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1-09 21:07:05
나부끼는 번민의 돌파구
영화 <하얼빈> 리뷰
SYNOPSIS.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되는데…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POINT.
✔️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역사적 순간을 담아낸 영화 타율이 좋은 우민호 감독의 작품
✔️ <기생충>으로도 잘 알려진 홍경표 촬영감독의 미학이 빛나는 작품
✔️ 이미 여러 차례 다루어진 만큼, 안중근의 거사 자체를 조망하기보다 안중근의 내면에 집중했으며, 어마어마한 로케이션과 어우러지는 비장미가 있는 작품
✔️ 많은 배우들의 합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연기 아른거리는 회화 속에서
영화는 초장부터 기존의 안중근 서사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명확히 한다.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독립 운동가들의 회동 모습은 마치 바로크 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며, 안중근 서사 하면 기대하는 역동적인 스펙타클 대신 담배 연기처럼 아스라한 의심의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이 무드야말로 실제 독립운동의 무드에 보다 가까울 것이다.

독립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것을 아는 미래가 아닌, 과연 이 나라에 미래가 있을지, 미래가 있다 한들 거기에 내 자리는 있을지 회의감과 번민 속 현재에서 걸어간 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밀정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으며, 안중근이 나타난다. 흔히 결의에 찬 장면으로 묘사되는 단지(斷指)의 순간으로 걸어들어온다.
그러나 영화는 단지의 순간조차 안중근이라는 인물 한 사람에게 확신에 찬 핀 조명을 쏘는 대신, 유령 혹은 그림자처럼 아른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그림자를 그 주변에 둘렀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방점을 찍은 일제의 침략이 계속되고 있던 1908년에서 1909년이었으니까. 의구심과 자괴감, 갈등과 번민으로 가득했던 시절의 정서는 빛 아래 있어도 그림자였다. 극중 가장 역동적이라 할 수 있는 전투 장면조차 승리 혹은 패배를 강조하기보다 처절한 아비규환을 그리고 있다.
그 지옥도에서 안중근이 택하는 길은 만민공법을 지키고 스스로가 대한의 참모중장임을 잊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그의 내면과 신념을 지키는 길이었다. 탄환을 명중시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로 극을 빠르게 전환시키는 대신, 영화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고뇌가 때로는 고꾸라지고 때로는 맞아떨어지는 길을 담는다. 주변 인물들과 때로는 합심하고 때로는 불화하면서, 안중근은 (실제 역사에서는 '동양평화론'이 될) 그의 길을 간다.

각지고 막힌 상자 속에서
반면 확신에 찬 인물이 있다. 릴리 프랭키가 분한 이토 히로부미는 시종 확신에 차 있다. 실제 역사에서 1-2년 후에 이루어질 경술국치(1910.08.29)를 앞두고, 단상에 서서 담담한 말투로 한일 병합을 말한다.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에서 은혜 입은 것도 없는 백성들이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조차 담담하게 내뱉는다.
그의 공간은 하나 같이 각지고 막혀 있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네모 반듯한 귀족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똑같은 뒤통수는 똑같이 수그려지고, 이동할 때에도 그의 자리는 사방이 틀어막힌 기차 칸이다. 러시아 공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차 칸도 바깥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의심과 번민으로 흔들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기차와 달리, 확신으로 감싸인 공간에서 그는 남의 인생을 손발 삼아 움직이며 덤덤히 침탈의 길을 간다.

이는 얼어 붙은 두만강이나 숲이나 너른 사막으로 표상되는 안중근의 공간, 그림자와 연기가 아른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그림 같은 공간과 대조적이다. 이 공간적인 대비는 마치 확신이 꼭 옳은가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가는 침탈의 길에 확신을 가진 이토 히로부미와, 끝없는 번민으로 내면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는 안중근, 그리고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 안중근이 내면으로 던져 올린 두레박은 영화 마지막에 기어코 마중물을 길어 올렸고,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인물들은 죽음 이후에도 유령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아우라를 남겼다. 하지만 확신은 총탄에 스러진다.

푸른 꿈과 시린 번민으로 열린 공간에서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이 시국'에 잘 어우러진다며 여러 차례 회자되었다. 그 이유는 아마 언제나 절망의 뒤편에 희망이 있다는 것, 이제는 진부한 문장이지만 빛은 그림자와 함께 도드라진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채로, 독립의 실낱 같은 가능성을 바라보는 괴롭고 지난한 길. 신뢰와 의심을 동시에 품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즉각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그 길을 걷는 한 인간의 고뇌. 영화는 안중근의 거사까지 직진하여 가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회전하며 주변 인물들을 에두르는 고뇌의 그림자를 품는다. 총알이 날아가는 모양처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지난한 길을 갔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가늠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 마음은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어 보편적이다. 희망을 길어 올리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두 다리를 걷어붙이고 진창에 서야 하기에. 푸른 꿈은 언제나 곱고 예쁜 자리에만 있지 않다. 그 색깔은 시린 번민의 색깔과 맞붙어 있다.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빛과 그림자가 언제나 등을 붙이고 있듯이. 그 자리는 안중근의 공간들처럼 탁 트여 있다.
희망에 꽉 막힌 확신 같은 건 없지만, 가능성은 사방으로 트여 있지만, 그림자처럼 담배 연기처럼 나부끼지만, 이 번민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광장 또한, 탁 트인 곳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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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도 면허처럼, 드라이빙 스쿨.
이태경 배우님을 비롯한
여러 배우님들의 열연으로 더 빛났던
단편영화를 소개합니다.
삶도 면허도 뭔가 금방 해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을 잘 표현한 영화인데요.
바로 드라이빙 스쿨 입니다.
적절한 거리와 너무 붙잡지 않아야 잘 나아갈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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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쥐려는 마음이 오히려 빠져나가게 만든걸까요
최선은 최선을 다하지만 모든 것을 쥘 수 없었습니다.
직업도, 연애도, 면허도.
마지막 기회로 이 모든 것을 다시 쥘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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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넷플릭스 <지금 학교 우리는>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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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에 이어 계속해서 2주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2월 4일~6일) 관객 수 16만 48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돌파, 현재 108만 6274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신작 없이 설 연휴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나일 강의 죽음>, <355>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킹메이커>(-)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입니다.
주말동안 (4일~6일) 주말 관객 수 10만 890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61만 6497명입니다.
<해적: 도깨빗 깃발>과 같은 날 개봉한 국내 기대작이었는데 다소 아쉬운 스코어를 보이고 있습니다.
<킹메이커> 역시 이번 주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다소 순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3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같은 기간(4~6일)동안 주말 관객 수 4만 530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44만 933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말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어느 덧 누적 관객 수 75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꾸준히 관객 동원을 한다면 750만명 돌파도 가능하리라 짐작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6회 예측 이벤트는 화제의 작품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지금 학교 우리는> 1월 28일 공개 차주 후에 과연 총 몇 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이벤트인데요.
그럼 제86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6회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과연 몇 개국에서 1위를 할지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평균 수치는 총 28개국 1위였습니다. 과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씽2게더>(-)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씽2게더>입니다.
<씽2게더>는 주말 관객 수 3만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82만 8908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같이 꾸준한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상위권의 작품들보다는 오히려 좌석 판매율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직도 <씽2게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8426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 9109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와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데요.
<씽2게더>와 약간 작품의 결은 달리 하지만 국내 어린이들의 취향에는 오히려 더 잘맞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 연휴, 어린이를 동반한 꾸준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새롭게 진입한 작품 <Jackass Forever> 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4~6일) 북미기준 $23,500,000 (한화 약 28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Jackass Forever>는 북미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TV쇼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액션 코미디 다큐멘터리라는 2000년 10월 1일 MTV에서 시작한 리얼리티 쇼부터 출발했으며,
기상천외한 리얼리티 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국내에서도 3월 개봉 예정인 <Moonfall>입니다.
영화 <Moonfall>은 '롤랜드 에머리히' 연출,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주연의 지구에 달이 추락한다는 소재로 한 영화로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4일 ~ 2022년 2월 6일)
1. <Jackass Forever> 235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문폴> 10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960만 달러 (누적 7억 4895만 달러)
4. <스크림> 473만 달러 (누적 6894만 달러)
5. <씽2게더> 417만 달러 (누적 1억 395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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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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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소리 없는 아우성
침묵하는 다리들(Muted Bridges)
감독: 얀웨이양 Yan Wai 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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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막했다. 다큐멘터리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장이다. 일산 메가박스 킨텍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롯데시네마 주엽,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헤이리시네마, 수원시미디어센터, 갤러리그리브스 등지에서 43개국이 참여한 140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2024년 16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슬로건이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이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단어가 연대 아닐까 싶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2023년부터 비(非)극장 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올해 주제가 '풍경 landscape'이라고 한다. "생활 세계의 공간들과 거리, 건축, 조경, 자연의 풍경 안에서 오늘날 세계가 처한 위기와 관경, 저항의 운동들을 식별"(공식홈페이지 인용)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얀웨이양의 '침묵하는 다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왔다.
일전에도 홍콩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온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아비규환이었던 시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와 이번 양웨이양의 작품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영상이지만, 도시의 풍경, 특히 홍콩의 다리 5개를 비추는 카메라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 감독이 조명한 다리는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정치적 슬로건과 항의문, 대자보로 뒤덮였던 장소다.
그 장소가 지금은 너무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거의 표백에 가깝다. 한때 뜨거웠던 시간을 모조리 소거해버린 풍경은 몇 년 전의 풍경보다도 살풍경하다.
3분의 영상 앞에서 잠시 홍콩의 거리 시위 현장을 오버랩해 본다. 뜨거웠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다. 깨끗해진 홍콩의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그때의 열기를 잊을 것이고, 시간이 흘러 깨끗한 다리에 때가 타고 발자국이 찍히는 동안 홍콩에서 누군가가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마저도 잊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누가 기억해 주나.
아마 얀웨이양 같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닐까. 그러므로 기록한다.
왕가위가 작품으로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반환 직전의 홍콩 분위기 역시 진작 잊혔을 것이다. 모두가 사랑했던 그 시절 홍콩은 사라지고, 이제 중국화된 홍콩이 남아 있다.
지금 동두천시가 미군 위안부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반발이 거세다. 기록물을 지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3분의 다큐멘터리 앞에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폭력과 광기의 역사를 함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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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10.02. 레이킨스몰 3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6일 -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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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계는 앞으로도 찬란히 빛나고
BTS 팬 무비 성공 이후 아이돌 팬 무비들이 쏟아졌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인 동시에,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아이돌 팬들이 즐길 거리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면서도, 상영 시간표 하나 확보하기 힘든 영화들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꼭 반갑지만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팬 무비 중 <마이 샤이니 월드>를 보러 간 건, 우리 집에 샤이니 팬이 하나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팬 아닌 내게도 샤이니 2시간 보는 일은 즐겁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를 샤이니의 팬으로 정의해 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지만, 샤이니 노래를 거의 다 알고 있으며 꽤 좋아하고 자주 듣는다. 나 정도로 자주 듣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 동년배는 기본적으로 샤이니를 다 알지. 아이돌로 대표되는 케이팝 시장의 판도가 한참 바뀌어 요즘 남자 아이돌은 음반 백만 장이 팔려도 대중성을 고민해야 하지만, 10-15년 전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텔레비전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가 요즘보다 쉬웠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2세대 남자 아이돌 대다수가 연예면 대신 사회면에 실리면서 매우 불편해진 지금, (체감하기로는 그룹당 평균 1.8명 정도 살아남은 느낌이다.) 영화 <성덕> 관객과의 대화 자리마다 ‘구 오빠 성토대회’가 열리는 판국에, 샤이니처럼 빛나는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그룹은 많지 않다. 덕분에 샤이니의 역사는 샤이니와 팬들만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나처럼 샤이니에 호감을 가진 일반 대중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마이 샤이니 월드>의 의의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무대 장인인 동시에 예능도 되는 걸 대중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영화에서 무엇을 보여주더라도 뭐 샤이니라면 믿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2시간 후 다시 나온 나는 어쩐지 ‘독기 풀 충전’ 상태가 되어 뭐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고 있었다.
#Let’s go back to the time now
샤이니는 2008년 데뷔했다. 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당시는 지금처럼 아이돌 시장이 포화되기 전이었으므로, 누가 데뷔하면 주변인 대다수가 대충 아는 분위기였다. 근데 뭐 노래 제목이 ‘누난 너무 예뻐’라고? 막내가 아직 초졸이라고? 그렇게 시작부터 센세이셔널했던 샤이니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현란한 이름을 달고 나왔다. 수능 대비 영단어장에서 contemporary를 “현대의, 동시대의”라고 달달 외우기는 했지만, 당시의 내게 샤이니와 그 단어의 연관성은 이해하지 못했다. 알게 뭐야 내가 신나는데. 당시 <사.계.한>, <real>, <in my room>까지 앨범 수록곡을 전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샤이니는 정말로 “컨템퍼러리” 밴드였음을 깨닫는다. 16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컨템퍼러리”함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룹으로서 위기를 맞은 순간이 없지는 않았음에도, 그 모든 순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샤이니의 팀 색깔을 지켜냈다. 여기에는 데뷔 16년차가 되도록 단 한 번의 무대도 설렁설렁 하지 않는 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나 종현을 멀리 보낸 후, 추모의 마음을 담는 동시에 샤이니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한 정규 6집. 샤이니는 커다란 빛 모양 하나 주변을 네 개의 빛이 둘러싼 로고를 쓰고, 종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사로 담아 노래하고, 그렇게 종현의 자리를 명확히 지켜냈다. 누군가의 앨범이 ‘꽉 차 있다’는 표현은 관용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정규 6집은 꽉 차 있다 못해 넘쳐 흐른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의 명반이었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절로 느껴지는, 그 앨범으로 샤이니는 자신들이 영원히 건재할 다섯 명임을 명확히 했다.
슬픈 일이었지만, 여전히 종현의 말과 글과 음악이 그립지만, 언급을 피해야 하는 일도 아니게 되었다. 샤이니가 그 동안 열심히 다져 둔 자리가 이미 탄탄하기에, 이 영화 또한 종현을 슬프게 언급하거나 과하게 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후 각자의 군백기를 거치고 나와 <Don’t call me>로 또 센세이션을, 올해 나왔던 앨범 <HARD>는 데뷔 16년차가 기존 색깔과 다른 음악으로 이렇게까지 새로울 수 있다는 놀라움을 주었다.
이 영화는 그 모든 시간을 공연 영상 위주로 세심히 담는다. 영상 속 샤이니는 땀 범벅이 되어 미친 듯이 춤을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노래를 한다. 노래를 왜 저렇게 잘하지? 아니 원래 잘하는 거 몰랐던 건 아닌데… 그래도 신기하네… 저 춤을 저렇게 추면서 어떻게 잘하지? 그리고 왜 다 아는 노래지? 물론 샤이니 노래는 명곡도 많고 대중에게 알려진 것만 해도 숱하게 많고… 그러다 보니 통사적으로 모든 곡을 담을 수는 없다. 2시간 동안 모르는 노래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는데, ‘이 노래는 없네…’는 많았다. 실제로 콘서트 할 때도 무슨 곡을 담을지가 아니라 무슨 곡을 뺄지 고민한다고 하니까.
공연 영상 사이사이 샤이니 멤버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오직 샤이니만이 할 수 있는 ‘라떼 토크’다.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라떼 토크’다. 이들이 매 순간 얼마나 열심히 임했는지가 물씬 느껴지는, 듣다 보면 나도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그리고 이들이 왜 ‘왕년의’ 이름이 되지 않는지, 왜 앞으로도 쭉 건재할 것 같은지도 느껴지는. 연차가 아무리 차도 눈빛의 독기가 빠지지 않는 그룹들이 있다. 샤이니가 그렇다. 샤이니는 앞으로도 늘 “컨템퍼러리 밴드”일 것이다.
#뜨거워지자 터질 것처럼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했을 당시의 샤이니를 볼 때는, 이토록 오래 샤이니를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래 본다는 건, 그렇게 서서히 스민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인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동태 눈깔’ 되지 않고 건재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런 샤이니의 지난 역사를 2시간 동안 볼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고 싶다. 팬이 아닌, 샤이니에 호감을 가진 대중에게도 이렇게 느껴지는데 팬에게는 이 영화가 얼마나 뜻깊을지 궁금하다. 영화 속에 자리를 내어 팬의 페르소나를 앉혀 두고, 함께한 시간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담아내기도 한 만큼. ‘마이 샤이니’의 세상인 동시에 마이 ‘샤이니 월드(샤이니 팬클럽 이름)’이기도 한 영화로 만들어낸 만큼.
대중 입장에서는 그냥 샤이니가 앞으로도 자기 심지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사실 그럴 것 같아 걱정되지 않는다. (걱정이라는 말은 우습지만, 우리는 이미 그 시절 명곡을 많이 잃었어요.) 단지 온유가 건강을 회복하여 다음 활동은 꼭 같이 할 수 있길. 오래오래 샤이니를 보고 싶다. 한일전 중립을 지켜야 되네 어쩌네 하는 자의식 과잉 아이돌이나, 영상통화 팬사인회에 비싼 돈 주고 온 팬에게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만 주억거리는 아이돌조차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에서, (몰랐죠? 저도 이 글 쓰느라 조사하다가 알았습니다. 대중성에서 멀어진 아이돌의 장점일까요.) “샤이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16년차 아이돌은 얼마나 소중한가.
대중에게 샤이니는 감을 잃은 적이 단 한 순간도 없고, 자기 색깔을 잃은 적도 없는 그룹이다. 여전히 무대에서는 데뷔 때 못지 않게 열정적이지만, 연차에 따른 여유까지 갖추어 더욱 빛나는 그룹이다. 그렇게 비춰질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지, 이 영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여전히 “새로운 히트 멈추지 못했다지” 소리를 들을 자신이 있고, “왕관은 주인을 되찾아내”고 있으며, 물려줄 생각이 없는 샤이니를 보니, “샤이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보고 나오는데 괜히 힘이 났다. 나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저렇게 독기 풀 충전하는 마음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훌륭한 선배 직장인들에게서 엿본, 연차에서 나온 여유와 여전히 빛나는 열정의 조합을 샤이니에게서도 본다. 샤이니의 세계는 앞으로도 찬란히 빛날 것이다. 때로는 야근 노동요로, 때로는 여행 BGM으로, 때로는 밥 친구 예능으로… 언젠가 디너 쇼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 오래오래 빛나는 샤이니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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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애프터썬'
이건 내 마음에만 녹화해 둘게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두세 컷을 제외하고는 전부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른이 된 소피로 이루어진 두세 컷 또한 과거의 아버지와 카펫, 캠코더 등으로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소피의 관점에서 쓰인 것이고, 소피는 자신의 아빠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소피와 남매로 오인받을 정도로 젊은 싱글대디 역을 맡은 폴 메스칼은 국내에 노멀 피플로 알만한 사람들에겐 이미 인정받은 연기력의 캐스팅 또한 한몫했다는 의견이다. 몰입을 깨지 않는 연기력은 물론 아직 아버지라기엔 소년의 눈빛으로 소피와 부녀관계를 그리는 동시에 아버지로서 겪는 성장통을 성장한 소피가 동등한 시선의 높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의 시작이 되는 캠코더 또한 소피와 캘럼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첫 번째로는 ‘시선’이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관객->화면 속 배우’의 1차원적인 시선의 관계만 갖는다고 할 때 캠코더를 통해 ‘소피->캘럼’, ‘캘럼->소피’의 시선을 한번 더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영상을 일정시간이 지난 후 본다는 점에서 ‘기록’의 역할로까지 확장된다. 따라서 촬영 중일 때는 ‘현재의 소피(캘럼)->현재의 캘럼(소피)’였던 시선이 후에 캠코더에 담긴 영상을 볼 때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재의 소피(캘럼)->과거의 캘럼(소피)’까지 더 많은 시선이 만들어지며 소피와 캘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셈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에서 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소피와 캘럼을 각각의 숏으로 보여주지만 호텔 방 화장실 안에서 혼자 붕대를 풀던 캘럼과 소피의 대화를 각각의 분리된 숏으로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분할된 한 프레임으로 한쪽에는 방에 앉아있는 소피, 그리고 벽을 가운데 두고 한쪽에는 화장실에서 피를 흘리는 캘럼을 담아낸다. 이 영화가 하고자 했던 말을 한 장면으로 말한다면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각각의 공간(프레임)과 기억이 달랐고 한 공간(프레임)에서의 기억조차 달랐지만 새로운 시선(캠코더)을 부여하며 소피가 과거의 캘럼의 기억을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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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빌린 것으로 조명하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쉽게 버는 돈은 중독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돈은 탈도 쉽게 나기 마련이죠. 범죄로 버는 돈 역시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돈이며, 그런 돈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뒤따릅니다. 쉽게 버는 돈의 흐름이 끊이지 않는 범죄 시장에서, 그중에서도 특히나 중독성이 강하다는 도박판을 조율하는 이들은 어떤 대가를 맞닥뜨릴까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도박꾼들을 고객 삼아 불법 마권업을 이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Summary
펠페토 가족은 동네에서 비밀리에 불법 복권업을 운영했다. 최근 몇몇 복권업자들이 불시 단속을 당한 뒤 동네 분위기가 묘해졌다. 경찰 해고와 거액의 돈 거래에 대한 이야기가 돌지만, 텔레비전 뉴스나 소문이 사실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에르난 로셀리
출연: 마리벨 펠페토, 알레한드라 카네파, 우고 펠페토
가족의 유산이 된 불법 마권업
영화의 소재가 되는 '불법 복권 판매업', 이른바 '마권업'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본래는 제도권 안에서 공인된 경기 등에 한해 임의의 배당률로 베팅받는 개인이나 단체를 '마권업자'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마권업이 공인되지 않은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도박꾼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범죄의 세계를 만들었죠. '펠페토' 가족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에서 오랜 시간 그러한 유형의 범죄를 가족 사업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마권업을 주도하던 아버지 '우고'가 사망한 이후, 마을에는 마권업자들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벌어질 거라는 소문이 퍼집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어머니 '알레한드라'와 딸 '마리벨'은 위험한 가업을 이어가기로 하죠. 부모의 삶은 가족의 유산이 되어 자식의 현재를 결정합니다. 딸 '마리벨'은 바로 그러한 유산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인물이지요.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자연스럽게 도박 사업을 물려 받아 운영합니다. 경쟁 조직의 눈치를 살피고, 경찰과 유착하며, 수사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죠. 이 모든 게 당연할 일인 듯이, 세습된 범죄 안에서 살아갑니다. 선택으로 맺어지지 않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관계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리 애스터의 영화 <유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도 이러한 내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이라는 제목은 결혼과 관련된 오랜 속설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속설은 원래 이러한 상징적인 물건을 지님으로써 행복한 결혼 생활로 나아가라는 의미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가족의 불법 마권업을 '오래된 것'으로, 딸과 어머니가 새롭게 구축하는 가족 사업을 '새로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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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에 매력을 더하는 '빌려온 것'
영화는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옛 푸티지를 현재의 장면 사이에 교차 편집하며 전개됩니다. 아버지의 죽음, 불법 마권업자 사이의 패권 경쟁, 경찰의 단속 위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현재와 달리, 과거의 푸티지 속에는 따뜻한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단란한 가정의 바닥에 은밀한 범죄의 세계가 깔려 있을 거라고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죠. 과거의 이미지 위에 덧씌워지는 현재의 독백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모순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사용된 푸티지들이 바로 제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상징, '빌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푸티지가 극 중 '펠페토' 가족을 연기한 배우 '펠페토' 가족이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촬영한 실제 홈비디오이기 때문인데요. 배우들의 실제 과거를 빌려와 사용함으로써, 감독은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연출을 탄생시킵니다. '펠페토' 가족은 영화 속에서도 각자의 이름으로 그대로 연기하며, 남아있던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옅은 경계까지도 완전히 허물어버리죠.
빌려온 영상으로 현실성을 더해 색다른 형태의 픽션을 직조하는 방식은 특이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새로운 시도들은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에 더 흥미로운데요.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러한 작품들이 극장에 걸리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하셨다면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과 같은 영화를 한 번쯤 관람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One-Liner
헤어 나올 수 없는, 범죄 그리고 가족이라는 덫
Schedule in JIFF
2025.05.01(목)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10:00
2025.05.05(월)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10:00
2025.05.06(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21:0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30일 -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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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끝장리뷰 | 개구리들의 연대 | 적색 vs 청색, 숲속 vs 도시 | 부성애의 세계 | 결말해석 | 술래, 숲속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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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개구리들의 연대
Chapter 2 부성애의 세계, 숲속 vs 도심, 적색 vs 청색
00:00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00:52 아쉬운 지점들
02:16 개구리들
05:16 술래 의미
06:04 부성애의 왕국
06:46 숲속 의미
09:22 적색 vs 청색
10:29 별점 및 한 줄 평
10:4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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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이 은근슬쩍 준비하고 있는 어벤져스 (feat.영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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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1. 15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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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59 케이트 비숍 in 호크아이
01:58 카말라 칸 in 미즈마블
02:52 캐시 랭 aka 스태쳐 in 앤트맨 퀀터마니아
04:19 아메리카 차베즈 in 닥터 스트레인지2
05:10 대선배 피터 파커 in 스파이더맨
06:35 그 외 영어벤져스, 청소년 히어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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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컴백 예고편
위풍당당 레전드의 귀환? 올 가을은 작고 멋진 친구들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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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굴뚝마을의 푸펠> 메인 예고편
새까만 연기로 뒤덮인 굴뚝마을에서는
1.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 것
2.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말 것
3. 함부로 믿지 말 것
별의 존재를 믿고 있는 외톨이 ‘루비치'와
쓰레기에서 태어난 ‘푸펠'
친구가 된 두 사람이
세상의 진실을 찾는 거대한 모험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