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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2025-02-28 00:20:04

‘사랑’이라는 말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헤어질 결심> 리뷰

본 글은 헤어질 결심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진정한 사랑은 모두 해피엔딩일까?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에서는 사랑에 빠진 두 인물이 고난 과 역경을 이겨내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맞이한다. 이와 같이 사랑이 진정하다면 결국은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완성되어야 하며, 완성된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일까? 이 물음에 <헤어질 결심>은 아니라한다.

<헤어질 결심>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서래’의 이야기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해준’이 용의자 ‘서래’에게 관심을 느끼며 일어나는 일이다. <헤어질 결심>은 전형적인 로맨스의 틀에서 벗어나 수사극의 틀을 사용한다. 사랑의 동기와 사랑의 행위를 담기보다는 사건의 동기와 사건의 전말을 담는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지 않는다. 행동과 선택, 이별로 사랑을 표현한다. 결국,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며, 완성되지 못하는 미결의 형태로 남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헤어질 결심>을 보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런 <헤어질 결심>은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강렬하면서도 안개처럼 모호하게 표현한다. 사건 같으면서 사랑같은 일들이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멜로 장르와 수사 장르의 시너지




 <헤어질 결심>은 수사물과 멜로물이 겹쳐있다. 두 장르의 결합은 둘의 사랑을 모호하게 만들 면서도 입체적으로 만드는 포인트였다. 영화는 초반부터 수사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형사와 살인사건 그리고 용의자로 구성된 전통적인 수사물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조사하고, 취조하는 과정을 따른다. 이와 동시에 멜로물도 진행된다. 멜로물에서는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가 만나 취조와 조사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수사물의 구조와 멜로물의 구조가 겹쳐 진행되며 둘의 관계를 깊어진다.

‘해준’은 올곧은 형사이다. 부하에게 존경을 받으며,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이지구’와의 취조에서 알 수 있듯 신사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이런 형사이기에 용의자인 ‘서래’를 계속 의심한다. 여기서 멜로물의 주인공이기도 한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며 계속 생각한다. ‘서래’를 감시하며 ‘서래’에 대해서 상상한다. 동시에 범인일 가능성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기도수’ 사건이 마무리되고 ‘서래’와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던 때라도 월요일 할머니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올곧은 형사로서의 태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형사의 태도로 결국 ‘서래’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해준’은 ‘서래’를 체포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지켜오던 올곧은 형사의 자부심보다도 ‘서래’에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래’를 지키고, 형사인 자신의 붕괴를 선택한다. 형사로서 자부심 있는 사람이 사랑으로 붕괴되는 모습은 말할 수 없는 큰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 큰 사랑은 단순 멜로물이 아니라 중반부까지 수사물로 쌓아온 형사 ‘해준’의 캐릭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형사 ‘해준’이 보여주던 수사극의 틀은 영화 초반부터 주 장르로 이어지며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해준’의 사랑이 이를 엎고, 수사를 망치게 되며 멜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다.

 

 


 

 두 장르를 활용해 사랑을 보여준 것은 ‘해준’만이 아니다. 이포에서 이루어지는 2부에서는 ‘서래’가 수사물에서 용의자의 역할로 사랑을 보여준다. 부산에서의 ‘서래’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서래’는 자유를 위해 살인을 하고, 범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사인 ‘해준’의 마음을 이용했다. 목적한 바를 이룰 만큼 똑똑하고 강한 인물이다. 그런 ‘서래’가 이포에서는 ‘해준’을 위해서 살인을 벌인다. 부산에서의 ‘서래’는 수사물에서 악의 축인 범인의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심지어 수사를 빠져나왔다. 그런 ‘서래’가 사랑을 느끼고는 다시 수사망으로 걸어간다. 사랑으로 수사물의 캐릭터가 멜로물의 캐릭터에게 밀려난 것이다. 이포에서는 ‘해준’이 다시 형사 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서래’와의 취조와 조사를 통해 다시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바뀐다. 의심하고 경계하지만, 호미산에서의 ‘서래’의 고백과 스마트워치 녹음본을 들으며 ‘해준’은 ‘서래’를 놓지 못한다. ‘해준’이 형사로 사건을 알아감에 따라 ‘서래’의 사랑을 찾게 된다. <헤어질 결심>의 요소들은 따로 보았을 때는 멜로 이야기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랑의 동기, 행위가 아닌 사건의 동기와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인물이 서로를 위해 수사물 속 자신의 캐릭터를 붕괴시키고, 희생하는 모습이 결합하여 사랑으로 보기 어렵던 요소들은 사랑으로 이해된다.

 

진정한 사랑, 거울 구조와 이항대립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가장 쉽게 사랑을 드러낼 방법은 베드신, 결혼과 같은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일부러 더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다. 완성된 사랑과 스킨십, 결혼 대신 미결인 사랑과 범인과 용의자의 관계, 불륜이라는 관계를 내세웠다. 어려운 관계의 사랑은 사랑을 표현할 때 조심스럽게 만든다. 잘못 다룰 시에는 얕은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헤어질 결심>은 더욱이 ‘사랑’이라는 단어와 섹슈얼한 연출을 사용하지 않고, 거울 구조를 통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드러냈다. 거기다 둘은 관찰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서로의 스마트워치 녹음본을 듣는다. 서로의 관찰을 다시 바꾸어 듣는 모습은 단순히 닮은 것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며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와 다른 인물과의 대비로 <헤어질 결심>의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안과 ‘해준’의 관계와 ‘서래’와 ‘해준’의 관계는 섹스로 대조된다. ‘정안’과 ‘해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계를 가지기로 약속했다. ‘정안’은 그 약속에 만족감을 느끼고, 관계를 통해 ‘해준’과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안’은 섹스가 서로의 관계가 문제없음을 보여준다고 느낀다. 그런 ‘정안’은 ‘해준’과 대화에서 서로에 차이를 이야기한다. 정안은 이과이고 살인과 피가 없어도 행복하지만, ‘해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 ‘해준’과 ‘서래’는 단 하나의 키스신 외에는 섹슈얼한 연출이 드러나지 않는다. 둘은 대화와 시선을 통해 관계를 드러낸다. ‘해준’은 ‘서래’에게 같은 동족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둘은 유사한 점이 많다. 말씀보다는 사진,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한다. ‘해준’은 ‘서래’와의 대화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는 모습도 보인다. ‘서래’는 ‘해준’의 사건에 관심을 가져준다. 함께 사건 이야기를 하거나 ‘해준’의 일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처럼 두 관계는 대조됨을 알 수 있다.

육체와 정서의 대조뿐 아니라 완성과 미결의 대조이기도 하다. 정안은 ‘해준’과 결혼한 사이이며, 섹스하는 사이이다. 결혼과 섹스는 로맨스 장르에서 사랑의 완성, 이어짐을 상징한다. ‘서래’는 결혼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육체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해준’은 두 관계 모두 파괴되지만, ‘서래’와의 관계를 우선했다. 두 관계의 비교로 <헤어질 결심>이 드러내고자 하는 사랑이 정서적인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정서적인 사랑만 있을 때보다 이항 대립 되는 관계를 통해 말하고자 한 사랑을 돋보이게 했다.

 

 

 


‘서래’의 관계에서도 <헤어질 결심>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서래’의 2명의 남편은 ‘서래’를 존중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위해 ‘서래’를 희생하도록 만든다. ‘기도수’의 경우에는 ‘기도수’의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문신을 하게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위해 ‘서래’를 폭행한다. ‘임호신’의 경우는 ‘서래’의 흡연을 금지시킨다. 호통치며 나가서 피라고 하는 ‘임호신’의 모습은 설득이 아닌 일방적인 금지이다. 이처럼 ‘서래’는 2명의 남편에게 희생되었다. ‘서래’는 그 두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해준’은 ‘서래’를 존중한다. ‘서래’의 흡연을 금지시키지 않으며, ‘서래’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준’은 ‘서래’를 위해 희생했다. 평생 지켜오던 형사의 자부심을 버리고 ‘서래’를 지켜냈다. ‘서래’는 그 순간 사랑을 깨닫는다. ‘해준’과 ‘기도수’, ‘임호신’의 대조를 통해 <헤어질 결심>이 보여주고자 하는 희생적인 사랑이 보인다.

이렇게 <헤어질 결심>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두 가지의 개념을 통해 <헤어질 결심>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은 상반되는 것들의 관계, 즉 이항 대립을 통해 차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이 제시하는 대립을 통해 ‘서래’와 ‘해준’이 선택한 정서적이고, 미결인 사랑에 대해 인식하게 만든다. 최종적으로 마지막엔 ‘서래’의 “당신 목소리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을 통해 이전에 사건들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 후 녹음본을 통해 이전부터 인식되던 사랑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사랑의 징조




<헤어질 결심>은 ‘사랑’을 사용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체계적으로 짜인 영화이다. 또 수사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복선을 통해 촘촘히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복선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월요일 할머니의 “월요일이 되길 바라면 가끔 정말로 월요일이 빨리 와”는 ‘서래’가 사용한 트릭에 대한 복선이었다. 거친 ‘서래’의 손, 함께 맞춘 월요일 할머니와 ‘서래’의 폰도 복선으로 역할 한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복선을 통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보여줬다. 사랑한다는 말대신 인물의 습관과 화면전환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아내와 관계 후 ‘해준’의 모습은 곰팡이, 엑스레이 화면이 전환되면서 다시 보인다. 곰팡이의 위치와 ‘해준’의 엑스레이 화면이 겹치는 부근은 심장 근처이다. 대사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해준’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또, ‘해준’이 가진 ‘서래’에 대한 마음은 ‘해준’이 ‘서래’ 남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복선 중에서도 '해준'이 '서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에 가깝다. ‘해준’이 무의식적으로 ‘서래’의 남편들을 따라 하며 ‘서래’의 남편이 되고 싶은 상태를 보여준다.

 

 

 


질곡동 사건으로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의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다. 질곡동 사건의 범인 '홍산오'는 '오가인'을 너무 사랑했기에 살인을 저지른다. '홍산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감옥에 가는 일을 결심하고 벌인 일이다. '홍산오'는 결국 잡히기 직전 죽음을 택한다. '홍산오'는 죽음으로 ‘해준’을 피했고, 결국 ‘해준’은 사건을 완결시키지 못했다. 또한 '오가인'과 '홍산오'의 사랑도 완성도, 실패도 아닌 모습으로 남겨졌다. 이런 '홍산오'의 모습은 ‘해준’과 ‘서래’ 둘과 닮았다. '홍산오'의 행동으로 이포에서의 ‘서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죽을 만큼 사랑하는 ‘해준’을 위해 ‘서래’는 살인을 벌이고, 사라짐으로 ‘해준’에게 해결되지 못한 사건으로 남겨진다.

 

 

촘촘히 짜인 미결





<헤어질 결심>은 거울 구조와 이항 대립 관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미결의 사랑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복선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1부와 2부로 나뉜 사건들을 연결한다. 장르를 결합하여 서사를 강화한다. 심층에 깔려있는 촘촘한 구조들로 관객이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헤어질 결심>의 구조는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계속 대칭되고 대조된다. 관객이 <헤어질 결심>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표현 대신 상황을 통해 ‘해준’처럼 고민하게 만든다. ‘진실된 사랑일까?’, ‘이게 맞는 행동일까?’, ‘서래와 ‘해준’은 같은 마음일까?’. <헤어질 결심>은 이렇게 이어진 생각을 결말에서 ‘서래’의 대사를 통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사랑이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명확한 말을 앞세우지 않고 안개처럼 흐릿하게 사랑을 찾아다니게 한다. 둘의 대화와 마음을 사랑이라고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흐릿함 속에서 무엇이 대조하고, 대칭시켜 사랑이라는 존재를 서서히 드러낸다. 이런 영화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와 비교할 때는 새롭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 사랑과 비교하면 새롭지 않다. 사랑은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현실의 사람들은 영화의 구조처럼 끊임없이 대조하고 내면의 구조를 따라가며 사랑을 찾고자 한다. ‘서래’처럼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해준’처럼 고민하기도 한다. 둘의 사랑처럼 사랑이 ‘헤어질 결심’이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개념에 가장 대표적인 기표 ‘사랑’을 가려서 우리가 계속 찾아다니던 사랑의 의미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작성자 . 포포

출처 . https://blog.naver.com/gkdusqlseptm/22377721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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