 연출의 희생양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좀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몇 군데 있음에도 이 영화에서 이 캐릭터의 개성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배우의 호연이 빛났기 때문이다.
이 두 배우만큼이나 김윤진 배우도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어떻게 보면 늘 보는 김윤진 배우 연기 같지만 뭐랄까 저렇게 사자 들어가는 직업군의 또래 여자분들 특성을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양신애 배우는 첫마디부터가 이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 유민호가 어떤 입장에 처해있는지를 간단하게 제시한다. 이 두 가지를 살릴 수 있을 만큼 김윤진 배우는 높은 일관성으로 시종일관 내내 유민호를 압박한다. 이 인물이 왜 당당할 수밖에 없는가? 는 인물을 가로지르는 굉장히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직업적 특성을 꼼꼼하게 살리는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반전 설계까지 좋았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연출 소재는 반전이다. 뭐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반전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또 이 영화의 반전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개수가 특정될 수 있는 것 같은데 글쓴이는 꽤나 다수라고 봤다. 그러므로 반전이 들어간다는 말은 스포일러가 아니다. 아무튼 영화의 반전이 흐름 적재적소에 잘 배치됐다. 강박적으로 이 반전이 들어가야 해! 의 느낌이 없다. 이 반전은 인물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고. 어떤 상황은 그전에 제시된 한 장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엥? 이거 말이 안 되는데? 싶으면 그 부분을 반박하는 후반부의 어떤 것이 제시된다. 이런 식으로 영화의 소재를 맞물려서 설계한 반전은 극에서 크게 작동하는 쾌감이 된다.
이는 앞에서도 쓴 이야기를 연출한 시청각적 특성과도 이어진다. 이야기 구석구석에 서스펜스가 배어있는 영화의 템포는 칭찬하지 않을 수가 있다. 영화의 초반부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양신애가 긴 운전을 마치고 유민호의 별장에 도착한다. 이때 양신애는 마치 모든 것을 알았던 것처럼 유민호에게 접근하다. 여기서 묘하게 느껴지는 눈치싸움은 영화의 후반부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야기의 첫 시작을 끊는 좋은 시작점이 된다. 이 눈치싸움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키워드 '미스터리'와도 관련이 있다. 영화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던 순간이 모여 모여 분명한 사실이 되는 역설을 기초로 두고 있다. 이 연출법을 살짝씩만 다르게 변주하며 전하는 서스펜스가 많은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여 모여 사실이 된다'라는 말은 러닝타임에서 어느 정도 극 전개가 예상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을 느껴도 이야기가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을 생각해보면 마냥 뻔한 맛으로만 밀어붙히지만 않았다는 뜻이 된다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가장 극에서 딱 두 개 반전만 못 맞추고 거의 다 적중한 듯하다.
큰 그림은 알차지만 디테일은 약해
그렇게 영화는 본질적인 것을 다 채운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이 몇 개 크다. 일단 첫 번째.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를 지금 왓챠 피디아에서 검색하면 좋은 평이 많이 보인다. 원작 전개를 이 영화가 그대로 따라왔다는 리뷰가 몇몇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원작의 유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글쓴이가 원작을 아직 안 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입장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했던 소재가 있다. 바로 의무기록사본과 전화다. 전자 의무기록 사본은 영화에서 반전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인물의 어떤 행동에 개연성을 덧붙이는 셈이다. 직업이 경찰이 아닌 어떤 인물이 다른 사람의 의무기록 사본을 떼서 사본으로 갖고 있는 거 불법이다. 글쓴이는 강박장애를 꽤나 길게 앓고 있다. 이 강박장애 진단을 받기 전에 병원 가서 상담을 받을지 안 받을지 고민했다. '이거 다른 사람들이 알면 창피한 것 아닌가?' 싶어서 이리저리 수소문도 해보고 주치의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확실하다. 그냥 불법이다. 그런데 극에서 어떤 인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진다. 이게 적지 않은 분들이 신경정신과를 찾을 일이 없어서 어물쩡 넘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부분은 그냥 말이 안 된다. 또 극에서 어떤 인물이 전화통화를 하는 부분이 있다. 이 전화통화는 한두 번이 아니라서 스포일러가 아닐 것이다. 이 통화 중 한 부분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걸 이렇게 쉽게 한다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앞서 의무기록 사본에 대한 내용이나 이 지점이 영화의 단점으로 작동하는 부분은 아쉽다.
또한 가장 큰 영화의 단점은 캐릭터 중 한 명이다. 후반부까지 이 영화에서 연기를 가장 잘했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에서 이 인물은 굉장히 주도면밀하다. 영화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사건의 설계자이자 관련 인물로서 강력한 동기부여가 캐릭터를 지배한다. 오케이.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동기부여가 어떻게 생겼어? 에 대한 원인도 조각이 맞춰질 때의 쾌감이 어마 무시하다. 이 아이디어도 좋았다. 그런데 이 자체만 좋았다. 이를 위해 그 인물이 어떤 행동들을 해야 한다. 극에서 이 사람이 이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한 캐릭터의 대사로 암시되긴 한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지나치게 비약이 이뤄진 부분이 있다. 분명히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닐 텐데, 이렇게 과한 능력치가 후반부에서 작동하는 반전 요소로 기능한다. 오히려 설득력이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흑막이 최종적으로 밝혀지는 후반부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어떤 사람이 영화 초반부에 '근처에 경찰들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러닝타임을 돌아 어떤 상황과 장소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대사가 영화에서 없어도 사실 큰 관련이 없다. 단순히 후반부 특정 인물들의 어떤 상황을 관객에게 말해주기 위해 뜬금없는 소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후반부에서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가 왜 적법한지를 바로 전 시퀀스에서 설명한다. 이 시퀀스가 지나면서 바로 직후에 제시되니 설정 오류를 영화가 직접 보여준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뭐 이 영화고 끝나고 난 후의 세계관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그래도 볼만해
영화의 역할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오락이지!'라고 대답할 수 있다. 영화 재밌으려고 보는 거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충분히 구실 한다. 위에서 상기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극장 분기마다 가는 분들이라면 사실 잘 모르고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그게 누군가의 수준을 가로지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나와 소지섭의 재발견. 김윤진이라는 베테랑이 이끄는 영화까지. 시청각적인 연출도 잘 들어갔고 군데군데 보이는 영화의 미장센도 돋보인다. 지금 극장가는 살짝 소강상태다. <공조 : 인터내셔날>이 휩쓸고 난 후 살짝 비수기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딱히 할 일 없는 분들이라면 괜찮은 추리소설 읽는 겸 극장을 찾으시는 것을 추천한다. 친구, 연인,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0월 29일,
12시에 극장을 나오고 나서 본 뉴스들은
차마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분들에게 더한 고통이 찾아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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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첫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최초 내한하는 ‘가오갤’ 감독과 배우들
ⓒ ScreenGeek
오는 5월 3일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드디어 한국을 찾습니다. 내한하는 멤버들은 제임스 건 감독과 '스타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 '네뷸라' 역의 카렌 길런, '맨티스' 역의 폼 클레멘티에프인데요, 크리스 프랫은 이전에도 2016년 영화 <패신저스> 홍보를 위해, 폼 클레멘티에프는 2018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홍보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여러 마블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출연진들이 다 함께 내한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측은 이들의 내한 일정이 4월 18일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슬픔의 삼각형’ 5월 개봉
ⓒ 그린나래미디어
2017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작 <슬픔의 삼각형>이 국내 개봉을 5월 17일로 확정했습니다.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크루즈 여행에 초대받은 모델들이 억만장자 부부, 러시아 정치인, 영국 무기 거래상, 알코올 중독자, 선장 등과 함께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예측불가 계급 전복 코미디 영화로, 지난해 5월에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를 통해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역대 9번째 감독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신작,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
ⓒ Scrolller, MUSINSA, WWD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 <호프>의 캐스팅이 화제입니다. 영화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시작된 의문의 공격에 맞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 영화로 알려졌으며 앞서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그녀의 남편이자 <엑스맨>의 매그니토,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 등으로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마이클 패스벤더의 출연소식이 알려져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부부 관계인 두 배우가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이어 지난 5일 <본즈 앤 올>의 테일러 러셀과 <마인드헌터>,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카메론 브리튼의 합류 소식 또한 전해져 영화팬들을 더욱 기쁘게 하였는데요, 영화는 홀 하반기부터 한국의 지방 곳곳과 해외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며 <곡성>에서 손발을 맞췄던 홍경표 촬영감독이 이번에도 함께한다고 합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호프>가 3부작으로 총 1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될 것이란 말도 떠돌았다고 하는데요, 나홍진 감독은 구체적인 제작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야기를 더 세밀하게 가다듬고 전개하다 보니 3부작으로 구상되긴 했으나 더 확장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하며 우선 1편의 성과가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및 상영시간표 공개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Slant Magazine
오는 4월 27일부터 다음날 6일에 막을 내리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과 상영시간표가 공개되었습니다. 총 42개국에서 제작된 247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에는 아프리카 난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가 선정되었으며, 연출을 맡은 다르덴 형제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 내한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폐막작으로는 7년 만에 한국 영화가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는데요, 중학교 교사 도경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뒤 아내 명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린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그 주인공입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을 프로그래머로 선정해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섹션인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예술가 백현진이 선정되어 본인의 연출작인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 그리고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삼부작 및 장률 감독의 <경주>, 김지현 감독의 <뽀삐>가 상영됩니다. 이밖에도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및 '동아시아 영화 특별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KAFA 40주년 특별전' 등의 다양한 특별기획들이 '국제경쟁', '한국경쟁'과 '코리안시네마', '월드시네마', '시네마천국' 등과 같은 기존의 섹션들과 함께 관객들을 반길 예정입니다.
그레타 거윅 신작 ‘바비’ 7월 21일 개봉 확정
ⓒ Barbie the Movie
ⓒ Rotten Tomatoes
미국 장난감 브랜드 마텔에서 출시한 인형 바비의 세계관을 실사 영화로 구현한 영화 <바비>가 7월 21일 미국 개봉을 확정하며 트레일러와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화는 충분히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난김 사회에서 쫓겨난 인형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배우 겸 감독인 그레타 거윅이 파트너인 노아 바움백 감독과 함께 각본 및 연출을 맡아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바비' 역할을 맡은 마고 로비와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의 파격적인 모습이 공개되며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으나 이번 티저와 포스터를 통해 영화 <바비>에는 공개됐던 두 사람을 포함해 여러 명의 바비와 켄이 등장하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체조 선수, 외교관, 인어 등 다양한 바비 캐릭터가 출연할 예정이며 이를 맡은 배우들 역시 잇사 레이, 케이트 맥키넌, 니콜라 커그랜, 두아 리파 등으로 다양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 역으로 분한 시무 리우의 켄 이미지 역시 적잖은 충격을 선사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존 윅’ 스핀오프 ‘발레리나’ 내년 여름 개봉
ⓒ Nuno Sarnadas
매력적인 암살자 세계관을 보여주며 매 시리즈마다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존 윅> 시리지의 스핀오프 <발레리나>가 내년 6월 7일 북미 극장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발레리나>는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등장한 암살자를 양성하는 러시아 발레단에 속한 발레리나가 가족의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이브스 아웃>, <블론드>, <007: 노타임 투 다이>에서 액션뿐만 아니라 카리스마와 연기력까지 입증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기존 <존 윅> 시리즈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와 이안 맥쉐인 역시 출연할 예정이며 이밖에도 안젤리카 휴스턴, 가브리엘 번, 고 랜스 레딕 등이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지난 1월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4개월 동안 프라하에서 촬영 중임을 밝히며 액션 씬 때문에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엄청난 액션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다음 주 수요일 국내 개봉 예정인 <존 윅 4>는 북미 포함 전 세계적으로 개봉 14일 차에 이미 2억 달러의 수익을 돌파하며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월 애플티비 시리즈로 돌아오는 톰 홀랜드&아만다 사이프리드
ⓒ Apple TV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크라우디드 룸>이 6월 9일 공개를 확정했습니다. <크라우디드 룸>은 1979년 뉴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연루된 '대니 설리반'의 미스터리한 과거를 돌아보며 전개되는 스릴러 시리즈로, 앞서 톰 홀랜드와 아만드 사이프리드의 출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각본을 집필한 아키바 골즈먼이 기획한 10부작 시리즈로, 톰 홀랜드는 총괄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심문관 '리아 구드원' 역할을 맡아 톰 홀랜드가 분한 '대니 설리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사건들을 밝혀내며 극을 이끌어갈 예정이며 작품은 오는 6월 9일 세 편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7월 28일까지 매주 금요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한 편씩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조커2' 촬영 종료
ⓒ Todd Phillips
전 세계에서 10억 7445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반열에 오른 <조커>의 속편이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뒤 4개월 만에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자신의 SNS에 '할리퀸'으로 분한 레이디 가가의 모습과 전편에 이어 '조커' 역할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을 게재하며 "모든 촬영은 끝났다. 모든 출연진과 최고의 제작진에게 감사하며 이제 편집실로 들어가서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영화의 자세한 스토리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으나 부제는 '감응성 정신병'을 뜻하는 '폴리 아 듀 Folie A Deux'이며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것이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인해 기온이 부쩍 떨어졌네요.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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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타쿠 콜렉션] 이제 정말로 살아갈 이유가 없다면요?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
...
아 썅 ! (왜 안 떨어지지?)
꿈꿀 수 없는 날의 답답함 - 최승자
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학부 시절 제가 참 좋아했던 모 교수님께서는 동화창작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소설과 동화의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답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동화는 소설과 달리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동화에선 주인공이 궁지에 몰리더라도, 반드시 그 위기를 타개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홀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커다란 어려움 속에 있더라도 그의 곁에는 반드시 그를 돕는 조력자가 있으며, 결국엔 주인공이 다시 딛고 삶을 이어갈 용기와 힘을 준다는 것이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다가 종종 상처 입고, 주저앉기도 합니다. 대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죠. 하지만 언젠간, 일어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불쑥 그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는 무엇도 이어갈 수 없을 때, 모든 불행이 든 상자의 뚜껑이 열려버렸지만 신화 속 이야기완 달리 밑바닥에 한 톨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을 때 우린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영화는 <더 폴: 디렉터스 컷>입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바빌론>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스크린 뒤에서 그야말로 “갈려나가는” 구조였습니다. 주인공 로이는 이 시대의 스턴트맨으로,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스턴트 씬을 촬영하다 하반신이 마비된 청년입니다. 직업을, 건강을,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한순간에 잃어버린 로이는 병원에서 한 아이를 만납니다. 바로 과수원에서 오렌지를 따다 떨어져 쇄골이 부러진 알렉산드리아입니다. 알렉산드리아는 5살 남짓의 소녀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약국에서 모르핀을 가져오게 할 계획을 세웁니다. 로이는 당장 그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를 앉혀두고 모르핀을 위한 대서사시, 죽음을 위한 천일야화를 지어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야기가 이어지며 병원에서 만난 두 인물은 점차 이야기 속 인물과 동화됩니다.
※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비밀의 문>, <더 폴: 디렉터스 컷>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질게 말하자면, 로이는 형편없는 어른입니다. 그가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다섯 살 남짓의 어린 아이를 끌어들여 약국에서 모르핀을 훔쳐오게 하고, 결국 큰 부상을 당하게 만든 데다가, 이야기에 몰입한 아이 앞에서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가차 없이 해하기도 하니까요. 그는 여지없이 나쁜 어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에게 손가락질할 수 없습니다. 그가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절망 가운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로이에겐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나갈 의지도, 이유도 없습니다. 모르핀을 삼킨 후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아이에게 ‘내가 잠들면 나가고, 내일은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그가 다친 마음을 짜내어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친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가 비추는 로이의 상황은 마치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만을 앞둔 소설의 결말부 같습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삶과 닮은 이야기의 결말부를 빚어냅니다. 힘을 합쳐 악에 맞서려던 무법자들에게 군대를 보내 차례로 죽입니다. 이야기 속의 무법자들은 도망칠 기력도 잃은 채 무참히 하나둘씩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들의 죽음에는 다른 개연성이 없습니다. 평온한 죽음조차 성취하지 못한 로이 자신이 그저 한없이 떨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니, 로이는 이미 떨어지고 있죠. 이처럼 충격적인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듣던 알렉산드리아가 울부짖으며 왜 등장인물들을 전부 죽이는 거냐고 물을 때, 로이는 마침내 대답합니다. “이건 내 이야기니까.”
이에 알렉산드리아는 지지 않고 대답합니다. “내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리고 말을 이어갑니다. “죽이지 말아요.” 아무 것도 모를 줄 알았던 어린 아이가 로이를 붙들고 말합니다. 마치 로이의 모든 생각을 다 안다는 듯이요.
로이는 결국 죽이지 않기로, 죽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살아가기로 합니다. 타셈 싱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후 로이가 마음을 바꾸어 다시 자살을 시도했을지, 재활 후 마침내 다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었을지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말했지만, 죽음을 결심했던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의 간절한 호소에 마음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죠. 그리고 관객 중 한 사람인 저는, 로이가 살아갈 의지를 되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그의 이야기는 비극적인 결말이 예정된 소설이었지만, 이 소설을 동화로 읽어내는 눈을 가진 청자가 있었습니다. 로이에게 별이 총총한 밤, 나비를 닮은 섬, 헤엄치는 코끼리, 끝도 없는 사막에 대해 듣자마자 선명히 그려낼 수 있는 청자였죠. 로이가 도움을 청할 사람 하나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불쑥 손을 내밀어 그의 이야기를 동화로 바꿔준 건 다름 아닌 5살 꼬마 알렉산드리아였습니다. 물 한 모금 찾아보기 힘든 사막에서 적에게 둘러싸여 조롱당할 때 이야기를 뚫고 나타나 손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주고 적을 물리칠 총을 쥐어주기도 했죠. 알렉산드리아는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끊임없이 로이의 영혼을 구원하는 시도를 합니다. 성당에서 가져온 성체를 건네고, 부상을 딛고 살아가는 로이를 그려 선물하는 등, 허공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로이를 계속해서 평지로 밀어냅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어떠한 희망도 볼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이러한 절망 속에 빠져 있다면 우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모든 비극을 동화로 보는 눈을 가지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잘 살펴보면 우리의 손 닿는 곳에는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조력자가 있고, 그 손을 잡으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살아갈 이유도, 여력도 동나버린 최악의 순간도 동화의 한 구간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 곁에 남아있는 기적은 아주 작고 힘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요. 우리가 이 연약한 손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조력자는 우리를 단숨에 들어올려 살아나가게 할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제작한 타셈 싱 감독은 한국에서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힘입어 지난 2월 내한했는데요.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서 자비를 들여 개봉했다"며 2006년 최초 개봉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아기를 낳았는데 모두가 그 아기를 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여러분이 내 아기에게 예쁘다고 해주었고, 아이가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었죠.”라고 감격하여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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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더 폴>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란하다 못해 다소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모티브가 된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 (YO HO HO, 1981)의 판권을 구매하는 데에 15년, 장소 섭외에 17년, 주인공을 찾기까지 7년, 실 촬영 기간 4년 반이 소요되었으며, 제작 비용 6,500만 달러의 상당 부분은 타셈 싱 감독의 사비였습니다..CF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유명했던 타셈 싱 감독은 그간 벌어둔 돈을 모두 영화 제작에 쏟아 부었으며, 본인의 결혼자금까지 털어 투자했다고 전해집니다. 감독의 모든 것을 걸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작품은 개봉 당시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으며,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디렉터스 컷 개봉 이후 한국 관객들 사이의 입소문으로 인해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인정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계 28개국의 로케이션을 돌며 어떠한 특수효과도 없이 완성해낸 이 경이로운 영화는, 제작 과정의 수고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경탄의 감정을 줍니다. 어떠한 경지를 넘어선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상처 입은 영혼을 구하는 서사의 감동이 뇌를 찌르는 영화, <더 폴>이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기억이 되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사진:
네이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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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과 긍정 사이, 작별과 만남 사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유난을 떨어?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반문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찬란했던 순간, 나 역시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 글을 옮기고 싶었다는 메일을 봤을 때나 선거에 참여했던 기억은 그 누구의 것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것이다. 또 있다. 정신병에 신음하던 순간. 이걸 이겨내기 위해 했던 노력들. 그것도 나의 기억 속에서 빛나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아무와도 맺지 않은 약속에 관한 것이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이 따르는 대로. <시네마 천국>을 쓰려고 했던 본래의 계획을 부숴 새롭게 다른 걸 쓰고자 한다. 난 21살이 돼도, 22살이 돼도, 23살이 되고 만남은 쉬운데 이별은 너무나도 어렵다. 떠나보낸다는 건 필연적으로 많은 후회를 풀게 되니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으니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난 그래서 약속했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하는 걸로. 그게 어떤 방식이든, 또 무엇이든.
<졸업>은 이별에 관한 영화다. 러닝타임이 22분 정도인 짧은 단편영화다. 또, 제주대학교 영화동아리 <시네필>이 처음으로 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멀쩡히 돌아가는 메가박스도 영업 종료시킬 정도로 제주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그렇게 원활한 곳이 아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거 그나마 <낙원의 밤> 정도? 근데 그것도 올해 나와서 그렇지 대부분 해녀에 횟집에 썼던 소재만 써서 영화 소개에 '제주'만 들어가도 접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같이 스무스하게 녹아들게 만들 순 없는 걸까?
이 작품 <졸업>은 제주라는 장소적 특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제주라는 장소가 영화와 찰떡이다. 뭐 이건 필연적으로 이 사람들이 제주대학교 재학생들이니까 제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겠지? 그리고 텀블벅으로 150만 원인가 받고 제작한 작품인데 비행기 타고 장소 섭외하고 그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것이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자는 이런 장소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를 십분 잘 활용한다. (물론 이것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상실의 이미지'가 제주의 바닷소리, 풍광과 함께 시너지가 잘 나는 편이다. 혼자서 바다를 걸어본 적이 있는가? 바다는 넓고 행복한 사람들은 주위에 한가득인데 나 혼자만 덩그러니 있으면 외로움이 심해진다. 이렇게 낯이 애매하게 진 바닷가에서 두 친구가 손을 잡고 걷는 장면이 있다. 그 대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내가 그렇게 행동했으면 달라졌을까?' 하는 가정일 것이다. 친구 중 한 명인 예원이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 대화는 현실성이 없다. 대사만 봐도 현실의 허전함을 강조할 수 있는데, 바다는 보여주고 배경은 페이드 아웃하는 연출법으로 통해 인물들이 상실로 인해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출이다. 이렇게 이런 처연함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제주라는 장소적 특성(바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결합해 영화의 무거운 정서를 이끌어나간다.
또 이 영화는 성숙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별. 어렵다. 이 '이별, 어렵다.'라는 말을 쓰자마자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었다. 근데 진짜 그 사람들이랑 이별한다고 하면 인생이 어려워질 것 같다. 이 이별이라고 하면 사별도 있고 결별도 있고 뭐 가지각색으로 있겠지. 근데 이별이 정말 아픈 이유는 행복했던 추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떻게 잊어. 난 그것들을 잊으라고 한다면 격하게 싫다고 반응할 자신 있다. 가슴에 품어라. 마음으로 잊어라. 말은 쉽지. 근데 그게 쉽게 되면 사람이 아니다.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쉽게 잘라낼 수 있으면 기계지 그게. 내 주치의 선생님도 '생각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으니 정신건강의학적으로도 보장된 사실인 것이다. 물론 나는 '잊으라'라고 독려하는 이별에 관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잊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잊으라는 뭐 그런 거.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이제 그만 끝낼까 해>와 같이 '이젠 정말 앞으로 나아가는 거 어때?'라는 말은 나에게 또 다른 힘이 되었다. 반대의 맥락에서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매그놀리아>인데, 이 작품은 인물이 완벽하게 잊어서 성장하는 순간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엔딩신에 여자 주인공이 빙긋이 웃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낸다. 이 <졸업>은 후자의 태도를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순간으로 돌아가 계속해서 물을 수밖에 없다. 그게 최선이었니? 그게 됐다면 넌 내 옆에 있었을까?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리움이 심해져 사람을 더 아프게 할 것이다. 그 상처들을 무조건 잊는다는 게 과연 능사일까. 아닐 것이다. 돌아본다는 건 완벽하게 지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매일이 고통스러운 인물에게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으니까 그렇게 자주 뒤를 돌아볼 것일 테니까. 아쉬우니까 미련이 생기는 것이니까. 이 영화는 삶에서 계속되는 난제에 대해 '니 잘못 아니야. 고마웠어'라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 단적으로 딱 잘라서 잊으라는 말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나는 화법을 쓰는 것이다. 나는 상실의 아픔을 잊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아주 소중한 원동력이 되는 것인데, 그걸 다 잊기에는 나는 여전한 애새끼다. 이런 나 자신을 긍정해줘서 좋았다.
물론 아쉬운 지점이 있다. 중반부 와랑와랑에서 두 주인공이 술 마시는 장면에서 남자가 '너 그거 정신병이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근데 내가 아는 정신질환 중에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며 힘들어하는 병 같은 건 없다. 각본의 사려 깊음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얼핏 보면 디테일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사항이나 호흡이 느리다는 호불호 갈림의 요소도 영화의 진정성을 살린다는 점에서 왜 단점으로 지적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강점이 되는 부분인 것이다. 좋은 예술이 뭘까? 나는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것에는 재주가 없다. 그냥 좋으면 좋다고 감상을 풀어쓰는 사람이다. 이 <졸업>은 풀어서 쓰기 좋은 작품이다. 사람의 마음도 분석적으로 다 보기엔 어렵지 않나.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디테일한걸 굳이 풀지 않는다. 애초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이별, 작별. 뭐 그런 순간들을 풀어쓰기에는 다들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날 것의 대사들과 이미지들로 인물들의 내면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게 우리가 뭘 보고 좋다!라고 느끼는 이유 아닌가? 이런 연출법은 <메기>나 <꿈의 제인>에서 봤던 방식이다. 따라서 한국 독립영화들을 많이 봐 자연스레 배운 연출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마음속에 잊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살아온 것에 비해 사소한 것들을 놓쳤다는 회한에 사실 일상이 많이 아쉬운 사람이다. 그래서 아직 몇 가지를 이별하지 못했다. 또 내가 정말 사랑했던 순간들이 나를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불안한 게 많은 내 성격이라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은 것일 수도 있겠지. 근데 점점 예감이 현실이 된다는 생각은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이런 나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나는 '그냥 그것들 다 잊지 말아라'라고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단적으로 잊고 산다는 것은 더 비현실적인 것 같다. 그러니까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 정말 그 회한이 필요한 순간이 올 때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쓰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아픔이라고 생각하면 아픔이겠지. 난 근데 그것 때문에 내 즐거운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잊고 싶지 않다. 정해종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난다. <엑스트라>에서 이 시인은 '더 이상 지나간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라고 썼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지나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 그 대신,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라. 그게 우리를 만드는 모든 것이겠지. 난 정말 멀어지고 싶지 않은 것들이 분명해서, 아직도 여기서 살고 이곳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이별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싶다. 그게 만남과 이별을 긍정하는 아주 좋은 방식이 될거라고 믿으니까. 뭐 확신할 순 없지만 각본가가 이 극을 썼던 방식이자 내가 글을 쓰는 이유고 이 뭐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바탕이다.
현재 '시네필'의 유투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EWNJ4JOK5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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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 피부, 돼지로 그려낸 일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셸 프랑코 감독의 신작이자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썬다운>의 첫인상은 여유롭고 느긋하다. 동생 '앨리스(샤를로뜨 갱스부르)'와 조카들과 함께 멕시코 해안 리조트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닐(팀 로스)'은 문자 그대로 평화롭다. 그가 칵테일에 위스키를 추가로 넣어 마시는 조카와 장난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이 가족의 휴가에 함께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은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도 느껴진다. 어울리지 않는 타이밍에 삽입된 죽어가는 물고기의 눈빛, 뭐가 보이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스크린에 비치는 닐의 피부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을 자극한다. 활달한 조카들과는 대조적으로 묘하게 무기력한 닐의 모습은 그 불안감에 물음표를 더한다.
물음표에서 태어난 모호함은 닐이 겪는 일련의 사건, 그리고 그의 선택 때문에 더욱 커져 간다. 갑작스레 전해진 어머니의 임종 소식에 공황에 휩싸인 앨리스와 조카들을 데리고 급히 공항으로 향한 닐. 그런데 그는 갑자기 여권이 없다면서 호텔에 돌아가 여권을 찾은 뒤 다음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공항을 빠져나온 닐은 가족과 머물던 호텔이 아닌 다른 호텔로 향하며, 호텔방에서 짐을 푸는 그의 캐리어에는 여권이 보인다. 이후 핸드폰을 아예 끈 다음 유유자적하는 닐은 해변가 상점 주인인 '베리디세(이아주아 라리오스)'와 함께 밤을 보내고, 해변에서 난데없이 총살이 발생했음에도 닐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휴식에만 집중한다. 이러한 닐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고 비윤리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잔혹하기에 충격적이다.
이때 영화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닐의 동기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힌트를 제시한다. 바로 태양이다. 작중 닐의 시점에서 태양을 보는 숏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런데 태양을 대하는 닐의 태도가 미묘하다. 일반적으로 해변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이들에게 태양은 반가운 존재다. 반면에 닐은 시종일관 태양빛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태양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더욱 부자연스럽다. 예로부터 인간에게 태양은 언제나 가장 긍정적인 요소들의 집합이었다. 어둠을 이기고 떠오르는 태양은 세상의 창조와 생명의 시작, 그리고 희망을 뜻했다. 또한 태양에서 나와 어느 곳이든 공평하게 비추어주는 햇빛은 정의였다. 이집트의 태양신인 라, 아몬, 프타 등이 창조신이고, 그리스의 태양신인 아폴론이 광명의 신이었던 이유다.
따라서 닐은 태양을 거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생명의 소중함을 신경 쓰지 않고, 희망도 품지 않은 채 무기력하고, 아들과 가족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의무를 외면하며 정의와 질서를 무시한다. 그저 자신만의 휴가와 안식만을 지키고자 한다. 닐은 늘 사회적 통념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처럼 닐의 기이하고 이해 불가능한 행동이 서스펜스의 주재료다. 장례식과 뒷수습을 홀로 마친 앨리스가 잠적한 채 자신 만의 루틴으로 휴가를 즐기는 닐의 앞에 나타났을 때 닐이 보여준 태도가 대표적이다. 그는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의 거짓말을 전부 인정한다. 가족이라는 인연에 연연하지 않으며 그저 월급만 받으면 된다며 손쉽게 계약서에 서명한다. 앨리스가 그들의 재산을 노린 괴한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평정심을 유지한다. 용의자로 지명되어 교도소에 갇힌 후에야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지만, 이마저도 여동생을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베레디세의 안위만 걱정하고,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를 만나 섹스를 하는 모습이 그 증거다.
평화로운 휴가 이면에 깃든 불안함과 모호함을 잔뜩 끌어올린 후에 비로소 영화는 닐이 태양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답은 그의 피부에 있다. 교도소에서 나와 베리디세와 함께 장을 보고 그녀의 집에 방문한 닐은 갑작스레 계단에서 굴러 기억을 잃는다. 베리디세 덕분에 무사히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형 병원으로 이송된 닐. 그러나 의사는 피부에 생긴 악성 종양이 이미 온몸으로 전이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닐도 본인의 남은 삶이 시한부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제야 영화 초반부터 등장했던 태양과 클로즈업된 피부 간의 관계에는 의미가 생긴다. 남은 삶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닐의 입장에서 밝은 태양은 자신의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태워버릴 듯한 태양과 햇빛에 의해 타오를 듯한 피부 이미지의 유사성은 남은 삶에 대한 닐의 집착을 암시한다.
그 순간 태양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미셸 프랑코 감독은 작가노트에 "태양은 태곳적 공간을 지배한다. 햇빛은 항상 무자비하고 직접적으로 사물을 때린다. 태양의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반영한다. 인물들의 정서적 상태, 그리고 그 주위의 만연한 폭력"이라고 적었다. 마치 이집트 사람들이 태양의 호의적인 측면과 포악한 측면을 각기 암소의 모습을 가진 하토르 여신과 암사자의 모습을 한 세트메트 여신으로 생각한 것처럼, 영화 속 태양 역시 양가적 측면을 모두 지닌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속 햇빛이 유달리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밝은 태양은 아름다운 휴가를 빛내지만,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따갑고 강렬하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접했던 태양이 삶을 의미했다면, 이제 태양은 죽음을 뜻한다. 그래서 닐은 남은 삶에 집착하면서도 그 삶을 무기력하게 소비하는 아이러니한 태도를 취한다. 죽어가는 자신과 대비되는 태양은 물론, 죽어가는 자신과 유사한 햇빛마저도 밀어내려는 것이다.
이렇게 양가적인 닐의 태도는 마지막 힌트, 난데없는 돼지의 등장에 집약되어 제시된다. 어머니의 죽음을 외면하고, 여동생의 슬픔을 짓밟으며, 조카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파괴하고, 눈앞에서 벌어진 타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채 그저 자신만의 시간과 쾌락에만 몰두하는 그. 그런데 교도소에서 닐은 영국 축사에서 키우는 돼지 한 마리가 보이는 환시를 겪더니 작중 처음 심리적으로 흔들린다. 심지어 장을 보고 베리디세의 집 계단을 오르던 중 피투성이가 된 돼지 사체 환시를 보더니 기겁하면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외부의 그 어떤 사건과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던 닐이기에 그의 리액션은 더 의미심장하다. 축사에 갇힌 돼지들에게 주어진 운명이 '죽음' 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죽어가거나 죽은 돼지를 본 닐은 그 역시 돼지처럼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격렬한 반응은 자신의 쾌락만을 생각하며 지냈지만 결국은 죽음을 외면할 수도, 죽음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는 숙명을 마주한 좌절과 절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썬다운>의 끝을 장식하는 간접적인 일몰의 이미지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고요함으로 가득하고, 자조적이고 체념적이다. 마지막 순간 카메라는 바다를 배경으로 테라스에 놓인 의자를 비춘다. 이 장면 속에서는 어떠한 생명도 느껴지지 않는다. 햇빛은 가득하지만 정작 화면에는 죽음의 이미지만이 가득하다. 태양의 따뜻함을 담당하는 하토르 여신이 역설적으로 죽음과 망자를 돌보는 '아름다운 서방의 여신'으로도 여겨졌듯이, 마지막 장면에는 일몰이 없어도 일몰이 느껴지는 태양의 양가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는 평화와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던 초반부를 환기하는 서늘한 수미상관과도 같다.
더 나아가 <썬다운>이 단지 한 개인의 이야기 너머를 말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태양, 피부, 그리고 돼지라는 부자연스러운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모호하고 상징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사이에는 더 다양한 해석의 공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셸 프랑코 감독이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투쟁을 다루었던 디스토피아 스릴러 <뉴 오더>로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던 바 있음을 고려하면, 닐의 이야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몰락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로도 읽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닐의 집안이 축산업으로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가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맥없는 그의 모습은 돈에 신물이 난 사람처럼 보인다. 또 축산업처럼 다른 대상을 수단적으로 이용하는 돈벌이에 실망하고,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 혹은 죄의식에 빠진 사람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모든 관계를 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그의 발악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밖으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의 표출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동생과 조카들이 끝내 그를 찾아내고, 그들 간의 대화가 결국 돈과 계약서로 귀결되는 것은 닐이 죽음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듯이, 계속해서 죽은 돼지를 보듯이 시스템 밖으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닐이 영국인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영국에서 최초로 탄생했기에 어머니의 죽음은 마치 자본주의 사회의 쇠퇴를 말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일몰을 기다리는 닐의 모습은 해답을 찾지 못한 이들의 자조이자 한탄에 가깝다. 달리 말해 <썬다운>은 현대 사회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위한 시인 셈이다. 이렇게 <썬다운>은 평화로운 해변의 일몰에 담긴 죽음이 과연 누구의 죽음 일지 거듭 고민할 공간을 열어 놓은 채 싸늘하게 마무리된다.
E(Exceed Expectations, 기대 이상)
죽어가는 것들을 위한 시. 죽지 않을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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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의 바다(The Silent Sea,2021, 넷플릭스 드라마) 예고편 리뷰(*스포일러 포함)
2021 크리스마스 이브 공개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정보
장르: SF, 미스터리, 스릴러
공개일: 2021년 12월 24일
공개 회차: 8부작
상영 길이: 351분(5시간 51분)
원작: 단편 영화 "고요의 바다"
제작: 정우성
연출: 최항용
극본: 박은교
제작사: 아티스트 스튜디오
유통사: 넷플릭스
출연: 배두나, 공유, 이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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