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2-09-26 08:00:17
[DMZ DOCS] 중국 자본은 대리석을 타고
〈대리석 오디세이〉 리뷰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대리석 오디세이(A Marble Travelogue)
Netherlands, Hongkong, France, Greece/2021/99min/션 왕 감독 작품
그리스와 중국. 별다른 접점이 생각나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사실 두 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서로 가까운 관계다. 카메라로 ‘대리석’만 좇아도 둘이 얼마나 가까운지 금세 드러난다. 영화 〈대리석 오디세이〉를 따라가 보자.
나무로 뒤덮인 그리스의 한 초록색 산. 그곳에 거대한 쥐가 파먹은 듯한 패인 자국이 있다. 대리석 채굴의 흔적이다. 그리스는 엄청나게 많은 대리석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의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고급’ 취향, 즉 대리석 선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수출된 커다란 대리석은 공장식 작업장에서 조각되어 중국의 부호, 테마파크, 심지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팔린다. 대부분 유명한 그리스 조각상을 모방한 것들이지만 ‘짝퉁’이라고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중국의 대리석 조각상 수요는 그리스인 조각 장인을 중국으로 이주하게 할 만큼 엄청나다. 대형 작업장에서 중국인 직원들의 작업을 꼼꼼히 살피며 지시하는 그리스인 조각가가 말한다. “이건 오직 중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에요(Only China can do)!”
대리석은 무엇 하나 버려지지 않고 알뜰히 활용된다. 대리석상을 조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하얀 가루는 별도로 모아 다른 물질을 첨가한 후 조그만 주형틀로 들어간다. 우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는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되는 조그마한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공장에 있는 주형틀 말이다. 영화에는 프랑스 파리, 미국 하와이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중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그곳으로 수출될 하얗고 조그만 대리석 액세서리를 색칠하며 꿈을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액세서리 공장에는 어린이 노동자도 많다. 매우 조그만 장식품에 색을 칠하는 세밀한 작업이기에 아이들도 엄마를 따라 나와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노동은 기쁨보다는 소외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으로 파리와 하와이에 갈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 관광지의 모습을 담은 악세사리 채색 노동을 하는 아이들은 아마 자신들이 색칠하는 풍경으로만 파리와 하와이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마저도 공장 한편에 있는 채색하는 기계가 머지않아 아이들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그리스는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국 중 하나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된 그리스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점차 강화하는 중이다. 그리스 길가 곳곳에서는 중국어를 손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투자를 부추기는 말이다. 그리스와 중국은 자본을 매개로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다. 영화에는 ‘문화 사절단’을 자처하며 다양한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그리스인 쌍둥이 자매의 모습도 나오는데,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 그리스인의 생존이 중국 자본에 달려 있음을 보인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Marble Travelogue’다. 직역하자면 ‘대리석 여행-로그’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오디세이’가 들어간 한국어 제목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행기(《오디세이》)가 중국 자본을 매개한 대리석의 여정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아파트 공화국의 지옥 같은 현실 우화!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아파트 공화국에 살고 있다. 10명 중 6명은 아파트에 살 정도로 타 국가에 비해 거주자 수가 많다. (필자도 아파트에 산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아파트에 몰리는 건 주택, 빌라 보다 더 나은 편의성 때문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그 놈의 돈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곧 돈이자 권력인 셈. 이로 따라 차별과 계급, 집단 이기주의라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상황 속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피부에 와닿는 아파트 공화국의 지옥 같은 현실을 그린다.
대지진이다. 거짓말처럼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거짓말처럼 유일하게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다. 아파트 주민은 기적과도 같은 현실에 기뻐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재난에 살아남은 이들이 이 아파트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신의 보금자리와 식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외부인들을 쫓아낸다. 이때 본의 아니게 피 흘리며 선봉장 역할을 한 영탁(이병헌)은 대표로 추대된다. 평범한 공무원인 민성(박서준)은 아파트 주민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영탁과 함께 일하고, 그의 아내 명화(박보영)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불안감을 내비친다. 안정적이면서 폐쇄적인 자신들의 왕국을 만들어가는 도중, 과거 이 아파트에서 살았던 혜원(박지후)이 들어온다. 그리고 영탁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쌓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의 재난은 설정에 불과하다.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건 폐허가 된 상황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행동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의 공동체 사회를 견고하게 가져가기 위해 똘똘 뭉친다. 폭력을 쓰면서까지 어떻든 자기 마을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첫 행동이 바로 외부인을 몰아내는 것이다. 가족과 마을을 위한 일로서 이해되지만, 한편으론 그 행동에 다른 의도가 섞여 있다.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재난 이전 옆에 있던 고급 아파트 드림팰리스 사람들에게 무시당해 왔다. 아파트도 다 같은 아파트가 아니니까. 그러다 황궁 아파트만 남게 된 상황에서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이때가 기회라 생각하고 드림팰리스에 살았던 이들을 몰아낸다. 차별은 차별을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걸 잊어버린 채 이들은 폐해가 된 곳에서 자신들만의 사회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문제는 주민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이전 사회의 폐단을 반복하는 것에 있다. 극 중 금애는 다 평등해졌고, 리셋된 거라고 말하지만, 아파트 내에서 참여도와 공헌도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고, 그에 따른 생필품과 식료품이 차등 지급된다. 열심히 일한 자에게 더 많은 것을 주는 게 나름 이성적인 판단이고, 다수결을 통한 주민들의 선택은 옳아 보이지만, 결국 이 결정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낳는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으로 범죄 행동을 일삼는 주민들은 그 자체로 집단 이기주의 늪에 빠지고, 비극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간다.
이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 속에서도 반복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은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결은 다르지만, 주민들의 행태를 보면 단지 내 외부인 출입을 금한다는 명목하에, 택배, 배달원을 향해 갑질을 하고,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인요양원 건립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끌해 집 한 채를 소유하는 게 평생 과제로 삼은 이들의 행동은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함을 남긴다.
아파트 공화국인 현실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에게 질문한다. 만약 같은 상황이라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공동체를 지키는 영탁이처럼 행동할 것인지, 그 대척점에 서서 인류애를 실천하는 명화처럼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하고 기류에 휩쓸려 공동체를 지키는 행동이 옳다고 믿는 민성이처럼 행동할 것인지 말이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영화는 주민과 외부인으로 나눠버리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향한다면 황궁 아파트의 비극은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한다. 명화의 마지막 모습과 그 대사는 이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계속해서 관객에게 딜레마를 안기는 건 김숭늉 작가의 웹툰 원작을 각색해 재난 장르에 한국 사회의 현실을 녹여낸 엄태화 감독의 연출력에 기인한다. 간간이 클리셰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지만, 아파트 층을 올리듯 켜켜이 쌓은 밀도 높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흡입력이 강하다. 여기에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극한에 몰린 다양한 인간군상 연기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선과 악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 속 괴물이 되어버린 한 평범한 사람의 페이소스를 확실히 전한다.
극 중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을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 선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유토피아가 될 수 있는 공간은 사람들의 욕심으로 디스토피아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자도 아니고 딸랑 집 한 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이타심보단 이기심이 더 앞설 수 있다. 우리 또한 평범한 사람들. 과연 나라면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사진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4.0 /5.0
한줄평: 아파트 공화국의 지옥 같은 현실 우화
-
- 미지의 X가 파고드는 무수한 내면의 충동.
희망보다는 절규가 무수히 펼쳐지는 이 영화는 온통 공허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푸른 수염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음투성이의 영화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통해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흠집 가득한 잿빛의 건물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잿빛의 건물에서 핏빛 가득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공통의 특성을 가지는 이 사건을 파헤치던 다카베는 이 의문에 깊숙이 파고들며 누군가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대면한다. cure(치료)라는 일념 하에서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살인’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게끔 만든다. 당신은 누구인지, 당신이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인지, 아주 많이 사소하지만, 사람의 내면을 아주 깊고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걸까. 이름도 기억도 없는 그 남자는 집요하게 그 이상을 넘어 다카베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내밀지만, 그 질문은 쉽사리 닿지 않는다. 마미야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솔직한 그의 속마음까지 새어 나오게 한다. “당신은 저놈들과 달라. 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잖아.” 다카베는 해결되지 않은 큰 사건에 빠져들면서도 안과 바깥을 구분하며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간다. 와이프가 빨래 없이 돌린 텅 빈 세탁기를 끄고 식탁에 놓인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건이 없으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빌 것만 같은 그에게 진정한 편안함이 다가온다. 영원히 텅 빈 상태로 남아도 일시적 해방이 유일한 치료법이 된다. 하지만 그는 돌아갈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치유되지 않는 잘못된 방식을 전도사가 이용함으로써 이 망가진 세상의 망가진 치료제를 끊임없이 퍼뜨린다. 미지의 X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잠식하듯 무수한 공포를 가져다준다. 눈으로 보여주는 공포보다는 빠져들듯 관객을 장악하는 이 영화는 빛보다는 어둠에 너무나도 쉽게 스며드는 사회를 비추고 있다. 금방 찍은 듯한 느낌으로 특유의 서늘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배우들과 영화 전반의 이야기를 극대화한다. 구름 같은 분위기는 금방 사라지고 스산함만이 존재한다. 끝끝내 사라지지 않은 치료법이 다시 다른 이에게 손을 뻗치며 또 다른 순간을 만들어내어 결국 스며들 수밖에 없는 마지막을 장식하며 모두의 목을 조여 온다. 찰칵-뚝뚝-치 이익,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
- 달콤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화이트 데이였죠.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사탕을 주고받으셨나요?
그렇지 않으셨대도 뭐! 사탕 같은 거 없으면 어때요~ 씨네랩이 여러분들 곁에 있잖아요 >.<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 질 재미있는 영화 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달달하기만 한 판타지 로맨스는 지겨울 때가 있지 않나요?
마냥 예쁘고 잘난 주인공들보다는 찌질하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이듯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여러분들께 달콤 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명대사 제조기, 현실 연애 바이블 <500일의 썸머>부터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7편의 로맨스 영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클로저(2005)>
Clos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3분
“Hello, Stranger!”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사랑은 하트 모양처럼 간단하지 않아.
넌 사랑을 알려면 멀었어. 타협이 뭔지 모르거든.
ⓒ 네이버 영화
<클로저>는 영화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연출을 맡은 그에게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안겨 준 작품입니다. 이미 연극으로 전 세계 100대 도시에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공을 거둔 패트릭 마버의 동명의 희곡 [클로저]를 각색하여 만들었으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특히 클라이브 오웬과 나탈리 포트만은 해당 영화로 제6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남·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작가를 꿈꾸는 런던의 부고 담당 기자 '댄'과 그의 연인 '앨리스', '댄'과의 불륜을 저지르는 사진작가 '안나'와 그녀의 남편 '래리'라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감독은 “우리는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기억하고 그 중간은 편집해 버린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랑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진정 사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어긋나는 인물들은 뜨거운 사랑을 호소했던 '처음'을 뒤로하고 그 어떤 타인보다도 큰 고통을 안겨 주며 헤어지고 맙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네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의심, 질투, 거짓말, 상처뿐인 진실로 뒤덮인 '사랑' 그 자체라 더욱 씁쓸한 영화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또한 이 영화의 잊지 못할 한 부분이랍니다.
블루 발렌타인(2012)
Blue Valentin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이 나타난다. 자신의 모든 걸 받아주고 안아주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 신디는 딘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간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이삿짐센터 직원 딘.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신디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안식처 같은 남자가 돼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사랑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그와 그녀의 사랑 사이, 찬란한 트루 러브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나한테 맹세했잖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잖아.
맹세했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사랑의 불꽃이 점차 꺼져 가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부부 '신디'와 '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냉랭한 현재와 따뜻했던 과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보다 확연히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장면은 슈퍼 16mm로, 현재의 장면은 HD로 촬영하는 등 현재와 과거를 형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블루 발렌타인>이 고통스러운 이유은 비단 두 사람의 현재가 비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가,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라이언 고슬링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미셸 윌리엄스가 탭댄스를 추는 길거리 씬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파트랍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1)>
Take This Waltz
ⓒ 네이버 영화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6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네이버 영화
공교롭게도 또 한 번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네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주인공 '마고'가 다정하면서도 친구 같은 남편 '루'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 도중 만나게 된 남자 '대니얼'에게 이끌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고'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극에 이끌리면서도 자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택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요, 플롯 자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할 수 있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는 이라면 누구나 느껴 보았을 '불안'과 '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과정을 밉지 않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낸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해요.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360도 회전씬은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담겨 있는 백미이기도 하니 놓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500일의 썸머(2010)>
500 Days of Summ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우리 모두의 단짠단짠 연애담!”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 거야.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 보면 오빠도 알게 될 거야.
ⓒ 네이버 영화
<500일의 썸머>는 '현실 연애의 바이블' 격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로맨스 영화인데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이 그의 모든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자 '썸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녀와의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톰의 입장에서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 사건들을 차례로 보여주는데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어떤 일로 다투었고, 또 어떤 엔딩을 맞이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애의 환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결말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정반대의 연애관을 갖게 된 점 또한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이랍니다. 연애와 관련해 현실적인 명대사가 워낙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영화이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고들 하죠. 미완한 내가 완벽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 혹은 그녀가 평생의 짝이라고 믿었다가도 그 환상이 깨졌을 때의 당혹감.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2019)>
Marriage Story
ⓒ 네이버 영화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아담 드라이버,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내 양육법을 엄마랑 비교해!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안 닮았거든?
.
닮았어, 우리 아버지도 닮았고. 가끔은 우리 엄마 같기도 해!
물론 어머님을 제일 닮았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보다가 어머님이 생각나 역겨울 때도 있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2019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영화는 노아 바움백 감독 특유의 맛깔나고 현실적인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이미 연기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요, 이혼을 앞두고 양육권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얻었어요.
영화는 주인공 '찰리'와 '니콜'이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그 편지는 이미 두 사람이 파경을 맞은 상태에서 쓴 것으로, 이혼 상담 중 서로 그 편지를 읽지 않겠다며 싸우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영화는 이혼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까지 아주 근거리에서 지켜봅니다. 한때 너무나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기심과 오해 속에 벌어진 두 사람 간 거리는 결국 좁혀지지 못하는데요, 미움과 원망, 그럼에도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일 것입니다. 찰리와 니콜이 다투는 씬, 이혼 과정 끝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찰리가 홀로 노래를 부르는 씬 등 명장면 또한 정말 많아서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We Made a Beautiful Bouquet
ⓒ 네이버 영화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 네이버 영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을 했다'라는 과거형 문장에서 보이듯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담은 것으로 호평을 받으며 권태기와 함께 식어가는 장기 연애를 탁월하게 묘사, 마지막 이별까지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일본 멜로의 감성보다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일본에서는 무려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크게 흥행하기도 했답니다. 주연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의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여기 또한 몰입을 돕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천생연분처럼 모든 게 꼭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던 사랑의 시작부터 현실의 벽 앞에 변모하고 마는 사랑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함께 웃고 울다가, 또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 네이버 영화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 나간다.
내가 너와 헤어지고 후회되는 건
네가 얼마나 멋진 지 깨닫게 하지 못했단 거야.
난 늘 뭔가 잘못될까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하지만 정작 잘못된 건 내가 걱정한 게 아니었지.
ⓒ 네이버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노르웨이의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오슬로 트릴로지' 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영화로, 주인공 '율리에'가 자신이 원하는 진짜 삶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그 과정에서 그녀가 만나는 연인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원제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처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 임신과 불만족스러운 연애 등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실수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변덕스러운 청춘에게 건네는 감독의 위로와도 같이 느껴지는 영화랍니다.
.
.
.
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다음번에는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_국내 편'으로 돌아올게요 :)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빈티지 무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거야
낭만은 청춘에게도, 어린아이에게도, 중년에게도 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릿해지는 낭만 가득 + 빈티지 무드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버팔로 66
빌리 부모는 그가 감옥에 있었던 사실을 모르고 빌리는 이를 숨기기 위해 ‘라일라’를 납치해
아내 노릇을 해달라고 위협한다. 낯선남자에게 겁을 먹으면서도 매력을 느끼게 되고
빌리 또한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데
CINEPICK
음악가, 배우, 영화감독을 겸하고 있는 빈센트 갈로 감독의 작품이며 실제로 본인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독립영화중에서 꽤 많이 알려진 팬층이 탄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밀레니엄 맘보
비키는 집착하고 하는일 없이 빈둥대는 그녀의 남자친구 하오하오에게서 벗어나고싶어한다.
몇 번이고 떠나려 하지만 그의 애원으로 다시 주저앉고, 우연히 클럽에서 알게 된 잭이
하오하오에게 벗어나도록 도와주려하는데
CINEPICK
대만의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우샤오시엔 거장 감독의 영화이며 허우샤오 시엔 감독이 "요즘 젊은이들이 속한 세상은 굉장히 빠르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시간 속을 살아간다.그들에게 젊음은 피자마자 시들어 버리는 꽃과 같다.< 밀레니엄 맘보>는 시간을 통해 그 젊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해피 투게더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했다가 다시만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
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다시 틀어지는데
CINEPICK
90년대 영화의 아이콘인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 고독의 주제를 다룬 로맨스, 드라마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고, 각본도 집필했습니다. 독특한 영상미로 90년대 중후반에 엄청난 붐을 일으켰으며 스탭프린팅 기법으로 "기억에 관한 예술"을 만들어낸 감독입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자기가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소녀 ‘영군’이 정신병원에 들어온다.
싸이보그는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야위어만 가는 영군을 위해 일순은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한다. 싸이보그가 고장 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평생 AS 보장’을
약속하는 일순과, 싸이보그는 그러면 안되지만 일순 때문에 자꾸 맘이 설레는 영군.
CINEPICK
흥행에 실패하고,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갈리지만, 이 작품에서 임수정이 보여준 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임수정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님이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쉘브르의 우산
프랑스 작은 항구도시 쉘부르, ‘쥬느비에브’와 ‘기’는 사랑에 빠진다.
팍팍한 현실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어린 연인들.
하지만 갑작스러운 ‘기’의 군 입대로 둘은 원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되는데…
CINEPICK
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등장인물의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색에 가까운 파스텔톤의 색채로 아름답게 스크린에 담아내었습니다. 또한 크리스찬 디올에서 모든 의상을 맡은걸로도 유명합니다.
바그다드 카페
황량한 사막 아래 ‘바그다드 카페’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 둘은 서로가 낯설지만 어느새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고,
두사람의 행복한 시간이 카페에 깃들게 된다.
CINEPICK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낸 영화로 페미니즘 영화로도 명작이지만 영화 자체로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시애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물두 살 엄마와 매직 캐슬이라는 월트 디즈니 월드 근처의 모텔에서 살고 있는 무니.
조숙한 여섯 살 무니와 그녀의 천방지축 친구들의 이야기.
CINEPICK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독립 영화 감독 중 하나인 션 베이커가 연출했으며, 영화 속 배경 그대로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현실적인 드라마다.
"난 늘 그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 사람들은 고독해지면
똑같다는 걸 깨달았다." -해피투게더-
잊지못할 추억들, 아 낭만이었다요번주 폭염 조심하시구요. 다음주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큐레이터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 누구나 한 번쯤 꿔 본 도피의 꿈
영화 <한국이 싫어서>
주연 고아성, 김우겸, 주종혁
감독 장건재
“행복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계나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좇아 떠나기로 했다.
때때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밀어 넣는다거나, 일정에 늦을까, 늦지 않을까를 마음속으로 재 보며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서 있다거나, 상사에게 혼이 났을 때,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그 수많은 순간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아, 못 살겠다.
그리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한국이 싫어서>의 주계나와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1. 한국이 싫어서 – 남들 눈에는 안정, 내게는 불안정!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주계나는 이미 취직한 회사원이다. 그녀에게는 기자를 꿈꾸는 남자친구가 있다. 아직 학생이고, 취업을 준비 중이긴 하나 곧 취직할 예정인, 장기연애 중이라 특별히 적응할 것도, 불안감을 가질 것도 없는 남자친구.
다만 그렇다고 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곧 이사를 갈 예정인 부모님은 선택할 수 있는 두 평수 중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자며, 계나에게 동생과 합해 삼천을 보태라고 말한다. 동생은 어엿한 직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로, 사실상 계나 홀로 삼천을 보태야 하는 셈이다. 자신에게 삼천이 어디 있냐고 하소연을 해 보지만, 엄마는 적금 든 게 있지 않냐며 태연하기만 하다. 아빠는 신경쓰지 말라고,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말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다니는 회사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점수 미달인 업체와의 거래를 터 주기 위해 점수 조작을 눈 감아줘야 하는 상황 앞에 선 계나는, 입버릇처럼 내뱉었던 말을 또 한 번 내뱉는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계나의 말에 당황한 상사는 뒤늦게 계나의 마음을 헤아리는 척 계나와 조건부 합의를 보고 계나의 퇴사를 막아선다.
남자친구와의 연애는 안정적인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남들 눈에는 ‘너 아직도 걔랑 잘 만나고 있구나’ 같은 말을 듣는, 평탄하고 안정적인 장기연애의 주인공처럼 보일지 몰라도, 계나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계나가 꿈꾸는 해외로의 도피를 가장 크게 반대한 건, 다름 아닌, 계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자친구, 지명이다. 지명과는 가깝지만 멀고, 또 멀지만 가까운 사이다. 남자친구인 지명의 취업을 축하할 명목으로 지명의 부모님과 식사 자리를 마친 뒤, 계나와 지명은 함께 웃으며 서로를 안아주는 대신 마주 보고 다툰다. ‘너는 내가 뭘 못 먹는지도 모르잖아’에서 시작한 다툼은 결국 계나의 답답한 속을 또 한 번 건드린다. 지명의 부모님께서 챙겨주신 상품권을 마주한 계나. 좋은 뜻으로 챙겨주신 거라고, 동정 같은 게 아니라고 지명이 말해보지만, 계나에게는 이미 상처가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계나는 떠난다.
이번엔,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춥고 외로운 대한민국을 떠나, 따뜻한 낯선 나라, 뉴질랜드로.
2. 일상이 싫어서 – 낯선 공간에서 시작한 새로운 삶, 목적은 없어도!
계나가 뉴질랜드로 떠난 주목적은 그저 ‘한국에서의 생활로부터 도피’다. 다시 말해, 여기에는 어떤 부담이나 책임도 없다. 책임져야 할 가족도, 다니고 있던 회사도, 함께하고 있던 남자친구도, 모두 한국에 남겨둔 채 계나는 뉴질랜드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한국인, 재인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사실 우리도 한 번쯤 도피성 짙은 모험을 꿈꾸곤 한다. 여행이 될 수도, 연수가 될 수도, 그곳에서 정착할 수도 있는, 모험의 시작을 꿈꾼다. 그러나 그를 꿈꿔본 이들이 쉽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이유는 두려움과 막연함 때문이다. 낯선 공간으로의 도피를 꿈꿨을 때, 그 이상에는 설렘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로 옮겨졌을 때는 말이 다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지, 자금 마련과 언어 장벽 등 고려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이 과거 ‘헬조선’이라는 단어로 불렸다고 해서, 다른 나라들이 ‘천국’과 같은 삶만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계나가 도망치듯 떠난 뉴질랜드도 완전한 이상향에 가까운 나라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계나의 ‘새로운 삶’은 꽤 희망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나는 흔들리다 도망친 인물이지만, 도망친 뒤로는 방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한 ‘계나’가 문제가 아니라, 계나가 안정적인 하루를 보내도록 만들어주지 못한 ‘한국’이 문제인 것처럼. 한국에 남겨둔 가족과 이제는 전 남자친구가 된 지명,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책임을 덜었기 때문일까. 목적은 없고, 노후가 보장된 직업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계나는 뉴질랜드에서의 삶에 잘 적응해 나간다.
3. 경쟁이 싫어서 – 경쟁에서 도망친 계나, 계속해서 경쟁하는 경윤
계나가 스스로 돌아본 '주계나'라는 인물은 '경쟁력 없는' 사람이다. 경쟁력은 없고, 추위는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건 없지만 지나치게 까다로운 인물. 이런 인물은 특별하거나 특이하지는 않다. 경쟁력 없는 청년, 뭘 치열하게 하지 못하는 청년, 까다로운 청년. 우리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특징이 아닌가. 그러나 이 ‘평범함’은 또 다른 영화의 특별함을 가져온다.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계나가 흔들리면서 느낀 것, 계나의 일상, 그 일상을 살아가는 계나의 심정에, 한 번쯤 계나와 같은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은 쉽게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꾼 것은 계나만이 아니다. 작중 계나가 우연히 만나 연을 다시 이어가게 되는 인물, ‘경윤’은 계나보다도 더더욱,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고, 경쟁력을 ‘챙겨야만’ 하는, 그래야만 자신이 꿈꾸는 꿈에 다가가 지금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윤은 꽤 긴 기간 동안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시험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공시생이다. 계나와 경윤 모두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점은 같지만, 그 조건은 정반대에 있다. 회사원이었던 계나는 추운 한국을 벗어나 따뜻한 뉴질랜드, 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꿈꾼다.
반대로 경윤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물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번번이 시험에 떨어져 여전히 취직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공’한 상태를 꿈꾸는 단계인 셈이다. 직장도, 현재 상태도, 재정 상태도, 모든 게 다르지만, 경윤과 계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
작중 행복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경윤은 계나에게, 나침반의 미세한 떨림은 방향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흔들려야 청춘이라고. 흔들리고 있던 계나에게, 그리고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게, 그 말은 꽤나 위로가 된다. 그래서 계나가 뉴질랜드로 떠난 뒤, 한국에 남아 있던 경윤에게서 전해져 온 소식이 경윤의 죽음이었다는 건 더 큰 충격을 안긴다.
한국으로 돌아온 계나는 경윤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이들을 다시 마주한다.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던 여동생은 밴드 공연을 하는 남자친구를 따라 함께하고 있고, 기자가 되었다던 전 남자친구, 지명은 혼자만의 어엿한 집을 가지고 있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나아간 이들, 그리고 일상으로부터 도망쳐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계나. 그 앞에 서 있는 계나에게, 지명은 다시 한번 손을 내민다. 한국에서, 다시 함께하지 않겠냐고.
4. 한국이 싫어서, 그래서?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에 들었던 의문은 단 하나, ‘그래서?’ 였다. ‘한국이 싫어서’ 라는 문장 뒤에 무언가가 더 붙지 않을까, 그러니까 ‘한국이 싫어서,’ 같은 반점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찾아내고 나면 영화가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내가 깨달은 건, 이 영화의 제목 뒤에는 반점이 아니라 온점이 붙는다는 점이었다. 떠난 이유, 한국이 싫어서. 건조하고 간단한 답이지만 그게 전부다. 영화는 한국이 싫어서, 다음으로 계나가 찾은 어떤 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계나는 그저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또 하고 싶은 대로 삶을 꾸려볼 뿐이다. 그건 ‘뉴질랜드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삶이다.
현실의 여러 문제들을 붙여놓고 보면 영화가 보여주는 계나의 삶은 너무 희망적이기만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한국이 싫은 이유’는 많지 않고, 영화의 끝에는 ‘한국이 싫어서 떠났다’는 결론만이 남아 있으니까. 뉴질랜드로 가더라도 그곳에서 노후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면 뉴질랜드가 자유롭고 따뜻한 곳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마저도 한국에 사는 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답’이 아니다. 그저 또 하나의 삶을 시작한 누군가의 삶, 그 여정일 뿐.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을 하려다가도, 결국 가만히 앉아 지켜보게 된다. 또 다시 이어질 계나의 내일을.
지명의 제안을 마주한 계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다시 해외로 떠난다. 여전히, 한국에 자신의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떠나는 계나에게 여동생은 가족 걱정은 하지 말고 계나만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 계나는 또다시 나아간다. 이 발걸음이 ‘나아가는’ 발걸음이 될지, ‘도망치는’ 발걸음이 될지는, 이제 떠나는 계나의 발끝에 달린 일이다.
-
- <연애다큐>,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록해준다는 것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무언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에 가서 꼭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이 영화를 보고 피로해졌으니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 등의 생각이 드는 것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짐한 것을 꼭 실천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다짐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자'였다.
<오늘 영화>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연애다큐>의 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연인 사이인 교환과 하나는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사전제작지원금을 받기 위해 둘의 셀프 연애 다큐멘터리(프로젝트명: 러브(LOVE))를 촬영한다. 이 다큐는 캠코더를 들고 교환과 하나가 계속 서로를 찍어줌으로써 완성한 작품이다.
이들은 1차에 합격하고, 2차 피칭심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하나의 '변덕'과 예술성 취향의 차이 등을 이유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교환은 둘의 작품이 심사에서 합격하여 사전 제작지원금 500만원이 지급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하나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연애다큐를 다시 찍자고 한다.
헤어진 뒤로 다시 교환과 만날 생각이 없었던 하나는 처음에는 거절한다. 하지만 전시회를 구경하다 300만원짜리 도자기를 깨트려버린 하나는 지원금 500만원 중에서 300만원을 가져간다는 조건을 걸고 결국 교환과 다시 연애다큐를 찍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교환의 가족잔치에도 참여한 하나는 갑자기 다큐를 촬영하러 나오지 않았고, 며칠 후 교환에게 깨진 도자기를 택배로 보낸다.
교환은 깨져버린 도자기를 온 집안에 본드냄새를 풍기며 억지로 다시 붙인다.
그리고 본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도자기를 들고 하나를 찾아간다.
-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내레이션처럼 나오는 대사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히 그 순간의 상대방의 모습을 영구적으로 남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도 함께 기억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은 화면 위에 보여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남긴 사람의 마음도 함께 담아져서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를' 찍느냐- 만큼 중요한 게 '누가' 찍느냐-라고 생각한다.
교환과 하나가 열심히 연애다큐를 찍고 있는 장면들이다.
진짜 내가 한 커플의 연애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 나는 갑자기 아빠에게 교환이를 소개시켜줄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변덕이었다.
두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탔는데 아직 여의도롤 못 벗어나서도 아니고, 지식인에서 봤다는 그 저질스러운 오줌소태 퇴치법이 소용없어서도 아니었다.
그건 그냥 변덕이었다.
'변덕'.
때로는 그 단순하다고 느껴지는 변덕 때문에 많은 모습이 바뀌곤 한다.
변덕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거나 쌓아왔던 어떤 일을 단숨에 그르치기도 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아니다.
변덕 때문인데 뭐 별 수 있나.
- 교환이는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해서 많이 신경쓰는 타입이다.
EIDF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작 공모를 알리는 뉴스에 교환이 자꾸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다. 너무 재미있다.
이런 유머포인트가 정말 너무 진짜 완전 좋다..
보다보니까 약간 무한도전 <TV전쟁> 에피소드에서 자꾸 서성거리는 정준하 같기도 하다.
화면에 자꾸 나오는..
교환: 셀프 연애다큐멘터리 '연애다큐' 가제를 기획한 구교환, 이하나 커플입니다.
이하나 배우와 저는 실제 연인입니다.
이하나 배우는 저희 집에서 같이 삽니다. 아니, 거의 같이 잡니다.
근데 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
하나: 그렇다고 저희가 결혼을 약속한 사이는 아니구요.
구교환 어머님, 구교환 감독님의 어머니께서는 저한테 매우 잘해주십니다.
맛있는 걸 많이 주십니다. 참외는 어디서 사오시는지 껍질채 먹어도 참 맛있습니다.
-
심사위원: 그래서 주제가 뭔가요?
교환: 반지의 제왕에도 주제가 있죠? 뭐, 좆밥 호빗이 큰일을 해낸다든지?
마찬가지로 저희 다큐에도 주제가 있는데요, 그 호빗이··· 아라곤과···
2차 피칭심사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정말 영상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만 전달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이 장면에 가득하다.
주제가 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좆밥 호빗이 큰일을 해내는'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꺼내는 교환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내 웃음포인트이다. 너무 재밌어.. 너무 웃겨
그리고 황급히 하나가 교환의 마이크를 뺏는다.
심사를 마치고 둘은 치킨을 시켜 먹는다.
하나는 양념을 좋아하는데 교환은 후라이드만 주문했다.
그럼 반반을 시키면 되는 거 아니냐는 하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환은 왜 양념을 고집하냐면서 또 카메라를 꺼내든다.
술을 마시다 전시회에 가자는 하나의 전화를 받고 교환은
- 내가 어쩌다 문화예술오타쿠를 만나가지고···
라는 말을 남긴다.
하나는 먼저 와서 전시회의 커플 사진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숙취로 힘들어하는 교환은 뒤늦게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하나는 이런 교환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먼저 전시회장 밖으로 향한다.
사람이 꽉 차 있는 엘리베이터를 본 교환은 얼른 엘리베이터에 탔고, 하나가 가만히 서 있자 하나에게 밑에서 만나자는 수신호를 보낸다.
하나는 이 모습을 가만히 서서 보다가 큰 소리로 웃더니 교환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가버린다.
하나와 헤어진 교환은 노래방에서 변진섭의 '로라'를 열창한다.
실제로 구교환 배우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부른 노래도 로라라고 한다.
완전.. 진짜 다큐다..
영화 <세마리>에서 윤종신의 '부디'를 부르는 교환 배우를 보고도 한 생각이지만 담백하게 노래를 참 잘 부르는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교환은 2차 피칭심사도 합격하여 최종적으로 사전제작지원금 500만원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하나에게 연애다큐를 다시 찍자고 한다.
처음에 이를 거절했던 하나는 전시회장에서 도자기를 깨트리게 되었고, 결국 300만원을 본인이 가져간다는 조건 하에 다시 연애다큐를 찍기로 한다.
<연애다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교환과 하나는 어느 날, 교환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사진관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손님 한 분의 여권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정하면서 교환이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 하나야. 난 이렇게 가게에 손님이 딱 들어오잖아? 그럼 이 사람이 증명사진 찍으러 온 건지, 여권사진 찍으러 온 건지 딱 안다?
내 이 여자도 여권사진인줄 딱 알았어.
눈이 너무 슬프잖아.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여.
'떠날 사람은 준비하는 게 보인다.'
이미 그 눈에서 떠나기로 결심한 슬프고도 단단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말을 하는 교환의 눈빛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교환의 가족잔치에도 초대된 하나는 그곳에서 노래를 불러보라는 가족의 성화에 이선희의 '인연'을 부른다.
- 노래를 부르기로 한다. 난 여배우니까.
하지만 이날 이후 하나는 연애다큐를 찍으러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교환에게 하나가 보낸 깨진 도자기가 도착한다.
교환은 온 집안에 본드 냄새를 풍기며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인다.
- 나는 하나가 왜 도자기를 보냈는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건 이하나의 편지다.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
산산조각나서 온 집안에 본드냄새를 풍기면서 다시 붙여야만 원래의 모습을 간신히 갖출 수 있는 도자기.
하지만 원래의 깨끗하고 정교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하는 도자기.
자칫 잘못 만지면 손이 베여서 다칠수도 있는 도자기.
이미 깨져버린 하나의 마음, 깨져버린 교환과 하나의 사이.
자칫 잘못 건드리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게 되어버렸다.
- 우리 엄마가 너 되게 미워해. 집에 본드 냄새 많이 난다고.
이걸 내가 붙이면서 진짜 생각을 많이 했어.
이렇게 막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거 있잖아.
잘했어. 잘 보냈어, 응.
그리고 교환은 자신이 열심히 붙인 도자기를 하나의 앞에서 떨어트린다.
당연히 이미 한 번 깨졌었던 도자기는 산산조각이 났다.
- 이거 딱 붙여놓고나서 이걸 보니까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든 줄 알아?
봐봐. 안 예쁘잖아.
'안 예쁘잖아'.
이미 깨져버린 도자기는 다시 열심히 붙여봐도 안 예쁘다.
이미 떠난 사람도 붙잡아봤자 그 마음이 이전과 같을 리가 없다. 오히려 더 이질적이다.
교환도 이를 깨진 도자기를 붙이면서 깨달았다.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여봐도 안 예쁘듯이, 이미 깨져버린 하나의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져버린 하나와의 사이도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대사가 나오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유난히 예뻐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기록물들에는 모두 사랑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순간의 장면만 포착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누군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의 마음, 나의 사랑까지 모두 담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누군가 나를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정말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모습을 마음을 담아 기록해준다면.
-
- 에펠 리뷰 - 에펠탑의 모양이 A인 이유
-
전세계가 몰랐던 에펠의 또 다른 이야기
불멸의 탑을 완성한 에펠의 고뇌와 사랑!
자유의 여신상을 완성하고 프랑스로 돌아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천재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은 1889년 파리의 세계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300m 높이의 탑 설계도를 제안한다. 안전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과 예술가들의 탄원서, 언론의 비평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20년전 떠나 보낸 옛사랑 아드리안느를 되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탑을 완성하는데..
TRANSLATE withx
EnglishTRANSLATE withEnable collaborative features and customize widget: Bing Webmaster Portal
-
- [5.18 광주 민주화운동]택시운전사와 화려한휴가/5.18 영화이야기/ 5.18 40주년
#화려한휴가#택시운전사#518광주민주화운동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여 영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1.25배속 추천!
-------------------------------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가수:서영은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oWjVu...
----------------------------------------------
본 영상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습니다.
-
- 영화 <썰> 티저 예고편
“내 얘기 들어볼래?”
일주일에 무려 200만원, 핵이득 꿀알바 VVIP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공시생 ‘정석’(강찬희)이 인적 드문 산골에 위치한 저택을 찾는다.
역대급 말빨을 장착한 선임 알바생 ‘이빨’(김강현)은 만나자마자 쉴 새 없이 썰을 늘어놓고,
그 와중에 일명 전설의 10초녀 ‘세나’(김소라)가 눈앞에 등장한다.
믿기 힘든 썰의 스케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데…
단단히 도른자들의 B급 전쟁이 시작된다!
-
-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파이널 예고편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 세계를 구하기 위한 위대한 여정의시작!?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파이널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