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21 18:47:45
셜록과 왓슨을 뒤이을 추리 듀오 드라마 6
범인은 바로 너!

우리 때는 다 셜록이랑 왓슨 좋아했다 •••
셜록과 왓슨 듀오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씨네픽이 준비했습니다!
댓글로 여러분만의 듀오도 추천해 주시면, 씨네픽지기가 놓치지 않고 챙겨보겠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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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한국 영화 <브로큰>이 개봉합니다.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았던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하정우, 김남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최근 스크린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이었던 두 배우가 과연 <브로큰>으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해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또다른 웰메이드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1972년 9월 5일, 방송 역사상 최초로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일을 다룬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개봉합니다.
앞서 1월에 파트1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도 빠르게 파트2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 보러 가볼까요?
브로큰
NOCTURNAL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99분
감독: 김진황
주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개봉: 2025.02.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석태'가 시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생의 아내 '문영'은 자취를 감췄다. 동생이 죽고 진실이 잠든 밤, 분노가 깨어났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쫓는 소설가 '호령'을 만나고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얽혀버린 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형제가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하며 서로가 서로를 쫓고 민태는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개요: 스릴러 | 독일, 미국 | 95분
감독: 팀 펠바움
주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개봉: 2025.02.0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2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2.05.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거대 우주 모함이 드리운 도쿄의 하늘!
서로에게 절대적인 '카도데'와 '오란'의 캠퍼스 라이프!
지구가 망해가는 가운데, 대학생이 된 '카도데'와 '오란'. '오란'은 신비한 소년 '오바'와 재회하고 운명의 시간을 직감하게 되는데... "오란, 이제 곧 침략자도 인간도 모두 죽어…"
마침내 맞이하게 된 멸망 D-DAY!
"네가 여기에 있으면, 나도 거기에 있을 거야"
고양이키스 :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Cat Kis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황수빈
주연: 오동민, 류아벨, 신수아, 강정민
개봉: 2025.02.05.
배급: (주)모토
줄거리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로 해주세요!”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동화 작가 ‘용희’. 아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업실에 들어갈 때마다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 오랫동안 그 방을 닫아둔 채 방치한다.
어느 날 그곳에서 ‘재인’이 몰래 숨겨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고,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목수 ‘로언’은 그 방을 고양이 방으로 꾸미자는 제안을 한다. ‘용희’는 고양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마지못해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재인’과 ‘로언’의 도움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시작 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용희’는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온기를 되찾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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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시선 속 아버지이자, 예술가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유년기 시절 할아버지와 외삼촌에게 서예와 데생을 배우고 이쾌대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공부하는 동화가로 활동하며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한국 역사의 아픈 격동기를 목격하면서 상처받은 개인의 기억 안에 뒤엉킨 시대적 상흔들을 화폭에 담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김창열 화백의 다큐멘터리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리뷰입니다. 연출을 맡은 김오안은 그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이 느낀 경외심과 존경심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술 쪽엔 문외한이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모습부터 아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내레이션까지 마음 편히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말했지.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시놉시스: 50년간 묵묵히 '물방울'만을 그리며 물방울 작가로 사랑받은 화가 김창열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한 그의 세상에는 기묘한 균열이 존재한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같은 예술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아들은 그리움의 시간을 살다 간 그의 삶을 담는다.
예고편│ Trailer
원제: L'homme qui peint des gouttes d'eau, 영제: The Man Who Paints Water Drops
감독·각본: 김오안, 브리지트 부이오
출연진: 김창열│장르: 다큐멘터리│상영 시간: 79분
국가: 한국, 프랑스│등급: 전체 관람가
평점: 관람객 7.0, 네티즌 8.73, 기자·평론가 7.25, 왓챠피디아 3.6
개봉일: 2022년 9월 28일
제작: (주)미루픽처스│배급: 영화사 진진
수상내역: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특별상 - 신진감독상)
보러가기: 현재 극장 상영 중
#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평점
따뜻한 거리감 속에 묻어나는 애정 어린 시선
프랑스를 주 활동 무대로 50년간 물방울 그림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창열 화백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2021년 작고하기 이전 5년의 시간과 그가 살아온 인생을 역사와 함께 되짚어 보는 아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가주의적 분위기를 냅니다. 전쟁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그 외상을 평생 지고 살아오며 오랜 세월 끝에 자신의 화실에서 마주하게 된 다양한 물방울, 그가 본 모든 피를 물의 원천으로 변형해 고통을 씻어냈다는 그의 방식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논의보다 그가 느꼈을 삶의 회한과 그림에 대한 집착,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집중하고 점차적으로 그가 그린 물방울과 물에 대한 의미를 슬며시 밀어 넣어 잠깐의 쉼터 같은 말들로 알듯 모를듯한 그의 세계를 대중의 언어로 쉽게 풀어갑니다. 과거 전쟁의 장면도, 침묵을 유지하는 장면도, 손주들과 장난을 치는 장면도, 작가의 삶과 생각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아름답지만 집착에 가깝게 물방울만을 그린 이유를 설명합니다. 한국전쟁이라는 큰 트라우마를 겪고,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치유하기 위해 애절함을 담았던 그에 대한 궁금증과 이해를 위해서 말이죠.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장면을 넣겠다는 아들의 질문에 아기, 눈 내리는 숲, 고향 등을 말했던 화백,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이자 예술가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김오산 감독. 한 사람의 인생과 예술가로서 설명하기에 부족한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함께한 수많은 세월 속 묻어나는 애정에서 그의 삶을 담백하고 차분히 담아냈다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위대한 작가인지, 얼마나 좋은 아버지인가를 떠나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시선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말이죠. :)한 줄 평 : 각각의 물방울에 담긴 아버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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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페인 | 스토리텔링 시대에 이야기를 찾는 여행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생김새, 성격, 취향이 모두 다른 두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 어릴 때는 형제나 다름없었지만 여러 이유로 소원해졌던 두 사촌 형제는 오랜만에 재회한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왔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 그들은 이민 전에 할머니가 살았던 집을 방문하기 위해 그녀의 고향인 폴란드로 떠난다.
호텔에 도착한 뒤 폴란드계 유대인의 역사를 살피는 가이드 투어에 합류한 두 사촌. 하지만 투어 중 데이비드와 벤지는 전혀 다른 성향 차이 때문에 끊임없이 싸운다. 심지어 벤지는 가이드인 '제임스'(윌 샤프)와도, 함께 투어에 참여한 '엘로지'(커트 에지아완), '마샤'(제니퍼 그레이)와도 갈등을 빚는다. 그들 사이에 낀 데이비드는 벤지에게 점점 화가 쌓이고, 그들의 관계는 새 국면에 접어든다.
진짜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폴란드 여행
몇 년 전부터 스토리텔링은 뜨거운 감자였다. 지금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로 하여금 홍보하는 대상 그 자체보다, 대상이 속한 서사에 더 빠져들게 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약속한다. 저널리즘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이제 기자들은 정보만 전달하는 대신 사건의 맥락 안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소설 같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병철 교수는 그의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스토리텔링 때문에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고립되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서사는 마치 상품처럼 생산되고 소비된다. 스토리텔링의 서사는 잠시 인식된 후에 사라지는 정보일 뿐, 친밀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하며, 주목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공동체가 아닌, 소비사회를 형성"한다. 달리 말해 지금의 스토리텔링은 소비자를 만들 뿐, 과거 '일리아스'나 '아이네이아스' 같은 서사시가 한 공동체의 토대를 마련한 것과 같은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 유럽에서 근대 소설이 국민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 및 공동체를 구축했던 기능도 스토리텔링에게 기대할 수 없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 작가, 제작자, 주연을 맡은 영화 <리얼 페인>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두 사촌 형제는 작고한 할머니의 폴란드 집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그들은 여행 내내 싸운다. 처음에는 성향 차이가 갈등의 원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르면 자연스레 생각이 바뀐다. <리얼 페인>은 진정한 이야기의 힘을 잊은 세태가 싸움의 이유였음을 투박하나 진정성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만 가득한 여행
데이비드와 벤지의 여행기가 처음부터 진중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리얼 페인>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가벼운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는 두 사촌 형제는 자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도,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다르니까. 심지어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서로의 직업도 겨우 알아가는 수준이다.
<리얼 페인>은 이처럼 갈등이 산재한 여행을 데이비드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그는 자신과 성향이 전혀 다른 벤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오프닝부터 그렇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데이비드는 벤지가 제때 도착할지 걱정하며 여러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하지만 벤지는 그중 단 하나에도 응답하지 않는다. 걱정 가득히 공항에 도착한 데이비드를 만난 후에야 벤지는 몇 시간 전에 미리 와 있었다고 태연히 대답한다.
폴란드에 도착한 후에도 데이비드의 속은 타들어 간다. 벤지의 기행 때문이다. 그는 호텔로 마리화나를 주문하고, 마리화나를 피겠다며 호텔 옥상 문을 멋대로 열고 나간다. 음악 없이는 샤워를 못한다면서 데이비드의 핸드폰을 멋대로 빌려서 화장실에 들어간다. 가이드 투어에 합류한 후에도 데이비드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는 느낀 점을 여과 없이 말하는 벤지 특유의 화법이 다른 이들에게 혹시 무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개인에서 공동체로의 변화
데이비드의 심정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떠난 여행 도중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상황이니까. 이처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도입부는 <리얼 페인>의 각본이 얼마나 영리한 지를 방증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촌의 갈등이 철학적,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행기의 특이점은 두 장면에서 암시된다. 우선 제임스의 가이드 투어에 참가한 이들은 호텔 로비에서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다. 이때 데이비드나 다른 일행은 어색하게 입을 여다. 그에 반해 벤지는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나 데이비드와의 관계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르완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엘로지나 남편과 이혼했다는 마샤의 사연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격의 없는 표현이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다.
다른 하나는 기념사진 시퀀스다. 투어 일행은 폴란드 군인의 공헌을 기리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각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지만, 이내 벤지가 독특한 이벤트를 만든다. 그는 동상 모습에 착안하여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꾸며 낸다. 다른 일행에게 군의관, 포병, 장교 역할을 맡기며 생생하면서도 독특한 기념사진을 찍는다. 오직 단 한 사람, 데이비드만 이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이비드와 벤지는 어색해진다. 데이비드는 예의 없어 보일 정도로 타인의 개인사를 물어보고, 개인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벤지가 불편하다. 반면에 투어 일행은 벤지를 접착제 삼아서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데이비드는 벤지와 미묘하게 어색해진다. 정작 사촌인 본인은 그 안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지가 불편한 진짜 이유
중요한 것은 데이비드가 느낀 불편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 이유는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벤지는 언제든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 안에서 사는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 수용소가 있는 도시로 가는 길에 과거 유대인과 달리 편하고 고급스러운 기차를 타는 게 고통스럽고 가식적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개인의 서사와 공동체의 서사 간의 접점을 총체적으로 예민하게 느끼고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데이비드는 다르다. 그는 벤지를 머리로 이해하지만, 진정으로 공감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불편해한다. 벤지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여행이 끝나면 뭘 할 거냐는 벤지의 질문에 그는 그저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답한다. 종종 만나자는 사촌의 말에도 벤지가 뉴욕으로 오라는 조건을 달며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자기가 벤지가 사는 시골로 가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데이비드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대적 일상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서사의 위기>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체제의 스토리텔링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성과와 생산성을 높이려고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모든 개인은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 자기 최적화, 자기실현 서사를 추구한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을 숭배하는 사회에서는 타인과 의미를 공유하는 이야기가 부족해지고, 안정적인 공동체도 없다.
즉, 데이비드는 최선을 다해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현대인이다. 이는 그가 타인의 사연을 궁금해하면서도 그들에게 깊이 공감할 여유까지는 지니지 못한 이유다. 공동체의 비극적인 역사를 이해하더라도 자신과 직접 연관 있다고 실감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벤지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리얼 페인>은 스토리텔링에 이야기가 묻힌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여행기인 셈이다.
벤지와 이야기의 진가
하지만 그렇기에 데이비드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벤지라는 캐릭터의 진가가 역설적으로 명확해진다. 특히 투어 가이드 제임스와 벤지의 관계가 흥미롭다. 투어 도중 제임스와 벤지는 여러 차례 충돌한다. 벤지는 제임스의 투어 내용을 번번이 비판한다. 투어가 폴란드의 유대인 공동체와 관련된 장소와 정보로 가득하지만, 정작 과거의 공동체와 현재의 우리가 연결되는 경험이 없다고 지적한다.
공동묘지에 들렀을 때가 대표적이다. 벤지는 묘지에 묻힌 이들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제임스를 막아 세우며 지금은 정보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역사를 배우고 외우는 것을 넘어서 실존했던 공동체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고 체화하는 맥락을 느낄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더 나아가 벤지는 유대 전통에 따라 묘비석 위에 돌을 올려주자고 제안하고, 제임스는 그의 말을 따른다.
그런데 투어가 끝난 후 제임스는 벤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 누구도 주지 않았던, 하지만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피드백을 받았다면서. 이전까지 그의 가이드 투어는 그저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를 형성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제임스는 그의 투어 안에 내재했지만, 자본 논리에 가려졌던 진정한 서사와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 이야기와 공동체의 관계를 형성할 줄 아는 벤지의 특별함 덕분이다.
이 광경은 <서사의 위기> 속 "이야기는 사회적 응집성을 만든다. 이야기는 의미를 제공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치를 전달한다"라는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할머니가 별세한 후에 벤지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연도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괴로움의 결과가 아니라, 이야기의 의미를 잊은 공동체의 위기와 공허함에 대한 비유이자 의인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늘 자기 자리에 있던 이야기
영화의 결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리얼 페인>은 데이비드의 변화로 끝을 장식한다. 생전에 할머니가 지내던 집 앞에 도착한 뒤, 데이비드는 제안한다. 공동묘지에서 벤지가 그랬듯이, 집 앞에 돌을 내려놓자고. 공항에서 헤어질 때도 데이비드가 벤지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 퍽 다르다. 그는 벤지를 먼저 집에 초대하고, 벤지와 할머니 간에 있었던 독특한 에피소드를 재현하면서 작별 인사를 건넨다.
결국 데이비드의 변화는 그의 여행기가 잊고 지내던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는 혈연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재발견하는 여정이었기에 의미심장하다. 이에 더해 그의 여행기는 그가 SNS 광고업 종사자라서 더욱 입체적이다. 그의 변화는 이야기의 본래 기능, 사람들을 응집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SNS는 사람들을 파편화된 스토리에 빠트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에 역설적인 맛이 있다.
그의 변화 덕분에 오프닝과 클로징의 대조도 뇌리에 각인된다. 결말에서 카메라는 데이비드와 헤어진 후 공항에 남은 벤지를 비춘다. 이 장면은 벤지가 공항에 먼저 와 있었던 오프닝과 이어진다. 마치 벤지, 곧 이야기는 데이비드 같은 현대인을 언제나 기다린다고 말하는 듯하다. 여기에 공간적 맥락을 더하면 벤지의 가치는 더 돋보인다.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항은 가장 개인적이고 비서사적인 공간이니까.
이처럼 두 사촌의 여행기는 개인과 공동체의 접점, 스토리텔링과 이야기의 차이라는 틀에 비추어 곱씹을수록 맛이 진해진다. <리얼 페인>이 제40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왈도 솔트 각본상을 수상한 힘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셈이다. 더 나아가 제시 아이젠버그를 재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리얼 페인>은 특유의 '너드' 같은 연기 스타일에 갇힌 듯 보이던 그가 알을 깨고 감독, 제작자, 작가로서 태어나는 전환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스토리텔링에 숨 막힌 개인을 이야기가 구원하는 방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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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청설>이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베놈: 라스트 댄스>를 밀어내고 누적 관객 수 23만 명을 돌파하며 주말 관객 수 1위에 등극하였습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이 약 120만 명이기에 앞으로의 추이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이 가볍게 보러 오기 좋은 영화인만큼 금주 성적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편, <베놈: 라스트 댄스>가 주말 관객 수 16만 명,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으로 2위를, <아마존 활명수>가 주말 관객 수 7만 명, 누적 관객 수 52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는 누적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베놈: 라스트 댄스>가 여전히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위를 차지한 <The Best Christmas Pageant Ever>는 바바라 로빈슨의 1972년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장난꾸러기 여섯 형제가 교회에 몰래 들어갔다가 마을의 연례 크리스마스 연극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코미디 배우 피트 홈즈와 앤트맨 출연진 주디 그리어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아트하우스 영화의 명가 A24가 제작하고 휴 그랜트가 출연하는 스릴러 공포영화 <Heretic>이 3위에 올랐습니다. <Heretic>은 잘못된 문을 두드려 사악한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와 마주하게 된 두 젊은 선교사들이 그와의 치명적인 생존 게임에 휘말리며 신앙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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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이 일렁이는 순간을 담은 영화 5선
흔들리는 청춘, 일렁이는 우정...
한 편의 영화에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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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 서핑, 조개껍질, 윤설 이름의 의미
- 어린 수안을 닮아가는 설이와 어린 설이를 닮아가는 수안
- 수안이 그리워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
- 엔딩 결말 해석
폭설 (Heavy Snow, 202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윤수익
출연 : 한해인, 한소희, 김그림, 황용욱, 노양호, 이광연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열아홉의 배우 지망생 수안과 아역배우 출신 스타 이윤설. 뿌옇고 차가운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파도를 타고 고민을 나누며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수안과 설은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되고 함께했던 추억은 자연히 저 먼 곳으로 밀려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수안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이제 학교 작품도 하나 못 찍어본 배우 지망생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인기 배우다. 그런데 수안의 마음은 배우를 꿈꾸던 그때보다 더 공허하고 외롭다.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결국 마음 저 끝에 미뤄둔 그리움을 펼쳐낸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눈. 윤설(贇雪). 수안은 설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폭설>은 어느 날 폭설처럼 다가온 소녀에게 느끼게 된 사랑과 그를 놓친 순간부터 쌓여온 깊이를 잴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녀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퀴어 코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동성애보단 그 너머에 있는 ‘너와 나. 그리고 나’라는 시선 그 자체다.
수안과 설이는 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유리창에 비친 나를, 그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너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너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어쩌면 우리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리창을 뒤덮고 있던 파도가 남긴 습기와 얼어붙은 눈을 긁어낸 수안은 마침내 숨겨져있던 슬픔을 마주한다.
우정 드라마와 멜로의 사이
처음 수안과 설이 만났을 때, 수안은 총을 든 채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아무도 나에게 연기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할 거라는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설이는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그 부담감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수안은 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는 함께 차를 타기 전 “난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는데, 넌 연예인이잖아.”라고 말하며 설이와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설은 “나 그런 거 상관 안해.”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수안의 차를 탄다. 차를 탄 수안은 꽁꽁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설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를 벗는다. ‘상관 없다’는 설이의 한 마디와 동시에 작은 벽이 허물어지고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솔직함, 우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안은 함께하는 순간들을 우정 드라마로 생각하고 설이는 멜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키스를 기점으로 오해를 쌓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 겨울의 추억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수안은 그 그리움을 다시 펼치며 설이를 찾아가고 자신 또한 어린 설이와 같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수안이 자유롭게 파도를 타는 서퍼라면 설은 파도에 밀리다 결국 해변에 박혀버린 조개껍질이다.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수안은 설에게 조개껍질을 주며 연기를 해보라고 한다. 설은 조개껍질에게 말을 건다.
“안녕.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냐? 춥겠다. 괜찮아?” 그리고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 무언가가 들린다며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터트린다. 설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하고 있지만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설은 자신을 닮은 모래 속에 박힌 예쁜 조개껍질을 보며 슬퍼한다.
(‘윤설’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조개 패(貝) 빛날 빈(斌)으로 이루어진 한자 예쁠 윤(贇)이 윤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가 아닐까 싶다.)
어린 설은 어딘가에 묻혀있고 갇혀있는 조개껍질 같은 사람이다. 수안과 설이 명동에 갔을 때, 설은 유리 너머 화장품 가게 안에 걸려있는 꾸며진 광고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처음엔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그는 조심히 광고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거둬버린다. 유리 너머에 있는 배우 윤설. 사람들이 만든 유리에 갇혀버린 인간 윤설. 설은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안에서 자유를 찾고 있었다.
수안은 이런 설에게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설은 수안과 함께 파도를 타며 조금씩 편안함과 자유를 찾는다. 어린 설은 항상 화장한 얼굴과 코트, 구두 차림을 유지했지만 어른이 된 설은 편안한 점퍼와 신발, 서핑 슈트를 입고 바닷가를 거닌다.
너를 사랑하다 너를 닮아버린 나
변화한 수안과 설의 모습
수안은 유명한 설이가 부럽고 설이는 자유로운 수안이 부럽다. 수안은 예쁜 설이가 좋고 설이는 수안이 예뻐 보인다. 두 사람은 나와 다른 너를, 나와 다른 배우인 너를 사랑하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를 잊고 상대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에 이른다. 수안은 어린 설이를 닮아가고 설이는 어린 수안을 닮아간다.
어린 설이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된 수안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하고 싶은 연기보다 그저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설이처럼 긴머리, 코트, 구두, 화장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감을 맛본 수안은 약에 취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나는 되는대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바다에 정착한 설이는 어린 수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설이의 옷차림은 어린 수안처럼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제 그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수안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조개껍질, 설이는 서퍼가 됐다. 서로가 되어본 두 사람은 이제 왜 수안이 멜로를 부정했는지, 설이 멜로를 말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다.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멜로 영화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설은 수안의 캠코더를 통해 수안이 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그가 스스로 세상(영화)을 만들어갈 거라는 말에 감탄하며 자신도 그 세상에 끼워달라고 부탁한다. 수안은 설이를 반겼지만 그 영화는, 우리의 세상은 멜로가 될 수 없다고 부정한다. 설은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수안의 곁을 떠나고 수안은 멜로 영화의 첫 신을 쓰다 포기해버린다.
오래 정체되어 있었던 수안과 설의 멜로 영화는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상에서 새롭게 쓰인다. 흉포하게 변한 파도에 치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무사히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밭에서 몸을 포개고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눈다.
수안은 아픈 설이를 위해 눈밭을 헤매다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설이는 수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 찾아다녔는데 멀리도 갔다 왔나 보네.” 그날 저녁 설이의 품에 안긴 수안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지 알겠다.”라고.
수안과 설이는 나를 향해 몰아치는 폭설 같은 시선을, 타인이 만들어둔 유리 상자 속을 참 오래 헤맸다. 자유를 포기하고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하고 대중이 원하는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감정을 애써 밀어내면서.
하지만 설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수안을 만남으로서 유리를 깨고 폭설을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웠고, 어른이 되며 폭설 속에 갇혀버린 수안은 설이와 재회하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자신이 밀어냈던 감정을 다시 포용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린 것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서핑보드 타는 법과 파도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 사랑이란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어린 수안이 어린 설이에게 서핑보드와 사랑을 알려줬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설이는 지친 수안을 끌어안으며 그를 위로한다.
날이 개고 파도가 잦아들자 수안과 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온다. 수안은 설이에게 “설아 나 타볼게. 잘 봐.”라고 말하고 앞장서서 보드에 오른다. 마치 다시 잘 살아볼 테니 나를 지켜봐 달라는 듯이. 하지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수안은 홀로 뭍으로 나온다. 수안은 사랑하는 설이와 설이 안에 남아있던 어린 수안을. 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는 눈 내리는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설이와의 재회.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결말 엔딩 해석. 파도 서핑 설이의 의미
수안과 설이 재회하고 함께하는 모든 장면들은 왠지 현실이라기보단 몽롱한 꿈같은 느낌이 있다. 설이는 정말 그 해변에 머물고 있었을까? 수안은 정말 설이를 만나고 함께 그 섬에 갔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100%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확실해 보이는 건 수안이 설이를, 그때의 수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예쁘지 않은 배우 지망생’이라는 폭설처럼 무거운 시선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울렁이는 감정에 용감히 올라탔던 자유로운 어린 수안과 그 시기를 함께한 예쁜 설이. 그때의 네가 된 나의 눈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때의 나를 닮은 너.
수안은 열심히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되돌아갔지만 그 끝엔 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파도와 깊은 상실만이 남는다. 이제 수안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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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조커: 폴리 아 되"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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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찰리> 예고편
내 이름은 찰리
화목한 가정,
잘나가는 정치인 아버지,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님,
넘치는 용돈까지.
그런데
나는 왜 지금 흔들리는 것일까?
담배 피고, 술 마시고, 마약하고,
점점 세상에서 나는 혼자가 되어 가고 있다.
급기야 난 선택의 여지없이 중독 재활 치료소에 가게 됐다.
어른들의 말씀처럼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