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2-10 08:10:10
어느 노년 레즈비언 부부, 돌봄의 확장과 섹스의 재정의
영화 〈두 사람〉
6★/10★
어느 노인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를 덤덤히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야 나온다. 가정용 사이키 조명 아래서 두 노인이 천천히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블루스의 몸짓은 뒤따라 나오는 말, ‘우리에게는 약과 로션을 발라주는 게 섹스다’와 기막힌 짝을 이룬다. 수현과 인선은 서로에게 몸을 살짝 기댄 채 자신들만의 몸짓을 만들어내고, 늙어 약해진 몸에 약과 로션을 발라주며 스킨십을 한다. 두 사람이 40여 년의 세월 동안 함께 쌓은 관계가 빚어낸 친밀성‧돌봄 모델은 자못 단단해 보인다.
수현과 인선은 1985년 베를린에서 만나 1990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파독 간호사였고, 인선은 파독 광부와 결혼한 상태였다. ‘남자 같은 여자’인 수현이 인선에게 예쁘게 핀 꽃을 따다 선물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본격화되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사람은 은퇴했고, 인선은 이종문화간 호스피스를 창립했다. 독일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공적‧사적 돌봄의 기회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호스피스였다. 간호사로서의 전문성과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결합된 자리에서 피어난 자발적 사명감의 발로였을 테다.
인선은 호스피스 일과 더불어 한국과 독일 등에서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는 중이고, 수현은 퀴어 퍼레이드를 비롯한 여러 소수자‧약자 집회에 참석하고 한인 교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각각 가정과 일터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차근히 담아내는데, 느릿한 두 사람의 몸동작과 말은, 집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오랜 생활의 연장이라는 것을 보여줄 만큼 안정적이다.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두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일구고 반복해온 무언가가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소박한 한국 음식을 차려놓고 함께하는 식사, TV에 나오는 송해 씨의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는 모습, 호스피스에서 우울한 얼굴의 이주민을 따뜻한 태도로 환대하는 인선의 얼굴, 어느 이웃 백인 노인의 상처를 꼼꼼히 체크하고 돌보는 인선의 모습 등은 이를 분명하게 증명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두 사람의 오랜 관계성이 수렴하는 곳은 친밀성과 돌봄이 결합된 하나의 인상적인 관계 모델이다. 인선의 암이 재발하고, 수현은 그런 인선을 간병한다. 수현의 인선 간병은 두 사람이 간호사이자 호스피스 종사자, 레즈비언으로서 환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돌봐왔던 것의 연장에 놓여 있다. 서로를 사랑한 두 여성이, 자기 역량이 닿는 곳까지 돌봄을 확장하다, 늙고 병 들면서 돌봄 역량을 다시금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마주한 사회적 상황과 신체적 역량에 따라 그 범위가 조정되었을 뿐, 인선과 수현은 누군가를 돌보고 서로를 사랑하기를 멈춘 적이 없다. 두 사람의 블루스와 섹스에 대한 ‘급진적’ 재정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이 때문이다. 영화 서사의 연장에서, 두 사람의 몸짓과 말에 지난 수십 년간의 돌봄‧친밀성 역량이 응축되어 있음을 분명히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친밀성과 돌봄이 긴밀하게 연계된 하나의 모델에 대한 제시와 더불어, 두 성소수자 노인이 오랫동안 함께 살며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일궈왔다는 것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너의 미래는 불행할 것이다’라는 말은 늘 퀴어에 대한 저주에 포함되어 있고, 퀴어 당사자는 돌봄의 공적 체계가 미비하다는 데 분노하면서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종종 위축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혐오 세력의 저주에 대한 반례다. 물론, ‘퀴어하다’의 근원적 의미를 생각해봤을 때, 이성애 친밀성 모델을 동성 간 관계로 그대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대중 매체의 반복적 재현이 진정으로 ‘퀴어한’ 미래에 관한 상상력을 특정한 방식으로 고착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그러니 두 사람의 관계를 ‘지향해야 할’ 미래가 아닌 ‘참조할 만한’ 미래의 하나로서 주목하는 게 어떨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관계성만큼이나 멋들어질 또 다른 미래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기 위해서 말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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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넷플릭스를 떠나는 명작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벌!써! 말복이네요
정~말 안갈 것 같았던 여름의 끝이 보일랑 말랑 하는 요즘.
거리두기 4단계도 연장되어 더욱 더 무기력해지는 듯 하는데요.
매달 알려드리는 넷플릭스 공개/종료작 잘 참고하고 계신가요?
씨네랩 홈페이지에는 더 세세하게 나와있으니, 참고 하시길 바랄게요!
자 그럼, 넷플릭스 8월 종료작!
함께 보러가실까요?
1.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액션,범죄,스릴러ㅣ미국,일본,프랑스,캐나다ㅣ136분
08.11 종료 예정
"마침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리더 ‘도미닉’(빈 디젤)과 멤버들.
그러던 어느 날, 멤버들은 도미닉이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사상 최악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리더의 배신으로 위기에 놓인 멤버들은한때 팀을 모두 전멸시키려 했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까지 영입해
최악의 적이 되어버린 도미닉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두게 되는데…"
2. 월드워Z
드라마, 스릴러, SF, 액션, 모험ㅣ미국ㅣ115분
08.13 종료 예정"전 세계 이상 기류… 거대한 습격이 시작된다!
의문의 항공기 습격, 국가별 입국 전면 통제,
국경선을 둘러싼 높은 벽,
세계 곳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체불명 존재들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인류의 대재난에 맞설 최후의 적임자, 제리
군인 출신으로 전시 경험이 풍부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UN 소속 조사관 제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가까스로 가족들과 탈출하는데 성공하고
이제껏 본적 없는 인류 최대의 위기 앞에
대재난에 맞설 최후의 적임자로 지목된다
생존률 제로, 최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마침내 제리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거대한 정체들과 직면하게 되고,
그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맞서 필사의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과연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인류 최후의 대재난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3. 피아니스트
드라마, 전쟁ㅣ프랑스,독일,폴란드,영국,네덜란드ㅣ148분
08.15 종료 예정"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다 폭격을 당한다.
이후 유태인인 스필만과 가족들은 게토에서 생활하지만,
결국 수용소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된다.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보내고 간신히 목숨을 구한 스필만은
허기와 추위, 고독과 공포 속에서 마지막까지 생존을 지켜나간다.
나치의 세력이 확장될 수록 자신을 도와주던 몇몇의 사람마저 떠나자
완전히 혼자가 되어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끈질기게 생존을 유지하는 스필만.
어둠과 추위로 가득한 폐건물 속에서 은신생활 중 스필만은 우연찮게
순찰을 돌던 독일 장교에게 발각되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주가 될 지도 모르는 순간,
온 영혼을 손끝에 실어 연주를 시작하는데…."
4. 버드맨
코미디, 드라마ㅣ미국ㅣ119분
08.21 종료 예정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 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 그는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 대중과 멀어지고
작품으로 인정받은 적 없는 배우에게 현실은 그의 이상과 거리가 멀다…
재기에 대한 강박과 심각한 자금 압박 속에,
평단이 사랑하는 주연배우(에드워드 노튼)의 통제불가 행동들,
무명배우의 불안감(나오미 왓츠),
SNS 계정하나 없는 아빠의 도전에 냉소적인 매니저 딸(엠마 스톤),
연극계를 좌지우지 하는 평론가의 악평 예고까지..
과연 ‘버드맨’ 리건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가…"
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코미디, 드라마ㅣ미국ㅣ109분
08.31 종료 예정"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 같이 입사했지만
‘앤드리아’(앤 해서웨이)에겐
이 화려한 세계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원래의 꿈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딱 1년만 버티기로 결심하지만 악마 같은 보스,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 같은데…!!
24시간 울려대는 휴대폰,
남자친구 생일도 챙기지 못할 정도의 풀 야근,
심지어 그녀의 쌍둥이 방학 숙제까지!
꿈과는 점점 멀어지고.. 잡일 전문 쭈구리 비서가 된 '앤드리아'
오늘도 ‘미란다’의 칼 같은 질타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고군분투하는 ‘앤드리아’
과연, 전쟁 같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6. 솔트
액션, 스릴러ㅣ미국ㅣ99분
08.31 종료 예정"러시아 정보원이 그녀를 이중 첩자로 지목하자
에블린 솔트 (안젤리나 졸리) 는CIA 요원으로서의 명예와 조국을 지키기 위해
포위망을 피해 도주한다.남편을 보호하고 또한 CIA 동료들보다
한 발 앞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솔트는 그 동안 공작원으로서 익힌 모든 기술을 동원하는데…"
7.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판타지, 미스터리ㅣ미국ㅣ127분
08.31 종료 예정"할아버지의 죽음의 단서를 쫒던 ‘제이크’ 는
시간의 문을 통과해 놀라운 비밀과 마주한다.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미스 페레그린’ 과
그녀의 보호아래 무한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특별한 능력의 아이들’,그리고 그들을 사냥하는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적 ‘할로게스트’
미스 페레그린과 제이크를 비롯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할로게스트’ 에 맞서야 한다.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들의 대결이
팀버튼의 마법같은 상상력으로 펼쳐진다."
8. 적과의 동침
드라마, 스릴러ㅣ미국ㅣ98분
08.31 종료 예정"미모의 여인 로라(줄리아 로버츠 분)는 부자에다 미남인 남편 마틴(패트릭 버긴 분)이
극도의 결벽증에다 심한 의처증까지 있는 지 모르고 결혼한다.
어느날 로라는 마틴을 속이고 수영을 배우러 다닌다.
그러다 남편과 이웃집 의사의 요트를 타고 밤에 바다로 나가게 되는데,
풍랑을 만나 로라가 실종된다.
남편 마틴은 로라가 익사한 것으로 단정하고 장례까지 치른다
그동안 준배해 두었던 소지품을 챙긴 뒤
결혼 반지를 변기에 버리고 도망친다.
한편 로라는 낮선 지방에서 이름을 사라로 바꾸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그곳 대학 연극 교수 벤(케빈 앤더슨 분)을 알게 되고
곧 그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후 어머니를 공갈로 협박한 마틴은
그녀의 거처를 알게 되고 주변을 탐색하는데..."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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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해줘요. 괜찮은 사람이라고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내가 복권이 당첨이 된다면’
지금 집보다 넓은 곳으로 이사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또 사고 싶었던 것도 사야지. 돈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생활할 거야.라는 것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텍사스의 한 마을에서 복권에 당첨된 레슬리는 그 기쁜 순간이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19만 달러 복권 당첨금 피켓을 두 손 높이 들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기뻐하는 그녀는 아들의 생일 날짜로 복권이 당첨된 행운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어제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은 기분.
집도 한 채 사고, 아들에게 선물도 사주고,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 쏘고!
이제 인생이 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레슬리.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선물 받은 그날 이후, 레슬리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걸까?
그로부터 6년 뒤, 레슬리는 모텔 방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웃 방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들 외면하고, 레슬리는 작은 슈트케이스 하나만 달랑 가지고 그곳을 떠난다. 도움을 요청할 것도, 갈 곳도 없는 그녀는 몇 년 만에 만나지도 모를 아들 제임스를 찾아간다. 어색함이 감도는 사이지만, 초췌하기 짝이 없는 엄마를 데리고 집으로 가고, 옷도 사주며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다. 술은 마시지 말라는 조건을 걸지만, 호기롭게 대답한 것과는 다르게 아들이 일을 하러 가자, 바로 술을 사러 가는 레슬리. 게다가 함께 사는 친구의 돈 마저 훔친 것을 알게 되자, 제임스는 내내 억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고,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엄마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엄마인 레슬리 보다, 엄마의 친구인 낸시와 더치에게 더 의지 해야 했던 제임스. 걔네들이 나빴다고 이야기하는 레슬리와, 그 사람들은 엄마를 도운 거라고 이야기하는 제임스의 태도에서, 레슬리는 복권에 당첨된 뒤, 고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게 한다.
고향에 돌아간 뒤에도 레슬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잘 곳은 생겼지만, 마음 둘 곳은 없다.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레슬리의 귀향 자체가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고, 가까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전염병에라도 걸릴 것처럼 피하는 것도 모자라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진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생을 시작하는 쪽이 더 쉬울지 모른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경멸과 비난을 쏟아 내는 것을 맞서며 일어서는 것은 더 큰 마음의 생채기를 내는 일이 되니까. 보란 듯이 기세등등해 보이려고 더 악을 써보지만,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처럼 무너지고, 메말라 부서져 버렸다. 술에 취해 아들을 버려두고 도망간 엄마는 인간으로서 용서받기엔 너무도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 틀림없다.
희망이라고는 한 가닥도 없는 삶. 살아가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이고, 당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차 막막한 현실. 자신을 잘 아는 지인들이 있는 고향이건만, 문을 열어주는 사람도 재워 줄 곳도 없어, 빈 건물에서 노숙을 하는 레슬리에게, 외지에서 온 모텔 관리인 스위니가 다가와 숙식제공 일자리를 제안한다.
“당신한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당신을 나쁘게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스위니의 편견 없는 태도는 서서히 레슬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바짝 말라 바스러진 인생에 물을 주고, 촉촉이 적셔 다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는 것은, 결국 단 한 명이 내민 손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엉망진창 나락으로 빠진 삶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는 레슬리에게, 만약 친구 중 한 명이라도 “잘 돌아왔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라고 마음을 다해 안아주었다면 , 레슬리는 어땠을까? 지난 6년의 삶에서 레슬리를 가장 경멸한 것은, 타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레슬리 자신이었을 것이다.
술집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자신에게 필요했던 그 말을 해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결국 누군가를 다시 세우는 것은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다는 것을. 다정한 눈빛과 편견 없는 태도는 인생을 구원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들은 버린 엄마라 할지라도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내 옆에 누군가가 흔들리고 있다면, 따스하게 말해주자.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 말이 한 줄기 빛이 되어, 누군가의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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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움과 동물권에 대하여
애니메이션 <덤보>를 보진 않았지만 귀가 펄럭이는 그 귀여운 아기 코끼리 덤보짤들을 인스타그램에서 보면서 저장만 해놓고 있다가 실사 작품 영화 <덤보>가 나왔다길래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귀여운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었는데, 그 기대만큼이나 정말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영화 <덤보> 시놉시스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가지고 태어나,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서커스단의 웃음거리가 된 덤보. 어느 날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와 그의 아이들, 밀리와 조가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유능한 사업가 반데비어가 덤보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접근한다. 매력적인 공중 곡예사 콜레트와 함께 하늘을 날게 된 덤보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환상적인 쇼를 둘러싼 어둠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덤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원작을 몰라도 상관없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실사영화를 보는데 멈칫하고 있다면 굳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원작을 보지 않고 덤보를 봤기 때문이다. 돌아다닌 짤들로 봤을 때는 코끼리들끼리 말을 하고 다른 코끼리가 덤보를 놀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화 <덤보>에서는 코끼리가 말은 하지 않는다. 실사판인데 말을 하면 좀 웃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아주 많이 들을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문이 끽끽 거리는 소리를 덤보 소리로 착각할만큼 많이 들을 수 있다.
원작에서는 덤보의 절친이 생쥐 티모시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홀트의 남매가 덤보 옆에서 친구처럼 응원해주면서 그 자리를 대신해준다. 이처럼 덤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각색이 된 듯 보였다. 나중에 애니메이션 덤보를 보고나서 비교를 해도 좋을 듯 하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 덤보.
영화 <덤보>의 특성 상 어린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할 만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영화관에 입장할 때 사방팔방 어린이들이 많이 있어서 영화를 볼 때 관람 예절을 잘 지키지 못하면 어떡할까 내심 걱정을 했었으나 단언컨대 아이들보다 내가 현실탄성을 많이 내질렀던 것 같다. 그 커다란 귀를 주체하지 못해서 이리 휘적, 저리 휘적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을까. 깃털만 보면 우울했던 자기 감정 잊어버리고 완전 신나가지고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아기들은 다 똑같구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린 생명체는 참 귀엽구나~ 어떻게 저런 캐릭터를 상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다양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던 것 같다. 순수한 덤보의 모습을 보면서 귀엽다가도 서커스에 이용되는 모습을 보자니 너무 안쓰럽고 아직 아기인데 엄마랑 헤어지게 만든 인간을 욕하고 싶었던 없던 모성애가 솟아나던 시간이었다.
덤보 뿐 아니라 모두가 성장하는 이야기
아기코끼리 덤보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아기코끼리의 공식적인 보호자 홀트의 성장을 비롯해 영화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장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영화 초반 홀트가 왜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를 해주는 인물들을 홀트의 남매들이었다. 그래서 홀트는 병풍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덤보가 반덴비어의 꼬임에 넘어가려 하고, 덤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홀트는 덤보를 자연을 돌려보내기 위해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드림랜드에서의 탈출을 꾀한다.
그 과정에서 자식들에게 항상 명령만 하던 홀트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음을 심어주는 아빠로 성장하며, 덤보는 깃털이 없이도 마음껏 날 수 있게 되고, 홀트의 자녀들 역시 엄마의 빈자리에 대한 공허함을 지우고 자신의 꿈을 찾아 성장한다. 여기서 가장 좋았던 점은 덤보가 자연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초였다. 동물에 대한 권리가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던 시기였기에 그냥 홀트 가족과 재미지게 서커스를 하며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개봉하는 현 시점의 감성에 맞게 덤보와 엄마 코끼리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동물을 가두거나 학대하지 않고, 사람들이 주가 되어 서커스를 선보이면서 영화의 막을 내린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영화 <덤보>는 귀여움을 중무장하면서도 시대의 감성을 버리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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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이 곧 공포
원래 짧게 보다가 잠을 청할 생각으로 볼 영화였지만, 다 보고 부족한 잠을 자게 만든 영화 <나는 전설이다>다. 등장인물도 적고, 깔끔한 배경 설명으로 단순하게 느껴지는 스토리 덕분에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 홀로 도시에서 지내며 가진 고독감과 외로움을 보여주며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과 처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확장판도 있다고 하니 다음에 꼭 봐야겠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 네이버 스틸컷
고독
네빌(윌 스미스)은 뉴욕에서 유일한 면역자로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혼자 뉴욕 도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서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 셰퍼드 '샘'과 함께 뉴욕에서 생존자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그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익스트림 롱샷으로 거대한 뉴욕 건물들 사이로 혼자 서 있는 네빌의 모습을 비춘다든지 자신이 자주 가는 상가에 외롭지 않도록 마네킹을 세워두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그가 가진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사슴을 잡기 위해 나선 그 앞에 사자 가족을 보이게 함으로써 동물들도 가족들과 함께 있으나 인간인 네빌만이 혼자라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비교하여 표현한다.
나비
영화에서 나비는 꽤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도시를 조사하는 과정 중 벽에 부착된 포스터 그림과 샘 곁에 맴도는 나비, 플래시백(flash back)으로 알려주는 과거 회상에서 네빌의 아들 말리(윌로우 스미스)가 손으로 나비 모양을 표현하며 나비를 언급하는 대사, 후반부에 안나 목에 있는 나비 문신, 대장으로 추측되는 좀비가 유리를 부시는 장면에서 갈라지는 유리 금이 나비 모양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나비가 등장하는 것일까. 나비는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 <나는 전설이다> 속 좀비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주로 나비는 화려한 무늬 패턴과 날아다니는 곤충이기에 희망과 평화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곤충이다. 따라서, 영화 속 나비의 상징을 통해 네빌이 활약하는 희생정신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희생이요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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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주 최신 개봉영화!
어느덧 여름이 지나가고 9월이 다가왔네요
9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1주 개봉영화 5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마블 첫 아시안 히어로 무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마블 페이즈 4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첫 아시안 히어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을 합니다.
마블의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아이언맨', '앤트맨' 등
기존 마블 작품 속에서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전설적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루는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펼칩니다.
넷플릭스의 '김씨네 편의점'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계 캐나다인 시무 리우가 '샹치' 역을 맡았고
양조위, 아콰피나, 양자경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춥니다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익스트림 액션과
현대와 고대 신화의 세계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비주얼!
첫번째 추천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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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 2019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영문 소설 TOP100이자 21세기 최고의 책 TOP100으로 꼽힌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전설적인 영웅이자 범죄자로 이름을 떨친 ‘네드 켈리’의 실화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세기의 소설입니다.
탁월한 원작 소설에 저스틴 커젤 감독의 매력적인 연출력과 밀도 있는 시나리오가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 영화 "켈리 갱"이 개봉을 합니다.
"켈리 갱"은 전설적인 존재 ‘네드 켈리’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주인공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저스틴 커젤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네드 켈리’를 찾았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1917'의 조지 맥케이가 낙점됐습니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의 이야기
두번째 추천영화 "켈리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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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CODA , 2021
선댄스 영화제 역대 최초 US 드라마틱 부문 4관왕 석권!
영화 '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가
어느 여름날, 우연히 노래와 사랑에 빠지면서 꿈을 향해 달리는 감동 가득한 뮤직 드라마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농인 가족 캐릭터는 실제 농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의 엄마 '재키' 역을 맡은 배우 '말리 매트린'이 농인 배우로,
그는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을 통해 오스카의 트로피를 거머쥔 최초의 농인 배우죠
또한 청인배우는 코다인 주인공 '루비' 역에 캐스팅된 배우 '에밀리아 존스'와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놀라운 가창력으로 화제가 된 배우
'퍼디아 월시 필로'가 맡아 환상적인 뮤직 케미를 선보입니다.
'라라랜드'로 그래미상 2관왕을 수상하고 '물랑 루즈',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 2관왕을 달성한 음악 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자신의 음악적인 역량을 총동원하여 탄생시킨 뮤직 드라마!
세번째 추천영화 "코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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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다소높음 The rain comes soon , 2020
대한민국 최초 코로나19 소재 영화의 탄생!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에어컨을 꺼버린 극장에서 벌어지는 현실공감 땀샘개방 코미디입니다
너도 나도 힘든 코로나19 시대,
존폐 위기에 놓인 낭만극장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통해 웃음 폭탄은 물론 공감까지 보여주는데요
출입명부 기재 거부, 마스크 착용 거부 등 코시국 이후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빌런들의
기상천외한 진상 행태와 이에 맞서 꿋꿋하게 방역 수칙을 부르짖으며 고군분투하는 극장 직원의 안타까운 모습 등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디선가 꼭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격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코미디 장인 고봉수 감독과 이희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개성 넘치는 배우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챠유미, 고주환 까지
생활 밀착형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고 합니다.
하이퍼리얼리즘 코미디로 관객들의 웃음을 개방시킬
네번째 추천영화 "습도다소높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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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Snowball , 2021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부터 뉴욕아시안영화제 초청, 수상 쾌거
영화 "최선의 삶"은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원작으로
'송한나', '옷 젖는 건 괜찮아', '애드벌룬',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등
단편 영화를 통해 주목 받은 이우정 감독이 각색과 감독을 맡은 작품입니다.
열여덟 세 친구 ‘강이’, ‘소영‘, 아람’ 싱크로율 200% 최선의 캐스팅인데요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이렇게 세주인공입니다.
"최선의 삶"은 일찌감치 각종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어 단연 기대해도 좋을 올해의 데뷔작 탄생을 알렸습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KTH상, CGK&삼양XEEN상 2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선택상을 수상하고
지난 8월 6일부터 열린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2021 New York Asian Film Festival)에서
방민아 배우가 국제 라이징스타상(Rising Star Asia Award)을 수상하는 영예를 더했습니다.
열여덟, 그때가 최악이었던 나로부터! 2021, 그때는 최선이었던 우리에게!
그 시절을 소환할 우리의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최선의 삶"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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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크리처> 파트 1 | 경성은 있는데 크리처는 없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경성에서 제일가는 전당포 주인 '장태상'(박서준). 경성 최고 셀럽으로 화려한 삶을 누리던 그는 1945년 봄, 느닷없이 역경에 빠진다. 경무국장 '이시카와'(김도현)가 그의 목숨과 재산을 뺏어버리겠다고 협박한 것. 그의 아내 '마에다 유키코'(수현)가 숨긴 자기 애첩 '명자'(지우)를 벚꽃이 질 때까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장태상은 모든 연락망을 동원해 명자의 행방을 수소문하지만, 좀처럼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한다. 결국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그는 만주에서 제일가는 토두꾼 '윤채옥'(한소희)과 '윤중원'(조한철) 부녀와 계약을 맺는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일본군 병원인 옹성병원에 명자가 갇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태상은 직접 그녀를 빼내오려 한다. 병원 지하실에 일본군이 만든 괴물이 있다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한 채.
크리처물의 딜레마
괴수물, 넓게는 크리처물은 언제나 딜레마에 직면한다.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과 일반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엇갈리기 때문. 전자는 괴물이 얼마나 강하고 독특한지, 괴물 혹은 인간과의 싸움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지를 따진다. 등장인물의 서사, 인간 캐릭터의 완성도는 뛰어나면 플러스 알파이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반면에 일반 관객은 크리처물이나 괴수물을 볼 때 당황하기 쉽다. 일반적 작법을 자주 벗어나니까. 서사의 개연성과 핍진성이 과하게 부족하거나, 인간 캐릭터가 단지 괴물을 소개하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식이다. 일례로 괴수들의 액션에 집중한 <고질라 VS. 콩>은 일반적 관점에서 완성도를 등한시한 범작이다. 반면에 장르 팬이 보기에는 더 바랄 것 없는 선물이다.
시즌 1과 2를 통틀어 제작비 700억을 투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도 딜레마를 피하지는 못했다. 이 드라마는 <미스터 션샤인>과 <스위트홈>을 섞으려 했다. 1945년 봄 경성을 살아가는 조선인의 애환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괴물과의 싸움을 그려냈다. 하지만 파트 1만 놓고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는 실패에 가깝다. '경성'은 살렸지만, '크리처'물로서의 정체성은 약해졌기 때문이다.
1945년 경성 사람을 그려내다
<경성크리처>의 기초공사는 일견 착실하다. 참신하다고는 못해도, 시기의 특수성을 나름 적절히 활용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제의 침입이 본격화된 1900년대 초나 일제의 수탈이 한창인 1920년대나 30년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항일운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기에 용이하므로.
<경성크리처>는 다르다. 1945년의 봄을 보여준다. 일본의 패망이 임박한 시기가 배경이다. 물론 화려한 금옥당을 비롯한 거리 모습은 물자 배급이 시행되던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그 시대의 사람들을 그려내려고 애쓴다. 옹성병원에서 붙잡힌 장태상과 거래하는 일본군 장교가 대표적이다. 그는 경성에서의 삶이 이미 익숙하다며, 태상을 풀어주는 대신 일제의 패망 이후 조선 정착을 도와달라고 제안한다.
이에 더해 <미스터 션샤인>처럼 독립운동을 묘사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미스터 션샤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캐릭터가 당연히 조선 독립을 원하는 뻔한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처럼 조선을 증오하거나 방관하던 이들이 고애신의 조선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돌리는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웠다.
<경성크리처>의 주인공 장태상도 마찬가지다. 그는 같이 독립운동을 하자는 '권준택'(위하준)의 제안을 항상 거절한다. 일본의 일부인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그에게 독립운동은 설령 옳더라도, 자기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의열단의 조력자였던 어머니의 생전 마지막 말이 "살아남아라"이기에 더더욱. 이처럼 <경성크리처>에서는 선과 악을 딱 잘라 말할 수 없게 된 일제 치하의 세월을 녹여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역사를 붙잡은 괴물
그 덕분에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조합도 어색하지 않다. 패망 직전이기 때문에 괴물을 만들겠다는 일본군의 발악에는 설득력이 깃든다. 단순히 한 과학자의 욕심 때문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 하에서 이뤄지는 실험이기 때문. 병원장이 괴물을 길들이거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지 묻고, 결과를 천황에게 보고할 것이라는 장면만 봐도 일본군이 이 괴물을 태평양 전쟁 전황을 바꿀 신무기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성크리처>의 상상력은 역사와도 부합한다. 하얼빈에 위치한 731 부대는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조선인 대상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전쟁 말기에는 실험 기록과 시설을 없앤 후 일본으로 도주했다. <경성크리처>는 이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했다. 만주를 떠나 경성에서 실험을 이어가거나, 웅성병원 건물 디자인이 731 부대 건물을 닮은 점이 대표적이다.
물론 국내 드라마 기준으로는 클리셰에 가까운 대목일 수 있다. 다만 거시적으로는 인상적인 시도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간 할리우드 영화는 비밀무기를 개발하거나 찾아내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꿈꾸는 나치 독일을 자주 등장시켰다. <인디아나 존스 5>에서는 나치 잔당이 시간을 되돌리는 기계로 역사를 바꾸려 했다. <캡틴 아메리카> 1편에서도 나치 소속인 레드 스컬과 하이드라가 테서렉트를 이용해 승전을 꿈꿨다.
반면에 같은 추축국이었는데도 일제가 주체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종전 직후 냉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우방국으로 두기 위해 전쟁 범죄를 눈감아 준 역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731 부대의 연구 성과를 이용하려고 731 부대원의 전범 재판 기소를 면제하거나 거액의 돈을 주기도 했다. 그저 괴물만 괴물은 아닌 셈이다. 그렇기에 <경성크리처>는 승전국이 아닌 과거 식민지의 콘텐츠라서 가능한, 분명 흥미로운 시도다.
문제는 괴물 활용법
하지만 <경성크리처>는 '경성'을 살려낸 것에 비해 '크리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괴물의 등장부터 호불호의 여지가 크다. <경성크리처>는 2014년도 <고질라> 같다. 이 영화는 고질라가 파괴한 도시, 공항, 함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위용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클라이맥스가 돼서야 고질라를 전면에 등장시켜 방점을 찍었다.
<경성크리처>도 마찬가지다. 괴물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참혹하게 살해되는 일본군과 조선인 희생자들의 리액션을 비춘다. 괴물은 중후반부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일장일단이 있다. 극의 속도를 조절하며 서스펜스를 강화할 수 있지만, 괴물의 활약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감질날 수밖에 없다.
주인공 일행과 일본군의 비중도 감점 요소다. 괴물이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빈 분량을 드라마는 장태상, 윤채옥과 일본군의 병원 내 추격전으로 대신한다. 크리처물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만하다. 마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싸움 대신 미군과 디셉티콘이 싸우는 장면만 나오는 <트랜스포머>를 보는 심정과 비슷하다.
괴물 묘사도 일관적이지 않다. 초반부에 괴물은 수많은 일본군을 손쉽게 제압한다. 초인적인 속도와 먼 거리를 넘나드는 촉수 앞에서는 어떤 무기도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정작 두 주인공을 마주한 순간부터 괴물은 속도도, 촉수도 활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무기를 쓰거나 몸을 숨기기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자연히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괴물과 윤채옥의 신파가 더해지면 극의 전개는 더욱 억지스러워진다.
경성은 있는데 크리처는 없다
주요 플롯 중 하나인 장태상과 윤채옥의 로맨스도 덩달아 부자연스럽다. 극 중 로맨스는 우연적 요소에 기대 급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장태상이 윤채옥의 외모 때문에 첫눈에 반했다거나, 운명적인 사랑임을 깨달았다는 식으로. 이는 경성 배경 시대극과 크리처물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방증이다. 드라마가 크리처물 플롯을 살리기 위해 로맨스에 할애할 분량을 줄였기 때문.
결국 <경성크리처>는 무엇을 기대했는지에 따라 첫인상이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경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역사를 활용하는 방식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보는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크리처'를 기대했다면 속 시원하지 못한 전개와 억지스러운 묘사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과연 <경성크리처> 첫 시즌의 남은 에피소드 3개는 첫인상을 바꾸고, 시즌 2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을까?
Poor 형편없음
'경성'크리처냐, 경성'크리처'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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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되면 과장 부장 사장과 직급 떼고 붙을 수 있는 바이러스?가 있다고?? '메이헴'
흥해라 이 영화
메이헴 (2017)
- 좀비처럼 일만하던 직장인으로 가득한 회사에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고 상사의 무시와 부당한 요구에도 꾹 참던 직원들이 분노를 폭발시키기 시작하는데...Walking Dead 아니고 Working Dead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침투로 시작된 사내배틀로얄무비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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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공식 예고편
" 다 죽을거야. 희망 같은 거 갖지마요." 학교는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친구는 가장 위험한 적으로 변했다. 우리는 함께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죽기 싫다. 죽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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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메인 예고편
"치명적이게 매혹적이다" 2022년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