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7 15:03:45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북미 박스오피스 올해 최저 수익 기록, 위기에 빠진 극장가

극장가의 위기는 팬데믹 이후 매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가 총 5,470만 달러로 올해 최저 주말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파라마운트의 신작 <노보케인>이 누적 수익 870만 달러로 1위를,
<미키 17>과 <블랙 백>이 누적 수익 약 750만 달러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한 주말 동안 단 한 편의 영화도 1,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썰렁한 극장가에 곧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실사영화 <백설공주>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펼친 인상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 레이첼 지글러가 주연을 맡은 <백설공주>는
북미 개봉 첫 주 5,000만~5,6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대받고 있습니다.

국내 극장가 역시 한산하긴 마찬가지입니다.
1위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주말 관객 수 32만 명을 불러들여 누적 관객 수 2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인기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제작한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이 누적 관객 수 20만 명을 돌파하며 2위를,
교황 선거를 다룬 <콘클라베>가 지난주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 개봉했던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 영화인 <인어공주>가 국내 누적 관객 수 64만 명에 그친 가운데,
오는 19일 개봉하는 새로운 프린세스 실사 영화 <백설공주>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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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역대 수상작 & 화제작 모아보기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는 매년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로 최초의 국제영화제인데요. 영화제 상징물인 ‘사자’ 형상이 들어간 ‘황금사자상’이 최고권위상으로,
한국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수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오늘은 역대 황금사자상 리스트와 2023년도의 화제작들을 정리해 보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작품이황금사자상을 수상할 것같나요?
‘황금사자상’이란?
3대 국제 영화제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 상으로, 영화제에 출품된 최우수 작품에 수여된다.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 베를린 영화제의 황금곰상에 해당한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제 79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사진 작가 낸 고린의 커리어와 제약회사 창립가 새클러가의 몰락을 다룬 작품
<레벤느망>
제 78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노매드랜드>
제 77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경제적 붕괴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후 남겨진 ‘펀’.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작은 밴과 함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 위의 세상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게 되는데
<조커>
제 76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고담시의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 하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맨 정신으로는 그가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짜 ‘조커’를 만나라!
<로마>
제 75회 황금사자상 수상작 /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한 중산층 가족의 젊은 가정부인 클레오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흘러간다. 감독 자신을 키워낸 여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이 작품은 197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 격랑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가정을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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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는 본사 출입 못해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의 대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 최대 OTT 플랫폼 회사인 넷플릭스 또한 백신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스트리밍 전문 대기업은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든 직원에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새로운 규정에는 본사 방문자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합니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업무를 위해 잠시 들리는 방문자라도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이미 할리우드 스튜디오 최초로 미국 전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관련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제작진에게 예방 접종을 의무화한 바 있죠. 이러한 규칙은 배우, 감독 그리고 제작진들이 일하는 영화나 텔레비전의 부분들을 일컫는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 용어인 ‘Zone A’에서의 모든 사람들을 포함했습니다.
노동절 이후, 넷플릭스는 재택 근무에서 사무실 정상 근무로 변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그러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사무실은 백신을 접종했을 경우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지만, 직원들은 당분간 재택 근무를 계속 시행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참고로 현재 대부분의 인력이 원격으로 일하는 반면, 소수의 직원들은 대유행 기간 동안에도 이 스트리밍 회사의 본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북미 대기업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백신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월트 디즈니사는 직장인 및 비노조 근로자(non-union hourly employees)들이 그들의 작업 공간에서 일하기 전에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월마트도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려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죠. 구글의 경우, 출근 재개 시점을 9월에서 10월 18일로 늦췄습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사무실을 두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코로나 확신을 위해 마스크 의무화를 다시 실시했다고 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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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진실은 사실과 맥락의 만남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유럽을 탈환하려는 영국군은 시칠리아 상륙을 앞두고 마치 그리스가 작전 목표인 것처럼 히틀러를 기만할 작전을 궁리한다. 이미 독일군의 방어선이 시칠리아 배치된 가운데, 그들을 꾀어내려는 영국군의 수많은 작전들은 모두 실패로 귀결된다. 그러던 중 해군 정보장교 ‘이웬 몬태규(콜린 퍼스)’와 ‘찰스 첨리(매튜 맥퍼딘)’는 부관인 '이언 플레밍(자니 플린)'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른바 ‘민스미트 작전’을 계획한다. 익사한 해군 장교로 위장한 시체에 가짜 작전 계획을 흘려서 독일군이 자연스럽게 영국군의 기만책에 속도로 만들자는 것. '고드프리(제이슨 아이삭스)' 제독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처칠(사이먼 러셀 빌)'은 민스미트 작전의 시행을 지시한다. 이에 몬태규와 첨리는 '진(켈리 맥도널드)'과 '헤스터(페넬로페 윌턴)'의 도움을 받아 런던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를 영국의 해군 장교 ‘윌리엄 마틴’ 소령으로 위장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었던 듯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사진과 공연 티켓도 준비하며 빈틈없는 첩보 작전을 준비한다.
'민스미트 작전'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지중해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서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를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작전이다. 흔히 민스 파이로도 알려진 영국의 전통 음식인 '민스미트(Mincemeat)'라는 이름에서 이 작전은 그 목적이 드러난다. 고기(meat)라는 이름과 달리 말린 과일과 스파이스, 으깬 사과, 시트러스, 견과, 그리고 (때때로) 약간의 브랜디로 속을 채운 음식처럼, 연합군의 공격을 예측해 시칠리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독일군을 유인하기는 미끼를 던지는 작전인 것이다.
통상적인 첩보영화와는 다른 <민스미트 작전>
그래서인지 <미스 슬로운>으로 이름 알린 존 매든 감독과 <1917>, <이미테이션 게임>의 제작진이 만난 <민스미트 작전>은 전쟁에는 보이는 전쟁과 그렇지 않은 전쟁이 있다는 독백을 통해 첫 장면부터 서로 속고 속이는 첩보작전의 내막, 그 회색 지대의 전쟁을 펼쳐 보일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즉, 앞으로 두 시간 동안 '민스미트'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민스미트는 바로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윌리엄 소령의 스토리다. 문제는 스토리라는 민스미트가 누군가에게는 예상과 달리 달고 맛난 반면에,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민스미트는 단지 독일군만 속일 뿐만 아니라, 작중 주인공들도 낚고, 심지어는 관객들까지도 낚아채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스미트 작전>에서는 흔히 첩보영화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공식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거대한 전투씬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스파이 간의 치열한 정보전이나 속고 속이는 간계나 음모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작전을 세우고, 상대가 속아 넘어오도록 기다림을 가지고 미끼를 흔드는 과정보다는 윌리엄 소령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 더 주목한다.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군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그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닮은 사람을 골라 가짜 신분증을 만들고, 그의 성향과 성격도 가정하고, 있을법한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만드는 세세한 과정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민스미트 작전>에는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고충으로 가득하며, 이는 통상적인 첩보영화에 가득한 팽팽한 긴장감과는 다른 결의 긴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감도는 이유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사실과 맥락
흥미로운 것은 몬태규와 첨리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드는 방식이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지적한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리프먼은 그의 저서 <여론>에서 "진실의 기능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내 그 사실들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은 개별적인 사실을 파악하는 것과 그것들의 조합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즉, 사실이 눈에 보이는 텍스트(text)라면 그 텍스트들이 모인(con) 연관성, 곧 맥락((context)을 파악해야만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스미트 작전' 역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사건이나 사안은 윌리엄 소령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그 사건들이 위치한 맥락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에 빠져 익사한 시체와 작전 계획, 연애편지가 텍스트라면, 그것들의 조합은 특정한 맥락 안에서만 의미가 생긴다. 이 작전의 본질은 각각의 사실이 갖는 취약성과 위험성을 간파해 역이용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사실과 맥락의 관계성을 그저 독일군을 상대할 작전의 영역에만 국한시키지 않는 대신, 독일군을 낚을 미끼를 만드는 주인공들의 삶으로 확장시킨다. 그렇기에 영화의 진면목은 그저 독일군을 속일 진실을 만들어 내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한 사실을 어떠한 맥락 안에서 풀어낼 것인지 고뇌하는 대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인물들의 고충은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된다. 우선 하나는 첩보영화에 걸맞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이다. 직속상관인 고드프리 제독으로부터 몬태규의 동생이 소련의 첩자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듣고 몬태규를 감시하게 된 첨리.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실과 사건은 몬태규도 첩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해 지배된다. 반대로 동생이 그저 한량이라고 생각하는 몬태규는 첨리가 증거로 내세운 동생의 각종 활동 사항이 그저 유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첨리에게 날을 세운다.
다른 하나는 로맨스다. 윌리엄 소령을 창조해야 하는 몬태규는 직원인 진의 사진과 실제 사연을 빌리고, 그녀가 직접 쓴 연애편지를 이용해 윌리엄의 가짜 연인을 만든다. 이 로맨스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몬태규는 그의 약혼반지를 구매한 후 약혼녀의 모델인 진의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클럽에 드나들면서 생생한 연애 감정을 만든다. 문제는 몬태규와 진의 업무라는 단편적 사실이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세 개의 이야기와 삼각관계를 자아낸다는 점이다. 진을 짝사랑하는 첨리는 상관과 부하 직원의 관계 이상으로 보이는 둘을 보면서 질투에 사로잡힌다. 첨리에게 몬태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 진은 그간 봐온 몬태규의 모습과 그로부터 로맨틱한 감정도 가짜라고 단정 짓는다. 자신이 그저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몬태규는 뒤늦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영화는 독일군이 볼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왜곡시켜야 할 이들이 정작 눈앞에 놓인 퍼즐 조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 다른 맥락 안에서 사실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감동
<민스미트 작전>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 앞에서 눈물 흘려야 했던 이들의 개인적 고뇌와 실패를 다시금 군사 작전을 둘러싼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윌리엄 소령의 시체를 스페인 해안가에 보냄으로써 입안한 작전을 모두 실행에 옮긴 몬태규와 첨리. 이제 본인들도 독일군이 보여주는 파편적인 사실만을 통해 나치의 계획을 간파해야 하는 만큼, 그들은 제한된 사실만 볼 수 있는 독일군이 의도한 대로 잘못된 맥락을 추론하기만을 기도한다. 이때 그들이 독일군의 반응과 시칠리아 상륙 작전의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을 맛 본 이상 그들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빠질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나치의 스파이를 모두 파악하여 감시하고 있다고 자신하던 차에 난데없이 등장한 새로운 스파이의 존재가 몬태규와 첨리의 갈등과 삼각 로맨스, 그리고 그들의 작전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 이유다.
한편,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의 끝은 사실과 맥락의 관계를 비틀어 뭉클한 감동을 안기기도 한다. 성공적인 기만 작전 덕분에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는 데 성공한 연합군. 경미한 희생이 있었을 뿐이라는 처칠의 전보는 이를 두고 기뻐하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나 전보의 글자 사이사이에는 검은 연기로 가득한 가운데 사망자와 부상자를 수송하는 시칠리아 해변의 풍경이 숨어있다. 몬태규와 첨리도 긴 시간 매달린 작전이 성공했는데도 소소하게 자축한다. 이렇게 영화는 동일한 사실도 다른 맥락 사이에 놓인다면 기쁨과 슬픔, 또 허망함이라는 상이한 감정을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짜 윌리엄 소령의 무덤을 비추는 엔딩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국가적 시점에서는 영웅이지만, 가족에게는 그저 실종된 남매이자 아들이다. 사회 공동체 입장에서는 희생정신의 상징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의 희생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묘비를 비추는 장면에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정반대로 갈릴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민스미트 작전>은 적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운다는 절박함 만큼이나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듯 보이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해군 정보국장 부관이자 <007> 시리즈의 작가인 ‘이안 플레밍’이 있다. 영화는 ‘민스미트 작전’의 초안이 된 ‘송어 메모’를 작성한 바 있는 그가 마치 007 시리즈의 일부 구절을 집필하는 듯 독백하는 장면으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룬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어떠한 맥락 안에 사실의 조각들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예술가의 고뇌와 번민을 전쟁영화의 틀을 빌려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작가라고 외치는 첨리의 대사나, 'M'과 MI6의 존재를 비롯해 해군 장교 출신인 제임스 본드의 유래를 암시하는 대목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문제는 이처럼 사실과 사실을 엮는 맥락, 그리고 사실을 통해 진실을 유추하는 이야기가 일관된 주제를 전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스미트 작전>이라는 제목을 보고 관객들이 기대할 장르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집필해 독자들이 납득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주인공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의 고뇌를 다루는 영화의 감동은 첩보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첩보 장르 치고는 쫄깃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많다. 즉, <민스미트 작전>은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전 정보라는 사실을 통해 관객들이 만들어낸 첩보 영화 내지는 전쟁영화라는 콘텍스트와는 다른 진실을 선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독일군을 속이려는 영국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연적을 속이는 주인공, 그리고 전쟁영화와 첩보영화의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로맨스와 예술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의 민스미트는 상반된 반응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간파한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탄탄하고 깊은 메시지로 가득한 파이를, 기대와 다른 내용에 속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실망 가득한 파이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꽤나 시원시원한 전개와 템포가 상당히 빠른 편집 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자의 재미만으로도 러닝타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A(Acceptable, 무난함)
사실, 맥락, 진실의 관계로 속을 가득 채운 민스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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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지켜온 침묵을 벗어나게 해 준 것
숲 속
밖으로 나오기 싫었다. 분명히 자기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던 코오트. 그냥 무시할까 싶었지만 소녀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점점 더 굽어지는 허리. 집 안에 들어가도 숨고 싶은 기분이다. 침대 밑 공간으로 들어가는 코오트. 유달리 말이 없는 소녀 코오트에게 가족이란 족쇄 같은 존재다. 사실 이 집에 엄청난 경사가 있다. 바로 코오트의 동생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도 코오트는 영 기쁘지 않다. 어두운 낯빛. 가족 안에서 유달리 겉돌던 코오트. 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오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뭔가를 빌려 뭔가를 마시고 싶었던 코오트. 음료수 마시려고 책상에 놨다. 남자 애들이 그 찰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책상을 퍽 치고 지나간 아이들. 잔에 동동 띄어놓은 음료수가 모두 옷으로 튀었다. 화가 난 코오트. 하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코오트에게 침묵은 익숙했으니까.
아버지에게로 향한 코오트. 차에 탔다. 누군가를 태우는 코오트의 아버지. 어머니는 아니다. 젊은 여자였다. 이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더라도 아버지의 내연녀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건 ‘경마 책 좀 읽으면 안 돼?’라는 말이다. 여전히 어두운 조명이 드는 집 안.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던 도중 부모님의 대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다. 바로 코오트의 동생이 나오기 전까지 주인공이 친척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집 하나. 중년의 여자가 환한 표정으로 코오트를 반긴다. 그 순간, 메말랐던 코오트의 삶에 화사한 빛이 내려온다.
밝거나 어두운 집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부분은 조명이었다. 글쓴이는 집의 대비를 어떻게 줬는가? 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도입부. 코오트가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두운 집. 가난한 집안이라는 경제적인 세팅이 있지만 한낮에 어두울리는 없다. 이야기에서 코오트의 원래 집이 언제 들어가는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이 연출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두운데 사람에 물건에 화면에 온갖 것이 다 들어가니 안 그래도 갑갑한 기분이 더 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집에서 빛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서 써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사촌 에블린에 집에 도착했을 때의 장면이다. 주인공이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층계를 올라간다. 빛이 들어가는 방향은 환하지만 그 아랫부분은 어둡다. 이 색채 대비는 사실상 코오트의 내면세계와 대비된다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공간에 왔기 때문에 빛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둡다. 또 다른 연출요소로는 ‘속박’을 어떻게 형상화했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임팩트를 준 연출 역량이 돋보인다. 이렇게 영화는 소담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꼼꼼하고 섬세하게 미장센에 힘을 줬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영화에서 강점으로 뽑을 수 있는 부분은 화법이다. 영화는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 근거로 코오트의 캐릭터 세팅을 꼽고 싶다. 말이 없다는 것. 그동안 코오트 가족이 주인공을 기죽게 키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설정이 유효하다. 이 속성은 주인공의 어떤 특징과 이어질까? 사회성과도 이어진다. 이 인물은 이야기를 전개하며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영화 내내 노출한다. 이 부족한 사회성에 관한 인물들의 리액션이 아주 흥미롭다. 또 부족한 소통방식으로 인해 에블린 가족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어떻게 대비되는지를 봐도 역시 흥미롭다. 단순히 기능적으로만 딱 갔다 붙여 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 설정 역시 이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식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말이 없다는 것. 왜 말이 없을까? ‘어떤 것’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주인공을 향한 어떤 종류의 말은 많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것은 주인공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말과 ‘어떤 것’이 동격에 놓이는 연출에 유심히 집중하신다면 감상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또 소소하게 살리는 요소들이 아주 흥미로웠다. 바로 말과 소의 대비다. 당연히 코오트가 시골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농장 묘사가 들어가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것은 도박을 묘사하는 방식이 되고 다른 것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능하게 한다는 점이 대비된다. 이는 후반부에서 비슷하게 대비된다. 두 가족의 입장? 후반부에 드러난다. 이 가족이 처해있는 상황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극 중에서 물을 활용한 방식도 마찬가지다. 가장 결정적인 대비는 엔딩에서 드러나는데 이 부분까지 집중한 채로 보신다면 영화의 연출이 얼마나 꼼꼼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영관 좀 늘려줘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부분은 역시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 장면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확히 의/식/주의 요소를 영화에서 다 품고 있다. 우선 옷의 관점. 이 옷에 관한 연출은 이야기에서 핵심으로 작동하고 강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식과 주에 관한 부분이다. 먹는 것. 초반부 카이트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에서 가족들이 뭔가 먹고 있다. 여기서 어두운 조명 탓에 뭐 먹는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초중반부를 넘어서 보면 숀이 카이트에게 주는 것들이 화면비에 비해 두드러지게 촬영한 부분이 이에 대한 예시다. 촬영으로 카이트의 내면 묘사를 구성한 것이다. 다음은 집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에서 카이트는 어떤 일을 벌인다. 당황하는 에블린. 이 사건에 대해 잘 생각해 본다면 역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어떤 집에서는 이런 행동을 벌이지만 자기 집에서는 침대 밑에 숨는다. 심지어 자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대비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의식주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펼쳤는가? 주인공의 위치로 인한 대비(집)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전적으로 카메라의 방향과 관련이 있다. 주인공은 말이 없다. 왜 말이 없을까? 자기를 둘러싼 폭력은 잦지만 반대측면에서 부족했던 뭔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말이 없으면 어떻게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지? 주인공의 시점 쇼트다. 주인공이 어느 것을 바라보는가. 주인공의 표정은 어떤 형태인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어떤 모습인가. 친절하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보다 코오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 것이다. 이는 각자가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와도 관련이 있다. 왜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전달이 이뤄지는가?를 보여준 이 영화가 수작으로 뽑힐 만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은 이렇게 우리가 그 감정에 동참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상영관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묻히기엔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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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조에 의한, 공조를 위한 공조.
공조 2: 인터내셔날을 보기 전에 1을 봤지만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막연함이 가득했다. 78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호평으로 가득했던 공조 1가 나에겐 그렇게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그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도 잠시 이번엔 1보다 더 커진 스케일로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에 공조 2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미국 FBI 잭은 마약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긴 시간을 들인 끝에 장명준을 체포하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북한 형사 림 철령이 등장해 북한으로 자신이 호송하겠다며 눈앞에서 장명준을 빼앗긴다. 그렇게 공항으로 향하던 중에 탈출해버린 장명준, 그들은 장명준을 잡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향하고 남한 형사 진태, 북한 형사 림 철령, 미국 FBI 잭의 믿을 수 없는 공조가 시작된다.
초반부터 크게 벌어지는 액션은 과한 슬로우 모션을 제외하면 볼거리가 넘친다.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에도 1과는 조금 다른 긴박함으로 인해 몰입감을 더한다. 그리고 영화의 전반부를 차지하는 그들의 삼각 공조는 입담과 외모를 가미한 액션이 돋보인다. 삼각 공조에 이어 삼각관계(?)까지 연상되는 의외의 로맨스가 모두의 박수를 일으킨다. 다만 새로운 등장인물의 입지가 그들 사이에 자리 잡기엔 애매해서 다소 아쉽다. 현재의 시대를 반영한 철령과 잭 싸움에 진태 등 터지는 순간들이 씁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추석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조 2: 인터내셔날'이 쉴 새 없이 커진 액션과 코미디로 성큼 다가왔다. 1과 비슷하겠거니 하며 기대감이 0인 상태에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관에서의 현장감을 제대로 느끼며 보아서 인지 객관적인 평가가 좀 어려웠다. 내 기준에서는 액션과 코미디가 적절하게 이루어진 영화였기에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다.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다룬 예술 영화도 물론 좋은 영화지만 온 가족이 영화관에 가서 재미있게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영화도 좋은 영화에 속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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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사라진 여자와 퀴어를 영화로 기억하는 법
럭키, 아파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영끌’로 작은 아파트를 장만한 9년 차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 이제 행복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다. 그런데 잘 나가던 희서는 회사의 남성 동성 친밀성 사회에서 배제당해 성과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희서의 가족은 그녀에게 이성애 결혼을 계속 압박한다. 희서가 아파트 마련 비용을 대부분 마련한 데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선우는 배달 일을 하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지만 일하다 다리를 다쳐 오히려 걱정만 끼친다. 집을 마련하기 위한 대가는 두 사람의 생각보다 거대했다.
문제는 이 모든 문제를 감내할 감정적 토대의 근원이 되어주어야 할 아파트에조차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점. 선우와 희서는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괴로워하다 그 냄새가 혼자 살던 할머니가 고독사한 후 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희서가 회사와 원가족 일로 지친 사이 선우는 홀로 그 할머니에 대한 조사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지독한 냄새에서 레즈비언 친밀성의 계보를 발견하고, 그 계보를 통해 위기의 희서와 선우는 다시금 단단해진다. 어느 ‘무연고자’가 남긴 삶의 조각들을 차근히 채워나가는 집요함으로 그려낸 이 계보는 기록‧기억되지 않고 스러진 소수자의 삶을 복원하고 상기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펼쳐내 보인다.
양양
한국경쟁
자신이 화목한 가정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랐다고 생각하는 주연은 어느 날 술 취한 아빠와의 통화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고모처럼 되지 말아라.” 1953년생으로, 이십 대 초반에 자살한 고모 이야기였다. 이미 장성한 성인인 주연은 혼란을 느낀다. 왜 지금껏 고모의 존재조차 몰랐던 걸까? 왜 이제껏 가족 중 누구도 고모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걸까? 주로 여성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주연은 이제야 이름을 알게 된 고모 양지영의 삶을 추적해보기로 한다.
감독의 탐구는 ‘화목한 가정’이라는 자기 믿음을 처음부터 재검토하는 데서 시작한다. 남아 선호 사상이 당연하던 시절에 장녀로 태어난 고모는 공부를 잘했으나 서울로 대학 가는 일을 허락받지 못했다. 취재를 이어나가면서는 고모가 오늘날의 교제 살인을 당했으리라는 분명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한다. 쉬쉬하던 어른들이 수수께끼처럼 던진 말은 고모의 죽음이 ‘개인적 비극’이라는 느낌을 줬지만, 감독이 취재한 고모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에 더 가까웠다. 고모는 남자친구 집에서 죽었다는 이유로 가족조차 이 일을 쉬쉬했기에 이제껏 온당한 추모를 받지 못했다. 이 뒤늦은 추모는 죽은 지 50여 년 후에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조카에 의해 이뤄진다. ‘조카’이자 ‘후배 여성’인 양주연이 양지영의 삶을 복권하는 과정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개인적 비극을 사회적 비극으로 재해석하여 가족의 서사를 전체 여성의 서사로 확장한다.
말께리다스
프론트라인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칠레의 감옥에 갇힌 여성들이 핸드폰으로 몰래 촬영한 저화질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대체로 가난하고,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자주 감옥에 들락거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카메라가 주로 찍는 건 아이들이다. 이 여성들은 아이가 2살이 될 때까지만 직접 돌볼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아이를 밖으로 보내야만 한다. 그러나 가난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졌을 때 엄마와의 연결성이 극적으로 취약해지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엄마들은 애틋하고 간절하게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게 하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곁에 둘 수 있다는 듯이. 이 엄마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이들의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는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는 진심을 담아 촬영한 조악한 영상으로 이 강제된 이별에 어떤 방식의 인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쉬이 설득해낸다. 진심을 다해 돌봐줄 엄마가 사라졌을 때 아이들이 또 다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여성 수감자들끼리의 사랑과 그들이 만들어낸 촘촘하고 따뜻한 네트워크, 열악한 감옥에서의 삶 등을 두루 망라해 보여주는 이 영화는 긴급한 호소로 읽힌다. 어머니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정원의 운율
영화보다 낯선
베를린 외곽. 트레일러들이 수풀 속에 불규칙적으로 늘어져 있다. 퀴어 페미니스트 그룹 ‘몰리스’가 거주하는 곳이다. 영화는 공동체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그 작은 세계의 분위기와 리듬을 관객이 직접 감각할 수 있도록 차근히 전한다. 꽃, 고양이와 강아지, 독서, 클럽 음악, 피어싱, 타투 등등. 서로 그리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 대상들이 나름의 관계성으로 얽혀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경관을 펼쳐낸다.
그러나 이 공간은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 한 비정규직 구성원의 사회적 취약성과 마찬가지로 그 토대가 연약하다. 꽃 안으로 극단적으로 파고들어 오랫동안 머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마치 그 안으로 들어가면 트레일러 주변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리를 막을 수 있다는 듯 집요하다. 하지만 공사 소리가 가까워지는 일을 중단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소수의 사람이나마 기대고 쉴 수 있었던 이곳은 “있었지만, 이제 없다”. 영화가 기록한 이들 정원의 운율은 계속 울려 퍼질 수 있을까?
힘을 낼 시간
한국경쟁
망해버린, 26에 은퇴한 아이돌 멤버 셋이 제주도로 뒤늦은 수학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더는 아이돌이 아님에도 여전히 아이돌로서 훈련받은 것들을 몸에서 떨쳐내지 못한다. 지난 시간 생존하기 위해 혹독히 견뎌냈던 것들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이들을 자꾸만 붙잡는다. 그러나 K-POP 아이돌 ‘산업’에서 ‘상품’이 되지 못한 이들이 겪는 문제들을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세세히 짚어내는 이 영화의 주요 정서는 역설적이게도 희망이다. 내내 이들을 실패한 과거에 붙들어 매는 것들이 불쑥불쑥 소환되지만 그 이면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결심, 즉 힘을 낼 시간이라는 깨달음이 있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내내 절망적인데 영화가 내내 희망의 질감을 보인다는 역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절망과 희망의 기묘한 공존과 끝내 희망의 손을 들어주는 여정은 매우 흡인력 있다.
그리고 예라가 있다. 자살한 아이돌 멤버 예라는 이 셋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세 친구는 예라를 추모하고 자신들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힘을 낼 시간〉은 캐릭터의 앙상블과 아이돌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취재 내용이 청년을 위로하는 서사와 깊이 어우러지는 따뜻한 영화다. 당신이 나처럼 K-POP 아티스트를 사랑한다면, 그들에게 위로받을 때마다 이 영화를 함께 떠올리며 그 자리에 서지 못한 다른 얼굴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위 영화의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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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7] 물회와 함께 펼쳐지는 남녀의 느와르- 낙원의 밤
신세계, 마녀의 박훈정 감독이 신작 낙원의 밤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엄태구와 전여빈, 차승원 배우와 함께 돌아왔는데요.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가 되었어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을텐데, 영화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엄태구 배우나 전여빈 배우의 연기는 좋은데,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의 감정들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고 중얼거리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불편했어요.
느와르 장르의 색깔은 들어가 있지만 일단 어색하게 만나서 연대의 끈이 생기는 남녀의 드라마가 중점적으로 이어집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은 영상을 참고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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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6] AI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with. 손동완 감독)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00:00 영화를 많이 찍어보는 것 04:43 첫 번째 영화 [바퀴] 09:58 두 번째 영화 [캐비닛] 11:29 두려움에 관하여 14:58 세 번째 영화 [잘 들었어요] 19:05 노래방 이야기 21:04 하남자들의 이야기22:59 [하얀 꿈] 이야기 & 다시 노래방 이야기 24:30 네 번째 영화 [레디 액션 영화 속으로] 28:31 연기에 관하여 & 사투리에 관하여 31:15 시나리오에 관하여 34:13 다섯 번째 영화 [리콜] 35:54 AI에게 자아란? 41:03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나? 51:24 장편 영화 이야기 55:15 다음에 찍고 싶은 단편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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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잇츠 어 신>
[2021년 3월 24일 왓챠 공개]
“게이만 걸리는 병?, 영국에서 남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정체불명의 병이 런던을 덮치고, 리치와 친구들의 삶은 위협받는다.
하지만 온 세상이 등을 돌릴 때, 그들은 서로를 붙들며 노래한다, 라! 라!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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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날씨의 아이> 4K UHD 예고편
비가 그치지 않던 어느 여름날,
가출 소년 ‘호다카’는 수상한 잡지사에 취직하게 되고
비밀스러운 소녀 ‘히나’를 우연히 만난다.
“지금부터 하늘이 맑아질 거야”
그녀의 기도에 거짓말 같이 빗줄기는 멈추고,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빛이 내려온다.
“신기해, 날씨 하나에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하지만, 맑음 뒤 흐림이 찾아오듯
두 사람은 엄청난 세계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흐리기만 했던 세상이 빛나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