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9 16:09:18
마음을 사로잡는 레드, 강렬한 색감의 영화 -9-
Color: RED
❣️[Cinelab Curation]❣️
이번 주에는 강렬함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빨간색이 인상적인 영화를 들고 와 봤습니다.
영화에서 빨간색은 파워, 열정, 공포, 분노, 폭력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담은 은유적 표현의 하나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죠.
색감이 주는 강렬함 때문인지 포스터에서도 빨간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 큐레이션에 등장하는 <콘클라베>, <더 폴> 뿐만 아니라
<위플래쉬>, <퇴마록>, <에밀리아 페레즈> 등 현재 박스오피스에도 빨간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포스터들이 많네요..!
여러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빨간색이 가득한 영화는 무엇이 있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
Relative contents
-
- [BIFF 데일리] 책 속의 등장인물이 현실에 나타났다
- 6명의 등장인물Six CharactersCast감독: M.L. 뿐드헤바놉 데와쿤출연: 마리오 마우러, 탁손 팍숙차레른, 케마닛 짜미콘, 나타폰 떼미락, 챠이야폴 줄리언 포우파르트, 빠껀 찻버리락Synopsis긴장감이 감도는 영화 세트. 호러영화를 촬영하려는 감독은 무척이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제멋대로인 배우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여섯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죽은 작가가 남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은 낯선 이방인들을 비웃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는 치명적인 가족의 이야기에 도취되기 시작한다. (출처: 부산국제영화제)Review부산국제영화제에 태국 영화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네.드라마 <상속자들>의 대사 ‘사학루등’을 아시나요?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네.” 드라마가 종영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센세이셔널한 대사인데요. 감히 이 대사를 패러디할 정도라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된 태국 영화를 향한 제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태국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탓인지, 좌석이 매진되어 하마터면 영화를 보지 못할 뻔했습니다. 상영 직전에야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죠. 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 들어섰습니다. 낯선 태국어만큼이나 생경하고 신선한 영화 <6명의 등장인물>을 소개합니다.⊙ ⊙ ⊙감독, 배우, 그리고 인물(Character)의 이야기<6명의 등장인물>은 이탈리아의 극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의 희곡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작품을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키워드로 소개하는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인 감독과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죠.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떠올릴 때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 바로 이야기 속 인물들입니다.이 영화의 골자는 원작과 유사합니다. 죽은 작가의 등장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준비 중인 연출진과 배우들 앞에 나타나 자신들의 삶을 설명하고 호소하죠. 극을 이끄는 건 감독과 배우여야 마땅하나, <6명의 등장인물>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건 책 속에만 존재해왔던 인물들입니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어느 순간 관객이 되어, 배우보다 더 배우처럼 격렬하게 무대를 장악하는 인물들을 그저 지켜봅니다.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어야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그들은 고삐 풀린 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해냅니다. 독자 또는 관객의 흥미에 따라 외면되곤 했던 인물들의 숨은 사정을 조명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 ⊙원작의 철학을 녹여내는 이 영화만의 방법영화 촬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6명의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스토리텔링되는 사건,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 관객을 향한 독백 같은 대사,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들과 짐짓 꾸며낸 듯한 과장된 제스처와 말투까지. <6명의 등장인물>은 어찌 보면 조악한 연극 같아 보입니다. 극의 전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데가 하나 없습니다. 영화를 찍으려고 모인 사람들이 영화를 찍기는커녕, 어디선가 난데없이 나타난 인물들의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버리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원작자 루이지 피란델로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철학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영화의 접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헛되고 실체가 없다”고 말한 피란델로는 인간의 부조리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거든요. 작가가 정해놓은 대로 살아가는 인물들마저도 진실의 일면만을 설파하며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내려 한다는 ‘의붓딸(6명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의 고백에서 피란델로의 철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무의미하고 불합리함으로 점철되어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느 것이 현실이고, 이야기인지, 누가 배우이고, 인물인지 끊임없이 모호하게 하는 <6명의 등장인물>. 아마도 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과한 연극적 요소와 조악함, 불합리함 등은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을 영화적 방법으로 표현해내기 위한 선택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상상에 인간의 부조리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더한 작품, <6명의 등장인물>. 이야기 속 인물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상상은 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태국어 원제 <มายาพิศวง>를 안 살펴볼 수 없죠. มายา는 기만이나 속임, พิศวง는 기이하게 느끼거나 의혹을 품는 것을 뜻합니다. 결국 기이한 속임, 의심스러운 기만으로 풀어볼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을 해야 한다면 딱 저 제목을 빌리고 싶습니다. “기이한 속임과 의심스러운 기만.” 6명의 등장인물의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혹시 기만은 아닌지 의심하다 보면, 진실과 거짓, 현실과 이야기를 오가는 기이한 속임을 경험하는 작품. 제목처럼 묘하고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Schedule in BIFF2022.10.06(목)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6:302022.10.07(금) 영화의전당 소극장 12:302022.10.0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3:30부산국제영화제 기간: 10월 04일 - 10월 14일
-
- 시공간을 초월해 생생히 빛나는 아빠와 여름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1살이 된다면 뭘 하고 싶어?” 11살의 소피(프랭키 코리오)는 아빠가 궁금하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소피는 아빠 캘럼(폴 메스칼)과 단 둘이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의 설렘도 잠시 호텔에서부터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지친 몸을 끌고 도착한 숙소의 프론트에는 아무도 없다. 겨우 방에 들어갔지만 예약과 달리 침대는 하나뿐이고 겨우 얻게 된 침대는 소파처럼 작다. 수영장 옆은 시끄러운 공사가 한창이다. 모든 것이 매끄러운 완벽한 여행은 아니지만 부녀는 그들만의 휴가를 즐긴다. 이들의 휴가는 캠코더 안에 새겨진 영상처럼 생생하고 빛바랜 모습으로 아로새겨진다.
캘럼은 11살 딸 소피를 캠코더로 열심히 담는다. 소피 역시 30살의 아빠 캘럼을 찍는다. 부녀는 서로를 캠코더에 담으며 그간 부재했던 추억을 쌓아간다. 우리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두 부녀 역시 캠코더로 그들의 시간을 붙잡아둔다. 캠코더에 담긴 서로의 시간은 박제되고 축적되어 영속성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서로를 찍는 부녀의 모습만 아니라 휴가의 모든 장면을 담는다. 내리쬐는 햇살과 일렁이는 푸른 물빛, 아빠와의 다정한 대화 그리고 웃음. 이 짧은 휴가는 캘럼과 소피의 가장 평화롭고 즐거웠던 시절이며 동시에 수면 아래에서 일렁이는 불안이 흘러넘치기 직전의 시절이었다.
평범한 부녀의 바캉스에 불안의 감각이 아스라이 깔려있다. 이 불안감의 원인 중 하나는 소피의 호기심과 성장이다. 소피는 종종 염려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술 마시며 노는 청소년들과 어울리고, 또래의 남자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혹은 소피의 독립심과 성적 호기심이 어떤 사건을 자초하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된다.
한편 캘럼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려 하지만, 연약한 우울과 짙은 피로에 덮여 있다. 캘럼은 휴가가 끝나고 난 뒤 소피를 사랑한다는 엽서를 남겨 놓고, 어두운 바다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소피에게 당구와 수영을 가르쳐 준 캘럼은 이제 호신술을 가르쳐 주려한다. 조급한 그의 가르침은 소피에게 의아하기만 하다. 또래보다 성숙한 소피는 아빠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이제 스스로 선크림을 바르려고 한다. ‘괜찮다’라고 한다. 벌써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어린 딸의 모습에 캘럼을 더욱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서로를 잘 모르는 부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팔을 다쳐 깁스를 하고 있던 캘럼은 욕실에서 작은 가위로 깁스를 풀어보려고 시도한다. 소피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실에서 잡지를 보고 있다. 캘럼은 한 손으로 힘겹게 깁스를 풀려다 상처를 입는다. 소피는 아빠의 이런 상황을 모른다. 대화를 주고받고 있으나 단절된 부녀의 관계에서 물리적 심적 거리감을 나타내는 것은 벽뿐만이 아니다.
캘럼은 아이의 가까워지려는 손내밈을 거부한다. 5살 때부터 함께 불렀던 노래를 이제는 함께 불러주지 않는다. 캘럼은 자신을 찍는 소피의 캠코더를 꺼버린다. 아이는 “내 마음에만 남겨” 둔다며 이해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태양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면 기쁜” 아이의 마음은 이미 아빠의 곁에 있다. 하지만 부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캘럼은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 거리를 매개해 주는 유일한 존재는 캠코더 혹은 카메라다. 캘럼은 소피를 찍고,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다. 소피는 벽 뒤의 공간에 있는 아빠의 일부, 창문 너머의 아빠를 찍는다. 어린 소피가 이해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은 그 정도였던 것이다.
젊은 아빠와 어린 딸의 휴가 장면으로 가득한 영화에 문득 이질적인 쇼트가 끼어든다. 점멸하는 조명 아래에서 캘럼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성인이 된 소피는 그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휴가의 마지막 날 아빠는 딸을 재촉해 함께 춤을 춘다. 클럽에서 성인이 된 소피와 기억 속의 캘럼도 함께 춤을 춘다. 고통스럽게 춤을 추는 클럽 공간에서 소피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끌어안는다. 캘럼의 시간은 그곳에 멈춰버렸다. 춤을 추는 캘럼의 모습이 소피의 마지막 기억이었을 것이다. 소피의 무의식 속 혼란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시각화 한 이 시퀀스로 인해 이 여행은 다시 쓰인다. 캘럼의 불안함이 소피의 그리움이 뒤섞인 한 시절로 되돌아간다. 딸은 아빠의 우울을 감싸 안고 이해한다. 튀르키예 여행은 아빠와의 모든 시절이 압축된 시간이었다. 불안, 설렘, 두려움, 우울, 조바심 그 모든 것이 공존했던 시간이었다.
11살 소피가 인사하며 비행장으로 들어가는 캠코더 속의 모습은 패닝 하여 성인이 된 소피를 비춘다. 캠코더를 보고 있는 소피의 주변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카메라는 한번 더 고개를 돌려 2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담고 있던 아빠의 모습을 비춘다. 캘럼은 다시 소피의 기억 속 점멸하는 조명 아래로 돌아간다. 소피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다. 소피는 캠코더를 경유해 비로소 뒤늦은 이해와 깊은 애정을 확인한다. 카메라의 영속성은 20여 년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해의 장을 만들어낸다.
-
- 우연의 연속, 맥락 없음의 반복
"드라마에서 큰 강점을 보였던 배우 윤시윤,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관에 들른 건 단지 그 이유에서였습니다. 윤시윤 배우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어 궁금했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나, ‘찌질한 호구’ 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 영화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칭찬입니다.
대단한 창작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방자까의 영화리뷰’를 쓰면서 나름대로 지켜왔던 원칙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점을 보려고 하자.”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서린 노고를 몇 마디 말로 폄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개인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2월 7일(화)에 진행된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2023년 2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Love My Scent
소설, 연극, 음악,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물이라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와 차별점을 갖죠.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가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논하며 영화를 평가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러한 평가마저도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이야기 그 자체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고 모든 사람의 첫사랑이 되어버린 '창수'가 사랑이 낯선 여자 '아라'의 마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꾸 '-게 되다'는 수동 표현을 쓰게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 놓이거든요. 우연이 계속되고, 맥락 없음은 반복됩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돈 많은 회장님이 향수를 뿌리면 자신이 상대방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향수를 만들라고 지시하며 시작합니다. 연구진은 향수의 효능이나 실험의 목적을 밝히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 몇 명에게 무작위로 향수를 쥐여주고 몰래 실험을 진행하죠. ‘창수’는 그 실험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굳이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품 개발 이후,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마법의 향수를 판매하기 위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악의 목적으로? 아닙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개발해 치매를 앓는 회장님의 부인이 젊은 시절 회장님의 얼굴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죠.
개인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한다는 설정부터 이미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사건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향수를 실험 대상 ‘창수’에게 건네는 장면을 보고, 잠시나마 이 영화를 이해해주려 했던 제가 미워졌죠. 연구진은 귀가하는 ‘창수’를 냅다 뒤쫓다가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듯한 스모그 머신으로 길거리에 갑자기 연기를 흩뿌리고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인생이 달라질 기회! 잡고 싶지 않나?" 귀가 중에 대뜸 이런 구한말 멘트를 들으면, 대개는 깜짝 놀라거나 어이없어하며 자리를 뜰 겁니다. 하지만 지독히 착하고 오지랖 넓고 호구 같은 남자 ‘창수‘는 아리송해하면서도 향수를 넙죽 받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죠.
⊙ ⊙ ⊙
그래요, 이것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웃기는 데 실패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순진한 ‘창수’는 그 향수를 뿌리고, 찌질한 호구에서 모든 이의 첫사랑으로 거듭납니다. 매일 버스에서 마주치는 ‘아라’도 그중 한 명이 되죠.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점이 생깁니다. 길거리에서 향수 냄새를 얼핏 맡은 사람도 좀비처럼 '창수'를 쫓아올 만큼 강력한 이 향수는 왜인지 창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준일', '복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첫사랑이 없어 떠올릴 사람이 없다면 '아라'처럼 사랑에라도 빠져야 하는데, 그런 양상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예외가 된 거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설정들은 이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들이 참 많습니다.
어쨌든 '아라'와 사랑에 빠진 '창수'는 또 갑자기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협박을 받습니다. 협박남은 '창수'에게 향수에서 시작된 사랑이 진짜 사랑이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죠. 착하고 순수한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조작했다는 죄책감과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애초에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향수를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연기와 함께 등장한 이상한 사람이 공짜로 준 향수를 그냥 뿌린 것뿐입니다. 그게 첫사랑 유발 향수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죠. 그런데 바로 그날, 하필 첫사랑이 없었던 '아라’가 그 향을 맡은 겁니다. '창수'는 그날 이후에 '아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향수를 쓴 적도 없고요. 그러니 관객은 ’창수‘가 왜 저렇게 벌벌 떨며 긴장하고 괴로워하는지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히 협박범의 협박도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창수'에게는 귀책 사유가 없거든요. 게다가 이 의문의 남성이 향수의 제조자이면서 '아라'의 전 남자친구라니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이야기는 줏대 없이 흐물거리는데, 우연과 맥락 없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쓸데없이 그 힘을 유지합니다.
⊙ ⊙ ⊙
만듦새보다 더 저를 화나게 했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화 전체를 뒤덮은 PPL입니다. 영화관에 들고 가는 메모장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PPL 제품을 적으며 작품을 보았을 만큼,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에는 노골적인 PPL이 다수 등장합니다. 주인공 ‘창수’의 직업은 대놓고 자동차 딜러입니다. 이 영화에 쉐보레 자동차가 등장한 시간을 다 합치면 족히 십 분은 될 겁니다.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양복 하나 사입지 못하는 ‘창수’는 작품 속에서 장비를 단단히 챙겨 캠핑을 두 번이나 갑니다. 거기서 육개장도 두 번이나 먹습니다. ‘창수’가 사는 곳은 서래 더 하임. 건물 전경과 로고를 하도 많이 보여줘서 외워버렸습니다. ‘창수’와 ‘아라’의 사랑이 맺어지는 곳은 하필 아쿠아플래닛 광교점입니다. 데이트 삼아 수족관 곳곳을 한참 보여줘서 평생 아쿠아플래닛은 안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PPL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대본을 수정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과도한 PPL.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이런 식의 투자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건 잘 알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관객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가는데, 광고 영상만 잔뜩 보고 나오면 안 되죠.
더불어 이 영화가 코미디를 사용하는 방식도 전체적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스토리 흐름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억지 개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캐릭터(’복길’)를 넣는가 하면, 어떻게든 웃음을 터뜨리려는 대사를 잔뜩 넣어서 가뜩이나 맥락 없는 이야기를 더 흐트러뜨려 놓죠.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웃으라고 넣어둔 개그 요소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작 이런 개그에 웃어버린 저 자신에게 짜증이 났죠.
⊙ ⊙ ⊙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을 찾기가 도무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국 영화의 평균을 낮추는 이런 작품이 앞으로는 부디 줄어들기를 바라서였습니다. 잘 안되면 OTT에 팔아넘길 요량으로 PPL을 점철시켜 대충 찍어내는 영화,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점점 비싸지는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Summary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남자 ‘창수’. 낯선 이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자마자 여자들이 달려든다. 가족에 치여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여자 ‘아라‘. 어느 날, 매일같이 타던 버스에서 나는 향기에 두근대기 시작한다. ‘창수’에게 이끌린 ‘아라’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지고, 서툴러도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때, 갑작스럽게 등장한 전 애인 ‘제임스’가 폭로한 ‘창수’의 비밀! 내가 사랑에 빠진 게, 향수 때문이라고?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임성용
출연: 윤시윤, 설인아
-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기대를 잔뜩 한 작품이 기대를 완벽히 충족했을 때만큼의 만족감이 또 있을까요. 영화를 꽤나 봐왔음에도 그런 경험을 시켜준 영화들이 몇 없는데, 시사회로 관람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바로 그런 영화였습니다. 요새 볼 게 없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축복 같은 영화네요. 이 영화를 시사회로 보다니 운이 상당히 좋았네요.
할 말이 굉장히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들이 혼합된 형식의 영화인데, 어떤 장르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우선 코미디 영화로 보기에도 좋습니다. 다양한 멀티버스와 더불어 평소라면 상상하지 못할 독특한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독창적인 상상력과 더불어 코미디적인 요소로도 훌륭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멀티버스를 이용한 SF 액션 영화로도 훌륭합니다. 쿵후 등의 중국 무술과 다양한 영화에서 차용한듯한 액션 장면들이 인상적이에요. 그렇지만 영화는 끝까지 예측불허한 설정과 전개로 힘을 잃지 않으며 끝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영화에요.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영화인데, 보고 나면 새로움으로 가득 차 머리가 멍해지는 영화입니다. 진짜 훌륭해요.
무엇보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점은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오락적으로도 잘 풀어냈지만 동시에 가족 드라마로 봐도 훌륭한 영화라는 것입니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고 무시당하고 영어가 부족하지만 미국에서 사는 아시아인이며, 동시에 남편, 딸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캐릭터 에블린이 느끼는 힘든 감정들을 휘몰아치듯 보여주는데요. 처음에는 굉장히 피로하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 이것을 이겨내고 무시하고 사라지려고 하는 것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설득해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감동적이에요. 극 중 멀티버스 속 자신을 보면서 그 세계로 가고 싶고, 지금의 상황을 피해버리고 싶어 하는 에블린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순간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고 그 속에 피어 나오는 자그마한 따스함과 행복을 발견하면서 일생 속 모든 선택의 순간들을 치열하게 지켜내는 과정은 실로 감동스럽습니다.
더불어서 부모 자식 세대 간의 포용과 인정도 매끄럽게 이야기되고요. 또한 혐오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단순히 무시하는 것보다 그만 싸우라고 당당히 나서는, 그런 거침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기도 해요. 어떻게 이런 상상력으로 이런 깊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는지가 그저 궁금할 따름입니다.
양자경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물론 스턴트도 들어갔겠지만은 액션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미국에서 사는 중년 아시안 여성을 완벽하게 연기해냅니다. 엄청난 감정 연기는 아니지만 정말 중년의 여성 그 자체를 연기한 느낌이 들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달까요. 개인적으로 조나단 키 쿠안의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고였어요. 제이미 리 커티스의 국세청 조사관 연기가 은근히 재밌습니다. 무섭게 다가오기도 하다가 에블린의 마음을 보다듬기도 하다가.. 하여튼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봤던 영화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황당하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에 깔깔 웃다가 마음을 보다듬는 듯한 위로가 가슴속 깊이 다가와 펑펑 울게 만들기도 해요. 비록 굉장히 산만하기도 하고 대중성은 조금 부족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고, 무엇보다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혹은 힘들고 바쁜 삶 속에서 독특한 방식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강력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
- [극장에서 본] Mother Knows Best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주인공 '보'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우한다"라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래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이를 맡은 감독 '아리 에스터'의 전작 <유전, 2018>과 <미드소마, 2019>는 아시려나?
이것만으로도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 또한 예사로운 영화는 아닐 것이며, 그저 깜짝 놀래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줄 거라고 말이다. -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1. Mother Knows Best - 라푼젤 (Tangled, 2010)
사람이 "성장" 하는 데에 있어 먼저, 만나는 사람은 "엄마"이고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데, 이를 "모성애(母)"라고 말한다.
근데, 해당 작품을 비롯해 외적인 부분에서 "모성애(母)"는 성경에서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 "아가페(Agape)"로 묘사된다.
단적으로 "임신"만 보더라도, 10달이라는 시간 동안 먹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하고 싶은 것도 제한되고 신체에 대한 변화를 겪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강요되니 정의에 들어맞는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꼭,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영화 <케빈에 대하여, 2012>를 보면, 주인공 "에바"는 "케빈"을 낳고서 침대에서 황망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우는 아이를 공사장으로 데려와 울음소리를 소음에 묻히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들을 통해서, 영화는 "여성에게 모성애(母)는 본능인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후천적이고 학습적인 부분이라면 우리는 누굴 통해서 이를 배우는 걸까?
본 작품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모나'는 '보'에게 '보'의 할머니이자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대받은 기억과 함께 '나는 저렇게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다.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런 다짐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걸 알 수 있다.
'집'을 비롯해 관객들이 보는 카메라 즉, 꽉 막힌 스크린의 4면은 극 중. 선택에 주저하는 "보"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이라는 행동부터 자신의 주관이 투영되는 행동인데, 언급하자마자 "모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그녀의 이상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자신의 상담 내용을 듣는 장면들까지 "엄마"라는 이유로 모른체했던 수많은 폭력들로 영화는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에 확답을 내린다!· tmi. 1 - 당초, 4시간으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흥행 때문에 3시간으로 합의했다.
· tmi. 2 - 'A24'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
- 책임과 회피, 장손의 선택
운전면허를 딴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보통은 수능이 끝난 뒤나 군대에 가기 전에 따는 경우가 많으니 나는 상당히 늦게 딴 편인데, 당장 운전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왠지 자신이 없다는 핑계로 면허 취득을 오랫동안 미뤄왔기 때문이다. 어쨌건 지금은 여러모로 운전의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보람을 느끼는 때는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운전대를 잡을 때다. 그것은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가족들을 태우고 이동시켜야 했던 아버지의 자리에 잠시나마 내가 앉아보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잠깐 동안의 일이지만.
금동현 영화사연구자는 오정민 감독의 <장손>(2023)을 이야기하며 가부장 사회에서 운전이 남성에게 지우는 책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장손>에서 운전은 집안 기성세대 남성의 몫이고, 장손인 성진은 홀로 기차나 택시를 탄다. 이를 성진이 자신에게 부여되는 책임을 (의도했든 아니든) 유예하거나 외면하려는 태도로 본다면 언뜻 이해되지 않던 몇 장면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진은 장손으로서 가족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바로 그 사실을 불편해 한다. 그가 가족 간의 자리에 항상 늦게 등장하고, 일찍이 퇴장하려는 건 가족에 적극적으로 섞이기를 거부하고 외부자의 입장을 택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두부공장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호기로운 선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업이라는 이름의 책임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는 때로 두려움이나 비겁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가령 고모-고모부와의 관계에서는 어떤가. 성진은 입원 중인 고모부를 보러 가자는 고모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고모부와의 만남을 기약 없이 지연시킨다. 이것이 성진이 가족애가 없거나 냉혈한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고모부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을 찾아가지만 입원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고모부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 복도 의자에 앉아 꽃바구니만 고모에게 전하고 돌아설 뿐이다. 고모와 고모부를 부모님같이 생각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가족사진을 찍은 김에 조부모의 영정 사진을 따로 찍어 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성진이 거부한 것 역시 두려움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영정 사진은 지금의 얼굴에 죽음을 포개어 보는 일이고, 앞으로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다. 성진은 그 죽음에 맞닿지 않기 위해 영정 사진을 찍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이른 죽음으로 결국 할머니의 영정 사진은 그날 성진의 카메라로 찍은 가족사진이 된다. 성진은 자신이 찍은 그 사진을 직접 액자에 담아 기차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하는데, 고모부의 입원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빈소에 들어가기 직전 망설인다. 그 잠깐의 머뭇거림 역시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자신이 직접 놓아 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로부터 나온 유예와 지연의 리액션이 아닐까. 함께 언급해야 할 장면이 있다. 성진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 두 번째 택시 장면. 할아버지가 그의 손에 쥐여 준 통장엔 매달 백만 원 씩, 오천만 원이 입금된 내역이 적혀있다. 성진은 그것이 고모가 매달 백만 원씩 모은 돈, 돌아가신 할머니가 관리했다던 고모의 돈이라는 것을 안다. 그때 성진의 얼굴 위로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은 그 돈의 출처를 알고 있는 세상(영화 밖 관객)의 응시에 다름없다. 그러니까 성진이 눈을 찡그리고 손으로 막아도 막아지지 않을 응시. 어떤 유예와 지연의 리액션으로도 그가 떨쳐내지 못 할 책임. 부채의식. 성진은 그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마도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 그때까지 성진은 그 책임과 응시로부터 얼마나 멀어질 수 있을까. 할아버지가 준 비밀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까. 성진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다음 장면, 할아버지 승필이 계속해서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마지막 시퀀스가 더 서늘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어쩌면 그렇게 성진의 비밀도 깊은 곳으로 들어가 끝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함 때문이다.
-
- 당신이 겨울에 보면 좋을 영화 5편
‘몽글몽글 심야영화’ Ep.02 당신의 겨울에 감성 이불을 덮어줄 영화 5편
크리스마스도,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겨울에, 어두운 방에서 이불 덮고 귤 까먹으며 보면 좋을 영화 5편을 소개해드립니다.
렛미인 / 룸 / 브리짓존스의 일기 / 캐롤 / 러브레터
** 강한 스포일러는 없으나, 콘텐츠 특성상 일부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 소개 순서는 영화의 선호도와 무관합니다.
** '몽글몽글 심야영화'는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영화를 켜는 '환몽씨네'의 상명이가, 심야에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입니다. 자기 전, 혹은 적적한 밤과 새벽에 한번씩 꺼내 먹는 조그마한 야식처럼 들어 주세요 :)
** 시간 관계상 아쉽게 소개해드리지 못한 영화 5선 (라라랜드 / 인사이드 르윈 / 헤이트풀8 / 물랑루즈 / 이터널 선샤인)
** 제 영화 평점, 100자 코멘트는 왓챠 개인계정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합니다.
‘진상명’ 검색 후 팔로우하시고 소식 받아 보세요!
-
- 【결말포함】한국형 재난 영화의 문제점
#백두산 #한국영화 #영화리뷰
최신 한국 영화를 리뷰해드리고 추천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영화 '백두산'을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저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
- 영화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 티저 예고편
위대한 워리어가 되고 싶은 댕댕이 등장!
<블레이드 퍼피 워리어> 티저 예고편 대공개!
고양이 마을에 강아지의 등장이라.. 재밌어지겠는데?
-
- 영화 <더 톨: 함정> 메인 예고편
늦은 밤 홀로 우버에 탑승한 ‘캐미’는
낯선 길로 들어서는 운전사 ‘스펜서’가 의심스럽다.
그 순간 발생한 정체불명의 사고.
“이 도로는 폐쇄됐으니 우회하여 통행료를 낼 것”
휴대폰도 차도 고장 난 새벽 3시,
두 사람은 도움을 구하러 가까운 마을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존재가 서서히 다가오는데…
‘그’의 세계에 갇힌 자. 통행료는 오직 죽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