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5-02-22 18:50:57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
- <퇴마록>(2025)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각자 크고 작은 상처를 품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서서히 드러나는 악을 처단하러 함께 떠나는 여정은 늘 흥미롭기 마련이다. 이러한 퇴마사의 모험담이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90년대 한국의 오컬트 장르에서 독보적이었던 소설 <퇴마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당시 많은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며 익숙하게 만났던 이름들, 박신부, 현암, 준후, 승희의 이야기가 이제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은 소설 ‘국내편’의 첫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상처를 지닌 퇴마사들이 우연히 만나 ‘악의 교주’를 물리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첫번째 감정] 박신부의 상실감
영화에서 절대 악이 먼저 화면에 소개된 이후, 그 다음 장면부터 관객을 맞이하는 인물이 바로 박신부다. <퇴마록> 전체 서사에서 그는 리더 역할을 맡으며, 팀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런 박신부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상실감이 도사리고 있는데, 바로 과거에 구하지 못했던 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다. 악귀에게 빙의된 아이를 제때 구해내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그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이 사건 이후, 박신부는 ‘악을 처단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을 전부 바쳐가며 악령을 찾아다니는 사냥꾼이 되었다.
영화에서 이 상실감은 박신부가 다시 한 번 아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게 되는 동기로 드러난다. 파면된 신부라는 낙인이 찍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동밀교의 스님 요청에 응하여 본산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악령을 막고, 같은 상황에 처한 준후를 구해내려 한다. 결국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죄책감에서 비롯된 ‘두 번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간절함이며, 그 강인한 의지가 이번 영화에서도 핵심적으로 부각된다.
무엇보다 박신부의 상실감은 그가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칠고 처절한 기도를 올릴 때, 또는 심한 부상을 입고도 다시 일어나 방어막을 펼칠 때, 우리는 그가 겪은 슬픔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이 애니메이션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그의 고뇌를 스크린에 옮겼다. 그래서 박신부의 상실감은 단지 과거를 후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팀을 이끄는 진정한 동기가 된다. 이처럼 박신부는 아픔을 동력 삼아 누군가를 살리려는 ‘주체적 신념’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며, 이야기 전반에서 든든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두번째 감정] 현암의 상실감
현암은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다혈질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불같이 무공을 펼치는 ‘행동파’로 그려진다. 그런데 그의 강인함 뒤에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깊은 상실감이 자리하고 있다. 물에 빠져 죽은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물귀신’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집념은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가 외형적으론 분노를 뿜어내지만, 사실 그 분노의 기저에는 상실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무공을 배워나가면서 분노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을지 몰라도, 동생을 잃었다는 사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적 배경 덕분에 현암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동밀교를 찾다가, 그곳에서 악령에 씌인 교주의 끔찍한 실상을 발견한다. 이때 우연히 마주한 박신부와 준후와 함께 ‘지금 당장 악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결의를 보여주며, 공략법을 논의하기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불같은 성격 탓에 충돌도 자주 일으키지만, 결국 그의 저돌성과 능숙한 무공은 팀 전체에 큰 도움이 된다.
현암이 무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동생을 지켜내지 못한 상실감이, 누군가를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가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이는 적에게도 거침없이 달려드는 것은 ‘누구 하나 더 잃을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현암이 분투하는 장면들은 관객에게 호쾌한 액션 쾌감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슬픔과 트라우마가 녹아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 덕분에 현암은 단순히 ‘센 무공인’이 아니라, 깊은 상실감에 갇힌 채로도 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된다.
[세번째 감정] 준후의 상실감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준후는 무척 밝고 쾌활한 아이다. 어린 외모와 철없는 모습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잠재력은 해동밀교 안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묘사되며, 특히 술법과 관련해선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때로 그 능력을 어설프게 사용하며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준후 특유의 천진난만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상실감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교주의 폭주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준후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인물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토록 밝았던 준후는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던 강력한 술법을 폭발적으로 각성해낸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쏟아낸다고 해서, 잃어버린 이를 되찾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상실감은 준후에게 ‘내가 가진 능력이 때로는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결과적으로 준후는 가장 어린 존재이면서도, 누구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다. 이는 단순히 슬프게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캐릭터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암시하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준후가 보여주는 철없던 표정이, 마지막 결투 장면에서는 비장함으로 물드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준후의 상실감은 아이 같은 순수함마저 침식해버리는 폭력적인 감정이지만, 동시에 그가 ‘다시는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지 않다’는 결심으로 이어질 토대가 된다.
이게 바로 성공적인 영화화
<퇴마록> 애니메이션은 ‘정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짧은 에피소드 안에 밀도 있게 담아낸다. 퇴마사라는 설정은 과장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각 인물이 지닌 상실감과 트라우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의 고뇌를 반영한다. 박신부, 현암, 준후가 힘을 합쳐 교주의 폭주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곧, 이들이 스스로를 추스르고 더 큰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정의의 구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극복하려고 하는 악은 단순히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힘에 도취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에서 사회적·도덕적 시사점을 던진다.
그렇기에 이번 애니메이션판 <퇴마록>은 원작 소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새로운 시청자에게도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들이 늘 그렇듯,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프로젝트지만, 이번 결과물을 보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퇴마록> 영화다’라고 평가해도 좋을 만큼 만족스럽다. 특히 긴 시간 동안 사랑받았던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려한 작화로 되살아나, 각자의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꽤나 장쾌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저 한 편의 에피소드로 끝나기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원작에서 다뤄졌던 수많은 사건과 캐릭터의 서사가 이번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도 어떻게 풀려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박신부, 현암, 준후 외에도 함께 맞설 승희의 활약, 그리고 더 거대한 악령들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직접 이 세계에 빠져드는 일이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오컬트 장르의 대표작 <퇴마록>을 추억하는 분들이라면, 그때의 감성과 긴장감을 다시금 되살려볼 좋은 기회다. 또 원작을 모르는 처음 관객이라도, 박신부, 현암, 준후가 보여주는 진솔하고 때론 처절한 사투를 통해 오컬트 판타지의 매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명작의 재탄생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품은 영웅들의 여정이 보고 싶다면, 이번 <퇴마록> 애니메이션을 적극 추천한다. 과연 이들이 어떤 식으로 상실감과 싸워나가며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를 이끌어나갈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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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파사: 라이온 킹 | 새 시대의 사자왕 즉위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아피아'(아니카 노니 로즈)와 함께 초원을 누비던 아기 사자 '무파사'(애런 피에르).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 덕분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던 그는 돌연 밀려 온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그 이후 홀로 야생을 떠돌던 무파사는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켈빈 해리슨 주니어)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타카와 의형제가 되고, 타카의 어머니 '에쉐'(탠디 뉴턴)로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 중이던 무파사와 에쉐는 모든 사자를 굴복시키려는 백사자의 무리의 왕 '키로스'(매즈 미켈슨)에게 기습당한다. 이에 무파사와 타카는 가족을 떠나 전설의 땅 '밀레레'로 향한다. 타카는 왕의 혈통을 지키고, 무파사는 왕이 될 형제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나 두 형제 모두 첫눈에 반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환영을 보는 원숭이 '라피키'(카기소 데리가)가 등장하면서 두 형제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의도는 좋았다
2019년 여름, 큰 기대 속에 개봉한 <라이온 킹> 실사영화는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CG였다. 동물을 현실 모습 그대로 묘사한 결과, 주인공들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고 영화는 마치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 더빙만 입힌 듯 기괴했다. 스카의 주제곡인 'Be Prepared' 등을 편곡한 OST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원작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지 25년 만에 나온 실사영화인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에 실망은 더 컸다. 그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실사화할 때 다양한 시도를 했다. <말레피센트>는 악역의 시점을 취했고, <알라딘>은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할 노래를 삽입해 캐릭터를 재해석했다. 그에 반해 <라이온킹> 실사 영화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기존 주제를 강조할 대사와 장면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애니메이션 탄생 30주년 기념작이자, 실사영화의 프리퀄 속편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은 전편의 문제를 직시했다. 이에 배리 젠킨스 감독과 린 마누엘 미란다를 데려와 전편의 실망감을 놀라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CG에 생동감을 더하고,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생명의 순환'이라는 주제를 재해석했다. 그러나 완성도가 의도를 따라가지 못한 나머지 <무파사>는 기대 이하의 실사화에 그쳤다.
CG는 OK, 음악은 글쎄
우선 <무파사>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다. 이번에는 캐릭터의 표정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다. 무파사와 사라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타카가 배신감에 치를 떨 때, 사자의 얼굴에 쓰인 감정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 덕분에 클로즈업이 자주 사용돼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의형제였다가 적으로 갈라서게 된 무파사와 타카의 얄궂은 운명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음악은 기대 이하다. 린 마누엘 미란다가 참여했는데도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많지 않다. 이번 음악은 리드미컬하면서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엔칸토>나 <모아나>의 음악을 아프리카 풍으로 편곡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는 <라이온 킹> 특유의 웅장한 분위기에 잘 섞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한스 짐머의 스코어가 흘러나올 때마다 새 노래들이 잊히는 게 그 방증이다.
그 결과 <무파사>의 스코어나 넘버는 전반적으로 전편의 하위호환 같다. 무파사와 타카가 함께 놀 때 흘러나오는 'I Always Wanted A Brother'는 전편에서 심바와 날라가 자주를 따돌릴 때 부르는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을,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랑에 빠지는 'Tell Me It's You'는 심바와 날라가 재회할 때 부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새 캐릭터를 소개하는 역할도 해내지 못한다. 키로스의 주제곡 격인 'Bye Bye'가 대표적이다. 키로스는 감히 맞서 싸울 사자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잔인하며, 위압적인 빌런이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사악함을 부각한다. 결국 키로스는 일관된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한다. 마치 실사영화 속 스카와 애니메이션 속 스카가 한 데 뒤섞인 모양새다.
새 시대의 '생명의 순환'
한편, 서사적으로는 원작을 답습한 전편과 확실히 선을 긋는다. 특히 <라이온 킹>의 이데올로기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한다. <라이온 킹> 속 '생명의 순환'이라는 교훈은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자만이 다른 동물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기존의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고, 무파사에서 심바로 왕위가 계승돼야 한다는 당위는 기득권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생명의 순환'이 사회적 소수자를 타자화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메시지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이에나처럼 무파사와 심바의 지배 질서 밖에 속한 존재는 빈곤하고,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처럼 주류 질서 안에 있기보다는 주변화되기 쉬운 집단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악마화한다는 우려를 샀다.
<무파사>는 위 맹점을 보완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외부자'라는 모티브가 있다. 무파사를 타고난 왕이 아닌 떠돌이 사자로 설정하면서 '생명의 순환'을 재해석한다. 떠돌이 사자였던 그는 프라이드 랜드의 왕위를 그저 물려받지 않았다. 그는 전설 속 장소로 치부받던 밀레레를 찾아냈고, 밀레레에 살던 동물들을 단결시켜 키로스의 습격으로부터 모두를 구해낸 공헌을 인정받아 왕으로 거듭났다. 왕의 혈통인 타카를 제치고서.
이렇게 보면 '생명의 순환'은 더 이상 사자의 지배와 약육강식 계급 구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무파사와 다른 동물들은 지배-피지배 관계가 아니라 서로 목숨을 걸고 연대한 동료에 가깝기 때문. 프라이드 랜드의 왕은 군림하되,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존재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이제 '생명의 순환'에는 주어진 운명과 질서에 순응하는 대신, 외부자와 약자가 연대하여 새로운 질서를 빚어낼 수 있다는 함의가 깃든다.
새 시대의 사자왕
이에 힘입어 <무파사>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사자왕이라는 상징도 새롭게 그려낸다. 사실 <무파사>는 외부자 대 외부자, 소수자 대 소수자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다. 당장 무파사는 물론, 키로스 때문에 무리를 떠난 타카와 사라비, 남들과 달리 환영을 본다는 이유로 동족으로부터 추방당한 라피키는 모두 외부자다. 키로스의 백사자 무리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피부와 갈기가 하얀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버려졌다.
<무파사>는 같은 처지인 이들이 '생명의 순환'이라는 가르침을 이해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키로스는 그 순환을 철저히 배타적으로 이해한다. 백사자만이 빛 닿는 모든 땅을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관에 충실하다. 그에 반해 무파사는 '생명의 순환'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인다. 같은 처지의 사자는 물론, 원숭이와 기린을 비롯한 온갖 동물들과도 가족과 친구로서 지내며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다.
일신된 사자왕의 이미지는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감독이 된 이유처럼도 보인다. 그의 전작인 <문라이트>나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를 놓고 보면 그는 <라이온 킹>에 어울리는 감독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서사로 가득하니까. 그런데도 배리 젠킨스가 <무파사>의 메가폰을 잡았다면, 상술한 메시지를 디즈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이온 킹>에 녹여내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부메랑이 된 액자
다만 <무파사>가 재해석한 메시지는 관객석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의 구조가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무파사>는 극 중 극,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심바와 날라가 둘째 출산을 위해 자리를 비우자 라피티, 티몬, 품바는 첫째 키아라를 하룻밤 돌보면서 무파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소개하고, 프리퀄 다음에 키아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퀄을 암시하는 의도처럼 읽힌다.
그런데 영화가 키아라와 무파사를 자꾸 오버랩시키는 과정에서 액자식 구성은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노출한다. 물론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인 무파사와 다음 세대인 키아라를 겹쳐 보게 하면서 <라이온 킹>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새 시대에 맞게 리모델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키아라가 무파사의 이야기를 회상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것. 새끼 사자답게 폭풍이나 천둥을 두려워한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그녀에게는 특별한 서사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더 이상 폭풍이 무섭지 않은 키아라의 포효가 왕으로 거듭난 무파사의 포효와 오버랩되는 결말은 되려 무파사의 즉위식 감흥만 까먹는다. 액자 외부와 내부 이야기가 같은 층위와 차원에서 호응되지 않아 파국에 이르고 만다.
시리즈의 무게에 짓눌리다
더 나아가 <무파사>는 프리퀄이라는 본질적인 속박도 벗어던지지 못했다. <무파사>는 전편과의 연관성을 영화 한 편에 전부 집어넣으려고 한다. 무파사와 라피티가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무파사와 사라비가 사자 무리를 어떻게 이뤘는지, 프라이드 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 든다.
그 결과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무파사와 키로스의 대립 구도는 희미해진다. 사라비가 다른 사자들을 설득해 키로스 무리와 맞서 싸우고, 무파사의 연설에 공감한 다른 동물들이 백사자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무파사와 키로스의 결투 중간에 끼어들어 흐름을 끊기 때문. 실제로 마지막 전투 시퀀스에서는 카메라가 캐릭터 하나하나를 쫓기 버거워하다가 끝내 앞뒤 장면이 연결되지 않는 난국을 목격할 수 있다.
그래도 관객이 가장 궁금할 연결고리, 타카가 스카로 타락하는 과정은 다행히도 놓치지 않았다. 전편이 암시한 무파사-타카-사라비의 삼각관계와 어릴 때부터 타카가 무파사에게서 느꼈던 열등감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덕분이다. 이에 더해 스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빚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도 흥미롭다. 타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 진정한 왕은 기만할 줄도 알고 권력을 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대표적이다.
종합하면 <무파사: 라이온 킹>은 지난 실사영화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의 그림자 밑에서 허우적거리는 작품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외피를 실사로 바꾸기만 한 전편보다는 고민한 지점이 눈에 띄고, 무파사와 스카의 과거를 처음 보는 신선함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음악도, 이야기도, 볼거리도 원작 애니메이션의 위용에는 끝내 미치지 못했다.
Acceptable 무난함
여전히 원작 애니메이션 그림자 아래에서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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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들만 간다는 무주산골영화제
🏕 진짜 들만 간다는 무주산골영화제 🎬
6.6-6.8 3일간 진행되는 무주산골영화제!너무 좋아서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데요!
산 속에서 영화 보고, 밤엔 별빛 아래 음악 듣는 경험✨
진짜 영화 덕후들의 진정한 여름 피서지
오늘부터 단 이틀 남았으니 한번 떠나볼까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메인 스팟인
📍등나무운동장에서의 프로그램을 모아봤어요.무주 go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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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이라고 믿고 싶었을 뿐
한 가족이 단란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름 휴가를 즐기는 그들에게 걱정이란 없어 보인다. 여름 휴가가 끝나면 아늑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날들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아이들은 밤마다 잠에 들지 못하고, 그들은 근처 냇가에서 놀다가 황급히 들어가야 했으며 총소리인지 비명소리인지 모를 오묘한 소리가 집 주위를 맴돈다. 시각은 벽으로 차단했지만 소리는 막을 수 없기에 환상적인 정원을 보면서도 이 집안을 감도는 전체적인 불안은 필연적이다. 그들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천국은 겉보기에 천국으로 보였겠지만 위선과 불안으로 점철된 지옥이었다.
1. 인간성이 없는 천국은 정말 천국인가
그녀, 헤트비히의 엄마는 이렇게 좋은 집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린 딸이 자랑스럽다. 그만큼 그 집은 주위 인간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곳에 온 뒤부터 잠에 들지 못한다. 매일 밤 무엇이 불타고 있는지 그녀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일정보다 더 일찍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그 모습이 다분히 인간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도망치고 싶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헤트비히와 그녀의 가족들은 그 곳을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눌러앉을 것처럼, 전원 생활인 것마냥 생활한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어딘가 고장난 사람들처럼 보인다. 아무리 나치 사상에 물들어 이념이 사고를 가로막고 있다고는 하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은연 중에 다 알고 있을 텐데, 삐뚤어진 이념은 이렇게 사람을 망가뜨리는 걸까.
그들에게 유대인이란 하등한 존재이기에 죽어 마땅한 존재였던 걸까. 그런데 왜 나치들이 유대인들을 못죽여 안달난 그 모습은 우월감보다는 열등감으로 보일까. 도를 넘은 우월감은 열등감이라고 했던가. 사실 다큰 성인이 그런 곳에서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다면 뭐 저런 미친 인간이 다 있나 하겠지만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가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에서 천국이라고 믿으며 양육하는 모습에서 이들은 인간성을 규정하는 퓨즈가 하나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리 유대인이 열등하고 죽어마땅하다고 생각했어도 웬만하면 쉬쉬하면서 안보이게 죽이지, 저렇게 시야만 막아놓고 귀만 열어놓으면 아이들은 별의별 상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그게 정말 부모의 모습일까.
2. 엔딩씬에 대한 해석
엔딩씬에 대한 해석이 내 안에서 확립되지 않고 있다. 루돌프가 하는 구역질은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구역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떤 리뷰에서 나치의 만행을 후손들이 닦는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아직도 후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가 아닐까 라는 의견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직도 나는 아우슈비츠에 있는 나치들이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보다. 어떻게 하면 가스실에서 여러명을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사람의 진짜 내면 속에는 '이러면 안된다'는 마음의 소리도 있었다는 것을 보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그의 구역질을 자신에 대한 구역질로 해석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3. 그 외의 상징들
이 영화는 시각보다는 청각에 집중하게 되는 영화이지만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영화 속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로 노동자들을 위한 음식을 숨기는 소녀를 찍었다. 그 연출이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은밀해야만 하는 행위를 찍어야하니, 적외선 cctv를 보는 것 같은 연출이 그 은밀함을 배가시킨 것 같다. 그리고 가족들이 사는 그 집의 구조도 잘 짜여진 사육장 같기도 했다. 매일 밤 방문을 걸어잠글 때에 단계별로 차근차근 방을 돌아다니며 잠글 때에 동물 사육장에서 동물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나하나 문단속 하는 사람 같았달까. 그만큼 여러 레이어로 구성된, 잘 정리된 집같지만 어딘가 자유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구조하며 그곳에서의 가족들의 행동마저 군인 같다. 루돌프의 군인 성향이 그 곳에 배어들어간 것일까 생각했다.
N차 관람의 의사가 있는데, 보면 볼수록 소름이 끼칠 것 같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해석하느라 바빠 어찌저찌 보았는데 다음에 본다면 과연 진짜 내가 진득하게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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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였던 프리실라 프레슬리가 1985년 산드라 하먼 작가와 함께 집필한 회고록 '엘비스와 나' (1985)를 원작으로 하는 <프리실라>가 개봉을 앞두었습니다.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키싱 부스>의 노아 플린으로 인지도를 올린 제이콥 나다니엘 엘로디와, 개봉을 앞둔 <시빌 워> <에이리언: 로물루스>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케일리 스패니 주연의 영화로 세기의 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와 결혼한 여성 프리슬라의 삶을 그린작품으로 환상적인 케미를 예고했는데요.
특히 이 작품으로 케일리 스패니가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평단의 찬사와, 흥행대박을 터트린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2023 타임지 선정 올해의 영화 4위에 오른 올해 꼭 봐야할 영화 <프리실라>
6월 3주차 개봉예정작 줄거리 같이 알아보아요!
프리실라
Priscilla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뮤지컬 | 미국, 이탈리아 | 113분
감독: 소피아 코폴라
주연: 케일리 스패니, 제이콥 엘로디
개봉: 2024.06.19.
배급: 오드 AUD
시놉시스
독일 미군 기지의 파티에 참석한 소녀 ‘프리실라 볼리외’는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만난다. ‘엘비스’는 ‘프리실라’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두 사람은 저항없이 서로에게 빠져든다. 평범한 소녀였던 ‘프리실라’는 ‘엘비스’의 연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삶의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세상을 뒤흔든 로큰롤의 황제와 평범한 소녀. 두 사람의 가장 센세이션한 로맨스를 만나다!
프렌치 수프
The Taste of Things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프랑스 | 135분
감독: 트란 안 훙
주연: 줄리엣 비노쉬, 브느와 마지멜
개봉: 2024.06.19.
배급: ㈜플레이그램
시놉시스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1초 앞, 1초 뒤
One Second Ahead, One Second Behind
개요: 멜로/로맨스, 판타지 | 일본 | 120분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주연: 오카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히이라기 히나타
개봉: 2024.06.19.
배급: ㈜블레이드이엔티
시놉시스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 남들보다 늘 한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타버린다. 파출소에까지 찾아가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천년 도시 교토에서 살아가는 1초 빠른 남자와 1초 느린 여자. 분실된 하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캣퍼슨
Cat Person
개요: 드라마, 공포, 스릴러 | 프랑스 | 118분
감독: 수잔나 포겔
주연: 에밀리아 존스, 니콜라스 브라운
개봉: 2024.06.19.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남자가 무슨 짓 할지 두려운 여자 VS 여자가 무슨 말 할지 겁나는 남자 갓 스물이 된 극장 알바생 '마고'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는 남자 '로버트'를 만나 첫눈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로버트'와 데이트를 이어갈수록 처음의 설렘은 점점 공포로 변하고… '마고'가 '로버트'의 집을 방문한 날, 고양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진짜 모습을 의심하게 된다. 당신의 데이트도 악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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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은 족쇄다 vs. 가족은 보호막이다
경고: 스포일러 주의
탈주 사건 = 전체 이야기의 윤곽
오애순(아이유, 문소리)과 양관식(박보검)이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이들은 가족들에 반발해 부산으로 탈주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그러나 여관 주인은 그들에게 누명을 씌웠다. 여관 손님의 물건을 훔친 도둑이라고 말이다. 근데 그 문제를 양관식의 어머니가 해결한다. 어머니가 부산까지 갔던 것이다. 그리고 실은 여관 주인이 도둑이라 밝혀진다. 오애순-양관식은 제주도로 돌아간다. 문제가 터지면 가족이 수습하는 전개. 이 전개는 드라마 내내 나타난다. 가족이 족쇄이자 보호막이란 특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 특성은 고광례(염혜란)-오애순-양금명(아이유) 3대를 걸쳐 이어진다.
요약
- 오애순-양관식의 부산 탈주 사건 + 누명 사건은 양관식의 어머니에 의해 해결된다.
- 부산 탈주 사건은 드라마 전체를 요약한 사건이다.
가족의 특징이 전수(?)되는 과정
광례는 해녀였다. 집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던 존재이기도 했다. 남편이 이미 죽은 탓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딸 애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처럼 살지 마라." 그리고 광례는 해녀 일을 하다 사망했다. 애순은 생각했다. '어머니 말처럼 어머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나답게 살자. 자식을 낳으면 힘든 일 시키지 말자.' 처음에는 이 목표 속에 모순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시인이 되는 걸 꿈꾸고 열심히 하면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양관식(박보검)과 결혼하고 세 명의 아이가 생기자 모순이 드러났다. 자신답게 살려면 가족을 포기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살려면 자신은 포기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금명. 금명은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애순한테 이야기한다. 그 때 애순은 자신의 집을 판다. 그리고 그 돈을 일본 유학 자금으로 쓴다. 그런데 그 때부터 금명에겐 일종의 부채가 생겼다. 자신의 결정이 가족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부채감. 그래서 자신도 어떤 식으로든 오애순-양관식에게 보상을 해야 했다. 그게 금명이 교육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애순은 꿈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족 탓에 꿈을 포기해야 했다. 금명은 그 일을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게 금명만의 선택은 아닐 것이리라.
요약
- 자신답게 사는 것 vs. 가족을 위해 사는 것, 애순이 가지고 있던 이 2가지 목표는 애초부터 모순되었다.
- 양금명이 교육 사업을 벌인 이유는 오애순-양관식의 사랑으로 비롯된 부채감 때문이다.
가족만의 선택을 강제하는 장치
개인과 가족 사이 선택을 조율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는 또 있다. 바로 오애순-양관식이 당했던 사건들의 흐름이다. 전체 흐름 속에서 사건들의 범위는 점차 축소된다. 가장 처음 문제는 좋았다. 부상길(최대훈)과 오애순-양관식 간의 갈등을 통해 권위주의적 시대상과 가부장적 가장의 문제를 조명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극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가족들만의 문제만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의 영향은 점점 커졌다. 점점 이해하기도 어려워진다. 부상길은 시대 때문에 그런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파혼, 사기, 가족의 죽음 등 이후의 문제는 이유를 모른다.
그 속에서 가족들은 질문을 멈춘다. 가족 너머를 꿈꾸는 질문과 고난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질문 말이다. 대신 이들은 익숙한 해결책을 반복할 뿐이다. 가족끼리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정말 불쾌했다. 4.3 사건이 드라마에서 안 다뤄진 게 다행이었다. 만약 4.3 사건이 이런 식으로 다뤄진다 생각해보자. 4.3 사건은 국가가 민간인을 합법적으로 학살한 사건이었다. 공산 세력을 없애겠단 명분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가족끼리 성실하게 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하면? 현실을 무시한 소박한 결론이라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오애순-양관식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었다.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결론만은 아니다. 나도 가족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실하게 산 보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 질문을 멈추기 위한 발판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온전한 개인이 되기 위해 가족을 넘어서는 질문을 할 때가 올까?" "드라마의 해결책이 가족 너머의 문제에도 적용이 되나?" 드라마 안에는 금명의 다음 세대에 대해서는 묘사하지 않는다. 내 또래 세대 말이다. 나는 일부러 묘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 다음 세대들에게 질문할 틈을 주기 위해.
요약
- 드라마의 문제들은 범위는 좁아지는데, 영향이 커지는 식으로 발전한다.
- 문제들이 발전하는 방향은 가족들이 가족들만 생각하도록 강제한다.
- 가족들 너머를 꿈꾸는 질문 + 드라마의 해결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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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웡카..이게 뭔카..
Wonka / 웡카
며칠 전 드디어 '웡카'를 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할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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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의 꿈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모자 가득한 꿈과 단돈 12소버린 뿐이지만 특별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낡은 여인숙에 머물게 된 ‘웡카’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에 빠져 눈더미처럼 불어난 숙박비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게다가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의 등장과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까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 네이버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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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웡카... 이게 뭔카... "
이게 영화 관람 직후 제 감상입니다.
20대중반으로서 '조니뎁'의 윌리웡카를 이 세상 최고의 웡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제게, '티모시 샬라메' 웡카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너무나 밝은 긍정의 아이콘 '웡카'
이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의 노래로 막을 엽니다.
막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웡카는 다가올 자신의 미래에대해 희망찬 태도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오프닝을 시작으로 이 영화는 줄곧 긍정적인 웡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설정이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의 웡카의 모습과 사뭇달라 부조화를 일으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조니뎁)는 극중에서 외롭고, 우울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어릴적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멋진 성인이 된 현재에도 그를 괴롭힙니다.
이처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는 긍정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실제로 극중에서도 그의 대사를 통해 그의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웡카'의 웡카는 너무 긍정적입니다.
너무.
그리고 극중에서 그의 유년시절 중심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입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웡카의 모습과 상반된 이미지입니다.
그렇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웡카'는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이 다른 영화라고 할지라도, 이전의 설정을 이렇게 없애버릴 거라면 왜 '웡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는지 의문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아버지와 웡카의 트라우마는 극의 중심이 되는 요소들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삭제하고 웡카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해놓았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 팬들의 비판과 실망감은 감내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연출
이 영화를 보며 줄곧 했던 생각은
'굳이 노래를 불렀어야했을까....?'
입니다.
제작진의 의도, 알겠습니다.
웡카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주는 긍정에너지 영화로 만들고 싶으셨던거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꼭 노래를 해야만 했습니까?
영화를 관람하며, 티모시 샬라메를 비롯한 배우들의 노래가 거슬렸습니다.
노래가 좋지도, 노래를 잘부르지도, 그렇다고 의미가 있지도 않은 노래들을 아쉬운 춤실력과 함께 부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머리를 짚게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니, 불편하신분들은 패스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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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물설정도 아쉬웠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은데 그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잡혀있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들의 역할 또한 불분명했습니다.
티모시와 다섯친구들 중 '누들'빼고는 왜 있는지 모를..
심지어 움파룸파도 딱히 하는 것 없음..
+ 웡카랑 친밀감 형성도 잘 안되어있음.
그런데 냅다 도와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웡카와 초콜릿 대소동,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아름다운 친구들과의 우정? (X)
웡카의 긍정 마인드? (X)
초콜릿은 최고? (O)
.
.
.
이모저모..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저는 2.5/5점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준 초콜릿은 얼른 먹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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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2 | 매트릭스 인문학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2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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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0] 각본가 맹키위츠가 바라본 그 시대의 위선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가 넷플릭스에 공개 되었습니다.
고전 영화 시민 케인의 공동 각본가 맹키위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그가 시민 케인을 쓰게 된 이유나 쓰는 과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영화사나 미국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 조금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에요.
마치 예전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드는데요. 흑백영화 특유의 화면 질감과 음향이 완벽히 재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맹키위츠가 보고 들었던 그 당시의 할리우드 권력과 정치인들의 위선이 그대로 영화에 담겨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점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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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기살인> 메인 예고편
"저는 아내와 자식을 죽인 살인자입니다" 재난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일상! 진실을 밝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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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애프터 양> 메인 예고편
함께 살던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자
제이크 가족은 그를 수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양’에게서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고
그의 기억을 탐험하기 시작하는데…
무엇을 남기고 싶었어,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