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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2025-02-21 17:25:21

영원할 순 없지만, 영영 남을 이야기

영화 <로봇 드림> 리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타인에게 기대와 실망을 경험해 본 만큼 스스로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수고롭게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회사와 집을 바쁘게 오가는 쳇바퀴를 돌아가는 듯한 생활 패턴도 한몫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법 성숙한 어른이니까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며 혼자서도 곧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모이는 연말연시나 휴가철이 되면 창문에 홀로 비친 자기 모습과 마주할 때 묘한 씁쓸함을 곱씹게 된다. 마치 <로봇드림> 오프닝 속 도그의 모습처럼 말이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조금씩 엉키며 둘이 다시 재회하기엔 점차 어려워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둘 곁에는 새로운 단짝이 생긴다. 그리고 앞서 계속 만나지 못한 둘이 비로소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 상황이 됐을 때 로봇은 그저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봇 드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 한마디 없이 효과음 OST 그리고 조금은 유치하지만 볼수록 귀여운 애니메이션 그림이 스크린을 채운다는 점이다. 로봇의 기계음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도그의 숨소리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순간도 종종 있다. 둘이 다시 즐겁게 뛰어놀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 일이 모두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듯 둘의 관계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꼭 슬픈 이별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엔딩에 삽입된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기운은 멈출 길이 없다.

 

 

 

 

<로봇 드림>처럼 사랑이든 우정이든 이별은 슬프지만, 우리에겐 기억이 남는다. 그 이별이 좋았던 나빴던 지 간에 그때 재밌었는데, 하고 입꼬리가 잠시나마 올라가면 그만이다. 곁에 있을 줄 알던 친구가 떠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끝나곤 한다. 아마도 우리는 은연중에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때때로 서로의 시간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니 부디 뜻하지 않은 이별에 짧게 슬퍼하고 종종 좋았던 날들을 떠올리며 틈틈이 웃길 바란다.

작성자 . SUE

출처 . https://blog.naver.com/cine_soo/223742919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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