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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옥2025-02-14 21:59:43

비밀을 뜯어내고 사랑을 꿰매다

영화 <팬텀 스레드> 리뷰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연인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으면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랑이 있다때론 연인을 위해서 내 한 몸을 바쳐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사랑이 있다상대가 이성이건 동성이건나이가 많고 적던사랑의 형태는 그렇게 다양하게 나타난다. <팬텀 스레드>가 그리는 사랑도 그 다양한 모습의 사랑 중 하나에 속한다어떤 외양을 가진 사랑이 더 멋있고더 괜찮은 것인지는 우리의 눈으로 알 수 없다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상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드는 사랑은 당연하게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흔히 아는 모성에서부터 다양하게 존재하는 그 수많은 ‘사랑’ 안에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현존한다.

 

 

 

다름을 직시해야 시작되는 사랑

 

사람, 드레스, 의류, 상아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알마(빅키 크리엡스 분)의 그런 사랑은 레이놀즈 우드콕(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누이인 시릴(레슬리 맨빌 분)의 제안으로 고향에 있는 집을 찾아가면서 우연히 시작한다우연히한순간에 시작된 알마와 우드콕 두 사람 간의 사랑은 빠르게 피어난다둘의 사랑에 대한 속도감은 연출을 통해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대표적으로는 첫 만남에서 한 저녁 식사 약속을 위해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장면에서의 연출이다해당 장면의 연출은 고전 영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빠르게 지나가는 배경무언가 급해 보이는 두 사람의 표정까지무언가 급하고어딘가로 당장 달려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한편으로는 마치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운전하는 모습으로 주인공 스코티의 심리를 연출해 낸 장면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그런 점에서 관객은 <팬텀 스레드> 2018년 작이기는 하지만 고전 영화의 느낌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그런 고전 영화적 연출의 참조가 영화의 분위기나 흐름에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렇게 즉흥적으로쏜살같이 이루어진 두 사람의 사랑에 당연히 아름다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우드콕이 계속해서 패션업계 속에서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라는 점그 점이 두 사람 간의 사랑을 깊게 파고든다. 때에 따라서는 우드콕의 누이이자 사업 파트너인 시릴이 늘 그의 곁에 함께 있다는 것도 방해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그렇게 알마는 행복할 줄 알았던 우드콕과의 생활이 그의 지나친 예민함,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의 부재함으로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드콕의 성격과 행동양식가정사는 알마와 같을 수 없다비슷하기를 바라는 것마저 어쩌면 과한 욕심일 수 있다우리들도 상대를 사랑하는 일에는 수많은 차이와 걸림돌을 해결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한다알마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해결하지 않으면 그를 떠날 수밖에 없다.

 

 

 

변화를 끼워 넣고 꿰매 붙이다

 

의류, 실내, 사람, 벽이(가) 표시된 사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우드콕은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전통을 중시한다. ‘세련됨(영화에서는 chic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이라는 표현을 혐오할 정도로 기존의 것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이는 어쩌면 작고한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마음으로도 보인다우드콕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그녀를 계속해서 그리워하고심지어는 병상에 있을 때 그 환영을 본다어머니의 일을 물려받은 우드콕이기에 그녀가 해온 일을 지키고 그 방향을 잃지 않으려 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이다.

 

 알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자신의 방식으로 우드콕이 두려워하는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여기에서 이 영화의 핵심서로가 엮어지는 플롯의 형태가 생겨난다알마는 우드콕에게 변화를우드콕은 그에 대한 반발과 부정으로 그의 복원을 각자의 플롯으로 만들어낸다너무 많이 엮여버려 실이 전진할 수 없을 때는 크게 충돌함으로써 관계를 재정립하고 다시 과정을 반복한다변화를 두려워하는 우드콕에게는 쉼이 없고쉬지 않는 우드콕은 언젠가 스스로 파멸하게 되기에 알마는 우드콕의 방식이 아닌 것을 그의 삶에 끼워 넣어야 한다그래야만 우드콕이 자기 내면에 숨겨진 두려움과 나약함을 꺼내 승화시킬 수 있고뱉어낸 그 족쇄들을 밟고 그가 원하는 일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우드콕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다 해내는 일그것이 알마가 그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보수적인 우드콕의 삶에 변주를 주는 일은 쉽지가 않다그는 계속해서 반발하고예민하게 굴며 알마를 자신의 공간과 삶에서 빼내려는 마음마저 먹는다그 반발의 강세가 거칠어질수록 알마는 결단해야 한다식용 버섯과 독버섯을 구분하게 해 주는 책을 꺼내어 식용 버섯이 아닌 독버섯을 찾아야 하고비로소 우드콕을 쓰러뜨려 어머니의 빈자리를 자신으로 채워야 한다그래야 우드콕이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놓고 변화에 대한 강박적 공포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다우드콕에게 걱정은 필요 없다그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알면서도 알마의 행동을 용인한다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겁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그렇게 알마는 우드콕이 드레스의 마감 안에 꿰매 놓은 그의 비밀을 뜯어내고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그리고 그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그녀의 행동을 온전히 품는 것이 우드콕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일 것이다.


 

작성자 . 전상옥

출처 . https://brunch.co.kr/sangok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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