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24 14:54:30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아쉬운 성적, 그러나 순위 유지는 성공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국내 누적 관객 수131만 명, 북미 누적 수익 약 1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국내와 북미 모두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순위는 유지하였으나,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지난주와와 비교하여 수익이
약 68%가 하락해 우려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약 1억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더 몽키>는 <기생충>, <아노라>를 배급했던 네온의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작품으로,
<롱레그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오즈 퍼킨스 감독의 신작입니다.
스티븐 킹의 1980년대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쌍둥이와 그들의 어린 시절 장난감인 원숭이가 사람들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작품의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다른 그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하며
"미친 듯이 독창적"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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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않았지만 꼭 봐야하는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2022년 제94회 미국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 후보작이 발표됐는데요.
<듄>,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돈 룩 업> 등의 많은 분들이 예상한 작품이 선정된 반면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 웨스 앤더슨 <프렌치 디스패치>, 데이빗 로워리 <그린 나이트>와 같은
소규모 인디 영화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위대한 영화들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렌치 디스패치> <카드 카운터>, <매스>,
<그린나이트>와 같은 위대한 영화들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많은 영화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식일 수 있을텐데요!
언제까지나 영화의 관객 수 스코어나 영화제/시상식의 수상이 그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비록 2022년 오스카 시상식 수상후보작에 오르진 못했지만 많은 영화팬들이 꼭 봤으면 좋을 영화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프렌치 디스패치>는 2007년 <다즐링 주식회사> 이후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웨스 앤더슨 영화라고 하는데요.
<프렌치 디스패치>가 제작 디자인, 촬영, 의상, 분장 등에서 앤더슨을 커리어의 정점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매스
프란 크랜즈 감독의 영화 <매스>에는 리드 버니, 앤 도드, 제이슨 아이작스, 마샤 플림튼이 학교 총기 난사범의 부모로 출연합니다.
앤 도드는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여우조연상 후보로 깜짝 지명됐지만 시상 시즌 내내 영화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은 항상 희박했다고 합니다. 영화 <매스>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 분노, 절망,
후회가 폭발하는 111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The Card Counter
폴 슈레이더가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등의 상징적인 각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이 낮았던
<퍼스트 리폼드>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폭발적인 대본과 오스카 아이작의 훨씬 더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오스카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Red Rocket
션 베이커의 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월렘 대포에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레드 로켓>과 극 중 포르노 스타의 스토리라인은 그를 연기한 사이먼 렉스가 아무리 대담하게 주연을 맡았더라도
오스카 유권자들에게는 어필을 할 수 없었나봅니다.
티탄
줄리아 뒤쿠르노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으로 <티탄>과 함께 역사를 썼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수상에서 오스카 돌풍으로 이어지는 전철을 밟지 못했습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의 미아 한센 뢰브의 복잡한 각본은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만했다고 평가받습니다.
감독은 창조적인 장애물에 있는 한 여성 영화감독이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또한 활기찬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감독의 새로운 로맨스 대본의 중심 인물로 출연했고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그린 나이트
데이빗 로워리의 중세 서사를 그린 <그린 나이트>는 제작 디자인, 의상 디자인, 시각 효과, 촬영술 등 수많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놀라운 서사적 모험과 관객들에게는 주는 기이한 체험은 매우 놀랍습니다.
그리고 국내외 많은 영화팬들이 2021년 최고의 영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린 나이트>는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일 것입니다.
더 수베니어 파트 2
조안나 호그의 전작인 자전적 영화 <더 수베니어 파트1>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눈부신 후속작인 <더 수베니어 파트2>가 시상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영화 매거진 버라이어티지의 리뷰에서 "주제적이고 미적인 면에서 완전히 구별되지만, <더 수베니어 파트2>는 전작에 이어
젊은 여성으로서 예술가의 가장 친밀하고 표현력 있는 초상화 중 하나를 형성했다. 제작사 A24가 다시 한번 미국 내 배급에 나서면서, 분명 영화 추종자들을 형성할 것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C'mon C'mon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로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며 마이크 밀스의 영화 <C'mon C'mon>에서 어린 조카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상냥한 언론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이크 밀스는 영화 <비기너스>와 <우리의 20세기>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 영화는 아쉽게도 오스카 수상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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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씨네랩이 준비한 오늘의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비록 여러분께서 응원하시고 애정하시는 영화가 오스카 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의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 계속해서 많은 애정으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욱 더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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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의 우월함은 사회 속 열등함 속에서도 빛난다
이 영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황인종도 나름 인종차별을 당해서 억울하다고들 하지만 흑인종만큼 억울한 인종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 팔려가고, 하대받던 것이 당연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은 그렇게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이기 때문이다. 한창 우주 산업에 박차를 가하던 그 때, 우리는 그 시절을 고대도 아니고, 중세도 아니고, 현대에 가까운 과거로 보고 있지 않나. 흑인들을 향한 차별은 아직도 완벽히 근절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멀지 않은 과거에는 그 차별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서 엘리트 집단은 또 얼마나 폐쇄적인 집단인가. 태생적으로 흑인들에게 부여된 폐쇄성을 딛고, 사회적으로 폐쇄적일 수 밖에 없는 집단에 들어가 살아남으려는 세 여자,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1. 흑인은 백인보다 모든 면에서 열등할 것이라는 오만
능력을 인종으로 나누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잣대인지 지금은 모두가 그 사실을 알지만 과거를 사시던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들은 아직도 그 잣대가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를 본 적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도 아직 백인에 대한 우호가 있지 않나.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오만이 되어버린 인종차별은 이 영화 전체를 좌우하는 키워드다. 백인들은 관리자이고, 흑인들은 백인들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라는 설정 부터가 보는 내내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세 여자들은 모두 자기 힘으로 극복해낸다. 개인적으로 많이 알려진 명장면이지만 캐서린이 백인들과는 다른 화장실을 써야해서 건물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그 모습을 한탄하며 화내는 장면이 정말 명장면이다. 그렇게 서럽게 말하는 캐서린을 보며 안타까워하다가 그 말을 듣고, 당장 백인과 유색인종 화장실의 경계를 없애버린 상사도 참 예민하긴 해도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예민함은 직업적인 데서 오는 모습이겠구나 생각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렇게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그 사소해 보이는 화장실 문제 하나 이해를 못 하다니 싶다가도,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공감도 지능'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유색인종을 이해하는 공감적 지능이 양성된 적이 없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내 안의 세계를 뚫고 나온 경험이 많을수록 증폭되는데, NASA의 엘리트들은 공부머리들은 좋은데, NASA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공부만 하다보니, 그런 공감적 능력까지 키울 여력은 없었던 거겠지. 그리고 또, 시대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유색인종이 받는 차별을 자신이 겪을 일이 없었을 테니, 화장실 하나 가는 것 조차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살면서 불편함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많이 남아서, 소위 쿨하지 못한 심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편함을 느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불편함을 느끼겠구나 싶어서 조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불편한 경험은 누군가의 삶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기도 하는데, 백인들의 삶에서 불편함이래봐야 얄팍했을 테니, 흑인들이 느꼈을 깊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불편함에 대한 호소가 대단히 신선하지만 또한 낯설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특권이었을 것이기에.
2. 그들이 필요했던 것은 자리이자 누군가의 인정
결론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글렌 파월이 연기한 조종사 역할을 참 인상깊게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흑인이고 뭐고 그런 편견이 없어보이는 인물로 나온다. 그저 멋있는 군인 역할이었다. 캐서린에게 보이는 친절함과 그녀를 향한 굳은 믿음이 참 내가 받는 친절도 아니면서 괜히 고마웠다. 마치 그 시절 백인들도 다 그랬던 건 아니었겠구나 싶어서 괜히 안심되고 그랬다. 다행히 세 여자들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 성공했지만 이 세상에 성공까지는 하지 못하고 도전까지만 해본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해 본다면, 그들은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조종사처럼 그저 편견없이 바라봐주는 친절함 만이라도 있었다면 더 대우받는 흑인들이 더 많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시 언급하지만 캐서린의 상사도 참 좋은 사람이었겠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흑인이라 탐탁지 않아 했어도 능력을 입증하니 신봉하는 모습에서 그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능력차별 주의자 겠거니 싶었다.
이들은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영화화까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 속에 그들처럼 성공까지는 못했지만 도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한 사람, 아예 도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인종차별에 의한 소수자들은 많았을 것이다. 이 세 여자들을 보면서 인종차별을 타파한 사이다 3인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 말고도 조명받지 못한 소수 인종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며 괜히 센치해졌다. 하지만 빛이 어둠을 밝히듯, 빛나는 보석은 어디에 둬도 튀는 것처럼 그들의 재능과 패기는 그 답답한 NASA의 엘리트 집단의 콧대를 지그시 눌러버릴 만큼 강력했던 것 같다. 흑인들이 보여준 재능과 패기는 백인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흑인들의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우월함이었을 것이다. 그 우월함을 무기로 우월한 정신으로 무장한 백인들을 무찔렀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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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죽고 말겠지만.
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길 좋아한다. 특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속해있던 계급, 가난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했던 서민층 이하의 계급 이야기를. 처음 TV에서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티저에서는 이정재의 사정이 따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이 드라마를 오락적 요소가 다분한 머니게임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의 1-2화는, 게임에 참가하기까지 이정재(극 중 이름:기훈)의 동기와 사정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빌드업하며 진행된다.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철부지 캥거루족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태생적으로 착하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10년이 넘게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으나 회사는 하루아침에 그를 쫓아내고, 그는 노조활동을 벌이다 동료 한 명을 잃는 사고까지 당한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그를 떠나 새살림을 차렸고, 열 살 된 딸아이는 비교적 넉넉한 새아빠 밑에서 지내며 이정재를 측은히 여긴다.
설상가상으로 이정재의 홀어머니는 아프다. 당장 수술과 입원을 하려면 300만 원이 필요한데 그 돈마저 없어 그는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경제적 신용을 잃은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게임에서 이기면 456억을 주겠다는 매우 사기스러운 세력을 만나게 되고,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그 게임에 참가한다. 어차피 더 무너질 것도 없는 상황,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 게임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돈이 차고 넘치는 어떤 부자들이, 너무나 심심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다가 '상금을 줄 테니 목숨을 걸라'고 만들어진 황당한 취지의 게임.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정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경제적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여러 이유로 터무니없는 빚을 진 사람, 탈북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사연과 동기는 다양하다.
더 이상 물러날 현실이 없는 그들은, 상금을 얻기 위해 부자들의 놀음에 기꺼이 목숨을 던지기로 한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게임)밖이 더 지옥이야"라고. 반면 위스키를 홀짝이며 이 게임을 관전하는 부자들은 단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돈을 건다. 애잔하거나 애처로움을 넘어서 기괴함이 느껴지는 수준의 빈부격차.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자화상이었다.
내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스물다섯 살엔가, 어떤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나에게 제시한 월급이 120만 원이었다. 거기서 세금을 떼면 통장에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매달 저축도 해야 하고, 사이버대학에 편입했던 터라 간간히 등록금도 내야 했으며,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도 물론 내야 했다. 하물며 남자 친구에게 매일 얻어먹을 순 없으니 눈치껏 밥값도 계산할 줄 아는 여자 친구여야 했기에, 이런저런 사람 구실을 하고 다니려면 주머니 사정은 늘 여의치 않았다. 자주 적금을 깼고, 어떤 날은 돈이 모자라서 마찬가지로 힘든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또 어떤 날은 도저히 밥값을 낼 형편이 안돼서 친구들을 안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내게 오징어 게임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면, 난 참가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너무도 팍팍하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인생을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난 참가했다고 해도, 게임 운도 더럽게 없어서 아마 1차전에서 총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그곳에서조차도 아무런 두각도 나타내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끝나는 삶. 그게 그때의 내 삶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오지랖 넓고 착하고 가난한 이정재를 넋 놓고 응원하게 됐다. 지 목숨도 간당간당하는 판에 여기저기 다 퍼주는 그가 속 터지면서도 말이다.
다행히 이정재는 주연이니까 끝까지 살아남는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타서 고작 하고 싶은 게 '빚 갚고, 시장에 어머니 가게를 차려주는 일'이라던 이정재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았다. 돈이 너무 없어서 세상을 미워했던 20대 중반의 나도 그랬으니까. 그 때의 나는 456억을 타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베란다에 곰팡이가 서리는 싸구려 빌라에서 벗어나 엄마랑 살 따뜻하고 괜찮은 집 구하기, 글쓰기 수업 받아보기. 다른 좋은 곳 취직할 때까지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계자금으로 쓰기. 내게도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부자들은 가진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건 게임에 돈을 걸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작 300만 원 병원비가 필요해서 목숨을 건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페라리를 몰거나 강남 몫 좋은 곳에 건물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작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목숨을 던진다는 게. 부자들은 모르겠지만, 경제적 곤궁에 처한 사람들의 삶은 그렇다. 당장의 내일을 도모할 자본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저주한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스케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은 그런 부의 불평등, 돈 있는 계급이 돈 없는 계급을 유린하는 부조리를 꼬집는 드라마였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이정재가 있음을 말하는 드라마. 화려한 외피 속에 가려진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읽는다면, 이 드라마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된 나는 다행히도 100만 원의 월급으로 힘겨워하던 삶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 사회는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고금리의 사채빚을 져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뭐, 어쩌면 한편에는 정말로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 가난한 자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하는 부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적어도, 당장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없어 목숨을 베팅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사회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돈이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 정말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두미
INSTAGRAM @woodumi
BRUNCH brunch.co.kr/@deum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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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른 청춘, 하이틴 드라마 추천작
스물다섯 스물하나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청춘 케미스트리
“시대는 충분히 네 꿈 뺏을 수 있어.
꿈 뿐만 아니라 돈도 뺏을 수 있고, 가족도 뺏을 수 있어.
그 세 개를 한꺼번에 다 빼앗기도 하고.
오늘 네 계획이 망한 건 내가 망쳐서가 아니야,
틀린 계획이었기 때문에 망한 거야. 다시 세워, 계획.”
그해 우리는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로 끝났어야 할 인연이 10년이 흘러
카메라 앞에 강제 소환 되어 펼쳐지는 청춘 다큐를 가장한 아찔한 로맨스 드라마
"사람들은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 해가 있다고 해요
그 기억으로 모든 해를 살아갈 만큼 오래도록 소중한
그리고 우리에게 그 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라켓 소년단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레알 성장드라마
"항상 이길 순 없어. 때론 포기하는 것도 용기야. 진짜 용기. 근데,
그게 지금은 아니야. 오늘 결승은 무조건 이긴다."
반짝이는 워터멜론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 소년이 수상한 악기점을 통해 낯선 공간에 불시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수상쩍은 청춘들과 함께 밴드 '워터멜론 슈가'를 결성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청춘물.
"은결아, 이제 그만 네 인생을 살아. 내 인생은 내가 어떻게든 살아낼게.
가끔은 너도 현재를 즐겨봐. 나처럼 사랑도 해 봐, 나처럼.
나 때문에, 가족 때문에 아까운 네 청춘 낭비하지 말고 반짝일 수 있을 때 반짝여봐. 야, 심장이 뛰는 일을 해 봐. 그런다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울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좋알람' 어플이 개발되고, 알람을 통해서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펼쳐지는 세 남녀의 투명도 100% 로맨스를 그린 이야기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학교도 다니고 내 방도 있었어. 그렇게 따지면…나도 힘들어하면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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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가감정이 들긴 하지만 다시 보고픈 아름다운 영화 <신데렐라>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지만 동화 속 이야기를 어떻게 실사화 했을지 궁금해서, 그리고 디즈니는 워낙 좋아하다보니 얼마나 화려할까 라는 기대감에 보기 시작한 영화 <신데렐라>. 그런데 정말 예뻤다. 현대 여성상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을 만큼 영상미가 굉장히 아름다웠던 작품이었다.
영화 <신데렐라> 시놉시스
“착한 마음과 용기를 가지렴. 꿈꾸던 일이 이루어질 거야.”
어렸을 적 어머니를 여읜 엘라는 아버지가 재혼한 미모의 새엄마와 그녀의 두 딸과 함께 살게 된다. 무역상인 엘라의 아버지마저 타지에서 돌아가시자 새엄마와 의붓언니들은 엘라에게 재투성이라는 뜻의 신데렐라라고 부르며 온갖 구박을 일삼는다.착한 마음씨와 용기를 가지라는 엄마의 유언을 지켜나가던 엘라는 숲 속에서 왕궁의 견습생이라는 키트(왕자)를 만나 마침내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았다고 느끼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신데렐라>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다
영화 <신데렐라>를 지금에야 봤을까? 후회가 됐던 순간이었다. 영화가 원작을 너무나도 잘 따라서 이렇게 불편해도 되나 싶으면서도 너무 예쁜 영상미에 넋을 놓고 보게 되는 이 모순된 양가감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어서 굉장히 오묘했다.
차라리 이걸 개봉했던 2015년에 봤더라면, 아니 기술이 발전을 해서 초등학생 때 이 영화가 개봉했더라면 이 작품을 볼 때 불편한 감정이 없지 않았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신데렐라 이야기가 먹었던 장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는 2021년이고 신데렐라의 컨셉은 잘못 다뤘다가가는 욕먹기 쉬상인 장르이기 때문에 이게 너무 예쁜데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현실에 안타까웠다.
다른 작품들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 해서 욕을 먹는데 신데렐라는 왜 하필 이런 때 실사화를 해서 원작을 충실히 따라도 답답한 감정을 들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잘 만들었다. 이 양가감정 속에서도 신데렐라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영화 자체는 정말 잘 만든 것이 틀림없다.
화려함으로 모든 것을 무마시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 <신데렐라>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구현을 너무나도 잘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작정이라도 한 듯이 2015년에 개봉을 하면서 원작을 충실히 따랐기에 현대 여성상과 너무나도 불합치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 그 지점들이 최대한 부각이 되지 않도록 화려함으로 관객들을 홀려놓았다.
사람이라면 저 신데렐라 드레스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다. 입혀주고 싶다 이 감정이 들게끔 표현을 해서 디즈니가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에 방점을 찍다
답답한 부분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현대 사회에도 유효한 신데렐라의 감성이 있었다. 바로 내면을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계모와 새언니, 신데렐라의 이항대립 구조 중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바로 외면과 내면 중 어디에 공을 들이느냐다. 아버지가 일을 하러 떠날 때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계모와 새언니들은 자신의 외모를 치장할 소품들을 사와달라 부탁하지만 신데렐라는 첫 여행지에서 스치는 나뭇가지를 가져와달라 부탁한다. 그 나뭇가지를 들고 다니며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자신을 생각해달라 말한다.
이러한 신데렐라의 내면 가꾸기에 방점을 찍다보니 원작 신데렐라의 한계점이었던 백마 탄 왕자만을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캐릭터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원작에서 도대체 왜 백마 탄 왕자는 많고 많은 여성 중에서 신데렐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개연성이 부재했다면 영화 <신데렐라>에서는 내면 가꾸기에 포기를 하지 않았던 신데렐라의 심성을 보고 왕자가 그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다는 것,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영화 <신데렐라>가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원작을 유지하면서도 현재에 시의성이 있는 주제로 방점을 찍으려 한 디즈니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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