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2 15:59:12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발표
홍상수 감독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초청!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초청작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초청되었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미셸 프랑코 감독의 신작도 경쟁 부문에 올랐습니다. 마리옹 꼬띠아르, 마가렛 퀄리 등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들도 보이는데요 .
더 많은 작품과 스틸컷은 하단의 사진은 확인해 보세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Ari>, Léonor Serraille
<Blue Moon>, Richard Linklater
<La cache>(The Safe House), Lionel Baier
<Dreams>, Michel Franco
<Drømmer>(Dreams (Sex Love)), Dag Johan Haugerud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홍상수
<Hot Milk>, Rebecca Lenkiewicz
<If I Had Legs I’d Kick You>, Mary Bronstein
<Kontinental ’25>, Radu Jude
<El mensaje>(The Message), Iván Fund
<Mother’s Baby>, Johanna Moder
<O último azul>(The Blue Trail), Gabriel Mascaro
<Reflet dans un diamant mort>(Reflection in a Dead Diamond), Hélène Cattet, Bruno Forzani
<Sheng xi zhi di>(Living the Land), Huo Meng
<Strichka chasu>(Timestamp), Kateryna Gornostai
<La Tour de Glace>(The Ice Tower), Lucile Hadžihalilović
<Was Marielle weiß>(What Marielle Knows), Frédéric Hambalek
<Xiang fei de nv hai>(Girls on Wire), Vivian Qu
<Yunan>, Ameer Fakher Eldin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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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비저블맨 -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졸라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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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고전 영화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많다. 옛날 영화는 진부하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편견과는 다르게 지금 봐도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다. 특히 공포 영화들이 그러한데, 개인적으로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나, 무성영화로 가보면 로베르트 비네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지금봐도 보는 이들을 진정한 공포에 빠지게 하는 걸작들이다. 유니버설의 다크 유니버스는 고전 공포가 가진 창의력의 힘을 빌려온 것이라고도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중 인비저블맨은 1933년의 "투명인간"의 리메이크 영화이다.
필자가 이번에 리뷰하는 영화 "인비저블맨"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는, 공포를 보여주는 방식의 능숙함에 있다. 한국 공포 영화 중 개인적으로 졸작으로 평가하는 "곤지암"과 비교해보자면, 곤지암은 그냥 유령의 집처럼 점프스케어 요소와 공포스러운 분위기만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걸로 그치는데 반해, 이 영화는 공포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후반부에 분출해낸다. 투명인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여러가지 힌트로 제공하면서 보이지 않는 이가 스크린에 존재한다는 공포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투명인간은 붕대를 두르고 모자를 쓴 그 모습인데, 이 영화에서는 리메이크를 하면서 투명인간을 현대화 시켰다. 바로 투명 슈트라는 SF적 요소를 차용함으로서 말이다. 현대 시대는 옛날과 달리 초현실적인 요소가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을 생각해, 현대화를 한것이라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미래공학적인 느낌을 주어 더 긴강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다크 '유니버스' 작품 답게 후속 작품과의 연계성을 제공하고 납득할 수 있는 엔딩까지 보여줌으로서 다크 유니버스의 첫작품인 "미이라"의 심각한 부진을 충분히 회복하고도 남을 영화라 평할 수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전 공포를 이렇게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날 수 있어 매우 기분 좋게 생각한다. 이번 인비저블맨의 흥행과 비평의 긍정적 모습을 보아, 다크 유니버스의 후속 작품들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공포 매니아라면 꼭 놓치지 말아야할 영화.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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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 비교! 넷플릭스 vs 왓챠 장르별 추천작
추적추적 비도 오고 우울한 요즘,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우울함을 달래고 계시나요?
'영화'만큼 집에서 우울함을 달래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 넷플릭스/왓챠 중 하나만 구독하고 있나요? 혹은 넷플릭스/왓챠 중 어떤 걸 구독해야 할지 고민중이신가요?
여러분들을 위해 씨네랩이 장르별 추천작을 가지고 왔습니다.
넷플릭스에만 있는 영화! 왓챠에만 있는 영화! 함께 보시죠!
1. 멜로 / 로맨스
Netflix
▶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 허진호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그 남자 l 한석규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그 여자 l 심은하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 단속요원 '다림'.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8월의 크리스마스> synopsis
Watcha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 왕가위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화양연화> synopsis
2. 스릴러
Netflix
▶ 콜 The Call (2020) - 이충현
거기 지금 몇 년도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영숙’(전종서)이란 이름의 낯선 여자와 전화를 하게 된다.‘서연’은 ‘영숙’이 20년 전, 같은 집에 살았던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우정을 쌓아간다. "내가 말했지, 함부로 전화 끊지 말라고.” 그러던 어느 날, ‘서연’과 ‘영숙’은 각자의 현재에서 서로의 인생을 바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20년 전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고, ‘서연’은 ‘영숙’의 미래를 알려준 것. 그러나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이 예상치 못한 폭주를 하면서 ‘서연’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금기를 깨버린 전화 한 통.
살인마가 눈을 뜬다.
<콜> synopsis
Watcha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 데이빗 핀처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가는 완벽한 커플 닉&에이미. 5주년 결혼기념일 아침,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실종된다. 유년시절 어린이 동화 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여주인공이었던 유명인사 아내가 사라지자, 세상은 그녀의 실종사건으로 떠들썩해진다. 한편 경찰은, 에이미가 결혼기념일 선물로 숨겨뒀던 편지와 함께 곳곳에서 드러나는 단서들로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미디어들이 살인 용의자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의 관심이 그에게 더욱 집중된다.
과연 닉은 아내를 죽였을까? 진실은 무엇일까?
<나를 찾아줘> synopsis
3. 코미디
Netflix
▶ 좀비랜드 Zombieland (2009) - 루벤 플레셔
좀비가 우글대는 세상.
조심성 많은 외톨이가 부모의 생사를 확인하러 고향으로 향한다.
그러다 터프가이, 사기꾼 자매를 만나 좀비가 없단 곳으로 동행을 시작하는데.
텍사스에서 LA를 향해, 괴짜 일행 나가신다!
좀비들아, 길을 비켜라!
<좀비랜드> sysnopsis
Watcha
▶쉬즈 더 맨 She's The Man (2006) - 앤디 픽맨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 행세를 하기로 결심한 바이올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세바스찬으로 변신한 바이올라는 남자 기숙사 잠입에 성공한다.
점점 룸메이트 듀크가 남자로 느껴진다.
그러나 듀크가 좋아하는 학교 퀸카 올리비아는 엉뚱하게도 바이로라가 남자인 줄 알고 좋아하게 되고 듀크는 올리비아와 데이트하기 위해 바이올라의 도움을 청한다. 과연 듀크와 바이올라, 올리비아와 세바스찬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쉬즈 더 맨> synopsis
4. 액션
Netflix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 The Secret Service (2015) - 매튜 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면접이 시작된다!
높은 IQ, 주니어 체조대회 2년 연속 우승!
그러나 학교 중퇴, 해병대 중도 하차. 동네 패싸움에 직장은 가져본 적도 없이 별 볼 일 없는 루저로 낙인찍혔던 ‘그’가‘젠틀맨 스파이’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전설적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경찰서에 구치된 에그시(태런 애거튼)를 구제한다.
탁월한 잠재력을 알아본 그는 에그시를 전설적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면접에 참여시킨다. 아버지 또한 ‘킹스맨’의 촉망받는 요원이었으나 해리 하트를 살리기 위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그시. 목숨을 앗아갈 만큼 위험천만한 훈련을 통과해야 하는 킹스맨 후보들. 최종 멤버 발탁을 눈 앞에 둔 에그시는 최고의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을 마주하게 되는데…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synopsis
Watcha
▶킬빌 Kill Bill (2003) - 쿠엔틴 타란티노
어느 한적한 오후, 행복한 결혼식을 앞둔 '더 브라이드'와 그녀의 신랑, 그리고 모든 하객들이 의문의 조직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피로 얼룩져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그로부터 5년 후, 코마 상태의 '더 브라이드'는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어렵게 깨어난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과거가 그녀의 뇌리에 스치면서 서서히 복수의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더 브라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살인조직 '데들리 바이퍼스'의 일원이었고, 조직의 보스인 '빌'을 포함한 5명의 일원이 그녀를 처참하게 무너뜨렸음이 밝혀지자, 그녀는 텍사스, LA, 멕시코, 중국, 일본을 차럐로 방문하며 가장 잔인한 복수를 실행하게 되는데..
<킬빌> synopsis
5. SF
Netflix
▶ 스토어웨이 Stowaway (2021) - 조 페나
3인의 대원이 우주선에 몸을 싣고 화성을 떠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 여정에 합류한 네 번째 승객.
이제 모두의 생명이 위험하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스토어웨이> synopsis
Watcha
▶ 에이 아이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 스티븐 스필버그
어느 먼 미래, 하비 박사에 의해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으로 태어난 데이비드. 엄마가 들려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진짜 인간이 되어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빗은 자신의 친구, 보호자, 장난감인 테디 베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도중에 만난 남자 로봇 지골로 조가 데이빗과 동행하고 두 사이보그는 힘겨운 여정을 거치며 수몰된 멘하탄까지 찾아가지만..
<에이 아이> synopsis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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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잃은 딸들의 긴 우울
- 영화 <로스트 도터(2021)>는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며,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러한 권위적인 수식은 개개인의 솔직한 판단에 침묵을 강요하는 듯하여 썩 즐기지는 않으나, 영화를 감상한 후엔 각종 수상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로스트 도터>가 시의적절하게 제작 및 공개된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조차 '잃어버린 딸'이라는 미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그려내니, 이 작품은 어쩌면 세상이 잃어버린 모든 딸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리라.포스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의 캐치 프레이즈 “딸을 버렸어요. 그리고 집을 나왔죠.”는 <로스트 도터>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영화계에서 신화화된 모성을 해체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예컨대 우리는 <케빈에 대하여(2011)>를 경험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역시 보았다. 다만 앞선 두 작품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성의 불안정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매기 질렌할의 작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하기사, <케빈의 대하여> 혹은 <마더>에서 제시한 아들은 모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기도 하니 대립적 관계 형성이 더 쉬웠을 수도 있겠다만.어머니와 딸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는 <레이디 버드(2017)>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재현되었지만, 대개는 딸의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지라 세대갈등으로 해석하거나, 모녀관계는 본디 복잡하기 마련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잦았다. 엔딩에서 미적지근한 화해라도 내비쳤단 뜻이다(<크루엘라(2021)의 경우 생물학적 어머니와 양어머니의 구분을 둠으로써 이러한 질문을 피해 간다). 이러한 점에서 <로스트 도터>는 적지 않게 유의미한 영화이다. 딸을 버린, 아니 가정에 소원한 어머니의 시점에서 영화가 전개되며 딸인 비앙카와 마사의 서사를 삭제하였고, 주인공인 레다(올리비아 콜먼)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적절한 발화를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해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는 사회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 시대와 사람 앞에 이러한 자신이 존재하노라고 보여주는 방법 밖엔 없다.※ 스포일러 주의레다라는 개인우선적으로 레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레다는 이탈리아 비교문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그리스의 해변가로 휴가를 보내러 온 교수이다. 젊었을 적부터 빛나는 능력을 발휘한 그는 외모 역시 아름답다고 묘사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레다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로스트 도터>의 레다는 마흔여덟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며 본인 역시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생기를 전혀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레다는 한 두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해변가에서 조우한 니나(다코타 존슨)와 그의 가족들과 껄끄러운 첫인상을 남겼음에도 다음 만남에서 곧바로 화해하며, 니나의 가족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경고를 받았음에도 굳이 그 무리와 거리감을 만들지 않는 담대함을 보인다. 영화관에서 소동을 피우는 남자를 강하게 비난하며 안내원을 부르는 장면은 레다가 어떤 인물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레다는 대체로 여러 계산을 한다기보단 자신의 직감이 따르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인지 그의 선택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레다가 늘 자상하기만 한 단편적 인물이 아님에도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다양한 사건에 얽히게 된 데에는 타인의 오해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지적인 직업여성이라는 데에서 오는 확실한 정체성과 마흔이 넘은, 딸 두 명을 키운 어머니라는 이미지에서 흔히 연상하는 푸근함 따위로 레다를 해석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 아니겠는가.당연하지만 시선은 언제나 주관적인 것인지라 레다 역시 해변가에서 만난 니나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딸을 사랑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도망치고 하는 니나, 딸이 자신을 미치게 만든다고 털어놓는 니나는 레다의 젊은 시절과 몹시 유사하다. 또한 영화 초반, 해변가에서 니나는 딸을 잃어버리는데 이를 통해 레다는 오래전 바다에서 비앙카를 잃어버렸던 자신을 떠올린다.잃어버린, 아니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딸영화의 제목은 <로스트 도터>로 잃어버린 딸을 뜻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어머니의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어머니가 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묻는다. 어머니란 대체 무엇이기에 그들은 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을까? 젊은 레다(제시 버클리)가 남편 조(잭 파딩)에게 숨이 막히는 듯하다고 표현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 '어머니 됨'이란 대체 무엇이며, 레다는 어째서 모성의 거부를 외칠 수밖에 없었을까?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어머니 됨'은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인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진 요즈음이라지만 이 부담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리 함께 가정을 꾸렸다 하더라도 돌봄 부담은 여성에게 부과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미 다수의 논문에서 기혼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비롯되는 부담과 지나친 역할 요구로 인해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윤명숙, 유현경, 이수비. 2022). 영화 <로스트 도터>에서는 여성이 부딪히는 현실을 뚜렷하게 그려낸다. 레다는 남편 조와 마찬가지로 공부와 가정을 양립시키고자 하지만 뜻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조는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으며 아내에게 가사와 양육을 미루고 출장을 가지만 레다는 출장을 가기 직전까지 가사도우미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내야 한다. 남편이 집을 비운 동안엔 둘째 딸의 울음에 몇 초만 기다려달라는 레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첫째 딸은 무한히 애정을 갈구하니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다. 논문, 혹은 번역과 같은 작업에 필요한 기간은 너무나 촉박하다. 모든 것이 그를 옥죄어온다. 이때 밝혀지는 한 가지 사실은, 레다 역시 그리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친정을 버리고 뛰쳐나온 딸 - 로스트 도터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여성/어머니에게 배려와 도움을 내밀긴커녕, 억압만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레다의 우울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아름, 정정희(2021)에 따르면 양육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아진 어머니의 경우 방임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레다 역시 한동안 가정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일시적으로 돌아간 순간에조차 잭은 레다에게 당근을 건네지 않는다. 그는 레다가 가정으로 돌아올 때 누릴 수 있을 생활의 안정을 제시하거나 양육 부담을 나눠줄 계획을 공유하긴 커녕 '자꾸 이렇게 행동한다면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 레다의 어머니에게 두 딸을 보내겠다'라고 협박한다. 비앙카와 마사는 레다만의 딸이 아니라, 본인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은 여전히 어머니의 몫이다.아울러 세상이 여성을 어떻게 프레이밍하려 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하디 교수(피터 사스가드)와 레다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일 것이다. 하디는 유부녀를 유혹하면서도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자 레다에게 당신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딸과 전화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고백하는 레다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훈계하기까지 한다. 정리하자면, 자신은 완전무결하다고 합리화를 끝낸 하디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을 버리고 자신을 유혹하는 팜므파탈로서의 레다'라기보다는 '딸을 버리는 어머니로서의 레다'인 셈이다. 가족을 저버린 생활이 어떠했느냐고 묻는 니나에게 상상 이상이었다(It felt amazing.)고 대답했던 레다의 말엔 펼쳐놓기 어려운 감정과 시절이 모두 압축되어 있었으리라.길 잃은 딸들의 긴 우울레다가 젊은 자신을 회상하게 된 인물인 니나는 젊은 레다보다도 코너에 몰린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집을 자주 비우고, 시누이는 니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딸은 사랑스럽지만 인형 하나에 세상이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고 니나와 분리불안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니나는 레다에게 묻는다. 이 감정, 우울증인지 무엇인지 모를 절망감이 끝내 지나가기는 하느냐고. 레다는 질문을 들은 순간에는 답하지 않다가, 영화 후반부에서야 대답한다. 지나가지 않으리라고.실제로 레다는 영화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영화 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니나의 딸 엘레나(아테나 앤더슨)가 잃어버린 인형에 대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집착을 보인다. 영화는 이런 레다의 행동에 대해, 그리 편안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년 시절을 함께 이겨낸, 레다의 애착 인형 '미나(mini-mama)'가 비앙카와의 실랑이 사이에서 산산이 부서졌던 것이 주요한 원인일 것을 암시한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그의 과거를 니나와 라일(에드 해리스) 등과 같은 제삼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며, 레다 역시 자신의 행동을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이토록 놀라우리만큼 똑똑한 여자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얼까. 사회가 여성의 우울을 너무도 오랜 기간 방치하고 개인의 잘못으로 떠밀었기 때문이진 않을까. 세상은 지금껏 여성의 심리에 대해 적절한 언술을 하지 않았다. 마련된 단어가 없으니 레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적합한 설명을 해낼 수 없다. 목을 조르는 듯한, 숨을 쉴 수 없는 듯한 갑갑함을 남편에게 이해시킬 수 없으며 엘레나의 인형을 숨겼다가 급작스레 니나에게 되돌려주는 이유를 마련하지 못한다.그러나 니나의 질문에 답함으로써 자신의 우울이 쉽사리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낸 레다는 영화 말미에서 스스로를 껴안는 데에 성공한다. 깊게 찔리며 상처입었더라도 말이다. 딸을 잃어버리며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중압감에 시달렸던 바닷가에서 쓰러지고, 파도가 오가는 틈 속에서 눈뜨며 딸과 연락하지만 그저 그뿐이다. 그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과중한 책무를 느끼지 않는다.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지도 않으며 보편적 인식 속 모성애를 다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지도 않는다. 모래사장에 몰아치다가도 물러나는 파도처럼 감정과 삶은 동적인 연속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파도가 바위에 가닿고 동굴이 깎여나가는 것과 같이 인생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지점들은 언제든 있기 마련이다. 그 시점에 맞추어 마땅히 물러나야 하는 때가 다가온다면 물러나는 것이 옳은 선택일 터다. 영화 중반에 등장한 여성 히치하이커의 말처럼, 우리의 일생엔 너무나 바보 같은 의무라는 이름의 일들이 산재해 있다("We are obliged to do so many stupid things.").나는 레다의 모든 족적에 대해 '옳았다'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어머니'라는 역할을 깊은 고려 없이 무작정 관습적으로만 재생산해내고, 가정의 일엔 깊게 개입할 수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사회 문화만큼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문정(2021)은 자신의 논문을 통해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물학적 양육과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 그 이상이라 표현했다. 어머니란 존재는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욕망하는 딸을 키워내고, 가정에 소홀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용인받는 아들을 키워내며 기존의 젠더 관습을 공고히 하는 강력한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성은 사회적 산물에 불과함에도 '본능'이란 단어와 함께 쓰이는데, 이러한 무책임한 모습은 버릴 때가 왔다(아니, 버릴 때가 한참 지났다. 지금은 21세기이다.). 올바른 양육법/어머니의 의무/모성의 바람직한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다시 로크먼은 자신의 저서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을 통해 '엄마가 접하는 사회적 세계가 엄마의 행동을 형성한다'고도 썼다. 사회 관습적 어머니 역할을 거부하는 여성을 젠더 질서를 교란시키는 문제적 인물로만 낙인찍을 때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듣고, 이렇게 돌이켜보아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딸들을 편안한 말로 외면하고 억압해왔는가?참고문헌김문정 "『여자의 전부』에 나타난 모성의 거부와 젠더 질서의 교란" 어문론집 85 pp.239-261 (2021)윤명숙, 유현경, 이수비 "미혼 성인자녀 둔 여성의 돌봄 부담과 스트레스, 우울의 관계 : 남편 돌봄분담 만족의 조절된 매개효과"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50.2 pp.145-169 (2022) : 145.이아름, 정정희. "어머니 양육스트레스와 유아 문제행동의 관계에서 어머니 우울의 종단적 매개효과".열린유아교육연구,26(3),37-62. (2021)★★★★*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주관적 견해에 따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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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여운 것들 | 섹스라는 잉크로 새로 쓴 프랑켄슈타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사고방식이 다소 비뚤어진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 그는 자기가 실험을 통해 새로이 되살려낸 피조물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를 키우고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다. 갓윈의 보살핌 속에서 말과 에티켓을 배우고, 갓윈의 조수 '맥스'(라미 유세프)와 약혼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벨라. 그러나 그녀 마음 한 편에서는 집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어느 날, 벨라는 약혼을 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집을 방문한 변호사 '던컨'(마크 러팔로)을 만난다. 벨라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함께 리스본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고, 그와의 섹스가 마음에 든 벨라는 갓윈과 맥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을 나선다. 자기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다른 세상과 사람을 마주한 벨라. 그렇게 그녀는 모험을 통해 한 인간으로, 한 여성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새 시대의 새로운 '프랑켄슈타인', <가여운 것들>
'프랑켄슈타인'. 이 이름을 들으면 흔히 유니버설의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을 떠올린다. 그런데 평평한 머리와 목에 볼트를 박은 거인은 사실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다.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자기가 만든 창조물에게 복수당하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알려진 괴물에게는 이름이 따로 없다. 그저 '피조물'이라고 불린다.
괴물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일까?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 가해자가 된 피해자라는 사실 또한 종종 간과된다. 그는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에 창조주로부터 버려졌고, 사회적으로도 배척받았다. 그는 자기가 타인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했으며, 비뚤어진 정체성은 그의 복수로 이어졌다.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악행이 약간의 안타까움마저 자아내는 이유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도 같은 궁금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피조물의 외모가 흉하지 않았거나, 창조자가 피조물을 외면하지 않았거나, 세상이 피조물을 다르게 받아들였다면?'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가여운 것들>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란티모스 감독은 여성과 섹스라는 잉크로 자기만의 새로운 '프랑켄슈타인'을 써내려 갔다.
두 피조물의 분기점
자연히 <가여운 것들>은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과 벨라 백스터 간의 차이점에 주목한다. 먼저 두 창조주가 피조물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띈다. 프랑켄슈타인은 혐오스러운 외모를 견디지 못하고 자기가 만든 피조물을 버렸다. 아내를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겠다는 피조물의 요구도 끝내 거절했다.
벨라의 창조주는 다르다. 갓윈은 그녀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다. 그는 그녀에게 언어와 에티켓을 알려줬고, 전담 가정부 '프림 부인'(비키 페퍼바인)도 붙여줬다. 벨라에게 유일한 취미도 알려줬다. 일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벨라는 갓윈과 함께 시체를 해부하곤 했다. 집을 떠난 후에도 벨라가 시체 해부 참관을 즐길 정도로. 또 갓윈은 직접 남편감을 찾아 벨라의 약혼도 주선했다.
또 다른 차이는 그들의 외모다. 외모는 그들이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한 결정적인 원인이다. 인간보다 시체에 가까웠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그 때문에 그는 자기 의도와는 무관하게 적대적인 세계를 경험해야 했다. 반면에 아름다운 여성인 벨라에게는 세상이 호의적이다. 그녀가 괴상한 실험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겪지 않은 존재라는 걸 눈치챈 사람도 스르륵 사랑에 빠질 정도다.
모든 아이는 부모를 떠난다
<가여운 것들>은 두 차이점을 도화지 삼아 괴물로 변하는 대신 인간으로 변해가는 새로운 피조물, 벨라의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그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자식의 성장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를 되찾는 여성의 이야기다.
우선 영화는 갓윈의 보살핌에 담긴 이중적인 면모를 번갈아 보여주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고찰한다. 갓윈이 자기 피조물을 아끼고, 애정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애정은 마냥 순수하지 않았다. 자기 피조물인 벨라의 성장과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겠다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 따라서 그의 보살핌은 통제에 가까웠다.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창문을 잠가서 벨라가 못 나가게 하고, 외출을 하더라도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았다. 맥스와의 약혼을 주선해 벨라를 평생 관찰하려 했으며, 벨라가 던컨과 함께 리스본 여행을 떠나려 하자 극렬히 반대한다. 벨라가 끝내 집을 나가자 그녀보다 순종적인 새 피조물을 만들어 그녀를 대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갓윈의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그가 딸을 통제하려 발버둥 칠수록, 딸은 그의 손아귀를 빨리 벗어난다. 자기에게 호의를 표하는 바깥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연다. 바로 이 지점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격언을 상기시킨다. 즉, <가여운 것들>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을 풀어내려 한다.
누가 '가여운 것들'인가
이는 벨라가 목격하고, 파악한 세상이 갓윈의 세계와는 정반대인 이유다.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파리를 거치는 기이한 세계 여행 끝에 벨라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 누구도 그저 악하거나 선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점에 따라 여러 맥락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
집으로 돌아온 벨라가 갓윈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렇다. 죽기 직전인 갓윈과 재회한 벨라. 그녀는 자기 몸과 뱃속의 아이를 마음대로 이용한 갓윈의 실험에 분노한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를 사랑한 과거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한다. 이는 자기 세상과 렌즈 안에 사람을 가두려고 하던 갓윈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제목이 복수형인 이유도 유추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실험체로 살아야 하는 벨라가 가엽다. 하지만 끝에 이르러서는 갓윈도 가엽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실험체로 사용했다는 언급을 고려하면, 그는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는 인물이다. 달리 말해 그는 죽을 때까지 벨라처럼 살아볼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가여운 것들>은 누구라도 일생 중 한 순간에는 '가여운 것들'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자유와 섹스의 상관관계
이에 더해 벨라의 성장 서사에서는 여성주의 메시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바깥세상에서 얽히는 대부분의 인물이 남성이고, 그들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세기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던컨과 '알피'(크리스토퍼 애봇)가 대표적이다. 둘은 전혀 다른 성격, 직업, 사회적 지위를 지녔다. 그러나 공통점은 확실하다. 그들은 벨라를 전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녀의 일부만을 소유하고 이용하려 든다.
던컨은 벨라와의 섹스만을 탐닉했다. 그녀의 정신적 성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벨라가 읽는 책을 바다에 버리기도 하고, 그녀가 몸을 팔아 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불같이 화를 낸다. 알피 역시 벨라의 외모와 사회적 지위만을 탐했을 뿐, 그녀를 한 인격체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의 비인간적이고 속물적인 태도는 벨라가 만들어진 시작점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영화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로써 제시한다. 억압 앞에서 낙담하는 대신, 타인과 연대로 극복하는 동화를 쓴 셈이다. 일례로 그녀만을 기다린 약혼자 맥스는 다른 남자와는 달리 벨라의 주체성을 존중한다. 그녀가 던컨과 외도를 떠나고, 매음굴에서 일해도 그녀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다. 크루즈와 매음굴에서 만난 친구 '스위니'(캐스린 헌터)와 '펠리시티'(마가렛 퀄리)도 벨라의 버팀목이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가여운 것들>에는 독특한 일면이 있다. 터부시되기 쉬운 대상인 섹스를 스토리텔링 도구로 적극 활용한다. 특히 섹스의 본질에 주목했다. 성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유일하게 타인과의 관계를 필요로 한다. 즉, 원할 때마다 이뤄지는 벨라의 섹스는 그 자체로 억압적인 남성과의 관계 안에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점진적으로 되찾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는 성적인 엄숙주의가 강조되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기에 더 의미심장하다. 높은 노출 수위에도 불구하고 외설적이라는 인상이 강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괴함 속에 숨은 역사
란티모스 감독다운 삐딱하고 자극적인 스타일 덕분에 벨라의 서사는 더 눈길을 끈다. 흑백과 컬러의 전환이 대표적이다. 란티모스는 초반부를 흑백으로만 보여주다가, 벨라가 여행을 떠나고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스크린을 색칠한다. 그렇게 벨라의 변화는 시각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뒷받침된다.
빅토리아 시대를 재현하되, 당시의 분위기는 거부하는 세트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극 중 런던 타운하우스, 파리 광장, 유람선, 리스본 거리는 모두 세트다. 바다, 태양, 노을도 세트와 인공조명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시대극에서 느껴지는 고전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비틀린 건물 사이로 비행선이 돌아다니는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피어난다. 그 덕분에 당대의 엄숙주의는 자연히 모습을 감춘다.
의상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벨라는 프림 부인이 골라주는 헐렁하고 편한 옷만 입는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는 몸에 딱 맞는 드레스를 입기 시작한다. 이때 의상의 의미는 직관을 따르지 않는다. 불편해 보이는 드레스일수록 오히려 벨라 본인이 섹스에 눈을 뜨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골라 입는 옷이기 때문. 편한 옷과 불편한 옷의 속뜻을 맞바꾸면서 눈도 즐겁게 만든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여운 것들>은 호불호가 필연적인 영화다. 란티모스 감독의 스타일은 본래도 강한 매력과 불쾌함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 누군가에게는 장점인 대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부 단점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섹스를 바라보고 묘사하는 영화의 관점에 대해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다만 모두가 동의할 만한 대목도 있다. 벨라로 분한 엠마 스톤의 연기 덕분에 2시간 21분은 결코 아깝지 않다. 그녀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뇌 이식 수술 직후 엠마 스톤과 영화 말미에 책을 읽는 엠마 스톤의 표정 차이가 압권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이 시대의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에게 필요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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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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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에 60여년 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아카데미 극장>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원주시가 그동안 지역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꼽혔던 이 극장 유지 비용을 문제를 들며 철거를 강행했는데요. 아카데미 극장은 국내에서 원형이 보존돼있는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기도 한데요.
많은 배우들과 문화인들이 극장을 보존해달라며 여론을 모았지만 일방적으로 철거를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서 송강호 회고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이 한국영화 상영 시리즈로 배우 송강호 회고전을 연다고
전했습니다. 박물관은 오는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 기간 <기생충> <사도>
<공동경비구역 JSA> <박쥐> <택시운전사> <괴물> <살인의 추억>등 송강호의 대표작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CGV 수험생 영화 7,000원 이벤트
CGV가 <전국 해방의 날> 행사를 열며 13~26일 수험생 및 청소년은 영화를 7,000원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매점에서는 콤보를 50% 할인가에 이용할 수 있게 쿠폰을 주며 CGV 모바일 앱에 로그인 후 이벤트 페이지에서 참여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영화 7,000원 관람 쿠폰과 매점 콤보 50% 할인 쿠폰이 CJ ONE ID로 발급된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대종상 영화제 6관왕 쾌거
올해 59회를 맞이한 대종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6개의 트로피를 수상했고, <올빼미>가 신인감독상 등 3관왕을, <밀수>도 감독상 등 2관왕을 달성하며 올해의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대종상의 노력이 엿보였으나 많은 수상자들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개봉 첫날 1위
전세계 흥행을 불러일으킨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개봉 첫날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올해 개봉한 공포영화 최초로 전체 박스오피스 1위라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는 야간 경비를 서게 된 마이크가 피자가게 마스코트들의 기괴한 실체를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무비입니다.
아카데미극장 철거 또 다른 갈등 시작
원주시가 60년 역사를 지닌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했습니다. 원주시는 극장 철거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사업비 6억 5000만 원을 들여 10개 업체와 계약을 했습니다. 극장이 사라지면서 논란도 사그라드나 싶었지만
원주시와 시민단체 사이에서 고소, 고발전이 이어지며 또 다른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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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들의 우정 이야기 영화 '클로즈' 언론배급시사회 후기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로즈
(2023.05.03 개봉)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드 와엘
안녕하세요! 씨네랩 크리에이터 에깸입니다 ♥
소년들의 풋풋한 우정을 그려 더욱 관심 받고 있는 영화
'클로즈'의 언론배급시사회에 다녀왔어요
영화관 내 오열하신 분도 계셨구 ㅠㅠ
감정선을 정말 톡톡 잘 건드리는 영화였던 거 같은데요
어땠는지 평을 한번 남겨 볼게용
클로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레오와 레미는
친구들에게 관계를 의심받기 시작한다.
이후 낯선 시선이 두려워진 레오는 거리를 두고,
홀로 남겨진 레미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
점차 균열이 깊어져 가던 어느 날,
레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클로즈>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후기 글이니까 엔딩 말씀드리자면
레미가 괴한에게 습격당해 죽습니다
그제야 레오는 레미와 거리를 두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나는데요
뜬금포 괴한 습격이... 사실 좀 당황스러웠어요
사실 괴한인지 뭔지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집 문이 박살나 있고 레미가 죽었다고 말하거든요
차라리 저는 레미가 자살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레미의 자살로 인해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 왕따를 견디지 못한 아이
두 개의 교훈적 엔딩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아이들의 대사 중에 '호모', '생리하냐', 등 편견 섞인 대사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엔딩이 더 맞았다고 보고요
레오를 원탑 주인공(감정선)으로 두려다가 오히려 분위기가 축축 쳐지기만 하고
레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벅차단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레미의 엄마를 또 다른 주연으로 둔 건 좋았어요
레오-레미-레미엄마 세 캐릭터의 구도로 가니까 레미가 죽고 나서도 이어갈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다만, 레미 엄마의 태도가 급변하는 게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달까요
아들이 죽기 전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 달라고 하지만
말하지 않는 레오도 다정하게 대해 주거든요
우물쭈물하다 말하니까 바로 차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여기까진 오케이죠 당연한 감정이에요
근데 5초도 안 돼서 찾으러 가요
이 부분이 약간... 정신사나웠던 듯해요
레오의 감정선을 토대로 영화가 흘러가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돌보지 못한 느낌?
그래도 끝내 레오가 오열하던 병원 씬에서는 많은 분들이 따라 울더라고요
예술 영화로선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공부하는 제가 보기에 딱이었달까요?
인물의 감정선을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지 굉장히 공부가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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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로마 전투부대 제9군단을 전멸시키고 남은 병사를 끝까지 추적하는 야만족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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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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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메인 예고편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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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톰과 제리>
생쥐 제리는 성대한 결혼식이 열리게 될 뉴욕의 한 고급 호텔로 이사를 오게 되고, 이벤트 플래너 카일라는 제리를 잡기 위해서 고양이 톰을 고용한다. 하지만 우당탕탕 사고뭉치들의 역대급 대소동은 카일라의 커리어는 물론 결혼식과 호텔까지도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