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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2025-03-07 12:02:53

봉준호가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약간의 다정함을 위해

익스펜더블(Expendable),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 미키는 죽는 것이 직업이 되어버린 한 인간이다. 쫓기듯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제대로 읽지도 않고 지원해버린 미키. 그들은 인류 발전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명목하에 인간에게 해로운 온갖 인체 실험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똑같은 신체, 똑같은 기억으로 완벽하게 휴먼 프린트를 한다. 인간이 해낼 수 없는 ‘*뺑이’, 그것이 미키의 운명이다. 

 

 

하찮은 독재자

마크 러팔로는 자신의 역할인 케네스 마샬 역으로 하여금 3년 전 촬영할 때는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This is over the top), 이제 와보니 너무 약한 연기(It‘s totally underplayed)였단 걸 깨달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았을 땐, 이민자들을 배척하고 성별은 오직 2개라며 정체성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없게 시행 중인 ‘트럼프’가 떠오르고, 한국의 관점에서 보았을 땐, 지난 12월 3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언자가 되어버린 것. 어느 나라에서 보아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의 형태는 보편적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권력 있는 자들의 하찮음, 낮은 계급의 사람들의 멍청함. 필모그래피 초기 단편작 <지리멸렬>부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세팅이다.

 

 

미키 17과 미키 18

크리퍼(Creeper)들에 의해 생존한 미키 17은 본부로 돌아와 미키18을 만난다. “I’m Fine.”을 말하던 미키는 이제 더 이상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되는 계기이다. 크리퍼에게 구해진 미키 17과 그 사실을 모른 채 프린트된 미키 18은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 ‘분리된’ 존재이기에 여기서 죽는다면 ‘REAL’ 미키는 죽는 것이란 두려움을 가진다. 

 

 

“미키,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영화 속 가장 많이 등장한 대사이다. 사람들은 그저 호기심에 도대체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잔혹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미키는 오직 그저 호기심에 물어본 것이 아닌 카이(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에게만 이 질문에 답한다. 항상 무섭다고. 영화 후반부, 마더 크리퍼(Creeper)는 ‘공평’을 말하며, 잡아둔 아이를 데려오고, 이전에 죽인 아이에 대한 공평함을 위해 한 명의 인간의 희생을 요구한다. 강인한 미키 18이 케네스 마샬과 함께 자폭하려는 순간, 수많은 죽음을 겪어왔던 미키지만 버튼 누르기를 주저한다. 케네스 마샬이 말한다. 

 

“너도 죽는 게 두렵구나?”

“네가 인간이라는 거지.”

인간이기에 죽음은 두렵다. 미키를 실험체, 그저 고깃덩어리로 보았지만 그도 소중한 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장면이다.

 

 

 

 

소통과 사랑으로, 아이와 미확인 생명체 크리퍼(Creeper)

영화 속 도로시(팻시 패런)은 연구원 중 유일하게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그녀는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소통의 고귀함’을 아는 인물이다. 미키에게 수명이 15분으로 연장되었다고 좋은 소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모두가 끔찍하게 여기는 미확인 생명체 크리퍼(Creeper)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미키에게 완성되지 않은 통역기를 건넨다. 이는 그저 실험체, 고깃덩어리로 인식하는 익스펜더블 미키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고, 미확인된 생명체인 크리퍼 역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도로시’와 같은 존재가 현 시점 우리에게 꼭 필요하단 것을 표현한다. 좀처럼 로맨스 농도를 짙게 표현하지 않던 봉준호 감독이 나샤(나오미 애키)와 미키의 로맨스를 심도있게 그렸다. 어떤 성격의 미키든 간에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나샤, 같은 맥락이다. ‘대혐오의 시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갈라 치기가 만연한 세상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회의 반영이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체험해 보려는 시도이다. 작금과 같은 시대에 더 넓은 세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다정한 노력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소통’과 ‘사랑’이라는 명확한 의미를 담은 <미키 17>로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 그리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선언한다. 약간의 다정함 말이다.

 

 

미키 17에서 미키 반스로

미키는 한 마디로 ‘주관’이 없었다. 친구 (스티븐 연)에게 속아서 마카롱 가게에 전 재산을 탕진하고, 보증인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는 데 단 한 번도 싸우거나 원망도 않았다. 후반부, 미키가 휴먼 프린터를 터뜨리기 전 미키의 환상이 나온다. 휴먼 프린터 앞에 선 소스를 만드는 데 집착하던 일파 마샬(토니 콜렛)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치 강인한 미키 18과 같이 “꺼져.”라고 확실히 말한다. 파이아키아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17에서 18로 넘어가는 나이가 성인이 되는 나이라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미키 17> 영화 전체가 멍청하고 찌질할뿐더러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던 미키가 1부터 18까지의 다양한 성격을 경험하며 자신의 소중한 자아를 확립시키기까지의 성장인 것이다.

 

 

 

작성자 . 고미

출처 . https://brunch.co.kr/@gomi2y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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