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18 23:33:30
사랑을 자각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리뷰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는 최연이 학교에 전학오고 하경과 지내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다.
하경도 마찬가지로 최연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는데...
학창시절은 혼란스러운 시기다. 성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저렇게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을 겪으면서 내가 성장한 것이 아닐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는 상대방을 향한 감정이 어떤 형태인지를 몰라서 혼란스러웠던 순간을 포근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 순간에도 최연의 시선은 하경에게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신호등 장면이 제일 좋았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다고 하더라도 이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명이 인지하더라도 다른 한명은 아직 자기 마음을 모를 수 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어떤 감정인지 인지하는 순간이 일치하기는 어렵다. 먼저 인지하는 사람이 있고 늦게 인지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늦게 인지한다고 잘못은 아니다. 원래 자기 마음이 무엇인지 깨닫는 건 쉽지 않다.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사랑을 자각하는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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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 花束みたいな恋をした, 2021
'코로나19'가 있었지만, 일본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자국 영화 흥행을 갈아치울 만큼 호황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정체성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 영화에서 실제 배우들이 나오는 건 만화의 실사화 혹은 리메이크인데 이 영화는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평가와 흥행(6주 연속 1위) 마저 좋았으니 이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리무라 카스미"의 팬이기에 그녀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고요.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만 모아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집으로 갈 막차를 놓친 21살의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우연한 만남을 가집니다.
시간은 집으로 갈 아침 첫 차까지 였지만, 의외로 취미가 맞았고 말하는 것도 통하며 그들은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 모진 말만을 내뱉는 남들만도 못하는 사이가 되는데...극장에서 꽃다발들 받을 준비하세요.
1. 아무런 선입견 없는 일본 로맨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 영화에서 실제 배우들이 나오는 건 만화의 실사화 혹은 리메이크로 원작을 먼저, 살펴보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에는 해당 영화들이 원작과 이야기를 크게 바꾸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분위기가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로맨스"가 오그라든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보려는 관객들과 안 보려는 관객층을 갈라두는데요.
그런 점에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어려운 입지에 서있는 영화입니다.
앞전부터 쌓아온 "일본 로맨스"의 부정적인 선입견과 원작이 없으니 사전적으로 파악할 수 없으니까요.그러니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죠?
앞서 부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했지만, 이를 모르는 관객들은 해당 영화만으로 즐길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게 아닐까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을 즐길 수 있는 요소는 필자만 겪어보지 못한 현실적인 로맨스입니다.
일본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정만화체의 로맨스만 선보이다 현실적인 로맨스로 그동안의 "클리셰"가 깨지는 신선함을 다가왔을 것이고, 국내에서는 이런 유의 로맨스가 드라마로 많이 선보였던 만큼 익숙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앞서 언급한 부정적인 요소들이 없는 "제로(0)"에서 볼 수 있습니다.2. 국가를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인 로맨스
그래서인지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은 낯선 일본 영화임에도 익숙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뜨거웠던 연애 초기와 다르게, 서서히 식어가는 과정은 제목의 "꽃다발"이 서서히 시들어가는 것을 이들의 연기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를 연기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꺾어 신어도 편안한 "운동화"가 이제는 뒤꿈치가 까질 정도로 아픈 "구두"로 변하는 것처럼 이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다는 것을 장면으로 보여주거든요.
그렇기에 영화는 '똑같다는 것이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관객들에게 건네옵니다.사랑? 에라 모르겠다
흔히, "사랑은 잔인한 감정"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행복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있어 "변화"는 괴로우나 이게 정착되면, "적응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랑"은 나보다는 너를 생각하고 내가 겪는 고통을 너의 행복함을 나의 행복함으로 받아들이는데요.
그렇기에 너의 결점도 좋게 받아들이는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을 정도로 "무기"와 "키누"의 달달함을 뽐내며 이를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하지만, 이내 식어가는 과정에서 불행임을 자각하게 만듭니다.3. 우리는 빙빙 돌기만 한 건 아니었어
앞서 "사랑을 잔인한 감정"으로 설명한 만큼 타인의 결점도 좋게 받아들이는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은 너의 그런 모습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극 중 한 선배의 죽음에 "무기"는 공감해 주길 바라지만, "키누"는 그렇게 하지 않는데, 이런 이유에는 이들에게 그 선배의 기억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미, 콩깍지가 벗겨진 이들에게 이를 버티기에는 사랑은 또 하나의 잔인함으로 다가서니 영화는 앞서 말한 '똑같다는 것이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꼭 제자리걸음이 아니야!
그렇게, 서로의 이별을 암묵적으로 결정한 그들은 "관람차를 타본 적이 없다"라는 말로 이를 탑니다.
영화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그리고 낮은 곳으로 되돌아가는 "관람차"로 들이 사귄 4년을 말하려 합니다.
이에 내린 "무기"와 "키누"는 처음 만났던 식당과 그 자리로 가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앉아있어 부득이하게 다른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몇 년 전, 자신들과 똑같은 입장의 남녀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이 장면만 본다면, '이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라는 회한의 눈물로 보이겠지만 이 장면은 그 이상의 감정을 토로합니다.4. 끝내 다시 올라타지 못한 이들...
영화에서 "무기"는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존재하는데, 그림은 자신의 손으로 나오는 것으로 통제성이 강합니다.
관계가 깊을 때와 다르게,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부터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들의 관계가 이들의 의지에 떠난 것을 빗대어 말하면 "관람차"에 타는 것은 이들의 의도이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온전히, "관람차"의 역할일 겁니다.
관람차가 이들을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데리고 그만큼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도 있었을 테니 결코, 제자리걸음만 걸어간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런 무수한 순간들을 반복하고 같이 겪었지만, 관람차를 다시 같이 탈 힘이 없다는 것에 눈물을 보인 게 아닐까요?나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맞이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엔딩은 끝끝내 지워지지 않았던 일본 영화스러움이 살짝이나마 나옵니다.
마치, <라라랜드>에서의 "미아"와 "세바스찬"의 재회처럼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분명히 아쉬운 점으로 보일만도 하지만, 이미 이 영화에게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진 이 마당에 이는 큰 결점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부터가 큰 꽃다발을 받은 거랑 똑같거든요.※ "무기"역의 "스다 마사키"분에게서 왠지, "박정민"배우분의 모습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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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하더라도 말해져야 할 희망의 가치
사실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이 막대했기 때문이겠다. 같은 소재를 사용한 작품이 많아질수록, 작품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작품들을 바라볼 때 소재를 얼마나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어떤 추가적인 소재를 활용하는지를 통해 본다.
사실 이제는 소재의 싸움이 어느 정도 그 한계를 맞고 마무리되어 가는 시기다. 다양한 소재를 통한 예술 작품들이 출품되고 상영된 지는 이미 꽤 지났다. 이런 상황일수록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독특한 연출법과 패러다임들이 작품을 빛내게 된다. 이를테면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인터미션까지 있어 화제가 된 <브루탈리스트>가 있다. 이 작품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주인공이 가지는 성격인 이민자, 건축가라는 요소를 중점으로 내러티브를 전개하고, 주제 의식을 풀어간다. 앞서 말한 ‘많이 사용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요소를 첨가한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작품에 대한 관점 또한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 올해 개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는 성과를 쥐었다.
<화이트 버드>는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배경의 이야기, 홀로코스트라는 일종의 “흔한 소재”를 차용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과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관객에 주입하는 데에 사용됐던 ‘영화’라는 매체를 돋보이게 한 점이 눈에 띈다. 핵심적인 시퀀스는 사라(아리엘라 글레이저)가 줄리안(올랜도 슈워드) 가족의 헛간에서 숨어 지내며 희망을 잃어갈 때,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영사기를 활용해 실제 영상을 봄으로써 희망을 찾는 과정에 있다. 당시에는 나치의 이데올로기나 사상을 선전하는 데 사용됐던 영화가 사라와 줄리안에게 만큼은 희망과 미래의 상징으로써 사용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이트 버드>가 희망을 말하는 방법
희망을 말하는 여러 상징물이 등장한다. 앞서 말했던 영화에서부터 시작해, 영화의 제목이며 가장 중요한 심볼로 등장하는 ‘화이트 버드’, 하얀 새가 있다. 영화에서는 하얀 새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등장시키고 강조한다. 주로 사라가 헛간에 숨어 지내는 과정에서 등장하는데, 희망을 잃을 위험에 처하는 상황들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장치로서 등장한다. 하얀 새가 ‘평화, 자유’라는 의미를 뜻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88 올림픽’ 당시 날렸던 수많은 비둘기가 흰색을 띠기도 했다. 이는 자유와 희망, 평화 등의 상징적 의미를 올림픽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퍼포먼스였다.
이 ‘화이트 버드’는 사실상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상징물로서 작용한다. 사라의 희망을 위한 것에서부터,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희망을 위해. 그리고 줄리안이 소아마비로 불편했던 두 다리로부터 자유로워지는(영화 종반부에서의 장면인데, 꽤 슬픈 상황이지만 작 중 사라가 “어쩌면 줄리안이 자유로워진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라는 대사를 남긴다.) 순간에서 등장한다. 사라가 줄리안으로부터 선물 받은 목각 새 인형 또한 그런 상징성을 가진다.
단순 새라는 상징물뿐 아니라 사라와 줄리안, 그리고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라를 둘러싼 그 주변 사람들 모두. 그들은 모두 서로를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치당원들의 감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사이에서 서로를 돕고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정함은 다른 이를 끌어내리고 무너뜨리려 하는 악의보다 강하고, 끈질기며 가치 있다고 여긴다. 실제로도 그렇다. 타인에게서 미움받은 경험보다, 타인에게서 받은 호의와 사랑의 힘은 양에 비해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다만 영화에서 일종의 “감동 유발 장치”로 사용되는 ‘노래’는 다소 작위적이고, 전개 과정에서 등장의 수미상관을 이룸으로써 “플래그” 적으로 사용된 것이 아쉽다. 의도 자체에 아쉬움을 표하고 싶진 않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음에 매우 아쉬움을 느낀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딜레마
원작이 있는 영화는 항상 딜레마에 휩싸인다. 어떤 장면과 연출을 살려둬야 할지, 아니면 각색해야 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장면과 요소들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원작이 있는 작품은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판과 아쉬움을 낳게 된다. <화이트 버드> 또한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 ‘무엇을 각색할 것인가,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나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원작을 관람 전후로 무조건 확인해보는 편인데,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원작을 얼마나 참고했는지와 원작을 잘 각색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각색된 부분들이 몇 있었는데, 특히 노인이 된 사라가 과거를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영상통화를 통하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사라가 직접 손자의 집에 방문해서 전하는 것으로 택한다. 과연 의문이다. 원작을 보존했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을 흐름이었음에도 불구, 오히려 보존했다면 더욱 과거와 현재에 대한 구분이 지어지면서 스토리텔링과 현재의 시공간이 자연스럽게 왕복하는 듯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게 됨으로써 현재와 과거의 비슷한 컬러 톤이나 미장센 등의 유사성으로 인해 자칫 두 시공간이 같은, 어쩌면 크게 시간적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여지가 남겨지게 됐다. 이는 원작 고증과 각색의 딜레마에서 오히려 패착이 될 가능성에 대한 결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화이트 버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났던 인종 말살 행위에 대한 무도함에 대한 매체적 비판을 행함으로써 그 가치를 보여주기를 택한다. 그것을 얼마나 정교하게 보여주는가에 대한 물음에 날카로운 대답을 던지지는 못했으나 작품이 가진 소재의 가치와 메시지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계가 급변하고 어떤 가치가 이 세상을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되는 요즘일 것이다. 기존에 믿고 있던 가치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고 종잡을 수 없던 마음이 오히려 단단히 굳어지는 과정에 놓여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이 영화가 주목하는 ‘자애와 박애, 그리고 선의’라는 가치를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전쟁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21세기, 특히 생명이라는 가치의 소중함이 점점 희박해지는 이 현실에서 그 가치를 지켜야만 인류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생명과 존엄함의 가치 아래서,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를. 그리고 관람 후에도 그 가치에 대한 평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나의 간청을 모든 관객에게 바친다.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뒤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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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우리의 망각 속에서 계속되는 다음의 피해자
[BIFF 데일리] 우리의 망각 속에서 계속되는 다음의 피해자
영화 다음, 소희 리뷰
감독] 정주리
출연] 김시은, 배두나
시놉시스] 소희(김시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인터넷 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생으로 취직한다. 소녀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며 들뜨지만, 실상은 기대와 다르다. 노동 착취가 예사로 일어나는 콜센터는 그야말로 노동 지옥이다. 그곳의 잔인한 현실은 암울한 사고로 이어지고, 형사 유진(배두나)은 악착같이 진실을 좇는다. 그러나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앞에서 그녀는 무력함을 절감한다.
특성화고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올해만 해도 현장 실습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명확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후속기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다시 망각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특성화고 고교생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다음이라는 묵직한 말
영화 <다음, 소희>는 영화 제목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희의 죽음을 통해서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찰 유진은 깨닫지만, 자신의 손으로 바로잡기에는 이미 작동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멈출 수가 없기에 좌절한다. 이 문제를 여기서 바로잡지 않는다면 소희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소희와 같은 아이들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지만, 정량적 평가라는 교육부의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이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개인이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진은 죽어버린 소희의 유품, 핸드폰에 유일하게 있었던 춤연습 동영상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어른으로서 아직 꽃도 피지 못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경찰이라는 공무원이었지만 유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남아있는 현장실습생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유진은 그렇게 소희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소희와 함께 춤동아리에서 춤을 추었던 1년 선배를 찾아간다. 같은 현장실습생으로 공장에서 일했지만 사고를 쳐서 택배 물류 작업을 하고 있었던 그에게 유진은 힘든 게 있느면 털어놔도 된다며 누구에게든 말하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고맙다며 눈물을 흘린다. 현장실습생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사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하지도 못했던 이들이기에 당장의 시스템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따뜻한 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큰 위로와 안식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직 이 문제들을 양산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 중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사지로 몰릴 수밖에 없음을 ‘다음’이라는 지목을 통해서 완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정량적 평가가 만든 악의 굴레
우리가 실적을 평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성적인 방법과 정량적인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정성적인 평가의 경우에는 객관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은 정량적인 평가를 한다. 영화 <다음, 소희>에서는 꾸준히 객관적인 수치에 대한 질문과 그 속에서 배제되고 있는 정성적인 부분이 부각되어 등장한다. 특성화고 특성상 그 해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실적으로 이어지기에 학생들을 공장, 콜센터 등 다양한 곳으로 현장 실습을 내보낸다. 이 아이들의 성격이나 적성, 장래희망을 고려한 것이 아닌 비료공장, 사료공장 등 인력이 필요한 곳이면 내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보고 유진은 이게 어떻게 학교냐며 인력사무소 아니냐고 따지지만 취업률을 보고 지원금을 받는 특성화고 특성상 학생들을 유치하고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취업률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고 되려 한탄한다.
이에 유진은 교육청으로 향한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도 마찬가지다. 장학사는 지방 교육청의 경우 교육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데 다른 지방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그 지원금이 낮아지고, 그 경쟁은 특성화고는 취업률, 일반고는 대학진학률로 지표가 설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을 못받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학교가 생기는 마당에 어떻게 아이들의 성격과 적성을 다 반영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곳으로만 취업을 보낼 수 있냐며 반문하면서 이것이 현실이라 유진에게 말한다.
유진은 그 앞에 좌절한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정성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시스템과 싸워보고자 노력했지만 저 위에 있는 교육부까지 가서 따져봤자 이 정량적인 평가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량적인 평가는 굉장히 객관적이다. 누구나 보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하지만 그 정량적인 평가만을 강조하다보면 목적과 수단의 전치현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이런 정량적인 평가 속에 갇힌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학생과 사회인 이 중간 지점에서 모두에게 외면받은 현장실습생을 통해 다시 한 번 꼬집어주고 있었다.
영화 <다음, 소희>는 우리의 망각 속에서 어떤 이들은 계속해서 사지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다음이 계속된다는 것을 묵직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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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었다..여운 진하게 남는 여름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여름하면 어떤것들이 생각나시나요?
오늘은 여름을 대표하는 영화들을 가지고왔는데요
초록잎들이 풍성해지고 마음마저 들뜨게되는 여름,
개성넘치는 로맨스영화 5편을 소개합니다.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정보
개요: 드라마 | 캐나다
개봉: 2012.09.27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로건, 루크 커비
배급: 티캐스트
시놉시스
결혼 5년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CINEPICK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순 없어."의 대사처럼
새로운 사랑의 떨림은 영원히 지속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을 건네주는 영화입니다.
편안하고 지루한 혹은 짜증나기도 하는 오래된 사랑과 놀이기구를 타는듯 신나면서도 떨리는 사랑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입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정보
개요: 코미디,드라마,멜로/로맨스 | 미국
개봉: 2009.12.10.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아담 샌들러, 에밀리 왓슨
배급: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시놉시스
7명이나 되는 누나들한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 날 아침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낡은 풍금을 발견하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뜻하지 않게 신비로운 여인 레나를 만나게 된다. 언제나 꿈꿨던 황홀한 사랑... 당신은 모를 겁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해 왔다고, 당신과 키스하고 싶다고 말하는 레나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는 배리.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 올까 말까한 가슴벅찬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외로움에 지쳐 폰 섹스를 걸었다가 알게 된 악덕업체 일당, 일명 “매트리스 맨”. 배리와 레나가 꿈결 같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그들을 기다리는데...
콜럼비아트라이스타
CINEPICK
영화계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이 잠시 휴식하려고 만든 전설의 영화입니다.
푸딩 마일리지에 집착하는 너드남 배리가 레나를 만나면서 사랑에빠져 어설프지만 무엇도 두려울것 없는 모습으로 변해가는데, 그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집니다.
제목의 '펀치드렁크'는 '주먹에 취한' 권투선수가 맞고 비틀비틀거리고 혼란한 느낌을 말하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이 겪는 사랑을 위와 같은 의미로 몽롱한 일렁이는 빛의 장면들로 표현한 점이 인상깊습니다.
배리의 블루색, 레나의 레드색이 어우러져 화면에 일렁이는 장면을 보고있으면 관객이 둘의 사랑에 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정보
개요: 멜로/로맨스 | 미국
개봉: 1996.03.30.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턴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배급: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과 비엔나로 향하는 제시.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짧은 시간에 서로에게 빠져든다.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요” 그림 같은 도시와 꿈같은 대화 속에서 발견한 서로를 향한 강한 이끌림은 풋풋한 사랑으로 물들어 간다. 밤새도록 계속된 그들의 사랑 이야기 끝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들은 헤어져야만 하는데…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 낭만적인 로맨스가 다시 피어오른다.
CINEPICK
'비포'시리즈의 첫 작품 <비포 선라이즈>는 셀린과 제시가 처음 만난 이야기입니다.
하루동안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며 사랑에 빠지는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멋진 야경과 젊은 청춘들의 하룻밤에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이 어우러져 풋풋하고도 활기찬 에너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데요,
담백한 대화로 유유자적 빈을 거닐지만 해가 뜨기 전 둘의 마음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름이야기
A Summer's Tale
(주)안다미로
정보
개요: 코미디, 멜로/로맨스 | 프랑스
개봉: 1998.06.13
감독: 에릭 로메르
출연: 멜빌 푸포, 아만다 랑글렛
배급: (주)안다미로
시놉시스
가스파르는 여름날 혼자 해변에 간다. 여자 친구 레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그는 식당에서 일하던 마고와 사귄다. 가스파르는 애정공세를 펼치는 마고의 친구 솔렌느에게서도 매력을 느낀다. 레나마저 도착하자 가스파르는 세 여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CINEPICK
더운 여름 날, 세 명의 여자와 썸타는 가스파르.
누구와 사귈지 갈팡질팡하며 고르지 못하는 가스파르가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꿈도, 여자친구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청춘의 단면일까요?
뜨거운 여름날에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명의 여자와 해변에서의 나날들을 함께 즐겨보아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주) 디스테이션
정보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개봉: 2018.03.22.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배급: ㈜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올리버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CINEPICK
작열하는 태양아래 이탈리아에서 두 남자가 사랑에 빠진 눈빛은 태양보다 강합니다.
매년 여름마다 회자되는 이 작품은 영상뿐만아니라 ost도 유명한데, 10대인 엘리오의 설레고 아픈 첫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한 곡입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8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두 남자의 사랑과, 한여름의 이탈리아, 엘리오 가족들의 사랑을 모두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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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의 조합이었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
한창 넷플릭스를 구독하던 시절 썸네일에 염정아가 너무 예쁘기에 손이 자동적으로 갔고, 플레이버튼을 눌러서 봤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 가볍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만큼 가볍고 재밌는 범죄오락영화였다. 다만 15년도 더 된 작품이라 그런지 진부함이 느껴져서 약간은 아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시놉시스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라 심리전이다
사기꾼들의 속고 속이는 '리얼사기극'
사기 전과로 출소한지 한 달, 최창혁은 흥미로운 사기 사건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꾼'들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은행 사기극. 다섯 명의 최고 '꾼'이 한 팀을 이뤘다. 완벽한 시놉시스 개발자 최창혁을 비롯,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 최고의 떠벌이 '얼매', 타고난 여자킬러 '제비', 환상적인 위조기술자 '휘발류'.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목표는 하나! 하지만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난공불락 '한국은행'이 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라지고 없다! 한국 은행 50억 인출 성공! 그러나 결과는 없다. 모두 뿔뿔히 흩어지고, 돈은 사라졌다. 분명 헛점이 없었던 완벽한 계획.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가?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부상당한 '얼매'가 체포되고, 도망을 다니던 '휘발류'는 도박장에서 잡힌다. '제비' 또한 빈털터리인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아직 행방이 묘연한 '김선생'의 또 다른 사기극? 아니면 이 사기극을 계획했던 '최창혁'의 또 다른 시놉시스?
사건을 추적하던 '차반장‘과 경찰은, 한국은행 사기극의 덜미를 잡게 된 결정적 계기가 한 여자의 제보 전화라는 것을 알아낸다. 용의자로 떠오른 이는 팜므파탈 사기꾼 서인경. 김선생의 동거녀인 그녀는, 한국 은행 극에 끼지 못했지만 항상 그들의 곁을 맴돌고 있었던 것. 그럼, 그녀가 결정적인 제보자일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장면전환이 너무나도 좋았던 작품
은행을 터는 사기극인만큼 은행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이 사기 행각이 얼마나 철두철미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은행 하면 내 예금이 있고 내 돈을 넣어두는 곳이라고 밖에 생각을 안해서 그 안에서 어떻게 돈이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설명을 대사와 장면으로 알기 쉽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은행이 이런 일을 하는구나!! 잘하면 모방범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 사기꾼이 괜히 똑똑한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은행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장면에서 꾼들이 모여 서로 떠들다가 은행으로 장면이 넘어가고 탈출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누운상태로 취조를 받는 과정까지 장면 전환이 굉장히 유려하게 이뤄진다. 분명 플래시백인데 현재를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현재까지 시간 이동이 꽤 길었음에도 그 갭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과거와 현재가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연출이라서 굉장히 신선했다.
왜 똑같은 것 같지
솔직히 충분히 재미도 있었고, 배우들은 연기를 너무나도 잘했고, 연출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작품이 2004년에 개봉한 작품이기 때문에 15년도 더 지난 지금 영화 《범죄의 재구성》를 보고 있는 나에게는 영화 구성이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왔다.
만약 개봉 당시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봤더라면 우와~ 대박!! 시나리오 봐!!! 하면서 박수를 쳤을 테지만 이미 이런 범죄 영화들의 문법에 많이 노출된 상태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누군가를 속이고 그걸 또 속이고 경찰은 그것을 이용하고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사기꾼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시퀀스들이 약간 머리 속에서 3초 스포 당하듯이 미리미리 짐작이 되다보니 약간 거품 빠진 콜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다.
캐릭터가 고정된 것도 아쉬워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배우들의 캐릭터가 고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백윤식 배우나 이문식 배우 등 꾼으로 출현하는 배우들이 맡은 역할은 다른 영화에서 본 역할들과 굉장히 일치했다. 이름만 바뀐 배역으로 다시 등장하는 느낌이랄까? 배우들의 영화 캐릭터가 너무 고정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영화에서나 한 번씩 그 배역으로 만나봤던 배우들이어서 그 캐릭터의 소화력이 너무나도 좋긴 했지만 신선함과 새로움은 느낄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었다. 그래서 범죄의 재구성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강하게 받았지만 딱히 이목이 끌리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만족스럽긴 한데 허전했달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영화 《범죄의 재구성》를 봐서 실망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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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뤽 다르덴 & 장 피에르 다르덴, 로제타 (1999)
뤽 다르덴 & 장 피에르 다르덴, 로제타 (1999)
- 와플 왕국 노동자의 평범한 삶
karenine
# 이야기를 시작하며
살면서 아주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당신은 어른다운 부모를 두어서 좋겠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대학생 때부터 집을 뛰쳐나가 그야말로 신입생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친구였다. 나는 그에 비해 관심도 애정도 통제도 많은 부모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사실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 감각도 있으면서 아이를 적당히 외롭지 않게 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버지는 성실한 사람이다. 아버지의 성실함은 할아버지로부터 왔다. 할아버지는 60대 초반이 될 때까지 일을 하셨고 65세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중간에 크게 아팠을 때 빼고는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그렇게 아프고 힘들었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가 새벽에 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성실한 노동자 집안의 맏이인 나는, 고학력 실업자가 된 이후로 아무도 눈치 안주는 데도 눈치가 보인다. 예컨대 코로나 시대에 청년 취준생이 29만 명이라는 뉴스를 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에서 듣는 일은 참 불편한 일이다. 결국 다른 뉴스가 나올 때까지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가 오늘도 아침을 먹고 약간은 무거운 표정으로 출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무슨 부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누군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기도 했고 내가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열심히 쓸 것이다. 뿌듯함은 잠시였고, 앞으로 내가 벌린 일을 수습할 생각에 아찔했다. 어릴 적엔 작가, 글 노동이라 함은 멋들어진 서막을 열면서(예컨대 등단, 문학상 수상, 등등) 시작하리라 예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로제타가 뒷문을 통해 리케의 자리를 몰래 염탐하듯이 궁상맞고 은밀하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리케의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에, 언젠가는 사장의 여러 와플 가게들 중 하나의 점장이 되리라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메이저 지면에 기고하리라는 섣부른 야망을 가지면서 내 기분은 점차 상승했다가, 다시 땅에 내려앉았다.
# 로제타가 겪는 윤리적 각성
딸에게 양육자 구실을 하지 못하는 엄마를 둔 로제타(에밀리 드켄)의 삶은 매일이 진창 같은 전쟁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맨몸으로 싸우는 육박전이다. 사실 로제타의 가장 큰 적군은 엄마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로제타가 남이 준 생선을 버리려고 할 때 딸에게 칼을 들이미는 '어미'다. 유아적이고 파렴치하며, 사창가의 여인 같기도 하고 돌아온 탕자 같기도 한,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제타의 생모, 어머니, 엄마.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은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다.
로제타가 "나는 엄마랑 달라 Moi, c'est pas toi (*직역하면 난 엄마가 아니야.)"라고 선언하며 만들어가는 삶의 궤적은 철저하게 스토익하고 윤리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영화는 카메라 기법부터 어지러울 정도로 현장감을 그대로 가져오는 리얼리즘(핸드-헬드) 기법을 쓰고 있다. 반면 로제타의 삶의 태도에 있어서만큼은 감독의 목소리를 은연중에 대변하는 것과 같은 교훈적일 정도로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인물은 마치 순교자의 일생을 기록한 것처럼 의지로 가득 차 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룩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이 인물을 고지식하고 때로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하며, 로제타라는 인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한다.
이 심리적 거리감이 철저히 전복되고 깨지는 것은 극 후반부이다. 영화 초반부부터 로제타는 이미 어떤 윤리적 각성을 한 소녀이다. 소녀는 엄마의 삶의 방식을 보고 겪으며 절대로 '엄마처럼 살아가는 건 안 된다'라는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사회로 나갔을 때 더 넓은 층위의 문제에 직면한다. 자신을 돕고자 하는 리케(파브리지오 롱기온)의 선의를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지, 비슷한 처지나 좀 더 나은 처지인 그가 동료인지 잠재적 경쟁자이자 적인지를 로제타는 아직 판단하지 못한다. 동료 노동자는 그녀에게 자리를 뺏을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자 적이다. 지난 직장에서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동료의 모함 때문에 그렇게 허무하게 해고되었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J'ai une vie normale (나는 평범한 삶을 산다)
그런데 리케가 엄마와의 몸싸움 때문에 잃어버린 장화를 주었을 때, 로제타는 그날 밤 비로소 그를 '친구'라고 부른다. 머릿속에 생존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찬 소녀에게는 집에서 재워주는 것도, 오토바이로 태워서 데려다주는 것도, 토스트를 구워주는 것도 아닌, 자신의 생존품인 장화를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전쟁통에서 군화를 잃어버려 행군을 못하는데 군화를 도로 찾아준 이에게 느끼는 전우애랄까. 그런데 리케의 사정은 다르다. 로제타가 리케의 눈을 안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리케가 그녀에게 인간적인 호감 이상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로제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눈치를 챘을 것이다.
위에서 로제타에게 갖게 되는 이상한 심리적 거리감은 후반부에 가서 어떤 강렬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휘몰아치고 부서진다. 로제타는 장화를 준 리케가 물에 빠졌을 때 '나 말고 저 사람이 대신 물(진창)에 빠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잠시 한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버렸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현실인 것은 계산대에 있는 사장의 돈을 훔칠지 고민하는 것도 아니고 와플을 빼돌려서 수익을 남길지 고민하는 것도 아닌, 내 생존을 위해 다른 노동자를 그 자리에서 악의적으로 제거해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이다.
로제타는 남의 것을 훔치고 구걸하는 게 나쁜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철두철미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존엄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로 투철하다. 또한 카라반(트레일러)의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보통의 삶으로 정착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타인의 선의를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 같은 노동계급의 동료와 어떻게 공존하고 연대를 이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은 로제타가 한 번도 맞닥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늘 대체되는 사람이었으므로.
리케가 해고되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로제타는 자신이 당했던 '부당한' 해고를 리케에게 덮어 씌움으로써 자신이 당했던 피해에 대한 복수에 성공한다. 갑자기 <복수는 나의 것>의 송강호 대사가 떠오른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그리하여 그녀는 꿈에 그리던 생산-판매라인의 가장 끝에 오르게 되고, 생전 가장 많은 돈을 만져보게 된다(갖게 된단 소린 아니다). 그러나 사장에게 얻은 신뢰도, 안정적이고 그럴듯한 직장도, 일하면서 그녀의 입가에 걸린 작은 미소도, 리케가 눈앞에 한번 나타나는 순간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 밥벌이의 즐거움과 슬픔
이 영화는 와플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벨기에 출신의 감독들이 만든 영화에 와플이 주연으로 나오는 것은 차라리 어떤 유머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감독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네 벨기에 하면 솔직히 와플밖에 모르지? 와플 말고 벨기에에 대해 아는 게 있나? 그런데 와플 왕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삶은 사실 이렇단다.'
와플은 영화 속 다양한 상황에서 등장한다. 첫 등장은 로제타가 해고당하고 얼굴이 벌게져서는 씩씩거리며 와플을 먹는 장면이다. 출근길에 사람들이 하나씩 사가는 아침 대용으로도 나오고, 직장에서 갓 잘렸어도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는 음식이 바로 와플이다.
영화는 특별할 때 먹는 디저트로서가 아니라, 일용할 양식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으로서의 와플을 보여준다. 이로써 관객들은 와플 생산-판매 라인에 대한 모든 것을 보게 된다. 나는 벨기에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왠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일상식인 김밥이나 토스트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벽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마는 분주한 아침. 출근하는 손님들의 손에 하나씩 들려가는 김밥들과, 철컥 소리가 나며 열고 닫히는 계산대의 소리. 이것은 벨기에식 밥(빵?)벌이에 대한 가장 전형적인 초상화이자 그 뒷단의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지에 대한 성찰과 고발이다.
호흡이 가빴던 도입부에 비해, 와플가게 사장(올리비에 구르메)이 로제타에게 일을 알려주는 장면은 평화롭기까지 하다. 어떨 때 우리는 지긋지긋한 집안에서 벗어나 노동의 리듬 안에서 가장 큰 평화를 찾기도 한다. 로제타의 경우, 그녀에게 버거 워보이는 밀가루 포대를 제법 잘 들어서 반죽에 능숙하게 섞는다. 언뜻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되는 어떤 노동의 배움에 대해서 보여주면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도 잠시, 로제타는 사장 아들에게 또 밀려나고 만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는 로제타 눈에 비친 와플집 사장, 즉 소부르주아지의 고단함 또한 응시하고 있다. 이것이 다른 영화에서 굉장히 양극화된 계급 묘사와는 사뭇 달랐다. 이미 12개의 점포를 가지고 로제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 것 같은 사장도 실은 무거운 밀가루 포대의 무게 앞에서 쩔쩔맨다. 그 또한 매일같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사장은 부양 의무가 있는 책임감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식을 위해 성실한 노동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이렇듯 밥벌이에서 어떤 선택의 순간들은 매일같이 찾아온다. 마음이 불편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야 되는 선택들이 있고 그것이 우리를 지치고 찌들게 만든다.
참고로 올리비에 구르메는 몇 년 뒤 <아들(2002)>이라는 다른 다르덴 영화에서도 소년들에게 목공일을 가르치는 역할로 나온다. 이 때도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마음은 약하고, 자신의 상처와 지친 삶을 내색하지 않고 내면에 간직한 사람의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다.
# 다르덴 영화가 유머를 다루는 방식
슬프고 처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임에도, 나는 이 영화가 유머를 잃지 않았음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유머는 아주 머쓱해지는 뚝 끊김, 갑작스러운 포즈(pause)에서 나온다.
리케네 집에 갔을 때 리케는 그 어색한 공기 속에서 어떻게든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보려 하지만 좀처럼 로제타는 장단을 맞춰주지 않는다. 리케는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만큼 아주 약간은 숨 쉴 틈이 있는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주 법대로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암시한다.
하지만 이윽고 우리는 그에게 변변한 진짜 음반도 하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인이 직접 녹음한 연주 테이프를 들으며 어떻게든 흥을 돋우려는 이 남자아이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로제타는 못 이기는 척 리케가 연주한 이상한 드럼 곡에 맞춰 춤을 춘다. 흥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할 찰나,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긴다. '어, 내가 여기서 틀린 것 같아.' 그리고 연주는 다시 시작되지만 한번 끊긴 '무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3 안에 꼽을 수 있다.
로제타가 진 삶의 무게는 밀가루포대-엄마-가스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모든 무거운 것들 앞에서 로제타는 한 번씩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마지막 결말 부분의 그 안타까운 순간마저도, 영화는 절묘한 순간에 포즈(pause)를 주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로제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갑자기 가스가 끊기는 장면이다. 죽으려고 할 때까지 가스통을 사서 끌고 와야 한다니. 영화는, 죽을 권리도 돈을 지불해야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강렬한 쓴웃음을 짓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리케의 얼굴을 정면으로 안 보여주는 것은, 로제타를 구원한 사람이 리케, 즉 남성-노동자라는 메시지를 넘어서기 위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로제타가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의 껍질을 깨듯, 그녀의 내면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 끝엔 후회의 쓴맛과 현실에 대한 절망이 뒤따른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깨짐을 통해서 로제타는 자신의 과거와, 또 타인인 리케와도 화해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로제타의 두 눈빛을 통해 그녀가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음을, 아직 자신만의 무인도에서 죽을 힘을 다해 구조 신호를 쏘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마치며
<로제타> 영화가 나온 이후 벨기에 정부의 로제타 플랜은 반짝 효과를 내고 몇 년 만에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 정부가 청년 정책 하며 내놓는 취업지원금이나, 이런저런 임시변통의 대책들도 저렇게 별 효과 없이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질 게 뻔하다.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는 각자가 견디고 자구책을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까진 이 광활한 진창을 없애기 힘드니 최대한 덜 빠지도록 조심하고 자신의 몸과 정신을 드라이로 말리듯이 항상 건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가 준 가장 큰 교훈이 그것이 아니던가. 극악한 환경을 만들어놓았으니, 알아서 생존하시오.
가끔 현실이 팍팍할 때 이 영화를 꺼내어 볼 것 같다. 그 이유는? 에밀리 드켄의 출중한 연기나 블랙 유머 코드 때문에? 아니면 나를 물웅덩이에 밀쳐버리는 엄마가 없으니 차라리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나는 왠지 '진짜 일을 하고 싶어'라는 그녀의 대사를 되새기기 위해 이 영화를 다시 볼 것 같다.
'진짜 일'이란 당최 무엇인가. 최근에 친구랑 통화를 하다가, 친구가 너는 사랑에 있어서 더 원(the one), 일종의 운명적인 사랑이 있냐고 물은 적 있다. 나는 속으로 워너원도 아니고 그게 뭐냐고 생각했으나, 내 속마음은 반반인 것 같다.
친구 말마따나 일에도 나만의 더 원이 있을까? 일찌감치 어떤 직업에 소명 의식을 찾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부럽다.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일'을 찾느라 분투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어떨 때는 아무 일이든 좋으니 일감만 달라고 하다가도 일하게 되면 좀 더 큰 욕심을 품는다. 아무리 같은 돈을 받아도 뒷단의 구질구질한 일은 하기 싫고, 내가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남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 것보다 차라리 그런 일을 찾는 것이 어렵겠다 싶다.
덧, 글을 쓴다고 아직 집에다 말하지 않았다. 그 돈을 버느니 본업에나 충실하라는 말을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걸 상상하니 욱하는 마음이 들지만 로제타의 구제불능 엄마를 생각하면서 참아야겠다.
[Eurofilm 6. 벨기에, 프랑스]
<이미지 출처>
www.bonjourtristesse.net/2010/12/rosetta-1999.html
www.simbasible.com/rosetta-movie-review/
https://www.etsy.com/listing/192831475/rosetta-limited-edition-movie-poster
https://www.ioncinema.com/reviews/criterion-collection-rosetta-blu-ray-review2020년 11월 23일 감상 / 2020년 11월 25일 씀.
* 본 콘텐츠는 브런치 karenine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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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3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3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5 [스미스는 왜 졌을까] https://youtu.be/Uas0KZDCQec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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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음모 그리고 복수 위태로운 로마의 운명이 걸린 결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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