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03 16:50:53
2024년, 하이스트레인저가 선택한 영화들
2025년에는 어떤 영화가 찾아올까요?

2024년에 하이스트레인저가 투자•배급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그 중에서도 <밀레니엄 맘보>,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현재 절찬상영중이니 놓치지 마세요!
그럼 다가올 2025년의 하이스트레인저 PICK! 영화들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클레오의 세계
Ama Gloria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84분
감독: 마리 아마슈켈리-바르사크
주연: 루이스 모루아-팡자니, 일사 모레노 제고
개봉: 2024.01.03.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신기해요, 난 글로리아랑 함께한 추억밖에 없는데”
여섯 살 클레오는 사랑하는 유모 글로리아의 고향에서 특별한 여름 방학을 보내기로 한다.
모든 게 낯선 그곳에서 글로리아가 전부였던 클레오의 세계에도 새로운 파도가 친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개요: 애니메이션 | 스페인, 프랑스 | 103분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개봉: 2024.03.13.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개요: 다큐멘터리 | 미국 | 122분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주연: 낸 골딘
개봉: 2024.05.15.
배급: 찬란
줄거리
전설적인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 예술, 투쟁, 그리고 생존.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사진은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 나는 생생하게 반짝이는 뉴욕에서 죽어가는 친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했고, 있는 그대로의 내 얼굴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제는 내 모든 명성을 걸고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싸운다. 생존과 투쟁의 기록이 담긴 나의 일기장을 당신에게 펼쳐 보인다.
마거리트의 정리
Marguerite's Theorem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3분
감독: 안나 노비온
주연: 엘라 룸프, 장 피에르 다루생, 줄리앙 프리종
개봉: 2024.06.27.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명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가장 인정받는 수학 천재 ‘마거리트’는 세계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연구를 증명하는 세미나에서 오류를 범하고 만다.
그날 이후 충격에 빠져 학교를 그만둔 ‘마거리트’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증명하고 싶은 건 나일지도 몰라”
공드리의 솔루션북
The Book of Solutio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103분
감독: 미셸 공드리
주연: 피에르 니네이, 블랑쉬 가르딘, 프랑수와 레브런, 프랭키 월러치, 카밀 루더포드
개봉: 2024.08.14.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영화감독 마크는 자신의 새로운 걸작이 제작자들 때문에 망할 위기에 처하자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숙모가 있는 마을로 탈출한다. 머릿속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하는 마크.
세계가 인정한 천재 감독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감독을 동시에 해내는 그는 영화의 완성이 늦어지자,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솔루션북’을 꺼낸다.
위국일기
Worlds Apart

개요: 드라마 | 일본 | 140분
감독: 세타 나츠키
주연: 아라가키 유이, 하야세 이코이, 카호, 세토 코지, 코미야마 리나, 쇼메타니 쇼타, 나카무라 유코
개봉: 2024.10.02.
배급: 영화사 진진
줄거리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밀레니엄 맘보
Millennium Mambo

개요: 드라마 | 대만, 프랑스 | 105분
감독: 허우 샤오시엔
주연: 서기, 고첩, 투안 춘하오, 첸 이수안, 타케우치 준
재개봉: 2024.12.31.
배급: ㈜에이유앤씨, (주) 하이스트레인저
줄거리
그녀는 하오하오와 헤어졌지만 그는 늘 그녀를 찾아냈다. 주술이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돌아왔고 스스로 다짐했다. "은행에 있는 50만 대만달러를 전부 써 버리면 그를 영영 떠날 거야"
그녀는 클럽에서 잭을 만났다. 잭은 항상 그녀를 데리고 다녔고 그녀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해 줬다.
이 일은 10년 전인 2001년의 일이었다. 세계는 21세기를 맞이했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축하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개요: 액션 | 미국 | 109분
감독: 알렉스 가랜드
주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재개봉: 2024.12.31.
배급: (주)마인드마크
줄거리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 연방 정부의 무차별 폭격과 서로를 향한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페니)’는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현실, 이들은 전쟁의 순간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진짜 공포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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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그림자, 왕과 왕을 만드는 자. 영화 <킹메이커>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킹메이커(Kingmaker, 2022)
장르 : 한국, 드라마 │ 감독 : 변성현
출연 : 설경구(김운범), 이선균(서창대), 유재명(김영호), 조우진(이실장)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23분
메인 예고편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빛과 그림자는 함께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 짙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왕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다수의 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영화 <킹메이커>는 그 빛과 그림자, 왕과 왕을 만들기 위해 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김대중과 엄창록이라는 실존인물
우선 이 영화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재해석된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야기 자체는 픽션이지만, 영화를 보자마자 배우 설경구가 연기한 ‘김운범’이 어떤 정치인을 모티브로 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구수한 전라도 억양, 카리스마 있는 눈빛, 그러나 한없이 국민을 위한 애정을 겸비한 정치인. 바로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을 지낸 故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의 곁에 머문 ‘서창대’라는 인물은 다소 낯설었다. 그 역시 실존인물을 모티브 한 캐릭터다. 바로, 4수 끝에 김대중 대통령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며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엄창록’이라는 인물.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왕을 만드는 사람, 그 그림자에 대한 조명
사람들은 주로 빛을 본다. 무엇보다 당선된 정치인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 평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뒤를 받쳐주는 전략가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빛과 함께 그 그림자를 조명했다는 점이었다. 영화 속 ‘창대(이선균)’는 운범의 그림자였다. 그는 운범을 존경했으며, 같은 이유로 운범을 돕고 싶어 했다. 계속해서 낙마하는 운범의 곁에서 자신의 전략을 총동원해 그를 당선시키고 싶어 했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이기기 위해서라면 대의만큼 전략도 중요한 법
대의만 있으면 통할 거라고 믿던 우직한 운범과는 달리, 창대는 셈이 빠르고 영리했다. 상대 당의 수와 선거판의 흐름을 읽을 줄 알고, 상대 당을 교란시키거나 민심을 얻는 방법을 그는 알았다. 때로는 이겨야 한다면 마타도어식 술수까지 펼칠 준비도 되어 있었다. 지금에야 선거캠프를 꾸려 이기기 위한 책략들이 활발히 논의되는 시대지만, 6-70년대 그 시절에 어디 그런 게 있었겠는가. 실제 ‘창대’의 모티브가 된 ‘엄창록’이라는 인물은, 점조직을 도입하고 피켓을 이용하는 등 당시로써는 매우 기발한 전략으로 故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에 큰 힘을 발휘했다고 전해진다. 어찌나 대단한 전략가였는지, 박정희 정권에서도 탐내던 인물이었다고.
두 가치는 양립할 수 없는 걸까
운범과 창대는 같은 목적을 가졌으나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 너무 달랐다. 그런 서로의 차이점이 시너지를 빚어 눈부신 성공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그런 만큼 더 강렬히 부딪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공세도 마다않는 창대의 욕심이, 때때로 운범이 지키려는 가치를 훼손하려 하기 때문이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하는 대의
나는 굳이 따지자면 창대에 가까운 사람이다.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약간의 꼼수쯤은 필요하다고 믿는 얄팍한 인간. 하지만 그런 이유로 늘 운범과 같은 우직한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 덜 확실하고, 더 느리게 돌아가더라도, 진심과 떳떳함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운범의 모습을, 창대도 그래서 존경했던 게 아닐까.
물론 때때로 창대 같은 마인드는 분명히 필요하다. 대의를 펼치기 위해서는 일단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하는 것이 먼저니까. 하지만 운범을 통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아니었을지. 운범의 모티브가 된 故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 역시 그 메시지를 꼭 담고 있다. 편법과 술수를 쓰지 않더라도, 돌고 돌아 아주 느리게 실현되더라도, 언젠가 정의는 반드시 빛을 발한다고 말이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변성현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에 한참 동안 빠져있었던 적 있었다. 그의 미술적 감각을 특히 좋아했다. 색감을 이용해 달리 연출하는 분위기, 빼어난 미장센, 흥미로운 편집 등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돋우는 그만의 마법 같았다. <킹메이커>에서도 그 감각은 여전했다. 그에 의해 구현된 60-70년대 풍경은 작은 소품부터 의상, 전체적 색감과 분위기까지도 그만의 특유의 스타일리시함이 묻어나,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이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믿고 보는 명배우들 라인업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운범을 향한 존경, 이기고자 하는 전략가의 야망을 모두 담아낸 이선균의 섬세한 연기는 늘 그렇듯 안정적이다. 각각 청와대의 이 실장과 유망한 야당 국회의원을 연기한 조우진, 유재명 배우의 연기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이 대단한 배우들의 앙상블 그 중심엔 설경구가 있다. <불한당>에 이어 <자산어보>까지 매번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며 남자 배우 3대 트로이카에서 빠지지 않는 설경구의 연기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을 만큼 탄탄하다. 전라도 억양과 표정 연기는 일품이었고, 연설 장면에서는 뜨거운 정치적 신념이 묻어나 너무도 뭉클했다. 그의 관록은 정말이지 언제 보아도 놀랍다.
* 해당 포스팅은 시사회 초대 및 소정의 비용을 지원 받아 작성하였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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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화와 불화하며
살아서도 죽어서도 파파라치와 가십의 대상이었던 프린세스 다이애나를 다룬 영화에서, 마찬가지로 수많은 파파라치와 가십에 둘러싸여 여기까지 온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한다. 자연히 이 영화를 기대하는 눈길은 많았지만, 과연 지금은 그 눈길에 파파라치의 시선이 없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사건'을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다.
그만큼 사건이 많은 삶이었다.
사진 속 프린세스 다이애나의 미소는 지금 보아도 산뜻하다. 지금 보아도 한 컷 한 컷이 화보처럼 보일 만큼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이었고, 왕세자의 불륜과 영국 왕실의 '지엄한 법도'에 눌리면서도 누구보다 선명한 존재감을 보인 사람이었으며, 봉사활동을 다니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면에서는 단단한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전 세계의 열광을 받은 사람. 삶의 어느 조각을 잘라내어도 극적인 사건을 찾을 수 있을 듯한 사람.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다르지 않다. 판타지를 결합한 하이틴 로맨스 <트와일라잇>으로 로버트 패틴슨과 나란히 인기를 끌었고, 두 사람은 반짝 스타처럼 보였다. 연기력이나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고, 둘의 연애사는 지구 반대편까지 알려지는 걸로도 모자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에 친히 (그것도 몇 번이나) 언급되었다.
그러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세간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반짝 스타처럼 보였던 이들은 (공교롭게도 둘 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끝까지 끌고 가면서도, 동시에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을 파고들며 자기 자리를 직접 만들어 간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최근작만 살펴보아도 <트와일라잇> 때와는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나 <퍼스널 쇼퍼>, 가장 최근에는 <세버그> 등 다양한 작품을 해온 (사이에 트럼프의 트위터를 방송에서 읽기도 하면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마침내 <스펜서>에 다다른다.
가십과 파파라치에 둘러싸인 두 존재의 만남이었다. 불화와 불화하며 걸어온 존재의 만남.
그 자리, 영화 <스펜서>는 프린세스 다이애나 삶의 어느 특정한 사건보다는, 그를 둘러싼 분위기와 감정을 공 들여 재현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별장에서 왕실 식구들이 머무르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그 3일 동안 다이애나는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보여야 하고, 가려야 한다. 시놉시스는 그게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실존 인물의 삶에 대해 알려진 바에 비하면 기승전결의 낙폭이 큰 영화는 아니다. 대신 촘촘하게 나아가 감정에 사람을 가둔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보이고 무엇을 가릴지 엄격하게 정해진 세상에서 다이애나를, 뒤이어 관객을.
다이애나는 그 3일의 휴가를 시작하러 들어가는 길부터 규정을 깬다. 누구의 엄호도 받지 않고 직접 차를 운전해, 길가의 식당에서 여기가 어딘지 묻는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여기는 그 감정의 내부. 습도 90%의 무더운 날씨처럼 답답한. 여기에는 다이애나가 처한 상황 못지않게, 3일이라고 시간 배경을 딱 잘랐음에도 시간이 선형적이라 느껴지지 않는 전개 탓도 크다. 영화의 많은 장면은 현실과 다이애나의 상상을 오락가락하여,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즉각 파악이 어렵다. 그 여부가 관객에게는 조금 지나고야 도달하게 된다. 진주 목걸이를 힘껏 뜯어버리는 상상, 고풍스러운 복도를 헐떡거리며 걸어가는 모습,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변기 앞에 고개를 숙인 마른 등뼈, 스펜서 저택에서 계단을 밟는 모습.
그런 사람들이 있다. 과거를 덧입고 현재를 사뿐 뛰어넘어 미래로 날아가 버리려는 사람. 그의 고향은 미래가 아니었을까 묻게 만드는 사람. 현재에 들어맞지 않아 불화하지만, 물리적으로 현재를 벗어날 수 없으니 미래에 속할 수도 없다. 현재에 같이 있는 이들의 눈에는 더없이 불안해 보인다. 점멸될 듯 깜빡깜빡 현재를 산다.
대신 그가 죽은 후, 그에게 미래라 불렸을 시간이 도래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먼 훗날, 그의 미래를 현재라 부르는 이들이 돌이켜보면, 그는 과거의 사람임에도 자신이 존재했던 시절에 매이지 않고 현재에까지 유령처럼 남아 부유하고 있다. 그가 날아든 미래가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다이애나는 그런 사람이다. 잊히지 않고 미래에서도 계속 언급되는 사람이다. 영화 <아멜리에>의 등장인물들이 계속 다이애나 이야기를 하듯이. 사후에도 그의 일부가 살아 있지만, 살아생전에도 그의 어떤 면은 유령처럼 부유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스펜서>는 프린세스 다이애나를 둘러싼 사건과 가십들을 걷어내고, 그의 유령을 옷과 목걸이 아래 재생해 놓은 영화다.
그러니 다이애나가 끊임없이 유령을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는 앤 불린에게서 자꾸 자신을 본다. 오래된 방의 먼지에서는 과거의 여왕에게서 탈각된 신체 일부를 느낀다. 훗날 유령이 되는 이들만이 유령을 볼 수 있다. 과거의 유령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도 이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물리적으로 매인 몸이 시간을 유영하는 마법은 오직 마음으로만, 연민으로만 이루어진다.
다이애나가 영화 속에서 계속 거부하는 행위들은 철저하게 몸에만 속한 행위들이다. 먹기와 입기. 엄밀히 말해, 정해진 대로만 먹고 정해진 대로 입기. 대신 그는 계속해서 어디론가 움직인다. 걷고 뛰고 운전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옆에 놓인 패스트푸드 봉지는, 그가 먹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가 자유롭게 움직여 구입한 물건이기도 하다. 그가 운전한 자동차처럼, 그가 뛸 때 흩날리는 모자처럼, 몸 이전에 마음에 속한 행위의 결과물인 셈이다.
유령을 보다가 유령이 되다가 하는 느낌으로, 상상과 현재를 뒤섞어서, 다이애나라는 인물은 어딘가에 갇힌다. 음습한 공기마저 담아내는 클레르 마통의 카메라, 그 습도에서도 팽팽하게 목을 옥죄는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갇힌 자리에 자물쇠를 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에 가려졌다가, 보였다가, 반복하면서 그 자물쇠를 걸어 잠근다.
갇힌 그 자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는 유령을 기다린다. 다이애나의 영혼을, 미래에서 기다린 이들과 조우하게 만든다. 사실 다이애나 생전에도 정직한 애정만으로 그를 바라본 이들은 있었을 것이다. 황색 언론 너머에서 호의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캐릭터 매기처럼, 너무 다정해서 오히려 환상 같고 미래 같은 그런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허수아비가 입고 있던 아버지의 옷을 수선해 준 매기의 손길처럼, 어떤 애정이 다이애나의 어깨에 걸쳐진다.
다이애나가 책을 통해 앤 불린의 영혼을 소환했듯이, 관객이 갇힌 자리에 다이애나의 유령이 현재로-즉 다이애나의 미래로- 소환된다. 이것은 일종의 위령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앤 불린이 다이애나에게 한 것 같은 위로로 누군가에게 다가갈 것이다. 당대와 불화하며, 선대의 유령과 먼지에 자신을 비춰보는 존재들에게. 당신을 환대하는 마음이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당신은 사라져도 아주 사라지지 않는다고.
불화와 불화하며 현재를 사는, 미래에서 다시 만날 누군가를 생각하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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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심판> <글리치>등 넷플릭스 2022년 K-콘텐츠 라인업 25편 공개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과 영화 개봉작들의 이벤트 소식과 굿즈 일정을 소개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이번 주(1월 3주차) 영화계 소식을 다 같이 알아보실까요?
1. 넷플릭스 2022년 한국작품 25편 제작확정!
넷플릭스가 2022년 한국 콘텐츠, 소위 K-콘텐츠를 대거 선보인다고 합니다.
장르 불문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장르에서 K콘텐츠의 확장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19일에는 올해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하며 2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로써 한국 콘텐츠 누적 투자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정말 새삼스레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이 느껴집니다.
2022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콘텐츠 주요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드라마 <소년심판>
출연 :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작품소개 :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로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해 청소년 범죄를 방임하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
드라마 <블랙의 신부>
출연 : 김희선, 이현욱, 정유진 등
작품소개 : 결혼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현실 풍자극
드라마 <모범가족>
출연 : 정우, 박희순, 윤진서
작품소개 :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이 우연히 거금이 든 차량을 발견하고
마약조직의 2인자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드라마 <글리치>
출연 : 전여빈, 나나, 이동휘, 류경수
작품소개 : 정체불명의 불빛과 함께 사라진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던 홍지효가 UFO 커뮤니티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미스터리한 비밀의 실체에 다가서는 이야기
드라마 <수리남>
출연 :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작품소개 :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려는 국가정보원의 비밀 작전에 협조해야하는
민간인 사업가의 목숨을 건 여정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출연 : 유지태, 김윤진, 전종서 등
작품소개 : 스페인에서 제작돼 인기를 얻은 '종이의 집'의 한국 버전.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개성과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변수에 맞서는 인질극
영화 <모럴센스>
출연 : 서현, 이준영
작품소개 : 남다른 취향을 가진 남자와 그의 비밀을 알게된 여자의 로맨스
영화 <정이>
출연 : 김현주, 강수연
작품소개 : 기후변화로 살기 어려워진 지구에서 인류가 만든 피난처에서 내전이 일어나는 22세기 이야기
2. 영화관 방역, 백신패스 해제
지난 19일부터 영화관의 방역패스가 해제되었습니다.
또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됐던 극장 영업시간 역시 영화 종료 시간이 밤 12시를 넘기면 안된다는 방침이
새롭게 제정되며 영업시간 제한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심야 영화 관람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제약이 남아있는 상황인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간 극장 내 띄어앉기, 음식물 섭취 금지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화산업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영화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더욱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있습니다.
3. 영화 <듄> 아이맥스 재개봉
지난 2021년 10월 20일 개봉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영화 <듄>이 2월 9일에
다시 한 번 전국 17개 CGV 아이맥스(IMAX) 상영관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가 강조된 작품으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인데요!
1.43:1의 독자적 비율의 화면이 한 시간 이상 나오기 때문에 개봉 당시에도 IMAX 상영관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영관에서 일정 기간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와 <이터널스>,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 등
마블의 대형 영화 개봉으로 IMAX상영관에서의 상영이 많이 이뤄지지 못해 많은 영화팬들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 많은 영화팬들이 요구에 힘입어 재개봉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4. 이번 주 (1월 19일~1월 23일) 영화계 이벤트 &굿즈 증정 일정
1월 19일(수)
1월 20일(목)
1월 21일(금)
1월 22일(토)
1월 23일(일)
1월의 셋째 주 영화계 소식과 이벤트(굿즈) 소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영화관의 백신패스가 해제된만큼 혹시나 영화관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이 계시면
이번 주 영화관에 방문하여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관람과 더불어 이벤트도 참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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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해양 범죄 활극 <밀수>외 개봉을 앞둔 영화 총 4편을 소개합니다.
같이 시작해볼까요~?
밀수
Smugglers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9분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개봉: 2023.07.26.
배급: ㈜NEW
시놉시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는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
CINE PICK!
7월 18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은 <밀수>는 한국의 최고의 액션영화를 만들어낸 류승완 감독의 수중액션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하지만 뚝심있는 스토리와 찰진 대사, 재치있고 촘촘한 연출, 뛰어난 영상미 등 ‘충무로 액션 키드’라고 불리는 류승완 감독의 2년만의 복귀작입니다!
헌티드 맨션
Haunted Mansion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23분
감독: 저스틴 시미엔
출연: 킨스 스탠필드, 티파니 해디쉬, 오웬윌슨 등
개봉: 2023.07.26.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뉴올리언스의 대저택으로 이사 온 ‘개비’와 아들 ‘트래비스’. 겉모습부터 심상치 않은 이곳엔 알고 보니 999명의 유령이 살고 있다. 유령들을 내쫓아 달라는 ‘개비’의 요청에 저택으로 모여든 겁 없는 유령 전문가들. 하지만 호기로움도 잠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에 사투를 펼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유령들을 쫓고 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집에 함께하시겠습니까? 출구는 없습니다!
CINE PICK!
<헌티드 맨션>은 999명의 유령이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 대저택으로 이사 온 개비와 아들 트래비스, 그리고 이들을 내쫓기 위해 저택으로 모여든 겁 없는 유령 전문가들의 기상천외한 사투에 대해 다룬 공포 코미디 영화입니다. 디즈니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 <헌티드 맨션>은 디즈니 테마파크에 있는 동명의 어트랙션을 새롭게 각색한 영화이며 이미 지난 2003년 동명의 제목으로 제작된 이력이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Greenhouse
ⓒ 네이버영화
개요: 번죄 | 한국 | 100분
감독: 이솔희
출연: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 등
개봉: 2023.07.26.
배급: ㈜트리플픽쳐스
시놉시스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문정’은 아들과 함께 살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위해 간병인 일을 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화옥’을 돌보다가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병원에 연락을 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울리는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문정’은 아내의 시체를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시각 장애인 ‘태강’을 속이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CINE PICK!
단편영화 제작후 연출부를 거쳐 <비닐하우스> 장편영화 데뷔를 한 이솔희 감독은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왓챠상 cgv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차지하였는데요 출연하기만 하면 열연을 보여주는 김서형 배우가 요양보호사 ‘문정’역을, 최근 <더 글로리>에서 피해자 역할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안소요 배우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순남’역을 맡게되었다고 합니다. 김서형 배우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뉴스에 나오는 안타까워했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맞닥뜨리고 싶지 않고 회피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붉은사막
Red Desert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 117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출연: 모니카 비티, 리처드 해리스 등
재개봉: 2023.07.26.
배급: 일미디어
시놉시스
이탈리아 북부의 공업도시인 페라라에서 남편과 아들과 평범하게 살아가던 줄리아나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감정이 불안해진 줄리아나는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에 문제를 느낀다. 그리고 남편의 직장 동료인 코라도를 만나 육체적 관계에 빠져드는데…
CINE PICK!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첫 컬러 영화로 의도적으로 선명도를 떨어트리고 현대 문명의 낯선 풍경을 드러내며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환경 오염문제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영화 <정사>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대 영화 최우의 거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거머쥔 감독이며 <붉은 사막>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26일 재개봉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BL Metamorphosi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18분
감독: 카리야마 슌스케
출연: 아시다 마나, 미야모토 노부코 등
개봉: 2023.07.26.
배급: 홀리가든
시놉시스
인간관계에 서툰 17세 여고생 ‘우라라’. 방과 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바로 BL만화를 보는 것이다. 남편을 떠나보낸 후 혼자가 된 75세 할머니 ‘유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예쁜 그림체에 홀려 집어 든 만화책은 다름 아닌 BL만화였다. 마음을 적시는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로 58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 급속도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은밀한 덕질 라이프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게 되는데… 덕심으로 대동단결! 덕톡으로 꽃 피어난 세대초월 영혼의 덕질 메이트가 찾아온다
CINE PICK!
우연히 BL 만화책을 구입한 할머니와 서점 직원의 따뜻하고 순수한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영화로 남편의 죽음뒤 외롭게 살고 있는 75세 여성 유키와 수줍은 많은 17살 고등학생 우라의 묘한 우정을 쌓아가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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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 속 가족에 관하여
한국 영화 속 가족에 관하여
엄마인데요 자식입니다
한국 영화에서 그리는 가족은 주로 소위 말하는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 두 종류로 나뉘곤 한다. 전자는 주로 윤제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가 있는 가족으로 서로 치고박고 다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자식은 부모만 생각하면 그리움에 눈물짓는 케이스다. 가족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한국 상업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형태로, 입양 등의 변주된 형태가 있긴 하지만 가족의 상봉 장면이 거의 반드시 등장하며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감정적인 장면이 필히 포함된다. 후자의 경우는 편부 가정보다는 편모 가정이 압도적으로 많고 차별당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하며 자식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성장하여 이해하고 눈물짓는다. 영화제목 하나 언급하지 않고 대충 썼는데 이 몇줄 쓰는 사이에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영화만 몇 편인지 모르겠다. 전자든 후자든 억지스러운 감동 장면이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가족은 가족이라는 진부한 서사로 마무리되는 통에 종종 대체 핏줄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묘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심지어 뛰어난 원작이 있는 경우에도 최루성 가족 서사를 위해 파괴된 원작의 팬들이 울부짖기도 하는데 신기한 건 그럼에도 높은 확률로 흥행이 보장된다는 점이다(예를 들자면.. <신과 함께>...). 소위 말하는 이런 노랑장판 감성은 인기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제작되는 것일까, 아니면 보다보니 익숙해진 관객이 볼 영화가 없어서 보는 것일까. 노랑장판 감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에도 한국 상업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가족 설정은 언제나 논란거리다.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레이디 버드>를 보며 부러웠던 건 모녀의 관계, 나아가 가족 설정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나이에 따른 수직관계가 아직까지 가족 내부에도 강하게 존재하는 동아시아 정서와 자녀도 하나의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서구 사회의 정서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레이디 버드>에 그려진 모녀관계는 사뭇 달랐다. 크리스틴(시얼샤 로넌 분)은 엄마 매리언(로리 맷칼프 분)과 대립하면서도 사랑하고 매리언이 크리스틴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일은 없다. 극적인 사건 없이 담담하게 크리스틴의 성장담을 그려낸 <레이디 버드>는 모녀관계를 비틀거나 거대한 사건 없이도 관객들의 공감과 감동을 자아냈다. 몇 년째 마냥 헐리우드를 부러워만 하고 있을 무렵 연초부터 <세자매>를 만났다. 김선영, 문소리, 장윤주라는 특이 조합이 무려 자매라니 그리고 셋이 주연이라니. 이 역시나 흔한 막장가족 서사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세자매>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첫째 희숙(김선영 분)은 자해를 일삼는 암환자이며 둘째 미연(문소리 분)은 안정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웠고, 막내 미옥(장윤주 분)은 누가 봐도 분노조절장애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옥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숙과 미연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이 세자매는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함께 성장한다. 가족을 향한 뒷담화와 애정이 공존하는 서사는 분명 한국 영화계에서는 드물다.
세자매 이외에도 세자매가 가진 각각의 가족도 그간의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양새다. 희숙은 날라리 딸과 함께 살며 남편과는 별거 중인 것으로 보이고, 미연은 좋은 집에서 신실한 신자로서 교회를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지만 둘째인 딸은 무슨 이유에선지 식사 기도를 하지 못한다. 미옥은 신기하게도(?) 자신을 사랑하는 이혼남을 만났지만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는 소원하다(영화를 보면 안 소원한 게 신기하다). 묘사되는 특이 가족의 형태는 배우 김선영의 전작 중 하나인 <당신의 부탁>을 연상시키는데 전작에서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김선영은 이번에는 가족을 강하게 끌어안는다. <당신의 부탁>, <세자매>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가족의 중심축은 엄마라는 역할이다(<당신의 부탁>의 영어제목은 <Mothers>다). 별의별 책임을 다 떠안아온 한국의 어머니들은(<당신의 부탁>에서 효진(임수정 분)은 심지어 친자식도 아닌 사별한 남편의 아이 종욱(윤찬영 분)을 맡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의견을 말살당해왔다. 미옥의 캐릭터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어떻게 본다면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 형태를 띠는 바람에 '엄마가 되는 것을 당하지 않은') 미옥이 유일하게 영화 내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희숙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의견을 울먹이면서밖에 말하지 못하고 보다못한 희숙의 딸이 욕을 해가며 대신 소리를 질러준다. 영화 내내 고상한 부잣집 사모님 코스프레를 하던 미연은 남편의 내연녀를 조용히 밟는 모습으로 성격을 드러내다가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고함을 지른다.
세자매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대단히 한국적이게도 무언가를 먹는 순간들이다. 희숙은 조촐한 밥상을 차려 마요네즈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조금씩 먹는다. 평생을 눈치보며 살아온 희숙은 식사마저 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나 부잣집 사모님이 된 미연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든 포장하려는듯 식사를 정갈하고 풍부하게 차린 후 기도를 끝마치고서야 식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미연의 딸이 식사기도를 하지 못하자 결국 식사를 포기하고 딸을 방에 데려다 혼을 낸다(미연은 영화 내내 자신의 직계 가족들과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남편의 내연녀에게 복수(?)를 한 이후 다음날 아침은 대충 가져온 식사로 때우는 모습으로 속내를 표출한다. 영화 내내 과자와 술로 식사를 때우던 미옥은 언니인 미연을 만나서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후반부에는 엄마가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어설픈 밥상을 차린다. 흥미로운 점은 자매들이 가장 잘 먹을 때는 서로를 만날 때이며 남이 차린 밥상이라는 점이다. 식사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희숙이 가장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은 미연을 만났을 때다. 서사에서 맥거핀으로 작용하는, 미연과 미옥이 여행가서 먹었던 식당은 결국 영화 내내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는 미옥이 제대로 된 식사를 추억하려는 시도의 매개체다. 미연이 있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미옥은 그래서 어떻게든 식당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하며 끝내 그 장소를 찾지만 식당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연이 없어도 식사를 차릴 수 있게 된 미옥에게 더 이상 식당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세자매>의 서사는 어김없이 싸우고 서로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세자매가 뭉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지만 그 묘사 양상은 파격적으로 다르다. 불우한 과거를 지닌 세자매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영화상에서 피해의식을 간직한 약자로만 그려져 오곤 했는데 최소한 미연과 미옥은 변주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피해의식을 가진 채 평생을 사과하며 살아온 희숙에게 미연은 이제 그만 사과하라고 종용하고, 도리어 자식들을 평생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살게 만든 아버지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가부장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자매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편을 들지만 아직 가부장제에 편입하지 않은 희숙의 딸 보미는 왜 어른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식당에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막내 남동생이 갑자기 나타나 난동을 부리는 데서 시작한 이 장면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려 하던 세자매가 합심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세대를 건넌 여성들이 피해자의 위치를 부정하고 일어서는 장면이기도 하다. 각기 나름의 가정에서 어머니의 위치를 가지고 가부장제의 또 다른 피해자로 살아오던 여성들은 순간이나마 어머니라는 지위를 거절하고 보호받고 사랑받는 자식으로서의 위치를 돌려받을 것을 주장한다. 희숙은 동생들을 대신해 폭력의 제물이 되었던 전사였으며 미연은 막내동생을 보호하려 집 밖으로 도망나왔던 보호자였고 미옥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표출해왔던 예술가였다. 세자매가 서로를 피해자로서 연대하는 동시에 수직적인 가족관계에 맞서 사과를 요구하는 이 장면은 세자매가 단순히 가족이 아니라 같은 피해를 공유한 동료임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 장면을 지나 서로가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줄 것을 확인한 세자매는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희숙은 암을 방치하는 대신 꾸준히 치료받을 것을 약속하고 미연은 별거한 남편을 무시하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것을 다짐하며 미옥은 미숙하지만 엄마의 역할을 해내기로 마음먹는다. 희숙이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암이 치료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미연이 남편없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지만 타버린 반찬과 간이 안 맞는 국을 차린 미옥의 밥상처럼 이들의 삶은 불완전하지만 제 기능을 할 것이다. 한국 영화에서 그려지던 가족의 클리셰는 개성 강한 세 배우를 만나 흥미롭게 변주되었고 노랑장판이 아니라도 충분히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수많은 서사에서 엄마라는 역할을 강요받던 여배우들은 엄마를 넘어선 역할을 묘사해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자매>는 가족중심적인 최루성 억지감동 서사를 고집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드문 뒤틀린 가족영화지만 가족서사에서 여성서사를 추출하여 관객에게 신선한 서사를 선사했다. 이제 한국 영화계에서도 새로운 가족 서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걸까?
*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레이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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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 별을 위해
사실은 위험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얼굴 없는 가수 그레타(키아라 나이틀리)다. 어느 날의 공연장.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든)가 노래를 끝냈다. 마이크를 넘기는 그레타. 사람 앞에 나서는 게 싫다. 싫다고는 말하지만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에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노래를 부르는 그레타.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듣는 것 같다. 군중들 속에 눈이 반짝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이다. 음반 제작자인 댄. 예전에는 그래미 상까지 받았지만 현재의 그는 그냥 술주정뱅이다. 오늘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 댄. 하지만 그레타를 바라보는 안목 자체는 녹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레타에게 명함을 건네는 댄. "네 앨범을 만들어 줄게"라고 접근한다. 하지만 그레타는 음악에게 상처를 입었다. 거절하는 그레타. 하지만 댄과 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음반 제작, 내일까지 고민하고 답 줄게요"라고 말하는 그레타. 그레타는 상처 입은 마음을 뒤로하고, 댄은 스스로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음악에 뉴욕 시가 반응한다.
음악의 의미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음악의 의미를 영화가 플롯 안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댄이 직접 “음악은 지루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지”라고 말한다. 글쓴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의미를 부여한다'라는 점이다. 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상과 인간과의 관계에만 국한 짓는 것이 아니다. 1차적으로 이 영화가 음악으로 뉴욕이라는 도시를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인간과 인간사이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들은 음악으로 소통한다.
후자부터. 영화에서 중요한 관계 네 개만 뽑으라면 댄과 바이올렛 부녀, 댄과 그레타, 댄과 콜, 그레타와 세상과의 관계다. 이 네 관계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단점은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 네 관계 중 단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댄-바이올렛 부녀다. 댄과 바이올렛은 서로를 잘 모른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아버지는 딸의 나이조차 모른다. 딸도 아버지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무기력하게 도망 다니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부녀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영화 안에 두 장면이 있다. 이 요소가 동일시되는 지점이 어느 순간 등장하는데 영화가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 장치라고 생각한다. 대화 대신 음악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면 서로 아는 척도 안 했을 댄과 그레타가 처음으로 만나는 과정, 마음을 여는 계기 등등 영화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이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과제가 뭘까? 바로 프로듀서 댄이 그레타의 프로듀서가 되어 그녀가 세상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부터 그레타가 음악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음악으로 이어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가 장르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이기 이전에 영화다. 적어도 이야기가 들어가야 음악이 들어가는 데 있어 연출적으로 중점을 둘 수 있다. 영화는 이 연출을 위한 이야기를 잘 짰다. 인물도 섬세한 성격으로 설정해서 음악에 따른 리액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고 노래하는 인물들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레타와 콜이 교감하는 모든 장면이 그렇다. 음악으로 인물들이 교감한다는 전제 하에 예술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충분히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부를 만 한 지점이다.
뉴욕 여행기
또 이 영화는 뉴욕 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그레타의 앨범 만들기'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설정의 배경에 결함이 있어 보이는 거 같긴 하지만 이건 음악영화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 만든다면 멋있잖아? 실제로도 영화가 이 광경을 멋있게 그 의미를 충실히 구현한다. 그리고 어떤 논리적 결함을 감수하고서도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있다. 뉴욕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속 하나 상처가 있다. 이 영화는 이 상처 가득한 도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배경을 뒤로하고 음악을 녹음한다. 그레타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인 것과 동시에 뉴욕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댄(내지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다. 'A Step You Can’t Take Back'같은 삽입곡의 가사를 보면 지하철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는 공교롭게도 일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지하철을 수시로 등장시킨다. 심지어 세상에게 상처받고 지하철에 탑승한 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더 나아가 그레타와 댄이 함께 뉴욕의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있다. 이 장면에서의 사람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영화가 고의적으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비춘 것이다.
이것은 음악영화의 장르적인 특성을 하나 더 강화시킨다. 왜 영화가 뉴욕 시민들을 보여줬을까? 에 대한 당위성을 덧붙이는 것이다. 음악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 이것이 음악영화 장르에서 음악이 차지하던 방식이기도 하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때다. 유성영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인물들이 영화 제작을 위해 노래를 연습한다. 이것은 단지 극적 요소가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인물의 내면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다 색다르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연출임과 동시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어떻게 플롯에 틈입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음악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겠어!'라는 고민이 극 중 안으로 구현된 것이다. <비긴 어게인> 역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삽입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몇 나온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그레타와 댄이 뉴욕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생활소음을 영화가 활용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뉴욕의 단면이 그레타 앨범의 하나라는 것, 이들의 일상 역시 예술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후술 하겠지만 이런 도시, 일상, 예술을 한 번에 결합시킨 존 카니의 연출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스>도 더블린이라는 장소가 중심이다. 여주인공(그녀)의 집을 비롯한 더블린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도시를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싱 스트리트>도 음악을 통해 개인적 성장, 그러니까 살던 고향을 벗어난다는 성장서사를 플롯으로 삼았다(이것은 가장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도 구현된다). 존 카니 감독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의 화법을 두 번째 영화에서 확립한 것이다.
복사+붙여 넣기?
글쓴이가 몇 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것. 기존 존 카니 감독 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아버지로서는 낙제점인 댄 2)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 3) 그레타와 댄의 관계다. 4) 도시 활용하기다. 1번.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 주인공 플로라는 아이를 대하는 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또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의 친형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내면에 거대한 상처를 품고 있지만 형제로서의 유대감이 극 안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된다. 2번. 그레타가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은 <원스>라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전작의 모티브를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3) 그레타와 댄의 관계.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존 카니의 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만 다르지 영화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이 자가복제 쪽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규모든 대규모든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식이 존 카니의 영화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특히 <플로라 앤 썬>에서 사용된 연출이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은 본작(<비긴 어게인>)이 평범해지는 계기가 된다. <원스>에서 'falling slowly'라는 불후의 트랙을 남긴 것 말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묘사한 건 존 카니의 데뷔작이라 신선했던 걸까? <비긴 어게인>이 전작의 공식을 답습했고 이후에도 감독은 비슷한 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부족한 상상력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섬세함이다.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만' 존재하고 나머지가 부실한 것이다.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럼 이 방식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더 나왔어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다룬 예술로서 창의성이 생겼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극후반부 그레타의 선택과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그레타가 그런 선택을 고른 이유가 내적으로 다 근거가 있다.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다른 대안을 고른다거나 하는 방식은 없었을까? 단순히 내적 논리만 따라가기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는 것 아닌가? 영화로서의 창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낭만적인 음악의 속성만 강조하니 빈 부분이 많아 보인다. 부족한 상상력이 현실에 찌든 주인공과 낭만적인 영화가 충돌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은 영화의 반을 포기한 듯하다. 이 영화에서 댄은 음악'만' 만드는 인물이다. 인간관계가 굉장히 좁은 인물로 묘사된다. 댄이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는 아티스트와 행정가가 이렇게 적을 일인가? 영화에 나온 것처럼 이 <비긴 어게인>과 댄이 아예 한 길만 우직하게 팠으면 '이 인물이 이렇게 생각할만한 근거는 다 있다'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렇다기엔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염두한 흔적이 보인다. 염두했으면 확실하게 그 길로 트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100%중 65%만 써 애매하게 마무리짓는다. 이 영화는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다. 러닝타임을 길게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야기를 확실하게 끝낼만한 수가 있어야 이야기로서의 강점을 가질 것이다. 애매하게 끝낸 덕에 그냥 앨범에 대한 이야기'만'하고 끝낸 감이 있어 이야기가 전달하는 쾌감은 부족하다.
'Lost Stars'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레타라는 여성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괜히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또 어느새부턴가 비호감 그 자체인 댄에게 마음이 가고 입체적인 콜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게끔 만든다. 사실 영화가 이거면 역할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살아 넘치는 생동감으로 잠시나마 환하게 웃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우리를 'lost stars'로 데려다주는 것이 존 카니가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후 존 카니의 두 영화에 대한 예고편이 됐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Lost stars'를 위시로 한 수많은 명곡들을 품은 영화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후에 호크아이가 되는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이미 헐크인 마크 러팔로가 부녀관계로서 연기한다는 점 역시 소소한 재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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