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04 09:47:51
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하정우의 분노의 질주! <브로큰> 개봉 줄거리 정보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한국 영화 <브로큰>이 개봉합니다.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았던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하정우, 김남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최근 스크린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이었던 두 배우가 과연 <브로큰>으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해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또다른 웰메이드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1972년 9월 5일, 방송 역사상 최초로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일을 다룬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개봉합니다.
앞서 1월에 파트1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도 빠르게 파트2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 보러 가볼까요?
브로큰
NOCTURNAL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99분
감독: 김진황
주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개봉: 2025.02.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석태'가 시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생의 아내 '문영'은 자취를 감췄다. 동생이 죽고 진실이 잠든 밤, 분노가 깨어났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쫓는 소설가 '호령'을 만나고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얽혀버린 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형제가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하며 서로가 서로를 쫓고 민태는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개요: 스릴러 | 독일, 미국 | 95분
감독: 팀 펠바움
주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개봉: 2025.02.0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2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2.05.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거대 우주 모함이 드리운 도쿄의 하늘!
서로에게 절대적인 '카도데'와 '오란'의 캠퍼스 라이프!
지구가 망해가는 가운데, 대학생이 된 '카도데'와 '오란'. '오란'은 신비한 소년 '오바'와 재회하고 운명의 시간을 직감하게 되는데... "오란, 이제 곧 침략자도 인간도 모두 죽어…"
마침내 맞이하게 된 멸망 D-DAY!
"네가 여기에 있으면, 나도 거기에 있을 거야"
고양이키스 :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Cat Kis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황수빈
주연: 오동민, 류아벨, 신수아, 강정민
개봉: 2025.02.05.
배급: (주)모토

줄거리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로 해주세요!”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동화 작가 ‘용희’. 아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업실에 들어갈 때마다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 오랫동안 그 방을 닫아둔 채 방치한다.
어느 날 그곳에서 ‘재인’이 몰래 숨겨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고,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목수 ‘로언’은 그 방을 고양이 방으로 꾸미자는 제안을 한다. ‘용희’는 고양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마지못해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재인’과 ‘로언’의 도움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시작 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용희’는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온기를 되찾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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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좋으면 하는 일: 각본집 사기
오늘은 영화 굿즈 소식 대신..!
소장 욕구가 뿜뿜 하는 여러 영화 굿즈 중 각본집을 가져와 봤는데요!
여러분은 소장하고 있는 각본집이 있나요?
영화를 본 후 각본집을 읽어보면 영화가 색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혹시 읽어본 적 없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좋아하는 영화의 각본집을 사서 읽어 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좋아하는 각본집, 갖고 싶은 각본집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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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만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Cinelab Curation]❣️
이번 주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을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원작에 충실한 작품부터 현대적으로 또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색한 작품까지!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꾸준히 영화화되고 있죠.
고전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실까요?🧡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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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참신한 아이디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순 없으니까요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SF, 드라마
러닝타임 | 83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귀신들>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리뷰에 앞서 한국 SF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SF 장르는 늘 ‘고위험 고비용’의 영역이었습니다. 큰 자본을 필요로 하지만 그만틈 흥행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고요의 바다>(2021)와 국내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승리호>(2021)입니다. 전자는 무중력 구현이나 달 기지 세트 등 시각적 성취는 인정받았지만, 과학적 세계 설정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후자 역시 우주 배경이라는 낯선 외피를 썼지만, 내러티브는 여전히 익숙한 ‘가족 중심의 드라마’에 가까웠습니다. 장르적 실험이라기보다 장르의 의상만 입은 셈이었다는 지적도 많았는데요.
드라마계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을 통해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재치 있는 대사로 이름을 알린 서숙향 작가 역시 2024년 500억 원대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우주정거장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라는 설정은 참신했지만, 서사와 설정 모두 장르 팬과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해당 작품 SF 특유의 세계 구축보다는 전형적인 지상극의 감정선을 우주 배경에 억지로 올려놓았다는 인상이 강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SF는 단순히 배경에 변주를 준다고 완성되는 장르가 아닙니다.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로 인해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하죠. 그리고 그런 설정 위에 인물들의 행동과 갈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관객은 ‘이런 미래가 정말 올 수도 있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SF 영화는 장르 마니아들에게 아쉬운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흥미로운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배경은 있지만, 그 안의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죠. 이야기 전개나 감정적인 장면을 위해 SF적 설정이 도구처럼 쓰이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굳이 SF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토종 SF는 과연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작품도 관객의 기대를 채우지 못한다면, 방식 자체를 바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귀신들>은 SF를 지향하지만, 수백억을 들이진 않았습니다. 이것이 가장 직관적인 장점입니다. 적은 예산을 들인 독립영화이고, 거창한 기술보단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런 방식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주제를 다뤄내는 SF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귀신들>이 한국 SF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을 모두 해결한 작품인가요? 누군가 묻는다면 전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할 겁니다.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지점이 보였어요. 하지만, SF라는 장르에 꼭 아주 큰 자본을 업고 발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는 면에서 칭찬하고 싶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작품 얘기를 해볼까요?
※ 영화 <귀신들>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할 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적인 이야기들입니다. 때문에 각기 다른 단편영화들을 모아둔 것처럼 보입니다. 시놉시스에서는
치매를 앓는 노파에게 찾아온 어린 아들은 대뜸 거금을 요구하고, AI들이 N백년째 인간 대신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있지만 신도시는 계속 생겨납니다. 또한 길냥이처럼 버려진 애완용 AI들의 처리 문제로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죽기 전에 자신을 대체할 AI에게 자신의 정보를 업데이트 해야하는 의무가 생기는, 불과 몇 년 뒤,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뉴스들을 미리 들여다봅니다.
라고 되어 있어 하나의 큰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시놉시스에서 언급된 모든 사건은 각 에피소드의 중심 사건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보이스피싱”은 치매 노파에게 잃어버린 아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자살방지법,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제 3원칙과 관련한 지점을 보여줍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에게 돈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인간을 직접 해할 수는 없다는 정보는 이후 에피소드를 관람하며 세계관에 대해 알아갈 때에도 단서가 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모기지”는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에게 빚을 대물림하는 세계를 보여줍니다. 심지어는 모기지론을 설명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상담을 받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빚을 다음 세대 로봇에게 넘기라’고 조언하죠. 나의 벌이로 나의 수명 내에는 결코 내 집을 구할 수 없는 세대를 다룹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한 인공지능 로봇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인간과 똑같이 고달프게 살아가죠. <귀신들>에서 다뤄내고자 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 “음성인식”에는 버려진 애완용 로봇들을 거두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로봇을 반려로 들이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로봇을 거두는 사람들의 목적 같은 부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페어링”입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클라우드 팜”이라는 다른 우주에 죽은 사람들을 연결해 계속 지낼 수 있게 한다는 설정인데요. 해당 에피소드에서 죽은 사람들을 로봇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정보도 주어집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업데이트”에서는 “모기지”에서 언급되었듯, 로봇이 대를 이어 작업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다룹니다. 작가인 주인공과 동일한 외관을 가진 로봇이 주인공을 찾아오죠. 출판사에서는 로봇에게 주인공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여 주인공이 다 마치지 못한 작업을 완료해 출판하려 합니다.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제목인 “귀신”입니다. ai를 귀신으로 일컫는 대사가 등장하죠. 우리는 무척 뛰어나거나, 탁월하거나, 이질적인 대상에게 “귀신같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그리고 인간과 매우 유사하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ai를 귀신과 같은 존재로 비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에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왜 “귀신”인지 짐작할 순 있지만 확정적으로 알 순 없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모든 에피소드에서 드러납니다. 관객이 세계관을 이해하기엔 다소 정보가 부족합니다.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면 각 에피소드간의 유기성이 보여도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세계관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작품을 보며 맞춰갈 퍼즐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과 “음성인식”의 결말은 특히 더 모호합니다. 사건이 처음부터 다시 발생하는 것 같은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왜 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83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이 모든 이야기를 밀도 있게 풀어나갔는가? 가 본 영화의 핵심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지점이었습니다. 각 이야기의 설정을 뒷받침할 세계관이 견고하지 않아, 관객이 이해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해당 세계관에 대해 누군가에게 제대로 설명해줄 수 없었습니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닮아있는 근미래의 문제들을 다루며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지만, 디테일한 설정이 제공되지 않아 혼란을 주었는데요.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한 주제는 분명 있었겠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옮겨놓았을 때 밀도가 약하다고 느꼈습니다. 더더군다나, 영화에서는 근미래의 문제로 이어지는 현대의 사회문제들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고찰 역시 필요해보였습니다.
“가능성의 발견”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다듬고 구체화시키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세계관, 자본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제공 자료TRANSLATE with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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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다정한 상상력 깃드는 곳에
1988년. 미라 나이르 감독의 <살람 봄베이>가 세상에 등장한다. 지금도 여성 감독이 손꼽히는 나라 인도에서.
연극을 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사람의 첫 장편 극영화였다. 거리의 아이들이 가진 힘을, 또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더 많은 곳에 실어 나르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예술이 과연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거리의 아이들을 배우로 기용하고, 아이들이 사는 바로 그곳에서, 인파 통제도 없이 바글바글하게 찍었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영화는 상업 배급망을 타고 해외에 흘러간 첫 인도 영화가 되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라 나이르는 영화의 성공에서 멈추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의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예술은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마치 그 대답처럼. 미라 나이르는 재단을 만든다. <살람 봄베이>의 수익금으로 거리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단체. 이는 집과 밥을 제공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미라 나이르 감독 본인에게도 선물 같은 존재였다. 예술이 현실에 무언가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목말랐던 질문을 해갈하는.
그리고 30여 년이 흘렀다.
2021년. "아주 특별한 단짝dostojee"이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또 한 편의 영화가 나왔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어떤 드라마가 우리에게 알려준 <깐부>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달고 우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예술은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깐부>의 시놉시스만 읽었을 때에는 좀 더 잔혹한 이야기를 상상했다. 이웃집에 살며 모든 걸 함께하는, 단짝인 두 아이가... 한 아이는 힌두교 집안, 다른 한 아이는 이슬람교 집안. 평화로웠던 마을에 서서히 흘러들어오는 종교 간의 긴장감. 그때 찾아오는 이별.
그러나 막상 <깐부>를 보면 많은 부분이 참 동화적이다. 시골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한참 공들여 보여준다. 마땅한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해 멋진 장난감을 만들어 내는지, 용돈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신박한 방법으로 용돈 대용품을 마련하는지, 값싼 장난감(그중에는 '똑딱이'라고 나오는, 요즘 애들이 갖고 노는 푸쉬팝 같은 것도 있다. 애들은 동서고금 똑같은 걸까?) 하나로 얼마나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지... 가난하지만 잔잔한 인도의 시골 풍경에서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얼핏 보면 시대적 배경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노인이 된 유명 배우의 젊은 시절 포스터가 나왔을 때에야 옛날임을 겨우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시골은 90년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건,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들은 아마 영화 초반에 시대적 배경을 단박에 눈치챘을 것이다. 비 오는 밤,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 타밀나두에서 버스 테러가 있었고... 사원 파괴 사건 진상 조사회가 꾸려졌고...
1992년이다. '바브리 마스지드'라고 불리는, 인도의 이슬람 사원 하나가 파괴된 해. 힌두교도들의 행동이었다. 이는 단박에 종교 분쟁으로 번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부의 타밀나두 지역은 잠시 마비되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제법 끔찍하지만, 바브리 마스지드 사원 파괴 사건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 온 힌두교-이슬람교 분쟁사의 한 장면일 뿐이다. 수많은 사건들은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 있고, 이 사건 또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의 사건에서 이어져 와, 이후의 사건으로 연결되었다. 피는 피로, 긴장은 긴장으로.
그 영향력은 두 아이가 사는 시골마을까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들어온다. 원래 나란히 이웃한 두 아이의 집이, 낮고 얇은 담장 하나로 가볍게 갈라져 있던 두 집이 실은 여러 모로 대칭적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힌두교 소년인 팔라시의 집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부각되고, 여동생이 있고, 농사를 짓는다. 이슬람교 소년 사피의 집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부각되고, 누나가 있고, 베틀을 돌린다. 이제는 대칭의 모양보다 차이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큰 교류도 없지만 큰 갈등도 없었던 양쪽 집에서는 두 아이에게 슬슬 눈치를 준다. 간식을 나눠 먹는다든지, 친구의 집에 들어서는 일, 같이 노는 일, 물 한 컵을 마시는 일조차 눈치 보이는 일이 되어 간다.
팔라시의 어머니는 불안하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 한다. 사원이 파괴되었으니 사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이슬람교도들은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힌두교도들은 그에 맞서 연극패를 부르고 새 신상을 세우기로 한다. 새로 세우려는 신상의 주인공인 라마를 모셔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상황이 몰아치는 대로 어른들은 그렇게 몰려 간다. 불안하니까. 어른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본 것이다. 종교적으로 소수파가 되는 순간 학살당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고, 거기서 너무 많은 피를 보았다.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외친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경계가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선다. 무대 위에서 원수였던 연극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원수지간 아니었어요?" 하고 놀랄 만큼 순진무구하다. (배우들은 "먹고살려면 다 그런 거다."라고 대답하는데, 사실 어른들의 종교 싸움도 기원을 따져 보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걸 깨닫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싸움 놀이를 한다. 종이 모자를 만들어 끈끈이를 바르고 허공에 휘둘러, 반딧불이가 붙은 빛나는 모자를 만들어 쓰고 "왕처럼 싸워 보자"라고 한다. 어른들이 맞불을 놔야 한다고 얘기할 때,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 붙인 채 밝게 웃으면서 칼싸움을 한다. 서로 반대되는 지점에 서 있어도 누구도 다치지 않는 것. 아이들의 동화 같은 상상력과 아이다워 사랑스러운 모습이, 현실적인 어른들과 대조되어 더욱 눈이 부시다. 그렇기에 두 아이의 "이별"이 더욱 눈물겹고 놀랍고 애달프지만.
두 아이가 우연히 애벌레를 발견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밟아 터뜨리거나 저 멀리 툭툭 털어버릴 만한, 털이 부숭부숭한 애벌레를 보고 팔라시는 사피에게 묻는다. "나비 만들래?" 백번 양보해서 나비가 될 때까지 애벌레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해도, 그런 문장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신선한 문장이었다. 살리는 힘,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깃든 문장이라 마음에 깊이 남았다.
창조의 상상력. 생명을 품는 상상력. 그 마음은 사실 대단히 엄숙하고 중요해 보이는, 이를 테면 종교의 사원이나 중요해 보이는 어른들의 회합 자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같이 있는 마음. 그 다정한 상상력 끝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데서. 나란히 똑같은 자세로 서서 뻗어보는 발끝, 친구를 부르면서 웃는 눈초리 끝, 소중한 사랑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는 마음 끝, 그런 데서.
얼핏 보면 매우 특수한 인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것 같지만, <깐부>를 보면서 나는 인도 바깥의 것들을 더 많이 떠올렸다.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분쟁과 그 안에서도 빛나는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벨파스트>부터, 지금도 분쟁이라는 이름 하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의 어린이들까지도. <깐부>는 인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의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모든 사회의 이야기이다.
다시 미라 나이르 감독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미라 나이르 감독 본인이 확인했듯, 그렇다. <살람 봄베이>가 미라 나이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였듯, <깐부> 또한 프라순 차터지라는 젊은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이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과 비슷한 지역에 10년 넘게 살았다는 그는, 실제로 본인의 삼촌도 종교 분쟁 중 사망했고 그로 인해 할아버지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그는, 차기작 또한 경계를 넘는 영화가 될 것이라 말한다.
<깐부>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국경선이 정해진 이래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인도의 무수한 경계와 담을 허무는 영화로, 인도뿐 아니라 세상 멀리까지 흘러가 주길 기대한다. 예술이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한 번 보여주는 영화가 되길 기대한다.
[전주국제영화제 <깐부> 상영]
▶ 여기에서 영화제 기간(2022년 4월 28일~5월 7일) 내내 온라인 시청이 가능합니다. :)
▶ 5월 5일 11:30 CGV전주고사 1관에서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프레스로 참석하였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2년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일부 온라인 상영작도 있으니 어디 계시더라도 이 시간 놓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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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서 비어보이는 느낌이 나는 이유는?
마동석이 마블과 함께 일한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고 기대가 많았던 영화 <이터널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상당히 실망감이 컸던 작품이었다.
영화 <이터널스> 시놉시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는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등장한 데비안츠를 물리치기 위해 우주에서 히어로들이 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모든 데비안츠들은 다 없앴다고 생각한 이들은 모종의 사건으로 뿔뿔이 흩어져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천 년 동안 인간 사회 속에 스며들어 살아간다. 하지만 과거 다 없앴다고 생각한 데비안츠들이 더욱 강력해져서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히어로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들에 맞서기 위해 히어로들은 다시금 힘을 합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이터널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았던 작품
사실 영화 <이터널스>에서 내용을 기대하진 않았다. 왜냐면 지난 번 영화 <샹치>를 보고 나서 마블이 가진 중국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느끼면서 스토리는 기대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샹치에 대해서 크게 욕할 수 없었던 이유는 CG가 정말 압도적이었기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그 생생한 물방울의 흩어짐, 용의 등장, 그리고 화려한 액션신까지 압도적인 스케일로 나를 만족시켜줬다. 솔직히 이러한 타격감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으면 그걸로도 잘만든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이터널스>는 그러한 화려한 액션신, 압도적인 영상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태초의 세계를 그릴 때는 왠지 모를 칙칙한 색감과 괴상한 데비안츠를 보며 딱히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히어로들이 힘을 햡쳐 싸우는 것이 타격감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분명 열심히 싸우고는 있는 것 같은데 무대 위 공간이 너무 비어보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교개를 갸우뚱하며 봤던 것 같다.
우리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보아요~
이렇게 비어보였던 이유 중에 하나는 캐릭터 간 유대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였던 것 같다. 남미에서의 히어로 해체 이후 서로가 따로 떨어져 인간들 속에서 살아온 그들은 사실 붙어있었던 시간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냈기에 급속도로 전에 있었던 유대감을 되찾기에는 조금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연출한 것이라면 이 비어보이는 느낌은 아주 잘 살린 것 같은데 그럼 그 비어보이는 것을 대체할 화끈한 액션신이라던지 압도적인 CG라던지,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것들이 분명 있어야 하는데 영화 <이터널스>는 내내 흩어진 히어로들을 찾느라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허비한다. 코로나 때문에 못 간 해외여행을 이번 영화에서 다 가본 느낌이랄까. 어찌나 그렇게도 뿔뿔이 흩어져 계시던지,, 세계는 넓었고, 그 넓은 간극만큼이나 엄청나게 비어보이고 스토리 전개가 지루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동석이 맡은 길가메시. 그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거의 해리포터에서 시리우스 블랙을 한 번에 가차없이 죽여버리는 것과 같은 이 허무함. 똑같이 데비안츠에게 당했는데 길가메시는 허무하게 죽고, 테나는 아주 쉽게 데비안츠를 싹둑 잘라버리고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그 동안 데비안츠의 능력치가 반감기마냥 반감된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이처럼 영화 <이터널스>에서는 약간 캐릭터의 능력치와 그 발현, 그리고 적의 능력이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는 내내 여기서는 왜? 그럼 아까는 왜 그렇게? 이런 의문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한 생명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
그렇다고 모든 장면이 마음이 안들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 좋았던 점도 꽤 있었던 작품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테나가 선망을 앓으면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한다는 점이었다. 히어로들은 셀레스티얼에 의해 태어나고 또 다른 우주와 은하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수를 증폭하는 데 활용되고자 만들어진 존재들었다. 그 목표치에 인간 수가 다달으면 인간과 함께 죽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하지만 테나는 그 과정에서 셀레스티얼의 오류로 이 모든 과정을 편집적으로 기억하면서 동시에 폭력성 역시 극대화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 히어로들은 테나의 기억을 없애느냐 보존하느냐 많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없으면 테나는 더 이상 테나가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를 통해 한 생명체의 정체성이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기억의 중요성에 대해 잠깐이나마 언급을 하고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좋았던 점이 분명히 있었지만 영화 <이터널스>는 그래도 실망감이 더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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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쟁이] 인피니티 워 NG 모음! & 춤영상까지?!
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일단 손풀기로 아주 짧게 영상 하나를 올립니다.
영상 이제서야 올리는데 성의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곧 좋은 영상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 그냥 재미있게 영상 즐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2018. 00. 0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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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냥 풀이 아니었다 - 높은 풀 속에서
흥해라 이 영화
높은 풀 속에서 (2019)
- 차로 먼 거리를 이동하다 잠깐 정차한 남매
낯선 그 곳에서 꼬마아이의 구조요청을 듣고 높은 풀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공간이 뒤틀린 풀숲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극한의 탈출미션 '높은 풀 속에서'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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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마존 : 더 비기닝> 메인 예고편
제목: 아마존: 더 비기닝(Bezos) 감독: 코아 르 출연: 아르만도 구티에레즈, 에밀리오 에스테판 주니어 수입/배급: ㈜ 누리픽쳐스 러닝타임: 99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4년 1월 11일 시놉시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아무도 몰랐던 그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명문 프린스턴 대학 졸업 후, 급성장하는 금융사의 최연소 부사장이 되어 탄탄대로를 걷던 젊은 시절의 제프 베조스, 그는 당시로서는 생소하던 온라인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봤고, 안정을 버리고 과감하게 미지의 가능성에 올인하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돌연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시애틀로 향하게 되는데…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 세상을 변화시킬 첫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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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쿠라우> 30초 예고편
미지의 땅 ‘바쿠라우’.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는데…
이곳에 절대 발 들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