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to2025-01-07 13:30:12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영화 <은빛 살구> 리뷰
바닥은 포셀린 타일로, 발코니 문은 폴딩 도어, 소파 옆에는 작은 아일린 그레이 테이블을 놓아야지. 방 한 개는 무조건 암막 커튼이 있는 서재로, 빔 프로젝터, 식기세척기, 건조기, 커피머신은 필수.
내게 마법처럼 수도권 신축 아파트 한 채가 생긴다면 이런 즐거운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비정규직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있고, 신혼부부가 되어야 겨우 주택청약에 당첨되는 데다, 계약금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 내야 할 중도금이 산더미이다. 우리의 주인공 '정서'는 뒷바라지까지 해줬건만, 그는 꼭 절반씩 돈을 내길 원하고, 타일이 깔릴 아파트 한 칸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녀는 계약금 절반을 구해 와야 한다.
계약금을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오래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생겼을 일들, 야근을 하는 척 하며 뱀파이어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전에 포기해버렸을 예술과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본다. 그러는 동안 관객은 청약으로 당첨된 아파트 같은 건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서울로 돌아갈 때쯤엔 이 돈이, 아파트 한 채가, 그리고 결혼이 이렇게까지 해서 달성해야 하는 건지를 질문하게 된다. 그에 화답하듯이 영화의 결말은 결혼 상대였던 사람이 도덕적인 결함을 드러낼 때 정서를 폭발시키고, 진짜 굶주림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주인공이 거리를 지나다 운명처럼 스친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 갈증을 해소하는 낭만을 그려내기 위해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이전의' 낭만, 그러니까 달콤한 주택청약의 꿈으로 이루어진 가짜 낭만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아파트, 결혼식, 흰 돈봉투와 미래의 반려견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녀가 갈망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고, 우리가 쫓아야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겨우겨우 재현해 보려고 했던 평범함이 아니라 정서가 자신의 힘을 발휘하여 써낸 이야기처럼, 우리를 진정으로 배고프게 하는 것들.
그것을 얻어내는 순간이 엔딩을 장식하기 때문에 <은빛살구>는 끝내 주인공의 미래를 기대하도록 만든다.
*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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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조커라 불리던 '배리 케오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차세대 히스 레저로 꼽히기도 했던 배우 '배리 케오간'이 <이터널스> 개봉을 앞두고 피습을 당했다고 할리우드 통신 "The wrap"이 전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아일랜드의 서부 도시인 골웨이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는데요. 아일랜드 신문사인 “Sunday World”에 따르면, 케오간은 골웨이의 한 호텔 앞에서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곧바로 골웨이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베인 상처 등을 치료한 뒤 퇴원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할리우드 배우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얼굴 부상에도, 그는 사건에 대해 별다른 기소 없이 넘어간다고 밝혀 화제 되고 있습니다.
배리 케오간은 2017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는데요. 최근,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A24 작품 <그린 나이트>에서 다시 한번 씬스틸러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습니다.
케오간은 <그린 나이트> 이전까지 휴식기는 중요치 않다는 듯, 마블과 DC 영화에 동시에 캐스팅되며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더욱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MCU의 <이터널스>에서 드루이그 역을 맡아 ‘길가메쉬’ 역의 마동석 배우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10년 만에 돌아온 배트맨 실사 영화 <더 배트맨>에서는 스탠리 머클 역을 맡아 블록버스터 양대산맥에 모두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배리 케오간 배우의 쾌유를 빌며,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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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나오는 영화 모음.zip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요즘 무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시원한 바다로 뛰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요.
여러분도 바다로 떠나고 싶지 않나요???!! ٩(๑❛ʚ❛๑)۶
그래서 씨네랩이 이번에는 바다가 나오는 영화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바다가 나오는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맘마미아!
Mamma Mia, 2008
ⓒ 네이버 영화
synopsis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와 살고 있는 소피(아만다 시프리드)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 그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그녀의 계획에 흠이 있다면 결혼식에 입장할 손을 잡고 아빠가 없다는 것!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소피가 초대한 세 남자(샘,해리, 빌)가 그리스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cine pick!
전 세계 13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했으며 역대 영화 오프닝, 사운드트랙, 영국 앨범 차트 등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한 <맘마미아!>
뮤지컬 영화 사상 최초로 라이브로 진행된 촬영이라 그런지 더욱 자연스럽고 몰입감이 넘쳤다.
영화 속 장소인 그리스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풍경을 너무 예쁘게 잘 담아냈다.
벼랑 위의 포뇨
Ponyo On The Cliff, 2008
ⓒ 네이버 영화
synopsis
호기심 많은 물고기 소녀 ‘포뇨’는 따분한 바다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급기야 아빠 몰래 늘 동경하던 육지로 가출을 감행한다.
해파리를 타고 육지로 올라온 ‘포뇨’는 그물에 휩쓸려 유리병 속에 갇히는 위기에 처하게 되고 때마침 해변가에 놀러 나온 소년 ‘소스케’의 도움으로 구출된다.
‘소스케’와의 즐거운 육지 생활도 잠시, 인간의 모습을 포기하고 바다의 주인이 된 아빠 ‘후지모토’에 의해 결국 ‘포뇨’는 바다로 다시 돌아간다.
하지만 여동생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 ‘포뇨’는 소녀의 모습으로 변해 거대한 파도와 함께 ‘소스케’에게로 향하는데…
cine pick!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6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으며, 개봉 4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100% 수작업으로 17만장의 셀화를 제작하며 완성된 <벼랑 위의 포노>는 포뇨의 움직인 뿐만 아니라 파도의 역동적인 움직임 또한 잘 담아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전에 말한 것처럼 <벼랑 위의 포뇨>에서 바다는 배경이 아니라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처럼 <벼랑 위의 포뇨>에서 바다를 중점적으로 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은 동물들을 싣고 이민을 떠나는 도중 거센 폭풍우를 만나고 배는 침몰한다.
혼자 살아남은 파이는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올라 타지만 다친 얼룩말과 굶주린 하이에나, 그리고 오랑우탄과 함께 표류하게 된다.
하지만 모두를 놀라게 만든 진짜 주인공은 바로 보트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배고픔에 허덕이는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결국 파이와 리처드 파커만이 배에 남게 되는데…cine pick!
스테디 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아케데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시각 효과이다.
중요한 캐릭터인 뱅갈 호랑이의 구현부터 아름다운 바닷속 생물들의 구현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울 것이다.
라이드: 나에게로의 여행
Ride, 2014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일밖에 모르는 뉴요커 ‘재키’는 아들 ‘앤젤로’가 자신 몰래 학교를 자퇴한 사실을 알고 아들이 있는 LA로 찾아간다.
자유로운 라이프를 꿈꾸는 ‘앤젤로’는 지나치게 자신의 삶을 간섭하는 엄마에게 ‘편안한 수영장에서만
수영해본 엄마는 절대 거친 자연의 파도를 탈 수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이에 자극받은 ‘재키’는 무작정 서프보드를 챙겨 바다로 향하는데…cine pick!
작은 예산과 짧은 일정으로 감독과 주연을 병행하며 작업한 <라이드: 나에게로의 여행>.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Our Little Sister, 2015
ⓒ 네이버 영화
synopsis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어느덧 희미해졌지만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 ‘스즈’에게만은 왠지 마음이 쓰이는데..cine pick!
<브로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이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탁월한 연출이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를 만들었다.
모아나
Moana,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모든 것이 완벽했던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오직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의 힘이 필요한 상황!모아나는 마우이를 우여곡절 끝 설득해, 운명적 모험을 함께 떠나는데…
cine pick!
오세아니아를 직접 방문하고 연구한 끝에 제작한 바다와 섬의 모습은 실재할 것 같을 정도로 구현했고, 색감과 디테일 또한 대단했다.
영상미뿐만 아니라 중독성 넘치는 OST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의 여운을 한층 깊게 만들었다.
비트윈 랜드 앤 씨
Between Land and Sea, 2016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일랜드 서쪽 절벽 아래로 파도가 아름답게 부서지는 지역 라힌치. 오직 서핑을 위해 이곳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있다.
서툴지만 꿈과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cine pick!
당장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영화. 서퍼가 아닌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이들의 이야기.
게다가 멋진 아일랜드의 자연경관까지 즐길 수 있는 영화!
루카
Luca, 2021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자칭 인간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cine pick!
감독의 절친인 알베르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루카>.
그래서인지 다른 영화 달리 조금은 더 진정성이 느껴지며, 주로 서정적인 분위기로 이루어졌다.
시원하고 뻥 뚫리는 바다의 풍경과 이들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가 매력적인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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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과 매국 사이 애매한 줄타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국 군벌, 마적, 일본군과 일본 경관, 조선인과 독립군이 엉켜 살아가는 1920년대 간도. 그곳에 한 남자가 도착한다. 일본 군복을 벗고 죽기 위해 간도로 향한 '이윤'(김남길). 10여 년 전 남한 대토벌 작전에 참전했던 그는 작전 당시 자기 때문에 가족을 잃어야 했던 의병장 '최충수'(유재명)를 만나 목숨으로 사죄하려 한다. 유일한 사랑 '남희신(서현)'도, 친구이자 한때 주인님 '이광일'(이현욱)과의 인연도 뒤로 한 채.
하지만 이윤은 조금씩 생각을 고쳐 먹는다. 경성에서 볼 때는 기회의 땅이었던 간도가 무법천지의 땅이었기 때문. 자기를 죽이러 온 총잡이 '언년이'(이호정)를 만나고, 마적 떼의 습격을 받아 무기력하게 죽어 나가는 조선인을 보면서 그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이 생겼음을 깨닫는다. 독립군도, 마적도 아닌 도적이 되어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만주 웨스턴의 부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웨스턴은 할리우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돼 관객과 만났기 때문.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은 미국 정통 서부극을 대신할 정도로 인기였다. 원주민과 개척지라는 조건이 미국과 같은 호주에서는 '미트파이 웨스턴'이 제작됐다. 심지어 소련에서도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레드 웨스턴'이 냉전 동안 인기를 모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제강점기 만주를 배경으로 중국군, 일본군, 독립군, 마적, 그리고 조선인이 얽힌 만주 웨스턴이 있다. 물론 본고장 미국에서도 서부극 인기가 시든만큼 만주 웨스턴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장르로 보기는 어렵다. 김지운 감독의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하 <놈놈놈>) 이후 흥행한 사례도 많지 않다. 그나마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가 사극과 스파게티 웨스턴의 퓨전을 선보인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는 이처럼 보기 드문 만주 웨스턴의 명맥을 잇겠다고 선포한 작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적: 칼의 소리>가 만주 웨스턴의 부흥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장르의 근본적인 한계를 깨부수는 데 실패한 나머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본분에 충실한 액션
<도적: 칼의 소리>는 분명 반갑다. 본분에 충실하다. 만주 웨스턴은 철저히 오락적인 이유로 등장한 장르다. 국내에서 서부극에서 볼 수 있는 총격전과 기마 추격전을 맛보고 싶은 욕구가 낳은 장르이기 때문. 즉, 황량한 배경에서 화끈한 액션과 볼거리만 보여주면 만주 웨스턴은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놈놈놈>만 해도 일제 강점기 간도라는 시공간을 빌려 주인공 3명의 캐릭터쇼로 승부를 보는 액션 활극이었다.
<도적: 칼의 소리>는 좋은 선례를 착실히 따라간다. 우선 각 인물별로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서부극에서 기대하는 볼거리를 충실히 보여준다. 일본군 출신 총잡이, 궁수, 호랑이 잡던 포수, 도끼 든 광대, 괴력의 거한, 암살자까지. 특징이 확실한 이들이 팀을 이뤄 싸우는 액션은 꽤 인상적이다. 물론 캐릭터 설정이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수위가 높고 각자의 역할이 잘 살아있다 보니 액션 보는 맛은 확실하다.
이에 더해 웨스턴 영화로서 갖출 것도 다 갖췄다. 총격전, 기마 추격전은 당연히 등장한다. 말 탄 도적이 기차를 쫓거나 총잡이들끼리 일 대 일로 총을 겨누는 클리셰도 빼먹지 않는다. 일본군과 독립군, 도적과 일본군, 도적과 마적 등 믿을 사람 없이 서로 싸우는 장면도 만주 웨스턴답다. 만주 웨스턴은 기본적으로 군상극인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액션 활극이기 때문.
나라가 아닌 사람을 지키다
시공간적 배경을 적극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눈길을 끈다. 사실 1920년대 간도는 피카레스크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최적화된 혼돈의 공간이자 시대다. 1920년대에 일제는 문화 통치를 통해 일본과 조선의 물지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다. 자연히 해방 대신 자치를 요구하는 조선인이 늘었다. 간도라는 공간도 혼란스럽다. 중국 군벌, 일본군, 조선인과 독립군까지. 누구 하나 실질적인 행정력과 통제력을 지닌 주체가 없었다.
<도적: 칼의 소리>는 변절자가 늘고 선악 구분이 무의미한 시공간적 배경에 걸맞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역사적 당위성에 회의감을 표한다. 한국인이라면 일제의 침탈을 막고, 일제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상상은 할 수 있다. 노비나 백정이었던 사람이 조선과 독립운동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나 구동매가 그러했듯이.
그래서 <도적: 칼의 소리>는 나라를 구한다는 추상적인 대의 대신 눈앞의 목표에 일신을 던진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대한 독립 대신 개인, 가족, 친구의 생존이 우선순위인 이들을 비춘다. 이윤이 대표적이다. 그는 시대적 대의와 개인의 욕망 중 항상 후자를 고른다. 그가 희신을 돕는 이유도 그저 사랑 때문이다. 남한 대토벌 작전에 참여한 후 일본군에서 전역한 것도 민족 감정이 아닌 개인적인 죄책감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는 의병장이었던 최충수가 독립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언년이가 시니컬한 암살자가 된 이유, 더 나아가 그들이 도적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독립군 대신 '도적(刀嚁)', 칼 휘두르는 소리로서 지켜야 할 사람들만 보호하자는 것. 또 이광일이 메인 빌런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 영달을 위해 숙부도, 약혼자도, 오랜 친구도 일제에 팔아넘기거나 죽일 각오가 된 인물이니까. 이윤과는 정반대로.
장르와 역사의 충돌
하지만 <도적: 칼의 소리>의 스토리텔링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만주 웨스턴의 기본적인 한계를 깨려는 시도가 없기 때문이다. 대의 대신 생존을 택한 도적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만주 웨스턴의 묘미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만주 웨스턴의 선조 격인 스파게티 웨스턴은 선악 구분이 확실한 정통 서부극과 달리 군상극에 가깝기 때문이다.
선택지도 많았다. 도적을 독립군과 차별화하고, 난세에서 살아남는 민초로 그리고 싶었다면 굳이 독립군이 완벽한 선일 필요도 없었다. 독립군이 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인을 탄압한 '빈주 사건'처럼 독립군과 도적 간의 갈등을 강조할 수도 있었다. 마적과의 갈등, 이윤과 이광일의 개인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방법이었다.
<도적: 칼의 소리>는 상상력을 펼칠 기회를 포기한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타란티노가 보여준 배짱과 비슷한 용기는 없다. 독립군 대 일본군의 전형적인 구도를 답습한다. '십오만원탈취 사건', '간도참변', '훈춘 사건', '미쓰야 협정', '길회 철도 부설 반대 투쟁' 등 실제 사건을 변용한 대목은 선악구도를 강화한다. 마치 <봉오동 전투>를 보는 듯하다. 생존을 위한 사투도 알게 모르게 독립군 정신과 합쳐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도적들이 독립군보다 더 독립군스럽고, 일본군에게도 더 많은 피해를 준다.
그렇게 웨스턴 장르의 매력은 급감한다. 피카레스크적인 요소가 곁들여진 장르적 쾌감도,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서사의 매력과 개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스토리는 다른 길로 흘러 버린다. 이윤-이광일-남희신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윤과 희신의 사랑이 싹피는 멜로드라마가 메인 요리가 된다. 액션도 쾌감을 잃는다. 시퀀스만 떼어 놓고 보면 즐기기 충분하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함이 느껴진다.
틈으로 새어 나오는 완성도
장르와 스토리의 지향점이 충돌하는 사이로 부족한 짜임새도 노출된다. 우선 전반적으로 루즈하다. 액션 시퀀스와 대본에 문제가 있다. 액션씬의 경우 과하게 분량을 차지한다는 인상이 짙다. 장르 특성상 이해할 수 있지만, 흐름을 끊는 것은 사실이다. 대본의 경우 동어반복인 대사가 많다. 조금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냈다면 1시간에 육박하는 각 에피소드 분량을 줄여서 긴장감을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도적: 칼의 소리>는 많은 넷플릭스 작품처럼 도전 그 자체에 박수를 보내는 데서 만족해야 할 작품처럼 보인다. <고요의 바다>, <택배기사>, <승리호>처럼 과감한 장르 영화가 많아지는 가운데, 시도라는 의의를 넘어서서 어떻게 열매까지 딸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Poor 형편없음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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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주하는 아이 도망가는 어른, <도주하는 아이>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주하는 아이> System Crasher , 2019 제작
독일 | 드라마 | 110분
감독: 노라 핑샤이트
도주하는 아이, 도망가는 어른
출처: 영화 <도주하는 아이> 스틸컷
여기 어느 누구도 보호해 줄 수 없는 아이가 있다.
핑크 공주 베니.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 정신병원에는 너무 어려서 입원할 수 없고, 정부나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기관)에서는 쫓겨나기 일쑤다. 어렵게 배정된 위탁가정에서도 아이를 향한 사랑 유통기한은 터무니없이 짧다. 초반부에 휘몰아치는 베니의 현실은 아이가 어른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인지, 어른이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하여 세상을 향한 베니의 거친 비명은 끝날 줄 모르고, 진행되는 모든 이야기는 매 순간 충격적이다.
핑크색 옷을 입은 작은 발이 첫 장면으로 등장하고, 이후 온몸에 의료기구를 달고 있는 베니의 무표정이 비친다. 아이의 무표정은 맹수가 사냥을 하기 전의 고요한 움직임이다. 누구를 물어뜯기 위함일까.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때 그녀는 도끼 같은 눈을 한 채 고르지 못한 이빨을 드러낸다. 무표정의 베니가 사랑스러운 이빨을 내밀 때마다 <도주하는 아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심지어 반복적이다. 리셋 버튼이 주인공의 폭력에 의해 눌러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숨 가쁘게 진행된다.
이 작품은 출구가 없는 베니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양반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시스템에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웃에게도 베니의 존재는 미쳐버린 개와 같다. 베니는 그들이 인정하기 싫은 인간성과 딱 정해놓은 도덕성의 한계를 폭로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 할 만큼 했어요.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네요."란 말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미 초록불에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넜기 때문에 매번, 불시에 빨간불에 뛰어드는 아이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항변인 셈이다. 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간단한 마음가짐인가.
선생님들 역시 베니를 감당하지 않으려 한다. 베니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베니와 거리를 둔다. 세상을 물어뜯는 아이는 착한 아이도, 착한 어른도 될 수 없으니까. 베니를 보호할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한 건, 아이의 탓일까. 모든 아이는 어른의 관심과 사랑을 선택적으로 받는 존재인가? '착한 아이' 프레임과 '착한 어른' 코스프레가 어떠한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견고해지자, 베니는 더 처절하게 소리 지른다. "전부 다 싫어!"라고. 그리고 그들에게서 미친 듯이 도망친다.
출처: 영화 <도주하는 아이> 스틸컷
어렸을 때 기저귀로 얼굴을 눌린 후 트라우마를 갖게 된 베니는 엄마에게만 자신의 얼굴을 만질 수 있도록 허락했다. 엄마, 베니에게 엄마란 존재는 모든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 속에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건 엄마와 다시 함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니까. 베니는 자기를 만나러 오지 않는 엄마를 보고자, 보호소를 탈출한다. 도로 위에서 한참 동안 세워주지 않는 차에 쓰레기를 던지고 미친개처럼 왈왈 짖어대고 나서야 겨우 히치하이킹에 성공한다. 그렇게 어렵게 집에 온 베니를 맞이한 건, 낯선 아저씨. 사실 엄마도 딸을 자기 삶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베니가 또 폭력적으로 변해 자신을 때릴 거란 두려움과 작은 아들이 베니와 같은 행동을 학습해 학습해고 있다는 불안이 원인이었다. 충분히 베니를 다시 집에 데리고 올 수 있음에도 엄마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겠다는 말로 딸을 외면하고 있었다. 베니를 향한 엄마의 모성애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했다는 비극 앞에, 배니는 또다시 리셋, 리셋된다.
엄마의 등을 조각상으로 내리치며 "죽여버릴 거야!! 개년!!"이라 욕하고, 낯선 아저씨의 주먹에 얼굴을 몇 번 구타당한 후 바닥에 질질 끌려 장롱 속에 처넣어질 때까지 말이다. 베니는 광기를 내뿜으며 희망을 줬던 엄마를 향해 울부짖는다. 아이는 자신의 손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고, 또 엄마는 도망치고 베니는 또 홀로 남는다. 반복되는 리셋, 사실 베니는 보호소 직원들에게 끌려갈 때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유통기한이 정말 다했음을 매번 온몸으로 받아들였음에도 또다시 엄마의 품이 그리워 몸을 잔뜩 웅크려왔다. 엄마와 함께 사는 꿈을 꾸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가방을 가게에서 훔치고, 또 만나러 오지 않는 엄마에게 분노 대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딸이었다. 잔인하게도, 이것이 <도주하는 아아>가 주는 유일한 희망이다.
출처: 영화 <도주하는 아이> 스틸컷
다행스럽게도 엄마를 제외하고, 베니의 웃음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두 명의 어른이 존재한다. '비파네'와 '미하'. 두 사람은 베니의 얼굴을 만져도 되는 어른이다. 비파네는 베니에게 안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 보호사이고 미하는 비행청소년의 행동을 교정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다. 이 두 사람만이 핑크 공주를 상처 입은 아이로만 바라본다. 함께 가슴 아파하고 안쓰러워하며 베니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비파네는 베니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어떻게든 아이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려 한다. 베니에게 엄마가 결국 너를 버렸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대신 흐느끼는 그런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는 비파네만큼은 두 팔 벌려 안아주고, 함께 하고 싶어 한다. 비파네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외적으론 무기력한 인간이지만, 베니에겐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품어주는 몇 안 되는 어른이니까.
미하는 온몸이 묶인 채 병실에서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베니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무엇이 저렇게 어린아이를 분노로 가득 차게 만들었을까. 겨우 아홉 살인 저 아이가, 얼마나 큰 고통과 슬픔을 품고 있는 걸까. 결국 그는 베니를 숲 속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상담소)에 3주 동안 데리고 있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한다. 그러나 베니를 경험한 자들은 미하를 믿지 않는다. '미하의 프로그램'이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베니의 리셋'은 막을 수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그들의 말대로 미하는 실패한다. 시종일관 베니와 베니를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를 확고하게 고수하던 <도주하는 아이>의 태도가 180도 바뀌는 순간이다. 영화는 이후부터 애매한 자세를 취한다. 일례로, 미하의 자발적인 포기가 정말 자의인지 아닌지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미하는 베니의 리셋을 통제할 수도, 치료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됐다. 그가 베니에게 가족(아내와 자식)을 보여주고, 오두막이 아닌 자기 집에서 베니를 재워준 순간, 그렇게 결정됐다. 베니가 미하에게 사랑을 갈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베니는 미하에게 아빠가 되어달라고 고집을 부리며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부인과 아이를 죽이면요? 그럼 완전 제 것이 되는데?"라고. 오랫동안 느껴보지 않았고 어쩌면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따라서 어떡해서든 갖고 싶었던 사랑, 베니에겐 반드시 필요했다. 미하는 평생 지켜오던 직업과 가족을 무참히 파괴해 버릴 것 같은 베니에게 큰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비파네에게 고백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해서 베니에게 희망을 줬고, 그 결과 통제블능이 되어버렸다고. 그렇게 베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잃고, 비파네와 미하는 본인들 역시 도망가는 어른임을 인정한다. 어른들은 베니를 정신과 치료가 가능한 케냐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케냐로 떠나야만 하는 베니의 상황, <도주하는 아이>가 남긴 마지막 말줄임표다.
출처: 영화 <도주하는 아이> 스틸컷
베니는 버려지기 전에 반드시 도주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다시 도주할 수 있다. 잡히고, 또 잡히면서 크지 않으면 아이는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이제 베니는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고, 더 쉽게 칼을 휘두를 것이고, 더 잔인하게 자신의 얼굴을 만진 이들에게 폭력을 가할 것이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다. 반복되는 리셋에 스스로 폭주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 <도주하는 아이>가 처음부터 계속 보여줬던 명확한 진단이다.
아이를 포기한 어른의 탓인가. 어른도 포기하게 한 아이의 탓인가. 영화는 아이는 도주하고 어른은 도망간다는 결과만 내놓았다. 숲 속에서 베니를 향해 짖어대던 미친개만이 아이를 품어주는 장면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겠지. 그래서 도주하는 베니의 얼굴에 띈 웃음이 가슴을 더 두근거리게 한다. 그 두근거림이 설렘이 아닌 두려움이란 사실을 <도주하는 아이>도, 우리도 모두 알고 있다. 또 한 명의, 도망가는 어른의 떨리는 두 눈을 봤을 테니까. 베니의 마지막 호소이자 세상을 향한 다신 없을 답변이 떠오른다.
"웃기시네!"
이제 베니의 얼굴을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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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삶’을 위해, <결혼 이야기>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 2019
감독: 노아 바움백
‘다시 삶’을 위해, <결혼 이야기>
남편 찰리와 아내 니콜은 이혼을 앞두고 있다. 어린 아들을 위해 서로 얼굴 붉히지 않는, 최선의 방식으로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 마치 신사와 숙녀처럼 교양 있고, 기품 있게 각자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아름다운 이혼은 거의 없다. 그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혼 이야기>는 '어떻게 악착같이 이혼하는지'를 담은 작품일까. 아니다. 이 영화는 좀 특별하다. 부부의 파탄 난 사랑을 확인하고, 둘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목적 보다, 그들이 앞으로 있을 새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내하며, 다시 힘 있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일에 집중한다. 즉, ‘다시 삶’을 위해 이혼을 진행하는 ‘결혼 이야기’다.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컷
시작은 독특하면서 애틋하다. 니콜과 찰리는 결혼생활을 하며 느꼈던 상대의 장점을 얘기한다. 니콜의 목소리에 찰리의 생활이 그려지고, 찰리의 목소리에 니콜의 일과가 보이는 식이다. 이들의 고백은 이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담백한 어조 안에 서로를 향한 끝없는 애정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사가 두 사람 사이로 등장하는 순간 관객을 홀렸던 ‘콩깍지’가 확 벗겨지면서, 서로를 더는 이해할 수 없는 니콜과 찰리의 본심이 드러난다. 그렇다, 그들의 관계는 진작 끝났다. 서로의 장점은 관객만 들었을 뿐 사실 둘은 듣지도 못했다. 곧 남이 될 부부가 이상적인 끝맺음을 위해 나름의 타협점을 찾고자 하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건은 없었다. 니콜은 찰리와 이혼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나’ 답게 살기로 마음먹었고, 찰리는 그런 아내의 마음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다. 아, 정확히는 아내가 선택한 삶을 고려는커녕 거부하는 중이다. 영화는 두 인물을 뜯어보는 것으로 ‘다시 삶’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부부가 끝까지 서로에게 감추고자 했던 마음을 들춰내고 고백하게 한다. 초반에 관객의 콩깍지를 벗겼듯이 말이다.
남편, 찰리는 평생 실험적인 연극을 연출해 온 베테랑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극단 감독이다. 아내, 니콜은 찰리가 기획한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다. 사실 그녀는 과거 유명 영화에 출연한 뒤로 스타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찰리와 사랑에 빠져 고향을 떠나 오롯이 그를 위해 살아왔다. 단호하고 창의적인 찰리와 배려심 넘치고 용감한 니콜의 만남으로 극단은 빠르게 예술계에 자리 잡았으며 나아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쾌거까지 이뤄냈다. 그러나 그들이 세운 ‘직업적 공든 탑’이 더 높아질수록 찰리와 니콜은 멀어졌다.
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컷
니콜은 찰리가 연출가로 엄청난 명성과 명예를 쌓아갈수록, 한없이 작아졌다. 그의 그림자에 갇힌 채 ‘나’는 물론 ‘아내’란 정체성도 잃어갔다. 니콜은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를 고용해 그동안 해왔던 부부 상담을 가장한 ‘이상적인 이혼’을 때려치우기로 결심한다. 노라의 말처럼 니콜은 이혼이란 '희망찬 행동'을 통해 ‘다시 삶’을 얻어야 했다. 반면 찰리는 니콜이 좋은 기회(캐스팅)를 빌미로 아들과 고향에서 계속 살겠다고 말하자, 당황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니콜이 본인의 극단과 예술적 사상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극단 여직원과의 불륜이 부부간의 신뢰는 물론 간신히 잡고 있던 니콜의 이성마저 놓게 했다는 것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찰리는 니콜 말대로, 너무 이기적이라서 본인이 이기적인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양육권 사수를 위해 기존의 변호사를 노라만큼 유명한 변호사로 교체한다. 이후 벌어지는 두 사람의 이혼 과정은 짐작한 대로 비참하고 격렬하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이혼’을 빌미로 모욕과 치욕을 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변호사들이 부부의 사생활을 까발리듯 공개하고 재판에 교묘하게 이용할 줄도, 아니 그렇게까지 힐난하고 불쾌하게 할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토록 불편하고, 마음먹은 것보다 훨씬 더 가슴 아플지 몰랐다.
출처: 영화 <결혼 이야기> 포스터
그 누구도 쉽게 결혼하고 간편하게 이혼할 수 없다. 어떻게 단칼에 무 자르듯 결혼을 가르고, 이혼이란 화살을 과녁 한가운데에 명중시킬 수 있을까. 결혼과 이혼 사이에 부부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존재하는 한, 참 어려운 일이다. 니콜과 찰리는 싸우면서도, 이따금 그들 자신도 모르게 ‘부부’만이 가능한 행동들로 서로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오랫동안 함께 해, 몸과 마음에 벤 그들만의 습관과 규칙은 이혼이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는 모래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일례로 니콜은 항상 찰리의 머리를 직접 잘라줬는데, 이는 이혼 조정 중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결혼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일상이 이혼 과정으로만 채워지길 거부한다. 왜 제목이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이겠는가. 특히 극 후반부에 펼쳐지는 찰리와 니콜의 극단적인 논쟁은 제목에 힘을 더 실어준다. 그들은 비난과 울분, 선택과 후회, 만남과 헤어짐, 결심과 허망 등, 지금까지 혼자 감췄던 마음들을 토해내며 마침내 함께 무너트린 우리의 현실을 직면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과거의 잔해인 동시에 미래의 연료이자 현재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처참히 무너진 벽돌집 앞에 서서 다시 벽돌을 쌓기 시작한다.
<결혼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축은, 부부의 격렬한 충돌이 아닌 이혼 과정을 겪는 니콜과 찰리의 ‘일상’이다. 두 사람에게 이혼은 일상을 흔드는 강력한 바람일 뿐, 삶을 뒤집는 태풍은 아니란 점이다. 이혼을 마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더 돋보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격돌은 모두의 기대(?) 와 달리 성난 파도처럼 널뛰다가도, 평화로운 파도에 몸을 맡긴 듯 잔잔하게 흘러간다.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온갖 묵은 감정을 해소하고, ‘다시 삶’의 윤활유로 삼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종착점은 출발점과 연결된다. 서로를 설명하던 첫 장면이 결말에서 이어지는데, 그때 찰리는 니콜이 쓴 글을 읽으며 울컥하고, 니콜도 그를 보며 같은 의미의 눈물을 흘린다. 그들에게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흘러나오고 이윽고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보일 때, 아주 긴 여운이 우릴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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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8월 30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타겟>이 주말 관객수 16만명을 동원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오펜하이머>는 3주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관람 관객수가 급감하면서 300만을 돌파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8월 4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누적관객수와 분석까지 함께 하실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오펜하이머>가 3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2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전주와 비교했을 때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300만 돌파까지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입니다. 또 8월 30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타겟>이 1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위에 올라섰습니다. 380만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위, <달짝지근해:7510>는 100만 명을 넘기며 4위에 자리했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덴젤 워싱턴, 다코타 패닝 주연,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이자 최종장인 <더 이퀄라이저3>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바비>는 북미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전세계 매출 1조원을 넘기며 2023년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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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에스파 로 알아보는 '거울' 의 의미ㅣ매트릭스4 리뷰ㅣ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ㅣAespa Dreams come true | 윈터 | 카리나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 아이돌 에스파 블랙맘바, 넥스트레벨, 세비지, 드림즈컴트루
+ Aespa Black Mamba Next Level, Savage, Dreams come true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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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탈 컴뱃>
R등급 액션의 신화, 피니시!
어스렐름과 아웃월드의 최강 챔피언들이 지구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대혈전 모탈 컴뱃.
MMA 격투 선수 콜 영은 대전을 앞두고 선택 받은 전사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서브제로의 공격을 받는다.
지구와 가족을 보호하고 자기 혈통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모탈 컴뱃 토너먼트에 참가해 죽음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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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30초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 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 같지만은 않은데...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