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03 12:07:57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황금연휴 극장가의 승리자는?

개봉 첫 주 1위를 빼앗겼던 <히트맨2>가 누적 관객 수 190만 명을 돌파하며 <검은 수녀들>을 넘어서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추이와 별다른 대작이 개봉하지 않는 극장 상황상, 손익분기점인 230만 명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은 수녀들>은 2위에 머물렀지만, 누적 관객 수 143만 명을 불러들이며 손익분기점인 160만 명에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앞서 160개국 선판매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검은 수녀들>은 해외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개봉 후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라고 합니다.
한편, 동명의 대만 멜로 영화를 리메이크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개봉 첫 주 누적 관객 수 35만 명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습니다.

북미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선보인 <도그 맨 Dog Man>이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도그 맨>은 미국의 아동 그래픽 노블 시리즈 '캡틴 언더팬츠'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며, 개봉 전부터 입소문과 가족 관객층의 기대감으로 개봉 첫 주에만 3,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2위를 차지한 SF 스릴러 <컴패니언>은 누적 수익 95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제작비가 1,000만 달러에 불과하여 흥행 수익은 양호한 편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로튼토마토 94% 등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소피 대처, 잭 퀘이드가 주연을 맡았고, 이상적인 커플이 친구들과 함께 떠난 호화로운 휴가 중 일어난 예상치 못한 사건을 다룬다고 합니다.
<무파사: 라이온 킹>이 순위권인 3위에 머무르며 여전히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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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여 일어나라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가 올해 1월 4일 개봉해 현재까지 상영 중으로 롱런 중이다. 그다지 관객몰이를 하지 못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박스오피스 1위, 상영 3개월이 되는 시점에서는 3위이다. 관객 수는 435만 명으로 스크린에 함께 걸렸던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다 관객 수가 많은 편이다. 유명 배우를 기용한 몇 편의 한국 영화가 10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기간 동안 추억의 애니메이션은 400만 명을 넘어섰다.
40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일 것이라 여겨졌지만, 10대 만족도는 9.65, 40대는 9.35로 오히려 만화책이 아닌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난 이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 코믹스에서 다 그려내지 못했던 가드 송태섭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연출된 작품이지만, 북산과 산왕 간의 대결이라는 그리고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향해 가는 북산 팀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지 못하는 관객 층에게도 충분한 어필을 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을 맡았고, 상영 시간 124분, 평점 9.27이다.
슬램덩크 만화책의 주인공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강백호, 송태섭 중 앞의 4인의 스토리는 충분히 그려졌으나, 송태섭의 이야기는 충분치 않아 그에 관한 스토리를 쓰고 싶었다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바램이 담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이다.
만화책에서는 하나 누나를 좋아하고 귀에 피어싱을 낀 다소 껄렁껄렁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가드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필라소피를 농구 안에서 풀어내는 모습이 매력적이던 송태섭의 성장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영화는 송태섭의 성장 과정뿐 아니라 산왕과 북산과의 경기를 통해 강백호만이 가진, 그리고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안경 선배, 하나 누나, 안선생, 강백호의 친구들, 그들 자신만이 가진 특유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듯 발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애니메이션 원독자들은 2023년 이 시대의 40대 들일 것이다.
그들은 X 세대라 불리며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 가운데 컸으며, 그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든 세대들이다. 자신들이 학습되고 부모 세대로부터 받은 익숙함들은 그들이 접하게 된 새로운 문화나 교육들과는 이질감이 생겨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층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기존 문화와 흐름에 아무것도 모르고 편승하기에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위치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과 고민 가운데 봉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물결을 만들며 마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거대한 기존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지만, 세상 가운데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결은 무척이나 넓고 깊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타협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과 그 물줄기 안에서 편승하는 듯 보이지만, 마음 안에 담겨 있는 열정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 되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 가운데서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자들에게 이 영화는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단지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추억을 딛고 일어나 마음속의 열정으로 다시 그 거센 물줄기 안에서 새로운 물꼬를 틀라고 촉구하는 듯 보인다.
OST는 비트 있게 생동감을 주며 움직이고, 북산고 선수들의 호흡과 관객의 호흡은 정확히 일치한다.
더빙과 자막 중 자막을 선택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40대여,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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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앤 더 시티의 계보를 잇다, 미드 <더 볼드타입>
미드 <더 볼드 타입> 포스터
더 볼드타입 (The Bold type, 2017-2021)
제작 : 미국, 코미디·드라마, 시즌5 완결
연출 : 빅터 넬리 주니어, 에리카 던튼 │ 각본 : 세라 왓슨
출연 : 아이샤 디(캣), 케이티 스티븐스(제인), 메간 페이(서턴), 멜로라 하든(재클린)
등급 : 전체 관람가<섹스 앤 더 시티>의 계보를 이을, 여성 우정 드라마
<더 볼드타입> 스틸컷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고 자유분방한 사랑을 경험하는 뉴욕의 전문직 여성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감성을 촉진하는 단골 소재다. 이를 활용한 가장 성공적인 드라마는 단연 <섹스 앤 더 시티(1998-2004)>일 거다. 그간 ‘섹스 앤 더 시티’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들은 종종 있었지만, 오늘 말할 드라마는 그중 가장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제의식을 잘 가져온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직업, 패션, 우정, 성 담론, 그리고 거기에 밀레니얼 세대의 공감대가 아낌없이 더해져 있으니 말이다.
젊은 세대가 주 시청층인 미국의 채널 ‘프리폼(Freeform)’에서 방영이 됐기 때문에 관람 등급은 전체 관람가로 낮아졌고, 주인공들의 연령대도 20대 중반으로 훨씬 영(yong)해졌다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섹스 앤 더 시티가 농염한 언니들의 과감한 섹스 라이프를 다뤘다면, 이 드라마는 사회초년생인 20대 여주인공들이 전문직 여성으로서 어떻게 경력을 쌓아나가는지, 여성으로서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 해나가는지를 집중적으로 비춘다.
화려한 잡지사의 일상, 개성 강한 캐릭터들
<더 볼드타입> 스틸컷
‘섹스 앤 더 시티’의 숨은 관전 포인트였던 화려한 패션센스 또한 놓치지 않았다. 30대 중후반이었던 ‘섹스 앤 더 시티’ 언니들보다는 경제적으로 빠듯한 20대 주인공들이기에 화려한 의상을 매일같이 휘감을 수는 없었지만, 나름의 막강한 대체 요소가 있었으니. 세명의 여주인공이 몸담은 회사이자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스칼렛(Scarlet)’이 바로 여성잡지사라는 점이다.
직장이 ‘잡지사’라는 설정 덕에 매회 화보 촬영과 기념 파티 그리고 셀럽들이 등장하느라 한시도 눈이 지루할 틈이 없다. 심지어 주인공 제인, 캣, 서턴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대나무 숲처럼 찾는 곳은, 화보 촬영에 쓰일 각종 장신구와 의상이 모여있는 ‘패션 클로짓(의류창고)’이라는 거.
세 명의 여주인공 캐릭터도 ‘섹스 앤 더 시티’만큼이나 확실하고 개성 있다. ‘제인’은 스칼렛의 기자로서 ‘발 각질 관리법’ 같은 가벼운 기사에서 여성의 정치와 권리를 다루고자 하는 뚝심 있는 기자로 묘사되고, 패션 어시스턴트인 ‘서턴’은 사랑보단 자신의 경력을 우선시하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 ‘캣’은 젊은 나이에 소셜 미디어 디렉터를 맡고 있는 능력잔데, 여성 사진작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깨우쳐간다.
각자 뚜렷하게 생동감이 넘치는 캐릭터 덕분일지, 매 에피소드는 세 주인공이 펼치는 각기 다른 라이프 스타일과 주제의식으로 빼곡하고 또 신선했다.
이 드라마의 숨은 주인공, 편집장 재클린
<더 볼드타입> 스틸컷
과거의 여성잡지가 그러했듯 드라마 속 가상의 잡지사인 ‘스칼렛’은 구시대적인 여성관에서 출발했다. 남자를 유혹해야 하고, 여자라면 갖춰야 할 온갖 관리법이며 기술이며 하는 기사들을 담는 잡지였다. 그런 잡지사에 여성 편집장 ‘재클린’이 오면서부터 ‘스칼렛’은 바뀐다. 정치기사를 싣고, 건강한 여성의 몸을 비추고, 이사진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는 진취적인 여성관을 제시하면서 새롭게 재창조된다.
재클린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는 끊임없이 쇄신한다. 인쇄소에 맡기기 직전까지도 이 콘텐츠가 여성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의심하고 또 고민하는 편집장이다. 단순한 리더에 그치지 않고 여성을 향한 대의를 품은 그녀만의 방향성은, 스칼렛의 직원들에게 매 순간 용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올바른 저널리즘을 추구함으로써 편향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직원들을 채찍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의 표면적 주인공들은 20대 여성 제인, 서턴, 캣이지만 드라마가 거듭될수록 느껴지는 게 있다. 성장하는 그녀들을 이끄는 중추적인 인물은 단연 ‘재클린’이고, 그녀가 숨은 주인공이라는 것 말이다. 재클린은, 실제 ‘코스모 폴리탄’의 여성 편집장이었던 ‘조안나 콜스’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진다. (*조안나 콜스는 이 드라마의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세 친구의 우정은 당연히 디폴트고요
<더 볼드타입> 스틸컷
새로운 주제의식이 더해지면서도 이 드라마가 근본적으로 ‘포스트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3인 여성의 ‘우정’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인과 서턴, 캣은 잡지사의 조무래기로 시작해 어엿한 각자의 역할을 해내기까지, ‘스칼렛’의 동료이자 영혼을 나누는 솔메이트 친구 사이다. 그들이 ‘패션 클로짓’에 모여, 안 풀리는 연애사와 업무 고충에 대해 무한한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건 매 에피소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녀들은 여느 20대의 친구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서로 다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엔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톱니바퀴처럼 이빨을 맞추며 사랑스러운 우정을 이어나간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매번 잠자리 파트너를 바꾸던 ‘사만다’와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던 ‘샬롯’이 친구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20대라고 덜 성숙하지도, 더 유난하지도 않은, 여성들의 우정은 여기 이 드라마에서도 디폴트 값이다.
볼드타입으로 표현되는 이 드라마의 정수<더 볼드타입> 포스터
‘볼드(Bold)’는 보통 활자체보다 선이 굵은 활자체를 뜻한다. 하지만 이를 사람을 수식하는 데에 쓰면 ‘개성있는, 특이한’이라는 뜻이 된다. 이 드라마의 제목으로 쓰인 ‘더 볼드 타입(The bold type)’은, 발랄하지만 경박하지 않으며 당당한 여성관을 표방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잘 함축한 단어가 아닐까.
2-30대 여성이라면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을만한 이 드라마는, 참고로 미국의 영화/TV 리뷰 집계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100%를 기록한 바 있다. 시즌5로 완결되었으며, 넷플릭스에서는 현재 시즌3까지 시청 가능하다. 나는 시즌 4를 기다리느라 현재 현기증을 겪는 중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모든 여성들에게, 재클린의 용기와 격려가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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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보면 귀호강, 제대로 보면 불편한 영화 《님은 먼곳에》
영화 《님은 먼곳에》는 중학생 때 영화관에서 굉장히 재밌게 보고 나온 기억이 있었던 작품이다. 수애의 노래에 꽂혀서 원곡을 찾아듣다가도 영화 속에 나온 ‘써니’ 캐릭터의 감정 만큼 와닿지 않아서 계속해서 수애가 부른 버전으로 들었었다. 영화 《님은 먼곳에》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논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도중 일제강점기와 베트남 전쟁 사이에서 방황하던 무렵 보게 됐다.
영화 《님은 먼곳에》 시놉시스
1971년 베트남, 당신을 찾아 그곳으로 갑니다!
1971년 베트남, 전쟁의 한가운데 그들이 있었다!가끔씩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인 ‘순이’는 외아들 ‘상길’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매달 군대 간 남편의 면회를 간다. 그러나 언제나 살가운 말 한마디 없는 남편 상길. 어느 날, 그녀에게 취한 상길이 묻는다. “니 내 사랑하나?”
상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순이는 다음 달도 여느 때처럼 면회를 가지만, 상길이 베트남 전에 자원해 갔다는 소식을 통보 받는다. 행방조차 알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한 순이. 베트남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정만’을 쫓아 위문공연단의 보컬로 합류하여 ‘써니’란 새 이름을 얻은 그녀는 화염과 총성이 가득한 베트남, 그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든다.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님은 먼곳에》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수애만이 빛났던 작품
순이라는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수애가 작품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이준익 감독의 음악영화 작품들 속에서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나름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이 작품에서는 딱히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악역이었던 정만이 왜 갑자기 순이의 남편 찾기 대장정에 그토록 애를 쓰고 순이를 보호하려고 노선이 변하면서 캐릭터 붕괴가 된 느낌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다
그저 생각없이 영화를 보면 수애가 남편을 찾아 베트남까지 가서 노래를 부르는 음악영화라고 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지나간 과거의 노래가 이렇게 멋있고, 좋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한동안 수애가 부른 김추자의 곡을 찾아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잘 보면 남성이 여성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미국 군인들을 타깃으로 한 쇼가 실패하면서 정만의 밴드는 한국 군인들로 그 타깃을 번경한다. 여기서 정만은 순이에게 노출이 강한 옷을 입히거나 한국 국인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순이의 치마를 들추고, 공연 때 여성의 속옷을 군인들에게 던지는 등의 퍼포먼스를 행한다.
이런 무대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순이가 점점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무대 위에서의 섹시함을 강조한 써니나 무대 아래에서의 조신한 순이나 다 그 시대의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원했던 이미지를 여성 스스로가 체화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을 제대로 다룬 영화는 없을까?
베트남을 주제로 기말 레포트를 쓰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느낀 점은 베트남 전쟁 그 자체에 대해 다룬 한국 영화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베트남 전쟁이 사랑이야기의 소재나 음악이야기의 소재로서 등장하거나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전쟁 후 고생하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은 종종 찾아볼 수 있어도 베트남 전쟁에서 우리가 어떠한 일을 했는가를 다룬 작품은 보여지지 않았다.
우리의 잘못에 대해 다루는 것이기에 베트남 전쟁 자체가 주제가 되는 영화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일까? 교과서로 그저 우리가 잘못한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매체를 통해서도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느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사실 생각없이 보기에는 정말 좋았던 영화 《님은 먼곳에》. 지루할만 하면 수애가 노래를 부르고, 루즈하다 싶으면 폭탄이 터지니 말이다. 하지만 분석을 하면서 보다보니 꽤나 불편한 지점이 많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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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영화 <마음의 고향>은 시대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주제로 한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간절함,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주인공 도성은 동승으로 등장하고, 그렇기에 작품에서 불교 소재와 설정 등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살생은 단순히 금기시되는 불교적 소재로서 등장하기보다 도성의 마음을 투영하기도, 좌절시키기도 하며 소재로서 나타난다. 이는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좀 더 입체감 있게 영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한다. 가령, 어머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어머니에게 줄 털 부채를 만들고자 새를 잡으려는 도성의 모습은 그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살생을 발각됨으로써 결국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좌절시키는 역할을 하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의 고향>이 좋았던 이유는 인위적인 방식이 없어도 인물들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아무리 열연해도 관객들이 캐릭터의 감정에 공감이 안 가는 영화들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래전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인물에게 공감하고,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가 많다. 구체적으로, 초반부에서 도성이 나무에 자신의 키를 재며 어머니를 기다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후반부에서 다시 이 장면을 반복하는 연출은 도성의 간절함을 더욱 강조하며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또한, 어머니에게 털 부채를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아이의 순수함, 어머니 이야기만 하면 귀가 쫑긋하는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를 버리고 떠났으나 잘못을 반성하고 자식을 보고싶어 하는 어머니의 눈물 등 세밀한 표현들이 인물의 감정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약 1시간 분량의 짧은 영화이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가 빠져들어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 영화는 해방 후 제작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나 시대적 배경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가족 간의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영원하고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론, 도성이 억압받던 절을 떠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장면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시대의 반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에 몰입하여 영화를 쭉 따라온 나로서는 도성이 절을 떠나는 장면 역시 어머니에 대한 순수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며 절을 떠나면서 웃던 도성의 모습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영화의 소재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사람들의 관심 역시 그렇다. 그러나, 어머니를 향하는 자식의 절실한 그리움은 그 어느 시대라고 하여도 우리의 마음을 깊이 후벼팔 수밖에 없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 아이를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주고자 하는 아씨 등 우리가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은 그러한 영화의 의미를 더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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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남들보다 더 빨리 비상해야 하는 작은 새들의 이야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작은 새들(Fledglings)
Poland/2022/84min/리디아 두다 감독 작품
상상력이 풍부한 조시아, 예민한 오스카, 독립적인 킹가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인이 되어야 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아이들의 동정심, 예술적 표현, 유머 센스 및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들의 우정과 사랑, 타인과의 관계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역경을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넓다. 넓고, 또 위험하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큰 세상이지만 동시에 무수히 많은 위험과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는 그런 곳이다. 이렇게 넓고 큰 세상에서 유난히 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작은 새들'이 바로 여기 있다.
영화 <작은 새들>은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 3명이 시각장애 기숙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모님을 잡지 않고서는 단 몇 초밖에 서 있을 수 없던 이 어린 작은 새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이 세상에 적응해야 했기에 부모와의 힘든 이별을 겪게 되었다. 어미 새들로부터 놓여진 이 작은 새들은 기숙학교에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해주며 우정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어린 아이들에게 주어진 낯선 환경으로 인해 처음에 이들의 움직임은 미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숙학교를 떠날 때에는 마치 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 있는 작은 새의 활발한 날갯짓처럼 강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흑백으로 표현되었으며, 그리고 관객들은 아이들과 똑같은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나는 최근 들어 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에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메라의 시선이 다정하면 관객도 저절로 다정한 시선으로 해당 인물을 바라보게 되고, 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움직임과 행동, 표정 등에 더 집중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저절로 우리가 이 작은 새들의 활발한 비상을 희망하고 응원하게끔 만든다.
작은 새들이 모여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또 동시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초반에 아이들은 서투르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앞에 주어진 피아노 건반을 천천히 만져보고, 또 복도를 걷기 위해 손을 마구 흔들며 손잡이를 찾아보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때부터 그저 쓱- 보고 지나쳤을 공간이나 물건을 이들은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또 집중해서 탐구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들간의 사랑, 우정, 공감, 교감, 그리고 서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과 행동들이었다. 서로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선뜻 도와주고, 서로를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같은 상황에 주어진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힘이 되는 응원을 보내고, 기숙학교를 먼저 떠나는 이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렴'과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네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자연스레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해 보이던 초반의 작은 새들이 어느덧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나 강인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22.09.26(월) 20:3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2022.09.29(목) 11:00 메가박스 백석점 7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 기간: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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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프랑스식 조소가 가득한 욕망의 가면무도회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상영작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내며 ‘카페 벨에포크’,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배우이자 감독인 니콜라스 베도스의 신작 영화 위선의 종말을 올해 JIFF 나들이 첫 선택으로 관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식 위트 섞인 블랙 코미디를 상당히 좋아하기에 선택했는데, 역시나 세상을 비웃는 독특한 시선이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파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가장 무도회를 뜻하는 원제 ‘MASQUERADE’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언제 끝났을 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을 주었는데,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챙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빠른 국내 개봉일 확정을 바라며, 영화제를 통해 미리 만나본 작품의 후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말하는 걸 모두 믿지마”
시놉시스: 매력적인 댄서 아드리앵은 오토바이 사고로 경력이 엉망이 되고, 나태함으로 자신의 젊음을 낭비한다. 아드리앵의 삶은 음모와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한 사기를 벌이며 살아가는 마고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예고편│Trailer
원제: MASQUERADE, 영제: Mascarade│감독·각본: 니콜라스 베도스
출연진: 피에르 니네이, 이자벨 아자니, 프랑수아 클루제, 마린 백트, 로라 모란테, 엠마뉴엘 드보스 외 다수
장르: 범죄, 드라마, 코미디│상영 시간: 134분
국가: 프랑스│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왓챠피디아 3.3, IMDB 6.5
24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영작
“모두가 쓴 가면 뒤 타락한 진실은 알 수 없다”
‘달과 6펜스’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명언 중 “프랑스 리비에라는 부정한 사람들에게 밝은 곳”이라는 인상적인 문구로 문을 연 작품은 흥분한 시몽이 아드리앵과 마고를 방문한 뒤 들리는 한발의 총성으로 시작됩니다. 사고로 무용수를 그만두고 나이 든 여자들의 남자친구이자, 노리개로 삶을 살아가는 아드리앵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싱글맘 마고, 그의 파트너이자 유명 여배우 마르타, 이들의 먹잇감이 된 중년의 부동산 사업가 시몽, 모든 계획의 조력자 줄리아까지 부를 향해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법정 증언들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점으로 흐릅니다. 각자의 생각으로 구성된 장면들은 계획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며 원동력이 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부에 심취한 자들과 쟁취하려는 자들로 분류된 작품 속에서 아드리앵과 마고는 삶의 동질감은 물론, 살기 위해 멀리했던 사랑에 빠져 공동된 목표를 쟁취할 계획을 수립합니다. 자신들이 제일 잘 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마르타, 시몽을 조종할 수 있을거라는 조롱 섞인 자신감은 냉정하리만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적어도 결말까지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미래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반전의 엔딩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누구보다 양쪽 부류의 욕망을 잘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아는 줄리아를 통해 강력한 한방을 남깁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계획된 연기였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말입니다.
피에르 니네이, 이자벨 아자니, 프랑수아 클루제, 마린 백트, 로라 모란테 등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호화 캐스팅은 이러한 욕망의 덫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진심을 감춘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일정 부분에서 2008년 ‘비스티 보이즈’도 떠오르기도 하지만 니콜라스 베도스의 필력이 담긴 프랑스식 풍자와 조소는 삭막함만이 흐르는 비극적인 현대 사회를 제대로 비웃습니다. 늘 이용당하고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낭만이라 일컫는 사랑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대한 씁쓸함이 짙게 내려앉은 프랑스 영화 위선의 종말이었습니다. 개봉이 언제될 지 모르겠지만, 이런 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드려보고 싶네요. :)
한 줄 평 : 사랑이라는 미끼의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의 덫에 걸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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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빌리 홀리데이> 티저 예고편
팝 보컬의 예술을 영원히 바꿔 놓은 재즈의 초상 ‘빌리 홀리데이’
무대 위에선 모두의 박수를 받는 ‘레이디 데이’였지만
무대 아래에선 시대의 폭력과 광기에 끝없이 시달렸다.
도망칠 곳 없이 어둠으로 내몰린 삶 속에서도
그녀가 포기할 수 없었던 두 가지
세상을 위한 단 하나의 노래
그녀를 위한 단 하나의 사랑.
Stay tuned for LAD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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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싱크홀> 1차 예고편
사.상.초.유! 도심 속 초대형 재난 발생!
서울 입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가장 ‘동원(김성균)’
이사 첫날부터 프로 참견러 ‘만수’(차승원)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동원’은 자가취득을 기념하며 직장 동료들을 집들이에 초대하지만
행복한 단꿈도 잠시,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마주치기만 하면 투닥거리는 빌라 주민 ‘만수’와 ‘동원’
‘동원’의 집들이에 왔던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까지!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진 이들은 과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한 500m 정도는 떨어진 것 같아”
“우리… 나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