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04 09:47:51
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하정우의 분노의 질주! <브로큰> 개봉 줄거리 정보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한국 영화 <브로큰>이 개봉합니다.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았던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하정우, 김남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최근 스크린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이었던 두 배우가 과연 <브로큰>으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해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또다른 웰메이드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1972년 9월 5일, 방송 역사상 최초로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일을 다룬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개봉합니다.
앞서 1월에 파트1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도 빠르게 파트2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 보러 가볼까요?
브로큰
NOCTURNAL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99분
감독: 김진황
주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개봉: 2025.02.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석태'가 시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생의 아내 '문영'은 자취를 감췄다. 동생이 죽고 진실이 잠든 밤, 분노가 깨어났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쫓는 소설가 '호령'을 만나고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얽혀버린 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형제가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하며 서로가 서로를 쫓고 민태는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개요: 스릴러 | 독일, 미국 | 95분
감독: 팀 펠바움
주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개봉: 2025.02.0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2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2.05.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거대 우주 모함이 드리운 도쿄의 하늘!
서로에게 절대적인 '카도데'와 '오란'의 캠퍼스 라이프!
지구가 망해가는 가운데, 대학생이 된 '카도데'와 '오란'. '오란'은 신비한 소년 '오바'와 재회하고 운명의 시간을 직감하게 되는데... "오란, 이제 곧 침략자도 인간도 모두 죽어…"
마침내 맞이하게 된 멸망 D-DAY!
"네가 여기에 있으면, 나도 거기에 있을 거야"
고양이키스 :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Cat Kis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황수빈
주연: 오동민, 류아벨, 신수아, 강정민
개봉: 2025.02.05.
배급: (주)모토

줄거리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로 해주세요!”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동화 작가 ‘용희’. 아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업실에 들어갈 때마다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 오랫동안 그 방을 닫아둔 채 방치한다.
어느 날 그곳에서 ‘재인’이 몰래 숨겨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고,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목수 ‘로언’은 그 방을 고양이 방으로 꾸미자는 제안을 한다. ‘용희’는 고양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마지못해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재인’과 ‘로언’의 도움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시작 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용희’는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온기를 되찾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
- 관심과 무관심 사이의 애정 속 청춘들
데뷔작 ‘피노이 선데이’로 47회 금마장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호위딩 감독의 신작으로, 한 도시에 사는 네 청춘의 시선으로 각자 겪는 사랑과 이별, 삶의 변화를 바라보는 대만 영화 청춘시련 리뷰입니다.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30회 필라델피아를 비롯해,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 34회 도쿄국제, 23회 우디네 극동, 공식 개막작으로 선정된 58회 금마장까지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청춘의 뜨거운 삶과 사랑을 진솔하게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기대작이지요. 더불어 스토리에 부합하는 금마장 남우 주·조연상을 수상한 린 바이 홍(임백굉)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희생자게임’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이목 등 대만의 라이징 스타가 캐스팅되어 주목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속 귀요미를 맡았던 이목의 변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청춘시련 정보
모두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항상 나를 떠났어요
시의원의 딸 위팡과 그녀의 남자친구 샤오장이 역에서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칼부림 당하는 사건을 당하며 시작됩니다. 괴한은 위팡과 같은 집에 살았던 밍량으로, 스스로 자수하며 자신이 그녀의 전 애인이라고 하는데... 연극배우 위팡과 같은 극단 배우이자 친구인 전직 포르노 배우 모니카, 위팡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샤오장, 그리고 부모를 여의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밍량까지 사건에 휘말린 네 명의 청춘을 돌이켜봅니다.
예고편│Trailer
원제: 青春弒戀 , 영제: Terrorizers
감독: 호위딩│각본: Natasha Sung, 호위딩
출연진: 이목, 임백굉(린 바이 홍), 진정니, 지크린(임철희), 요애녕 외 多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스릴러│상영 시간: 127분
국가: 대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기자·평론가 5.0, 로튼토마토 신선도 78%, IMDB 6.0
개봉일: 2022년 12월 1일
# 청춘시련 후기
애정이란 이름이 가진 양면성
극의 시작과 끝이고 가장 중요한, 모든 이야기의 출발을 알리는 기차역 피습 사건이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전개되며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시선으로 매듭을 풀어갑니다. 한낮의 역사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칼부림에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해주는 듯 과거를 돌이키지만, 그 설명은 단순한 실마리가 아니라 얽혀있는 네 사람의 시선을 관객에게 공유합니다. 위팡, 모니카, 밍량, 샤오장 차례로 오랜만에 보는 연극의 막처럼 이어진 플롯 구성은 떡밥을 회수하며 흥미로움을 던져주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장면, 다른 상황이 이어져 루즈해지는 분위기를 줍니다. 그리고 애초에 기대했던 대만 청춘 로맨스의 청량함과는 거리가 있는 담배연기 그득한 뒷골목의 우울함마저 묻어나 어떤 뉘앙스를 전달하려는지 의구심마저 듭니다.
마지막 밍량 파트가 되어서야 모든 문제가 풀리고 애정결핍과 과대망상에 시달린 그가 일으킨 파장에 인생에 꼬여버린 청춘 남녀들이 주된 맥락임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몰래 찍은 영상을 유포하고 현실이 게임인 양 진검으로 칼부림을 하는 사회 부적응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어떤 현실을 보여주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죠. 현재 대만 사회의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다고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찾은 행복이 진짜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심심함이 묻어나서 뭔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저 부조리한 사회, 거지 같은 세상을 향한 감독의 외침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니까요. 그래서인 무언가 구체적인 목적이나 메시지, 교훈을 주기보다는 그저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한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 그로 인해 찾아온 파국을 지켜본 것 같습니다. 무관심, 관심으로 위협해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리스트를 떠올리면 될 듯한 뜻의 Terrorizers, 결국 애정의 양면적 모습에 고난, 상처, 시련을 겪는 청춘들을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한 막의 시작과 끝을 연주곡입니다 :)
한 줄 평 : 무미건조한 망각에 상처 입은 청춘
-
- 일본의 전후 상황을 보여준 <복수는 나의 것>
1979년 개봉한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은 일본 사회의 파시즘적 징후에 대한 영화로, 고도성장기의 피폐한 일본인 등 시대적인 동기가 영화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그 시대 상황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작품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또한 그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비교적 빠른 성장을 했으나, 산업의 불균형과 세계대공황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대공황의 여파는 일본을 군사력을 강화하고 위기를 타개하고자 군국주의로 몰아갔다. 그 결과 노동자·농민의 빈곤화가 심화되고 기존 정당의 부패, 사회주의 운동의 확대, 중국혁명의 진전 등으로 국내의 불안은 한층 가중되었다. 이에 군부를 중심으로 한 파시스트 세력이 성장, 국가개조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자는 운동이 일어나며, 파시즘은 본격화되었다. 이 일본 파시즘의 특징은 천황제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천황신앙·천황에 대한 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국민의 의식·생활을 획일화하고, 일본민족의 우월성·대동아공영권 건설을 강조, 전쟁을 미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황제는 지배체제의 중심이었으며, 의회는 존속되었다. 이러한 파시즘 속에서 군사력에 의한 대외적 발전을 중시하여, 전쟁과 그 준비를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국민생활에서 최상위에 두고 정치·문화·교육 등 모든 생활 영역을 이에 전면적으로 종속시키려는 사상과 행동양식이 만연하면서 신앙탄압 또한 고도의 성장을 위한 파시즘 징후의 하나였다.
영화는 1963년 10월부터 도쿄올림픽이 열리던 해 1964년 1월에 걸쳐, 2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며 대학 교수와 변호사 등을 사칭하여 3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총 80만원을 갈취한 니시구치 아키라 사건을 모티브로 1976년 사키 류조(佐木隆三)가 사건을 취재해 쓴 논픽션 장편 소설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추가 취재하여 1979년 영화화하여 소설과 동명으로 개봉한 작품이다. 영화는 이와오의 살인의 순간들을 무감하고 냉정하게 보여주며, 일반 스릴러에서의 긴장감보다는 다큐멘터리적으로 장면들을 흔들림 없이 나열한다. 실존 인물인 니시구치 아키라는 기독교 카톨릭 신자로 ‘나는 천일옥(千一屋)이다. 천에 하나 밖에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라고 호언하는 사기꾼이자 연쇄살인범으로 총 12 만명에 달하는 경찰의 수사망을 뚫고 78 일 동안 도망쳤지만, 1964 년에 구마모토에서 체포되어 43 세의 나이로 처형된다. 영화에서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없이, 오히려 너무나 당당하게 사람을 죽이는 극 중 이와오를 보면서 무엇이 이토록 그를 잔혹한 살인마로 만들었을까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데 영화는 이와오의 이러한 살인행각의 원인과 무엇을 원망하는지조차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며 이해시켜주지 않는다.
단 한번 등장하는 이와오의 어린 시절 과거 장면으로 그의 납득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한 증오와 무관심한 가정의 환경 그리고 추악했던 성장배경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일본이 아직 서구의 종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때, 목사이자 어부인 아버지는 천황에 대한 복종을 위해 생업과도 연결된 어선을 빼앗긴다. 종교에 대한 순종이 아닌 군인의 폭력 앞에 무력하게 어선을 빼앗기는 아버지를 보며 이와오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이 분노는 곧 변질되어 그의 반항심을 키우고 그를 괴물로 만든다. 이는 나아가 이와오를 통해 종교에 대한 탄압, 군국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를 영화로써 형상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마무라 감독은 이와오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의 괴물로 두고, 이 괴물을 만든 것은 정확한 어떤 원인보다는 이 사회자체라고 말하는 듯하다.
고도의 성장을 위한 천황의 획일화를 위해 억압하고 독재적이고 국수적인(보수적인) 사회가 개인의 감정이나 욕망에는 개의치 않고, 그 중 하나인 개인의 종교까지 말살하였고 이들을 보고 자라면서 결국 다음 세대에서 사회로부터의 개인의 억압에 대한 억눌림이 반사회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표출됨을 영화에서 이와오의 과도한 남성성이 살인(폭력)과 섹스로 분출되는 것을 통하여 보여준다. 영화에서 악인은 에노키즈 이와오로 보이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병들어있다. 아내 가즈코 또한 남편의 부재로 욕망이 시아버지 시즈오와의 관계로 드러난다. 아내 시즈코도 사회의 피해자인 것이다. 정신적으로 억눌리고 억압된 욕망이 욕정과 충동 등으로 폭발적으로 분출되자 이런 상황이 되고 피해자들도 속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은 이와오라는 이해 불가능한 인물을 중심으로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폭력에 연루된 인간 욕망의 뒤틀린 생태계를 보여주려고 하면서 시즈오와 가즈코나 하루의 어머니 또한 사회의 피해자인 동시에 이와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흉악한 본성을 지닌 인간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전후의 일본 영화계에서 활약하며 오오시마(大島渚), 나카히라(中平康) 등과 함께 일본의 누벨바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를 부정하며 전후 일본 사회의 그림자를 다양한 각도에서 파고드는 영화들을 만들었다. 이 중에도, 이마무라 쇼헤이는 일본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보다는 그 시스템으로부터 밀려난 밑바닥 삶의 질긴 본능에 주목했다.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폐해들을 문제 삼은 감독의 다른 작품《가라유키 상》(1975년), 《간장 선생》(1998년) 등에서도 감독의 일본 군국주의 비판을 볼 수 있다.
결국 모호한 살인의 원인과 내러티브는,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일치하였다. 감독은 인간의 욕망 분출을 통해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당시 시대상에 의한 혼란스러움과 제국주의 사상이 팽배하여 군국주의가 이끄는 폐해, 혼돈과 인간성의 말살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현실과 영화의 시각화된 구성으로도 이해 불가한 것을 억지로 설명하려 들지 않고 담담하게 감독이 얻어낸 것은 전후 일본 사회 그 자체였다.
-
- 오스카보다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것? EGOT!
작년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오스카 시상식은, 북미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영화'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죠. 사실, 할리우드는 영화뿐 아니라 방송, 음악, 연극과 뮤지컬까지 모든 대중문화 부문을 선도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시상식 또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각 부문 시상식의 최고라 일컬어지는 Emmy (방송), Grammy (음악), Oscar (영화), 그리고 Tony (극예술), 이 네 시상식을 합쳐 EGOT 이라 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작곡가인 '리차드 로저스'가 최초로 EGOT 수상을 달성한 이후, 단 15명만이 달성한 이 기록은 '음악' 부문 때문인지 '배우'로서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례로, 얼마전 제 93회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수상 기록이 없어 EGOT을 이뤄내지 못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연기자 '매기 스미스', 올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여우주연상' 경쟁을 펼친 '비올라 데이비스', 갱스터-느와르 장르를 이끈 대배우 '알 파치노', 그리고 자국인 영국과 전 세계 모두에서 인정받는 배우 '헬렌 미렌' 등이 그래미상을 수상하지 못하여 EGOT 달성자 명단에 오르지 못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뮤지컬 및 연극 부문 시상식인 토니상을 수상하지 못하여 EGOT 달성에 실패한 사례가 많은데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이자 <메리 포핀스>인 '줄리 앤드류스', 오스카 7회 지명에 빛나는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가장 위대한 작가주의 감독 중 하나인 '마틴 스콜세지',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한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각 분야의 최고라 여겨지는 시상식 한 곳에서의 수상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데, 하나도 둘도 셋도 아닌 넷씩이나 수상한 분들은 대체 어떤 분들일지! 한 번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오드리 헵번
Emmy (1993), Grammy (1994), Oscar (1953), Tony (1954)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영화 작품 뿐 아니라, 그녀 자체가 아이콘인 배우 '오드리 헵번'은 연극 <Ondine>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직접 녹음한 동화로 그래미상을, 그리고 "Gardens of the World with Audrey Hepburn"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에미상을 수상하며 사후에 EGOT을 달성하였다.
우피 골드버그
Emmy (2002), Grammy (1985), Oscar (1990), Tony (2002)
<시스터 액트>로 90년대 초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Whoopi Goldberg: Direct from Broadway" 로 그래미상을 수상하였는데, 이는 흑인 여성으로서 그래미상을 수상한 첫 사례라고 한다. 이후, 뮤지컬 <Thoroughly Modern Millie>의 제작자로서 토니상을 수상하며, EGOT을 달성한 첫 흑인 배우가 되었다.
존 레전드
Emmy (2018), Grammy (2006), Oscar (2015), Tony (2017)
2000년대 최고의 아티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존 레전드'는 음악이 본업인 만큼, 한 번 수상도 힘든 그래미상을 12회나 수상하였는데, 이후 직접 음악 작업에 참여한 영화 <셀마>로 오스카상을, 연극 <지트니>로 토니상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TV 방송으로 에미상을 받아 EGOT을 달성하였다.
로버트 로페즈
Emmy (2008), Grammy (2012), Oscar (2014), Tony (2004)
EGOT을 최연소, 최단기로 달성한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는 심지어 네 시상식에서 상을 두 번씩 수상하며 더블 EGOT을 달성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머펫 쇼인 <애비뉴 Q>로 토니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니모를 찾아서>, <곰돌이 푸>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3년, 아내와 함께 <겨울왕국>의 스코어 작곡가가 되어,"Let It Go"로 전 세계를 홀림과 동시에 최연소 EGOT 달성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부부의 두 딸이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녹음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앨런 멩컨
Emmy (2008), Grammy (2012), Oscar (2014), Tony (2004)
오스카상 8회, 그래미상 11회 수상에 빛나는 영화음악의 거장 '앨런 멩컨'은 참여한 극의 특성상 <시네마 천국>의 엔니오 모리코네 혹은 <죠스>의 존 윌리엄스보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듯싶지만, 곡만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작곡가이다. 디즈니가 절정을 달리던 시절, <라이온 킹>, <뮬란>, <타잔>을 제외한 모든 작품에 참여한 그는, "Under the Sea", "A Whole New World", "Beauty and the Beast" 등 '디즈니'의 대표곡들을 만들어내며 당당히 EGOT 달성자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가장 유력한 EGOT 달성자로 거론되고 있는 분은 바로! 에미상 3회, 골든글로브 3회, 토니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배우 '글렌 클로즈'입니다. 올해 <힐빌리의 노래>로 윤여정 배우와 함께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녀는 윤여정 배우가 수상소감에서 직접 영광이라 언급하기도 하여 화제가 되었죠. 이번 노미네이트로 오스카 수상 7전 8기에 실패한 글렌 클로즈는 모든 장르를 소화해내는 명배우이기에, 앞으로 그녀의 EGOT 달성을 조심스레 예측 (a.k.a 기대) 해보는 바입니다.
대중문화에 기여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전 세계 대중문화가 재도약할 그 날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메마른 마을, 메마르지 않은 사건
- 저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에 환장하는 사람입니다. 이 장르의 것이라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소설, 만화를 가리지 않고 사랑하죠. 그런 제게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한 편이 극장에 걸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설렘으로 양껏 부푼 마음을 안고 헐레벌떡 영화를 감상하고 돌아왔습니다. 과연 <드라이>는 진성 미스터리 스릴러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3월 16일(수)에 진행된 <드라이> 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드라이>는 2022년 3월 23일 국내 개봉했습니다.드라이The Dry<드라이>는 호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연방 요원 '에런'의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친구였던 '루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에런'은 일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의 누명을 벗겨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머무르며 사건을 조사하는 '에런'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삭막하기만 합니다. 일 년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말라버린 땅처럼 말이죠.그도 그럴 것이 '에런'은 과거 여자친구 '엘리'를 죽였다는 오해를 받아 마을을 떠난 인물입니다. '엘리'의 유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요. '에런'은 자꾸만 떠오르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사건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 과정에서 '엘리'의 유가족이 일가족 살인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가 발견되고,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하나로 연결됩니다.가뭄으로 황폐하게 메말라가는 마을과 달리 과거의 사건은 메마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에런'이 마을에 남아 사건을 조사하는 이유도 죽은 '엘리'를 향한 마르지 않은 죄의식 때문이죠. 영화는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는데요. 황폐하게 말라버린 마을의 현재 모습은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생기 넘치던 과거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 ⊙영화 <드라이>는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버무려진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윤영천 작가의 책 <미스터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미스터리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집중하고, 스릴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집중하는 장르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증거를 되짚어가며 일가족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조사하는 현재 시퀀스가 미스터리, 필히 '엘리'가 죽는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엘리'의 죽음 이전에 벌어진 일을 묘사하는 과거 시퀀스가 스릴러에 해당합니다.그러나 이 영화는 장르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드라이>에는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인 사건의 통쾌한 해결이나 스릴러 장르 특유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긴장감 따위가 없습니다. 촬영 기법, 편집 효과, 사운드 등으로 그런 감정들을 의도적으로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잔잔하게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짚어가며 인물의 감정과 인물 간의 갈등을 고스란히 표현할 뿐이죠.⊙ ⊙ ⊙이러한 시도가 어떤 관객에게는 색다름으로, 어떤 관객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후자였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의 가장 핵심 요소는 이야기와 플롯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한 이 영화의 도전 정신이 빛나기엔 이야기는 개연성이 부족했고, 플롯은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일례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는 두 사건(일가족 살인사건과 '엘리'의 죽음)이 실은 연관된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두 사건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개별적인 사건이었죠. 앞서 이야기했던 '엘리'의 유가족이 일가족 살인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 역시 단어의 중의적 의미로 인한 오해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또 '에런'은 영화 포스터에 쓰인 카피처럼 '살인자에서 경찰로 돌아'온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날의 행적을 의심받았을 뿐이죠. 장르의 매력을 어필하고자 과장한 카피로 관객을 유인한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기만을 정말 싫어합니다.⊙ ⊙ ⊙영화 <드라이>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작품이었습니다. 저처럼 장르적 매력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택하신다면 기대 만큼의 만족감은 느끼실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죠. 두 장르를 혼합해내는 색다른 방식을 경험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나요?Summary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은 친구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친구였던 '엘리'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출처: 씨네21)Cast감독: 로버트 코놀리출연: 에릭 바나, 제네비에브 오렐리, 키어 오도넬, 존 폴슨
-
- 균열과 공포, 부유하는 시선들
** 본 리뷰에는 영화 <공포분자>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포분자>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점차 얽혀들어가며 파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고정된 카메라에 시간을 담아 묵묵하한 시선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공포를 포착한다.
이립중과 그의 아내, 그리고 젊은 사진작가와 가출 소녀는 병렬적인 구조를 취한다. 아내는 이립중을 버리고 심씨에게로 떠난다. 사진작가는 소녀에게 빠져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아내는 본인의 심경을 은연중에 소설로 드러내며, 사진작가는 사진을 통해 소녀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두 인물의 태도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아내에게 있어서 소녀로부터 걸려온 장난 전화, 그로 인해 발생한 잠깐의 의심은 자신의 불륜을 합리화할 구실이 된다. 아내는 이 상황을 소설에 담으며 죄책감을 떨쳐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하며 내재된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사진에 대한 젊은 소년의 태도는 조금 더 순수하다. 그는 사진을 통해 사랑에 빠지고,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본다. 마침내 그의 암실, 창작의 장소에 사진의 주인공인 소녀가 찾아온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이 사진을 통해 본 것과는 다르다. 그녀는 잠시 소년의 사랑에 응해주는 듯하지만 이내 소년의 카메라를 훔쳐 달아난다. 소녀가 떠난 뒤 암실에는 햇빛이 들어오고, 소년이 조각조각 모아 붙여놓은 소녀의 사진은 바람에 흔들리며 해체된다. 이 장면은 소년이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반투명 커튼이 햇빛을 받으며 바람에 흔들린다. 커튼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만 커튼은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공간을 나눈다. 소설도, 사진도, 그리고 영화도 커튼과 같은 모호한 경계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진을 통해 본 시선이 전부 진실일 수도 없다. 시선은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부유한다. 이는 고스란히 영화라는 더 큰 시선을 통해 제시된다.
영화는 여러 이미지를 끊임없이 중첩한다. 소강의 카메라 셔터 소리는 도박장에서의 총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이립중의 아내와는 관련없는 장소인 도박장에서 시작되는 그녀의 독백은 말하는 주체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내가 창밖을 내다보는 장면에서, 창문을 열자 창밖에 매달린 청소부가 겹쳐 보인다. 영화는 붉은빛이 비치는 소년의 암실에 이어서 붉은 조명의 화장실에 서있는 이립중을 비춘다. 겹겹이 쌓이며 이미지들의 경계는 점차 흐릿해진다.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 사이 느슨하고도 교묘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 삶은 방향을 잃는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아내의 독백이 등장한다. 봄은 그저 계절의 반복일 뿐, 그걸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 영화의 말미에는 두 가지 결말이 중첩된다. 그리고 아내는 헛구역질을 한다. 총을 난사하는 이립중의 모습은 영락없는 테러리스트, 공포분자이다.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어떤가. 또 소년과 소녀는 어떠한가. 아내의 헛구역질은 이립중을 향할지도, 혹은 어쩌면 공포분자일지도 모르는 스스로를 향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이립중의 죽음과 동시에 염원하던 임신의 전조가 나타난 것일수도 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공포분자>는 모호한 시선으로, 공존과 동시에 단절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
- 개와 로봇이 알려주는 우리 사랑의 모든 것
늦여름의 외로움과 초가을의 즐거움
이 영화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개 도그다. 외로운 주인공. 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적적하다. 유일하게 하는 거라곤 집에 앉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이다. 혼자 노는 것도 이젠 지쳤다. 느닷없이 옆집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옆 집의 동물들이 보인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옆집의 동물들은 둘이서 잘들 살고 있다. 쓸쓸함이 깊어진다. 그때, 도그는 특별한 광고 하나를 보게 된다. 그 광고의 내용은 간단했다. 바로 구매자들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주는 인공지능형 AI를 판다는 것이었다. 로봇을 주문하는 주인공. 로봇이 배송된 날에 바로 언박싱을 하며 기계를 만들어본다. 기계에 불빛이 들어온다. 그렇게 개와 또 다른 주인공 로봇과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둘도 없는 친구가 생긴 도그. 도그는 그동안 혼자 사느라 못해왔던 것들을 로봇과 함께 해보기로 한다. 늦여름과 초가을이 시작되는 9월, 풋풋한 사랑이 시작된다.
소리가 왜 필요해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대사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가 가진 '대사가 없다'는 무성영화스러운 특징은 영화의 호불호를 가로지를 요소다. 당연히 대사라는 건 현대의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사랑 영화는 누군가에게 인물의 마음을 전달하는 영화다. 그럼 낭만적인 대사를 쓰는 게 영화의 승부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명장면들이 생각난다. <이터널 선샤인>의 엔딩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Okay"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중경삼림>에서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라는 문장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 <로봇 드림>은 위의 두 영화가 고른 선택지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전략을 골랐다. 캐릭터들의 대사를 깡그리 없앤 것이다.
왜? 이 영화가 고른 몇 가지 선택 때문이다. 우선 첫째.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있다. 음악을 활용한 장면인데 이 영화가 사랑의 속성을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사운드의 유무는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사랑에 빠졌던 무언가와의 히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의 카톡 메시지를 기다리며 들었던 ‘스토커’가 있다고 해보자. 그럼 당연히 그 ‘스토커’에 애착이 가지 않을까? 이와 유사하게 사랑이 가진 마법을 음악이 가진 힘과 결합시킨 것이다. 둘째. 이 영화가 묘사하는 이미지의 힘은 이 영화가 가진 연출의 특성을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좀 있다. 친절한 이야기 중에서 제일 불친절한 편(?)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해 관객으로 하여금 파편화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연출의 성취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OST 후렴구 첫 구절이 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고른 선택지는 다양성이다. 이 영화는 동물들을 캐릭터로 내세웠다. 강아지, 코끼리, 고양이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맨해튼 거리에서 마을을 이뤄 살아가고 있다. 근데 이런 세팅 하에 동물들이 영어를 쓰거나 불어를 쓰면 이상하잖아? 동물들만 있는 세상에 인간의 언어가 나오면 이질감이 굉장히 클 듯하다. ‘인간중심적인 서사’라고 비판받기 딱 좋은 설정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언어를 쓰면 굳이 동물들이 주인공일 필요가 없다.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귀여운 그림체인데 그 매력 하나를 영화 스스로 급감시키는 단점을 초래하는 것이다.
과거에게 바침
글쓴이가 <로봇 드림>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과거 로맨스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보였다는 점이다.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에 해당하는 '맨해튼'은 실제 영화 <맨해튼>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그 벤치에서 두 사람이 앉아있는 장면이 연상되는 숏이 <로봇 드림>에도 있었다. 플롯의 핵심인 '로봇과의 사랑'이라는 것은 와킨 피닉스가 주연이었던 <그녀(HER)>가 연상된다. 또 AI를 둘러싼 주인공의 리액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연상케 한다. 단순히 이야기에서 두 영화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녀>에서 주인공이 한참 사랑에 빠진 장면, <A.I.>에서 로봇이 보여주는 리액션은 <로봇 드림>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원스>를 인상 깊게 봐서 그런지 두 주인공이 걷는 장면만 보면 그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오마주라고 하는 것이 영화 핵심에 그대로 작동한다. 우선 접근법이다. <캐럴>에서 인물들의 시선으로 사랑을 묘사했던 방식이 <로봇 드림>에서도 이어진다. 이야기 중반부에 기점 찍고 도그가 이끄는 이야기를 보면 이 캐릭터는 타인을 바라봄으로써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 캐릭터의 시야에 뭐가 보이는가? 가 이야기를 이끄는 것이다. 또 로봇의 시선에서 어떤 것이 보이고, 또 무슨 장면을 관객에게 전달하는지도 영화가 사랑의 의미를 설명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랑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시선과 상상력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중반부 이후의 전개는 <라라랜드>와 <이터널 선샤인>이 우리를 사로잡았던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게 단순히 오마주만 맥없이 따왔으면 의미가 바랠 것이다. 2024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로봇 드림>은 그 나름의 핵심을 전달한다. 귀여운 그림체와 대사가 없다는 특성만으로도 폭넓은 감정선을 전달하는 연출의 밀도는 일반 관객을 충분히 사로잡을 것이다.
너 하나 기다렸어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고 강점은 이야기 전개다. 이 <로봇 드림>의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랑하며 느끼는 여러 순간들을 흐름에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연결시켰다는 강점이 있다. 가령 도그->로봇에게 이어지는 관계가 그렇다. 도그는 로봇을 구매했다. 도그가 로봇의 생명을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문장이 영화 안의 판타지스러운 설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 사랑의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 많이 하지 않나? "이 사람은 나 없으면 안 돼!"같은 것들 말이다. 어디 조직에서 일하는 회사생활부터 시작해 인간관계까지 이런 류의 말들은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슬쩍 숨기고 있는 마음이 있다. 바로 반대로 '난 이 사람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로봇 드림>은 이면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다뤘다. 그 순수한 마음이 어디로 도착하는지를 소재로 삼은 영화인 것이다.
물론 이 속성만 다루지 않았다.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기도 하다. 첫사랑과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글쓴이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많다)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역시 글쓴이도 첫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별 생각을 다 한다. 이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도전하는 영화는 그동안 많았다. <노트북>같이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거나 <이터널 선샤인>처럼 재회를 다룬 작품도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첫사랑이 피고 지는 영화였던 <꽃다밭같은 사랑을 했다> 같은 작품도 있다. 이 영화 역시 첫사랑의 역설에 도전하는 것과 동시에 그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운명처럼 만난 첫사랑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우리 과거의 무언가에게 "잘했어"라고 격려할 수 있을 뿐. 이 영화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여러분은 15000원의 거금을 내고 영화관에 갈 만하다.
-
- K-스타일의 리메이크 / 말할 수 없는 비밀 / 판타지 로맨스 멜로 / 도경수, 원진아 주연 / 행복한 잔상의 수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말할 수 없는 비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
-
- 영화 <팜 스프링스> 30초 예고편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
- 쿠팡플레이 <안나> 티저 예고편
"근데.. 너 이름이 두개야?" 강렬한 연기 변신으로 돌아온 수지! 호기심 자극하는 [안나] 티저 예고편 공개 ✨ 6월 24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