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23 12:40:21
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더 폴: 디렉터스 컷>, 타셈 싱 감독 2월 내한한다

지난 12월 25일 4K 리마스터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재개봉했던 <더 폴: 디렉터스 컷>이 누적 관객 수 7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연출한 타셈 싱 감독이 내한 일정을 알려 영화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국내 관객, 언론과의 만남을 가질 타셈 감독은 “한국 관객의 사랑과 응원에 큰 감동을 받았고 바쁜 일정을 조정해 방한을 결심했다.규모보다 작품성을 지지하는 문화 대국의 국민성에 반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첫 공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최근 모든 촬영을 마치고 첫 스틸컷을 공개하였습니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긴 시간 가장 만들고 싶어 한 작품으로 알려져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이 원작으로,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던 회사원 '유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되자, 가족과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고자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 차기작 <Traveler> 확정

<미나리>, <트위스터스>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이 SF영화로 돌아옵니다. ‘Deadline’에 의하면, 스카이댄스와 계약을 체결해 조셉 에커트의 SF소설 ‘Traveler’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47세의 생물학 기술자인 스콧 트레더가 자신도 모르게 시간 여행을 겪게 되며 변화하게 되는 삶을 다루고 있는 원작을 바탕으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저스틴 로즈가 각본을 맡았습니다.
배우 손석구, 최희서 미국 독립영화 동반 출연

배우 손석구, 최희서가 나란히 미국 독립 영화 <베드포드 파크 Bedford Park> 출연 소식을 알렸습니다.
<베드포드 파크>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는 전직 레슬링 선수가 가족에 대한 의무와 개인적인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계 미국인 여자를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편집자인 스테파니 안의 연출 데뷔작으로, 내년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올해 봄에 촬영 예정이며, 제작에는 배우 마동석과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개발 중인 매니지먼트사 겸 제작사 B&C 콘텐츠가 참여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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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 워커
스페이스 워커
러시아 우주과학 영화. 1963년, 쏘련은 미국과 냉전 체제를 유지하면서 우주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우주과학에서는 러시아가 앞서고 있는 상황. 미국은 1965년 5월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12일, 지구인으로는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으며 지구 궤도를 도는데도 성공했다. 유리 가가린은 1968년 일곱 번째 우주비행에 나섰다가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미국이 우주 경쟁에 뛰어든 직접적 사건은 쏘련의 스푸트니크호 때문이다. 쏘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곧바로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올리면서 그 안에 개를 태웠다. 미국은 1958년 1월 30일, 겨우 5kg짜리 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하지만 며칠 뒤인 2월 3일, 쏘련은 과학 탐사위성 스푸트니크 3호를 쏘아올리는데, 이 위성의 무게는 1.3톤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은 초조하고 심하게 열 받은 상태였고, 쏘련은 충분히 앞서가고 있었지만, 미국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으려는 시도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바로 '유인우주선'이었다.
이 시기의 쏘련과 미국은 냉전 상태로 군비 경쟁과 우주 경쟁에 동시에 뛰어들어 서로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이미 매카시즘 광풍이 불어 미국의 정치,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진보적 지식인을 공산주의자로 좌표를 찍어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거나 불명예 퇴진을 강요했다. 한국에서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존재했던 '블랙리스트'가 미국에서는 이미 이 시기에 존재했다.
1962년에는 쏘련의 미사일이 쿠바에 설치되고 있는 걸 미국 정보기관에서 탐지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공산주의의 위협'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공포를 미국인들이 실감하는 사건이었다. 미국 정부로서는 이런 사태를 쏘련과의 군비, 체제 경쟁으로 끌어들여 미국 - 자본주의 -의 우월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우주 경쟁에서 러시아는 초반에 확실한 승기를 잡고 있었다.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는 미국이 먼저 발표했는데, 이미 쏘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 비행에 성공한 만큼, 이번에는 우주인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우주 유영을 하는 단계로 나가야 하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쏘련은 앞서 가고 있었지만, 미국이 바짝 뒤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번 우주 유영 프로젝트에서도 앞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개발 팀에서는 정상적으로 우주선을 만든다면 1967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쏘련 당국은 1965년 3월까지 앞당기라고 주문한다. 개발 팀장은 쏘련 정부의 입장과 실제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일정을 조절해야 하는 압박을 느낀다.
최초의 우주 유영 비행사는 두 명이 선정되었고, 베랄예프 중령과 레오노프 소령이 그들이다. 쏘련 최고의 공군조종사이자 우주인인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우주 유영 우주선 보스호드 1호는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이제 2호를 쏘아 올리기 직전이다. 사람을 태우지 않은 시험 발사는 성공했지만, 우주인을 태워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개발 팀장은 1965년 3월의 일정에 맞출 수 없다고 상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두 우주인은 불완전한 우주선이라도 타겠다고 팀장에게 말하고, 두 사람의 의지를 확인한 팀장은 보스호드 2호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발사한다. 1965년 3월 18일 오전 10시, 미국보다 한 발 앞선 시도였다.
이 우주선 발사는 세계 최초의 시도였기에, 생방송으로 쏘련 연방에 방송되었다. 보스호드 2호는 지구 궤도에 도달해 마침네 레오노프 소령이 기체에서 나와 최초의 우주 유영을 한다. 이 장면 역시 생방송으로 중계되었으며, 레오노프는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던 브레즈네프와 직접 통화한다.
우주 유영은 성공했으나 다시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레오노프는 거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우주복은 뻣뻣하고, 팽창해서 팔이 잘 구부러지지 않았고, 에어록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우주복의 팔다리의 관절이 접히지 않아 몹시 고생한다. 여기에 에어록 문이 닫히지 않아 수동으로 어렵게 닫아야 했고, 레오노프는 에어록에서 산소가 소진되어 기절하걸 벨라예프가 살린다.
우주선은 지상 관제소와 통신을 유지하지만 일시적 사각지대가 있고, 이곳을 지날 때는 통신이 끊겨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보스호드 2호는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궤도를 그려야 하는데, 연료 문제로 22시간 동안 지구를 12바퀴 돌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서서히 돌면서 대기권을 향해 내려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우주인은 산소중독의 위험에 놓인다. 에어록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새나와 우주인들이 산소중독을 일으킨 것이다. 지상관제소에서는 원인을 발견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주인이 직접 수리를 해야만 했다. 이미 두 사람은 산소 중독이 시작되고 있었다. 게다가 우주선이 사각지대로 접어들고 있어서 지상관제소에서도 통제할 수도, 상황을 알 수도 없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다행히 레오노프는 새고 있는 산소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번에는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우주선을 수동으로 조정해 지구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우주선을 수동으로 조정한 것도 이번이 최초였으며,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벨라예프는 우주선의 각도를 지구에 맞추고 엔진을 가동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 하강 각도가 7도 정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처음 계획했던 착륙지점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내리게 된다.
이때 지상관제소에서는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우주인이 수동으로 우주선을 조작하다 쏘련 땅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 땅에 떨어지면 쏘련의 우주 정보가 새나가게 되니 우주선을 추락시키고 두 우주인을 사망하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개발팀장은 단호하게 반대한다.
우주선이 수동으로 지구를 향해 내려오는 과정에서 대기권을 지나며 우주선 몸체가 차츰 분리되고, 공기마찰로 연소되는데, 우주선은 이런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무사히 땅에 착륙한다. 이미 내려올 때 각도 차이로 착륙지점과는 매우 먼 곳에서 내리게 되는데, 이들이 떨어진 곳은 허허벌판, 깊고 깊은 숲속이었다. 영하 35도에 폭풍이 몰아치는 극한 상황에 놓인 두 우주인은 우주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지만 지구에서 다시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두 우주인은 구조를 위한 활동을 하지만, 너무 넓고,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어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이 두 우주인을 살린 사람은 아마추어 무선사였고, 이 사람의 전화를 받은 지상관제소에서 위치를 확인하니 사할린 숲속으로 밝혀진다. 그 사이에 쏘련 당국은 두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하다 사망했다는 뉴스를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주선이 착륙해서 무려 9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생존과 귀환은 쏘련 연방 최고의 뉴스가 되었으며, 두 사람은 영웅이 되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실제 주인공인 레오노프가 자문을 했으니 사실성이 높은 거라 생각한다.
러시아 우주과학 영화는 미국 헐리우드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지지만, 내용은 훌륭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려운 긴박한 순간들로 이어진다. 때로 쏘련의 체제를 홍보하는 듯한 내용도 잠깐 등장하지만,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우주탐사를 하는 쏘련 과학자들과 우주인의 노력이 돋보이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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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라는 기적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국내에서는 <러브 액츄얼리>를 비롯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스 장인으로 더 잘 알려진 배우 휴 그랜트의 신작 <헤레틱> 이 4월 2일 관객들을 찾게 되었다. 아니, 관객들이 그를 찾게 되었다 말해야 할까. 영화 <헤레틱>은 몰몬교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두 소녀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영화는 조금은 생뚱맞게도 콘돔을 비롯해 포르노 스타의 이야기까지 단순 두 주연의 수다로 시작하나 이는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메세지를 암시한다. 바로 맹목적인 믿음, 이다. 광고를 비롯해 성인물까지 종교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무수한 이들이 접하는 것들을 통해 영화는 극초반부터 말하고자 한다. 과연 우리는 생각이 거세 된 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두 소녀가 찾은 집에서 푸근한 노신사 리드(휴 그랜트) 종교에 무척이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집은 무언가가 이상하다. 그들이 안내받은 소파가 놓인 '거실'이어야 할 것 같은 공간이 그보다는 조금 더 응접실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무언가 이질적이다. 리드가 오가는 복도 그리고 반스 자매(소피 대처)의 시선을 따라 간접적으로 그 공간을 체험하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다른 공간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것. 불 꺼진 어두운 복도 외엔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그야말로 교차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말한다, 리드와의 만남은 미궁으로 향하는 함정 그 자체라고 말이다.
사실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전도 당하는 경험은 그닥 희귀한 경험이 아니다. 길 찾기를 핑계로 기운 얘길 하는 사람들을 우린 번화가에서 종종 마주한다.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가 하면 바로 대화 주도권을 뺏는 것이다. 자리를 뜨기 위한 핑계를 막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들은 포교를 위해 단시간 안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야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예 말을 섞지 않거나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다. 여기 이 자매들 역시 그러하다. 반스 자매에 비해 경험이 없어 보이는 팩스턴 자매(클로이 이스트)는 무언가 께림칙함을 느끼는 반스와 달리 리드의 말에 맞장구 치며 열심히 전도를 이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이때 공간 외로도 기묘한 일이 한 가지 더 벌어진다. 단순 반스가 발견하는 블루베리 향초의 섬뜩함이 아니다. 리드는 두 소녀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고 있다. 그리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종교에 대한 관심보다 두 소녀의 의견을 묻는 것이며 더 나아가 어떠한 대답이 이미 준비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리드의 몰몬경은 인덱스와 노트로 빼곡하며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있음이 분명해보인다. 이는 단순 광신이 아닌 그들이 몸담고 있는, 관객이 몸담고 있는 현대사회와 연결된 '믿음'에 대한 시각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리드가 만들어둔 가짜 예배당에서 더욱 심화된다. 두 자매가 믿음과 불신 중 하나를 강요 받는 것과 더불어 리드는 몰몬교 뿐 아니라 3대 종교라 칭해지는 것들이 모두 고전에서 파생된 것임을 밝히며 이는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변형과 다름 없다 비유한다. 특히 그는 몰몬교인 후기성도교회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한낱 인간에 다름 없으며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교리를 수정했다 말하며 두 자매가 어떠한 신념 아래 이러한 종교를 영업(sale) 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관객은 이때 압도적으로 긴 리드의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해 사고 하게 된다. 신도를 바탕으로 하는 종교들, 매일같이 불행과 기적이 공존하는 세계 그리고 그걸 따라도 따르지 않아도 종교와 마찬가지인 각종 변형들과 대기업의 광고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선을 말이다. 이때 두 자매는 상반된 문 앞에 서게 되는데 리드의 농간이나 다름 없는 이론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반스와 그가 끼칠 피해를 걱정하며 마치 그의 의견에 설득 당한듯 구는 팩스턴의 선택에 있어서 관객은 마치 리드의 미궁과도 같은 종교로 대표되는 현 시대의 믿음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의 믿음은 특정 이론에 선동 된 것은 아닌가?
비록 영화는 이 부분을 끝으로 종교에 대한 설전보단 다소 <나이브즈 아웃> 같은 추리물의 전개로 나아간다. 밀실에서까지 자매에게 어떤 선택과 추리를 강요하는 부분에서는 <셜록 홈즈>의 유명 에피소드인 '주홍색 연구' 의 흔적 역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홍색 연구' 에피소드 역시 후기 성도 교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정한 신의 목격자나 시체 바꿔치기 등과 같은 추리소설 속 장치를 써가며 영화는 종교인인 두 자매를 대상으로 하는 리드의 연구가 팩스턴의 자매의 추리를 통해 결말부에서 그가 믿고 있는 신이 다름 아닌 '통제' 였음이 밝히는데, 이때 계속 언급하고 있는 관객에게 던지는 메세지 맹목적인 믿음과 최종적으로 연결지어진다. 조던 필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들이 소재로나 장치로나 사용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국민 통제 괴담은 시기를 막론하고 미 전역에 퍼져있는 하나의 사상과도 같다. 정부가 수돗물을 통해, 안테나를 통해 국민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공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음모이나 정작 광고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때 영상 속 연기하는 배우를 볼 때 무언가를 지시 받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보편적인 통제 속에서 선택적인 의심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특정 종교를 사이비라 칭하기도 하고 도믿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믿음을 비난하곤 한다. 자유의지 없이 보편적이지 못한 단편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이 자유를 되찾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되도않는 시뮬레이션 이론을 펼쳐가며 자신이 열세하고 있다는 것을 들킨 리드처럼 영화는 곳곳에 가장 통제 당하고 있는 듯한 두 자매의 자유 의지를 심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리드의 미궁이 내포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현대 사회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부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치 리드의 계략에 놀아나는듯 그의 미궁 속 가장 어두운 지하까지 스스로 걸어들어간 뒤 탈출에 성공한 팩스턴의 선택부터 결혼 후 가정을 꾸리는 것이 영원의 축복이라 믿는 몰몬교 신자이나 IUD를 삽입한 반스의 선택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금 과한 연출이라고도 평가되나 죽음의 문턱 앞에서 리드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반스의 의지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너를 살리고자 한 나의 의지야 말로 극강의 통제를 흐트러트리는 타인을 위한 나의 선택이라 말이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지 선택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리드는 그러한 인간의 강한 자유 의지를 보지 못한다. 신의에서 파생된 기적을 믿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이러한 부분들을 세련되게 연출한 작품이라고는 평할 수 없으나 적어도 나의 선택이 뭉개져 보이는 이 현대 사회에서 타인을 살리려는 개인의 의지야 말로 종교에서 묘사하는 기적과 같은 것이라 말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니 나 역시 슬픔으로 가득한 현 세계에서 다시 개개인이 만들어낼, 그리고 내가 만들어낼 의지의 기적을 믿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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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pop pop
1992년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이룬 1편 이후 2편의 작품이 더 제작된 공포 시리즈 <캔디맨>의 리부트작 <캔디맨>이 8월 마지막 주 주말, 3,569개의 상영관에서 총 $22,370,000 (한화 약 26억)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 정복에 성공하였습니다.
R등급의 이 슬래셔 필름은 <겟 아웃>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조던 필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고, <캡틴마블 2>의 감독이 될 ‘니아 다코스타’가 연출을 맡은 작품인데요. 등급과 장르의 한계로 인하여, <프리 가이> 등의 대작이 흥행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깨고 당당히 1위에 올랐습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이 지속됨에 따라, 북미 멀티플렉스 극장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OTT로 직행하지 않은 <프리 가이>와 <캔디맨> 같은 작품들이 극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렇지 않은 작품(워너사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레미니센스>)를 상회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5,000,000 (한화 약 3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캔디맨>은 개봉 1주 차에 순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로써, MGM이 재정과 제작을 맡고, 유니버셜이 배급과 마케팅을 맡은 합작품 <캔디맨>은 팬데믹 하에 개봉한 영화 중 유의미한 수익을 낸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캔디맨>
<캔디맨>의 주인공 앤서니 맥코이 역을 맡은 ‘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아쿠아맨>의 블랙 만타로 널리 얼굴을 알렸는데요. 이후, 조던 필의 <어스>, 골든글로브 수상에 빛나는 넷플리스 오리지널 작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에 출연하며 필모를 탄탄히 쌓아오던 그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화려해질 전망입니다.
현재 예정된 작품만 해도, <매트릭스 4>, <아쿠아맨 2>, 그리고 매드맥스의 스핀오프작 <퓨리오사>가 있는데요. 2020년 제72회 에미상에서 HBO 드라마 <왓치맨>으로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한 그는 같은 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의 ‘바비 씰’ 역을 통해 SAG Awards(미 배우조합상)까지 거머쥔 만큼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기도 합니다.
북미 깜짝 흥행에 성공한 <캔디맨>은 9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15세 관람 등급을 받으며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더 다채로운 영화가 찾아올 9월 극장을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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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날도 아닌 날
요즘 혼자만의 챌린지를 가끔 한다. 정말 소박해서 챌린지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백발백중 실패했다. 그건 바로...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말 하지 않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어렵다. 의식하지 않아도 숨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보다도 더 가끔 다짐한다. 그날이 그날 같아도 오늘은 오늘 하루뿐이지. 그러니 기분 좋게 재미있게,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보내야지. 나는 내 일을 사랑하는 어른이니까! 그리고 어른의 다짐은 깃털보다 가볍게 후 흩날리고 만다.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몇 시간, 아니 불과 몇 분 사이 사라지는 다짐이다.
이 지극한 현실이 당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면, 올여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을 권하고 싶다. 영화 <팜 스프링스>는 포스터에서부터 여름이 줄줄 흘러내려, 현실에서 백만 광년쯤 떨어진 어딘가에서 유쾌한 사랑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겠거니 싶다. 심지어 타임 루프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들어갔다니 더더욱.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는 동안 떠오른 것은, 매일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내뱉는 내 모습이었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공식을 따른다. 어떤 사건에 말려들어 서로를 싫어하던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속사포 같은 대사로 이어가는 재미. 이 영화의 두 사람은 세라와 나일스다. 동생의 결혼식장에서 누구보다 뚱한 표정으로 술만 들이켜고 있는 세라, 그리고 결혼식장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난입한 나일스. 모두가 격식을 갖추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유일한 두 사람.
알고 보니 나일스는 타임루프, 즉 무한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같은 날이 반복된다. 어제가 오늘, 내일이 오늘, 매일 같은 매일. 그런데 세라도 그 하루에 같이 휘말리면서 두 사람은 매일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나일스에게 화도 내고, 벗어날 방법도 열심히 찾아보지만 세라 또한 나일스가 이미 겪었던 절망을 고스란히 겪으며 그 하루에 갇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침이 오면 다시 사람들은 결혼식 준비로 분주하고, 두 사람만이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시간이 사랑의 시간과 매우 닮아 있다. 모두 쳇바퀴 같은 하루를 살 때 두 사람만이 하루하루를 함께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게 연애 아닌가?
두 사람이 사랑의 시간과 닮은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아무 날도 아닌 날 반짝이 옷을 입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 "Happy unbirthday!"를 축하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생각도 난다. 조금씩 연습해 완벽하게 합을 맞춘 안무를 펼치는 모습, 꿈같은 현실에서 함께 본 비현실적인 풍경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날들을 조금씩 바꾸어간다. 그리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하루의 굴레를 마주 대한다. 똑같은 날들을 조금씩 바꾸어가는 힘. 함께 있는 데서 오는 힘. 마침내 옮기는 씩씩한 발걸음은 언제나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모두가 쳇바퀴 같이 하루를 사는 것. 그건 타임 루프라는 설정이 없는 내 삶에도 낯설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길에 오르고, 같은 시간에 같은 커피를 마시고, 다짐을 깨뜨리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흘러나오고, 그날이 그날 같이 고만고만한 것. 일상을 마주하는 내 마음이 그랬다.
여행 가는 날만 내 삶이 아닌데 꼭 일상을 벗어나야만 호젓하게 생의 감각을 누리곤 한다. 여행도 갈 수 없는 지금, 극장에 앉아 있는 한 시간 반 만에 긴 여행의 귀가 길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여기가 내 삶이니까. 컨베이어 벨트처럼 착착 굴러가기만 하는 삶에서 나는 피자 튜브 위에 동실동실 떠있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 날도 아닌 날을 기꺼이 맞아들이며 누군가와 눈 맞추고 웃어 보일 것인지.
두 주인공이 맥주를 얼마나 마셔대는지 보고 나면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진다. 타임루프보다 누군가와 함께 여름밤을 즐기는 것이 더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아무 날도 아닌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 결국 함께 걷는 누군가의 씩씩한 발걸음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에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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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만에 나타난 촌놈 형사의 찐한 향수!
액셀 폴리가 돌아왔다. 그것도 30년 만에. 디트로이트 촌놈 형사가 LA에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으로 1980년대 최고의 히트작으로 불린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인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리즈의 장점을 오롯이 가져오면서 그때의 향수를 찐하게 전한다. 시리즈의 기존 팬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작품. 하지만 그 향수가 너무 진해 액셀의 사건 해결에 종종 브레이크를 건다.
세월은 흘렀지만 액셀 폴리(에디 머피)는 여전하다. 디트로이트 대표 오지라퍼 아니랄까 봐 만나는 사람마다 말 걸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물 불 안가리는 것도 예전과 똑같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LA에서 함께 범인을 잡았던 빌리(저지 라인홀드)에게 연락이 온다. 어떤 범죄자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변호를 맡고 있는 액셀의 딸 제인(테일러 페이지)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소식이었다. 이혼 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던 딸을 구하기 위해 LA 비버리 힐스로 향한 액셀. 하지만 만나기로 한 빌리가 행방불명되고, 그가 운영하는 사설탐정 사무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범죄자들과 맞닥뜨린다.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은 1980년대 형사 액션물의 원형이었던 시리즈의 장점을 최대한 가져온다. 정의와 불의가 명확한 세계에서 적과 대결하는 심플한 구도를 가져오고, 그 안에서 액셀과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하게 만든다. 30년 만에 나온 속편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수혈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딸 제인과 애봇(조셉 고든 레빗) 형사가 맡는다. 과거 빌리, 태거트(존 애쉬턴)와 함께 수사를 펼쳤던 파트너가 자연스럽게 바통 터치를 한 것. 물론 분량은 적지만 빌리와 태거트 형사도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과거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총격 액션 장면도 보여주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비버리 힐스 캅> 시리즈는 동시대 나왔던 할리우드 형사 액션 영화였던 <리쎌웨폰> <다이하드>는 물론, 이 영화들의 아우 격인 <나쁜 녀석들> 보다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물론,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럭 액션이나 이번 영화에 나오는 헬기 액션 등도 나오지만,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에디 머피의 구강 액션이다.
시리즈를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는 그 점을 강조한다. 환갑이 넘은 원년 배우들에게 과한 액션을 맡기기보다 구강 액션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적과의 기싸움을 벌이는 등 대부분 말빨로 해결한다. SNL 출신으로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에디 머피에게 구강 액션은 찰떡인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의 입담, 능구렁이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더불어 저지 라인홀드, 존 애쉬턴, 브론슨 핀초트, 폴 라이저 등 분량에 상관없이 에디 머피와의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이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원년 팬들에게는 크나큰 선물일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이 <비버리 힐스 캅: 액셀 F>의 아쉬운 부분이다. 자기 복제까지는 아닐지언정 기존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만 그친다. 지난 2020년에 개봉한 <나쁜 녀석들: 포에버> 경우, 팬 서비스와 더불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수사 흐름 속에서 특유의 감과 깡으로 수사를 해결하는 베테랑 형사들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마치 원래 범인은 이렇게 잡는 거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가 든 액셀과 친구들은 노익장을 과시하지만, 다음 스텝까지 가지는 못한다.
여기에 액셀의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 그리고 사건을 위해서라면 집, 자동차, 헬기 등 다 부숴버리는 그의 막무가내 액션을 박수치며 즐기기엔 세월이 너무 흘렀다. 1편 개봉 이후 40년이 흐른 지금 액셀의 액션을 보면 윤리적인 부분을 생각 안 할 수 없고, 그 자체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명료하지만 단선적인 스토리라인과 예측 가능한 결말도 힘이 빠진다. 그나마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말처럼 액셀과 공조수사를 펼치는 딸 제인의 이야기가 새로움을 안긴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 마음이 가는 건 제작 자체의 반가움과 영화가 지닌 호쾌함이다. 디트로이트에 가면 도시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돌아다닐 것 같은 액셀 형사, 그리고 오랜만에 이 캐릭터를 연기한 에디 머피의 모습은 기쁨 그 자체. 그 유명한 'Axel F' 사운드트렉을 만든 해롤드 팔터마이어의 스코어를 멋지게 변주한 론 발프의 음악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많이 바라지 않는다. 형님들의 멋진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3.0 /5.0
한줄평: 향수만 자극하는 액셀 활용 방법. 그래도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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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공존이라는 메시지 위에 서서 외치는 호소,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집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의식주에서 ‘주’를 담당하는 집이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자신을 긍정하고 포용하는 경향을 지닐 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을 정신적인 공간의 개념으로 나눈다면 그 또한 거시적인 의미의 ‘집’이 될 테다.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작품으로서, 제목 그대로 집에 살던 새가 어디로 갔는지를 묻는다. 나의 해석으로는 제목에서 사용된 집이라는 개념은 ‘우리 곁’이라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들을 전부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곁에 있던 새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The Birds Who Lived Home - Where Did You All Go?
Cast
감독: 김화영
출연: 김세희, 로예주, 서지원, 유다님, 이영관 등
시놉시스
닭이 등장한 과거의 기록을 통해 인간이 닭을 다뤄온 역사를 추적한다. 그리고 오늘날 닭을 포함해 가시거리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현재를 듣는다. 이는 생태계 절멸의 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축산동물 상황에 대한 폭로라기보다, 결국 이 안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의 실패담에 가깝다. 다만 이들의 목소리는 현실을 염세적으로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직면하게 이끈다. 그리고 유예된 시간에 누구와 만날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지 안내한다.
‘우리 곁’ 새들의 행방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화 문법적 요소들을 일일이 캐내려는 것은 개인적으로 부담이 된다. 나중에 언급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큐멘터리의 사전적 정의는 엄격하게 본다면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영화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독특하다고 느껴진다. 동물 해방 운동가, 동물권 운동가 등 다양한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담은 장면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스크린에 영상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그 첫 단부터 등장하는 민화 애니메이션과 내레이션에 관한 부분이다.
제목만 본다면 의문을 남기는 요소들이 있다. ‘집에 살던 새’라는 것은 무엇인가. 제목이 가지는 의미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인터뷰와 인터뷰 사이에 부분마다 중간 삽입되는, 내레이션이 입혀진 민화 애니메이션들이 그 불명확함에 실마리를 던진다.
주로 영화는 닭에 관한 민화들을 서술한다. 과거에서부터 닭이라는 존재는 우리 조상에게 어떤 의미였는지에 관한 내용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한다. 공통으로 확인되는 지점은 닭이 우리 조상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이는 제목에서 말하는 집에 살던 새는 닭이었다는 것을 자연스레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곁에 있던, 집에 살던 새는 어디로 갔는가.
영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 한 문장이라는 것은 당연지사다. 조상들에게 길한 존재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민화에서도 곳곳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닭은 21세기인 오늘날에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애니메이션이 막을 내리면 그제야 영화는 그 행방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리고 그 행방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그 동물권의 가치가 떠오른다.
동물권을 지켜라, ‘우리’를 위해
순히 닭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돼지도, 소도, 생선과 해산물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최근 동물권을 위한 운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급진적 사회 운동으로 동물권 인식 고취 등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오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움직임이 매체에게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큼직한 이유 중 하나는 과거 급진적 운동으로 인한 동물권 운동가들에 관한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인식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공통된 합의가 이끌어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동물권 운동가들의 활동이 ‘그들만의 세계’로 고립될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시 한 번 동물권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확성기를 쥐여준 것은 상징적으로 보인다. 운동가들의 경험과 배경, 그것을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그들의 활동과 생각을 덜 급진적이고 덜 공격적으로 풀어갈 수 있게 한 것은 이 사회적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했음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고 메시지 또한 얄팍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이들의 메시지에는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그 안에 뼈가 있다. 강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서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를 도출한다면 결국 공존이 남는다. 인간이 그들의 야생성을 빼앗았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이익을 위해 유전병을 남기고 도망가려는 돼지의 뒷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인간에게는 야만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온 그들을 존중하지 못하면 그들은 동물이 될 수 있을까. 배터리형 사육장 안에서 키워지고 먹임 당하며 기형적으로 몸을 부풀려진 닭들은 과연 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능동성을 상실한 존재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보장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동물이라는 붙임표를 들이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으로 그런 능동성을 빼앗고 있는 인간도 동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같은 인간끼리의 동족상잔과 집단학살에는 목소리 높이지만,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는 것에는 침묵하는 것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 합리와 이성으로 다른 동물과 존재의 선을 그었던 인간이 다른 동물 앞에서는 비합리적인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을 본다면 이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그렇기에 영화는 공존에 관한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단순히 동물권에서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한 사업장과 대기업 간의 위계질서에 관해서도 대략 언급한다. 인간이 아닌 동물과 인간 간의 위계질서가 윤리적으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그 힘의 질서에 우리는 아무 말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들을 동물로 대접해야 우리도 동물로 존재할 수 있으며, 그래야 인간으로서 우리가 자신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막연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비판을 드러낼 수 있다. 이미 이렇게 벌어진 사회 현상과 구조에서 평범한 사람의 목소리가 어떤 도움이 되겠냐는 말들은 빠짐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러므로 움직이고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존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준다면, 더 넘어서 우리 사회 속에서도 우리만의 공존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명확하게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어쩌면 분명히 답 내릴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일일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다보면 막막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운동가와 활동가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단순히 동물들만을 위해서가 아닌, 인간이 인간으로 공존할 수 있기를 위해서. 그 이야기를 영화는 막간을 이용한 민화 애니메이션으로 부드럽게 설득한다. 이제는 관객이 고민할 시간이다. 정확한 뒷배경을 알지 못하고 허울뿐인 채식주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공존마저 포기한 인간이 될 것인가. 혹은 인간을 인간으로 세우기 위해 일어설 것인가.
상영 일정
2025. 05. 02(금)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20:30
2025. 05. 04(일) CGV전주고사 4관 13:30
2025. 05. 05(월) 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21:00
2025. 05. 09(금)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17:00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30일~5월 9일 동안 개최됩니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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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JIMFF 이가섭 배우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오랜만이다 의 #이가섭 배우님 본격 탐구! ?♀️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오랜만이다]의 이가섭 배우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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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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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의 흑역사 로맨티카> 30초 예고편
언제 죽을지 몰라도 뜨거운 사랑은 하고싶은 마르타.
데이트 앱을 켜 운명의 남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째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포기 직전의 마르타에게도 기적은 있었으니.. 이시대의 완벽남 아르투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마르타는 아찔한 흑역사를 생성하고,
그 대가로 단 한번의 저녁 식사 기회를 얻게 되는데..!
우리가 사랑에 빠질 확률 9.5%
마르타의 목숨을 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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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니피그를 좋아하세요> 메인 예고편
만화가가 꿈이었던 료타. 꿈을 이어가던 중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우연히 동물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많은 일을 배우며 동물들과 교감하고, 동물원에서 운좋게 만화도 그리면서 좋은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료타가 맡았던 기니피그가 죽게 되고, 료타는 허탈함과 정말감에 빠진다. 료타와 동물원 사람들은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